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EBS 다큐프라임
정지은.고희정 지음, EBS 자본주의 제작팀 엮음, EBS MEDIA / 가나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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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2 년 전에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이 쓴 <자본주의>란 책을 읽은 적이 있었어. 제법 쉽게 쓰여져 있어서 괜찮게 읽은 책이란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면서 자본주의의 기본도 잘 모르는 아빠에게 자본주의가 무엇인가를 알려준 책이었어. 물론 시간이 흘러서 또 가물가물하지만 말이야. 그런데 얼마 전에 같은 이들이 쓴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란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단다. 그렇게 이 책을 알게 되어 읽은 거란다. 책 제목은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지난 번에 읽은 책이 자본주의 이론에 관한 책이라면, 이 책은 실제 우리가 살면서 어떻게 자본주의라는 옷을 입고 살고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었단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보고 듣고 실제 경험하게 되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내용이 전보다 더 쉽단다. 사례들로 각각의 이야기를 해주는 데, 그 등장인물들은 바로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어. 등장인물들이 저지르는 잘못을 아빠도 현실에서 똑같이 저지르고, 그들이 하는 고민들을 아빠도 현실에서 똑같이 하고 말이야. 그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보통의 자세가 아닐까 싶구나.

  

1.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를 이야기한단다. 월급쟁이들이 할 수 있는 재테크가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뒤떨어지는 기분이 드니, 저축이라도 한단다. 그러다가 좀더 눈을 돌리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면 내놓는 금융상품을 보게 되지. 설명을 듣다 보면 혹 해서 가입을 하게 된단다. 그런데 명심을 해야 하는 것은 은행이나 증권사는 모두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회사라는 거야. 재테크라는 것은 큰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수입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여러 재테크 중에 보험이라는 것이 있어. 사실 아빠는 보험이라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단다. 아직 큰 혜택을 받지 못해서일 수도 있겠지. 아빠도 보험을 몇 개 들었어. 싫어해도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해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그렇게 보험을 들었는데, 몇 년이 지나고 나서 이건 아무리 봐도 아니라고 생각될 때가 있어. 그래서 보험 약관을 다시 읽어보게 되지. 그런데도 아닌 것 같아. 그런데 지금까지 들어간 보험료 때문에 무턱대고 해지도 못하고…. 아빠만 이런 줄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란 걸 알았단다. 수 많은 보험들이 있는데, 그것을 일일이 공부한 것도 아니고, 아빠는 실손 보장 보험이라는 이야기만 들었지. 정확하게 그것이 어떤 보험이란 것을 몰랐어. 그리고 그것이 한 개를 가입했든, 세 개를 가입했든 받는 돈은 똑같다는 것도 처음 알았단다. 약간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보험은 시간 내서 공부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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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실손보장 상품은 여러 개를 가입해 봤자 고객이 받을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어. 실제 일어난 손실에 비례한 보상만 받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 병원비가 100만 원이 지출됐을 때 실손보장 상품을 한 개 가입해 두었든 세 개를 가입해 주었든 나오는 돈은 100만 원이라는 거야. 하지만 정액보장 상품은 여러 개의 상품에 가입해도 중복보상을 받을 수 있지. 만약 정액보장 상품을 3개 들었다면 각 100만 원씩,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보험 상품을 선택할 때 내가 드는 보험이 실손보장 상품인지부터 체크를 해야 해. 이미 하나를 들어놓았다면 더 이상 들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 봤자 받을 수 있는 보장이 달라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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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장 좋은 재테크는 절약이라는 이야기가 있단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는 소비를 먹고 커가는 사회란다. 우리 세상은 우리가 소비를 하게끔 만들어져 있단다. 눈만 뜨면 소비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어. 꼭 필요한 물건만 사면 좋겠지만, 우리 뇌는 그렇지 않대. 그 뇌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자본주의가 깊숙이 스며있는 뇌니까 더 그렇겠지. 어떤 학자는 소비가 무의식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우리가 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참아도 그럴 수가 없는 거래. 특정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다고 하니 거기에 위안을 삼아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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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놀랍게도 우리가 매일 결정하는 것들 대부분이 뇌의 무의식을 관장하는 부분에서 일어납니다. 매일 하는 결정 대부분을 의식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원한다는 느낌 때문에 하죠.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죠. 왜 갑자기 나가서 코카콜라를 사고 싶은지, 왜 티파니 액세서리가 좋고, 롤렉스 시계를 갖고 싶은지, 왜 슈퍼마켓에서 그 브랜드를 고르는지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싶은데 소비에게 물어볼 수는 없어요. 소비자 자신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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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고 한쪽에 처박아두고 혹은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고 존재를 지우고 있는 경우가 있어. 그리고 충동구매 또한 위 경제학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아. 사람들의 뇌는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할인이라고 하면 왠지 사야 할 것 같고, 마감 임박이라고 하면 더 늦기 전에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구나.. 아빠는 가끔 중고서점에서 책을 살 때 그런 기분이 들어. 중고서점은 아빠가 사고 싶은 책이 늘 있는 것이 아니야. 가끔 중고서점을 갔을 때 아빠가 읽고 싶은 책이 꽂혀 있을 때, 그것도 아주 깨끗한 상태로 딱 한 권만 있을 때. 그것을 안 뽑을 수가 없단다. 비록 집에 사두고 읽지 않은 책들이 잔뜩 쌓여 있더라도 말이야. 그래도 그렇게 책을 사고 나면 기분은 좋아져. 중고서점에서 싼 가격에 구입했다는 생각에 말이야. 이렇듯 자본주의 사회는 지금 당장 꼭 필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어떤 물건을 싸게 샀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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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인간은 무언가를 소비할 때 뇌에서 여러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보는 순간 뇌에서 쾌락과 흥분에 관여하는 부위에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불이 반짝 들어온다. 가격 자체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구매를 하고 나면 쾌락을 유도한 이 부위에 더 이상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쇼핑하는 순간의 짜릿한 흥분은 곧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쇼호스트와 같은 마케터들은 소비자의 이런 심리를 최대한 이용하려 든다. 높은 가격을 미끼로 내걸어 물건을 구입하게 만드는준거가격(reference price)’도 그중 하나다.

=================================================

 

3.

이 책은 아빠에게 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을 깊게 가지게 했단다. 한 가정의 사례를 들어 열살, 여덟 살 자녀를 둔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금융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이야기해주었어. 그 이야기를 읽고, 관심을 갖게 된 거지. 사실 아빠는 너희들에게 그런 금융 교육을 할 생각을 못했거든. 이 치열한 경쟁과 돈 밖에 모르는 자본주의 사회를 조금이라도 늦게 알게 하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그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래. 조금이라도 일찍 돈에 대한 가치와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는 거야.

그런데 그것이 간단한 것도 아닌 것 같구나. 용돈을 주더라도 그 용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또는 저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지. 나중에 그런 선택은 자신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야. 그러면서 돈의 가치를 알고, 좋은 소비 습관도 가질 수 있대. 앞으로 아빠도 너희들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려고 해.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금융교육을 읽어보라고 했어.

이 책을 덮고 나니 경제와 자본주의에 관련된 책들을 더 읽어보고 싶더구나. 한번 책 사냥을 하러 가봐야겠구나. 또 그러다가 원치 않은 책을 충동구매를 하게 될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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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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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때문이란다. 아빠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영화를 많이 못보고 있단다. 이런 저런 이유로그래도 어떤 영화들이 나오나 관심은 가지고 있어. 일 년 전쯤인가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우연히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끌렸어. 특히 이 영화의 포스터에 끌렸어. 아름다운 두 여인을 포스터로 써서 그랬나?^^ 영화 소개를 읽다 보니, 원작 소설이 있는 걸 알게 되었어. 아빠가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하는 그 포스터를 책의 표지로 썼단다. 의도적인 디자인이겠지. 그런데 아빠는 그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어. 그런 디자인에 혹해서 책을 사면 안 된다고 다짐을 몇 번이나 했어. 그러다가 몇 달 전인가, 출장 다녀오는 길에, 출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내려고 들렀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단다. 그리곤 집에 와서 가방을 열었는데, 이 책이 들어 있었어. 결국 아빠는 책표지의 유혹에 지고 만 것이란다. 어쩔 수 없지. 책표지 디자인 한 사람, 의문의 일 승. 인정!

손에 딱 잡히는 사이즈. 디자인 점수는 최고. 새삼 디자인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지은이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라는 사람인데, 아빠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엄청 유명한 사람이래. 여성 작가인데, 사진에서 터프함이 묻어나 있었어. 그런 이미지와 맞게 퍼트리샤는 20세기 최고의 범죄 소설 작가로 유명하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예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 중에 <리플리>라는 영화가 있어. 그 원작 소설이 바로 퍼트리샤의 작품이라고 하는구나. 그것을 알게 되니, 더욱 관심을 갖게 되더구나.

그런데, 이번에 읽은 <캐롤>이라는 소설은 그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어. 아빠는 그래도 그가 범죄 소설 작가라고 해서 이 소설도 마지막에 어떤 반전이 숨어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건 아니었단다. 그리고 이 소설을 처음 썼을 때, 퍼트리샤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필명을 썼대. 퍼트리샤가 쓴 유일한 로맨스 소설. 그런데 남자와 여자 사이의 로맨스가 아니고, 여자와 여자 사이의 로맨스였단다.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은 1952년이었어. 퍼트리샤가 필명을 쓴 이유는 당시 시대상 때문일 수도 있겠다. 1950년대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거든.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이 소설이 퍼트리샤의 자전적 소설이래. 그 또한 동성애자였던 거지. 1990년에 와서야 이 소설의 지은이가 본인이라고 밝혔대. 범죄 소설만 쓰던 소설가가 동성 사이의 섬세한 로맨틱 소설을 필명을 써서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였고, 40년이 지나고 나서야 소설의 지은이가 본인이라고 밝혔다. 퍼트리샤의 삶 자체가 소설인 것 같구나.

 

1. .

줄거리는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그리 복잡한 스토리도 아니야. 테레즈라고 하는 스무 살 아가씨가 있었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여덟 살 때 수녀회에서 하는 학교에 맡겨졌고, 엄마는 열네 살 이후 만난 적이 없대. 테레즈는 미술을 전공해서, 무대 디자인을 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백화점 직원으로 장난감 코너에서 일하고 있었어. 남자친구 리처드가 있지만, 진짜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고, 리처드가 잘 해주시니까 만나는 그런 사이였어.

그런데 어느날 손님으로 온 어떤 한 귀부인을 보고 첫눈에 강렬한 느낌을 받았어. 그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지. 그 귀부인에게 눈을 뗄 수 조차 없었어. 그 귀부인의 이름은 캐롤. 캐롤은 딸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백화점에 들렀던 거야. 그리고 테제즈의 도움을 받아서 장난감 선물을 샀단다. 이후 테레즈는 캐롤에게 고마움의 카드를 보냈어. 캐롤은 뜻밖에 카드를 받고, 고마움의 카드를 받고 연락을 했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친해지게 되었어. 캐롤은 당시 힘든 시절이었어. 남편 하지와 이혼 소송 중이었거든. 잘못하면 딸에 대한 양육권까지 잃어버릴 지 몰랐어. 그때 캐롤이 위로가 되었던 것 것일까. 테레즈와 자주 만났어. 테레즈는 캐롤과 자주 만나면서, 캐롤에 대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아갔단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이야. 리처드에게 느낄 수 없었던 감정. 캐롤에게 빠져들면서, 리처드와 점점 멀어졌어. 이제 테레즈에게 캐롤이 일순위였어. 자신이 하고 싶었던 무대 디자인의 일을 하게 되었을 때도 캐롤 때문이라면 뒷전으로 밀려도 상관없었지. 이런 테레즈의 감정을 알아차린 이가 있으니, 그것은 캐롤의 오랜 친구인 애비라는 사람이야.

  

2.

캐롤과 테레즈는 같이 여행을 떠났어. 특별한 계획 없이 서쪽으로 향하기로 했지. 둘 만의 시간.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테레즈는 캐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잘 몰랐어.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나지 않고 조심했어. 어쩌면 캐롤도 같은 마음이었을지 몰라. 그들은 어느 순간 서로 마음을 읽었을까. 사랑을 나누었단다. 그들만의 비밀이 생긴 거지.

그런데 캐롤의 전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어. 그리곤 캐롤의 얼굴색이 안좋아 보였어. 알고 보니 남편의 변호사가 사람을 고용해서 캐롤을 미행을 하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들이 묵던 방에 도청 장치도 했었고 말이야. 그래서 그들이 나누었던 사랑, 나누었던 대화가 모두 녹음이 되어 있었던 것이지. 그것이 캐롤이 딸에 대한 양육권에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었어. 캐롤은 그로 인해 먼저 집으로 향했어. 곧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소식이 늦어져서 테레즈도 다시 돌아왔어. 그리고 다시 예전의 사이가 될 수 없을 줄 알았어. 캐롤의 재판은 불리하게 끝이 났단다. 테레즈도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예전의 테레즈가 아니야. 캐롤이 테레즈의 삶에, 테레즈의 영혼에 가득 차 있었어. 하지만 한동안 만나지 못했어. 그리고 그들은 재회했고, 미래를 약속하는 미소를 보이며 소설은 끝이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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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천 개의 도시, 천 개의 집, 천 개의 외국 땅에서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천국이든 지옥이든 같이 갈 것이다.

테레즈가 한참을 서 있다가 캐롤을 향해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캐롤이 테레즈를 알아보았다.

캐롤은 놀랍다는 듯이 잠시 테레즈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테레즈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점점 크게 미소를 지었다.

순간 캐롤이 손을 번쩍 들어니 힘차게 흔들었다.

테레즈는 저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테레즈는 캐롤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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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줄거리만 간단하게 이야기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고 긴장감있게 잘 표현한 소설이었단다. 책을 덮고, 지은이 지은이 퍼트리샤를 유명하게 만든, 그의 범죄 스릴러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영화 <캐롤>도 한번 보고 싶더구나. 시간이 언제 날 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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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른들의 글쓰기도 자기의 삶을 정직하게 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우리 문학이 크게 잘못된 글쓰기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문학은 겨레의 삶과 말에서 멀리 떠나 있었다.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방안에 앉아 글만 쓰는 데서 오는 필연의 결과였다. 삶과 말에서 떨어져 나간 문학은 일부 사람들의 오락물 구실밖에 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 문장은 갈수록 사실과 사물을 떠난 병든 말의 희롱으로 떨어진 것이다. 우리 문학작품이 일본말과 일본말법을 퍼뜨려 우리 글 전체를 오염하고 우리 말을 병들게 한 사실도 바로 보아야 한다.

(12)

그렇다. 사람은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쓰는 것이다. 돈벌이로 글을 파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자기표현으로 글을 쓴다. 책이 책방에 산으로 쌓이고 거리에 넘치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역시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13)

그런데 앞에서 말한 아주머니가 왜 쓸 것이 없다고 했나 생각해본다. 그 아주머니는 아마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분 같다. 누구든지 만나면 자기 생각을 다 토해내어버리니 다시 더 할 말을 글로 쓸 필요가 없겠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아주머니도 다른 사람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름없이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표현을 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남의 흉내만 내는 짓에 길이 들어버렸기 때문일까? 그래서 자기표현 대신에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또 버스안에서나 밤낮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남의 표현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동안에 어느덧 그것을 자기표현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17)

소설이나 동화, 혹은 수필 같은 글을 처음 쓰는 이들의 글을 읽으면 흔히 첫머리가 부자연스럽게 시작된다. 근사한 말로 요란스럽게 꾸며놓은 글이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짐작할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가 한참 읽어나가면 그때야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 해야 할 말을 쓰고 있는 것이다. 왜 글 첫머리를 이렇게 쓰는가? 문학이란 것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이라면 보통 생활에서 쓰는 글같이 쉽고 분명하게 써서는 안된다는 그릇된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증거다.

(32)

중국글자말을 쓸 경우에 그 뜻을 잘못 알게 보는 보기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으니 그 첫째는 글은 말보다 어렵게 써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쉽게, 더 친절하게 써야 한다는 사실이고, 다음 또 하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중국글자말을 쓰지 말고 우리 말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45)

우리 나라 사람들이 거의 모두 걸려 있는 정신병이 있는데, 그것이 유식병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쉬운 말을 하면 무식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남들이 잘 안 하는 말, 어려운 말, 유식한 말을 하고 싶어한다. ‘말을 한다고 할 것도 언어를 사용한다고 보통으로 글을 쓰고 말도 그렇게 한다. ‘우리 집은 산 밑에 있는데할 것을 산 밑에 위치해 있는데한다. 누구를 만났다든지, 무슨 책을 읽었다든지, 무슨 소식을 들었다든지 하는 말은 모조리 접한다고 한다. 그래야 공부를 한 사람, 유식한 사람으로 알아준다고 여긴다. 나는 아직 우리 나라 신문에서 언어를 사용한다.’를 안 쓰고 말을 한다고 써놓은 기사를 읽은 저기 없고, 무슨 건물이 어디에 위치한다고 안하고 있다고 쓴 신문 기사를 읽지 못했다. ‘사건이 발발했다고 안 쓰고 일이 일어났다고 쓴 신문도 본 적이 없다. 거의 100년 전에 나왔던 <독립신문>에서 우리 말을 읽은 이후 쉬운 우리 말로 쓴 신문을 보지 못했다. 쉬운 말로 글을 쓰면 무식한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이라고 말할까봐 그렇게 쓰는 것이다. 유식한 척하려고, 학문이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임을 내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58)

우리는 모두 제각기, 자기가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확인해서 그것부터 써야 한다. 자기의 삶을 바로 보고 그것을 풀어가려고 하는 데서 비로소 사물이 제대로 잡히고, 살아 있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자연조차도 삶 속에 들어온 것이라야 나뭇잎 하나라도 구름 한 조각이라도 비로소 제대로 살아 있는 모양과 빛깔을 띠고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165)

글은 저혼자 기분으로 써서는 안되고, 쓰는 재미에 취해서 쓰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오늘날 이 땅에서는 누구든지 엄숙한 마음으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끼리, 이웃끼리 나눠보는 정도의 글도 그 친구와 이웃들의 삶을 높여주는 글이 되어야 하겠지만, 더구나 온 나라 사람들이 읽으라고 내놓은 글이 값싼 이야기를 장난삼아 써놓거나, 세상 일을 바로 볼 수 없도록 하는 안개를 피우는 글 같이 되어 있으면 용서할 수 없다. 따라서 세상 사람들이 그 이름만 보고도 그가 쓴 글을 읽게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바른 글을 쓰기 위해 목숨을 바칠 결심까지 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겠고, 그런 결심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반민족, 반민중의 글을 쓰지 않기 위해 온갖 고난을 달게 받을 생각만은 단단히 해야 하리라 본다. 만약 그런 마음이 서지 않는다면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글쓰는 사람이 가야 할 가시밭길이고, 또한 영광의 길이다.

(215)

글을 다 쓴 다음에는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그것을 그대로 남에게 보이거나 발표를 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다듬어야 한다. 한번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 빠뜨린 것을 써 넣고, 필요가 없는 말을 줄이고, 틀린 말이나 정확하지 않은 말을 고쳐 쓰고 하는 일을 글 다듬기라 한다. 전에는 이것을 중국사람들 말 따라 추고퇴고니 했는데 우리 말로 다듬기라고 하면 아주 알맞다.

글을 왜 다듬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의 글이든지 처음 써 놓은 글은 여러모로 잘못되어 있기가 예사다. 말을 잘못 썼거나 글자를 틀리게 쓴 경우도 흔히 있지만, 꼭 써야 할 내용을 빠뜨리는 수도 있고, 기분대로 쓴 것이 엉뚱한 말로 나타나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번 얽어서 고치고, 또 읽어서 고치고, 여러 번 줄이고 보내고 바로 잡아서 다듬을수록 좋은 글이 된다.

(217)

쓰고 나면 곧 그 자리에서 읽어 보고 잘못된 곳을 바로잡는다. 한 차례 그렇게 해서 다듬어 놓고는 며칠 뒤에, 될 수 있으면 그 글을 어떻게 썼던가를 거의 잊어버렸을 때 다시 찾아내어서 다듬는 것이 좋다. 글을 쓸 때는 흔히 마음이 흥분해 있어서 바로 뒤에 읽으면 그 글을 올바른 눈으로 보기가 힘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글이든지 적어도 두 차례는 다듬어야 한다.

(425)

나는 글과 사람은 따로 볼 수 없고, 따로 보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글과 사람이 다른 것처럼 보는 것은 우리가 글을 바로 보지 못했거나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을 잘못 이해하기도 예사이지만 글을 잘못 보는 일도 흔하다. 더구나 재주꾼들이 써놓은 글에 속아 넘어가는 일이 너무나 많다. 세상에는 사기꾼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로 남을 속이는 사람도 많지만 글로, 문학이라는 이름의 글로 사기를 치는 사람도 알고 보면 놀랄 만큼 많다. 적어도 내가 겪어서 알고 있는 바로는 그렇다. 다만 이런 사기꾼들은 훌륭한 문필가로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 말로 하는 사기꾼과 다를 뿐이다. 글은 온몸으로 써야 하는 것이지 머리로 써서는 안된다. 사기꾼들의 글이 바로 머리로 쓴 글이다.

(426)

이제 와서 새삼 또 친일작가를 들먹이느냐 할는지 모른다.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을 단죄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겨레가 살아 남으려면 역사 전체의 잘못된 흐름을 기어코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한 번도 겨레의 이름으로 반역의 무리들을 정죄하지 못했으니, 그 일을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민주와 통일을 이룰 때까지는 말과 글의 사기꾼들을 철저하게 가려내고 비판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겨레정신을 세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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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옳다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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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작년에 <나를 찾아줘>라는 소설을 읽고, 그 책을 지은 길리언 플린이라는 사람의 다른 소설들을 살펴보다가 알게 된 책이 이번에 읽은 <나는 언제나 옳다>라는 책이란다. 자극적인 겉표지를 가진 이 소설은 2015년 에드거상 최우수 단편에 선정되었다고 하는구나.

단편? 단편을 한 권으로 책으로 냈기 때문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단다. 아빠가 단편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주말에 가볍게 읽고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펼쳤단다. 그리고 그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어서 내심 기대도 하고 말이야. 전체적으로 짧게 평가하자면, 짧지만 있을 것은 다 갖춘 추리 소설이라고 평가할 수 있더구나.

 

1.

첫 부분부터 어린 너희들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들이 나오더구나. 너희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이 글을 본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해야겠구나. 유사 성매매업을 하는 주인공. 주인공이 일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이름이 끝까지 밝히지 않아서 그냥주인공이라고 할게. 그녀는 상대의 기분을 잘 파악할 줄 알았어.

어린 시절 엄마와 단둘이 지냈고, 구걸로 돈벌이를 했단다. 십대에 들어서면서 그녀는 엄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냈고, 16살부터 독립해서 혼자 생활하다가 비베카라는 여인을 만났어. 비베카는 불법 성매매업소를 운영하고 있었어. 겉으로는 타로점을 봐주는 가게였지만, 뒤쪽에는 불법적인 일들이 벌어졌어. 주인공은 수음을 도와주는 일을 했는데, 그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손목이 아파 더 이상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타로점 봐주는 일을 했어. 그렇다고 주인공이 타로점에 대한 자격증이 있거나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야. 그저 상대의 기분을 잘 파악해주는 능력으로 가짜 점쟁이가 된 거지. 그래서 서툴기도 했어.

그러다가 어느날 수전 버크라는 여인이 찾아왔어. 돈은 많았지만 무엇인가 절망에 빠진 여인이었어. 딱히 점을 보러 오는 것보다 주인공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를 받으려고 했던 것 같았어. 수전은 남편과 재혼으로 만나서 그들 사이에는 친아들이 있었지만, 의붓 아들 마일즈라는 아이도 있었어. 마일즈가 아홉 살 때부터 같이 살았는데, 십대 중반이 되면서 갈등을 겪게 되어서 고민이 많다고 했어. 공격적으로 변해서 겁조차 난다고 했어. 거기다가 남편은 늘 외출 중이었고, 수전이 살고 있는 오래된 저택에는 귀신이 씌웠다고 했어.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이 그 귀신을 쫓아주겠다고 했어. 속으로는 돈을 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 집에 갔는데, 정말 불길한 기운이 돌았고, 벽마다 핏자국이 있었어. 의붓아들 마일즈는 주인공을 볼 때마다 나가라고 협박을 했어. 수전이 마일즈 때문에 고민을 할 만하다고 생각했단다. 수전은 마일즈가 자신과 친아들을 죽일 것 같다고 했어. 주인공은 집에 와서 수전이 살고 있는 저택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단다. 그랬더니, 100년 전 큰 아들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이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단다. 더 놀라운 것은 100년 전 저택에 살던 가족 사진이 있었는데, 큰 아들이 마일즈와 꼭 닮았던 거야.

어느날 주인공은 수전의 집에 갔는데, 마일즈만 있었어. 마일즈와 단 둘이 있었지. 그런데 마일즈가 놀라운 말을 했어. 수전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거야. 그래서 도망을 가려고 하는데 도와달라는 거야. 주인공은 도와줄 이유가 없잖아. 그런데 마일즈 말로는 수전이 주인공도 죽일거라는 거야. 전혀 뜻밖이었어. 마일즈 말은 이랬어. 마일즈의 아빠, , 수전의 남편은 주인공이 했던 수음 서비스의 오랜 손님이었다는 거야. 그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된 수전은 주인공에게 일부러 접근을 했고, 그녀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던 거래. 저택에 귀신이 씌운 것 같다는 것도 다 조작된 것이라는 거지. 그녀는 놀랬어.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 말이야. 결국 그녀는 마일즈를 따라 나섰단다.

그렇게 소설을 끝이 났단다. 수전의 말이 옳은 것인지, 마일즈의 말이 옳은 것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스릴러로서 충분이 훌륭한 결말인 것 같더구나. 그 뒷이야기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지.

... , 그런데 왜 제목이 '나는 언제나 옳다'이지? 이 제목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암시해주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언제나 옳다는 생각은 언젠가는 틀릴 것이고, 그 틀린 선택이 그녀의 마지막 선택임을 알려주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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