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4)

인간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거기에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한다. 무엇인가에 열광하게 되면 그 열망을 한 마디 환호성으로 표현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우연의 바람이 불현듯 하나의 이름을 던져준 행운의 날,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울림 좋고 날개가 돋친 듯한 그 낱말을 서슴없이 받아들여 새로 발견한 세계를 아메리카라는 새롭고 영원한 이름으로 맞이했다.


(22)

1200, 그들은 그리스도의 성묘를 되찾았다가 다시 빼앗겼다. 순례는 헛된 것이었다. 아니다. 헛되지만은 않았다. 이 원정을 통해 유럽은 비로소 깨어났기 때문이다. 유럽은 스스로의 힘을 깨닫고 용기를 시험했으며,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에 얼마나 새롭고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는지 다시금 알게 되었다. 전혀 다른 하늘 아래 다른 땅, 다른 열매, 다른 물건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동물들, 다른 풍속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놀라움과 부끄러움 속에서 기사들과 시종들, 그리고 농부들은 자신들이 좁고 답답한 서양의 구석에서 얼마나 어리석게 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반면에 사라센인들은 얼마나 풍요롭고 세련되게, 그리고 호화롭게 살아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


(42)

콜럼버스는 수천 개의 섬을 혼자 발견했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낙원에서 발원하는 강물도 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인도의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이 모든 섬들과 이 특이한 땅들이 어째서 고대와 아랍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마르코 폴로는 어찌해서 그것들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까? 마르코 폴로가 말한 지팡구와 차이툰은 콜럼버스 제독이 발견한 땅과 얼마나 다른가? 그 모든 것은 너무나 혼란스럽고 모순적이며 신비로 가득 차 있어서, 서쪽에 위치한 이 섬들에 대해 사람들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62-63)

베스푸치는 위대한 발견자인 콜럼버스의 눈을 가리고 있던 장막을 걷어냈다. 자신이 발견한 대륙이 앞으로 얼마나 큰 의미를 갖게 될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 대륙의 남쪽 부분이 독립된 새로운 땅임을 정확히 인지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베스푸치는 사실상 아메리카의 발견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발견이나 발명은 단지 그것을 발견하거나 발명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 의미와 영향을 인식한 사람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얻기 때문이다. 콜럼버스가 탐험과 발견이라는 공적을 세웠다면, 베스푸치는 앞서 언급한 선언을 통해 콜럼버스의 행위에 대한 역사적 해석이라는 공적을 세웠다. 그는 앞선 사람이 몽유병 환자처럼 방황하며 발견한 것을, 마치 꿈의 해몽가처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84-85)

생디에의 인문주의자들은 출판물이 더 많은 관심을 얻을 수 있도록 후원자인 공작 르네를 세상 앞에 높이 기리기 위해 낭만적인 이야기를 꾸며냈다. 그들은 독자들을 속이기 위해 유명한 지리학자이자 신대륙 발견자인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마치 자신들의 영주와 친밀한 친구이며 그를 숭배하는 사람인 양 꾸며댔다. <서한들>은 베스푸치가 직접 로트링겐의 영주에게 보낸 것이며, 이번에 출간되는 것이 그의 서한들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의 공작에게는 얼마나 극진한 찬사인가! 당대의 위대한 학자로 널리 알려진 베스푸치는 이렇게 해서 스페인 왕뿐만 아니라 작은 공국의 군주에게도 자신의 항해에 대한 보고를 올리게 된 셈이다. 이 경건한 허구를 유지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위대하신 분앞으로 쓰인 헌사는 가장 고귀한 레나투스 왕 폐하’(르네 2)께 바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 판본이 기존의 이탈리아어 원본을 단순히 번역한 것이라는 흔적을 철저히 숨기기 위해 다음과 같은 메모가 덧붙여졌다. 베스푸치가 이 저술을 프랑스어로 작성했고, ‘훌륭한 시인인 장 바쟁이 프랑스어에서 우아한 라틴어로 번역했다는 것이다.


(97-98)

지구상에서 북아메리카는 여전히 남아메리카와는 별개의 세계로 존재했다. 당시 사람들의 완고한 믿음에 따라 어떤 사람들은 아시아의 일부라고 믿었고, 어떤 사람들은 상상 속에 해협으로 아메리고의 대륙과 분리되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마침내 사람들은 이 대륙이 북쪽 빙해에서 남쪽 빙해까지 이어진 하나의 거대한 땅임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였고, 이 대륙에는 단 하나의 이름이 붙여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그 순간, 오류와 진실 사이에서 탄생한 이 무적의 단어가 그 불멸의 전리품을 차지하기 위해 힘차게 일어섰다. 이미 1515년에 뉘른베르크의 지리학자 요하네스 쉐너는 자신이 제작한 지구의에 덧붙인 글에서 아메리카 또는 아메리겜을 신세계인 네 번째 대륙으로 공언했다.


(113-114)

학자들의 세계에서 베스푸치가 이토록 엄청난 명성을 누리게 된 것은 궁극적으로 우연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그가 출간한 매우 얇고 신뢰성이 다소 의심스러운 두 권의 책들이 학자들의 언어인 라틴어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그에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권위를 부여한 것은 무엇보다도 <지리학 입문>이라는 책이었다. 그러한 책을 최초로 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베스푸치는 행동보다 말을 중시하는 학자들에 의해 서슴없이 신대륙의 발견자로 찬양받게 되었다. 지리학자인 쇼녀는 두 사람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그으며 이렇게 말했다.

콜럼버스는 단지 몇몇 섬만을 발견했을 뿐이고, 베스푸치는 진정한 신세계를 발견했다.”


(128)

콜럼버스라는 한 인물이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은 후 수백 년 동안 얼마나 많은 부당한 처우를 겪었는지를 생각하면, 이는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콜럼버스는 영웅으로 떠올랐으며, 그를 향한 모든 경멸과 그의 이미지에 드리워졌던 모든 그림자는 깨끗이 지워졌다. 사람들은 그의 형편없었던 통치 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그의 생애를 이상적으로 그려냈다. 그가 겪었던 어려움은 극적으로 부각되었다. 선원들의 모반을 제압하고 배를 끝까지 이끌었던 일, 한 악당의 음모로 쇠사슬에 묶여 고향으로 압송된 일, 굶주림에 처한 자식과 함께 라비다 수도원에 숨었던 일 등 이 모든 사건들은 이전에는 그의 업적을 칭송할 때 별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끊임없는 영웅화 욕구 덕분에 오히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회자되었다.


(158-159)

다행히도 역사는 뛰어난 극작가다. 비극을 쓸 때처럼, 희극을 마무리할 때에도 그녀는 언제나 눈부신 결말을 마련해둔다. 4막 이후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베스푸치는 아메리카를 발견하지 않았으며 최초로 본토에 발을 들인 사람도 그가 아니다. 그를 오랫동안 콜럼버스의 라이벌로 만들어 주었던 첫 번째 항해를 그는 결코 한 적이 없다. 그러나 학자들이 무대 위에서 베스푸치가 자신의 책에서 언급한 항해들 가운데 몇 번을 실제로 했는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갑자기 한 인물이 무대 위로 올라와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명제를 제시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32쪽짜리 글은 결코 베스푸치가 쓴 것이 아니며, 그 글은 누군가가 베스푸치의 육필 원고를 멋대로 변형하여 만든 무책임하고 임의적인 조합물이라는 것이다.


(183-184)

4세기에 걸쳐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한 문제 중 하나를 던져준 이 남자는 정작 파란도 위대함도 없이, 소외된 채 조용히 흘러가는 삶을 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베스푸치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는 아메리카를 발견한 사람은 아니었으며, 세계의 영역을 넓힌 사람도 아니었다. 위대한 저술가도 아니었고, 그런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는 위대한 학자도, 심오한 철학자도, 천문학자도 아니었으며 코페르니쿠스나 튀코 브라헤와 같은 인물도 아니었다. 어쩌면 그를 위대한 항해자나 탐험가의 제일선에 놓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라도 모른다. 불운한 운명 탓에 어느 순간에도 주도권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쥐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콜럼버스나 마젤란처럼 함대를 지휘해 본 적도 없었다. 그는 언제나 주역이 아닌 조연에 머물렀고, 늘 다른 이들의 그림자에 가려 있었다.


(185-186)

역사의 전환점을 만드는 것은 발견 자체가 아니라 발견을 인식하는 행위이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했다. 베스푸치는 아메리카를 발견하지는 않았지만, 최초로 그것이 새로운 대륙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이 단 하나의 업적이 그의 삶과 이름에 영원히 결부된 것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행위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 행위에 대한 인식과 그것의 영향력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어떤 행위를 이야기하고 설명한 사람이 그것을 실제로 해낸 사람보다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다. 예측 불가능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는 종종 아주 작은 계기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역사에 정의를 기대하는 것은, 역사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바라는 것이다. 종종 역사는 평범한 인물에게 불멸의 업적을 안겨주고, 진정으로 용감하고 지혜로운 자들은 이름조차 남기지 않은 채 던져버렸다.


(186)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카는 자신의 세례명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그 이름은 올곧고 용감한 한 남자의 이름이다. 그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세 차례에 걸쳐 조그마한 배를 타고, 아직 탐험되지 않은 대양을 건너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 역시 시대의 모험과 위험 속에 기꺼이 목숨을 걸었던 수백 명의 이름 없는 선원들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어쩌면 민주주의 국가에 잘 어울리는 이름은 왕이나 정복자의 이름이 아니라 이름없이 용감했던, 그런 평범한 사람이 이름일지도 모른다. 이는 서인도라든가 뉴잉글랜드, 뉴스페인 또는 성스러운 십자가의 나라 같은 이름보다 분명히 더 공정한 명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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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이건 메리언이 원하는 대로 불러요. 일지도 좋고 일기도 좋고 전능하신 메리언의 마법 연대기라고 불러도 난 상관없어요. 이것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그걸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결정하면 돼요.” 그녀는 메리언의 어깨를 잡고 다정하게 흔들며 스스로도 놀랄 만한 열성을 보인가. “나중에 기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해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이 지니는 의미까지도요. 자신에게 지니는 의미.”


(370)

지도에는 수많은 상징이 뿌려져 있었다. 도시. 비행장. 철도와 버려진 철도. 호수와 말라붙은 호수. 경주로를 나타내는 타원형과 유정탑을 나타내는 작은 유정탑. 점멸신호등을 나타내는 붉은 별. 깔끔하고 보기 좋은 단순화. 비행기가 격추되기 전까지는 그도 자신의 기술을, 삼차원의 공간과 인쇄된 지도 사이의 진정한 관계를, 나는 여기 있다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믿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로는 아무리 멀리 여행해도 늘 꼼짝 못하고 갇혀 있는 기분을, 고립된 기분을 느꼈다. 그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궤도가, 아직 알지 못하는 방정식이 존재하는 게 분명했다. 지도로 표시될 수 있는 세계의 기저에 또다른, 포착하기 어려운 차원이 있는 것만 같았다.


(371)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거의 모든 걸 놓치고 지나갈 것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대륙을 종단할 때 우리는 비행기 날개 너비밖에 되지 않는 하나의 길만 따라갈 것이며 오직 한 종류의 지평선만 볼 것이다. 동쪽으로는 아라비아와 인도, 중국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지나갈 것이고 유럽의 주둥이와 아시아의 꼬리를 가진 소련이라는 거대한 동물 또한 그렇게 보낼 것이다. 우리는 남아메리카도, 오스트레일리아나 그린란드, 버마, 몽골, 멕시코, 인도네시아도 전혀 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주로 물을 볼 것이다. 우리는 주로 물을 볼 것이다. 액체 상태이거나 얼어붙은 물, 우리의 경로엔 주로 물이 있을 테니까.


(385)

우리는 진짜 두려울 때 자신의 몸에서 분리되고 싶은 갈급한 욕망을 느낀다. 고통과 공포를 체험하게 될 물체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 물체다. 우리가 가라앉는 배에 타고 있으며 우리가 배 자체다. 하지만 비행에서는 두려움이 허용될 수 없다. 자기 안에 완전하게 존재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며, 그 다음엔 비행기를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441)

가넷새의 돌진. 자신의 쓴 말이 떠오른다. 연료가 줄어드는 걸 바라보며 그 말대로 실천하리라 결심한다. 그렇게 결심하지만, 계속 날아간다. 살고 싶다는 걸 깨달은 걸까? 이 기억은 이상하게 빈 채로 남아 진실을 끌어내려는 그녀의 노력에 저항할 것이다. 나중에 그녀는 자신이 상반되는 바람들을 지녔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살고 싶은 동시에 죽고 싶고, 세상으로 돌아가 새 삶을 살면서 모든 걸 바꾸고 싶은 동시에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기도 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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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자 수확자 시리즈 1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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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닐 셔스터먼이라는 사람이 쓴 <수확자>란다. 수확이라고 하면 곡식을 거둬들이는 일을 텐데, 그것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수확자가 이 소설의 제목이란다. 그런데 소설 속 주인공이 수확하는 것은 곡식이 아니란다. 그럼 무엇일까? 책 표지가 그 힌트를 줄 것 같구나. 사실 아빠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강렬한 원색 표지의 책 표지 때문이었단다. 그 표지에는 날카롭고 큰 갈고리 같은 것을 든 사람이 있는데, 그 갈고리는 곡식을 거둬들이는 농기구는 아님에 분명하단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미래의 어느날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여 죽음이 사라진 세상이 되었으니, 유토피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인구 조절을 위해 임의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세상이니 디스토피아라고 할 수도 있겠구나. 이렇듯 인구 조절을 위해 합법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수확자란다. 그러니까 수확자가 수확하는 것은 곡식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이란다. 두 청소년이 수확자 수습생이 되면서 겪는 이야기인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빠는 <헝거 게임> 시리즈가 생각이 났단다. <헝거 게임> 시리즈도 십대 청소년이 주인공이고, 미래의 디스토피아에서 일어나는 일이잖니. 그리고 한 사람만 생존한다는 콘셉이랑 살아남은 자가 그 시스템을 깨고 도망가는 것도 <헝거 게임>을 떠오르게 했단다. 그리고 <헝거 게임>처럼 3부작으로 되어 있고, <수확자>도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읽을 때 또 하나 떠오른 소설이 있었는데, 읽은 지 한참 지난 지금은 어떤 소설이었는지 생각이 안 나는구나. 메모를 해 두어야 하는데…. 나중이라도 생각나면 이야기할게. , 그럼 <수확자>가 어떤 이야기인지 이야기해줄게.

 

1.

2042년부터 지구에서는 죽음이 사라졌단다. 사고사로 죽어도 재생이 가능하여 다시 살 수 있었어. 늙어도 회춘이라는 기술로 다시 젊어질 수도 있단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도 잘 모르고 살고 있었어. 그렇다고 그들에게 죽음의 공포가 없는 것은 아니야. 계속 불어나는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임의로 사람을 합법적으로 죽였고, 그 일을 맡은 사람들이 수확자란다. 열 여섯 살의 시트라와 로언은 어느날 수확자 패러데이에 선택을 받아 수확자 수습생이 된단다. 정식 수확자가 되면 이름을 유명한 위인들 중에 고를 수 있는데, 시트라와 로언의 멘토 수확자는 과학자 패러데이의 이름을 고른 것이란다.

수확자들에게는 수확 10계명이 있어. 그 중에는 매일 일기를 써야 한다는 아주 힘든 계명도 있고,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계명도 있단다. 하지만 죽음에서 면제되고 그것은 자신의 가족까지도 포함한단다. 수습생 시절은 1년이고 그 이후 정식 수확자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단다. 수습생 기간 동안 가족들에게도 죽음이 면제가 된단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지. 수확 방법은 칼, 총부터 약물까지 다양하단다. 명단이 정해지면 그 사람에게 가서 수확을 한다고 이야기하면 대상자는 바로 따를 수밖에 없었어. 만일 거부하거나 도망을 가게 되면 사랑하는 가족이 대신 수확당하게 돼.

, 이 정도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비록 죽음이 사라진 세상이지만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라고 하는 게 맞겠지? 수확 대상은 어떻게 고르냐과거 죽음의 시대의 사망률을 참고하고 과거의 기준으로 사망 확률이 높은 사람, 예를 들어 담배를 피거나 운전을 범하게 하는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우선 선정하지만, 수확자의 권한이 더 크기 때문에 그것을 따르지 않아도 된단다. 하지만 정해진 기간에 수확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제한되어 있단다. 가끔 어떤 수확자는 동료 수확자들과 함께 비행기 탑승객 전체를 수확하는 경우도 있단다. 죽음의 시대 비행기 사고를 가정했다고 할 수 있으나, 그것은 수확이 아니고 살인 같이 보였단다.

수확자들은 로브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는단다. 그리고 계절별로 회합을 갖는데 그들은 그 명칭을 콘클라베라고 한단다. 콘클라베라고 하면 교황이 선종에 이른 후 새로운 교황을 뽑기 위한 추기경들의 모임을 말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수확자들의 모임으로 쓰인단다. 그리고 이 세상은 선더헤드라는 프로그램에 의해 통제되고 감시 받는단다. 그래서 선서헤드는 신과 같은 존재란다.

 

2.

시트라와 로언이 수습생이 되고 참석한 두 번째 콘클라베에서 어떤 수확자들이 패더데이가 두 명의 수습생을 둔 것에 이의를 제기했어. 그래서 정식 수확자는 한 명이 되어야 하고, 떨어진 수확자는 합격한 수확자에게 수확당하는 것을 제안했단다. 그런데 이 제안이 재미있다면서 회의에서 통과되었단다. 지은이는 소설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이런 설정을 한 것 같구나. 이제 시트라와 로언은 둘 중에 한 명은 죽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해야 하는구나. 그런데 시트라와 로언은 수습 생활을 같이 하면서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었단다. 특히 로언은 시트라에 첫 눈에 반했었어. 하지만 수확자는 결혼을 못하니 마음을 접으려고 노력했단다. 그런데 둘 중에 한 명은 죽어야 한다니그것도 상대방으로부터 말이야

이것은 패러데이에게도 큰 고민거리였나 봐. 결국 이 문제는 패러데이가 해결을 한단다. 수확자는 자신을 수확할 수 있는데, 패러데이는 그 일을 벌였단다. 결국 시트라와 로언은 멘토를 잃게 되었고, 다른 수확자 밑에서 수습 생활을 하게 되었어. 시트라는 죽음의 대모라고 부르는 퀴리의 수습생이 되었고, 로언은 고더드라는 수확자의 수습생이 되었어. 그런데 고더드는 가장 악명 높은 수확자 중에 한 명으로 그는 혼자 활동하는 것이 아니고 제자들과 함께 활동하는데, 앞서 이야기한 비행기 단체 수확 같이 잔인한 수확을 즐긴단다. 이제 수확자 한 명에 수습생 한 명이니, 콘클라베의 결정을 백지화되어야겠지만, 이 잔인한 수확자들은 여전히 그 결정은 유효하다고 했단다.

로언은 자신이 시트라를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점수를 못 받는 행위를 했단다. 그래서 시트라가 합격이 될 수 있게 말이야. 그런데 시트라는 페러데이의 죽음의 의문을 갖고 있었어.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자살이었기 때문이야. 감시카메라를 조사하던 중 패러데이가 수확하는 장면만 지워지고 없었고, 그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에게 죽음을 면제해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패러데이는 누군가에게 타살 당한 것이라고 의심을 했단다. 당연히 고더드가 범인일 거라 생각했지. 추계 콘클라베에서 로언을 만난 시트라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어. 한편 로언은 고더드 밑에서 잔인한 수확 행위를 보면서, 처음에는 강하게 거부했지만 점점 그를 따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어. 그러면서 그런 자신에게 강한 혐오감을 느꼈단다.

추계 콘클라베에서는 시트라와 로언이 시합을 하는 테스트가 있었는데, 로언은 반칙을 해서 실격 처리하는 행위를 했단다. 시트라에게 져주기 위한 행동이었어. 그래야만 잔인한 고더드 밑에서 수확일을 하지 않을 수 있고, 시트라를 살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시트라는 자신의 멘토 퀴리에게 패러데이의 죽음에 의문점이 있다면서 증거를 이야기했어. 그런데 얼마 후 시트라는 오히려 패더데이의 살해 용의자로 체포된단다. 시트라는 죽었다가 회생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도망을 갔고, 퀴리는 시트라의 도망을 도우면서 제럴드 백 데어 반스라는 사람을 찾아가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바로 패러데이였던 것이란다.

패러데이는 죽은 척 하고 멀리 칠아르헨티나라는 곳에서 은둔하고 있었어. 더 이상 수확자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방법이 없어서 자살로 위장하고 숨어 지내는 거야. 일종의 은퇴지. 퀴리가 시트라의 무죄를 입증하면서 시트라는 살해 용의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단다.

한편 로언의 멘토 고더드는 세력을 점점 확장시키면서 수확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나갔으며, 그를 따르는 이들이 점점 늘어갔어. 그리고 수확 방법도 점점 잔인해졌어. 로언도 어떨 수 없이 따라 나서야 했어. 어느날은 음파교단수도원이라는 곳을 집단 수확을 했는데, 어린 아이까지 수확을 하게 되었어. 고더드의 일행 중에 볼타는 이것을 보고 죄책감에 스스로 수확을 하고 죽었단다. 로언도 이런 잔인한 수확 행위는 살인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는 고더드와 그의 일행들을 모두 죽이고 불을 질러버렸단다. 대부분의 죽은 회생할 수 있지만, 화재로 뼈까지 타버리고 나면 회생을 할 수가 없었단다. 로언은 화재로 수확자들 일행이 죽었다고 보고했고, 로언의 짓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지만, 고위관리자는 눈엣가시였던 고더드가 사라진 것에 내심 좋아하며 사고사로 종결했단다.

, 이제 동계 콘클라베가 남았단다. 동계 콘클라베에서 누가 수확자가 될지 결정된단다. 과연 시트라는 수확자로 선정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로언은 죽어야만 하는가? 아니면 시트라는 로언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리고 그들의 멘토 패러데이는 어떤 역할을 이어갈까. 그렇게 1권의 마무리가 된단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수확자> 시리즌 모두 세 권이란다. 지금 생각으로는 나머지 두 권을 읽을지는 현재로서는 모르겠다. 1권이 아주 재미있었던 것도 아니고,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으니 말이야. 나중에 산더미 같은 책들이 좀 줄어들면 그때 생각해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우리는 법에 따라 우리가 죽이는 무고한 이들을 기록해야 한다.

책의 끝 문장: 언젠가 그 자신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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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14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음이 사라져서 인구조절을 누군가가 생명을 거두는 일을 한다니... 너무 디스토피아예요.

bookholic 2025-08-15 22:27   좋아요 1 | URL
기후 변화로 인해 실제 세계도 점점 디스토피아가 될까, 걱정입니다.ㅠㅠ
즐거운 연휴 되시고요~~^^
 















(425-426)

지금은 나미비아가 된 나라에서 메리언은 이렇게 썼다. 나는 이 밤에 이 발코니의 특별한 각도에서 본 이 특별한 달을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만일 잊는다면, 내가 무얼 잊었는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망각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잊었다. 내가 본 거의 모든 것을 잊었다. 체험은 더해나 물결처럼 우리에게 밀려든다. 기억은 병에 담긴 물 한 방울이며, 그 짜고 농축된 물방울은 그것이 속해 있던 신선하고 풍성한 물결과는 다르다.


(457)

왜냐하면 비행은 당신 뼛속에 있으니까.” 메리언은 놀라서 희미하게 빛나는 그의 흰 셔츠 위에 그림자 진 얼굴을 빤히 보았다. 자신도 그렇게 믿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입을 열 사이도 없이 그가 덧붙였다. “내가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이 그랬어. 당신은 내 뼛속에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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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3 - 가볍게 친해지는 서양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3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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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조원재 님의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가 새로 나왔단다. 지난 <방구석 미술관> 1권과 2권을 재미있게 읽고 지은이 조원재 님의 다른 책도 찾아 읽었는데, <방구석 미술관> 3권이 새로 출간되어 기뻤단다. 1권에서는 서양 화가들을, 2권에서는 한국 화가들을 이야기해주었는데, 3권에서는 가볍게 친해지는 서양 현대미술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단다. 현대미술은 정말이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장르로, 감상하는 사람이 그 의미를 찾아 해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단다. 그래서 사람마다 해석도 제각각이고 말이지. 정답이 없다는 것이 서양미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과적 감성으로 충만한 아빠는 그런 서양미술은 크게 관심이 없단다.

이 책에는 여섯 명의 미술가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 네 명은 알고 있는 사람이고, 두 명은 처음 보는 사람이란다. 이 여섯 명 중에 그래도 한 명을 고르라고 하면, 아빠는 단연코 살바도르 달리를 뽑겠다. 인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작품만으로 뽑은 것이란다. 살바도르 달리는 비현실적인 그림을 그리긴 했지만, 사실적인 그림을 고의적으로 비틀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신비감이 가득한 그림을 그렸거든. 물론 이 책에 나오지 않는 작가들도 모두 포함하라고 하면, 달리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잘 모르겠구나. 다른 미술가들도 물론 평론가들이 극찬을 하지만 아빠의 취향은 아닌 것 같구나.

 

1.

첫 번째 소개된 작가는 미술작품을 보면 화가를 곧바로 알 수 있는 몬드리안이란다.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화가 중에 한 명이지. 몬드리안은 네덜란드 사람인데, 아버지는 부업으로 석판화를 제작했고, 어린 몬드리안은 그 일을 도와주었단다. 삼촌도 화가였기 때문에 몬드리안은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접할 수 있었고, 그림, 특히 풍경화에 빠져 살았다고 하는구나. 당시 모더니즘 미술이 유행을 해서, 몬드리안도 모더니즘 미술가인 뭉크와 마티스의 영향을 받았대. 그리고 이후 피카소와 브라크의 작품을 접하고 그림을 입체주의와 다시 점으로 볼 수도 있다는 새로운 시선을 만나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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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그렇습니다. 그림을 꼭 사진 찍은 것처럼 눈에 보이는 대로 똑같이 그려야 하는 절대적 이유가 있을까요? 그 고정관념을 제거하면, 그림은 평면 위에 화가가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장이 됩니다. 이렇게 유럽의 회화는 20세기 초에 이르러 회화는 눈에 보이는 것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것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고 벗어납니다. , 그리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화가가 더 자유롭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바로 이것이 피카소와 브라크가 20세기 초에 활짝 연 현대미술 혁명의 요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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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몬드리안도 자신이 그려야 할 그림은 추상주의와 입체주의라고 생각을 하고, 그의 그림은 점점 추상적으로 진화해 갔어. 당시 파리에서 약 2년간 그림을 공부하고 그렸는데, 1914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서 네덜란드로 돌아왔단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5년 동안 네달란드에서 입체주의 그림의 연구해서 그의 그림은 점점 발전, 아니 진화하게 되었단다. 1919년 다시 파리로 돌아왔는데, 피카소 등 파리의 화가들의 그림은 여전히 5년 전의 그림에 머무르고 있었고, 몬드리안은 이제 그들을 벗어나서 자시만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으니, 그 그림들이 요즘에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파랑, 빨강, 노랑 등 원색 위주의 단순화된 사각형 그림들이란다. 누구나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그런 독창적인 그림을 처음 그리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어야겠구나.

살바도르 달리는 스페인에서 태어났단다. 살바도르는 구현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대. 달리는 어려서부터 괴짜로 엽기적인 장난도 많이 했다는구나. 대학에 가서도 거만하고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고, 시험 보기를 거절해서 퇴학 당하기도 했대. 괴팍한 천재 기질을 보였나 보구나. 그림도 인상주의, 입체주의 등을 따라 그렸는데 그 실력이 대단했어. 그러다가도 어느 때는 사실적인 고전풍의 그림도 그렸는데, 진짜처럼 정말 잘 그렸단다. 그러다가 프로이트의 무의식 사상을 영향을 받고, 그림도 무의식이나 꿈을 그려내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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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129)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폭발 이미지에서 크나큰 충격을 받은 달리. 이제 달리의 관심사는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의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관심사는 원자의 세계가 되었죠. 그는 세상의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 그리고 원자 속 세계가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에 흥분합니다. 그는 물질세계의 본질을 회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해답이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에 있다고 여기며 원자물리학, 양자역학 공부에 빠져듭니다. 프로이트보다 하이젠베르크와 아인슈타인을 신봉하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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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도 난해하기 시작했지. 그런데 다른 현대 미술가들과 달리 달리는 고전주의를 지키면서 초현실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시계를 흐물흐물하게 그린 <기억의 지속> 같은 작품이 그의 미술 세계를 나타내는 좋은 작품이었어.

달리는 사랑도 범상치 않게 했단다. 친구의 부인 갈라와 사랑에 빠져 둘은 파리로 도망을 갔단다. 파리 남부 시골 마을에 오두막에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갔어. 달리는 그림에만 전념하고 갈라는 돈을 벌어와서 달리를 지원했단다.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드디어 파리에서 성공을 거두었어. 전시회에서 미국의 화상 줄리앙 레비가 그의 작품을 눈 여겨보고 미국에 소개를 했어. 그러면서 미국에서 포텐이 완전히 터져서 그야말로 대박이 났단다. 1934년 그의 조국 스페인의 국내 상황이 좋지 않아서 미국으로 건너가서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지내다가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이후에는 미국에서 지냈단다.

달리와 갈라는 엄청난 돈을 벌여들였는데, 달리는 돈을 엄청 밝힌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어. 갈라도 옛 가난한 시절은 다 잊고 사치의 대명사가 되었단다. 전쟁이 끝나서 스페인으로 돌아왔지만 당시 스페인은 내전이 끝나고 프랭코 군사 독재 시절이었어. 달리는 독재를 지지한다고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어. 갈라도 젊은 남자들과 바람을 피는 등 달리와 갈라의 불화는 심해졌단다. 그의 작품은 훌륭하나 그의 인성과 삶의 태도는 본받지 못하겠구나.

 

2.

세 번째 소개한 미술가는 알베르토 자코메티라는 스위스 사람인데, 미술에 문외한인 아빠는 처음 보는 사람이야. 현대 미술의 입체주의를 조각에 적용시켰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구나. 아빠는 그의 관한 글을 읽어보고, 책에 실린 그의 작품들을 봤지만 그 작품들이 왜 훌륭한지 아직 이해를 하지 못했단다. 조각 작품이니 사진이 아닌 공간에서 실제로 보면 좀 이해하려나?

네 번째 미술가는 그 유명한 잭슨 폴록이란다. 그의 그림 또한 아빠는 높은 점수를 주지 못하겠구나. 아빠의 관점에서 그의 훌륭한 점이라고 하면, 그림이라는 것이 붓으로 그리는 것이 아닌 물감을 뿌려서도 그릴 수 있다는 창의성을 보였다는 점 정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의 창의적인 작품보다 그가 망나니 짓을 많이 하고 다녔다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구나. 망나니라는 표현은 아빠가 한 것이 아니고, 지은이가 표현한 것인데 그 사례를 들어주었는데, 정말 망나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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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205)

제가 현대미술사에 기록되는 위대한예술가를 망나니라고 표현하는 것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의 삶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살펴보면 아마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정말 쓸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잭슨 폴록의 진짜 면모를 허례허식 없이 전하기 위해) 한 가지 에피소드를 풀어보자면, 폴록은 자신을 아껴준 스승 벤턴의 아내 리카와 불륜을 저지릅니다. 한술 더 떠 25세 폴록은 술에 찌든 상태로 리타로 찾아가 청혼까지 하지만 리카는 거절하죠. 그녀의 거절에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폴록은 벤턴을 찾아가 빌어먹을 놈, 내가 너보다 더 유명해지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역사에 기록하는 위대한 인물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어떤 한 사람이 역사에 기록될 위대한 업적을 이룬 것과 인간성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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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 중에 괴짜 DNA를 가지고 있는 들이 간혹 있는데, 잭슨 폴록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성공한 이후에 그에게는 겸손이라는 것은 없고 자만만 가득 차 있었단다. 거기에 알코올중독자도 유명해져 나중에는 미술계에서도 몰락의 길을 걷고 그의 작품들에도 혹평이 쏟아지게 되었단다. 폴록이 성공하는데 많은 도움으로 주고 지지했던 아내 크래스너도 결국 폴록을 떠났단다. 폴록은 결국 술 먹고 난폭 운전을 하다가 나무를 들이박고 죽고 말았단다. 그의 나이 고작 44세였단다. 미술에서 큰 성공이 결국 그를 일찍 가게 한 것 같구나. 그의 창의성만 높이 사야겠구나.

다섯 번째 미술가는 마크 로스코라는 추상표현주의라는 장르를 하는 사람이란다. 러시아 출신 유대인으로 본명은 마르쿠스 코스코비치인데, 미국으로 건너와 크게 성공을 하게 된단다. 그런데 그 또한 자신의 작품을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해줄지 걱정이라고 했대. 그래도 걱정은 해주셨네. 아빠도 그의 작품들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마크 로스코는 우울증을 앓게 되어 나이 들수록 색채가 점점 어두워졌다고 하는구나. 당시 미국의 미술계는 밝은 계통의 팝아트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어두워진 로스코의 작품들은 점점 인기가 시들어졌어. 결국 우울증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그의 작품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삶은 안타까운 삶이로구나.

마지막 여섯 번째 미술가는 앤디 워홀이란다. 앞서 이야기한 팝아트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지. 체코 이미자 출신으로 어린 시절을 빈민가에서 힘들게 지냈단다. 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지원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어. 앤디 워홀은 만화를 모방하여 그림을 그렸는데, 이런 것도 과연 미술작품이 될 수 있냐는 논란을 만들었대. 그런데 이렇게 만화를 모방하여 그림을 그린 것이 워홀이 처음이 아니고, 리히텐슈타인이 먼저 시도를 했다는구나.

그래서 워홀은 또 다른 것을 시도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일명 복붙이란다. 복사해서 붙여 넣는 기법인데, 그런 반복 속에 조금씩 다름으로 가미하는 거야. 그냥 모든 것을 똑같이 복사했다면 작품이라고 하기 뭐할 텐데, 워홀은 그런 반복 속의 조금의 다름을 추가하였단다. 그렇게 생겨난 작품들이 워홀을 유명하게 만들었고,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작품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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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를 다른 시각으로 관찰하면, ‘복제의 시대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미디어에서 텍스트, 이미지, 영상이 무한히 반복적으로 복제되고 있고, 이제는 그 영향이 오프라인까지 범람하며 무엇이 원본이고 복제본인지’,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죠. 이런 현대 사회의 특징을 (일찍이) 1960년대에 예리하게 간파해 예술에 절묘하게 녹인 예술가가 바로 앤디 워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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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화 감독으로도 영화를 만들었는데, 영화 또한 범상치 않은 영화들이었단다. 처음부터 끝까지 런닝 타임 5시간 21분 동안 잠자는 모습만 보여주는 <>이라는 영화를 비롯하여 <이발>, <먹기>, <키스>라는 작품들 남겼다고 하는구나. <> 이외에 작품들도 제목에 나오는 행위로 런닝 타임을 채웠다고 하는구나. 이 정도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소유자라면 인정해야겠구나. 그는 망상에 빠진 솔라니스라는 여성에게 총격을 당하여 사망진단까지 받은 적이 있어. 그런데 의사들은 그가 앤디 워홀이라는 것을 알고 5시간 동안 큰 수술 끝에 살려냈다고 하는구나. 이후 앤디 워홀은 미술계뿐만 아니라 잡지사, TV 프로그램에서 많은 활동을 했대. 하지만 총격 사건의 후유증으로 58세에 삶을 마감했단다. 아빠가 오늘 독서 편지를 시작하면서 이 책에 소개된 미술가 중에 한 명을 뽑으라고 하면 달리를 뽑겠다고 했는데, 한 명 더 뽑으라고 하면 워홀을 뽑을 것 같구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미술의 영역을 더욱 넓힌 것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아빠는 미술에 완벽한 문외한이란다. 그림을 그릴 줄 모르고, 감상할 줄도 모른단다. 그런 아빠가 당대 손꼽히는 미술가를 논한다는 것이 말도 안되지만, 너희들에게는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았단다.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피카소까지는 알겠다.

책의 끝 문장: ‘예술가로서의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추상미술 앞에서 난해함을 느끼며 갸우뚱할지라도,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이미 추상적 이미지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상품은 추상적으로 디자인되어 있고, 우리는 그 추상적 이미지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낍니다. 주변의 모든 건축물은 추상적으로 디자인된 공간을 무척 좋아하고, 심지어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고 있죠. 21세기에 와서는 누구나 좋아하는 미적 취향이 된 ‘기하학적 추상’. 기하학적 추상에 숨겨져 있는 거부할 수 없는 미적 매력을 누구보다 앞서 또렷이 느낄 수 있는 심미안을 갖췄던 사람.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의 몰이해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떳떳이 예술가. 그가 바로 몬드리안입니다. - P18

그렇다면, 몬드리안은 고작 십자 모양(+)으로 어떻게 미의 진리를 회화에 표현한 것일까? 그는 하얀 캔버스 평면 위에 ‘여러 개’의 수직선과 수평선을 직각 대립시켜 그렸을 때 ‘자연스럽게’ 사각형 평명(ㅁ)이 생성되는 것을 발견합니다. 수직선과 수평선을 많이 사용할수록 사각형 평면(ㅁ)의 수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을 발견합니다. 더불어, 그 사각형 평면들이 놓인 ‘위치’와 ‘크기’ 모두 제각각임을 발견합니다. 몬드리안 화면 전체에 평형상태를 만들기 위해 수직선과 수평선을 이리저리 이동시키며, 사각형 평면(ㅁ)의 ‘위치 관계’와 ‘크기 관계’를 조율합니다. 그 목적은 캔버스 화면 전체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평화로운, 즉 평형상태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 목적의 성취를 위해 필요하다면 사각형 평면(ㅁ)에 빨강, 파랑, 노랑, 흰색, 회색 등을 채워 ‘사각형 색 평면’을 만들어 ‘색채 관계’를 조율합니다. - P69

수업이 트렌드에 매우 뒤처져 있다고 여긴 달리가 대학 울타리 안에서 고분고분할 리 만무했습니다. 교수보다 전위적이며 다른 학생보다 훨씬 뛰어난 그림을 그린다고 자신한 나르시시스트 달리는 반바지에 망토를 걸치고 다니며 괴짜 짓을 일삼기 시작합니다. 신임 교수 취임식에서 교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취임식장을 박차고 나사 1년 정학 처분을 받습니다. 그 이후에도 괴짜 기질을 참지 못한 달리는 대학 미술사 시험 도중 심사위원인 교수들에게 "심사위원들을 합쳐놓은 것보다 내가 더 똑똑하고, 주어진 문제를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심사받기를 거부"한다고 말하며 퇴학당합니다. 이렇게 착실히 학교 다녀 교수가 되리라 믿은 달리 아버지의 꿈은 산산조각이 됩니다. - P89

세상이 돕는 이런 긍정적 상황에서 예술가로서 체면을 차리고 작업도 더욱 열심히 할 만했지만, 우리의 폴록은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벽화> 작업으로 창작의 고통을 느낀 것이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가 되었는지 알코올 중독과 그로 인한 난폭함은 점점 커져만 갔죠. 만취해 술집의 기물을 부수며 난동을 부리는 건 기본. 사람들과 싸우는 것도 예삿일. 급기야 술집에서 폴록의 출입을 제한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이렇게 뉴욕 술집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는 눈이 오면 취한 채 도로를 나뒹굴며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고, 눈 위에 오줌을 흩뿌리며 전 세계에 오줌을 싸겠다고 고성방가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보통 망나니라고 부르지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위대한 예술가상과는 꽤 다른 모습입니다. - P227

"내가 젊은 청년이었을 때 예술은 고독한 작업이었습니다. 갤러리도, 수집가도, 평론가도, 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는 황금기였습니다. 우리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대신 비전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상황이 그렇지 않습니다."
비관적인 연설. 모든 것을 가졌기에 잃을 일만 남아서일까?" 66세의 로스코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비전만이 찬란히 넘쳐흐르던 젊은 날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극적인 심리 속 로스코의 내면에 남겨진 색채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오직 검정과 회색뿐이었습니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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