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25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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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어렸을 때 극장에 걸렸던 영화 중에 ㅇㅇ부인이 제목으로 들어가 있는 영화들이 많았어. 우리나라 영화뿐만 아니라 외국 영화에도 제목에부인이 들어가면 야한 영화라는 인식이 있었지. “차타레 부인의 사랑라는 영화가 있었단다. 그래서 그냥 야한 영화라고만 생각했었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채털리 부인의 연인이라는 고전 소설이 이 영화의 원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여전히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 그러다가 아빠가 몇 년 전에 이현우라는 분이 쓴 <아주 사적인 독서>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책에서 <채털리 부인의 연인>를 소개해 주었는데, 이 때부터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언젠가 읽어야지 그랬는데, 시간이 꽤 흐른 이제서야 이 소설을 읽었단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라는 소설은 고전소설을 시리즈로 출간하는 출판사의 대부분이 꼭 포함하는 책이란다. 그래서 이 책을 조회해보면 유명한 출판사들이 여럿 나온단다. 그 중에 어떤 책을 고를까. 아빠는열린책들출판사를 선택했단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를 몇 권 읽었는데, 다 괜찮았기 때문에 왠지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는 믿음이 갔거든.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28년 당시 외설적인 내용으로 지은이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의 고국인 영국에서는 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사비를 들여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했다고 해. 금지가 되었지만 수많은 해적판이 돌았고, 여기저기 삭제된 검열본이 겨우 출간되었대. 1960년이 되어서야 영국에서 무삭제판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이미 지은이는 로런스는 한참 전인 1930 45살 짧은 삶을 마쳤어.

아빠가 읽어보니, 오늘날 읽어도 외설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더구나.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야한 소설이 아니었어. 아빠는 세가지로 보았단다. 첫째는 계급을 뛰어넘는 열정적인 사랑. 둘째는 사람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삶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신적인 삶과 육체적인 삶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 그 당시에 이미 자본주의와 산업 사회에 대한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었고, 지은이는 이 소설을 통해서 비판의 소리를 높였단다. 이 부분도 상당히 많은 영역을 차지해서 놀랬어. 그 어떤 진보 정치가보다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꿰뚫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고강도 비판을 했단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도 이런 점도 잘 부각을 했을지 궁금하구나. 그저 사랑에만 초점을 두고 그린 것이라면 실망이고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여러 편이 있던데, 한번 영화로도 보고 싶구나. 근데 어떤 것을 봐야하지?

 

1.

힐다와 콘스턴스. 둘은 자매란다. 앞으로는 콘스턴스는 애칭인 코니로 부를게. 두 자매는 영국의 부유한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나 자유분방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외국여행을 많이 다녔고, 십대 후반에는 둘이 같이 드레스덴에서 음악 유학을 하기도 했어. 이곳에서 사랑도 하게 되었고, 이미 육체적인 사랑도 나누고 그랬단다. 그러다가 전쟁이 나서 영국으로 돌아와야 했어. 이 전쟁은 나중에 역사들에 의해 제1차 세계대전으로 불렀어. 영국에 돌아와서도 활발한 사교 생활을 했단다. 어머니가 갑자기 병에 걸려 돌아가시고 언니도 결혼을 했어.

시간이 흘러 코니도 23살이 되던 해에 귀족계급의 클리퍼드 채털리라는 사람과 결혼을 했어. 그래서 채털리 부인이 된 것이지. 클리퍼드는 형이 한 명 있었는데, 형은 그만 전쟁에 참가했다가 죽고 말았어. 클리퍼드도 결혼한 지 한달 만에 전쟁터에 나가야만 했어. 그리고 돌아왔을 때는 큰 중상을 입었어. 2년간의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였단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은 완전 마비되어 평생을 휠체어에서만 지내야 했어. 결혼한 지 한달 만에 남편이 전쟁터에 끌려간 것만해도 열이 받았을 텐데, 얼마 안되어 하반신을 전혀 못쓰는 중상에 걸려 돌아오다니... 평생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코니가 열 받을 만한데도 코니는 아내의 역할을 잘 해냈단다.

1920년 클리퍼드와 코니는 클리퍼드의 고향 랙비로 돌아왔고, 클리퍼드는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하다고 할 수 있는 글쓰기에 전념했단다. 그리고 그의 글은 이내 유명해지고 그도 덩달아 유명한 작가가 되었어. 그는 휠체어 생활을 하다 보니 사교활동도 주로 자신의 집에서 해서 많은 그의 친구들이 방문을 했단다. 클리퍼드는 이러는 동안 코니는 무엇을 하고 있겠니. 결혼 전에 그렇게 자유분방한 생활을 했던 코니인데 말이야. 클리퍼드와 친구들이 나누는, 고상한 척하는 대화를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어. 클리퍼드의 하반신 마비 때문에 그들은 평생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없었어. 이미 육체적 쾌락을 알고 있는 코니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니. 집에 놀러 온 클리퍼드의 친구 중에 한명과 잠깐 썸씽이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어.

클리퍼드는 육체적 사랑에 대해 업신여기며 없어도 된다고 했어. 오직 정신적인 삶만으로도 풍족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자신의 몸에 장애가 와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 클리퍼드이 친구들과 토론할 때 보면 몸이 멀쩡한 그의 친구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이가 있었거든. 그게 당시 영국의 이른바 상류계급 사회의 사람들이 갖고 있던 생각일 수도그러니 이 책이 한동안 출간되지 못했겠지.

 

2.

코니는 최선을 다했어. 클리퍼드의 글쓰기를 도와주기도 하고 그를 보살펴 주기도 했어. 그러다가 우연히 아이 이야기가 나왔어. 클리퍼드는 그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지만 자신은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자신의 임무는 집안의 유산을 잘 보살펴서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어. 그래서 코니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해도 된다고 했어.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자신은 생각할 수 있다고 했어. 코니가 아이를 낳기 위해 잠시 육체적 사랑에 빠질 수 있지만, 클리퍼드는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정신적 삶을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육체적 사랑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어. 코니와 정신적으로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관계를 유지한다면 자기는 코니의 아이를 자기의 아이로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의 재산을 넘겨 줄 수 있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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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인생이라는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완전한 인격을 서서히 쌓아 가는 것이 전부 아니겠소? 온전한 삶을 사는 것이 전부 아니겠소? 온전하지 못한 삶은 아무 의미도 없소. 성관계가 없어 당신의 온전한 삶이 망가지려 한다면 나가서 연애를 하시오. 자식이 없어 당신의 온전한 삶이 망가지려 한다면 당신 능력껏 자식을 낳으시오. 그러나 당신이 이런 일들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조화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요. 그리고 당신과 나는 그 일을 함께할 수 있소.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삶에 꼭 필요한 것들에 우리 자신을 맞춰 나가면서, 동시에 그렇게 맞춰 나가는 행위를 견실하게 살아 나가는 우리의 삶과 함께 엮어 하나로 짜 나간다면 말이오. 내 말에 동의하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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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퍼드는 숲과 사냥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사냥터를 관리할 관리인으로 올리버 멜러스라는 사람을 고용했어. 그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결혼도 하고 딸도 있는데, 숲에 있는 집에서 혼자 살고, 자신의 딸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맡겼어. 집 나간 그의 아내는 감감무소식이었고. 인도 등 외국에서 군대생활을 해서 장교까지 했다가 작년에 제대하고 영국으로 돌아왔던 것이란다. 멜러스는 그동안 만난 여자들로부터 상처만 받아서 진절머리를 내고 혼자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다. 코니는 클리퍼드와 함께 숲에 산책을 갔다가 멜러스를 만났어. 그것이 코니와 멜러스의 첫만남이었어. 첫만남에 전기가 찌릿하는 그런 만남은 아니었단다. 계급 차이도 있고, 자신도 열 살 이상 많은 남자에게 호감이 가긴 쉽지 않지. 멜러스도 여자와 멀리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코니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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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는 클리퍼드와 함께 하는 생활에 갈수록 말라가고 몸이 안 좋아졌단다. 코니의 언니 힐다가 와서 코니의 몸을 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몸이 안 좋았어. 힐다는 코니를 데리고 병원에 갔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어. 힐다는 클리퍼드의 의견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클리퍼드의 병을 간호해줄 간호사 볼턴 부인을 고용했단다. 클리더드는 처음에는 볼턴 부인을 꺼려했지만, 이내 잘 받아들였어. 볼턴 부인은 암튼 병 간호의 프로였어. 클리퍼드의 마음을 잘 헤아려 잘 해주었지. 볼턴 부인의 비결이 뭐냐고? 그 비결은 사실 ()권에서 나오는데 미리 이야기해줄게 남자들은 다 똑같다고 하더구나. 아기들과 마찬가지라서 칭찬해주고 얼러주면 된다고이 부분을 읽고 아빠도 그런가 하고 한참을 생각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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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

“그런가요? 그런데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그저 아기들이나 마찬가지예요. 칭찬해 주고 얼러 주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면 돼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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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볼턴 부인이 오고 나서 코니도 조금씩 자신의 시간이 더 생기고 숲으로 산책을 하지고 했어. 그러다가 숲에 오두막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서 사냥터지기 멜러스를 또 만나게 되었단다. 고독이 마지막이자 최고의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멜러스에게 주인 마님의 방문은 그리 반가운 것은 아니었어. 오히려 신경 쓸 일이었어. 코니는 오두막 열쇠까지 달라고 했어.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잠시 쉬다 가겠다면서 말이야. 없다고 했지. 코니는 나중에 클리퍼드에게 이야기해서 기어이 오두막 열쇠를 얻어냈지. 코니의 숲 산책과 오두막 방문으로 하루 일과 중에 하나가 되었고, 멜러스는 점점 코니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어. 그러다가 코니와 멜러스는 사랑의 선까지 넘게 되었단다.. 처음에 멜러스는 이 관계를 두려워했지만 코니에게 푹 빠지게 되었어. 하루라도 코니가 오지 않는 날은 안달이 나서 밤 늦게 저택 주변까지 두리번거렸어.

코니도 멜러스와 이런 만남을 갖게 된 이후 활기를 되찾게 되었고, 눈치 빠른 볼턴 부인은 코니가 이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 상대가 멜러스라는 것도 알게 되어 깜짝 놀랐지만, 볼턴 부인은 입 또한 무거운 사람이라서 클리퍼드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어. 클리퍼드도 볼턴 부인의 보살핌으로 더 활기를 찾았고, 볼턴 부인과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볼턴 부인에게 이런저런 것을 가르쳐줌으로써 보람을 느끼기도 했어. 그리고 볼턴 부인의 조언으로 클리퍼드는 방치하고 있던 자신 소유의 탄광 관리도 직접 하기 시작했어. 기분이 좋아지니 몸도 좋아졌다고 생각했는지 클리퍼드는 어쩌면 자신의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코니에게 이야기했어. 코니의 속도 모르고 말이야.

  

3.

코니는 아버지와 언니 힐다가 이탈리아 여행을 함께 가자고 했어. 코니가 클리퍼드에게 이야기하니 흔쾌히 가라고 했단다. 클리퍼드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삶이라고 했잖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코니는 클리퍼드가 싫어졌단다. 그렇게 정신적인 삶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는 생각도 든 것 같아. 코니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뿐만이 아니라 육체적인 삶도 중요한데 말이야. 그들의 대화 중에 코니의 날 선 답변이 그들의 관계를 대변해주는 듯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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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그날 저녁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결혼 생활에 뭔가 영원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녀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클리퍼드, 영원이라는 말이 마치 뚜껑 같은 것처럼, 아니면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우리 뒤에서 계속 질질 끌려오는 길고 긴 쇠사슬 같은 것처럼 들리네요.”

그가 짜증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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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국 산업 사회에 대한 비판도 했다고 했잖아. 산업 발전을 위해 탄광이 들어서면서 영국이 변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들을 했단다. 이제 영국은 새로운 영국이 옛 영국을 몰아내고 자리를 잡을 것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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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317)

영국이여, 내 영국이여! 그러나 무엇이 내 영국인가? 영국의 웅장한 저택들은 근사한 사진감이고 엘리자베스 여왕시대의 영국인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 낸다. 멋지고 고풍스러운 저택들은 훌륭한 앤 여왕시대와 톰 존스 시대부터 그곳에 존재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금빛을 일은 우중충한 벽토 위로 검댕이 떨어져서 점점 더 시커멓게 변해 갔다. 그리고 웅장한 저택들과 마찬가지로 고풍스러운 저택들은 하나씩 버려져서 이제는 헐리고 있었다. 영국의 오두막집들로 말하자면 그것들은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희망 없는 시골에 회반죽을 덕지덕지 바른 벽돌 주택들의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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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이것이 역사이다. 하나의 영국이 다른 영국을 지워 버린다. 광산들은 저택들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었다. 광산들은 전에 이미 오두막집들을 지워 없애 버린 것처럼 이제는 저택들을 지워 없애고 있었다. 산업사회의 영국이 농업 사회의 영국을 지워 없애고 있었다. 산업사회가 영국이 농업 사회의 영국을 지워 없앤다. 하나의 의미가 다른 의미를 지워 없앤다. 새로운 영국이 옛 영국을 지워 없앤다. 그리고 그것은 유기적인 연속성이 아니라 기계적인 연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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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에서 ()권의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권도 곧 이야기해줄게. 코니는 행복해질 수 있을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얻을 수 있을까?

                               

PS:

책의 첫 문장 :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그것을 비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책의 끝 문장 : 그래요, 전 그냥 전 제 생각대로 살래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답니다.


(7)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그것을 비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대변혁이 일어났고 우리는 폐허 속에 살며 조그만 거주지를 새로 짓고 작은 희망을 새롭게 품기 시작한다. 이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지금은 미래로 가는 평탄한 길이 전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물을 비켜서 돌아가거나 기어 넘는다. 하늘이 골백번 무너져도 우리는 살아가야만 한다.

(10-11)

자유! 그것은 멋진 말이었다. 탁 트인 세상으로, 아침 숲으로 나가서 유쾌하고 멋진 목소리를 지닌 젊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마음대로 행동하는 자유,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서로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사랑은 단지 사소한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91)

인생이라는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완전한 인격을 서서히 쌓아 가는 것이 전부 아니겠소? 온전한 삶을 사는 것이 전부 아니겠소? 온전하지 못한 삶은 아무 의미도 없소. 성관계가 없어 당신의 온전한 삶이 망가지려 한다면 나가서 연애를 하시오. 자식이 없어 당신의 온전한 삶이 망가지려 한다면 당신 능력껏 자식을 낳으시오. 그러나 당신이 이런 일들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조화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요. 그리고 당신과 나는 그 일을 함께할 수 있소.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삶에 꼭 필요한 것들에 우리 자신을 맞춰 나가면서, 동시에 그렇게 맞춰 나가는 행위를 견실하게 살아 나가는 우리의 삶과 함께 엮어 하나로 짜 나간다면 말이오. 내 말에 동의하지 않소?

(125)

돈은 어떤가? 아마도 돈에 대해서는 같은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돈은 우리가 항상 원하는 것이다. 돈, 성공 – 토미 듀크스가 헨리 제임스를 따라 고집스럽게 불렀던 것처럼 암케 여신 – 그것들은 우리에게 영원히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마지막 동전을 쓰면서 마지막으로 자, 할 말 끝! 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만약 우리가 10분을 더 살게 되면 우리는 이런저런 것을 사기 위해 동전을 몇 개 더 있으면 좋겠다고 바랄 것이다. 그저 일을 기계적으로 지속시키는데도 돈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만 한다. 우리는 돈을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 그 외의 것은 사실 굳이 가질 필요가 없다. 자, 할 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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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일기를 몰래 훔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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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11-20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하루 일기에 어벤져스가 모두 다 담겨있네요 ㅋ

bookholic 2018-11-21 00:31   좋아요 1 | URL
어벤져스 4를 기다리며 살고 있어요...^^
 
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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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손아람이라는 젊은 작가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어보았단다. 디 마이너스. D –. 예전에 대학교 때 D – 라는 성적이 보이면 아주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예 펑크 F를 주지, D – 라니어차피 재수강해야 하는데 한동안 학점 평점에서 빼고 계산하게 F를 주지, D – 라니…. 그런데 이 소설에서 D – 는 중요한 역할을 하더구나. 정학을 받냐 안받냐의 기로그런데 그 학생이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사람이라면 더욱 절박하겠지참 재미있는 설정이었어.

교수는 수업에 한번도 참석을 하지 못한 해당 학생에게 F를 주었어. 당연한 것이겠지. 그리고 그 교수는 오랫동안 지켜온 자신만의 룰이 있으니까 말이야. 당사자와 친구들이 교수님한테 우르르 몰려가 D-를 달라고 요구했어. 물론 사정을 이야기했지. 이미 선거에서도 압도적으로 총학생회장에 당선이 되었고, 학생회 활동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출석을 못했다고그러니 D-라도 달라고 애원을 했지만, 정년을 앞둔 교수님은 교수 생활 내내 지켜온 자신의 원칙을 어길 수 없다면서 그 학생에게 F를 주었고, 총학생회장 자격이 박탈되었단다. 그래서 선거에서 2등을 했던 주인공의 친구가 총학생회장에 당선이 되는 에피소드가 있었어. 소설의 제목을 이야기하다 보니 소설 속의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하게 되었구나.

손아람이라는 작가는 아빠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정말 글을 재미있고 잘 쓰는 것 같더구나. 정말 반했어.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을 마구 해주고 싶더구나. 그리고 지은이가 쓴 다른 소설들도 검색해 보게 되었어. 영화로 만들어진 <소수의견>이라는 소설도 있는데, 이 소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1.

이 소설의 주인공 박태의는 1990년대 후반에 대학교에 입학해서 2000년대 초반에 졸업을 하는 그런 세대란다. 이미 민주 정부로 정권교체가 된 시절, 칠팔십년대 활발했던 학생운동은 거의 흔적만 남아 있던 시절, 그는 그런 학생운동 동아리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생활한 이야기를 에피소드 식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 소설 <디 마이너스>란다. 154개의 에피소드로 구분되어 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는 대학생활이라는 하나의 줄기를 이루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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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학과를 입학한 주인공 박태의. 지은이도 서울대 미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아빠는 그 자신을 모델로 삼았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작가의 말에서 모든 것이 자신의 경험담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단다. 그와 함께한 이들의 회고록이 아닐까 싶구나. 대학에서 만나는 많은 군상들의 사람들. 그 안에서는 짝사랑 하는 여인도 있고, 짝사랑 하는 여인의 남자친구도 있고, 괴짜 친구들도 있고, 무엇인가 가르쳐 들려고만 하는 선배도 있고, 시간이 흐르면 귀염둥이 후배들도 들어오고, 함께 시위도 하고, 함께 농활도 떠나고그렇게 대학 생활을 함께 하다 보면 숨겨두었던 비밀들도 알게 되고그러면서 더욱 깊은 관계가 되어가고

언제까지나 함께 할 줄 알았는데, 어느날 문득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이 길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 끝까지 이 길을 지키고 있고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곳에는 참 다양한 일들이 늘 우리를 젊음에 두고 있었단다.

이 소설은 이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서 당시의 일들을 떠오르게도 했단다. 마치 드라마응답하라 ~” 시리즈처럼 말이야. 만약응답하라 2000”이라는 드라마를 만든다면 시나리오 작가는 이 소설을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어.. 아빠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들의 대학 생활이 아빠의 대학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 그렇다 보니 소설을 읽는 내내 아빠의 대학 시절도 떠올랐단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 그들과 함께 했던 공간들이 떠오르더구나.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고, 그들과 함께 했던 공간은 어떻게 변했을까. 아니면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손만 뻗으면 다시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그 시절.. 이젠 다신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울컥해지는구나.

후회한들 무엇하련만, 그 시절을 이렇게 떠올리는 시기가 올 줄 알았다면 더 신나게 더 마음껏 즐기고 더 많이 도전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여자들은 운다. 남자들은 웃는다.

책의 끝 문장 : 12 19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


(10~11)

"세상은 말로 배울 수는 없어."

하나같이 줄담배를 피우던 대학 선배들은 종종 역설의 정수와 같은 설교를 늘어놓곤 했다. 세상을 말로 배울 수 없다는 말. 그것은 말로 배운 말이었다. 말을 부정하는 말이었다. 그들에게 배운 말로 나도 후배를 타일렀던 적이 있다. 그런데 세상을 말로 배울 수 없다는 건 사실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어쩌면 아닐 것이다. 경험보다 말을 많이 가진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끝없는 말들. 세상보다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이야기. 아마도 세상은 언어가 소멸하는 날에 종말을 맞을 모양이다. 이제 선배들도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말과 함께 나이 들었고 나이와 함께 거짓말의 비중을 늘려왔지만 다 지나간 일을 굳이 거짓으로 덮을 필요는 없을 테니까.

자, 묻습니다. 혹시 끊을 날이 올 걸 알면서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까?

(111)

"봐, 진보적 자녀는 어떤 경우에나 나타날 수 있지만 보수적 자녀는 보수적 부모에게서만 나올 수 있어. 이 비대칭이 인류의 역사가 야금야금 진보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원리일 거야."

(227)

사실 나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였다. 인간은 불행이 따르면 믿을 수 없어 하지만, 불행이 닥치지 않는다고 의아함을 느끼지는 않는 법이다. 그리고 불행은 인간이 완전히 방심했을 때, 즉 몸과 마음의 긴장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았을 때, 무장강도처럼 불쑥 찾아와 최악의 피해를 남긴다. 그래서 그것이 불행이라고 불린다.

(254)

마음속에서만 꾹 담아둔 말. 그런 말은 검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만이 유일하게 입으로 하기 어려운 말이고, 그것만이 유일하게 입으로 할 가치가 있는 말이라고 느꼈다. 마음속에서만 담아두면 검증할 방법이 없어서였다.

(380)

이름이 없어서 세상을 정처 없이 표류한 사람. 세상은 이름들이 만물을 남김없이 지배하는 곳이다. 부를 수 없는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 사물과 같다. 이름 없는 존재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을 뿐. 그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가슴 언저리가 아려오는 슬픔을 느낀다.

(500)

아름다움이 너무나도 드물기에 우리는 그것을 좇는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대번에 홀린다. 세상에 거의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우주를 부유하는 작은 원소들처럼 그저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갈 뿐이다. 플라톤에 한 표를 던진다. 지상에 완전한 아름다움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다 배운 게 아닌가? 부질없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대학원 진학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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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8-11-20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나온 것 같던데, 저는 <소수의견> 그 책 괜찮더라구요.

bookholic 2018-11-20 22:10   좋아요 0 | URL
저도 곧 읽어보겠습니다.^^ 소설 읽고 나서 영화도 한번 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50)

안기영은 작곡가였지만 동시에 미성의 테너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똑 같은 물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는 말처럼 이 사람도 분명 처음에는 서양음악에 꽂혀 유학을 갔을 텐데도 홍난파와 매우 다른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다. 홍난파는 서양음악을 처음 접하고 완전히 반해서 우리 걸 다 부정하고는 저 음악의 세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홍난파는 서구도 아닌 일본에 가서 베토벤과 슈베르트와 모차르트를 보고 기꺼이 그 문화의 포로가 되었는데, 이에 비해 안기영은 , 보니까 좋긴 하네. 그래도 역시 우린 우리 걸 해야 해하는 생각을 다지며 자신만의 음악철학을 정립하게 된다. 이 미세한 차이가 홍난파와 안기영이라는, 똑같은 서양음악 유학파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78)

앞서 언급했듯이 조선음악가동맹은 음악에서 기교나 기술보다는 민중과 함께하는 호흡을 중시했다. 그래서 치열한 역사를 쓰는 데 필요한 혁명가도 다수 작곡했지만 아름다운 우리말로 쓰인 시로 노래나 가곡도 많이 만들었다. 조선음악가동맹이 특히 사랑한 시인은 김소월이었다. 소월의 시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의 울림을 안고 있다고 판단했고 최상의 음악적 언어로 표현해낼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민족음악일 것이라 생각했다. 김순남이 쓴 걸작 가곡 가운데 김소월의 시에 붙인 <산유화>가 있다. 다행히도 이 곡은 조수미가 부른 노래로 녹음이 되어 떳떳이 들을 수 있다.

 

(142)

나는 <빗 잇>의 맨 마지막 절 가사가 섬뜩하다. 이 노래가 나온 때는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1911~2004)의 시대였다. 1980년대 이후 전 세계를 도탄으로 몰아넣게 되는 신자유주의의 악령이 슬슬 어두운 구름을 드리우기 시작하던 때다. 그런데 <빗 잇>은 맨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외친다.

지고 싶은 자는 아무도 없어. 난 당신이 화려하고 강력한 투쟁력을, 싸움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옳고 그른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 그냥 꺼져. 그냥 꺼지라고.”

 

(254)

다만 중요한 사실은 서양음악사가 바로 쇤베르크에 이르러, 카라얀이 마지막으로 완전히 말아먹기 전에, 이미 90년 전에 사실상 내면적 종말을 고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쇤베르크와 그 지지자들이 몸부림치면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 그 점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술사가 수많은 사례를 통해 동시대에는 공감되거나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것이 수백 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어느새 너무나 당연하게 열광과 환호를 받게 되었음을 알고 있다. 비밥도 그랬다. 비밥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왜 좋냐고 물으면 그냥 좋던데요.” 한다. 그 좋은 비밥 음악, 이유 없이 그냥 좋은 비밥 음악 중에 너무나 많은 곡이 놀랍게도 쇤베르크의 무조성주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344~345)

하지만 가장 늦게 등장했음에도 뮤지컬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호소력을 갖는 장르 혹은 상품이 되었으며 이 생명력은 앞으로도 굉장히 오래 이어질 것 같다. 그렇게 예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록 출발은 늦었으나 그 앞의 수많은 인류 예술사의 최선의 성과를 포섭하고 축적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이야말로 어쩌면 인류 예술사에 나타난 가장 순조로운 반전의 명예혁명 같은 것이 아닐까? 뮤지컬은 오페라를 학살하는 대신 조용히 유폐시켰고 오페라가 누려왔던 모든 것을 새 시대에 걸맞게 자신의 영역에 구축한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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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더라도 집에 책 쌓아놓아야 하는 이유 | 다음 뉴스
https://news.v.daum.net/v/2018111715560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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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8-11-17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기사 읽으셨군요~~ 근데 350권이 적정하다니 어찌 맥이 탁 빠지더군요.
어떡해야 줄일 수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bookholic 2018-11-18 16:59   좋아요 1 | URL
3500권이나 35000권의 오타라고 생각하는 걸로 하시죠..^^ 남은 일요일 즐거운 시간되세요~~

북프리쿠키 2018-11-17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지성에도 작용하는가봅니다ㅎㅎ

bookholic 2018-11-18 17:00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게 되는 것인가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즐책 즐독하려고요... 즐거운 일요일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