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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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사인 '단'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타인의 비말을 통해 그 사람의 미래를 스치듯 볼 수 있다는 것인데 노스트라다무스처럼 거창하게 미래를 예언한다거나 등의 일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이 전파하는 비말을 통해 미래의 영상을 본다는 것은 앞으로 일어날 사고를 자신이 어찌할 수 없다는 죄책감에 단은 늘 마음이 무겁다. 다행히라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자신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며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힘겨워하지 말것과 마음의 부채로 인해 피폐해진 정신을 상담해줄 의사를 알아두라는 조언을 남겼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단은 학생인 사토미 다이치와 대화하던 중 사토미의 갑작스러운 기침으로 그의 미래를 보게 되는데 기차가 탈선하는 영상이 마음에 걸려 사토미에게 기차를 타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예언은 그대로 적중하게 되고 사토미의 아버지로부터 만나자는 제안을 받은 단은 평범한 공무원인 줄 알았던 사토미의 아버지가 사실은 내각에서 일하는 공무원으로 자신이 예언한 기차 탈선 사고가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인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역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반면 단이 근무하는 학교 학생인 후토 마리코는 소설을 써서 단에게 보여준다. 그 속에 등장하는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는 몇년 전 SNS상에서 고양이를 학대했던 자들을 쫓아 처벌할 것을 학대받은 고양이 주인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수행중이다.

<페퍼스 고스트>는 단의 기이한 능력과 후토 마리코의 소설 속 등장인물의 활약이 번갈아가면서 이어진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기대감에 한껏 고양되어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작가 특유의 낯익은 문체가 웃프게 다가온다. 웃기면서도 슬픈, 묘한 느낌이 바로 이사카 코타로의 매력인데 이번 작품은 덜 무거운 느낌을 받았다.

단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이어지나? 싶은 궁금증으로 몰입하여 읽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전개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제목이 무슨 뜻인지 소설을 읽기 전에 봤음에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쫓아가다가 앗!하게 되는, 이런 부분에서 당할 줄 몰랐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역시 이사카 코타로하게 되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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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써먹는 기적의 운동 20
카르스텐 레쿠타트 지음, 이은미 옮김 / FIKALIFE(피카라이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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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특성상 하루 종일 서 있다 보니 퇴근시간이 되면 피로감에 운동을 할 엄두를 못 내고 있기를 벌써 오래되었다. 하루 종일 서서 바삐 움직이다 보니 퇴근 전까지는 항상 만보를 걷고는 있지만 운동이 아니라 일이다 보니 몸을 움직인다는 느낌이 걱정을 대신해 주진 못하는 듯하다. 체력적으로 늘 피곤함이 있고 나이를 먹고 있으니 근력을 키워야겠다는 압박감이 있지만 귀찮고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만 하다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던 중에 눈에 띈 <평생 써먹는 기적의 운동 20>

이 책은 게으름뱅이들을 위한 운동법을 소개하고 있다. 어디선가 보았고 아주 손쉬워서 '정말 이걸로 운동이 되는 거야?' 싶은 의심이 마구마구 들지만 일단 한두 개씩 따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하듯 게으름뱅이들이 하는 운동이라 너무 쉬워 보이지만 역시 평소 운동 1도 안 했던 게으름뱅이들이기에 손쉬워 보이는 운동조차 몇 세트를 반복하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손쉬워 보이는 만큼 직장에서, 길을 가다가, 집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운동법이고 돈을 들여 운동기구를 사거나 헬스를 등록하지 않아도 될만한 운동이라 따라 할 의지만 있다면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침대나 소파에 누워 무병장수를 꿈꾸는 어리석음을 저자는 누누이 이야기한다. 몸은 움직이기 싫은데 건강하게 살고 싶은 생각은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살이 찌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동일하여 이 얼마나 헛된 바람인가 싶은 일침을 잊을만하면 일깨워주면서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이 이런 운동이라도 해라!라는 듯이 설명하고 있다.

돈 안 들며 편하고 간단하다 하여 내용이 터무니없이 허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팔 걷어붙이고 책을 펼쳤다면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게으름뱅이'라는 부제가 중요하며 평소 나의 운동습관이나 생활 패턴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절대 게으름뱅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는 강한 신념이 있는 사람은 이 책을 과감하게 패스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 시시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잊을만하면 거론하는 게으름뱅이들이 따라 하기에는 거창하지 않고 돈도 들지 않으며 건강적인 측면까지 고려하여 인체학적 설명이 곁들여 있어 부담 가지지 않고 읽고 따라 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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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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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공영주택 화단에 여학생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다. 신고자는 여학생의 어머니로 모든 걸 바쳐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 이렇게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숙연함을 안겨준 사건, 그렇게 <모성>의 장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둘이 살던 주인공은 단기대학을 졸업하고 섬유 회사에서 근무한다. 회사 동료의 권유로 들어간 시민문화센터 회화 교실에서 남편이 될 타도코로 사토시를 만나 데이트 신청을 받지만 그녀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평소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던 주인공은 사토시의 그림을 좋게 평가한 어머니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사토시와 결혼하게 되고 시댁에서 떨어진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늘 상냥하고 긍정적인 말을 해주셨던 어머니, 주인공은 그런 다정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바람직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녀가 딸을 낳아 어머니가 되고 이제부터 자신이 어머니에게 받았던 사랑을 어린 딸에게 나누어주겠노라 다짐하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의 삶은 비가 몹시도 내리던 날 덮친 산사태로 과거가 되어버린다.

야간 근무로 집을 비운 남편과 어린 딸, 손녀를 봐주기 위해 딸의 집에 들렀던 어머니, 갑자기 일어난 산사태는 주인공이 어머니와 딸 둘 중 누구를 구하느냐의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자신이 낳은 딸도 소중하지만 역시 주인공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필사의 힘을 다하지만 손녀를 향한 최후의 선택을 한 어머니로 인해 주인공은 더 이상 딸을 사랑할 수 없음을 예감한다.

<모성>은 자상한 어머니와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의 딸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모성은 타고나는 것인가 아닌가?의 의문 앞에서 '미나토 가나에'식의 세심하면서도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되는 듯한 묵직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기존의 소설들처럼 인간 내면의 모습을 너무도 잘 끌어내고 있어 고통스럽기까지 하지만 이 부분에서 역시 제일 큰 감탄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하지만 인간이기에 자식에게 약간의 미운 감정을 가질 수도 있고 조금은 귀찮을 때도 있으며 더러 후회란 감정을 죄악같이 느낄 때도 있음을, 아닌 듯이 감추며 나만 알고 있었던 차가운 모습들을 작가는 소설 속에 잘 담아냈다.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가는 여정이 순탄치 않고 괴로울 정도지만 그럼에도 너무 힘들기만 했던 과정에 한줄기 빛을 주는 결말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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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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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지구에 홀로 도착한 둘리.

초등학생 시절 TV를 통해 둘리를 보던 기억이 있다. 평소 만화를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둘리는 곧잘 보곤했는데 그럴 정도로 재미있었다기보다 늘 화로 가득차 있는 고길동의 캐릭터와 순진한 듯하면서 온갖 사고로 고길동의 화를 돋구는 둘리의 모습이 이상하게 궁금해져서 나도 모르게 찾아보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캐릭터에서 느껴지던 친근함에 끌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다시금 보게 된 둘리는 어린 시절 유치하게만 보였던 장면들이 이렇게나 철학적이었나 싶을 정도여서 새삼 감탄스러울 정도였는데 아무래도 멋모르던 어린시절과 지금의 삶의 깊이가 달라서이지 싶다.

어릴 땐 학업의 스트레스나 부모님의 걱정어린 잔소리, 미래에 대한 걱정, 친구와의 관계가 주였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거기서 더 폭넓은 사회적 관계로 팽창해 어른으로서 견뎌내야하는 것들과 참고 인내하는 것이 비로소 어른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 그로 인해 인내하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며 꾸역꾸역 참았던 것들이 쌓이며 내 안에서 곪아터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드는 허무함은 어릴 때와는 또 다른 삶의 고단함으로 이어져 때때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늘 활기차고 즐거운 인생을 살고 싶은데 생각과 달리 그렇게 살아지질 않고 나도 모르게 축축 쳐져서 힘겨워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버겁고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더이상 한계라는 생각과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무기력함 앞에 처해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늘 화로 가득찬 고길동도, 무언가를 이루려는 고된 노력보다 세상을 너무 설렁설렁 살아가는 듯 보여 내심 걱정스러웠던 마이콜도, 엄마를 찾고 싶은 둘리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도우너와 또치도, 그들을 보면서 우리의 인생도 계획대로 되지 않아 뒤엉키고 그로 인해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나 교훈을 얻게 되는, 길다 생각했지만 그리 길지 않은 여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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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러 월드 - 남녀 역전 미러링 소설
야즈키 미치코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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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역전 미러링 소설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워 펼쳐든 <미러 월드>

읽기 전엔 아무래도 남녀 역전이라는 설정이 남녀 역할의 사회적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겠거니 했다. 그에 반해 왠지 허를 찌르는 블랙 코미디적인 느낌도 담고 있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읽을수록 화가 나고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역겨움이 느껴져 여자로 살면서 느꼈던 온갖 부조리함과는 다른, 현실에서 여자가 겪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소설 속 남자가 겪는 모습으로 미러링 된 소설의 내용이 한층 더 충격적이고 자극적이게 느껴졌던 것 같다.

<미러 월드>는 현실에서의 남녀 역할이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며 가족을 먹여살리고 남자는 여자가 벌어오는 월급으로 생활하며 전업주부의 삶을 살거나 파트타임을 하는 일상, 여자가 의사나 경찰관, 엔지니어링이 되고 남자가 간호사나 어린이집 선생님이란 직업이 자연스러운 설정은 여자라서, 남자라서 어릴 적부터 피부에 스며든,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시해왔던 모든 것들을 뒤틀린 자화상처럼 보여준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을 때 상사의 책상을 닦거나 커피를 타주거나 복사를 하거나 타부서의 우편 송달 같은 자질구레한 일들부터 시작해야 하는, 고마운 감정보다는 의례 당연시되어 왔던 것이기에 너무도 일상적인 것들, 여자의 몸에 대해 함부로 내뱉는 몰상식한 언어들이 난무하는 공간에서, 내가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보다는 남자들의 생각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는 조금씩 탈피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미러 월드>에서는 여자들이 남자들의 몸에 대한 몰지각한 평가나 심지어 터치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한다. 현실에서의 가부장적인 모습은 가모장적인 모습으로 대체되어 돈을 벌어오는 가장인 아내는 집안일이나 아이들 교육에는 관심이 없고 집안일은 오로지 남편들이 해야 하는 일로 치부되며 싱글팜이 되면 사회적 비난과 눈초리를 받아 가며 여러 개의 파트타임을 통해 어렵게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가 보아왔던, 보아오는 그대로의 모습이 남녀 역할만 바뀌어 그대로 소설 속에 비치고 있는데 읽고 있노라면 기괴하게 느껴지면서도 온통 싫은 느낌투성이라 이런 사회를 잘도 견디며 살아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다. 여자가 봐도 이렇게 충격적인데 남자들이 읽는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너무 싫은 느낌투성인데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더 보태지 않았다는 게 아마 더 충격의 강도를 높여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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