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6)

사실, 죽음이 누구에게나 정상적이고 당연한 결말이라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 것을 막으려 한단 말인가? 어떤 장사치나 관리가 5년이나 10년을 더 산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의학의 목적을 약으로 고통을 덜어 주는 데서 찾는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고통을 무엇 때문에 줄이려 하는가? 첫째, 흔히 말하듯이 고통은 사람을 완성으로 이끈다. 둘째, 인류가 정말로 알약과 물약으로 자신의 고통을 경감시킬 줄 알게 된다면, 그전까지 온갖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고 나아가 행복을 가져다주었던 종교와 철학을 아주 저버릴 것이다. 뿌쉬낀은 죽음을 앞에 두고 무서운 고뇌에 휩싸였고, 가난한 하이네는 중풍 때문에 몇 해 동안 누워만 있었다. 그런데 안드레이 에피미치나 마뜨료나 사비슈나와 같은 사람이 아프지 말아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들의 삶은 보잘 것 없으며, 고통마저 없다면 아메바의 삶같이 전적으로 공허할 것이다.


(42)

당신도 아시다시피…” 의사가 계속해서 조용히, 띄엄띄엄 말한다. “이 세상에서 지성의 고결하고 정신적인 발휘만큼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일은 없습니다. 지성은 사람과 동물을 뚜렷하게 가르고, 인간이 지닌 신성을 암시하며, 존재하지 않는 불멸을 어느 정도까지는 대신 인간에게 부여합니다. 이런 점에서, 지성은 즐거움을 낳는 유일한 원천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우리는 주위에서 지성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즐거움을 잃은 겁니다. 물론 책이 있긴 합니다만 생생한 대화와 교제는 전혀 없습니다. 아주 괜찮은 비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책이 악보라면 대화는 노래입니다.”


(67)

이성적인 이해……” 이반 드미뜨리치가 얼굴을 찡그렸다. “외부의 것, 내부의 것……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소. 내가 아는 것은……” 그가 일어나서 화가 난 듯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아는 것은 신이 나를 따뜻한 피와 신경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렇소! 유기적인 조직체는, 죽지 않았다면 모든 자극에 반응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반응하고 있는 겁니다! 고통에 대해 나는 비명과 눈물로 대답합니다. 비열함에 대해서는 분노로, 혐오스러운 것에 대해서는 구역질로 대답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바로 삶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저급한 유기체일수록 감각이 무디고 자극에 약하게 반응합니다. 고등한 유기체일수록 더 예민하고 더 활발하게 현실에 반응합니다. 어떻게 이것을 모릅니까? 의사 선생,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모르나요? 고통을 무시하고 언제나 만족하고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기 위해서는 그러한 상태에 도달해야 합니다.” 이반 드미뜨리치가 기름기가 흐르는 뚱뚱한 농부를 가리켰다. “아니면, 고통에 대한 모든 감각을 잃어버리도록 자신을 단련해야 하지요, 다른 말로 하자면, 사는 것을 그만두는 겁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현인도 철학자도 아닙니다.” 이반 드미뜨리치가 짜증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런 건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만한 사람이 못 됩니다.”


(99)

상상해 보면, 1백만 년 후에 어떤 영혼이 우주를 날아다니다가 지구 옆을 스쳐 지나간다면, 진흙과 닳아 버린 바위만 보게 될 것이다. 문화도 도덕의 규범도 모두 다 사라지고 우엉조차 자라지 않을 것이다. 가게 주인 앞에서 느끼는 창피함이나 보잘것없는 호보또프나 미하일 아베랴니치의 부담스러운 우정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 모두 다 하찮고 무의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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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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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구병모 님의 <위저드 베이커리>란 책을 읽고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포스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알라딘 서재 이웃께서 구병모 님의 <피그말리온 아이들>을 추천해 주어서 잘 기억하고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피그말리온이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에 나온 그 유명한 조각가가 아니더냐자신이 만든 여인의 조각상을 진짜 여자로 변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고, 아프로디테가 보낸 에로스가 그 조각상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었다는 그 이야기 말이야. 그 여인의 이름은 아빠가 기억을 잘 못해서 찾아보니 갈라테이아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들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단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정확한 뜻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찬스 좀 써 보았단다. 교육심리학에서 나온 말인데,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고, 이것을 주장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로젠탈 효과라고 한단다.

그렇다면 이번에 아빠가 읽은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책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1.

조그마한 방송국 PD는 독특한 학교들을 찾아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었단다. 이번에 촬영하기로 한 학교는 낙인도라는 섬에 있는, 베일에 쌓여 있는 기숙학교 로젠탈 스쿨을 촬영하기로 기획했어. 낙인도라는 섬은 워낙 작아서 로젠탈 스쿨만 있고, 섬 반대편에는 주민들이 고작 20여 명만 살고 있었어.

이 학교의 이름이 왜 로젠탈인지 알겠지?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이야기했던 사람이 로젠탈이라는 사람이잖아. ‘는 이 학교의 촬영을 위해 이사장을 만나서 허락을 받았으나, 로젠탈 스쿨의 교장은 이 촬영에 대해 무척 불편한 기색을 보였단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많은 조건을 달았어. 일단 섬에 들어오면 핸드폰은 학교측에 맡겨야 하고, 인터넷도 할 수 없고, 해야 한다면 허락을 받고 특정 시간에 가능하다고 했어. ‘는 알겠다고 하면서, 촬영 감독인 과 함께 단 둘이 낙인도에 들어왔단다.

교장의 비서는 학생인 신은휘라는 학생이 맡고 있었는데, 일종의 아르바이트로 비서 일을 하고 있던 거야. 이 로젠탈 스쿨의 학생들은 부모가 없거나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받아들여서 이런 저런 기술들을 가르치는 곳인데, 조사를 하다 보니 무척 폐쇄적이고 교장의 권위가 엄청난 학교였단다.

….

는 촬영을 하면서 이 학교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아이들이 어떤 약물도 먹는 것을 보게 되었어. 그가 촬영하는 것이 원래는 학교 소개를 하는 다큐였는데, 점점 시사고발 다큐의 성격을 띠어 갔어. 인터넷도 못하게 하니까, 몰래 숨겨온 태블릿으로 섬 밖에 있는 선배 에서 촬영한 내용을 미리 보내기도 했어. 그렇게 학교의 여러 모습을 찍고 싶어하는 는 학교의 특정 부분만 찍으라고 하는 교직원들과 대립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단다. 거기에 비서 일을 하고 있는 신은휘 학생은 암호를 이용하여 에게 도망가라고까지 하고 자신을 구해달라고까지 했단다. 도대체 이 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2.

학교 안에서도 규제가 엄청 심했단다. 어쩌다 싸움을 한 아이들은 며칠씩 캄캄한 지하실에서 갇혀 있어야 했어. 우연히 촬영감독 이 그렇게 갇혀 있는 아이의 소리를 듣고 도와주려고 갔다가 선생님에게 걸려 구타 당하고 도 감금되었다가 풀려나기도 했어. ‘은 몰래 취재한 것을 빼돌리고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섬 밖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단다. 교장의 비서인 은휘도 그들의 탈출을 돕고 있었어. 은휘도 자신의 학교가 문제가 많고,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바랬던 거야.

그들의 소식은 섬 밖의 에게 알려졌어. ‘에게 이 학교 졸업생을 찾아 인터뷰를 해달라고 했어. 그 인터뷰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었단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학생들은 수천만 원의 빚을 학교에 지게 되고, 이를 계속 갚아나가야 한다고 했어. 오랫동안 말이지… ‘이 검사에게 이야기해서 해경까지 동원해서 로젠탈 스쿨에 오게 된단다. 그렇게 해서 은 무사히 그 섬을 빠져 나올 수 있었어. 하지만, 학생들은 다들 묵묵부답이었단다. 심지어 은휘까지도… ‘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렇다 보니 교장이나 교직원들도 대부분 무혐의 처분되었고, 선생님 두 명만 가벼운 책임을 지게 되었단다. 그리고 가 찍은 다큐도 방송에 내보내지 못했단다. 로젠탈 스쿨 뒤에 또 다른 권력이 있었던 것 모양이야. 로젠탈 스쿨은 다시 베일에 가리게 되었고, 은휘를 비롯한 그곳의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단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지은이 구병모 님은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을까. 아이들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획일적인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을 하신 것일까. 로젠탈 스쿨이라고 하는 좀더 극단적인 학교 모델을 등장시켜서 말이야. 오늘날 학교는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 단계로써의 역할에만 너무 치우쳐 있는 현실이 안타깝단다. 그러다 보니 그 경쟁에서 이기려고 점점 어린 나이부터 그 경쟁을 준비한다고 공부에만 열중하게 되고 말이야. 다른 개성을 찾거나 여러 가지 경험은 뒤로 한 채 말이야. 남들은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해서 그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면 그건 또 부모의 책임 회피 아닐까? 이렇게 많은 부모들이 생각하게 된단다. 사실 아빠도 하는 동일한 걱정을 하고 있고 말이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이 문제 많은 무한 경쟁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PS:

책의 첫 문장: 흙에 절반쯤 파묻혀 휘어진 나무줄기에 걸터앉아 마()는 숨을 몰아쉰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지금, 그게 누구든 간에 등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똑바로 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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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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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세 번째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란 책을 이야기해줄게. 이 책도 엄청 유명한 책이란다.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엄청 유명한 책이지만, 아빠는 책 제목이 주는 우울함으로 관심이 없던 책이었어. 지은지 다자이 오사무가 젊은 나이에 자살했다는 것도 좀 거부감이 있었고 말이야. 그런데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에 포함되어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구나.

읽고 나서는 나쁘지 않았고, 완전 아빠 취향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좋아할 만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이 소설을 통해 평범하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공감하게 되는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단다. 이 소설의 지은이는 다자이 오사무라는 일본 작가란다. 아빠가 이 작가는 처음이라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좀 찾아보았단다. 1909년에 태어났다고 하는구나. 한창 일본 제국주의 주변 국가들에게 횡포를 부리던 시기이구나. 그는 대지주의 열 번째 아이로 태어나서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지는 못했대. 아무래도 아이가 열이 넘다 보니 그랬겠지. 어렸을 때부터 예민하고 감수성이 많았던 다자이 오자무. 자신의 집이 고리대금업 등 부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죄책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하는구나.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도 불편해 했다고 했어. 그래서 공산주의에 빠졌다가 큰 형이 돈을 끊겠다고 하자 그만 되었대. 결국 집에서 주는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에 자기 혐오에 빠지게 되었대. 이후 그는 문학에 빠지게 되어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처음부터 우울하고 어두운 작품만 줄곧 썼다는구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약물중독에 빠지기도 했어. 그로 인해 정신 병동에 보내지고 했어이런 경험으로 쓴 책이 <인간 실격>이라고 하는구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다자이 오사무는 결국 서른아홉 적은 나이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단다.


1.

그러면 다자이 오자무의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주인공의 이름은 요바 요조란다. 요조라고 하면 우리나라 가수 요조가 떠오르는구나. 그래서 찾아봤더니 가수 요조는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바 요조에서 따온 예명이라고 하더구나.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셨나? 재미있어도 우울한 삶의 주인공의 이름을 예명으로 삼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던데

아무튼 소설 속 요조는 부잣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단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 적용하지 못했어. 학교에 들어가서도 친구들과 교류를 하려고 일부러 광대짓을 하면서 친구들을 웃겼어. 요조는 친구들을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어. 하지만 그는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었어.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하는 일종의 연기였단다. 그런데 어느날 친구 하나가 몰래 일부러 그런 것 다 안다고 이야기를 했단다. 그날 요조는 당황하고 불안에 떨었어. 자신의 가면이 벗겨지고 숨기고 싶던 민낯이 드러나는 기분이랄까.

사춘기 시절이 되어 이성에 눈에 뜰 나이가 되어도 요조는 여자들을 사랑하는 감정이 없었어. 스스로도 사랑하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어.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그래도 화가라는 꿈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심한 반대가 있었어. 아버지 몰래 미술학원을 다녔는데, 거기서 호리키라는 친구를 사귀게 돼. 호리키를 통해서 술, 담배, 매춘부 등을 알게 되었고, 쓰네코라는 접대부를 만나게 되었어. 그런데 스네코도 늘 삶에 부정적이고 지쳐 있었어. 요조 자신처럼 말이야. 그래서 둘은 같이 자살하기로 하고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스네코만 죽고 요조는 살아났단다.


2.

이 일로 요조는 스네코의 자살 방조죄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가 풀려나게 되었단다. 그리고 넙치라는 사람이 와서 그를 데려갔어. 넙치는 예전에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아버지가 시켜서 넙치가 요조를 데리고 간 것이야. 넙치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였고, 생활비는 고향에서 부쳐주었어. 그 집에서 얼마 안 있고 나와서 다시 방황하다가 요조는 호리키를 찾아갔어. 그리고 요조는 만화를 연재하면 근근이 생활을 했단다.

우연히 시즈코라는 여인을 알게 되었어. 남편과 사별하고 시게코라는 다섯 살 딸과 함께 살고 있었어. 요조는 그 시즈코와 함께 살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자신이 그들의 행복에 방해된다는 생각이 들어 시즈코를 떠나고 만단다. 그 만큼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기가 무척 힘든 사람이 사람이 요조였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그런 요조가 불교에 귀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리고 깊은 산 속에서 혼자 수행을 했다면 말이야. 하지만 소설 속 요조는 여전히 번잡한 이 삶 속에서 살아간단다.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말이야.

요조는 이번에는 담배가게 아가씨의 요시코를 만났어. 이번에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결혼까지 했단다. 그리고 둘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면 좋았겠지만, 이내 불행은 찾아왔단다. 요시코가 어떤 남자한테 겁탈을 당한 거야. 그걸 보고도 아무것도 못한 나약한 남자 요조. 다시 술을 마시고 또 마시고 폐인이 되었어. 수면제를 한꺼번에 많이 먹어 자살까지 기도했지만 실패하고 병원에 실려가 사흘 만에 깨어났단다. 이번에는 모르핀에 중독되었어. 넙치는 호리키를 찾아와 요조를 병원에 입원시키자고 했고, 결국 요조는 정신 병원에 보내졌어. 하지만 요조는 자신은 정상이라고 주장했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인간으로써 실격되었다고 생각했지.

어느날 큰형이 찾아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면서, 고향에 가서 요양하자고 했어. 그렇게 요조는 해변가 한적한 집에서 요양을 하기 시작했단다. 그의 나이 고작 스물일곱이었지.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인간 실격>은 지은이 다자이 오자무의 자전적 소설이자 그의 마지막 소설이란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소설은 약간의 희망을 암시하고 끝이 났다고 생각해. 해변가 한적한 집에서 요양을 혼자 요양을 하다 보면 다시 인간 합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하지만 지은이 다자이 오자무는 이 소설이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소설의 결말을 스스로 끝낸 것이 아닌가 싶구나.

씁쓸하구나. 이번에 읽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와 지난번에 읽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얼핏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회의 규칙이나 규범에 적용하지 못한 두 사람들사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단다.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참아내며 살아가는 사람들. <인간 실격>의 요조나 <이방인>의 뫼르소가 좀 심한 경우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간 관계에 힘들어한단다. 물론 아빠도그래서 이런 소설에 공감하고 찾아 읽는 것은 아닌가 싶구나. 나보다 더 심한 사람도 있네 난 이 정도는 아니니, 잘 살아보자 하고 말이야

, 오늘은 이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나는 그 사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

책의 끝 문장: 신같이 선한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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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배신 - 착한 유전자는 어째서 살인 기계로 변했는가
리 골드먼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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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기억력이 좋지는 않지만, 앎에 대한 욕구가 좀 있고 호기심도 많은 편이란다. 그 중에 과학 분야에 관한 관심이 많아서, 간혹 과학 교양 서적을 찾아 보곤 해. 과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딱히 가리지는 않아. 과학의 여러 분야에 대해서 알고 싶은 욕구들이 많지. 그래서 가끔 과학 교양 서적을 읽는단다. 이번에 읽은 리 골드먼의 <진화의 배신>도 인터넷 서점 훑어 보다가 괜찮을 것 같아 읽게 된 것이란다.

진화의 배신이라진화가 뭘 배신했다는 것일까? 우리가 배운 진화에 다른 내용이 숨겨져 있을까? 진화의 새로운 주장인가? 이런 생각으로 책을 펼쳐 들었단다. 그런데 책 제목 <진화의 배신>은 아빠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우리 몸이 오랜 시간 생존하기 위해 진화를 해봤는데, 그것이 오늘날 우리 식습관과 맞지 않게 되어 오히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다는 그런 의미에서 배신이었단다. 이 책의 지은이는 리 골드먼이라는 사람인데 아빠는 물론 처음 들어보는 사람인데 미국의 의사라고 하는구나. 이 사람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것은 이 책 한 권뿐이더구나. 아빠는 괜찮게 읽었단다.


1.

, 그럼 어떤 진화가 배신을 하고 우리 몸을 망쳤는지 몇 가지만 이야기해줄게. 아주 오래 전에는 인간의 종류는 여섯 종이 있었다고 해. 그런데 그 중에 모두 멸종하고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지. 이 이야기는 예전에 읽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도 본 적이 있는 것 같구나.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이유들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 그런데 살아남을 수 있게 유전자들이 진화를 잘 한 것도 한 몫을 했다고 이 책 <진화의 배신>에서 이야기하고 있더구나.

인류가 막 탄생하던 그 오래 전에 인류에게 위협을 주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 등이 그런 것들이란다. 그러면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견뎌내려면 인류는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할까. 먼저 굶주림을 생각해 보자꾸나. 언제 먹을 것이 떨어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대비하는 것은 무엇? 있을 때 많이 먹어두는 것이란다. 우리 유전자는 미래의 굶주림을 대비하기 위해 음식이 풍족하게 있을 때 과식을 해서라도 많이 먹고, 그것을 지방으로 비축할 수 있도록 진화를 한 것이란다.

========================

(72)

지구상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인간은 몸에 필요한 열량을 제공하는 음식을 간절히 원했다. 우리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할 능력이 있어서, 음식이 풍부할 때 과식을 해서라도 남은 열량을 지방으로 축적해 다음에 찾아올 기근을 이겨낼 수 있다. 또 다양한 음식을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로 바꿀 능력도 갖추고 있다. 굶주림은 개인뿐 아니라 생물 종 전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에 우리의 본능과 인체 내 조절 장치는 전부 과식을 해서라도 당장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는 쪽으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울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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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생활을 하던 인류는 오늘날에는 점점 굶주림과 멀어지게 되었지. 하지만 우리 유전자는 여전히 미래를 위해 비축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단다. 그래서 오늘날 비만 환자가 많은 거야. 비만이 건강에 안 좋고, 그것이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으니 적당히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유전자는 없어.. 진화의 속도는 그리 빨리 이뤄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더 먹고 싶은 이유는 바로 이런 생존하려는 유전자의 성질 때문이었구나. 유전자를 탓하면서 계속 먹어야 할까? 결국에는 의지를 가지고 그만 먹어야겠다고 참아내야 하는 거야. 그걸 못 참으면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말이지

….

그리고 인류가 막 탄생했을 때에는 물과 소금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단다. 우리 몸에 물과 나트륨이 부족하면 탈수현상이 일어나서 혈압이 낮아지고 그로 인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어. 그러니 우리 몸의 똑똑한 유전자들은 어떡하겠니그것도 미리 몸에 축적하도록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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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나트륨과 물의 경우 과잉 보호가 주는 유리함은 간단하다. 몸에 나트륨과 물이 부족하면 탈수현상이 일어나 몸 전체에 혈액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최저 수준 이하로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 혈압이 너무 낮아지면 우리는 기절하거나 죽는다. 이에 반해 나트륨과 물이 몸에 조금 더 있으면 땀을 많이 흘리거나 설사를 하거나 한동안 물을 못 마시는 일이 있어도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남아도는 나트륨과 물 때문에 혈압이 조금 높아져 그 상태로 몇 년 동안 지속되더라도 몸이 견뎌낼 수 있다. 따라서 몸에 물과 나트륨이 조금 남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너무 없는 것을 걱정하는 쪽으로 몸의 미세 조정 장치가 작동하는 것이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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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날은 어떠니소금을 통해서 얼마든지 나트륨을 섭취할 수 있잖니. 짠 음식이 더 입에 당기는 것도 유전자들이 나트륨을 미리 몸에 축적하기 위해서 우리를 조정하는 것인가? 오늘날 사람들은 하루 섭취해야 할 나트륨도 더 많이들 먹는단다. 그러면서 고혈압이 되고이 또한 유전자가 진화하는데 아직 우리 식습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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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우리 몸의 과잉 보호 성향을 더욱 부추겨 필요 이상으로 혈압을 높인다. 고혈압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소금을 더 먹으면 혈압을 높인다. 고혈압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소금을 더 먹으면 혈압은 더 올라간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나트륨을 1그램 더 먹을 때마다 혈압은 2.1수은주밀리미터 상승하고 고혈압이 될 확률을 17퍼센트 높인다. 지나친 나트륨 섭취는 심장, 신장, 혈관에 손상을 가져오며, 하루에 나트륨을 6그램 이상 섭취하면 사망 위험을 높일 개연성이 아주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150만 명 이상이 나트륨 과다 섭취로 목숨을 잃는다고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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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그 다음 자연 속에서 살던 인류에게 또 다른 위협은 힘센 동물이나 또 다른 종족의 공격이란다. 물론 적보다 더 강해지면 되겠지만, 그렇다고 늘 이길 수는 없는 법. 이기더라도 자신도 부상 당할 확률이 많고그렇다면 그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란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두려움이란다자신보다 더 힘 센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유전자는 알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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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두려움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두려움 덕분에 공격당하는 일을 모면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적어도 당분간은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간혹 위험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을 했는데도 공격적인 경쟁자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 처한 조상은 본능을 총동원해 자신을 보호하는 행동을 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을 살렸던 이 방어 본능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심리 상태 중 일부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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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두려움의 유전자가 오늘날까지 이어졌고, 어떤 이들은 그 두려움에 대한 정도가 지나치게 되었단다. 그리고 오늘날은 힘센 적뿐만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은 더 많이 늘어났잖니. 그래서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병들이 생겨난 것이란다. 오래 전에 우리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했던 것들이 오늘날은 병을 유발시키게 된 거지아빠도 그렇고 너희들도 그렇고 좀 예민한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남들보다 두려움의 유전자를 좀 더 가지고 있는 사람그러니 걱정되고 두려운 일이 생기면, 나 때문이 아니라, 유전자 때문에 그런 거라고 마음 편히 생각하자꾸나

….

우리 생존에 위협을 주는 것 중에 또 하나 출혈이 있단다. 그 출혈로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 몸은 피를 응고하도록 진화했단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말이야. 그런데 그것이 혈관 특히 심장 주변의 혈관에서 발생하면 생명의 위협까지 줄 수 있다고 하는구나. 아주 작은 구멍이 발생해도 너무 과하게 출혈 응고를 하게 되어 혈전이 생겨서 그것이 오히려 혈액을 막을 수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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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294)

1628년 영국의 의사 윌리엄 하비가 혈액 순환을 최초로 상세히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의학은 진일보했다. 모두 합치면 9 6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동맥, 정맥, 모세혈관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순환계에는 5쿼트( 4.7리터) 정도의 피가 돌고 있다. 이 폐쇄 순환 체계에 아주 조금한 구멍이라도 생겨 피가 새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출혈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댐에 난 구멍을 막듯이 즉시 피를 응고시킨다. 하지만 원래 출혈로부터 우리를 구해 주는 이 응고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 때 작동하면 혈전이 생기는데, 이 혈전-로그 오도널의 관상 동맥에 생긴 것-은 우리를 몹시 아프게 하거나 심지어 죽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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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까지가 예전에는 생존을 위해 진화된 유전자들이 오늘날에 우리 생명의 위협을 주는 경우를 살펴 보았단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전자는 우리 식습관의 변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니, 힘들지만 우리의 의지가 필요한 것이란다. 그래서 이 책의 7장에서는 우리 행동 바꾸기, 8장에서는 우리 체질 변화시키기를 통해 지은이는 진화의 배신을 극복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은 것들이야.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유전자들의 배신은 곧바로 우리 몸에 영향을 주지 않아.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에 서서히 우리 몸을 죽이게 되거든그렇기 때문에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고우리 함께 약간의 의지를 가지고 건강하게 잘 지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의사가 된 후로 가족과 친구들은 늘 내게 건강 문제를 상담하곤 한다.

책의 끝 문장: 그러나 20만 년에 걸쳐 살아남은 인류가 성공적으로 해쳐 온 모든 어려움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돌연변이 현상 자체는 무작위로 벌어지는 사건이다. 돌연변이 유전자의 운명, 즉 미래 세대에 그 유전자가 확산되고 지속될지 아니면 사라져 버릴지는 그것이 좋은 변화(유익한 돌연변이)인지 나쁜 변화(불리한 돌연변이)인지 또는 상관없는 변화(중립적 돌연변이)인지에 달려 있다. 무작위로 시작된 유전자 돌연변이는 자연 선택/도태 과정에서 당사자와 후손에게 충분히 유익하면 영구화된다. 이와 반대로 불리한 돌연변이는 그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살아남더라도 확산되지 않고 금방 사라지고 만다. 인류가 생존해 온 1만 세대라는 기간 동안 우리의 게놈은 천천히 그러나 확고한 걸음으로 상당히 큰 변화를 겪었다. 무작위로 시작된 돌연변이지만 그중 유익한 것들은 선택적으로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 P33

영양 실조와 굶주림은 인간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다. 그러니 우리 몸이 음식-특히 몸에 꼭 필요한 핵심적인 음식-을 원하고, 오염되거나 독이 든 음식은 먹고 병들거나 죽지 않도록 알아서 거부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몸은 허기와 입맛, 소화를 북돋고 제어하는 다양한 호르몬과 기관에 의존한다. 결국 우리는 충분한 열량을 섭취해 소화하도록 하는 유전자와, 주기적인 식량 부족에서 살아남아 종을 보존할 수 있게 지방을 넉넉히 저장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후손인 것이다. - P89

쓴맛은 좋은 느낌이 아니다. 독이 든 식물은 흔히 쓰므로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우리 몸이 만들어 낸 일종의 방어 기제다. 모든 미각 세포 중 쓴맛을 알아차리는 세포가 가장 예민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소량의 쓴 물질까지 감지할 수 있다. 아무리 적은 양의 독도 피하는 것이 언제나 중요하기 때문이지 싶다. 쓴맛 감지를 돕는 유전자는 25가지가 넘는다. 단맛과 감칠맛 감지 유전자는 둘 다 합쳐 겨우 3가지뿐이라는 사실과 대조된다. - P94

항상 불확실한 식량 공급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몸은 반복되는 아사의 위협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우리의 미뢰는 열량 밀도가 높은 지방, 당, 단백질을 원하도록 만들어졌다. 소장과 대장은 섭취한 음식, 특히 원래 형태에서 분해되어야 하는 음식에서 영양소를 최대한으로 흡수한다. 거기에 대해 우리는 가능할 때마다 과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서 장래에 있을지 모르는 식량 부족에 대비해 지방을 저장한다. - P154

자연 선택은 훌륭한 체제다. 수천 년에 걸쳐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아마 그 속도는 점점 가속이 붙어 갈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속화더라도-그리고 유전자뿐 아니라 후성 유전학적 꼬리표까지 나서서 이 과정을 진행하더라도-자연 선택의 속도가 지금까지 변해 오고 또 앞으로 변해 갈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필요 이상의 음식과 소금을 섭취하고, 과도하게 불안과 우울을 느끼고, 혈액이 너무 잘 응고하는 이 타고난 형질을 막거나 되돌리는 일을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해내리라고 믿고 맡겨 둘 수가 없다. 대신에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킬 방법-정신력으로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이며, 동시에 ‘과학’과 ‘의학’의 도움을 구해야 할 것이다.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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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05 14: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몸이란 정말 캐면 캘수록 더 모르겠는 것들이 나오는 진짜 화수분같다고 할까요?
우주만큼 미지의 영역이 인간의 몸과 유전자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막 하게 되네요. ^^

bookholic 2022-06-06 23:45   좋아요 2 | URL
네, 그런 것 같아요...
유전자의 비밀은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유전자들은 정말 우리 몸을 조종하는 걸까요???

mini74 2022-07-08 1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읽으며 우와! 정리 너무 잘하셨다 생각했는데 역시 !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2-07-09 07:29   좋아요 1 | URL
정리를 잘 한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듣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그보다 이 어지러운 방은 어찌할지...ㅎ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이하라 2022-07-08 1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상쾌하고 행복한 날들 되세요.^^

bookholic 2022-07-09 07:30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어제 저녁은 더위가 좀 가셨던데,
주말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하라님도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그레이스 2022-07-08 1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2-07-09 07:31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즐겁고 시원한 주말 되시길....^^

새파랑 2022-07-08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당선 단골 북홀릭님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7-09 07:33   좋아요 3 | URL
ㅎㅎ 새파랑님을 비롯해서 여러 알라딘 서재 친구분들께서 졸필에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덕분이죠~~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도 즐거운 책읽기와 즐거운 걷기로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강나루 2022-07-09 14: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당선 축하드려요.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쓰셨네요.

신선해요.

bookholic 2022-07-10 23:53   좋아요 0 | URL
^^ 고맙습니다.
글솜씨가 떨어져서
아이들한테 이야기하듯 리뷰를 쓰면 그나마 좀 쓰기가 편한 것 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

러블리땡 2022-07-09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2-07-10 23:54   좋아요 0 | URL
러브리땡 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필 그림이 귀엽습니다~~
시원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십시오...^^

thkang1001 2022-07-10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bookholic 2022-07-10 23:56   좋아요 0 | URL
thkang1001 님, 고맙습니다~~
별 거 한 것도 없는데 주말이 다 지나가버렸습니다...ㅠㅠ
곧 월요일이지만, 즐거운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thkang1001 2022-07-11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두 번째 작품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단다. 이 책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책이란다. 수 년 전에 모 출판사에 번역에 대한 논란도 있었던 책이라는 알고 있었어. 번역이 논란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 이야기는 읽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단다. 그래서 읽지 않았지.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에 <이방인>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 올 것이 왔구나. 책은 두껍지 않지만 읽는데 고생 좀 하겠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단다.

그런데 너무 겁을 먹었던 것인가? 읽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았단다. 지은이 카뮈가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을 못하더라도 줄거리를 따라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 아빠가 그 동안 읽은 카뮈의 책은 <페스트> 하나뿐이고, 그 책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방인>이라는 책도 읽을 만했어. 고전은 다 고전인 이유가 있더구나. 고전을 읽을 때 너무 겁을 먹지 말아야겠구나.

, 그럼 <이방인>이라는 소설의 줄거리를 이야기해볼게. 그 속에서 뭘 찾아야 할지는 좀 더 생각해 보고


1.

이 책은 한창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0년에 탈고하여 1942년에 출간했대. 그러니까 시대적 배경은 대충 그 정도로 보면 되고, 공간적 배경은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라고 하는구나. 주인공 이름은 뫼르소. 요양원에 계시던 엄마의 사망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단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라는 하는 첫 문장이 꽤 유명하다고 하는구나. 뫼르소는 휴가를 받아서 요양원으로 가서 엄마의 장례식을 치렀단다. 그런데 뫼르소는 엄마와 애틋한 정 같은 것이 없어 보였어. 슬퍼하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장례식장에서 아들로써의 의무만 성실히 해내는 것 같았어.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평소처럼 지냈어. 여자 친구 마리를 사귀고 영화도 보고 그랬어. 뫼르소는 친구들이 거의 없는데, 이웃집 레몽이라는 사람과 친구가 되었어. 레몽은 친구 마송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함께 바닷가에 놀러 갔어. 마리도 함께하고 마송의 아내도 함께 했단다. 뫼르소, 레몽, 마송이 해변가를 거닐다가 아랍인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레몽이 아랍인의 칼에 팔을 베이는 부상을 당했단다. 레몽이 가지고 있던 총으로 복수를 하겠다고 했으나, 뫼르소가 말렸단다.

시간이 지나고 뫼르소가 혼자 해변가를 거닐고 있었는데, 아까 그 아랍인, 레몽을 공격한 그 아랍인을 다시 보았어. 또 시비가 붙고, 아랍인은 칼을 들고 있었고, 뫼르소는 주머니에 레몽의 총을 가지고 있었어. 강렬하게 내리 쪼이는 뜨거운 태양이랍인의 칼날에 비친 햇빛이 눈에 반사되고순간적으로 위협을 받았다는 생각에 뫼르소는 방아쇠를 당겼어. 한 발, 한 발, 한 발, 한 발, 한 발모두 다섯 발. 그렇게 아랍인은 그 자리에서 죽고 뫼로스는 경찰서에 입건되었단다.


2.

상황은 충분히 정당방위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어. 그런데, 재판은 사건 그 자체를 보지 않고, 인간 뫼르소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려고 했단다. 그러니까 뫼르소라는 사람이 어떤 인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인성을 가진 자라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느냐, 없느냐재판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 거지. 사건을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뫼르소라는 인간을 평가하는 자리가 되어 버렸어. 그러면서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보인 뫼르소의 모습이 논란이 되었단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눈물 하나 흘리지 않았다, 슬퍼하지 않았다, 이런 진술들이 나오면서 그의 판결은 점점 불리해져 갔어.

결국 뫼르소는 사형 판결을 받았어. 감옥에 있으면서도 무덤덤했어. 사제의 면회를 계속 거부했어. 나중에는 뫼르소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제가 들어와서 참회의 시간을 갖게 하려고 했지만 뫼르소는 신을 믿지 않는다면서 사제와 심한 말다툼도 했단다. 그리고는 무덤덤하게 죽음을 기다렸단다. 주인공 뫼르소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사람은 아닌 것 같았어. 그의 삶은 아무런 가치도 없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아. 그러니까 죽음에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죽든 말든 무덤덤하지. 그런데 주인공 뫼르소가 왜 그렇게 삶에 무관심하게 되게 되었을까.

문득 뫼르소가 그렇게 된 사유를 누군가 소설로 지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제목은 <이방인 프리퀄> 정도로 해서 <이방인>의 지은이 카뮈는 고인이 되었으니 카뮈와 <이방인>의 전문가께서 뫼르소가 왜 삶에 무관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상상의 날개를 펴 주었으면 싶구나. 정말 궁금하구나. 뫼르소는 왜 이방인이 되었는지 말이야.

이 책의 뒷면에는 큰 글씨로 당신 이해하느냐고, 이 사형수를.”이라고 써 있는데, 아빠는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는단다.


PS:

책의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책의 끝 문장: 그렇게 되기 위해 나의 처형일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모여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기를 희망하는 것만이 이제 내게 남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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