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그렇게 보면 추상적인 개념적 도구를 사용해 세상을 체계적으로, 또 정밀하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바로 수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77)

공리라는 단어를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증명하지 않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때, 이를 기초로 다른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공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전개될 내용도 전혀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며, 이 공리가 맞다고 상정하면 앞으로 나올 결론들도 맞다고 여길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공리적인 사고체계입니다. 유클리드는 <기하학 원론>이라는 책을 통해 기하학에 대한 5개 공리를 만들고, 그다음에 그 공리만 이용해서 여러 가지 증명을 전개했습니다. 가정과 공리만 사용해서 결론을 이끌어낸 이 책은 당시 서구세계에 굉장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107)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해결점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정확한 프레임워크와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79)

수학적인 사고가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답할 때, 수라는 개념 안에서만 생각한다면 굉장히 제한적인 관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생각에 건전한 과학적 시각이란 근사(approximation)’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기 보다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나중에 뒤집어지더라도 현재의 조건 안에서 이해해나가는 것이죠. 애로의 경우도, 뉴턴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근사해가는 과정, 항상 바꿀 수 있는 것, 그리고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학문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265-266)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맨 처음에 했던 질문이 기억나나요?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제 그 질문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여전히 답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학에 대해,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에 대해 느끼고 있습니다. 더 탐구하게 되고, 생각게 되겠지요. 무엇보다 수학이 이제 특정한 논리학이나 기호학과 같은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했을 겁니다.

(291)

알파벳 다섯 글자로 만들 수 있는 단어는 과연 몇 개일까요? 아무 제약 조건도 주지 않고 의미를 고려하지 않으면 26^5, 1200만 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의미 있는 다섯 글자 영어 단어는 희한한 것들까지 포함해서 약 1 5,000개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알파벳 3개 글자를 효율적으로 써서 26^3=17,576개의 단어를 만들면 될 것을, 5개의 글자로 왜 1 5,000개 단어밖에 만들지 않은 것일까요? 다섯 글자 영어 단어에 들어 있는 정보율은 약 5분의 3입니다. 의미 있는 단어는 1 5,000개밖에 안 되는데, 다섯 글자나 쓰는 낭비를 정보율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단어의 길이를 늘려서 쓰게 된 데는 인간의 언어가 자연적으로 정보 처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진화한 것이 중요한 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언어 자체도 방금 이야기한 오류의 관측과 정정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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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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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그 유명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이제서야 읽었단다. 아빠도 마찬가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소설보다 영화나 만화를 통해서 먼저 만나지 않았을까 싶구나. 어렸을 때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편집된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본 이들은 많겠지만, 원작소설로 읽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아빠는 줄거리는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의 원작을 읽는 것을 좋아한단다. 아빠가 알고 있는 줄거리를 대충 알고 있거나, 기억이 오래되어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그런데 말이야, 이번에 읽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소설을 이야기하기 전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지은이의 이야기를 먼저 해주어야겠구나.

지은이 메리 셸리. 그리고 메리 셸리가 이 소설을 썼을 때 메리의 나이는 고작 열여덟 살이었다고 하는구나. 완전 어메이징 메리로구나. 메리 셸리는 1797년 영국에 태어났대. 그의 부모 역시 유명한 사람이었다는구나. 메리 셸리의 아버지는 급진 정치사상가인 윌리엄 고드윈이고, 메리 셸리의 어머니는 유명한 여성주의자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였다고 하는구나. 그런 진보적인 부모님의 유전자를 받아서였나? 그 옛날 영국이라는 보수적인 나라에서 이런 SF 소설이자, 공포 소설을 쓰다니그것도 십대 소녀가 말이야

메리가 태어나자마자 엄마는 돌아가셨다고 했어. 아버지는 재혼했는데, 계모의 질투로 어린 메리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했어. 하지만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많은 책들을 읽었고, 아버지와 친구들이 나눈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대. 열다섯 살에 아버지의 제자 퍼시 비시 셸리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졌고, 2년 뒤에는 그와 함께 프랑스로 도망갔다고 하는구나. 퍼시 비시 셸리는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고 해.. 아버지와 의절까지 한 사랑의 도피였어. 그 사랑의 도피에서 아이를 임신했지만 유산을 하였어. 그리고 남편의 버림을 받은 퍼시의 아내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하는구나. 퍼시의 아내가 죽고 나서 퍼시와 메리는 정식으로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었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던 메리와 퍼시. 그들은 결혼한 해인 1816년 남편 셸리와 메리는 제네바에서 여름을 보냈어. 퍼시의 지인들과 함께 보냈는데, 그 자리에서 괴담 하나씩 짓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때 메리는 이 소설을 구상하였고, 1818년에 출간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메리와 퍼시의 결혼 생활은 모든 것을 버린 사랑에 비해 그리 행복하지는 못했어. 누구는 퍼시가 아내를 버려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 것에 대한 죗값이라고 하기도 한단다. 아이들을 다섯 명이나 낳았지만, 네 명이 일찍 죽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1822년 남편이 항해 중 폭풍우를 만나 죽고 말았어. 이후 혼자 지내며 소설과 여행기를 적었고, 1851년에 뇌종양으로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프랑켄슈타인>의 걸작을 지었지만, 메리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구나.

1.

어떤 사람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도 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란다. 사실은 괴물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 모습이 흉측해서 괴물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야. 괴물도 본성은 착했으나, 편견을 가지고 자신을 보는 인간들로 인해 괴물이 되었던 것이란다. 그럼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해줄게.

로버트 월턴이라는 영국사람이 있었어. 러시아에서 항해를 시작했는데, 어느날 떠다니는 빙산에 고립되어 있는 어떤 사람을 구출해 주었어. 그는 몹시 지쳐 있었고, 거의 탈진 상태였어. 그는 자신이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했고, 자기로부터 도망친 자를 찾는다고 했어. 그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배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었어.

..

빅토르는 제네바의 명문가 집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 그런데 출가한 아버지의 여동생이 죽고, 그 죽은 여동생의 딸 엘리자베트를 아버지가 데려와 키웠어. 빅토르에게는 고종사촌이었지. 빅토르의 고모는 나중에 커서 빅토르와 엘리자베트를 결혼시켜달라고 유언을 남겼단다. 빅토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척 착하신 분으로 엘리자베트를 자신의 아이처럼 보살펴 주었단다. 그런데 빅토르의 열일곱 살 때 첫 번째 비극이 일어났단다. 당시 전염병이 돌고 있었는데, 빅토르의 어머니가 그 전염병에 걸려 죽고 말았어.

그리고 얼마 뒤 빅토르는 잉골슈타트 대학에 진학을 했단다. 대학에서 빅토르는 자연과학과 당시 현대과학에 흠뻑 빠져들었고 2년 넘게 집에도 오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했단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빅토르는 어느날 개체 발생과 생명의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생명체를 만들어보았단다. 다 만들고 난 생명체의 모습은 자기도 모르게 도망칠 정도로 흉측한 괴물의 모습이었어. 두려움에 빅토르는 집을 도망 나왔다가 빅토르를 찾아온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 클레르발을 만났어. 용기를 내어 클레르발과 함께 집에 가보니 그 괴물은 사라지고 없었단다.

2.

괴물은 사라졌지만, 괴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빅토르는 신경성 열병에 걸려 몇 달 동안 집에만 있었고, 클레르발이 극진히 병 간호를 해주었어. 몇 달 만에 회복을 한 빅토르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단다. 고향 집에서 온 소식인데, 동생 윌리엄이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거야. 고향 집으로 돌아오자 모든 가족이 상심에 빠져 있었어. 당시 정황을 들어보니, 살해한 이는 다름 아닌 자신이 만든 괴물인 것 같았어. 그래서 더욱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했단다.

그런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어. 그들의 사랑스럽고 착한 하인이자 친구인 유스틴이 범인이라는 증거들이 나타났어. 유스틴은 당황했고, 엘리자베트가 유스틴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재판은 유스틴의 유죄를 선고했고, 유스틴은 처형을 당했단다. 계속된 안 좋은 일로 빅토르는 다시 신경 쇠약 증세를 보였어. 그래서 아버지의 제안으로 다 같이 몽블랑으로 여행을 갔단다. 몽블랑에서 기운을 좀 차린 빅토르는 혼자 빙벽 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만든 괴물을 만나게 되었단다.

괴물은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했어.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그는 아파트를 빠져 나와 도망만 다녔대. 그를 본 사람들이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고 도망을 가니까 말이야. 산속에서 피신에 지내다가 한적한 시골의 어느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가 머물렀대.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을 몰래 살피면서, 말도 배우게 되고 글도 배우게 됐다고 했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참 착한 사람들이었어. 눈 먼 노인 드라세와 그의 아들 펠릭스와 딸 아가타가 있었어.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어. 그들은 원래 파리에 명망 있는 집안으로 돈도 많은 부자였어. 그런데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아랍상인을 탈출시켜주는 일을 도왔고, 그 아랍상인이 그들을 배신하는 바람에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되었단다. 결국 파리에서 쫓겨나 지금의 시골에서 살고 있는 것이야. 그러나 그들은 품성이 착해서 시골에서 살면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았어. 그들이 도왔던 아랍상인은 나쁜 사람이라 배신을 했지만, 아랍상인의 딸 사피는 착해서 그들의 집에 찾아왔단다. 사실 펠릭스와 사피는 사랑하는 사이였거든. 그렇게 사피도 같이 시골집에서 살게 되었어. 이렇게 착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외모보다 마음을 봐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랜 칩거에서 벗어나기로 용기를 가졌단다. 그리고 자신도 그 가족들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어했어.

먼저 낮에 홀로 집에 있는 장님인 노인에게 말을 걸었어. 노인은 친절하게 대해주었어. 그런데 외출했다가 돌아온 젊은이들은 괴물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심지어는 혼절까지 했단다. ‘괴물은 도망갈 수밖에 없었고, 그가 사람들에게 걸었던 기대를 저버리게 되었어.

3.

괴물또한 괴로워했어. 이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창조자를 찾아 복수하기로 했어. 빅토르의 고향 제노바를 찾아갔어. 그리고 윌리엄을 죽였던 것이고, 계속 그들의 가족 주변에 있다가 몽블랑에서 빅토르를 만나게 된 것이란다. 빅토르는 괴로웠지만, ‘괴물을 처치하기에는 괴물의 힘이 훨씬 셌단다. ‘괴물은 한가지 제안을 했어. 자신을 위로해 줄 반려자 한 명만 만들어달라고 했어. 그러면 그 새로운 괴물과 함께 아프리카 오지로 떠나서 사람들에게 방해를 안하고 그들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겠다고 했어. 빅토르는 괴물의 말에 설득을 당했어.

빅토르는 친구 클레르발과 함께 영국 여행을 가기로 했어. 그 여행의 목적은 새로운 괴물을 만드는 것이었어. 클레르발과 여행을 하다가 헤어져서 한적한 숲 속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오두막에서 그는 다시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기 시작했어. 하지만 빅토르는 자신이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드는 것이고 그러면 두 괴물이 사람들을 죽이면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만들던 괴물을 파괴해버렸단다. 이 장면을 본 괴물은 다시 복수를 다짐했고, 그의 결과는 금방 나타났어. 친구 클레브발을 죽였던 것이야. 다시 충격에 빠진 빅토르. 다시 고향으로 왔어. 그는 충격에 빠졌지만, 미뤄두었던 엘리자베트와 결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어. 그런데 결혼식 날 괴물은 엘리자베트 마저 죽이고 말았어. 그 충격으로 아버지는 얼마 못 가서 돌아가시고 말았어.

이제 빅토르는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렸어. 단 하나, 그 괴물을 제거하는 일.. 그것만이 빅토르가 살아갈 이유였단다. 그리고 괴물을 쫓다가 바다에 떠다니는 빙산까지 온 것이라고 했어. 비록 구조가 되었지만, 빅토르는 이미 기력을 많이 잃었어. 결국 기력을 찾지 못하고 얼마 못 가 죽고 말았단다. 빅토르가 죽자 배에 괴물이 나타났어. ‘괴물은 늘 빅토르 근처에 있었던 거야. 아마 괴물은 빅토르를 설득해서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들게 하려고 했을 거야.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어.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자신과 동종의 존재. 하지만 이제 빅토르는 죽고 말았어. ‘괴물은 자신이 지금껏 해온 일에 대해 자기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어. 인간들이 자신의 외모만 보고 외면을 하니, 그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이제 자신은 이 곳을 떠날 것이고, 더 이상 사람을 보지 않겠다면서 배를 떠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역시 영혼은 그저 나약한 인간이었고, 인간답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던 거야. 하지만 겉모습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의지와 달리 사람답게 살수 없었던 것이야.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본능은 겉모습으로 편견을 갖게 되는 것 같구나.

,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히 공포 소설, SF 소설이 아니야. 겉모습만 보고 편견을 갖게 되는 치졸한 인간상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아빠는 어렸을 때 동화로도 프랑켄슈타인을 읽은 적은 없었고, 원작 소설로 읽은 것이 처음인데 너무 재미있게 읽었단다. 지은이 메리 셸리가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아 아쉬울 뿐이구나.

PS:

책의 첫 문장 : 그토록 불길하게 여기셨던 일이 별다른 탈 없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신다면 무척 기뻐하시겠지요.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순식간에 세찬 파도에 떠밀려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아! 어째서 인간은 짐승보다 훨씬 우월한 감수성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훨씬 더 유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될 뿐인데. 우리의 욕망이 굶주림, 갈증, 그리고 성욕에 국한되었다면, 거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존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바람 한 줄기, 우연한 한 마디, 아니면 그 말로 전달되는 풍경 하나하나에 흔들리지 않는가 - P129

또 다른 깨달음 몇 가지는 내 가슴에 더 깊이 새겨졌다. 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 아이들의 탄생과 성장에 대해서도 들어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갓난아기의 미소에 얼마나 무조건적으로 기뻐하는지, 아이가 좀 더 자라면 활기차게 뛰어나오는 그 모습에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그 고귀한 임무에 어머니의 삶과 관심이 얼마나 집중되어 있으며, 아이의 마음이 어떻게 지식을 확장하고 얻어나가는지를 배웠고, 형제, 자매, 그리고 한 인간을 다른 인간과 상호 유대로 묶어주는 다양한 인간관계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 P161

힘겨운 행군에 지칠 때면 밤이 올 때까지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밤이 되면 내 소중한 사람들의 품 안에서 현실을 만끽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들을 향한 내 사랑은 얼마나 괴롭고 괴로웠던가! 심지어 눈을 뜨고 있을 때고 내 온 마음을 사로잡던 그네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얼마나 필사적으로 매달렸으며,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으려 얼마나 애썼던가. 그런 순간 내 안에서 불타던 복수심은 심장 속에서 죽어버리고, 그 악마를 파괴하기 위한 행보는 내 영혼의 열렬한 갈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늘이 내린 사명, 나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힘의 기계적 충동 같았다. - P287

하지만 내가 저주받은 괴물이라는 건 사실이다. 사랑스럽고 힘없는 이들을 무참히 죽였으니. 죄 없는 이들이 잠자는 사이에 그 목을 졸랐고, 나나 다른 살아 있는 존재를 한 번도 해한 적 없는 사람의 목덜미를 죽도록 그러쥐었다. 인간들 중에서도 사랑과 존경을 받아 마땅한 우수한 인물인 내 창조자를 불행으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결코 치유할 수 없는 파멸의 길로 그를 쫓았다. 저기 그가 누워 있군, 하얗고 차가운 몸으로 죽어서. 당신은 나를 미워하겠지. 그러나 그 증오는 나 스스로 느끼는 혐오감에는 차마 비길 수도 없다. 나는 그 일을 집행한 손을 본다. 그런 상상을 품었던 심장을 생각한다. 그들이 내 눈길과 마주치고 그 행위가 내 생각을 온통 사로잡을 그 순간만을 갈망한다. - P302

안녕히! 이제 난 당신을 떠난다. 그리고 당신은 내 눈이 보게 될 마지막 인간이 되겠지. 이제는 작별이다. 프랑켄슈타인! 아직 살아 있어 내게 복수심을 품고 있다면, 나를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두는 편이 오히려 나았을 테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당신은 내가 더 큰 불행을 초래할까봐 두려워 나를 파멸시키려 했으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방식을 통해 당신이 아직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면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자 내 목숨을 원치는 않을 거다. 당신이 아무리 비참하게 무너졌다 한들, 내 괴로움이 당신보다 훨씬 크니까. 회한의 쓰라린 가책은 죽음이 영원히 상처를 덮어버리지 않는 한 상처 속에서 끝없이 곪아갈 테니까.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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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19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오류로 메리 셸리의 생몰연대가 1951년이
아닌 1851년으로... 그전에 표시해 주신 연대도...

고딕 소설의 쌍둥이 형제 같은 브람 스토커의 <드라
큘라>는 읽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원전으로
만나 보질 못했네요 책은 사두었지만요.

영화로도 보았는데 완전 비극의 연대기네요. 인간
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19세기 과학 기술문명
발전에 따른 자신감의 발로라고나 할까요. 물론
그 이후에 발생하게 되는 부수적 피해에 대한 메리
셸리식의 경고는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탄생을 다룬 또다른 소설도 읽었는데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그냥 소설로 읽을 적에는 몰랐
네요.

bookholic 2019-05-19 20:19   좋아요 0 | URL
오류 발견 고맙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메리 셸리에 관한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도 봤는데요.
이 <프랑켄슈타인> 탄생을 다룬 소설도 있었군요.
˝읽고 싶어요˝목록에 추가해야겠어요.
남은 휴일 즐거운 시간 되세요^^

카알벨루치 2019-05-19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때 인상적이었던 메리 셀리였는데, 라이프스토리가 기가 막히네요 작가들은 다 특출난 인생인듯 합니다 쩝!~재독하고픈 책이네요 ㅎㅎ

bookholic 2019-05-19 20:22   좋아요 1 | URL
간혹 소설보다 다 드라마틱한 삶을 산 소설가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이 나시면 함 재독하시고 멋진 리뷰 부탁드려요^^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시고요~
 















(15)

사랑이란 느릿느릿 들어와 어느덧 마음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앉아 눈치 없이 아무 때나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힘들고 거추장스러우니 제발 나가 달라고 부탁해도 바보같이 못 알아듣고 꿈쩍도 않습니다.

(58)

영국의 고전학자이자 시인인 A.E. 하우스먼은 시()상처받은 진주조개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분비 작용을 하여 진주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진주를 얻기 위해 극심한 고통을 겪듯, 시인의 고뇌와 아픔 속에서 아름다운 시가 나온다는 말입니다. 예이츠의 경우는 짝사랑이 그를 위대한 시인으로 만드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66-67)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예이츠의 시가 한 편 있는데요, 그 시의 제목은 ‘A Drinking Song’입니다. 우리말로 음주가라고 번역합니다.

-------------------------

음주가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게 될 진실은 그것뿐

술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며

그대 보고 한숨짓네.

-------------------------

영시 중에 한 편을 외워 오라는 숙제를 학생들에게 내주면 가장 많이 외워 오는 시입니다. 짧아서 부담이 없기도 하지만 우리 학생들의 마음에도 어필하는 시 같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보며 술 한잔 마시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죽기 전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122-123)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 떠돌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 작자 미상의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글이 있습니다.

-----------------------

아버지는 기분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날 때 너털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혼자 마음껏 울 장소가 없어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는 매일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가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나 보다매일 자책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격언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잘 깨지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식들이 늦게 들어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는 아들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바라면서도 아니,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하고 이중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위해 온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부자 아빠가 못되어 큰소리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마음은 봄가을을 오고 가지만 아버지 마음은 가을겨울을 오간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한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 큰 소리로 기도하는 사람이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큰 이름이다.

-----------------------

(126)

진정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너는 아니?”

아버지 에드워드가 묻습니다.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148)

사랑하는 일은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요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항상 배려하는 마음, 그 사람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해도 항상 의식의 언저리에 있는 그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은 대단한 영혼의 에너지를 요한다.

(150)

사랑받는다는 것은 진짜가 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다. 모난 마음은 동그랗게(‘사람이라는 단어의 받침인 날카로운 ㅁ을 ㅇ으로 바꾸면 사랑이 되듯이), 잘 깨지는 마음은 부드럽게, 너무 비싸서 오만한 마음은 겸손하게 누그러뜨릴 때에야 비로소 진짜가 되는 것이다.

(155)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짝사랑이란 삶에 대한 강렬한 참여의 한 형태이다. 충만한 삶에는 뚜렷한 참여 의식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환희뿐만 아니라 고통 역시 수반하게 마련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의 다른 모든 일들처럼 사랑도 연습을 필요로 한다.

(157)

젊은이들이여,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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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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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갈 즈음, 독일의 드레스덴에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대규모 폭격을 사건이 있었단다. 이 폭격이 꼭 필요했느냐는 질문과 함께 논란이 있었던 폭격이었다고 하는구나. 이 폭격으로 아름다운 고도 드레스덴은 사라졌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는구나. 다음은 위키 백과에서 발췌한 드레스덴 폭격에 대한 내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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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폭격은 제 2차 세계 대전의 유럽 전선에서 마지막 몇 달 간 미국과 영국이 독일 작센주의 주도인 드레스덴 시를 대규모 폭격한 사건이다. 1945 2 13일에서 15일까지 네 번의 공습에서 영국 공군 (RAF) 소속 중폭격기 722대와 미국 육군 항공대(USAAF) 소속 중폭격기 527대가 드레스덴 시에 3,900톤 이상의 고폭탄 및 소이탄을 투하했다폭격과 그로 인해 발생한 화염폭풍으로 드레스덴 도심의 40 km²가 파괴되었으며, 22,700명 에서 2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미국 육군 항공대의 공습은 이후로도 세 번 더 이어졌다각각 3 2일과 4 17일에 있던 두 번의 공습은 철도 조차장을, 4 17일에 있던 적은 규모의 공습은 산업 지역을 표적으로 삼았다.

공격이 벌어진 직후의 반응과 종전 후 공격이 정당했는지에 관한 논의는 드레스덴 폭격이 전쟁에 관한 도덕적 '유명 소송'의 일례가 되기에 이르렀다. 1953년 미국 공군 보고서는 이 작전을 독일의 전쟁 총력을 지원하는 110개의 공장과 50,000여명의 노동자를 수용하는독일의 군사 및 산업시설 표적 (주요 철도 교통시설 및 통신센터로 주장)에 대한 정당한 폭격이라고 옹호했다일부 연구자들은 다리를 폭격한 점과 같이 통신 기반시설 전부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며도심 외부의 대규모 산업 구역을 삼은 것도 역시 아니라고 주장했다폭격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엘베 강의 피렌체 (Elbflorenz)'라고도 언급되던 드레스덴은 군사적으로 중요성이 크지 않거나 전혀 없는 문화명소였으며드레스덴 폭격은 무분별한 지역폭격이고 전과에 상응하는 비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주장되는 바에 따른 사망자수의 큰 차이는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1945 3월 나치 정권은 드레스덴 공습의 사상자 수를 200,000명으로 조작하여 언론에 발행하도록 명령했고추정된 통계에 따라 사망자수가 500,000명까지 늘기도 한다당시 시 당국은 희생자를 25,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2010년 시의회가 의뢰한 조사를 비롯한 여러 차후조사가 이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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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이 드레드덴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이번에 읽은 커트 보니것의 <5도살장>이 바로 이 드레드덴 폭격을 배경을 소설이기 때문이야. 이 소설은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였으며, 작년에 아빠가 읽은 소설 <내 인생 최고의 책>에서도 소개된 책이었단다. 그래서 아빠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지은이 커트 보니것은 세계 2차 대전에 직접 참전했다가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혔고, 드레스덴 폭격을 실제로 겪었다고 하는구나. 그 경험을 가지고 나중에 소설로 쓴 것이 바로 <5도살장>이란다. 소설이라고 하지만소설 속에서 나오는 세계 2차 대전 부분은 사실이라고 생각해도 된단다. 잔인하고 무서운 그 사건들이 100년도 안된 지구상에 실제로 있었던 것이야.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란다.

 

1.

지은이가 욘 욘슨이라는 이로 소설 속에 등장한단다. 소설 속에 욘 욘슨도 지은이 커트 보니것처럼 드레스덴 폭격을 겪었고, 커트 보니것처럼 작가야. 드레스덴 폭격의 경험을 겪은 지 20여 년이 지나고 나서 그 경험을 책으로 쓰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였고, 그와 함께 포로로 잡혀 있었던 빌리라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책을 쓰기로 했단다. 그렇게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단다.

빌리 필그림. 1922년 뉴욕 주 일리엄 출생. 2차 세계 대전을 참전하였다가 독일군 포로가 되기도 했으나 다행히 살아서 돌아옴. 전쟁 이후 검안사로 사업을 시작해서 큰 부자가 되었고, 딸 바버러와 아들 로버트이 있어. 그들은 이미 다 성장하여 딸은 결혼을 하였고로버트는 또 다른 전쟁에 참가하러 베트남에 가 있었어. 빌리는 검안사들과 함께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하러 갔다가 비행기가 추락하고 빌리 혼자만 살았단다. 머리에 부상을 입어 입원을 했지만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어. 불행은 연이어 오는 법인가. 얼마 뒤 아내도 세상을 떠났어.

그런데 그런 일들이 있고 나서, 빌리는 외계인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끌려가 한참을 살다가 오는 경험을 하게 돼.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끌려간 빌리는 그들의 행성에서 동물원 우리에 갇혀 지내고그들에게 지구인의 삶을 보여주는 구경거리가 되었단다. 하지만그 생활이 그리 비참한 것은 아니었어. 적당히 행복감도 느꼈다고 빌리는 생각했어. 그리고 얼마 뒤에 트랄파마도어인들은 빌리가 갇혀 있는 우리에, 지구에서는 아주 유명한 여배우인 몬태나를 잡아와서 넣었어. 이제 우리 안에는 빌리와 아름다운 여배우 몬태나 이렇게 둘이었단다. 자연히 사랑도 하게 되고 아이도 태어나고 그랬지그렇게 한참을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잡혀 있다가 풀려나서 다시 지구로 돌아왔어. 몇 년을 살다가 돌아왔는데, 지구의 시간으로는 시간이 1초도 지나지 않았단다. 상대성 이론이 그런 거지….

빌리는 라디오에 출현해서 이 경험을 이야기했어. 빌리가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딸 바버러는 긴급히 집으로 달려왔어. 아버지의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생각을 한 것이지.. 노망이 들었다고사고의 충격으로 말이야. 그러나 빌리는 자신은 정상이라고 했어. (당연하겠지) 이 책을 읽는 이들 중에는 바버러의 생각처럼 빌리가 노망이 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아빠는 빌리의 말을 믿기로 했단다. 이 세상에는 그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빌리와 같은 경험을 실제로 했는데, 세상 사람들이 단지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믿지 않는 것이니까 말이야.

심지어 빌리 자신이 이미 1944년부터 시간이 풀렸다고 했을 때도 아빠는 빌리를 믿기로 했단다. 그런데 시간이 풀렸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신의 삶 어느 순간으로 점프를 할 수 있다는 거야. 물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야. 그래서 이미 빌리는 자신의 삶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고 했어. 그래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죽음도 끝이 아니라 그저 한 순간이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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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빌리 필그림은 시간에서 풀려났다.

빌리는 노망이 든 홀아비로 잠이 들었다가 결혼식 날 깨어났다. 1955년에 하나의 문으로 들어갔다가 1941년에 다른 문으로 나왔다그 문으로 다시 들어가니 1963년의 자신이 나왔다자신의 출생과 죽음을 여러 번 보았다그는 그렇게 말한다그 사이의 모든 사건과 무작위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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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어. 그를 납치해 간 트랄파마도어인들도 그랬어. 트랄파마도어인들이 빌리를 납치한 이유가 자신들처럼 시간에서 풀려났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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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내가 트랄파마도어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죽는다 해도 죽은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점이다여전히 과거에 잘 살아 있으므로 장례식에서 우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다모든 순간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순간은 늘 존재해왔고앞으로도 늘 존재할 것이다트랄파마도어인은 예를 들어 우리가 쭉 뻗은 로키산맥을 한눈에 볼 수 있듯이 모든 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다그들은 모든 순간이 영원하다는 것을 봐서 알고 있고그 가운데 관심이 있는 어떤 순간에도 시선을 돌릴 수 있다마치 줄로 엮인 구슬처럼 어떤 순간에 다음 순간이 따르고 그 순간이 흘러가면 그것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여기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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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44년 룩셈부르크 숲에서 독일군에게 잡혀서 포로가 되었어. 독일군이 건네준 냄새 나고 더 떨어진 외투를 입고 다녀야 했어. 누가 알았겠어. 그 외투 속에 다이아몬드가 들어있을 줄이야. 빌리는 포로로 잡혀 있으면서 같이 포로로 잡혀온 사람들과 이리 치이듯 저리 치이듯 독일군의 총부리에 따라 이동했어. 그리고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드레스덴이었단다.

시간이 풀려나는 능력이 있는 빌리는 그곳이 얼마 뒤에 큰 폭격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자신이 살아남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어. 그리고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지도 다 알고 있었지. 그런데 그걸 지금 말한다고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 그냥 입 다물고 지냈지. 드레스덴에게 그들이 갇혀 있던 것이 바로 돼지를 잡는 도살장이었고, 도살장 번호는 5번이었어. 바로 제5도살장이었지. 그곳에 머물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대폭격을 받게 되었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 남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오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발렌시아 머블과 결혼을 하고 검안사로 돈을 벌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비행기 사고를 당하고그 사고에서 살아 남고…

아빠가 이렇게 시간 순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소설은 빌리가 시간에서 풀려난 시간대로 이동하면서 이야기가 어찌 보며 뒤죽박죽 섞여 있단다. 한창 2차 세계 대전 중이었다가 시간이 풀려서 전쟁 후 결혼을 앞둔 시간으로 갔다가 다시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잡혀 간 시간으로 갔다가 비행기에서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후 병원에 입원한 시간으로 갔다가, 다시 눈을 뜨면 제5도살장으로 돌아와 있었어. 언제 시간에서 풀려날지 몰랐고어디로 튀어갈 지도 몰랐어. 아무렴 어때주인공 빌리가 이야기하듯이 “뭐 그런 거지”

 

3.

이 소설이 쓰여진 것은 1967년이야. 그리고 소설 속 빌리는 자신이 죽는 순간인 1976년에도 갔다 와. 앞서 이야기했지만 그리 슬프지 않지. 그는 무한히 자신의 삶의 시간대에서 여기저기 점프를 하고 있을 뿐이니… 소설을 쓸 당시가 1967년이니까 1976년은 미래에 해당되잖아. 그가 다녀온 미래는 또 한번 큰 전쟁이 일어났어. 그래서 미국이 20개 나라로 쪼개져 있다고 했어. 실제 1976년의 미국의 모습은 여전히 하나의 나라였지만, 1967년에 생각한 미래의 모습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을 거야.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고, 소련과 미국의 냉전도 심각한 시절이었으니,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던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그래서 지은이 커트 보니것은 경고했을 수도 있어. 너희들 그렇게 가다가는 나라가 산산이 쪼개질 수도 있다고 말이야. 전쟁의 비참한 경험을 그대로 적고 있고, 주인고의 아들은 자라서 또 다른 전쟁에 참여하고 있고, 전쟁으로 인한 미래의 모습을 경고해서인가, 이 소설이 반전 소설이라고 분류되기도 한다는구나.

시간대가 왔다갔다하고 지은이의 횡설수설을 잘 귀담아 들어야 해서 줄거리를 쫓느라 정신 없었는데, 어느덧 책의 끝에 도착을 했단다. 아빠는 여전히 빌리의 말을 믿는다. 그의 말보다 더 믿기 어려운 것은 드레스덴 폭격 같은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다시는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겠지. 전쟁이 아니더라도 인류의 고민거리는 산더미같이 많으니까 말이야. 요즘 아빠의 게으름이 더해가는구나. 책읽기도 더딘데너희들에게 독서일기는 더욱 더디구나.. 올해 목표량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어 ㅎㅎ

 

PS:

책의 첫 문장 : 이 모든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책의 끝 문장 : 새 한 마리가 빌리 필그림에게 말했다. “지지배배뱃?”


"지구인을 연구하느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면 ‘자유의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전혀 몰랐을 겁니다. 나는 우주의 유인행성 서른한 곳을 찾아가보았고, 그 외에도 백 개 행성에 대한 보고서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오직 지구에서만 자유의지 이야기를 합니다." 트랄파마도어인이 말했다. - P113

포로가 된 미군 징집병을 처음 다루는 수용소 행정관들은 주의해야 한다. 심지어 형제들 사이에서도 형제애는 기대하지 마라. 개인 사이에 응집력은 전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차라리 죽기를 바라는 침울한 아이처럼 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캠벨은 독일인이 포로가 된 미군 징집병들을 만나 어떤 경험을 했는지 이야기한다. 이들은 어디에서나 전쟁 포로들 가운데 가장 연민이 심하고, 우애가 가장 부족하고, 가장 더럽다고 알려져 있다. 캠벨은 그렇게 말한다. 그들은 서로 도울 능력이 없으며 이는 결국 자신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 가운데서 나온 지도자를 경멸하고, 그를 따르려 하지도, 심지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도 않는다. 그가 자신들보다 나을 것이 없고, 따라서 허세를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 P116

도살장에 도착했을 때 빌리는 마차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세월이 흐른 뒤 트랄파마도어인들은 빌리에게 인생의 행복한 순간에 집중하라고, 불행한 순간은 무시하라고 – 예쁜 것만 바라보고 있으라고, 그러면 영원한 시간이 그냥 흐르지 않고 그곳에서 멈출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선별이 빌리에게 가능했다면, 그는 수레 뒤에서 햇볕에 흠뻑 젖은 채 꾸벅꾸벅 졸던 때를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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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과학에서 어떤 가설을 모든 의심이 해소되는 수준으로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태양계가 성간 가스구름의 수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다른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가설도도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 더욱이 이 경우에는 증거가 너무나 확실해서 과학자들이 이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과학 용어로서 이론은 추측이나 가설과는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설이 신중하게 확인되고 제시된 모든 검증 과정을 통과하면 이론이 된다. 나중에 다시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이건 그저 이론일 뿐이야라는 말은 과학자들이 정의한 이론이라는 의미로 본다면 완전히 잘못된 말이다.

(155)

생명이 진화한다는 세 번째 성질은 종들이 주위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진화적 적응 능력이 없었다면, 생명은 그 오랜 기간 동안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리적 환경은 불가피하게 변화를 겪게 된다. 지구의 기후는 추운 빙하기부터 매우 더운 시기까지 시간에 따라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대한 적절한 적응은 생명이 우리 행성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도록 했다. 추측하건대 생명은 아주 오래 전에 어떤 방법으로든 시작되었을 것이며, 바로 그 시기에 일부 조상 격 미생물이 처음으로 무질서에서 질서를 창조하고 번식하는 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화적인 적응이 없었다면 이러한 미생물들은 우리가 오늘날 발견하는 생명으로 결코 변화되지도 번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171~172)

지구에 있는 모든 살아 있는 유기체의 부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을 제외하며, 생명체의 가장 중요한 성분은 탄소이다. 지구의 생명을 탄소 기반이라고 한다. 이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DNA를 포함하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중요 분자들 모두가 수소, 산소, 질소처럼 다양한 다른 원소들이 붙은 필수적인 탄소 원자의 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소들은 우주 도처에 존재하는데, 1장에서 다루었듯이 그것들이 별의 잔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에서 유용한 요소가 되기 위해서는, 원소가 환경으로부터 추출될 수 있는 형태로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탄소의 이용성은 제한적일 것이다.

(225~226)

지난 대량 멸종이 벌어지는 동안, 먹이사슬의 꼭짓점에 있던 우점 동물 종들은 결코 멸종의 위기를 견뎌내지 못했다. 오늘날, 우점 동물 종은 인류이다. 인류의 지능이 주위에 있는 다른 종들이 멸망하는 동안에도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예상을 맹신하지 않는다. 되풀이된 멸종의 역사와 지질학적 역사는 대량 멸종을 자행하는 것이 결코 인간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을 말해준다. 인간이 다음 우점 동물 종(아마도 어떤 종류의 곤충이 되지 않을까?)에 의해 교체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거의 교훈에 주의를 기울이는 현명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우리 생존이 달려 있는 뛰어난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 보다 훌륭한 일을 시작해야 한다.

(227)

생명이 기본 이상으로 발전하려면 하나의 행성이 필요하다. 이 행성은 생명의 근원이 가능하도록 우호적인 조건을 지녀야 하며, 이 조건은 생명이 다음 수준으로 넘어가는 데 필요한 수십억 년의 시간 동안 안정된 상태여야 한다. 태양계에는 지구가 그런 조건을 갖춘 유일한 세계이다. 실제로 우리가 아직 주위 다른 별들에서 지구 같은 행성은 고사하고 지구 크기의 행성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따라서 당분간은 지구가 지능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진화가 일어날 수 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유일한 행성이다. 그러니 이제는 무엇이 지구를 알려진 세계 중에서 이처럼 특이하게 만들었는지 탐구할 시간이다.

(247)

경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세요,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지구의 기후는 우리가 어떤 피해를 주든 자동적으로 복구될 테니까요.” 너무나 어리석은 소리이다. 수 세기, 수백만 년 그리고 좀 더 오랜 시간 동안에, 다른 요소들이 자연적 온도조절장치를 쉽게 압도할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지구가 그렇게 많은 빙하기와 온난기를 통해 고통을 겪었다. 만약 인류가 자신들이 이룩한 문명을 파괴할 정도로 지구라는 행성을 망치기로 작정했다면, 자연은 결코 우리를 구하기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다.

(397)

사실 우리가 계속 성정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우리는 계속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새로운 기술을 발달시키지만, 그런 기술들이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기분이 우울할 때에는 우리가 우리의 잠재력을 너무 몰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수백 년 뒤의 고고학자가 우리 문영의 흔적을 발굴하면서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궁금해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더 심하게는 우리가 우리 행성에 너무나도 심각한 손상을 입혀 인류가 공룡들처럼 멸종을 하고 새로운 지적 생명체가 나타날 때까지 수백만 년이 필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예술이나 음악, , 문학, 스포츠, 과학, 인류가 만들어낸 훌륭한 것들을 생각한다. 그러다가 이 모든 것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슬픔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404)

내가 보기에는 이 해답들 모두 단 세 종류로 분류될 수 있다.

1. 우리는 혼자다. 문명은 너무나 드물기 때문에 우리은하에는 다른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은하에서 처음으로 생긴 문명이고, 어쩌면 전 우주에서 처음일 수도 있다.

2. 문명은 흔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도 은하를 정복하지는 못했다. 첫 번째 해답이 옳지 않다면 다시 문명이 흔하게 존재한다는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고려했던 가능성에 따르면 우리은하에는 우리보다 앞선 수천 개 또는 수만 개의 문명이 존재해야 한다. 두 번째 해답은  실제로 많은 문명이 있지만 아직 항성 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 다른 문명은 존재한다. 하지만 너무나 멀리 있어서 발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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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07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어느 인터넷 신문에서 MCU의 미래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아서 클라크라는 분이
발달된 과학 기술은 마법과 다르지 않다고
했던가요...

우주에도 누군가 마법 같은 과학 기술문명
을 가진 외계인들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bookholic 2019-05-08 00:3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칼 세이건이 말한 것처럼 이 광대한 우주 속에 만약 우리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이고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