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빅뱅이론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 첫째,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조차도 없었다는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물리학자들도 비슷할 거다. 둘째, 우주가 팽창한다면 어디로 팽창해가나요? 우주 바깥에 빈 공간이 있다는 말인가요? 이미 이야기했듯이 우주에는 바깥이 없다. 그냥 우주 전체가 팽창하는 거다. 풍선에 바람을 불면 풍선 표면이 점점 팽창한다. 풍선 표면에는 경계가 없다. 차를 몰고 여행을 떠나보라. 어디가 지구의 끝인가? 경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모든 지점 사시의 거리가 늘어났을 뿐이다. 우주는 이런 식으로 팽창한다.

(47-48)

이런 점에서 빅 히스토리라는 새로운 관점은 역사를 보는 신선한 틀을 제공한다. 모든 것은 빅뱅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별과 원소의 탄생,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생명과 인류의 탄생, 농경의 탄생, 세계의 연결, 변화의 가속, 그리고 미래이다. 여기에 민족이나 국가는 없다. 우리 모두는 빅뱅에서 이어져오는 우주의 일부분이다. 이런 관점이야말로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어 인류라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21세기의 역사관이라 생각된다. 또한 빅 히스토리는 그 자체로 학문 간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다. 빅뱅은 우주론을, 별과 원소의 탄생은 핵물리학과 양자역학을,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은 천문학과 지구과학을, 생명과 인류의 탄생을 화학과 생물학을, 그 이후는 역사학, 고고학, 경제학, 공학 등을 필요로 한다.

(69)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원한다. 제러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행복을 위해 교육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람마다 행복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 내가 온종일 물리를 공부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동의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 교육한다면 이미 뭔가 잘못된 거다. 왜냐하면 그 행복이란 당신이 정의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아이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동물들이 그러하듯, 결국 인간에게도 교육의 목적은 아이의 독립이다. 행복한 삶을 정의하고 그것을 찾는 것은 부모, 교사, 사회의 몫이 아니라 바로 아이 자신의 몫이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113)

학문은 창조를 위한 일이고, 창조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다. 학문하는 것을 공부라 한다.때로 공부가 힘들고 지루할 때가 있지만, 창조의 희망을 가지고 버티는 것이 학자들이다. 왜냐면 그것이 즐거움이니까. 수능에서 만점을 받는 사람이 공부의 신이라면 우리는 니체의 명언을 떠올려야 할 것 같다. “신은 죽었다.”

(117)

원전은 위험하지만 완벽하게 통제될 수 있으므로 안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원저의 위험은 열차 사고, 경제 위기, 전쟁의 위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후쿠시마의 예에서 보듯이, 자칫 이 땅이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불모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이 아무리 적더라도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이란 말이다. 안전장치 10개가 달렸다고 해도 실탄이 장전된 총을 유치원 다니는 자기 아이에게 줄 부모는 없다. 원전의 사고 위험이 정말 무시할 만한 것이라면 왜 원전을 서울 근교에 건설하지 못하는가? 송전에 필요한 엄청난 설비를 절약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118)

다시 말하지만, 과학은 근본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은 자연의 법칙을 주었지만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 놓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169)

물체가 하나 더 늘어 3개가 되면 이제 그 복잡함이 도를 넘어선다. 혼돈, 그러니까 카오스현상은 서로 중력으로 당기는 물체가 3개 이상 존재하면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20세기 벽두, 삼체 문제를 연구한 프랑스 수학자 푸앵카레가 얻은 결론이다. 남녀 사이의 삼각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 과학적 이유라고나 할까. 카오스가 일어나면 운동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며 무질서한 양상까지 보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물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숫자를 세기도 한다. 하나, , 으음너무 많다.

(178)

빛의 속도, 최소 전화 크기의 제곱, 진공의 투자율(자기장에 대한 특성을 나타내는 상수)를 곱하고 플랑크 상수로 나누어주면 137분의 1이라는 숫자가 나오는데, 이것을 미세구조상수라 한다. 재미있게도 미세구조상수는 기본상사들의 단위가 절묘하게 서로 상쇄되어 단위가 없다. 단위라는 것은 물리량을 기술하는 기준이다. 인간은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1미터라는 길이의 단위를 만들었다.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그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단위를 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세구조상수는 단위가 없으므로 우주에 사는 어떤 외계 생명체라도 똑 같은 값을 얻게 된다. 뭔가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느느다?

(191)

잘난 체하는 물리학자를 괴롭히고 싶다면 이렇게 물어보라. “시간의 본질이 무엇인가요?” 이거 한 방이면 끝이다. 우리는 아직 시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 근원이 무엇인지, 차원이 하나인지, 연속적으로 흘러가는지, 왜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는지, 아니 정말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혹시 시간이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것의 결과물은 아닐까?

(200)

진실은 미묘하다. 중첩 상태에 있는 전자가 정말 두 장소에 동시에 있는지 알아보려면 눈으로 보아야 한다. 양자역학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당연한 것을 이처럼 심각하게 말해야 한다. 좀 더 어려운 말로 관측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관측을 하면 전자는 한 장소에서만 발견된다. 관측이 대상의 상태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측은 중첩 상태를 깨는 역할을 했다. 살다 보니 별 헛소리를 다 들어본다는 반응을 보여야 정상이다. 막상 보면 한 장소에만 있다고? 그렇다면 동시에 두 장소에 있다고 한 것이 거짓이잖아? 이거 사기네. 안타깝지만 전자는 분명 두 장소에 동시에 있었다. 관측하는 행위가 전자를 한 장소에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짧은 글에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독자로서는 필자를 믿는 수밖에 없다. 필자는 양자역학으로 밥벌이하는 사람이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229-230)

인간이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는 그 자체로 상상이기에 우리의 상상으로 지켜내야 한다. 인간의 행복이라는 비과학적 대상에 대한 인문학적 고민이 없다면 인간은 불행해질 거다. 과학뿐 아니라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237)

,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측정하기 전에 물체가 사방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이해하지 못해도 수학적으로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면 더 이상 고민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확률의 의미를 따져보면 물체가 여기저기 존재할 뿐 아니라, 때로는 유령처럼 벽을 스스로 통과하기도 한다는 것이 양자역학이 말하는 바이다. 양자물리 전문가인 필자도 물체가 여기저기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해한다는 것이 내가 가진 경험적 지식과 새로운 지식이 모순 없이 관계를 맺는 것이라면 나는 양자역학을 이해 못 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할 이유는 없다.

(248)

카오스는 복잡해서 얼핏 보면 불안정해 보인다. 하지만 카오스계는 선형계보다 외부의 간섭에 대해 훨씬 안정적이다.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침에 1시간 지각을 하면 하루종일 엉망이 되겠지만, 대충 살아가는 사람은 2시간 지각을 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자연은 카오스와 프랙털을 통해 안정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것이다. 자연의 실제 모습은 우리가 생각한 단순한 운동이나 이데아의 도형과 사뭇 다르지만, 그래서 인간이 만든 것보다 더 아름답다.

(286)

시는 대개 최소한의 언어로 표현된다. 우주를 기술하는 물리법칙도 최소한의 수학으로 표현되는 것이 원칙이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오컴의 면도날 때문이고, 비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우주가 단순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물리학자의 미학적 관점이 깔려 있다. 최소한의 수식을 사용하기 위해 상실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은 의도적인 상실이라기보다 필연적인 상실이다. 물리법칙으로의 압축은 모든 가능한 현상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줄이는 과정이 아니다. 현상의 핵심이라 믿어지는 사실을 하나의 문장으로 그냥 쓰는 것이다. 여기서는 상실될 것을 고르는 행위가 아니라 핵심만을 집어내는 감각에 창조성이 있다고 하겠다.

(319)

최근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1830년대에 등장한 과학자라는 명칭은 예술과 관련 있다. 지질학자 윌리엄 휴얼은 예술가(artist)와 비슷한 이름으로 과학자(scientist)라는 단어를 제안했다. 이 단어는 곧 급속히 확산되어 1840년에는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과학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아가던 시기, 그 일의 성격이 예술과 비슷하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과학과 예술의 겉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있어 이 두 분야는 통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과학과 예술의 상상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융합보다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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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마도 우리 시절에서 가장 충실하게 산 날은 좋아하는 책과 함께한 날일 것이다누가 한 말일까? 에이바는 궁금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오래되어 출처를 알 수가 없었다.

(96)

에이바는 그걸 읽어보고 뭐라 감상을 말하기도 전에 존이 고개를 끄덕하고 인사를 하더니 걸어가버렸다.

돌이켜봤을 때 즐거운 과거만 생각하라.’

(164)

처음 알았다. <안나 카레니나>가 천 쪽이 넘는 책이라는 걸. 정확하게 말하자면 천팔 쪽이었다.

책을 펼쳤다.

첫 줄을 읽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불행한 가정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소리 내어 읽었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보다 더 맞는 말이 또 있을까. 에이바는 감탄했다.

(226)

에이바가 방을 둘러보았다. 존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니크는 즐거이 몰입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루스는 인덱스카드를 손에 꼭 쥐고 흥분해서 서 있었다. 오너가 강의하듯 설명을 하고 있었다. 다이애는 드라마틱하게 화장한 눈에 검붉은 입술을 하고 있었다. 키키는 몰스킨 수첩에다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에이바를 이 모임에 참여하도록 도와준 좋은 친구 케이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토론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이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따스함과 안온함이 에이바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353)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책이라니, 저는 그런 책을 고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키키가 말했다. “언제 책을 읽느냐, 어느 때 어떤 상태로 책을 읽느냐에 따라 그 책이 중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거든요. 말하자면, 기분이 나쁠 때라면 <길 위에서> <삼총사> 같은 책을 읽어요. 그러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생각이 달라지면, 그때는 그 책이 제일 중요한 책이죠. 그때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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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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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필립 로스의 타계 소식을 접했단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필립 로스의 .타계를 추모하는 배너를 띄우기도 했단다. 필립 로스. 사실 아빠는 그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었어. 하지만, SNS와 인터넷 서점 등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무척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에브리맨>을 진작에 사두기도 했어. 언젠가는 읽겠지, 하고 그냥 사둔 거지 뭐. 그런데 그의 타계 소식을 들었어.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오르내리던 그였는데, 결국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구나.

그가 타계하고 난 뒤, 아빠가 좋아했던 작가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부터 칭송을 받던 작가이니까 아빠도 조금은 추모한다는 마음으로 진작에 사두었던 그의 책 <에브리맨>을 읽었단다.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책이 뭐 있겠냐 싶었는데, 진하고 묵직함이 머리부터 가슴을 거쳐 발끝까지 훑고 지나간 기분이 들었단다. 한 남자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가 200페이지 안짝에 다 그려지다니그래, 인생이란 그렇게 금방 휙 지나가버리고 짧은 거야. 소설의 제목에브리맨은 주인공의 아버지의 보석상의 가게 이름이기도 하고, ‘보통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보통사람의 삶의 이야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단다. 처음부터 끝까지로 통했어. 아빠는 그래도 마지막에그의 이름은 누구였다라고 끝날 줄 알았는데, 끝내 주인공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어. 그냥 그는 에브리맨이었던 거야.

1.

소설의 시작은 그의 딸 낸시가 준비한 그의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한단다. 그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떠나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자리에 모였단다. 그 자리에 모인 누군가는 그와 함께한 추억을 이야기하곤 한단다. 그리고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시간이 흐르면 보통사람이었던 그를 사람들은 잊어갈 거야. 지은이는 그런 보통 사람의 삶을 기록했단다.

.

그의 아버지는 유대인으로 전쟁통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에브리맨’이라는 보석상을 냈어. 그의 아버지는 돈도 잘 벌어 그는 넉넉한 집안에서 자랄 수 있었어. 그는 형 하위가 있었고, 그의 형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동생인 그에게도 잘 해주었어. 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잘 자랐어. 1942년 어린 시절 탈장으로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평범을 살짝 벗어난 일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으로 혼자 병원에서 보내면서 병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을 거야. 그는 미술을 좋아해서 화가가 되려고 했지만, 현실은 그를 광고회사 직원으로 만들었단다. 그래도 회사 생활도 잘 해서 그럭저럭 성공 가도를 달렸다고 볼 수 있어. 그는 부모님의 뜻에 순응하며 평범하고 살았어. 결혼하기 전까지는

세실리아라는 여인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았지만, 행복하지는 않았어. 결국 세실리아와 이혼을 했단다.. 34살 때 충수염으로 병원에 한 달 동안 입원한 적이 있었어. 그때 이혼한 그의 곁은 지켜준 이가 피비라는 여자였는데, 그는 피비와 재혼을 했단다. 그와 피비는 딸 낸시를 낳았어. 그는 피비와 끝까지 잘 지내야 했어. 피비는 심성도 착하고 내조도 잘하던 여자였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는 잠깐의 욕망으로 인해 두 번째 결혼도 실패로 끝이 났고, 세 번째 결혼 역시 아주 짧게 실패로 끝이 났단다.

피비에게서 얻은 딸 낸시도 그에게 참 잘했어. 첫 번째 아내에게서 얻은 두 아들은 그와 연락도 잘 안되었는데, 낸시는 그가 이혼을 한 다음에도 그와 연락도 하고, 잘 지냈단다. 그러니 더욱 피비와 이혼하지 말고 잘 지내었어야 했는데그가 낸시를 생각하는 마음이 마치 너희들을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인 것 같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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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사실 그는 한 번도 딸 걱정을 안 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이런 아이가 운 좋게 자기 자식이 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이런 자식을 얻을 만한 일을 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피비라면 몰라도.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있다. 눈부시게 착한 사람들-정말이지 기적처럼 착한 사람들. 이런 기적 가운데 하나가 그 자신의 딸, 부패라고는 모르는 딸이라는 것이 그의 큰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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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이 평범한 보통사람이라고 했는데, 그의 결혼은 그리 평범한 것은 아닌 것 같구나. 지은이가 주인공의 결혼을 세 번이나 실패한 것으로 설정한 것은 나중에 죽음을 맞이하는 주인공을 더 외롭게 만들려는 설정이 아니었나 싶더구나. 1989년에 그는 아버지가 임종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갔다가 오히려 그가 갑작스런 심장질환이 생겨 쓰러졌고, 그로 인해 큰 수술을 하게 되었단다. 그 큰 수술을 인해 그는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건강을 많이 잃었고, 이후 병원 생활은 일상이 되었어. 그는 장수한 부모님과 그보다 여섯 살 위지만 여전히 건강한 형에 비해 자신은 이제 고작 육십 대인데 건강을 많이 잃어버린 것에 대해 화를 내기도 했단다. 노년에 접어들면 죽음을 피하는 것이 삶의 중심이 된 것을 그도 피할 수 없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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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그는 세 번 결혼을 했고, 애인들과 자식들과 성공을 안겨준 흥미로운 일자리를 가졌지만, 이제 죽음을 피하는 것이 그의 삶에서 중심적인 일이 되었고 육체의 쇠퇴가 그의 이야기의 전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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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 번의 결혼 실패로 그 주위에 남은 것은 고독뿐이었단다. 그리고 그에게 잘 대해주었던 형과도 왠지 모를 질투심으로 관계가 멀어졌어. 그 모든 원인은 그에게 있었어. 그걸 그 자신도 알았단다. 하지만 그것을 바꾸려 하지도 않았어. 고독과 외로움이 그의 벗이 되었지. 그가 싫어하는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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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자신이 없애버린 모든 것, 이렇다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 없애버린 모든 것, 더 심각한 일이지만, 자신의 모든 의도와는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없애버린 모든 것을 깨닫자, 자신에게 한 번도 가혹하지 않았던, 늘 그를 위로해주고 도와주었던 형에게 가혹했던 것을 깨닫자, 자신이 이제 단지 신체적으로만 전에 원치 않았던 모습으로 쪼그라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깨닫자,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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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회사 생활은 비교적 성공을 했기 때문에 노년을 보내는데 연금은 충분했어. 그는 고독을 채우기 위해 마을에서 자원하여 그림을 가르치기도 했어. 그 그림교실에 나오는 이들도 대부분 그와 마찬가지로 노인들이 대부분이란다. 그들도 고독을 잊기 위해서 그림교실에 나오는 것이었어. 그들도 그들을 괴롭히는 병들을 하나 둘씩 가지고 있었어. 그와 말이 잘 통하던 어떤 여인은 병에 대한 고통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기도 했어. 그녀의 자살은 또 그에게 이런저런 고통을 주었지. 노년층의 자살 증가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더구나. 한편으로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노년은 전투라는 말에 공감이 가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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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다들 몸에서 가장 먼저 닳아버리는 지점이 있잖아요. 그이는 그 지점에 피로가 쌓였던 거죠. 이틀 전 밤에 나한테 그러더군요. ‘너무 피곤해그이는 살고 싶어했지만, 누가 무슨 일을 해도 그이를 더 살아 있게 할 수는 없었어요. 노년은 전투예요. 이런 게 아니라도, 또다른 걸로 말이에요. 가차 없는 전투죠. 하필이면 가장 약하고, 예전처럼 투지를 불태우는 게 가장 어려울 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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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다 보면 나의 노년을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었어. 나이가 들어 사회에서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두려울 것 같더구나. 해탈을 하지 않은 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야. 이 책에서도 주인공을 통해 죽음이 두려움을 표현하는데,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게끔 하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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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강렬한 일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정말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일단 삶을 맛보고 나면 죽음은 전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삶이 끝없이 계속된다고 생각해왔지요. 내심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아니, 댁이 틀렸소.” 남자는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저 여자는 늘 저랬소. 오십 년 동안이나 저랬단 말이오.” 그는 절대 용서 못 할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며 덧붙였다. “저 여자는 자기가 이제 열여덟 살이 아니기 때문에 저러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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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처음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이후로 그에게 수술은 일상이 되었단다. 이번 수술도 그런 일상의 수술 중에 하나겠지.. 또 퇴원하여 죽음을 기다리겠지, 하면서 들어간 수술에서 그는 깨어나지 못했단다. 그의 짧은 삶의 마감과 함께 소설도 끝이 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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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그는 생각했다. 여름의 매일매일 살아 있는 바다에서 타오르던 그 빛이여. 그것은 눈에 담을 수 있는, 엄청나게 크고 귀중한 보물이었다. 마친 아버지의 이름 머리글자가 새겨진 보석상 루페로 귀중하고 완벽한 행성 전체를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고향을, 십억, , 천조 캐럿짜리 행성 지구를! 그는 쓰러지는 것과는 거리가 먼, 불길한 운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느낌으로, 다시 충만해지기를 갈망하며 밑으로 내려갔지만,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심장마비.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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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빠도 나이를 하나 둘 먹으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단다. 그러면서 체력을 많이 요하는 운동이나 격렬한 운동을 할 때는 몸을 조심하게 되고점점 이번 생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나겠다는 생각도 했어. 이런 생각을 하면 슬퍼지기도 하더구나. 그런데 아빠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나게 되면, 그 시간에 다른 무엇인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 없다는 생각도 같이 했어. 예를 들어 책 읽는 시간이 더 늘어나서 좋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서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지. 아빠가 너무 앞서가는 것인가?^^

그런데 지난 십 년을 생각해보면 정말 휙 지나갔음은 사실이란다. 아빠의 노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더구나. 노년이 너무 빨리 와도 놀라지 않도록 마인드 트레이닝도 좀 해야겠구나. 너희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더 많이 만들어야겠어. 노년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는 너희들도 함께하는 시간도 줄어든다는 이야기니까 말이야..^^



(23)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39)

그는 특별하고자 한 적이 없었다. 다만 나약했고 공격에 무방비 상태였고 혼란에 빠져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한 평범한 인간으로서, 인생의 반을 발광 상태에서 살지 않으려다보니 죄 없는 자식들에게 큰 박탈감을 안겨주었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자신도 사면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확신했다.

(63)

다이아몬드란 건 그 아름다움과 품위와 가치를 넘어서서 무엇보다도 불멸이거든. 불멸의 흙 한 조각, 죽을 수밖에 없는 초라한 인간이 그걸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다니!

(171)

성공하지 못한 아버지, 질투심에 찬 동생, 한 입으로 두말하는 남편, 무력한 아들, 그의 가족의 보석상으로부터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몇 명 되지도 않는 친족, 아무리 열심히 쫓아가도 도저히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친족을 소리쳐 부르는 자신의 모습. "엄마, 아빠, 하위, 피비, 낸시, 랜디, 로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만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내 말 안 들려? 나 떠나고 있다고! 다 끝났고, 나는 이제 당신들을 모두 다 떠나고 있어!" 그가 그들에게서 사리지는 것과 똑 같은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서 사라지고 있는 그 사람들이 고개만 돌려, 너무나 의미심장하게 소리쳤다. "너무 늦었어!"

떠남. 그가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이며 깨어나게 했던 바로 그 말, 주검의 포옹에서 살아 돌아오도록 구해준 말.

(188)

그는 생각했다. 여름의 매일매일 살아 있는 바다에서 타오르던 그 빛이여. 그것은 눈에 담을 수 있는, 엄청나게 크고 귀중한 보물이었다. 마친 아버지의 이름 머리글자가 새겨진 보석상 루페로 귀중하고 완벽한 행성 전체를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고향을, 십억, 조, 천조 캐럿짜리 행성 지구를! 그는 쓰러지는 것과는 거리가 먼, 불길한 운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느낌으로, 다시 충만해지기를 갈망하며 밑으로 내려갔지만,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심장마비.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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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7-16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득 저도 이런 형식으로 독서일기를 써볼까 하다가...생각만 해봅니다. 네루가 <세계사편력>을 감옥에서 썼다지요. 진짜 북홀릭님 대단합니다! 👍👍👍애들을 정말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직 전 멀었나봅니다 내꺼만 챙기는 아빠 ㅜㅜ

bookholic 2018-07-17 23:19   좋아요 2 | URL
저는 감옥 아니구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왕 독후감을 쓰는 거 편지 형식을 빌렸을 뿐입니다. 카알벨루치님이 그렇게 칭찬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무더위가 한창인데 더위 조심하시고, 시원한 여름 되십시오~~
 
나 안 괜찮아
실키 글.그림 / 현암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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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그냥 가볍게 읽으려고 산 책이란다.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겨도, 자신 자신에게 괜찮다고 주문을 외울 때, 나 안 괜찮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제목을 보고 생각했단다. 책의 제목이 그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빠에게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였단다. “괜찮아” 읊조리면서 꾹 참는 것이 아니고, 가끔은 나, 안 괜찮아힘들어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고 힘든 시기를 더 빨리 헤쳐나갈 수 있는 거야. 그렇게, 안 괜찮아!”라고 이야기하면 또 상대방도나도 안 괜찮아!”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 그러면 서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자세히 보면 ‘나’와을 쭉 이어져 있단다. “나~~이렇게그래서 빨리 읽으면난 괜찮아라고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지.. 아마, 지은이는 이런 제목을 의도적으로 그렇게 지은 것이라고 하는구나. “나, 안 괜찮아!”라고 솔직히 이야기를 하면, 난 괜찮아!”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을까? 아빠가 너무 제목에 연연하는 것 같니? , 그럴 때도 있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제목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때도 있으니까.

1.

짧은 말로 핵심을 찌르는 경우가 있단다. 그런 경우 촌철살인이라고들 해. 이 책은 그림으로 촌철살인을 표현하는 것 같았어. 짤막한 그림 몇 컷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갖게 하니까 말이야. 오늘은 그 중에 몇 컷 소개하는 것으로 짧게 독서 편지를 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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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중력에 대한 고전적 이해는 일찍이 뉴턴(1643~1727)에 의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정립되었다. 뉴턴의 위대함은 우리가 생활하면서 익히 느끼고 친숙해진 중력이라는 힘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이를 수학적인 언어로 공식화하여 정립해냈다는 점이다. 당시 가장 지적인 학문으로 여겨졌던 선대의 천문학적 관측과 이론을 분석한 뉴턴은 그 토대로 두 물체가 받는 힘은 물체의 질량과 거리와 관계가 있음을 간파했다. 그리고 그 힘의 세기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수식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공식이 놀랍게도 300년 이상 물리학의 제왕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이후 많은 천문학적 관측의 증거들이 발견되어 지지해주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을 지배하는 법칙을 하나의 공식으로 압축되어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물리학의 혁명적인 사건이었고, 물리학이 기적의 이론으로 간주될 정도의 과학의 전지전능함과 이 세상을 만든 신의 위대함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30)

아인슈타인은 중력이라는 힘은 물질이 운동하는 가속도와 동등한 것이라고 관찰했고, 그것을 베른하르트 리만이 이미 50여 년 전에 정립했던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공식으로 바꿔놓았다. 물질에 의해 왜곡된 시공간의 변화가 주변을 운동하는 다른 물질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혁명적인 설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뉴턴의 중력이론이 설명하지 못했던 중력의 본질이 보다 진보된 이론으로 발전되었다. 예를 들어, 강한 중력장에서 빛이 휘어지는 현상을 우리가 전통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직진하는 빛을 무엇인가가 힘을 작용하여 잡아당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아인슈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달라진다. 빛이란 시공간의 최단거리로 운동을 하고, 만약 질량을 가진 물질이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면 그 주변의 최단거리도 물질이 없을 때와 달리 휘어진 경로가 최단거리가 되어 빛은 자연스럽게 그 휘어진 최단거리를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진다는 관찰이다.

(35)

일반상대성이론이 예견하는 또 다른 현상은 바로 중력적색편이이다. 이는 흔히 질량이 큰 천체가 만드는 중력의 우물에서 이 우물을 빠져 나오려고 하는 용수철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력을 벗어나서 우물 밖으로 빠져 나오려고 하는 용수철은 위쪽을 튀어 올라갈수록 용수철의 길이보다 길어진다. 이는 용수철의 위쪽과 아래쪽에 작용하는 중력의 세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41)

중력파는 에너지가 전달되는 일종의 파동이다.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전파되어 나아가는 것과 유사하게 시공간에서 전파되는 파동이다. 중력은 우리가 주변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경험하고 있는 힘이다. 질량을 가진 물질은 무엇이나 중력이라는 힘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경험적으로 중력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질이 받는 힘의 변화로 인한 에너지가 파동으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뉴턴 중력이론의 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57)

아주 급격한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천체로는 쌍성계 외에 폭발체에 해당하는 천체가 있다. 초신성이나 감마선 폭발체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초신성은 백색왜성과 같은 죽은 별이 주변의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이 유입되어 에너지를 공급받으면 핵융합의 재점화가 일어나서 폭발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폭발은 동반성과의 병합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게 될 때에도 일어난다. 또는 아주 질량이 큰 별의 중심핵이 붕괴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중성자별을 만들게 되고, 지속적으로 수축하는 별의 물질이 중성자별 표면을 때려 바깥으로 별의 물질을 폭발적으로 발산하는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폭발의 과정은 시공간에 급격한 변화를 주어 중력파가 발생한다.

(138)

이 거울들, 특히 레이저 빛을 최종적으로 반사시키는 출력 테스트질량 거울은 거의 4킬로미터 밖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 설계와 시공이 매우 정밀해야 한다. 거울로 입사되어 반사되는 빛의 각도가 항상 일정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 표면이 매우 매끄러워야 한다. 특히 레이저 빛이 집중되는 중심부 2인치 정도에서는 거의 300억 분의 1인치 정도의 오차를 유지하고 매끄럽게 가공되어야 한다. 만약 거울의 크기가 지구만 하다면 거울 정밀 오차는 평균적인 산의 높이가 1인치 이내에서 튀어나오지 않아야 하는 수준의 정밀도이다.

(217)

중력파의 발견을 담은 검출 관련 논문과 더불어 12편의 동반 논문들이 작성되었고, 이들은 차례로 라이고 과학협력단 내의 논문출간위원회에 제출되어 엄격한 검토와 심사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전체 회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각 그룹별로 논문에 대한 온라인 발표 세미나가 열렸고, 이를 통해 논문에 대한 최종 조언과 질의응답들이 이어졌다. 한국 시간으로 2016 1 20일 오전 1시 라이고-버고 전체 차원의 전화회의가 개최되었다. 작성된 검출 논문의 최종 보고와 함께 마지막 단계인 스텝4의 선언이 있었다. 이 단계에서는 검출 논문의 최종 확정, 검출의 최종 결정을 위한 전체 회의와 함께 논문의 투고 및 언론발표까지 이어지는 일정이 있었다. 잠정적으로 예정된 언론발표일은 2016 2 11일이었다.

(230-231)

현재까지 전체의 관측 수간은 전파의 다양한 파장의 영역으로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자기파라는 가시광선을 포함한 수단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중력파는 전자기파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인 우주 초기나 블랙홀의 주변과 같은 강력한 중력장에서 역시 제한이 없이 작용한다. 특히 우주의 여러 성간 물질 등과 상호작용하는 빛과 달리, 중력파는 그 세기가 매우 약하긴 하지만 다른 여러 신호의 간섭 없이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도달한다. 따라서 이러한 중력파를 새로운 관측 수단으로 삼는 것은 현재의 관측 수준을 한 단계 올려주고 현재까지 풀리지 않는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 새로운 발견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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