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향기롭게 - 법정 대표산문선집
법정(法頂)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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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세월이 정말 빠르구나. 법정스님이 입적하신 지도 벌써 7년이 넘어 8년이 다가오고 있구나. 2018년 새해도 어느덧 보름이 훌쩍 지났구나. 너희들은 젊음을 향해 한걸음 또 나아가고, 아빠는 늙음을 향해 한걸음 또 내딛는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빠가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생각해보니 법정스님의 책들을 통해서였던 것 같았어. 법정스님은 주로 산속에서 혼자 지내면서 깨달음의 길을 걷고자 하셨지만, 글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셨어. 아빠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한 명이란다. 법정스님께서 살아계실 때는 법정스님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읽곤 했었어. 그래서 법정스님의 책은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은 <맑고 향기롭게>라는 책은 안 읽었더구나. 아빠는 이 책도 당연히 읽은 줄 알았어. 제목도 익숙하고, 출간 년도를 보니 아빠가 한창 법정스님의 책을 찾아 읽던 시기였거든.. 그런데 독서목록을 확인해보니 읽지 않은 책이더구나. , 아직 법정스님의 책 중에 안 읽은 책이 있다니반갑더구나. 책이 품절이더구나. 중고서점에서 사서 읽었단다. 회사 일이 언제는 어지럽지 않은 적이 있겠냐마는최근에 더욱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머릿속 복잡한 일들이 많아서이 책을 읽으면서 치유를 받고 싶었단다. 법정스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깨끗한 산바람을 느끼는 글들이란다. 글에서 꽃내음이 나는 듯 하고, 산새소리가 들리는 듯했어.

 

1.

법정스님은 불교 경전에 관한 책도 출간하셨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산문집이 더 많은 사랑을 받으셨어. 법정스님이 내신 많은 산문집들 중에서 좋은 글들만 선별해서 모은 책이 바로 <맑고 향기롭게>라는 책이야. 법정스님이 직접 가려 뽑은 글들이 책이 출간된 2006년이면 법정스님이 돌아가시기 4년 전이더구나.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자신의 글들을 되돌아보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글을 많이 쓴 사람에게는 더욱 그럴 것 같구나. 법정스님도 그런 심정으로 글을 고르지 않았을까 싶구나. 마치 유서를 쓰는 기분으로 글들을 가려내지 않았을까? 그렇게 모은 법정스님의 글이야말로 그의 삶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법정스님께서 따로 자서전 같은 것은 쓰지 않으셨지만, 이 산문집이 곧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그렇게 선별한 글이니 그 글들이 주옥 같은 글들의 향연이었어.

아빠가 법정스님의 다른 책들을 통해서 본 글들이 대부분이지만, 아빠의 기억력으로 그 글들을 다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 읽고 새로 감동 받았단다. 아빠가 좋은 부분에 대해서는 발췌를 별도로 하는데, 이 책의 경우는 하지 않았어. 책 전체가 옮겨 적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법정스님의 다른 책을 읽고 발췌한 놓은 글도 있고 말이야..

책 제목 <맑고 향기롭게>도 잘 지은 듯하구나. 법정스님의 글의 정확하게 표현한 것 같아. 아빠가 법정스님이 돌아가신 이후 법정스님의 글을 많이 읽지 못했어. 읽고 싶은 책들은 쏟아지다 보니, 한번 읽은 책에 손이 가기는 어려웠거든그런데, 앞으로는 일 년에 한두 권은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빠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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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2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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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0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142)

일본은 섬나라이면서도 해군이 아닌 육군이 일으킨 나라입니다. 육군이라는 게 너 죽고 나 살기로 대거리를 해야 하는 군대입니다. 바다에서 싸우는 해군과는 적과의 거리가 다릅니다. 해군은 배가 깨지면 지는 거지만 육군은 손으로 찌르고 칼로 베어서 상대를 죽여야 합니다. 일본제국주의를 이끈 주도세력이 육군이었기에 또 바다가 아니라 육지로 기어올라올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조선의 고통이 거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397)

원자폭탄은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는 연쇄적 핵분열을 통해 발생하는 에너지의 파괴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원폭 에너지의 50퍼센트는 충격파를 만들며 폭풍으로 변한다. 2.5킬로미터 안에 있는 모든 목조건물이 산산조각 나고 2층 벽돌건물이 무너지며 불이 붙었다. 철골 건축물은 지붕이 날아가버리고 철교의 상판은 뒤틀렸다. 폭심지에서 15킬로미터 밖의 건물 유리창까지 부서져내렸다.

 

(404~405)

이날 단 한발의 원자폭탄에 의해 24만명으로 추산되던 나가사끼 인구 가운데 7 4천명이 그해 연말까지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그들의 죽음을 사몰(死沒)이라도 표현한다. 시신조차 찾을 길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무너져내린 시가지의 폐허 속에 매몰되거나 한순간에 타버려 가루가 되어 흩어졌기 때문이다. 이 비극적인 수치 안에 2만여명의 조선인 피폭자가 포함된다. 사망 1만명에 부상자 구조활동을 위해 투입되어 2차 방사능 피해를 입은 1만명의 징용공들을 합친 숫자이다.

나가사끼에서 원폭으로 죽어가야 했던 징용공들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되는 속에서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그때 거기 있었다는 우연과 미쯔비시의 수많은 군수공장이 포진한 나가사끼에 끌려온 징영공이라는 필연이 교직하면서 만들어낸 나가사끼 조선인 피폭자의 죽음은 그토록 허무하고 무구하다.

 

(413)

나를, 저 일본사람들을, 아니 우리 모두를 이렇게 내몰리게 한 것은 무엇일까. 전쟁, 일본이라는 나라, 그리고 저편에 B29를 번득이며 폭탄을 쏟아붓는 미국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리들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가. 우리가 만든 것이 우리를 죽이고 불태우고 절멸시키고 있다. 대가리가 꼬리를 물어뜯으며 짓씹어 제가 제 몸을 죽이는 꼬락서니다. 이 혼돈을 어떻게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는 거다.

 

(468)

여기서 흘러간 날들이여.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 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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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어디 그뿐이랴. 오랜 역사가 서려 있지 않은가. 지상은 말없이 생각했다. 그놈들이 임진왜란, 정유재란 거치면서 땅에서만 분탕질을 쳤던가. 그때도 돌아가는 배에는 비단 같은 물자에 도자기 만들 흙까지 실려 있었다. 거기다가 석공과 도공 같은 사람들끼리 실어가지 않았나. 선조 임금 때 그렇게 당하고도 30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조선은 또 똑 같은 짓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여기 끌려와 있는 것도 그때와 끈이 닿아 있다고 생각하면 그래서 더 원통하다. 우리는 왜 지난날에서 배우려 하질 않는가. 왜 이다지도 과거를 잘 잊어버리는가.

 

(298)

1938년 가을 수사에 착수한 상록회 사건에 대해 경찰은 <사건기록>에서 상록회는 일본의 국체를 변혁할 목적으로 조직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록회 사건, 이름하여 춘천공립중학교 학생의 민족혁명운동사건 검거에 관한 건 1939 3 25일 경성지방법원 춘천지청으로 송치될 때까지 졸업생과 재학생 137명을 조사, 검거, 구속하였다. 결국 증거로 제시된 총 147점의 압수품과 함께 법원으로 송치된 상록회원 38명의 피의자 가운데 12명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백흥기는 수감 중 고문 후유증으로 옥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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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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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출간된 때를 보니 2016년 겨울, 촛불 혁명이 한창일 때더구나. 많은 국민들이 법에 관심이 많을 때, 즉 아빠도 법에 관심이 많을 때. 현직 부장판사가 쓴 소설이라고 하니 관심이 갔었어.. 그렇다고 반드시, , 바로, 읽어봐야겠다는 수준의 관심은 아니고,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다 정도였어. 그러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지은이 문유석. 현재 부장판사로 있으면서, 이미 몇몇 책을 쓴 적도 있어.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말이야. 이 소설은 일간지에 재판이나 조정 사례를 연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소설의 형식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신문사에 의견을 주었더니, 신문사에서 오케이하고, 연재를 했다고 하는구나. 그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 <미스 함무라비>라는 책이야.

함무라비. 아빠가 기억하기로는 함무라비 법전이 세계 최초의 성문법전으로 알고 있어. 구글링으로 찾아보니까, 함무라비는 기원전 무려 1800년경 바빌로니아의 왕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함무라비 법전은 가장 오래된 성문법전이고 말이야. 그렇게 오래되었다니.. 정말 놀랍구나.

 

1.

이 소설은 에피소드들을 모은, 어찌 보면 연작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구나. 박차오름이라는 신임 판사가 주인공이야. 박차오름 판사는 신임 판사로 합의부의 좌배석 판사로 배정을 받았단다. 합의부는 총 세 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부장판사와 우배석판사, 좌배석 판사로 이루어져 있단다. 박차오름 판사와 같이 일하는 합의부의 부장판사는 한세상 판사, 우배석 판사는 임바른 판사였어. 이름들이 다들 비현실적이구나. 소설이니 지은이 마음이겠지만

임바른 판사는 2~3년 경력의 판사이면서, 박차오름 판사가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알고 지냈던 사이였단다. 우연히 판사가 되어 다시 만난 것이야. 그렇다고 소설에서 그들의 로맨스가 진전되거나 뭐, 그런 것은 없었단다. 서로 위해서고 약간의 이성의 감정은 있었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요소는 아니었어. 박차오름 판사는 신임 판사인 만큼 정의에 불타오르고, 신세대 판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단다.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출근하여 부장판사의 호통을 치니 무슬림 의상 중에 하나인 부르고 갈아입고 무언의 저항을 하기도 했어. 불의를 참지 못하고 니킥을 날리기도 하고 그것이 우연히 일반 시민의 스마트폰에 찍혀서 SNS에 올라가고.. 인터넷 상에서는 미스 함부라비라는 별명까지 얻는 유명인사가 되었어. 하지만, 자신이 맡은 일 역시 열심히 하였단다.

합의부에서는 보통 소송에 관련된 민사재판을 많이 다룬다고 하는데, 하나하나 에피소드들이 재미있더구나. 재판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 에피소드들을 보면 권력자들의 성희롱 사건, 전직 국회의원이 변호사로 거들먹거리면서 등장하는 사건, 판사 출신들의 전관예우 관련된 이야기, 국민참여재판에 관련된 이야기, 정당 방위의 범위에 관한 이야기 등 법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송사들을 소설의 형식으로 소소하게 이끌어가고 있단다. 그런데, 약간 법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느낌도 들었어. 워낙 우리나라 법원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물들어 있고, 국민들 대다수가 중범죄로 생각하는, 예를 들어 성폭행 사건이나 잔혹한 살인 사건 등에 솜망방이 판결을 내리다 보니 신뢰를 많이 잃었잖아. 그런 것에 대한 변명처럼 들리는 이야기도 있었단다. 국가 기관 중에 신뢰 기관 순위가 6위에 차지하고 있다는구나. 간신히 7위인 국회보다 하나 위에 있었던 거야. 그런 떨어진 법원의 신뢰도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던 것 같아.

 

2.

사실 평범하게 법을 지키며 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법원에 갈 일이 많지 않아. 아빠도 법원이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법원이라는 곳을 접하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 속의 법원이 전부가 아닐까 싶구나. 그러다 보니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많아. 대표적인 것인 판사로 두들기는 법봉이라는구나. 우리나라 법정에는 법봉이 없대. , 아빠도 이번에야 처음 알게 된 것 같아. 판사의 상징과 같은 법봉이 없다니.. 있어도 나쁠 것 같지 않은데 말이야. 이런 사례처럼 잘 알려진 법원의 이런저런 상식도 알려주고 있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은이는 법에 관련된 책들을 쓰셨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책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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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천문이란 바로 때()를 알기 위한 학문이다. 하늘의 별자리를 보면 하늘의 시간표를 알 수 있고, 하늘의 시간표를 알면 인간의 시간표를 알 수 있다는 게 천문연구의 목적이다. 시간표를 알면 언제 베팅할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즉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기 인생이 지금 몇 시에 와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한자문자권의 역대 천재들이 고안한 방법이 사주명리학이다. 사주명리학이란 천문(天文)을 인문(人文)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늘의 문학을 인간의 문학으로,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한 것이 이 분야다.

 

(34)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시저)가 제왕절개를 해서 태어난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제왕절개의 원조에 해당한다. ‘제왕(帝王)’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도 제왕인 카이사르가 절개를 해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35)

왜 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말인가? 운명과 별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인류사의 대천재들이 도전했던 문제다. 성경을 보면 동방박사가 별들의 위치를 보고 예수 탄생을 짐작했다고 나와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났다. 당연히 지구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태어났다고 보자. 태양계의 움직임에 따라 그 영향을 받는다. 태양계 역시 은하계에서 왔다. 은하계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인간은 전 우주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고, 태양계도 역시 은하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은하계도 또한 어딘가 더 큰 은하계를 중심으로 해서 돌고 있다. 시시각각 별의 위치가 바뀐다.

 

(62)

사주를 보려면 생년월일시를 만세력에서 찾아 십간 십이지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관상은 상대방의 얼굴을 한눈에 판단할 수 있으므로 사주에 비해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관상을 돈오(頓悟, 한순간의 깨달음)에 비유하고 사주는 점수(漸修, 점진적으로 닦음)에 비유하곤 한다.

 

(87)

사주라는 하는 것은 생년월일시만 잘 타고나면 왕도 될 수 있고 장상도 될 수 있다는 신념체재다. 반대로 아무리 지체 높은 집안의 자식이라 해도 사주가 좋지 않으면 별 볼일 없다고 믿는다. 사주가 좋으면 신분이 비천해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혁명사상이 들어 있고, 그것이 타고나면서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결정론이자 운명론이 내포되어 있다. 모순되어 보이는 양면이 미묘하게 배합되어 있는 셈이다. 한쪽에는 치열한 현실타파 노선이 마련되어 있는 한편, 다른 한쪽에는 운명에의 순응이 놓여 있다.

 

(217)

상응의 원리란 시간(天文), 공간(地理), 존재(人事)라는 각기 다른 세 차원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원리다. 그 좋은 예가 카오스(Chaos)이론이다. 현대물리학에서 말하는 카오스 이론이란 북경 상공에서의 나비 날갯짓으로 인한 파장이 캘리포니아 상공에 가서는 폭풍우로 변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카오스 이론은 혼돈 현상의 이면에 특정한 질소(cosmos)가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345)

우선 <주역>은 음양에서 출발해 사상(四象), 사상에서 팔괘, 팔괘에서 육십사괘로 뻗어나가는 방식이다. 이를 수()로 표시하면 그 뻗어나가는 방식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2(음양)-4(사상)-8(팔괘)-64(육십사괘)의 방식이다. 반면에 사주명리학은 숫자로 표현하기에는 부적합이다. 육십갑자 모두를 음양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오행으로 곱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첨가되는 부분이 생년월일시라는 네 기둥이다. 그래서 사주 보기가 훨씬 복잡하다. <주역>으로 어떤 사람의 점을 쳐볼 때는 지금 당장(now and here)’만 필요하지만, 사주로 볼 때는 그 사람의 년, , , 시가 모두 필요하다.

 

(408)

역술가는 책으로 공부해서 팔자를 보는 사람이고, 무속인은 신내림으로 즉 접신(接神)이 돼 어느 날 팔자를 보는 능력이 갑자기 생긴 사람을 일컫는다. 역술에 관한 책도 다양하고 어렵다. <명리정종>, <적천수>, <궁통보감>, <서자평> 등등의 고전을 섭렵해야 한다.

 

(417)

공자도 오십에 천명을 제대로 알기는 어려웠다고 본다. 그만큼 자신의 운명을 알기는 어렵다. 운명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미리 알아본들 어떤 효과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희랍의 철학자 세네카가 한 말이 있다. “운명에 저항하면 끌려가고, 운명에 순응하면 업혀간다.” 어차피 가기는 가는 것인데 끌려가느냐, 아니면 등에 업혀서 가느냐의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운명을 미리 알면 강제로 질질 끌려가느냐, 등에 업혀서 가느냐의 선택은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끌려가는 것보다는 업혀가는 게 훨씬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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