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납치하다 인생학교에서 시 읽기 1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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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여전히 아빠는 시읽기를 어렵다고 생각한단다. 그래도 좋은 시를 만나면, 그 시가 비록 짧더라도 소설 한 권을 읽은 것만큼 감동을 받는 경우도 있어. 시는 읽고 싶은데, 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아빠 같은 사람들에게 류시화님이 가끔씩 내는 시선집은 많은 도움이 된단다. 류시화님은 자신의 시와 산문으로도 아빠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지만, 좋은 시를 소개해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준단다. 이번에 읽은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야.

시로 납치하다. 제목도 잘 지으셨네. 시로 사람들의 마음을 납치했다는 의미겠지? 류시화님이 페이스북을 하면서, 가끔씩 그곳에 시를 소개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남기곤 하셨는데, 그 글들을 고치고 다듬어서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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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못할 수도

   - 제인 케니언

 

건강한 다리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얼과 달콤한 우유와

흠 없이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개를 데리고 언덕 위 자작나무 숲으로 산책을 갔다.

오전 내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누웠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은촛대가 놓인 식탁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벽에 그림이 걸린 방에서 잠을 자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기약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어느 날인가는

그렇게 못하게 되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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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고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니.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렇게 좋은 시를 만나게 해준 것에 대해 류시화님한테 고마움을 느끼는 거야. 이 책이 아니라면 이런 시를 아빠가 어디서 만나겠니. 이런 것이 시의 힘이 아닌가 싶구나. 아빠가 설명이 필요 없다고 했지만, 류시화님의 설명을 잠깐 읽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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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그렇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은 얼마나 축복된 시간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큰 기회이다. 특별한일상들이 사라질 날이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 물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두 발로 땅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다. 삶은 수천 가지 작은 기적들의 연속이다. 그것들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시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행간마다늦기 전에 깨달으라라는 말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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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좋은 시들과 그 시에 살을 붙여주는 듯한 류시화님의 글들이 가득했단다. 그리고 아빠가 이 책을 읽을 때 여건이 되면 소리 내서 천천히 명상하듯 읽어보기도 했단다. 시라는 것으로 소리 내서 읽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거든.. 이 시에 소개된 많은 시들 중에서 특히 아빠의 가슴을 뛰게 한 시들은 따로 발췌해 보았단다. 나중에 너희들이 커서 이 책을 읽고 나서 너희들의 가슴을 뛰고, 너희들의 마음을 울린 시는 어떤 시를 골라보고 아빠가 고른 시들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궁금하구나.

 

 

2.

아빠가 정말 존경하는 정치인인 노회찬 의원님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었구나. 평생을 청백리처럼 깨끗하게 살아왔고 자신은 풍족하고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애만 쓰시다가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작은 흠집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자신의 삶을 포기할 만큼 그에게는 치명적인 것으로 생각하셨나 봐. 다른 사람들에게 누구나 있는 흠이었는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이었단다. 그가 흠이 있더라도 그가 지금까지 해온 일과 그의 철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를 용서하고 앞으로 더욱 잘 하면 된다고, 아니 그냥 지금까지 해온 만큼만 하셔도 된다고 격려를 해주셨을 텐데 말이야.

그가 세상을 떠난 날, 아빠는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단다. 그가 떠난 지 한 달이 되었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구나. 아빠가 노회찬 의원님 이야기를 불쑥 하는 이유는 이 책에 그를 떠오르게 하는 시 한 편이 있어서야. 숨지 말 것. 이 짧은 시는 마치 그를 노래하는 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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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지 말 것

 

  - 에리히 프리트

 

시대의

일들 앞에서

사랑 속으로

숨지 말 것

 

또한

사랑 앞에서

시대의 일들 속으로

숨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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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하겠다고 하면 그곳에 온 힘을 쏟으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짧게 시로 표현하는 것이 더 강렬한 것 같구나. 그 일이 시대를 위한 일이든, 사랑이든 말이야. 노회찬 의원님이야말로 시대의 일들 앞에서 숨지 않고 맨 앞에서 서셨던 분이었거든. 다시 한번 그의 영면을 기원하며, 그가 남긴 꿈과 못다한 숙제를 그와 뜻을 같이 했던 이들이 이루어낼 수 있기를 바래본단다.

 

 

2.

시를 영어로 poem이라고 하는데, 그냥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이 시의 어원이 있다고 하는구나. 시의 그리스 어원은 poiein으로 뜻은창조하다라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는 창조해 내는 것이야.  무엇을? 너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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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poem)의 그리스 어원은창조하다(poiein)’이다. 시는 우리에게너의 삶을 창조하라고 말한다. 삶에는 특별한 순간들이 있다. 비가 내리는 순간, 꽃이 피는 순간, 사랑과 고독의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 시는 그 특별한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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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첫째가 시를 한편 썼다면서 보여주었잖아. 자리에 앉아서 화이트보드에 그럴싸한 동시 한 편 뚝딱. 또 조금 있다가 아까 쓴 시는 지우고, 또 다른 동시 한 편을그래 시라는 것이 읽기는 어려워도 잘 생각해보면 그나마 쉽게 접해볼 수 있는 문학 장르가 아닐까 싶구나. 소설을 써 본 사람은 드물어도 시를 써 본 사람은 많을 테니까 말이야. 너희들도 형식과 소재에 구애 받지 말고, 너희들의 삶과 생각과 일상을 시로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일기를 시로 쓰는 것은 어떨까?

 

 


(46)

필요한 것은 ‘사랑받지 않을 용기’이다. 사랑을 구걸하지 않으려면 고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군중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강둑에서 자신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당신을 곁눈질로 쳐다보면 당신도 곁눈질로 보며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모순 덩어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모순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머리만으로는 멋진 춤과 음악을 만들 수 없다. 사람들이 나를 추방하기 전에 나 스스로 추방자가 되어야 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신이 준 선물이다.

(153)

한번은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러 가서, 이제 자식들도 다 컸으니 어머니 자신의 삶을 살라고 하면서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오늘처럼 음식을 만들어 네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음식이 너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하시면서 얼른 또 다른 접시를 내오셨다. 내가 갖고 있는 ‘행복’의 개념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던가. 나는 아직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그 음식들이 아니면 맛을 잘 모른다.

(171)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고통이 크다. 그러나 내면의 포기가 주는 고통은 더 크다. 대시인의 시가 감동을 줄지라도, 자신이 쓴 시만큼 자기 삶의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는 시는 없다. 시를 써서 바람에 읽어 주면 바람이 머릿결을 쓰다듬어 줄 것이다. 겨울강에게 읽어 주면 강물이 얼음장 밑에서 화답할 것이다. 그러면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178)

결국 우리가 후회하는 것은 시도한 일보다 시도하지 않은 일들이다. 인생의 광물을 끝없이 캐내지 않은 광부에서 남는 것은 불만뿐이다. 행복 여부는 우리가 외부에 행사하는 통제력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시도에 달려 있다. 잘랄루딘 루미는 "너는 자신이 문의 자물쇠라고 생각하지만 너야말로 그 자물쇠를 여는 열쇠이다."라고 썼다. 자신이라는 열쇠로 어떤 자물쇠를 열려고 시도해 보았는가? 산골짜기 모래를 파헤쳐 사막을 만들려고 해 본 적이 있는가? 금을 발견하든 발견하지 못하든 쇳조각이라도 캐내 한번 깨물어 보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니고 무엇인가?

(181)

내일(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이다. 정치인을 떠나 인간적으로 내가 좋아한 사람이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오래전, 그가 종로구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였다. 저녁 무렵이었는데, 선거 유세를 하기 위해 내가 사는 동네에 왔다. 그의 연설을 듣는 이는 선거 운동원을 제외하면 나를 포함해 서너 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그는 열정을 다해 말을 했고, 끝난 뒤 내가 인사를 하자 반가워하며 내 시집과 내가 번역한 <성자가 된 청소부>를 잘 읽었다고 말했다. 깨달음과 진리 추구는 결국 인간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라는 데 우리는 동의했다. 나에게 각인된 그의 인상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순수한 열혈청년의 모습이었다. 아름답고 정의로운 마음을 가진 그가 세상을 떠나고, 우리는 아직도 많은 문제들을 힘겹게 헤쳐 나가고 있다.

(202)

우리가 하려는 일에 대해 세상은 언제나 ‘왜’냐고 묻는다. 마치 자신들은 인생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인도를 가려고 하면 왜 위험한 그런 곳을 가려느냐고 묻는다. 핀란드에 오로라를 보러 가려고 하면 왜 자격증부처 따지 않느냐고 묻는다. 채식을 실천하려고 하면 채소에는 생명이 없느냐고 묻고, 무정부주의자라고 하면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그런 질문들에는 일일이 답할 필요가 없다. 어떤 대답을 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이해시키느라 자신 안의 불을 다 태울 필요는 없다. 외롭고 쓸쓸할 때, 눈을 멀리 돌리고 산을 바라보라. 훨씬 더 외롭고 굳건한 산이 거기 말없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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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러나 창립 직후 일본공산당은 침략 전쟁에서 손을 떼라’, ‘식민지를 해방시켜라’, ‘한반도를 조선 민중의 손에’, ‘천황제 타도’, ‘민중에게 주권을등의 주장을 내걸었기 때문에 천황을 정점으로 한 지배층은 당연히 이를 적대시했습니다. 1925년에는 공산당을 겨냥한 치안유지법이라는 탄압법이 만들어졌고, 마르크스의 저작도 사실상 금서로 취급됐죠. 그 결과 마르크스 연구나 마르크스적 시각으로 일본 사회를 분석하는 연구는 지하로 숨어든 공산당원이나 공산당에 공감하는 연구자들이 비밀리에 진행하는 작업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일본에서의 마르크스 수용의 초기 상황입니다.

(13)

또한 스탈린의 교활함이 특히 드러난 것은 이 체제를 마르크스와 레닌의 이름으로 정당화시켜 세계의 공산주의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는 점입니다. (1) 사회주의는 폭력 혁명에 의해서만 태어나며, (2)소련이야말로 사회주의의 모범이고, (3)소련이 발전하면 자본주의는 자동적으로 붕괴한다는, 스탈린이 만든 이론은 소련 이외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독자적인 개혁 운동을 부인하고 오직 소련에 대한 복종과 충성만을 요구하는 체계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를 스탈린은 마르크스 레닌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34)

마르크스는 혁명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르크스의 재미, ‘지금의 사회가 어떤 상황인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나아가서는 그런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중요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마르크스의 재미를 이끌어 내는 큰 축입니다.

(41)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청년 마르크스의 인생에 누군가가 지시를 받고 행한 일이 단 한 가지고 없었다는 것입니다. 연구도, 정치 활동도 모두 스스로 결정했거든요. 이런 마르크스의 삶의 방식을 참고해서 여러분도 여러분 자신의 인생을 힘차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47-48)

많은 사람들의 의지가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향할 때 역사가 크게 바뀌는 것이니 역사의 추진력에 대한 탐구는, 즉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동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탐구라는 것입니다.

(50)

마르크스 경제학은 실제 존재하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밝혀 줍니다.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할까 하는 하우투(How to)’ 경제학이 아닐뿐더러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이상적 경제상을 현실에 무리하게 적용시키려는 관념론적 경제학도 아니거든요. 위에서 살펴본 유물론적 관점의 경제학입니다.

(54)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경제를 크게 발전시키지만, 많은 사람들을 힘겨운 삶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사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좋은 점을 계승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문제를 초래하는 면은 극복해 가야한다고 인류의 미래를 전망한 것입니다.

(92)

이런 학설을 통해 마르크스가 도달한 견해는 자본주의도 사회 발전의 한 단계이며, 다음 단계의 사회에 자리를 내어 줄 것이다. 그러한 이행을 담당하는 것은 자본주의 내부에서 성장한 노동 계급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에도 시대로 대표되는 봉건제 사회에 시작과 끝이 있었듯이 자본주의 사회도 마찬가지일 거란 이야기죠. 인산 사회가 자본주의로 끝나지 않고 더 진화하고 성숙된 사회로 변해 갈 것이라는. 다만 이를 위해서는 개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열의와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노력을 중심으로 담당할 사람들이 노동자 계급이라는 말입니다.

(107)

그것이 <독일에서의 공산당의 요구>라는 열 몇 가지 항목을 담은 문서입니다. 그 주요 부분을 살펴보면, (1)독일 전체를 단일하고 불가분한 공화국으로 만든다. (2)21세 이상의 모든 독일인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준다. (3)노동자도 독일 의회에 의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5)재판은 무료로 하자. 그렇지 않을 경우 부자들만 재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6)농민을 괴롭히는 여러 가지 봉건적 부담을 폐지하자. (7)왕후 영지를 국유화하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경영한다. (10)사적인 은행은 폐지하고 유일한 국립 은행의 은행권에 법적 효력을 부여한다. (11)모든 교통 기관을 국유화하고 무산 계급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15)고도의 누진세를 실시하고 소비세는 폐지한다.(여기서 누진세란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내고, 돈이 없는 사람은 세금을 적게 내는 제도를 말합니다.) (16)국가는 모든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하고 노동할 수 없는 사람을 부양한다. (17)공민(즉 시민)의 교육을 무료로 실시한다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15)

또한 마르크스는 단지 어떻게 되리라고 믿는 것만으론 세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으며, 실제로 물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중력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라 했습니다. 관념론에서는 중력의 관념을 없애면 누구도 물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어떤 생각을 하든 간에 중력을 이겨 낼 방법을 익히지 않는다면 인간을 결국 물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본 거죠. 이것이 유물론의 입장입니다.

(132)

마르크스는 자본에서의 노동자를 임금 노예라고도 부르거든요. ‘자유로운 협동 노동이란 공산주의에서의 노동을 의미하고요. 또한 그 전환은 시간을 요하는 점진적인 직업이다’-‘점진적이라는 건 순차적으로 조금씩 해나가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전환이 이루어지니 시간이 걸릴 테고요. 또한 그 전환의 내용에 있어서는 분배의 변경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생산 조직의 변경, 나아가서는 개혁이 이루어진 각 생산 현장을 통한 계획적 조정과 국제적 조정 또한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141-142)

BBC 설문 조사에서는 또한 자본주의가 치명적 결함이 있으므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한 응답이 23퍼센트나 되었는데, 프랑스의 경우 특히 43퍼센트의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1936년 노동자가 재계와 마티농 협정을 맺고 노동 조건 개선을 인정받은 이후 70년이 넘은 세월 동안 규제와 개혁이 끊임없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금융 위기가 세계 경제 위기 같은 해악을 피할 수 없었던 거죠. 이렇듯 긴 역사적 경험 위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프랑스의 수치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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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61호 - 2018년 7월~8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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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161호를 읽었단다. 녹색평론을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가 있고, 시의성을 띠는 주제가 있단다. 그런 시의성을 띠는 것 중에 이번 161호를 구입하면서 예상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단다. 지금은 시간이 쫌 지나서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졌지만, 지난 6월에 있었던 북미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지난 6월에 있었던 지방선거에 관한 이야기가 그것이란다. 지방선거의 경우, 녹색당이 결국 당선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나름 선전했던 선거라고 할 수 있었단다. 그 외 지방 선거의 의미를 진보적인 시각에서, 또는 녹색평론이 그 동안 지향해 왔던 스탠스에서 한두 꼭지 이야기를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아쉽지만 없었단다.

왜 없었을까? 궁금증이 들더구나. 그렇다고 이번호에서 꼭 다루어야 할 사안들이 많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왜냐하면 북미정상회담 관련된 꼭지와 연재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녹색평론에서 줄곧 다루었던 주제들이었거든한두 꼭지를 통해서 이번 지방선거 의미를 되짚어보고, 녹색당의 한계에 대한 평가도 있을 법했는데 없었다는 것이 의아해했고,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더구나.

북미 정상 회담에 대한 평가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룬 이야기와 크게 엇나가지 않았단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비주류였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평가를 했어. 많은 이들이 그런 평가를 했었지. 미국의 기득권 세력들은 군수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세력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세계의 평화가 그리 달갑지 않았거든. 하지만 트럼프는 그저 자신의 영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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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금 미국의 주류 언론을 비롯하여 기성 정치인, 관료, 학자, 지식인들 다수가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 자체를 반대해왔고, 막상 회담이 끝나자 성과가 없다거나 지나친 양보를 하였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격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완화되고, 이 지역에 궁극적으로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수립된다면 결국은 군산복합체가 와해될 것이고, 그 결과 군산복합체와 다양한 형태로 얽힌 채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는 미국 및 서양의 지배층의 존립 토대가 허물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전후 미국의 지배체제가 기본적으로 안보논리 위에 구축되어온 데에 연유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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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이후 빠른 속도로 평화체계를 향해 나아갈 줄 알았는데, 속도 조절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구나. 그것을 비판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데, 아빠는 오히려 그것이 낫다고 본단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 빠른 진행보다는 천천히 꼼꼼하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물도 급히 마시면 체하는 법….

 

 

1.

북한의 개방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란다. 이제 공식적으로 개방하면서 속도도 낼 듯 하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외 석학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이 어떤 나라가 되면 좋을지 이야기를 했단다. 그 중에 아시아 인스티튜트 소장인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라는 분이 쓴 글이 인상적이며 걱정도 하게 만들었단다. 북한도 개방을 해서 서로 잘 살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본주의 노선으로 성장 우선 주의로 만들어진 오늘날의 우리나라가 과연 잘 사는 나라일까? 행복한 나라일까?를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이야기하기 어렵단다. 그럼, 미국은?

북한의 개방은 곧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한다는 이야기인데, 자본주의 국가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단다. 북한은 그야말로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나라라고 이야기했어. 그래서 그냥 자본주의 국가로 변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떠냐면서 발전 계획을 제시하였단다. 친환경을 중점으로 한 국가 모델을 제시했고, 자본주의 선진국의 잘못된 점을 답습하지 말 것을 이야기했고, 그들을 반면교사를 삼아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 그러기 위해서는 도덕성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도덕성 있는 전문가가 쉬운 말은 아닐 거야.

그가 이야기하는 새로운 국가론을 읽다 보니 유토피아가 떠오르기도 했어. 그만큼 현실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더구나. 그리고 그냥 중국이나 우리나라처럼 자본주의 체제로 나아간다면, 공해 문제, 빈부 격차, 무한 경쟁에 따른 폐해 등 심각한 문제점을 만들게 되겠지. 올 여름 한달이 넘게 이어진 무더위로 고생을 했는데, 북한의 공장은 이를 더 부추기게 될 거야. 그리고 그 많은 석탄들이 통제 없이 쓰이게 되면, 그것들을 이용한 화력발전소가 건립이 된다면 한반도는 더욱 미세먼지 속으로 빠져들게 될 거야. 이런 것들이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걱정거리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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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북한에 엄청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석탄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핵프로그램의 해체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이다. 석탄 사용이 기후에 파국적인 영향을 미치며, 석탄과 석유 사용의 지속이 향후 30년 안에 지구를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점은 과학연구의 압도적인 증거에 의하여 확인된 바다. 가장 훌륭한 정책은 북한 정부가 매장된 석탄을 손대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석탄을 판매하여 이윤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주류 언론과 유력 경제인 및 정치인들은 오로지 이런 사람들이 제출하는 의견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논의한다. 그러나 진실을 왜곡하는 정보 혹은 거짓된 적합성도 지니지 못한다. 진실이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하며, 남북한 사람들이 진실에 접근할 수만 있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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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머지 주제들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녹색평론에서 그동안 자주 다루었던 내용들이었단다. 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 제비 뽑기 선거와 숙의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 미나마타병과 환경에 관한 이야기 등이었어. 각각의 꼭지들을 읽다 보면 비슷한 주제로 다루었던 내용들과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았어. 너희들에게 쓴 독서편지에서도 한두 번은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이라서 이번에는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

연재에 실린 이야기들은 왜 안 해주냐고 이야기할지 모르겠구나. 아빠가 놀랄 만큼 인상적인 글이 있으면 알려주지그런데 그냥 평범한 글들이라서….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메모도 하지를 않아서…) 전호근님이 연재하고 계신스승과 제자가 마음에 들기는 한데, 너무 짧게 소개해서 깊이 있는 내용이 아쉽더구나. 이번 호에는 아빠가 좋아하는 조선인들의 지식인들이 나와서 반가웠어. 박지원과 그의 서출 제자들에 관한 북학파 이야기가 나왔는데, 너무 짧게 끝내서 안타까웠단다. 요약본을 읽은 기분이었어. 나중에 이곳에 연재하고 있는 글을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라면, 좀더 보충해서 내실 있는 내용으로 출간하면 읽을 만한 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이번 호에 소개된 서평도 확 땡기는 책은 한 권뿐이었는데, 그것도 아빠가 이미 신간소개에서 알게 되어 보관함에 재어 둔 책이었단다. 그 책은 너희들이 좋아했던 <강아지똥>을 쓰신 권정생 선생님의 평전인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언젠가는 한번 읽어볼 생각이란다. , 그럼 오늘은 이만 간단히 마칠게.

한 며칠 시원한 바람이 불더만 오늘은 다시 습하고 뜨거운 공기가 아빠의 퇴근길을 괴롭히더구나. 내일 올라오는 태풍 솔릭님이 오기 전에 뜨거운 바람을 잔뜩 밀고 와서 그런 것 같은데, 솔릭님이 큰 피해를 주지 않고, 가을이나 떨어뜨리고 가셨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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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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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나이를 먹어도 겉모습에 혹하고, 귀가 얇아 남의 이야기에 혹하는 것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구나. 이번에 읽은 책 <나의 눈부신 친구>도 그런 이유로 읽게 된 것이란다. 파스텔 톤의 4권짜리 책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모습은 읽지 않고 책꽂이에 꽂아 두기만 해도 아주 예쁜 인테리어로 충분해 보였어.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이들의 좋은 평가들 또한 아빠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요인이었단다.

나폴리 4부작. 덥석 구매를 했는데사진애서 본 것보다 직접 4권을 책꽂이에 꽂아놓으니 정말 예쁘더구나. 뿌듯함. 그리고 1권을 읽었어. 이야기도 괜찮았단다. .. 그러니까 가끔 겉모습에 혹하고, 귀가 얇아 남 이야기에 혹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자기 합리화 절대 아님

지은이는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탈리아 사람이란다. 소설의 배경이 된 나폴리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나폴리 4부작이 대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고 하는구나. 심지어 엘레나 페란테 조차 본명이 아니고 필명이라고 하는구나. 인터뷰도 서면으로만 해서 이탈리아에서조차 작가의 정체를 모른다고 했어. 구글링이나 위키에서도 그의 사진을 찾아볼 수가 없구나. 오늘날 같은 정보화 시절에 얼굴 없는 작가로 남을 수 있다니.. 신기하구나. 혹시 AI가 쓴 거 아냐?^^

 

 

1.

소설의 등장인물이 참 많아. 다행히 책 앞부분에 등장인물들을 잘 정리해주어 다행이었단다. 전체적으로 보면 엘레나와 라파엘라 두 사람의 우정 이야기란다. 둘은 60년간 친구였어. 어느날 라파렐라의 아들이 엘레나를 찾아와서 이야기하기를 라파엘레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했어. 엘레나는 놀라지 않았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라파엘라는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까 말이야.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라파엘라와 오랜 우정의 이야기를 회상하게 된단다.

앞으로는 라파엘라와 엘레나를 애칭인 릴라와 레누라고 이야기할게. 이야기는 레누의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단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레누는 릴라를 처음 만났어. 릴라는 장난기가 무척 심했고, 모험심도 많아 보였어. 레누와 릴라가 사는 마을은 나폴리의 가난한 시골 마을이었어. 이웃들이 티격태격하며 살아가는 곳이었어. 그런 시골의 모습을 보니 문득 아빠의 어린 시절도 생각이 나는구나. 시골에서 자란 아빠도 그런 동네 풍경이 익숙했거든. 동네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놀던 그 시절.

릴라는 장난이 심하기도 했지만, 한가지 특이한 것은 머리가 무척 비상했다는 거야. 독학으로 글을 배우고 수학도 형 누나들보다 잘했어. 그렇게 공부에 재질이 있다 보니까 선생님도 중학교 진학을 권유했어. 하지만, 릴라의 아버지는 구두방을 했는데 집안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릴라의 아버지는 허락해주지 않았단다. 릴라의 오빠 리노는 릴라의 든든한 빽이었어. 리노는 릴라의 중학교 진학을 강력히 주장하였어. 그래서 리노는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 것은 아버지이니 릴라는 아버지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지. 릴라는 크게 불평하지 않았어. 공부야 하고만 싶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할 수 있었거든. 릴라에 반에 레누는 집안이 여유가 있어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단다.

 

 

2.

레누는 중학교에 진학을 하고 릴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을 도왔어. 그런데 릴라는 도서관에 가서 가족 명의로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어 많은 책을 빌려서 보곤 했단다. 그런 책들을 이용해서 중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독학했어. 레누는 중학교 공부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어. 라틴어 수업 같은 경우는 과락을 해서 재시험을 봐야 하는 처지였지. 그런데 독학을 한 릴라가 라틴어 공부를 같이 해주었어. 그리고 재시험을 봐서 레누는 라틴어 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았단다. 선생님들은 어떤 과외를 했냐고 물어볼 정도였어.. 그렇게 릴라가 공부의 방향을 잡아주자, 레누는 계속 좋은 성적을 받았단다. 그렇게 우등생으로 중학교를 졸업했어. 그러자 레누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 올리비에르는 레누의 고등학교 진학을 추천했단다. 고등학교라는 말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레누.. 그 시골에서는 그렇게 고등학교에 가 본 사람이 거의 없었던 거야. 선생님이 레누의 부모님을 설득해서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단다.

중고등학교 시절이면 사춘기 시절이잖아. 레누도 2차 성징도 나타나고, 이성에 관심을 갖기도 했어. 하지만 릴라는 그런 것에 무관심해 하는 것 같았고, 아버지의 구두 만드는 일을 도우면서 오빠 리노와 함께 아버지 몰래 혁신적인 구두를 만드는 일을 했어. 그렇게 만든 구두를 보고 릴라는 실패작이라고 생각했고, 오빠 리노는 대성공이라고 생각했어. 이 둘의 의견차이로 둘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단다.

릴라도 사춘기가 남들보다 늦었지만 오긴 왔어. 그런데 릴라는 사춘기가 되면서 엄청 예뻐졌단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릴라의 외모를 사랑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릴라는 여전히 머리가 명석하여 무엇인가 배우면 그것에 우수한 실력자가 되었어. 공부도, 구두 만드는 일도, 심지어 춤추는 일도 말이야. 자기 주장도 뚜렷했어. 남들이 보기에는 성깔있다고 할만했지. 레누를 괴롭히는 남자를 칼로 위협해서 망신을 주기도 했어.

.

레누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그리스를 배운다고 하자, 릴라는 그리스어를 독학으로 공부해서 레누의 그리스어 공부를 도와주었단다. 릴라의 도움으로 고등학교에서도 레누는 우등생이 되었어. 남자에게 인기도 많고, 늘 자기보다 먼저 공부해서 자기보다 더 잘 아는 것에 대해 레누는 릴라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했어. 그래서 한동안 연락 없이 지내다가도 다시 만나게 되었어. 릴라에게는 무엇인가 끌리는 것이 있었어.

 

 

3.

레누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 올리비에르 선생님의 도움으로 여름 방학 때 올리비에르 선생님의 사촌 넬라 아줌마가 머물고 있는 이스키아 섬에 머물게 되었어. 넬라 아줌마의 집안일 조금만 도와주고 나면 모든 시간이 자기만의 시간이었어. 책도 읽고 수영도 하고 여행 온 다른 나라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했어. 릴라에게 꾸준히 편지를 썼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어. 그런데 그곳에 예전에 레누의 동네에 살았던, 그런데 지금은 이사를 간, 레누가 짝사랑하던 니노의 가족들이 휴가를 온 것이었어. 니노의 아버지는 시인이자 철도원인 도나토 사라토레라는 사람이었어. 니노가 와서 레누는 뭔가 썸씽이 있을 것을 기대했지만, 존경 받고 점잖은 것으로 알려진 니노의 아버지 도나토 사라토레의 추행을 받았어. 그 당황스러운 일을 겪고 레누는 일정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릴라의 편지를 받았어. 릴라의 편지는 마치 한편의 문학작품과도 같았어. 그렇게 릴라는 글쓰기에도 소질이 좋았던 거야. 동네에 있는 제과점집 주인 아들 마르첼로가 밤마다 선물을 들고 와서 청혼을 한다는 거야. 릴라는 물론 완강히 거절을 했지. 이 일로 릴라는 아버지와 갈등을 빚기도 했어. 릴라는 또다른 부잣집 아들이면서 심성이 착한 스테파노를 대체자로 생각했어. 스테파노를 아주 사랑한 것 같지는 않았어. 마르첼로가 너무 싫었고, 스테파노가 착해서 사귀게 된 거야.

스테파노는 릴라 아버지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서 릴라 아버지 구두 가게를 확장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어. 릴라는 그렇게 스테파노의 애인이 되었단다. 릴라의 자극을 받은 레누는 자신도 사랑을 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관념을 받았어. 그래서 안토니오라는 동네의 남자와 사귀었어. 안토니이와 함께 있으면서 애정행각을 벌이면서, 레누는 릴라는 어떤 연애를 할까 궁금해했어. 뭐야, 이런 것도 경쟁이야?

스테파노의 어머니와 동생은 스테파노가 릴라에게 빠져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스테파노는 릴라에게 청혼을 했고, 그들을 결혼하기로 했어. 결혼 준비를 하면서도 릴라는 시동생, 시엄마과 자주 갈등을 하게 되었어. 릴라는 이런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레누에게 물어보았어. 레누는 상식 선에서 조언을 해 주었는데, 그것들이 좋은 해결책이 되었어. 릴라는 레누에게나의 눈부신 친구라고 이야기하면서 칭찬을 했어. 레누는 자신보다 늘 앞서가는 릴라는 가끔씩 질투를 했는데, 릴라는 레누를 늘 좋은 친구, 눈부신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결혼식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스테파노는 그들 결혼의 증인이 마르첼로의 아버지라고 이야기했어. 이에 릴라는 몹시 삐쳐서 결혼 자체를 다시 생각하려고 했어. 릴라는 마르첼로 집안 사람들을 무척 싫어했거든. 이 문제도 눈부신 친구 레누가 잘 해결주었단다. 증인은 증인일 뿐이라고릴라는 자신이 싫어하는 마르첼로를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은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어.

그런데 결혼식 날수많은 하객들 중에는 마르첼로가 등장을 했단다. 새신랑 스테파노가 약속을 어겼단 것이지그리고 스페타노가 릴라가 만든 구두를 산 적이 있는데, 지금 그 부두를 마르첼로가 신고 있었단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같아. 릴라는 신랑에게 배신감을 느꼈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화가 난 얼굴이었단다.

.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릴라의 결혼 생활이 그리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는구나.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는지….

..

드디어 덥고 덥던 올여름의 끝이 보이는 듯 하구나. 이번 여름의 무더위는 무더위 그 자체보다, 지구의 종말, 아니 인류의 종말이 더 빨리 올까 하는 두려움을 주었단다. 이것 또한 걱정이로구나. 앞으로 매년 여름이면 전세계가 들끓을 텐데, 그냥 에어컨 밑으로 숨어 지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PS :

 책의 첫문장 : 오늘 아침 리노의 전화를 받았다.

 책의 끝문장 : 릴라가 수개월 동안 두 손을 망가뜨려가며 만들었다 분해하고, 다시 만들기를 수없이 반복해서 완성시킨 바로 그 신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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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8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8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생 : 그랜머더.. 머더.. 그랜머더.. 아빠, 그랜이 무슨 뜻이야?
아빠 : 그랜? 음....
누나 : 그랜? 할!
동생 : 할? 그게 뭐야?
누나 : 그랜머더는 할머니, 그랜빠더는 할아버지.. 그래서 그랜은 할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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