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나라 지혜의 시대
노회찬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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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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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서 또 만나요.

 

우리에게 다음 생이란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그렇다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생이 또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만나는 세상이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로운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온전하게 자기 자신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도 되면 좋겠습니다.

회찬이 형, 늘 형으로 여겼지만 단 한 번도 형이라고 불러보지는 못 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세요.

더 자주 더 멋지게, 첼로를 켜고,

더 아름다운 글을 더 많이 쓰고

김지선님을 또 만나서 더 크고 더 깊은 사랑을 나누세요

그리고 가끔씩은 물 맑은 호수로 저와 단둘이 낚시를 가기로 해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어서 형을 좋아했어요.

 

다음 생은 저도 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때는, 만나는 첫 순간부터 형이라고 할게요.

 

잘 가요, 회찬이 형.

아시죠? 형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는 것을요.

                          - 유시민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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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세 달이 다 되어가는구나. 아빠가 정말 좋아했던 정치인이라서 그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뉴스를 접하고 얼마나 가슴이 아파했는지 몰라. 집에 와서 유투브로 그의 영상을 보니 눈물이 절로 나왔단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청렴한 분을 세상을 등지게 만들 수 밖에 없을까. 너무 억울한 죽음이 아닐 수 없구나. 9년 전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세상을 등지셨을 때의 생각도 떠올라 또 가슴 아팠으며, 왜 이런 일이 반복되어야만 하는가, 개탄했단다.

세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부재는 믿기지 않고, 팟캐스트나 라디오, TV 토론에 불쑥 나와서 촌철살인의 입담을 보여줄 것 같더구나. 노회찬님이 세상을 등지고 많은 분들이 애통해 하셨는데, 유시민님 또한 많이 마음 아파하셨을 거야. 유시민님이 추도사를 읽는 장면을 보았을 때 아빠도 같이 울었는데, 이 책의 시작을 유시민님이 쓰신 추도사로 시작하더구나. 그 글을 읽고 또 눈시울이 붉어졌어.

 

 

1.

이 책은 창비에서 <지혜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기획한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란다. 지난 2월 노회찬님이 새로운 대한민국에서 더 새로운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어. 노회찬님이 워낙 말씀을 재미있게 잘 해주시다 보니, 책을 읽고 있으면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어. 그것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내용으로 말이야.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촛불이 세상을 바꾼 시대를 살고 있는 촛불세대라고 부를 수도 있어.

촛불로 만든 새로운 대한민국. 하지만 그 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던 대한민국은 하루 아침에 정상국가가 될 수는 없단다. 아직도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야. 노회찬님은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을 평등, 공정, 평화.. 이렇게 세가지로 보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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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0)

지금은 촛불 이후 시대입니다. 촛불이 세상을 바꾸었고, 촛불이 변화의 첫 단추를 끼워놓은 상황이지요. 그래서 촛불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무엇을 해야 촛불의 정신이 구현되고, 역사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룰 새로운 시대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한 것들을 바탕으로 저는 촛불시대의 과제를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바로 불평등을 평등으로, 불공정으로 공정으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평화의 정착으로, 이 세가지가 우리에게 떨어진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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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세 가지 주제에 대해서 하나씩 설명을 주셨고,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지 길을 제시해주셨단다. 물론 국회, 정부에서도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노력을 해야겠지. 그러나 그런 국회와 정부를 제대로 된 길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바로 국민이란다. 국민들이 나랏일에 무관심하면 엉뚱한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해서 나라를 다시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지도 모른단다. 그러니까 이 나라의 주체는 바로 국민이 되어야 하는 거야. 참여하는 시민이 되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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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누가 결정해야 합니까? 국민이 결정해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도 국민이고, 세금을 내는 사람도 국민이고, 나누는 주체도 국민이라면, 우리나라 복지를 어느 수준으로 하고 어떻게 나눌지는 국민이 결정해야 합니다.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요. 28퍼센트에 머물 것인가, 매년 1퍼센트씩 높여서 10년 후 38퍼센트로 나아갈 것인가. 우리는 이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습니다. 어떤 대통령 후보가 28퍼센트를 유지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28퍼센트가 유지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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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님은 좀더 적극적인 참여를 이야기하더구나. 정당에 가입하라는 것이야. 아빠도 몇 년 전부터 원외정당이긴 하지만 정당에 가입했어. 노회찬님이 몸담고 있던 정의당이 아니었지만, 아빠는 늘 정의당을 응원했단다. 우리나라는 1 1당제도 때문에 정의당 가입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지만, 원내정당에서 중에서는 늘 정의당을 지지하고 있단다. 정의당이 제 1 야당이 되고, 야당을 넘어 집권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정말 진심으로 바란단다. 그렇게 되려면 선거제도가 확 바꾸어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구나. 하지만 이것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다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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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1)

그렇다면 가장 역동적이며 직접적인 참여는 무엇일까요? 정당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당에 가입하는 사람을 권력지향적이거나 권력에 매수당한 사람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렇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다릅니다. 달라지기 시작했지요. 어느 당이 좋을지 고민이라면, 일단 지금 가장 자신과 뜻이 맞는 곳에 가입하십시오. 정당에 가입해서 당비를 내고 당원 투표에도 참여하면서 다른 당도 바라보면 됩니다. 그러다 다른 당이 더 낫겠다 싶으면 옮겨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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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회찬님의 강연 마지막 문장을 읽는데 자꾸 뭉클해지는구나. 이것이 저의 꿈이기에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말씀. 그 약속을 지키셨어야죠. 지지자들의 마음을 조금만 더 헤아려 주시지 않고요노회찬님이 멈춘 그 자리에서 더 많은 노회찬들이 노회찬님의 뜻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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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138)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한가지 일만 하기에도 짧습니다. 그렇기에 한가지라도 제대로 해낸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클 것입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떤 직업이든 심혈을 기울여서 일하고 가치를 창출한다면, 세상에서 내리는 평가 이상의 거룩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더 훌륭하고 좋은 일들이 많지요. 하지만 직업에 귀천이 없듯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다른 일을 할 생각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로써 우리나라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저의 꿈이기에 앞으로도 계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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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우주이론이란 것이 있단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같은 우주가 무수히 많다고 말이야. 우주 어디선가에서는 정의로운 세상이 있어 그곳에서는 미소 가득한 모습으로 지내고 계셨으면 좋겠구나. 또는 유시민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다음 생이 있어 그곳에서는 행복한 자신의 삶을 사셨으면 좋겠구나.

 

 

3.

노회찬님을 세상 끝으로 내몰았던 드루킹이라는 작자는 얼마 전에, 노회찬에 5,000만원 지급했다고 말한 것은 특검의 회유에 의한 거짓 자백이라고 이야기했어. 지금 와서 그렇게 이야기한들 노회찬님이 다시 돌아올 수도 없지만, 그 드루킹이라는 자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회유를 한 특검 나리를 깜방에 쳐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구나. 그에게는 용서를 빌 기회도 주고 싶지 않는 분노가 치밀러 올라오는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지혜의 시대특강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책의 끝 문장 : 이것이 저의 꿈이기에 앞으로도 계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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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8-11-01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 못읽고 있네요...

bookholic 2018-11-04 13:52   좋아요 0 | URL
네, 세상틈에님도 즐독하세요... 노회찬님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웅문‘ 김용 타계..무협소설 대가 쓰러지다
https://news.v.daum.net/v/20181030235400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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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10-31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작가분인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ookholic 2018-11-01 13:43   좋아요 1 | URL
어제는 김용님 때문에 다들 옛날을 회상했을 것 같아요.. 즐거운 11월 되십시오~~
 
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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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에게 철학이란 다가가고 싶지만, 받아주지 않는 영역이란다. 철학이란 무엇일까? 아빠가 생각하는 철학이란, 사람에 과한 어떤 질문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어. 이 책은 철학이 무엇인지 간단히 정의 내리고 시작한단다. 어떤 주장에 대한 근거를 생각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일그리고왜 그럴까?’라는 묻는 대화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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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마디로 철학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떤 주장에 대한 근거를 생각하거나 가치를 판단하고 음미하는 작업입니다. 가치나 본질에 대해왜 그럴까?’를 묻는대화입니다. 아주 쉽지 않나요? 철학은 바로 음미와 대화라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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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사회는 타인과 대화를 많이 하곤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철학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어. 이 책의 지은이는 일본의 유명한 학원 강사라고 하는구나.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하고 학원에서 윤리와 정치경제 담당을 하고 있대. 유명한 학원 강사이니 말을 재미있게 잘 하겠지? 그런 실력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쓰지 않았나 싶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다른 사람과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도 철학이라고 했잖아. 즉 토론도 그런 것에 해당해. 이 책은 역사 속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가상 토론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주제는 모두 15가지이고, 각각의 주제는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주제들이야. 그래서 각 철학자들은 논리적인 의견으로 각 주제에 대해 찬반으로 나뉘어 토론을 하게 된단다. 물론 소환된 철학자들은 그들이 생전에 주장했던 사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야.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책 속의 토론을 보면서 각각의 철학자들이 어떤 주장들을 해왔는지 알게 된단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앞서 나왔던 철학자들이 다시 등장하게 되면 그 철학자는 어떻게 이야기할 것 같다고 예상도 할 수 있게 된단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관심이 가는 철학자가 생길 수도 있지. 그러면 그 철학자에 좀더 깊게 읽고 싶다면, 그 철학자가 쓴 책들이나 그 철학자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책에는 15개의 질문을 던지고, 상반된 두 개의 그룹의 철학자들의 토론을 하는 거야. 이쪽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쪽 사람 이야기가 맞는 것 같고, 저쪽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쪽 사람 이야기가 맞는 것 같더구나. 그리고 각 토론을 읽기 전에 그 질문에 대해 아빠도 생각해 본단다. 아빠는 그 질문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야. 그리고 토론을 읽어본 다음에 아빠의 생각이 바뀐 경우가 있었을까? 없더구나. 아빠도 이제 나이를 먹어 생각의 유연성이 없어진 것인지, 오랜 시간 만들어진 생각이 잘 바뀌어지지 않는 나이가 된 것인지그렇지만, 상대방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다를 뿐이라는 것은 아빠도 잘 알고 있어그럼, 됐지..

 

1.

그럼, 이 책에서 던진 15개의 질문 중에서 몇몇을 뽑아서 같이 이야기해보자꾸나. 15개를 모두 이야기했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구나. 그래서 몇 개만 이야기 해보자꾸나. 각각의 질문에 대해서 철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아보고 말이야.

먼저 빈부의 격차에 대한 생각이야.. 빈부의 격차를 용인해야 하는가, 아니면 조절을 해서 격차를 줄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야. 지구 상의 상위 20%의 사람들이 세계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대. 우리나라도 신자유주의 경제의 영향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있어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폴리스적 동물이라고 주장으로 했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다르게 배분되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어. 애덤 스미스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는데,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하면서 정부의 개입을 반대했던 사람이란다. 즉 개인적인 격차는 인정을 했고, 그런 개인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전체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어. 아리스토텔레스와 애덤 스미스와 달리, 마르크스와 롤스는 빈부의 격차는 강제로라도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마르크스는 빈부의 격차가 차이 나는 이유는 자본가가 노동자의 잉여가치를 수탈하기 때문이라고 했어. 그래서 빈부의 격차의 원인인 자본주주의가 붕괴되고 공산주의가 생겨나야 한다고 주장했어. 존 롤스라는 사람은무지의 베일이라는 말을 만들어냈어. 무지의 베일은 자연적, 사회적 환경을 배제하고 보는 관점으로 공정함을 정의하는 것인데, 그가 이야기하는 공정함은정치적 평등, 사회 경제적 평동을 주장했는데,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불평등한 사회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올바른 경쟁을 할 수 없다고 했단다. 그래서 빈부의 격차는 사회 문제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했어. 아빠는 어느 정도 사람에 따른 빈부의 격차가 생길 수 있지만, 극심한 빈부의 격차는 조절을 해야 한다는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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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제는 살인은 절대악인가라는 질문이야. 당연히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살인도 있다면 반론을 하는 이도 있단다. 제레미 반담과 모리 오가이가가 그런 사람들이야. 옛날에 미뇨네트 호 사건이 있었대. 미뇨네트 호라는 배에서 조난을 당한 다섯 명이 있었는데, 그 중에 네 명이 한 명을 죽이고 그 시체를 먹으면 살아남아서 결국 구조되어 귀환한 사건이었대. 그렇게 한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면 모두 죽었을 것이라서 했어. 그렇다면 그들의 살인은 정당한가? 아빠는 그 엽기적인 사건을 보고 있을 수 없는 죄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제레미 벤담은 사회 전체의 쾌락을 중심으로 봤단다. 그가 주장한 유명한 것 중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것이 있단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어. 그러니까 미뇨네트 호 사건도 그냥 있었으면 다섯 명 모두 죽었고, 한 명이 희생하면서 네 명이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 살인을 최대 다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주장했어. 그에 반해 칸트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어. 그래서 그 어떤 살인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어.. 살인 그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야. 살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정언명령이라고 했어. 정언명령이란 어떤 이유도 붙일 수 없는 절대적인 명령이라는 뜻이야. 이런 명령을 따르는 것은 의무의 윤리하고 했어. 루스라는 사람도 비슷한 주장을 했는데, 인간은 자기애와 연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인은 안 된다고 했어. 여기서 연민이란 타자를 향한 자기애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이야기하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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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아빠가 일본 소설 <고백>을 읽었잖아. 그 소설에서 다루었던 내용 중에 하나가 소년법이라는 것이었어. 어린 아이들의 범죄에 대해서 용서를 해주는 것이야. 이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인데, 그 찬반 논란은 여전한데, 이 책에서도 그 주제를 다뤘단다. 어린 아이들의 범죄로 마찬가지로 엄벌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처럼 소년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토론을 했어. 아리스토텔레스는 엄벌을 주장하면서, 손해를 입게 되면 나이를 불문하고 그만큼 손해를 안겨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어. 형벌로 사회를 조정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존 스튜어트 밀은 양심의 가책이라는 내적 제재가 사회 질서 유지에 중요하다고 했어. 형벌도 결국은 인간을 교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년법으로 조절해야 하는 거야. 공자는 소년의 죄는 소년 자신 뿐만 아니라 가정, 사회, 정치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어. 그렇게 때문에 어린 아이들의 죄는 엄벌을 주면 안 된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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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과 성악설아빠가 어렸을 때 맹자는 성선설,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다고 외우곤 했어. 성선설은 착하게 태어나는 것이고, 성악설은 악하게 태어나서 나중에 착함을 배우게 된다고 것이야. 아기의 모습에서 악함을 본 순자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아빠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단다. 순자는 인간은 교육에 의해 선행을 하는 것이지, 순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서양의 철학자가 있었어. 토머스 홉스는 자기 보존을 전제로 하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며, 사회 정치는 상호 투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단다. 이와 반하여, 맹자는 인간은 태어나면서 사랑을 갖고 태어난다고 했어. 그래서 불행은 못 본 체 할 수 없다고 했어. 루소는 인간의 본성이 선해서 서로 도우면서 사회를 존속해 왔다면서 맹자와 비슷한 주장을 했단다. 아빠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린 아이들에게서 악을 찾아낼 수 없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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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절대악인가? 라는 주제를 이야기했는데, 여기에 절대악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전쟁이 있다고 하는 철학자들도 있어. 앞서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나왔던 제레미 벤담이 나올 줄 알았어. 그가 주장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살인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듯이 어쩔 수 없는 전쟁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을 했어. 책상머리에 앉아서 참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안에 이런 그의 생각들이 있었다니, 놀랍더구나. 아빠는 지금까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고 해서 적절한 분배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살인과 전쟁이라는 수단도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 들어있다니 말이야홉스라는 사람은 좀 다른 이유를 전쟁이 있을 수 있다고 했어. 자연권, 즉 자기 보존을 위한 전쟁은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 살인에 관한 토론에서 어떠한 이유를 들어서라도 살인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 칸트와 루소는 비슷한 이유로 어떠한 전쟁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단다. 그래, 넓게 보면 전쟁도 살인행위에 포함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신은 존재하는가? 이 토론에서는 신이 죽었다고 주장한 니체의 등장할 것을 누구나 의심치 않았을 거야. 프리드리히 니체는 신학자였으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기독교의 가치가 허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생각의 끝에 신은 죽었다고 이야기를 하였단다. 그리고 신에 의지하지 말아야 인간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대. 그리고 루트비히 포이어 바흐라는 사람은 헤겔의 제자였으나, 헤겔과 결별을 하게 된 이후 유물론을 주장하면서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고 하는구나. 이와 반대로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인간의 지혜를 뛰어넘는 근원적 존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신의 존재를 믿는 이가 있었으니, 종교개혁으로 유명한 칼뱅이라는 사람이었단다. 그리고 야스퍼스라는 사람은, 인간이 한계상황에 다다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신을 찾게 되는 것을 보고 신은 있다고 주장하였다고 하는구나. 과연 신이 있을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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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몇 가지 토론 주제에 대해서 알아보았단다. 이 책에는 15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했지만, 토론 주제는 찾으라고 하면 더 많은 토론 거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도 있고 말이야.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희들과도 어떤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요즘 너희들이 빠져 있는 어벤져스의 주인공들에 관한 토론도 좋을 것 같고..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에 대한 토론도 좋을 것 같고.. 우리나라는 학교 교육 과정에서 토론 문화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 보면 어떤 회의를 하더라도 한 명이 앞에 나와서 회의를 진행한 게 전부였던 것 같거든토론식의 회의 진행을 해보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은데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 에헴, 난 의장을 맡은 소크라테스라고 하네.

책의 끝 문장 : 지혜를 사랑하는 분들, 아무쪼록 행복한 삶을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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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코니는 귀 기울여 들으면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나도 뭔가를 주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내게는 그것이 허용이 안 돼요. 지금은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팔아요. 당신이 말한 그 모든 것 또한, 랙비와 시플리가 사람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나미고 팔고 있는 거지요. 모든 것은 돈을 주고 사야 해요. 당신은 심장 박동 한 번만큼도 진정한 공감을 나눠 주지 않아요. 그리고 게다가 누가 그들에게서 자연스러운 삶과 인간다움을 빼앗아 저리고 이 끔찍한 산업의 현실을 준 거죠? 누가 그런 짓을 했나요?”

(371)

그리고 잘못 생각하지 마오.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에서 보면 그들은 사람이 아니오. 그들은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이오.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의 착각을 강요하지 마오. 대중은 언제나 똑같았고 앞으로도 항상 똑같을 거요. 네로의 노예들은 우리 광부들이나 포드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들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소. 내 말은 네로의 광산 노예들과 들에서 일한 노예들 말이오. 그것이 하층 대중이오. 그들은 절대 바뀌지 않소. 간혹 어떤 개인이 하층 대중에서 벗어날 수 있소. 그러나 그걸헤 개인들이 벗어난다 해도 대중을 바꾸지는 못하오. 대중은 변할 수 없소. 그것이 사회학의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요. <빵과 오락>! 오로지 오늘날에만 교육이 오락을 대신하는 나쁜 대체물 중 하나가 되었소. 오늘날 잘못된 것은 바로 우리가 빵과 오락이라는 프로그램 중에서 오락 부분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약간의 교육으로 하층 대중에게 해로운 독을 주입했다는 거요.”

(393)

당신 같은 사람이 지배한다고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지배하지 않아요. 우쭐대지 마요. 당신은 그저 당신이 받을 몫보다 더 많은 돈을 가졌을 뿐이고, 주급 2파운드를 주면서 당신을 위해 일하게 만들고 그렇지 않으면 굶어 죽을 거라고 사람들을 협박하는 거죠. 지배한다고요! 그 지배로 당신은 무엇을 해주고 있나요? 아니, 당신은 메말랐어요! 당신은 유대인이나 악덕업자처럼 당신 돈을 가지고 횡포를 부릴 뿐이예요!”

(445-446)

여러분 자신의 모습을 보십시오! 돈만을 위해 일하고 잇는 자신들의 모습을! 여러분 자신들의 소리를 들어 보십시오! 돈만을 위해 일하고 있는 자신들의 소리를. 여러분은 돈을 위해 일해 왔습니다! 테버셜을 보십시오! 그것은 흉측합니다. 바로 여러분이 돈을 위해 일하는 동안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여자를 보십시오! 그들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 자신에게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돈을 위해 일하고 돈에만 신경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며 여자와 잘 지내지도 못합니다. 여러분은 살아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 자신을 보십시오!

(447)

인간 세상이 파멸할 운명이고, 그 자체의 비열한 야만성에 의해 스스로 파멸할 운명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 그럴 때면 식민지들도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소. 달조차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거요. 그곳에서도 뒤를 돌아보면 온갖 별들 가운데 지저분하고 짐승 같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지구가 보일 테니까 말이오. 인간들에 의해 더렵혀진 지구가 말이오. 그러면 난 쓸개를 삼켜서 그것이 내 속을 갉아먹고 있으며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이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드오. 그러나 기분이 바뀌면 난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오. 지난 백 년 동안 인간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정말 수치스럽기 짝이 없소. 남자들은 오로지 일벌레로 바뀌었고, 남자다움과 진짜 삶을 모두 빼앗겨 버렸소. 난 지상에서 다시 기계들을 다 쓸어내 버리고 산업 시대를 완전히 끝내고 싶소. 끔찍한 실수를 끝내는 것처럼 말이오.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고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난 나만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나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게 나을 것 같소. 내가 살아야 할 삶이 있다면 말이오. 그게 있을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말이오.”

(477)

육체의 삶이라.” 그가 말했다. “그건 동물의 삶일 뿐이오.”

그렇다면 그것이 지성만 발달하고 몸은 죽은 시체의 삶보다 더 나아요. 그리고 당신 말은 맞지 않아요! 인간의 육체는 이제야 겨우 진정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육체는 그리스인들에게 아름다운 불꽃을 한 번 깜빡여 주었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그것을 꺼버렸고 예수가 완전히 끝장을 내버렸죠. 하지만 이제 육체가 진정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고, 정말로 무덤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어요. 그리고 아름다운 우주 속에서 아름다운, 정말로 아름다운 삶으로 피어날 거예요. 인간의 육체적 삶이 말이에요.”

(479)

그런가요? 그런데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그저 아기들이나 마찬가지예요. 칭찬해 주고 얼러 주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면 돼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마님?”

(614)

그러나 물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유는 당신과 내가 함께 살기 위한 것이오. 사실 난 무섭소. 악마가 허공에 도사리고 있는 게 느껴지고, 그 악마가 우리를 덮치려고 할 거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악마라기보다 맘몬(부와 탐욕의 신)이오. 난 그것이 결국 사람들의 집단 의지, 즉 돈을 원하고 삶을 증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오. 어쨌든, 커다랗고 하얀 두 손이 허공에서 사방을 더듬으며 살려고 애쓰는 사람을, 돈을 초월해서 살려고 애쓰는 사람의 목을 비틀어서 목숨을 끊어 놓으려고 하는 것이 느껴진다오. 어려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소. 힘든 시간이 다가오고 있소. , 정말로 고난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소! 세상이 지금처럼 계속 돌아간다면 미래에는 이 산업 대중에게 죽음과 파괴만 있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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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그것을 비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대변혁이 일어났고 우리는 폐허 속에 살며 조그만 거주지를 새로 짓고 작은 희망을 새롭게 품기 시작한다. 이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지금은 미래로 가는 평탄한 길이 전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물을 비켜서 돌아가거나 기어 넘는다. 하늘이 골백번 무너져도 우리는 살아가야만 한다.

(10-11)

자유! 그것은 멋진 말이었다. 탁 트인 세상으로, 아침 숲으로 나가서 유쾌하고 멋진 목소리를 지닌 젊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마음대로 행동하는 자유,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서로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사랑은 단지 사소한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88-89)

내가 보이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들어 나가는 이런 자잘한 행위들과 사소한 관계들은 그렇게 썩 중요하지 않은 것 같소. 그런 것들은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것이오. 지금은 그것들이 어디에 있소? 작년에 내린 눈은 어디에 있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 내내 지속되는 것이오. 나 자신의 삶은 오랫동안 지속되고 발전한다는 점에서 내게 중요하오. 그러나 이따금씩 맺는 관계들이 중요하오? 그리고 이따금씩 맺는 성적인 관계는 특히 더 그렇소! 만약 사람들이 그 관계들을 황당할 정도로 과장하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새들의 짝짓기처럼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일 뿐이오. 그리고 그래야만 하오. 그게 뭐가 중요하다는 말이오! 중요한 것은 평생 동안 지속되는 동반자 관계요. 그것은 한두 번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게 아니라 날마다 함께 사는 것이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건 당신과 나는 부부요. 우리는 서로에게 습관이 되었소. 그리고 습관이란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따금씩 얻는 흥분보다 더 중요하오. 우리가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떤 종류이건 일시적인 경련 같은 흥분이 아니라 오랫동안 천천히 지속되는 것이오. 조금씩, 같이 살면서, 두 사람이 일종의 결함에 이르고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함께 교감하며 전율하게 되는 것이오. 바로 그것이야말로 섹스가 아닌, 적으로 섹스의 단순한 기능이 아닌 결혼의 진짜 비밀이오. 당신과 나는 결혼으로 한데 얽혀 있소. 만약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치과에 가는 문제를 처리하듯이 섹스 문제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신체적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운명이니까 말이오.

(91)

인생이라는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완전한 인격을 서서히 쌓아 가는 것이 전부 아니겠소? 온전한 삶을 사는 것이 전부 아니겠소? 온전하지 못한 삶은 아무 의미도 없소. 성관계가 없어 당신의 온전한 삶이 망가지려 한다면 나가서 연애를 하시오. 자식이 없어 당신의 온전한 삶이 망가지려 한다면 당신 능력껏 자식을 낳으시오. 그러나 당신이 이런 일들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조화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요. 그리고 당신과 나는 그 일을 함께할 수 있소.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삶에 꼭 필요한 것들에 우리 자신을 맞춰 나가면서, 동시에 그렇게 맞춰 나가는 행위를 견실하게 살아 나가는 우리의 삶과 함께 엮어 하나로 짜 나간다면 말이오. 내 말에 동의하지 않소?

(116-117)

그러나 젊음이라는 것은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우리가 므두셀라만큼 나이를 먹은 것 같다고 느낀다 해도 젊음이라는 것은 어떻게든지 활발하게 움직이는 소시를 내며 우리를 편안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지긋지긋한 삶이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가망도 없었다! 믹과 도망쳐서 삶을 하나의 긴 칵테일파티와 재즈의 밤으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어쨌든 그것이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무덤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나았다.

(125)

돈은 어떤가? 아마도 돈에 대해서는 같은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돈은 우리가 항상 원하는 것이다. , 성공 토미 듀크스가 헨리 제임스를 따라 고집스럽게 불렀던 것처럼 암케 여신 그것들은 우리에게 영원히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마지막 동전을 쓰면서 마지막으로 자, 할 말 끝! 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만약 우리가 10분을 더 살게 되면 우리는 이런저런 것을 사기 위해 동전을 몇 개 더 있으면 좋겠다고 바랄 것이다. 그저 일을 기계적으로 지속시키는데도 돈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만 한다. 우리는 돈을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 그 외의 것은 사실 굳이 가질 필요가 없다. , 할 말 끝!

(211)

코니는 하층 계급 역시 다른 모든 계급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테버셜이나 메이페어나 켄싱턴이나 모두 똑같았다. 이제는 딱 하나의 계급, 즉 돈을 좇는 사람들만 존재했다. 돈을 좇는 남자와 돈을 좇는 여자의 유일한 차이점은 돈을 얼마나 많이 가졌고 얼마나 많이 원하느냐 뿐이었다.

(229)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봄이었고 숲에는 초롱꽃이 피고 있었으며 개암나무 위에는 잎눈들이 벌어져서 마치 녹색 빗방울이 맺혀 있는 것 같았다. 봄이 되었는데도 모든 것이 냉담하고 무정하다니 얼마나 끔찍한가! 알을 품고 앉아서 너무나 멋지게 깃털을 부풀려 곤두세우고 있는 암탉들만이 따뜻했다. 따뜻하고 뜨거운 알을 품고 있는 암컷의 몸들이여! 코니는 자신이 항상 기절하기 직전의 상태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274)

그녀에게 새로운 것은 열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갈망에 찬 흠모하는 마음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항상 그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녀를 무력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것이 두려웠다. 왜냐하면 그를 너무 많이 흠모하게 되면 자기 자신을 잃게 되고 자신의 존재가 지워져 없어질 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지워져 없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야만인 여자처럼 노예가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안에 깃든 흠모하는 마음이 두려웠다. 그러나 그녀는 즉시 그것에 맞서 싸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그것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속에 악마 같은 자기 의지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자궁과 창자에 충만한 부드럽고 무거운 흠모와 맞서 싸워 그것을 격파해 버릴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아니, 그녀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녀는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열정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316-317)

영국이여, 내 영국이여! 그러나 무엇이 내 영국인가? 영국의 웅장한 저택들은 근사한 사진감이고 엘리자베스 여왕시대의 영국인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 낸다. 멋지고 고풍스러운 저택들은 훌륭한 앤 여왕시대와 톰 존스 시대부터 그곳에 존재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금빛을 일은 우중충한 벽토 위로 검댕이 떨어져서 점점 더 시커멓게 변해 갔다. 그리고 웅장한 저택들과 마찬가지로 고풍스러운 저택들은 하나씩 버려져서 이제는 헐리고 있었다. 영국의 오두막집들로 말하자면 그것들은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희망 없는 시골에 회반죽을 덕지덕지 바른 벽돌 주택들의 모습으로 말이다.

(318)

이것이 역사이다. 하나의 영국이 다른 영국을 지워 버린다. 광산들은 저택들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었다. 광산들은 전에 이미 오두막집들을 지워 없애 버린 것처럼 이제는 저택들을 지워 없애고 있었다. 산업사회의 영국이 농업 사회의 영국을 지워 없애고 있었다. 산업사회가 영국이 농업 사회의 영국을 지워 없앤다. 하나의 의미가 다른 의미를 지워 없앤다. 새로운 영국이 옛 영국을 지워 없앤다. 그리고 그것은 유기적인 연속성이 아니라 기계적인 연속성이다.

(327)

그날 저녁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결혼 생활에 뭔가 영원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녀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클리퍼드, 영원이라는 말이 마치 뚜껑 같은 것처럼, 아니면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우리 뒤에서 계속 질질 끌려오는 길고 긴 쇠사슬 같은 것처럼 들리네요.”

그가 짜증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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