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책의 세계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에서 얻은 가장 위대한 세계이다>라고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가 말했어. 엄마는 여기에 <책의 세계는 이것보다 더 거대한 꿈의 세계에 자양분을 공급한다>고 덧붙이고 싶어.”

(106)

우리가 놀라면 눈이 빠르게 깜박이잖아요. 이것은 영화의 액션 장면에 쓰이는 빠른 샷과 비슷한 원리예요. 눈을 깜박일 때 우리는 10분의 1초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게 되죠. 재채기를 하면 눈이 3초간 감겼다 떠지면서 조금 더 긴 휴식이 감고 있죠. 그제야그제야 비로소 이 여백에 충일의 순간이 찾아오죠. 한 편의 온전한 가상 영화가 우리 뇌 속에서 상영될 수 있게 돼요. 우리 뇌에는 끊임없이 이미지가 필요한데, 잠자는 동안은 이미지가 사라져 버리잖아요. 그래서 이때 뇌가 이미 저장돼 있는 이미지들을 혼합해서 자신만의 영화를 찍는 거예요. 여러분, 기억하세요. 우리 뇌는 생각이 멈추는 걸 용납하지 않아요.”

(112)

“1899,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출간해요. 그는 꿈이 마법과 전혀 상관이 없는, 억압되거나 감춰진 욕망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죠. 꿈은,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자면, <무의식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하지만 꿈은 오랫동안 신비의 대륙으로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 1927, 신경 생리학자인 너새니얼 클라이트먼이 평균 90분에 걸쳐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수면의 네 단계를 발견하죠. 그리고 1959년에 미셸 주베 교수가 클라이먼트의 연구를 보완해 <역설수면>이라는 개념을 내놓아요. 몸은 완전히 마비되는데 두뇌 활동은 극도로 활발한, 수면 과정 중 아주 특이한 다섯 번째 단계죠. 안구의 움직임이 가장 뚜렷한 단계이기도 해요. 실험 대상자를 이때 깨우면 꿈을 쉽게 기억하죠.”

(202)

그는 전 인류가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통 체증도 전쟁도 시위도 파업도 사라지지 않을까? 군인들은 늦잠을 재우는 거야. 공해를 유발하는 사람들, 불평하고 짜증내는 사람들, 광신도들을 침대에 누워 나처럼 TV나 보게 하는 거야.

 덜 먹고 덜 소비하는 세상, 더 조용하고 더 차분한 세상이 될 텐데.

비록 잠은 오지 않지만 그를 보호해 주는 시트와 이불이 깔린 이 가로세로 2미터짜리 공간, 이 폭신한 침대에서만큼은 안전하게 느껴진다. 침대 밖은 전부 <위험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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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58호 - 2018년 1월~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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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18년 첫번째 녹색평론…. 아빠가 녹색평론을 읽기 시작한 지 햇수로 9년째가 되는구나.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이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이라서 읽게 되었는데, 그 동안 아빠의 생각을 많이 넓혀준 책이라고 생각해. 더불어 불편한 진실을 많이 알게 되어, 걱정도 쌓이긴 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런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어야 우리 사는 세상이 나아갈 바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잖니. 이번 158호의 서두부터 그런 불편한 진실을 툭 던지는구나. 누구나 걱정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기이한 행동. 그런 걱정으로 미국의 전문가들이 책까지 냈다고 하는구나. 아빠도 가끔 트럼프가 북한을 향해 미사일을 쏘라고 할까 봐 걱정이 들더구나. 그라면 그런 행동을 해도 당연하도 생각들 할 거야. 오늘도 총기 사건의 희생자들을 초대해 놓고, 한다는 소리가 선생님들이 무장을 해햐 한다고? 정상인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싶구나. , 그가 집권하고 있는 동안은 어린애 다루듯 잘 비위를 맞추어주는 수 밖에 없는 것인가. , 다음 미국 대선 때, 재선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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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금 미국의 정치가들, 저널리스트들, 그리고 많은 양식 있는 시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그들의 대통령 트럼프의 정신건강 문제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 문제는 적잖은 고민거리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정파적 이해관계로 볼 문제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정신과의사협회의 규칙에 따르면, 환자에 대한 충분하고 직접적인 면접에 근거하지 않은 의학적 진단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우에 한에서는 이 규칙을 어길 수밖에 없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지금 미국의 정신의학계에서는 꽤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는 군 통수권자로서 언제라도 미국과 세계를 파국으로 빠뜨려 놓을 수 있는권한을 갖고 있고, 대통령이 된 이후 그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온갖 상식 이하의 기괴한 언행들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것을 볼 때, 이것은 마땅히국가적 비상사태로 봐야 한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쓴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증례>(2017.10)라는 책이 출판되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트럼프의 정신 상태를 평가하는 전문적 증언들이 공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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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158호의 제목으로 뽑은 것은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다. 이젠 13억이라고 했던가? 14억이라고 했던가? 그 중국은 무엇이든 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란다. 이웃에 자리잡은 우리나라는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어. 그중에서도 중요한 환경에 대한 영향이 너무 크단다. 우리나라 국내 사정도 있지만, 중국의 영향으로 미세먼지와 황사가 우리들의 주말을 망치는 것도 이젠 다반사가 되어버렸잖아. 그런 중국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이냐는 이제 지구의 운명과 인류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녹색평론에서는 얼마 전에도 중국 특집을 했었던 것 같은데, 이번 호에서도 중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개방을 하면서 자본주의를 본격적으로 수용한 것이 30년이 채 안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동안 급성장한 경제력은 박수만 칠 일은 아니란다. 자본주의가 뭐길래자본주의가 인간의 삶을 좋게 해준다는 것은 단편적인 면만 보는 것이야. 자본주의에 대한 악영향은 너무 많고, 우리 인류를 궁지로 몰아놓게 된단다. 최근 들어 지구의 이상기후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경고를 주고 있지만, 자본주의는 여전히 명성을 떨치고 있어.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치 시험성적이나 되는냥 서로 경쟁하고 있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산업화가 되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화석연류의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그런 경쟁에 중국이 끼어들었으니 화석연류 사용은 급속하게 늘어날 수 밖에 없지. 현재 세계 석탄 사용의 절반을, 석유 사용의 3분의 1을 중국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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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중국은 전세계 석탄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고, 석유는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시멘트의 60%를 소비한다. 기술분석가 바츨라브 스밀에 의하면, 2011~2013 3년 동안 중국이 인프라 건설을 위해 쏟아부은 시멘트의 양은, 미국이 20세기 전 기간 동안 도시와 항만, 도로, 열차 시스템, 공항 등을 건설하기 위해서 쏟아부은 것보다 더 많았다. 중국은 또한 목재와 임산물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하여 시베리아로부터 동남아히아, 뉴기니, 콩고, 마다가스타르에 이르는 숲들이 대규모로 벌채되었다. 중국의 이 게걸스러운 소비 덕택에미래세대는 원시림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행성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그린피스는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9년에 중국은 미국을 앞질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는데,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미국의 3분의 2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진 중국이 미국의 2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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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이런 것에 대해 고민을 안할까? 물론 중국도 고민을 해서, 태양열 관련 사업 등 재생에너지에도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여. 하지만 아빠가 보기에는 그것도 앞으로 뜰 사업이니까,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것처럼 보였어.

.

얼마 전에 엄마가 그런 말을 했었어. 엄마 후배가 지금 베이징에 살고 있는데, 베이징의 공장을 많이 없애서 공기가 많이 좋아졌다고그 이야기를 듣고 아빠는 중국도 많이들 노력하는구나. 그러면서 공산당 일당 체제라서 단칼에 공장도 없앨 수 있구나. 공산당 일당 체제가 그런 좋은 점도 있네하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그것도 진실을 들여다보니….  베이징에서 공장을 몰아낸 것뿐이었어. 그냥 베이징이 국가 수도이다 보니, 국가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말이야. 베이징 등 주변 도시에 있던 공장들을 서쪽 외지로 보낸 것이지, 없앤 것이 아니야. 그리고 그 공장에서 화학연료를 가공해서 다시 베이징으로 들여오게 되는 거야. 그러면 베이징의 공장에서 태운 것보다 2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아직 그 서쪽으로 이전중인 공장이 가동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가동되면 기후는 끝장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안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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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4)

설상가상으로 중국 북부 도시들의 대기의 질을 개선하려고 시진핑 정부는 서쪽으로 산시성, 오르도스 분지, 내몽골, 기타 외딴 지역들에 광대한석탄가스화기지들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현장에서 석탄을 태워 전력을 생산하고, 석탄을 합성가스와 같은 액화 연료로 변환시킬 것이다. 그리하여 그 연료는 도시로 운반되어 발전소와 공장과 자동차의 연료로 태워질 것이다. 미국의 델라웨어와 코네티컷 주들보다도 더 넓은 땅을 포괄하는 이 광대한 기지들은 지구상에서 전례가 없는 대규모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또한 합성가스와 기타 화학물질들의 생산을 위해 너무나 많이 석탄화학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므로, 그 석탄을 그냥 베이징의 발전소들에서 태운 경우보다 거의 2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방출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만약 이 공장들이 전면적으로 가동하게 된다면기후는 끝장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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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기후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가지 베이징에서의 화석연료 줄이기에 무대포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게. 중국의 베이징 정비를 함에 있어,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거야. 베이징 정비 사업이 베이징에 살고 있는 상류층과 일부 중산층에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석탄연료가 간신히 난방을 하던 가난한 노동자들은 엄동설한에 쫓겨나고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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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베이징은 이제 놀랄 만큼 잘 정비되고 공기도 깨끗한 국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고층 건물을 짓고, 택배, 청소원, 서비스 노동자 등으로 일하며 이 도시에 공헌해온 가난한 농촌 출신 노동자들은 쫓겨나고 있다. 석탄난방 금지도, 노동자 내쫓기도, 그로 인한 고통을 덜어줄 어떤 준비나 예고도 없이 주민들의 삶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 밖에도 베이징 시정부는 수도 베이징의 스카이라인을밝고 맑게만든다는 명분으로 11월말부터 건물 간판을 모두 철거하는 정책을 밀어붙여, 베이징시내에서 1 4,000여 개의 간판이 사라졌고 사람들이 건물을 찾지 못해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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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기후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어쩌면 이미 늦었는지도 몰라. 하루라도 빨리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똘똘 뭉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몰라. 어떤 전문가는 2040년이 되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해. 2040년이면 불과 20년 남짓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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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2040년이 되면 지구온난화에 의한 자연재해가 각국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며 물과 식량을 둘러싼 투쟁이 격화될 것이다. 가뭄과 홍수 등으로 살 곳을 잃은 수백만 난민들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가로질러 상하수도 시설이 잘돼 있는 유럽 지역으로 몰려들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혼란을 거치면서 유럽은 유럽의 안보에만 매달릴 것이며 세계의 문제는 워싱턴에 떠넘길 것이다. 중동지역 국가들은 더욱 약화돼 반군세력이 득세하고 식량과 물을 둘러싼 투쟁이 벌어진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혼란을 감당하지 못한 미국은 군대를 아프리카 대륙으로 불러들여 카리브해와 중미 지역에서 미국으로 몰려드는 난민을 통제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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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래.. 나중에 기술이 발달해서 해결하겠지.. 그런 막연한 희망은 안돼.

부디 지금 이 순간이 인류 역사의 마지막이 아니길 바랄 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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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6)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인류 역사 전체를 통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살고 있다. 임박한 전 지구적인 생태적 붕괴가 점점 더 뚜렷이 부각됨에 따라, 자본주의에 대한 지지는 도처에서 무너지고 있고, 세계 전역에서 사람들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 경제 체제를 필사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실패할지도 모르고, 그것은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인류가 그러한 길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친 다음, 그리고 수천 년간의 놀라운 문명과 문화적 성취를 이룩한 다음에, 우리가 그 모든 것을 버리고 기껏 300년에 불과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서 우리 자신과 수많은 종()을 절멸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는 나는 믿을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지구상의 생명이 끝장나는 끔찍하게 슬픈 피날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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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회 구성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처럼 지역의 대표를 뽑는 것만 있는 줄 알았어. 그것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고, 추첨 민주주의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런데, 의회 구성을 할 때 각 직업을 대표로 하는 직업대표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단다. 그리고 직업대표제 또한 지역대표제로 일관된 의회 구성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중국의 사례를 들면서, 직업대표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에 대한 장점을 든 것을 발췌하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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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직업대표제는 정당 중심 구역대표제로 구성된 의회제의 폐단을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1) 대표 수(의석 수)는 직업별 인구비례(혹은 직업단체 회원 수)에 따라 분배되므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소수의 정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각 직업 종사자를 포괄하는 진정한 다수의 정치를 할 수 있다. (2) 직업단체 단위로 대표를 선출하면 대표가 제한된 목적과 직능에 한하여 권한을 행사하므로, 의원이 포괄적 위임에 의거해 모든 영역에서 만능적 대표로 군림하는 폐단을 방지할 수 있다. (3) 유권자가 직업단체 단위로 조직되어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의원과 지속적으로 만나 대의(代議)과정을 형성하고 의정활동을 감시하며 직접민주(국민소환, 국민발안 등)을 실행하기에 용이하다. (4) 각 직업 방면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직업대표제가 구역대표제보다 민주공화의 원리에 훨씬 더 충실한 제도로 평가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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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난 녹색평론 157호에서는... 원전 공사 재개에 대한 공론화 결과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 호에서는 직접 공론화에 참가했던 사람의 후기를 실었단다. 그 글을 통해서 이번 공론화의 의의와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 공론화 사안에 따라서 공론화 참여단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 왜냐하면, 이번 원전의 공사 재개의 같은 경우는, 원전에 영향을 직접 받는 사람들의 참여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야. 예를 들어 원전 주변의 사람들이나, 원전의 영향을 많이 받을 젊은 사람들의 비율 말이야. 그런 것들이 고려되지 않았어.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대.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진실인지 검증이 되어야 하는데, 제대로 안되었다는 것이지.

아직 우리나라에 공론화를 많이 안 해봐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 아쉬운 점들이 너무 많았던 공론화였던 것 같구나. 그것이 원전 공사 재개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져서 더욱 그렇고 말이야. , 억울한 생각마저 드는구나. 이번 공론화의 문제점에 대한 글들을 몇 개 발췌하는 것으로 독서편지를 마치마. 아빠가 요즘 회사일이 바빠 늦게 퇴근하다 보니, 편지를 날림으로 쓰는 점 이해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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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문제는 각 군마다 대상자 수를 정할 때 인구비례 기준을 따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참여단은 서울, 경기가 47.4%였던 반면 울산은 1.4% 7명에 불과했다. 연령대도 50대와 60대가 각각 22.4%, 23.4%로 가장 많았다. 20대는 15.2%로 가장 적었다. 핵발전 위험을 가장 오래 안고 살아가야 하는 세대임에도 말이다. 이는 분명히 불공정한 일이다. 사안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배분이라는 문제의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시민참여단이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가, 이는 공론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다음번에는 보다 섬세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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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필요악인가? 결국은경제. 재개 쪽 전문가들은 핵발전이 가장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는 제조업 중심인 국내 산업에 큰 도움이 되며, 공사를 멈추면 원전 수출에도 지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2조가 넘는 매몰비용도 강조했다. 안전 우려에 대해서는 신고리가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며전문가들을 믿으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위세를 떨친 경제성장 우선주의와 핵발전 안전 신화는 강고했다. 핵발전소 사고는 최악의 재양이고, 핵폐기물은 처리 방법이 없으며,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 과정은 도시민의 지역민에 대한 폭력이라는 명확한사실들은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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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이처럼, 원전을 반대하면 원전과 동등한 전력 생산량의대안을 요구한다. 그런 대안이 있기 전까지는 탈핵은 먼 미래의 일로 유보된다. 전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는 공포가 그만큼 큰 것이다. 이는 우리가 에너지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하는 도시에서 기계 중심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송배전에서 전기 낭비를 줄이고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내가 직접 체험하기 전에는 그것이 현실이 아니다. 게다가 핵발전의 폐해는 피해 당사자가 되기 전까지는 실감하기 어렵다. 내가 만난 중단 입장의 시민들이 태양열발전을 하고, 농사를 짓고 벌을 치며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울산에 살다 몸이 아파 이사하고, 한수원에서 일하다 그만두는 등 자기 삶과 체험에 핵발전을 반대하는 근거가 있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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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만유인력과 정확히 반대다. 이 힘은 서로를 밀어내기 때문에 산산이 부서져서 덩어리를 이루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다. 만유인력은 당기고 암흑에너지는 밀어낸다. 즉 음과 양이다.

양 에너지는 공간을 계속 팽창시키고 있다. 팽창은 양의 기본 성질이다. 음의 성질과는 반대인 것이다. 우리의 우주 공간에 양의 힘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간은 계속 팽창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점점 넓어지고 있는 중이다. 우주가 현재 팽창한다는 것은 오래전에 이미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몰랐다. 이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공간에는 양이 있어서 팽창하고 있던 것이다. 음 때문에 물질이 출소되듯이 양 때문에 공간이 확장되는 것이다.

 

(53)

우리의 우주는 현재 팽창하고 있는데, 이는 우주의 내면에 아직 양의 기운, 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에 ☰의 기운이 다 달아나버리면 우주는 의 상태가 된다. 그러나 현재의 우주는 중간 상태인 것 같다. 먼 우주는 이미 달아나버렸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서는 확장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유의할 것이 있다. 우리의 우주는 현재 팽창 중이어서 아직 활력이 남아 있지만 다른 우주는 양의 기운이 다 달아나서 완전히 가 되어 있을 것이다.

 

(59)

옛 성인은 이 힘을 호연지기(浩然之氣)라고 말하며, 이 기운은 우주에 가득 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자연의 안에는 원래부터 양의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이 기운은 어디서 온 것이 아니고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다. 양의 기운에는 어떤 이유도 필요하지 않다. 양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주 대자연은 양이 있은 연후에 존재하는 것이 된다. 자연에 가득 찬 양의 기운은 본시 무한한 것이기 때문에 써도 써도 다함이 없는 존대다.

우리의 영혼은 이 기운과 맞닿아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된다.

하늘의 기운 à 영혼 à à 육체 à 사회

 

(91)

사상(四象)은 총체적으로는 순환이고, 하나씩 보면 그 안에 음양의 작용을 보여준다. 사상은 주역의 시작이다. 음양이 먼저 있고 그다음엔 그 작용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상이 아니면 주역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것이 없다. 음양이 원소라면 사상은 그것들이 이루는 구조다. 구조는 또한 그 안에 변화를 담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순환으로 이어진다. 사상은 주역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개념으로, 만물의 뜻은 다 여기서 나온다.

 

(142)

이로써 괘상의 의미가 더욱 새로워졌는데, 이 괘상을 가지고 우리가 사는 지구에 적용해보자. 지구의 바닥에는 땅이 있을 것이다. 저 깊숙한 바다 속이 가장 아래인 것이다. 그 위에 해령(海嶺), 즉 바닷속의 산이 있다. 그 위에 물이 있다. 이것을 바다라고 한다. 바다 위에는 대륙이 있다. 대륙은 밝다. 그 위에는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위를 하늘이라고 부른다.

하늘

바람

밝음

대륙

바다

바닷물

(바닷속)

(바닷속)

 

(173)

그런데 주역은 다름 아닌 뜻을 밝히는 학문이다. 뜻을 안다는 것은 그것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니 바로 미래를 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당초 주역은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주역이란 만물의 뜻을 규명하고 그것의 변화를 통해 미래를 살피는 학문이다. 공자도 주역의 괘상을 빌어 미래를 이야기한 사례가 많다. 공자는 점이라는 것도 많이 활용했는데 이는 사물의 뜻을 살핌으로써 그것에 함축된 미래를 살피고자 했던 것이다.

주역 원전은 말한다.

주역에는 태극이 있으니 이것이 음양을 낳고 음양이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는데, 팔괘는 길흉을 정한다.”

 

(177)

미래란 오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실망의 대상이 아니다. 세상은 있는 그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미래를 미리 정해놓고 살면 안 된다는 뜻이다. 미래가 내 생각대로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예측은 자유다. 그러나 자기의 예측을 믿어서는 안 된다. 미래가 현실로 나타나면 , 이게 미래구나. 어제는 궁금했는데……’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206)

주역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괘상이다. 우리는 괘상을 통해 현상을 유추해내거나 혹은 현상에서 괘상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사물의 뜻은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해진다. 사물의 뜻을 분명히 깨달은 후에는 그것을 처세에 적용하든 인격수양에 사용하든 전쟁에 사용하든 질병 치료에 사용하든 그 사용처가 자유롭게 열려 있다. 이른바 알고 행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삶의 작용은 더욱 위대해지는 것이다.

 

(248)

다른 괘상을 보자. ䷡(뇌천대장)䷠(천산둔)이다. 각각 계층값은 같다. 하지만 괘상의 모양이 뒤집어졌다. 따라서 뜻도 뒤집어져야 한다. ䷡은 장군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는 괘상이고, ䷠은 엎드려 꼼짝 못하고 있는 형상이다. ䷡은 대범하고, ䷠은 쩨쩨하다. 괘상이란 제대로 관찰하면 그 내면의 의미가 서로 비교되면서 확실히 알게 되는 법이다.

이제 괘상이 눈으로 봐서 뒤집히면 그 뜻도 뒤집힌다는 것을 알았다. 이 얼마나 유용한 지식인가. 64개의 괘상 중 32개만 알면 나머지는 뒤집어서 해석하면 된다. 물론 32개를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는 우리가 알아야 할 작업량이 64에서 32로 반이 줄었다는 것에 만족하자.

 

(283)

이제는 사물을 보고 그것을 말할 때 일상 언어가 아닌 주역의 괘상으로 말하는 것이 더욱 쉬워졌다. 사물을 보고 즉각 그 뜻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다. 주역 공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머리로만 쉽게 이해하고 넘어가면 주역의 문리가 터질 수 없다. 수도하는 자세로 필사적으로 달려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한 보람이 있다. 공자는 일생을 통해 주역을 공부했다. 이보다 더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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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는 것 하나 기억하는 것은 없지만 끝없이, 끝없이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도 기억나는 것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그건 말이지, 라고 애자는 말했다.

너무 소중하게 너무 열심히 들어서 기억에 남지 않고 몸이 되어버린 거야.

?

들었다가보다는 먹은 거야. 기억에도 남지 않을 정도로 남김없이 먹고 마셔서, 일체가 되어버린 거야.

 

(57)

좋은 것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감탄하고 호들갑이지.

좋은 것들이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말 그대로 귀하기 때문이란다.

세상에 좋은 것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감탄하고 칭송하는 거란다.

별로 없어, 좋은 건.

그러니까 그런 걸 기대하며 살아서는 안되는 거야.

기대하고 기대할수록 실망이 늘어나고, 고통스러워질 뿐인 거야.

 

(122)

무섭지 않아? 하고 소라가 묻습니다. 아이를 낳고 부모로서 영향을 주고 그 아이가 뭔가로 자라가는 것을 남은 평생 지켜봐야 한다는 거…… 계속 걱정해야 하는 뭔가를 만들어버린다는 거…… 무섭지 않아? 하고 말입니다. 나나는 무섭지. 아직은 실감이고 뭐고 부족하지만, 무서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모르니까 감당하겠다고 마음먹었어. 각오하고 있어. 각오가 필요할 정도, 라고 생각하면 조금 비장해지지만 그래도 각오하고 있어. 실은 얼마큼 각오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도대체 뭘 각오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라서 자신감 같은 것과 더불어 호흡마저 희박해지는 느낌이지만 어쨌든 각오하고 있어 그래도 나름,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을 한마디도 하지 못합니다.

 

(160)

내가 이렇게 아플 수 있으면 남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거. 제대로 연결해서 생각해야 해. 그런데 이렇게 연결하는 것은 의외로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닌지도 몰라. 오히려 그런 것쯤 없는 셈으로 여기며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돼. 안 그러면 잊어먹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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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2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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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이제 그럼 군함도 2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1권에서 지상은 군함도로 부르는 하시마섬을 탈출했잖아. 지상은 해변가에 밀려와 정신을 잃었는데, 어떤 마음씨 좋은 일본인 노부부에 의해 발견되었어. 이 노부부는 이미 전에도 하시마섬에서 탈출한 조선 사람들을 도와준 적이 있어서 지상을 발견하고도 그리 놀라지 않고, 전에 한 것처럼 집에 데리고 와서 숨겨주면서 보살펴 주었어. 그리고 할아버지의 사위가 일하는 나가사끼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게 해주었단다.

지상이 일본어를 잘 한다는 것을 알고, 그 조선조에서는 지상에게 징용 오는 조선인들에게 일본말을 가르쳐 주는 일을 시켰어. 일본말을 가르치는 시간 이외에는 조선소의 일도 해야 했지. 그렇게 지상은 나가사끼의 조선소에서 일하게 되었어. 하지만, 그 소식을 고향집에는 보낼 수 없었단다. 자신은 아직 하시마섬을 무단 탈출한 상태이고, 편지에 대한 검열은 심했으니까.

한편, 고향에 있는 지상의 아내 서형은 소식이 끊긴 지상의 안부에 걱정이 많았어.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참아냈지만, 이웃 사람 중에 징용 갔다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많이 보다 보니 더욱 지상에 대해 걱정을 했어. 결국 서형은 소식이 끊긴 남편 소식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직접 일본에 가기로 마음먹었어. 서형은 어린 명조를 데리고 하시마 섬까지의 먼 길을 갔단다.

그리고 하시마 섬에서 지상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소식에 노무계에게 화를 냈어. 국가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이야기하며, 큰 소리를 냈어. 그때까지는 지상이 도망갔다는 소식을 몰랐거든. 노무계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명국을 서형에게 만나게 해주었고, 서형은 명국으로부터 지상의 탈출 소식을 듣게 되었고, 오래 머물고 있으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으니 빨리 조선으로 돌아가라고 했어. 서형은 그렇게 하시마섬까지 왔다가 지상을 만나기는커녕 소식도 알아내지 못하고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단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으리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지.

 

1.

하시마 섬에서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노동쟁의가 일어났어. 우석, 신철 등이 주동을 했지. 노동쟁의가 일어나는 동안 한쪽에서는 집단 탈주를 시도하기도 했어. 노동쟁의로 시선을 흩어트리고 그 어지러움 사이에 탈주를 하려고 했던 것이지. 하지만 이 집단 탈주는 대부분 죽거나 잡히는 것으로 실패를 했어. 노동쟁의가 심해지자, 일본 노무계는 군대까지 동원해서 그들을 진압하려고 했어. 우석과 함께 주동을 했던 신철은 붙들려가서 모진 고문 끝에 나가사끼로 끌려 갔어. 노동쟁의가 길어지면서 주동자였던 우석은 더 이상 하시마섬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우석도 하시마섬을 탈출하기로 했단다.

우석은 힘겹게 탈출에 성공해서 나가사끼에 도착을 했고, 나가사끼에 있는 먼 친척인 육손을 찾아갔어. 1권 이야기하면 육손이 잠깐 등장했었는데, 기억나니? 일본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은 조선인인 육손. 그 밑에 조선에서 온 아버지를 찾아왔던 길남이 일하고 있었잖아. 육손은 군수공장을 짓기 위한 터널공사장을 맡고 있었어. 육손은 우석을 부담스러워 했지만, 그래도 먼 길을 찾아왔으니 받아주었어.

우석은 터널 공사에 투입되어 일을 하였는데, 힘듦은 하시마섬과 다르지 않았단다. 길남은 우석과 친구를 하자고 해서 하긴 했는데,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달라 말다툼도 했어. 우석이 하시마섬에 있다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버지인 장태복이라는 사람을 아냐고 물어봤어. 장태복이라는 사람은 일본인 노무계에게 중상을 입혀 조선인들 사이에 영웅이라고 이야기해주었어. 나가가씨 형무소를 끌려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어.길남은 알아보자 자신의 아버지가 근처 형무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면회를 가서 결국 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단다.

노동쟁의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하시마 섬다리를 다친 명국에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어. 징용 온 조선인들을 관리해달라는 일을 제안 받았어. 일본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에 듣자마자 거절을 했지만, 그런 몸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봤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조선인들을 관리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노무계에 요청을 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어.

한편 전쟁에 대한 소문에 따르면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했어. 점점 폭격 소식이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어. 나가사끼에도 공습경보가 잦아지면서 반공호로 대피하는 일이 비일비재였어. 보통 반공호에 있다가 아무 일 없이 다시 나왔었는데, 결국 실제로 나가사끼에 대대적인 폭격이 일어났단다. 지상이 일하던 조선소에게 폭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 중에 하나가 징용을 와서 일하고 있는 조선인 노동자들 중에 징병되어 군대로 끌려가는 사람들도 늘어났다는 거야.

.

이렇게 일본이 전쟁에서 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석은 자신도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뜻 맞는 동료들과 함께 자신들이 작업하고 있는 터널을 폭파하는 계획을 세웠어.

그러나….

 

2.

우석의 이런 계획이 큰 의미가 없어지는 일이 벌어졌어. 얼마 전에 히로시마에 떨어졌다고 하는 신형폭탄이 나가사끼에도 떨어진 거야바로 팻맨(Fat Man)이란 애칭을 가진 핵폭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핵폭탄이 어떤 존재인지도 몰랐어. 폭심지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유리창까지 부서지게 할 수 있는 매우 위력적인 폭탄이니, 사람들이 받는 피해는 얼마나 심하겠니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도 핵폭탄 사용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는 많은 논란거리를 일으켰단다. 이미 기울어진 전쟁인데, 핵폭탄까지 쓸 필요가 있었냐 하는 이야기가 있었어. 그로 인해 전쟁과 무관하게 생활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죽음 속에는 강제로 끌려와 노예처럼 일하던 불쌍한 조선인들도 엄청 많았거든. 잊혀진 사람들…. 정말 가슴이 아프구나.

그리고 왜 우리 조선인들이 많이 징용 온 나가사끼였단 말인가. 원래 후보지도 아니었다고 하는데원래 후보지는 교토였다고 하는데, 그곳은 역사유적지가 많아서 나가사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나가사끼에는 역사유적지보다 더 소중은 수많은 생명들이 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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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405 )

이날 단 한발의 원자폭탄에 의해 24만명으로 추산되던 나가사끼 인구 가운데 7 4천명이 그해 연말까지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그들의 죽음을 사몰(死沒)이라도 표현한다. 시신조차 찾을 길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무너져내린 시가지의 폐허 속에 매몰되거나 한순간에 타버려 가루가 되어 흩어졌기 때문이다. 이 비극적인 수치 안에 2만여명의 조선인 피폭자가 포함된다. 사망 1만명에 부상자 구조활동을 위해 투입되어 2차 방사능 피해를 입은 1만명의 징용공들을 합친 숫자이다.

나가사끼에서 원폭으로 죽어가야 했던 징용공들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되는 속에서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그때 거기 있었다는 우연과 미쯔비시의 수많은 군수공장이 포진한 나가사끼에 끌려온 징영공이라는 필연이 교직하면서 만들어낸 나가사끼 조선인 피폭자의 죽음은 그토록 허무하고 무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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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떨어진 핵폭탄은 소설을 이끌어가던 주요 인물들도 피해갈 수 없었어. 나가사끼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우석도 죽고, 길남이도 죽고, 길남이의 아버지도 죽고, 지상을 도와주었던 일본인 부부도 모두 죽었어.

지상은 다행히 살아남아서, 다른 생존자들과 고향을 향해 길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단다. 지상이 비록 살아나긴 했지만 분명 엄청난 피폭을 당했기 때문에 고향땅에 와서 후유증에 시달렸을 것 같구나. 지상은 나가사끼를 떠나면서 나라 없음에 대한 설움을 깨닫고 고향에 가면 아이들을 가르칠 마음을 먹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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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 쪽)

여기서 흘러간 날들이여.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 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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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100% 허구였으면 좋겠지만, 단지 허구가 아니고, 어쩌면 소설보다 더 마음 아픈 사연들이 많았을 거야. 그것도 100년도 안된 과거에 말이야. 정말 가슴 아프구나.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일이 일어나질 않길…..

 

3.

아빠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영화 <군함도>를 뒤늦게 보았단다.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했다고 보기에는 줄거리는 많이 다르단다. 모티브를 따 온 수준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긴 한데, 영화라는 것이 원래 허구이고, 극적인 요소를 담아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단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는, 우리 역사책에서도 찾기 쉽지 않은 아픈 역사를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단다. , 오늘은 이만….

(468 쪽)

여기서 흘러간 날들이여.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 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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