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 일러스트 레터 3
줄리엣 가드너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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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제인 에어>를 재미있게 읽고 나서 지은이 샬럿 브론테와 자매들에 대해 검색을 해보다가 그들의 슬픈 가족사를 알게 되었어. 여섯 남매가 태어났으나 둘은 어렸을 때 죽고 넷은 성인까지 자랐으나 모두 요절하고 말았다는 이야기. 아내도 일찍 죽고 아이들도 모두 요절하고 홀로 남은 늙은 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루 상상하지도 못할 것 같구나. 브론테 자매들의 작품들도 궁금했지만 그들의 삶이 더 궁금했어. 그들의 슬픈 가족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것도 있지만, 어떤 생활을 했기에 그 당시 세자매 모두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말이야. 그래서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책이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라는 책이란다. 그들이 남긴 편지와 기록들을 통해서 그들을 삶을 돌아보는 그런 책이란다.

책 제목에 있는 폭풍의 언덕은 에밀리 브론테의 너무나 유명한 소설 제목이란다. 아빠도 오래 전에 읽었는데 줄거리만 문체가 좀 세다는 기억만 조금 남아있구나. 폭풍의 언덕이란 제목이 그들이 살았던 곳에서 유래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 그럼, 그들의 안타까운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1.

그들의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어렸을 때 책을 좋아했는데 그것이 동네 목사의 눈에 띠어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었고, 부목사가 되었대. 나중에 커서 영국으로 건너와 목사가 되었고 말이야. 결혼은 당시 나이 치고는 늦은 나이인 35살에 했는데 아내인 마리아도 29살로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였대. 그들은 여섯 명의 아이를 낳고 하워스로 이사를 갔어. 그런데 아내 마리아가 병에 걸려 1821 9 38살에 어린 아이들을 남기고 눈을 감았단다.

첫째 마리아가 열 살도 채 안 되었는데 그 밑으로 다섯이나 더 있었으니 패트릭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야. 그래서 알고 지내던 여자에게 청혼했지만 거절 당했단다. 아이 여섯 달린 홀아비의 청혼을 승낙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 천사 아니고서야패트릭은 결국 딸들을 코완브리지라는 기숙학교로 보내기로 했어. 첫째 마리아, 둘째 엘리자베스, 셋째 샬럿, 다섯째 에밀리를 코완브리지에 보냈단다. 넷째 브랜웰은 아들이라서 집에 있었고, 막내 앤은 너무 어려서 집에 있었어.

그런데, 코완브리지 기숙학교는 시설이 그리 좋지 않았어. 위생 시설도 안 좋고 아이들 관리도 엉망이었어. 샬럿은 이 학교의 경험을 나중에 소설 <제인 에어>에서 로우드 학교의 모델로 삼았단다. 코완브리지 학교의 청결하지 못한 위생 상태 때문에 전염병에 쉽게 노출되었고, 1825년 첫째 마리아는 11살 때, 둘째 엘리자베스는 10살 때 연이어 폐결핵으로 죽고 만단다. 이에 충격을 받은 아버지 패트릭은 샬럿과 에밀리를 집으로 데리고 왔단다.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이후 식구들은 거의 집에서만 지내면서 가정교육이나 책으로 공부했어. 이모 엘리자베스 브랜웰이 자주 와서 보살펴 주었고, 집안일은 50대 나이 지긋한 하녀가 도맡아 하고 있었어. 아버지는 아이들과 집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시사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기도 하고 신문과 정기간행물을 구독해서 아이들에게 읽히게 하고 서로 토론하기도 했단다. 사교 활동도 거의 안하고 집에서 주로 집에서 지내는 그들에게 교회와 주일학교에 나가는 것이 거의 유일한 사교활동이었어. 그렇다고 그들이 집에서 지루하게 보내는 것은 아니야. 그림도 그리고 그들만의 상상 속 왕국을 만들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놀았단다. 이런 놀이들이 향후 그들이 소설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그들이 그린 그림들 중에 아직도 남아 있는 그림들이 많고 이 책에도 많이 실려 있단다. 아빠가 그림을 잘 못 그려서 그런지 몰라도, 그들의 그림 솜씨가 다들 좋았단다. 샬럿의 남동생이자 에밀리와 앤의 오빠인 브랜웰은 커서 화가로 활동하기도 했지.

십대 후반이 되어서 샬럿은 다시 학교에 갔는데, 로헤드라는 학교였어. 그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이 책에서 소개해 주었단다. 나중에 샬럿은 로헤드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게 되었어. 18살이 된 브랜웰은 본격적인 미술수업을 받기 위해 왕립미술원에 가기로 했어. 하지만 런던에서 2주간 머물다가 다시 돌아왔어. 방황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구나. 에밀리도 샬럿이 있는 로헤드 학교에 갔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세 달 만에 집으로 돌아왔단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보면 글이 좀 거칠면서도 힘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거침이 틀에 짜인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나 보구나. 샬럿과 에밀리의 스승이었던 에제는 에밀리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모험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보면, 에밀리는 그의 글처럼 거친 면이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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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에제 씨는 에밀리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위대한 모험가가 됐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매우 논리적이어서 브론테 자매들의 철도 주식을 도맡아 관리했다. 이들은 브랜웰 이모의 유산을 모조리 철도에 투자했다. 샬럿은 1845년 울러 양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에밀리는 신문에 철로에 관한 기사나 광고가 나오면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읽으며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해 왔어요. 게다가 우리는 도박성 투자를 하지 않고 단순한 추측성 매입이나 매도도 삼가고 있어서 수익을 꽤 올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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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들은 함께 일기소식지를 쓰면서 생각도 공유했단다. 일기를 함께 써나가는 것은 멋진 생각인데 너희들은 숙제 하느라 바쁘고 아빠도 이것저것 바쁘니 이런 것은 힘들 것 같구나.

에밀리와 앤도 나이가 들면서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근처의 학교에서 교사 일을 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적응을 제대로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어. 1841 3월 샬럿은 이번에는 가정교사로 일하기 위해 리즈의 로던 지역으로 떠나고 앤은 요크쥬에서 가정교사 일을 했어. 이런 경험들이 <제인 에어>를 쓸 때 소설 속 제인 에어가 가정교사를 하는 부분에 도움이 되었겠구나. 그런데 가정교사 일도 쉽지 않았나 봐. 열악한 환경 탓으로 그만두고 다시 집으로 모였단다.

샬럿은 그래도 사회활동에 좀 적극적이었던 것 같아. 이모한테 부탁해서 샬럿과 에밀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공부하러 갔단다. 당시 샬럿과 에밀리는 공부하기애 좀 많은 이십대 중반이었어. 그들은 나이도 어리고 문화도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했어. 오히려 그들은 선생님들의 눈에 띠었어. 그들의 학식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을 알고 학교에서는 그들에게 선생님 일을 겸하는 것을 제안했단다.

그런데 얼마 후 브랜웰 이모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집에 오게 되었단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자매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이모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들에게 큰 충격이었어. 장례식을 마치고 에밀리는 그냥 집에 머무르기로 했고 샬럿만 다시 브뤼셀 학교로 갔단다. 샬럿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는데 안타깝게도 그 대상이 유부남이었어. 예전에 스승으로 만나 알게 되었던 콩스탕탱 에제라는 사람인데 짝사랑을 하여 계속 편지를 보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에제는 선을 분명히 지켰다고 했어. 사랑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는데 그 사랑이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라 힘들구나.

 

2.

책은 에밀리가 시집으로 먼저 냈단다. 그 이후에 세 자매가 함께 시집을 내려고 출판사를 찾아 다녔지만 응답이 없었어. 아일럿 앤 존스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긴 했는데, 작가 자비로 출판한다면 해 준다고 했어. 브론테 자매는 그렇게라도 책을 냈단다. 하지만 여성 작가가 당시에는 약점일 수 있었기 때문에 남자 이름으로 된 필명으로 시집을 냈어. 하지만 그 시집은 실패하고 말았단다. 어떤 간행물에서 극찬을 한 경우가 있었으나, 판매량이나 인지도에서는 완벽한 실패였단다.

출판사에서는 오히려 시집보다 소설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단다. 그래서 샬럿은 <교수>라는 소설을, 에밀리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소설을, 앤은 <아그네스 그레이>라는 소설을 썼단다. 이 소설들을 본 아일릿 앤 존스 출판사는 일단 출판을 거절해서 다른 출판사를 돌아다녔고, T.C 뉴비는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과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만 출간하기로 했어. 그것도 작가에게 아주 불리한 조건으로 말이야. 이름 없는 신인 작가의 설움이라고 할까.

..

샬럿은 이어서 <제인 에어>를 집필했고 스미스 앤 엘더 출판사에서 출판을 했는데, 극찬뿐만 아니라 판매량에서도 크게 성공을 거두었단다. 하지만 샬럿이 이 책을 필명으로 써서 가족과 친구들도 몰랐다고 하는구나. 심지어 남동생인 브랜웰은 이 사실도 모르고 갑자기 병이 생겨 죽고 말았어. 브랜웰은 이십 대 들어서 술과 약물을 많이 했는데 그것의 후유증으로 일찍 죽었을 것이라고 하는구나. 샬럿의 아버지 패트릭도 샬럿이 <제인 에어>를 썼다는 사실도 성공한 다음에 알게 되었어.

샬럿이 성공한 이후에 사람들은 에밀리와 앤의 작품도 다시 보기 시작했어. 그래서 세 자매는 모두 인정 받는 작가가 되었고 이제서야 꽃길만 가게 될 줄 알았는데, 죽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앞서 이야기한 남동생 브랜웰이 죽은 것이 1848 10월이었고, 두 달 뒤인 1848 12월 에밀리가 폐결핵으로 죽고, 다음 해인 1849 6월 앤도 폐결핵으로 죽고 말았단다. 1년도 안되어 세 동생이 모두 죽고 샬럿은 혼자 남았으니, 삶이 무너지는 듯 했을 거야.

이제 그 하워스 집에는 샬럿과 늙으신 아버지 둘이 지냈단다. 샬럿은 깊은 상심을 글쓰기로 치유하려고 했어. 소설 <셜리>를 이 때 썼는데, <셜리>라는 소설에는 에밀리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고 하는구나. <셜리>라는 소설도 나중에 꼭 읽어봐야겠구나. 이제 샬럿은 성공한 작가로 대외 활동도 했단다. 런던에 가서 다른 작가들과 교류도 하고, 런던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기도 했어. 이런 작가들의 모임에서 엘리자베스 개스펠을 만나게 되는데 엘리자베스 개스펠은 나중에 샬럿이 죽고 나서, 샬럿의 아버지의 부탁으로 샬럿의 전기를 쓰게 된단다.

샬럿은 예전에 동생들과 함께 썼던 시집을 재출간하는 작업도 했어. 그리고 동생들의 소설들도 재출간했어.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을 재출간하면서 서문은 샬럿이 직접 썼단다.

샬럿은 창작활동도 계속하여 <빌레트>라는 소설을 썼는데, 이것은 벨기에 브뤼셀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는구나. 이 소설을 쓸 때는 잘 안 써져서 우울증을 겪기도 하지만, 출판 이후에는 호평이 이어졌다고 했어. 이 책은 아빠가 읽으려고 사두었는데, 이 책도 읽어봐야겠다. 그렇게 성공을 했지만 동생들을 잃은 슬픔은 여전했을 거야. 그런 샬럿에서도 사랑이 찾아왔단다. 아버지의 부목사인 아서 벨 니콜스가 청혼을 했어. 처음에는 샬럿이 아서의 청혼에 거절했지만, 편지를 계속 보내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자, 샬럿은 그제서야 청혼을 받아들였단다. 샬럿이 몸이 허약하고 나이도 적지 않아서 아버지가 반대를 했다고 하지만 결국 아버지도 설득하여 1854 6 29 38살의 나이에 결혼을 했단다. 아일랜드로 신혼 여행도 다녀왔어.

먼저 떠난 동생들의 행복까지 샬럿이 대신 살았으면 좋겠지만, 운명이라는 것이 참 얄궂구나. 결혼하고 나서 얼마 안되어 임신을 했는데 임신 중 병이 생겨서 그만 결혼한 지 9개월만 세상을 뜨고 말았단다. 샬럿의 나이는 서른여덟 살이었어. 아버지의 결혼 반대가 어쩌면 옳았던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모든 가족들은 모두 보내고 홀로 남은 아버지.. 어떤 삶의 의미도 없었을 것 같구나. 늙어서 거동도 불편했던 패트릭. 사위인 아서는 장인어른이 돌아가실 때까지 보살펴 드렸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브론테 자매들은 모두 하늘의 별들이 되었단다. 명작 몇 편만을 남기고 말이야. 그들이 평균적인 수명만 살았어도 더 많은 작품들을 남겨 아빠를 비롯한 오늘날의 독자들까지 읽는 즐거움을 더했을 텐데 말이야. 그래도 그들이 남긴 작품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참 다행이구나.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읽었지만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고, 앤 브론테의 <아그네스 그레이>도 한번 읽어봐야겠고, 샬럿 브론테의 여러 작품들도 꼭 읽어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브론테는 자매들의 아버지인 패트릭 브론테는 이렇게 회고했다.

책의 끝 문장: 교회지기인 존 브라운에 따르면 니콜스는 샬럿의 유언대로 가족 중에 가장 오래 산 패트릭이 1861 6월에 여든넷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그를 돌보았다.


이 아이들은 교제를 원하지 않았다. 이들은 유치하고 떠들썩한 모임에 익숙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보다 더 단단하게 결속된 가족은 어디에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들에게는 아동용 도서가 없었을 것이며,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영국 문학의 유익한 문장들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고 다녔을 것’이다…… 이 집의 하인들은 놀랍도록 총명한 브론테가의 아이들에게 크게 감명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 P86

에밀리 브론테는 이때 벌써 우아하고 나긋나긋한 자태가 두드러졌어요. 아버지를 에외하면 가족 중에 에밀리의 키가 제일 컸죠. 샬럿처럼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지만 역시나 언니처럼 꼬불꼬불한 곱슬머리를 부스스하게 방치했어요. 피부색도 언니처럼 색소가 부족한 듯 창백했죠. 에밀리의 눈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어요. 부드럽고 초롱초롱하며 투명한 눈이었죠. 하지만 너무 내서적이어서 사람들 똑바로 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답니다. 눈동자는 때로는 짙은 회색으로, 때로는 짙은 파란색으로 보였어요. 말수는 동반자이자 가장 가까운 공명의 대상이었어요. 다른 누구도 그들 사이에 끼어든 적이 없었던 것처럼요. - P130

1843년 10월 14일 토요일 아침, 브뤼셀. 1교시 수업. 너무 춥다. 불도 없다. 아빠와 브랜웰과 에밀리와 앤과 태비가 있는 집에 가고 싶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지내는 데 지쳤다. 삶이 음울하다. 이 학교에는 호감을 품을 만큼 괜찮은 사람이 단 한 명뿐이다. 또 한 명은 장밋빛 설당 과자 같지만 실상은 색분필일 뿐이라는 걸 나는 안다. - P186

‘우리는 죽은 형제를 보이지 않는 곳에 묻었습니다.’ 샬럿이 1848년 10월 2일, 출판사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지난주의 우울한 소란이 잠잠히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이 망자를 애도하듯 그를 추모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남자 형제가 떠난 것은 우리에게 징벌보다는 자비의 빛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브랜웰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누이들의 자랑이자 희망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그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죠. 옳은 길로 돌아오길 희망하고 기대하고 기다렸지만…… 결국에는 절망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도 있었던 생명이 이른 나이에 갑작스레 빛을 잃고 종결되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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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난설헌의 본명은 초희(楚姬)이고 자는 경번(景樊)이며 난설헌(蘭雪軒)은 당호입니다. 초희는 미녀와 재원을 뜻함이고 경번은 중국의 여성시인 번희를 사모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난설헌의 난은 여성의 미덕을 찬미한다는 뜻이며 설은 지혜롭고 문학적 재능을 지닌 여성또는 고결하면서도 뛰어난 문재를 지닌 여성이라는 뜻으로 지은 당호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소망을 마음껏 담은 이름들이라 하겠습니다.


(27)

가을날 깨끗한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흘러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를 매두었지요.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


(32)

사는 집이 장간리 마을에 있어

장간리 길을 오가며 살았었지요.

꽃가지 꺾어 님에게 묻기도 했었죠.

내가 더 예쁜가요, 꽃이 더 예쁜가요?


(40-41)

1

이웃집 벗님네와 내기 그네 뛰었어요.

띠를 매고 수건 쓰고 신선놀음 같았지요.

바람 차고 오색 그넷줄 하늘로 높이 오르자

쟁그랑 노리개 소리 버들에 먼지가 일었지요.


2

그네뛰기 마치고는 꽃신을 신었지요.

숨이 가빠 말도 못하고 층계에 섰어요.

매미 날개 배적삼에 땀이 촉촉이 스며

떨어진 비녀 주워달라는 말도 못 하고 말았지요.


(47)

자줏빛 퉁소 소리 붉은 구름 흩어지니

주렴 밖 찬 서릿발 우지짖는 앵무새

깊은 밤 비단 휘장 비추는 그윽한 촛불

때때로 성긴 별이 은하수 건너는 것 바라보아요.


또르륵 물시계 소리 서풍에 묻어오고

이슬 맺힌 오동나무 저녁 벌레 우는데

명주 수건으로 훔치는 깊은 밤의 눈물

내일이면 점점이 붉은 자국으로 남겠지요.


(48-49)

고요해요, 뜨락은. 살구 꽃잎 위에 봄비 내리고

나는 꾀꼬리, 백목련 핀 언덕에서 울어요.

수실 늘어진 비단 휘장에 꽃샘추위 스며들고

박산 향로에서 한 줄기 연기가 올라요.


어여쁜 사람 잠에서 깨어 화장을 고치니

향그런 비단옷 허리띠에 새겨진 원앙 무믜.

겹으로 드리워진 발을 거두고 비취 휘장 치고서

시름없이 은쟁을 잡고 한가락 봉황곡을 타지요.


금 굴레 잡고 안장 위에 계시던 내 님은 어디 가셨나?

다정한 앵무새만 둘이서 창가에 속삭여요.

풀섶에서 노닐던 나비는 뜨락을 날아 사라지고

꽃그네 줄 엮어 난간 밖까지 날아올라요.


어느 집 연못가에서 피리소리 들려오는가.

금 술잔 위로 요요한 달빛만 노니는데

시름 많은 아낙은 밤새 홀로 잠 못 이루어

날 밝으면 비단 수건에 눈물 자국만 가득하여요.


(55)

난간에 기대어 멀리 계신 님 그리워하니

말 타고 창 꼬나잡고 청해 물가를 달리시겠지.

휘몰아치는 모래와 눈보라에 갖옷은 해어졌을 테고

향그런 안방 그리워하며 눈물로 수건 적시겠지요.


(66)

공령 여울 어구에 내린 비 이내 개이고

무협의 어스름 안개 자욱해요.

한스러워라, 님의 마음도 저 물과 같이

아침에 나가더라도 저녁엔 돌아왔으면!


(76)

창가에 놓아둔 난초 화분

난초꽃 벙글어 향기 그윽했는데

건듯 가을바람 불어와

서리 맞은 듯 그만 시들었어요.


어여쁜 모습 비록 시들었지만

여전히 코끝에 맴도는 난초의 향기.

마치도 시든 난초가 나인 듯 싶어

흐르는 눈물 옷소매로 닦아요.


(80-81)

이웃집 살림은 날로 좋아져

높은 다락에 풍악 소리 일어나는데

또 다른 이웃은 입을 옷도 없고요

쑥대밭 어우러진 집 배곯고 있다네요.


그런데 어찌 짐작이나 했을까요.

하루아침에 높은 다락 기울어지고

오히려 가난한 집을 부러워해요.

하늘의 운명은 어떨 수 없는 일인가 봐요.


(85)

지난해 귀여운 딸을 잃었고

올해는 또 사랑하는 아들이 떠났네.

슬프고도 슬프다. 광릉의 땅이여

두 무덤이 나란히 마주 보고 있구나.


사시나무 가지에는 오슬오슬 바람이 일고

숲속에선 도깨비를 반짝이는데

지전 태우며 너의 넋을 부르며

너의 무덤 앞에 술잔을 붓는다.


안다, 안다. 어미가 너희들 넋이나마

밤마다 만나 정답게 논다는 것.

비록 뱃속에 아기가 있다 하지만

어찌 제대로 자라기나 바랄 것이냐.


하염없이 슬픈 노래 부르며

피눈물 슬픈 울음 혼자 삼키네.


(98-99)

1

얼굴이며 맵시, 남들한테 빠지는 게 아니에요.

바느질에 길쌈 솜씨는 또 어떠하구요.

다만 어려서부터 가난한 집안에 자라난 탓에

중매쟁이들 모두 날 몰라라 해서 그래요.


2

춥고 굶주려도 얼굴에 내색을 않고

하루 종일 창가에서 베만 짭니다.

부모님만은 가엾어라 여기시지만

이웃의 남들이야 어찌 이런 나 알겠나요?


3

밤 깊도록 쉬지 않고 베를 짜노라니

베틀 소리만 삐걱삐걱 처량하게 울려요.

베틀에는 베가 한 필 짜여 있지만

이 베가 마침내 누구의 옷감 될까요!


4

손에 가위 들고 옷감 자르면

밤도 차가워 열 손가락이 곱아와요.

남들 위해서 시집갈 옷 짓는다지만

해마다 나는 홀로 잠을 잔답니다.


(106-107)

봄바람 화창하여 온갖 꽃 피어나고

철 따라 만물이 번성하니 감회가 새로워요.

깊은 방에 묻혀서 그리움 끊으려 해도

님 생각 가슴에 머물면 심장이 터질 듯해요.


밤 이슥토록 잠을 이룰 수 없음이요!

새벽닭 우는 소리 꼬끼오 들리네요.

빈방에 비단 휘장이 둘러지고

옥돌계단에 푸른 이끼만 돋았어요.


깜빡이던 등불도 꺼져 벽에 기대어 있으려니

비단 이불 어설퍼 추위가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요.

베틀 소리 내며 회문금을 짜 보지만

무늬도 시원치 않고 마음만 어지러워요.


인생 운명을 타고남이여, 사람마다 치아가 많아

남들은 즐기며 살건만 이 내 몸은 쓸쓸하기만 하답니다.


(132)

머나먼 갑산으로 귀양 가는 나그네여

함경도 길 가시는 걸음 바쁘시리다.

쫓겨나는 신하야 가태부지만

상감이야 어찌 초나라 희왕이시겠는지요!


가을 햇살 비낀 언덕엔 강물이 찰랑찰랑

변방의 구름은 저녁놀에 얼굴 붉혀요.

서릿바람 맞으며 기러기떼 날아가는데

걸음마저 더디어 차마 길 가지 못하시리.


(155)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를 넘나들고

파란 난새가 채색 난새와 어울렸구나.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 붉게 떨어지니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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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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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이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노예 12>은 책이 아닌 영화로 먼저 알게 된 작품이란다. 한참 전에 영화로 개봉되었는데, 그 책이 <노예 12>이라는 소설을 원작이란 것을 알게 되었거든. 책제목을 보면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짐작을 할 수 있는 그런 책이란다. 아빠는 이 책이 그냥 소설인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더구나. 그것도 지은이 솔로몬 노섭이 직접 경험한 것을 그대로 저술한 것으로 허구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이란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도 솔로몬 노섭이란다.

솔로몬 노섭은 1808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란다. 그가 태어난 시기는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이 공표되기 한참 전이었지만, 일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자유인 신분을 가지고 있었단다. 솔로몬 노섭의 아버지도 주인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인 신분이 되었고, 솔로몬은 태어났을 때부터 자유인이었단다. 자유인들은 자유인 증명서를 가지고 있었어. 솔로몬은 1808 7월 뉴욕주 에식스카운티에서 태어났어. 1829년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 이후에는 어머니, 형과 함께 세 식구가 함께 살았어. 그리고 그 해 크리스마스 앤 햄프턴과 결혼하여 포트 에드워드 마을에서 건축 관리 일을 했단다. 그러다가 1834 3월 새러토가스프링스로 이사를 했고 전세마차 마부로 일하게 되었어. 솔로먼과 앤은 세 아이를 낳았어. 아이들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마거릿, 알론조였단다. 그들은 자유인의 신분으로 평범한 가정생활을 꾸려갔단다.

 

1.

1834 3월말. 우연히 해밀턴과 브라운이라는 사람을 만나 일자리를 제안 받았어. 솔로몬은 바이올린을 잘 켤 줄 알았는데, 서커스단 공연에서 바이올린 공연을 해 달라는 제안이었어. 공연은 뉴욕에서 진행되는데 며칠 동안만 임시직으로 해 달라고 했어. 생각보다 보수도 좋아서 솔로몬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길을 떠났단다. 어른이나 아이나 낯선 사람들이 친절하게 접근하는 것은 늘 조심해야 한단다. 그들도 솔로몬을 신뢰하는 분위기였어. 그들과 기분 좋게 술도 먹었는데, 심한 두통을 느끼고 의식까지 잃게 되었어.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늦었지, . 솔로몬은 쇠고랑을 차고 어두운 곳에 갇혀 있었어. 주머니에 있던 자유인 증명서도 사라졌어.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윌리엄 노예 수용소였어. 노예상인 제임스 H 버치가 와서, 솔로몬은 자신은 자유인이라고 주장하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구타만 당했어. 그래도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어. 그곳에는 다른 사람들도 여럿 있었어. 이야기를 해보니, 솔로몬처럼 속아서 잡혀 온 사람들도 있고, 원래 노예인 사람들도 있었어. 자유인이라고 주장해봤자 오히려 채찍질로 맞을 뿐이라고 일단 조용히 따르고 기회를 보기로 했어. 노예 상인들은 솔로몬을 플랫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어.

..

솔로몬은 뉴올리온즈 노예상을 거쳐서 윌리엄 포드라는 이에게 팔려가게 되었어. 중간에 자유인으로 잡혀온 어떤 이는 지인들이 자유인 증명서를 다시 들고 와서 풀려나기도 했지만, 그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뿔뿔이 팔려갔단다. 그 와중에 안타까운 일도 있었어. 아이 둘을 함께 있던 엄마 노예가 있었는데, 아들과 딸과 뿔뿔이 흩어져 팔려가게 된 거야. 엄마는 같이 팔아달라고 울면서 애원을 했어. 그들이 안타까웠는지, 윌리엄 포드가 같이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노예상은 안 된다고 차갑게 거절했단다. 그렇게 생이별한 엄마 노예는 그 이후에도 계속 울기만 하면서 폐인이 되어갔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솔로몬을 산 윌리엄 포드는 침례교 전도사로 착한 백인이었어. 노예들을 사람으로 대접해 주었고 노예들의 의견도 잘 받아주었어. 솔로몬이 어떤 일에 대해 제안을 한 것에도 칭찬을 해주며 받아주었어. 하지만 그런 생활도 오래가지는 못했어. 윌리엄은 형의 보증을 섰는데, 형의 사업이 망하면서 윌리엄도 재산을 처분해야 했어. 그래서 노예들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했는데, 솔로몬도 티비츠라는 사람에게 인수되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넘기기는 했지만, 아직 윌리엄은 솔로몬의 몸값 중에 일부(400달러)의 지분이 있었어.

티비츠는 윌리엄과 달리 악랄한 주인었어. 노예들에게 부당하게 채찍질하는 것도 다반사였어. 솔로몬은 참다가 결국 맞받아쳤는데, 티비츠는 솔로몬을 죽이려고 했단다. 다행히 감독관인 채핀이 만류했고, 그 일을 윌리엄 포드에게 이야기를 해서, 윌리엄이 그곳까지 와서 솔로몬을 구해주었단다. 하지만 윌리엄이 항상 솔로몬을 구해줄 수는 없었어. 티비츠는 다시 시비를 걸고 솔로몬을 죽이려고 하여 솔로몬은 도망갈 수밖에 없었단다. 도망길도 만만치 않았어. 악어가 출현하는 습지를 거쳐 며칠을 고생 끝에 윌리엄 포드의 집에 도착했어.

윌리엄은 솔로몬을 며칠간 보살펴주면서 다른 주인에게 넘겼단다. 이번 주인은 에드윈 엡스라는 사람인데, 티비츠처럼 막무가내는 아니었지만, 깐깐하고 빈틈없는 사람으로 노예를 노새나 개로 생각하는 사람이야. 최대한 적게 쉬게 하고 풀가동으로 돌리려는 사람이지. 에드윈 엡스는 거대한 목화농장을 가지고 있는데, 하루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채찍이 날라와서 쉬지도 못하고 일해야 했어. 먹는 것도 딱 살수 있을 정도만 주고, 잠잘 곳도 대충 만들어놓은 통나무집이었어. 솔로몬은 엡스의 농장에서만 10년을 일했어. 말이 10년이지,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하면서 쉬지는 못하는 생활을 10년이나 했다니, 상상도 가지 않는구나.

 

2.

1845년 목화농장에 흉작이 들었어. 그래서 농장의 일이 줄어들게 되어 솔로몬은 인근 사탕수수농장으로 임대를 가기도 했어.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단다. 사탕수수 농장의 일이 끝나면 다시 목화농장으로 돌아왔어. 솔로몬은 위험을 무릎 쓰고 편지를 써서 집으로 보내려는 시도도 했지만, 쉽지 않았어. 엡스에게 발각되었다가 간신히 위기를 넘기기도 했어. 어떻게 해야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방법이 보이질 않았어.

시간은 흘러 1950년이 되었어. 같이 일하는 노예 윌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농장 밖에서 통행증 없이 다니다가 순찰대에게 걸려서 도망을 갔는데 경찰견한테 물려 잡히고 채찍질을 당해 중상을 입었어. 그런데도 또 도망갔지만 다시 잡혀와 감옥에 갇혔다가 다시 농장으로 오게 되었어. 그 정도로 탈출은 쉽지 않았어. 윌리처럼 다시 살아서 돌아오게 되면 채찍질이 기다리고 있었고, 도망가다가 죽는 노예들도 많았어.

어느날 엡스의 농장에 배스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배스는 노예제 강경한 반대론자로 많은 노예들을 데리고 있는 엡스에게 강하게 반대하기 위해 온 거야. 솔로몬은 그런 배스를 유심히 살펴보았어. 솔로몬은 몰래 배스에게 접근하여 자신은 자유인인데 억울하게 붙들려 와서 노예로 일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배스도 솔로몬의 이야기를 듣고는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 이후 배스는 비밀리에 솔로몬을 돕기 시작했고, 솔로몬이 몰래 쓴 편지를 보냈단다. 솔로몬이 잡혀와 노예 생활을 한지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편지에 대한 응답은 없었어.

그런데 얼마 뒤 낯선 백인들이 솔로몬을 찾으러 왔단다. 그들은 솔로몬을 후원했던 헨리 B 노섭과 변호사였어. 솔로몬의 아버지는 헨리 B 노섭의 이름을 본 따 성을 노섭으로 했을 정도로 헨리 B 노섭과 솔로몬은 무척 가까운 사이였어. 하지만 솔로몬을 아는 이들은 없었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솔로몬은 노예로 끌려 온 이후부터 10여 년 동안 플랫으로 불려왔거든. 헨리는 솔로몬을 찾으러 다니다가 그 지방에 노예제 폐지론자 배스의 존재를 알게 되어 그를 찾아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배스를 만났는데, 배스는 처음에는 그들을 경계했단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은 신뢰가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솔로몬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단다.

헨리는 참 꼼꼼한 사람이었어. 무작정 솔로몬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고, 만발의 준비를 했어. 관련 서류를 꼼꼼히 준비하고 변호사와 경찰도 대동하고선 엡스의 농장을 찾아갔단다. 엡스는 그들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는 격분하며 화를 냈지만, 법적으로 솔로몬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수는 없었어. 결국 솔로몬은 12년의 노예 생활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 어린 자녀들은 훌쩍 크고 첫 딸은 이미 결혼도 했다고 했어.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니그리고 솔로몬 주변에 헨리 B 노섭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또 다행인구나. 그리고 배스를 만나서도 참 다행이고 말이야.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평생 가족들을 못 만날 수도 있었으니 말이야.

그 뒷이야기를 좀 해보면, 주위의 권유로 솔로몬을 책을 출간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노예 12>이었던 거야. 이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솔로몬이 받은 돈은 얼마 안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는 이후 노예제 폐지운동에 나섰지만,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고 했어. 12년만에 돌아오고 4년이 지난 이후 그의 자취가 사라졌다고 하는구나. 이런저런 소문들만 난무했지만 끝내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른다고 했어. 그것 또한 참 이상한 일이긴 하구나. 노예제 폐지운동이 진전이 없으니 조용히 평범하게 살다가 삶을 마감했길 바란다.

이 책을 읽다가 엡스처럼 다른 사람들을 노예로 삼아 부자가 되고 평생 배부르게 살았던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들은 자신의 가족에게는 친절한 아빠이고 남편인 사람도 있었겠지. 당시 평생 노예로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구나. 누구에게든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말이야. 이 책을 덮고 <노예 12>이라는 영화에 대해 알아봤어. 등장인물에 우리가 좋아하는 배우도 있더구나. 베네딕트 컴버배치. 알아보니 책 속에서 착한 전도사로 나왔던 윌리엄 포드 역할을 맡았더구나. 그리고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하는구나. 더욱 관심이 가는구나. 조만간 한번 봐야겠구나. 너희들도 괜찮다면 같이 봐도 좋고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자유인으로 태어난 나는, 30년 넘게 자유 주에서 자유의 축복을 누리며 살았고-그러다가 그 시기의 막바지에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 가, 노예 상태에서 12년 동안 예속의 삶을 살던 끝에, 마침내 1853 1월에 천만다행으로 구출되었다-이런 내 삶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대중에게 흥미가 없지는 않을 거라는 제안들이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내가 겪은 고난으로 단련되고 차분한 정신으로, 그리고 내가 행복과 자유를 찾을 수 있게 자비를 베풀었던 모든 분께 감사하면서, 비록 초라할지언정 올곧은 삶을 살다가 마지막에 내 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교회 묘지에서 쉬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녀는 자기 삶에 주어진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 프리먼이 아무리 험상궂게 찌푸리고 협박해도 괴로워하는 그 어미를 완전히 조용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일라이자는 내내 한없이 애처롭게, 자기들 세 명을 갈라놓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자기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거듭거듭 호소했다. 아까 한 약속들 – 만약 그 세명을 함께 사주기만 한다면 정말 얼마나 충성하고 순종할 것인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밤낮으로 얼마나 열심히 일할 것인지 –을 말하고 또 말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남자는 세 명 모두 살 만한 돈이 없었다. 거래는 성사되었고, 랜들은 혼자서 가야 했다. 그러자 일라이자가 아들에게 달려갔다. 뜨겁게 아들을 껴안고 입을 맞추고 또 맞추었고, 얼마를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 그러는 내내 소년의 얼굴 위로 비처럼 그녀의 눈물이 떨어졌다. - P85

이제 나는 어디서 구출을 기대해야 할지 암담했다. 마음 속에선 희망이 솟다가도 짓밟히고 시들어 갔다. 내 삶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이보다 일찍 늙어 가는 것이 SRUWUTEK. 앞으로 몇 년의 시간과, 고된 노동과 슬픔, 그리고 습지의 독기 어린 공기가 그 효력을 발휘할 것이었다-나를 무덤으로 떠밀고, 썩어 잊히게 보이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거라곤 땅바닥에 엎드려 말로 다 하지 못할 비통함으로 신음하는 것뿐이었다. 구조의 희망은 내 마음에 한 줄기 위안을 던져 준 유일한 빛이었다. 이제 그 빛이 흔들거리고, 약해지고, 작아지고 있었다. 이제 실망의 한숨 한 번으로 그 빛은 완전히 꺼지고, 나는 한밤의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삶의 끝으로 가야 할 것이었다. - P227

배스가 말을 받았다. "내가 뉴잉글랜드에 있었더라도, 지금 여기 있는 나와 똑같았을 겁니다. 노예제는 부당하다고,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을 겁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속하며 붙들어 두는 걸 허락하는 법이나 헌법에는 어떤 이성도, 어떤 정의도 없다고 말했을 겁니다. 물론 자기 재산을 잃는 건 힘든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건 댁의 자유를 잃는 것과 비교하면 별로 힘들지 않을 겁니다. 아주 공평히 말해서, 댁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저기 엉클 에이브럼의 권리보다 조금도 크지 않아요. 피부가 검고 흑인의 피가 흐른다고 하지만, 어떻게 해서, 이 지류에는 우리 둘만큼 피부색이 하얀 노예들이 많은 걸까요? 영혼의 색에도 차이가 있을까요? 허! 체제 전체가 잔인하고 터무니가 없어요. 댁은 깜둥이들을 갖고 있다가 교수형에 처해질지도 모르지만, 저라면 루이지애나에 가장 좋은 농장을 갖고 있대도 한 명도 소유하지 않을 겁니다." - P257

그 아늑한 작은 집으로 들어갔을 때, 처음 나를 맞은 건 마거릿이었다. 그 아이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집을 떠날 때, 그 아이는 겨우 일곱 살, 장난감을 갖고 놀며 조잘거리던 작은 소녀였다. 이제 그 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랐고-결혼해서, 눈이 빛나는 한 소년을 옆에 데리고 있었다. 노예가 되어 불행하게 살았던 할아버지를 잊지 말라고, 마거릿은 자기 아이에게 솔로몬 노섭 스톤턴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내가 누구인지 밝히자, 마거릿은 감정이 북받쳐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엘리자베스가 방으로 들어왔고, 내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앤이 호텔에서 달려왔다. 그들은 나를 껴안았고, 눈물범벅이 되어 내 목에 매달렸다. 그러나 설명보다 상상이 더 나을 수 있는 장면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덮어 두겠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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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한창 냉소적인 딤카에게는 뭔가 경멸받아 마땅한 일로 보였다. 자본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나라에서는 인민의 뜻에 따라 귀족적인 수상을 해고하고 사회민주주의자를 앉히는 마당에, 세계를 선도하는 공산주의국가에서는 같은 일이 비밀리에 소규모 지배 엘리트층의 음모로 진행되고 며칠이 지나서야 무력하고 다루기 쉬운 인민들에게 발표되는 것이다.

 

(158)

시베리아에 다녀온 뒤 그녀는 변했다. 이전에는 공산주의를 좋은 의도의 실험이지만 실패했으니 폐기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 이제는 사악한 지도자들의 잔혹한 압제 행위로 보았다. 바실리를 떠올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은 그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 사람들을 향한 증오로 가득찼다. 심지어 쌍둥이 오빠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다. 딤카는 아직도 공산주의의 폐지되기보다는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딤카를 사랑했지만 그는 현실에 눈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디든 잔인한 억압이 있는 곳에는-이를 테면 미국의 최남동부, 영국의 북아일랜드, 그리고 동독-그녀의 가족처럼 소름끼치는 진실을 외면하는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타냐는 그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을 터였다. 끝까지 싸울 작정이었다.

 

(420)

정치에서는 거짓말이 많잖아요.” 조지가 말했다.

사회의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그렇지. 하지만 닉슨처럼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그는 사기꾼에다 간교한 자야. 지금까지는 안 걸리고 빠져나왔어. 사람들은 그렇게들 하지.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달라. 기자들은 그들이 베트남에 대해 속았다는 걸 알아. 그리고 정부의 말을 점점 더 면밀하게 살피고 있어. 딕은 덜미를 잡힐 거고 그래서 무너질 거야. 뭐가 더 있는 줄 알아? 그는 왜 그렇게 됐는지 절대 이해 못할걸. 언론이 내내 자신을 망치려 들었다고 말할 거다.”

 

(472)

딤카는 변했다. 체코슬로바키아에 대한 침공이 그를 변하게 했다. 그 순간까지 그는 공산주의를 개혁할 수 있다는 믿음에 고집스럽게 매달렸다. 하지만 1968, 소수의 인사가 공산주의 정부의 성격을 바꾸는 일에 착수하면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는 자들에게 그 노력을 분쇄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브레즈네프와 안드로포프 같은 사람들은 권력과 신분과 특권을 즐겼다. 그들이 왜 그런 모든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딤카는 이제 여동생과 의견을 같이 했다. 공산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당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권한이 늘 변화를 억누른다는 점이었다. 소련의 체제는 그의 할아버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푸틸로프 기계공장에서 감독으로 일하던 육십 년 전 차르 정권과 다를 바 없이 무시무시한 보수주의에 속수무책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763)

의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헝가리 문제였다. 딤카는 그 안건을 포함시킨 사람이 에리히 호네커라는 것을 알았다. 헝가리의 자유화는 개혁을 진행하지 않는 정권의 억압적인 태도에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다른 모든 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를 위협했는데, 그중 동독이 최악의 의기를 맞고 있었다. 헝가리에서 휴가를 보내던 수백 명의 동독인이 텐트를 벗어나 숲속으로 가서 낡은 울타리에 난 구멍을 통해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자유를 찾았다. 벌러촌 호수에서 국경으로 향하는 도로는 그들이 후회 없이 버린 싸구려 트라반트, 바르트부르크 자동차로 어지러웠다. 대부분은 여권이 없었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그들은 서독으로 이송되어 그곳에서 자동으로 시민권을 받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낡은 차는 곧 더 믿음직스럽고 편안한 폭스바겐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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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와 0수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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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7년 전에 재미있게 읽은 <곰탕>이라는 책이 있단다. 책 제목만 보면 요리 이야기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SF 소설이란다. 자세한 것은 그 때 너희들에게 쓴 독서편지를 참고하시고… <곰탕>을 쓴 지은이 김영탁 님이 이번에 새로운 SF 소설을 내셨단다. <곰탕>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자 읽어보았단다. 제목은 <영수와 0> 제목부터 독특하구나. 두 명의 영수가 나오는 것을 보아 복제인간 관련된 소설인가 하고 책을 폈단다. 지은이 김영탁 님은 영화감독이기도 하셔서, 그의 소설은 읽다 보면 영화 시나리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쓰신 것 같더구나. 그럼 바로 책 이야기를 해볼게.

 

1.

미래의 어느날을 살고 있는 박영수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영수의 나이는 서른 살이다. 지독한 전염병이 유행한 이후 세계는 초강도 격리 생활을 했어. 하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외출을 할 때는 무조건 방호복을 입고 나가야 했어. 그리고 일은 AI가 대신하기 시작했단다.  AI가 일을 대신 하니 사람들은 처음에는 다들 좋아했지만, 우울증을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러다 보니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회문제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다시 강제로 일을 시켰고, 자살을 불법으로 규정했단다. 자살해서 죽고 나면 그만인데 불법으로 규정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그래서 자살을 하게 되면 그 가족들이 연좌제로 벌을 받게 된단다. 가장 가까운 가족, 가족이 없으면 친척 포함 3명이 벌로 일주일에 일을 하루씩 더 해야 한단다. 어떤 사람이 자살하면 그 사람의 가족 또는 친척 3명이 주6일제 일을 해야 하는 거야. 벌 치고는 치사하구나. 벌금형이면 벌금형이지

영수도 극심한 우울증에 자살을 하고 싶지만, 남겨진 식구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에 참고 있었어. 그런 영수가 일하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살방지국이었어. 영수는 자신의 고민을 직장 상사인 오한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오한은 괜찮은 아이디어를 하나 주었어. 복제인간. 직장 상사의 아이디어에 따라 영수는 복제인간을 만들고 자신은 자살하려는 계획을 세웠어. 그런데 복제인간을 만들 때 옵션이 있었어. 복제인간 자신이 복제인간을 알게 할 수도 있고, 모르게할 수도 있어. 영수는 완벽한 범죄를 위해 복제인간은 자신이 복제인간인 것을 모르게 해서 주문을 했단다. 이제 복제인간이 영수가 되어 대신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고 영수는 자신의 삶을 마감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영수가 자살하기 직전에 연락이 왔어. 복제인간 영수가 회사에서 자살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난리가 났다는 거야. 영수는 이런 상황을 생각지 못했던 것 같구나. 자신과 똑같이 복제한 인간이라면 그 인간도 살기 싫어 늘 자살할 생각을 한다는 점. 그런데 그 복제인간은 자신보다 더 실행력이 뛰어났구나. 소설에서는 복제인간 영수를 진짜 영수와 구분하기 위해 0수라 부르기로 했어. 영수는 곧바로 0수를 만나러 갔어. 자신과 똑같이 생긴 모습의 영수를 본 0수는 놀라지도 않았어. 0수는 자신이 진짜 사람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기 때문에 영수가 자신의 자살을 막으려고 당국에서 보낸 복제인간이라고 생각한 거야.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모르게 설정한 것의 여파가 크구나. 0수 자신이 진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영수를 복제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영수는 자신이 자살하기 전에 0수가 자살하려는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 먼저야. 영수가 자살하고 0수마저 자살하면 돈 들여 복제인간을 만든 이유가 없어지니까 말이야. 그래서 영수는 어쩔 수 없이 0수와 동거를 시작했단다. 0수는 영수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를 할 때 쌍둥이라고 했지만 그들 사이를 알고 있는 회사 상사 오한은 진짜 영수가 누구인지 알아봤어. 오한도 영수의 일을 도와주었어. 0수가 자살하지 않게 마음 먹도록 하는 일. 오한은 회사시스템을 이용하여 영수가 13년 전에 기억을 두 번 팔았다는 기록을 찾아냈어. 그 때 판 기억 때문에 자살 시도를 계속하는 것 같다면서 그 기억을 다시 찾아보자고 했어

 

2.

어느날 기특이라고 사람이 찾아왔는데 서로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기특은 먼 친척이라고 했어. 0수가 자살을 하면 연좌제로 자신까지 벌을 받는다고 정부에서 연락을 받았대. 영수의 가족은 엄마와 동생. 그리고 세 번째 가까운 친척이 바로 기특이라는 사람이었던 거야. 기특도 엄마가 자살을 해서 이미 연좌제를 받고 주6일을 일하고 있다고 했어. 이제 더 받으면 안 된다고 기특도 자살을 막아보려고 찾아온 거야. 그래서 영수, 0, 기특, 오한. 이렇게 넷은 영수의 기억을 찾으러 길을 떠났단다.

첫 번째 영수의 기억을 산 사람은 C구역에 있는 병동에서 일하는 청소원 해도연이 라는 사람이야. 그들이 병동에 도착해서 해도연을 찾았지만 직접 만나기 쉽지 않았어. 멀리서 해도연을 관찰했는데, 해도연은 사람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사람을 찾고 있었어. 영수 일행도 그 유인물을 받았는데, 유인물 속 사진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무척 낮이 익었단다.

영수의 기억을 산 두 번째 사람은 E구역에 살고 있는 20대 김다울이라는 사람이야. E구역은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인이나 환자들이 많은데, 20대의 김다울이 있다는 것이 좀 의아했단다. 그들은 결국 김다울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김다울은 수화로 이야기를 했단다. 영수 일행은 유뷰브를 통해서 수화를 배워서 떠듬떠듬 대화를 나누었단다.

김다울은 어렸을 때 사회에 적응을 못해서 집에서만 지냈다고 했어. 그랬다가 나중에 조용히 살 수 있는 E지역으로 자진해서 오게 되었는데, 부모님이 그 때 선물로 기억을 선물해 주었어. 그 기억이 바로 영수가 판 기억이란다. 김다울은 어렸을 적 기억을 이야기하는데 그건 아마 영수의 기억일 거야. 어렸을 때 폐가 아파서 숲 속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네 달을 머문 적이 있는데, 마음에 들어 했던 다른 환자가 있었다고 했어. 그런데 어느날 그 환자가 병동을 떠났는데 퇴원인지 죽은 것인지 모른다고 했어. 다울은 그 병원 어딘가에 무엇인가 묻어두었다고 했어.

영수일행은 다시 C구역에 와서 해도연을 만났어. 그리고 그때 해도연이 일하고 있는 병원이 바로 김다울이 이야기했던 그 병원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다울이 이야기한 장소 중 한 곳의 땅속에서 십여 년 전에 묻어둔 물건을 꺼냈단다. 그곳에는 예리한 칼이 있었어. 사실 그곳에는 편지가 있었는데, 오한이 편지는 빼돌리고 칼을 대신 넣어 두었어. 기특은 병원 직원으로 위장하여 병원에 잠입하여 해도연에게 접근을 했어. 그리고 해도연과 친해지게 된 이후 해도연의 옛 이야기를 알게 되었어. 해도연은 자신이 누군가를 죽인 기억이 있어서 경찰에 가서 자수도 했지만 죽은 사람이 없다고 했대. 그래서 그 사람의 몽타주를 그려서 그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대. 그것이 그녀를 10년 넘게 괴롭힌 기억이라는구나. 해도연의 기억이 영수가 판 기억이라면, 영수가 사람을 죽였다는 거잖아. 영수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단다. 그런데 왜 그런 기억을 해도연이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건 누군가가 영수의 기억을 사서 해도연 몰래 해도연의 기억에 심은 거야. 한편, 오한은 0수에게 0수가 진짜 인간이 아닌 복제인간일 수도 있다는 암시를 슬쩍 주었어. 0수는 그것을 깨닫고 또 충격 받았단다. 정말 뒤죽박죽이구나. 너무 뒤죽박죽이라서 아빠가 줄거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기특은 해도연을 찾아가 진실을 이야기해주었어. 해도연은 누군가로부터 기억이 심어진 것이지, 살인자가 아니라고 말이야. 해도연은 자신의 머릿속을 꽉 채웠던 살인의 기억이 자신의 기억이 아니라고 하자, 오히려 허무에 빠졌어. 해도연은 자신이 죽인 사람을 찾기 위해 살았는데, 그 사람이 없어졌으니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나 싶었어. 그런데 기억이라는 것을 그대로 팔 수도 있지만,  가공해서 팔 수도 있다고 했어. 그러니까 영수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닌, 누군가 사람을 죽인 장면을 본 것이나 그것도 아니면 사람이 죽은 장면을 자신이 직접 사람을 죽인 것으로 가공해서 팔 수 있다는 거야. 그렇다면 왜 기억을 팔고 사는지 모르겠구나. 그냥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서 심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기억을 가공해서 팔고 사는 설정은 공감이 가지 않는 설정이었어. 이렇게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다 보니 영수도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그러면 복제인간 0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둘 다 살아 있을 수 없잖아. 그런데 둘 다 살 수도 있지 않나? 복제인간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같이 살아갈 수도 문제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들의 운명은 물음표로 남겨두어야겠다. 그리고 또 다른 진실. 해도연에게 그런 사악한 기억을 심어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도 남겨두어야겠다.

….

아빠가 책을 읽고 나서 한참 있다가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빠의 기억이 좀 뒤죽박죽이라서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단다. 다시 읽어보면 되겠지만,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만큼의 재미 있지는 않았어. 아빠가 지은이의 전작 <곰탕>을 재미있게 읽어서 너무 기대를 했나 보구나. 그리고 소설의 소재인 복제인간도 다룬 영화나 소설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리 신선하지는 않았단다. 아니면 아빠가 나이를 더 먹어서 SF적 감수성이 떨어진 것일 수도 있고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가기 싫다

책의 끝 문장: 대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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