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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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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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AI는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아빠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것 같단다. 예전에 유튜브의 AI가 찾아준 영화 예고편 중에 <레베카>라는 예고편을 보았단다. 예고편들이 다 그렇지만, <레베카> 영화의 예고편도 영화를 보고 싶게 했단다. 그런데 이 영화 제목이 너무 익숙해서 좀 찾아보니, 이 영화는 오래 전에 그 유명한 감독 히치콕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고, 뮤지컬로 각색되어서도 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더구나. 아빠가 뮤지컬에 관심이 적다 보니 잘 몰랐을 뿐이지

그리고 이 영화는 대프니 듀 모리에라는 작가가 1938년에 쓴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어. 아무튼 꽤 유명하다는 작품.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는 왠지 원작 소설을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소설 <레베카>을 읽은 것이란다. 지은이 대프니 듀 모리에는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서스펜스의 여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당대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유명한 작가였더구나. 그의 소설은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히치콕의 <>라는 영화도 대프니 듀 모리에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더구나. 나중에 대프니 듀 모리에의 다른 소설들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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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에 읽은 <레베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데 끝끝내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질 않더구나. 아빠가 놓쳤나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역시 주인공의 이름이 소설에서 나오지 않더구나. 나중에 맥시밀리언 드윈터와 결혼을 하게 되어 드윈터 부인이라고 나와 있더구나. 아빠는 그냥 라고 칭해서 이야기를 해볼게.

는 이제 20대 초반의 여상으로 귀부인의 시중을 드는 일을 하고 있단다. 지금은 밴 호퍼 부인의 시중을 들고 있는데, 밴 호퍼 부인을 따라 모나코의 휴양도시 몬테카를로에 와 있었어. 그곳에는 맥시밀리언 드윈터라는 사람도 와 있었는데, 이 사람은 이름이 기니까 맥심이라고 짧게 이야기할게. 맥심은 영국의 유명한 맨덜리 저택의 주인으로 일 년 전에 아내를 잃었단다. 밴 호퍼 부인이 맥심을 알고 있어서 도 맥심과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내 곧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둘은 곧바로 결혼을 하고 몇 주 간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맨덜리 저택으로 돌아왔단다.

맨덜리 저택은 어마어마하게 커서 하인들도 엄청나게 많았어. 그런 하인들 중에 대빵은 댄버스 부인이라는 사람인데, 댄버스 부인은 가 결혼 전에 귀부인의 시중이나 들던 사람이라면서 업신여기고 그랬단다. ‘역시 이렇게 커다란 저택의 안주인이라는 역할이 낯설고 익숙지 않아서 주눅든 생활을 하였단다. 그리고 댄버스 부인은 이전 드윈터 부인이었던 레베카 이야기만 계속 해댔고, 레베카가 정해 놓은 규칙들을 지켜야 한다고 했어. 한마디로 댄버스 부인은 여전히 레베카를 숭배하고 있었지. 레베카가 죽은 지 1년이 되었지만, 저택 곳곳에서는 레베카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었단다. 집기나 방명록 식탁보 등에 레베카의 이니셜인 R이 새겨져 있었지. 맥심의 전 부인 레베카는 1년 전 보트 전복 사고로 죽었다고는 것만 알지, 자세한 내용은 몰랐단다. 맥심은 레베카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려했거든

맥심은 사업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웠는데 그렇다 보니 는 더욱 댄버스 부인과 불편한 관계가 되었어. 이 저택에서 가장 마음이 맞는 사람은 몸종 클래리스였어. 자라온 성장 배경이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고 는 생각했단다. 맥심에게는 누나 비어트리스가 있는데, 그 누나와 매형이 찾아와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비어트리스는 다행히 를 살갑게 대해주었단다. ‘가 레베카와 많이 다르다면서 말이야. 모든 사람에게 레베카는 늘씬하고 사랑스럽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단다.


2.

저택 주변을 산책하다가 해변가에서 레베카가 쓰던 오두막 집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곳은 레베카가 쓰던 가구와 집기들이 그대로 있었단다. 그 해변가에서 벤이라는 실성한 사람을 만났는데, 벤이 레베카가 죽은 날 레베카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것을 목격한 듯한 이야기를 하곤 했단다. 하지만 지능이 떨어지는 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단다.

잭 파벨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맥심이 저택을 비울 때 몰래 댄버스 부인을 찾아와 예전에 레베카가 사용하던 방에서 만났어. 그 장면을 가 보게 되었고, 호기심이 생긴 는 그들의 만남을 몰래 보다가 들통이 나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었단다. 잭 파벡은 레베카의 사촌이라고 했고, 맥심이 자신을 무척 싫어하니까 자신이 왔다 간 사실을 맥심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했단다. 하지만 이 사실을 맥심이 알게 되고, 댄버스 부인에게 무척 화를 냈단다. 맥심은 다른 경로로 알게 된 것인데, 댄버스 부인은 가 이야기해 준 것이라고 생각했어. 더 살벌해진 댄버스 부인의 눈길

예전에 레베카 생전에는 맨덜리 저택에서 무도회도 많이 열렸다고 했어. 하지만 레베카가 죽은 다음부터는 무도회가 없었지. 맨덜리 저택 주변에 살고 있는 귀부인들은 다시 무도회를 열 것을 종용했고, 맥심과 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는 무도회에 입을 의상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댄버스 부인이 갑자기 친절을 베풀면서 초상화 속 의상을 추천해 주었단다. ‘는 댄버스 부인이 마음을 바꾼 줄 알고 댄버스 부인의 조언에 따라 초상화 속 의상을 입기로 했어. 그 초상화는 드윈터의 조상 중에 한 분이셨는데, 옷도 화려해서 이번 무도회에서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어.

무도회 날, 맥심에게 잘 보이겠다고 입은 드레스는 맥심을 기겁하게 만들었단다. ‘에게 심하게 화를 내면서 그 드레스를 당장 갈아 입으라고 했어. 나중에 비어트리스가 방으로 찾아와 알려주었는데, 그 드레스는 레베카가 죽기 전 마지막 무도회에서 입었던 옷과 똑같다고 했어. , 그제서야 댄버스 부인이 그 옷을 추천해준 이유를 알게 되었단다.


3.

무도회가 열린 다음날, 큰 선박이 해변의 바위에 좌초되는 사건이 발생했단다. 맥심은 그 사건을 도와주려고 해변가로 나갔어. 그런데 경찰이 맨덜리 저택에 찾아왔어. 그 큰 선박 아래에 작은 보트가 걸렸는데 그 보트는 바로 레베카가 일년 전에 타고 나갔던 보트라고 했고, 그 보트에는 시신이 하나 있었다고 했어. 이미 오래 전에 레베카의 시신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이 되었는데 이 배에 있는 시신은 뭐지? 그날 밤에 레베카는 혼자가 아니었나? 얼마 후 맥심이 왔어. 경찰이 다녀왔고 보트와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주니 맥심은 크게 좌절하면서 결국 레베카가 이겼다고 했어. 큰 좌절감과 함께 이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에게 모든 진실을 이야기해주었단다.

레베카는 남들이 보는 것과 달리 사실 무척 음흉하고 계략이 넘치고 사악한 사람으로 결혼 직후부터 맥심을 무시고 조롱했다고 했어. 그들의 부부 생활은 연기였을 뿐이라고가문의 명예 때문에 이혼도 못했다고 했어. 레베카는 사촌인 잭 파벨뿐만 아니라 여러 남자와 어울리는 등 문란한 생활을 했어. 이 사실을 아는 것은 맥심과 비아트리스 등 극소수였단다. 맥심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해변가 오두막집에서 레베카를 죽였던 거야. 그리고 보트에 시신을 싣고 배 밑에 구멍을 내서 가라앉게 하여 사고로 위장했던 거지. ‘는 이 진실을 알게 되고 나서 맥심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단다. 그 동안 맥심이 여전히 레베카를 잊지 못하고 자신보다 레베카를 더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했거든그런데 그게 아니고 맥심은 만을 사랑하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더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이 일을 잘 헤쳐나가자고 했어. 그리고 맥심의 사랑이라는 백그라운드를 확인하게 되자 자신감이 생겼고, 댄버스 부인에게도 저항하고 할 말은 했단다.

보트에서 발견된 시신이 레베카로 밝혀지면서 사건에 대한 심리가 열렸단다. 맥심에게 위기가 있었지만, 레베카가 자살한 것으로 종결되었어. 그런데 잭 파벨이 맥심을 찾아왔어. 레베카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담긴 편지가 있다고 했어. 그러면서 그 증거를 없애는 대신 돈을 달라고 협박했단다. 맥심은 강하게 밀어붙였어. 오히려 잭 파벨을 협박죄로 고소하려고 했어. 그러면서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줄리언 대령을 전화해서 오라고 했단다. 레베카를 숭배하는 댄버스 부인도 찾아와서 맥심에서 불리한 증언을 했단다. 절대로 레베카가 자살할 일이 없다고 말이야. 그런데 죽은 날 레베카가 병원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게 단서가 될 것이라 생각해서 그들은 함께 당시 진료를 했던 베이커라는 의사를 찾아갔어. 그리고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단다. 레베카는 말기 암에 걸린 상태였으며 얼마 살지 못한다고 했어. 이로써 레베카는 충분한 자살 동기가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레베카의 죽음은 자살로 최종 종결되었단다.

이제 맥심과 는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되었단다. 다시 집으로 오는 길.. 멀리서부터 불길이 보였는데, 맨덜리 저택에 큰 화재가 발생한 것이었단다. 댄버스 부인의 짓이었어. 맥심과 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였단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걱정하지 않았어. 레베카라는 커다란 굴레가 벗겨졌으니, 뭐든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단다. 그리고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영화를 찾아 봤단다. 영화가 그 두꺼운 소설을 모두 다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나름 괜찮았단다. 누군가에게 막 추천할 만큼은 되지 않았지만, 소설을 되새기면서 보니 나쁘지 않았단다.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 말고, 1940년 히치콕이 만든 <레베카>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지난밤 다시 맨덜리로 가는 꿈을 꾸었다.

책의 끝 문장: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과 함께 불탄 재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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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8 2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끝까지 여자주인공 이름이 나오질 않아서 무지 궁금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bookholic 2022-04-20 22:48   좋아요 1 | URL
그 두꺼운 소설에 단 한번도 주인공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니...
지은이가 잘못했네요..^^

새파랑 2022-04-19 1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반전을 전혀 예상도 못했습니다 ㅋ 책 읽으면서 재미를 위해 반전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잘 안합니다 😅

bookholic 2022-04-20 22:49   좋아요 2 | URL
ㅎㅎ 그렇군요.. 저는 읽으면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거든요...
그래서 반전은 늘 재미를 줍니다...^^

그레이스 2022-04-19 1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bookholic 2022-04-20 22:50   좋아요 2 | URL
시간을 순삭합니다...^^

새파랑 2022-05-07 0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이첼 보다는 레베카 아니겠습니까 ㅋ 북홀릭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

mini74 2022-05-07 08:11   좋아요 3 | URL
북홀릭님 ~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2-05-08 04:00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mini74 님, 고맙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되십시오~~

이하라 2022-05-07 08: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bookholic 2022-05-08 04:01   좋아요 1 | URL
이하라 님,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휴일 되십시오~~^^

thkang1001 2022-05-07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되시길 기원합니다!

bookholic 2022-05-08 04:02   좋아요 1 | URL
thkang1001 님, 고맙습니다~~
화창한 오월입니다.
늘 즐거운 시간 되시길...^^

서니데이 2022-05-07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bookholic 2022-05-08 04:0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되십시오...^^

러블리땡 2022-05-08 0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오 영화도 못 봤고 책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원작 책이 있군요 ㅎㅎ 우왕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bookholic 2022-05-08 22:18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 님, 고맙습니다~~
주말이 휘리릭 가버렸어요...ㅠㅠ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강나루 2022-05-08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bookholic 2022-05-08 22:19   좋아요 1 | URL
강나루 님, 고맙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한 주, 즐거운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고전문학, 회화, 신화로 만나는 리얼 지옥 가이드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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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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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 제목에 낚이는 경우가 있단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로 남을 것 같구나. 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이라는 거창한 제목에 이 책은 그 내용 또한 무척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읽게 되었단다. 지은이는 김태권이라는 분인데, 아빠는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알고 있었단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아빠한테는 잘 맞지 않은 책이었단다.

이 책의 요지는 지옥을 소재로 한 미술이나 문학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것이란다. 지옥은 살아서 큰 죄를 지으면 그 벌로 죽어서 가는 곳으로 알고 있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금 지구 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지옥에 가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단다. 그리고 죽어서 지옥에 가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본 사람도 단 한 명도 없단다. 지구 상에는 죽음 뒤의 세상이 어떤 세상이 있는지 아는 사람이 단 명도 없으니 말이야. 그러나 오래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지옥 또는 그와 유사한 존재가 있다고 믿어왔단다. 살아서 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  지옥과 천국이라는 가상 세계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구나.

지옥이라는 가상 세계를 세계 곳곳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상상을 했단다. 그런 지옥의 모습은 오래 전부터 미술의 작품들과 문학작품에서 나온단다. 여러 작품들에 등장하는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단다. 지옥을 뜻하는 영어단어 hell은 북유럽 신화에는 저승의 여신 에서 왔다고 하더구나. 서양의 지옥들뿐 아니라 동양의 지옥들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지옥에 간 지장보살 이야기, 중국 소설 <두자춘전>에 등장하는 지옥 이야기, 인도의 데바닷타라는 사람이 석가모니를 암살하려다가 실패하고 떨어진 지옥 구덩이 이야기 등등도 소개해 주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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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단테의 <신곡>이라는 작품이 많이 언급되었단다. 아무래도 그 책의 주된 장소 중 하나가 지옥이라고 그런 것 같구나. 단테의 <신곡>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었다면 더 공감을 하면서 읽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 밖에 지옥을 다른 문학 작품으로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등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었단다. 생각보다 참 많은 문학 작품에서 지옥을 다루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지옥을 그린 그림들도 많이 소개되었는데, 그 그림들이 낯이 익은 그림들이 많았단다. 양정무 님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에서 본 그림들이었거든. 그런데, 양정무 님은 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7권을 출간을 안하고 있는 거냐^^

정말 지옥이라는 세상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승과 비슷한 모습일까? 어쩌면 이곳이 지옥인지도 모르지. 현실 세계는 또 다른 곳에 있고, 그곳에서 뭔가 잘못을 해서 온, 그들이 이야기하는 지옥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일지도 말이야. 그래서 헬조선이라는 말도 생겨나고 말이야. 최근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때문에 더욱 삶이 팍팍하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많아서 이 세상이 힘든 지옥 같은 삶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거야. 그래도 시간이 좀더 지나면 나아지겠지, 이런 생각으로 버텨왔을 텐데, 점점 악화되는 코로나최근에는 다시 하강 곡선으로 접어들었는데, 또 다시 반전이 없길 바래본단다. 오늘은 짧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지옥 여행에 대한 책을 쓰는 사람이라니, 가이드로서는 실격이다.

책의 끝 문장: 우리가 저승에 가는 대신, 저승 사람이 우리한테 와서 자기들이 겪은 일을 이야기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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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4-15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단테의 신곡중 지옥편 읽고 있는데 이 책이랑 같이 읽으면 좋겠어요.
저도 가고 싶지 않아요^^

bookholic 2022-04-16 01:01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페넬로페 님의 <신곡>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천국 같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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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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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어. 그 때는 국민학교라고 불렀지. 학교가 작아서 도서관도 없었고, 어떤 한 교실의 모퉁이에 도서관을 대신한 책장을 두고 책장 안의 책들을 볼 수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수업이 끝나고 곧장 집에 안가고 그 교실에 남아서 동화책을 읽었단다. 그날 왜 곧장 집에 안가고 거기서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단다. 단지 그날 읽은 책 한 권만 기억에 남는단다.

책 제목은 <행복한 왕자>. 어린 아빠의 마음을 울린 무척 슬픈 내용의 동화였어. 그래서 그 줄거리가 아직도 아빠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단다. 그런데 아빠가 많은 책들 중에서 왜 그 책을 뽑아 들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어렸을 때의 아름다운 추억의 단편들이 앞뒤 사정이 기억이 나질 않으니 슬프더구나. 그런 아름다운 기억들을 풀스토리로 잘 기억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데도 <행복한 왕자>는 그런 기억의 단편에 정확히 남아 있었단다.

이번에 아빠가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있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의 다섯 번째 책의 제목 <행복한 왕자>을 보고 나서 어린 시절이 떠올랐단다. 지은이를 보니 오스카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라는 사람은 꽤 유명한 사람인데, 아빠는 그 동안 그 그 분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니었구나. 아주 어렸을 때 이미 그의 책을 읽었구나. 기억력이 좋지 못해 어렸을 때의 기억이 대부분 지어진 아빠에게 그 작은 교실에서 <행복한 왕자>를 읽고 있던 기억을 남기게 해준 것만으로 오스카 와일드 님이 고마워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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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스카 와일드 님의 단편 소설 네 편이 담겨 있단다.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부와 그의 영혼>, <별 아이> 이렇게 네 편이란다. <행복한 왕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들어보는 작품들이란다. 다 단편이라서 짧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

<나이팅게일과 장미>나이팅게일은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대학생의 사랑을 이루고 싶었지만, 대학생이 짝사랑하던 여자는 장미보다 보석을 더 좋아해서 대학생을 차버리고 말았단다. 대학생도 그 여학생에 대한 마음을 금방 저버리고 만단다. 사랑을 생명보다 고귀하게 생각하는 나이팅게일에 비해 대학생과 여자는 사랑을 너무 값싸게 생각하는 것 같았단다. 독자들은 대학생과 여자를 욕하면서 사랑의 고귀함을 깨닫지 않을까 싶구나.

<어부와 그의 영혼>인어를 짝사랑하는 어부는 인어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마녀의 도움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떼어 내고 된단다. 영혼이 있는 사람은 물 속에 살 수 없다고 해서 말이야. 어부의 마음에서 떨어져 나온 영혼은 세상의 여러 사악함을 배우게 된단다. 다시 어부의 마음으로 들어가려고 어부를 계속 유혹을 하게 되지. 어부는 계속 거부하다가 결국 어부는 영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그 영혼과 재결합하게 돼. 다시 인어를 만나러 물 속에 갈 때는 다시 영혼을 떼어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지. 평생 영혼은 딱 한번만 떼어낼 수 있는 것을 말이야. 사랑이 아무리 중요하지만, 영혼까지 팔면서 사랑을 사는 것은 너무한 것 같구나. 영혼은 떼어 놓고 와. 그럼 사랑해줄게. 이런 조건 달린 사랑은 아닌 것 같구나. 그러니 영혼이 그런 사악함을 배워서 복수를 하지

….

<별 아이>용모가 아름다운 한 아이가 이야기인데, 고귀한 신분이라고 믿고 있던 별 아이가 자신을 버린 엄마가 찾아오면서 자신이 버려진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단다. 자신의 신분에 실망한 별 아이는 친엄마는 거부하고 쫓아낸단다. 그 일이 있고 얼굴이 흉측하게 변하게 되는데 잘못을 깨닫고 엄마를 찾아 나섰지만 노예로 잡히게 된단다. 그리고 마법사가 내준 어려운 세가지 과제를 해결하면서 옛 모습을 되찾고 엄마도 되찾고 화해를 하는 그런 이야기란다.

….

<행복한 왕자>는 워낙 유명하고 너희들이 읽는 책에도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PS:

책의 첫 문장: 온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기둥 위에, 행복한 왕자의 조각상이 서 있었습니다.

책의 끝 문장: 그의 뒤를 이은 왕은 악하게 다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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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현상 자체는 무작위로 벌어지는 사건이다. 돌연변이 유전자의 운명, 즉 미래 세대에 그 유전자가 확산되고 지속될지 아니면 사라져 버릴지는 그것이 좋은 변화(유익한 돌연변이)인지 나쁜 변화(불리한 돌연변이)인지 또는 상관없는 변화(중립적 돌연변이)인지에 달려 있다. 무작위로 시작된 유전자 돌연변이는 자연 선택/도태 과정에서 당사자와 후손에게 충분히 유익하면 영구화된다. 이와 반대로 불리한 돌연변이는 그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살아남더라도 확산되지 않고 금방 사라지고 만다. 인류가 생존해 온 1만 세대라는 기간 동안 우리의 게놈은 천천히 그러나 확고한 걸음으로 상당히 큰 변화를 겪었다. 무작위로 시작된 돌연변이지만 그중 유익한 것들은 선택적으로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72)

지구상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인간은 몸에 필요한 열량을 제공하는 음식을 간절히 원했다. 우리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할 능력이 있어서, 음식이 풍부할 때 과식을 해서라도 남은 열량을 지방으로 축적해 다음에 찾아올 기근을 이겨낼 수 있다. 또 다양한 음식을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로 바꿀 능력도 갖추고 있다. 굶주림은 개인뿐 아니라 생물 종 전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에 우리의 본능과 인체 내 조절 장치는 전부 과식을 해서라도 당장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는 쪽으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울어 있다.


(89)

영양 실조와 굶주림은 인간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다. 그러니 우리 몸이 음식-특히 몸에 꼭 필요한 핵심적인 음식-을 원하고, 오염되거나 독이 든 음식은 먹고 병들거나 죽지 않도록 알아서 거부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몸은 허기와 입맛, 소화를 북돋고 제어하는 다양한 호르몬과 기관에 의존한다. 결국 우리는 충분한 열량을 섭취해 소화하도록 하는 유전자와, 주기적인 식량 부족에서 살아남아 종을 보존할 수 있게 지방을 넉넉히 저장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후손인 것이다.


(94)

쓴맛은 좋은 느낌이 아니다. 독이 든 식물은 흔히 쓰므로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우리 몸이 만들어 낸 일종의 방어 기제다. 모든 미각 세포 중 쓴맛을 알아차리는 세포가 가장 예민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소량의 쓴 물질까지 감지할 수 있다. 아무리 적은 양의 독도 피하는 것이 언제나 중요하기 때문이지 싶다. 쓴맛 감지를 돕는 유전자는 25가지가 넘는다. 단맛과 감칠맛 감지 유전자는 둘 다 합쳐 겨우 3가지뿐이라는 사실과 대조된다.


(154)

항상 불확실한 식량 공급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몸은 반복되는 아사의 위협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우리의 미뢰는 열량 밀도가 높은 지방, , 단백질을 원하도록 만들어졌다. 소장과 대장은 섭취한 음식, 특히 원래 형태에서 분해되어야 하는 음식에서 영양소를 최대한으로 흡수한다. 거기에 대해 우리는 가능할 때마다 과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서 장래에 있을지 모르는 식량 부족에 대비해 지방을 저장한다.


(163-164)

우리 조상들은 현대인보다 안정적으로 물과 소금을 손에 넣을 기회가 보장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미래의 부족에 대비해 물과 소금을 찾고 소비하고 충분히 몸속에 저장하도록 몸이 적응해야만 했다. 그리고 물과 소금이 부족해지면 다양한 호르몬이 동원되어 탈수로 인해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낮아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요컨대 루스벨트는 인류의 생존을 20만 년 동안 보장해 온 과잉 보호 형질과 호르몬들이 작동한 결과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171)

모든 온혈 동물은 체온을 아주 좁은 범위 내에서 유지해야 한다. 인간의 경우 그 온도는 화씨 98.6(섭씨 37) 정도고 다른 포유 동물은 대부분 그보다 약간 더 높다. 주변 온도보다 체온을 더 높게 유지하려면 우리는 열량을 태우면서 나오는 열에 의지해야 한다. 그러나 높아진 주변 온도나 신체 활동 때문에 많은 열량을 단시간에 태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열이 생기면 열을 식힐 수도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고기를 공급하는 사냥감에 비해 우리가 크게 유리한 점은, 오래도록 육체 활동을 해야 할 때 과열을 피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변이 더울 때 이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181)

나트륨과 물의 경우 과잉 보호가 주는 유리함은 간단하다. 몸에 나트륨과 물이 부족하면 탈수현상이 일어나 몸 전체에 혈액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최저 수군 이하로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 혈압이 너무 낮아지면 우리는 기절하거나 죽는다. 이에 반해 나트륨과 물이 몸에 조금 더 있으면 땀을 많이 흘리거나 설사를 하거나 한동안 물을 못 마시는 일이 있어도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남아도는 나트륨과 물 때문에 혈압이 조금 높아져 그 상태로 몇 년 동안 지속되더라도 몸이 견뎌낼 수 있다. 따라서 몸에 물과 나트륨이 조금 남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너무 없는 것을 걱정하는 쪽으로 몸의 미세 조정 장치가 작동하는 것이 합당하다.


(207)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우리 몸의 과잉 보호 성향을 더욱 부추겨 필요 이상으로 혈압을 높인다. 고혈압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소금을 더 먹으면 혈압을 높인다. 고혈압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소금을 더 먹으면 혈압은 더 올라간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나트륨을 1그램 더 먹을 때마다 혈압은 2.1수은주밀리미터 상승하고 고혈압이 될 확률을 17퍼센트 높인다. 지나친 나트륨 섭취는 심장, 신장, 혈관에 손상을 가져오며, 하루에 나트륨을 6그램 이상 섭취하면 사망 위험을 높일 개연성이 아주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150만 명 이상이 나트륨 과다 섭취로 목숨을 잃는다고 추산한다.


(243)

두려움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두려움 덕분에 공격당하는 일을 모면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적어도 당분간은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간혹 위험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을 했는데도 공격적인 경쟁자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 처한 조상은 본능을 총동원해 자신을 보호하는 행동을 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을 살렸던 이 방어 본능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심리 상태 중 일부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293-294)

1628년 영국의 의사 윌리엄 하비가 혈액 순환을 최초로 상세히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의학은 진일보했다. 모두 합치면 9 6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동맥, 정맥, 모세혈관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순환계에는 5쿼트( 4.7리터) 정도의 피가 돌고 있다. 이 폐쇄 순환 체계에 아주 조금한 구멍이라도 생겨 피가 새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출혈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댐에 난 구멍을 막듯이 즉시 피를 응고시킨다. 하지만 원래 출혈로부터 우리를 구해 주는 이 응고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 때 작동하면 혈전이 생기는데, 이 혈전-로그 오도널의 관상 동맥에 생긴 것-은 우리를 몹시 아프게 하거나 심지어 죽일 수도 있다.


(396)

자연 선택은 훌륭한 체제다. 수천 년에 걸쳐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아마 그 속도는 점점 가속이 붙어 갈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속화더라도-그리고 유전자뿐 아니라 후성 유전학적 꼬리표까지 나서서 이 과정을 진행하더라도-자연 선택의 속도가 지금까지 변해 오고 또 앞으로 변해 갈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필요 이상의 음식과 소금을 섭취하고, 과도하게 불안과 우울을 느끼고, 혈액이 너무 잘 응고하는 이 타고난 형질을 막거나 되돌리는 일을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해내리라고 믿고 맡겨 둘 수가 없다. 대신에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킬 방법-정신력으로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이며, 동시에 과학의학의 도움을 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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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서구 철학 전통에서 거울은 자기 인식의 단계이자 도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거울을 통한 착각에 불과하다. 자기 눈으로 자기를 본다?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이 같다면 자기 복제가 아닌가. 결국 자기 시력(視歷) 수준에서밖에 볼 수 없다. 보고 보이는 것으로부터 자유. 안다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과정에서의 관계성이다. 인간은 자기 외부의 타자를 통해서, 나와 다른 타인을 통해서,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부분적으로 자기를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46-47)

타인과 소통, 의미 있는 일에 몰두, 자신을 잊는 헌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움, 사랑, 솔로의 꿋꿋함, 실존의 조건…… 이런 인식이 외로움에 대한 나의 개똥철학이었다. 이런 삶도 외로움을 덜어주신 한다. 그러나 쉬운가? 김영갑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확실히 몰두할 대상이 있어서 나나 타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외로움은커녕 약간 흥분 상태였다. 당시에는 처음 보는 사진이 너무 황홀해서인지 글이 읽히지 않았다. 사진가의 글은 별로라는 생각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51-52)

책의 좋은 점은 머리에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인데, 나는 책읽기가 아니라 책이라는 물건을 좋아하고 있다. 생계 노동 외 대부분의 시간을 책 청소와 정리로 보낸다. 책장 청소를 위해 특별 구입한 청소기로 1, 마른걸레로 2, 물수건으로 3. 주제별, 저자별, 저널별, 논문별로 분류한다. 매일 정리해도 끝이 없다. 엽서, 포스터, 문구류에 대한 집착도 있어서 그 관리도 만만치 않다. 유복은 고사하고 이사를 꿈꾸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후 기증도 마음이 놓이질 않으니, 병이다.

<무소유>를 읽으면 뭐하나. 법정의 말대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니 노예가 따로 없다.


(60)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 그럴까.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는구나.” 심란해하는 이들이 더 많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악랄한 이데올로기. 나이에 맞는 정상적인 삶과 성취가 있다는 생애주기 개념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질병 때문에 인생의 공백이 생긴 경우 누굴 탓하랴. 일본의 유명한 배우 와타나베 켄은 승승장구하던 시절 백혈병 진단을 받고 첫 단독 주연작을 포기했다.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재기했다.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그의 진정성과 젊은 날 투병의 영향일 것이다.


(62)

뒤처진 인생이란 결국 타인에게 뒤처졌다는 얘기인데, 다른 이들도 똑같이 뒤쳐졌으므로 덜 괴로워해도 되지 않을까. 더구나 당대 자본은 나이에 맞는 지위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 지위를 초과 달성한 이들을 원한다. 어차피 웬만한 사람은 다 루저. 뒤처지지 않으려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길을 잃지 않으려고 마스터플랜을 쥐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81)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 겨우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이날을 기억할 정도로 올여름은 더웠다. 나만의 감식법인데 ‘8월 하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나이듦에 대한 심정을 알 수 있다. “드디어 가을이 왔다.”고 좋아하는 이들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사람이고, 올해 같은 8월이 가는 것조차 서운한 이들은 스스로 나이들었다고 생각하는사람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후자다. 인간은 원래 소통 불가능한 동물이지만 이 심정을 젊은이는 모를 것이다. 역지사지가 가장 어려운 영역은 나이 차이가 아닐까. 한쪽은 거쳐 왔고, 한쪽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완벽한 비대칭.


(91-92)

소박하게 살고 싶어서, 만사가 귀찮아서, 사람이 싫어서…… 은둔을 고민하지만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은둔이 도피 이상이 되려면 입장이 확실해야 한다. 나의 잠정 결론. 은둔의 이유는 세상이 나를 더럽혀서가 아니다. 내가 세상을 더럽히므로 떠나야 한다. 마음이 편하다. 마음만이라도 거사(居士).


(117)

나는 늘 내 문제가 궁금하고 그로 인해 생성되는 삶의 화학에 골몰하는 편이다. 내게 인생의 절정, 결정적 순간은 패배 후의 복기다.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 혼돈과 의문의 시간에 바로 복기할 수 있다면! 그 깨달음의 절실함과 기쁨을 어디에 비교할까. 집약된 배움, 농축된 시간, 바둑의 복기는 요다 노리모토 9단의 휘호처럼 이치고이치에”(一期一會, 다시 오지 않을 단 한번의 기회)일지 모르지만, 삶은 복기의 연속이다. 그래야 한다. 매 순간이 대국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복기는 트라우마, 집착, 후회를 가져온다. 지나간 일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154)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권력자다. 자기 충족적 삶은 최고로 힘을 지닌 상태다. 인간은 권력 지향적이기 때문에 권력감이 없으면 외로운데, 자기 몰두형 인간은 권력에 무심하다. 사실, 이 행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191)

, 참 국립국어원은 남성 페미니스트여성에게 친절한 남자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앞에 예쁜 여성에게만붙이면 완벽하네요!


(220)

말을 섞는 것은 살을 섞는 것보다 관능적인 행위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나는 섹스보다 대화가 더 심각한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말이 통한 다음에 올 천국과 파국을 알기에, 되도록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엮이는 것만큼 재앙도 없다. 말은 물질이다. 말 한마디는 빚만 갚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게 한다. 나는 예전에 이송희일 감독의 우린 친구가 없으면 끝이잖아.”와 서울인권영화제 표어였던 나는 오류입니까?”로 몇 달 버틸 양식을 구했다.


(241)

과학자는 신이 아니다. 과학자이기 이전에 자신의 정체성, 자기 연구의 의미,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역사와 언어, 개인의 위치성을 알아야 한다. 동물들의 행위가 약육강식인지, 협력인지, 경쟁인지, 돌봄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판단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잠깐, 백번 양보해서 여성의 모든 문제가 호르몬이라고 치자. 그것도 모두 출산력과 관련이 있다면 저출산 시대에 여성을 보호하고 지지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제나 인간 문제는 팩트여부가 아니라 팩트를 만들어내는 권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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