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고전문학, 회화, 신화로 만나는 리얼 지옥 가이드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끔 책 제목에 낚이는 경우가 있단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로 남을 것 같구나. 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이라는 거창한 제목에 이 책은 그 내용 또한 무척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읽게 되었단다. 지은이는 김태권이라는 분인데, 아빠는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알고 있었단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아빠한테는 잘 맞지 않은 책이었단다.

이 책의 요지는 지옥을 소재로 한 미술이나 문학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것이란다. 지옥은 살아서 큰 죄를 지으면 그 벌로 죽어서 가는 곳으로 알고 있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금 지구 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지옥에 가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단다. 그리고 죽어서 지옥에 가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본 사람도 단 한 명도 없단다. 지구 상에는 죽음 뒤의 세상이 어떤 세상이 있는지 아는 사람이 단 명도 없으니 말이야. 그러나 오래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지옥 또는 그와 유사한 존재가 있다고 믿어왔단다. 살아서 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  지옥과 천국이라는 가상 세계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구나.

지옥이라는 가상 세계를 세계 곳곳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상상을 했단다. 그런 지옥의 모습은 오래 전부터 미술의 작품들과 문학작품에서 나온단다. 여러 작품들에 등장하는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단다. 지옥을 뜻하는 영어단어 hell은 북유럽 신화에는 저승의 여신 에서 왔다고 하더구나. 서양의 지옥들뿐 아니라 동양의 지옥들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지옥에 간 지장보살 이야기, 중국 소설 <두자춘전>에 등장하는 지옥 이야기, 인도의 데바닷타라는 사람이 석가모니를 암살하려다가 실패하고 떨어진 지옥 구덩이 이야기 등등도 소개해 주고 있었어.


1.

이 책에는 단테의 <신곡>이라는 작품이 많이 언급되었단다. 아무래도 그 책의 주된 장소 중 하나가 지옥이라고 그런 것 같구나. 단테의 <신곡>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었다면 더 공감을 하면서 읽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 밖에 지옥을 다른 문학 작품으로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등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었단다. 생각보다 참 많은 문학 작품에서 지옥을 다루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지옥을 그린 그림들도 많이 소개되었는데, 그 그림들이 낯이 익은 그림들이 많았단다. 양정무 님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에서 본 그림들이었거든. 그런데, 양정무 님은 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7권을 출간을 안하고 있는 거냐^^

정말 지옥이라는 세상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승과 비슷한 모습일까? 어쩌면 이곳이 지옥인지도 모르지. 현실 세계는 또 다른 곳에 있고, 그곳에서 뭔가 잘못을 해서 온, 그들이 이야기하는 지옥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일지도 말이야. 그래서 헬조선이라는 말도 생겨나고 말이야. 최근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때문에 더욱 삶이 팍팍하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많아서 이 세상이 힘든 지옥 같은 삶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거야. 그래도 시간이 좀더 지나면 나아지겠지, 이런 생각으로 버텨왔을 텐데, 점점 악화되는 코로나최근에는 다시 하강 곡선으로 접어들었는데, 또 다시 반전이 없길 바래본단다. 오늘은 짧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지옥 여행에 대한 책을 쓰는 사람이라니, 가이드로서는 실격이다.

책의 끝 문장: 우리가 저승에 가는 대신, 저승 사람이 우리한테 와서 자기들이 겪은 일을 이야기해주니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2-04-15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단테의 신곡중 지옥편 읽고 있는데 이 책이랑 같이 읽으면 좋겠어요.
저도 가고 싶지 않아요^^

bookholic 2022-04-16 01:01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페넬로페 님의 <신곡>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천국 같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어. 그 때는 국민학교라고 불렀지. 학교가 작아서 도서관도 없었고, 어떤 한 교실의 모퉁이에 도서관을 대신한 책장을 두고 책장 안의 책들을 볼 수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수업이 끝나고 곧장 집에 안가고 그 교실에 남아서 동화책을 읽었단다. 그날 왜 곧장 집에 안가고 거기서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단다. 단지 그날 읽은 책 한 권만 기억에 남는단다.

책 제목은 <행복한 왕자>. 어린 아빠의 마음을 울린 무척 슬픈 내용의 동화였어. 그래서 그 줄거리가 아직도 아빠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단다. 그런데 아빠가 많은 책들 중에서 왜 그 책을 뽑아 들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어렸을 때의 아름다운 추억의 단편들이 앞뒤 사정이 기억이 나질 않으니 슬프더구나. 그런 아름다운 기억들을 풀스토리로 잘 기억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데도 <행복한 왕자>는 그런 기억의 단편에 정확히 남아 있었단다.

이번에 아빠가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있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의 다섯 번째 책의 제목 <행복한 왕자>을 보고 나서 어린 시절이 떠올랐단다. 지은이를 보니 오스카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라는 사람은 꽤 유명한 사람인데, 아빠는 그 동안 그 그 분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니었구나. 아주 어렸을 때 이미 그의 책을 읽었구나. 기억력이 좋지 못해 어렸을 때의 기억이 대부분 지어진 아빠에게 그 작은 교실에서 <행복한 왕자>를 읽고 있던 기억을 남기게 해준 것만으로 오스카 와일드 님이 고마워지는구나.


1.

이 책은 오스카 와일드 님의 단편 소설 네 편이 담겨 있단다.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부와 그의 영혼>, <별 아이> 이렇게 네 편이란다. <행복한 왕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들어보는 작품들이란다. 다 단편이라서 짧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

<나이팅게일과 장미>나이팅게일은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대학생의 사랑을 이루고 싶었지만, 대학생이 짝사랑하던 여자는 장미보다 보석을 더 좋아해서 대학생을 차버리고 말았단다. 대학생도 그 여학생에 대한 마음을 금방 저버리고 만단다. 사랑을 생명보다 고귀하게 생각하는 나이팅게일에 비해 대학생과 여자는 사랑을 너무 값싸게 생각하는 것 같았단다. 독자들은 대학생과 여자를 욕하면서 사랑의 고귀함을 깨닫지 않을까 싶구나.

<어부와 그의 영혼>인어를 짝사랑하는 어부는 인어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마녀의 도움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떼어 내고 된단다. 영혼이 있는 사람은 물 속에 살 수 없다고 해서 말이야. 어부의 마음에서 떨어져 나온 영혼은 세상의 여러 사악함을 배우게 된단다. 다시 어부의 마음으로 들어가려고 어부를 계속 유혹을 하게 되지. 어부는 계속 거부하다가 결국 어부는 영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그 영혼과 재결합하게 돼. 다시 인어를 만나러 물 속에 갈 때는 다시 영혼을 떼어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지. 평생 영혼은 딱 한번만 떼어낼 수 있는 것을 말이야. 사랑이 아무리 중요하지만, 영혼까지 팔면서 사랑을 사는 것은 너무한 것 같구나. 영혼은 떼어 놓고 와. 그럼 사랑해줄게. 이런 조건 달린 사랑은 아닌 것 같구나. 그러니 영혼이 그런 사악함을 배워서 복수를 하지

….

<별 아이>용모가 아름다운 한 아이가 이야기인데, 고귀한 신분이라고 믿고 있던 별 아이가 자신을 버린 엄마가 찾아오면서 자신이 버려진 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단다. 자신의 신분에 실망한 별 아이는 친엄마는 거부하고 쫓아낸단다. 그 일이 있고 얼굴이 흉측하게 변하게 되는데 잘못을 깨닫고 엄마를 찾아 나섰지만 노예로 잡히게 된단다. 그리고 마법사가 내준 어려운 세가지 과제를 해결하면서 옛 모습을 되찾고 엄마도 되찾고 화해를 하는 그런 이야기란다.

….

<행복한 왕자>는 워낙 유명하고 너희들이 읽는 책에도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PS:

책의 첫 문장: 온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기둥 위에, 행복한 왕자의 조각상이 서 있었습니다.

책의 끝 문장: 그의 뒤를 이은 왕은 악하게 다스렸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3)

돌연변이 현상 자체는 무작위로 벌어지는 사건이다. 돌연변이 유전자의 운명, 즉 미래 세대에 그 유전자가 확산되고 지속될지 아니면 사라져 버릴지는 그것이 좋은 변화(유익한 돌연변이)인지 나쁜 변화(불리한 돌연변이)인지 또는 상관없는 변화(중립적 돌연변이)인지에 달려 있다. 무작위로 시작된 유전자 돌연변이는 자연 선택/도태 과정에서 당사자와 후손에게 충분히 유익하면 영구화된다. 이와 반대로 불리한 돌연변이는 그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살아남더라도 확산되지 않고 금방 사라지고 만다. 인류가 생존해 온 1만 세대라는 기간 동안 우리의 게놈은 천천히 그러나 확고한 걸음으로 상당히 큰 변화를 겪었다. 무작위로 시작된 돌연변이지만 그중 유익한 것들은 선택적으로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72)

지구상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인간은 몸에 필요한 열량을 제공하는 음식을 간절히 원했다. 우리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할 능력이 있어서, 음식이 풍부할 때 과식을 해서라도 남은 열량을 지방으로 축적해 다음에 찾아올 기근을 이겨낼 수 있다. 또 다양한 음식을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로 바꿀 능력도 갖추고 있다. 굶주림은 개인뿐 아니라 생물 종 전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에 우리의 본능과 인체 내 조절 장치는 전부 과식을 해서라도 당장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는 쪽으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울어 있다.


(89)

영양 실조와 굶주림은 인간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다. 그러니 우리 몸이 음식-특히 몸에 꼭 필요한 핵심적인 음식-을 원하고, 오염되거나 독이 든 음식은 먹고 병들거나 죽지 않도록 알아서 거부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몸은 허기와 입맛, 소화를 북돋고 제어하는 다양한 호르몬과 기관에 의존한다. 결국 우리는 충분한 열량을 섭취해 소화하도록 하는 유전자와, 주기적인 식량 부족에서 살아남아 종을 보존할 수 있게 지방을 넉넉히 저장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후손인 것이다.


(94)

쓴맛은 좋은 느낌이 아니다. 독이 든 식물은 흔히 쓰므로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우리 몸이 만들어 낸 일종의 방어 기제다. 모든 미각 세포 중 쓴맛을 알아차리는 세포가 가장 예민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소량의 쓴 물질까지 감지할 수 있다. 아무리 적은 양의 독도 피하는 것이 언제나 중요하기 때문이지 싶다. 쓴맛 감지를 돕는 유전자는 25가지가 넘는다. 단맛과 감칠맛 감지 유전자는 둘 다 합쳐 겨우 3가지뿐이라는 사실과 대조된다.


(154)

항상 불확실한 식량 공급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몸은 반복되는 아사의 위협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우리의 미뢰는 열량 밀도가 높은 지방, , 단백질을 원하도록 만들어졌다. 소장과 대장은 섭취한 음식, 특히 원래 형태에서 분해되어야 하는 음식에서 영양소를 최대한으로 흡수한다. 거기에 대해 우리는 가능할 때마다 과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서 장래에 있을지 모르는 식량 부족에 대비해 지방을 저장한다.


(163-164)

우리 조상들은 현대인보다 안정적으로 물과 소금을 손에 넣을 기회가 보장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미래의 부족에 대비해 물과 소금을 찾고 소비하고 충분히 몸속에 저장하도록 몸이 적응해야만 했다. 그리고 물과 소금이 부족해지면 다양한 호르몬이 동원되어 탈수로 인해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낮아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요컨대 루스벨트는 인류의 생존을 20만 년 동안 보장해 온 과잉 보호 형질과 호르몬들이 작동한 결과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171)

모든 온혈 동물은 체온을 아주 좁은 범위 내에서 유지해야 한다. 인간의 경우 그 온도는 화씨 98.6(섭씨 37) 정도고 다른 포유 동물은 대부분 그보다 약간 더 높다. 주변 온도보다 체온을 더 높게 유지하려면 우리는 열량을 태우면서 나오는 열에 의지해야 한다. 그러나 높아진 주변 온도나 신체 활동 때문에 많은 열량을 단시간에 태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열이 생기면 열을 식힐 수도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고기를 공급하는 사냥감에 비해 우리가 크게 유리한 점은, 오래도록 육체 활동을 해야 할 때 과열을 피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변이 더울 때 이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181)

나트륨과 물의 경우 과잉 보호가 주는 유리함은 간단하다. 몸에 나트륨과 물이 부족하면 탈수현상이 일어나 몸 전체에 혈액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최저 수군 이하로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 혈압이 너무 낮아지면 우리는 기절하거나 죽는다. 이에 반해 나트륨과 물이 몸에 조금 더 있으면 땀을 많이 흘리거나 설사를 하거나 한동안 물을 못 마시는 일이 있어도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남아도는 나트륨과 물 때문에 혈압이 조금 높아져 그 상태로 몇 년 동안 지속되더라도 몸이 견뎌낼 수 있다. 따라서 몸에 물과 나트륨이 조금 남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너무 없는 것을 걱정하는 쪽으로 몸의 미세 조정 장치가 작동하는 것이 합당하다.


(207)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우리 몸의 과잉 보호 성향을 더욱 부추겨 필요 이상으로 혈압을 높인다. 고혈압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소금을 더 먹으면 혈압을 높인다. 고혈압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소금을 더 먹으면 혈압은 더 올라간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나트륨을 1그램 더 먹을 때마다 혈압은 2.1수은주밀리미터 상승하고 고혈압이 될 확률을 17퍼센트 높인다. 지나친 나트륨 섭취는 심장, 신장, 혈관에 손상을 가져오며, 하루에 나트륨을 6그램 이상 섭취하면 사망 위험을 높일 개연성이 아주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150만 명 이상이 나트륨 과다 섭취로 목숨을 잃는다고 추산한다.


(243)

두려움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두려움 덕분에 공격당하는 일을 모면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적어도 당분간은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간혹 위험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을 했는데도 공격적인 경쟁자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 처한 조상은 본능을 총동원해 자신을 보호하는 행동을 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을 살렸던 이 방어 본능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심리 상태 중 일부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293-294)

1628년 영국의 의사 윌리엄 하비가 혈액 순환을 최초로 상세히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의학은 진일보했다. 모두 합치면 9 6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동맥, 정맥, 모세혈관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순환계에는 5쿼트( 4.7리터) 정도의 피가 돌고 있다. 이 폐쇄 순환 체계에 아주 조금한 구멍이라도 생겨 피가 새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출혈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댐에 난 구멍을 막듯이 즉시 피를 응고시킨다. 하지만 원래 출혈로부터 우리를 구해 주는 이 응고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 때 작동하면 혈전이 생기는데, 이 혈전-로그 오도널의 관상 동맥에 생긴 것-은 우리를 몹시 아프게 하거나 심지어 죽일 수도 있다.


(396)

자연 선택은 훌륭한 체제다. 수천 년에 걸쳐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아마 그 속도는 점점 가속이 붙어 갈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속화더라도-그리고 유전자뿐 아니라 후성 유전학적 꼬리표까지 나서서 이 과정을 진행하더라도-자연 선택의 속도가 지금까지 변해 오고 또 앞으로 변해 갈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필요 이상의 음식과 소금을 섭취하고, 과도하게 불안과 우울을 느끼고, 혈액이 너무 잘 응고하는 이 타고난 형질을 막거나 되돌리는 일을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해내리라고 믿고 맡겨 둘 수가 없다. 대신에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킬 방법-정신력으로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이며, 동시에 과학의학의 도움을 구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3)

서구 철학 전통에서 거울은 자기 인식의 단계이자 도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거울을 통한 착각에 불과하다. 자기 눈으로 자기를 본다?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이 같다면 자기 복제가 아닌가. 결국 자기 시력(視歷) 수준에서밖에 볼 수 없다. 보고 보이는 것으로부터 자유. 안다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과정에서의 관계성이다. 인간은 자기 외부의 타자를 통해서, 나와 다른 타인을 통해서,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부분적으로 자기를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46-47)

타인과 소통, 의미 있는 일에 몰두, 자신을 잊는 헌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움, 사랑, 솔로의 꿋꿋함, 실존의 조건…… 이런 인식이 외로움에 대한 나의 개똥철학이었다. 이런 삶도 외로움을 덜어주신 한다. 그러나 쉬운가? 김영갑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확실히 몰두할 대상이 있어서 나나 타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외로움은커녕 약간 흥분 상태였다. 당시에는 처음 보는 사진이 너무 황홀해서인지 글이 읽히지 않았다. 사진가의 글은 별로라는 생각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51-52)

책의 좋은 점은 머리에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인데, 나는 책읽기가 아니라 책이라는 물건을 좋아하고 있다. 생계 노동 외 대부분의 시간을 책 청소와 정리로 보낸다. 책장 청소를 위해 특별 구입한 청소기로 1, 마른걸레로 2, 물수건으로 3. 주제별, 저자별, 저널별, 논문별로 분류한다. 매일 정리해도 끝이 없다. 엽서, 포스터, 문구류에 대한 집착도 있어서 그 관리도 만만치 않다. 유복은 고사하고 이사를 꿈꾸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후 기증도 마음이 놓이질 않으니, 병이다.

<무소유>를 읽으면 뭐하나. 법정의 말대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니 노예가 따로 없다.


(60)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 그럴까.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는구나.” 심란해하는 이들이 더 많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악랄한 이데올로기. 나이에 맞는 정상적인 삶과 성취가 있다는 생애주기 개념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질병 때문에 인생의 공백이 생긴 경우 누굴 탓하랴. 일본의 유명한 배우 와타나베 켄은 승승장구하던 시절 백혈병 진단을 받고 첫 단독 주연작을 포기했다.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재기했다.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그의 진정성과 젊은 날 투병의 영향일 것이다.


(62)

뒤처진 인생이란 결국 타인에게 뒤처졌다는 얘기인데, 다른 이들도 똑같이 뒤쳐졌으므로 덜 괴로워해도 되지 않을까. 더구나 당대 자본은 나이에 맞는 지위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 지위를 초과 달성한 이들을 원한다. 어차피 웬만한 사람은 다 루저. 뒤처지지 않으려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길을 잃지 않으려고 마스터플랜을 쥐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81)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 겨우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이날을 기억할 정도로 올여름은 더웠다. 나만의 감식법인데 ‘8월 하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나이듦에 대한 심정을 알 수 있다. “드디어 가을이 왔다.”고 좋아하는 이들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사람이고, 올해 같은 8월이 가는 것조차 서운한 이들은 스스로 나이들었다고 생각하는사람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후자다. 인간은 원래 소통 불가능한 동물이지만 이 심정을 젊은이는 모를 것이다. 역지사지가 가장 어려운 영역은 나이 차이가 아닐까. 한쪽은 거쳐 왔고, 한쪽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완벽한 비대칭.


(91-92)

소박하게 살고 싶어서, 만사가 귀찮아서, 사람이 싫어서…… 은둔을 고민하지만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은둔이 도피 이상이 되려면 입장이 확실해야 한다. 나의 잠정 결론. 은둔의 이유는 세상이 나를 더럽혀서가 아니다. 내가 세상을 더럽히므로 떠나야 한다. 마음이 편하다. 마음만이라도 거사(居士).


(117)

나는 늘 내 문제가 궁금하고 그로 인해 생성되는 삶의 화학에 골몰하는 편이다. 내게 인생의 절정, 결정적 순간은 패배 후의 복기다.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 혼돈과 의문의 시간에 바로 복기할 수 있다면! 그 깨달음의 절실함과 기쁨을 어디에 비교할까. 집약된 배움, 농축된 시간, 바둑의 복기는 요다 노리모토 9단의 휘호처럼 이치고이치에”(一期一會, 다시 오지 않을 단 한번의 기회)일지 모르지만, 삶은 복기의 연속이다. 그래야 한다. 매 순간이 대국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복기는 트라우마, 집착, 후회를 가져온다. 지나간 일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154)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권력자다. 자기 충족적 삶은 최고로 힘을 지닌 상태다. 인간은 권력 지향적이기 때문에 권력감이 없으면 외로운데, 자기 몰두형 인간은 권력에 무심하다. 사실, 이 행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191)

, 참 국립국어원은 남성 페미니스트여성에게 친절한 남자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앞에 예쁜 여성에게만붙이면 완벽하네요!


(220)

말을 섞는 것은 살을 섞는 것보다 관능적인 행위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나는 섹스보다 대화가 더 심각한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말이 통한 다음에 올 천국과 파국을 알기에, 되도록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엮이는 것만큼 재앙도 없다. 말은 물질이다. 말 한마디는 빚만 갚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게 한다. 나는 예전에 이송희일 감독의 우린 친구가 없으면 끝이잖아.”와 서울인권영화제 표어였던 나는 오류입니까?”로 몇 달 버틸 양식을 구했다.


(241)

과학자는 신이 아니다. 과학자이기 이전에 자신의 정체성, 자기 연구의 의미,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역사와 언어, 개인의 위치성을 알아야 한다. 동물들의 행위가 약육강식인지, 협력인지, 경쟁인지, 돌봄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판단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잠깐, 백번 양보해서 여성의 모든 문제가 호르몬이라고 치자. 그것도 모두 출산력과 관련이 있다면 저출산 시대에 여성을 보호하고 지지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제나 인간 문제는 팩트여부가 아니라 팩트를 만들어내는 권력에 달려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빠르게 알려진 한국 작가를 한 명 뽑으라고 하면 단연 김초엽 님이 아닐까 싶구나. 데뷔작부터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작가 김초엽 님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읽었단다. 아빠는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서 처음 김초엽 님을 알게 되었고, 그 책에 실린 단편 소설들을 읽어보았단다. 2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차지했던 <관내분실>과 가작을 받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려 있었지. 그리고 2020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만난 <인지 공간>까지 이렇게 총 세 편의 김초엽님의 단편 소설을 읽었단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아주 확 와 닿지는 않았단다. 사람마다 자신들과 맞는 작가들이 있으니까 말이야. 어쩌면 아빠가 장편 소설보다 단편 소설에 흥미가 좀 적은 이유도 있을 수 있었고

그런 김초엽 님께서 처음으로 장편 소설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앞서 읽었던 세 편의 작품들이 아빠에게는 크게 감동을 주지 못해서 출간 소식은 들었지만, 쉽게 손은 가지 않았단다. 그런데 먼저 읽은 사람들의 평들이 너무들 좋았단다. 아빠가 귀가 얇아서 그런 것에 잘 흔들리잖니. 소재도 환경에 관한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갈까 궁금했단다. 그래서 읽었단다. 오호, 김초엽 님의 단편을 읽을 때랑은 느낌이 전혀 달랐어. 장편 소설이 처음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이야기의 전개, 짜임새 있는 스토리 라인한 마디로 아주 깔끔한 소설이었단다. 앞서 김초엽 님이 소설이 아빠한테 잘 안 맞는다고 했던 말은 취소. 예전에는 우리나라 SF 소설이 좀 취약하다는 생각을 아빠가 갖고 있었는데, 최근에 읽은 우리나라 SF 소설들은 모두 기대를 웃도는 재미를 보여서 이제는 그런 생각을 갖지 않게 되었단다. K-SF라는 말이 나오길


1.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후의 우리나라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2058년 한 연구소에서 실수로 자가 증식하는 먼지가 만들어졌단다. 그 자가 증식하는 먼지는 더스트라고 불렀어. 그 더스트는 빠른 속도로 온 지구를 휩쓸었고, 그 더스트는 생명체들을 죽이고 위협이 되었어. 그래서 인간들은 더스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돔을 건설하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돔시티라고 곳에서 생활하게 되었단다. 사람들도 더스트에 노출되면 생명을 잃었거든. 물론 더스트에 내성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어. 사람들은 그들을 내성종이라고 불렀어. 이 더스트을 없애기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을 하였고, 디스어셈블러라는 것을 개발하여 더스트를 없앴다고 하는구나. 2064년에 디스어셈블러를 개발했는데, 더스트를 모두 없앤 것은 2070년이었대. 사람들은 그 시절을 더스트 시대라고 불렀단다.

그리고 또 60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아영은 더스트 생태 연구 센터에서 일했는데, 강원도 해월에 모스바나가 증식했다는 소식을 듣고 조사하러 갔단다. 모스바나는 피부에 닿으면 그 독성으로 피부에 상처를 입게 되어서 악마의 식물이라고도 불렀어. 모스바나는 더스트 시대에 새로 생겨났다가 한창 번식을 한 후에 지금은 거의 사라진 덩굴식물인데 그것이 다시 증식했다고 해서 조사를 간 것이었어. 모스바나가 생각보다 넓은 곳에 증식되었고, 가끔 푸른 빛을 보인다고 했어.

푸른 빛이라는 말에 아영은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이희수라는 할머니의 정원이 떠올랐어. 그 때도 어떤 식물에서 푸른 빛이 보였거든. 아영은 푸른 빛을 내는 모스바나에 대한 조사를 했어. 인터넷에서 에티오피아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 푸른 빛을 내는 모스바나를 알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줬어. 때마침 에티오피아에서 더스트 시대 재건 60주년 기념 학회가 있었는데, 그때 만나면 되겠다고 생각했단다. 아영은 에티오피아에서 연락을 남긴 나오미를 만나고, 모스바나의 숨겨진 비밀을 듣게 된단다.


2.

더스트 시대. 더스트에 내성을 갖고 있어 죽지 않는 내성종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들은 신변에 위협을 받곤 했어. 그들의 피가 더스트에 내성을 갖게 한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야. 그래서 그런 내성종들을 쫓는 사냥꾼들도 있었어. 아마라와 나오미는 자매인데 그들도 내성종이었어. 그들은 내성종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그 마을 찾아 떠났단다. 그 마을의 이름은 프림 빌리지라고 했어. 그 마을은 말레이지아의 케퐁 지역에 있었고, 간신히 그 마을 찾은 아마라와 나오미는 그 마을의 일원이 되었단다.

프림 빌리지는 지수라는 사람이 리더였어. 동네 사람들은 지수에게 지수 씨라고 불렀단다. 그는 드론과 기계를 다룰 줄 알았고, 고장 난 것도 잘 고쳤어. 그래서 그것들을 이용해서 외부 침입자들이 오면 공격해서 막아내기도 했단다. 내성종들을 찾아 공격해온 사냥꾼들이었지. 나오미는 하루라는 아이와 마을을 정찰하는 일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우연히 지수 씨와도 친해졌는데, 지수 씨는 온실을 갖고 있었고, 그 온실은 레이첼이라는 사람이 관리를 했단다.

어느날 더스트 폭풍에 예보 되었어. 그들이 아무리 내성종들이었지만, 더스트 폭풍은 강한 바람과 함께 엄청난 먼지를 몰고 오기 때문에 마을이 폐허가 될 수도 있거든이 더스트 폭풍은 돔시티까지 망가뜨려 돔시티 안의 사람들도 죽일 정도로 강력했어. 그러면 이걸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온실에서 식물만 가꾸던 레이첼은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직접 개량한 식물을 심으라고 했어. 그 식물은 번식력이 엄청 강해서 그 식물을 심었더니 그 식물은 곧바로 마을 주변에 무성해졌단다. 그 식물이 바로 모스바나였어.. 동네를 감싸 안았던 모스바나 덕에 더스트 폭풍을 이겨낼 수 있었단다. 이 모스바나는 더스트를 제거하는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었거든. 모스바나는 지수 씨와 레이첼이 처음부터 이걸 목적으로 개량한 식물이었던 거야.

모스바나의 효과를 본 프림 빌리지 사람들은 이제 이 식물이 지구를 살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 그냥 이곳을 지키자는 사람들도 있어 내분도 있었지만, 그들은 각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면서 모스바나를 전파하기로 했단다. 그들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모스바나를 퍼뜨렸고, 번식력 좋은 모스바나는 금방 온 세상을 뒤덮었단다. 그러니까 더스트 시대를 종식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은 한 것은, 앞서 이야기한 디스어셈블러가 아닌 모스바나였던 거란다. 물론 디스어셈블러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야. 아마라와 나오미도 자신의 모국인 에피오피아를 가는 길마다 모스바나를 퍼뜨리기도 했단다. 그것뿐만 아니라 지수 씨가 더스트에 중독된 사람을 치료하는 분해제를 만들었는데 그것도 같이 가지고 가서 더스트에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어.


3.

이야기를 듣는 아영은 이야기 속 지수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웃에 살고 계시던 이희수 할머니를 것을 깨닫게 된단다. 온실에서 모스바나를 키우고, 기계를 잘 다루고, 이름도 비슷하고 말이야. 그래서 어린 시절 살던 마을을 찾아가서 이희수 할머니의 발자취를 쫓았어. 이희수 할머니는 해월 근처 요양소에서 몇 년 전까지 머무르다가 돌아가셨다고 하더구나. 그 요양원에는 이희수 할머니가 남긴 회고기록이 있다고 했어. 아영은 그 회고기록을 봤어. 거기에는 지수 씨가 레이첼이 했던 일들이 기록되어 있었단다. 그리고 레이첼이 사람이 아닌 사이보그 로봇이라는 사실도 알게 돼. 그래서 아영은 수소문 끝에 레이첼을 만나게 되고, 지수 씨와 추억이 깃들어 있는 회고기록이 담긴 칩을 전해주게 된단다.

…..

아빠가 중간중간 이야기들을 빼먹고 이야기를 해서 다소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해해주렴. 핑계일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친 스포일러는 그렇잖니…^^ 미세먼지가 극성인 우리나라에 모스바나 같은 식물이 있으면 좋겠구나. Shon은 이 책을 읽기에는 아직 어려울 것 같고, Jiny는 이 책을 읽어볼 수 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책표지가 너무 예뻐서 딱 너 스타일일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김초엽 님의 <지구 끝의 온실> 식물을 주제로 한 SF라서, 읽으면서 천선란 님의 <나인>이라는 SF도 살짝 생각났단다. 그 소설에도 식물이 중요한 역할을 했잖아. 아빠가 천선란 님의 <나인>을 웹툰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김초엽 님의 <지구 끝의 온실>도 웹툰이나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되는구나.


PS:

책의 첫 문장: 낡은 차가 덜컹거리며 오르막 흙길 앞에 멈춰 섰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 유리벽 사이를 오갔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당신은 재건의 역사를 식물들의 관점에서 재구성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그 작업이 수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인류는 그간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역사만을 써온 것일까요. 식물 인지 편향은 동물로서의 인간이 가진 오래된 습성입니다. 우리는 동물을 과대평가하고 식물을 과소평가합니다. 동물들의 개별성에 비해 식물들의 집단적 고유성을 폄하합니다. 식물들의 삶에 가득한 경쟁과 분투를 보지 않습니다. 문질러 지운 듯 흐릿한 식물 풍경을 바라볼 뿐입니다. 우리는 피라미드형 생물관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식물과 미생물, 곤충들은 피라미드를 떠받치는 바닥일 뿐이고, 비인간 동물들이 그 위에 있고, 인간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반대로 알고 있는 셈이지요. 식물들은 동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종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은 언제나 지구라는 생태에 잠시 초대된 손님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위태로운 지위였지요. - P364

마음도 감정도 물질적인 것이고, 시간의 물줄기를 맞다보면 그 표면이 점차 깎여나가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어떤 핵심이 남잖아요. 그렇게 남은 건 정말로 당신이 가졌던 마음이라고요. 시간조차 그 마음을 지우지 못한 거예요. - P37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물선 2022-04-08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인가 영화인가 나온대!

bookholic 2022-04-08 21:12   좋아요 0 | URL
오호, 그렇군요~~ 기대됩니다~~^^
야옹이와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