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 불멸의 신과 영웅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
아델 게라 지음, 강경화 옮김 / 열림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즘 너희들이 즐겨 보는 책 중에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잖아. 그리고 그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해 퀴즈를 내고 맞추는 놀이도 자주 하잖아. 아빠는 어렸을 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어. 어른이 되어 읽어 보긴 했는데 유명한 이야기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만 조금 알고 잘 기억을 못한단다.. 그런데 너희들은 그 어려운 이름들을 어찌 다 외우는지… 역시 어렸을 때 기억력이 더 좋은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너희들이 요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아빠는 한참 전에 사두고 읽지 않은 책 한 권이 생각나더구나. <트로이>라는 책이야. 장르도 모르고 어디서 샀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그런 책이 있다는 생각이 나서 한참 시간을 들여 찾아냈단다. 책 아랫쪽에 REBOOK”이라는 인주가 찍혀 있는 것을 보니, 예전에 파주출판단지 리퍼북을 파는 서점에서 산 것 같구나. 책띠지에 청소년 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하지만,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위트 브레드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써 있더구나. 청소년들이 주 독자층인 책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어. 워낙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유명해서 큰 줄기는 알고 있었어. 이 책은 소설인데트로이의 영웅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트로이에 살고 있는 어떤 두 자매가 주인공인 소설이란다. 두 자매를 통해서 트로이 전쟁에 상황 또한 다 이야기가 되고 있으니, 다시 생각해보니 주인공은 그 자매가 아니고바로 트로이 자체가 주인공이구나 싶었단다.

 

1.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너희들에게 해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구나.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빠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 말이야. 그래도 아빠의 기억력을 보조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단다. 제우스의 손자 펠레우스와 바다의 신 테티스의 결혼식 날, 초대를 받기 못한 불화의 신 에리스가 화가 잔뜩 나서 몰래 사과 하나를 던지고 가장 아름다운 신의 것이라고 써 놓았지. 헤라아테나아프로디테는 서로 자기 것이라고 싸워서 제우스가 그 판결을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하라고 했어. 세 여신은 파리스를 회유를 했는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한 아프로디테에게 그 사과를 주었지. 이에 헤라와 아테나는 불같이 화를 내고 돌아갔어.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나를 파리스에게 주었어. 그런데 문제는 헬레나는 이미 결혼한 몸이라는 거지. 그리스 아가멤논 왕의 동생 메넬라오스의 부인으로 딸도 있었어. 그런 헬레나를 파리스에게 주었으니 불란을 일으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어. 이 일이 전쟁의 주된 이유였는지핑계를 삼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리스는 대군을 이끌고 트로이를 쳐들어와 전쟁을 벌였단다.

그리스 진영에는 아가멤논 왕헬레나의 이제는 전(남편이 된 메넬라오스.. 그리고 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미친 척까지 했다가 아가멤논 왕에게 끌려온, 아름다운 절세 미인 페넬로페를 부인으로 둔 오디세우스가 있었어. 이에 맞서는 트로이에는 프리아모스 왕의 두 왕자 헥토르와 파리스가 있었지. 그렇게 시작한 그들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10년 가까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고, 트로이 사람들은 전쟁이 일상이 되었단다.

잠깐 트로이 왕족 집안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게이미 너희들은 다 알고 있겠지만… 프리아모스 왕과 왕비 헤카베가 있었고, 그들 사이에 여러 아들과 딸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에 헥토르 왕자와 파리스 왕자가 있었고, 카산드라 공주와 헬레노스 공주가 있었단다. 헥토르 왕자의 부인은 안드로마케라는 사람이고그들은 아스티아낙스라는 아들이 있었어. 파리스 왕자는 그리스에 온 헬레나와 함께 살고 있었어.

 

2. 

크산테와 동생 마르페사.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란다. 그들은 산에서 태어나서 부모 없이 자랐단다. 크산테는 헥토르와 안드로마케가 보살펴 주었고, 마르페사는 파리스와 헬레나가 보살펴 주었단다. 전쟁이 시작할 때만 해도 어린이들이었는데, 이제 그들도 다 자라서크산테는 부상병을 돕는 간호사로 피의 방에서 일했어. 어느날 알라스토르라는 부상병이 왔는데, 이때 크산테는 에로스의 사랑에 맞게 되어 알라스토르를 사랑하게 된단다. 크산테에게는 절친 폴리스테나가 있는데, 폴리스테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트로이의 유명한 시인이었어. 그리고 그들의 친구 중에는 마굿간지기 이아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아손은 크산테를 좋아하고폴리스테나는 이아손을 좋아하고, 크산테는 알라스토르를 좋아하고… 에로스와 아프로디테의 장난이 너무 심하구나.

그리스 진영에는 싸움에서 진 적 없고 죽지 않는다고 소문난 아킬레우스가 합류했다고 하고 헥토르는 그 아킬레우스와 결전을 하기로 했어. 결전을 앞둔 헥토르는 환자들을 격려하고 위해 피의 방에 방문했었어. 그렇게 헥토르는 자신들의 부하들을 잘 챙겼어. 그런데 결전이 있던 날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과 다투고 전투에 불참했고, 아킬레우스의 친구 라프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캍과 갑옷을 입고 전투에 출전했다가 헥토르의 공격에 그만 죽고 말았단다. 트로이는 이 승리에 한풀 들떠 있었지만곧 아킬레우스가 복수한다는 소문이 돌았어.

크산테는 자신이 피의 방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동생 마르페사에게 대신 부탁해서 마르페사가 피의 방에 가서 알라스토르를 보고 있을 때 아프로디테가 나타나서 그 둘에게 사랑의 씨앗을 뿌려 놓았어. 그렇게 마르페사와 알라스토트는 사랑에 빠지게 된단다. 마르페사는 괴로워했어. 알라스토르는 언니 크산테가 좋아하는 남자였잖아. 그런 것도 모르고 알라스토르는 마르페사에게 대쉬를 하고 마르페사도 그것을 거절하지 못했어. 이 모든 것이 아프로디테 때문이라고 했어.

한편 헥토르와 아킬레우스는 결투를 했고, 그 결투에서 헥토르는 그만 죽고 말았어.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매달고 끌고 다니면 친구의 복수와 승리의 기쁨을 누렸단다. 헥토르의 전쟁은 트로이에 큰 슬픔이었단다. 헥토르 왕자는 토로이 백성들이 모두 사랑했었거든.. 부인 안드로마케는 큰 슬픔에 빠졌단다. 그 어떤 위로도 필요 없었어. 헬레나가 위로를 했지만이 전쟁의 원인이 헬레나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남편의 죽음에 헬레나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여 더 미워하게 되었어. 아들을 보는 것도 뒷전이었어. 그래서 크산테가 헥토르의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를 보살펴주었어. 이렇게 크산테가 헬레나와 아스티아낙스를 돌보고 있는 동안에 마르페사와 알라스토르의 사랑은 점점 불타오르고 과감해졌단다.

 

3.

프라이모스 왕은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아킬레우스를 찾아갔어. 그리고 무릎을 꿇고 간청했어. 헥토르의 시신을 달라고. 아킬레우스는 그 부정의 감동을 해서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주고 프라이모스 왕은 아들의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단다.

복수는 끝없는 복수를 낳는 법. 파리스는 아킬레우스의 약점을 알고 있었어. 아킬레우스의 엄마 테티스가 그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 죽음의 강에 넣었다 뺐는데 발목 뒷꿈치는 손으로 잡고 있어서 죽음의 강에 젖지 않았다는 것을... 그 발목 뒤꿈치는 후에 아킬레우스의 건으로 부르게 되었고, 어떤 사람의 약점을 가리켜 아킬레우스의 건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단다. 아무튼파리스는 그 아킬레우스의 발 뒤꿈치를 화살로 정확히 맞췄고 그로 인해 아킬레우스는 죽고 말았단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어. 아킬레우스의 친구 필로크테테스는 헤라클라스의 활을 이용해서 파리스를 쏴서 죽었어. 헥토르와 파리스… 트로이의 두 왕자는 모두 죽고 말았어. 이제 헬레나도 미망인이 되었어.

한편 마르페사는 알라스토르의 아이를 임신을 하게 되었어. 그런데 알라스토르의 엄마가 완전 극성인 엄마였어. 이미 알라스토르의 아내될 사람을 점지하고 있었지. 알라스토르는 엄마의 말을 잘 듣는 마마보이였고… 마르페사는 알라스토르와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괴로워하고 그것 때문인지 아이도 유산하게 되었단다. 나중에 언니 크산테에게 모두 이야기하고 용서를 빌었어.

....

파리스가 죽고 난 다음 트로이와 그리스의 전쟁의 어떻게 되었을까..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트로이 목마 작전… 트로이는 그리스의 트로이 목마 잔전에 완전히 속아서 대패하고 말았단다.  10년 넘게 이어진 길고 무서운 전쟁은 그렇게 끝이 났어. 트로이 시민들은 많이 죽거나 부상당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리스 사람들의 노예가 되었어. 이 전쟁의 원인이었던 헬레나는 다시 그리스로 데려갔단다. 헬레나는 그리스로 가면서 자신이 보살폈던 마르페사를 데리고 갔고, 마르페사는 언니 크산테도 같이 데리고 갔단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이 자라고 사랑하고 추억을 키웠던 트로이를 떠났단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단다. 너희들이 이 편지를 읽고 나면더 할말이 많다고 할 것 같구나. 더 많은 영웅들을 이야기할 테고, 더 많은 신들을 이야기할 테고 트로이 전쟁 이후의 이야기도 하려고 할 테고 말이야.

.

아빠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예전에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읽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단다. 어렴풋하게 그 책들의 줄거리도 떠올랐어. 나중에 너희들이 커서 이런 책들도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했으면 좋겠구나. 그럼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 “크산테알고 있지조금 있으면 부상자들이 들이닥칠 거야.

책의 끝 문장 : 트로이를 향해 몰려가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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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동문선 현대신서 102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창실 옮김 / 동문선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천재 수학자들 중에는 괴짜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리고 사회 생활을 극도로 멀리하고, 집에 박혀 지내는 히키코모리 같은 천재 수학자들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었단다. 그런데 히키코모리 스타일의 피아니스트라면? 피아니스트라고 하면 보통 대중들 앞에서 공연을 하면서 대중들과 소통을 하면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사람들 만나는 것을 싫어하고 혼자 있으려고만 한다면 어떨까.

글렌 굴드. 그런 마치 괴짜 수학자를 보는 듯한 천재 피아니스트가 있었으니, 바로 글렌 굴드라는 사람이란다. 아빠가 이 사람을 알게 된 것은 풍월당 박종호님의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 그리고 인터넷 서점 서핑을 하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읽었단다.

 

 

1.

아빠는 절대자의 존재를 믿지 않는단다. 그런데 이 굴렌 굴드라는 사람의 인생을 알게 되고 나서, 혹시 절대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천상의 피아니스트를 실수로 지구로 내려 보낸 것은 아닌지.. 그래서 지구의 생활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피아노를 치는 것. 그것도 피아노에 푹 빠져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심지어 중얼거리면서 치다니. 자신의 피아노곡에 자신의 몸을 실은 것 같은 체스처. 건반 가까이 코가 닿을 것만 같은 자세로 말이야.

절대자가 그의 포지션을 실수로 잘못 지정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어. 그 실수를 뒤늦게 알게 되어 그를 빨리 천상으로 데리고 간 것은 아닌지절대자가 아니라면 유전자들이 그런 사람을 만들어낸 것인가? 유전자들의 짓이라면, 왜 글렌 굴드와 같은 사람을 조정했을까? 다른 유전자들에게 가끔은 신비의 음악을 들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는 1932년생이고, 캐나다에서 태어났단다. 음악을 하는 부모님의 영향이었는지 음악 신동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신동이라는 소리를 듣곤 했어. 또한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어.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사교성이 없었어. 그것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무척 어렵게 했지. 그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고, 그래서 피아노 연주와 책만 가까이 했다고 하는구나.

1946년 토론토에 있는 왕립음악원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와 첫 협연을 하면서 점차 유명해지게 되어 1947 14살 때 첫 독주회도 갖게 되었어. 1950년 캐나다에서는 이미 스타가 되어 있었단다. 1952년 텔레비전에서 연주를 하기도 하고, 1955년 드디어 미국에 진출하여 워싱턴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어. 그의 성공적인 공연은 그를 이제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놓았단다. 그는 유럽에 진출해 1957년 유럽 순회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쳤어.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피아노 치는 것은 좋아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무척 싫어했단다. 그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거야. 이런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그는 어려서부터 우울증과 병에 시달렸어. 그리고 결벽증세도 나타났고 나중에는 심해져서 약병과 자신이 먹을 생수들은 직접 챙기기도 했대. 연주하기 전에 30분 이상 뜨거운 물에 손과 팔을 담그고 있는 습관도 생겼어.. 그의 이런 결벽증과 우울증은 심해져서 비행기도 안타고 먹는 것도 조심해서 먹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받는 스트레스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는 최정상의 자리에 있던 1964년 공연 은퇴를 선언했단다. 그리고 그는 고독과 함께 삶을 같이 하게 되었어.

 

 

2.

그가 공연을 더 이상 하지 않았지만 피아노를 그만 둔 것은 아니야. 오히려 자신만의 피아노에 빠져 지낼 수 있었어. 그의 삶은 수도자의 은둔생활과도 같았단다. 음악 속으로 숨어버린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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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음악의 핵심 속으로의 온전한 칩거, 모든 것으로부터의 결별, 성급한 떠남, 이 모든 일은 굴드가 무대를 떠난 순간 이미 일어나 있었던 일이었다. 1963년의 사건은 그의 긴 탐구의 첫 단계가 아니고 마지막 단계였다. 후퇴 혹은 은거는 결렬이라기보다 음악과 이 반복되는 실종간의 해묵은 내밀한 공모였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음악은 그에게 참으로 존재하며, 그를 사로잡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 밖의 것은 모두, 연주회는 한층 고통스럽게 그를 음악으로부터 갈라 놓는 것이었다. 집착하는 모든 것, 만남, 아이들, 일상의 작업들과 같은 기쁨과 고통의 이 매듭들은 늘 그에게 탈주를 꿈꾸게 했다. “아무곳이든지, 세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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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가 공연을 하지 않았지만, 스튜디오 녹음을 계속 했단다.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은 그렇게 그를 만나야 했어. CBS는 그가 살고 있는 토론토에 녹음 스튜디오를 만들어졌다고 했어. 그곳에서 촬영된 그가 연주하는 모습은 지금도 유투브를 통해서 볼 수 있단다. 그 영상을 아빠도 찾아서 봤어아빠가 피아노 연주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자꾸 끌리게 되더구나.


 

 앞서 이야기했지만, 그는 결벽증과 우울증으로 각종 약을 많이 먹고 그런 것들에 영향으로 건강을 잃게 되었고, 1982 50년 짧은 삶을 마감하게 되었단다. 그는 그렇게 다시 천상으로 돌아갔단다. 그곳에서는 우울증 없이, 약도 먹지 않고 원 없이 피아노를 치고 있을는지

 

PS:

책의 첫 문장 : 1964, 그때까지 뛰어난 연주자였던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대중 앞에서의 연주를 완전히 그만두게 되었다.

책의 끝 문장 : 글렌 굴드는 음악을 앓고 있었다. 치유될 수 없는 병.


(22)

혼자 있다고 꼭 고독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고독은 물론 ‘다른 사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이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벗삼고 있다. 반면 내자 혼자 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 나 자신이 내게 결핍되어 있을 때, ‘내게 결핍되어 있는 그 누구’가 다름이 아닌 나 자신일 때, 이런 상태는 고립이다. (반대로 사랑은 상대방이 거기 있을 때조차 그가 그리운 상태를 말한다.) 고독 속에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거기, 내 안에 있다는 확신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상대방과 내가 모두 결핍되어 있는 단절도 있다.

(41)

굴드는 청중 쪽으로 등을 반쯤 돌린 채 다리를 꼬고, 거의 비스듬히 앉은 자세로 첫번째 악장을 연주했다. 그리고 나서 느린 악장에 이르자 입이 반쯤 벌어지고 무대 천장에 눈이 고정된 그의 모습은 황홀경에 빠진 사람과도 같았다. 그 다음 마지막 악장에 가 거의 뒤로 나자빠진 듯한 자세가 된 그의 머리는 건반에서 너무도 떨어져 있어, 자신의 손을 마치 자기 것이 아닌 양 바라보는 것 같았다.

(74)

그는 음악에 옷을 입히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음악이 옷을 벗기를 원했다. 또한 음악이 우리를 헐벗게 하고 살가죽을 벗기는 것을, 털을 곤두서게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 사진들 속의 그는 몹시 마른 모습이다. 뼈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살의 부드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 몸에는 엄청난 힘이 배어 있다. 일상의 과육이 해체되는 이 순간, 푸가의 골격에서 찾아지는 그런 힘이.

(108)

굴드의 연주에는 몹시도 신비한 무엇이 들어 있다. 아주 스타카토적이고 점묘적이라고까지 할 만한 이 세코(secco)식이 연주를 통해 탁월한 밀도와 놀라운 연속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굴드는 페달을 통한 음의 용해나 손가락의 레가토 연주 증 외부적인 무엇으로 연결성을 만들어 내지 않고, 크레셴도와 디크레셴도를 통해 리드미컬하다기보다는 강양이 위주가 된 프레이징을 만들어 낸다. 연속성은 인접성을 통해서가 아니고, 완전히 별개인 음들의 꾸준한 단계적 상승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렇게 해서 재봉틀로 땀을 드느냐, 모호한 후광을 만들어 내느냐 하는 딜레마를 비켜 간다.

(149)

고독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음악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따금 음악이 일체를 엄습해 깡그리 지워 버리고 만다. 그리고 음향 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곳에 없을 수도 있지만, 음향은 거기에 있다. 그것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이다. 때론 아주 미미한 것, 거의 무효화된, 아니면 부서진 무엇일 때도 있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음악은 내 안에 있고, 나는 음악 안에 있다.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내부에서 외부로, 내면이 된 외부로 나아감이다. 마치 내면에 이미 외부가 존재하는 양. 음악은 신의 자질들을 지니고 있어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했듯이 보존하면서 채운다. 그것은 에워싸고 조여 온다. 그러면서도 귀로 올라오는 기쁨, 혹은 첨예한 고통으로서, 아주 작은 부분이 되어 내부에 머문다.

(190)

나는 굴드가 연주한 <골트베르크 변주곡>의 마지막 녹음의 마지막 부분(아리아의 재현)의 마지막 음들을 듣는다. 지속된 화음이 잠시, 새가 날아가 버린 가지가 희미하게 떨리듯이 부르르 떤다. 굴드를 들으며, 굴드에 관해 쓰며 결국 알게 된 것은 나 자신이다. 자신들의 삶을 살지 않았던 예술가들, 그러나 이들 덕분에 우리가 우리 자신의 삶을 그나마 괜찮게 살 수 있게 된 그런 예술가들을 경험할 때 늘 그렇듯이. 이 놀라움은 놀래키고 당황하게 만들고 기발하게 보이려는 욕구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참된 놀라움은 아름다움 앞에서 우리가 "그래, 이거야. 이렇게밖에는 될 수 없었어"리고 말하도록 만든다. 발설된 것은 방금 전까지도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예술은 가장 높은 사명을 지닐 때 거의 인간적이 아닌 무엇이 되어 버린다."고 언젠가 굴드도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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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일요일 보내기.
집에서
커피먹고
음악듣고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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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8-12-02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하세요. 앉아서 독서와 필기를 하시다니!

bookholic 2018-12-02 13:39   좋아요 0 | URL
어쩌다보니 설정샷이 된 것 같아요^^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

북프리쿠키 2018-12-02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슨 빨간책??ㅎㅎ
저 메모에서 홀릭님의 포스팅이 나오는군요. ^^

bookholic 2018-12-02 13:42   좋아요 1 | URL
메모는 북플러님들한테 배웠어요^^ 빨간책이 아직 저한테는 어려워서 메모를 하면서 봐야합니다^^

목나무 2018-12-02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고의 일요일을 보내셨네요.
이제 달콤한 잠만 주무시면 완벽하겠습니다! ^^

bookholic 2018-12-03 00:51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설해목님 완벽한 한주 되십시오~~

카알벨루치 2018-12-02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센쓰! 벌써 클스마스 분위기납니다~컵이 클스마스 컵입니다 우아!

bookholic 2018-12-03 00:52   좋아요 1 | URL
ㅎㅎ 잘 캐치하셨습니다~~ 듣던 음악도 크리스마스 캐롤이었습니다~
 














(16)

세 가지 신문 중에서 한 가지 사설을 골라낸다. 아들과 나란히 앉아 내가 먼저 사설의 제목을 읽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런 방향과 저런 방향에서 볼 수 있다고 두 가지 시각을 제시한다. 아울러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전개하는 이야기의 방법을 간추려 들려준다. 그런 다음에 내가 사설을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 나간다. 그러면서 문장의 의미를 설명하고, 논리 전개를 짚어 주고, 기승전결을 구분하고, 확인시킨다. 그리고 논리 전개를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대목 대목에서 예를 들어 가며 설명해 준다. 그 공부는 약 30분 정도 걸린다. 사설 한 가지를 읽는 데 3~4분 걸리니까 그 열 배의 시간이 들어간다.

(55-56)

그러나 그의 무능과 고집불통의 독단은 최순실과의 국정 농단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의 잘못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세월호 사건을 그렇게 무감각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해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에 대해 절망케 만들었고, 국민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해 버려 남북 관계를 냉전 시대보다 더 얼어붙은 파탄 상태로 몰아넣었고, 국민 그 누구도 모르게 결정된 사드 배치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나라 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지게 만들었고,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사전에 단 한마디 의논도 없이 돈 몇 푼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해 버려 민족 자존심을 훼손하는 새로운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이 사건들은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나라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증거들이다.

(83)

이제 전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 경제 이념은 자본주의뿐이다. 그것은 앞으로 더욱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는 속담을 낳게 한 인간들은 돈을 더욱 살아 있는 신으로 떠받들게 될 것이다. 그런 살벌한 시대에 이윤 추구를 본질로 하는 기업들에게 기업 윤리를 지키라고 하는 것은 참 부질없는 잠꼬대일지도 모른다. 교수님들도 변호사님들도 다 그 지경인 판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갈데없이 불의한 세력들이 합작한 살인극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사태가 또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쉬 떼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탐욕이란 인간의 힘으로 제거할 수 없는 본성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정직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자가 온순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돈 앞에서 양심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하이에나가 고깃덩이 앞에서 얌전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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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과 민족 상.하 세트 - 전2권
강태진 글.그림 / 비아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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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만화책을 읽었단다. 제목은 썩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조국과 민족”. 이 책도 알라딘 북플이라는 SNS를 통해서 알게 된 거야. 이 책을 쓱 지나가면서 봤을 때는 교양 만화 도서인줄 알았지, 이렇게 스텍타클하고 어마무시한 만화일줄 누가 알았겠니. 1980년 간첩 조작 사건과 안기부의 만행을 바탕으로 만든 만화인데, 아빠가 좋아하는 한홍구 교수님께서 극찬을 했는데, 그의 극찬이 결코 과하지 않은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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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보다 간첩 잡는 사람들이 훨씬 더 무서웠던 한국 현대사. 만화에 재현된 많은 에피소드들이 실제 역사의 한 장면이었기에애국의 이름 아래 자행된 사건들이 더 박진감 있게 다가온다. 강태진 작가는 탄탄한 연출과 구성으로 88올림픽 전후 시대상을 <응답하라 1988>의 판타지가 아닌 뒷골목 누아르로 재현했다. 만화 같은 현실이 아직도 계속되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꼭 보아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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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1980년대로 회귀하려는 정권의 더러운 권력이 막 드러나려고 하던, 2016 9월에 책으로 출간이 되었더구나. 그리고 그 이전부터 웹툰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하더구나.. 아빠는 그 더러운 정권들이 감방에 들어가 계시는 이제서야 이 책을 알게 되었지.

주인공은 박도훈이라는 사람인데, 중학교 3학년 때 반공 표어 짓기 대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수상을 하면서 장세훈이라는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가난했던 박도훈은 장세훈의 도움을 받아 대학교까지 공부하게 되었고, 그가 취직도 시켜 주었단다.

장세훈 실장으로 부르는 이 사람은 1980년대 악명을 떨쳤던 장세동이라는 것을 1980년대 역사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면 알 수 있을 거야. 안기부장을 했던 그는 전두환의 꼬붕으로 더 유명하고, 자신이 법을 무시하면서 저지르는 못된 짓을 애국이라고 철썩 같이 잘못 믿고 있던 그런 사람이었어. 간첩 조작 사건을 만들고, 그 사람을 감금해서 말할 수 없는 고문을 해서 간첩 거짓 고백을 하게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서 정권 강화에 힘을 쓰는 그런 나쁜 사람이었어.

그리고 박도훈이 맡은 일은 고문전문가였단다. 그 젊은 놈이 말이 신문실에 들어서면 다들 벌벌 떨었을 정도야. 이 사람 또한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들을 모델로 했을 것이고, 1980년대 모진 고문을 받고 나온 사람들이 이후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만 했고, 김근태님처럼 그 후유증으로 삶을 일찍 떠나신 분들도 있어. 그런 나쁜놈 박도훈을 중심으로 1980년대 실제로 있었던 간첩 조작 사건들을 잘 어울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책을 중간에 놓을 수 없더구나.

박도훈이 몰래 마약 밀매를 했는데, 그것이 실제 간첩들에게 약점으로 잡혀 간첩들의 심부름을 하게 되는 박도훈. 결국 가짜 간첩을 고문하던 박도훈이 간첩 혐의를 받고 도망을 치게 되고, 궁지에 몰린 그는, 장세훈의 약점을 잡고 일본으로 도망갔으나, 마지막 반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지은이 강태진. 눈여겨봐야 할 만화작가더구나.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만화를 그리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그린 첫번째 만화가 바로 <조국과 민족>이라고 하더구나. 자신의 꿈을 위해 직장을 그만 둔 그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내고, 이 만화책을 읽어보니 충분히 회사를 그만둘 실력을 갖췄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되는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중학교 3학년 때였지 아마. 반공 표어 대회가 있었는데 내가 종로구 전체에서 1등을 먹은 거야.

책의 끝 문장 : 돈 많이 벌어서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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