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일본은 섬나라이면서도 해군이 아닌 육군이 일으킨 나라입니다. 육군이라는 게 너 죽고 나 살기로 대거리를 해야 하는 군대입니다. 바다에서 싸우는 해군과는 적과의 거리가 다릅니다. 해군은 배가 깨지면 지는 거지만 육군은 손으로 찌르고 칼로 베어서 상대를 죽여야 합니다. 일본제국주의를 이끈 주도세력이 육군이었기에 또 바다가 아니라 육지로 기어올라올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조선의 고통이 거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397)

원자폭탄은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는 연쇄적 핵분열을 통해 발생하는 에너지의 파괴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원폭 에너지의 50퍼센트는 충격파를 만들며 폭풍으로 변한다. 2.5킬로미터 안에 있는 모든 목조건물이 산산조각 나고 2층 벽돌건물이 무너지며 불이 붙었다. 철골 건축물은 지붕이 날아가버리고 철교의 상판은 뒤틀렸다. 폭심지에서 15킬로미터 밖의 건물 유리창까지 부서져내렸다.

 

(404~405)

이날 단 한발의 원자폭탄에 의해 24만명으로 추산되던 나가사끼 인구 가운데 7 4천명이 그해 연말까지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그들의 죽음을 사몰(死沒)이라도 표현한다. 시신조차 찾을 길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무너져내린 시가지의 폐허 속에 매몰되거나 한순간에 타버려 가루가 되어 흩어졌기 때문이다. 이 비극적인 수치 안에 2만여명의 조선인 피폭자가 포함된다. 사망 1만명에 부상자 구조활동을 위해 투입되어 2차 방사능 피해를 입은 1만명의 징용공들을 합친 숫자이다.

나가사끼에서 원폭으로 죽어가야 했던 징용공들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되는 속에서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그때 거기 있었다는 우연과 미쯔비시의 수많은 군수공장이 포진한 나가사끼에 끌려온 징영공이라는 필연이 교직하면서 만들어낸 나가사끼 조선인 피폭자의 죽음은 그토록 허무하고 무구하다.

 

(413)

나를, 저 일본사람들을, 아니 우리 모두를 이렇게 내몰리게 한 것은 무엇일까. 전쟁, 일본이라는 나라, 그리고 저편에 B29를 번득이며 폭탄을 쏟아붓는 미국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리들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가. 우리가 만든 것이 우리를 죽이고 불태우고 절멸시키고 있다. 대가리가 꼬리를 물어뜯으며 짓씹어 제가 제 몸을 죽이는 꼬락서니다. 이 혼돈을 어떻게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는 거다.

 

(468)

여기서 흘러간 날들이여.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 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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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어디 그뿐이랴. 오랜 역사가 서려 있지 않은가. 지상은 말없이 생각했다. 그놈들이 임진왜란, 정유재란 거치면서 땅에서만 분탕질을 쳤던가. 그때도 돌아가는 배에는 비단 같은 물자에 도자기 만들 흙까지 실려 있었다. 거기다가 석공과 도공 같은 사람들끼리 실어가지 않았나. 선조 임금 때 그렇게 당하고도 30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조선은 또 똑 같은 짓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여기 끌려와 있는 것도 그때와 끈이 닿아 있다고 생각하면 그래서 더 원통하다. 우리는 왜 지난날에서 배우려 하질 않는가. 왜 이다지도 과거를 잘 잊어버리는가.

 

(298)

1938년 가을 수사에 착수한 상록회 사건에 대해 경찰은 <사건기록>에서 상록회는 일본의 국체를 변혁할 목적으로 조직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록회 사건, 이름하여 춘천공립중학교 학생의 민족혁명운동사건 검거에 관한 건 1939 3 25일 경성지방법원 춘천지청으로 송치될 때까지 졸업생과 재학생 137명을 조사, 검거, 구속하였다. 결국 증거로 제시된 총 147점의 압수품과 함께 법원으로 송치된 상록회원 38명의 피의자 가운데 12명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백흥기는 수감 중 고문 후유증으로 옥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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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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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출간된 때를 보니 2016년 겨울, 촛불 혁명이 한창일 때더구나. 많은 국민들이 법에 관심이 많을 때, 즉 아빠도 법에 관심이 많을 때. 현직 부장판사가 쓴 소설이라고 하니 관심이 갔었어.. 그렇다고 반드시, , 바로, 읽어봐야겠다는 수준의 관심은 아니고,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다 정도였어. 그러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지은이 문유석. 현재 부장판사로 있으면서, 이미 몇몇 책을 쓴 적도 있어.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말이야. 이 소설은 일간지에 재판이나 조정 사례를 연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소설의 형식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신문사에 의견을 주었더니, 신문사에서 오케이하고, 연재를 했다고 하는구나. 그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 <미스 함무라비>라는 책이야.

함무라비. 아빠가 기억하기로는 함무라비 법전이 세계 최초의 성문법전으로 알고 있어. 구글링으로 찾아보니까, 함무라비는 기원전 무려 1800년경 바빌로니아의 왕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함무라비 법전은 가장 오래된 성문법전이고 말이야. 그렇게 오래되었다니.. 정말 놀랍구나.

 

1.

이 소설은 에피소드들을 모은, 어찌 보면 연작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구나. 박차오름이라는 신임 판사가 주인공이야. 박차오름 판사는 신임 판사로 합의부의 좌배석 판사로 배정을 받았단다. 합의부는 총 세 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부장판사와 우배석판사, 좌배석 판사로 이루어져 있단다. 박차오름 판사와 같이 일하는 합의부의 부장판사는 한세상 판사, 우배석 판사는 임바른 판사였어. 이름들이 다들 비현실적이구나. 소설이니 지은이 마음이겠지만

임바른 판사는 2~3년 경력의 판사이면서, 박차오름 판사가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알고 지냈던 사이였단다. 우연히 판사가 되어 다시 만난 것이야. 그렇다고 소설에서 그들의 로맨스가 진전되거나 뭐, 그런 것은 없었단다. 서로 위해서고 약간의 이성의 감정은 있었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요소는 아니었어. 박차오름 판사는 신임 판사인 만큼 정의에 불타오르고, 신세대 판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단다.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출근하여 부장판사의 호통을 치니 무슬림 의상 중에 하나인 부르고 갈아입고 무언의 저항을 하기도 했어. 불의를 참지 못하고 니킥을 날리기도 하고 그것이 우연히 일반 시민의 스마트폰에 찍혀서 SNS에 올라가고.. 인터넷 상에서는 미스 함부라비라는 별명까지 얻는 유명인사가 되었어. 하지만, 자신이 맡은 일 역시 열심히 하였단다.

합의부에서는 보통 소송에 관련된 민사재판을 많이 다룬다고 하는데, 하나하나 에피소드들이 재미있더구나. 재판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 에피소드들을 보면 권력자들의 성희롱 사건, 전직 국회의원이 변호사로 거들먹거리면서 등장하는 사건, 판사 출신들의 전관예우 관련된 이야기, 국민참여재판에 관련된 이야기, 정당 방위의 범위에 관한 이야기 등 법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송사들을 소설의 형식으로 소소하게 이끌어가고 있단다. 그런데, 약간 법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느낌도 들었어. 워낙 우리나라 법원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물들어 있고, 국민들 대다수가 중범죄로 생각하는, 예를 들어 성폭행 사건이나 잔혹한 살인 사건 등에 솜망방이 판결을 내리다 보니 신뢰를 많이 잃었잖아. 그런 것에 대한 변명처럼 들리는 이야기도 있었단다. 국가 기관 중에 신뢰 기관 순위가 6위에 차지하고 있다는구나. 간신히 7위인 국회보다 하나 위에 있었던 거야. 그런 떨어진 법원의 신뢰도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던 것 같아.

 

2.

사실 평범하게 법을 지키며 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법원에 갈 일이 많지 않아. 아빠도 법원이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법원이라는 곳을 접하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 속의 법원이 전부가 아닐까 싶구나. 그러다 보니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많아. 대표적인 것인 판사로 두들기는 법봉이라는구나. 우리나라 법정에는 법봉이 없대. , 아빠도 이번에야 처음 알게 된 것 같아. 판사의 상징과 같은 법봉이 없다니.. 있어도 나쁠 것 같지 않은데 말이야. 이런 사례처럼 잘 알려진 법원의 이런저런 상식도 알려주고 있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은이는 법에 관련된 책들을 쓰셨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책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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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천문이란 바로 때()를 알기 위한 학문이다. 하늘의 별자리를 보면 하늘의 시간표를 알 수 있고, 하늘의 시간표를 알면 인간의 시간표를 알 수 있다는 게 천문연구의 목적이다. 시간표를 알면 언제 베팅할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즉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기 인생이 지금 몇 시에 와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한자문자권의 역대 천재들이 고안한 방법이 사주명리학이다. 사주명리학이란 천문(天文)을 인문(人文)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늘의 문학을 인간의 문학으로,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한 것이 이 분야다.

 

(34)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시저)가 제왕절개를 해서 태어난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제왕절개의 원조에 해당한다. ‘제왕(帝王)’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도 제왕인 카이사르가 절개를 해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35)

왜 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말인가? 운명과 별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인류사의 대천재들이 도전했던 문제다. 성경을 보면 동방박사가 별들의 위치를 보고 예수 탄생을 짐작했다고 나와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났다. 당연히 지구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태어났다고 보자. 태양계의 움직임에 따라 그 영향을 받는다. 태양계 역시 은하계에서 왔다. 은하계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인간은 전 우주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고, 태양계도 역시 은하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은하계도 또한 어딘가 더 큰 은하계를 중심으로 해서 돌고 있다. 시시각각 별의 위치가 바뀐다.

 

(62)

사주를 보려면 생년월일시를 만세력에서 찾아 십간 십이지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관상은 상대방의 얼굴을 한눈에 판단할 수 있으므로 사주에 비해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관상을 돈오(頓悟, 한순간의 깨달음)에 비유하고 사주는 점수(漸修, 점진적으로 닦음)에 비유하곤 한다.

 

(87)

사주라는 하는 것은 생년월일시만 잘 타고나면 왕도 될 수 있고 장상도 될 수 있다는 신념체재다. 반대로 아무리 지체 높은 집안의 자식이라 해도 사주가 좋지 않으면 별 볼일 없다고 믿는다. 사주가 좋으면 신분이 비천해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혁명사상이 들어 있고, 그것이 타고나면서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결정론이자 운명론이 내포되어 있다. 모순되어 보이는 양면이 미묘하게 배합되어 있는 셈이다. 한쪽에는 치열한 현실타파 노선이 마련되어 있는 한편, 다른 한쪽에는 운명에의 순응이 놓여 있다.

 

(217)

상응의 원리란 시간(天文), 공간(地理), 존재(人事)라는 각기 다른 세 차원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원리다. 그 좋은 예가 카오스(Chaos)이론이다. 현대물리학에서 말하는 카오스 이론이란 북경 상공에서의 나비 날갯짓으로 인한 파장이 캘리포니아 상공에 가서는 폭풍우로 변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카오스 이론은 혼돈 현상의 이면에 특정한 질소(cosmos)가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345)

우선 <주역>은 음양에서 출발해 사상(四象), 사상에서 팔괘, 팔괘에서 육십사괘로 뻗어나가는 방식이다. 이를 수()로 표시하면 그 뻗어나가는 방식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2(음양)-4(사상)-8(팔괘)-64(육십사괘)의 방식이다. 반면에 사주명리학은 숫자로 표현하기에는 부적합이다. 육십갑자 모두를 음양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오행으로 곱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첨가되는 부분이 생년월일시라는 네 기둥이다. 그래서 사주 보기가 훨씬 복잡하다. <주역>으로 어떤 사람의 점을 쳐볼 때는 지금 당장(now and here)’만 필요하지만, 사주로 볼 때는 그 사람의 년, , , 시가 모두 필요하다.

 

(408)

역술가는 책으로 공부해서 팔자를 보는 사람이고, 무속인은 신내림으로 즉 접신(接神)이 돼 어느 날 팔자를 보는 능력이 갑자기 생긴 사람을 일컫는다. 역술에 관한 책도 다양하고 어렵다. <명리정종>, <적천수>, <궁통보감>, <서자평> 등등의 고전을 섭렵해야 한다.

 

(417)

공자도 오십에 천명을 제대로 알기는 어려웠다고 본다. 그만큼 자신의 운명을 알기는 어렵다. 운명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미리 알아본들 어떤 효과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희랍의 철학자 세네카가 한 말이 있다. “운명에 저항하면 끌려가고, 운명에 순응하면 업혀간다.” 어차피 가기는 가는 것인데 끌려가느냐, 아니면 등에 업혀서 가느냐의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운명을 미리 알면 강제로 질질 끌려가느냐, 등에 업혀서 가느냐의 선택은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끌려가는 것보다는 업혀가는 게 훨씬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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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시오리코 씨와 두 개의 얼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4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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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이야기어느덧 4권을 읽었단다. 이번 4권도 책과 사랑에 얽힌 이야기들이 즐거움을 주었단다. 지금까지는 한 권에 서너 명의 작가와 작품들을 다루었는데, 4권에는 에도가와 란포라는 한 명의 작가의 작품들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단다. 에도가와 란포. 지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 잠시 이야기되었던 일본의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란다. 아주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라는 추리소설가의 이름을 따서 필명을 지었다고 하는 에도가와 란포. 그 또한 일본에서 손꼽히는 추리소설가가 되었단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어. 아빠도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의 소설은 읽어보지 않았어. 아무래도 옛날 사람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구나.

그는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추리소설 또는 탐정소설을 많이 썼다고 하는구나. 특히 <소년탐정단>시리즈는 아주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1.

앞서 1, 2, 3권에서 인물 소개를 했으니 이번에는 따로 안 할게. 다이스케가 혼자 서점을 지키고 있을 때 시오리코의 엄마 시노카와 지에코로부터 전화가 왔어. 외국에 있다가 잠깐 일본에 왔다고 했어. 나중에 시오리코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큰 지진 이후에 고서적이 많이 풀리는데 그것 때문에 왔을 것이라고 했어. 시오리코의 엄마는 가족도 버리고 책밖에 모르는 사람이었거든. 4권의 이야기는 2011년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얼마 안 지난 시기의 이야기였어.

.

어느날 엄마를 찾는 손님이 찾아왔어. 고서적을 의뢰하겠다고.. 없다고 하니 시오리코에게 부탁을 했어. 그 손님은 책을 의뢰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고 자신의 언니의 책을 의뢰하고 싶다고.. 언니가 지진 때 다쳐서 움직일 수 없고, 대신 집에 와 줄 것을 요청했어. 그 의뢰자의 이름은 기시로 게이코. 지진 때 다친 것뿐만 아니라 후두암까지 걸려서 발음을 제대로 못해서 글로 이야기를 했어. 기시로씨는 가야마 아키라라고 하는 자산가의 내연녀였어. 원래는 가야마 씨의 회사에서 후원하는 장학생이었다가, 가야마 씨의 책을 보관하는 집에서 집과 책을 관리해주는 일을 하다가 정이 들어 연인이 된 거야.

가야마 씨는 책수집을 좋아해서 가족들 몰래 책을 위한 집까지 있었던 거야. 가아마 씨가 죽을 때까지 가족들은 이 집의 존재를 몰랐어. 물론 내연녀 게이코의 존재도 몰랐지. 가야마 씨가 죽고 유서에 게이코의 이름이 적혀 있었어 알게 되었으니,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도 컸을 테고, 게이코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지.

그 집은 그야말로 에도가와 란포 컬렉션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에도가와 란포의 책으로 가득 차 있었어. 그런데 게이코의 요청은 무엇인고 하니가야마씨가 남긴 금고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에도가와 란포의 소중한 물건 또는 책이 있다고 했어. 그 금고는 삼중장치로 잠겨 있었고, 비밀번호와 열쇠가 필요한데,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었어.

비밀번호의 답을 풀어달라고 요청했고, 열쇠는 가야마씨의 본가에 있을 텐데.. 그것 좀 얻어달라고 부탁했어. 금고의 문을 열면 가야마씨가 남긴 고서들을 비블리아 고서당에 처분하겠다고 했어. 시오리코는 다이스케와 함께 가야마씨의 본가에 갔어. 그곳에서 가야마 씨의 아들 가야마 요시히코를 만났어. 요시히코가 그들을 만길 이유가 없었어. 아버지의 비밀 서재도 몰랐는데, 열쇠를 가지고 있었겠나. 그래도 암에 걸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이의 부탁이라서 그런지, 마음을 조금 열고 도와주려고도 했어. 하지만, 열쇠의 존재는 모른다고 했어. 오시히코도 어린 시절 소년탐정단을 좋아해서 소년탐정단 놀이도 했었대. 그 놀이에는 여동생 나오미도 같이 했고, 나오미의 친구 이노우에도 함께 했대. 이노우에? 3권에도 나왔던 히토리 서방의 주인 그 이노우에 맞아나오미는 지금 이혼하고 친정집에 와서 같이 살고 있고, 히로히서방에서 일하고 있대.. 이노우에가 시오리코를 싫어해서 만남을 꺼리기는 했지만, 열쇠의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나오미를 만나야 할 것 같아서 히토리서방을 찾아갔어. 나오미를 만났지만, 나오미는 그 열쇠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어.

 

 2.

이노우에는 나중에 비블리아 서당에 찾아왔어. 그리고 이노우에가 시오리코를 싫어한 이유가 시오리코의 엄마를 싫어했기 때문이었는데, 시오리코도 자신의 엄마를 싫어한다고 하니, 이노우에는 마음에 좀 풀렸는지, 시오리코에게 옛 이야기를 하면서 완전 화해를 했다고 볼 수 있어. 어린 시절 소년탐정단 놀이를 나오미와 하면서 친해졌고, 그 친함은 이성으로써 좋아함으로 발전했어. 나중에 이노우에가 고서당을 시작했을 때 많이 힘들었대. 경험이 부족한 그로서는 책가격을 제대로 매기지 못했는데, 그런 걸 노리고 고서당 개업식 때 귀한 책을 쓸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야. 그런 사람들 중에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도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이노우에가 지에코를 싫어했던 거야. 아무튼 그렇게 어려움에 빠졌을 때, 나오미의 아버지 가야마씨의 도움이 있었대. 십오 년 전, 나오미가 별거를 하고 친정으로 돌아온 적이 있는데, 그때 나오미가 히토리 서방의 일을 도와주기도 했대. 여전히 이노우에의 마음에는 나오미가 가득 차 있었겠지. 그런데 나오미는 거의 끌려가다시피 시댁으로 돌아갔어. 그것이 나오미는 아버지 가야마씨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대. 하지만, 이노우에는 가야마씨와 이야기를 하면서 딸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나오미가 오해하고 있다는 거야. 이노우에는 시오리코에게 나오미의 오해를 풀어달라고 부탁을 했어.

그리고 일년 전쯤 이번에는 이혼을 하고 다시 친정으로 왔고, 또 다시 히토리 서방에서 일하고 있는 거야. 이야기는 안 했지만, 그들을 서로 사랑하는 감정이 있었어. 그리고 이노우에는 한 가지 정보를 주었어. 예전에 가야마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면서, 오시히코의 집에 가야마씨가 숨겨놓은 <소년탐정단> 전집이 있을 거라고그리고 그 전집과 함께 열쇠가 있을 거라고 했어.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는 오시히코 씨한테 허락을 받고 다락방에 몰래 숨어 있었어. 그때 나오미씨가 집에 와서 비밀 책장을 능숙하게 여는 것이었어. 그 비밀 책장은 바로 소파였던 거야. 소파에 어떤 장치를 해서 비밀 책장을 숨겨놓은 것이야. 물론 그곳에는 <소년탐정단> 전집이 있었지. 다락방에서 나온 시오리코와 다이스케사정을 이야기했어. 이노우에씨가 힌트를 주었고, 부탁했던 이야기도 전해주었어. 나오미도 다행히 이해해 주었어. 그때 이노우에도 나오미의 집에 왔고, 서로 다 이해했어. , 그런데 그 비밀 책장의 <소년탐정단> 전집에 몇 권이 빠져 있었어. 열쇠도 없었고음… 또다른 비밀 책장이 있었던 거야.

시오리코는 문짝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 책장을 찾았어. 그것은 지금껏 나오미 조차 몰랐던 거야. 에도가와 란포를 좋아했던 가야마씨가 소년탐정단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책을 숨기고 그랬던 것이야. 아무튼 그 문짝의 비밀 책장에는 열쇠도 같이 있었어. 그 열쇠를 가지고 다시 게이코의 집에 갔어. 금고문의 열쇠를 넣어보니 딱 맞았어. 하지만, 아직 비밀번호도 몰라서 금고 문을 열 수는 없었지.

...

 

3.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가 불쑥 나타났어. 시오리코는 싫어했지만, 동생 아야코는 엄마를 극진히 환대했어. 지에코는 가야마씨의 금고의 존재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은 금고의 비밀번호도 알 것 같다고 했어. 그리고 그 금고에는 란포의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의 첫 번째 원고가 있을 것이라고 했어. 옛날에 지에코는 가야마씨와 거래도 했었던 거야. 지에코는 자신은 먼저 나서지 않겠다고 했어. 하루 정도 시오리코에게 시간을 주겠다고.. 그 다음에도 못 찾으면 자신이 그 금고를 열겠다고 했어. 지에코씨는 정말 책밖에 모르는 사람인가

시오리코는 가야마씨의 비밀 책장에서 열쇠만 찾고 너무 급하게 나왔다고 생각했어. 그곳에 비밀번호에 대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시오리코는 가시 가야마씨의 집에 갔어. 그곳에 가니 가야마씨의 손자를 만나게 되었어. 그는 비밀 책장에서 나온 동전들을 중고시장에 팔려고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왔대. 그 동전 좀 보자고 했어. 그 동전들은 동전 안에 종이를 넣을 수 있는 동전인데, 그 동전 안을 보니 종이가 숨겨져 있었어. 란포의 소설처럼 말이야. 시오리코가 그 동전 안을 뒤져본 이유도 란포의 소설에도 그런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야. 란포를 좋아한 가야마씨도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무튼 그 종이에 쓰여진 글이 비밀번호의 힌트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결국 그 힌트를 풀어내고 금고의 문을 열었어. 그곳에는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가 아닌오시에와 여행하는 여자가 있었어.

게이코 씨는 혼자 생각 좀 하겠다고 했어. 시오리코는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문득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어. 그동안 게이코씨와 게이코의 동생을 볼 때마다 이상하다고 느낀 점시오리코는 게이코가 혼자 있는 방문을 열었어. 시오리코가 예상했던 것처럼오시에와 여행하는 여자의 원고가 사라졌어. 시오리코는 밖으로 뛰쳐나가 누군가를 쫓아갔어. 그리고 어디론가 바삐 가는 게이코의 동생을 따라 잡았어. ‘오시에와 여행하는 여자원고를 가져가고 있던 그녀. 시오리코는 게이코의 동생을 부를 때 게이코씨라고 불렀어. 무슨 일이냐고? 사실은 게이코씨와 게이코의 동생이 서로 역할을 바꿨던 거야. 시오리코는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거야.

아빠가 줄거리만 이야기해서 그렇지만, 소설 중간중간에 그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단서들이 있었어. 물론 그냥 읽기만 하면 단서를 알아채기 쉽지 않은 단서들이었지. 게이코씨가 이야기하기를금고문을 열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했는데, 암에 걸렸다고 하면 동정심이 생겨서 가야마씨의 집안에서 열쇠를 주지 않을까 싶었대. 그래서 병든 동생과 역할을 바꿨다는 거야. 동생도 자신을 보살펴준 언니를 위해서 기꺼이 동참을 했던 것이고.. 그 원고는 사실 란포의 것이 아니라고 했어. 게이코 한 사람만을 위해 쓴 가야마씨의 유일한 소설원고였다고가야마씨는 란포를 너무 좋아해서 자신도 소설가가 되려고 했던 소설 지망가였대. 게이코는 여전히 가야마씨를 사랑하고 있고그의 원고를 받게 되었으니 혼자 여행을 떠나겠다고 했어. 병든 동생은 조카가 봐주기로 했고

그렇게 일들이 다 해결되는 듯 했어. 엄마 지에코가 다시 나타나 그 원고의 숨겨진 또 다른 진실을 이야기했어. 가야마씨의 원고는 사실 겉에 몇 장뿐이고, 안에 있는 원고는 실제로 란포 것이라는 거야. 그렇게 진귀한 원고를 숨겼다는 것이야. 그리고 엄마는 나중에 다시 오겠다면서 사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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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흐름과 크게 관련이 없지만, 혹시 5권에서 이어질 수도 있어서 한가지 더 이야기할게. 시다.. 1권에서 처음 등장하여 가끔 등장하는 사람책등빼기이자 걸인인 사람다이스케는 누가 시오리코의 엄마에게 이쪽 소식을 전해줄까 생각해 봤는데, 여러 정황을 봐서 시다인 것 같았어. 그 전까지는 아야코인줄 알았지만 말이야. 다이스케는 시다를 만나 물어봤더니, 시다도 시인을 했어. 아참, 다이스케가 시오리코에게 사랑 고백을 했단다ㅎㅎ 그 사랑은 이루어질까?  5권이 기다려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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