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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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김유정 문학상 수상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대상 수상자가 황정은이라는 젊은 작가였어. 그 수상집을 통해 알게 된 황정은이라는 작가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책이란다.

책 제목만 보면 회사의 상사들이 참 좋아하겠다 싶었어. 계속해보겠습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말이잖아.

이 소설은 3명의 젊은이들, 즉 소라, 나나, 나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 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단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계속해보겠다고 하는데, 그래서 소설 제목을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아. 소라와 나나는 자매이고, 나기는 소라의 친구야. 그럼 그들의 이야기를 해줄게.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을 법한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들의 삶이 순탄대로가 아니고, 절망과 희망을 오가면서 살아가지만, 그들이 이야기를 계속해보겠다는 것처럼 희망을 계속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1.

소라와 나나는 자매란다. 그들의 아빠는 공장에서 사고로 죽은 이후로 엄마와 셋이 살았어. 그런데 엄마 애자는 남편이 죽고 난 이후 절망 속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했어. 어린 소라와 나나가 있었지만, 엄마 애자는 정신적으로 강하지 못했어. 집을 나가기 일쑤여서 소라와 나나는 둘이 끼니를 해결해야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어렸어.

그들에게 구원이 되어 준 것은 옆집 사는 순자씨였어. 순자씨가 도시락도 싸주고, 밥도 같이 먹고 보살펴주었어. 순자씨도 남편을 잃고 아들 나기와 단둘이 지내고 있었어. 어린 시절 소라와 나나는 나기의 집에 거의 지내다시피 했어.

그리고 어른이 된 소라와 나나. 엄마 애자는 요양원에 있고, 소라와 나나는 둘이 지내고 있어. 소라는 조그마한 건설회사의 경리로 일하고 있어. 어느날 소라는 이상한 꿈을 꾸었어. 태몽 같은자신은 아닌 게 확실하고며칠 그 꿈만 생각하다가 혹시 나나한테 물어보니, 나나는 그렇다고 했어. 자신이 임신을 했다고같이 병원에도 갔고, 새로운 생명의 심장소리를 들었지. 소라는 이후 나나의 몸조리를 도와주려고 했으나, 나나는 오히려 신경질을 부려서 뜻하지 않게 둘은 다투고 한동안 말도 안했어.

2.

첫번째 이야기를 이끌어갔던 이는 소라이고, 이번에는 나나란다. 책차례를 보면 소라, 나나, 나기, 그리고 다시 나나로 이어져. 나나는 어린 시절부터 나기 오빠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나기 오빠가 나나를 여자로 보지 않았지. 그리고 직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모세라는 남자와 연애를 하고, 어찌하다 보니 임신까지 하게 되었어.

그렇다고 결혼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 그러나 모세는 임신을 했으니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우리 사회의 관습으로 봤을 때 모세의 생각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지. 나나도 모세의 그런 생각에 딱히 거절하지 않았어. 나나는 모세의 집에 찾아가 모세의 부모를 만났어. 무거운 집안 분위기알 수 없는 괴리감. 분명 부모님과 아들이 함께 있는 가족이지만…. TV를 보면서 간간이 던지는 대화가 전부인 가족. 모세의 아버지는 여전히 요강을 사용하시고, 그 요강을 쓰지도 않는 모세의 어머니가 치우고, 그런 것을 보고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부부니까 당연히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세…. 그런 것을 본 나나는 이해를 못했어. 그래서 그런 모세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 모세는 난리가 났지.. 그게 말이 되냐고아이를 생각하라고하지만, 나나는 결심을 굳혔어. 애초에 임신을 했다고 해서 그걸 빌미로 결혼을 할 생각도 없었거든.

소라도 나나의 결심을 듣고 나서, 왜 아이는 낳으려고 했냐고 물어봤어. 나나는 태몽을 하도 많이 꾸어서 이 아이는 세상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야. 소라는 나나의 결정을 존중해주었어.

나기 집 연례행사가 있어. 남은 김장 김치를 가지고 만두를 만드는 일이야. 소라와 나나도 해마다 그 일을 도와주었어. 이번 해에도 다같이 모여서 만두를 만들었지. 나나가 잠시 슈퍼마켓을 다녀오는 사이에 모세가 나기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모세는 나나의 파혼 선언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찾아온 것이야. 나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분을 참지 못하고 나나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는데, 소라가 나와서 이를 막으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단다.

.

3.

나기는이라고는 포장마차를 하고 있었어. 아빠는 나기가 소라나 나나를 좋아하고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나기는 일반 사람들과 다른 사랑을 하고 있었단다. 중학교 때 알게 된 같은 학교 아이를 좋아했어. 그런데 그 아이가 이성이 아닌 동성이었어. 그래, 나기는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었어.

나기가 사랑하는 아이는 중학교 때 안 좋은 길로 빠져들어 불량 서클에 가입을 해서 패거리들이 나기를 때리기도 했지만, 나기는 여전히 그 아이를 사랑했어. 시간이 지났고, 그 아이로부터 연락은 끊겼지만, 여전히 그를 좋아하고 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

.

나나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나기는 나나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단다. 모세가 자신의 집에 와서 난리를 치고 난 후 며칠 뒤, 모세가 나기가 하는 포장마차에 찾아왔어. 답답한 심정을 이야기하려고 했지. 그러면서 모세는 오해를 하고 있더라구. 나기가 나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나기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나를 다신 건들지 말라고 경고했을 뿐이란다. 여전히 나기는 자신의 첫사랑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

4.

마지막으로 나나의 짧은 이야기로 끝을 맺었어. 미혼모가 되기로 결심한 나나. 뱃속 아기와 대화도 자주 나누고, 자신의 호칭을 엄마로 부르는 게 익숙해졌어. 어렵겠지만, 나나는 희망을 꿈꾸기로 했어. 밤새 잠을 자지 못해서 날이 밝아온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새벽의 여명만을 이야기한 것은 아닐 거야. 자신의 삶에도 밝은 날이 올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 거야.

그리고 책제목으로 끝을 맺었단다. 계속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소설은 끝이 났어. 소설 이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현실은 냉혹한데, 아무런 백도 없고 돈도 많지 않은 소라와 나나의 자매는 험난한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어린 아이까지 있는데 말이야. 이런 이들까지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어서 빨리 되어야 할 텐데앞으로 그런 나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자꾸나.

황정은의 장편소설은 처음이었는데, 괜찮았던 것 같구나.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9)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는 것 하나 기억하는 것은 없지만 끝없이, 끝없이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도 기억나는 것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그건 말이지, 라고 애자는 말했다.
너무 소중하게 너무 열심히 들어서 기억에 남지 않고 몸이 되어버린 거야.
몸?
들었다가보다는 먹은 거야. 기억에도 남지 않을 정도로 남김없이 먹고 마셔서, 일체가 되어버린 거야.

(57)
좋은 것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감탄하고 호들갑이지.
좋은 것들이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말 그대로 귀하기 때문이란다.
세상에 좋은 것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감탄하고 칭송하는 거란다.
별로 없어, 좋은 건.
그러니까 그런 걸 기대하며 살아서는 안되는 거야.
기대하고 기대할수록 실망이 늘어나고, 고통스러워질 뿐인 거야.

(122)
무섭지 않아? 하고 소라가 묻습니다. 아이를 낳고 부모로서 영향을 주고 그 아이가 뭔가로 자라가는 것을 남은 평생 지켜봐야 한다는 거…… 계속 걱정해야 하는 뭔가를 만들어버린다는 거…… 무섭지 않아? 하고 말입니다. 나나는 무섭지. 아직은 실감이고 뭐고 부족하지만, 무서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모르니까 감당하겠다고 마음먹었어. 각오하고 있어. 각오가 필요할 정도, 라고 생각하면 조금 비장해지지만 그래도 각오하고 있어. 실은 얼마큼 각오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도대체 뭘 각오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라서 자신감 같은 것과 더불어 호흡마저 희박해지는 느낌이지만 어쨌든 각오하고 있어 그래도 나름,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을 한마디도 하지 못합니다.

(160)
내가 이렇게 아플 수 있으면 남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거. 제대로 연결해서 생각해야 해. 그런데 이렇게 연결하는 것은 의외로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닌지도 몰라. 오히려 그런 것쯤 없는 셈으로 여기며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돼. 안 그러면 잊어먹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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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너는 학교 다닐 필요가 없다. 본디 학교의 목적은 미래가 없는 아이들이 보호령을 위해 일할 나이가 될 때까지 맡아서 놀리는 것뿐이지 않니. 너 정도 지위의 아이들은 가정교사를 두면 되는데, 왜 그런 기본적인 특권을 마다하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구나. 네 어미도 그걸 가지고 끝없이 잔소리를 해대는데. 어쨌든 간에 네가 안 온다고 신경 쓸 사람은 없다.”

(93)

괴물은 또 이 말들이 딱 들어맞아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설명해 주기를 바랐어. 그래서 입을 열었더니 시가 나왔어.

둥글고 노랗고, 노랗고 둥글다.” 괴물이 말했고, 그러자 해가 생겨나서 머리 위에 떴지.

파랗고 희고 검고 잿빛이고 동틀 때는 색이 터져 나온다.”

괴물이 말했어. 이렇게 해서 하늘이 생겼어.

삐걱거리는 나무, 부드러운 이끼, 속삭이고 살랑이는 녹색, 녹색, 녹색.” 괴물이 노래했어. 그게 숲이 되었지.

우리가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습지가 노래로 불러 만들어냈어. 그래서 습지는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는 습지를 사랑하지.

마녀가 습지에? 말이 되니.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144)

시인이 말하기를 조급함은 작은 존재의 것이다. 벼룩, 올챙이, 초파리 같은. 우리 루나는 초파리보다 훨씬 뛰어나잖아.”

(296)

누구나 단 한 가지만은 아닌 거야. 나는 글럭이야. 나는 네 친구야. 나는 루나의 가족이야. 나는 시인이야. 나는 창조자야. 나는 습지야. 하지만 너한테 나는 그냥 글럭이지. 너의 글럭. 그리고 나는 너를 아주 사랑하고.”

(323)

도서관도. 지식은 강력한 힘이지만, 지식을 가두고 감춘다면 끔찍한 힘이 되어 버려. 오늘, 지식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되는 거야.” 에신은 윈과 팔짱을 꼈고 두 사람은 탑을 돌아다니며 잠긴 문을 모두 열었다.

(382)

엄마에게 마법이 있었다. 루나는 느낄 수 있었다. 루나의 마법과는 다른 종류였다. 루나의 마법은 뼈와 조직과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 있었다. 엄마의 마법은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바구니 안에 남아 있는 온갖 잡동사니 같았다. 달그락거리는 부스러기와 조각들. 그래도 루나는 엄마의 마법을 느꼈다. 엄마의 갈망과 사랑도.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 그게 루나의 몸 안에서 솟구치는 힘을 더 대범하게 해 주었고 넘치는 마법의 길을 이끌어 주었다. 루나는 엄마의 손을 더 꼬옥 쥐었다.

(383-384)

. 지식이라는 게 머리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란다. 네 몸, 네 심장, 네 생각에서도 나오지. 가끔은 기억에 저 나름의 생각이 있을 때도 있어. 우리가 만든 공기방울이 꽃을 안전하게 지켜줬지. 생각나? 공기방울을 만들어. 공기방울 안에 또 방울을 만들고, 마법의 공기방울. 얼음의 공기방울. 유리와 철과 별빛의 공기방울. 습지의 공기방울. 중요한 건 재료가 아니라 의도란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하나씩 그려봐. 집 둘레에, 텃밭 둘레에, 나무 둘레에, 농장 둘레에. 마을 전체에 두르고, 자유도시의 마을들도 둘러. 공기방울과 공기방울과 공기방울들. 둘러싸. 지켜. 우리 셋이서 같이 네 마법을 쓸 거야. 눈을 감으면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 줄게.”

(395-396)

심장은 별빛과

시간으로 만들어진다.

바늘 같은 그리움은 어둠 속에 사라진다.

끊기지 않는 화음이 무한과 무한을 잇는다.

내 심장이 네 심장에 소원을 빌고 소원이 이루어진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는 동안 우주는 팽창한다.

그러는 동안 사랑의 신비가 드러나고

다시 또다시, 너의 신비 속에서.

나는 떠난다.

나는 돌아온다.

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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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주역이라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많은 학자들이 주역에 매달렸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현대에 와서는 서양의 유명한 학자들도 관심을 갖는다고 이야기 들었어. 보통 사람들에게는 주역이라고 하면 운세를 보는 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런 단순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능력만 있으면 한번 알고 싶은 책그것이 바로 주역이란다.

시중에는 참 많은 주역에 관한 책들이 있지만, 시간을 내서 오랫동안 공부할 생각이 아니라면 선뜻 읽기란 쉽지 않은 책들이야. 우연히 알라딘 북플이라는 독서 어플에서 알게 된 책이 바로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이라는 2권짜리 책이란다. 그 중에 첫 번째 책을 읽었어.

지은이는 김승호라는 분인데… 이 분은 50여 년 전에 처음 주역을 접하고 평생 주역을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었대. 당시 과학도였던 그는 과학으로 주역의 개념을 정리하려고 했다는구나. 그는 주역과 함께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그리고 주역을 공부한 지 50년이 흐르고, 쉽게 주역 공부에 입문할 수 있도록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하는구나. 공자는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지도록 주역을 읽었다는 하는데, 그러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만큼어려운 주역… 지은이는 어렵지 않다면서많은 사람들이 주역을 권하더구나.

이 책은 그야말로 주역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인 듯 했어. 이 책을 통해 주역에 관심을 갖게 되면 더 깊이 있는 책을 찾아나서면 될 것 같더구나. 아빠는아직 그런 준비와 시간과특히 능력이 안되어있단다. 그래서 맛만 느껴 보는 수준…

 

1.

주역이란 한마디로 만물의 뜻을 밝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그리고 그 뜻이 애매하면 안되고단순하고 분명해야 한다고 해. 어쩌면 이 세상의 만물을 단순하고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라서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주역을 이야기하다가 보면 8, 64괘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그것의 근본은 음양에서 시작한단다. 1698년 주역이 서양에 처음 전해진 이후, 라이프이치는 주역의 음양을 보고 2진법을 고안해 냈다고 하는구나.  2진법은 나중에 컴퓨터의 기초가 되었고 말이야.

음양… 그럼 음양이란 무엇인가. 음양이란 것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시간도 없고공간도 없어 극도의 대칭성을 유지하는 상태, 그것을 태극이라고 한단다. 우리나라의 국기의 이름 태극기에는 그런 뜻이 있는 거야. 그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세상은 생겨난 것이지.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우주의 발생도 비슷한 것이야. 무의 상태에서 빅뱅이라는 대폭발 이후 우주가 발생했잖아. 아무 이유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했는데이런 것을 주역에서는 ‘양’이라고 한단다. 그러나 세상은 평등해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그런 양을 없애거나 도와주려는 다른 형태가 생겨나는데 그것을 ‘음’이라고 하는 거야. 양과 음은 끊임없이 조화를 이루려고 하면서 세상은 변하게 되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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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자발적이라는 것은 제멋대로아무 이유 없이우연히그냥자유롭게 생겼다는 뜻이다이것을 주역에서는 양이라고 하는데모든 것은 양 이후에 존재하는 것이다양은 다른 말로 천()이라고 하는데천은 역시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법칙은 천 이후에 생겨났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아닐 때는 평등했는데양이 생기고 불평등해지고 말았고그것을 다시 평등하게 만들려고 음이 생겼기 때문이다음은 양을 없애거나 또는 도와줌으로써 평등하게 하는 작용이다양이란 이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가려는 성질을 말한다즉 대칭성 파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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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평등하고 안정한 상태는 우주가 만들어지기 전의 상태인데, 이런 천지 이전과 합일하려는 행위를 ‘道를 닦는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주역에서는 이런 인위적인 행위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만들어진 세계의 섭리를 말하는 것이래.

주역이 뭐라고? 세상 온갖 만물의 뜻을 이해하려는 것.. 알겠지?

 

2.

앞서 태극에서 음과 양이 만들어졌다고 했잖아. 그리고 음양으로부터 4상이 만들어지고, 4상으로부터 8괘가 만들어지는 거야. 그걸 쉽게 그리면 아래와 같단다.


한의학과 명리에서는 오행이라는 말을 쓰는데, 사상까지는 똑같고사상에 원점이라고 하는 土를 포함한 것이래. 사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나머지들을 통틀어 土라고 하는 거지. 그런데 오행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하여 주역에서는 8괘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4상에서 양과 음이 하나씩 추가된 모양이야.  8괘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은 좀 이따가 이야기해줄게.

..

음양에 대해서 좀만 더 이야기 보자꾸나. 아무래도 음양이 기본이 되니까 말이야.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의 태극에서 음과 양이 만들어졌다고 했잖아. 과학에서 보면 아무것도 없던 원시에서 우주가 처음 생겨나면서,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이 생겨났어. 마치 음과 양이 생겨난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이 두 가지가 관련이 있는데시간은 양으로 공간은 음이 된단다. 시간과 공간을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듯이 음과 양도 떼어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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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주역에서 시간은 양으로 분류된다양이란 저 먼 곳에서 만들어진 것으로저 먼 곳이 바로 양이기도 하다이에 관한 것은 뒤에서 상세히 살펴볼 것이다지금은 시간이 먼 곳에서 발생하여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에만 주목하면 된다이곳은 음이다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공간이 음이다양이란 음이 있으면 그것을 파헤치는 성질이 있다그래서 시간은 현재를 향해서 오고 있는 것이다공간은 시간의 힘을 얻어서 미래를 향해 작용을 시작한다우주에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현상도 없어진다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이 있으면 공간이 있고 공간이 있으면 시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그래서 시공(時空)이란 단어가 생겨났다이는 시간과 공간이 한 덩어리라는 뜻이다둘을 절대로 떼어낼 수 없다.

====================================

 

 

3.

그럼 팔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꾸나. 8괘는 아래와 같이 여덟 가지 모양을 하고 있어.

☱괘는 연못 같은 것으로 담고 있는 것을 의미한대. 그릇조국도 이 괘에 해당해. 연못을 생각하면 고요함이 떠오르기 때문에침착한 성품도 이 괘에 해당하고, 동물에서는 호랑이고양이의 침착한 성질도 이 괘에 속해. 그리고 자식의 마음을 다 담아주는 어머니도 이 괘라고 하는구나.

☴괘는 바람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것들의 의미해.. 참새와 같은 작은 새들비행기도 날아다니기 때문에 이 괘에 해당하고, 소식이나 새로움유행도 이 괘와 관련이 있다고 해.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지도자 타입의 사람도 이 괘에 어울린다고 볼 수 있어. 살랑살랑 바람의 부드러움이 연상되는 여인의 부드러운 손길도 이 괘라고 하는구나.

☶는 산처럼 무엇인가 막는 것을 의미한대. 우산방패직장.. 그리고 아버지…. 굳건한 것을 생각하면 되고, 삼국지의 관우 같은 사람도 이 괘에 해당하는 사람이야.

☳는 자동차탱크처럼 덩어리가 육중한 것이 움직이는 것을 이야기해. ☴도 움직이는 모양이긴 한데 그 움직임이 달라. ☴는 가볍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움직임이지만, ☳는 독수리나 군인의 움직임을 생각하면 돼. 법관이나 법령도 이 괘에 속하고 위엄 있는 모습도 이 괘라고 생각하면 돼. 지금까지 4가지를 이야기해주었는데, 아빠가 이해한 것보다지은이가 잘 정리해준 것이 더 좋을 듯 싶어서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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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4가지를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와 ☶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지만 강약이 다르다☴과 ☱은 움직이는 것과 아닌 것이 있다잡다한 사물에 직접 뛰어들어서는 보이지 않는다한발 물러나서 사물끼리 비교하면서 접근해야 한다이미 비교할 매뉴얼은 충분히 갖추어진 셈이다.

한 번 더 적용을 해보자사업의 시작은 무엇인가그것은 ☳이다목표를 가지고 움직여가기 때문이다태어남이란 무엇인가☳이다삶의 강력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죽음은 ☶이다모든 것이 정리되기 때문이다인생에서 ☴은 무엇인가이리저리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다☱은 결실을 얻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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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 어딘가에 담겨 있는 것들… 가만히 놔두면 흩어지는 것들.. 어린아이군중국민가루감정어둠혼돈무질서 등... 대충 어떤 이미지인지 알겠지? 이것과 반대로 ☲는 질서를 의미하고 불과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돼. 어른의 마음희망 등을 의미한단다.

이렇게 8괘 중에 6개의 괘를 살펴보았는데, 이 여섯 개의 괘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만물과 매칭을 시킬 수 있다고 했어. 그럼 나머지 2개는 뭐냐면…. 바로 하늘과 땅이란다. ☰는 하늘 자체와 하늘과 비슷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은 땅 자체과 땅과 비슷한 것들이 이야기한대..

이렇게 간단하게 8괘를 이야기했는데, 8괘들이 모여서 또다시 64개의 괘상을 만들게 되는데, 주역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64개의 이름과 뜻은 알아야 한다고 하는구나. 물론 그것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있대.. 각 괘상들은 반대 성향을 나타내는 괘상들이 있어서.. 하나를 알면 반대 성향의 괘상은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야. 대충 이 정도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할게.

아빠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깨달음의 실천편>이라는 책도 읽었어. 이 책과 내용은 유사하고, 64괘 중 중요한 몇 괘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는데, 그것은 그 책에 대한 독서편지에서 다시 이야기해줄게. 그럼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이마.

 


(25)

범주란 결국 만물을 다루는 이론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가 세상 모든 것을 설명(규명)할 수 있는 이론을 알 수 있다면, 이로써 최상의 지혜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우리가 찾고자 하는 목표다. 이미 우리의 선현들은 많은 연구를 거듭하여 그 윤곽을 밝혀놓았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이론들을 점검해볼 때가 온 것이다.

(28)

오행을 인체에 적용해보자. 모든 동물은 같은 종류의 장기를 가지고 있는데 심장, 폐, 신장, 비장, 간장이 그것이다. 이것은 사람이나 호랑이나 염소, 황소, 돼지, 늑대, 고양이 등 모든 동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아마 저 먼 우주의 동물이라 해도, 지구의 동물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오행 범주에 해당하는 장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심장은 화, 폐는 금, 신장은 수, 비장은 토, 간장은 목이다. 이는 동물이 만들어질 때 처음부터 오행을 사용해서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개미나 파리도 심장이 있고 악어나 황소도 심장이 있다. 이는 만물이 오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아닌가?

(49)

주역은 오늘날에 와서는 중국의 고대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자연계를 연구하는 최고의 지침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주역을 모르면 세상을 모른다. 부베 신부의 첫 깨달음이 바로 이것이었다. 융이나 아인슈타인, 보어 등도 주역을 알고자 했던 이유가 바로 ‘세상의 지혜’를 찾고자 함이었던 것이다.

(130)
이 대목은 주역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이것을 모르면 주역의 세계로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 다시 살펴보자.
☰ à 하늘 같은 어떤 것
☷ à 땅 같은 어떤 것
☲ à 불 같은 어떤 것
☵ à 물 같은 어떤 것
☴ à 바람 같은 어떤 것
☳ à 우레 같은 어떤 것
☱ à 연못 같은 어떤 것
☶ à 산 같은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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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홍타이지의 불만은 이어졌다. 홍타이지가 특히 맹렬히 비난한 것은 공유덕, 경중명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그들이 귀순해 올 때 조선이 명을 도와 그들을 요격하려고 시도했던 것은 전쟁의 단초를 여는 행위였다고 규정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조선 신료들을 비난하고 조롱한 점이다. 그는 인조의 신료들을 가리켜 책은 읽었지만 백성과 나라를 위해 경륜을 발휘할 줄은 모르면서 한갓 허언(虛言)만 일삼는 소인배들이라고 매도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그들 서생(書生)들이 10년간 이어져온 화의를 폐기하고 전쟁의 단서를 열었다고 비난했다.

(60)

정온은 청과 결전을 벌이자고 강조하면서 인조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진정으로 오랑캐와 싸워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반정공신들이 거느리고 있던 정예병들을 원수에게 배속시키라고 요구했다. 정온은 온 나라의 정예병과 무사가 전부 반정공신들 휘하에 배속되어, 평소에는 그들의 농장을 관리하다가 유사시에는 호위를 핑계로 전장으로 가는 것을 피하고 편안함을 취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정묘호란 당시에도 멀쩡한 정예병들이 적과의 싸움은 기피한 채 강화도에 머물면서 내란이 있을까 걱정스럽다는 말만 되뇌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헌부 관원들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정예병이란 정예병은 모두 반정공신 휘하 군관들에게 소속되어 사병처럼 부려지고 있는 현실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179)

대국 명조차 자신에게 벌벌 떨고, 막강한 차하르 몽골까지도 항복했는데 소국 조선은 끝까지 자신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것은 홍타이지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조선의 뻣뻣한 태도는 공유덕을 비롯한 한족 출신 귀순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명의 번국인 조선도 끝까지 고개 숙이기를 거부하여 명에 대한 의리를 배반하지 않았는데, 명의 신료들이 먼저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비아냥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럴 경우, 한족 출신 귀순자들이 동요할 가능성이 있었다. ‘남조에 본보기를 보이려 한다는 대목에서도 그러나듯이 홍타이지는 인조를 불러내 자신 앞에 무릎을 꿇려야 할 절박함을 갖고 있었다.

(181)

인조는 반정이라는 비정상적인 정변을 통해 추대된 임금이었다. 인조를 옹립했던 시하들은 분명 광해군보다는 훨씬 나은 임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인조가 산성에서 나가 홍타이지에게 무릎을 꿇을 경우, 그를 추대한 신하들은 인조의 처참한 몰골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쫓겨난 광해군에게 문제가 많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는 그래도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명분을 목숨보다 중하게 여기는 신하들이 나를 과연 임금으로 계속 떠받들어 줄 것인가?’ 인조로서는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시나리오였다. 인조가 홍타이지에게 출성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던 데에는 이 같은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281)

인조는 반정을 통해 추대된 임금이라 훈신들의 입김에 밀려 왕권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애초부터 안고 있었다. 실제로 1629 7, 인조는 조정 신하들에게 압제를 받고 있다며 자조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병자호란 이후 확 달라졌다. 왕좌를 유지하기 위해 친청파로 변신했다. 하지만 변신이후에도 청이 입조론과 왕위교체론을 흘리며 압박해오자 권력을 지키기 위해 폭주 기관차처럼 내달렸다. 소현세자의 급사, 왕세자의 교체, 원손 지위의 박탈, 강빈의 사사 등이 그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인조와 소현세자를 이간시켜 충성 경쟁을 부추겼던 청의 획책이 빚어낸 비극이었다. 나아가 병자호란이, 역설적이지만, 인조가 추대된 임금이라는 정치적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364)

1633년 명의 반장 공유덕과 경중명 등이 전함과 수군을 이끌고 후금으로 귀순했던 이후 인조 정권이 보였던 태도 또한 유사했다. 당시 명과 조선이 공유덕 등의 귀순을 저지하지 못함으로써 후금은 분명 수군과 전함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인조 정권은 이 사실이 갖는 중대한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후금이 수군과 전함을 운용할 수 있게 된 이상, 유사시 조선이 피난처로 생각하고 있던 강화도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이후 조정에서 어떤 대책이 제시되었다는 기록은 없다. 인조와 신료들은 여전히 강화도로 들어갈 궁리만 했고,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 방어를 책임졌던 김경징은 청군이 날아서 건너오기 전에는 절대로 안전하다며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전쟁 이전 청이 너희는 보나마나 유사시에 강화도로 들어가려 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렸음에도 말이다. 급기야 1637 1 22, 청군은 전함을 동원하여 상륙작전을 감행하여 강화도를 함락시켰고, 강화도가 무너지면서 남한산성도 무너지고 말았다.

인정 정권은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략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하거나 아예 사실 자체를 망각했다가 커다란 비극을 불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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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무엇보다 반정을 통해 정권이 바뀐 이후의 불안정한 민심을 채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괄의 난을 겪은 것이 자충수였다. 실제로 대동청, 재성청 등에 보관된 문서는 이괄의 난을 계기로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거기에 정권이 바뀌고, 새로 등장한 정권이 또 다시 바뀔 뻔하는 격변을 겪으면서 민심이 크게 동요했고, 그 와중에 권력을 지키는 것이 다급해진 인조 정권은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거기에 명나라 사신들의 어마어마한 은 징색, 가도 모문룡 진영의 항상적인 양곡 수탈까지 더해지면서 토적을 위한 군사력 증강계획은 근본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157)

요컨대 정묘호란은, 홍타이지의 권력 강화 필요성 등 후금의 내부사정과 조선, , 후금 사이의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조선에서는 정묘로한을 강홍립이 후금을 사주하여 일으킨 전쟁으로 단순하게 규정하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송시열이 <삼학사전>에서 정묘호란을 강홍립이 오랑캐를 인도하여 국경을 침범한 사건이라고 했던 것을 비롯하여 서인계(西人系) 인물들은 대부분 강홍립이 오랑캐를 부추겨 도발한 전쟁으로 정의했다. 정묘호란을 아예 강노의 침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강노란 물론 강홍립을 가리킨다.

(208)

이렇게 표방과 실천이 서로 괴리하는 모습을 보였던 인조의 행태에 대해 1630 3, 가평군수 유백증은 직격탄을 날린다.

, 오늘날 할 말이 많은데 나라의 흥망은 전적으로 군덕(君德)의 득실에 달려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지나치게 자신하여 남을 따르게 점이 부족하고, 의심이 많으면서 이기기를 좋아하는 단점이 있으며, 인자함은 충분하나 위엄과 과단성이 부족하고, 근심하고 애쓰는 것은 간절하나 실덕(實德)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안으로는 주석(柱石)처럼 의지할 만한 신하가 없고, 밖으로는 외적을 막는데 간성(干城)처럼 맡길 만한 인물이 없습니다. 인심이 원망하고 등을 돌려 역변이 잇따라 일어나고 공안(貢案)이 고쳐지지 않아 부역이 불균등하기만 합니다. 호령을 내리는 것도 조변석개(朝變夕改)라 은혜와 믿음은 백성에게 미치지 못하고, 이익만 따르고 공도(公道)가 무너져 벼슬길이 혼탁해져 뇌물 꾸러미가 조정에 횡행하고 있습니다. 나라가 위급한 것이 마치 끊어지려는 실끔과 같은데, 신은 광해(光海)가 아직 죽기 전에 종사가 먼저 망해 천고의 웃음거리가 될까 두렵기만 합니다.”

(259)

정묘호란 이후 조건은 이렇게 모병과 후금군 사이에서 난감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었다. 모문룡은 조선이 오랑캐후금과 화약을 맺은 것을 힐난했고, 후금은 그들대로 조선이 맹약을 어리고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조선 조정은 양자 사이에 끼여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모문룡에게 후금과 화약을 맺은 것은 부득이한 기미책(羈縻策)임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서 후금 사신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모병들은 이후에도 계속 사단을 일으켰고, 후금군도 그에 맞서 병력을 풀어 요격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모병들은 후금군에게 피해를 입을 경우 조선 관민들에게 분풀이를 했다. 요컨대 정묘호란 이후 조선은 샌드위치가 되었고 청천강 이북 지역은 화약고가 되었다.

(370)

1634 11, 강학년은 인조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인조가 자신을 장령으로 임명하자 서울로 올라오는 대신 상소를 올렸다. 그는 상소에서 인조의 실정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광해군의 아들을 죽인 것, 숙부 인성군을 죽인 것, 생부 정원군을 부묘하려는 것 등을 통렬하게 비난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중국의 고사를 인용하여 인조반정 이후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다음의 내용이다.

“<서경>정치는 어지러워지기 전에 제어하고 나라는 위태로워지기 전에 보전하라고 했는데 전하의 국사는 이미 위태롭고 어지러운 지경에 들어섰습니다. 여러 차례 대란을 겪었음에도 조금도 허물을 반성하지 않고 고식책만을 써서 패망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니…… 옛날 난정 때문에 나라를 전복시킨 자들과 똑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인데, 신은 그 종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당초 전하께서 반정한 거사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한 세상의 드문 조처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백이(伯夷)가 있었다면 반드시 포악한 자가 포악한 자를 갈아치웠다고 비난했을 것이고, 엄연년이 있었다면 반드시 곽광(霍光)을 탄핵하는 조처가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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