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써먹는 기적의 운동 20
카르스텐 레쿠타트 지음, 이은미 옮김 / FIKALIFE(피카라이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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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특성상 하루 종일 서 있다 보니 퇴근시간이 되면 피로감에 운동을 할 엄두를 못 내고 있기를 벌써 오래되었다. 하루 종일 서서 바삐 움직이다 보니 퇴근 전까지는 항상 만보를 걷고는 있지만 운동이 아니라 일이다 보니 몸을 움직인다는 느낌이 걱정을 대신해 주진 못하는 듯하다. 체력적으로 늘 피곤함이 있고 나이를 먹고 있으니 근력을 키워야겠다는 압박감이 있지만 귀찮고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만 하다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던 중에 눈에 띈 <평생 써먹는 기적의 운동 20>

이 책은 게으름뱅이들을 위한 운동법을 소개하고 있다. 어디선가 보았고 아주 손쉬워서 '정말 이걸로 운동이 되는 거야?' 싶은 의심이 마구마구 들지만 일단 한두 개씩 따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하듯 게으름뱅이들이 하는 운동이라 너무 쉬워 보이지만 역시 평소 운동 1도 안 했던 게으름뱅이들이기에 손쉬워 보이는 운동조차 몇 세트를 반복하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손쉬워 보이는 만큼 직장에서, 길을 가다가, 집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운동법이고 돈을 들여 운동기구를 사거나 헬스를 등록하지 않아도 될만한 운동이라 따라 할 의지만 있다면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침대나 소파에 누워 무병장수를 꿈꾸는 어리석음을 저자는 누누이 이야기한다. 몸은 움직이기 싫은데 건강하게 살고 싶은 생각은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살이 찌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동일하여 이 얼마나 헛된 바람인가 싶은 일침을 잊을만하면 일깨워주면서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이 이런 운동이라도 해라!라는 듯이 설명하고 있다.

돈 안 들며 편하고 간단하다 하여 내용이 터무니없이 허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팔 걷어붙이고 책을 펼쳤다면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게으름뱅이'라는 부제가 중요하며 평소 나의 운동습관이나 생활 패턴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절대 게으름뱅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는 강한 신념이 있는 사람은 이 책을 과감하게 패스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 시시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잊을만하면 거론하는 게으름뱅이들이 따라 하기에는 거창하지 않고 돈도 들지 않으며 건강적인 측면까지 고려하여 인체학적 설명이 곁들여 있어 부담 가지지 않고 읽고 따라 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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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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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공영주택 화단에 여학생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다. 신고자는 여학생의 어머니로 모든 걸 바쳐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 이렇게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숙연함을 안겨준 사건, 그렇게 <모성>의 장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둘이 살던 주인공은 단기대학을 졸업하고 섬유 회사에서 근무한다. 회사 동료의 권유로 들어간 시민문화센터 회화 교실에서 남편이 될 타도코로 사토시를 만나 데이트 신청을 받지만 그녀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평소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던 주인공은 사토시의 그림을 좋게 평가한 어머니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사토시와 결혼하게 되고 시댁에서 떨어진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늘 상냥하고 긍정적인 말을 해주셨던 어머니, 주인공은 그런 다정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바람직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녀가 딸을 낳아 어머니가 되고 이제부터 자신이 어머니에게 받았던 사랑을 어린 딸에게 나누어주겠노라 다짐하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의 삶은 비가 몹시도 내리던 날 덮친 산사태로 과거가 되어버린다.

야간 근무로 집을 비운 남편과 어린 딸, 손녀를 봐주기 위해 딸의 집에 들렀던 어머니, 갑자기 일어난 산사태는 주인공이 어머니와 딸 둘 중 누구를 구하느냐의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자신이 낳은 딸도 소중하지만 역시 주인공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필사의 힘을 다하지만 손녀를 향한 최후의 선택을 한 어머니로 인해 주인공은 더 이상 딸을 사랑할 수 없음을 예감한다.

<모성>은 자상한 어머니와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의 딸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모성은 타고나는 것인가 아닌가?의 의문 앞에서 '미나토 가나에'식의 세심하면서도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되는 듯한 묵직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기존의 소설들처럼 인간 내면의 모습을 너무도 잘 끌어내고 있어 고통스럽기까지 하지만 이 부분에서 역시 제일 큰 감탄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하지만 인간이기에 자식에게 약간의 미운 감정을 가질 수도 있고 조금은 귀찮을 때도 있으며 더러 후회란 감정을 죄악같이 느낄 때도 있음을, 아닌 듯이 감추며 나만 알고 있었던 차가운 모습들을 작가는 소설 속에 잘 담아냈다.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가는 여정이 순탄치 않고 괴로울 정도지만 그럼에도 너무 힘들기만 했던 과정에 한줄기 빛을 주는 결말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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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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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지구에 홀로 도착한 둘리.

초등학생 시절 TV를 통해 둘리를 보던 기억이 있다. 평소 만화를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둘리는 곧잘 보곤했는데 그럴 정도로 재미있었다기보다 늘 화로 가득차 있는 고길동의 캐릭터와 순진한 듯하면서 온갖 사고로 고길동의 화를 돋구는 둘리의 모습이 이상하게 궁금해져서 나도 모르게 찾아보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캐릭터에서 느껴지던 친근함에 끌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다시금 보게 된 둘리는 어린 시절 유치하게만 보였던 장면들이 이렇게나 철학적이었나 싶을 정도여서 새삼 감탄스러울 정도였는데 아무래도 멋모르던 어린시절과 지금의 삶의 깊이가 달라서이지 싶다.

어릴 땐 학업의 스트레스나 부모님의 걱정어린 잔소리, 미래에 대한 걱정, 친구와의 관계가 주였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거기서 더 폭넓은 사회적 관계로 팽창해 어른으로서 견뎌내야하는 것들과 참고 인내하는 것이 비로소 어른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 그로 인해 인내하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며 꾸역꾸역 참았던 것들이 쌓이며 내 안에서 곪아터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드는 허무함은 어릴 때와는 또 다른 삶의 고단함으로 이어져 때때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늘 활기차고 즐거운 인생을 살고 싶은데 생각과 달리 그렇게 살아지질 않고 나도 모르게 축축 쳐져서 힘겨워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버겁고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더이상 한계라는 생각과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무기력함 앞에 처해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늘 화로 가득찬 고길동도, 무언가를 이루려는 고된 노력보다 세상을 너무 설렁설렁 살아가는 듯 보여 내심 걱정스러웠던 마이콜도, 엄마를 찾고 싶은 둘리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도우너와 또치도, 그들을 보면서 우리의 인생도 계획대로 되지 않아 뒤엉키고 그로 인해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나 교훈을 얻게 되는, 길다 생각했지만 그리 길지 않은 여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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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러 월드 - 남녀 역전 미러링 소설
야즈키 미치코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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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역전 미러링 소설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워 펼쳐든 <미러 월드>

읽기 전엔 아무래도 남녀 역전이라는 설정이 남녀 역할의 사회적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겠거니 했다. 그에 반해 왠지 허를 찌르는 블랙 코미디적인 느낌도 담고 있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읽을수록 화가 나고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역겨움이 느껴져 여자로 살면서 느꼈던 온갖 부조리함과는 다른, 현실에서 여자가 겪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소설 속 남자가 겪는 모습으로 미러링 된 소설의 내용이 한층 더 충격적이고 자극적이게 느껴졌던 것 같다.

<미러 월드>는 현실에서의 남녀 역할이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며 가족을 먹여살리고 남자는 여자가 벌어오는 월급으로 생활하며 전업주부의 삶을 살거나 파트타임을 하는 일상, 여자가 의사나 경찰관, 엔지니어링이 되고 남자가 간호사나 어린이집 선생님이란 직업이 자연스러운 설정은 여자라서, 남자라서 어릴 적부터 피부에 스며든,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시해왔던 모든 것들을 뒤틀린 자화상처럼 보여준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을 때 상사의 책상을 닦거나 커피를 타주거나 복사를 하거나 타부서의 우편 송달 같은 자질구레한 일들부터 시작해야 하는, 고마운 감정보다는 의례 당연시되어 왔던 것이기에 너무도 일상적인 것들, 여자의 몸에 대해 함부로 내뱉는 몰상식한 언어들이 난무하는 공간에서, 내가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보다는 남자들의 생각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는 조금씩 탈피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미러 월드>에서는 여자들이 남자들의 몸에 대한 몰지각한 평가나 심지어 터치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한다. 현실에서의 가부장적인 모습은 가모장적인 모습으로 대체되어 돈을 벌어오는 가장인 아내는 집안일이나 아이들 교육에는 관심이 없고 집안일은 오로지 남편들이 해야 하는 일로 치부되며 싱글팜이 되면 사회적 비난과 눈초리를 받아 가며 여러 개의 파트타임을 통해 어렵게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가 보아왔던, 보아오는 그대로의 모습이 남녀 역할만 바뀌어 그대로 소설 속에 비치고 있는데 읽고 있노라면 기괴하게 느껴지면서도 온통 싫은 느낌투성이라 이런 사회를 잘도 견디며 살아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다. 여자가 봐도 이렇게 충격적인데 남자들이 읽는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너무 싫은 느낌투성인데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더 보태지 않았다는 게 아마 더 충격의 강도를 높여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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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史記 100문 100답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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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권 52만 6,500자가 담긴 <사기>, 많이 들어보았지만 사기가 무어냐고 묻는다면 웅얼거리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아마 그런 고민 때문에 저자가 100문 100답이란 형식을 빌려 사람들이 사기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친근하게 대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역사학의 성인이란 뜻에서 중국 사람들은 사마천을 '사성'이라 부른다 한다. 그 정도로 사마천에 대한 현대의 평가는 높이 인정받고도 남는데 정작 사마천은 남자로서, 인간으로서 수치스러운 궁형을 받았으니 사마천의 인생 또한 기구한데 그런 역경에도 꿋꿋하게 사기를 편찬한 그의 집념을 생각하면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놀랍기만 하다. 그렇게 접근하면 역사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인에 추앙받는 것에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으리란 생각마저 든다.

자, 그럼 사기는 어떤 책일까?

사기는 전설상의 제왕인 오제로부터 한 무제에 이르는 역사를 개관한 역사서로 본기(제왕), 표(연표), 서(제도, 문화), 세가(제후), 열전(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 기록 등을 담당하는 태사령이란 벼슬은 아버지인 사마담은 물론 사마천에게까지 이어졌으며 아버지가 시작한 역사 편찬을 사마천이 이어받은 것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유지와 직업에 대한 장인 정신으로 역사서 편찬에 한 평생을 쏟은 사마천이지만 역사의 객관적인 면보다는 주관적인 면이 더 강하기에 이에 대한 의견은 충분히 분분했고 사마천이 창안해낸 기전체 방식에서 제왕만 들어가야 하는 본기에 왕이 되지 못한 항우와 여 태후를 넣었다 해서 보수적인 역사학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마저도 위대할 뿐이지만 보고 생각하는 견해는 다양하니 그런 일도 있었구나 싶었다.

저자는 사마천이 창안한 기전체를 높이 사서 책에 실었는데 한 인물이 다른 인물과 엮이고 가지치기를 하듯 뻗어나가는 인물들과의 관계를 원칙을 세우지 않고 정리했다면 정리하는 이도, 보는 이도 꽤 많이 피곤한 책이 되었겠지만 각각 주제를 정리하여 따로 담아냈으니 이 얼마나 역사 편찬의 고심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인듯하다.

<사마천 사기 100문 100답>은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물음들에 저자가 답을 달아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 사기나 사마천이 언급된 책들과는 다른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독자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확실히 기존에 읽었던 사기에 관한 글보다 머릿속에 더 잘 들어오며 더 흥미롭게 읽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전문가가 보기엔 너무 수준이 낮은 쉬운 이야기로 쓰인 것은 아닐까란 노파심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수를 헤아릴 때 이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책은 없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특히 고조선이 멸망하며 한사군의 이야기가 나오는 '조선열전'은 중국에 의한 역사왜곡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더 관심 있게 읽혔던 것 같다. 어렵기만 해서 좀처럼 손에 잡기 어려웠던 중국 역사서들이 이렇게 쉽게 풀이되어 있다면 좀 더 기억에 오래 남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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