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을 때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탕에 있는 혼란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은 어제, 그제, 길어봤자 한 주 전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며 내일을 기다린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어제의 의미, 엊그제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내일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이다. 여기가 길이고, 우리 집 현관이고, 이 사람이 엄마이고, 아빠이고, 지금은 낮이거나 밤인 것이다.

(40)

내겐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없다.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매일매일 별의별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특별하게 기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330)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린 시절 꿈꿔왔던 부의 의미가 다시 한 번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아씨들> 같은 책을 출판해 부와 명성을 얻고 제복을 입은 하인들이 금화로 가득 찬 보물 상자를 들고 행렬을 지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성에 쌓아둘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지만 우리 존재를 확고하게 해주고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소중한 사람들의 경계의 해체를 막아줄 시멘트 같은 돈의 이미지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부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구체성과 일상적인 행동, 그리고 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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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날이다.
더위 마저 느낄 수 없는 슬픔이 하루 종일...
어제 읽던 책에서 읽은
시 한 편이 떠오른다.
시대의 일 앞에서 숨지 않고
맨 앞에 서 계셨던 분...
노회찬 의원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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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메이커 2018-07-24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종일 가라앉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lanca 2018-07-24 0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의 가치를 기억하겠습니다.
 
중력 우주를 지배하는 힘 -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부터 초끈이론까지 자연과학총서 2
오구리 히로시 지음, 박용태 옮김 / 지양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과학에도 관심이 조금 있단다. 그 중에서도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잘 알고 싶어. 그래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한 책이 있으면 관심이 가게 되더구나. 몇몇 책을 읽으면서 상대성 이론은 좀 이해를 한 것 같기도 한데, 양자역학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가더구나. 그래서 여전히 그런 책들을 만나면 또 집어 들게 된단다. 이번에 읽은 책도 평이 좋아서 알게 된 책이란다.

중력. 우주를 지배하는 힘. 이 책을 쓴 사람은 오구리 히로시라는 일본의 과학자란다. 자신을 중력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단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된 지 100. 그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중력 연구를 했다고 하는구나. 그 연구 중에 가장 많은 연구가 바로 중력파에 대한 연구야. 아인슈타인은 중력도 다른 힘과 마찬가지로 그 힘을 전달하는 파동인 중력파라는 것이 있다고 예언을 했어. 그 중력파가 발견이 되면 우주를 더 많이 관측을 할 수 있고, 빅뱅 때 생긴 중력파를 관측하게 되면 우주 태생의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했어.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13년인데 그때는 중력파가 발견되지 않은 시점이라서, 이 책에서는 중력파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 이후에 2016년 중력파가 발견되었다고 대서특필했던 것이 기억나는구나. 그리고 또 하나의 연구가 중력을 일으키는 에너지는 무엇인가라는 연구야. 그 힘을 내는 물질이 암흑물질이고, 그 물질이 갖는 에너지가 암흑에너지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암흑에너지를 측정하는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고 있어.

중력에는 7대 불가사의라는 것이 있대.. 사실 아빠도 처음 알았어.. 중력에 7대 불가사의가 있다는 것대단한 것인 줄 알았는데, 중력에 대한 상식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구나. 중력이라는 것이 해나 달처럼 그냥 일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신비한 것이라는 의미인 것 같아.

그 일곱 가지 불가사의는 다음과 같단다. 첫째 중력은 힘이다. 둘째 중력은 약하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했지만 그것을 증명하지 못했어. 그 이유가 중력이 너무 약해서 증명을 할 수가 없었대. 뉴턴의 만유인력 발견 이후 100년 뒤 캐번디시라는 사람이 비틀림 천칭으로 증명을 했다는구나. 셋째 중력은 떨어져 있어도 작용한다. 그래, 이것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신비하구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힘이 작용하니 말이야. 넷째 중력은 모든 물체에 똑같이 작용한다. 다섯째 중력은 환상이다. 여섯째 중력은 딱 적당하다. 중력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크거나 작으면 우주도 없었다고 하는구나. 일곱째 중력이론은 완성되지 않았다. 완성이 되려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가 밝혀져야겠지.

.

1.

빛이야말로 우리가 늘 보고 있어서 흔하디 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실체를 알면 알수록 신비한 것 같구나. 옛날에 맥스웰이라는 과학자가 위대한 발견을 했단다.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것과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일명 광속 불변의 법칙을 발견했어. 광속 불변의 법칙을 쉽게 설명해 볼게. 속도에는 상대 속대란 것이 있단다. 아빠가 50km/h 속도로 가고 있고 같은 방향으로 어떤 차가 100km/h로 가고 있을 때 아빠가 그 차를 보면 50km/h로 보이게 되는 거야. 그런 것이 바로 상대 속도란다.하지만 빛의 속도는 그런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광속 불변의 법칙이야. 무슨 소린고 하니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있다고 했을 때 그 비행기에서 봐도 빛의 속도는 정지하고 봤을 때의 빛의 속도와 같다는 거야. 이것을 맥스웰이 발견했고, 마이클슨과 몰슨이라는 두 사람이 실험으로 밝혀냈대.

이런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내놓게 된단다. 등속운동을 하는 물체의 경우 시간이 변하고 길이가 변한다는 내용이란다. 시간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똑 같은 속도로 째깍째깍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야..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물체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이 특수상대성이론의 핵심이란다. 이것은 많은 자연 현상에 의해서 사실로 밝혀졌단다. 특수상대성 이론은 아빠가 예전이 읽은 책들을 통해서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까. 오늘은 이렇게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할게.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11년 뒤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게 돼. 이것은 질량이 공간을 왜곡시켜 시간을 늘리거나 줄인다는 이야기야. 일반상대성이론까지 공간이라는 것은 균일한 것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질량이 공간을 왜곡시킨다고 것을 주장했단다. 중력은 수직방향으로 물체를 잡아 늘리고 수평방향으로 억누르는 성질이 있는데 그로 인해 지구의 바다에서는 달의 중력에 의해 밀물과 썰물이 생기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뉴턴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내놓기는 했는데, 한동안 그것을 증명하지 못했어. 그런데 다른 어떤 수학자가 그걸 증명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대.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업적이 다른 사람에 의해 증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엄청나게 수학을 공부하고 우여곡절 끝에 증명에 성공했다는구나. 그러면서 물리학을 위해서는 수학도 잘해야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는구나. 그 전까지 아인슈타인이 수학을 등한시했었대..

이유는 모르겠지만, 뉴턴 이론에 의하면 천왕성 다음에 행성이 있어야 하고, 태양과 수성 안에 또 하나의 행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어. 아무튼 뉴턴 이론으로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려면 그래야 했대. 다행히 천왕성 바깥에 해왕성이 발견되었어. 하지만 수성 안쪽에서는 발견이 안되었지.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방정식에 의하면 수성 안쪽에 또 다른 행성이 없어도 수성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었대. 또 하나의 비밀이 풀리게 된 거야.

일반상대성이론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중력렌즈효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것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빛이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는 거야. 당시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고 했을 거야. 빛은 언제나 직진한다고 생각했거든. 아인슈타인의 말은 몇 년 뒤 영국의 에딩턴이라는 사람이 관측하여 실제로 검증을 했단다. 그리고 그런 중력을 이동시키는 중력파가 있을 거라고 아인슈타인은 예언을 한 것이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고,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100년 되던 2016년에 드디어 중력파가 발견된 것이란다. 중력파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아빠도 중력을 전달하는 매개체 정보로만 알고 있어. 잘 몰라. 그래서 중력파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어봐야겠다고 검색해서 한 권을 사 두었단다. 조만 간에 그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해줄게.. (아빠가 그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상대성 이론은 기존의 과학을 뒤엎은 것이야. 누가 시간이 느려진다고, 빛이 휜다고 생각이나 했겠니.. 실제로 그럼 그런 현상을 우리가 느낄 수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GPS의 시간 느려짐 현상이라고 하는구나. 그것을 설명한 부분을 그대로 발췌해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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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8)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인공위성은 움직이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광속에 비하면 인공위성의 비행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얼마 안 되는 차이지만, 인공위성에 탑재된 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매일 7마이크로씩 늦어진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해질수록 시간이 천천히 흐르게 된다. ‘원주율=3.14……가 성립하지 않는 세계인 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정거장이 빠르게 회전할수록, 즉 그 안의 인공중력이 강해질수록 시간이 더욱 천천히 흐른다. 때문에 지구의 지표에서 보면 지구의 중력이 약한 인공위성에 탑재된 시계는 더 빠르게 보인다. 그래서 하루에 46마이크로초씩 빨라진다. 여기에 특수상대성이론 효과에 의해 생겨난 인공위성 시간의 늦어짐(7마이크로초)을 빼면 하루 39마이크로초 만큼 인공위성의 시계는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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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따르면 이런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어. 행성이 아주 무거워서, 즉 중력이 아주 크게 되면어떤 물체가 그 행성의 중력을 빠져 나오는데 필요한 속도, 즉 탈출속도도 엄청 빨라야 하는 거야. 그런데 초고밀도 행성이 있다면 빛의 속도로도 그 중력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지. 아인슈타인의 이런 추측은 후에 블랙홀이 발견되면서 사실로 밝혀졌단다. 실제로 초대형 블랙홀인 퀘이사도 발견이 되었다. 빛보다 빠른 중력장의 영역…. 그래서 빛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영역.. 그 영역을 가르는 곳을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한다는구나. 그런데 거대한 블랙홀인 퀘이사의 경우 오히려 밝게 빛이 난다고 하는데 그것은 블랙홀의 빛이 아니라,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가스들이 마찰력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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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그 후 계속된 연구로 퀘이사가 은하의 중심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빛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밝게 빛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만, 그건 블랙홀 자체의 빛이 아니다. 블랙홀이 강혼 중력으로 주위의 가스를 빨아들이면 그 가스들이 맹렬한 기세로 블랙홀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게 된다. 그 가스가 마찰열에 의해 강하게 빛을 방출하는 것이다. 블랙홀에 삼켜지기 전에 지르는 비명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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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블이라는 사람이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고 것을 발견했어. 우주불변성을 믿었던 아인슈타인은 이것은 믿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사실 자신의 방정식도 우주불변성을 만족하지 못해서 우주불변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방정식이 임의로우주항까지 넣었대. 결국 나중에 자신도 직접 보게 되고 그 믿음을 접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그 우주 팽창이라는 것이 점점 가속되고 있다고 했어. 점점 가속되고 있다는 것은 어떤 힘이 가해지고 있다는 거야.. 도대체 어떤 힘과 에너지에 의해 점점 가속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도 앞서 이야기했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란다. 아직 암흑물질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우주가 점점 가속이 된다고 하면 우주 어딘가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곳이 있을 거야. 그러면 거기는 관측이 어렵겠지그런 곳을 과학자들은 우주의 지평선이라고 이야기했단다.

 

3.

, 이제 양자역학…. 이 책에서는 매크로 세계와 마이크로 세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구나. 어떤 책에서는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라는 용어를 설명하기도 한단다. 거시 세계는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이고, 미시 세계는 분자나 원자 같이 작은 입자들의 세계라고 생각하면 돼. 이 책에서는 매크로 세계 마이크로 세계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니 그 용어를 사용할 게 뉴턴 역학과 상대성 이론은 매크로 세계에서는 잘 들어맞는데, 마이크로 세계는 잘 안 들어맞는다고 했어. 그래서 그 마이크로 세계를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라고 일단 생각하면 돼.

우주의 시작은 아주 작은 한 점에서 빅뱅에 의해 시작했다고 했잖아. 아주 작은 한 점바로 미시 세계인 거지.. 그래서 우주의 시작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이 필요하다는 거야.

.

토머스 영이라는 사람이 빛을 가지고 이중 슬릿 실험이라는 것을 했어. 종이에 가늘고 긴 슬릿을 2개 만들고 빛을 쏘이는 실험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단다. 나중에 우리도 한번 같이 해보자꾸나.. 그 동안 빛이라는 것은 입자라고 생각들을 했고, 입자임을 알려주는 현상들이 숱하게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빛은 입자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토머스 영은 빛의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빛이 파동임을 증명했단다. 그러니까 빛은 입자이기도 하면서 파동이기도 한 거야. 또 헤르츠라는 사람은 금속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광전효과를 발견했어. 이런 현상이 나오기 위해서는 파장이 짧은 빛만 가능하다고 했어. 왜냐하면 전자를 튀어나오게 하려면 에너지가 높아야 하는데, 파동은 짧을수록 에너지가 높거든..

잠깐 딴 이야기를 하나 하면방사선이 우리 몸에 안 좋다고 하잖아. 방사선들의 파장이 아주 짧단다. 즉 에너지가 엄청 크다는 거지. 그런 에너지가 큰 파장을 인체에 쏘니까 인체가 손상을 입게 되는 거야. 자외선과 적외선이 있잖아. 자외선은 파장이 짧고, 적외선은 파장이 커…. , 그럼 어떤 것이 에너지가 많고 그래서 어떤 것이 우리 몸에 좋지 않을지 알겠지?

아인슈타인은 빛이 입자이면서 파장이 짧은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광자가설을 발표했단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이 아닌 이 광자가설로 나중에 노벨상을 탔다고 하는구나. 이런 빛의 이중성이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출발점이 되는 거야. 그럼, 양자란 무엇인가? 양자는 매우 작은 알갱이들이라고 생각하면 돼.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빛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명심하고양자역학은 코펜하겐에 있는 닐스 보어 연구소에서 하이젠베르크, 파울리 등 여러 과학자들이 이루어낸 성과라고 알려져 있어. 간단히 이야기하면 입자의 운동은 확률로 예측하고, 관측까지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 핵심적인 내용이란다.

이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는 아빠가 조만 간에 다른 독서 편지에서 자세히 이야기해볼게. 아빠가 이 책을 읽고 나서 <과학하고 앉아있네 3 –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란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의 독서편지에서 이야기해볼게그러니까 오늘은 조금 간단히 이야기하고 넘어갈게이해해주고 좀만 더 기다려줘.. 물론 그 책을 읽었어도 아직 양자역학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야.

4.

아빠가 앞서 이야기할 때 매크로 세계는 상대성 이론이마이크로 세계는 양자역학이 설명을 하고 있다고 했잖아. 과학자들은 통일된 하나의 법칙으로 모든 세상을 설명하려고 것을 좋아한대. 그래서 생겨난 것이 초끈 이론이라는 것이래. 지금까지 밝혀진 아주 작은 입자인 쿼크 등 소립자를 이루고 있는 더 작은 입자.. 그것을 초끈이라고 했어.

이 초끈 이론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모두 만족은 그런 이론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아직 이론만 있고 실험을 통해 검증을 하지 못했는데, 그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우주만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아무튼 엄청난 큰 공간이 필요해서 실험이 불가능하다고 했어. 그래서 이 초끈 이론을 인정하지 않는 과학자들도 많대.. 그래도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초끈 이론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융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하는구나. 지금까지의 모든 과학이론이 그렇듯이 이 초끈 이론도 언젠가는 검증이 될 거라고.. 지은이는 기대를 하면서 책 마무리를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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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다행스럽게 초끈이론은 소립자의 표준모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80년 넘게 해결되지 못했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융합이라는 곤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된 것이다. 두꺼운 암반의 틈에서 새어나온 한줄기의 빛과 같은 이론인 것이다. 물론 실험으로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이 분야는 이론이 앞선 만큼 그것을 검증하는 작업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초끈이론을 검증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물리학에서는 이론을 검증하는 실험이 이루어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경우가 적지 않다. 뉴턴역학도 이론으로서의 유효성은 곧바로 확립되었지만, 그 중력이만물에 존재한다는 것이 캐번디시의 실험으로 검증되기까지는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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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는 일본 과학자라고 했잖아. 이 책의 중간중간에 중력을 비롯한 양자역학, 초끈 이론을 연구하는 일본과학자들을 소개해주었어. 상당한 업적도 냈다고 하는구나. 이런 기초과학의 연구는 나라의 지원이 없이는 안 될 거야. 그런 지원 덕에 일본이 과학에서 노벨상을 배출하는 것인가 싶더구나. 우리나라도 이런 기초과학에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들려오는 소식은 기초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높은 실업률 소식뿐이구나. 작년부터 제대로 된 나라로 뱃머리를 틀었으니언젠가는 기초과학분야도 지원이 늘어나겠지, 조심스럽게 기대를 해보면서 오늘 독서 편지는 마치도록 하마.


(40)

만약 중력의 크기가 조금이라도 달랐다면, 우주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자마자 순식간에 강한 중력으로 인해 무너져 버리든지, 반대로 앗 하는 사이에 팽창해서 완전히 식어 버려서 생명은커녕 별조차 만들어지지 못하고 어두운 허무의 세계가 영원히 지속되는 우주가 되었을 것이다. 우주가 긴 시간을 들여 별이나 은하를 만들고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게 된 것은 중력이 ‘딱 적당했기’ 때문이다.

(108-9)

관측 결과 별빛이 휘어지는 각도는 아인슈타인 이론에서 예측한 것과 거의 일치하였다. 여기서도 아인슈타인 이론이 승리한 것이다. 이 획기적인 발견은 대서특필되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지쳐 있던 유럽인들에게 오랜만에 밝은 소식을 안겨 주었다. 독일과 영국은 서로 전쟁중인 적대국 관계였다. 하지만 독일인 아인슈타인이 만든 이론을 영국인 에딩턴이 증명한 것이다. 이 관측은 차갑게 식었던 독일과 영국의 관계를 회복시켰다는 의미로도 사회적 큰 영향을 미쳤다.

(114)

그렇다면 무엇이 쌍성의 에너지를 가져가는 것일까. 그 ‘범인’으로 여겨지는 것이 중력파다. 휴대전화가 전자의 진동에 의해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 것처럼 쌍성이 빙글빙글 회전하면 중력장이 진동하여 파동이 전해지게 된다. 파동이 전해지기 위해선 에너지와 필요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그 에너지를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문에 쌍성의 공전운동의 에너지가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치가 맞다.

(121)

18세가 끝날 무렵 영국의 존 미셸(납 구슬 사이의 중력을 측정한 캐번디시의 실험을 고안했음)과 프랑스의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라플라스의 악마 이야기로 유명) 두 명과 과학자가 블랙홀을 예견하였다. 질량이 클수록 중력은 강해진다. 그렇다면 굉장히 질량이 큰 별이 있다면 그 별에서는 빛의 속도로도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즉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 별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262)

초전도란 금속의 등의 물질을 냉각시켰을 때 전기저항이 급격하게 0으로 되는 현상을 말한다. 가령 알루미늄은 절대온도 1도(섭씨 -272도)에서 초전도상태가 된다. 그런데 25년 전, 그때까지보다 훨씬 고온(현재는 절대온도 100도 이상)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여주는 물질이 발견되어 물리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발견 직후 열린 미국 물리학회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몰려와, ‘물리학의 우드수탁’이라고 불릴 정도였다.(우드스탁:뉴욕의 베델에서 사흘 동안 열린 록 음악 축제-역주). 하지만 이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초전도를 이론으로 해명하기까지는 최초의 실험으로부터 47년이 걸렸기 때문에, 지금부터 20년이 더 걸린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홀로그래피 원리에 의한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좀 더 빨리 고온 초전도의 구조를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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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빅뱅이론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 첫째,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조차도 없었다는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물리학자들도 비슷할 거다. 둘째, 우주가 팽창한다면 어디로 팽창해가나요? 우주 바깥에 빈 공간이 있다는 말인가요? 이미 이야기했듯이 우주에는 바깥이 없다. 그냥 우주 전체가 팽창하는 거다. 풍선에 바람을 불면 풍선 표면이 점점 팽창한다. 풍선 표면에는 경계가 없다. 차를 몰고 여행을 떠나보라. 어디가 지구의 끝인가? 경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모든 지점 사시의 거리가 늘어났을 뿐이다. 우주는 이런 식으로 팽창한다.

(47-48)

이런 점에서 빅 히스토리라는 새로운 관점은 역사를 보는 신선한 틀을 제공한다. 모든 것은 빅뱅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별과 원소의 탄생,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생명과 인류의 탄생, 농경의 탄생, 세계의 연결, 변화의 가속, 그리고 미래이다. 여기에 민족이나 국가는 없다. 우리 모두는 빅뱅에서 이어져오는 우주의 일부분이다. 이런 관점이야말로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어 인류라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21세기의 역사관이라 생각된다. 또한 빅 히스토리는 그 자체로 학문 간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다. 빅뱅은 우주론을, 별과 원소의 탄생은 핵물리학과 양자역학을,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은 천문학과 지구과학을, 생명과 인류의 탄생을 화학과 생물학을, 그 이후는 역사학, 고고학, 경제학, 공학 등을 필요로 한다.

(69)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원한다. 제러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행복을 위해 교육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람마다 행복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 내가 온종일 물리를 공부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동의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 교육한다면 이미 뭔가 잘못된 거다. 왜냐하면 그 행복이란 당신이 정의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아이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동물들이 그러하듯, 결국 인간에게도 교육의 목적은 아이의 독립이다. 행복한 삶을 정의하고 그것을 찾는 것은 부모, 교사, 사회의 몫이 아니라 바로 아이 자신의 몫이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113)

학문은 창조를 위한 일이고, 창조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다. 학문하는 것을 공부라 한다.때로 공부가 힘들고 지루할 때가 있지만, 창조의 희망을 가지고 버티는 것이 학자들이다. 왜냐면 그것이 즐거움이니까. 수능에서 만점을 받는 사람이 공부의 신이라면 우리는 니체의 명언을 떠올려야 할 것 같다. “신은 죽었다.”

(117)

원전은 위험하지만 완벽하게 통제될 수 있으므로 안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원저의 위험은 열차 사고, 경제 위기, 전쟁의 위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후쿠시마의 예에서 보듯이, 자칫 이 땅이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불모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이 아무리 적더라도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이란 말이다. 안전장치 10개가 달렸다고 해도 실탄이 장전된 총을 유치원 다니는 자기 아이에게 줄 부모는 없다. 원전의 사고 위험이 정말 무시할 만한 것이라면 왜 원전을 서울 근교에 건설하지 못하는가? 송전에 필요한 엄청난 설비를 절약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118)

다시 말하지만, 과학은 근본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은 자연의 법칙을 주었지만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 놓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169)

물체가 하나 더 늘어 3개가 되면 이제 그 복잡함이 도를 넘어선다. 혼돈, 그러니까 카오스현상은 서로 중력으로 당기는 물체가 3개 이상 존재하면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20세기 벽두, 삼체 문제를 연구한 프랑스 수학자 푸앵카레가 얻은 결론이다. 남녀 사이의 삼각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 과학적 이유라고나 할까. 카오스가 일어나면 운동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며 무질서한 양상까지 보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물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숫자를 세기도 한다. 하나, , 으음너무 많다.

(178)

빛의 속도, 최소 전화 크기의 제곱, 진공의 투자율(자기장에 대한 특성을 나타내는 상수)를 곱하고 플랑크 상수로 나누어주면 137분의 1이라는 숫자가 나오는데, 이것을 미세구조상수라 한다. 재미있게도 미세구조상수는 기본상사들의 단위가 절묘하게 서로 상쇄되어 단위가 없다. 단위라는 것은 물리량을 기술하는 기준이다. 인간은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1미터라는 길이의 단위를 만들었다.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그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단위를 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세구조상수는 단위가 없으므로 우주에 사는 어떤 외계 생명체라도 똑 같은 값을 얻게 된다. 뭔가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느느다?

(191)

잘난 체하는 물리학자를 괴롭히고 싶다면 이렇게 물어보라. “시간의 본질이 무엇인가요?” 이거 한 방이면 끝이다. 우리는 아직 시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 근원이 무엇인지, 차원이 하나인지, 연속적으로 흘러가는지, 왜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는지, 아니 정말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혹시 시간이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것의 결과물은 아닐까?

(200)

진실은 미묘하다. 중첩 상태에 있는 전자가 정말 두 장소에 동시에 있는지 알아보려면 눈으로 보아야 한다. 양자역학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당연한 것을 이처럼 심각하게 말해야 한다. 좀 더 어려운 말로 관측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관측을 하면 전자는 한 장소에서만 발견된다. 관측이 대상의 상태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측은 중첩 상태를 깨는 역할을 했다. 살다 보니 별 헛소리를 다 들어본다는 반응을 보여야 정상이다. 막상 보면 한 장소에만 있다고? 그렇다면 동시에 두 장소에 있다고 한 것이 거짓이잖아? 이거 사기네. 안타깝지만 전자는 분명 두 장소에 동시에 있었다. 관측하는 행위가 전자를 한 장소에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짧은 글에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독자로서는 필자를 믿는 수밖에 없다. 필자는 양자역학으로 밥벌이하는 사람이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229-230)

인간이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는 그 자체로 상상이기에 우리의 상상으로 지켜내야 한다. 인간의 행복이라는 비과학적 대상에 대한 인문학적 고민이 없다면 인간은 불행해질 거다. 과학뿐 아니라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237)

,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측정하기 전에 물체가 사방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이해하지 못해도 수학적으로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면 더 이상 고민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확률의 의미를 따져보면 물체가 여기저기 존재할 뿐 아니라, 때로는 유령처럼 벽을 스스로 통과하기도 한다는 것이 양자역학이 말하는 바이다. 양자물리 전문가인 필자도 물체가 여기저기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해한다는 것이 내가 가진 경험적 지식과 새로운 지식이 모순 없이 관계를 맺는 것이라면 나는 양자역학을 이해 못 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할 이유는 없다.

(248)

카오스는 복잡해서 얼핏 보면 불안정해 보인다. 하지만 카오스계는 선형계보다 외부의 간섭에 대해 훨씬 안정적이다.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침에 1시간 지각을 하면 하루종일 엉망이 되겠지만, 대충 살아가는 사람은 2시간 지각을 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자연은 카오스와 프랙털을 통해 안정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것이다. 자연의 실제 모습은 우리가 생각한 단순한 운동이나 이데아의 도형과 사뭇 다르지만, 그래서 인간이 만든 것보다 더 아름답다.

(286)

시는 대개 최소한의 언어로 표현된다. 우주를 기술하는 물리법칙도 최소한의 수학으로 표현되는 것이 원칙이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오컴의 면도날 때문이고, 비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우주가 단순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물리학자의 미학적 관점이 깔려 있다. 최소한의 수식을 사용하기 위해 상실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은 의도적인 상실이라기보다 필연적인 상실이다. 물리법칙으로의 압축은 모든 가능한 현상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줄이는 과정이 아니다. 현상의 핵심이라 믿어지는 사실을 하나의 문장으로 그냥 쓰는 것이다. 여기서는 상실될 것을 고르는 행위가 아니라 핵심만을 집어내는 감각에 창조성이 있다고 하겠다.

(319)

최근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1830년대에 등장한 과학자라는 명칭은 예술과 관련 있다. 지질학자 윌리엄 휴얼은 예술가(artist)와 비슷한 이름으로 과학자(scientist)라는 단어를 제안했다. 이 단어는 곧 급속히 확산되어 1840년에는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과학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아가던 시기, 그 일의 성격이 예술과 비슷하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과학과 예술의 겉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있어 이 두 분야는 통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과학과 예술의 상상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융합보다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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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마도 우리 시절에서 가장 충실하게 산 날은 좋아하는 책과 함께한 날일 것이다누가 한 말일까? 에이바는 궁금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오래되어 출처를 알 수가 없었다.

(96)

에이바는 그걸 읽어보고 뭐라 감상을 말하기도 전에 존이 고개를 끄덕하고 인사를 하더니 걸어가버렸다.

돌이켜봤을 때 즐거운 과거만 생각하라.’

(164)

처음 알았다. <안나 카레니나>가 천 쪽이 넘는 책이라는 걸. 정확하게 말하자면 천팔 쪽이었다.

책을 펼쳤다.

첫 줄을 읽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불행한 가정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소리 내어 읽었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보다 더 맞는 말이 또 있을까. 에이바는 감탄했다.

(226)

에이바가 방을 둘러보았다. 존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니크는 즐거이 몰입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루스는 인덱스카드를 손에 꼭 쥐고 흥분해서 서 있었다. 오너가 강의하듯 설명을 하고 있었다. 다이애는 드라마틱하게 화장한 눈에 검붉은 입술을 하고 있었다. 키키는 몰스킨 수첩에다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에이바를 이 모임에 참여하도록 도와준 좋은 친구 케이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토론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이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따스함과 안온함이 에이바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353)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책이라니, 저는 그런 책을 고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키키가 말했다. “언제 책을 읽느냐, 어느 때 어떤 상태로 책을 읽느냐에 따라 그 책이 중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거든요. 말하자면, 기분이 나쁠 때라면 <길 위에서> <삼총사> 같은 책을 읽어요. 그러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생각이 달라지면, 그때는 그 책이 제일 중요한 책이죠. 그때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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