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더 무브 - 올리버 색스 자서전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예전에 아빠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책은 정신질환이나 신경질환에 대한 임상 사례를 모은 책이었는데, 지은이의 글솜씨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 기억한단다. 그 책의 지은이는 올리버 색스라는 사람이었어. 몇 년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그가 별세했다면서 그를 기리면서 그의 저작들을 소개해 준 적이 있었고, 얼마 뒤에는 그의 자서전이 출간되었단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자서전을 읽고 별 다섯 개를 주어서 귀가 얇은 아빠는 한번 읽어보겠다고 생각하고 그 책을 샀단다. 그리고 한참 동안 안 읽고 책장에 잘 보관하고 있었단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눈이 맞아서 특별한 계기 없이 읽게 되었단다.

평생 의사로 산 사람인데 정말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단다. 자서전이라서 어렸을 때부터의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먼 옛날 이야기를 어쩜 그렇게 자세히 이야기를 할 수 있나 했는데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참 열심히 썼다고 하는구나. 무려 1000권을 넘게 썼다고 하니, 시간만 나면 일기를 쓰지 않고서는 그것이 가능한가 싶더구나. 그의 글이 괜히 읽기 쉬운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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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장이 현재 1,000권에 육박한다. 늘 들고 다니는 작은 수첩형 일기장에서 큰 책만 한 것까지 모양도 크기도 가지각색이다. 나는 꿈속이나 밤중에 생각이 떠오를 경우를 대비해 항상 머리맡에 공책을 놔두고, 수영장이나 호숫가, 해변에도 웬만하면 한 권 놔둔다. 수영은 생각이 굉장히 활발해지는 활동이어서 특히 완성된 문장이다 단락으로 떠오르면 곧바로 나가서 써놔야 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글을 완성하는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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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어렸을 때 일기를 거의 쓰지 않고, 어른이 되어서 가끔씩 일기를 쓰는데, 지금이라도 꾸준히 일기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있지만 책도 읽어야 하고, 책 리뷰는 잔뜩 밀려 있고, 유튜브는 항상 아빠를 유혹하고 있으니 일기를 쓸 시간은 정말연초마다 올해는 매일 조금이라도 써야지 마음 먹고는 이내 일기를 펴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란다. 그렇게 어려운 일기를 1000권이나 썼다고 하니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로구나.


1.

파란색 책 표지를 한 장 넘기면 모터사이클에 앉아 있는, 그의 젊은 시절의 사진이 한 장 있단다. 의사로써 평생을 살았던 그가 진료하는 사진이 아닌 이런 사진을 시작부터 넣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모터사이클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겠더구나. 그는 어렸을 때부터 모터사이클 광이었다고 하더구나. 사고도 여러 번 나서 위험한 경우가 있었지만, 모터사이클을 포기할 수 없었대. 그렇게 남성미 철철 넘치는 그였지만, 의외의 사실에 약간 놀랬단다. 그는 동성연애자였어. 그런 사실까지 스스럼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멋지더구나.

올리버의 부모님 두 분은 모두 의사였기에 그 또한 의사의 길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옥스퍼드 대학교 의예과에 진학을 했단다. 대학 시절이라고 하면 혈기왕성하던 시기잖니. 하지만 그는 동성연애자. 그가 대학생이던 1950년대 영국은 동성연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어. 그렇다 보니 그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았지. 그래서 그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가곤 했었대. 동성연애라는 것은 자신이 그러고 싶어하는 것보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더 크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더구나. 진정 사랑하고 싶은데 쉽지 않은 상황과 환경.

1958년 그는 미들색스 병원이라는 곳에서 인턴을 시작했고, 27살 살에 공군에 입대하기 위해 영국을 떠나 캐나다 몬트리올에 오게 되었어. 공군 입대가 의무 사항은 아니었나 봐. 공군 입대는 하지 않고 그는 캐나다에 와서 세 달 동안 여행을 했고, 미국으로 넘어가 미국 서부 여행도 했단다. 그 여행을 마치고는 미국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가 레지던트로서 병원에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지만, 병원 밖에 생활은 그야말로 자유를 누렸단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역도 대회도 나가곤 했다는구나. 물론 그는 늘 사랑이 고팠고,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지만 그 남자는 이성애자로 올리버를 떠나게 되어 아파하기도 했어. 그런 힘듦 때문인지 그는 마약에 빠져 치료를 받기도 했어.


2.

이런 어려운 점들이 있었지만 신경과 의사로써 그는 실력이 점점 쌓여갔단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하려고 했어. 지금이야 의사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책들을 출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의사가 책을 쓰면 좋지 않은 평과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단다. 어느 정도냐면 의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책 출간한 것 때문에 올리버가 의사를 못하게 될까 봐 걱정하실 정도였대.

그런데 올리버의 첫 번째 책 <편두통>은 전문가와 일반인들에게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아서 그의 이름을 서서히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 그는 의료 연구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단다. 근육이 마비되어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뇌염 환자들에게 마약 성분 중에 하나인 엘도파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단다. 하지만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정상이 되었다가 다시 뇌염 증상이 재발하게 되었어. 이 현상은 설명하기가 어려웠지만, 그 사례에 대한 내용을 <깨어남>이라는 제목을 책을 썼는데 이 책은 공존의 히트를 치면서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단다.

이 책으로 상도 타고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고, 나중에는 연극, 오페라도로 각색이 되었고, 이 책이 나온 지 한참 지난 다음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구나. 당대 명배우인 로버트 드 니로,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아 영화도 흥행을 했다고 하는구나. 영화의 원제목은 <깨어남(Awakenings)>였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때는 <사랑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했단다. 우리나라 제목이 더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 영화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의사 역할을 했어. 그러니까 올리버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야. 올리버가 이 영화에 자문도 했는데 로빈 윌리엄스의 노력에 감동받았던 것 같구나. 로빈 윌리엄스는 아빠도 무척 좋아한 배우인데, 그의 충격적인 자살 소식에 놀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구나.

그가 이렇게 의사로서 작가로서 성공을 하고 있지만, 그의 사랑 전선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구나. 이 자서전에는 그의 사랑에 대한 어려움도 솔직히 적혀 있단다. 그는 마흔 살 때 영국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 청년과 마지막 사랑을 하고 그 이후 35년간 잠자리를 같이 한 이가 없다고 이야기도 담담히 했단다. 담담히 했지만 그로서는 무척 힘들었던 시간이 아닐까 싶더구나. 그는 <깨어남> 성공 이후 의사 일과 작가 일을 병행하였단다. 병의 사례를 모은 <아내를 모자로 생각한 남자>도 큰 인기를 얻게 되었어. 그는 그 이후에는 후천성 색맹 환자들에 대한 연구, 뇌와 의식의 재발견 등 많은 성과를 냈고, 많은 책들도 냈단다. 나중에 그런 업적들을 인정 받아서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을 받기도 했어.

그런 그에게도 나이가 들면서 불행이 찾아왔단다. 2009년 눈에 흑색 종양, 그러니까 암이 생겼어. 치료를 하긴 했지만 오른쪽 눈을 실명하게 되었단다. 이후 인공무릎관절수술, 좌골신경통 등의 병을 겪으면서 그는 계속된 고통으로 자살까지 생각했었대. 자서전이니까 그의 죽음까지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그는 결국 2015년 간까지 전이된 암으로 향년 82세로 타계했다고 하는구나.


3.

아빠가 올리버 자신을 중심으로 짧게 이야기하다 보니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그는 가족들과도 끈끈한 사랑을 유지했단다. 그리고 많은 편지들을 주고 받았어. 특히 그의 부모님과 세 형들그의 어머니가 좀 일찍 돌아가셔서 안타까웠지만 말이야. 그리고 레니 이모와도 사이가 좋았단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레니 이모와 편지도 많이 주고 받았어. 그가 일기도 많이 썼지만, 편지도 참 많이 썼다고 하는구나. 자기 인생의 큰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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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

편지 역시 내 인생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다. 편지는 쓰는 것도 받는 것도 다 좋아한다. 편지는 사람들, 중요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매개체다. 글쓰기가 잘 안 될 때도 편지 쓰기는 무리 없이 잘되는 경우가 많다. ‘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든지 간에 말이다. 나는 내가 받은 모든 편지를 보관할 뿐 아니라 내가 쓴 편지까지 사본으로 보관한다. 내 인생의 많은 부분(가령 처음 미국에 와서 많은 중대한 사건을 겪었던 1960년대)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위해 오래된 편지들을 다시 읽노라니, 이 편지들이 내 인생의 보물임을 새삼 깨닫는다. 잘못된 기억과 변덕스러운 기분으로 착각했던 온갖 오류를 바로잡아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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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소식을 전하고자 하면 바로 전화를 하기 때문에 편지를 거의 쓰지 않는데, 좀 낭만이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구나. 일기와 마찬가지로 바쁜 이 시대에 편지 쓸 시간이 어디 있겠니 ㅎㅎ 그래서 아빠가 꼼수로 생각한 것이 독후감을 편지 형식으로 쓰는 것이란다일기는 쓰지 못하지만 그래도 편지는 자주 쓰는 편이라고 생각해야겠다^^ 그의 글쓰기 예찬에 깊게 공감하면서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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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글쓰기는 잘될 때는 만족감과 희열을 가져다준다. 그 어떤 것에서도 얻지 못할 기쁨이다. 글쓰기는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나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잡념이나 근심걱정 다 잊고, 아니 시간의 흐름조차 잊은 채 오로지 글쓰기 행위에 몰입하는 곳으로, 좀처럼 얻기 힘든 그 황홀한 경지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쉼 없이 써내려간다. 그러다 종이가 바닥나면 그제야 깨닫는다. 날이 저물도록, 하루 온종일 멈추지 않고 글을 쓰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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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어릴 적 2차 세계대전 중에 기숙학교로 보내진 나는 무력하게 갇혀 있다는 느낌에 움직임과 힘을, 마음껏 움직여 다닐 수 있는 초자연적인 힘을 갈망했다.

책의 끝 문장: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던 거의 70년 전의 그날 느꼈던 그 마음처럼.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장난이 아니라고. 개별 학생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 학생의 뛰어난 점이 보였을 뿐이고, 내가 모두에게 A를 준 것은 무슨 얼치기 평등주의를 실현한 것이 아니라 각 학생 고유의 두드러지는 점에 점수를 준 것이라고. 나는 어떤 학생이건 점수나 시험 성적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느꼈다. 어떤 환자든 그렇게 할 수 없듯이. 그 학생의 다양한 면면을 접해보지 않은 내가 어떻게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는가? 그들의 공감 능력과 배려심, 책임감과 판단력 같은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자질은 또 무엇으로 평가한단 말인가? - P227

나는 글쓰기 행위를 통해서 글을 쓰는 동시에 생각을 발견하는 쪽인 듯하다. 어쩌다 깔끔하게 딱 완성되는 글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차례 다듬고 잘라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같은 생각을 여러 가지로 표현해보는 내 스타일 탓인 듯하다.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에 숨어 있던 생각들이 중구난방으로 튀어나와 문장 중간에서 글의 주제와 결합해 발전하곤 한다. 그런 경우에는 괄호 안에 넣거나 종속절로 덧붙여 때로는 문장 하나가 단락 하나 길이가 되기도 한다. 형용사 여섯 개가 쌓여 더 적확한 문장이 될 수 있는데 다 쳐내고 하나만 쓰는 것은 결코 내 방식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세계는 온통 촘촘하고 빽빽하기만 하다. 이것을 글에 다 담으려다 보니(클리퍼드 거츠(1926~2006, 미국의 인류학자)가 말하는) "두툼한 기술(thick description)"이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글의 짜임새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쇄도하는 생각들에 도취해 올바른 구성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 P236

이처럼 뇌의 여러 영역에서 두루 일어나는 신경세포 발화의 상호작용과 동기화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뇌 지도들 간의 무수한 연결점(시냅스 synapse)이다. 양방향으로 신호를 전달하도록 연결된 시냅스는 수많은 신경섬유로 이루어지는데 많으면 수백만 가닥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의자를 손으로 만졌을 때 오는 자극이 한 세트의 지도에 작용한다면, 의자를 눈으로 보았을 때 오는 자극은 다른 세트에 작용한다. 한 의자의 지각 처리 과정에서 이들 지도 세트 사이에서 신호 재입력이 일어난다. - P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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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29 07: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색스 이 분이 글을 잘 쓰는 이유가 있었군요. 천권이 넘는 일기라니 진짜 대단하네요. 서양에서도 동성애자들이 살아가는게 참 쉽지 않은듯한데 우리나라는 더하겠죠. 그의 글을 보면 그는 정말 사랑이 많았던 사람이었는데 개인적인 삶도 좀 더 행복했었더라면 안타깝네요

bookholic 2022-06-29 19:03   좋아요 2 | URL
네, 소수자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올리버 색스는 후회없는, 열정 넘치는 삶을 사신 것 같아요..

얄라알라 2022-06-29 2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없이ㅡ살아보다/저는 올리버.색스.떠올리면.그표현이.딱 떠올라요

bookholic 2022-06-30 00:07   좋아요 2 | URL
네, 딱 좋은 표현인 것 같아요..^^
그의 그런 삶에 대한 열정을 배우고 싶어요... 체력이 딸리지만...^^

scott 2022-07-02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 박사님의 열정은 대단하죠
쪽잠을 자면서 쉼없이 환자 돌보며
방대한 양의 논문 글도 쓰다 가신
환자로 대하지 않고 진정으로 인간으로 존중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

bookholic 2022-07-03 20:40   좋아요 1 | URL
정말 대단하시고,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모두 사랑하셨던 분이군요~~^^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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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매년 봄이면 출판사 문학동네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출간한단다. 젊은 작가를 소개해준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이 상은 올해로 13번째로구나.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좋은 취지로 책 가격도 싸게 출간하여 부담 없이 젊은 작가를 만날 수 있단다. 올해는 작년보다 가격이 2,200원이 올랐지만 여전히 저렴한 편이구나.

아빠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새로운 작가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매년 이 책을 읽어 보고 있단다. 매년 아빠가 알고 작가가 적어도 한두 명 포함하고 있었는데, 올해 수상한 사람 중에는 알고 있는 작가가 없구나. 작년에 어떤 분들이 상을 받았지? 하고 찾아보았더니, 올해 수상자들 일곱 명 중에 네 명이 작년에도 수상을 했더구나. 그러니까 아빠가 작년에 이미 네 명의 작품은 읽어봤다는 소리인데, 그 지은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수상자들 이름을 보면서 아는 사람도 한 명도 없네, 아빠가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에게 너무 소홀했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좀 미안하구나. 아빠의 기억력만 좋다면, 작년에 수상한 네 분은 기억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올해 수상분들의 이름을 내년 이맘때는 잘 기억하고 있을지 그것도 의문이로구나. 솔직히 아빠가 딱 마음에 드는 소설이 이번에는 없었거든. 그래도 보통 한두 작품은 마음에 드는 소설이 있어 아빠만의 대상을 고르곤 했었는데 말이야. 올해는 아쉽게도 아빠의 기준으로는 대상작이 없다고 할 수 있겠구나. 그런 거 보면 아빠가 점점 젊음에서 멀어지고 있는 걸까?


1.

최근 몇 년 사이 젊은작가상 수상작의 대세는 퀴어 문학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작년에 이야기할 때도 퀴어 문학이 아빠가 받아들이기에는 낯설다고 이야기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더구나. 아무래도 아빠의 성 정체성으로 읽기에는 좀 안 맞았어. 그 문체들이 아름답다는 평을 받은 소설들도 아빠한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단다. 이번 수상작에도 몇 작품이 퀴어를 소재를 했단다. 이게 문학에서만 유행을 하는 것인지 실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만연한지는 잘 모르겠구나수상에서 떨어진 작품들 중에도 이런 퀴어 문학이 많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구나.

그럼 수상작들을 아주 간단히 소개하고 마칠게.

앞서 이야기했듯이 아빠한테는 인상 깊은 작품이 별로 없어서 정말 짧게짧게 이야기 해볼게. 대상작은 임솔아 님의 <초파리 돌보기>란 작품이란다. 주인공 이원영은 아무일 가리지 않고 일해 온 중년 여성이었단다. 그러다가 과학기술원에서 초파리를 키우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초파리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어. 그런데 이 일을 나서 머리카락이 뽑히고 건강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어. 검사를 받아봤는데 특별히 이상 소견은 없었고 말이야. 몸에 이상이 있어 휴직을 했지만, 실험동에서 일했던 것에 불만은 없었어. 자신에게 좋은 기억만 있었으니까 말이야. 소설가인 딸 지유는 엄마의 이런 증상이 산업재해로 의심을 했어. 그리고 엄마의 일을 고발 소설로 쓰려고 했었지. 그래서 엄마가 일했던 당시의 작업 환경을 물어보았지만, 엄마는 아무일 없었다고 했어. 그러면서 소설의 소재가 될만한 다른 이야기들을 했어. 소설은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면서 말이야. 대충 소설이 이렇게 끝이 났단다. 소설가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했다는 것은 작품마다 비평이 책에 포함되어 있으니 생략할게.

김멜라 님의 <저녁놀>. 정말 노골적인 퀴어 문학으로 너희들에게 줄거리를 이야기하기 뭣 해서 패스. 무생물을 의인화하여 그 무생물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꾸려 나갔단다. 조선시대 술이나 엽전 등을 의인화해서 쓴 소설과 비슷한 기법이 아닌가 싶구나.

김병운 님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이 작품에서 에이섹슈얼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봤는데, 누구에게도 성적인 끌림을 갖지 않는 사람을 이야기한다고 하더구나. 한때 연극배우였던 수호. 오래 전 동성애 독서 모임에서 알게 된 윤범. 그러다가 수호가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독서 모임이 안 나가고자신과 같은 에이섹슈얼인 인주를 만나 함께 살게 되고그들의 일상적인, 너무나 일상적인 일기 같은 소설이었단다.

김지연 님의 <공원에서>. 주인공 수진은 여자이지만 키도 크고 남자처럼 꾸미고 다녀서 남자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았단다. 그런 수진이 겪는 에피소드들을 엮은 소설이란다.

김혜진 님의 <미애>. 작년과 올해 모두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들 중에 한 분이란다. 아빠가 작년에 쓴 독서편지를 읽었더니 김혜진 님의 소설이 괜찮았다는 평을 적어 두었더구나. 아빠가 올해 아빠가 선정한 대상 작품은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무조건 한 작품을 골라야 한다고 하면 김혜진 님의 <미애>를 뽑아야겠더구나. 수상작품들 중에 가장 소설답다고 해야 할까? 주인공 미애는 여섯 살 딸 해민이 있는 이혼녀였어. 이혼 후 직장과 집을 알아보기 위해 세달 동안 후배의 빈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어. 이혼녀라서 이웃들이 쉽게 대해주지 않을 법한데 마음씨 좋은 선우를 만났어. 선우도 다섯 살 아이를 둔 엄마로 미애와 여러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지. 하지만, 한번의 작은 사건과 오해로 멀어진 이후로는 그 어떤 이웃보다 멀어지게 되었었단다. 미애가 그 사건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해도 돌이킬 수 없었어. 우리 인간 관계가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사소한 일로 되돌릴 수 없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했단다.

서수진 님의 <골드 러시>. 결혼 7년차인 진우와 서인. 결혼 후 호주에 이주해서 워킹홀리데이에서 힘들게 일하다가 서인이 457 비자를 얻게 되었단다. 호주 457 비자가 무엇인지 몰라서 찾아보니 이 비자가 있으면 4년동안 임시로 거주할 수 있다고 했어. 호주에 공식으로 4년을 머무를 수 있다는 이야기지. 그 둘은 놀 것 못 놀면서 힘들게 살다가 결혼 7주년을 맞이하여 골드러시 체험상품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 여행을 하면서 자꾸 충돌하는 등 행복하지 않은 여행이 되었어.. , 결말이 어찌 되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네..

마지막 작품은 서이제 님의 <두개골의 안과 밖>. 아빠가 책을 읽을 때 너희들에게 편지를 쓸 때 도움이 되려고 키워드나 간단한 줄거리를 적어 두곤 한단다. 그런데 이 소설에 적힌 메모는 형식의 파괴이 다섯 글자가 전부구나. 줄거리도 생각이 나지 않는구나. 아빠 취향이 아니라서 다시 읽기도 뭣하고슬쩍 다시 책을 다시 펴보니 사진도 있고, 이상한 글자의 집합체도 있고 그러네. 사진이 있는 것은 W.G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를 연상하게 하고, 이상한 글자나 한자의 조합은 이상의 <오감도>가 약간 연상되었단다.

….

이렇게 일곱 편의 소설을 아주 간단히 이야기를 해보았단다. 소설은 읽는 이의 취향에 맞는 소설이 있는 것이 분명하단다. 어떤 이가 재미있다고 추천한 소설이 아빠에게는 별로인 소설이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으니 말이야.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올해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아빠의 취향은 아니었다는 것이지 작품성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심사위원들이 알아서 잘 선정했겠지. 이상,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원영은 초파리를 좋아했다.

책의 끝 문장: 새로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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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27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젊은 작가상의 작품들을 여전히 챙겨보시는 북홀릭님 멋지십니다.
한국문학이 계속 발전하려면 북홀릭님 같은 분이 많아야 하는데하면서, 게으른 저를 잠시 반성합니다.

bookholic 2022-06-28 16:39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젊은 감각 유지해보려고 찾아 읽은 건데, 따라가기 버겁습니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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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다섯 번째는 똘스또이의 유명한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란다. 유명한 작품이지만, 아빠는 읽지 않은 책이라서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그런 소설이었단다. 러시아 작가의 이름은 출판사마다 다르게 쓰는데, ‘열린책들은 보통 된소리로 많이 이용을 한단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에서는 보통 톨스토이라고 많이 쓰는데, ‘열린책들은 똘스또이라고 적고 있구나. 러시아 사람들이 직접 발음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해서 어떤 것이 원어 발음에 더 가까운지 모르겠구나. 갑자기 궁금해지는구나. 어떤 것이 더 원어 발음에 가까운지


1.

판사 이반 일리치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마흔 다섯 살에 죽고 말았단다. 동료 판사들이 장례식에 참석을 했어. 그들은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도 했지만, 그의 죽음으로 인한 인사 이동에 더 관심을 두었단다. 참으로 냉정한 세상이구나. 똘스또이가 살았던 당시 러시아의 세계도 이미 이런 사회였구나. 이반 일리치는 유족으로 아내 쁘라스조비아 표도르브나,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있었단다. 그의 짧은 인생이 어땠는지 이야기해줄게.

이반 일리치는 삼형제 중에 둘째로 태어났어. 모범생으로 늘 예의 바르고 사교적이고 유머도 있었단다. 한 마디로 집안의 자랑이었지. 학교를 마치고는 법조계에서 5년 동안 일하고 예심판사로 일했는데 존경 받는 판사였단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쁘라스조비아 표도르브나를 만나 결혼을 했어. 그야말로 순탄한 인생이구나. 그런데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임신하기 전까지 행복했었지만 임신 이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내와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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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2)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부부 간 애정이 넘쳐 나고 가구며 그릇이며 침구며 모두 새롭기만 했던 신혼 시절은 아내가 임신하기 전까지만 해도 매우 행복하게 흘러가서, 이반 일리치는 결혼이란 것이 자신이 전에 누리던 생활, 즉 편안하고 유쾌하며 즐거운 데다 사회의 인정을 받는 고상한 생황을 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내가 임신한 지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무언가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롭고, 불쾌하고, 힘들고, 고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전혀 예기치 못한, 도저히 벗어날 길이 없는 그런 종류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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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싸움이 잦아지면서 집보다 일에 더 신경 쓰게 되었어. 아내와 사이가 멀어지면 그걸 해결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회피한 이반의 선택은 좀 잘못된 것 같구나. 일을 그리 열심히 하다 보니 인정을 받아 남들보다 빠르게 검사보에 승진을 하고 얼마 안 있어 검사로 승진했어. 하지만 그 이후 판사 승진은 좀 늦어졌단다. 17년 동안 검사를 하면서 자신이 노르던 판사 자리를 동료들에게 빼앗기는 아픔도 맛보게 되었단다.

당시 러시아 사회의 법조계에서 경쟁이 치열했던 것 같더구나. 결국 이반 일리치도 판사로 승진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아내와 사이도 좋아졌어. 집도 새로 구하게 되었어. 이반 일리치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사교적이고 공과 사를 잘 구분하는 그런 판사가 되었단다. 그런데 승진 때문에 좋아진 아내와 사이는 오래 가지 않았단다.

….


2.

어느날 집의 커튼을 달다가 의자에서 떨어져 옆구리를 부딪혔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단다. 그런데 그 일 이후 옆구리 통증이 점점 심해졌어.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서 그는 병원에 갔고, 의사는 그의 병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이야기를 했어. 그냥 전문가의 말만 믿으라고. 법원이나 병원이나 똑같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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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그는 의사를 찾아갔다. 모든 게 예상한 대로였다. 병원에서 으레 벌어지는 상투적인 일들이 여기서도 그대로 벌어졌다.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것도, 그리고 이반 일리치 자신이 법정에서 짓는 것과 똑같아서 전혀 낯설지 않은 저 근엄한 척 무게 잡는 의사의 표정도 예상과 똑같았다. 이곳저곳 두드려 보기, 청진기 대보기, 뻔한 답변을 요구하는 중요치 않은 질문 던지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에게 맡기세요, 우리가 전부 다 알아서 합니다.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다 잘합니다. 누구든 다 똑같이 잘해 드립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심각한 표정도 똑같았다. 모든 것이 법정에서 벌어지는 것과 똑같았다. 그가 법정에서 피고를 앞에 두고 짓는 표정을, 이 저명한 의사가 그의 앞에서 똑같이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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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옆구리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어. 점점 심해지면서 입맛도 떨어졌어. 자신도 큰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을 열중하다 보면 고통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고통은 점점 심해졌단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들이 그와 함께 있어주면 좋으련만 가족들은 그의 병을 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 아내와 딸은 그만 빼고 놀러 다니고 그랬으니까 말이야. 이반 일리치는 여러 의사들을 만났지만 다들 비슷한 처방으로 주었고 제대로 고칠 수 있다는 의사는 만나지 못했어.

이반 일리치는 점점 자신의 죽음을 걱정하기 시작했단다. 그는 더 이상 일도 할 수 없었어. 침대에 누워 꼼짝할 수 없는 상황까지 되었지. 그가 이렇게 아프게 되자 사람들이 문병을 뫘단다. 그러나 그들의 문병은 그에게 위로가 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하는 뻔한 거짓말에 고통을 받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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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5)

사람들의 거짓말은 그를 고문했다. 그들은 모두가 알고 있고 그도 알고 있는 사실을 인정해 주려 들지 않았다. 이반 일리치의 끔찍한 상태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이반 일리치 자신도 그 거짓말에 동참하게 만들려고 했다. 거짓, 거짓, 그의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행해지는 이 거짓, 무시무시하고 장엄한 죽음의 의식을 한낱 문병이니 커튼이니 식사에 나온 철갑상어니 하는 것들로 격하시키는 이런 거짓이 이반 일리치를 무섭도록 고통스럽게 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를 벌일 때면 <거짓말은 그만둬. 내가 곧 죽는다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잖아. 그러니 제발, 거짓말만은 좀 그만둬>라고 여러 번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이상하게도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럴 기력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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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도 모두 그 앞에서 괜찮을 거라고 거짓말을 하고, 그를 보살펴주고 있는 젊은 하인 게라심만이 진심으로 그를 대했단다. 그도 이젠 알았어.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난 생활을 생각했어. 후회만 가득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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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105)

결혼…… 뜻하지 않게 했던 것. 환멸, 아내의 입 냄새, 애욕, 위선! 이 생명력 없는 업무, 그리고 돈 걱정, 그렇게 보낸 1, 2, 그리고 10, 20. 언제나 똑 같은 삶. 살면 살수록 생명은 사라져 가는 삶. 그래, 나는 산에 올라가고 있다고 상상했지. 하지만 일정한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던 거야. 그래, 그랬었던 거야. 분명 사람들 눈에 나는 올라가고 있었어. 하지만 정확하게 그만큼씩 삶은 내 발아래서 멀어져 가고 있었던 거야…… 그래, 다 끝났어. 죽는 것만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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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자신은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생각했어. 그는 죽음을 앞두고 너무 안 좋은 것만 생각하는 것 같구나. 그도 분명 삶의 좋았던 시절과 좋았던 기억들이 있을 텐데 말이야. 아무래도 마흔 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을 병에 걸려서 원망하는 마음이 더 컸던 모양이구나.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이반 일리치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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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전에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여겼던 생각, 즉 자신이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으신 분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에 저항하고 싶어 했던 한때의 희미한 충동, 그러나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곧바로 떨쳐내 버리곤 했던 그 충동만이 진짜이고, 그 나머지는 모두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업무, 그가 삶을 살아온 방식, 가족, 사회와 직장에서의 이해관계 같은 것들이 모두 잘못된 것일지도 몰랐다.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모든 것들을 변호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돌연 자신이 변호하려고 하는 이 모든 것들이 모두 허접하기 그지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변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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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나서 먼 훗날 죽음 앞에서 어떤 생각들이 떠오를까 생각해 보았단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죽음은 두렵구나. 만약 죽을 줄만 알았던 이반 일리치가 기적적으로 회복해서 다시 삶을 이어갔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 전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갔을 것 같구나. 우리는 이반 일리치의 경험을 교훈 삼아서 그가 다시 살아날 때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해 보고 그런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구나.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커다란 법원 건물에서 멜빈스끼 사건을 심리하던 판사들과 검사들은 휴정 시간이 되자 이반 예고로비치 셰베끄의 집무실에 모여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끄라소프 사건에 대해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책의 끝 문장: 그는 그렇게 죽었다.


그는 그 생각의 자리에서 새로운 생각들을 차례로 불러들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의지할 데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죽음에 대해 잊어버릴 수 있도록 자신을 지켜 주던 지난날의 사고방식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때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그를 보호해 주고 감싸 주고 지켜 주던 예전의 모든 생각들이 이제는 더 이상 효과가 없었다. 그래 들어 이반 일리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차단해 주던 이전의 감정 상태를 복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일하자, 일을. 나는 일 덕분에 사는 사람 아닌가> 하고 중얼거리곤 했다. - P75

<너한테 필요한 게 무엇이냐?> 그가 맨 처음 들은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랬다. <필요한 게 뭐냐고? 무엇이 필요하지?> 그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무엇이냐고? 더 이상 고통받지 않는 것. 사는 것.>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통증조차 못 느낄 정도로 온 정신을 집중하여 귀를 기울였다.

<사는 것이라고? 어떻게 사는 걸 말하는 거지?> 영혼의 목소리가 물었다.

<그래, 사는 것. 예전처럼 편안하고 행복하게.>

<예전엔 그렇게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았어?> 목소리가 물었다. 그는 머릿속에서 자신의 즐거웠던 삶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순간들을 하나씩 되새겨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즐거웠던 삶에서의 좋았던 순간들이 이제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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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노신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친구가 죽었어. 그처럼 규칙적인 사람도 해내는 걸 보면 죽는다는 건 아주 평범한 일임이 틀림없겠군. 하지만 분명히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겠지. 아마 삶에 애착이 있었으니까 자서전을 썼을 게야. 그렇게 평범해 보이던 사람도 어느 날엔가는 훌쩍 세상을 뜨게 된다는 걸 누가 알겠나.


(14)

나는 여러 번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제 마지막으로 뭔가 익숙한 것을 할 수 있다는 편안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의 두려움은 생기지 않았고, 죽음의 느낌이 야기하던 놀라움은 익숙함과 친근함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으로 옮겨 갔다. 이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잠이나 휴식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대상으로 이름 붙이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그 길을 지나간 친구들을 만나길 희망하면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감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가 보다. 아마도 한 인간의 죽음이 중요한 경제적 사건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유언을 남기는 것일 게다. 그래,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일과 다를 바 없다. 나는 내 주변을 정리하려 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또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20)

하지만 인생이란 별난 모험이 아닌 일상적 법칙의 흐름이다. 삶에 나타나는 특이하고 비일상적인 것은 단지 삶의 바퀴가 덜컥거리는 소리일 뿐이다. 오히려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찬미해야 옳지 않을까? 덜컥거림이나 비통함이 없고 산산이 부서지지 않았다고 해서 부족한 삶일까? 그 대신 우리는 많은 일을 해냈고,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을 완수했다. 나의 삶은 전체적으로 보아 행복했고, 소심하지만 목가적인 삶에서 발견한 조그맣고 규칙적인 행복은 부끄러울 게 없다.


(48)

<얘야, 이 통장에는 일과 땀이 모여 있는 거란다. 돈을 낭비하는 건 완성된 일을 망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건 죄악이지>라고 하는 아버지에게 내가, <아버지, 그러면 그 돈은 어디에 쓰기 위한 거죠?>라고 묻는다면 아버지의 대답은 이럴 것이다. <노후를 위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그건 그저 사람들이 해보는 소리지. 돈이란 근면과 절제를 미덕으로 하는 노동의 결과를 보기 위해 존재하는 거란다. 이 통장에는 삶의 내용이 들어 있고, 그건 평생의 결실이야. 여기에 내가 열심히, 그리고 검소하게 살았다는 기록이 들어 있는 것이지.> 아버지에게 노후의 시간이 다가왔다.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공동묘지의 대리석 비석 아래 잠들어 있었고 (비석을 만드는 데 정말 많은 돈이 들었다고 아버지는 경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곤 했다), 나는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무겁고 부어오른 다를 이끌며 예전보다 일감이 줄어든 소목 공장 일에서 손을 떼지 않았고, 저축한 액수를 계산했으며, 일요일마다 집에서 홀로 통장을 꺼내어 자신의 정직한 삶의 합계를 들여다보았다.


(52)

지금도 아버지는 일을 하며 셈을 하고, 어머니는 걱정과 사랑의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며, 나는 은밀한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아이로 남아 있는 것이다.


(57-58)

<행복한 청춘 시절>이라는 말은 얼마나 단순한 표현인가! 그런 표현과 더불어 우리는 분명 그 당시 건강했던 치아와 위장을 생각을 따름이지 고통스러워하던 영혼은 간과해버린다. 우리에게 그때처럼 긴 인생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즉각 우리의 존재를 바꾸려 할 것이다. 나는 그때가 내게 가장 불행했던 시기였고, 동경과 고독의 시기였음을 안다. 하지만 내가 변화하고 그 우울했던 청춘을 두 손으로 다시 붙잡는다고 해도, 나의 영혼이 또다시 그처럼 한량없이 절망하고 괴로워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97)

유희란 진지한 일이며, 규칙과 구속력이 있는 질서가 유지된다. 유희는 어떤 것에 대해, 오로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몰두하거나, 감미롭게 또는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몰두하는 것을 그 밖의 다른 것으로부터 격리하고, 그 규칙에 따라 구분하고, 주변의 현실에서 떼어 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놀이는 축소된 규모가 되기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어떤 것이 축소되면, 그것은 다른 현실로부터 분리되고 그 자체로 더욱 넓고 심오한 세계가 된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는 우리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다른 세계로부터 우리 자신을 떼어 내는데 성공하여 우리를 구분하는 마법의 원 한 가운데에 있다.


(103-104)

그러나 다른 면을 보자. 그것은 유희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혀 유희가 아니었다. 위대하고 힘든 것이 사랑이다. 또한 가장 행복한 사랑일지라도 도가 지나치면 끔찍하고 부담스러워진다. 고통 없는 사랑이란 없다. 사랑으로 죽을 수 있고, 고뇌를 통해 사랑의 원대함을 측정할 수 있다면! 기쁨은 무한할 수가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너무도 행복했고 처절할 정도로 서로의 손을 꼭 쥐었다. 그대, 나를 구원해 주오. 나의 사랑은 너무 지나치오. 아직 우리 머리 위에 별들이 있고, 사랑과 같이 커다란 것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 다행이오. 우리는 침묵이 우리를 억누르지 못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 자요, 안녕. 영원을 시간의 조각으로 찢어 내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는 잠을 자지 않았고, 무거운 마음이 되어 사랑에 울며 목이 메었다. 빨리 날이 밝아 그녀의 창가에 인사할 수 있기만을 기다리는 시절이었다.


(154-155)

절약이란 수동적인 미덕이며, 안정된 생활에 대한 희구이자 닥쳐올 미래와 위기와 우연에 대한 두려움이다. 탐욕이란 잔인할 정도로 우울증과 유사하다. 아버지는 엄숙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주 훈계를 했다. “공부만 해라, 얘야. 공무원이 되기만 하면 생활이 <안정>된단다. 그게 인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란다. 확실한 기반과 안정과 자신감만 가지고 있으면 아무것도 걱정할 일이 없지.” 나무처럼 크고 강했던 아버지가 그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나약하고 응석받이인 아이가 어디에서 용기를 배웠겠는가? 내게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성향이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었으며, 육체적인 충격이 나타나자 겁을 먹고 움츠러든 나는 삶에 대한 방어적 두려움을 느꼈고, 그 두려움을 삶의 질서로 삼았던 것이다.


(199-200)

삶이란 사건들이 아니고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이란 우리의 지속적인 작업이다. 그랬다. 나의 삶도 내가 깊이 몰두한 일종의 과제 같은 것이었다. 내게 소일거리가 없었다면 무척 곤혹스러웠을 게다. 은퇴하게 되었을 때 난 할 일을 가지기 위해 여기 이 집과 정원을 샀다. 씨를 뿌리고 벌초하고 물을 주는 일은 그 밖의 일이나 자기 자신까지 잊어버리게 될 정도로 몰두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곳은 정말 어릴 때 앉아 놀던 톱밥으로 덮인 작은 울타리 같기도 했다. 그곳에서 많은 기쁨을 느꼈고, 나를 한쪽 눈으로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는 방울새도 만났다. <너는 대체 누구지?> 방울새야, 난 울타리 너머에 사는 다른 사람들처럼 아주 평범한 사람이란다. 지금 나는 정원사가 되었고, 이 일은 노신사가 가르쳐 주었단다. 거의 모든 일이 헛되이 일어나는 법은 없다. 모든 일에는 신기하고 지혜로운 질서가 있고, 곧고 필연적인 길이 있다. 어려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것이 한 인간에 관한 연관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이 단순하고 질서 정연한 목가적인 삶이 말이다.


(201-202)

그건 우울증 환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어머니가 관련되어 있다. 어머니는 나를 응석받이로 만들었고, 나 자신 속에 있는 억척스러운 자아의 나약한 동생 같은 인물이 내게 형성된 것이다. 둘 다 분명 이기주의자들이었다. 그런데 억척이는 공격적이었고, 우울증 환자는 방어적이었다. 이 우울증 환자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극적이었고, 오로지 안전한 생활만을 원했다. 그는 아무데에도 끼어들지 않으려 했고, 안전한 항구나 방풍막 같은 것만을 찾았다. 무엇보다 그 때문에 공무원이 되었고, 결혼을 했고, 자신의 주위에 울타리를 친 것이다. 우울증 환자는 첫 번째 자아인 평범하고 착한 인간과 지내기가 가장 편했다. 규칙적으로 일하는 생활은 그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은신처를 만들어 주었다. 억척이의 불만에 찬 명예욕은 때로 우울증 환자가 느긋하고 편안히 지내는 데 방해가 되기는 했지만, 생활이 더욱 윤택해지는 데에는 쓸모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세 개의 삶은 서로 동맹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었으나 조화를 이룬 셈이었다. 평범한 자아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일을 했고, 억척스러운 자아는 그 일을 상품화하면서 한눈팔지 않고 이 일은 하고 저 일은 하지 말라는 지침을 정해 주었으며, 우울증 환자인 자아는 가장 괴로워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우울증 환자인 자아는 가장 괴로워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을 파멸시키지 않았고 모든 일을 적당히 처리했다. 그처럼 세 개의 상이한 본성이었지만 서로 불화하지는 않았다. 말없이 타협했고, 아마도 서로를 배려하기도 했을 것이다.


(212)

대체 얼마나 많은 경우의 인생이 있었던 건가. , 다섯, 여덟? 나의 인생을 구성하는 여덟 개의 삶이 있었다. 내게 시간이 조금 더 남아 있고, 조금 더 맑은 정신이 든다면 일련의 또 다른 삶들을 발견하게 되겠지. 아마도 전혀 연관성이 없고, 단지 일회적으로 일어났거나 한순간 동안만 지속되었던 그런 삶들이 나타나리라. 어쩌면 한 번도 나타나지 못했던 삶들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나의 삶이 다르게 진행되었거나, 내가 다른 존재였거나, 다른 상황이 주어졌더라면 내게서는 전혀 다른 인물들이 등장해서 나와는 다른 삶을 영위했을 수도 있다. 만일 내가 다른 여자와 살았더라면 내게서는 호전적이고 흥분하기 쉬운 인간이 나타났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어떤 상황에서는 경솔한 인간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건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것도 배제하지 못한다.


(215)

사람은 사람들의 집합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집합 속에 평범한 인간, 우울증 환자, 영웅, 억척이 같은 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람은 그처럼 뒤섞인 무리로 이루어진 존재이지만, 이 무리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늘 그중 누군가가 앞장서서 한동안 길을 인도한다. 그가 지도자라는 걸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왕의 깃발을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그 깃발에는 <내가 자아>라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가 나의 자아이다. 이건 간지 단어에 불과하지만 강력하고 거창한 단어이다. 그가 자아인 동안 그는 집합의 지배자이다. 그 후 또다시 누군가 무리 중의 다른 인물이 앞으로 헤쳐 나오고, 이제는 그가 왕기(王旗)를 들고 인도하는 자아가 된다. 이 자아는 단순히 명분일 뿐이며, 그런 깃발이 그저 이 무리의 단일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자. 집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 공통된 표지도 필요하지 않으리라. 단순하고 단지 유일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을 사는 동물에게는 자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존재가 복잡하면 할수록 우리는 이 자아를 우리의 내면에 각인시키고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 <여길 보라, 이것이 나의 자아이다>라고.


(237)

우리들 개개인은 우리를 이루며, 개개인은 무한대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집합인 것이다. 단지 자신을 보라. 네가 거의 인류 전체를 망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건 끔찍한 일이다. 네가 죄를 지으면 그들 모두에게 벌을 내리고, 그 거대한 집합이 너의 모든 고통과 저속함을 감당한다. 너는 그 많은 사람들을 저속하고 헛된 길로 인도해선 안 된다. 너는 나이고, 네가 인도자이며, 그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 모든 인물들을 너는 어디론가 이끌고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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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 세계대전부터 태평양 전쟁, 중국 근대사까지 전쟁으로 읽는 역사 이야기 썬킴의 거침없는 역사
썬킴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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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우연히 <썬킴의 세계사 완전정복>이라는 팟캐스트를 들었단다. 세계사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어서 출퇴근하면서 즐겨 듣곤 했단다. 나중에 그 이야기가 책으로도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단다. 재미있게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져 가는 기억을 다시 새겨보고자 책을 읽었단다. 작년에 들었던 팟캐스트의 잊혀져 가는 기억들이 다시 기억났고, 책을 읽다 보면 지은이이자 팻캐스트의 진행자인 썬킴의 음성 지원이 되는 듯 했단다.

아빠가 어렸을 때는 역사를 무척 싫어했다고 했잖아. 어른이 되어 역사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는데, 굳은 뇌에 역사의 지식을 넣기가 쉽지 않구나.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너희들에게 해 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썬킴 만큼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고, 메모를 꼼꼼히 하면서 읽었더니 메모가 좀 많네. 이걸 다 편지로 쓰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기도 하고이 메모를 또 줄여 이야기를 하려면 줄이는 데 또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아예 안 하자니 열심히 메모 적은 것이 아까울 것 같고. 일단 시작은 해볼게쓰다가 지치면 관두지,


1.

이 책은 거침없는 세계사라고 하지만, 고대부터 시작하는 그런 일반적인 세계사는 아니고, 굵직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책이란다. 먼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먼저 1차 세계대전교과서에는 1차 세계대전이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태자인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가 암살되면서 시작되었다고 적혀 있단다. (사라예보 1914) 그렇다면 왜 이것이 세계대전까지 번졌는가. 그것을 알려면 그로부터 100년 전 상황부터 알아야 한다고 하더구나.

때는 1815. 당시 독일은 38개국의 연합체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어. 그 중에 가장 센 나라가 오스트리아, 두 번째가 프로이센이라고 했어. 당시 프로이센의 왕은 빌헬름 4세였는데, 그는 비스마르크라는 사람을 중용하였고, 독일 연방회의 대사로 보냈다고 하는구나. (1851년이었어) 연방회의에서 이상한 룰이 있었대. 가장 힘이 센 나라인 오스트리아의 대사만이 회의장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고 했는데, 그 회의장에서 프로이센의 대사로 온 비스마르크도 같이 맞담배를 폈다고 하는구나. 이에 오스트리아는 강력하게 항의를 했고, 결국 비스마르크는 해고를 당하게 되었다는구나. 담배 한 번 피고 일자리까지 잃다니그 정도로 오스트리아의 힘이 셌던 모양이구나.

빌헬름 4세가 죽고 나서 빌헬름 1세가 왕이 되었는데, 그는 비스마르크를 다시 중용하여 수상에 임명하였단다. 비스마르크는 철과 피를 중시하는 정책을 펴서 역사는 그를 철혈재상이라고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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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강력한 프로이센 건설을 원하는 국왕의 의중을 파악한 비스마르크는 1862 9월 프로이센 의회에서 그 유명한 연설을 합니다. “프로이센은 자유주의, 민주주의가 아닌 무력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의회의 다수결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독일의 통일은 철과 피를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라는 연설이었습니다. 여기서 철은 군대를 말하고 피는 군사의 희생을 일컫습니다. 이후 프로이센 국민들은 비스마르크를 철혈재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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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의 이런 정책은 오스트리아의 비위를 상하게 했고,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에 선전포고를 했단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예상과 달리 프로이센이 우세하게 이끌어 갔어. 그 동안에 내실을 다지며 국력을 키워 왔던 거지. 결국 오스트리아는 평화 협정을 제안했어. 거의 패배를 인정한 거나 다름 없었지. 이젠 프로이센이 넘버 원이 된 거야.

이 즈음 스페인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서 왕이 프랑스로 도망을 갔고, 쿠데타 세력은 스페인의 왕을 빌헬름 1세의 사촌으로 하자고 했어. 이 문제로 인해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갈등이 심해졌단다. 이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프랑스 대사가 빌헬름 1세를 찾아왔는데 오히려 무례한 행동을 해서 양국 간의 갈등은 더 심해졌어.

결국 프랑스에서 선전 포고를 했단다. (1870 7 19일이었어) 당시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강한 나라 중 하나였는데, 이 전쟁에서 프로이센에게 크게 패하고 만단다. 1870 9월 파리는 완전 봉쇄가 되었고, 1871년 프로이센은 전쟁에서 승리를 하고 통일 독일을 선언했단다. 프랑스를 고립시키기 위해 독일은 오스트리아,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어.

1888년 빌헬름 1세가 죽고 빌헬름 2세가 왕이 되었어. 빌헬름 2세는 해외 식민지를 확대하는 정책을 폈어. 그러기 위해서 해군력을 키웠지. 그 시절은 유럽 열강들이 해외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제국주의 시대였단다. 독일도 뒤늦게 그 제국주의 바람에 뛰어든 것이지. 이미 해외에는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이 대부분 식민지를 만들었고, 특히 영국은 강한 해군을 가지고 있었어.

독일이 해군력을 강화하자 영국과 부닥칠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영국은 프랑스와 동맹을 맺게 된단다. 이런 빌헬름 2세의 정책에 반대한 이가 있으니 바로 비스마르크였고, 빌헬름 2세는 이런 비스마르크를 해고해 버렸단다.(1890) 빌헬름 2세는 인재를 쓰는데 서투른 사람인 것 같구나.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동맹도 깨버렸어. 그러자 러시아는 프랑스와 동맹을 맺고 독일을 압박했어. 어찌 되었던 독일은 해외 식민지를 탈취하려고 했고, 몇몇 남은 주인 없는 땅 중에 중국의 산둥반도의 칭다오 지역을 차지하게 되었단다. 그렇게 칭다오를 점령한 독일사람들이 칭다오에서 맥주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것이 오늘날까지 유명한 칭다오 맥주가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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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차 세계대전의 직접적 원인이 된 발칸반도로 가보자꾸나. 보스니아와 세르비아는 모두 세르비아계 민족으로 된 나라란다.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모두 오스트리아의 식민지였어. 그런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보스니아 사라예보에 방문을 했는데, 세르비아계 보스니아 청년 가브릴로 프린지프가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저격하여 죽였어. 어찌 보면 보스니아의 독립운동의 하나라고 할 수 있었지그런데 오스트리아는 보스니아가 아닌 세르비아 정부에 이 사건을 두고 항의 했어. 보스니아 청년이긴 하지만 세르비아계 청년이었다는 이유로세르비아는 넓게 보면 슬라브계인데 슬라브계의 거대 국가 러시아가 이 사건에 간섭을 하면서 세르비아를 후원해주었어. 오스트리아의 뒤에는 독일이 있었어.

이 사건은 이제 독일과 오스트리아 對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대립을 번졌단다. 독일의 빌헬름 2세는 결국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했단다. (1914 8 1일이었어.) 당시 러시아와 프랑스가 동맹을 맺고 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독일은 프랑스와 러시아의 협공을 받게 되었단다. 독일의 참모총장 슐리펜은 이 협공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슐리펜 계획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러시아가 전쟁준비를 하는 7주 동안 먼저 프랑스를 공격해서 이기고 그 다음 러시아를 공격하면 된다는 작전이었어. 그런데 실전은 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지.

프랑스와 전쟁은 장기화되면서 독일은 오스트리아에 지원 요청을 했단다. 여기에 프랑스와 동맹을 맺고 있던 영국도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어. 이로써 독일은 서부전선에서 프랑스 영국과 싸우고, 동부전선에서는 러시아와 싸우게 되었단다. 군대가 양쪽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었지. 서부전전의 경우 파이 인근 마른강에서 참호전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 참호전은 무려 4년 동안 이어졌다고 하는구나. 양쪽 진영에서 판 참호는 길게 1000km나 전선을 형성했대물론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지. 그 와중에도 감동적인 일도 있었는데, 1914년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일이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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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1차 대전이 발발한 1914년도 7월에서 시간이 흘러 어느 12 24일 크리스마스가 되었어요. 바로 이때 ‘1차 대전 전장의 기적이라 불리는 일이 일어납니다. 어김없이 총격적인 끝난 24일의 밤, 독일군 참호 안에서 조용히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왔어요. 병사들이 부르기 시작한 겁니다. 노래를 들은 반대 진영의 프랑스 영국군도 맞받아 캐럴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참호 속에서 참혹한 전쟁 중에도 그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온 것입니다. 누가 약속한 것도 아닌데 그들은 마치 휴전한 듯이 각자의 진영에서 무인지대로 걸어 나와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사진도 찍고 음식도 나눠 먹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만큼은 서로 싸우지 말자고 하면서요. 그야말로 크리스마스가 가져다준 기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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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 대전은 그 이전의 전쟁과 다른 전쟁의 양상으로 신무기 경연장이기도 했다는구나. 탱크, 전투기, 전투용 잠수함이 이때 처음 등장했다고 하는데 다들 무서운 전쟁 무기로구나. 1915년 독일 U보트가 영국 여객선을 격침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아무리 전쟁이라도 민간인이 많이 타고 있는 배를 공격하는 것은 정말 비열한 일이로구나. 그런데 이 배에 미국인 128명도 타고 있다가 죽었대. 이 일로 미국도 1차세계대전에 참전하려고 했으나, 독일이 뒤늦게 사과를 해서 참전은 이뤄지지 않았단다.

1차 세계 대전의 동부 전선에서는 변수가 생겼어.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러시아가 동부전선에 철수한 거야. 이제 독일은 모든 화력을 서부전선에 올인할 수 있었단다. U보트를 이용하여 미국 선박에 피해를 입혔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미국이 드디어 전쟁에 참전했단다. 이후 독일은 점점 밀렸어. 그러자 독일 내부 여론도 안 좋아지고, 킬에서 반란이 일어나 빌헬름 2세가 네덜란드로 도망을 갔단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바이마르 공화국을 세우고 항복을 하면서 1차 세계 대전이 끝이 났단다. (1918 11 11일이었어.)

1919 1 18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파리강화회의가 열렸는데, 독일의 전쟁 배상에 대한 회의였단다. 독일은 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되었어.


2.

자 이제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 2차 세계대전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인물 히틀러. 히틀러는 1889년 독일이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단다. 어린 시절에 미술에 흥미를 느렸고, 학교에서는 건축학을 전공했단다. 건축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독일로 이사를 갔고, 1차 세계대전 중 서부전선에 참전을 하기도 했단다. 전쟁이 끝나고 바이마르공화국이 세워졌을 때 히틀러는 우연히 독일 노동자당에 입당을 하게 되었어. 그 정당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연설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연설로 인해 당내 인기가 급상승했단다.

그는 당의 입지가 커지면서 정상 이름을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줄여서 나치(NAZI)로 이름을 바꾸었단다. 그리고 1923 11 8일 쿠데타를 계획해서 정권을 잡으려고 했지만. 실패 후 체포되었단다. 재판에서 그는 명연설을 하였고, 국민들은 열광하였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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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3)

무슨 의도로 폭동과 쿠데타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질문에 히틀러는 재판정에서 특유의 연설을 시작했어요. ‘나는 개인의 야망을 위해 쿠데타를 한 것이 아니다. 지금 독일을 보라. 전쟁에서 패한 후 나라는 무너졌다. 독일 국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고 사는데 정치인이란 것들은 서로 권력 다툼만 하고 있다. 독일은 전쟁 전보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 나는 독일을 다시 위대한 독일로 만들고 싶어 봉기한 것이다. 독일 국민들을 위해 일어선 것이다!’라고 외쳤습니다. 이런 히틀러 법정 연설은 뉴스가 되어 독일 전역에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독일 국민들은 열광했지요. 가뜩이나 패배감에 사로잡혀 살던 독일인들에게 구세주가 나타난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도대체 히틀러가 누구야? 이런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돼야지!’라며 열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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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국민들의 열광에 그는 5년형만 받고 그것도 13개월만에 가석방되었단다. 그 시절 세계는 대공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히틀러는 이 어지러운 세상을 틈타 인기가 급상승했어. 결국 선거를 통해 1933 1월 총리가 되었단다. 히틀러는 총리가 되자마자 법률을 개정하여 히틀러와 나치당이 전권을 잡을 수 있게 했어. 그 전권을 이용하여 히틀러는 나치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은 불법정당으로 규정했어. 그러다가 대통령이 죽고 나자, 히틀러는 대통령과 총리를 한꺼번에 맡는 총통이라는 직에 오르게 된단다.

총통이 된 히틀러는 베르사유 조약을 파기하고 독일 재무장을 선언했단다. 1938년에는 오스트리아에 합병을 제안했는데, 오스트리아는 거절했고 독일은 무력 침공을 통해 오스트리아를 합병했다는구나. 그 다음은 체코를 눈독 들였어. 그러자 영국, 프랑스가 가만 볼 수 없어서 독일 뮌헨에 와서 독일과 협상을 했단다. 이게 그 유명한 뮌헨 협정인데, 이 협정을 통해 체코의 일부를 독일에 편입하기로 했어. 일단 그렇게나마 독일을 잠재우려고 했지. 그런데 체코 땅을 가지고 협상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없다니이게 말이 되는가.. 영국과 프랑스도 똑같이 약소국 얕보는 강대국이었던 거야. 하지만 6개월 뒤 독일은 이 뮌헨 협정을 깨고 체코를 침공하게 된단다. 다음 타겟은 폴란드였어.

1차 세계 대전 이후 폴란드 땅이 된 땅을 돌려달라고 했어. 폴란드에서 이를 거부하자, 독일은 침공하게 되었단다. 이 때가 1937 9 1일로 2차 세계 대전의 시작한 날이었어. 그리고 독일은 뒤로 소련의 스탈린과 비밀협상을 했어. 폴란드를 둘이 반반 나눠 갖자고 했고 독소불가침 조약을 맺었어. 다음은 독일은 눈을 서쪽으로 돌려 프랑스를 공격했어. 프랑스는 마지노선이라는 방어선을 구축했는데 지하요새로 만들어진 이 마지노선은 길이가 무려 800km였어. 그런데 중간에 약 7km에 다다르는 아르덴 숲은 지하요새를 안 만들었어. 어차피 울창한 아르덴 숲이 막아줄 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그런데 독일 기계화 부대는 이 아르덴 숲을 뚫어 파리까지 진격하여 입성하였단다. 이 때는 1940 6 14일이었어. 그래서 프랑스는 보르도에 임시 수도를 정했어.

1940 6 22일 독일은 이번에는 소련까지 침공했어. 역사는 이 전쟁을 독소 전쟁이라고 했어. 독일은 모스크바 코 앞까지 진격을 했고, 독일과 소련의 최대의 전투가 스탈린그라드에서 이루어졌어. 1942 7 17일부터 1943 2 2일까지 이어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약 200만명이 희생하면서 독일은 지고 말았단다. 그 동안 세력을 확장하던 독일은 큰 타격을 입게 되었어. 연합군은 1944 6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성공하면서, 완전히 기선을 잡았지.

독일은 1944 12월 아르덴 숲으로 마지막 반격을 했는데, 날씨마저 안 도와줘 큰 패배를 했단다. 동부전선에서는 소련군이 진군하여 베를린까지 점령하게 되었단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던 히틀러는 1945 4 30일 아내 에바 브라운과 동반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이로써 오랫동안 유럽 대륙을 피로 물들였던 전쟁이 일단락되었어.


3.

세계 2차 대전은 유럽뿐만 아니라 태평양 일대에서도 일어났단다. 빌런은 일본이었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불법 점령한 일본은 1941 12 7일 미국 하와이에 있는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었어.

이 전쟁을 이야기하기 전에 일본의 근대사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꾸나. 일본은 상징적 존재인 일왕이라고 부르는 덴노가 있고, 실질적 왕인 쇼군이 있었단다. 1930년은 에도막부라는 나라가 있었어. 1853년 미국은 일본에 개항을 요구를 했고, 1854년 불평등 조약인 미일화친조약이 이루어졌어. 이 불평등 조약으로 사무라이들이 격분했단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무라이는 요시다 쇼인이라는 사람인데 요시다 쇼인은 서양을 물리치자고 하면서 정한론을 주장했단다. 정한론이란 한반도를 정복하자는 주장이었어. 그러면서 독도도 정벌하자고 주장했어.

요시다 쇼인은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학교도 세워서 사무라이를 양성했어. 이 사람의 수제자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유명한 사람이 바로 이토 히토부미란다. 조선총독부 통감이었고 안중근 의사에 저격 당한 사람너희들도 알고 그 나쁜 사람 맞아요시다 쇼인은 너무 급진적어서 29살에 처형당하고 말았어. 그가 처형 당하자 제자들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메이지 유신이라는 개혁 운동을 했단다.

메이지 유신이라고 부른 이유는 당시 덴노의 이름이 메이지 덴노였기 때문이야.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헌법을 만들기도 했어. 이 제자들은 요시다 쇼인을 기리기 위해 조슈 신사를 만들었는데, 이 조슈 신사는 오늘날 그 악명 높은 야스쿠니 신사가 되었단다. 그들은 권력을 잡고 첫 총리가 된 인물이 바로 이토 히로부미였단다. 그는 일본을 서구화시키고 서구열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단다. 이때 만들어진 습성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 같구나. 서구 열강들만 따라 하려는 습성 말이야. 그렇게 키운 국력은 일본은 요시다 쇼인의 뜻에 따라 조선을 침략했단다. 조선땅에서 이루어진 청일전쟁에서 압승한 일본은 시모노셰키 조약으로 중국의 랴오둥 반도까지 차지하게 되었어. 러시아의 개입으로 다시 중국에 돌려주어야 했지만 말이야. 그런데 이 일이 친러파인 명성황후가 개입되었다고 생각한 일본은 명성황후까지 죽였단다.

그리고 러시아까지 공격을 했는데,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일본이 러시아를 무찔렀단다. 일본의 뒤에는 미국의 지원이 있었단다. 러일 전쟁 이후 미국과 일본은 가쓰라 태프트 조약을 맺었고, 이 조약으로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를 지들 맘대로 인정했단다. 이 일이 있고 1905년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외교권은 일본에 넘어가게 된단다.

이후 무력으로 승승장구하던 일본은 1923년 관동대지진과 1930년 즈음 세계 대공황으로 위기가 찾아왔어. 이 위기를 탈출하겠다고 외국에 식민지를 확대를 하였고, 중일전쟁을 벌이게 되었어. 1931년 만주 침략하여 만주국을 세우고, 중국을 잇달아 공격하였어. 당시 중국의 수도는 난징이었는데, 예상보다 난징 정복이 오래 걸렸어. 1937년이 되어서야 난징을 점령하고 무차별 난징시민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단다.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서는 일본도 더욱 전쟁광이 되어 인도차이나를 점령하였어. 이런 일본의 확장에 미국은 불만을 나타내고 일본에 지원하던 석유 공급을 끊었단다. 이에 1941년 일본은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였고 미국과 전쟁에 돌입한 것이란다. 미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어. 사실 일본이 당시 거대강국으로 성장한 미국을 공격한 것이 무모한 짓 아니었나 싶구나. 미국은 항공모함을 이용하여 도쿄를 공습했고, 일본도 미드웨이에 있는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격했어. 하지만 일본의 이 작전은 사전에 들통나 미국이 대비를 하여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의 항공모함 4척이 모두 부서지는 대패를 했단다.

이후 시계추는 미국으로 기울어졌고, 1945년 도쿄 대공습으로 일본은 폐허 직전까지 갔어. 하지만 일본은 항복하지 않고 버텼대. 천황제를 유지하려면 소련이 개입해야 했는데, 소련이 개입할 때까지 버티다가 결국 핵폭탄까지 얻어맞게 되었단다. 소련이 태평양 전쟁 마지막에 개입을 하면서, 전쟁이 끝난 후 소련이 자신의 공을 내세우면서 한반도에 진격하게 되는, 이것이 한반도를 둘로 나뉘게 되는 원인이 되었으니, 남북 분단의 원인을 따라가보면 일본이 큰 원인이었던 거구나.


4.

마지막으로 중국의 근현대사를 짧게 이야기하고 마치련다. 1700년대 중반 영국은 청나라로부터 홍차를 대량 수입하게 되고, 이 불균형 무역을 항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지만, 청나라는 이를 외면하자, 보복성으로 영국은 중국으로 아편을 밀수출하기 시작했단다. 아편은 한번 중독되면 끊기 어려운 아주 무서운 마약이었단다. 아편의 밀수입이 점점 늘어나자 청나라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강경 대응에 나섰어. 영국도 이에 지지 않고 무력으로 맞대응하여 홍콩을 점령했단다. 이렇게 영국과 청나라 사이에 소위 아편전쟁이 두 번에 걸쳐 일어났단다. 이 전쟁에서 패배한 청나라는 국력이 많이 쇠퇴했단다.

이 즈음인 1866년 쑨원이라는 사람이 태어났는데 이 사람이 커서 1894년 흥중회라는 혁명단체를 만들어 무장봉기를 했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일본, 미국, 영국 등지로 피신을 갔다고 하는구나.  청나라는 무너지고 있었고, 곳곳에서 민중봉기가 계속 일어났다고 하는구나. 1911 10월 신해혁명이 시작되면서 그 해 말 쑨원이 다시 귀국을 하여 정권을 잡게 되었대. 1912년 임시 대총통이 된 쑨원은 중화민국이라는 공화국을 만들었단다.

하지만 아직 북쪽에는 청나라가 있었어. 당시 황제는 어린 푸이라는 이가 황제였는데 실제는 위안스카이가 실세였단다. 쑨원은 청나라까지 중화민국에 끌어들이기 위해 위안스카이를 만났고, 위안스타이에게 총통을 제안하면서 청나라를 중화민국에 끌어들이려고 했어. 그래서 중국 전체가 공화국이 될 수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쑨원이 위안스카이의 검은 속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구나. 위안스카이는 일단 쑨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푸이를 황제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중국 전체 공화국의 총통이 되었단다.

총통이 된 위안스카이는 곧바로 쑨원을 배신하고 쑨원을 숙청하여 쑨원은 다시 일본으로 망명을 했단다. 그리고는 위안스카이는 다시 자신이 황제가 되어 중화제국을 세웠어.(1915) 망하는 나라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구나. 이 일이 있고 다시 전국 곳곳에서 봉기가 일어나자 위안스카이는 1916 3월 다시 군주제를 취소했고 이후 홧병이 도져서 죽고 말았단다.

권력자가 사라진 중국은 10년간 내전이 일어나게 되었단다. 1919년 쑨원이 돌아와서 국민당을 창설하였지만 기반을 다질 만큼 오래 살지 못한 쑨원의 뒤를 이어 1925년 장제스가 국민당을 이어받았단다. 장제스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였어. 1921년 마오쩌둥이 세운 공산당을 두고 볼 수 없었지.. 그래서 국민당과 공산당 간의 전쟁이 일어났단다. 외세 일본의 침략으로 두 번의 국공합작이 있었지만, 생각이 다른 둘의 합작은 오래가지 못하고 이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었어. 그리고는 결국 공산당의 승리로 끝나고 장제스의 국민당은 대만으로 도망을 가게 되었단다. 이렇게 중국의 근현대사를 짧게 이야기해보았단다.

제국주의 시대 무서운 두 번의 세계전쟁과 그 즈음 아시아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해보았단다.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가 이 시절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풀어준 것 같았단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영화들도 소개를 해주어서 좋았단다. 물론 이 시대를 다룬 책들은 정말 무수히 많단다. 깊이 있게 쓴 책들도 있지만, 이 책처럼 가볍고 재미있으면서 핵심만 짚어주는 책은 얼마 없지 않을까 싶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결국 편지가 엄청 길어졌구나.


PS:

책의 첫 문장: 먼저 질문부터 해보겠습니다.

책의 끝 문장: 언제든지, 어디로든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독일에게는 소위 ‘슐리펜 계획’이라는 전략이 있어서 나름 든든했답니다. 이 계획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독일은 동서 양쪽에서 프랑스, 러시아와 동시에 전쟁을 치르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였어요. 만일 프랑스와 러시아 양국과 동시에 전쟁을 치른다면 ‘슐리펜 계획’이란 전력 카드를 꺼내 쓸 계획이었습니다. 이 계획은 1891년 독일 참모총장에 오른 알프레드 슐리펜 장군이 고안이 작전입니다. 만일 프랑스와 러시아, 동서 양쪽에서 전쟁이 동시에 일어난다면 러시아는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서 총동원령을 내린다고 해도 전쟁 준비를 하는 데 최소 7주 정도 걸린다고 계산했어요. - P50

점점 ‘죽음의 블랙홀’로 변해가는 전투였습니다. 그리고 1942년 11월 19일이 되어 소련군은 새로 개발한 T-34 전차를 앞세우고 대대적인 반격에 들어갔습니다. 지원군이 도착한 겁니다. 이 T-34 탱크를 처음 본 독일군 장교들은 경악했어요. 하드웨어를 살펴보니 독일의 그 어떤 기갑 부대 전차도 당해낼 수 없는 극강의 전투력을 지닌 전차였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 T-34 전차는 ‘소련을 구한 애국 전차’라는 칭송을 받고 있답니다. 하지만 우리 한국에겐 트라우마를 안겨준 전차예요.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바로 이 T-34 전차를 몰고 38선을 넘어와 한국전쟁이 일어났으니까요. 하여간 이 T-34 전차 덕분에 소련군의 대반격이 시작됩니다. - P128

일본 정부는 끝까지 미국의 항복 제안을 완전히 무시합니다. 그러고는 소련에게 매달리기 시작해요. 소련에게 빨리 참전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야 자신들이 신처럼 모시는 일왕을 계속 그 자리에 앉힐 수 있으니까요. 소련은 만주와 한반도 지배권 그리고 쿠릴 열도 진출 등을 목표로 태평양 전쟁 참전 여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이었답니다. 소련은 이미 시작된 미국과의 경쟁에서 태평양 지역의 패권 확보를 위해서 그리고 만주와 극동 지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태평양 전쟁 막판에 일본과의 전쟁에 뛰어듭니다. 결국 소련은 히로시마 원폭 투화 이틀 후인 1945년 8월 8일, 일본의 소원대로(!) 일본에 선전포고하고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죠. 그리고 결과적으로 미국과 소련의 한반도 점령, 38도 선으로 인해 남북한이 분단됩니다. 우리가 일본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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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22 0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본근대사 이토 히로부미의 등장과 중국근대사 아편전쟁에 관한 설명 좋은데요^^
이렇게 설명해주시면 자녀 귀에도 쏙쏙 들어올듯요^^~♡

bookholic 2022-06-23 00:52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아이들한테 한번 이야기해봐야겠어요...
역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만 ㅎㅎ

레삭매냐 2022-06-22 1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불쇼 통해 영어 하시는 양반
으로 썬킴 아자씨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요즘에는 종목을 변
경하셔서 역사 이야기에 전념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전문가가 아닌 시선으로 만나
는 역사 이야기, 환영합니다.

bookholic 2022-06-23 00:52   좋아요 3 | URL
역사 전공자는 아니지만,
썰렁한 아재개그와 함께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하는
선킴의 역사 이야기 좋습니다~~^^

mini74 2022-06-24 1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산책할때 한 번씩 들어요 과학하고 앉아있네 와 번갈아가면서요. 책이 나왔군요 ~ 북홀릭님 리뷰는 책으로 내셔도 될것 같아요.

bookholic 2022-06-24 23:03   좋아요 1 | URL
앗 <과학하고 앉아있네> 저도 즐겨 들었던 팟캐스트인데요, 최근에는 많이 못들었지만...^^
오랜만에 다시한번 들어봐야겠네요~~
적어주신 마지막 문장은 쑥쓰럽고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