모든 논쟁에서 승리하는 법 - 설득과 타협이 통하지 않는 싸움의 시대
메흐디 하산 지음, 김인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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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28년, 고대 그리스는 전쟁 때문에 내부 상황이 시끄러웠다. 즉 도시국가들로 형성된 그리스는 당시 강자였던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패권다툼인 펠레폰네소스 전쟁 때문이었다. 이런 기회를 틈타 아테네의 영향권 하에 있던 레스보스섬의 소도시 미틸레네는 반란을 획책했다. 하지만 미처 전투 태세도 갖추지 못한 미틸레네는 신속하게 대응한 아테네군의 포위망에 초기 진압되고 말았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따르면, 미틸레네에 어떤 처분을 내릴지 투표하기 위해 아테네 민회가 소집됐다. 결정을 내리기가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테네 사람들은 미틸레네의 반란에 격분했다. 그리고 두려웠다. 만약 다른 도시들도 미틸레네처럼 아테네에 반기를 든다면 이는 곧 아테네 제국의 종말을 뜻했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따랐던 아테네는 서둘러 사안을 표결에 부쳤다. 향후 위협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미틸레네의 모든 남자들은 처형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삼는다는 엄벌을 만장일치로 가결, 이를 당시 진압군 대장이었던 피케스에게 당장 집행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이라고 비판하는 반전이 발생했다. 이에 아테네는 민회에서 다시 토론키로 했고, 두 명의 연설자가 선택됐다. 첫 번째 연설자는 아테네의 가장 폭력적인 클레온 장군으로 “확실한 사례를 남겨 반란을 일으키면 죽음이라는 형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동맹국들이 깨닫게 해야 합니다.”라는연설을 통해 선처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연설자는 이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 온건한 정치가 디오도토스가 나섰다. 사실 그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이미 명령을 받은 빠른 군용선이 레스보스섬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이에 그는 복수심에 불타는 반대파들을 잠재우기 위해 실리론을 펼쳤다. 즉 반란을 일으킨 주동자들만 처벌하는 것이 아테네의 이익에 부합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속죄하면 더 나은 결과가 있다는 희망마저 박탈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며, 나아가 “대량 학살이 미래의 반란을 억제한다는 중거는 없다”라고 연설했다.


민회는 재투표를 실시했고,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디오도토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민회의 새로운 결정을을 전할 군용선이 급히 섬으로 향했고, 다행스럽게 간발의 차이로 대량 학살을 면할 수 있었다. 아테네에서 벌어진 단 한번의 논쟁 끝에 수천 명의 무고한 생명은 죽음을 면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1부(이기는 논쟁의 기본 원칙)에선 어떻게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를, 2부(이기는 자의 논쟁법)에선 검증된 논쟁 기법들을, 3부(완벽한 승리를 위한 사전 준비)에선 승리를 위한 훈련법을, 마지막으로 4부(승리의 피날레)에선 연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방법들을 각각 보여준다.


반박의 기술

팩트폭력보다 감성팔이가 먼저다

상대에게 영주증을 제시하라

축구공만 차지 말고 선수도 걷어차라

‘징어’로 하이라이트를 만들라

예상할 수 없는 부비트랩을 설치하라

거짓말 폭탄 기쉬 갤럽에 대응하라


당신의 청중을 먼저 이해하라


청중을 염두에 두지 않고 발표를 준비하는 것은 ‘아무나 받아주세요’라면서 연애편지를 쓰는 것과 다름없다. - 켄 해머, 디자인 전문가


무엇보다 먼저 청중에 대한 정보가 매우 유용하다. 앞서 예시한 디오도토스의 연설처럼 경쟁적 토론에 있어서 청중들이 어떤 생각과 관점을 가졌는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청중들에게 알맞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의견을 개진하기가 수월해진다. 전자제품을 팔기위해 노인정에서 영업맨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제품 성능에 대해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해봐야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사진, 청중 파악,30쪽)


그렇다고 자신의 주장을 완전히 바꾸거나 청중들이 듣고 싶은 말만 해주라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청중들이 자연스럽게 내 의견에 동의하도록 주장을 펼치라는 것, 즉 청중들의 관심사와 특성에 알맞게 조정하라는 의미이다.


진보적인 사람들 앞에서는 이민 찬성을, 보수적인 사람들 앞에서는 이민 반대를 주장하라는 게 아니다. 만약 당신이 우파 내지 보수적인 사람들을 상대로 이민 정책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려 할 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봐야 소용이 없으므로 대신에 보수주의를 상징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이민 찬성 연설(1980년 뉴저지주 리버티주립공원에서 행한 유명한 이민 찬성 연설)로 청중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점이다.


감성팔이가 먼저다


요즈음 정치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 ‘팩트’라는 용어이다. 이 용어의 사전적 정의는 ‘사실’이다. 워낙 선동적인 가짜와 허위가 판치는 곳이기에 반면에 선명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많이 구사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 정도에서 그치면 족할텐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게 다소 유감이다. 즉

우리들은 대화, 발표, 토론, 논쟁에 임할 때 우선적으로 로고스에 의지하려고 한다. 이는 이성, 논리, 통계와 자료를 최고의 도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밑바닥에 팩트를 탄탄하게 깔고서 논쟁을 벌어야만 이길 수 있어서다. 그러나 청중들의 생각을 바꾸려면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저자는 실제론 ‘파토스(감정)가 로고스(팩트)보다 우위’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책은 61쪽~77쪽에 걸쳐 파토스를 완벽하게 숙달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첫째, 스토리를 텔링하라. 둘째, 어휠를 신중히 선택하라. 셋째, 말로만 하지말고 보여줘라 순으로 설명하는데 이 부분을 정독하면 무척 유익한 배움이 될거라고 판단된다. 특히, 청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로 말하는 것이라는 대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기는 논쟁 - 3의 법칙을 지켜라


우리들이 일상에서 승부를 다툴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 ‘삼세판’이다. 단판으로 승부를 종료하기엔 아쉽다고 생각해서 최소한 둘째 판에서 무승부를 만든 다음, 마지막으로 셋째 판에서 최종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물론 첫째 판에 이어 둘째 판마저 패한다면 더 이상의 겨루기가 성립하지 않는다.


수사학적 볍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3의 법칙’이다. 3은 마법의 숫자이다. 예컨대 ‘탄생, 삶, 죽음’이라든가 ‘과거, 현재, 미래’ 등처럼 모두 3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으로 평가받던 고故 스티브 잡스도 이 마법을 잘 이해하고 활용했다.


“오늘 우리는 3가지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 셋은 별개의 기기가 아니라 하나의 기기입니다. 이 기기의 이름은 바로 아이폰입니다.”


나의 과거사 일화도 소개해 본다. 금융회사를 떠나 한 상장기업의 재무 담당 임원 후보로 회사의 오너 회장과 면담을 마친 후, 그날 예정되어 있던 임원간담회에 참석하여 회사의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해 ‘3분 스피치’를 요청받고, 비록 미리 고지받은 바 없었지만 평소 이 회사의 재무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었기에 이에 소요되는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내 의견이자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박수를 받은 적이 있다. 이후 이 회사의 임원으로 부임, 신규 사업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옴네 트리움 퍼펙툼

(셋으로 이루어진 것은 완벽하다)


이는 고대 라틴어로 숫자 3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뛰어난 연설가와 토론자들은 ‘3의 법칙’을 충실히 지켜왔다. 로마 정치가 키케로(기원전 106~43년)도 3의 마법을 활용, ‘삼중 콜론’전술을 구사했다. 이는 세 단어나 구절을 병렬적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끝내주는 말로 마무리하기


좋은 연설엔 당연히 멋진 마무리가 있어야 한다. 자료를 조사하고 논리적 뼈대를 세워 완벽할 때까지 연습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한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청중들이 열렬히 환호할 마무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 결론이 있는 연설이 바로 #모든 논쟁에서 승리하는 법임을 명심하라.


“이 나라는 신의 보호 아래 자유의 새로운 탄생을 맞이할 것이며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치가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헌신해야 합니다.” - 링컨 대통령, 케티즈버그 연설 결론 부분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상적인 마무리

나에게 호감, 상대에겐 반감을 갖도록 청중을 끌어들일 것

유리함을 부풀리고 불리함은 축소하여 확실한 결과를 도출할 것

마지막 변론은 파토스에 호소할 것

기억 환기를 위해 논점들의 핵심을 간략하게 요약할 것


(사진,이상적 마무리 4가지.408쪽)


참고로, 책의 저자 #메흐디 하산은 대단원을 마무리하기 위해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기법 3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인용문으로 끝내기. 둘째, 이야기로 끝내기. 셋째, 행동을 촉구하며 끝내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인용문과 일화(나의 스토리), 그리고 행동을 촉구하는 발언으로 마무리하는 순간, 우레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질 것이다. 


#말싸움과 #논쟁을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무조건 이기는 대화법을 위해 이 책을 #자기계발서추천 목록에 포함, 필독하길 권하고 싶다.


#책추천 #자기계발서추천 #자기계발 #논쟁 #논쟁승리법 #무조건이기는대화법 #모든논쟁에서승리하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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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으로 펀딩에 참여못하고 찜만 했어요. 동네 작은 도서관의 구매예산에 의지하려고 하는데 잘될지는 미지수네요. 여의치 않을 경우 구매해서 읽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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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미술 100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이은화 지음 / 빅피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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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미술이라니 내 서재에 두고서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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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를 뒤흔든 5대 전염병 - 미국사의 변곡점에서 펼쳐진 전염병과 대통령의 뒷이야기 역사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8
김서형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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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 치명적인 영양을 미쳤던 다섯 가지 유행성 전염병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식민지 시기부터 수많은 사망자를 초래했던 천연두와 독립전쟁 이후 미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황열병, 19세기 중반부터 빈번하게 발생했던 콜레라, 갑자기 발생했다가 종전과 함께 소리 없이 사라진 1918년 인플루엔자, 그리고 1950년대까지 미국 사회의 가장 치명적인 유행성 전염병이었던 소아마비.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은 단순히 유행성 전염병의 특징이나 사망자 수만 살펴보는 게 아니라 치명적인 전염병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과 이를 통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던 당시 재임 대통령의 리더십을 함께 살펴본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미국의 5대 전염병인 황열병, 천연두, 콜레라, 1918년 인플루엔자, 그리고 소아마비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앤드류 잭슨, 우드로 윌슨, 프랭클린 D. 루즈벨트의 리더십을 각각 살펴보고 이를 통해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는 글로벌 전염병에 대한 대응 자세를 성찰하려 한다.


저자 김서형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미국 의학사로 박사 학위를 취득, 동교에서 국내 최초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을 추구하는 빅히스토리 교양과목을 강의(2020~2014년)했으며, 현재 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 교수로 활동 중이다.


콜럼버스의 항해


콜럼버스는 총 네 차례에 걸쳐 항해했다. 첫 항해에서 그는 스페인으로 가져갈 금, 은을 찾고자 주변 지역을 탐색했다. 그러나 카리브해에선 금, 은이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아메리카 원주민으로부터 소량의 금, 은을 갈취한 콜럼버스는 스페인으로 돌아가 이사벨 1세에게 바치면서 엄청난 금과 노예를 얻을 수 있다고 거짓 보고했다. 그렇게 더욱 큰 규모의 원조를 받아 두 번째 항해를 시작했다.


1493년에 시작된 두 번째 항해 이후 콜럼버스의 탐욕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가 자신의 항해를 ‘라 엠프레사’, 즉 ‘사업’이라고 불렀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콜럼버스는 정치적 지위와 경제적 부를 얻고자 아메리카 원주민을 가혹하게 착취하고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당시 카리브해에 살고 있던 아메리카 원주민은 아라와크족의 일원인 타이노족이었다. 콜럼버스의 악행은 항해의 수익성을 입증코자 타이노족을 노예로 팔아넘겼고,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새로운 조공제도를 도입했다. 즉 3개월마다 상당한 크기의 금을 바쳐야 했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손발이 잘려나갔다. 또한 많은 여성들이 매춘부로 전락했으니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학살자와 다름없었다.


황금해안의 비애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아프리카 서부 해안지역에서 노예로 끌려갔다. 역사학자들은 이 지역을 ‘황금해안’이라 부른다. 15세기말 포르투갈 선교사가 도착했을 때 서아프리카 기니만 북쪽 해안을 따라 수많은 황금을 발견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7세기부터는 사탕수수를 비롯한 아메리카 플랜테이션 노동력 공급을 위한 노예무역이 활성화됨에 따라 다른 의미에서의 황금해안으로 불리었다.


노예 사냥꾼에 잡힌 아프리카 원주민은 가슴에 낙인이 찍힌 채 노예선에 올랐다. 노예선은 여러 달 동안 대서양을 횡단함에 따라 상당수 노예들이 사망했다. 사실상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정원보다 훨신 더 많은 원주민들이 탑승했다. 포르투갈은 노예무역의 핵심국가였는데, 브라질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 18세기 동안 무려 180만 명을 실어 날랐다.


(사진, 노예무역)


황열병의 발병과 워싱턴 대통령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이티는 독립에 성공했다. 성공 이유 중 하나는 생도맹그에서 유행한 점염병 때문이었다. 이 지역은 아프리카 원주민의 이동과 함께 아프리카 서부 지역의 풍토병이었던 황열병이 유행했다.


황열병은 주로 이집트숲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아르보바이러스가 혈액으로 침투해 발생하는 유행성 전염병이다. 황달, 발열, 근육통, 오한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심하면 출혈이 발생하고 2주일 내에 사망한다.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서 강제로 아메리카로 이주했던 원주민들과 함께 이동한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다.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등 여러 농장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아이티 혁명의 발발로 백인 지배계급인 그랑 블랑 중 일부는 신생국 미국으로 이주함에 따라 자연스레 황열병은 아메리카로 퍼지게 되었다.


1793년, 필라델피아에서 치명적인 황열병이 발생했던 초기에 워싱턴 대통령은 수도를 버리고 피신했다. 그러나 그는 필라델피아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에 위협적이었던 유행성 전염병을 통제하고자 연방주의자와 반연방주의자의 주장을 균형 잡힌 시각에서 활용했다. 같은 해 10월 중순, 황열병은 사라졌다.


워싱턴의 재임기간 동안 미국 사회는 다른 어느 시기보다 연방주의와 반연방주의 사이에 분열이 극심했지만, 그는 중립을 유지하면서 균형 잡힌 정치를 주도했다. 정치적 갈등과 분열 속에서 미국 사회를 통합하는 데 집중했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워싱턴의 가장 뛰어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 최초의 팬데믹


역사학자에 따르면, 인류사에 있어서 최초의 펜데믹은 로마 제국에서 발병한 역병(165~180년)이다. 이 시기는 ‘팍스 로마나’, 즉 역사상 유례없는 평화로운 시기였다. 다섯 명의 황제 중 마지막이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재임 첫 해에 심각한 기근과 홍수가 발생했고 파르티아 제국(페르시아)과 전쟁이 발발했다.


파르티아 군대가 점령했던 셀레우키아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 전염병은 파르티아 군대뿐만 아니라 이들과 전쟁하던 로마 군대까지 확산되었다. 파르티아 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 군대가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지나간 모든 지역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 5세기의 한 스페인 작가에 따르면, 당시 이탈리아반도 내 여러 도시와 마을에서 전염병이 발생했고 주민들은 전부 사망했다.


유행성 전염병은 이탈리아반도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라인강을 따라 북쪽으로 확산되면서 로마 제국 국경 밖에 있던 갈리아족과 게르만족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점에서 165년의 전염병은 한 지역을 넘어 여러 지역과 국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최초의 팬데믹이었다.


천연두 예방 접종


1803년, 루이지애나를 매입한 후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이 지역의 동식물 분포와 아메리카 원주민 등을 조사하는 탐험을 실시했다. 바로 ‘루이스와 클라크의 탐험’인데, 이로 인해 미국은 아메리카 원주민과 지리, 광물, 야생 동물과 식물에 대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었고 서부를 점령하는 기본 토대를 마련했다.


당시 이 탐험에서 루이스는 천연두 예방 접종 혈청을 늘 지니고 다녔다. 만나는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접종하려 했던 것이다. 비록 그들이 노스다코타에 도착했을 때가 겨울이어서 혈청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미국 국민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 원주민까지 천연두로부터 예방하고자 했던 제퍼슨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제퍼슨은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게 연방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강력한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를 선호했고, 상공업보다 농업이 신생 국가의 경제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점에서 제퍼슨은 반연방주의의 중심 인물이었으며, 그는 미국 전역에서 창궐하는 천연두를 효과적으로 예방해서 국민들의 자유를 지키려고 했다.


콜레라


도시는 고대부터 존재했다. 역사학자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농경이 시작된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초기 도시가 등장했다고 판단한다. 고대 그리스는 도시국가 형태로 발전, 로마 역시 도시에서 시작해 제국으로 발전했다. 중세엔 교역과 상업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었다. 산업혁명 이후의 도시는 자원이 풍부한 지역 중심으로 발전했다.


당시 도로와 인접한 토지는 가격이 비쌌다. 주택 건설업자는 적은 비용으로 도로 인접면엔 좁은 건물들을 빽빽하게 건설했다. 이렇게 지어진 집들은 대부분 빛이 제대로 들지 않았고 공기도 탁했다. 습기 또한 많이 차서 사람들이 살기엔 최악의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공장에서 일하는 임시직 노동자들은 일당을 벌기 위해 공장 근처에서 거주해야만 했다.


낮의 도시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공장 굴뚝에선 끊임없이 연기를 뿜어냈고, 많은 사람이 기계와 함께 일했다. 하지만 밤의 도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역한 냄새를 풍기면서 식량조차 구하기 어려운 빈민들이 가득했다. 이들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그야말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이처럼 도시는 이중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런던에선 공장의 엄청난 폐수가 모두 템즈강으로 흘러 들어갔다. 주변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오염된 하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이같은 주거 환경은 치명적인 유행성 전염병이 발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사진, 콜레라)


미국에서 콜레라가 처음 발생한 건 1832년 여름이다. 유행성 전염병이 처음 발생한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뉴욕이었는데, 당시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콜레라로 인한 사망률은 50% 이상이었다. 그러나 19세기의 의학 수준으로는 콜레라의 발생 원인을 밝히기가 어려웠다.


18세기 말 미국 사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던 황열병이 발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콜레라 발생을 둘러싸고 크게 두 가지 의견이 대립했다. 한 가지는 오염된 공기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사람 또는 물건을 매개로 전염병이 확산된다는 것이었다.


높은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콜레라 발병의 원인조차 몰랐으니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엔 역불급이었다. 일부 의사는 사혈(피빼기)을 시행했는데, 체내의 나쁜 피를 뽑아내어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뉴욕 시민들의 불안감과 공포는 눈덩이처럼 커져 나갔다.


이에 대해 많은 종교인들은 미국 사회의 부도덕 때문에 유행성 콜레라가 발생했다고 믿었다.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던 뉴욕 시민들은 물질과 향락에 빠져 절제와 금욕을 중시하는 청교도주의는 작동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덕적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신이 부도덕한 인간에게 내리는 벌”이라는 ‘신앙대각성 운동’을 초래했다. 이후 금주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인플루엔자


1918년 3월 미국 캔자스주에 위치한 펀스턴 병영兵營에서 계절성 독감과 유사한 전염병이 발생했다. 당시 많은 병사가 38℃ 이상의 고열, 통증, 무기력함 등을 호소했다. 다수의 병사는 2~3일 정도 앓다가 회복했기에 당시 병영에서 이 질병을 ‘삼일열’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전염병에 걸린 병사 가운데 폐렴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전염병의 치명성은 심각해졌다. 한 통계에 따르면, 1918년 3월 한 달 동안 펀스턴 병영 내에서 발생한 폐렴 환자 가운데 약 20%가 사망했다. 그런데, 여름이 되자 갑자기 인플루엔자는 사라졌다. 이후 가을에 다시 발생했다.


(사진, 뭉크 그림)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윌슨은 전쟁에 참전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독일의 루시타니아호 습격으로 미국 내 반 독일 감정이 확산되고, 멕시코와 미국의 전쟁을 초래하려는 침머만 전보가 폭로되면서 1917년 4월 6일 독일에 선전포고했다. 재선을 위한 선거 유세에선 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취임 한 달 후 모든 상황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1918년 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 윌슨에게 전염병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1918년 인플루엔자에 걸렸는데 완치되었기에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에게 치명적인 유행성 전염병보다 중요한 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구상한 세계 평화안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민족자결주의’였다. 하지만 그는 인종차별적이었기에 정의와 평등을 구현하는 리더십은 부족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소아마비


인류사에서 소아마비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7년에 영국 곡학자 플린더스 페트리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100킬로미터 떨어진 데샤셰흐애서 발굴 작업을 했다. 여기서 기원전 3700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들과 유물을 발견했는데 한 노인의 미라와 지팡이에 주목했다. 발굴팀은 미라의 왼쪽 대퇴골이 우측에 비해 8센티미터 짧다는 사실을 밝혀, 이를 소아마비의 증거로 받아들였다.


1940년대 이후 미국 전역에서 소아마비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했다. 1949년에 미국 내 소아마비 발생 사례는 무려 4만 건 이상이었고, 사망자 수는 2,700명 이상이었다. 이 시기의 소아마비가 다른 시기보다 유독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소아마비 발생 연령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세기 이전에 소아마비 감염은 대부분 생후 6개월~4세 사이의 아이들에게서 발생했다. 이 시기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들은 경미한 증상을 겪고 면역력을 가지게 되었다.


20세기 중반에 미국 사회의 소아마비를 통제하는 데 백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미국 사회의 관심을 재고하는 데 누구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은 루즈벨트다. 치명적인 전염병을 통제하고 예방하기 위한 그의 노력이 백신 개발로 이어진 것이다.


(사진, 크리스티나의 세계)


루즈벨트는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구보다도 대중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대중의 동의를 끌어내는 게 대공황이나 제2차 세계대전, 치명적인 소아마비라는 미국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수행하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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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0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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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대한민국 산업지도 - 투자자를 위한 업종별 투자 가이드
이래학 지음 / 경이로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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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시장이 어떤 산업으로 구분되고, 그 산업의 하위 섹터에 무엇이 있는지, 해당 섹터는 어떤 기업으로 구성되는지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 2,400개가 넘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전방 산업 등을 파악해 섹터와 산업으로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 투자자에게는 엄두도 안 나는 일이다. 이 책은 주식 시장의 수많은 기업, 섹터,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고, 그 이해 과정에 드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사진. 책 표지)


이 책의 저자 이래학은 한국투자교육연구소에서 기업 분석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핀테크 콘텐츠 기업 PLOT를 창업했으며, 현재 구독자 약 80만 명의 ‘달란트투자’를 운영하며 경제·투자 지식을 전하고 있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인프라·필수소비재, 기초 소재와 산업재, IT, 소비재1, 소비재2, 소비재3 등의 순으로 2,423개 기업들의 업종별 투자가이드와 대한민국 산업 전체의 투자 포인트를 총망라한 단 하나의 산업지도를 펼친다.


전기 인프라 산업의 투자 포인트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리쇼어링(인건비 등 비용 문제로 해외에서 생산하던 시설을 본국으로 회귀하는 것을 말함) 트렌드도 전기 인프라 수요를 자극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블록화가 진행되었으며, 이로 인해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자국에 생산 시설을 세우는 리쇼어링 트렌드가 생겨났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믹국의 제조업 건설 지출액은 2022년부터 늘고 있다.



(사진, 미국 제조업 건설 지출액 추이)


영상 진단기기 산업의 투자 포인트


몸이 아프거나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가게 되면 우리들이 늘 접하는 것들이 의료장비들이다. 이중에서 영상 진단기기는 새삼 의료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놀라운 아이디어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초기의 간단한 기기들이 갈수록 진화되어 인간의 손과 눈이 미치지 않는 속까지 다 들여다보게 만들기에 그렇다.


영상 진단기기 및 의료영상 시장은 AI(인공지능)과 맞물려 진단 분야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의료영상 소프트웨어가 진단 분야에서만큼은 그동안 사람이 행하던 의사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기술 조사기관인 BIS 리처치에 따르면 2029년 기준 AI 영상 진단 분야에서 종양학이 전체 시장의 45.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양학腫瘍學이란 암의 연구, 치료, 진단, 예방을 다루는 의학의 한 분과이다. 고령화(노령화)라는 메가트렌드로 인해 갈수록 영상 진단기기의 산업은 점점 그 규모가 더 크질 것이 분명하므로 투자 관점에선 영상 진단기기 제조업체보다는 AI 기술을 활용해 종양학처럼 부가가치가 큰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글로벌 AI 의료영상 시장규모)


바이오 산업의 투자 포인트


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큰 적자를 보인다. 이는 대규모로 사전에 투입되는 신약 개발 비용에 비해 성공 확률이 현격하게 낮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하기만 하면 그 가치가 엄청나기에 해당 신약의 개발에 매달리는 셈이다.


바이오 기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가 투자자에겐 관심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해당 기업의 파이프라인을 잘 살펴 그 가치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임상시험 단계, 치료제의 시장규모, 치료제 생산방식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


치료제의 시장규모~ 가장 큰 분야는 역시 암 질환이다. 다음으론 면역계질환이며, 이밖에 당뇨병 심혈관질환 순으로 그 뒤를 잇는다. 한편, 항암제라 할지라도 무조건 시장규모가 큰 게 아니므로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암 질환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임상시험~ 신약 개발을 위해선 전임상시험, 임상시험(1~3단계), 미국 식품의약품 승인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 전임상은 먼저 쥐나 원숭이 등 동물에게 적용하는 것이며,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된다. 이는 보통 1상, 2상, 3상으로 나누는데 2상은 환자 100~500명을 대상으로 치료효과를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로 성공률은 가장 낮다. 2상이 성공적이면 대체로 3상(환자수 1천~5천명 대상)은 통과된다. 3상이 끝나면 미국 식품의약국에 허가심사신청서를 제출하며, 승인 확률은 90% 이상이다. 따라서, 투자 관점에선 기술력이 있으면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인 기업에 주목하는 게 좋다. 대체적으로 기술이전도 전임상, 2상 단계에서 실시된다.


치료제 생산~ 얼마나 선진화된 기술을 적용하는지 살펴뵈야 한다. 화학합성방식의 개발보다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로 구현할 때 더 큰 부가가치를 가진다. 즉 임상단계가 동일하더라도 3세대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의 가치가 더 높게 형성된다.


개인적으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특정 유전자를 자르거나 잘라낸 후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해 교정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술로 체세포 유전자 치료나 배아 돌연변이 유전자 교정, 그리고 멸종 동물 복원 등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단순 유전자 제거 방식은 성골률이 높지만 교체나 정교한 변형은 성공률이 낮다.


(사진, 유전자 가위 기술)


반도체 산업의 투자 포인트


반도체 산업은 현재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중심적인 기둥이며 이는 안보와도 연결된다. 지정학적 역학 관계가 조성되므로 이미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반도체 전략 공동체(칩4)를 결성하기까지 했다. 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이 바로 그 국가들이다.


자국 중신의 반도체 패권 강화와 함께 기어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제정해 향후 반도체 시설 확보 및 연구개발에 약 527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중 약 390억 달러가 시설 투자와 관련된 보조금이다.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의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대출 또는 대출 보증 등의 방식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는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2023년 10월 기준)이다. 따라서, 투자 관점에선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반도체1,2)


2차전지 산업의 투자 포인트


2차전지 산업에 속한 기업은 총 53곳으로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다. 기업의 수에 비해 시가총액 비중은 큰 편이다. 특히 전방 시장인 자동차에 비해서도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성과 국내 기업들의 입지 덕이다. 글로벌 2차전지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선두권에 속해 있기 때문에 증시에 이들에 부여하는 밸류에이션 프리미엄도 상당하다.


현재 2차전지는 성장중인 산업이 분명한 만큼 기술 개발의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LFP(리튬인산철) 간의 경쟁, 원통형 배터리의 부활 등이 그런 사례다. 오늘의 1등이 내일의 1등을 장담할 수 없는 시장이다.


2차전지의 핵심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다. 양극재는 양극을 이루는 소재, 음극재는 음극을 이루는 소재이며,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을 둘러싸고 있는 물질로서 리튬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직접 접촉을 차단해 열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


이같은 소재 중에서 배터리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게 바로 양극재다. 나머지들은 그 비중이 비슷하다. 2차전지 생산 기업들이 양극재 생산 비중을 높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며, 소재로는 니켈, 철, 망간, 코발트, 구리, 알루미늄 등 다양하다. 소재의 구성비에 따라 니켈 비중이 높은 삼원계와 니켈 대신 철을 사용하는 LFP 배터리로 구분되는데, 삼원계가 LFP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으므로 고가 전기차엔 삼원계가 사용된다.


펜데믹 이후 공급량 재편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미국과 EU국가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업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기업들은 핵심 광물 및 부품에 대해 중국 의존도가 높아 장기적으로 다변화가 필요한 상태다.


일찌기 POSCO홀딩스가 핵심 광물의 중요성을 깨닫고 리튬과 니켈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로 2018년 아르헨티나 리튬 호수를 인수해 이곳에서 리튬 생산이 가능해질 듯하다. 또 추출된 리튬으로 수산회리튬을 생산한다.


2차전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에코프로그룹도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섰다. 2021년 6월부터 꾸준히 탄산리튬 공급계약, 수산화리튬 수급계약,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의 지분인수와 투자를 통한 니켈 확보 등이 그런 사례다.


(사진, 리튬 가격 추이)


투자 관점에서 바라볼 때, 2차전지 산업은 완성차 시장, 특히 전기차 신차 판매량에 따라 희비喜悲가 발생한다. 또 핵심 소재인 리튬의 가격에 따라 양극재의 판매 가격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가에 사들인 원재료가 원가에 반영됨에 따라 리툼가의 하락기엔 양극재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사진. 결론)


한 권에 담은 투자 포인트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미술관에 전시된 현대 미술을 감상할 때 떠오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은 오히려 주식투자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임을 강조하고 싶다. 경제전망, 산업의 특성과 변화, 시장의 규모, 제품의 공정과 필수 소재, 그리고 기업별 비즈니스 모델 등을 잘 안다면 투자에 있어서 실패는 줄이고 성공을 높일 수 있는 투자가이드가 보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자 모두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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