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2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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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이제 그럼 군함도 2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1권에서 지상은 군함도로 부르는 하시마섬을 탈출했잖아. 지상은 해변가에 밀려와 정신을 잃었는데, 어떤 마음씨 좋은 일본인 노부부에 의해 발견되었어. 이 노부부는 이미 전에도 하시마섬에서 탈출한 조선 사람들을 도와준 적이 있어서 지상을 발견하고도 그리 놀라지 않고, 전에 한 것처럼 집에 데리고 와서 숨겨주면서 보살펴 주었어. 그리고 할아버지의 사위가 일하는 나가사끼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게 해주었단다.

지상이 일본어를 잘 한다는 것을 알고, 그 조선조에서는 지상에게 징용 오는 조선인들에게 일본말을 가르쳐 주는 일을 시켰어. 일본말을 가르치는 시간 이외에는 조선소의 일도 해야 했지. 그렇게 지상은 나가사끼의 조선소에서 일하게 되었어. 하지만, 그 소식을 고향집에는 보낼 수 없었단다. 자신은 아직 하시마섬을 무단 탈출한 상태이고, 편지에 대한 검열은 심했으니까.

한편, 고향에 있는 지상의 아내 서형은 소식이 끊긴 지상의 안부에 걱정이 많았어.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참아냈지만, 이웃 사람 중에 징용 갔다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많이 보다 보니 더욱 지상에 대해 걱정을 했어. 결국 서형은 소식이 끊긴 남편 소식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직접 일본에 가기로 마음먹었어. 서형은 어린 명조를 데리고 하시마 섬까지의 먼 길을 갔단다.

그리고 하시마 섬에서 지상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소식에 노무계에게 화를 냈어. 국가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이야기하며, 큰 소리를 냈어. 그때까지는 지상이 도망갔다는 소식을 몰랐거든. 노무계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명국을 서형에게 만나게 해주었고, 서형은 명국으로부터 지상의 탈출 소식을 듣게 되었고, 오래 머물고 있으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으니 빨리 조선으로 돌아가라고 했어. 서형은 그렇게 하시마섬까지 왔다가 지상을 만나기는커녕 소식도 알아내지 못하고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단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으리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지.

 

1.

하시마 섬에서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노동쟁의가 일어났어. 우석, 신철 등이 주동을 했지. 노동쟁의가 일어나는 동안 한쪽에서는 집단 탈주를 시도하기도 했어. 노동쟁의로 시선을 흩어트리고 그 어지러움 사이에 탈주를 하려고 했던 것이지. 하지만 이 집단 탈주는 대부분 죽거나 잡히는 것으로 실패를 했어. 노동쟁의가 심해지자, 일본 노무계는 군대까지 동원해서 그들을 진압하려고 했어. 우석과 함께 주동을 했던 신철은 붙들려가서 모진 고문 끝에 나가사끼로 끌려 갔어. 노동쟁의가 길어지면서 주동자였던 우석은 더 이상 하시마섬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우석도 하시마섬을 탈출하기로 했단다.

우석은 힘겹게 탈출에 성공해서 나가사끼에 도착을 했고, 나가사끼에 있는 먼 친척인 육손을 찾아갔어. 1권 이야기하면 육손이 잠깐 등장했었는데, 기억나니? 일본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은 조선인인 육손. 그 밑에 조선에서 온 아버지를 찾아왔던 길남이 일하고 있었잖아. 육손은 군수공장을 짓기 위한 터널공사장을 맡고 있었어. 육손은 우석을 부담스러워 했지만, 그래도 먼 길을 찾아왔으니 받아주었어.

우석은 터널 공사에 투입되어 일을 하였는데, 힘듦은 하시마섬과 다르지 않았단다. 길남은 우석과 친구를 하자고 해서 하긴 했는데,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달라 말다툼도 했어. 우석이 하시마섬에 있다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버지인 장태복이라는 사람을 아냐고 물어봤어. 장태복이라는 사람은 일본인 노무계에게 중상을 입혀 조선인들 사이에 영웅이라고 이야기해주었어. 나가가씨 형무소를 끌려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어.길남은 알아보자 자신의 아버지가 근처 형무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면회를 가서 결국 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단다.

노동쟁의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하시마 섬다리를 다친 명국에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어. 징용 온 조선인들을 관리해달라는 일을 제안 받았어. 일본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에 듣자마자 거절을 했지만, 그런 몸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봤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조선인들을 관리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노무계에 요청을 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어.

한편 전쟁에 대한 소문에 따르면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했어. 점점 폭격 소식이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어. 나가사끼에도 공습경보가 잦아지면서 반공호로 대피하는 일이 비일비재였어. 보통 반공호에 있다가 아무 일 없이 다시 나왔었는데, 결국 실제로 나가사끼에 대대적인 폭격이 일어났단다. 지상이 일하던 조선소에게 폭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 중에 하나가 징용을 와서 일하고 있는 조선인 노동자들 중에 징병되어 군대로 끌려가는 사람들도 늘어났다는 거야.

.

이렇게 일본이 전쟁에서 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석은 자신도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뜻 맞는 동료들과 함께 자신들이 작업하고 있는 터널을 폭파하는 계획을 세웠어.

그러나….

 

2.

우석의 이런 계획이 큰 의미가 없어지는 일이 벌어졌어. 얼마 전에 히로시마에 떨어졌다고 하는 신형폭탄이 나가사끼에도 떨어진 거야바로 팻맨(Fat Man)이란 애칭을 가진 핵폭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핵폭탄이 어떤 존재인지도 몰랐어. 폭심지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유리창까지 부서지게 할 수 있는 매우 위력적인 폭탄이니, 사람들이 받는 피해는 얼마나 심하겠니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도 핵폭탄 사용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는 많은 논란거리를 일으켰단다. 이미 기울어진 전쟁인데, 핵폭탄까지 쓸 필요가 있었냐 하는 이야기가 있었어. 그로 인해 전쟁과 무관하게 생활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죽음 속에는 강제로 끌려와 노예처럼 일하던 불쌍한 조선인들도 엄청 많았거든. 잊혀진 사람들…. 정말 가슴이 아프구나.

그리고 왜 우리 조선인들이 많이 징용 온 나가사끼였단 말인가. 원래 후보지도 아니었다고 하는데원래 후보지는 교토였다고 하는데, 그곳은 역사유적지가 많아서 나가사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나가사끼에는 역사유적지보다 더 소중은 수많은 생명들이 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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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405 )

이날 단 한발의 원자폭탄에 의해 24만명으로 추산되던 나가사끼 인구 가운데 7 4천명이 그해 연말까지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그들의 죽음을 사몰(死沒)이라도 표현한다. 시신조차 찾을 길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무너져내린 시가지의 폐허 속에 매몰되거나 한순간에 타버려 가루가 되어 흩어졌기 때문이다. 이 비극적인 수치 안에 2만여명의 조선인 피폭자가 포함된다. 사망 1만명에 부상자 구조활동을 위해 투입되어 2차 방사능 피해를 입은 1만명의 징용공들을 합친 숫자이다.

나가사끼에서 원폭으로 죽어가야 했던 징용공들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되는 속에서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그때 거기 있었다는 우연과 미쯔비시의 수많은 군수공장이 포진한 나가사끼에 끌려온 징영공이라는 필연이 교직하면서 만들어낸 나가사끼 조선인 피폭자의 죽음은 그토록 허무하고 무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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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떨어진 핵폭탄은 소설을 이끌어가던 주요 인물들도 피해갈 수 없었어. 나가사끼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우석도 죽고, 길남이도 죽고, 길남이의 아버지도 죽고, 지상을 도와주었던 일본인 부부도 모두 죽었어.

지상은 다행히 살아남아서, 다른 생존자들과 고향을 향해 길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단다. 지상이 비록 살아나긴 했지만 분명 엄청난 피폭을 당했기 때문에 고향땅에 와서 후유증에 시달렸을 것 같구나. 지상은 나가사끼를 떠나면서 나라 없음에 대한 설움을 깨닫고 고향에 가면 아이들을 가르칠 마음을 먹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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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 쪽)

여기서 흘러간 날들이여.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 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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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100% 허구였으면 좋겠지만, 단지 허구가 아니고, 어쩌면 소설보다 더 마음 아픈 사연들이 많았을 거야. 그것도 100년도 안된 과거에 말이야. 정말 가슴 아프구나.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일이 일어나질 않길…..

 

3.

아빠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영화 <군함도>를 뒤늦게 보았단다.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했다고 보기에는 줄거리는 많이 다르단다. 모티브를 따 온 수준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긴 한데, 영화라는 것이 원래 허구이고, 극적인 요소를 담아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단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는, 우리 역사책에서도 찾기 쉽지 않은 아픈 역사를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단다. , 오늘은 이만….

(468 쪽)

여기서 흘러간 날들이여.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 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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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범주란 결국 만물을 다루는 이론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가 세상 모든 것을 설명(규명)할 수 있는 이론을 알 수 있다면, 이로써 최상의 지혜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우리가 찾고자 하는 목표다. 이미 우리의 선현들은 많은 연구를 거듭하여 그 윤곽을 밝혀놓았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이론들을 점검해볼 때가 온 것이다.

 

(28)

오행을 인체에 적용해보자. 모든 동물은 같은 종류의 장기를 가지고 있는데 심장, , 신장, 비장, 간장이 그것이다. 이것은 사람이나 호랑이나 염소, 황소, 돼지, 늑대, 고양이 등 모든 동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아마 저 먼 우주의 동물이라 해도, 지구의 동물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오행 범주에 해당하는 장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심장은 화, 폐는 금, 신장은 수, 비장은 토, 간장은 목이다. 이는 동물이 만들어질 때 처음부터 오행을 사용해서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개미나 파리도 심장이 있고 악어나 황소도 심장이 있다. 이는 만물이 오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강력한 증거ㅓ가 아닌가?

 

(38)

범주란 애매하면 안 된다. 단순하고 분명해야 모든 것을 적용할 수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식은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범주는 실제 물질에서 빌려오지 않는 개념 설정이 먼저 필요한 것이다. 물질은 오히려 이 개념을 빌어 설명하는 게 더욱 분명하다.

 

(49)

주역은 오늘날에 와서는 중국의 고대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자연계를 연구하는 최고의 지침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주역을 모르면 세상을 모른다. 부베 신부의 첫 깨달음이 바로 이것이었다. 융이나 아인슈타인, 보어 등도 주역을 알고자 했던 이유가 바로 세상의 지혜를 찾고자 함이었던 것이다.

 

(98)

4가지를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지만 강약이 다르다. 은 움직이는 것과 아닌 것이 있다. 잡다한 사물에 직접 뛰어들어서는 보이지 않는다. 한발 물러나서 사물끼리 비교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이미 비교할 매뉴얼은 충분히 갖추어진 셈이다.

한 번 더 적용을 해보자. 사업의 시작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다.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가기 때문이다. 태어남이란 무엇인가? 이다. 삶의 강력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이다. 모든 것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은 무엇인가? 이리저리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다. 은 결실을 얻는 상태다.

 

(127)

자발적이라는 것은 제멋대로, 아무 이유 없이, 우연히, 그냥, , 자유롭게 생겼다는 뜻이다. 이것을 주역에서는 양이라고 하는데, 모든 것은 양 이후에 존재하는 것이다. 양은 다른 말로 천()이라고 하는데, 천은 역시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법칙은 천 이후에 생겨났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아닐 때는 평등했는데, 양이 생기고 불평등해지고 말았고, 그것을 다시 평등하게 만들려고 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음은 양을 없애거나 또는 도와줌으로써 평등하게 하는 작용이다. 양이란 이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가려는 성질을 말한다. 즉 대칭성 파괴인 것이다.

 

(130)

이 대목은 주역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이것을 모르면 주역의 세계로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 다시 살펴보자.

à 하늘 같은 어떤 것

à 땅 같은 어떤 것

à 불 같은 어떤 것

à 물 같은 어떤 것

à 바람 같은 어떤 것

à 우레 같은 어떤 것

à 연못 같은 어떤 것

à 산 같은 어떤 것

 

(141)

이제 팔괘가 완전히 만들어졌다. 과정도 분명하다. 이것을 노자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여기서 하나라는 것은 음효 또는 양호를 말하는데, 1개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1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상은 2개의 효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2라고 말하는 것이고, 팔괘는 3개의 효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3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기도 한다.

하늘이 일, 땅이 이, 사람이 삼(天一, 地二, 人三).”

 

(162)

주역에서 시간은 양으로 분류된다. 양이란 저 먼 곳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저 먼 곳이 바로 양이기도 하다. 이에 관한 것은 뒤에서 상세히 살펴볼 것이다. 지금은 시간이 먼 곳에서 발생하여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에만 주목하면 된다. 이곳은 음이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공간이 음이다. 양이란 음이 있으면 그것을 파헤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시간은 현재를 향해서 오고 있는 것이다. 공간은 시간의 힘을 얻어서 미래를 향해 작용을 시작한다. 우주에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현상도 없어진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이 있으면 공간이 있고 공간이 있으면 시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시공(時空)이란 단어가 생겨났다. 이는 시간과 공간이 한 덩어리라는 뜻이다. 둘을 절대로 떼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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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2-15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의 책에 대한 사랑과
자녀분들에게 이야기해주시는 열정은
항상 절 채찍질합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18-02-16 00:27   좋아요 0 | URL
북프리쿠키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야말로 북프리쿠키님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알게 된 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설명절 되시고, 늘 책과 함게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군함도 1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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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한수산의 <군함도>라는 소설을 신간코너에서 보고 오랜만에 역사소설을 내셨네, 라고 생각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2년 전이라니세월 참. 아빠가 한수산의 소설을 읽은 것은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까마귀>라는 소설 하나야. 그것도 몇 년 전에 읽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2006년이었더구나. 꽤 오래되었네. 일제시대 징용에 끌려가 탄광에서 고생을 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나가사끼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목숨을 잃은, 하지만 역사 속에서 잊혀진 조선의 청년들그들의 아픈 역사를 소설로 그려낸 작품이었어.

그리고 2016년에 출간한 <군함도>라는 두 권짜리 소설. 아빠는 이 신간소식을 보고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예전에 <까마귀>라는 소설을 괜찮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말이야.. 또 그리고 작년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군함도가 개봉을 했어.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군함도라는 섬을 알리게 한 영화였어. 아빠는 영화 군함도를 아직 안 봤어. 소설도 읽어보겠다고 했는데 읽지 않았고그러다가 이제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단다.

앗… 그런데, 책을 사놓고 알아 보니, 이 책은 아빠가 2006년에 읽었던 <까마귀>라는 소설의 개정판이라고 하는구나. 음…. 그래서 아빠가 2006년에 <까마귀>를 읽고 쓴 독서일기를 읽어보았어. , 그 책에서는 군함도라고 하지 않고, 군함섬이라고 이야기했더구나. 아빠의 기억력으로는 그나마 대략적인 스토리만 알고 있었지, 그 소설의 배경이 군함섬으로 부르는 하시마 섬이라는 것까지 기억을 할 수 있겠니. 그것도 10년도 훨씬 지난 시절인데, 말이야. 그러면서 기억력이 좀 좋겠다는 생각도 좀 했어. 책을 읽으면 뭐하냐고, 다 까먹는데..^^

그런데 겉표지만 바꾼 것이 아니고, 안의 내용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는구나. 2006년에 쓴 독서편지의 내용을 앞부분만 살짝 읽어보고 그 다음은 읽지 않았어. 스포일러가 될 테니까 말이야. 아빠는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다는 심정으로 책을 펼쳤단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고, 처음 읽는 기분이었지만, 중간중간 2006년에 읽었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단다. 그리고 나쁘지 않았어. 군더더기 빼고 핵심만 끌어내어,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1.

항구도시 나가사끼에서 18.5Km 떨어진 섬 타까시마. 거기서 다시 5km 떨어진 작은 무인도 하시마. 이곳 해저에 석탄이 많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직 채탄시설과 광부 숙소만 들어서게 되었고, 그 모양이 군함처럼 생겨서 군함도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 하시마 섬이 이 소설의 무대가 된단다.

일제 시대가 끝나갈 무렵, 무리한 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하게 된 일본은 더 많은 석탄이 필요했고, 중국과 조선으로부터 사람들을 강제로 끌고 와서 석탄 캐는 일을 시켰어. 또는 일자리를 찾으러 일본에 온 사람들을 속여서 하시마 탄광에 데려오기도 했단다. 한번 하시마에 들어오게 되면 다시 나가는 것은 무척 어려웠어. 목숨을 건 탈출이 아니고는 나갈 수 없었단다.

명국과 태복도 일자리를 찾으러 일본에 왔다가 속아서 하시마섬까지 왔어. 태복은 동료인 삼식, 경학과 탈출 계획을 꾸몄어. 하지만, 그들은…. 삼식은 죽어서 다시 하시마 섬으로 왔고, 태복은 잡힌 후 구타로 인해 반병신이 되어 하시마 섬으로 왔고, 경학은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했어. 그만큼 하시마 섬에서 탈출하는 것은 무척 어려웠어. 가장 가까운 큰 섬까지가 5km이니까 그 5km를 수영으로 간다는 것은 목숨을 걸지 않고는 어려운 것이지.. 감시병의 눈까지 피해서 말이야.

조선에서 끌려온 징용 노동자를 감시하는 일본 사람들을 노무계라고 했는데, 그 노무계들은 잡아온 태복을 고문하여 행방불명이 된 경학의 행선지를 대라고 했어. 태복은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빈 틈을 노려 젓가락으로 노무계 사이또오의 목을 찔러 중상을 입혔단다. 그 일로 태복은 하시마섬 밖으로 후송되었단다.

 

2.

당시 조선의 상황은 최악이었지. 일본은 무리한 전쟁에 인력 부족, 자원 부족을 채우기 위해 조선의 젊은이들을 잡아가고, 자원들을 긁어가던 시절이었어. 그런 일본의 손아귀는 그동안 일본에게 잘 보였던 친일파 집안에도 손을 뻗었어. 서형의 시댁도 그런 친일파였는데, 아주버님이 징용대상이 된 거야. 서형의 남편 지상은 형 대신 자신이 징용을 가겠다고 아버지한테 이야기했어. 지상의 아버지는 친일 집안으로 사람들에게 일본을 위해 군대를 가라고 외쳤는데, 정작 자신의 아들이 가게 되니까 안절부절 했어.

지상은 아버지와 달리 민족의식이 투철했고, 고등학교 때 저항운동에도 참여했어. 역사적으로도 실제 있었던 춘천 상록회 사건에 참여했다가 학교를 잘린 것으로 나와 이 상록회 사건에 대해서 이 소설에서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단다. 그 중에 상록회 사건을 대략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분을 발췌해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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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1938년 가을 수사에 착수한 상록회 사건에 대해 경찰은 <사건기록>에서상록회는 일본의 국체를 변혁할 목적으로 조직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록회 사건, 이름하여춘천공립중학교 학생의 민족혁명운동사건 검거에 관한 건 1939 3 25일 경성지방법원 춘천지청으로 송치될 때까지 졸업생과 재학생 137명을 조사, 검거, 구속하였다. 결국 증거로 제시된 총 147점의 압수품과 함께 법원으로 송치된 상록회원 38명의 피의자 가운데 12명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백흥기는 수감 중 고문 후유증으로 옥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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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지상은 그렇게 징용을 가게 되었단다. 이제 막 임신 소식을 전해준 아내 서형을 집에 둔 채로 기약 없는 길을 떠났어. 서형의 집안은 지상의 집안과는 다른 집안이었어. 서형의 오빠 태형도 상록회 사건에 참여했었고, 오빠 태형을 통해 지상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결혼까지 하게 된 거야. 태형은 지금은 만주에 가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어. 지상의 아버지가 친일파인 것을 알면서도, 지상의 사람됨을 보고, 서형의 아버지는 결혼을 허락해 준 것이란다.

..

지상은 춘천에서 경성으로, 경성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시모노셰키로…. 그리고 다시 나가사끼로, 또 다시 하시마 섬까지 오게 되었어. 지상의 아버지가 편한 곳으로 보내달라고 일본에 돈까지 썼지만, 그런 것은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향 친구 우석과 함께 하시마 섬까지 왔단다. 그곳에서 앞서 이야기했던 명국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단다.

 

3.

앞서 이야기했던 태복이라는 사람이었잖아. 그 사람의 아들 길남이라는 이가 있었어.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찾아서 무작정 일본으로 왔어. 나가사끼에서 육손으로 부르는 조선 사람을 만났어. 육손은 일본에서 자리를 잡은 사람으로 공사장도 가지고 있었어. 나가사끼에서 아버지 태복이 하시마 섬으로 간 것 같다는 소문이 있지, 정확하지는 않다고 했어. 길남이가 똘똘하게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육손은 자신의 밑에서 일하라고 했어.

지상과 우석은 일과는 하루 종일 해저탄광에 들어가서 석탄을 캐는 일이었어. 월급을 받긴 하지만, 이것저것 다 떼이고 나면 남은 것은 정확하게 0원이었어. 그뿐 아니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지하 갱이었어. 그리고 언제 어디서 유독가스가 나올지 몰랐어. 그런 사고와 유독가스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불만이 있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지. 일본인 관리에게 대들었다가는 골병들 정도로 맞을 뿐이지. 지상은 고향에서 간간이 오는 아내 서형의 편지로 이 생활을 참아냈어. 그리고 아들 명조가 태어났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어. 지상의 득남 소식에 명국과 우석이 조그마한 축하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어.

..

우석은 지친 일과를 마치고 나서 가끔 방파제를 나가서 마음을 달래곤 했는데, 그곳에서 조선 여자와 금화와 만나게 되었어. 금화는 여기저기를 거쳐 하시마의 유곽까지 끌려와 유곽에서 일하고 있었어. 일본 관리들을 위한 유곽이지, …. 몇 번 우석과 금화는 우연한 만남을 갖고 나서 서로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되었어.

 

4.

명국과 지상은 같은 방을 쓴다고 했잖아. 그들은 몰래 탈출 계획을 세웠어. 그런데 탈출 준비를 하는 와중에 탄광붕괴사고가 났는데, 그때 명국은 다리를 심하게 다쳐서 한쪽 다리를 절단할 수 밖에 없었어그로 인해 계획도 무기한 연기가 되었지. 우석이 지상의 탈출 계획을 눈치채고, 자신과 함께 하자고 했어. 우석을 통해서 우석의 친구 성필수도 탈출 계획에 동참하게 되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석은 자꾸 금화가 눈에 밟혔어. 그들은 이미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거든.

지옥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기가 쉽지는 않겠지. 금화는 우석의 탈출 시도를 알고, 그를 보내주겠다고 했어. 자신도 가고는 싶지만 짐이 된다는 것을 알았어. 지상, 우석, 필수가 탈출하기로 한 밤에금화는 경비병을 꼬셔서 같이 술을 먹었어. 탈출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했던 거야. 경비병의 시선이라도 지우려고 말이지.

금화가 경비병을 붙잡고 술을 먹는 사이에, 지상, 우석, 필수는 탈출을 시도했어. 그런데 우석이 점프를 하다가 발을 잘못 디뎌서 발목을 크게 다쳤어. 절룩거리면서 움직여야 하는데 탈출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우석은 결국 탈출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고, 지상과 성수만 탈출을 시도했어. 우석은 결국 금화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싶구나.

그들이 탈출이 있고, 며칠이 지나고 금화는 일본 경찰에게 불려가서 모진 고문을 받았어. 그날밤 금화의 행적이 알려졌고, 금화의 행동은 누가 봐도 탈출을 돕기 위한 행동이었으니까 말이야. 금화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우석이 무사히 탈출했기를 바랬어. 그것 하나로 버텼어. 그런데, 이상하게 일본 경찰의 입에서는 우석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어. 금화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금화는 손님으로 알게 된 어떤 일본 관리의 도움으로 풀려나긴 했어. 하지만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몸이었어. 금화는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바다에 몸을 던졌단다. 너무 슬프구나. 석이 하시마 섬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금화는 다시 희망을 가지지 않았을까?

병원에 있던 명국도 지상 일행의 탈출 계획을 알고 성공하기를 기도했어. 그런데 병원에서 우석을 보고 깜짝 놀랐어. 그리고 금화가 온갖 고문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어. 그때까지만 해도 금화가 자살하기 전이었어. 결국 우석은 금화의 자살을 막지 못했단다. 평생 죄책감을 하나 어깨에 얹고 살아가겠구나.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

우리 조선 사람들에게는 한이 맺힌 하시마 섬그 하시마 섬이 지난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고 하는구나. 그 이유는 메이지 시대 일본의 산을 떠받친 이유였대. 그러나, 그 등록의 내용에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의 눈물과 분노와 희생은 없었다고 하는구나. 일본은 자신의 잘못된 과거에 대해 사과하는 것을 정말 할 줄 모르는구나. 그런 것들이 덮어진다고 덮어지나.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그리 어렵나. 일본의 과거를 대하는 태도는 참 이해하기 어렵구나. 그것이 일본이라는 국가 이미지에 큰 더러운 얼룩이란 걸 모르나.

 

(242)

어디 그뿐이랴. 오랜 역사가 서려 있지 않은가. 지상은 말없이 생각했다. 그놈들이 임진왜란, 정유재란 거치면서 땅에서만 분탕질을 쳤던가. 그때도 돌아가는 배에는 비단 같은 물자에 도자기 만들 흙까지 실려 있었다. 거기다가 석공과 도공 같은 사람들끼리 실어가지 않았나. 선조 임금 때 그렇게 당하고도 30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조선은 또 똑 같은 짓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여기 끌려와 있는 것도 그때와 끈이 닿아 있다고 생각하면 그래서 더 원통하다. 우리는 왜 지난날에서 배우려 하질 않는가. 왜 이다지도 과거를 잘 잊어버리는가.

(298)

1938년 가을 수사에 착수한 상록회 사건에 대해 경찰은 <사건기록>에서 "상록회는 일본의 국체를 변혁할 목적으로 조직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록회 사건, 이름하여 ‘춘천공립중학교 학생의 민족혁명운동사건 검거에 관한 건’은 1939년 3월 25일 경성지방법원 춘천지청으로 송치될 때까지 졸업생과 재학생 137명을 조사, 검거, 구속하였다. 결국 증거로 제시된 총 147점의 압수품과 함께 법원으로 송치된 상록회원 38명의 피의자 가운데 12명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백흥기는 수감 중 고문 후유증으로 옥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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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윌리엄 스토너는 자신이 한참 동안 숨을 멈추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그는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서 허파에서 숨이 빠져나갈 때마다 옷이 움직이는 것을 세심하게 인식했다. 그는 슬론에게서 시선을 떼어 강의실 안을 둘러보았다.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온 햇빛이 동료 학생들의 얼굴에 안착해서, 마치 그들의 안에서 나온 빛이 어둠에 맞서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한 학생이 눈을 깜빡이자 가느다란 그림자 하나가 뺨에 내려앉았다. 햇빛이 뺨의 솜털에 붙들려 있었다. 스토너는 책상을 꽉 붙들고 있던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그 갈색 피부에 감탄하고, 뭉툭한 손끝에 꼭 맞게 손톱을 만들어준 그 복잡한 메카니즘에 감탄했다. 작고 작은 정맥과 동맥 속에서 섬세하게 박동하며 손끝에서 온몸으로 불안하게 흐르는 피가 느껴지는 듯했다.

 

(55)

스토너는 이틀 동안 수업에 나가지 않고, 아는 사람들과 한 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내내 작은 방에 틀어박혀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했다. 조용한 방과 책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바깥세상에서 멀게 들려오는 학생들의 고함소리, 벽돌로 포장된 길에서 따각따각 빠르게 마차가 달리는 소리, 시내에 열 대 남짓한 자동차의 단조로운 엔진소리 등이 아주 가끔씩 그의 의식 속으로 들어올 뿐이었다.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68)

그는 한동안 문간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가씨의 부드럽고 가느다란 목소리가 그녀 주위에 모여 웅성거리는 손님들의 목소리보다 높이 솟아올랐다. 그녀가 고개를 드는 순간, 갑자기 스토너와 눈이 마주쳤다. 색이 연하고 커다란 눈이 내면에서 우러나온 빛으로 반짝이는 것 같았다. 스토너는 조금 혼란스러워 문간에서 뒤로 물러나 응접실로 방향을 돌렸다. 벽 앞에서 빈 의자를 발견한 그는 그곳에 앉아 발밑의 카펫을 바라보았다. 식당 쪽은 보지 않았지만 가끔 아가씨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을 따스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252)

모든 사람이 이 의문이 이토록 비정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이 의문은 슬픔도 함께 가져왔다. 하지만 그것은 그 자신이나 그의 운명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반적인 슬픔이었다.(그의 생각에는 그런 것 같았다.) 문제의 의문이 지금 자신이 직면한 가장 뻔한 원인, 즉 자신의 삶에서 튀어나온 것인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나이를 먹은 탓에, 그가 우연히 겪은 일들과 주변 상황이 강렬한 탓에, 자신이 그 일들을 나름대로 이해하게 된 탓에 그런 의문이 생겨난 것 같았다. 그는 보잘것없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배운 것들 덕분에 이런 지식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우울하고 역설적인 기쁨을 느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심지어 그에게 이런 지식을 알려준 배움까지도 무익하고 공허하며, 궁극적으로는 배움으로도 변하지 않는 무()로 졸아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272)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276)

그녀는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요, 정숙하고 말고요!" 그녀는 조금 차분해져서 과거를 돌아보는 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나도 나 자신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정숙함을 던져 버릴 이유가 없을 때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정숙해 보이는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랑에 빠져보아야 해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 나는 가끔 내가 세계 최고의 헤픈 여자가 된 것 같아요. 헤프지만 열정적이고 신실한 여자. 그 정도면 정숙해 보이나요?"

 

(289)

어느 날 저녁, 그러니까 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캐서린이 조용히 말했다. 마치 멍하니 다른 생각에 잠긴 것 같은 표정이었다. ", 우리가 앞으로 다른 것을 결코 누릴 수 없게 된다 해도, 이번 주의 기억은 남아 있을 거예요. 너무 소녀 같은 말인가요?"

"그것이 소녀 같은 말이든 아니든 상관없고." 스토너는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사실이니까."

"그럼 말할래요."  캐서린이 말했다. "이번 주의 기억은 우리에게 남아 있을 거예요."

마지막 날 아침에 캐서린은 오두막 안의 가구들을 정돈하고, 천천히 세심하게 청소를 했다. 그리고 그동안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빼서 벽과 벽난로 사이의 틈새에 끼워놓았다. 그녀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에 우리 물건을 하나 남겨두고 싶어서요. 이곳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아 있을 만한 물건으로. 바보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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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 때時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인생수업
조용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십여 년 전에 읽은 책이 하나 있어. 정확히는 2005. <방외지사>란 책인데 2 권으로 된 책이야. 지금 아빠가 생각해봤는데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더구나. 하지만 그 책의 내용은 비교적 생생히 기억이 나. 그 정도로 인상이 깊었던 책이야. <방외지사>의 책의 지은이로 조용헌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 이후에 조용헌이라는 분의 책을 한두 권 더 읽은 줄 알았는데, 아빠의 독서리스트를 확인해 보니 없더구나. 도대체 아빠의 기억력은 어떻게 이 모양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2016년에 강헌의 <명리>란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나서, 명리학에 관한 책을 찾아 본 적이 있는데, 그래, 조용헌이 쓴 <사주명리학 이야기>라는 책이 있었지. 생각이 나더구나. 그래서 그때 구입을 했었어. 그리고 책장에 묵혀 두었다가 이번에 읽었단다. 연초잖니… 연초에는 이런 책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집어 들었어. 책은 재미있었어.사주풀이, 명리학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들을 많이 들려주었거든.

그런데, 아빠가 생각했던 종류의 책은 아니었어. 아빠는 사례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명리에 대한 공부를 원했던 것이거든. 강헌의 <명리>와 비슷한 내용이라고 생각을 했어. 한가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좋겠지만, 아빠의 독서 스타일은 반복보다는 다양을 추구하기 때문에, 조용헌님의 책을 구입했었던 것인데, 이 책은 명리를 공부하는 책은 아니고, 사주명리학에 대한 사례 위주의 이야기였어. 여기 나온 사례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면…. 좀 신기하기도 했어.

정말 사람은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인가. 사람이 태어날 때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엄마 뱃속에만 있다가 세상 밖으로 처음 나오는 그 순간이 세상의 상태는 사람들마다 모두 다를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 사람이 태어나는 사람의 순간의 세상의 기운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사람마다 다른 기운 받고 태어난다고 볼 수 있어. 그렇게 다르게 받은 기운이 바로 자신의 운명이 된다고 하면, 운명이란 것은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기도 하는구나.

아빠가 이렇게 세상의 기운을 받는다고 했는데, 이 책의 지은이는 그 기운의 영역을 별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구나. 별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양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그래서 자신만의 별자리도 있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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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왜 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말인가? 운명과 별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인류사의 대천재들이 도전했던 문제다. 성경을 보면 동방박사가 별들의 위치를 보고 예수 탄생을 짐작했다고 나와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났다. 당연히 지구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태어났다고 보자. 태양계의 움직임에 따라 그 영향을 받는다. 태양계 역시 은하계에서 왔다. 은하계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인간은 전 우주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고, 태양계도 역시 은하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은하계도 또한 어딘가 더 큰 은하계를 중심으로 해서 돌고 있다. 시시각각 별의 위치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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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연분만 말고, 제왕절개를 해도 영향을 사주에 영향을 받을까? 지은이는 그렇다고 하는구나.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의 기운을 받는 것이 운명이 된다면, 제왕절개도 마찬가지로 엄마 배를 가르기는 하지만, 어차피 그 순간 세상의 기운은 받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 같구나. 아빠는 제왕절개라는 말에제왕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지 몰랐는데, 이 책에서 그 유래를 이야기해주더구나.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가 제왕절개를 해서 태어났다고 해서, ‘제왕’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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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시저)가 제왕절개를 해서 태어난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제왕절개의 원조에 해당한다. ‘제왕(帝王)’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도 제왕인 카이사르가 절개를 해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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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은이가 동양학을 재미있게 구분을 했더구나. 강단동양학과 강호동양학. 강단동양학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공자, 맹자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강호동양학은 학교나 제도권에서 인정을 잘 받지 못했던 사주, 풍수, 한의학을 이야기하는 것이래. 풍수와 한의학은 현대에 오면서 학계에서도 연구가 이루어져 있어 어느 정도 지위를 찾았지만, 사주는 여전히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천대를 받고 있다는구나. 이를 두고 지은이는 사주명리학에 대해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서래. 마치 진흙이나 똥이 묻은 다이아몬드로 비유를 했어. 지은이가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사주명리학에 대해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함이었대.

이 책이 처음 쓰여진 것은 2004년이었고, 아빠가 읽은 것은 10년이 지난 2014년에 내놓은 개정판이란다. 명리학은 우리나라에서 운명의 이치를 따지는 학문의 뜻으로 부르는 말이고, 일본에서는 운명을 추리한다는 뜻에서 추명학, 중국에서는 운명을 계산한다는 뜻에서 산명학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명리학이란 무엇이냐그것은 천문을 인문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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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천문이란 바로 때()를 알기 위한 학문이다. 하늘의 별자리를 보면 하늘의 시간표를 알 수 있고, 하늘의 시간표를 알면 인간의 시간표를 알 수 있다는 게 천문연구의 목적이다. 시간표를 알면 언제 베팅할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즉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기 인생이 지금 몇 시에 와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한자문자권의 역대 천재들이 고안한 방법이 사주명리학이다. 사주명리학이란 천문(天文)을 인문(人文)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늘의 문학을 인간의 문학으로,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한 것이 이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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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나라에 처음 명리학이 언급된 것은 조선시대 최고 법전인 경국대전이래. 과거 시험 잡과 중에 음양과란 것이 있었는데, 그 음양과에 천문학, 지리학, 명리학이 있었대. 명리학은 사주팔자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어. 앞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태어나는 순간, 정확히 이야기하면 탯줄을 자르는 순간 우주의 에너지를 처음으로 받게 되는데 그것의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사주팔자인 거야.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사주팔자는 반란과 많이 이어져 있었대. 조선왕조가 비록 계급 사회였지만, 사주라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주팔자만 잘 타고나면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다는 뜻이잖아. 그러니까 반란을 일으킬 때는 사주팔자로 정당화시켰던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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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사주라는 하는 것은 생년월일시만 잘 타고나면 왕도 될 수 있고 장상도 될 수 있다는 신념체재다. 반대로 아무리 지체 높은 집안의 자식이라 해도 사주가 좋지 않으면 별 볼일 없다고 믿는다. 사주가 좋으면 신분이 비천해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혁명사상이 들어 있고, 그것이 타고나면서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결정론이자 운명론이 내포되어 있다. 모순되어 보이는 양면이 미묘하게 배합되어 있는 셈이다. 한쪽에는 치열한 현실타파 노선이 마련되어 있는 한편, 다른 한쪽에는 운명에의 순응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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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는 어떻게 구성되었냐고 묻는다면 음양오행이라고 답할 수 있어. 음양이야.. 달과 해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오행이라는 것은수화목금토를 이야기하는 것이야. 이 이야기는 강헌의 <명리>를 읽고 쓴 독서편지를 보면 간단히 설명을 볼 수 있을 거야. 자세한 것은 강헌의 <명리>라는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고.. 이름을 지을 때도 사주의 오행에 따라 이름을 짓곤 한단다. 요즘에도 여전히 태어난 연월일시의 사주에 따라 이름을 짓는 사람이 많아. 아빠도 너희들의 이름을 지을 때 이런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단다.

 

3.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주로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책의 초판이 2004년이다 보니, 그 이전의 사례들이 많아. 사주팔자와 관련이 많은 직업군을 고르라고 하면 아무래도 정치인이 아닐까 싶구나. 요즘도 선거철만 되면 사주팔자로 당선되는 사람을 추측하는 기사가 나오곤 하잖아. 그 책에서도 사주팔자의 사례를 이야기는 정치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단다. 아무래도 책을 읽는 이들이 알만한 사람들을 다루려는 이유도 있겠지. 우리나라에는 3대 명리학자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이석영, 박재완, 박재현.. 이 사람들은 사람들의 사주만 본 것이 아니고, 저술 활동도 열심히 했대.

이석영은 <사주첩경>이라는 책을 저술했는데, 당시 명리학에 대해 한글로 된 책이 많지 않았는데, 한글로 정리한 책이 바로 <사주첩경>이라는 책이라고 하는구나. 박재완은 임상 사례를 책으로 엮었는데, 그 사례가 약 2만 건에 달한다고 하는구나. 박재완은 자신이 죽는 날과 시간도 알고 있었대. 그래서 사전에 자식들에게 연명하는 방법을 쓰지 말라고 유언을 남기기도 했대. 박재현은 한국전쟁 당시 다리를 다쳐서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 있었대. 그는 해인사에 유발처사로 있기도 했는데, 당시 살인범을 찾아내기도 했고, 유괴사건이 살인범도 찾아냈다고 하는구나. 이런 것을 비롯하여 사례들 중에 믿기지 않는 것들도 많이 있단다. 정말 이런 것이 가능할까? 라는 것들도 많았어. 그런 사례들을 일일이 이야기하는 것도 좀 그렇구나. 그래서 오늘은 이쯤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마칠게.

 

 

(8~9)

천문이란 바로 때(時)를 알기 위한 학문이다. 하늘의 별자리를 보면 하늘의 시간표를 알 수 있고, 하늘의 시간표를 알면 인간의 시간표를 알 수 있다는 게 천문연구의 목적이다. 시간표를 알면 언제 베팅할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즉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기 인생이 지금 몇 시에 와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한자문자권의 역대 천재들이 고안한 방법이 사주명리학이다. 사주명리학이란 천문(天文)을 인문(人文)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늘의 문학을 인간의 문학으로, 하늘의 비밀을 인간의 길흉화복으로 해석한 것이 이 분야다.

(35)

왜 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말인가? 운명과 별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인류사의 대천재들이 도전했던 문제다. 성경을 보면 동방박사가 별들의 위치를 보고 예수 탄생을 짐작했다고 나와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났다. 당연히 지구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태어났다고 보자. 태양계의 움직임에 따라 그 영향을 받는다. 태양계 역시 은하계에서 왔다. 은하계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인간은 전 우주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고, 태양계도 역시 은하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은하계도 또한 어딘가 더 큰 은하계를 중심으로 해서 돌고 있다. 시시각각 별의 위치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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