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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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작년 하반기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책이란다. 작년에 이 출간되었을 때 아빠도 책 소개를 봐서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어. 불치병을 앓는 젊은 의사가 쓴 수필. 그 상황만 생각해도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죽음. 그것이 삶의 일부라고 하지만, 어린 나이에 찾아오는 죽음은 삶의 일부라기 보다, 고통과 좌절과 불행이라고 생각해. 불치병 판정을 받은 본인 뿐만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들 모두에 고통과 불행을 안겨 주게 되잖아. 이 책을 읽으면 그와 그의 가족이 느낄 아픔이 전달될 것 같아서, 아빠는 읽을 생각이 없었단다. 그런데 이후에는 여러 가지 경로로 이 책은 아빠의 눈에 자꾸 띠었단다. 인터넷 서점을 클릭하면 초기 화면에 자주 소개되고, SNS에서 읽은 사람들의 리뷰가 자주 보이고, 서점에 갔을 때도 눈에 많이 띠고, 그렇게 eye contact을 많이 해서인지 이 책은 읽어봐야 하는 책인가 싶었어. 그래서 읽었어. 분명 이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와 지은이의 가족의 아픔으로 같이 아파할 것을 예상하면서 말이야. 그래도 그를 통해 무엇인가 예를 들어 희망이라든가, 삶의 소중함이라든가, 좋은 메시지를 얻을 수도 있겠다 하고 책을 폈단다.

 

1.

지은이 폴 칼라니티의 부모님은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오신 분들이고, 폴은 미국에서 태어났어. 아버지를 비롯하여 친척들 중에 의사가 많았지만 그는 작가를 꿈꾸는 문학도였단다. 대학에서는 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도 문학을 전공했어. 그러다가 어떤 봉사 활동이었나? 어린 환자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지. 그래서 의사의 길로 돌아섰단다. 그는 열심히 공부했어. 이제서야 의사의 길에 들어섰나 싶을 정도로 하늘이 내려준 일인 것처럼 열심이었어. 그리고 남들이 힘들어서 꺼려 한다고 하는 신경외과를 선택을 했어. 그런데도 그는 그 어려운 인턴 생활과 레지던트 생활을 즐겁게 했어. 동료였던 루시와 결혼도 하고, 자신이 하는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았어. 그는 행복을 기반으로 해서 미래도 설계할 수 있었지.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암에 걸렸어. 그것도 레지던트 생활 몇 개월을 남겨두고 말이야. 삼십 대 중반이 몸이 좀 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서,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을 거야. 그런데 전문가라서 그런지 폴은 자신의 몸의 증상에 불길함이 떠올랐어. 동료 의사인 에마에게 진료를 받았고, 그 불길함은 현실이 되었지. 폐암에 걸렸다는 거야. 이미 많이 진척되었지만, 다행인 것은 타세바라는 알약으로 치료가 가능한 수준이었어. 그날로 그는 그의 꿈은 잠시 보류되었어. 어쩌면 영영 이룰 수 없게 되었지. 그는 처방전대로 약을 잘 먹고, 몸 관리도 잘 했어. 몇 달이 지나자, 종양의 크기는 자라지 않고, 모든 수치도 좋아졌어. 그리고 앞으로 5년은 더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 폴은 이미 자신의 남은 삶에 따라 계획을 여러 개를 가지고 있었지. 5년 이상을 살 수 있다고 하면 그는 중단했던 의사 일을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지. 그래도 예전 같은 몸이 아닌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내 루시와 함께 고민을 했고, 폴은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어.

 

2.

몇 달 동안 의사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병을 앓고 있으니까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았어. 그는 수술 업무만 했어. 동료 의사들의 배려도 있었던 것이지. 그런데 자격에는 그런 배려가 없었어. 그가 아무리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레지던트 수료를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있었던 거야. 그냥 수술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응급실에서도 일하는 등 다른 일들도 많았어. 폴도 자신이 암을 앓고 있다고 해서 혜택을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폴은 다른 레지던트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일했어. 예전보다 조금 더 피곤함을 느꼈지만,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일이었어. 그리고 레지던트 수료를 위한 모든 자격을 갖추게 되었단다. 그리고 여러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왔어. 이제 진짜 의사가 된 것이야.

그리고 더 좋은 소식. 루시는 임신을 했어. 그들에게 아이가 생긴 거지. 폴에게도 약간은 불안하지만 다시 행복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생각했어. 그러나, 다시 증세가 안 좋아졌단다. 아무래도 너무 무리를 했던 것 같아. 아빠가 생각하기에도 그가 너무 일찍 의사의 길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좀더 건강해진 다음에 복귀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리 열정이 있어도 건강이 우선 아니겠니. 아빠도 너무 안타깝더구나.

이번에는 알약 치료도 안되고, 화학 요법으로만 해야 했대. 심한 부작용으로 구토가 심해지고 체중은 급격히 줄었어. 그런 와중에 딸 케이디가 태어났어. 그의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견디게 해주는 희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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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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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쓰기는 그의 병환이 더 안좋아지면서 중단되었단다. 이후 아내 루시의 글이 이어졌어. 병세가 악화된 폴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에 안겨 폴의 숨결이 바람이 되는 순간까지의 이야기.

책의 마지막은 폴과 루시 그리고 케이디의 가족 사진으로 끝을 맺었단다. 폴이 비록 항암치료로 머리가 많이 빠지고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미소 가득한 얼굴로 함께한 사진은 그들이 얼마나 행복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단다. 그래도 일찍 찾아온 죽음은 너무 가슴이 아프구나.

 

3.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왜 암에 걸리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어. 그의 삶을 돌이켜 보면 그는 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왔는데 말이야. 아무리 열정이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도 건강을 해칠 만큼 무리를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폴이 처음 암이 발생했을 때 조금만 더 조심하고, 건강이 좀더 좋아질 때까지 기다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드는구나.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인터넷 신문에서 암의 원인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우연이라는 기사를 보았어. 환경적인 요인,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우연히 걸리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이 책의 지은이 폴도 결국 그 우연이라는 아주 작은 확률에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운명이란 것이 진짜 있나 싶기도 하고

남아 있는 루시와 케이디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책을 덮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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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필사를 마치며...
...
시작은 미미했다.
하다가 힘들면 관두려고 했다.
하루이틀 걸리는 일도 아니고...
그런데 태백산맥 필사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태백산맥 필사는 지난 1000여 일 동안 지친 영혼을 달래주었다.
지친 몸과 지친 영혼으로 퇴근.
샤워 후 한시간 정도 태백산맥 필사를 하다보면
몸과 영혼이 치유되는 듯했다.
서두르지 않고 하루 한시간 정도...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
빠른 세월과 함께 빠르게 쌓여가는 원고지.
어느덧 태백산맥 10권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
휴...
이제 뭘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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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4-17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큰 일 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조정래 작가께서 며느리되실 분들께 결혼 전 태백산맥 필사를 과제로 내셨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던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17-04-17 18:2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큰 일까지는 아니고요.^^ 저한테도 좋은 힐링타임이었어요~

다락방 2017-04-17 0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어마어마하네요. 저는 진짜 필사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요!

bookholic 2017-04-17 18:2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다락방 님의 책들을 필사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요?^^

오거서 2017-04-17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어려운 일을 해내셨군요.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심히 창대하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솔직히 그리 어렵지는 않았어요. 필사하는 동안 즐거웠거든요.^^

박균호 2017-04-17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마디로 존경스럽습니다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동생 생일 선물로 <독서만담>을 선물로 주었는데, 재미있다고 난립니다.^^

건조기후 2017-04-17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3년을 넘게 꼬박꼬박! 정말 대단하세요.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필사원고 전시한다고 하던데 기증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존경스럽습니다 진심으로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필사하신 분들이 많아서, 태백산맥 문학관에 빈자리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Breeze 2017-04-17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시네요.
한 권을 필사하는데도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열 권이나 되는 책을 필사하시다니요.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17-04-17 18:2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하루하루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4-17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 대단하십니다..

bookholic 2017-04-17 18:2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2017-04-17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7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unsun09 2017-04-17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끈기에 감탄합니다.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17-04-17 23:5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끈기‘가 아니고 ‘x고집‘으로 부릅니다.^^

정자영 2017-04-22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드 엄지척~

bookholic 2017-04-22 21: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juneleaf 2017-04-22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십니다. 마음 깊이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17-04-22 21:53   좋아요 0 | URL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과객 2017-04-24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뉴스레터에서 보고 들렀습니다. 10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필사하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책 옆에 쌓인 원고지를 보니 얼마나 방대한 양인지 더욱 와 닿네요. 원고지 막장 사진이 멋집니다. 정말 뿌듯하실 것 같아요. 축하드려요~

bookholic 2017-04-24 22: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필사를 끝낸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무엇인가 허전합니다. 어떤 책을 필사할까 방황하고^^ 있어요.. <아리랑>을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김낙현 2017-04-24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단 하심
읽는것도 힘든 사람이
많은데 >>>>>>>
우리나라도 이제 독서를 바탕으로한 선진국 진입이
가까워 지고 있는 생각이 듭니다....
화이팅 -------

bookholic 2017-04-24 22:4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독서를 바탕으로 상식적인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현 2017-04-25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대박입니다.
태백산맥을 필사하셨다니..
어떤 마음으로 하셨을지.. 저도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네요. ^^

bookholic 2017-04-26 18: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꼭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가로등 2017-04-26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힐링이 쉬운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축하드립니다~! 보고 배워갑니다^^ 혹시 원고지는 어디서 구입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bookholic 2017-04-26 18:0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원고지는 일반쇼핑몰에서 200자 원고지로 검색하시면 되고요. 저는 60매짜리 10권 묶음을 주로 주문했습니다^^

2017-04-26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6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7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파누리 2017-06-16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고지ㅔ 하셨다니 새롭게 보이네요.. 작가를 꿈꾸시나요?

파파누리 2017-06-16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씨도 이쁘시고^^

bookholic 2017-06-19 00: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작가까지 꿈꾸는 것은 아니고요.. 그저 조정래 선생님의 팬으로써..^^
필사하는 시간이 저에게도 좋은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24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쉬 여기에 흔적이 있군요 3년동안....북홀릭님의 앞으로의 행보를 눈여겨 보겠습니다 ^^ㅎㅎ

bookholic 2018-12-24 17:24   좋아요 1 | URL
앗, 여기까지 찾아와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 저걸 다˝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ㅎㅎ 앞으로는 회사 열심히 다녀야죠...^^
 
우리 문장 쓰기 오늘의 사상신서 155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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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십여 년 전에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우리글 바로 쓰기(3)>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책들을 읽고 아빠의 글쓰기는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단다. 비록 아빠가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인터넷 게시판에도 글을 쓰고, 회사에서도 대부분의 일을 메일로 하기 때문에 글쓰기는 아빠의 생활에서 중요한 일 중에 하나였거든. 그때, 이오덕 선생님의 책들을 읽은 다음부터 이오덕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단다. 아빠가 잘못 쓰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었어. 이오덕 선생님의 책들을 일고 아빠가 마음에 새긴 것들은 이런 것들이란다.

첫째, ‘~’, ‘~()’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말들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라 대신 쓸 수 있는 우리나라 말이 있다고 했어. 이렇게 일본에서 들어온 말들이 많았는데, 아빠의 기억에 남은 것이 이 두 개 정도였어.) 둘째, 중국말 중에 우리말이 가능한 것이 있으면 우리말로 쓴다. 셋째, 말에 가깝게 글을 쓴다. (이오덕 선생님은 글이라는 것은 말을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과 비슷하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하셨어.) 넷째, ‘그녀라는 말은 쓰지 않고, ‘스스로에 를 붙이지 않는 등 우리가 무심결에 잘못 쓰는 말들을 쓰지 않는다. (‘그녀라는 말도 사실 영어 she를 번역해서 근대에 들어와 만들어낸 신조어라고 하는구나.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남자, 여자 구분 없이 3인칭 대명서는하나였다고 하는구나. 너희들과 함께 보는 <보리국어사전>를 찾아보니 그녀라는 말이 없더구나.)

글쓰기를 할 때마다 이 정도를 마음 속에 품고 글을 썼단다. 그리고 많은 시간들이 지나서 내용들이 많이 잊혀졌어. 다시 그 책들을 읽어도 좋지만, 아빠가 그 이후에도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만나면 바로 샀거든. 그렇게 사두고 읽지 않은 책 중에 하나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읽게 된 책이 <우리 문장 쓰기>란 책이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잖아. 하지만, 그 책들을 모두 초라하게 만들 수 있는 책이 바로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책들이 아닌가 싶구나. 아빠가 이번에 읽은 <우리 문장 쓰기>는 십여 전에 읽은 책들의 내용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또 종류에 따른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어.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92년이기 때문에 당시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글쓰기의 종류별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했단다. 오늘날 보통 사람들의 대부분 글쓰기를 차지하는 인터넷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대부분 일맥상통해서 지금 읽어도 아주 유용하단다. 이제 이오덕 선생님의 책들은 고전이 되어가는 것 같구나.

 

1.

어떤 글인가 쓰려고 마음 먹을 때 시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빈 종이만 한창 뚫어지게 쳐다 보는 경우가 있단다. 컴퓨터 앞이라면 빈 화면만 쳐다 보겠지. 왜 그럴까? 그것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글쓰기는 그냥 말하듯 쓰면 되는 거야. 아빠가 너희들에게 독서편지를 후딱 써버리는 이유도 잘 쓰려고 하지 않고 그냥 너희들에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쓰기 때문이란다. 그러다가도 좀 잘 써버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어. 이오덕 선생님이 이야기하시는 유식병이지. 남들이 잘 안 쓰는, 나만 알고 있는 한자어를 쓰면 유식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병. 유식병.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그런 신문이나 방송을 많이 보는 보통 사람들도 모두 유식병에 걸리게 되는 거지. 그것을 이오덕 선생님은 비판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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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사람들이 거의 모두 걸려 있는 정신병이 있는데, 그것이유식병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쉬운 말을 하면 무식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남들이 잘 안 하는 말, 어려운 말, 유식한 말을 하고 싶어한다. ‘말을 한다고 할 것도언어를 사용한다고 보통으로 글을 쓰고 말도 그렇게 한다. ‘우리 집은 산 밑에 있는데할 것을산 밑에 위치해 있는데한다. 누구를 만났다든지, 무슨 책을 읽었다든지, 무슨 소식을 들었다든지 하는 말은 모조리접한다고 한다. 그래야 공부를 한 사람, 유식한 사람으로 알아준다고 여긴다. 나는 아직 우리 나라 신문에서언어를 사용한다.’를 안 쓰고말을 한다고 써놓은 기사를 읽은 저기 없고, 무슨 건물이 어디에위치한다고 안하고있다고 쓴 신문 기사를 읽지 못했다. ‘사건이 발발했다고 안 쓰고일이 일어났다고 쓴 신문도 본 적이 없다. 거의 100년 전에 나왔던 <독립신문>에서 우리 말을 읽은 이후 쉬운 우리 말로 쓴 신문을 보지 못했다. 쉬운 말로 글을 쓰면 무식한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이라고 말할까봐 그렇게 쓰는 것이다. 유식한 척하려고, 학문이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임을 내보이려고 하는 것이다.(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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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식병은 언론이나 방송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에서도 보인다고 하는구나. 특히 소설의 첫머리 부분많은 소설들이 첫머리 부분이 부자연스럽게 시작한대. 왜냐하면 일부 소설가들이 근사한 말로 시작하고 싶어서, 평소 잘 안쓰는 말들로 쓰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래서 첫머리가 잘 안읽히는 소설들이 있대. 그러다가 한참 읽다 보면 술술 읽어진대. 왜냐면 첫머리처럼 말과 다른 멋을 내려고 하는 글들로 끝까지 쓸 수가 없기 때문이래. 결국은 평소의 말로 돌아온다는 것이지. 이렇게 유식병은 어른이 될수록 더 심각해 진단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쓴 글들은 말하는 것을 그대로 쓴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한자어도 별로 없고 말이야. 아빠가 너희들과 공책에 편지를 써서 주고 받잖아. 너희들이 쓴 글을 보면 이오덕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꼭 맞더구나. 너희들이 쓴 글을 보면 너희들이 목소리가 그냥 들리는 듯 해. 앞으로도 쭉 너희들이 글을 쓸 때 괜히 어려운 한자어를 갖다 쓰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말하는 것을 그대로 글로 썼으면 좋겠구나.

 

2.

소설가들은 소설 작품을 쓰고 나서 퇴고를 한다고 해. 퇴고. 아빠가 어렸을 때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 몰랐어. 사전을 찾아보고 자신이 쓴 글을 수정한다는 뜻인 걸 알았단다. 이오덕 선생님은퇴고라는 말도 중국어이니다듬기라는 말을 쓰는 것이 알맞다고 했어.

다듬기.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듬기가 꼭 필요하다고 하는구나. 아빠도 회사에서 업무 메일을 쓰고 나면, 꼭 다시 한번 훑어 보고 오타라는가 어색한 부분을 수정해서 보낸단다. 상사에게 보내는 보고 메일이나 중요도가 높은 메일은 경우는 더욱 집중해서 보고, 여러 번 읽어보고 수정에 신경을 쓰기도 해. 그렇게 수정한 다음에도 보낸 편지함에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어색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여 발신취소를 하는 경우도 많아. 이렇듯 자신의 글을 다듬는 것은 글쓰기의 중요한 요소란다. 아빠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지 꽤 오래되었단다. 아빠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독후감을 쓰는 거야. 그 독후감을 인터넷에 남겼는데, 그 글들을 보는 이들이 생겼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더구나.

그래서 그 다음에는 최소한의 다듬기는 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보면 그렇게 다듬기를 해도 틀린 글자나 어색한 부분이 많더구나. 예전에 다듬기를 하지 않고 그냥 쓴 글들은 얼굴 붉어질 정도로 잘못된 부분들이 많아. 아빠가 그동안 다듬기를 어떻게 해주었는지 이야기해주었는데 이오덕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다듬기는 이렇게 설명을 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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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면 곧 그 자리에서 읽어 보고 잘못된 곳을 바로잡는다. 한 차례 그렇게 해서 다듬어 놓고는 며칠 뒤에, 될 수 있으면 그 글을 어떻게 썼던가를 거의 잊어버렸을 때 다시 찾아내어서 다듬는 것이 좋다. 글을 쓸 때는 흔히 마음이 흥분해 있어서 바로 뒤에 읽으면 그 글을 올바른 눈으로 보기가 힘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글이든지 적어도 두 차례는 다듬어야 한다.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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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은 말을 그래도 적어야 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말 뿐만 아니라 생각도 글로 적는 경우가 많잖아. 어쩌면 생각을 글로 적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어. 그 생각은 누가 하지? 바로 내가 하잖아. 그러니까 글은 곧 글 쓰는 사람 자신이 되는 거야. 이오덕 선생님은 거짓으로 글 쓰는 것을 경계하셨단다. 온몸으로 경험한 것을 써야 진정한 글인데, 방안에 앉아서 머리로만 쓴 글들은 거짓 글이라고 했어.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우리가 하는 말들 중에서도 잘못된 말들이 많단다. 글쓰기를 잘 하려면 말하기도 잘 해야 하는 거야. 유식한 척한다고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는 한자어. 일본에서 들어온 말, 미국에서 들어온 말을 쓰는 것은 제대로 된 말하기가 아닌 것이야. 어떤 말을 쓰지 말아야 할까. 이 책에서는 많은 예를 들어 잘 된 글쓰기가 잘못된 글쓰기를 보여주었어. 그러면서 잘못된 글쓰기에서는 어떻게 고쳐야 한다고도 이야기 주었지. 그래서 아빠도 이 책에 나온 예를 읽어보면서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생각해 보면서 읽었단다. 그리고 이오덕 선생님이 이야기하신 것 중에 아빠가 생각한 것과 같은 게 나오면 시험 문제를 맞춘 기분도 들었단다. 이 책의 210쪽부터 213쪽까지 단어 중심으로 빽빽하게 고쳐 써야 할 것을 정리해 주었단다. 이 부분들을 자주 읽는다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더구나.

, 오늘 너희들에게 쓴 독서 편지. 아마 아빠가 신경을 써서 쓰긴 했지만, 여전히 쓰지 말아야 할 단어들, 표현들이 많을 거야. , 이제 그럼 다듬기를 해봐야겠구나.^^

 

 

어른들의 글쓰기도 자기의 삶을 정직하게 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우리 문학이 크게 잘못된 글쓰기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문학은 겨레의 삶과 말에서 멀리 떠나 있었다.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방안에 앉아 글만 쓰는 데서 오는 필연의 결과였다. 삶과 말에서 떨어져 나간 문학은 일부 사람들의 오락물 구실밖에 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 문장은 갈수록 사실과 사물을 떠난 병든 말의 희롱으로 떨어진 것이다. 우리 문학작품이 일본말과 일본말법을 퍼뜨려 우리 글 전체를 오염하고 우리 말을 병들게 한 사실도 바로 보아야 한다.(3 쪽)

이제 와서 새삼 또 친일작가를 들먹이느냐 할는지 모른다.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을 단죄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겨레가 살아 남으려면 역사 전체의 잘못된 흐름을 기어코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한 번도 겨레의 이름으로 반역의 무리들을 정죄하지 못했으니, 그 일을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민주와 통일을 이룰 때까지는 말과 글의 사기꾼들을 철저하게 가려내고 비판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겨레정신을 세울 수 없다.(426쪽)

중국글자말을 쓸 경우에 그 뜻을 잘못 알게 보는 보기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으니 그 첫째는 ‘글은 말보다 어렵게 써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쉽게, 더 친절하게 써야 한다’는 사실이고, 다음 또 하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중국글자말을 쓰지 말고 우리 말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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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 - 대한민국의 가시고기 아버지
장혜민 지음 / 미르북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17 3 11일 오전 11 21. 우리나라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단다. 시민들의 높은 의식이 만들어낸 유쾌한 정치 혁명의 마무리가 지어진 순간이야. 부당하고 부패한 권력을 시민들의 힘으로 끌어내린 순간. 그 순간 모든 국민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단다.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그 순간들을 지켜보았어. 그리고 그 결정된 순간,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단다. 그 순간 아빠는 문득 다시 한번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르더구나. 그래서 그에 관한 책을 한 권 읽기로 했어. 아빠는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책을 많이 보았고, 읽으려고 사둔 책들도 여러 권 있단다. 그 중에 이 책이 가깝게 눈에 띄어 집어 들었단다. 읽은 지 꽤 되었는데, 아빠가 게을러서 이제서야 책 이야기를 해주는구나.

 

1.

지은이는 장혜민이란 분으로 전문 작가더구나. 법정스님에 관한 책도 쓰시고,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글도 썼어. 이 책이 출간한 때를 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지 한 달도 채 안되었을 때더구나. 누가 보면 책 팔아보려고 썼나 싶을 수도 있는데, 이 책의 인세 전액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 추모사업에 사용된다고 써 있더구나. 이 책은 이미 오래 전에 절판이 되었는데, 많이 팔려서 노무현 대통령 추모 사업에 많이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이나 그가 쓴 책들, 그를 다룬 이야기를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내용들이란다. 지은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정치적인 이야기는 조금만 다루고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춰서 그의 삶을 정리한 책이야. 아무리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하지만, 또 그를 읽으니 그의 환한 미소가 생각이 나고, 그의 친근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생각나더구나. 책을 덮고 유투브에서 다시 노무현을 검색해서 그의 모습을 보았단다. 그의 영상을 보다 보면 울다 웃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단다. 한 시간이 훌쩍….

  

2.

이제 한 달 뒤면 대통령 선거가 있단다. 늘 추운 겨울에만 대통령 선거를 하다가 계절의 여왕 오월에 대통령 선거라니

그 오월

노무현 대통령님이 떠나가신 오월이란다. 그 오월에 대통령 선거라니운명인 것 같구나. 정권 교체가 반드시 되어 정의롭고 상식적인 우리나라를 되찾았으면 좋겠구나. 올해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날에는 오랜 만에 다들 큰 미소를 짓는 날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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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2017-04-09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 오월에 대통령 선거라니... 운명인 것 같구나‘ 라는 문장이 마음에 박히네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bookholic 2017-04-11 00:23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오월에는 운명 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

프레이야 2017-04-09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잊어서는 안 될 4월을 살고 있고 또 잊히지 않을 5월이 돌아오고 있네요.
그럼에도 봄날입니다.

bookholic 2017-04-11 00:23   좋아요 0 | URL
올 5월에는 행복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봄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2)

시민혁명은 그 내면에 영구혁명적 동력을 품어야 가능해진다. 그렇지 못하면, 정치적 정세에 규정당하는, 생명력이 짧은 운명에 처하고 만다. 그런 영구혁명적 의지와 함께 그 시야가 자연과 세계 그리고 인류 전체를 포괄하는 의식의 진화가 요구된다. 우리는 근대시민혁명의 역사를 거쳐 초근대적 시대를 향해 진입해야 하는 인류에 속해 있다. 근대적 과제의 해결 못지않게, 그걸 뛰어넘는 세계로 가는 길을 열 때 한국의 시민혁명은 문명사적 가치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이해만 관심의 중심에 놓이는 혁명은 언제든 본래의 이상을 배반할 수 있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애라는 프랑스혁명의 구호는 근대를 넘는다. 그것은 아직도 결코 낡지 않았다.

(38-39)

사람들에게 그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차별 없이) 돈을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메이슨은 그렇게 묻고 대답한다.

우리에게는 기술을 아주 빠르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의 연구에 제시된 대로 앞으로 선진국에서 자동화 때문에 모든 직업의 47%가 공급과잉이 된다면 신자유주의체제 아래서 벌어질 일은 프레카리아크(precarious(불안정한) proletariat(프롤레타이라계급)를 합성한 조어)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밖에 없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세금으로 지불하는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비시장경제 안에서 입지를 마련할 기회를 준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를 하거나,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위키피디아편집에 참여하거나,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배울 기회를 준다. 아니면 그냥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노동을 하다가 쉬어갈 시간을 준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더 늦게 진입하거나 일찍 빠져나올 수 있고, 스트레스가 높은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다.”

(50)

이제는 사회가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해법은 경제 석학들의 어려운 수식에 있지 않다는 점을. 노동자들의 공동체 노동조합, 답은 평범한 너와 나 안에 있다.

(76-77)

근현대사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박물관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하나 있다. 그것은 일본에는 근현대사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국립 박물관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일본이 적지 않은 국립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임을 고려하면, 이것은 기묘한 현상이다. 지바 현의 불편한 장소에 위치해 있는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은 선사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일본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근현대의 역사는 소홀히 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근현대사 박물관의 부재는 근대사를 어떻게 서술할 지에 대한 일본 내의 치열한 논쟁 때문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러한 박물관의 부재는 전후에 일본정부가 제국주의 시대와 특히 아시아-태평양전쟁(1931-1945) 시기에 관련해서 이웃 나라들은 물론 자국의 시민들과도 충분히 화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03)

영국의 민주주의가 이제 EU의 관료체제로부터 자유로워졌으니 생기를 되찾아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예를 들어, 우리가 (유럽) 공통농업정책이나 공통어업정책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훨씬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토지와 해양을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일도 확실히 가능하다. 녹색운동은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 서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녹색운동은 어째서 민중이 EU를 거부했는지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녹색운동의 메시지는 공허하게 들릴 가능성이 높다. – 폴 킹스노스(아일랜드 거주 작가)

(114)

아테네인들은 정치적 평등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에 민주주의와 정치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근원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민주주의체제 속의 시민에게는 나라를 운영할 특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필요성은 없었다. 그 대신에 그에게는 최소한의 불편을 치르고 정치에 참여할 풍부한 기회가 마련되어 있었다. 선거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테네인들은 정교한 추첨제를 활용하여 공직자들을 뽑았다.

고대의 민주주의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힘의 균형을 유지했다. 고대 민주주의에서는, 정책 결정력은 집단 속에 있었다. 실제로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국가에서만 민중이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슨이 주장하려 했듯이, 이것은 결코 혼돈스러운 경험이 아니라 시민적 책임의 구조화된 이행 행위를 뜻하는 것이었다.

(117)

연구자들은, 평균적인 시민들이 부유층과 정부로부터 같은 정책을 원할 때는, 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을 주목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의견이 불일치할 때는, 부유층이 거의 언제나 승리한다. 이 연구는 미국을 과두정치제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가 사실상 경제적 엘리트가 지배하는시스템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트럼프는 워싱턴의 정치기관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리고 공화당에 대해서도 아웃사이더인 자신의 위치를 트럼프는 유리하게 활용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승리를 거둔 가장 큰 까닭은 바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중의 신뢰를 잃은 데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힐러리를 찍기 위해서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설령 투표장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투표를 했겠는가? 클린턴은 월스트리트가 원한 후보였고, 미국의 금융 및 은행계의 엘리트들로부터 막대한 선거운동 자금을 기부받았다.

(118)

트럼프의 승리는 기성 정치권력층에 대해서 날로 깊어가는 불신과 갈수록 커가는 양당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환멸을 나타내는 명백한 신호였다. 데이터들은 많은 백인 노동자들과 중산층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음을 가리키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가 워싱턴의 주류 정치권에 대해서 진정한 아웃사이더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많은 인종적 소수파는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123)

트럼프의 제안은 오바마가 화석연료에 대하여 취했던 접근방식을 더 진전시키려는 것이다. , 무제한적으로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끊어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에너지 고갈과 경제적 붕괴로 가는 길을 가속화할 것이다. 트럼프는, 문명의 차()를 경제 절벽으로 몰고 가면서, 자신의 지지기반 이외의 모든 타자들-인종적 소수자들, 무슬림, 여성,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성소수자) 등등 을 비난함으로써 압도적으로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지지자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132)

현대인들은 만연된 고통속에서 살기에 타인의 고통에 눈길을 두는 것에 인색하다. 고통은 도처에 있기에, 다른 사람의 고통은 엄살이고 나의 고통이 진짜 고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만을 응시하고 있는 상태에서 타인의 고통은 손쉽게 이야깃거리로 전락한다. 곳곳에 산개해 있는 고통은 공감능력을 훼손하게 한다. 멈춰 서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깊이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움에 이르는 길이다. 수동적 멈춤이 아니라, 능동적 멈춤의 감각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낯설게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문학적 은유의 한 방식이다.

(137)

세월호 사건은 한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재난의 잠재적 피해자로서 스스로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간절함이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용기로 이어졌고, 구조적 모순이 기인한 사회적 재난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열망이 망각에 반대하는 절박한 저항운동으로 이어졌다. 희망의 언어는 낭만적 열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인식을 통한 실천을 통해 생성될 수 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용기와 망각에 대한 저항이 어우러지는 지점에서 뜨거운 삶의 열기가 생겨난다. 그 열기는 어둠을 이겨내고 내일 아침을 맞이하는 힘이기도 하다. 한국문학에 우리가 기대하는 것도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여주어야 할 온기에 대한 뜨거운 언어, 핍진한 이야기일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들로 인해 한국의 동시대인들은 살아가는 인가이 아니라 생각하며 살아 있는 인간이 되었다.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됨의 조건이다. 한국문학이 상상을 통한 생각의 확장을 향해 있고, 그 지평을 넓힘으로써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하는 길에 접어들 수 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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