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노엄 촘스키 지음, 구미화 옮김, 조숙환 감수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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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언어 과학자가 자신의 과학적 연구가 지닌 폭넓은 함의에 대해 평생에 걸쳐 고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만으로도 그 함의의 범위가 얼마나 방대할지를 짐작케한다. 아우르는 분야도 인상적이다. 이론언어학, 인지과학, 과학철학, 과학사, 진화생물학, 형이상학, 인식론, 언어와 정신에 관한 철학, 도덕 철학과 정치 철학, 그리고 짧게나마 인간 교육에 대한 이상까지 다룬다. - '서문' 중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책의 저자 노엄 촘스키는 '세계의 양심'으로 불리는 미국의 언어학자, 철학자, 실천적 정치평론가이다. 그는 역사 언어학자이자 저명한 히브리어 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언어학과 수학, 철학 등을 공부했다. 후일 생성문법 이론으로 명성을 얻으면서 학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기 시작했으며, 왕성한 저술활동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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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감정
원재훈 지음 / 박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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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불에 잘 타는 이유는 물기가 메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신록과 녹음의 시절이 지나 이젠 나도 건조해져서 어디서건 떨어져버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하지만 불을 지피는 마음은 예민한 감정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그 마음을 가만히 살펴보니 달팽이가 지나간 촉촉한 자리 같기도 하다. 땀과 눈물의 세월 탓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유를 확장해 나가니 밤하늘에 별이 빛나거나 파도가 바위에 포말 치는 이유도 다 하늘의 어둠과 바다의 고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누구라도 청춘의 상처는 있다

 

작가 원재훈은 1988년 가을 <세계의 문학>에서 시詩 <공룡 시대>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론 <낙타의 사랑>, <그리운102>, <사랑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라 하네>, <딸기> 등을, 소설로는 <만남, 은어와 보낸 하루>, <미트라>, <모닝커피>, <바다와 커피>, <망치> 등을, 산문집으론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 <꿈길까지도 함께 가는 가족>, <내 인생의 밥상>,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여행>, <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말처럼, 누구라도 청춘의 상처는 있을 것이다. 젊은이나 늙은이나 연애 감정을 잘 간직하고 산다면 인생이 덜 비참할 것이라는 게 작가가 생각한 연애 감정의 속살이다. 피부와 달리 속살은 만지면 아프다.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추억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피부가 벗겨진 살처럼 추하고 더럽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때 품었던 감정은 더 어려운 인생을 살면서 용기를 주는 순수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청춘의 피부 위에 우리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푸른 꽃과 붉은 꽃을 문지르면서 살아온 것이다.

 

붉은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붉은 피가 돌아오고,
푸른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푸른 숨이 돌아오는 그런 세상을
이제 우리는 볼 수 있을까요?

 

 

 

 

 

80년대 대학 시절, 여학생 후배들은 남학생 선배들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대신 주로 '형'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소설의 주인공인 서문의 대학 후배 황보나영은 그에게 '오빠'라고 불렀다. 이 둘의 사랑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비록 만나는 기간이 짧았지만 둘의 '연애 감정'은 오히려 매우 길었다. 소설은 30여 년이 지난 시점에 주인공 앞으로 걸려온 나영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다.

 

글 쓰는 솜씨가 탁월했던 서문은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이미 신춘문예에 당선할 정도였다. 고교 시절 문예반이었던 그는 문예반 선배의 연인이자 3살 연상인 원소미에게 연정을 품는다. 그래서 대학 선택도 그녀가 다니는 대학을 택했다. 교정에서 만나기 위해. 이처럼 그에겐 사랑에 관한 한 바람기가 있었다. 1979년 3월, 대학 신문사에서 신입생인 그를 인터뷰하면서 앞으로 대학 생활을 어떻게 보내겠냐고 묻자, 그는 거침없이 이렇게 답했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의 첫사랑인 소미 선배에 이끌려 찾아간 학교 앞 미미 카페는 주간 다방, 야간 주점이라는 영업 방식으로 운영 중인 곳이었다. 따라 들어간 다방은 담배인지 대마초인지 분간할 수 없는 연기로 자욱했다. 주인장 미미는 예술 전문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배우를 준비 중인 소미의 친구였다. 턴테이블은 이정선의 '섬소년'과 김정미의 '봄'을 뱉어내고, 이곳에서 섬 소년으로 불린 그는 대마초를 처음 경험한다.

 

책상 위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가 있다. 이 인형은 그 속에 또 다른 작은 인형들이 숨어 있다. 나영의 전화를 받은 서문은 마치 작은 인형을 꺼내는 것처럼 지나간 사랑의 발자취들을 더듬어 간다. 그의 사무실은 천보 플라자 빌딩 502호다. 한번은 사무실에 찍힌 발자국을 보고 무단침입자가 있다고 관리인과 대판 싸움을 벌인 후 그의 이름은 502호가 되어 버렸다. 사실 그 발자국은 자신의 발자국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사랑은 발자국을 남긴다.

 

나영은 두 여자 사이에 있었다. 그녀는 마치 육지와 바다의 가운데 위치한 섬과 같았다. 이렇게 작가는 연애 감정을 청춘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섬으로 비유한다. 나영에게서 오랫만에 전화가 걸려온 사실을 가장 친한 대학 친구 종혁에게 전했더니 현재의 나영은 초기 암 환자라고 말해주었다.

 

나영은 서문의 대학 동창 남궁민과 결혼했지만 이혼했으며 둘 사이에 낳은 딸은 현재 의사이고, 전 남편은 대학 재단이사장의 딸과 재혼해 그 학교 교수이자 평론가로 잘 나가는 편이었다. 한편 민과 대학 시절 앙숙 사이였던 종혁은 현재 신문사 논설위원으로 종교 분야 기사를 쓰는 기자로 활동 중이다.

 

30여 년이 지난 시점에 나영은 백사장에 찍힌 새 발자국을 늑대 발자국이라고 우겼던 그 섬의 이름을 전화로 물어왔던 것이다. 사실 이 섬의 이름을 그녀는 알고 있었지만 과연 선배 서문도 이를 알고 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 섬은 군산에서 배를 타고 한참 들어간 격렬비열도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섬이자 철새들의 천국인 '어청도'였다.

 

다시 서문의 첫 사랑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사실 소미는 그의 문예반 선배 고도찬의 애인이었다. 고교 시절 선배는 '고도'라는 필명을 가진 재능이 뛰어난 시인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문예반 후배들은 모두 그를 마치 교주처럼 추종했다. 서문이 문예반장을 맡고 있을 때 그는 소미를 데리고 학교에 오곤 했다. 당시 서문은 소미를 통해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불교 사상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 선배는 이 여자 저 여자에게 기웃거리는 바람둥이 스타일로 서문을 좋아하는 경자를 취하고 말았다. 경자는 고교 때 문학의 밤 행사를 준비하면서 만난 여자 친구였는데, 당시 그 선배는 경자를 눈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선배에게서 빌린 이상 시집을 돌려주려고 선배 방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깜짝 놀라 당황해하는 경자를 보고 말았다. 이런 얘기를 들은 소미는 "에이. 나쁜 개새끼"라고 혼잣말을 했다.

 

이후 몇 달이 지나 경자의 자살 소식을 같은 교회에 다니던 고교 동창으로부터 들었다. 경자의 자살 사건 이후로 고도찬은 아예 행방을 감추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고도찬의 집안은 부유한 가문이었다. 당시 경찰은 사실상 고도찬에 의한 살인을 고의적으로 자살로 은폐햇던 사건이었다. 이 일이 발생한 이후 소미는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불가에 귀의하고 말았다.

 

 

"고향에서 올라온 오빠예요"

 

주인집 할머니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자 그녀는 이렇게 대처했다. 나영은 이집에 자취방을 얻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은 이 말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 듯했다. 칠순을 넘긴 이 할머니는 같은 고향 분으로 그녀의 집안을 훤히 알고 있었고, 그녀의 부모들과도 안부를 묻고 있는 사이였다. 그녀는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성장했다.

 

"이 방에 남학생을 데리고 온 거 처음이거든요"

"그래,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

 

그녀의 아버지는 평생 시골 고둥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 검소하게 살았던 분이다. 가끔 그녀를 데리고 갔던 강원도 홍천의 두타산에서 실족사했다. 그녀의 손을 늘 따뜻하게 잡아주던 아버지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지만 이젠 대신 손을 잡아줄 사람이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그녀는 자신의 에세이에 '아버지의 산에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글을 남겼다.  

 

주인공 서문은 첫사랑 소미 누나가 생각치도 않았던 승려가 되고, 여자 친구의 죽음이 가져온 혼란스러움을 잊고자 하필 광주로의 여행을 떠났다. 5월의 광주, 그는 그곳에서 지옥을 보았다. 그의 다리에는 깊게 길게 패인 상처가 있다. 대학생활의 휴학과 스스로에게 절필을 선언하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렸다. 그의 선택은 동물 생태학이었다. 마음을 추수려 복학하고 새로 신입한 후배로 나영을 만나 호감을 갖게 되어 어느 봄날 섬 여행을 함께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둘은 서로의 연애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학도인 나영은 에세이를 쓰고 싶어 했다. 이에 서문은 그녀에게 수필의 제목('연애 감정'인 듯 함)을 하나 주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라고 권했다. 이후 그녀는 봄 날이 가기 전에 한 편의 에세이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바로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둘의 사랑은 그렇게 깊어 갔다.

 

청춘을 새를 닮았다. 한 곳에 갇혀 머무르기 보다는 자유롭게 날기를 원한다. 어청도를 함께 여행다녀 온 후 서문의 태도가 급변했다. 그 섬에 살면서 그림을 그리던 연상의 여화가와 눈이 맞았기 때문이다. 여화가는 그 섬의 등대지기로 근무하는 그의 삼촌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영이 풋사과라면 화가는 농염한 붉은 사과였다. 비가 몹시 내리던 저녁 그는 여화가의 나신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이후 둘은 서로의 몸을 탐하게 되었다. 결국 둘은 결혼했지만 임신한 아내는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멀어지는 서문으로 인한 그 공허한 마음을 채워준 이는 바로 전 남편 낭궁민이었다.

 

 

 어청도의 등대

 

 

섬은 연애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주인공 서문이 후배인 나영과 사랑의 꽃을 피운 곳도, 한순간에 타오른 욕정으로 화가였던 아내를 만난 곳도 모두 '어청도'라는 섬이다. 육지의 끝인 섬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육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마치 선뜻 마주하기는 어려운 연애의 상대처럼 말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스스로의 발자국을 되짚어간 사람들만이 진정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옛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여기에 모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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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왜 필사적으로 교양을 배우는가
가야 게이치 지음, 최은지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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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창업자 중 한 사람이자 반도체 발전이론 '무어의 법칙'으로도 유명한 고든 무어는 박사 출신의 고학력자이자 상당한 교양인이다. 또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회사인 델을 창업한 마이클 델과 태블릿 단말기로 유명한 에이수스의 CEO 조니시 역시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는 교양인이다. - '머리말' 중에서

 

 

부자가 되려면 교양이 필요하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스티브 잡스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뿐 아니라 지방 기업체의 오너나 막대한 자산을 형성한 개인 투자가, 스몰 비즈니스를 궤도에 올려놓은 사업가 등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바로 사물의 본질을 단번에 파악하는 능력을 가졌고 또 이런 능력을 행동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은 세세한 전문지식 없어도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지, 새로운 기술을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 본질적인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업무에 응용한다.

 

IT기업 창업자라고 해서 반드시 IT 전문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IT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영업에 남다른 재주를 보이는 사람도 단순히 사교성만으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 아니다. 물건을 파는 행위의 본질을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과 상대하려면 단순히 암기한 지식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책의 저자 가야 게이치는 대학 졸업 후 닛케이BP 출판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이후 노무라증권 그룹의 투자펀드 운영회사에서 기업평가와 투자업무를 담당했다. 회사를 설립한 이후에는 국가 행정조직이나 정부와 관련된 금융기업을 상대로 컨설팅업무를 해왔다. 현재는 금융, 경제, 비즈니스, IT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집필활동을 하고 있으며, 성공한 개인 투자가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부자들의 교양서>, <주식시장에서 승리하는 사람의 상식, 패배하는 사람의 상식> 등이 있다.

 

우리 모두의 일상은 경제활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직간접적으로 모두 돈 문제와 연결된다. 교양도 마찬가지다. 교양도 경제활동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교양으로 여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즉 사회학, 경제학, 수학, 정보공학, 철학, 역사학 등이 바로 그것이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었는데, Part 1(자산가가 되기 위한 사회학)에서는 사회학적 교양을 다루는데 사회 구조를 아는 것이 성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Part 2(흔들림 없이 돈을 벌기 위한 경제학)에서는 경제학에 관한 교양을, Part 3(돈에 관한 센스를 익히기 위한 수학)에서는 수학적 교양을, Part 4(돈 버는 뇌를 위한 정보공학)에서는 정보공학에 관한 교양을, Part 5(인간과 수익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철학)에서는 철학과 관련된 교양을, 마지막으로 Part 6(부의 동향과 미래를 내다보기 위한 역사학)에서는 인간의 발자취인 역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 정신

 

경제에 관한 사회학적 교양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1864~1920년)이다.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이 너무나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배금拜金주의와 자주 동일시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모두가 돈 벌이에 열중하는 사회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라고 베버는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세속적인 욕구에 관대한 지역(가톨릭권 등)에서는 자본주의보다 프로테스탄트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금욕적 풍조가 강한 지역(네덜란드나 미국)에서 자본주의가 더 발달하기 쉽다고 한다. 즉 자본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정신적 부분이 중요한데 금욕적 사회에서 자본주의 정신이 더 쉽게 발휘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베버는 극단적 금욕주의가 오히려 자본주의 발달에 기여했다는 역설을 강조했다.

 
그는 종교개혁의 발단이 된 마틴 루터'천직'이라는 개념과 종교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장 칼뱅'예정설'이 자본주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엄격한 프로테스탄트는 자신의 일을 신이 내린 사명이라고 여기고(천직), 금욕적으로 일에 정진한 결과 큰 부를 얻었다. 칼뱅은 종교개혁의 중심인물로 유명했는데 일반 시민에게도 금욕적인 생활을 강요하거나 반대파를 화형시키는 등 상당히 비관용적이고 과격한 인물이기도 했다.

 

 

 

수평분업 이론

 

계층화 개념은 소프트웨어에만 머물지 않고 하드웨어나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을 자랑하는 테슬라 모터스라는 회사가 있다. 전기자동차의 주안점은 전력을 축적해두는 배터리 기술인데 테슬라는 이 부분에서 IT적인 가치관을 도입하여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전기자동차의 고속 주행을 위한 고성능 배터리의 개발·제조는 아주 복잡하고 어렵다. 자칫하면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기술은 신중함을 요하는 작업이다. 사실 배터리 기술은 이제까지 일본 기업의 독무대였다. 손재주가 좋은 일본인은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아주 능숙했다. 일본 기업도 전기자동차의 유행을 예상하고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매진했지만 어째서인지 일본기업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신흥 기업이 일본 기업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유는 바로 IT적인 사고방식에 있다.

일본 기업은 전기자동차 전용 고성능 배터리를 첫 단계부터 하나하나 새로 개발하려고 했다. 반대로 테슬라는 이미 있는 건전지를 몇천 개 이어붙이면 쉽게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건전지는 원래 전기자동차를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배터리 전체에는 많은 양의 전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단 한 개의 건전지에 문제가 생겨도 큰 사고로 이어진다.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IT적 사고방식을 도입해서 건전지의 용도가 전기자동차 전용이 아니어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세한 내용은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테슬라는 수천 개의 리튬이온 전지 셀을 유닛별로 구분하여 이를 소프트웨어로 제어했다. 위험한 부분이 있다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유닛별로 분리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추상화나 계층화라는 IT에 관한 식견이 없으면 좀처럼 떠올릴 수 없는 발상이다.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 지식을 가져라

 

인간의 사고에는 형이상학적인 것과 형이하학적인 것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형이상학적 이야기는 소위 추상적인 이야기로 예를 들어 사업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투자의 의미란 무엇인가 등과 같은 것이다. 반대로 형이하학적 이야기는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까, 앞으로 잘 팔릴 만한 상품은 무엇인가 등에 해당한다. 

 

과거 사업가였고 현재 투자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대부분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 마치 구름잡는 것처럼 추상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형이상학적 지식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마주쳤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최근에는 '공유경제'라는 비즈니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등장할 때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형이하학적 사고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면 '지금껏 이런 사업 형태는 없었다', '구청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 등의 형이하학적 이유로 판단을 내림으로써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신 사업에 도전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게 되기 쉽다. 관련 법체계도 바꾸면 되는 것인데, 미리 바꿀 수 없다고 단정함으로써 스스로 기회를 포기하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들은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 성공 인물들의 공통점은 바로 독서력에 있다. 부자들은 책이나 신문 속에서 부富를 건져 올린다. 독서는 우리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형이상학적 지식, 즉 교양을 갖추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책과 신문 속에 부富가 있다"

- 워렌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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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돈 공부 - 평생 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20대에 돈 공부를 시작하라!
김성진 지음 / 카시오페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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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많은 돈을 쌓아놓기 위해 하는 것은 재테크가 아니다. 내 물리적 시간을 혹사시키지 않고도 최적의 생활에 필요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바로 제대로 된 재테크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예금의 이자율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가뜩이나 좁은 땅덩어리건만 금싸라기 땅들은 이미 발 빠른 사람들이 죄다 차지하고 있다. 임대업도 공실로 인한 부담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하루빨리 돈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자산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고, 절약과 저축을 습관화하는 동시에 투자를 실천하고, 새로운 기회와 정보를 찾는 데 도전해야 한다 . - '프롤로그' 중에서

 

 

고시원을 전전하던 25살 청년이 1억원의 종잣돈을 만들다

 

책의 저자 김성진은 브랜드 '위드핑퐁'을 설립한 사업가이자 '돈 공부'를 평생의 과제로 여기는 재테크 마니아다. 그는 한창 학업에 열중해야 할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은 남의 손에 넘어가고 하루 아침에 빚쟁이로 전락한 집안 형편 때문에 이대로 죽었으면 하는 맘을 안고 잠자리에 들곤 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그는 5년 동안 1억 원을 모아 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스스로 세상을 하직하겠다고 결심, 독하게 돈 공부에 매진했다. 마침내 남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즉

 

 

 

 

 

 

 

 

 

 

 

 

 

 

20살의 저자는 "25살 때까지 1억 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1억 원은 상징적인 숫자였다. 스스로의 한계를 극한까지 시험해보는 목표였지만, 그렇다고 100억처럼 도무지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목표는 아니었다. 쉽지도 않지만 아주 불가능한 목표도 아닌 1억. 당시 이 목표는 그에게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뭐하나 내세울 것 없고 도와주는 이도 없었던 시절, 만약 스스로 그 목표를 달성해낸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아가 1억 원을 갖는다는 것은 재테크라는 산에 깃발을 꼽는 것과 다름없다. 이 돈을 모으는 순간, 이제사 비로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는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이 돈은 훗날 마중물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독자들에게 '1억 원 모으기'를 권하는 이유이다.

 

 

 

돈 습관을 잡아라 

 

'부자 지수 공식'이라는 용어를 아는가? 이는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 스탠리 교수가 발표한 것인데, 부자가 될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주는 공식이다. 1이상이 나온다면 현재 돈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반대로 그 결과가 0.5 이하라면 돈 관리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연봉이 3천만 원이고, 순자산이 5천만 원인 30세 직장인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의 지수를 계산하려면 순자산 5천만 원에 지수 10을 곱하고 나이 30에 연봉 3천만 원을 곱한 값으로 나누면 된다. 이를 계산하면 0.55가 된다. 이는 현재의 관리보다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이 컴퓨터가 아닌 이상 자신의 자산 상태나 돈의 흐름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기는 불가능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경제관리 플래너이다. 이는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지도 혹은 나침반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이 현재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효율적으로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지, 언제쯤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지 등을 보여주고 최종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게 도와주는 도구다.

 

재테크 목표

자산 상태표

현금 흐름표

 

경제관리 플래너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세 가지 과정을 습관처럼 실행해야 한다. 일단 상황에 맞는 재테크 목표를 설정한다. 그런 다음 자산상태표를 이용해 자신의 현재 자산 상태를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매월 마지막 날, 자산상태표와 현금흐름표를 다시 작성해서 그 달의 자산 상태를 점검한다. 번거럽게 느껴지지만 이를 점검하는 습관이 자신의 목표 달성에 커다란 동기를 부여하는 셈이다.

 

 

부자의 생각을 가져라

 

평범한 사람들은 부자들의 게임에서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된다.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잡는다는 것이 최상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목표가 된다면 이는 가장 성실하게 게다가 가장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납부하는 정액소득자, 즉 피고용자가 되는 것이다. 돈의 게임에서 이기려면 평균이 되어선 안 된다. 그럼에도 대부분 받는 교육이 아래와 같다고 부자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들의 음모>에서 밝히고 있다.

 

좋은 학교에 입학하라

열심히 일해라

돈을 아껴 써라

집이 최고다

집은 가장 큰 자산이자 투자 대상이다

버는 돈버다 적게 써라

빚은 빨리 갚아라

주식, 채권, 뮤추얼펀드에 골고루 분산해 장기투자하라

퇴직하면 정부연금으로 살 수 있다

 

취직이 결코 마지막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회사는 우리를 끝까지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엔 스스로 돈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세우겠다고 마음먹고, 회사를 그 징검다리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러한 준비를 세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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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브런치 시리즈 3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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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브런치>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전문가들이 흔히 '정전正典'이라고 부르는, 서구 문학의 기본이자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텍스트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 빅토리아 시대 영국 소설과 근대 러시아 문학, 그리고 상징주의 및 주지주의 시 운동의 성과물까지, 여기서 언급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본래의 예술성과 함께 최소 수십 년, 최대 수천 년간 인류의 집단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으며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온 문자 그대로의 고전들이다. - '서문' 중에서

 

 

맛있는 세계문학으로 초대하다 

 

저자 정시몬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는데, 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책을 기획, 집필하거나 좋은 책을 소개하고 번역하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이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보다는 책만 읽다가 결국 간서치看書癡가 되고 말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늘 어디 한적한 곳에서 책이나 실컷 읽고 글도 쓰고 음악도 들으며 유유자적 사는 것이 꿈이었지만 

 

 

 

 

 

 

 

 

속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이야기의 진행과 함께 매우 입체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가령 헬레네가 전남편 메넬라오스와의 결투에서 쩔쩔매다 아프로디테 여신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 돌아온 파리스에게 어떻게 말하는지 한번 보자.

"그래서 당신은 싸움에서 돌아왔군요. 차라리 당신이 한때 내 남편이었던 그 용감한 사내의 손에 쓰러졌으면 좋았으련만. 당신은 맨손과 창으로 싸우면 메넬라오스보다 뛰어나다고 떠벌리곤 했죠. 그럼 가세요, 가서 그에게 다시 도전하세요―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그러지 말라고 권해야 하죠. 왜냐하면 당신이 어리석게도 그 사람과 일대일 결투에서 마주한다면 곧 그의 창날에 쓰러져 버릴 테니까요"

전남편에게 완패하고 망신을 당한 채 돌아온 현남편 파리스를 못마땅해하면서도 그렇다고 멍청하게 또 도전하지는 말라며 걱정하는 아내 헬레네. 만약 이 대목에서 그녀가 지금 낲편 파리스를 마냥 비겁자로 조롱했다든가, 반대로 아무런 불평 없이 남편이 살아 돌아온 것을 기뻐하기만 했다면 일차원적인 캐릭터로 남아 버렸을 것이다. 이렇듯 생생한 전투 장면이나, 고대인들의 일상에서 정말 있었을 법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입체적 심리 묘사 등은 모두 <일리아스>를 고전 중의 고전으로 만드는 힘이다.

 

 

 

다음 메뉴로 괴테의 <파우스트>를 골라보자. 이 작품의 주인공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파는 대신 지상의 모든 쾌락과 지식을 얻는 거래를 하게 된다. 존경받는 학자가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는 전제는 사실 괴테의 순수 창작이 아니라 중세 말 유럽의 실존인물을 다룬 '파우스트의 전설'에서 따온 것이다.

 

비록 악역인 것은 분명하지만 무슨 먹는 것도 아니고 무려 한 사람의 영혼을 놓고 장난치려 드는 메피스토펠레스는 대놓고 미워할 수만도 없다. 그는 같은 악마의 족속임에도 사탄이나 타락 천사 루시퍼 등과는 좀 다른 캐릭터다. 심지어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악마, 파이팅!" 하고 응원하게 되는, 독자와 악역 캐릭터 사이에 스톡홀름 증후군 비슷한 심리까지 생길 지경이다.

 
왜 그런 느낌이 들까? 우선 메피스토펠레스는 비단 파우스트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 가려운 곳을 골라 팍팍 긁어 주는 존재다. 즉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해 봤지만 체면이나 주변 분위기 때문에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다. 그런 맥락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처음 접근했을 때 정체를 밝히라고 다그치는 파우스트에게 내놓는 답변이 걸작이다.

파우스트 그럼 너는 누구냐?
메피스토펠레스 나는 항상 악을 탐하면서도 언제나 선을 행하는 힘의 일부입니다.

사기꾼이 스스로를 사기꾼이라고 소개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나는 메피스토펠레스라고 합니다. 직업은 악마죠"라고 하는 것보다 위의 대답은 얼마나 시적詩的인가? 악을 추구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선을 낳는다는 표현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숨은 본성과 욕망에 호소하는 어두운 힘이 바로 악마의 특기인지 모른다.

 

 

이번엔 추리소설을 맛보도록 하자. 지금도 뮤지컬, 연극, 영화 등으로 만들어지는 셜록 홈스 시리즈는 추리소설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범죄 현장에 있는 제한된 단서를 분석해서 사건의 인과因果를 풀어내는 홈스의 추리는 너무나도 유명해 '홈스식 추리법'이라는 용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그의 추리력이 마치 독자들에겐 마술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에겐 하나의 기술에 불과하다.

 

셜록 홈스의 추리력과 관련하여 <실버 블레이즈의 모험>에 등장하는 "밤 시간 개에게 일어난 수상쩍은 상황(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또한 오랫동안 서구 지식인들의 사랑을 받아 온 표현이다. 추리력과 개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유명한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의 사육사가 살해된 사건을 조사하던 홈스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던 밤 마구간을 지키던 개가 짖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사건 관계자 중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단서와 관련해 런던 경찰청에서 파견된 그레고리 경사와 홈스 사이에 나누는 대화를 잠깐 감상해 보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만한 사항이라도 있나요?"
"밤 시간에 개에게 일어난 수상쩍은 상황을 생각해 보시죠"
"밤에 개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요"
"그게 수상쩍다는 겁니다" 홈스가 말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옛 속담을 생각해 보자. 연기가 난다는 것은 불을 지피는 일에 의한 결과물이다. 거꾸로 풀어 보면,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면 밑에서 불을 지피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실버 블레이즈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개는 낯선 사람을 보면 짖게 되어 있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나던 밤 개가 짖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거나 아니면 뭘까? 이 대목부터 홈스의 추리력은 번뜩이기 시작한다.

 

 

 

셰익스피어를 빼고서 연극을 논할 수 있을까? 그의 희극 중 현대 연극 무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손꼽히는 게 바로 <뜻대로 하세요>이다. 이 제목의 의미는 작품 속 내용과는 별 관련이 없고, 독자나 관객들이 원하는 대로 즐기고 해석하라는 그런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작품 속에서 형에게 재산을 다 뺏기고 낭인 신세가 된 올랜도, 동생 프레데릭 공작에게 영지를 뺏기고 밀려난 태공의 딸 로절린드 사이에 벌어지는 연애사가 소재인데, 많은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얽히고설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에는 숲 속으로 망명한 태공을 따라다니며 매번 중요한 순간에 썰렁한 대사를 읊어 흥겨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썰렁맨' 자크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가 2막 7장에서 중얼거리는, "세계는 하나의 연극 무대(All the world's a stage)"로 시작하는 독백 또한 셰익스피어 대사의 백미로 꼽힌다.

 

세계는 하나의 무대요,
모든 남녀는 배우일 뿐.
사람들은 저마다 퇴장과 등장이 있고,
살아가는 동안 여러 배역을
일곱 시절에 걸쳐 소화하죠.

 

이어서 그는 아기 역부터 시작되는 일곱 역할을 각각 묘사하는데, 학생, 연인, 군인을 거쳐 커리어와 허세를 좇는 중년과 장년의 배역을 소화하고 나면 끝으로 노년이 온다. 인간이 그 마지막 일곱 번째 배역을 어떻게 마무리 짓는지 보자. 심히 우울하다.

 

이 이상하고 파란만장한 역사를 끝맺는
최후의 장면은
두 번째의 철없는 아동기, 그리고 다만 망각뿐이죠,
이도 없이, 눈도 없이, 입맛도 없이, 아무것도 없이.

 

자크에 의하면 사람은 이렇게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7단계의 변신 연기를 시행하는데, 그래 봤자 결국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쯤 되면 썰렁맨 정도가 아니라 지독한 허무주의자에 가깝다. 하지만 얼핏 <뜻대로 하세요>라는 코미디와는 맞지 않을 듯이 약간 터무니없는 이 자크라는 캐릭터는 묘하게도 작품 속에 이질적이지 않게 녹아들어 있다. 약간 맛이 떨떠름한 감초 역할이라고나 할까.

 

 

 

멜빌의 <모비 딕>은 소설이긴 하지만 그 문학적 장르는 독특하다. 때로는 산문적이고 때로는 시적인 문장이 나오며, 등장인물과 배경에 풍부한 상징이 담겨 있고, 고래의 습성과 생태에 대한 박물지博物誌를 보여주는 등 여러 장르가 한데 비벼진 마치 비빔밥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모비 딕'은 거대한 흰색 향유고래의 이름이다. 그래서 '백경白鯨'이라고 소개되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도시 출신 청년 이슈마엘의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시작된다.

 

피쿼드 호의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 역시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 작품에서 스타벅은 시간이 갈수록 에이해브 선장을 교주로 모시고 모비 딕 잡기를 사명으로 여기는 사이비 종교 집단 비슷하게 변해 가는 피쿼드 호 속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에이해브와 스타벅이 나누는 대화를 잠깐 보자.

 

"하지만 스타벅 군, 이 시무룩한 얼굴은 뭐지? 자네는 흰 고래를 쫓지 않을 건가? 모비 딕 사냥에 참여하지 않을 셈인가?"

 
"에이해브 선장, 만약 놈이 우리가 따라가는 항해 경로에 나타난다면야 나는 그놈의 사악한 턱주가리를, 아니 저승사자의 턱뼈라도 사냥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 고래를 잡으러 왔지, 내 지휘관의 복수를 위해서 온 게 아닙니다. 에이해브 선장,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당신의 그 복수심이 고래 기름을 도대체 몇 배럴이나 생산할까요? 낸터킷의 고래 기름 시장에서 큰돈을 벌지는 못할 겁니다"

 

에이해브와 그 똘마니들의 으쌰으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스타벅. 하지만 비록 동료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었는지 몰라도 그의 이름은 <모비 딕>에 등장하는 어떤 캐릭터보다도 더 현대인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왜냐하면 세계 최고의 커피 브랜드라고 할 스타벅스Starbucks가 바로 그의 이름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회사 창립자들 중 한 명이 <모비 딕>의 광팬이라는 숨겨진 일화 덕분이었다.

 

 

 

마지막으로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을 음미해보자. 대학시절 포켓판으로 출간된 이 책을 늘 끼고 다녔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많아서 계속 읽을 필요가 있었고, 왠지 남에게 뭔가 있어 보일거라는 생각도 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문학도文學徒도 아니면서 그렇게 비춰지고 싶었던 다소 허세에 쩐 폼생폼사였던 셈이다.

 

시인 보들레르는 인간의 내면을 이렇게 온갖 추잡한 맹수들로 상징되는 "악덕의 더러운 동물원"이라고 정의하더니, 다시 그 악덕 가운데서도 최악의 존재는 따로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게 파괴력이 큰 악덕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 '놈'의 정체를 한번 보자. 격정에 넘치는 피날레, 시의 마지막 연聯이다.

 

권태!―눈물이라도 고인 듯한 젖은 눈으로,
놈은 담뱃대 물고 교수대를 꿈꾸지.
그대는 알리라, 독자여, 그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의 독자여,―내 동류,―내 형제여!

 

원래 프랑스어이기도 한 ennui는 흔히 권태(boredom)로 해석되지만, 무료함, 따분함보다는 삶에 대한 의지나 정열 자체가 식은 보다 심각한 정신 상태를 의미한다. 인간이 한번 여기에 빠지면 술, 마약, 도박 등의 보다 파멸적인 자극을 찾는 단계로 넘어가기 쉽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보들레르가 권태를 이토록 요주의 괴물로 묘사한 이유 역시 "교수대를 꿈꾸는", 즉 인생을 한 방에 훅 가게 할 수 있는 파괴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선의 독자여,―내 동류,―내 형제여!"로 마무리되는 이 시 한 편에서 알 수 있듯이, 보들레르의 미덕은 무엇보다 그 솔직함과 화끈함에 있다. 시인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까발리는 것은 물론이요, 그렇게 하면서 독자에게도 어서 그 구질구질한 속내를 드러내고 발가벗으라고 다그친다. 보들레르의 시를 읽으면 마치 구정물에 몸을 담갔다가 나온 듯한 느낌과 함께 역설적으로 그 구정물로 깨끗하게 '씻김굿'을 당한 듯한, 일종의 뒤틀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프랑스 상징주의 운동은 <악의 꽃>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징주의는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 프랑스에서 특히 시를 중심으로 일어난 문학 운동을 가리킨다. 보들레르는 비단 시詩뿐 아니라 문학, 미술, 음악 등 전방위 평론가로도 명성이 높았다. 그의 실제 삶도 당대의 기준과는 전혀 다르게 살아간 인물이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46세(1867년)로 생을 마감했을 때 그의 사인死因은 바로 성병인 '매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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