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옳다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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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작년에 <나를 찾아줘>라는 소설을 읽고, 그 책을 지은 길리언 플린이라는 사람의 다른 소설들을 살펴보다가 알게 된 책이 이번에 읽은 <나는 언제나 옳다>라는 책이란다. 자극적인 겉표지를 가진 이 소설은 2015년 에드거상 최우수 단편에 선정되었다고 하는구나.

단편? 단편을 한 권으로 책으로 냈기 때문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단다. 아빠가 단편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주말에 가볍게 읽고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펼쳤단다. 그리고 그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어서 내심 기대도 하고 말이야. 전체적으로 짧게 평가하자면, 짧지만 있을 것은 다 갖춘 추리 소설이라고 평가할 수 있더구나.

 

1.

첫 부분부터 어린 너희들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들이 나오더구나. 너희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이 글을 본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해야겠구나. 유사 성매매업을 하는 주인공. 주인공이 일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이름이 끝까지 밝히지 않아서 그냥주인공이라고 할게. 그녀는 상대의 기분을 잘 파악할 줄 알았어.

어린 시절 엄마와 단둘이 지냈고, 구걸로 돈벌이를 했단다. 십대에 들어서면서 그녀는 엄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냈고, 16살부터 독립해서 혼자 생활하다가 비베카라는 여인을 만났어. 비베카는 불법 성매매업소를 운영하고 있었어. 겉으로는 타로점을 봐주는 가게였지만, 뒤쪽에는 불법적인 일들이 벌어졌어. 주인공은 수음을 도와주는 일을 했는데, 그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손목이 아파 더 이상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타로점 봐주는 일을 했어. 그렇다고 주인공이 타로점에 대한 자격증이 있거나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야. 그저 상대의 기분을 잘 파악해주는 능력으로 가짜 점쟁이가 된 거지. 그래서 서툴기도 했어.

그러다가 어느날 수전 버크라는 여인이 찾아왔어. 돈은 많았지만 무엇인가 절망에 빠진 여인이었어. 딱히 점을 보러 오는 것보다 주인공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를 받으려고 했던 것 같았어. 수전은 남편과 재혼으로 만나서 그들 사이에는 친아들이 있었지만, 의붓 아들 마일즈라는 아이도 있었어. 마일즈가 아홉 살 때부터 같이 살았는데, 십대 중반이 되면서 갈등을 겪게 되어서 고민이 많다고 했어. 공격적으로 변해서 겁조차 난다고 했어. 거기다가 남편은 늘 외출 중이었고, 수전이 살고 있는 오래된 저택에는 귀신이 씌웠다고 했어.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이 그 귀신을 쫓아주겠다고 했어. 속으로는 돈을 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 집에 갔는데, 정말 불길한 기운이 돌았고, 벽마다 핏자국이 있었어. 의붓아들 마일즈는 주인공을 볼 때마다 나가라고 협박을 했어. 수전이 마일즈 때문에 고민을 할 만하다고 생각했단다. 수전은 마일즈가 자신과 친아들을 죽일 것 같다고 했어. 주인공은 집에 와서 수전이 살고 있는 저택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단다. 그랬더니, 100년 전 큰 아들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이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단다. 더 놀라운 것은 100년 전 저택에 살던 가족 사진이 있었는데, 큰 아들이 마일즈와 꼭 닮았던 거야.

어느날 주인공은 수전의 집에 갔는데, 마일즈만 있었어. 마일즈와 단 둘이 있었지. 그런데 마일즈가 놀라운 말을 했어. 수전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거야. 그래서 도망을 가려고 하는데 도와달라는 거야. 주인공은 도와줄 이유가 없잖아. 그런데 마일즈 말로는 수전이 주인공도 죽일거라는 거야. 전혀 뜻밖이었어. 마일즈 말은 이랬어. 마일즈의 아빠, , 수전의 남편은 주인공이 했던 수음 서비스의 오랜 손님이었다는 거야. 그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된 수전은 주인공에게 일부러 접근을 했고, 그녀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던 거래. 저택에 귀신이 씌운 것 같다는 것도 다 조작된 것이라는 거지. 그녀는 놀랬어.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 말이야. 결국 그녀는 마일즈를 따라 나섰단다.

그렇게 소설을 끝이 났단다. 수전의 말이 옳은 것인지, 마일즈의 말이 옳은 것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스릴러로서 충분이 훌륭한 결말인 것 같더구나. 그 뒷이야기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지.

... , 그런데 왜 제목이 '나는 언제나 옳다'이지? 이 제목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암시해주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언제나 옳다는 생각은 언젠가는 틀릴 것이고, 그 틀린 선택이 그녀의 마지막 선택임을 알려주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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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4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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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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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너희들이랑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갔다가 시현이가 세종 대왕 만화책을 구입했잖아. 그리고는 집에 와서 그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아빠도 문득 전에 사두고 읽지 않은 세종대왕에 관한 책이 생각났어. 아빠도 이번 기회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읽는 동안 너희들이 어디까지 읽었냐고 계속 물어보기도 했잖아. 아빠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한참 전이야.

사실 우리나라에서 세종대왕만큼 유명한 사람이 있을까 싶구나. 그런데도 아빠는 어른이 되어서도 세종대왕에 대해 읽은 책이라고는 어렸을 때 읽은 위인전이나, 일반 역사서에 나온 정도였어. 그래서, 세종 대왕에 대해서 자세히 쓴 책을 읽고 싶어서 찾아봤어. 그런데 그렇게 유명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읽을만한 세종 대왕을 자세히 적은 책이 많지는 않더구나. 그런 책들 중에 이 책이 있어서 고른 것이야. 이 책의 지은이 박영규라는 분은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한권으로 읽는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야. 아빠도 그의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고 말이야. 그래서 그 사람이 쓴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을 골랐던 것이란다.

 

 1.

며칠 전에 너희들과 끝말잇기를 하는데, 갑자기 시현이가이도를 이야기했잖아. 엄마가이도가 뭐야?”하고 물었고, 시현이가세종대왕 이름이야라고 했잖아. 세종대왕이 유명하긴 하지만, 실제 이름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왕들의 호칭 즉, 태조, 태종, 세종, 정조 등등은 묘호라는 것으로 죽은 다음에 붙여진 이름들이란다. 세종은 업적이 뛰어나서대왕이 붙어서 세종대왕이라고 흔히들 불러.

세종의 아버지는 태종인데, 사실 그는 형제들을 죽이고 아버지를 내쫓다시피 해서 왕이 된, 어찌 보면 흉악한 사람이란다. 그럼에도 그를 아주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아들 세종의 업적 때문인 아닌가 싶구나. 그것도 왕이 될 수 없는 세번째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세종으로 하여금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나라의 기반을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있단다. , 태종이 없었으면 세종도 없었다는 이야기로 그의 업적을 이야기할 때도 있어.

원래 태자는 첫째 아들 양녕대군이었어. 그런데 그는 여색을 밝히고, 행세가 좋지 않았단다. 태종이 몇 번을 용서하고 기회를 좋지만, 그는 결국 그 버릇을 끊지 못하고 결국 폐위되었단다. 그리고 둘째형 효령대군은 불교에 빠져 있었고, 셋째 충녕대군, 바로 이도가 세자가 되었단다. 그는 이미 세자가 되기 전부터 책을 좋아하고 심성이 착하기로 유명했단다. 세자가 될 때도 몇 번을 사양했지만, 결국 받아들였어. 그리고 세자가 된 지 두 달 밖에 안되었는데, 태종은 왕자리를 전위한다고 했어. 신하들은 안 된다고 했어. 전에 양녕대군이 세자로 있을 때도 전위 파동을 일으킨 적이 있었거든. 양녕대군의 외척이 권력을 휘두르고자 해서 그것을 견제하기 위한 가짜 전위 파동이었어. 결국 양녕대군의 외척이었던 민무구와 민무질을 유배 보내버렸지. 이번 전위 의도도 다른 뜻이 있을 거라고 신하들과 세종이 절대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진짜였단다. 태종의 뜻이 견고해서 이번에는 실제 전위를 하고 세종이 왕이 되었단다. 하지만, 태종이 병권은 자신이 갖고 있겠다고 했어. 실제 권력은 태종이 쥐고 있다고 봐야지. 이것은 세종이 즉위한 이후 4년간 이어졌단다. 태종은 이때 왕권 강화에 힘썼어. , 권력을 넘보는 세력들을 처단했단다. 세종의 부인이었던 소헌왕후 심씨 집안도 마찬가지였어. 소헌왕후의 작은 아버지가 태종에 밉보이자, 소헌왕후의 아버지이자 세종의 장인어른인 심온까지 죽였단다. 세종의 간절한 부탁으로 소헌왕후는 폐위를 당하지 않았지만, 그 집안은 노비집안으로 전락하고 말았단다.

세종의 업적이 뛰어난 것이 한글을 만들고, 과학을 중시하는 눈에 드러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란다. 어떤 정책을 펼칠 때 백성들의 여론을 귀담아 들었대. 어떤 정책은 17만 명이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했다고 하니, 그렇게 칭송을 받을 수 밖에지난 9년 동안 대통령 자리에 있던 분들은 무소불위를 자랑하듯 국민들은 뒷전, 자신들 마음대로 결정하고 나라꼴을 개판으로 만들었으니, 원통하기 그지 않구나. 그래도 다행히 우리 국민들은 한 힘으로 그 불의를 끌어내려서 정말 다행이란다. 올해는 상식의 대한민국으로 되돌아왔으면 좋겠구나.

  

2.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어. 세종의 업적과 생애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세종실록을 정리해서 이야기해주고, 마지막 부분은 세종 시대 유명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그의 업적과 생애는 많이 유명하고, 너희들도 만화를 통해 알게 되었으니, 아빠는 세종실록에 나와 있었던 일화들을 몇 개 소개해줄게

당시에도 코끼리가 있었대. 동물원 같은 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동네에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코끼리 발에 채여 죽는 경우도 있었대. 그래서 상왕(태종)은 물 좋고 풀 많은 곳에 놓아주라고 했고, 잘 살펴서 죽게 하지 말라고 했다는구나. 동물들의 권리도 지켜주는 것이 오늘날 진보 정당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구나. 조선시대에는 복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황희가 예조판서로 있을 때 고양현에서 굶어 죽은 사람이 발생하자, 고양현 현감에 형장 80대를 친 일도 있다고 하는구나. 그렇듯 당시 백성들의 최소한의 의식주에 관심을 가진 기록들이 여럿 보였단다.

세종실록에는 무엇보다 신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왕의 모습이 여러 군데 보인단다. 세종은 <태종실록>을 보려고 하였지만, 신하들이 만류했다고 하는구나. 왜냐하면 세종이 <태종실록>을 보다가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게 되면 실록을 만든 신하들이나 사초를 작성한 사관들의 마음이 편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신하들의 이 말이 옳다고 생각한 세종은 읽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이런 예를 봐도 세종은 합리적인 신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에 따른 것만 봐도 성군이 아니었나 싶구나. 지난 9년 우린 비상식적인 대통령만 봐와서 이런 상식적인 행동조차 성군처럼 생각되고 부러운 생각이 드는구나.

앞서 이야기했지만 세종 시대에 유명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했잖아. 아빠가 모르고 있던 사람들도 있고, 알고 있던 사람들도 나왔단다. 정치인으로는 황희, 맹사성, 류관을 소개해 주었고, 국방의 영역을 넓인 이들로 이종무, 최윤덕, 김종서를 소개했단다. 그리고 세종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변계량, 이수, 윤회, 정인지를 소개하였고, 세종이 키운 과학의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정초, 이순지, 장영실, 박연을 소개했단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역사적인 일이 있었단다.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을 국민들의 상식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끌어내렸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파면한 대통령이 얼마나 무능한 대통령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단다. 그리고 세종이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그를 롤모델로 삼는 경우가 드문데, 세종을 롤모델을 삼는 대통령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구나. 그가 백성을 향해 행한 것을 그대로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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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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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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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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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알라딘 북플이라는 책 관련 SNS에서 알게 된 책이란다. 사노 요코라는 일본 작가가 쓴 수필집이야. 이 분은 일본에서 유명한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데, 수필집도 많이 썼나 봐. 그 중에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OO이 뭐라고'라는 제목으로 된 책이 많이 있더구나. 다들 평이 좋더라고. 전에 너희들과 함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이 책이 있길래 집어 들었단다. 2003년부터 2008년 때까지 지은이가 쓴 글들을 모아 놓은 글이야.

소재는 일상. 방법은 솔직.

가끔 글을 평가할 때 담백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아빠가 이 책을 읽을 때 떠오른 단어가 바로 '담백'이라는 단어였단다. 글을 읽는데, 심각하게 생각할 것도 없고 솔직한 할머니의 글을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감동 받기도 하다 보면 마지막 장을 덮게 되더구나. 이 글을 쓸 당시 60대 후반의 할머니였던 지은이 사노 요코는 그만 암에 걸리셔서 2010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이 책에도 지은이가 암 판정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신의 남은 삶을 항암제가 아닌 재규어를 선택하였단다. 마치 그런 시한부 인생을 통보 받으면 이렇게 해야지 준비를 한 듯 했어. 그 장면이 왠지 찡했고,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 동안 그 여운이 남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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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나 남았나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2년 정도일까요.” “죽을 때까지 돈은 얼마나 드나요?” “1천만 엔.” “알겠어요. 항암제는 주시지 말고요, 목숨을 늘리지도 말아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럭키, 나는 프리랜서라 연금이 없으니 아흔까지 살면 어쩌나 싶어 악착같이 저금을 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매장에 있던 잉글리시 그린의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주세요.” 나는 국수주의자라서 지금껏 오기로라도 절대 외제 차를 타지 않았다.

배달된 재규어에 올라탄 순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라고 느꼈다. 시트는 나를 안전히 지키겠노라 맹세하고 있다. 쓸데없는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 마음으로부터 신뢰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큐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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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번의 결혼의 실패 후 혼자 살고 있지만, 사노 요코는 그렇게 외롭고 고독하지 않았어. 자식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고, 무엇보다 할 일도 있었어. 그 할 일도 자신이 좋아서 하는 글 쓰는 일이었지. 그러면서도 글에 육십 대 할머니의 연륜이 묻어나기도 했어. 그리고 아빠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느끼게 될 감정들도 글에 묻어 있었단다. 아빠도 요즘에는 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어. 건강검진을 하더라도 예전에 없던만성이 붙은 결과를 받아들곤 해. 그리고 그런 결과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너희들과 놀 때도 체력이 딸려서 쉬 지치는 것에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곤 해. 이것은 나를 먹고 나면 더 많아지겠지. 그럴 때 그것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할 텐데. 지은이의 글을 보면서 마음에 새겨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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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는데 몇 시인지 모르겠다. 또 침대에서 발로 커튼을 열어젖혔다. 시험 삼아 해보았더니 아직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병석에 드러눕기라도 하면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는 지금의 건강을 얼마나 눈물겹게 그리워하게 될까? 그런 상상이 멈추지 않는다. 문득 다리 힘이 서서히 약해지는 과정을 차분히 느끼고 싶다는 용감무쌍한 생각이 들었다. 바지랑대와 이웃집 지붕, 건너편 맨션 너머로 맑은지 흐린지 알 수 없는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느 계절인지 모르겠다. 기타카루이자와의 아침, 창을 열어 나무와 하늘, 고요한 풍경을 보고 싶다. 나뭇잎과 땅과 눈이 날마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자연은 언제나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늦봄 새싹의 기세는 자라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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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득 책 제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단다. 사는 게 뭐라고. 그래, 뭐 대단한 것이라고 집착하고 아등바등 사는 지 모르겠구나.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고민하고 마음 조아리고, 걱정에 잠을 자지 못하고... 사는 게 뭐라고. 그저 몸 건강히 가족들과 행복하게 오순도순 살면 되는 것이지. 사는 게 뭐라고. 그것은 체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달관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렇게 살다 보면 이 다음에 삶을 마감하면서 삶을 뒤돌아볼 때, 썩 괜찮은 삶이었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구나. 너희들이 있어 더욱 빛났던 삶이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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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3-17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뭐라고… 하지만 현재, 너희들이 있어 더욱 빛나는 삶이 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시는군요. 댁의 아이들이 나중까지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bookholic 2017-03-18 08: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삶을 빛나게 하는 이들과 함께요~~^^
 















(27)

은행이나 증권사는 모든 기업이 그러하듯 당신의 이익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업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재테크는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일정액으로 정해져 있는 자신의 수입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유지시키는 방법일 뿐이다. 운이 좋아 금융상품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해도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금융 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지 못한 채 피 같은 내 돈을 무지함 때문에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알아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53)

실손보장 상품은 여러 개를 가입해 봤자 고객이 받을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어. 실제 일어난 손실에 비례한 보상만 받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 병원비가 100만 원이 지출됐을 때 실손보장 상품을 한 개 가입해 두었든 세 개를 가입해 주었든 나오는 돈은 100만 원이라는 거야. 하지만 정액보장 상품은 여러 개의 상품에 가입해도 중복보상을 받을 수 있지. 만약 정액보장 상품을 3개 들었다면 각 100만 원씩,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보험 상품을 선택할 때 내가 드는 보험이 실손보장 상품인지부터 체크를 해야 해. 이미 하나를 들어놓았다면 더 이상 들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 봤자 받을 수 있는 보장이 달라지지 않으니까.”

(68)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은 비영리 단체다. 영리를 추구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의료 서비스로 벌어들인 돈은 다른 곳에 쓰지 못하고 의료 서비스에 재투자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민영화가 될 경우에 대학이 돈벌이에 맛을 들여 슬금슬금 등록금을 올리는 것처럼 병원도 돈을 버는 데만 혈안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곧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영리병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것을 의미하며, 실력 있는 의사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영리병원으로 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당연히 개인병원은 거대 자본이 투자되어 서비스의 질을 높인 영리병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동네 곳곳에 있는 병원들은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이는 곧 대형병원의 독점으로 이어진다.

(104)

그런데 우리는 이런 유혹에 전혀 대응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턴트인 마틴 린스스트롬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소비자로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매일 조종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매우 약하다는 뜻이에요.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연약합니다.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면 항상 주의를 하죠. 그게 첫걸음입니다.”

(110)

놀랍게도 우리가 매일 결정하는 것들 대부분이 뇌의 무의식을 관장하는 부분에서 일어납니다. 매일 하는 결정 대부분을 의식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원한다는 느낌 때문에 하죠.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죠. 왜 갑자기 나가서 코카콜라를 사고 싶은지, 왜 티파니 액세서리가 좋고, 롤렉스 시계를 갖고 싶은지, 왜 슈퍼마켓에서 그 브랜드를 고르는지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싶은데 소비에게 물어볼 수는 없어요. 소비자 자신도 모르니까요.”

(115)

인간은 무언가를 소비할 때 뇌에서 여러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보는 순간 뇌에서 쾌락과 흥분에 관여하는 부위에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불이 반짝 들어온다. 가격 자체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구매를 하고 나면 쾌락을 유도한 이 부위에 더 이상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쇼핑하는 순간의 짜릿한 흥분은 곧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쇼호스트와 같은 마케터들은 소비자의 이런 심리를 최대한 이용하려 든다. 높은 가격을 미끼로 내걸어 물건을 구입하게 만드는 준거가격(reference price)’도 그중 하나다.

(167)

하지만 우울한 상태에선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난다. 인간은 우울하면 현재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현재 집중성물질적 자아의 충족 욕구를 일으킨다. ‘현재 집중설은 자신에 대한 집중이다. 자신에게 집중하면 슬픔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된다. 이때 누군가에게 구입하라는 권유를 받거나 쇼핑몰 안에 있으면 평소와 달리 더 쉽게 물건을 구입한다. 그리고 가격도 꼼꼼히 따지지 않는다.

(241)

세계 어디나 똑같습니다. 부유하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정치인들과 결탁해서 상호 이익을 증진시키곤 합니다. 민주주의의 개념이 무엇인가요? 아테네로 돌아가보세요. 민주주의는 가난한 사람들의 정부입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두 사람 다 이렇게 말했죠. ‘민주주의는 가난한 사람들의 정부입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도 말했어요. ‘부유한 자가 정부를 이끄는 나라는 누가 뭐래도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런데 현실은 정부에 깊이 관여하는 사람은 적고, 정부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깊은 상위의 소수만 최대한 자신들의 이득에 따라 정부를 형성합니다.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죠. 그러면 혁명이 일어나요. 하지만 상위의 소수층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살 수 있는 틀을 형성합니다.”

(278)

예를 들면, 당신이 영경이에게 800원을 쓰라고 할 것이 아니라 먼저 돈이 있으면 자신이 필요한 것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설명해줬다면 영경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했을 거야. 필요한 것을 생각해내면 자연스럽게 돈을 쓰게 되니까. 그리고 저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 그냥 저축해야 해라고 말하는 대신 저축이란 무엇인지, 저축을 하면 뭐가 좋은지 등을 먼저 설명해줘야겠지. 이를테면, 지금 당장 사고 싶은 장난감이나 과자를 사는 대신 저축을 해서 새 자전거를 사거나 자신보다 더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거야.”

(281)

경인 씨는 딸이 점차 자신의 돈으로 할 수 있는 선택에 대해 배워나가는 것을 보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까진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알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사실은 부모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돈에 대해 배운다고 아이의 순수함에 금이 간다고 생각한 일도 부모의 지나친 보호막이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돈을 알게 하고 싶지 않다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의 순수함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돈의 가치를 몰라 자신이 필요한 걸 얻기 위해 무조건 떼를 쓰는 아이로 만들 뿐이었다.

(292)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라는 프랑스 철학자 루소의 말처럼 교육은 사람사람답게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오늘날 자신의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올바르게 성정하는 것에 관심을 두기보다 성적에 연연하며 명문대학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 온 신경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아이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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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7-03-14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메시지가 일목요연하게 들어오네요! 감사합니다.

bookholic 2017-03-15 01:07   좋아요 0 | URL
책 내용 중에는 어린 아이들에게 어떻게 금융 교육을 할 것인가가 좋았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