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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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류시화님은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란다. 그래서 류시화님의 책이 출간되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단다. 늘 그랬듯이 류시화님의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명상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단다. 이번에 읽은 <인생우화>역시 그랬단다. 이 책은 폴란드 헤움이라는 하는 작은 마을에서 내려오는 우화들과, 류시화님이 그 헤움이라는 마을의 사람들의 캐릭터로 새로 쓴 우화들을 엮은 책이란다.

책 뒤편에 작가의 말을 통해, 헤움에 전해져 내려오는 우화들은 폴란드 어떤 대학의 레나타 체칼스카 교수라는 분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어. 그래서 이 책을 공저로 출간하려고 했는데, 레나타 체칼스카 교수가 극구 사양을 했다고 하는구나. 이런 아름다운 우화가 전해 내려오는 마을이라면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1.

신은 한 천사에게 어리석은 영혼들을 자루에 담아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어. 지혜로운 영혼으로 바로잡아 다시 세계로 보내려고 했던 것이지. 그런데 어리석은 영혼을 자루에 담아오던 천사가 그만 실수를 해서 자루가 찢어졌고, 영혼들이 다시 지상에 떨어졌어. 그들은 한 마을에 모여 살게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폴란드의 헤움이라는 곳이었단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똑똑하지 않고 어리석은 것은 맞지만, 그보다는 그들은 순수하고 순박하다고 하는 것 맞을 것 같구나.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이들의 삶. 그들의 일화를 읽다 보면 어떤 경우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더구나. 얼마 전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없애달라고 하는 입주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이유가 무엇인즉, 요즘 고급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의 거울이 없다는 거야.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없애면 고급 아파트는 된다는 생각일까? 헤움 사람들이 비가 안오고 가뭄이 오래되자, 나무를 라고 부르기로 한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

하나하나 일화들이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들어서 좋았어. 그리고 글들이 어렵지 않고 쉽게 쓰여 있어서 너희들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우화와 동화는 종이 한 장 차이잖니?

2.

문득, 우리 세상을 둘러봤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 그런데 세상의 때가 잔뜩 묻은 우리들의 삶. 그 똑똑하다는 머리들로 만들어진 자본주의 세상. 그 자본주의 세상은 폭주기관차처럼 인류 멸망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다들 미소 지으며 더 빨리 달리라고 하고 있어. 헤움 사람들이 더 행복하냐, 우리가 더 행복하냐 따지기 전에 우리가 과연 그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맞는지 잘 모르겠구나. 벌써 며칠째 미세먼지들의 공습으로 집에서 갇혀 있는지 모르겠구나. 어리석은 영혼들이 살았던 폴란드 헤움 사람들이 부럽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신성한 책에 따르면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각각의 영혼에 탄생을 주관할 천사를 한 명씩 지정했다.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그들을 설득하려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가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부터 우리는 나무를 ‘비’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그리고 비는 ‘나무’라고 부릅시다. 자, 주위를 둘러보세요. 무엇이 보입니까? 풍부한 비가 보이지 않습니까?"
모두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그들은 온통 비에 둘러싸여 있었다. - P31

그 후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항아리 가까이 다가가 냄새를 맡고는 소리쳤다.

"정말 구려! 구린 걸 보니 진실이 틀림없어!"

그렇게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그것이 정말로 진실 그 자체라고 소리쳤다.

"진실이 맞아! 진실은 원래 심한 구린내가 나잖아!" - P167

"아들아,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참견하고 지적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가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우리보다 가진 것이 없으면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보다 못한 존재라고 여긴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 P178

"너무 상심하지 마, 아나톨. 나의 할머니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있다고 늘 말씀하셨어. 헤움의 큰 사건들은 마을의 연대기에 기록되지만 날의 작은 일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아. 그것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만약 당신이 그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쓴다면 당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일들이 문자로 기록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게 될 거야. 헤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해도 적어도 당신의 책 속에서는 언제까지나 생생히 살아 움직이게 될 거야."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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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4-11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화 속의 유대인 마을은 나름 이상적으로 보이는데
현실의 이스라엘 정치 상황은 참...

bookholic 2019-04-12 00:38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레삭매냐님, 즐거운 금요일 되십시오.^^
 















(45)

나보다 더 행복하게 유년기를 보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모님은 너그러웠고 벗들은 사랑스러웠다. 우리는 공부를 강요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는 언제나 이루어야 할 목표가 있었기에 열성적으로 공부에 정진할 수 있었다. 경쟁심이 아니라 이처럼 자발적인 열의로 연구를 했던 것이다. 엘리자베트는 친구들이 자기를 앞지를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제 손으로 마음에 드는 풍경을 그려 외숙모를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림을 배웠다. 우리는 라틴어와 영어로 쓰인 글들을 읽기 위해 라틴어와 영어를 배웠다. 벌 받으며 공부하느라 공부가 끔찍이 싫어지기는커녕, 오히려 학문을 사랑했다. 우리의 즐거움은 다른 아이들에게는 힘든 노동이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평범한 방식을 따라 공부한 사람들만큼 많은 책을 읽거나 언어를 빨리 배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배운 건 기억 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68~69)

그때는 무심함을 죄악으로 간주하고 내게 잘못을 묻는 아버지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게 비난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고 보았던 아버지가 옳았다고 확신한다. 완벽한 인간은 언제나 차분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고, 정념이나 찰나의 욕망에 휘둘려 마음의 평정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지식의 추구가 이 법칙의 예외가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금 매진하고 있는 공부가 사랑하는 마음을 약하게 하고 어떤 연금술로도 합성할 수 없는 소박한 즐거움을 아끼는 취향을 망가뜨리려 한다면, 그 공부는 분명 불법적이며 인간의 정신에 맞지 않는 것이다. 이 법칙이 항상 준수되었다면, 그리하여 어느 한 사람도 가족의 애정이 주는 평온을 깨뜨리는 목적을 추구하지 않았다면, 그리스는 노예국가로 전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이사르는 나라를 삼키겠다는 야욕을 갖지 않았을 것이요, 아메리카는 좀 더 서서히 발견되어 멕시코와 페루 제국은 파멸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129)

! 어째서 인간은 짐승보다 훨씬 우월한 감수성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훨씬 더 유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될 뿐인데. 우리의 욕망이 굶주림, 갈증, 그리고 성욕에 국한되었다면, 거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존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바람 한 줄기, 우연한 한 마디, 아니면 그 말로 전달되는 풍경 하나하나에 흔들리지 않는가.

(161)

또 다른 깨달음 몇 가지는 내 가슴에 더 깊이 새겨졌다. 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 아이들의 탄생과 성장에 대해서도 들어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갓난아기의 미소에 얼마나 무조건적으로 기뻐하는지, 아이가 좀 더 자라면 활기차게 뛰어나오는 그 모습에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그 고귀한 임무에 어머니의 삶과 관심이 얼마나 집중되어 있으며, 아이의 마음이 어떻게 지식을 확장하고 얻어나가는지를 배웠고, 형제, 자매, 그리고 한 인간을 다른 인간과 상호 유대로 묶어주는 다양한 인간관계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287~288)

힘겨운 행군에 지칠 때면 밤이 올 때까지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밤이 되면 내 소중한 사람들의 품 안에서 현실을 만끽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들을 향한 내 사랑은 얼마나 괴롭고 괴로웠던가! 심지어 눈을 뜨고 있을 때고 내 온 마음을 사로잡던 그네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얼마나 필사적으로 매달렸으며,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으려 얼마나 애썼던가. 그런 순간 내 안에서 불타던 복수심은 심장 속에서 죽어버리고, 그 악마를 파괴하기 위한 행보는 내 영혼의 열렬한 갈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늘이 내린 사명, 나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힘의 기계적 충동 같았다.

(302)

하지만 내가 저주받은 괴물이라는 건 사실이다. 사랑스럽고 힘없는 이들을 무참히 죽였으니. 죄 없는 이들이 잠자는 사이에 그 목을 졸랐고, 나나 다른 살아 있는 존재를 한 번도 해한 적 없는 사람의 목덜미를 죽도록 그러쥐었다. 인간들 중에서도 사랑과 존경을 받아 마땅한 우수한 인물인 내 창조자를 불행으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결코 치유할 수 없는 파멸의 길로 그를 쫓았다. 저기 그가 누워 있군, 하얗고 차가운 몸으로 죽어서. 당신은 나를 미워하겠지. 그러나 그 증오는 나 스스로 느끼는 혐오감에는 차마 비길 수도 없다. 나는 그 일을 집행한 손을 본다. 그런 상상을 품었던 심장을 생각한다. 그들이 내 눈길과 마주치고 그 행위가 내 생각을 온통 사로잡을 그 순간만을 갈망한다.

(303)

안녕히! 이제 난 당신을 떠난다. 그리고 당신은 내 눈이 보게 될 마지막 인간이 되겠지. 이제는 작별이다. 프랑켄슈타인! 아직 살아 있어 내게 복수심을 품고 있다면, 나를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두는 편이 오히려 나았을 테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당신은 내가 더 큰 불행을 초래할까봐 두려워 나를 파멸시키려 했으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방식을 통해 당신이 아직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면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자 내 목숨을 원치는 않을 거다. 당신이 아무리 비참하게 무너졌다 한들, 내 괴로움이 당신보다 훨씬 크니까. 회한의 쓰라린 가책은 죽음이 영원히 상처를 덮어버리지 않는 한 상처 속에서 끝없이 곪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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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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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2018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어. 그 책에 실린 작가 중에 박상영님이 있었단다. 그의 소설을 읽고 나서 약간 놀랬어. 아빠가 그 동안 많이 접해보지 못한 성소수자들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었거든. 성소수자들의 사랑을 다룬 소설을 그 전에도 읽기는 했을 거야. 예를 들어 프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캐롤> 같은 소설하지만, 그 소설들에서는 좀 사랑 표현을 직설적으로 서술하지는 않아서 아빠의 머릿속에 그리 강렬함을 남기지 않아서 기억을 못하고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박상영의 소설은 그야말로 강력했단다. 그것도 아빠는 처음 읽어 본 남자들의 사랑을 다룬 소설… <2018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렸던 박상영의 소설 제목은 너무 길었다는 기억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아빠가 읽은 그의 단편모음집의 제목으로 뽑은 그 소설이란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자이툰 파스타의 조합. 작년에 아빠가 박상영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지은이 자신이 어쩌면 성소수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만큼 그들의 삶에 대해 많은 부분이 묘사되고 있었어. 그리고 이 책을 폈는데, 첫번째 실린 소설 <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농담> 역시 그런 성소수자의 소설이었단다. 그래서 지은이가 정말? 이런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이 책에 실린 모든 소설이 성소수자의 소설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기도 했어.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더구나.

성소수자의 관한 소설을 읽기에는 아빠가 좀 보수적인 것 같아. 그의 소설이 물론 재미있었지만 낯선 성소주자의 사랑 이야기가 주는 거부감이 아직 있단다. 그들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과 단지 조금 다를 뿐인데 말이야. 그들 또한 본능적으로 사랑을 하는 것뿐인데 말이야. 그들을 이해하지만, 약간의 거부감은 어쩔 수 없는…. 그런 느낌이란다. 아빠가 좋아하고, 요즘 너희들도 자주 찾는 프레디 머큐리도 그런 사랑을 했는데, 다른 사랑에 대해 좀더 넓은 마음을 가져야겠구나.

 

1.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소설 중에 아빠가 가장 좋았던 소설은 지은이 박상영님의 데뷔작이기도 한,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 <부산 국제영화제>였단다. 두 소설을 시간차를 두고 이어지는 연작 소설이었어. 남자를 대하는데 있어 그리 착하지 않은 여자 주인공 박소라. 그리고 그의 남자친구 ’. 소라는 인스타그램 중독자라 볼 수 있지만, 그것으로 후원을 받기도 하는 인스타그램 속에서는 꽤 인기 있는 이였어. 소라는 아주 오래 전에 단편 영화를 한 편 찍기도 하고, 피팅 모델 일도 했기 때문에 소라의 인스타그램 소개란에는 영화감독과 피팅모델이 적혀 있었어. 마음에 드는 애완견을 사서, 남자친구에게는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에 맡겼어. 그 애완견의 이름은 패리스 힐튼. 그리고 그 패리스 힐튼을 어느날 잃어버리고 나서 찾는 일화를 다룬 것이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라는 소설이란다.

하지만 패리스 힐튼을 찾지 못했어. 시간이 흐르고과 사귄 지 3년이 지나 그들 사이의 뜨거움은 거의 사라졌지만, 헤어지지는 못하는 오래된 연인 사이가 되었어. 소라는 얼마 전 대학 동창 모임에 갔다가 후배 태혁을 알게 되었어. 태혁은 군대 휴가를 나왔다가 소라를 만나게 되었지. 소라가 남자친구가 있는 것을 알았지만, 태혁은 소라를 좋아했어. 그래서 휴가 나올 때마다 만나곤 했고, 이번 휴가 때도 소라를 부산으로 초대했어. 부산국제영화제 티켓과 함께…. 그때 태혁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일어난 일화를 다룬 것이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소설이란다

한 가지 더박소라가 남들에게 숨기고 싶지만 극진히 하는 것. 하나 밖에 없는 엄마의 말기 암투병의 병간호.. 박소라가 인스타그램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아픈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달래려는 수단일 수도 있겠다 싶었단다.

그리고 <조의 방> <햄릿 어떠세요?>도 주인공이 공통점을 갖고 있는 듯해서 두 소설 또한 연작소설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읽었는데, 예를 들어 <조의 방>에서 예전 대학 시절의라고 부르는 이가 <햄릿 어떠세요?>에서 나오는 등장인물곰곰이었다는 그런 기대감…. ‘곰곰’이이다라는 문장을 은근 슬쩍 기대를 했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단다.

연작 소설은 그런 재미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아. 이쪽 소설에서 조연이었는데, 다른 소설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말이야. 마치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영웅들이 다른 영웅의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현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2.

아무튼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우리 사회 어디엔가 있을 법한 사람들이었어. 하지만 그들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였어. 사회에서 그들을 비주류라고 하지만, 그들 또한 뜨거운 영혼이 소유자요, 사랑을 갈망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이라는 것을읽는 이들을 알게 된단다.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들을 통해서 위로 받기도 하고아빠가 그랬어. 그리 좋은 조건을 가지지 못한 주인공들의 사랑과 희망과 유머감각을 통해서 이상하게도 위로가 전해졌단다.

얼마 전에 2019년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출간되었단다. 이번에 대상 작품은 다름 아닌 박상영님이더구나. 박상영님의 대상 수상을 축하하며 이번 수상작품집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제제가 발견된 곳은 종로의 한 가라오케였다.

책의 끝 문장 :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최선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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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시계만 들여다 보면 44분을 보게 되어 기분이 더러웠던 내가

오늘 우연히 들여다본 시계에 '4'가 다섯개가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리...

평상시 44분을 보면 왠지 기분이 더러웠으나,

오늘 4월 4일 4시 44분은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네.

내가 언제 또 '4' 다섯 개가 모여 있는 것을 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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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경제성장이 멈춘 세상에서 우리의 인간다운 삶은 자급적 삶의 공간을 최대한 넓히고, 상부상조의 생활방식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데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런 각도에서 보더라도, 피폐일로에 있는 농민과 농촌을 살리고,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의 분산적 방법으로 에너지 자급능력을 획기적으로 증대하는 것이야말로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종래의 상투적인 정책과는 전혀 다른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하려면, 직업 정치가들이나 소위 전문가들의 판단과 결정에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정신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활발하게 논의하여 공정하고 숙고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진실로 민주적인 정치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도, 우리는 대한민국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진정한 애국심을 발휘하여 이 나라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자신의 소임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고 만일 계속해서 지금과 같이 국회 그 자체가 백해무익한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면, 우리는 국회의 존재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고려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운명을 자주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틀, 예컨대 시민의회를 제도화하기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59-60)

저자에 의하면 수축사회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원칙이 없이 이기주의가 판을 치게 되며, 생존이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된다. 보편적인 가치 혹은 기후변화와 같은 전 인류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미국의 이익만 최우선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둘째, 사회적 갈등이 전방위에 걸쳐서 제로섬 전쟁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두가 전투 중이고, 전선은 입체적이다. 세계화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모든 영역이 서로 중첩되고 서로 의존적이기 때문에, 전선은 더 입체적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셋째, 근시안적 태도가 확대되면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실종된다.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규범이 없는 아노미상태이며, 눈앞의 승리에만 집착해 전체 흐름과 미래 변화를 포착하지 못한다. 넷째, 수축사회에서도 여전히 팽창하고 있는 지역이나 분야로 집중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대도시권 집중화 현상, 한국의 경우 강남 집중화 현상 등이 그러하다. 다섯째, 서로 물고 물어뜯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집단적인 의사결정 장애가 나타나며, 치열한 전투가 지속되면서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사람들이 늘어난다.

 (73-74)

그렇다면 공유경제 모델은 꼭 나쁘기만 한가. 그 역시 복잡하다. 인류가 도시를 구성한 이유 중 하나는 효율이다. 모여 살면서 정보를 주고받으면,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대낮에도 비어 있는 사무실, 하루 종일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인류가 도시를 구성했음에도 낭비되는 자원, 그래서 느끼는 답답함이 공유경제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았다. 아울러 도시생활은 신뢰의 축적을 어렵게 한다.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런데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은 도시에서도 신뢰를 쌓는 길을 열었다. 요컨대 공유경제는 도시의 낭비를 줄이고 도시에 신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88)

농민기본소득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 그리고 사회적 약자인 농민에 대한 기본권 보장이다. 그러나 최근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농민수당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 측면으로 기울어 있다. 왜 기본소득을 개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가?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자유와 평등,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할 계획인 농가수당은 농가 내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다. 농가주(대부분 남성인)의 권리를 강화할 뿐 그 권리를 나누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가 내 구성원의 평등과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개별 농민에게 지급되는 농민수당이 필요하다.

(99-100)

미국의 범지구적 헤게모니는 워싱턴이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은 오일달러를 순환시키고 국채를 발행함으로써 초제국주의를 추구해왔고, (석유의 뒷받침을 받은) 지폐(달러)를 담보로 하여 방대한 적자를 메워왔다. 그리고 좀더 일반적으로는, 세계은행, 국제통과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것과 더불어 미국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서 국제무역과 금융시스템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미국 자본주의는 자신의 세계적 지배력과 달러의 지위가 도전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101)

석유가 없으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오늘날 중국이나 인도가 추구하고, 오랫동안 서구 세계가 추구해온 성장을 포기해야만 우리의 계속적인 생존이 가능하다. 또한 지속가능한 건강한 농사 없이는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다. 농사를 파괴하거나, 혹은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식량의 지속적 생산을 위한 원천적 조건(기후, 깨끗한 물, 토종 씨앗,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온 전통적 농사법과 관습, 비옥한 흙 등등)을 파괴한다면 실제로 우리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는 커다란 재앙에 직면할 것이다.

(103)

전세계적인 농사에 대한 통제는 미국 자본주의의 지정학적 전략의 핵심이 되어왔다. ‘녹색혁명은 석유기업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되어 세계 각처로 확대되었다. 그리하여 가난한 나라들은 농업자본이 만들어낸 화학물질 의존적 농사 모델을 채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그러한 농사에 드는 재료와 인프라 개발을 위해 빚을 얻지 않으면 안되었다. ‘녹색혁명때문에 가난한 나라들은 예속적인 부채와 불리한 무역을 강요하는 글로벌 시스템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리하여 그들의 민족적 및 지역적 경제는 파괴되고 말았다. 실제로 우리는 세계 각처에서 지역 중심생산시스템들이 다국적기업들의 압력 밑에서 상업화되고, 뿌리로부터 흔들리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121)

그러면 남한은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답은 명확하다. 남한은 에너지 소비와 검약한 생활방식이라는 면에서 북한을 닮을 필요가 있다. 남한은 에너지 낭비를 멈추고 밤중에는, 지난 수천 년 동안 그래왔듯이, 어둠에 잠겨 있어야 한다. 남한의 모든 아파트 건물에는 쓸데없는 빛이 사라져야 하고, 상업건축물의 네온사인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과잉 난방을 극적으로 줄이고, 대부분의 건물에서 보이는 높은 천정과 콘크리트와 유리와 강철 외장으로 구성된 낭비적인 디자인을 끝장내야 한다. 남한은 한반도의 역사 대부분을 통해서 특징적인 삶의 형태였던 검소함과 소박함의 전통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123)

나는 북한 사람들이 오늘날보다 더 자유롭게 살고, 좀더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오늘날 남한 전역을 뒤덮고 있는 그리하여 한때 시민들의 경제적 독립을 보장하던 가족 소유 가게들을 파괴하고 있는 편의점에는 자양분이 풍부한 식품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남한 사람들도 날이 갈수록 더 많이 정신없이 소비하도록 강요하는 보이지 않는 사슬들에서 풀려나기를 바란다. 소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끝없는 경쟁이라는 야만적인 문화 때문에 친구들과 가족으로부터 점점 더 깊이 소외되는 결과만을 낳을 뿐인 사슬들로부터 말이다.

(180)

후치탄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활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돈을 번다. 잉여분의 돈은 집단을 위해서 혹은 축제를 위해서 사용한다. 이런 유형의 경제는 매우 유연하다. 설령 경제적 위기상황이 오더라도 쉽게 극복할 수 있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들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시장을 독점하려 하고, 이익을 내고, 투자하고, 확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안정적일 수가 없다.

(197)

책을 한 권도 가지지 않고 살고 싶다. 아무리 덜어내도 쌓이는 책. 나무에게 미안할 일이다.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나는 책을 모른 채, 아니, 문자를 해득하지 못하는 삶을 살다가 죽고 싶다. 그렇게 되면 지구생명에게 빚지는 삶을 살지 않을 테니. 함께 사는 모든 생명은 물론 우주의 모든 것들의 숨소리와 감정들을 이해하고 느끼고 소통하는 삶을 살 테니얼마나 단순하고 소박할까! 단순해서 그윽해지고 소박해서 넉넉한 삶을, 제발 한번 살아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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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핵발전 비용을 둘러싼 논쟁은 끝났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핵발전이 천연가스나 재생에너지보다 비싸다고 결론이 났다. 그간 위험성이나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찬핵/탈핵 논쟁이, 결국 경제성 논점으로 사실상 끝나가는 추세이다. 핵발전소 폐쇄 비용,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비용, 사고위험 비용 등이 드러나면서 알고 보니 핵발전이 더 비싸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아직도 가장 경제적인 핵발전을 안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핵산업계가 감춰온 청구서를 찾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아직 날아오지 않았지만 조만간 우리 눈앞에 나타날 핵발전의 숨겨진 청구서 말이다. 앞으로 어떤 청구서가 날아올지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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