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어도 힙합
정재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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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끌리는 표지는 아니다. 강렬한 붉은색이지만 왠지 이념적인 글이 잔뜩 담겨 있을 듯한 느낌이라 이 소설이 무슨 느낌일지 감도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처음 만나게 되는 작가님이다 보니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시작하는 단편부터 드립이 장난 아니다 ㅋ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신나게 읽어제끼게 만드는 힘을 지닌 <곧 죽어도 힙합>

<곧 죽어도 힙합>은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아무래도 도입부부터 황당함과 강렬함을 모두 선사했던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열정과 야망을 갖춘 지선이 아파트에서 자신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다단계 물건을 팔기 위한 애환? 을 다루고 있다. 밑밥까지 깔아놨고 이제 그동안 뿌린 씨앗이 열매가 되어 돌아오기를 바라마지않던 설명회는 갑자기 터진 살인사건으로 인해 무산되고 지선은 계획이 틀어지는 것에 조바심을 내 살인마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얻어낸 단서 하나, 여자의 몸으로 십여 명의 남자를 교살했지만 경찰의 끈질긴 추격에도 잡히지 않고 도망 중인 지명수배범이 자신의 옆집에 산다고 확신한 후 뒤를 밟지만 애먼 사람임을 알게 되는데....

형사 추리물을 담은 단편도 있고 세계 멸망을 앞두고 고백을 실행하기 위해 험난함을 무릅쓴 주인공도 있다. 싸한 이야기, 현실의 모습을 블랙코미디로 담은 이야기, 왠지 먹먹하게 만드는 이야기, 코믹한데 황당해서 어리둥절하게 되는 소설도 있어서 추구하는 분위기가 이런 것이라고 탁 꼬집어내기에는 기분 좋음을 느끼게 되는 단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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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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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슈퍼마켓 프랜차이즈 본사 영업전략과 소속인 사쿠코는 일과 관련하여 여러 지점을 돌아다니는데 다른 지점과 다르게 센스 있는 채소 배열이나 상품 이름이 돋보이는 야마나카점 방문을 특히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센스를 발휘했던 직원이 다카하시란 사실을 알게 되고 반가운 마음이 들지만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다카하시와의 첫 대면은 예상하지 못한 인연이 되어 둘을 연결한다.

남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을 가리켜 '에이로맨틱'이라 하며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것을 '에이섹슈얼'이라 칭한다 한다. 사는 것에 지치고 무기력하거나 즐거운 일로 너무 바빠서 누군가에게 관심을 둘 여유가 없기에 연애 감정을 느낄 새가 없는 거라면 모를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따위 느끼지 않는다는 게 과연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생소한 감정이지만 실제로 이런 감정을 느낀 사람들이 있고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은 타인과 다르지만 그것을 일반인의 잣대에 댈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결혼 적령기가 되었지만 그냥 나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은 사쿠코, 여동생은 이미 결혼해서 둘째를 임신 중인 상황에서 엄마는 사쿠코가 얼른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했으면 바라는 마음에 잔소리를 해댄다. 그 시점에 친구 지즈루가 함께 살 룸메이트를 구하기에 사쿠코는 지즈루와 함께 살기를 결심한다. 하지만 지즈루와의 동거가 깨지며 낙심한 사쿠코는 인터넷 검색 중 남에게 연애 감정이나 성적 끌림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담은 블로그를 접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이어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다카하시란 것을 알게 된 사쿠코는 다카하시에게 동거할 것을 제의하고 그렇게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두 사람의 동거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둘을 바라보는 주변의 눈초리가 고울 수는 없었으니 딸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가 바라보기에는 이보다 더 기묘한 동거는 없었으니 소설은 다카하시와 사쿠코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마찰과 일반인과 다르지만 그 또한 정답에서 벗어나는 삶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내가 예상할 수 없다 해서 그것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님을, 정답이라 정의 내린 수많은 것들이 과연 정답이었을까 의심을 품게 되는 일들을 나이가 먹으며 자주 느끼게 되는데 이 소설도 그런 면에서는 신선한 주제여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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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배틀 케이스릴러
주영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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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일억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반포동 하이프레스티지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셋째를 임신 중인 부인은 베란다 난간에 걸쳐진 채로 사망했고 남편은 등에 칼이 꽂힌 채 발견된 기괴한 사건,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추석을 맞아 '홈스위홈 SNS 이벤트'를 개최했던 엘스 전자 SNS 마케팅팀 미호는 행복해 보이는 가족 응모 사진에서 17년 전 절연했던 친구 오유진을 보게 된다. 눈부신 미모와 뭐하나 부족함 없어 보이는 집안 분위기, 자상하고 다정해 보이는 남편과 토끼같이 귀여운 딸들, 예상치 못한 유진의 사진에 미호는 혼란스러움을 느끼지만 회사의 이미지에 맞는다는 의견에 선정된 유진은 정작 연락이 닿지 않는다. 며칠 후 미호는 유진과 함께 고등학교 친구였던 세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최근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반포동 살인사건의 주인공이 유진이란 것을 알게 된다.

<행복 배틀>은 고등학교 시절 유진과 미호, 세경의 이야기와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절연 후 17년이 지나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유진의 삶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절연했지만 살인사건의 당사자가 유진이란 것을 알게 된 미호와 세경은 장례식장을 찾고 그곳에서 유진의 딸이 다녔던 유치원 같은 반 엄마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다가가 생전 유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던 미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더욱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친해 보이지만 묘하게 냉담하고 나사가 빠진듯한 유치원 엄마들, 그리고 그 속에서 미호는 유치원 같은 반 모임이었던 정아와 나영, 유진에게 어떤 사건이 발생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사이가 틀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찾기 위해 평소 그녀들이 즐겨 사용했던 sns를 살펴보기 시작한 미호는 세 명이 행복 배틀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가누가 더 행복한가, 잣대가 되는 것은 내가 가진 물질적인 것들, 나 하나만을 사랑해 마지않는 남편, 귀여운 아이들, 세 명 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약간의 콘셉트를 달리하며 sns에서 뽐내듯 자신들의 행복을 발산했고 그에 대한 그녀들의 대답은 질투와 시기 어린 댓글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보이는 것에만 현혹돼버린 그녀들, 타인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삼아 브레이크 없이 달리기만 했던 그녀들을 기다렸던 것은 그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는 현실이었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사악한 본성, 관음증 환자에 가까울 만큼 자신의 삶을 거짓으로 도배했던 그녀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소설을 읽는 동안 점점 더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녀들이 쟁취하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죽음보다 더 맞닥뜨리기 힘들었던 진실 앞에 위태해 보이는 그녀들의 결말은 어떻게 되는 걸까?

기묘하면서도 자극적인 살인사건, 그 이면에 숨어있는 불쾌한 인간의 민낯, 그녀들은 잠깐이나마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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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 삼겹살 다이어트 - 맘컷 먹고 살 빼는 과탄단 분리식단
일보접근 지음 / 비엠케이(BM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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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도 아닌데 몸무게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라 체중계를 바꾸었다. 하지만 체중계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살이 오른 게 맞아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몸무게가 쉽사리 변하지 않는 가운데 <치맥, 삼겹살 다이어트>라는 책을 발견했다. 제목부터가 너무 파격적이라 다분히 의심스러운 가운데 도대체 삼시 세끼를 다 먹고, 무려 치맥을 먹고서도 살을 10kg이나 감량할 수 있었던 원리가 뭘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치킨, 맥주, 삼겹살, 과일, 국수, 빵까지 먹고서도 10kg을 감량할 수 있다니, 어느 유명인의 공중부양론이 떠오를 만큼 어처구니가 없어 콧방귀가 절로 나왔고 심지어 치맥에 삼겹살, 빵과 국수의 칼로리를 생각했을 때, 굳이 칼로리를 생각하지 않고 경험에 빗대어 생각해도 내가 이것들을 먹고 그동안 살이 쪘으면 쪘지 빠진 적이 없었기에 더 궁금했었다. 아마 몸무게를 신경 쓰고 살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듯이 제목을 안 봤으면 모를까 봤다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다이어트법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치맥, 삼겹살 다이어트>의 주요 핵심은 바로 과탄단 분리 식단인데 치맥에 삼겹살을 먹고도 살이 빠진다는 말만큼이나 충격적인 관리여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참 머리를 여러 번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당분이 있는 과일이 다이어터들에겐 좋지 않아 주야장천 토마토 레시피만 들여다봤던 나로서는 과일도 마음껏, 빵도 마음껏, 국수도 마음껏, 곳간에서 쌀 퍼주듯 막 먹어도 된다고 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단, 분리해서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마음껏 먹으라고 해서 모든 음식을 다 먹어도 된다는 말은 또 아니다. 아침은 과일로, 점심은 탄수화물, 저녁엔 단백질 섭취를 하라고 제시하며 역시 포인트는 분리식단답게 섞어먹으면 안 됨을 강조한다. 먹고 싶은 대로 양껏 먹어도 살이 빠진다는 거짓말 같은 다이어트법! 하지만 센세이션한 다이어트법보다 이 책을 쓴 저자의 현란한 글솜씨가 더 돋보이는지라 '자 뭐라고 하나 지켜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펼쳤다가 깔깔거리면서 보게 되는 책이다. 책을 읽고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막막한 독자들을 위해 직접 레시피를 소개했으니 올여름 죄책감 없이 신나게 먹고도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은 독자라면 실천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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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향한 완벽한 몰입 - 무의미한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8가지 다짐
조슈아 베커 지음, 이현주 옮김 / 와이즈맵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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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무의미한 것들이라 하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무의미하다는 말로 정의하기는 그렇지만 너무 과도한 시간을 들이고 있기에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SNS를 하는 시간인데 한 주간 스크린 사용량 알림을 볼 때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떠서 적잖은 당황스러움과 반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를 꼽으라면 체지방 감량과 외국어 자격증 시험 도전, 운동 등과 같은, 매년 반복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도전하지 않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최근 고민하는 것 중 꼽는다면 이 정도일 텐데 직장 생활이 힘들다며 자기합리화 뒤로 도전은 점점 밀려나고 그로 인해 현실에 안주하려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에 꽤나 불편한 마음이지만 좀처럼 일어서지 못하고 있던 차에 <삶을 향한 완벽한 몰입>이라는 제목에 격하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 듯하다.

<삶을 향한 완벽한 몰입>은 '무의미한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8가지 다짐'을 담은 글로 저자 '조슈아 베커'는 미니멀리즘 운동의 전설적 인물로 꼽힌다고 한다. 미니멀리즘 하면 일본 살림을 재정비하여 심플한 집안 환경을 담은 사진만 접했던 터라 외국인이 전하는 미니멀리즘이 꽤나 신선하게 다가와졌던 것도 같다. 그리고 그의 그런 미니멀한 삶이 일상을 단순하고 최소화함으로써 삶에 대한 목표를 더욱 뚜렷하게 해줬던 것 같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집중을 다룬 1부와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한 8가지 다짐을 담은 2부, 8가지 다짐을 구체화하며 후회 없는 내일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 3부, 의미 있고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한 1~3부의 삶의 제시를 거쳐 제대로 된 삶에 몰입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기적을 담은 4부로 나뉜다.

책을 읽고 있으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비효율적이고 쓸데없이 낭비하는지 체감하게 된다. 평상시에도 알고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마주하기 힘들었던 문제들이라 에둘러 피하기만 했다면 책을 읽으면서 객관화가 되어 끝없는 반성과 다짐으로 이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나 자신만을 위한 것에서 영역을 넓혀 이타적인 마음으로 삶의 영역을 확대할 때 더 큰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에 남는다. 아마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피부로 당장 와닿지 않는 이상적인 말로 들리겠으나 오랫동안 신앙의 힘으로 살아온 저자의 경험이 담긴 것을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느끼는 폭과는 다를 것 같다.

비장해 보이는 제목이지만 사실 엄청나게 거창하지는 않다. 읽다 보면 누구나 다 알지만 외면했던 내용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사실 제일 개선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자기합리화하며 얼렁뚱땅 넘어갔던 것들이란 걸 알 수 있다. 개선하지 못해 매번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잘못된 습관들로 이어진 삶이 지금의 나를 형성하게 되었으니 만족돼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실천하지 않았던 문제들,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을 실천하지 못했던 내 삶을 더욱 가치있게 다듬어주는 안내서 같은 글들이라 현재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 독자라면 단순하게 열거된 항목들이 지침서처럼 다가와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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