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39)

그는 특별하고자 한 적이 없었다. 다만 나약했고 공격에 무방비 상태였고 혼란에 빠져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한 평범한 인간으로서, 인생의 반을 발광 상태에서 살지 않으려다보니 죄 없는 자식들에게 큰 박탈감을 안겨주었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자신도 사면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확신했다.

(63)

다이아몬드란 건 그 아름다움과 품위와 가치를 넘어서서 무엇보다도 불멸이거든. 불멸의 흙 한 조각, 죽을 수밖에 없는 초라한 인간이 그걸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다니!

(76)

그는 세 번 결혼을 했고, 애인들과 자식들과 성공을 안겨준 흥미로운 일자리를 가졌지만, 이제 죽음을 피하는 것이 그의 삶에서 중심적인 일이 되었고 육체의 쇠퇴가 그의 이야기의 전부가 되었다.

(81)

사실 그는 한 번도 딸 걱정을 안 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이런 아이가 운 좋게 자기 자식이 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이런 자식을 얻을 만한 일을 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피비라면 몰라도.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있다. 눈부시게 착한 사람들-정말이지 기적처럼 착한 사람들. 이런 기적 가운데 하나가 그 자신의 딸, 부패라고는 모르는 딸이라는 것이 그의 큰 행운이었다.

(112)

묘했다. 그는 낸시의 말에서 그렇게 큰 위로를 얻으면서도 낸시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고는 잠시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위로를 얻고자 하는 소망은 하찮은 것이 아님을 그는 깨달았다. 더군다나 기적적으로 아직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게서.

(149)

다들 몸에서 가장 먼저 닳아버리는 지점이 있잖아요. 그이는 그 지점에 피로가 쌓였던 거죠. 이틀 전 밤에 나한테 그러더군요. ‘너무 피곤해그이는 살고 싶어했지만, 누가 무슨 일을 해도 그이를 더 살아 있게 할 수는 없었어요. 노년은 전투예요. 이런 게 아니라도, 또다른 걸로 말이에요. 가차 없는 전투죠. 하필이면 가장 약하고, 예전처럼 투지를 불태우는 게 가장 어려울 때 말이에요.

(164)

자신이 없애버린 모든 것, 이렇다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 없애버린 모든 것, 더 심각한 일이지만, 자신의 모든 의도와는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없애버린 모든 것을 깨닫자, 자신에게 한 번도 가혹하지 않았던, 늘 그를 위로해주고 도와주었던 형에게 가혹했던 것을 깨닫자, 자신이 이제 단지 신체적으로만 전에 원치 않았던 모습으로 쪼그라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깨닫자,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171)

성공하지 못한 아버지, 질투심에 찬 동생, 한 입으로 두말하는 남편, 무력한 아들, 그의 가족의 보석상으로부터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몇 명 되지도 않는 친족, 아무리 열심히 쫓아가도 도저히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친족을 소리쳐 부르는 자신의 모습. “엄마, 아빠, 하위, 피비, 낸시, 랜디, 로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만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내 말 안 들려? 나 떠나고 있다고! 다 끝났고, 나는 이제 당신들을 모두 다 떠나고 있어!” 그가 그들에게서 사리지는 것과 똑 같은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서 사라지고 있는 그 사람들이 고개만 돌려, 너무나 의미심장하게 소리쳤다. “너무 늦었어!”

떠남. 그가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이며 깨어나게 했던 바로 그 말, 주검의 포옹에서 살아 돌아오도록 구해준 말.

(175)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강렬한 일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정말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일단 삶을 맛보고 나면 죽음은 전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삶이 끝없이 계속된다고 생각해왔지요. 내심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아니, 댁이 틀렸소.” 남자는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저 여자는 늘 저랬소. 오십 년 동안이나 저랬단 말이오.” 그는 절대 용서 못 할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며 덧붙였다. “저 여자는 자기가 이제 열여덟 살이 아니기 때문에 저러는 거요.”

(188)

그는 생각했다. 여름의 매일매일 살아 있는 바다에서 타오르던 그 빛이여. 그것은 눈에 담을 수 있는, 엄청나게 크고 귀중한 보물이었다. 마친 아버지의 이름 머리글자가 새겨진 보석상 루페로 귀중하고 완벽한 행성 전체를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고향을, 십억, , 천조 캐럿짜리 행성 지구를! 그는 쓰러지는 것과는 거리가 먼, 불길한 운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느낌으로, 다시 충만해지기를 갈망하며 밑으로 내려갔지만,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심장마비.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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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시오리코 씨와 끝없는 무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7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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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마지막 이야기를 읽었단다. 아빠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작년 가을이었잖아. 그 때 후다닥 읽어도 상관없었겠지만, 쉬엄쉬엄 읽어도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읽었고 이번에 마지막 7권을 읽었단다. 책 이야기와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즐거움을 주었던 이 시리즈는 예상했던 대로 해피엔딩이었어. 그리고 책을 주제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에, 작가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구나. 작가 후기에 보니 영화로도 제작이 된다고 하니 기대되는구나. 이번 7권에서 다룬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책에 관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어. , 그럼 7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1.

이번에 일곱번째 이야기니까,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는 따로 안 할게. 주인공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는 잘 알지? 이번 7권은 6권의 끝부분의 이야기와 이어진단다. 6권의 이야기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 초판본의 행방을 결국 찾았잖아. 구가야마 쇼다이의 부인인 구가야마 마리가 가지고 있었잖아. 그리고 시오리코에게 넘겨 주기로 약속했어. 그래서 찾아갔어. 하지만 구가야마 마리는 이미 그 책을 다른 사람에서 넘겼다고 하는구나. 오래 전에 구가야마 쇼다이 밑에서 일했던 요시와라 기이치한테... 구마야마 쇼다이가 누구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의 독서편지를 읽어보렴~^^ 요시와라는 지금은 마이스나 도구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도구점에서는 고서적도 거래를 한다고 해. 그 사람이 잽싸게 <만년>이라는 책을 가지고 간 거야.

..

그 요시와라 기이치가 어느날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아왔어. 그러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의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았어. 6권의 마지막에서 다이스케가 추리한 것처럼 지에코의 친부는 구가야마 쇼다이라고 이야기했어. 시오리코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던 모양인데, 시오리코의 반응은 무덤덤.. 알고 보니 시오리코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 거야. 몰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오리코의 동생 아야카만 깜짝 놀랬지. 이 정도면 요시와라 기이치라는 사람이 약간 재수없는 캐릭터라는 것은 감 잡았지? 오시와라가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아온 이유는 <만년>을 팔려고 했던 거야. 그것도 시세보다 8배나 많은 무려 팔백만 엔에 팔겠다는 거야. 요시와라는 이미 시오리코가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매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 약점을 가지고 가격을 크게 부풀린 것이었단다. 시오리코는 고심 끝에 사겠다고 했어. 비싼 가격에 팔아서 기분이 좋았던지 요시와라는 고맙다면서 <인육담보재판>이라는 책도 같이 주었어.

인육담보재판? 책 제목이 좀 무섭기까지 한데,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소설 중에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의 번안본이라고 하는구나. 아빠는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자세히는 몰라. 시오리코는 요시와라가 건네준 <인육담보재판>이라는 책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그 사람 성격으로 공짜로 책을 사람이 아닌데왜 주었을까?

2.

익숙지 않은 일본 사람의 이름들이 앞으로 연이어 나올 테니 좀 혼란스럽더라도 잘 읽어줘. 어느날 미즈키 로쿠로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미즈키 로쿠로가 어떤 사람이냐고? 미즈키 코쿠로의 부인은 미즈키 에이코라는 사람이야., 미즈키 에이코는 시오리코의 외할머니 되는 사람이야. 그렇다고 미즈크 코쿠로가 시오리코의 외할아버지는 아니야. 앞서 이야기했지만,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의 친부가 구가야마 쇼다이이니까, 시오리코의 외할아버지는 구가야마 쇼다이가 되는 거지.

다시 정리하면 구가야마 쇼다이가 몰래 바람을 핀 상대가 바로 미즈키 에이코가 되는 거야. 미즈키 로쿠로와 미즈키 에이코는 나중에 재혼한 사이이고미즈키 에이코는 근처에 살면서도 손녀들을 한번도 보러 오지 않았어. 딸 지에코와 인연을 끊고 살았기 때문이야.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는 참 냉정한 사람인 것 같아. 딸과도 인연을 끊고, 엄마와도 인연은 끊고

그런데, 미즈키 로쿠로가 비블리아 고서당에 찾아온 이유는요시와라가 구가야마 마리로부터 고서들을 매입하면서 어떤 책의 차용증도 같이 받았다는 거야. 그 고서가 미즈키 에이코가 가지고 있으니 차용증을 가져가서 받으면 된다고그러면서 요시와라가 와서 책을 돌려달라고 했다는 거야. 에이코는 그 책은 쇼다이로부터 받은 것이지 빌린 것이 아닌데 말이야. 이 난제를 풀어달라고 부탁하러 온 것이었어.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는 미즈키 에이코의 집에 찾아갔어. 그리고 초면인줄 알고 인사하려고 했더니 이미 비블리아 고서당을 여러 번 들렀던 단골이었어. 에이코는 딸과 절연을 했지만 손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고서당에 여러 번 찾아왔던 거야.

에이코와 시오리코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잘 통한다는 것을 알았어. 에이코 처지에서는 오랜 시절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을 것 같아. 에이코가 이야기를 하기를 요시와와가 차용증에 적혀 있는 책은 그냥 넘겼대. 시오리코는 왜 순순히 넘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이유를 추리해냈어. 에이코에게는 말 못한 비밀이 하나 있었어. 치과의사로 일하는 의붓아들 류지가 동성애자였는데, 그것은 류지의 친아버지인 로쿠로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야. 에이코는 오래 전에 그 사실을 알고 류지의 비밀을 지켜주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요시와라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협박을 한 거야. 그 책을 넘겨주지 않으면 류지의 비밀을 말하겠다고…. 그래서 류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 책을 넘겨주었단다. 시오리코가 에이코의 이런 마음을 류지에게 이야기하자, 류지는 용기 있게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하고 용서를 구했어. 이제 더 이상 약점이 없으니, 에이코는 요시와라가 넘긴 책을 다시 찾아달라고 부탁했어. 그런 와중에 요시와라가 경매에 그 책을 내놓는다고 이야기했어.

도대체 그 책이 뭐냐고? 구가야마 다쇼이가 생전에 지에코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셰익스피어의 원본 퍼스트 폴리오를 복제를 했어. 그것을 팩시밀리라고 하는데, 그런 팩시밀리 2개를 만들었단다. 팩시밀리 솜씨가 좋으면 그 팩시밀리도 값을 쳐준대. 그런데 색깔이 다르게 했고, 어떤 것이 진짜 퍼스트 폴리오인지는 알려주지 않고 지에코에게 찾아보라고 했다는 거야. 그 팩시밀리 중에 하나였던 거야. 나머지 팩시밀리와 원본은 외국 시장에 팔았다고 했어. 쇼다이는 지에코에게 그것까지 찾아내라는 것이었어. 셰익스피어는 16세기에서 17세기의 사람그때의 책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니.. 얼마나 비싸겠니. 일본돈으로 수억 엔의 값어치가 있다고 했어. 전세계에 200여권 밖에 없다고 했어.

지에코는 쇼다이가 낸 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했어.  그래서 지에코는 그 책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서 가족들마저 떠났던 거야. 그동안 시오리코의 엄마 지에코가 10년 전에 집을 나간 이유가 애매모호했는데, 그 이유가 7권에서 밝혀졌구나. 그래도 가족을 버리고 집을 떠난 정도치고는 너무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3.

요시와라는 그 책들을 모두 찾아낸 거야. 그리고 그 책들을 모두 경매에 내 놓은 거야. 세 권 모두 모든 페이지의 끝부분을 풀로 붙였기 때문에 책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책의 각 페이지를 떼어낼 수 없었어.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이 진짜인지 알아내는 방법은 정말 어려웠던 거야. 겉만 보고 원본을 밝혀내라고 쇼다이가 지에코에게 내놓은 과제였던 거야. 시오리코는 엄마 지에코와 연락을 했는데, 지에코는 실력을 겨뤄보자고 했어. 그래서 모두 경매에 참석하기로 했어.

시오리코는 다이스케가 무심코 던진 말을 힌트 삼아, 빨간색 표지가 원본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백퍼센트 확신은 아니었지. 그리고 경매가 시작했지. 어떤 책이 진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큰 돈을 지불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었어. 결국 이 경매는 시오리코와 지에코의 둘 만의 경쟁이었어. 그리고 세 권 모두 시오리코에게 낙찰이 되었고, 빨간색 표지는 무려 오천만 엔의 낙찰가였어.

그렇게 경매가 끝나자마자 요시와라는 그 책 세 권의 진위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어. 진위 여부를 의뢰했었는데, 이제야 그 결과가 나왔다고그리고 그 결과는 세 권 모두 복제본이라고하지만 경매는 끝났기 때문에 그 돈은 줘야 한다고 했어. 참 야비한 사람이구나. 얼마나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을까. 이미 그 세 권 모두 복사본이라는 그 전에 알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소설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것이 아닌 걸 알기에 아빠는 당황하지 말고 다음 페이지를 읽었단다.^^ 경매가 끝나고 시오리코와 지에코가 쏙닥쏙닥…. 그리고 그들은 빨간색 책의 진짜 정체를 밝혀냈단다. 모든 책 페이지의 끝부분을 붙여서 책을 펼 수 없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것은 책이 아니고 일종의 상자였어. 그 안에 책을 숨겨둔 것이지…. 바로 셰익스피어의 원본 퍼스트 폴리오. 값어치는 수억 엔…. 요시와라는 그 사실을 알고 화를 내지만ㅎㅎ 별 수 있겠니자신이 파놓은 함정이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원본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실력을 탓해야지. 아빠가 생각하게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어. 지에코와 시오리코가 이미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경매가를 그렇게까지 높게 부리지 말지원래 값보다는 작았지만 오천만엔도 적은 돈은 아닌데 말이야.. 얄미운 요시와라가 더 손해를 봤어야 했는데 말이야…^^

.

지에코는 시오리코에게 그 진짜 책을 1 5천만 엔에 인수하기로 했단다. 시오리코에는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되는 거야. 지에코가 시오리코에게 경매 낙찰을 양보했던 것도 모두 일부러 그랬던 것 같아. 시오리코에게 자존심도 지켜주고, 곧 대학을 진학할 아야카의 학비도 우회적으로 지원해주고 말이야. 그렇게 화해를 하는 거겠지.. 지에코의 방식으로시오리코의 방식으로그리고 다이스케와 시오리코의 사이는 어떻게 되었냐고? 다이스케의 청혼에 시오리코는”. 그들의 사랑도 해피엔딩.

.

그동안 재미있었어. 책의 디자인도 예쁘고 말이야. 약간 우연의 일치와 너무 일이 술술 풀리는 감은 있었지만, 이런 책들이 때론 힐링을 더 주기도 한단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는 많은 책들이 소개되었잖아... 그 중에서 몇 권은 읽어볼 생각이란다. 특히 주인공 다이스케의 이름을 따왔다고 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이라는 소설언제가는 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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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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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프리마 스콜라 알라 에스트’, 이 문장은 직역하자면 첫 수업은 희다인데, 그것은 곧 첫 수업은 휴강이다라는 뜻입니다. 사실 이 말은 로마 시대의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업 첫날 하는 말입니다. 이 시대의 학교는 로마 후기까지 공립 기관도, 의무교육 기관도 아니었습니다. 로마인의 교육은 중세의 교육보다 더 단순해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언어와 문화 차원에서 가르쳤어요.

(39-40)

오늘날 거의 모든 유럽어의 모언어로 알고 라틴어는 세계 언어 분포상 인도 유럽어계에 속합니다. 이 사실을 말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의 눈이 다시 한 번 휘둥그레집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틴어가 직접적으로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등에 영향을 주었고, 영어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반면 라틴어가 아시아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인도 유럽어계에 속한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합니다. 학생들이 놀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실제로 라틴어는 인도 유럽어의 영향을 받았고, 그중에서도 그리스어, 켈트어, 고대 게르만어와 더불어 서구어를 형성하는 이탈리아어군의 영향을 받은 언어에 해당합니다.

(55)

언어는 공부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언어의 습득적, 역사적 성질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는 언어의 목적 때문입니다. 언어는 그 자체의 학습이 목적이기보다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목적이 강합니다. 앞의 강의에서 말했듯이 언어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틀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 점을 자꾸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85)

그런데 하비투스라는 말의 유래가 재미있습니다. 이 명사를 살펴보면 습관이라는 뜻 외에도 수도사들이 입는 옷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수도사들은 매일 똑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 기도를 바치고 난 뒤 오전 노동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기 전 낮 기도를 바쳤어요. 점심식사 뒤에는 잠깐 휴식을 취한 뒤에 오후 노동을 하고 저녁식사 전에 저녁 기도를 바쳤고요. 저녁식사가 끝나면 잠깐의 휴식 뒤에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의 일과를 마치는 끝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모두 일괄적으로 잠자리에 들었고요. 그래서 수도자들이 입는 옷 하비투스에서 매일 똑 같은 시간에 똑같은 것을 한다는 의미에서 습관이라는 뜻이 파생하게 된 덥니다.

(87)

그렇습니다. 삶이 그런 것인데도 사람들은 종종 착각해요. 안정적인 삶, 평온한 삶이 되어야 그때 비로소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요. 이것은 착각입니다. “지금 사정이 여러모로 안 좋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이 일을 혹은 공부를 할 수 없어. 나중에 좀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기면 그때 본격적으로 할 거야라고 하지만 그런 시간은 잘 오지 않아요. 아니, 끝내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왔다고 하더라도 이미 필요가 없거나 늦을지도 모르고요.

(117)

이럴 때면 저는 학생들에게 공부는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매듭을 짓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해줍니다. 어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그것을 내가 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그것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가보는 연습을 해보라고요. 공부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잘 마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이렇게 어려운 라틴어를 공부하겠다고 스스로 결심한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과연 몇 퍼센트의 사람이 라틴어를 배우겠습니까? 그걸 생각해보고 자부심을 가지세요라고 말해줍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마찬가지겠지요.

(140-141)

말이 나온 김에 로마의 인사법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로마인은 인사할 때 상대가 한 명이면 살베(Salve)!’ 또는 아베(Ave)!’라고 인사하고 여러 명일 경우는 살베테(Salvete)’라고 인사했습니다. 그 뜻은 모두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보았을 아베 마리아(Ave Maria)’라는 것도 로마인의 인사법으로 안녕하세요, 마리아라는 뜻입니다. 로마인은 편지를 쓸 때 사용한 것처럼 헤어질 때에는 한 명에게는 발레(Vale)’, 여러 명에게는 발레테(Valete)’라고 인사했고, 그 뜻은 모두 안녕히 계세요라는 의미입니다. 오늘날 유럽어 가운데 로마인이 사용한 이 인사말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것은 스페인어입니다. 스페인어로 발레(vale)’좋아, 됐어!’라는 의미로 일상회화에서 자주 사용하는데 안녕이라는 작별인사의 의미도 있습니다.

(144)

그대가 잘 있으면 나는 잘 있습니다라는 로마인의 편지 인사말을 통해 생각해봅니다. 타인의 안부가 먼저 중요한, 그래서 그대가 평안해야 나도 안녕하다는 그들의 인사가 문득 마음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내가 잘 살 수 있다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요즘 우리의 삶이 위태롭고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사실 우리의 사고가 어느새 그렇게 변해버린 건 사람들의 마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낼 여유가 점점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157)

Si vis vitam, para mortem.

시 비스 비탐, 파라 모르템.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161)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카르페(carpe)’란 말은 카르포(carpo, 덩굴이나 과실을 따다, 추수하다)’라는 동사의 명령형입니다. 과실을 수확하는 과정은 사실 굉장히 고되고 힘들지만, 한 해 동안 땀을 흘린 농부에게 추수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일 겁니다. 그래서 카르포동사에 즐기다, 누리다란 의미가 더해져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 하루를 즐겨라라는 말이 됐습니다. 시의 문맥상 내일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고 오늘에 의미를 두고 살라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숱한 의역을 거쳐 오늘을 즐겨라라는 뜻으로 정착되었는데, 주목할 건 이 말이 쾌락주의 사조의 주요 표제어가 되었다는 겁니다.

(266)

Dilige et fac quod vis.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아우구스티누스의 <페르시아 사람들을 위한 요한 서간 강해>에 나오는 말입니다. 저는 사막에서의 경험을 통해 어떤 비난을 받든 중단했던 공부를 마치기로 결심했고 다시 로마로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죽을 뻔했던 타클라마칸 사막 한복판에서 제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던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율리우스 캐사르의 이 말이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가라.(Alea iacta est)!”

(274)

Hoc quoque transibit!

혹 쿠오퀘 트란시비트!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의 고통과 절망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어딘엔가 끝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마침표가 찍히기를 원하지만 야속하게도 그게 언제쯤인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분명한 것은 언제가 끝이 날 거라는 겁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그러니 오늘의 절망을, 지금 당장 주저앉거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끝 모를 분노를 내일로 잠시 미뤄두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에 나를 괴롭혔던 그 순간이, 그 일들이 지나가고 있음을, 지나가버렸음을 알게 될 겁니다.

(282)

Letum nom omnia finit.

레툼 논 옴니아 피니트.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지 않는다.

Dum vita est, spes est.

툼 비타 에스트, 스페스 에스트.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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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6-15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꼼꼼 섬세 철두철미하세욤!

bookholic 2018-06-16 08:08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십시오~~
 
윈터 킹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1 아서 왕 연대기 1
버나드 콘웰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아서왕의 전설을 다룬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이번에 읽은 <윈터킹>은 또다른 시각으로 본 아서왕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지은이는 버나드 콘웰이라는 사람으로, 아서 왕 연대기 시리즈로 세 권의 소설을 썼는데, <윈터 킹>, <에너미 오브 갓>, <엑스칼리버>가 바로 그것들이야.

아서 왕에 대한 소설은 많이 쓰여졌는데, 버나드 콘웰이 쓴 소설은 무엇이 다를까? 아서 왕의 전설은 보통 판타지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아빠가 몇 년 전에 읽은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도 그랬어. 그런데 버나드 콘웰의 아서 왕 연대기는 그런 판타지 요소를 빼고 리얼리즘에 충실하게 각색했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그래서 더욱 좋았단다. 버나드 콘웰의 소설은 몇 년 전에 <스톤 헨지>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미지의 스톤 헨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준 소설이었지.

 

1.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대를 좀 이해해야 해. 아빠가 영국의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이야기한 것으로만 당시 상황을 정리해볼게. 로마 제국이 쳐들어와서 영국을 한때 점령을 하고 나서 다시 물러간 땅에는두 개의 민족이 동서로 서로 다툼을 하고 있었어. 서쪽과 남쪽의 넓은 쪽에 브리튼족이 자리를 잡고 있고, 동쪽으로 길쭉하게 색슨족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들은 서로 전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단다.

브리튼족은 여러 부족(나라)들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 간에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었어. 물론 그들 중에도 평화를 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전쟁이 끊이지 않았어. 그리고 서쪽 바다 건너 아일랜드인들과 전투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었단다. 내부의 적들, 그리고 외부의 적들로 인해 전쟁이 일상인 시절이라고 보면 된단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영국의 지도를 그려주었는데, 아래와 같았단다.

 

위 지도를 보면서 설명을 더 해보면.. 브리튼족 중에 제법 큰 지역을 차지고 있는 둠노니아라는 부족이 있었는데, 둠노니아의 왕인 유서 왕을 둠노니아 왕뿐만 아니라 브리튼 대왕으로도 불렀어. 그런 유서 왕에게는 고민거리가 있었으니, 유일한 적자로 황태자였던 모드레드가 그만 색슨족과 전투 중에 그만 죽고 말았단다. 물론 적자가 아닌 서출도 13녀를 두고 있었지만, 정통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유서 왕은 모드레드의 미망인 노르웨나가 임신한 아이가 아들이기를 바랬어. 그의 서출 1남이 누구였나고? 바로 아서였어.

황태자였던 모드레드의 죽음에 대해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을 해줄게. 모드레드는 의붓동생인 아서와 함께 색슨족을 상대로 전투 중이었어. 그런데 영예를 혼자 독차지하려고 아서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싸우다가 그만 죽고 만 거야. 그 내막을 자세히 모르는 유서 왕은 아서 때문에 모드레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아서를 미워했단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유서 왕의 바람대로 노르웨나는 아들을 낳았어. 그런데 아기는 왼쪽 발이 비틀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단다. 그래도 왕이 되기에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어. 그 손자의 이름은 당연하듯 모드레드라고 지었고, 그 장애를 가진 갓난 아기는 둠노니아 왕의 유일한 후계자가 되었어. 유서 왕은 아기왕과 노르웨나를 자신의 서출 장녀인 모르간에게 보호를 맡겼어. 모르간은 아발론의 군주이자 드루이드인 멀린의 제자이자 드루이드였어. 드루이드가 뭐냐면, 브리튼족에 대대로 내려오는 옛종교의 제사장이라고 생각하면 돼.

앞서 이야기했듯이 로마가 쳐들어왔다가 물러났다고 했잖아. 로마가 점령한 시기에 기독교가 전파되어서, 영국 땅에는 기독교와 드루이드교가 서로 공존을 하면서도 갈등을 하고 있었단다. 아무튼 유서 왕은 아기왕 모드레드와 며느리 노르웨나를 모르간에게 보냈고, 모르간은 그들은 보호해주기 시작했어. 모르간은 아발론 지역의 어니스 우이드린이라는 곳의 토르라는 성에 있었어. 아발론의 군주 멀린은 몇 년째 자리를 비우고 있었지만, 혼란 없이 잘 지내고 있었지. 그 토르에는 멀린의 여제자이자 애인인 니무에라는 사람이 있어. 니무에는 앵글족 사람이고, 니무에는 어릴 적 친구 데르벨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그 데르벨이라는 사람이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란다. 그리고 데르벨의 후견인 또한 멀린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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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둠노니아의 이웃나라 실루리아의 왕 군들레우스가 토르를 찾아왔어. 군들레우스는 전쟁을 좋아하는 왕이었어. 그는 미망인이 된 노르웨나에게 청혼을 하려고 왔던 거야. 노르웨나와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신이 황태자의 아버지가 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이미 노쇠한 유서 왕이 죽고 나면 자신이 브리튼의 대왕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겠지. 그때 니무에가 주술과 속임수로 군들레우스를 겁주어 내쫓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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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족의 모든 부족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대부족회의가 열렸어. 둠노니아의 유서 왕, 퀜트의 테우드릭 왕, 아발론은 멀린 대신 모르간과 니무에가 참석했어. 마지막으로 케르노우의 황태자 트리스탄이 참석을 했어. 포위스와 실루리아에서는 참석하지 않았단다. 이 회의는 각 나라 간(부족 간) 최근 동향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안건은 노르웨나의 새남편이자 브리튼왕국의 대를 이을 사람이었지. 군들레우스가 가장 유력한 상황이었는데, 누군가 아서를 외치자 그와 전쟁에 참여했던 전사들이 크게 호응을 했지.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유서 왕이 아서를 싫어했기 때문에 아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어. 결국 노르웨나의 짝은 군들레우스로 결정이 되었어. 그리고 다른 부족들과 특히 멀린의 대리 자격으로 참석한 니무에의 강력 주장으로 모드레드의 수호자로 아서를 지명하였단다. 한편 아서는 바다 건너 그러니까 지금의 프랑스 지역에서 베노익의 왕인 반 왕과 함께 아르모리카에 머물고 있었어.

2.

위태한 평화가 이어지던 어느날, 뜻하지 않게 유서 왕이 죽었단다. 유서 왕은 이미 나이가 많았고 노쇠했기 때문에 그의 죽음에 그리 놀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갑자기 죽었기 때문에 혼란이 생겼어. 군들레우스가 반란을 일으켜 노르웨나를 죽이고, 니무에를 겁탈하고 한쪽 눈을 없애버렸단다.. 데르벨은 그런 니무에와 모르간과 함께 모드레드를 데리고 간신히 도망을 갔단다. 그런 어지러운 상황에서 아서가 돌아왔어.

잠깐.. 여기서 아서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줄게. 아서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유서 왕의 서출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그는 태어나자마자 쫓겨난 후 카이르게이의 족장 엑토르가 보살펴 주었고, 엑토르의 아들 케이와 함께 자라났고, 지금은 베노익의 반 왕과 함께 지내고 있었단다.

둠노니아에 돌아온 아서는 군들레우스의 반란을 바로 제압했어. 군들레우스는 포로로 잡았어. 데르벨은 모드레드를 살리는데 공을 세워 아서왕과 인사를 하게 되었고, 아서도 데르벨을 신뢰하게 되었지만, 자신의 부하로는 나중에 부를 것이고 일단은 유서 왕의 수호기사이자 둠노니아의 장군인 오와인의 부하로 있으라고 했어. 오와인은 아서에게 열등감을 느끼면서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었어. 어느날 오와인은 둠노니아의 서쪽 케르노우의 광산을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 공격을 했어. 데르벨은 그것이 아무런 이유도 없는 단순 강탈이라고 생각하고 오와인에게 실망했어. 하지만 자신은 부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작전에 따를 수밖에 없었단다.

오와인과 달리 아서는 평화를 중요시했어. 아서가 생각하는 군인이란 이런 사람이라고 했어. 이것은 오늘날 정치인들이 읽어봐도 좋을 법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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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정확히는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싸우는 거다. 브르타뉴에서 배웠지. 이 참혹한 세계는 약하고 무기력하고 굶주리고 슬프고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약자를 외면하는 건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일 게야. 특히 네가 군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 전사가 어떤 남자의 딸을 빼앗고 싶으면 그냥 빼앗고, 땅을 원하면 죽이면 되니까. 결국 넌 전사가 아니더냐. 너한테 창과 탈이 있는 반면에 상대는 부러진 쟁기와 병든 소뿐인데, 거칠 게 뭐가 있겠냐?” 물론 대답을 기대한 질문은 아닐 것이다. 그는 그저 조용히 걷기만 했다. 서쪽 성문의 통나무 계단에는 새로 내린 서리가 하얗게 쌓여 있었다. 우리는 나란히 계단을 올랐다. 아서가 입을 연 건 계단 위에 완전히 올라선 후였다. “하지만 데르벨, 우리가 군인이 된 건 바로 그 약자들이 우리를 군인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란다. 그가 곡식을 키워 우리를 먹이고, 가죽을 무두질해 보호해주고, 물푸레나무를 깎아서 창대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지. 우린 그 사람들한테 봉사할 의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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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레드의 왕 즉위식이 둠노이아의 수도 어니스 카다른에서 열렸어. 여전히 모드레드는 갓난 아기였어. 그 즉위식에 케르노우의 황태자 트리스탄이 찾아왔어. 오와인의 만행에 진실을 밝히고 배상을 요청했어. 그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약소국이지만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했어. 아서는 고민을 했단다. 현재 브리튼족은 포위스, 궨트, 둠노니아, 실루리아 등 부족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있던 케르노우와 전쟁…. 물론 케르노우와 전쟁을 하게 되면 이기겠지. 하지만 그들도 피해를 입게 되고, 그렇게 되면 북쪽의 부족들이 쳐들어오게 되는 기회를 주는 거야. 그러면 또 전쟁을 하게 되겠지. 이런 걸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오와인을 처벌하는 것이야. 하지만 오와인은 죄를 인정하고 않고, 오와인의 범죄를 이야기하는 증인은 어린아이로 증인 채택이 될 수 없는 나이였어. 그럴 때 판결할 수 있는 방법은 검의 재판이지.. 신들이 검을 통해 재판을 해준다는 것이지.. (이건 <왕좌의 게임>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 아니던가…)

그런데 트리스탄이 오와인의 상대가 안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래서 아서가 트리스탄을 대신하여 오와인과 대결을 하였고, 이 대결에서 아서가 승리하고 오와인은 죽고 말았단다. 오와인과 함께 강탈을 했던 이들은 용서를 해주었어. 트리스탄도 아서의 이런 결정에 동의를 하고 자신의 부족으로 돌아갔단다. 아서는 자신을 질투하는 오와인을 정당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3.

아서는 브리튼 간 부족들간의 전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화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아서는 포위스를 찾아갔어. 포위스의 왕은 고르버디드이고, 황태자는 퀴네글라스. 작년에 아서와 전투를 벌여 고르버디드가 부상을 입기도 해서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었지. 그런데 아서는 그 포위스 왕과 화의를 위한 협정을 맺기 위해서 포위스에 왔어. 그들의 평화협정의 전제조건 중에 하나는 포위스의 아름다운 공주 케인윈과 아서의 약혼, 그리고 포로였던 군들레우스의 석방이었어. 포위스와 군들레우스의 부족인 실루리아는 동맹을 맺고 있었거든. 전략적인 결혼이긴 했지만 아서와 케인윈 모두 선남선녀였기 때문에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샀단다. 케인윈의 아버지이자 포위스의 왕 고르버디드도 동의를 했어.

그런데 약혼연회장에서 아서는 운명의 여자를 만나게 되었단다. 아일랜드에 쫓겨 망명중인 헤니스 우이렌의 왕 레오데간의 딸 귀니비어가 그 주인공이야. 아서는 결국 대국의 평화보다 사랑을 선택하게 된단다. 아서도 결국 사람이었고, 남자였어. 아서는 귀니비어와 몰래 도망을 가서 결혼을 하였단다. 계속 아서를 수행하던 데르벨도 아서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어. 더욱이 데르벨이 생각하기에 귀니비어보다 케인윈이 더 아름답고 착했거든. 데르벨은 아서의 이런 사랑을 광기의 사랑이라고 했어.

귀니비어라는 여자는 어떤 여자인가? 예쁘기만 했지, 야심이 많은 여자야. 아서를 사랑한 것보다 아서의 지위를 사랑했어. 그러면서 귀니비어는 아서에게 잃어버린 자신의 왕국을 되찾아달라고 했어. 그리고 사치도 좋아하고 기독교를 싫어했어. 이 아서의 사랑으로 인해 아서가 그렇게 노력했던 브리튼 내 평화도 산산조각이 났단다. 케인윈의 오빠이자 포위스의 황태자인 퀘네글라스가 다시 화의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서는 거절을 했어. 결국 포위스는 얼마 뒤 둠노니라를 공격해왔단다. 그로 인해 사랑하는 귀니비어를 두고 전쟁터로 향했단다.

한편, 바다 건너 베노익의 오르모르카에서 반 왕이 아서에게 지원 요청을 했어. 프랑크 족의 침입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아서가 베노익을 떠나면서 반 왕과 서약하기를 베노익이 위험에 빠지면 다시 돌아와서 도와주기로 했거든. 하지만 아서는 둠노니아에서도 전쟁을 하고 있어서 베노익을 지원해줄 여유가 되지 않았어. 그래서 데르벨에게 군사를 주어 지원하라고 했어. 그리하여 데르벨은 둠노니아를 떠나 베노익에 가게 되었단다.

4.

데르벨은 베노익의 수도 어닉스 트레비스에 도착했어. 반 왕을 만났는데, 반 왕은 무사라기보다 문인에 가까웠어. 반 왕은 시와 문학을 사랑했어. 반 왕이 프랑크의 공격에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이 수도에 있는 수많은 시가 담긴 두루마리들이었어. 당시 책은 두루마리 형태를 띠고 있었으니까 두루마리라고 하는 것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돼.

반 왕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어. 첫째 아들 란슬롯은 아주 잘 생기기는 했지만, 오만과 독선에 가득 찬 겁쟁이였단다. 그리고 반 왕의 후계자였지. 둘째 아들 갤러해드는 이성적인 전사였지. 데르벨과 마음이 잘 통해 늘 같이 했단다. 데르벨이 베노익에 지낸 지 어느덧 2년이 지나고아서는 여전히 이웃부족과 색슨족과 전투로 오지 못하고 있었어. 프랑크 군에 점점 밀린 베노익의 수도 어니스 트레비스는 이제 완전 포위상태가 되었어. 란슬롯는 그의 엄마 일레인과 함께 몰래 탈출을 했고, 함락하는 베노익은 데르벨과 갤러해드가 반 왕과 함께 끝까지 사수했단다.

데르벨은 그곳에서 사제로 위장하고 있던 멀린을 만났어. 그곳에 오랫동안 있으면 자신의 스승이자 후원자인 멀린을 못 알아보다니멀린은 브리튼의 옛 보물들을 찾아 그곳에 와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 보물들의 단서가 담긴 두루마리를 찾았다고 했어. 결국 반 왕은 죽고 베노익은 함락되었고, 멀린, 데르벨, 갤러해드는 그곳을 탈출하여 둠노니아로 돌아왔어.

먼저 도착한 란슬롯은 허풍을 한껏 떨어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었단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얼굴은 잘 생겨서 뭇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았고그런 뭇여성들 중에는 귀니비어도 있었단다. 둠노니아에 도착한 멀린은 다시 사라졌고, 데르벨은 아서와 다시 만났어. 아서는 데르벨을 장군으로 임명했단다. 데르벨은 니무에의 소식이 궁금했는데, 니무에는 미쳐서 망자의 섬에 갇혀 있다고 했어. 데르벨은 니무에를 구하기 위해 홀로 망자의 섬에 가서 니무에를 간신히 구출해 가지고 왔단다. 망자의 섬은 한번 들어가면 죽어서는 나올 수 없다는 하는 섬인데 데르벨은 그 어려운 것을 해낸 거야. 데르벨은 니무에를 둠노니아로 다시 데리고 와서 잘 보살펴주어 니무에는 빠르게 회복했단다.

데르벨이 없던 2…. 브리튼족의 상황은포위스의 왕 고르버디드와 실루링와 왕 군들레우스가 연합하여 둠노니아를 공격을 앞두고 있었고, 색슨족의 왕 앨레도 화의를 깨고 공격하려고 했어. 백성들은 이 모든 일들이 아서가 귀니비어와 결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5.

아서는 포위스와 실루리아의 연합과 색슨을 모두 막기 역부족이라서 색슨족과 다시 화의를 하려고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지만, 돈이 없었지. 니무에가 말하기를, 산쉼이라는 기독교 주교가 몰래 숨겨둔 돈이 있다고 했어. 아서와 데르벨이 산쉼주교를 찾아가 숨겨둔 돈을 빼앗았단다. 차용이라고 하긴 했지만 말이야.

아서는 색슨 왕을 만났어. 어린 시절 색슨 지방에서 자란 데르벨이 통역을 했어. 금과 포위스 땅 일부를 주는 조건으로 화의가 맺어졌지. 아서는 포위스의 땅에 있는 백성들의 희생에 죄책감을 가졌단다. 그런 사람이 사랑에 눈이 멀어서 평화를 버렸는가? 아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려주는 대목이 있어서 발췌해 보았단다. 아서는 야망과 야심이 동시에 있는 사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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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6)

“당연히 아니지. 데르벨, 사람들은 아서를 과서평가하고 있어. 그의 선과 친절을 보고, 정의 대한 웅변을 듣지만, 그 안에 정말로 어떤 불이 타오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데르벨, 자기도 모르긴 마찬가지야.”

“어떤 불입니까?”

“야망.” 그녀가 담담하게 내뱉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그의 영혼은 두 마리 말이 끄는 화차야. 야망과 양심. 하지만 데르벨, 야망의 말이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양심은 그 말에 끌려갈 수밖에 없어. 게다가 그 사람, 능력도 있잖아. 그것도 상상도 못할 능력이.(슬픈 미소) 그 사람을 잘 지켜봐, 데르벨. 모든 것이 파괴되고 절망적인 순간이 되면, 사람들을 정말로 놀래줄 테니까. 전에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어. 그 사람은 이겨. 그때마다 양심의 말이 고삐를 빼앗아, 적을 용서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마는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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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는 궨트의 왕과 동맹을 맺고 포위스와 전쟁을 준비하려고 했어. 가장 좋은 것은 전쟁을 안 하는 것이겠지. 마지막 화의를 위해 갤러해드가 자청해서 포위스로 향했어. 이때 데르벨도 하인으로 가장을 해서 동행을 했단다. 포위스의 왕 고르버디드는 아서에 대한 복수는 완강했어. 그런데 하인으로 위장한 데르벨을 알아본 이가 있었어. 고르버디드는 아서의 장군임을 알고서 데르벨을 죽이려고 했어. 일촉즉발의 위기…. 이때 숨어있던 멀린이 나타나서 데르벨을 구해주었어. 멀린이 브리튼의 보물을 찾기 위해 이번에는 이곳에 와 있었던 것이야.

마지막 화의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고, 이제 결전만이 기다리고 있었어. 안 좋은 소식은 퀜트의 왕 테우드릭은 결국 전쟁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어. 데르벨과 아서는 적은 군사로 포위스와 실루리아의 대군과 맞서 싸우게 되었어. 다행인 것은 싸우는 곳이 길드계곡이라서 지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지. 아서는 무슨 작전인지 모르겠지만, 데르벨에게 아서로 위장을 시키고 전투를 하라고 하고 자신을 사라졌어. 데르벨은 최선을 다해 싸웠어. 그야말로 고군분투였어. 뒤늦게 케르노우의 황태자 트리스탄이 지원을 와 주었고, 갤러해드도 합류해서 버티고 있었어. 데르벨은 포위스의 왕 고르버디드 왕을 죽이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수적으로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를 눈앞에 두고 있었어. 그 전부터 알고 있었던 포위스의 황태자 퀴네클라스가 항복의 기회를 주었어하지만 데르벨은 아서와 서약을 이유로 그의 제안을 거절했어. 그렇게 패배를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아서가 나타났어. 혼자가 아니고 멀린과 함께였지. 그가 전장에서 사라진 이유는 바로 멀린을 데리고 오기 위함이었던 거야. 멀린은 아일랜드 군을 이끌고 왔어. 원래 아일랜드 군은 포위스 측이었으나, 멀린이 어떻게 설득을 했는지, 둠노니아의 편에 서서 전투에 참여했어. 그로 인해 전세는 역전이 되어 둠노니아가 극적으로 그 전투에서 이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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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아서왕 연대기 1 <윈터킹>의 이야기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빠는 미드 <왕좌의 게임>이 자꾸 연상이 되었단다. 여러 부족 간의 싸움도 그렇고, 그 부족의 또다른 공통의 적이 있는 것도 그렇고, 권력에 대한 암투도 그렇고, 극적인 반전 등도 <왕좌의 게임>을 연상하게 하더구나. 아서 왕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많이 제작되었지만, 버나드 콘웰이 이야기하는 아서 왕을 드라마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나저나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을 1년 기다렸는데, 올해 방영하지 않고 내년에 한다고 하는구나.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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