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 2권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게. 1권의 줄거리는 생각나지? 주인공 자크가 엄마 카롤린을 찾아 세노이 족이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무인도에 도착을 했잖아. 그리고 엄마는 자크가 도착하기 며칠 전 관광업자들의 용병들한테 죽었고 말이야.

그 용병들을 보냈던 관광업자이자 부동산업자인 키암방이라는 사람이 용병을 데리고 자크를 납치를 했단다. 그리고 자크의 엄마 카롤린에게 했던 협박을 자크에게 다시 했어. 무인도를 넘기라고 말이야. 자크는 거절했지. 결국 자크를 바다를 빠뜨려 죽이려고 했어. 극적인 순간에 프랭키가 세노이 족과 함께 와서 구출을 해주었단다. 세노이 족의 추장 딸 샴바야가 꿈을 통해 자크의 위치를 알아낸 거야.

샴바야는 맹인이지만 그런 신비한 능력이 있었단다. 세노이 족은 샴바야를 해몽현녀라고 부르기도 했어. 꿈에 대한 해몽도 잘 해주었거든샴바야는 카롤린으로부터 프랑스말도 배워서 어느 정도 프랑스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어. 자크의 말을 다른 세노이 족 사람들에게 통역해주는 일도 했어.

계속되는 관광업자의 협박과 공격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 몰랐어. 그런데 꿈에서 다시 20년 후의 자신이 나타났어. 그리고 그가 해법을 알려주었는데, 착한 기업체에게 개발권을 넘겨서 세노이족과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어. 그렇게 자크와 세노이 족은 세레니티스라고 하는 착한 기업에 개발권을 넘겼어. 호텔을 짓기는 하되, 관광객의 수를 일주일에 12명으로 제한하기로 했어. 그리고 세노이 족의 문화와 생활을 존중해달라고 했어.

처음에는 세노이 족 사람들은 반대를 했지만, 그것만이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설득을 했단다. 자크는 세노이 족을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알리기도 했어. 그렇게 존재를 알리는 것이 위협적인 단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 샴바야를 비롯한 세노이 족의 수면에 대한 특수한 능력과 자각몽은 유명해졌어.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닌 거 보네. 가끔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올 수도 있지만, 이 소설에서 그런 배신은 일어나지 않았단다.

1.

자크와 프랭키는 세노이 족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에 만족했어. 그리고 그들과 결혼도 했어. 자크는 샴바야와 결혼을 했단다. 샴바야는 자크에게 자각몽을 꾸는 방법을 알려주었어. 자각몽이라는 것은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꿈을 꾸면서 알고 있는 것이야. 그 정도는 일반 사람들도 꾸는 사람들이 있어. 아빠도 간혹 꿈을 꾸면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가 있거든.

그런데 샴바야 족 사람들이 꾸는 자각몽은 내가 나의 꿈을 조정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 꿈 속 여행을 할 수 있었어. 그래서 꿈을 통해 유명한 수행자나 명상가들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꿈 속의 정보들의 모여 있는 곳, 노스피어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법을 알려주었어. 이것은 인터넷이나 클라우드에서 정보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어. 자크는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물을 무서워해서 수영도 못했는데, 샴바야가 꿈치료를 해주어 자크는 물공포증도 없애고, 수영도 배우게 되었어.

.

앞서 이야기했던 착한 기업 세레니티스라는 회사에서 실뱅이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그는 자크가 제안한 계약 조건에 만족을 했고, 바로 호텔을 짓기 시작했단다. 자크와 샴바야는 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크는 인터넷을 통해 자각몽 교본을 올리게 되었는데, 그것에 큰 인기를 끌어영적 관광 프로젝트를 계획했어.

...

시간이 흐르고 자크와 샴비야는 아들 이카르를 낳았단다. 그들은 그들과 세노이 족이 살고 있는 이 섬을 플라우 세노이라고 불렀어. 더 이상 무인도가 아니니까 말이야. 관광사업도 잘 되고, 세노이 족도 번창하여 평화롭게 지냈어.

2.

세월은 쏜살같이 흐르고, 자크는 어느덧 44살이 되었어. 한동안 꿈에서 나타나지 않는 스무 살 많은 자크가 오랜만에 나타났어.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빨리 파리로 돌아가라고엄마가 살아있다고이건 또 무슨 소리

잠에서 깬 자크는 엄마의 무덤을 파헤치자, 그곳에는 돌만 가득했어. 샴바야에게 물어보니, 16년 전 자크가 이 섬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세노이 족에게 그렇게 부탁을 한 것이래. 엄마 카롤린은 몰래 파리로 돌아갔다고 말이야..

왜 그랬을까? 그 때는 자신의 몽유병을 아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해도 보고 싶은 아들을 16년 동안 안보고 살 수 있을까? 아들의 입장은 또 어떻고? 아빠가 생각하기에 이 부분에 대한 소설의 설정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약간의 억지가 포함된....

다시 이야기를 이어서 해줄게. 자크는 시간을 미루다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곧바로 파리로 향했단다. 샴바야와 아들 이카르도 함께 했어. 파리에 있는 집에 왔는데, 엄마는 여전히 몽유병을 가지고 있었어. 1년 동안 샴바야와 생활을 하고도 고치지 못했구나. 그렇다면 더욱 샴바야 족을 떠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구나.

자크가 집에 도착을 했을 때 카롤린은 잠이 든 채로 지붕에 있었어. 위험천만자크가 엄마를 구하러 갔다가 오히려 엄마가 잠에서 깨어나서 자크를 보고 놀랬고, 그렇게 놀래다가 지붕에서 미끄러져 땅으로 떨어졌어.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지

.

파리에서 엄마는 그동안 예전의 상사였던 에리크 자코메티와 모르페루스 클리닉을 차리고 수면 치료를 하면서 잠의 6단계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어. 파리로 돌아온 자크도 모르페우스 클리익에서 일하면서 엄마가 하던 연구를 계속했어. 샴바야도 클리닉에서 자각몽에 관련된 강좌와 일을 했단다.

자크가 기존 수면제 벤조디아제핀의 부작용을 언론의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했다가 제약회사로부터 맹공격을 받게 되었어. 클리닉을 문 닫을 정도의 위험에 빠졌는데, 그때 옛 여자친구 샤를로트가 나타나서 도움을 주었어. 남편이 고위공무원이었는데, 수면치료를 통해 군대 효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국가에서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어. 그래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어.

샤를로트는 꿈을 영상화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자크의 아들 이카르의 도움으로 성공을 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어. 이카르도 자각몽을 꿀 수 있었는데, 이카르가 꿈을 연출을 하게 되면 그것이 영상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거야. 나중에라도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궁금하네.

3.

자크는 자각몽을 통해 노스피어에 가서 명상가들의 영혼을 만나고 6단계에 진입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되었어. 그래서 다시 6단계의 진입을 시도하였지. 위험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자크 본인이 직접 했어. 6단계는 잠과 죽음의 중간단계였기 때문에 무척 위험했어. 체온을 낮게 유지하고, 심박수를 줄여야 했거든. 자크는 결국 그 6단계를 성공했어.

그곳에서 자신의 무의식을 만나고, 스무 살 많은 자신도 다 만났어. 그리고 신경계 뉴런을 조정하여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클라인 병처럼 뉴런을 조정하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아톤이라는 장치를 만들었어. 물론 꿈속에서 말이야.. 그리고 20년 전 자신의 꿈속에 들어가서. 20살 어린 자신을 만나게 되는 거야. 1권에서 이야기했던 그 순간 말이야. 엄마가 위험에 빠져 있다고 이야기했던 그 순간 말이야. 스무 살 어린 자신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다시 스무 살 많은 자신을 만났어. 스무 살 많은 자크는 6단계 치료를 이용하면 엄마도 살릴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었어.

잠의 6단계 체험에 성공한 자크는 깨어나자마자 의식불명 상태인 엄마를 데리고 왔어. 6단계 진입 시도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시간다들 포기하고 있던 그 시점에 엄마는 깨어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었어.

정말 꿈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하면 어떨까? 아빠가 지금까지는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숙면을 취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꿈과 숙면은 관계가 없는 것일까? 문득 꿈 하면 대표적인 사람 프로이트가 생각이 나는구나. 그리고 프로이트의 대표작 꿈의 해석이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고

아빠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인데, 그 꿈들을 그냥 꿈으로 버리지 말고,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수첩에 모두 적어볼까? 사실 아빠도 너무 실감나는 꿈들이나 이상한 꿈은 아주 가끔 일기에 적기도 하는데침대 옆에 수첩을 두고 꿈을 꿀 때마다 적어볼까? 에이, 좀 귀찮을 것 같구아..^^ 그리고 이 소설에서 수면을 분석해주는 앱 이야기를 해서 찾아보니, 그런 어플리케이션이 정말 있더구나. 그걸 한번 다운 받아볼까? 건강한 잠에 도움이 되려나?^^


(126)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장님이에요. 그 사실을 알고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감각이 일정 정도 왜곡해서 전달하는 신호들을 해석하고 있을 뿐이에요. 실재와 지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꿈속에서뿐이죠. 내가 꾸는 꿈이 앞을 보는 사람들이 꾸는 꿈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그 꿈이 현실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에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내가 끊임없이 재창조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299)
그렇다면 클라인의 병도 펠릭스 클라인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 단지 미래의 펠릭스 클라인이 꿈속에서 그에게 영감을 주었을 뿐이다. 그렇지 않을까?
7년의 풍작 뒤에 7년의 흉작이 오리라는 노예 요셉의 예언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서양 건너편에 미지의 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는 꿈에서 <설득력 있는> 미래의 자신과 대화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뱀 두 마리가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고 나서 DNA의 이중 나선 구조가 발견되었다.
분자의 구조를 발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프리드리히 케쿨레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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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815 해방 당시 조선에 관한 한 루즈벨트는 스탈린보다 무지했고, 미국 정부는 아시아보다 유럽에 관심 있었고, 태평양 사령관 맥아더는 조선보다는 일본에 몰두했으며, 군정책임자인 하지 중장은 한국엔 처음이었다. 하지는 어느 정파가 자신의 우군인지, 이 난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정치지도자가 누구인지 헷갈렸다. 미군정이 남로당을 불법화시키는 한편 이승만, 김구 같은 극우로도 복잡한 한국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판단에 도달한 끝에 그 중간 지대의 여운형과 김규식을 자신의 파트너로 찍었을 때 여운형이 암살돼버렸다.

분할점령이 영구 분단으로 흘러가는 와중에 분단을 피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들이 주어졌지만 불발의 역사에 그치고 만 것은 남북을 통틀어 그것을 현실화시킬 능력을 가진 정치지도자가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다만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면 그건 여운형이었을 것이다.

(265)

이광수 선생의 뒤는 홍명희 부수상께서 수습하셨다 합니다.”

두 사람의 우정은 시작과 끝이 수미일관(首尾一貫)했다. 한일합방 날 자결한 금산 군수의 아들로 유서 깊은 양반 가문 출신인 홍명희가 지지리도 가난한 집 아들로 양친 모두 콜레라로 잃고 열한 살에 고아가 된 이광수. 일본 유학 시절 이래 이광수는 홍명희에게 친구이자 친형처럼 의지했고 번갈아가며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했고 이광수가 어마어마한 작품을 양산하는 동안 홍명희는 <임꺽정> 하나를 썼고 이광수가 친일노선에 발가벗고 나선 일제 말기를 홍명희는 은둔과 침묵으로 보냈고 서로 인생관과 정치관이 엇갈려 꽤 긴 시간을 멀찍이 바라보는 사이였지만 결국 이광수의 최후를 홍명희가 거두었다. 이광수는 잘나갈 때도 노심초사 불행해 보였고 홍명희는 풍족할 때나 궁핍할 때나 느긋한 한량이었다. 정숙은 춘원에 대해 늘 안간힘 쓰며 최선을 다하는 천재로 기억했다. 소설 쓸 때도, 친일할 때도, 그랬다.

(282)

세죽에겐 함흥에서 어린 시절부터 늘 그랬다. 사는 건 고달프고 힘든 일이었다. 겨울이면 춥고 배고프고 여름이면 덥고 배고팠다. 게다가 고향도 조국도 잃고 남편을 두 번 잃고 아들도 잃고 낯선 나라에서 유형수로 홀로 늙어가다니, 상상도 못 한 불운이 끝없이 밀려왔다. 남편이 감옥에서 고문당해 미치면서 마음자리가 한 번 깨지고 난 이후론 밑 빠진 독처럼 행복이 고이질 않았다. 사랑이 두려웠고 희망은 슬펐다. 단야와의 결혼생활도 언제 깨질지 몰라 늘 불안했고 결과는 걱정한 대로였다. 어쩌면 그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건 신혼의 훈정동 시절인지 모른다. 좁은 방에서 버글버글한 객식구들에 시달리며 끼니 걱정하고 밥해대느라 손이 마를 날 없었던 시절을 생각하자 세죽은 슬며시 웃음이 나면서 마음이 따스해졌다.

(294)

불굴의 박헌영은 평양에 온 이래 김일성의 오른편에 앉아 점점 순한 양이 되어갔다. 남자는 김일성 하나로 족했고 그 주위에서 모든 왕년의 혁혁한 혁명가들이 조금씩 거세되었다. 박헌영 역시 현실정치의 매너를 배우던 끝에 굴종에 이르는가 싶었다. 하지만 지금 한때 불굴의 청년혁명가였던 자의 자존심이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헌영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동안 정숙은 상해에서 경성, 평양에 이르는 지난 세월이 한꺼번에 되살아오고 박헌영과 김일성 두 남자에 대한 애증이 뒤엉키면서 두통이 밀려왔다. 헌영이 칼을 뽑아들었는데 그것이 역사 논문 쓰는 것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정숙은 그다음에 기다리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모종의 군사행동을 예비해둔 것일까. 아니, 작전이 이미 시작된 건지도 몰랐다.

(297-298)

그녀는 적이 당황스러웠다. 내 나이 오십, 귀찮은 것이 많아지는 나이로구나. 아니, 사람에 대한, 사람들 집단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버린 것 아닌가. 누가 잡든 권력의 속성은 똑같다는 생각, 어느 개인이 더 현명하든 덜 현명하든 집단이 되면 어리석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 그렇다면 권력을 포식한 집단이 권력에 굶주린 집단보다 낫지 않을까. 굶주린 이리떼보다 배부른 사자 떼가 낫지 않을까. 이건 가장 저급하고 비겁한 보수주의자의 사고방식인데 자신의 어느 결에 이토록 회의주의자가 되었던가, 하고 정숙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 역사에 대한 믿음, 한때 태산도 옮길 것 같았던 그 믿음이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347)

수상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욕망과 집착이 믿을 수 없을 만치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그동안 참고 참았던 분노와 환멸이 치밀어 올랐다. 지하감옥의 시멘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뒤에야 정숙은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막대한 분노를 참고 견뎠는지를 깨달았다. 평양은 참을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김일성은 점점 몹쓸 인간이 돼가고 있고 근사하고 점잖은 사람은 씨가 말라가는 대신 아첨꾼과 모사꾼들만 살아남았다. 마르크스는 혁명가들이야말로 고귀하고 선량한 인간의 전형이라 했지만 진짜 그런가. 만경대 조성사업 따위는 다 뭐며 역사를 멋대로 뜯어고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불행한 조국에 생명의 불을 가져다줄 프로메테우스들이 동족의 손에 총살당하거나 시골에서 돼지나 치고 있구나. 실컷 분노하고 화를 내자 묵은 체증이 가시는 느낌이었다.

(349-350)

다시 이틀 동안 정숙은 혼자였다. 생각을 좀 더 깊이 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고독은 추억을 낳고 추억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증오를 낳고 증오는 인간이며 이념이며 혁명이며 정치며 그 모든 것에 회의를 낳았다. 회의가 휘젓고 지나가자 모든 투명하던 것들이 탁해졌다. 하지만 회색의 거품 아래 침몰해가는 것들 속에서 그녀는 마르크스 엥겔스와 레닌을 건져냈다. 그것이 인류의 절반을 노예 상태에서 구해낸 거 아닌가. 중국, 소련은 50년 전만 해도 황제와 차르의 사회였고 모두 마르크스를 지렛대로 봉건군주제를 뛰어넘었다. 북조선도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토지개혁도 근사했지.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서 그 사상 위에 정부를 세우는 일을 해보았으니 행운이었다. 권력이라는 것도 누려보았다. 그녀는 남자들이 그것에 목을 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 팔자를 고쳐줄 수 있는 힘, 싫어하는 사람을 나락에 떨어뜨릴 수 있는 힘이 권력이다. 권력은 권력자로 하여금 그것이 그대로 자신의 인격이라 믿게 만든다. 또 주위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 권력은 자아도취에 빠지게 만들고 그 마력이란 때로 목숨과 바꿀 만큼 강력하다. 그녀도 권력의 맛을 보았다. 하지만 이상한 게 묻으면 언제든 버릴 수 있다. 그녀는 땅에 떨어져서 흙이 묻어 있는 것도, 똥이 묻어 있는 것도, 그게 권력이라면 털지도 않고 주워 먹는 남자들을 많이 보았다.

(371-372)

1848년 팸플릿에서 시작된 19세기의 이론은 20세기에 세계적 규모의 이데올로기투쟁으로 전개됐지만 세기가 바뀌기 전에 종료되었다. 한반도 북쪽의 소비에트 실험은 일찍이 공산주의 트랙에서 튕겨나와 해괴한 파시즘으로 가버렸다. 21세기로 넘어와서 마르크스주의는 체제나 혁명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태도와 정책의 문제로 남았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대경합의 시대에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마르크스 이론과 레닌의 혁명은 그들을 추종한 공산주의 세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대신 반대편의 자본주의의 세계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것은 하나의 역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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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23 1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께서는 「태백산맥」필사를 하신만큼「세 여자」를 읽으시면서 「태백산맥」을 많이 떠올리실 듯 합니다^^:)

bookholic 2018-03-23 22:42   좋아요 2 | URL
ㅎㅎ 돗자리를 깔으셔야겠어요~~ <태백산맥>도 생각나고, 당시를 드라마로 그렸던 <1945>도 많이 생각났어요~~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23)

방학 끝 무렵 아침 밥상을 앞에 놓고 정숙이 죽음 이후에 천당과 지옥이 있다지만 우리 조선 사람들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이미 지옥이에요. 하지만 성경을 아무리 찾아봐도 이들을 구원할 말씀은 없더군요.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아버지는 들고 있던 수저를 밥상에 내려놓고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정숙은 꾹 다문 입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그해는 기미년이었고 그것도 일종의 만세운동이었다. 거리에서 여럿이 부르는 만세보다 집 안에서 혼자 부르는 만세가 더 어려운 법이다.


(31)

1920년의 상해는 나이 스물의 식민지 청년들이 자유와 해방의 공기에 한껏 들뜰 만한 도시였다. 퇴폐와 향락의 도시였지만 동시에 사상과 문화의 별천지였다. 동양이면서 서양이었고 중국이면서 유럽이었다. 근대식 석조건물들이 아스팔트 대로를 따라 즐비했고 프랑스조계에는 식민지 베트남 남자들이 순사복 차림으로 경계를 섰고 영국조계에는 터번을 두른 인도 순사가 돌아다녔다. 또한 백주대낮에 조폭집단 청홍방이 사제폭탄으로 빌딩 하나를 날려버리기도 하고 밤마다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암살사건이 일어났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금시계를 찬 신사 숙녀들이 백화점과 오락관을 드나드는 번화한 거리 뒷골목에선 아편굴이 번창했고 식민지 조선의 망명객들이 개미굴 같은 하숙들을 얻어놓고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프랑스조계는 거리나 상점, 학교에서도 영어나 불어를 썼다. 점원이나 인력거꾼, 하인 들만이 중국인이었다.


(61)

정숙이 반격에 나섰고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소설이란 말이죠. 인물의 심리묘사만 제대로 해도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거예요. 심리가 사회를 반영하니까. 그 안에 리얼리즘도 있고 인민성도 있어요. 소설에 그렇게 교조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톨스토이도 설 자리가 없어요. 레닌은 톨스토이를 러시아혁명의 거울이라 했지만 플레하노프는 그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귀족 작가 정도로 취급했지요. 그래서 플레하노프는 레닌이 될 수 없는 거예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는 종국에는 분파주의밖에 못 되는 거지요. 단순한 주의주장으로 달려가버리면 소설이 아니라 팸플릿이 되는 거예요. 카라마조프의 둘째 아들 이반이 그런 말을 했잖아요. 우직한 건 단순하고 현명한 것은 모호하다고. 그리고 진실은 복잡한 데 숨어 있는 거라고.”


(127~128)

회사가 최후통첩을 던지면서 어수선해진 편집국에서 정숙은 김동인 번안소설 <유랑자의 노래> 원고를 읽었다. 이광수가 건강상 이유로 장편소설 연재를 중단하면서 급히 김동인에게 부탁해 영국 소설 하나를 번안해 싣는 중이었다. 신문사로선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약관의 김동인이 이광수의 계몽주의를 비판하면서 순수문학의 대표주자를 자임해온 형국으로 볼 때 이광수의 펑크를 김동인의 번안소설로 때우는 건 아무래도 모양새가 이상했다. 춘원의 행보에 말들이 많고 소설도 따분했지만 주인공 이름만 조선식으로 슬쩍 고쳐놓은 번안소설을 싣기도 낯뜨거웠다.


(286-287)

세죽은 벤치에 앉아 함흥에서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가장 그리운 건 조선의 봄이었다. 조선의 봄은 따스했다. 세죽은 동네 아이들과 나물 캔다고 마구니 들고 들판과 야산을 쏘다녔다. 6년 전 함흥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뵈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남산만 한 배를 부둥켜안고 성치 않은 남편과 서로를 부축하면 집을 떠날 때 어머니는 그래, 어여 멀리멀리 가거라라고 오른손을 휘휘 저으면서 왼손으로 옷고름을 쥐고 눈물을 찍어냈다. 올해 일흔여섯인데 생전에 어머니를 다시 뵐 수나 있을까. 남편은 지금 어찌하고 있을까. 멀쩡할까 미쳤을까. 살았을까 죽었을까. 딸은 아직 그녀를 엄마로 부르지 않는다. 아이는 보육교사를 엄마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인생은 뜻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 세상에 눈 떴을 때부터 세상은 위험하고 불친절했다. 삶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절망을 떠안길 것인가.

(337)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의 인생이 깨진 거울처럼 돼버린 것이. 딸을 두고 상해로 갈 때였을까, 조선을 떠나 블라디보스토크로 밀항할 때였을까, 아니 영생학교에서 퇴학당할 때부터였을까. 거울이 한 번 깨지고 나면 거울에 비치는 모든 것은 갈라지고 어긋날 수밖에 없다. 단야도 마찬가지였다. 이 풍운아에겐 아내도 가정도 바람이고 구름이다. 줄잡아 열 군데 학교를 전전하던 다혈질의 학생이 고향 집 아내에게 무슨 정이 있었겠으며 명자와는 결국 아내냐 애인이냐의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제는 친구의 아내를 맞이했으니 운명이 그에게 행복한 남편이 될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세죽은 단야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단야처럼 유쾌하고 낙관적인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기로 했다. 그런 결심은 효과가 있었다. 마음을 가볍게 띄워 올리자 자주 웃음이 터졌다.


(394-395)

조선에 있을 때는 사회가 미성숙하고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최선의 인간이라는 공산주의자들조차 쓸데없는 파벌투쟁에 힘을 낭비하고 있구나 했어요. 연안은 물론 많이 달랐지만 결국 인간의 한계 아닌가 싶어요. 당이 전투력을 유지하려면 때로 숙당작업이 불가피하겠지요. 한데 온갖 개인감정과 파벌적 음모가 끼어들면서 활동가들이 개죽음한단 말이지요. 그걸 피할 수 없는 게 인간이라면 인간성이란 원칙적으로 진화가 불가능한 걸까요? 혁명 과정의 문제이고 혁명이 완료되면 달라질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소련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395)

창익은 읽은 책을 접어 탁자 위에 놓고 침상으로 왔다.

혁명이 완료되면 달라질 거다, 라는 생각이 바로 이상주의라는 것 아니겠소. 나는 그런 이상주의는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버렸소. 정치란 양의 얼굴을 한 늑대요. 어떤 정치에도 최선은 없소. 진보는 상대적인 것이고 더 나은 쪽을 택한다는 것뿐이오. 마르크시즘이 봉건제보다 낫고 자본주의보다 우월하니까. 끼니도 해결 못하는 중국 인민들에게 아편을 강제로 떠먹인 것이 자본주의요, 그 자본의 나갈 길을 개척하는 게 제국주의 총칼 아니오? 부르주아 정치라는 게 뭐요? 자본가들과 지주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이요. 장개석이 지금 하는 짓이 그것 아니오? 지주 자본가들이 장개석군대를 먹여 살리고 있잖소? 장개석 일파는 중국이 일본 식민지가 되더라도 공산정부의 토지개혁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자들이오. 장개석은 끊임없이 일본하고 뒷거래하고 있소. 아마 서안사변 없었으면 일본에 황하 이북을 내줬을 거요. 중국을 반토막 내서 그 반쪽이라도 챙기는 게 낫다는 심보요. 그런 장개석에 비해 모택동은 단연 우월하오. 정치에 최선은 없소. 차선을 선택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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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책읽기를 즐기기 시작할 때 책읽기에 빠질 수 있게 해 준 작가 중에 한 명.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단다. 그가 쓴 소설들을 읽으면서,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단다. 단숨에 그의 팬이 되어 그의 책들이 출간할 때마다 읽곤 했어. 그런데, 기대치가 올라간 것인지, 그의 작품들이 예전만치 못했던 것인지, 점점 실망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한동안 읽지 않았단다.

독서기록을 살펴보았더니, 2010년이 마지막이더구나. 그래도 그렇게 오랫동안 안 읽은 줄은 미쳐 몰랐는데정말 오랫동안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안 읽었구나. 그래도 아빠에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안겨준 작가인데, 너무 오랫동안 멀리했네.^^ 그의 신간 소식을 들을 때마다 관심은 갖고 있었단다. 이번에 읽은 <(2)>도 작년에 출간 소식으로 알고는 있었어.

얼마 전에 회사 상사와 업무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회사 스트레스가 있어 잠을 잘 못 잔다고 하니까, <>한 번 읽어보라고 이야기를 했어. 물론 이 책의 내용이 잠에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 분도 그저 농담식으로 이야기를 한 거야. 얼마 전에 그 분이 <>이라는 책을 읽고 SNS에 그 내용을 올렸는데 아빠가좋아요버튼을 눌렀거든. 아마 그것이 생각이 나서 <>을 읽으라고 했던 것 같아. 아무튼, 아빠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너무 오랫동안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멀리 했다는 생각도 들고….

1.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소설이 많았는데, 이번에 읽은 <>이라는 소설도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소설이라고 보면 돼.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잠의 세계.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잠의 단계가 아닌 더 깊은 단계로 임의로 들어가는 모험. 마치 신대륙을 향해 떠나가는 것과 같은 것

그는 이미 개미의 세계를 탐험했고, 죽음의 세계를 탐험했고, 인류의 오래된 과거를 탐험했고, 신의 세계를 탐험했듯이 이번에는 잠의 세계를 탐험하려는 것이었어.

, 그 이야기를 해줄게. 그렇게 잠의 세계를 탐구하는 사람으로 쉰아홉 살의 신경생리학자 카롤린 클라인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카롤린은 잠을 연구를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을 했어. 그녀의 아들 자크는 스물일곱 살인데 역시 의사였어. 자크의 아빠 프란시스는 유명한 탐험가인데 자크가 어렸을 때 자크의 아빠는 요트 항해 중에 빙산에 부딪히는 사고 후 상어에게 공격을 받아 죽고 말았단다. 이 사고의 충격으로 자크는 야뇨증에 걸렸어. 캐롤린은 수면 치료를 통해 자크의 야뇨증을 고쳤단다.

이것뿐만 아니라 자크가 더 어렸을 때도 수면 장애가 있었는데, 그것도 엄마 캐롤린이 수면치료로 고쳤단다. 병뿐만 아니라 캐롤린은 자크의 수면을 분석해서, 자크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성적 향상에 도움을 주기도 했어. 학교에서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당하면 이것도 수면치료를 통해 창의력을 높이기도 했어. 수면치료를 통해서 못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어.

2.

카롤린이 진행하고 있는 비밀 프로젝트. 지금까지 밝혀진 잠의 단계는 5단계까지 있어. 0단계는 잠에 드는 것이고, 1단계는 아주 얕은 잠이고 2단계는 얕은 잠, 3단계는 깊은 잠, 4단계는 아주 깊은 잠이야. 그리고 5단계라는 것은 역설수면이라는 것이야. 4단계까지 점점 깊은 단계로 빠져드는 것에 비해, 5단계 역설수면에서는 가파른 봉우리가 불쑥 솟아오르는 것처럼, 몸은 극도로 이완되고, 바깥소리는 전혀 못 듣고 심장 박동은 느리고 체온은 떨어지는데 특이하게 뇌는 가장 빠르게 활발하게 움직인대. 우리가 꾸는 꿈도 바로 이때 꾸게 되는 것이야. 5단계는 약 10~20분 정도이고.. 1단계부터 5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90분 정도되고, 잠을 잘 때 이것을 반복하게 된다는구나.

그런데, 카롤린은 잠은 5단계까지가 아니고, 인의적으로 다음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잠의 6단계…. 그것을 밝히는 것이 바로 비밀 프로젝트였단다. 그런데…. 카롤린에게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하나 있었어. 그것은 바로 폭식성 몽유병이야. 몽유병이라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꿈을 꾸면서 걸어 다니는 거야. 거기에 카롤린은 그렇게 꿈을 꾸면서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 먹는 거야. 어느 때는 그렇게 먹다가 잠에서 깨어나는 경우도 있어. 그런데 얌전히 먹기만 하면 좋겠지만, 잠을 꾸면서 하는 일이라서, 위험한 일도 벌어지곤 했어. 사람을 먹을 것으로 생각해서 칼로 공격하기도 하는 것이지. 카롤린은 자신의 이런 증상을 아들에게는 숨기려고 했지만, 자크는 고등학교 때 이미 엄마의 그런 증상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자크는 자신이 엄마의 병을 고쳐보겠다고 의대를 결심했고, 27살에 의사가 되었어. 카롤린은 의사가 된 아들에게 자신의 비밀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도 해주었어.

3.

자크는 낮잠카페라는 곳에서 샤를로트라는 여자를 만나 연인관계가 되었단다. 샤를로트는 어린 시절에 새엄마와 자주 싸웠는데 그것이 악몽으로 나타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했어. 자크는 엄마한테 배운 유도몽으로 샤를로트의 악몽을 치유해주었어.

어느날 엄마의 호출이 있었어. 비밀 프로젝트의 첫 임상실험인위적으로 잠의 6단계를 만드는 일이었어. 그런데 이 실험에서 건장했던 피실험자가 심장마비로 죽는 사고가 발생했어. 카롤린은 이 사실을 숨기기로 결정했지만, 다음날 바로 신문 1면에 대서특필이 되고 말았단다. 카롤린은 바로 해고되고, 언론의 공격을 받게 되었어. 자크의 도움으로 샤를로트의 집으로 피신했어. 그리고 자크와 이야기를 하면서 진정을 하셨어.

그리고 다시 집에 와서 잠을 자던 카롤린…. 그날밤 몽유병 증상이 나타났고, 깨어나고 보니 위험천만한 지붕 위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어. 카롤린은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면서 결심을 했어.

그렇게 카롤린은 사라졌단다. 아빠는 혹시 카롤린이 자살을 했나 싶었단다. 자크는 불길한 예감 때문에 실종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다 큰 성인이 하루 없어졌다고 경찰에서는 콧방귀를 뀌기만 했어. 사를로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자크는 사를로트와 헤어지기로 했어.

엄마가 사라진 후, 자크는 불면증이 생겨났어. 어떤 방법을 써도 안 듣고 결국 수면제를 먹었지만, 부작용만 일어났어. 불면증 환자 모임에 참석을 했고, 거기서 쥐스틴이라는 여자와 만나 사랑을 나눴는데, 정말 오랜만에 단잠을 잤어.

꿈을 꾸었어. 꿈속에서 20년 뒤의 자신을 만났어. 48살의 자신이 나타나서 한다는 소리가, 엄마의 비밀 프로젝트가 성공을 했다고.. 수면 6단계는 솜누스 인코그니투스라고 불렀고, 수면 6단계를 통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찾아왔다고지금 엄마가 위험에 빠져 있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말레이시아 세노이 족과 함께 지내고 있으니 빨리 말레이시아로 가라고 했어. 이런 꿈을 꾸었다면 그 말대로 할 사람이 어디 있겠니. 꿈은 꿈일 뿐이지자크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꿈마다 20년 후의 그가 나타난 거야.  그리고 믿지 않겠다고 하자, 협박을 하면서 48살의 자크는 수면마비를 일으키겠다고 했어. 그러자 정말 자크는 수면마비로 꼼짝하지 못했어. 쥐스킨은 자크가 죽은 줄 알고, 겁이 나서 자크의 시신을 운하에 빠뜨려 버리려고 했는데, 죽기 직전에 48살의 자크의 말을 믿겠다고 하자 깨어나게 되었단다.

4.

자크는 말레이시아로 날아갔어. 꿈에서 알게 된 세노이 족이들은 소수민족이라서 그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쉽지 않았어. 그런데 우연히 세노이 족을 취재하려는 프랑스인 기자 프랑키 샤라스를 만나게 되었어. 그는 군대에서 얻은 기면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서 세노이 족을 만나 병을 치료하려고 했어. 취재도 하고세노이 족은 수면을 통해 병을 치유하곤 했대.

그들은 세노이 족이 머물고 있는 무인도를 알게 되었어. 그 무인도는 1년 전 카롤린이 세노이 족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가서 정착한 것이었어. 세노이 족들이 개발 우선주의로 나라로부터 쫓겨 생활할 곳이 없어지자, 카롤린이 무인도를 통째로 샀고, 세노이 족을 데리고 와서 정착을 한 거야.

그런데, 엄마는 며칠 전 죽었다고 했어. 그것도 나쁜 사람들에게 살해당했다는 거야. 그들이 정착한 섬은 무인도여서 아무도 간섭을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다이빙에 최적의 섬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그 섬 바닷속 경치가 무척 좋은 것이 발견되어 관광업체들이 몰려들었어. 그 섬을 팔라고 엄마를 협박했는데, 말을 듣지 않자 용병들을 끌어들여.. .그만  카롤린을 죽이고 말았던 거야. 자크는 깊은 후회를 했단다. 꿈속에서 48살의 자크의 말을 일찍 믿었다면…. 그래서 며칠만 일찍 도착했다면….

.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타임슬립 소설이었네비록 꿈속에서 한정되어 있지만 말이야. 타임슬립소설들은 읽을 때마다 정말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빠가 10년 뒤 혹은 20년 뒤로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 2권의 이야기는 다음에 해줄게~


(59)
"<책의 세계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에서 얻은 가장 위대한 세계이다>라고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가 말했어. 엄마는 여기에 <책의 세계는 이것보다 더 거대한 꿈의 세계에 자양분을 공급한다>고 덧붙이고 싶어."

(106)
"우리가 놀라면 눈이 빠르게 깜박이잖아요. 이것은 영화의 액션 장면에 쓰이는 빠른 샷과 비슷한 원리예요. 눈을 깜박일 때 우리는 10분의 1초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게 되죠. 재채기를 하면 눈이 3초간 감겼다 떠지면서 조금 더 긴 휴식이 감고 있죠. 그제야… 그제야 비로소 이 여백에 충일의 순간이 찾아오죠. 한 편의 온전한 가상 영화가 우리 뇌 속에서 상영될 수 있게 돼요. 우리 뇌에는 끊임없이 이미지가 필요한데, 잠자는 동안은 이미지가 사라져 버리잖아요. 그래서 이때 뇌가 이미 저장돼 있는 이미지들을 혼합해서 자신만의 영화를 찍는 거예요. 여러분, 기억하세요. 우리 뇌는 생각이 멈추는 걸 용납하지 않아요."


(112)

"1899년,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출간해요. 그는 꿈이 마법과 전혀 상관이 없는, 억압되거나 감춰진 욕망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죠. 꿈은,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자면, <무의식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하지만 꿈은 오랫동안 신비의 대륙으로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 1927년, 신경 생리학자인 너새니얼 클라이트먼이 평균 90분에 걸쳐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수면의 네 단계를 발견하죠. 그리고 1959년에 미셸 주베 교수가 클라이먼트의 연구를 보완해 <역설수면>이라는 개념을 내놓아요. 몸은 완전히 마비되는데 두뇌 활동은 극도로 활발한, 수면 과정 중 아주 특이한 다섯 번째 단계죠. 안구의 움직임이 가장 뚜렷한 단계이기도 해요. 실험 대상자를 이때 깨우면 꿈을 쉽게 기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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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깨달음의 실천 편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읽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깨달음의 실천편>이란 책을 읽었단다. 이번에 읽은 책은 지난 번에 읽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의 내용을 좀 더 보충해주고, 64괘상 중에 일부를 설명해주었어. 아빠는 이번에 읽은 책이 좀더 읽기 좋았단다. 전에 읽은 책을 포함하여 주역에 관련된 두 권을 읽었더니 대략적으로 주역이 어떤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지난 책에서 우주가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시간과 공간이 생겨난 것을 태극에서 음과 양이 생겨난 이후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면서 세상은 변한다고 했잖아. 이번 책에서 그것을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만유인력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성격으로 봐서 음에 해당한대. 그러면 그것에 반대되는 힘이 있어야 하거든그리고 현재 우주의 상황을 보면 만유인력보다 큰 밀어내는 힘이 있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거든. 왜냐하면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거든. 그 우주를 팽창하게 하는 힘.. 그 힘이 바로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암흑에너지라는 것이란다. 바로 양이 되는 것이야.

=================================

(34)

만유인력과 정확히 반대다. 이 힘은 서로를 밀어내기 때문에 산산이 부서져서 덩어리를 이루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다. 만유인력은 당기고 암흑에너지는 밀어낸다. 즉 음과 양이다.

양 에너지는 공간을 계속 팽창시키고 있다. 팽창은 양의 기본 성질이다. 음의 성질과는 반대인 것이다. 우리의 우주 공간에 양의 힘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간은 계속 팽창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점점 넓어지고 있는 중이다. 우주가 현재 팽창한다는 것은 오래전에 이미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몰랐다. 이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공간에는 양이 있어서 팽창하고 있던 것이다. 음 때문에 물질이 출소되듯이 양 때문에 공간이 확장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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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주는 양의 기운이 더 세어서 팽창만 하고 있지만, 나중에 음이 기운이 더 세어지면 수축될 수도 있는 거야. 현재 물리학에서도 우주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는 이론도 있는데, 그것이 음과 양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었구나.

1.

이번에는 우리 몸을 생각해보자꾸나. 음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것을 생각하면 돼. 앞서도 끌어당기는 힘이 음이라고 했잖아. 무엇인가 끌어당기면 물질을 이루게 되잖아. 그래서 우리 몸도 음에 해당하는 거야. 반대로 영혼은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음에 해당하는 것이야. 주역에서는 영혼을 하늘과 뇌(물질)를 매개하는 존재라고 했어. 그리고 뇌는 우리 육체를 조절하게 되고, 하나하나 개인은 사회를 이루게 되잖아. 그래서 하늘의 기운은 영혼을 타고 들어와 결국 우리 사회를 만들게 되는 것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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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옛 성인은 이 힘을 호연지기(浩然之氣)라고 말하며, 이 기운은 우주에 가득 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자연의 안에는 원래부터 양의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이 기운은 어디서 온 것이 아니고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다. 양의 기운에는 어떤 이유도 필요하지 않다. 양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주 대자연은 양이 있은 연후에 존재하는 것이 된다. 자연에 가득 찬 양의 기운은 본시 무한한 것이기 때문에 써도 써도 다함이 없는 존대다.

우리의 영혼은 이 기운과 맞닿아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된다.

하늘의 기운 à 영혼 à à 육체 à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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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양이라는 것은 자꾸 멀리 퍼지려는 성질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그 양의 기운을 가둬놓으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대. 인내심, 겸손, 침묵, 평화, 안정, 용서, 양보, 절제, 예의, 긍정이런 것들이 모두 무엇인가 가둬둔다는 의미잖아.

.

2.

지난번 책에서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 사상(四象)을 만들어낸다고 했잖아. 그 사상은 각자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순환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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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사상(四象)은 총체적으로는 순환이고, 하나씩 보면 그 안에 음양의 작용을 보여준다. 사상은 주역의 시작이다. 음양이 먼저 있고 그다음엔 그 작용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상이 아니면 주역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것이 없다. 음양이 원소라면 사상은 그것들이 이루는 구조다. 구조는 또한 그 안에 변화를 담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순환으로 이어진다. 사상은 주역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개념으로, 만물의 뜻은 다 여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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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처럼 사상에서 발전한 팔괘와 64괘도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순환을 기본으로 하고 있단다. 지난번 책에서도 이야기를 했었던 8괘는 우리가 사는 지구에 적용할 수 있는데, 각 괘는 양과 음의 성질에 따라 하늘부터 땅으로 구분을 할 수 있단다.

=================================

(142)

이로써 괘상의 의미가 더욱 새로워졌는데, 이 괘상을 가지고 우리가 사는 지구에 적용해보자. 지구의 바닥에는 땅이 있을 것이다. 저 깊숙한 바다 속이 가장 아래인 것이다. 그 위에 해령(海嶺), 즉 바닷속의 산이 있다. 그 위에 물이 있다. 이것을 바다라고 한다. 바다 위에는 대륙이 있다. 대륙은 밝다. 그 위에는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위를 하늘이라고 부른다.

하늘

바람

밝음

대륙

바다

바닷물

(바닷속)

(바닷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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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8괘가 2개씩 보여 64개의 괘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대성괘 64괘라고 해. 64괘는 숫자가 많긴 한데, 64괘 하나하나를 공부하는 것이 주역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어.

=================================

(206)

주역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괘상이다. 우리는 괘상을 통해 현상을 유추해내거나 혹은 현상에서 괘상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사물의 뜻은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해진다. 사물의 뜻을 분명히 깨달은 후에는 그것을 처세에 적용하든 인격수양에 사용하든 전쟁에 사용하든 질병 치료에 사용하든 그 사용처가 자유롭게 열려 있다. 이른바알고 행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삶의 작용은 더욱 위대해지는 것이다.

=================================

그런데 그 괘들은 묶음으로도 나눌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인 군주괘라고 부르는 12개 괘란다. 12소식괘라고도 하는데 1 12개월을 부여하기도 한대. 점진적으로 양기가 성장하다가 다시 소멸해가는 모습이 1 12달과 닮았기 때문이야. 1 12달이 순환하는 것처럼, 이 군주괘도 순환을 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원으로 표현하기도 한단다. 각 괘에 대한 설명을 책에서 해주었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주역이라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테야.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어. 주역을 공부한다고 미래를 바꿀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거야. 미래는 오면 그대로 받아 들어야 한다고 지은이의 말에 아빠도 공감을 했단다. 잔뜩 기대했다가 기대한 대로 안되었다고 큰 실망을 하고 그러면 안 된다는 거야.

그런데 살다 보면 그것은 쉽지 않아. 너희들도 그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될 거야. 실망을 하고 좌절을 한다고 일어난 일이 바뀌지는 않아. 결과를 잘 받아들이고, 좀더 낳은 미래를 생각해보는 것이지. 물론 또 그 미래 또한 우리 생각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말이야. 이렇게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는 것, 누구보다 아빠가 잘 알아. 그래도 마인드 트레이닝을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아빠도 다시 실망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오늘의 결과를 그냥 그대로 받아 들어야겠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억도 잘 안 나는 일들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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