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나오는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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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19-07-28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혁명가 스카!!!
 
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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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도 한번 이야기한 것 같은데,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지 않던 아빠는 우연히 사촌 형 집에 갔다가 셜록 홈즈 문고판을 보게 되어 흠뻑 빠졌던 적이 있었단다. 소설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하면서 말이야.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텔레비전이나 영화로 셜록 홈즈를 다루는 것을 보면 어릴 적 읽던 셜록 홈즈가 생각이 나더구나. 그리고 이제 너희들이 셜록 홈즈를 읽을 만큼 자랐구나.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책이지만, 재미있다면서 보고 있는 너희들을 보니, 셜록 홈즈는 또 한 세대를 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예전에 독서정가제가 실시하기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이벤트로 반값으로 무더기로 팔던 시절이 있었단다. 그때 사 놓은 셜록 홈즈 전집이 있었어. 셜록 홈즈 전집은 출판사별로 여러 판이 있는데, 아빠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출판한 것을 샀어. 아빠도 읽고, 너희들도 자라면 읽으면 좋겠다 하고 샀어. 너희들이 어린이용 셜록 홈즈를 읽는 것을 보고, 아빠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가끔씩 한 권씩 빼내어 읽어야지, 하면서 1권을 꺼내 들었단다.

1.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주홍색 연구라는 것이 무슨 뜻일까 생각해 봤어. 책을 읽다 보니 주홍색 연구라는 뜻이 나왔어. 죄악을 상징하는 빛깔을 의미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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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이것은 주홍색(비유적으로 죄악을 상징하는 빛깔 옮긴이) 연구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나 같은 사람이 예술적인 표현을 좀 쓴다고 해서 안 될 건 없을 겁니다. 삶의 무채색 실 꾸러미 속에, 주홍빛 살인의 혈맥이 면면히 흐르고 있어요. 우리가 할 일은 그 실꾸리를 풀어서 살인의 혈맥을 찾아내어 그것을 가차 없이 드러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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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문고판으로 읽은 것은 주로 단편 모음집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주홍색 연구>는 장편이었단다. 페이지가 200 살짝 넘긴 하지만, 장편이었어. 베네딕트 컴퍼비치가 주연한 영국 드라마 <셜록>의 에피소드 1화에 변주되어 다뤄지기도 한 그런 소설이란다.

그럼 <주홍색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1887년이더구나. 그때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했다고 하는구나,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많은 전쟁이 있던 나라인가 보구나. 2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참석했던 왓슨 박사는 총탄 부상을 받고 영국으로 귀국을 했어. 돈이 넉넉하지 않아서 값싼 하숙집을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길에서 만난 후배 스탬포드가 그의 친구가 하숙생을 찾는다면서 어떠냐고 제안을 했단다.

그래서 스팸포드와 함께 셜록을 찾아갔는데, 첫 만남부터 강렬했단다. 셜록을 만나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셜록은 왓슨의 겉모습만 보고, 왓슨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갔다고 온 것을 알아챘어. 약간은 거만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신의 관심 분야에만 파는 약간은 괴짜의 모습이었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범죄에 관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단다. 그 외에는 거의 문외한이었어. 하지만 머리는 무척 똑똑했고, 추리하는 것과 분석하는 것은 정확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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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셜록 홈즈는 의학도가 아니었다. 나는 그 점에 관한 어떤 질문을 던져서 스팸포드의 주장을 확인했다. 또한 그는 어떤 과학 분야에서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학문의 세계에 정식으로 입문할 생각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열성이 지극해서, 기묘한 범위 내에서 그의 지식은 말할 수 없이 풍부하고 정밀했으며, 그의 뛰어난 관찰력 앞에서 나는 번번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떤 뚜렷한 목적이 없다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할 리도 없거니와 그토록 정밀한 지식을 쌓을 리도 없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좀처럼 정확한 지식을 쌓지 못한다. 아무 목적도 없이 그토록 사소한 것들로 정신에 부담을 지울 사람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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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삭막한 사람은 아니야. 바이올린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을 정도로 잘 연주했단다.

2.

그럼 셜록의 직업을 무엇일까. 셜록은 자문 탐정이라고 했어. 경찰에게 자문을 해주는 그런 탐정이라는 거지. 어느 날 로리스턴 가든이라는 곳에서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었어. 미국인 드리버로 밝혀졌는데, 경찰들은 유력한 용의자로 드리버의 비서 조셉 스탠거슨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셜록에게 도움을 청했단다. 홈즈는 범행 현장에 가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어. 경찰들은 조셉 스탠거슨을 쫓는데 열을 올렸지만, 그 또한 살해된 채 발견되고 말았단다.

경찰들이 허탕을 치고 있는 동안, 셜록은 범인을 찾아서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들었단다. 범인은 드리버를 마지막으로 태웠던 마부 제퍼슨 호프였단다. , 그럼 셜록은 어떻게 범인을 알았는가. 그것은 나중에 너희들이 책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남겨둘게. , 그보다 제퍼슨 호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를 해줄게. 범인과 피해자들 사이에는 오래된 사연이 있었단다.

3.

때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존 페리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스물 한 명 일행과 서부 사막에서 길을 잃었고, 일행들은 하나 둘 죽어갔단다. 나중에 존 페리어와 여자 아이 한 명만 남았고, 그들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다가 길을 가던 모르몬 교의 대행렬이 그들을 발견하였고, 모르몬 교를 믿는다고 하면 구해준다고 했어. 그렇게 존 페리어와 여자 아이는 구출되었단다.

존 페리어는 여자 아이를 자신의 양녀로 삼기로 했단다.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은 루시였어. 세월이 흘러 루시는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어. 그냥 고상한 숙녀가 아닌, 말도 잘 타는 건강미 넘치는 숙녀였단다. 그런데 말을 타고 가다가 소 떼에 갇혀 위험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때 제퍼슨 호프라는 청년이 루시를 구해주었단다. 그 일 이후로 제퍼슨과 루시는 사랑에 빠졌단다. 존 페리어가 살기 위해서 모르몬 교로 전향을 하긴 했지만, 모르몬 교의 교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 특히 일부다처제는 혐오하기까지 했단다. 그래서 본인은 결혼도 하지 않았어. 모르몬 교의 장로에서는 숙녀가 된 루시를 결혼시키라고 존 페리어를 압박했어. 압박은 경고가 되고 협박이 되었어. 결혼을 시키는 것도 이미 부인이 7명 또는 4명이 있는 장로들의 아들 중에 고르라고 했어. 그 아들들이 바로 드리버와 스탠거슨이었단다. 이제 앞서 런던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감이 좀 오지? 죽은 사람들은 드리버와 스탠거슨. 이들을 죽인 사람은 제퍼슨 호프

….

존 페리어는 자신의 양녀와 함께 그들로부터 도망가기를 원했고, 이를 제퍼슨 호프가 도와주기로 했어. 그래서 그들은 도망을 갔으나, 제퍼슨이 먹이를 구하는 사이에 루시는 모르몬교 장로들에게 잡혀갔단다. 그리고 존 페리어도 그들에게 살해를 당했어. 집으로 잡혀 돌아온 루시는 강제 결혼을 당하고, 한 달 만에 죽었단다. 사랑하는 여인이 이렇게 죽었으니, 얼마나 분노했겠니. 제퍼슨은 복수의 칼을 갈고 그들을 쫓아 다녔단다. 그렇게 20년을 추적한 끝에 런던에서 그들을 찾았고, 일말 망설임 없이 드리버와 스탠거슨을 죽인 거야. 복수의 완성. 그렇게 20년 동안 추적만 하면서 밖에서 불안정한 삶을 살았으니 그의 건강이 남아나지 않았을 거야. 그는 이미 대동맥 동맥 악성을 겪고 있었어. 경찰에 잡힌 후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야 했고, 결국 제퍼슨도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

지은이는 코난 도일이라는 스코틀랜드 사람인데, 셜록 홈즈 하나로 무척 유명한 사람이야. 아빠가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너희들도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아직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좀 더 큰 다음에 읽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나중에 너희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빠와 이 책에서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해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나는 1878, 런던 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육군이 정한 외과의사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네틀리로 갔다.

책의 끝 문장: 그때까지는 로마의 구두쇠처럼 자신의 성취를 스스로 자각하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겠군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비웃을지라도 궤짝에 쌓인 돈을 볼 때, 내 마음은 뿌듯하도다.>


홈즈는 말했다.

"나는 인간의 뇌가 본디 텅 빈 다락방과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그 방에 가구를 골라서 채워넣어야 합니다. 온갖 잡동사니를 닥치는 대로 쓸어넣는 사람은 바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다가는 쓸모 있는 지식은 밀려나오거나 다른 것들과 뒤죽박죽돼서 필요할 때 꺼내쓰지 못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뛰어난 장인은 다락방에 넣어둘 것을 고르는데 극히 조심스럽지요. 그는 요긴하게 쓰이는 연장만 고를 겁니다. 또 구색을 잘 맞춰서 순서대로 넣어두어야 하지요. 그 조그만 방의 벽이 무한정 늘어나서 무엇이든 다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입니다. 그러면 어떤 지식을 더할 때마다 전에 알았던 것을 잊어버리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실이 유용한 지식을 밀어내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지요." - P27

"그럴 겁니다. 어디 한번 더 자세히 설명해 보기로 하지요. 보통 사람들에게 많은 사실을 알려주면, 사람들은 결과를 예측해 낼 수 있습니다. 즉 많은 사실을 머릿속에 입력하면 그걸 가지고 어떤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결과를 말해 주었을 때,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 전 단계들을 마음속으로 더듬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러한 능력이 바로 내가 말하는 역추리, 또는 분석적 사고라는 것이지요.".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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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나는 아직 런던에 가보지 않았기에 엘긴의 대리석은 사진으로만 보았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의 부질없는 영광을 자랑하는 것 말고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의 그리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전시실은 그들이 저질렀던 약탈행위를 증언하는 외국 문화재 포로 수용소에 지나지 않는다. 귀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이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고 그랬다는 엘긴의 말이 진심이었다면, 그리스가 문화재를 관리할 능력이 없어서 반환하지 않겠다던 영국 정부의 주장이 진심이었다면, 지금이라도 그것을 돌려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54)

B.C. 5세기 아테네 시민들은 불타버린 도시를 재건했고 인류 역사에 없었던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수립했으며 문화, 철학, 과학과 공연예술을 꽃피웠다. 중국에서 제자백가의 사상이 들꽃처럼 피어났던 바로 그 시기에 논리학과 수사학을 가르치는 소피스트 집단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가 나타나 인간의 본성고가 삶의 의미, 자연과 우주의 생성 원리를 탐구한 것이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는 역사서를 집필했고, 극작가들은 빼어난 작품을 썼다. 그리고 바로 그 시기에 그들은 아테네에서 피레우스까지 성벽을 쌓았다. 성벽은 두려움의 건축적 표현이다. 아테네 시민들은 자신들이 이룬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성벽을 쌓았다. 오늘의 화려한 성공이 내일의 몰락을 가져올 비극의 씨앗을 배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그런 방식으로 드러낸 것이다.

(71)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폴리스의 영광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천착했다. 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자신의 이성에서 도덕법을 끌어내려 했다. 출신 배경이 어떠하든 만인이 똑같이 자유를 누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남자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인격적 이념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당대의 인기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구름>이라는 연극에서 소크라테스를 가리켜 교활한 개자식이라고 비난했다.

(74)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은 아테네 민주주의의 잠재력과 한계를 모두 확인해 주었다. 아테네의 품에서 태어났으나 시대의 경계 너머로 나아갔던 그는 민주주의라는 옷을 입은 다수의 폭정에 목숨을 빼앗겼다. 그런데도 민주주의는 문명의 대세가 되었고 소크라테스도 인류의 스승으로 인정받는다. 역사의 역설이다.

(94)

로마에 가서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생각한다면 아주 큰 착각이다. 이탈리아는 엄청난 다양성을 지닌 나라여서 어떤 도시도 혼자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지 못한다. 알프스에서 지중해 한가운데로 장화처럼 뻗어 나온 이탈리아반도는 면적의 75%가 비탈진 산과 언덕이다. 한반도의 백두대간처럼 이탈리아반도에는 아펜니노산맥이라는 등뼈가 있으며, 한반도의 1.5배인 30만 제곱킬로미터의 국토에 6천만 명이 산다.

(142)

바티칸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곳이다. 로마에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교황이 다스리는 별도의 도시국가인데, 이 특이한 국가의 영토는 겨우 0.44제곱 킬로미터이고, 1천 명이 겨우 넘는 시민권자의 직업은 성직자, 직원, 근위병이 전부다. 바티칸이라는 지명은 가톨릭 교황청보다 먼저 생겼다. 현재 바티칸의 영토는 바티칸 언덕에서 베드로 광장까지다. 이 구역은 9세기 중반 교황 레오 4세가 사라센족의 공격을 막으려고 강둑을 따라 성벽을 쌓아 올리면서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이탈리아왕국은 1871년 교황청의 주권을 전면 부정하고 바티칸을 로마에 통합했지만, 1929년 모솔리니가 라테라노에서 조약을 체결해 현재의 바티칸 지역을 교황청의 영토로 인정했다.

(165)

로마는 전성기를 다 보내고 은퇴한 사업가를 닮았다. 대단히 현명하거나 학식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뛰어난 수완으로 돈과 명성을 얻었고, 나름 인생의 맛과 멋도 알았던 그는 빛바랜 명품 정장을 입고 다닌다. 누구 앞에서든 비굴하게 행동하지 않으며 돈지갑이 얄팍해도 기죽지 않는다. 인생은 더없이 짧으며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때 거두었던 세속적 성공에 대한 긍지를 버리지는 않는다. 로마는 그런 도시인 것 같았다.

(210)

무스타파 케말은 단순한 군사 영웅이 아니었다. 우리의 역사 인물과 비교하자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등을 모두 뒤섞어 놓은 듯한 사람이었다. 전쟁 영웅, 민족주의 혁명가, 대통령, 계몽 군주, 공화주의자인 동시에 독재자였다. 그는 이슬람 문화와 터키 민족주의에 자신의 철학과 정치사상을 접목함으로써 터키공화국을 창조했다.

(286)

태양왕이라는 별명은 어릴 때부터 발레를 했던 그가 태양신 아폴로 역으로 공연에 출현한 일과 관련이 있다. 그는 1715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 어린 증손자에게 후회가 담긴 유언을 남겼다. “전쟁을 피하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치를 해라.” 루이 14세의 자녀와 손자들이 대부분 천연두와 홍역을 비롯한 전염병으로 일찍 죽었기 때문에 왕위가 증손자에게 바로 내려간 것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70년 넘게 재위했던 왕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다.

(296)

과시적 소비의 전형이었던 베르사유 궁전과 부르봉 왕가의 생활방식은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던 유럽 군주정 국가의 유한계급에게 널리 퍼져나갔다. 유럽의 왕과 귀족들은 저마다 베르사유를 본뜬 짝퉁 궁전을 지었으며, 부르봉 왕가의 의상을 흉내 내고 프랑스말을 배웠다. 이슬람 세계의 맹주였던 오스만제국 황제가 보스포루스 해협에 짝퉁 베르사유 궁전을 지었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러나 파리의 패션산업이 그것 때문에 흥했던 것은 아니다. 대혁명으로 문명사의 새 시대를 연 프랑스 사람들이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존종하는 정치제도와 사회풍토를 형성하고 역사가 남긴 문화자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면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에펠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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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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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줄리언 반스의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많은 이들이 열광을 하더구나. 그의 소설들이 그렇게 좋은가? 아빠는 그의 소설을 한번도 읽은 적이 없었어. 많은 이들이 왜 그렇게 좋아할까? 2011년 맨부커상 수상을 비롯하여 여러 문학상들을 수상한 이력이 있더구나. 아빠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그에게 맨부커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그의 대표작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 이 소설은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내뱉은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단다. 그것도 정작 이야기하거나 행동을 한 이는 금방 잊었는데, 그것을 당한 이는 크게 상처 받은 이야기.

아빠는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소설을 읽다 보니,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상상이 가더구나.

1.

주인공 토니 웹스터는 고등학교 시절 콜린, 앨릭스와 절친이었어. 늘 셋이 붙어 다녔지. 그러다가 전학 온 에이드리언 핀이 그들과 함께 어울려서 4인방이 되었어. 에이드리언은 다른 이들과 달리 지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했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들은 각기 다른 대학교에 진학을 했어. 에이드리언은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을 했단다. 토니는 스무 살에 베로니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어. 첫사랑이었지. 여름 방학 때는 베로니카에 집에 가서 베로니카의 식구들과 지내기도 했고, 베로니카를 콜린, 엘릭스, 에이드리언에게 소개해 주기도 했어. 사랑스러운 애인이 생겼으니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겠어. 베로니카가 자신의 오빠 잭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에이드리언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어.

토니는 베로니카와 2년 정도 사귀다가 헤어졌단다. 그런데 얼마 후 에이드리언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어. 자신이 베로니카와 사귀어도 되냐고 말이지화가 난 토니는 에이드리언에게 절교하겠다는 편지를 보냈어. 그렇게 첫사랑은 짧고 허무하고 끝나고 잊혀져 갔단다.

2.

베로니카와 헤어지고 나서 얼마 후 토니는 미국 여행을 한창 동안 다녀온 일이 있었어. 집에 돌아오자, 충격적인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어. 에이드리언의 자살 소식.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시간은 또 충격을 닳아 없어지게 만들었단다. 시간은 잘도 흘러 갔어. 토니는 마거릿을 만나 결혼을 했고, 수지라는 딸을 낳았어. 베로니카와 첫사랑은 그저 먼 과거 속에 한쪽도 안 되는 추억이 되었어. 결혼한 지 12년이 되었을 때 그는 이혼을 하고 그 이후에는 줄곧 혼자 지냈단다. 이혼한 다음에도 수지의 아버지 역할은 충실해 했으며, 마거릿과도 여전히 연락을 하며 지내고 가끔 만나 식사도 같이 하고 그랬어. 부부 사이에서 친구 사이가 되었다고나 할까. 시간은 잘도 흘러 육십 대, 머리 벗겨진 할아버지가 되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베로니카의 엄마인 포드 부인이 죽으면서 토니에게 500달러를 남겼으니 받아가라는 편지를 받았어. ? 베로니카의 엄마 사라 포드는 그가 베로니카의 집에 갔을 때 딱 한 번 본 것이 전부였는데.. , 그에게 500달러를 남겼을까.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어. 40여 년 전 에이드리안의 일기를 포드 부인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도 토니에게 전해주라고 했다는 거야. 그런데, 토니가 받은 것은 500달러뿐이었어. 토니는 궁금했어. 에이드리언이 왜 일기를 자신에게 전해주려고 했을까. 그리고 왜 에이드리언의 일기를 베로니카도 아닌 포드 부인이 보관하고 있었을까.

토니는 베로니카의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해 보려고 했지만, 토니의 연락을 받지 않았어. 법정 소송을 하면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어. 토니는 그저 궁금했던 거야. 베로니카에게 계속 메일을 보냈지만, 계속 무시를 했어. 그러다가 연락이 왔어. 만나자고 했어. 그렇게 토니와 베로니카는 40여 년 만에 만났어.

3.

베로니카는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차가웠어. 예전 그 모습이었지. 토니가 오랜 만에 만난 첫사랑과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냉담한 분위기만 풍기던 베로니카.. 토니가 만나자고 했던 이유, 일기장을 전달해달라고 했어. 베로니카는 차가운 시선 그대로 유지한 채 일기장을 태워버렸다고 했어. 그래도 첫사랑이고, 세월이 한참 흘러서 황혼기에 다시 만났는데, 좀더 부드러운 분위기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베로니카는 웃음 한번 짓지 않고 차가운 시선만 보내다가 금방 자리를 일어났단다.

그런 만남이 두어 번 있었는데, 모두 비슷한 분위기였어. 왜 그럴까그리고 베로니카가 편지 하나를 전해주었어. 집에 와서 토니는 편지를 펴봤어. 아주 오랜 전에 토니가 베로니카와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였어. 하지만, 자신은 기억하지도 못하는 편지였어. 에이드리언이 베로니카와 사귄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나서 보낸 편지 같은데, 토니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 버림을 받아서 화가 난 상태에서 보낸 편지였으니 내용이 좋지는 않았겠지. 40여 년이 지나고 나서 읽어본 내용은 낯 뜨거울 정도의 내용이었어. 그들을 조롱하고 욕하는 것을 넘어서 저주의 말들을 쏘아붙였어. 이제 와서 미안해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베로니카가 토니를 데리고 어떤 보호소를 데리고 갔어. 그곳에는 정신 지체를 가지고 있는 한 어른이 한 명 있었는데, 누가 봐도 에이드리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에이드리안과 베로니카의 아들인 것 같았어. 그러나 정상이 아니고 지체 장애라니.. 토니는 다시 한번 자신이 썼던 편지 내용이 떠올랐어. 자신이 쏟아 부은 저주의 말이 씨가 된 것 같았거든.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어. 그 에이드리언의 아들의 엄마가 베로니카가 아닌 사라 포드였다는 거야. 진실을 알면 알수록 토니는 괴로워했고,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이 우발적으로 쓴 편지도 영향을 주었을 거라 생각했어. 진심으로 베로니카에게 사과를 해 보았지만, 지금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러면서, 토니는 인생의 참 모습을 생각해 보았단다. 우리 인생은 고통이지, 그 고통 속에서 또 의미를 찾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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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인생에 대해 내가 알았던 것은 무엇인가, 신중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았던 내가. 이긴 적도, 패배한 적도 없이, 다만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았던가. 흔한 야심을 품었지만, 야심의 실체를 깨닫지도 못한 채 그것을 위해 섣불리 정착해버리지 않았던가. 상처받는 게 두려웠으면서도 생존력이라는 말로 둘러대지 않았던가. 고지서 납부를 하고, 가능한 한 모든 사람들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았을 뿐, 환희와 절망이라는 말은 얼마나 지나지 않아 소설에서나 구경한 게 전부인 인간으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자책을 해도 마음속 깊이 아파한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았던가. 이 모든 일이 따져봐야 할 일이었고, 그러는 동안 나는 흔치 않은 회한에 시달렸다. 그것은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쳤던 인간이 비로소 느끼게 된 고통, 그리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느끼게 된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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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참 덧없고, 세월은 참 빠른 것 같구나. 아빠도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 마디로 후회하는 경우가 참 많단다. 혹시 아빠도 모르게 던진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에 깊은 상처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더구나. 줄리언 반스의 소설은 처음 읽어본 것인데, 나름 괜찮았던 것 같아. 짧은 소설 속에 괜찮은 문장들도 많이 담겨 있었단다. 스토리를 쫓아가는 것 외에도 그의 문장 속에서 잠시 읽던 책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문장도 많아서 좋았단다. 예를 들어아래 이야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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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그러나 시간이란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책임간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문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란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국 최대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던 우리의 결정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확실했던 것들은 종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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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특별한 순서 없이, 기억이 떠오른다.

책의 끝 문장: 거기엔 축적이 있다.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너머에, 혼란이 있다. 거대한 혼란이.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시간은 우리를 붙들어, 우리에게 형태를 부여한다. 그러나 시간을 정말로 잘 안다고 느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금 나는 시간이 구부러지고 접힌다거나, 평행우주 같은 다른 형태로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이론적인 얘길 하는 게 아니다. 그럴 리가, 나는 일상적인, 매일매일의, 우리가 탁상시계와 손목시계를 보면 째깍째깍 찰칵찰칵 규칙적으로 흘러감을 확인하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초침만큼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 게 또 있을까. 하지만 굳이 시간의 유연성을 깨닫고 싶다면, 약간의 여흥이나 고통만으로 충분하다. 시간에 박차를 가하는 감정이 있고, 한편으로 그것을 더디게 하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가끔, 시간은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이 정말로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 학창시절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에 결코 그때가 그립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 P12

그렇다면 문제는, 수많은 것들이 걸린 그런 문제로 인한 손실에 어떻게 대처할까이다. 상처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억누를 것인가. 또 그 상처는 우리의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상처를 받아들여 중압감을 덜어보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상처받은 이들을 돕는 데 한평생을 바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류이자, 가장 조심해야 할 부류다. - P81

젊을 때는 서른 살 넘은 사람들이 모두 중년으로 보이고, 쉰 살을 넘은 이들은 골동품처럼 느껴진다.그리고 시간은, 유유히 흘러가면서 우리의 생각이 그리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준다. 어릴 때는 그렇게도 결정적이고 그렇게도 역겹던 몇 살 되지도 않는 나이차가 점차 풍화되어간다. 결국 우리는 모두 ‘젊지 않음’이라는 동일한 카테고리로 일괄 통합된다. 내 경우는 그런 문제로 신경 쓰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 P107

마거릿은 여자는 두 종류라고 말하곤 했다. 매사에 분명한 여자와 미스터리를 남겨두는 여자. 그리고 이는 남자가 여자를 볼 때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이자, 가장 먼저 그를 매료시키거나 그렇지 않게 하는 요소였다. 남자들마다 끌리는 유형은 각기 다르다.

- P116

시간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마흔은 아무것도 아니야. 쉰 살은 돼야 인생의 절정을 맛보는 거지. 예순은 새로운 마흔이야… 시간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이 정도다. 객관적인 시간이 있다. 그리고 주관적인 시간도 있다. 가령 손목의 요골동맥 바로 옆에 시계의 앞면이 오도록 차는 경우, 이런 사적인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시간이며, 기억과 맺는 관계 속에서 측정될 수 있다. 그래서 이 기묘한 일이 일어났을 때 – 새로운 기억이 느닷없이 나를 엄습했을 때 – 는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마치 강물이 역류한 것 같았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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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경제가 압축 성장을 하면서 앞다투어 재벌들이 생겨나고, 그 아까운 돈을 막대한 상속세 피해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 값비싼 명화들이었다. 그림은 부동산이 아니라 동산이기 때문에 세금 추적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림은 현찰에 비해서 간수하기가 너무나 간편했다. 국제적인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명화들은 500~600억짜리가 수두룩한데, 그 돈을 5만 원짜리 현찰로 물려주려면 그 부피가 어떨 것인가. 그런데 그림은 달랑 1개일 뿐이었다.

(49)

국가는 그동안 출산 장려를 위해서 10조가 훨씬 넘는 돈을 썼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출산율은 1.9명에서 해마다 줄어 1.05명에 이르러 있었다. 그 여실한 통계는 담당 공무원이 얼마나 헛돈 퍼대기 잔치를 신바람 나게 벌였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역효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공무원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출산 장려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었다. 10조가 넘는 그 엄청난 국민 세금을 헛쓰고도 공무원은 책임지지 않고, 국민들은 따지지 않고, 참 좋은 나라가 아닐 수 없었다. 어느 사회학자는 민족 소멸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우려했지만, 김혜온 같은 신유행족들은 갈수록 늘어날 기미가 눙후했다.

(192-193)

, 지금 한국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혀 규제가 안되는 재벌들의 횡포인데, 재벌들의 온갖 횡포가 계속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있고, 직접 당하기도 하면서도 왜 국민들이 대대적인 불매운동 한번 벌이지 않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그런 대기업에 서로 먼저 취직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사교육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이상스러운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또 가끔 정치투쟁을 일으켜 성공시키기도 한다. 이 난해함은 피카소 그림보다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런 식에요.”

(208)

장우진은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 같은 게 없느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그건 한국 국회의 망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그런 국회의원들이 활개 치는 나라에서 사는 국민이라는 것이 창피스러웠기 때문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만 누리는 것이 아니었다. 국정감사권으로 관여 분야가 20~30군데씩이나 많아 직권 남용을 무한대로 저지를 수 있었고, 각종 관공서를 무제한으로 출입하면서 도열 영접까지 받아가며 음성적 이권 행위를 얼마든지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212~213)

비결? 비결은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약간씩 있을 뿐 서유럽 여러 나라들의 정치 상황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 나라들이 오늘날과 같이 되는 지난 400여 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시민들의 자각과 노력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 자각과 노력이란 다름 아닌 시민들의 직접적인 감시와 감독을 말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권력은 감시와 감독 그리고 견제가 없으면 반드리 횡포하고 부패하고 타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고, 또 인간의 속성입니다. 그 좋은 증거가 봉건시대의 절대왕정들입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란 시민들이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조화시켜 창조해 낸 화초이고, 그 화초는 철저한 감시와 감독을 하지 않고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없는 것입니다. 서유럽 여러 나라의 시민들은 서로서로 보고 배우며 그 감시와 감옥 조직을 철저하게 가동시켜 오늘날의 민주정치의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214~215)

민주국가 국민에게는 국가에 대한 의무와 권리가 동시에 주어져 있습니다. 국가 또한 국민에 대해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국법을 준수하는 것은 의무이고, 국민이 위임한 모든 권력을 철저하게 감시 감독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입니다. 그 권리 행사는 바로 시민단체를 통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민단체 수만 봐도 한국인들은 국민으로 직무 유기를 너무 크게 저지르고 있습니다. 한국 인구가 대략 5천여만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그 많은 인구에 비해 활발히 활동하는 시민단체 수가 몇십 개에 불과하다니,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민주주의를 포기해 버린 국민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감시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권력자들은 그 순간 광야의 포식자 하이에나로 돌변하게 됩니다. 그건 권력자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권력 자체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국민이 감시 감독을 소홀히 하는 직무 유기를 저지르는 것은 모든 권력자들에게 맘대로 직무 유기를 저지르라고 기회를 주고 허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국민이 저지르는 가장 큰 어리석음과 망상은 정치인들이 자기네가 원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주리라고 믿고 방심하는 것입니다. 결론은 이것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심장이 뛰듯이 살아 움직이지 않고서는 그 사회와 국가는 병들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는 시들어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은 절대 불변의 사실입니다.”

(283)

이태복 : 그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정유 4사를 몬스터(괴물), 그로테스트(grotesque)하다고 합니다. 괴기하다고 표현해야지요. 정부가 그렇게 힘이 없느냐, 왜 정부가 정유사들의 엄청난 폭리를 보장해 주고 있으냐는 겁니다. 정유사들의 탈세와 각종 비리가 심각한데 어떻게 한국과 같은 지식 수준이 갖추어진 나라에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못내 궁금해하고, 또 이상스럽게 생각합니다.

(309)

이태복 : 그렇습니다. 우리는 국민석유의 공모가 성공하면 바로 바이오디젤 30퍼센트 혼합을 주장하고 환경 기준을 강화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에 플라스마 토치를 진입부와 배기 부분에 설치해서 석탄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80~90퍼센트를 제거하자, 또 오염 발생 제조업제의 감독 강화, 그리고 재생에너지, 태양광 등 에너지 정책 전환 캠페인도 준비했는데, 공모가 뜻대로 안 되면서 후속 작업을 못 한 채 매일 하늘을 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기자 : 아니, 석탄발전소에 플라스마 토치를 설치하면 미세먼지 80~90퍼센트를 제거한다구요?

이태복 : 그 기술은 한국의 국책 연구 기관이 개발한 기술입니다. 그들의 주장처럼 80~9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한국에서 실용 효과가 입증되면 중국에 대량으로 수출할 수 있고,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는 물론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에 수출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인데 왜 수용을 한 하는지 그 내막을 알 수가 없습니다. 참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352)

그런데 어느 양심적인 법학 교수가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야만 국가다. 왜 공무원과 교사와 언론인 들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가. 그 법은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적으로 최고 수준의 화이트칼라 그룹의 시민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국가 사회의 민주 발전을 막대하게 저지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권력을 쉽게 장악하고 통제하려는 군부독재의 유산인데 민주 정부 이후에도 계속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권력 이기주의 속성이다. 그 통제를 풀면 백만 공무원들이 권력의 속박과 압력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되어 훨씬 개성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가며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공무원은 공무원이기 이전에 자연인이고, 그러면 모든 시민이 누리는 기본권을 공무원도 누리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존재이지 특정 정권의 하수인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정권의 하수인들로 속박당하고 부려져 왔습니다. 이것도 필히 고쳐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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