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음, 홍상현 옮김 / 나름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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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너희들이 무슨 책이냐고 물어봤잖아. 앞표지의 그림이 귀여워서 그 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했지. 그러면서 마르크스가 누구냐고 물어봤잖아. .. 마르크스사상가? 사상가가 어떤 사람이냐면 어떤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는 사람? 너희들에게 사상가를 설명하려고 하니 쉽지는 않구나.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빠도 사실 마르크스라는 사람을 잘 몰라. 엥겔스와 함께 <공산당 선언>을 쓴 사람… <자본론>이라는 도전하기 어렵고 두껍지만, 무척 유명한 책을 쓴 사람그러나 아빠도 앎에 대한 욕구로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이 정도야. 그래서 마르크스에 관한 책도 몇 권 사두었어. 읽지는 않았지만그 중에 표지와 제목만 봐서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이라는 책이었단다.

지은이는 이시카와 야스히로라는 일본 사람으로 대학 교수야. 책을 시작하기 전에 장문의한국 독자들에게라는 글을 실은 점이 독특했어. 그 글에서 일본 공산당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일제시대에 창립한 일본 공산당이 처음에는 한반도 침략에 반대하며 천황제를 반대하다가 탄압을 당하기도 했다고 하는구나. 마르크스의 사상을 제대로 받아들였다고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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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러나 창립 직후 일본공산당은침략 전쟁에서 손을 떼라’, ‘식민지를 해방시켜라’, ‘한반도를 조선 민중의 손에’, ‘천황제 타도’, ‘민중에게 주권을등의 주장을 내걸었기 때문에 천황을 정점으로 한 지배층은 당연히 이를 적대시했습니다. 1925년에는 공산당을 겨냥한 치안유지법이라는 탄압법이 만들어졌고, 마르크스의 저작도 사실상 금서로 취급됐죠. 그 결과 마르크스 연구나 마르크스적 시각으로 일본 사회를 분석하는 연구는 지하로 숨어든 공산당원이나 공산당에 공감하는 연구자들이 비밀리에 진행하는 작업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일본에서의 마르크스 수용의 초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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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이후 공산주의주의자들의 그의 사상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그의 뜻에 따랐다면 공산당은 다른 역사를 가질 수도 있었으나, 레닌이 죽고 난 이후 정권을 잡은 스탈린의 심각한 공산주의 왜곡으로 결국 소멸의 길을 걸었다는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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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또한 스탈린의 교활함이 특히 드러난 것은 이 체제를 마르크스와 레닌의 이름으로 정당화시켜 세계의 공산주의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는 점입니다. (1) 사회주의는 폭력 혁명에 의해서만 태어나며, (2)소련이야말로 사회주의의 모범이고, (3)소련이 발전하면 자본주의는 자동적으로 붕괴한다는, 스탈린이 만든이론은 소련 이외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독자적인 개혁 운동을 부인하고 오직 소련에 대한 복종과 충성만을 요구하는 체계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를 스탈린은마르크스 레닌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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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탈린은 동유럽을 위성국으로 만들기 위해 미국의 시선을 동아시아로 돌리고 싶었어. 그래서 한국전쟁에 열을 올렸다고 하는구나. 그것이 성공하기도 한 것이 우리나라에는 불운이었구나. 스탈린이 다 망쳐버렸어.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되고 나서, 항간에서는 마르크스가 실패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실패한 것은 마르크스주의가 아니고, 마르크스주의를 왜곡한 스탈린주의가 실패를 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1.

아무리 마르크스 입문서라고 하지만 책의 분량이 너무 적구나. 그리고 앞에 나왔던 내용이 일부 내용을 추가해서 나중에 또 나오더구나. 기대했던 것보다는 실망을 했단다.

마르크스. 1818년 독일에서 태어난 마르크스. 1818년이면 프랑스 혁명(1789) 이후 유럽 사회 전체가 동요하던 시기였대. 프랑스 혁명 이후 1799년 나폴레옹 독재를 통해 민법으로 프랑스 혁명 이념이 지켜지고 있었는데, 나폴레옹이 전쟁에 지면서 1815년에는 다시 왕정으로 복귀를 했대. 간단히 이야기하기 격정의 시기였다는 거지.

17살의 마르크스는 이미 생각이 남달랐어. 모든 사람과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는구나. 22살에 이미 철학박사 학위를 땄고 24살에는 라인신문 편집장을 했는데, 이때 사회의주와 공산주의를 접하게 되었대. 이듬해에 신문이 금지조치를 당하자 파리로 갔다는구나. 그곳에서 인간 해방을 주장하는 논문을 썼고, 그로 인해 다시 프랑스에서 쫓겨나 벨기에로 갔고, 그곳에서 엥겔스를 만나게 되었대.

1846년 엥겔스와 공산주의통신위원회를 설립했고, 또 뜻이 맞는 이들과 공산주의 동맹을 결성하게 되는데, 이 공산주의 동맹의 기본방침을 적은 것이 바로 그 유명한 <공산당 선언>이었단다. 지금까지 그가 해 온 일들을 보면 나이가 꽤 들었을 것 같은데, 공산당 선언을 썼을 당시 마르크스는 29살 때였어. 대단하구나. 이후 그는 수많은 논문과 책을 썼단다.

 

 

2.

마르크스는 역사는 동기가 있어야 변한다고 생각했고, 그 동기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라고 생각했어. 자본주의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출현한 경제체제인 것이고, 마르크스가 생각하는 자본주의는경제를 크게 발전시키지만, 많은 사람들을 힘겨운 삶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했어. 이를 극복하여 자본주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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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경제를 크게 발전시키지만, 많은 사람들을 힘겨운 삶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사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좋은 점을 계승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문제를 초래하는 면은 극복해 가야 한다고 인류의 미래를 전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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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본주의도 사회 발전의 한 단계일 뿐이며, 다음 단계가 오면 또 그 자리를 내어 줄 것이라고 했어. 그런 그 다음 단계를 만들어는 주체는 누구이냐? 그 주체는 바로 노동자 계급이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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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이런 학설을 통해 마르크스가 도달한 견해는자본주의도 사회 발전의 한 단계이며, 다음 단계의 사회에 자리를 내어 줄 것이다. 그러한 이행을 담당하는 것은 자본주의 내부에서 성장한 노동 계급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에도 시대로 대표되는 봉건제 사회에 시작과 끝이 있었듯이 자본주의 사회도 마찬가지일 거란 이야기죠. 인산 사회가 자본주의로 끝나지 않고 더 진화하고 성숙된 사회로 변해 갈 것이라는. 다만 이를 위해서는 개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열의와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노력을 중심으로 담당할 사람들이 노동자 계급이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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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가 노동자 계급에 의해 자본주의 그 다음단계가 올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자본주의는 여전히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단다. 그것도 신자유주의라는 탈을 쓰고 다 거세지고 있어. 공산주의 국가들도 개방을 한다고 하면 그것은 경제적으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로 여기게 돼. 여전히 노동자들은 그 옛날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단다. 왜 자본주의 이후 단계는 나타나고 있지 않는 걸까? 영국의 BBC 방송국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자본주의에 치명적 결함이 있어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한 응답이 무려 23%나 된대. 특히 프랑스에서는 43%나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 설문을 아빠가 받았다고 하면 아빠도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답변을 했을 거야.

자본주의를 아빠가 제대로 모르지만, 자본주의가 들어선 이후 사람들은 경쟁에 지쳐 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것처럼 보이고, 자본주의의 성장 위주로 인해 지구의 환경은 뒷전이라서, 지구 온난화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거든이 모든 재앙의 원인이 자본주의라고 아빠는 생각해.. 그러므로 다른 경제 시스템이 필요한데, 여전히 자본주의의 유령이 전세계를 차지하고 있구나. 아직 더 혼나봐야 변화를 이야기하려나. , 지구의 앞날이 걱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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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42)

BBC 설문 조사에서는 또한 자본주의가치명적 결함이 있으므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한 응답이 23퍼센트나 되었는데, 프랑스의 경우 특히 43퍼센트의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1936년 노동자가 재계와마티농 협정을 맺고 노동 조건 개선을 인정받은 이후 70년이 넘은 세월 동안 규제와 개혁이 끊임없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금융 위기가 세계 경제 위기 같은 해악을 피할 수 없었던 거죠. 이렇듯 긴 역사적 경험 위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프랑스의 수치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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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마르크스 입문서라고 하는 책을 읽었으니, 그 다음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PS:

책의 첫 문장 : 안녕하세요. 고베여학원대학의 이시카와 야스히로입니다.

책의 끝 문장 : 여러분,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34)

마르크스는 혁명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르크스의 재미’는, ‘지금의 사회가 어떤 상황인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나아가서는 ‘그런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중요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마르크스의 재미’를 이끌어 내는 큰 축입니다.

(41)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청년 마르크스의 인생에 누군가가 지시를 받고 행한 일이 단 한 가지고 없었다는 것입니다. 연구도, 정치 활동도 모두 스스로 결정했거든요. 이런 마르크스의 삶의 방식을 참고해서 여러분도 ‘여러분 자신의 인생’을 힘차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50)

마르크스 경제학은 실제 존재하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밝혀 줍니다.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할까 하는 ‘하우투(How to)’ 경제학이 아닐뿐더러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이상적 경제상을 현실에 무리하게 적용시키려는 관념론적 경제학도 아니거든요. 위에서 살펴본 유물론적 관점의 경제학입니다.

(115)

또한 마르크스는 단지 어떻게 되리라고 믿는 것만으론 세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으며, 실제로 물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중력’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라 했습니다. 관념론에서는 중력의 관념을 없애면 누구도 물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어떤 생각을 하든 간에 중력을 이겨 낼 방법을 익히지 않는다면 인간을 결국 물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본 거죠. 이것이 유물론의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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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12 0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일단 빌리긴
했는데 채 읽지 못하고 반납한 기억이
납니다.

분량도 적고 하니, 가을에는 다시 빌려다
봐야지 싶네요.

마르크스 역사발전 이론에 따르면 자본주의
가 맹위를 떨치면 나면 공산주의로 이행해
갈 거라고 했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런 징후
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신자유주의가 이런 식으로 나가다
가는 지구를 다 들어 먹을 거라는 어떤 예언
자의 말이 떠오르네요.

bookholic 2018-09-13 08:41   좋아요 0 | URL
지구의 불길한 변화를 보고 있노라면, 다음 세대에 현세대들이 큰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아요.ㅠㅠ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이미 늦었을까요?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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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를 읽었단다. 3권까지 책 제목을 보면 그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단다. 그래서 4권의 제목을 보고, 정말 아이를 잃어버리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어. 레누의 아이일까? 릴라의 아이일까? 어떤 아이든지 아이를 잃는 슬픔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큰 슬픔일 거야. 그래서 읽기도 전에 슬픔이 밀려왔고, 읽으면서도 제목과 빗나가는 이야기이기를 바랬지만….

 

 

1.

3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레누는 가정을 버리고 사랑을 쫓아 니노와 함께 니노의 학술대회를 따라갔잖아. 그 이야기부터 시작한단다. 레누는 불안한 행복을 누리고 있었단다. 학술대회가 끝이 나면 집에서 가서 피에트로와 결판을 지어야 했어. 그것이 불편한 자리라서 최대한 집에 늦게 가려고 했어. 학술대회가 끝나고, 프랑스로 향했단다. 자신의 두번째 책이 이탈리아보다 먼저 번역본으로 프랑스에서 출간이 됐거든. 니노를 선택한 것이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두 딸들이 눈에 밟혔어.

여행을 마치고 피렌체에 돌아와서 피에트르와 이혼 합의를 하려고 했으나, 피에트로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심하게 다퉜어. 레누는 피에트로가 이성적으로, 깔끔하게 이혼 합의를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레누 자신만의 착각이었던 거야. 그들의 소식은 시댁과 친정에 모두 알려졌고, 대부분 레누를 질책을 했단다. 특히 친정 엄마는 레누에게 호되게 질책을 했고, 강하게 반대를 했단다. 소식을 접한 릴라도 레누의 선택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어. 릴라는 예전에 니노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사이였고, 니노로부터 무참히 버림을 받았던 터라 니노가 어떤 놈인지 잘 알았던 거야. 하지만 눈에 콩깍지가 쓰였으니 그런 충고가 귀에 들어오겠니..

레누의 이혼 이야기와 동떨어진 이야기인데 그 즈음 릴라의 상황을 좀 이야기해야겠구나. 릴라는 베이직 사이트라고 하는 컴퓨터 회사를 차려 돈을 크게 벌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어.

레누를 편드는 사람은 니노 한 사람뿐. 레누가 괴로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건 니노뿐이었어. 이 이혼 국면은 피에트로가 애인이 생기면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아이들은 시어머니가 돌보았는데, 레누는 아이들도 자기의 권리라면서, 시어머니를 찾아가 대판 싸우고 아이들도 데리고 왔단다. .. 사랑이라는 감정을 숨길 수 없다지만, 레누의 선택은 아빠로서도 이해할 수 없었단다. 니노가 어떤 놈인지 레누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날 것을 예상하면서도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니,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설명하기 힘든 것이로구나.

 

 

2.

한편, 레누의 두번째 책이 이탈리아에서도 출간이 되었는데 반응이 좋았단다. 그래서 다시 레누는 유명해지게 되었어. 하지만 레누는 지금 자신의 책이 잘 팔리고 자신이 유명해지는 게 문제가 아니었어. 니노가 문제였지.. 늘 그랬듯이

레누가 피에트르와 관계를 정리를 했는데, 니노는 여전히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어. 심지어 니노의 아내는 임신까지 했어. 니노에 대한 심한 배신감으로 니노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레누하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았어. 시누이였던 마리아로사에게 연락을 했어. 마리아로사는 늘 오픈 마인드였기 때문에, 레누와 두 딸들을 맞이해 주었단다. 마리아로사의 집에서 지내는 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단다. 마리아로사와 사이가 틀어졌기 때문이야.

다시 갈 곳이 없어진 레누는 어쩔 수 없이 나폴리로 왔어. 예전에 니노가 빌려놓은 집이 있다고 했는데 결국 그 집으로 들어갔어. 다시 니노와 만나게 되었다는 거야.. 니노는 이혼을 하면 아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이혼은 할 수 없다고 했어. 나쁜 놈. 결국 레누는 니노의 이중생활을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니노는 가끔씩 레누의 집에 찾아왔어.

레누는 가끔씩 데데와 엘사가 피렌체에서 아빠 피에트로와도 같이 지낼 수 있도록 했어. 레누는 이상하지만, 이 생활에 조금씩 적응을 해나갔고, 릴라와도 다시 친해지게 되어 서로의 아이를 봐주기도 했단다.

레누가 니노의 아이를 임신했어.. 그 즈음에 릴라도 임신을 했단다. 둘은 같이 병원에 다니고 진료도 같이 받으면서 친해졌어. 1980년 나폴리에 대지진이 일어났는데, 그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둘은 같이 있었어. 대지진이 한참 동안 이어지면서 릴라가 이성을 잃으면서 불안해 했지만, 다행히 옆에 레누가 있었어. 둘은 서로 의지하며 지진을 이겨냈어.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980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대지진은 정말 큰 지진이었으며, 많은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나오는구나. 이탈리아에서 지진이 나면 늘 소환되는 큰 지진이었어.

레누와 엄마의 관계는 여전히 좋지 않았는데, 엄마가 편찮아지면서 레누는 엄마와 좀 가까워졌어. 엄마의 진심도 알게 되었단다. 엄마는 오래 전부터 많은 자식들 중에 공부를 가장 많이 하고 똑똑한 레누만 믿고 가장 많이 사랑했다고 했어. 그런 레누가 자신의 뜻과 다른 길을 선택해서 질책을 했던 거라고.. 하지만 시간은 친해진 엄마와 레누 사이를 질투했어. 레누의 엄마는 얼마 안 있어 돌아가셨단다. 레누의 엄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 레누와 엄마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코끝을 찡하게 만들더구나.

레누와 릴라는 20일 간격으로 모두 딸 아이를 순산했단다. 레누의 딸은 임마라는 애칭을 가졌고, 릴라의 딸은 티나라는 애칭을 가졌어. (원래 이름은 생각이 안나는구나.^^) 이제 레누와 릴라는 여느 아이들 엄마 못지 않게 둘이 만나면 육아 이야기를 했어. 이 시절이 레누와 릴라 사이가 가장 좋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구나.  

3.

레누의 두번째 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레누는 출판사와 선계약을 했고, 그에 따라 출판사의 압박이 있었어. 이미 계약금도 상당부분 받아서 그 돈을 다 써버렸는데딸 셋을 키우면서 책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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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날 충격적인 일을 보았어. 자신의 집에서 니노와 가정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본 거야. 니노는 아무래도 바람둥이가 아니라 성 도착증 환자가 아니었을까? 레누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데데와 엘사를 데리고 릴라의 집으로 향했단다. 니노의 이야기를 했더니 릴라는 이미 알고 있다고 했어. 그러면서 니노의 뒷조사를 했었다고 했어. 그리고 니노와 잠자리를 가진 여자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어. 정말 나쁜 놈이구나.

니노가 계속 연락을 해서 용서를 구했지만, 레누는 거절했단다. 이렇게 정신 없는 시기에 출판사는 원고에 대한 독촉을 했어. 결국 예전에 썼다가 시어머니와 릴라가 혹평을 해서 폐기 처분했던 원고를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보냈단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뜻밖에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바로 출간하자고 했어. 레누는 뜻 모를 뿌듯함에 니노 때문에 생간 마음 고생이 조금 사그러들었어. 레누는 릴라의 집 위층으로 이사가기로 했어.

레누는 릴라의 집 위에 살면서 자꾸 자신의 어린 딸 임마와 릴라의 어린 딸 티나를 비교하기도 했어. 임마가 티나보다 발달이 느린 것 같았는데, 그것이 아빠가 없어서 그런가 걱정도 했단다. 세번째 아이인데 뭐 그런 것을 가지고 걱정을 하는지애들 때는 느릴 수도 있고, 빠를 수도 있지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임마의 아빠인 니노를 다시 초대했어

니노는 와서 레누의 가족 뿐만 아니라 릴라의 가족과도 같이 시간을 보냈단다. 니노가 릴라와 단둘이 한참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질투도 느꼈어. 그런데, 그 때, 릴라가 니노와 한참 이야기를 할 때, 티나가 사라졌어. 너무나 감쪽같이 사라졌단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찾아보았지만, 목격자도 없이 티나가 사라져 버렸어. 협박 전화도 없었단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 사라진 것 같았어. 릴라는 티나를 한참 동안 찾아보았지만, 못 찾고 나서는 이성을 잃을 때가 많았어. 항상 화를 내고 점점 괴팍한 행동을 했어. 솔라라 형제들을 의심하기도 했어. 릴라는 모든 것이 변했어. 하지만 누가 릴라를 탓하겠니.. 아이 잃은 부모 심정을 누가 알겠니…..

 

4.

릴라가 안 좋은 일이 생겼지만 레누는 새론 출간한 책이 큰 성공을 거두었어. 릴라는 이제 회사도 안 나가고 회사는 엔초에게 맡겼어. 릴라는 주위 사람들과 툭하면 싸우고 그랬어. 릴라의 아들 젠나로는 릴라의 오빠인 삼촌 리노와 잘 어울렸는데, 삼촌을 따라 마약도 하고 나쁜 길로 빠져들었어.

릴라는 안 좋은 일은 줄줄이 일어났단다. 거기에 오빠 리노가 마약 중독으로 객사를 했어. 그 뿐만 아니라 솔라라 형제도 살해를 당했단다. 어렸을 때 같이 지냈던 사람들이 살해 당한 것이 이번이 몇 번째였던지, 나폴리가 그냥 관광 도시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험악한 도시였나 싶더구나. 책을 다 읽고 옮긴이가 적어준 글을 읽어보니, 나폴리가 관광도시로 유명해지기 전에, 이탈리아는 극우 극좌의 대립으로 테러가 비일비재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하더구나.

니노는 어떤 말솜씨가 있었는지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었고, 레누의 전 남편 피에트로는 또 이혼을 하고 혼자 미국으로 떠났어. 그 전까지 데데와 엘사에게 좋은 아빠 역할을 했는데 미국으로 간다니 레누는 걱정을 했어. 그런데 그보다 더 걱정거리가 있었어. 데데가 릴라의 아들 젠나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 릴라에게 이 고민거리를 이야기해봤자 해결책을 없고, 딸을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딸의 뜻은 뚜렷했단다. 데데는 학교 성적도 좋은데 대학갈 생각은 안하고,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젠나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떠날 거라고 했어.

레누는 멀리 미국에 있는 데데의 아버지 피에트로에게도 도움을 청해서 피에트로가 설득을 해보았지만 데데의 콩깍지는 너무 두꺼웠어. 레누 자신도 주변에서 그렇게 반대를 했는데 니노를 사랑한 것처럼 딸도 자신의 사랑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정작 데데의 졸업식날 젠나로와 사라진 것은 데데가 아니었어. 둘째 딸 엘사가 젠나로와 함께 도망을 간 거야.  레누는 더 충격을 먹었어. 엘사는 아직 미성년이고 학생인데 말이야. 데데는 심한 배신감에 며칠 괴로워하고 고민을 하더니 훌훌 털고 미국 유학을 가겠다면서 아빠가 있는 미국으로 갔단다.

레누는 엘사는 찾아 나섰고, 전 시댁에 젠나로와 함께 있는 것을 찾아 데리고 왔어. 화가 나고 분노가 났지만, 모두 삼키고 릴라에게 허락을 받고 엘사와 젠나로 모두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했어. 철모르던 시절 풋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엘사는 젠나로와 헤어졌단다. 엘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갔어.

레누는 세번째 책이 큰 성공을 하면서 그 이후 작가로서 순탄한 길을 걸을 수 있었단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책을 내면서 지낼 수 있었어. 그리고 나폴리도 떠났단다. 티나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식조차 없었어. 릴라와 한동안 소식이 끊어졌다가 릴라의 아들 젠나로부터 릴라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거야. 나폴리 4부작 1권가 그렇게 시작했었는데 기억나니? 이 이야기의 시작이 릴라가 감쪽같이 사라져서 그 동안의 이야기를 했던 거잖아.

끝내 릴라도 돌아오지 않았어. 다만 레누에게 소포 하나가 도착했단다. 어린 시절 릴라와 우정이 시작되었던 계기가 된티나라고 불렀던 인형그 인형은 분명 어린 시절에 잃어버렸던 것인데 어떻게 릴라가 그것을 가지고 있었지? 그것도 그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릴라는 릴라 방식대로 자신의 드러냈던 것이란다. 이제 노년이 된 레누와 릴라…. 그들은 서로 보지는 못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구나.

이 책은 레누와 릴라의 여덟 살부터 약 육십 년간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40대 이후의 삶은 그 분량이 아주 적더구나. 그만큼 그들의 인생의 전성기는 이삼 십대였던 거야. 그런데 그것이 비록 레누와 릴라만 그럴까? 이미 40대에 들어선지 한참 된 아빠는 이제 분량이 적은 삶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괜시리 울적해지기도 하는구나. 나폴리 4부작이 두 사람의 오랜 세월을 이야기 하다 보니 진짜로 세월이 빠름이 느껴지기도 했고, 자꾸 아빠의 어린 시절도 많이 생각이 났단다.

얼마 전에 출판사의 인스타스램에서 나폴리4부작을 드마라도 만든다고 하더구나. 아빠도 읽으면서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겠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드라마였구나. 4개 시즌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봐야겠구나.

이제 다 읽었으니, 책장에 자리잡아 좋은 인테리어 역할을 하도록…^^

.

 

PS:

책의 첫 문장 : 내가 나폴리에 다시 정착한 것은 1979년이었다.

책의 끝 문장 : 릴라가 이토록 명확하게 자신을 드러냈으니 이제 다시는 릴라를 보지 못해도 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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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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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나폴리 4부작 중에 제 3,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이야기를 해줄게. 책이 두꺼워서 무게가 나가긴 하나 보구나. 재미에 빠져 한 손으로 들고 한참을 읽다가 팔이 아프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단다. 우리와 공간도 다르고 시대도 다른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서 잘 안 읽혀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1, 2권에 이어 3권도 잘 읽혀지더구나.

3권은 2권의 끝부분에서 예고가 된 것처럼 1968년부터 시작되어 유럽을 휩쓸었던 68혁명이 주인공의 삶에도 영향을 주는 이야기로 시작된단다. 하지만 아빠가 사실 68혁명에 대해서 자세히는 몰라. 그냥 억압된 사회에 자유를 부르짖는 젊은이들의 변화의 바람으로만 이해를 하고 있는 수준이야. 특별히 그 시대를 공부한 것도 아니고, 다른 책들에서 지나가듯 본 내용들이라서 아빠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을 수도 있어.

3권의 시작은 니노와 다시 만난 레누의 이야기로 시작한단다. 어린 시절부터 레누의 마음 속 짝사랑의 상대 니노를 자신의 첫 번째 소설의 성공과 함께 우연히 다시 만났잖아. 자신의 책에 대한 대담 도중 레누를 비판한 어떤 사람에 변호해주었던 니노. 니노를 보지 못했을 때는 몰랐지만, 다시 만나니까 자신이 니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어. 릴라의 전 남자친구이고, 릴라를 버린 나쁜 남자라는 것도 알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었단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다른 남자와 약혼을 한 몸이었지. 막 대학 교수가 된 피에트로….

앞서 이야기했던 68혁명..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그 바람은 이탈리아에도 넘어왔어. 레누와 피에트로 등 젊은이들이 모이면 혁명에 관한 토론하고 고민하고 그랬어. 그런 토론 속에서 실비아라는 여인을 미혼모를 알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실비아 아기의 아빠가 바로 니노였어. 니노.. 이 놈은 도대체 몇 명의 여자와 사귀는 거야. 릴라도 버리고, 실비아라는 여자도 버리고그런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한 거야.. 앞으로 니노가 여자 편력에 있어서는 카사노바가 형님으로 모시는 수준이야. 아무튼, 레누도 혁명의 한가운데 있었고, 그의 첫 번째 소설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어. 다만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면서 양극단의 평가를 받았지만 말이야. 레누의 소설을 혹평하는 경우는 외설적인 장면을 이유가 대부분이었어. 레누의 소설은 판매 부수가 급증하였고, 인터뷰도 자주 하고 독서 강연도 자주 하게 되었단다.

 

 

1.

레누는 고향 나폴리에서도 유명하게 되었어. 고향 친구들도 양쪽으로 갈려서 평가를 했지. 레누는 늘 궁금한 게 있었어. 릴라가 자신의 책을 읽었을까? 릴라는 자신의 책을 좋게 평할 것 같지 않았고, 그래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나폴리 고향집에 들렀을 때 엄마와도 잦은 갈등을 했어. 레누의 엄마는 피에트로와 결혼도 탐탐치 않게 생각했어. 그런데 피에트로가 나폴리에 방문해서 살갑게 굴고 공손한 자세를 보이자, 엄마뿐만 아니라 레누의 가족 모두가 피에트로를 좋아하게 되었어.

어느날 엔초와 파스콸레가 찾아와서 릴라가 찾는다고 했어. 그렇게 해서 릴라를 몇 년 만에 만났단다. 손에 상처투성이였고, 몸 상태는 안 좋아 보였어.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던 거야릴라는 지난 몇 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했어.

브루노의 햄 공장에서 일했다고 했잖아. 그곳에서 일은 험한 일이라서 늘 손에 상처가 생겼어. 그리고 사장 브루노와 남자 직원들의 성희롱에 시달려야 했어. 2권에서 릴라는 아들 젠나로와 함께 엔초와 지낸다고 했었지당시가 60년대였는데 컴퓨터의 완전 초기 모델이 등장하던 시기였는데 엔초는 앞으로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상을 했고, 아무도 관심이 없을 때부터 컴퓨터를 공부했는데, 릴라도 같이 했어. 그들의 고향 친구 파스콸레가 찾아오곤 했는데, 파스콸레는 열혈 공산당원이 되어 공산당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공산당 집회에 릴라와 엔초를 데리고 가기도 했어. 그곳에서 나디아와 아르만도도 만났어. 그들은 릴라를 기억할 지 모르지만, 릴라는 레누와 함께 갔던 파티에서 봤던 그들을 기억하고 있었어. 레누의 고등학교 때 선생님인 갈리아니 선생님의 자녀들이면서, 나디아는 니노의 전 여자친구였거든

암튼 그들과도 알게 되었는데, 그들 모임 자리에서 릴라가 심장발작이 일어났어. 의사이기도 한 아르만도가 응급조치를 해주었고, 심장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 집회에서 릴라는 우연히 발언기회가 있었는데, 그녀는 햄 공장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여성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며칠 후 그녀가 말한 것이 그대로 인쇄되어 공장에 배포되었단다. 그녀가 원한 것은 이에 아니었어왜냐하면 잘못해서 공장에서 짤리면 돈벌이가 없어지거든. 햄 공장 앞에서는 좌파들이 매일같이 몰려와 시위를 했고, 얼마 뒤에는 파시스트들도 몰려와서 좌파와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단다. 릴라는 양쪽 다 불만을 나타냈단다. 나디아를 찾아가 해고라도 되면 책임질 것이냐고 따지기도 했단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릴라는 어쩌다가 노동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자신의 공장의 사장 브루노에게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적어서 갖다 주기도 했어. 그런데 브루노의 햄 공장은 사실 브루노의 것이 아니었어. 뒤에서 조정하는 검은 손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솔라라 형제들이었단다. 릴라와 앙숙이었던 솔라라 형제들 기억나니? 마르첼로와 미켈로릴라는 사장실에 미켈레와 브루노가 함께 있는 장면을 보고, 그 자리를 뛰쳐나와 곧바로 집에 왔어. 그리고 그날 몸이 좋지 않아서 레누를 불렀던 거야.

 

 

2

레누는 릴라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나서 피에트로와 미래의 시어머니에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어. 그러자 미래의 시어머니는 레누에게 신문에 글을 기고해 보라고 했어. 레누의 소설이 성공하였기 때문에 레누의 글이 충분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고 했어. 레누는 그래서 신문에 햄 공장의 실상을 고발하는 글을 썼어. 그 기사를 본 브루노는 레누에게 연락을 해서 화를 내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했어. 하지만 결국은 릴라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들어주었단다.

레누는 릴라를 계속 도와주었어. 병원에 데리고 가서 심장 검사를 받도록 했고, 다행히 정상으로 결과가 나왔고, 다만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다고만 했어. 레누는 릴라를 도와주면서 그동안 쌓였다고 생각한 빚을 갚았다고 생각했고 그동안 느끼고 있던 열등감도 해소했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릴라는 가끔씩 던지는 막말은 여전했고, 그로 인해 레누와 릴라의 사이는 좋았다 나빴다 했단다. 그래서 사이가 좋을 때는 서로 말조심을 하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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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레누와 피에트로의 결혼레누는 결혼해서 피렌체에서 살게 되었어. 결혼 후에도 피에트로는 여전히 일이 먼저인 사람이었어. 그것 때문에 서로 의견차가 생기기도 하고 때론 격렬하게 다투게도 했어. 그러다가 딸 데데가 태어났고, 육아로 인해 레누는 힘들어했어. 첫 아기를 키우는 여느 엄마의 모습과 비슷했어. 그리고 아이 때문에 사회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책 쓸 시간도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단다. 첫 번째 책이 성공하고 나서 두 번째 책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 레누는 잊혀져 가는 작가가 되었어.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둘째의 임신으로 스트레스는 더 커졌어.

결국 엄마에게 도움을 청했어. 엄마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서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망설였는데, 엄마는 흔쾌히 와서 집안일을 도와주었어. 엄마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여전히 공허함을 느꼈어.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릴라에게 전화를 했어. 거의 매일 릴라와 통화를 했어. 릴라는 엔초와 같이 공부했던 컴퓨터 관련된 일을 시작했다고 했어. 레누는 그리고 둘째를 임신을 했을 때 두 번째 소설을 썼어. 나름 괜찮은 작품이 써졌다고 생각해서 시어머니에게 보냈지. 첫 번째 소설을 가장 먼저 알아봐 준 사람이 시어머니였기 때문에 이번 소설도 가장 먼저 시어머니에게 보낸 거야. 그런데 이번 답변은 부정적이었어. 출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다고 했어. 실망을 하고 혹시나 하고 릴라에게 그 원고를 보냈는데, 릴라 역시 안 좋다고 했어. 레누는 그 원고를 포기했단다.

 

 

3.

둘째도 딸이었고 이름은 엘사로 지었어. 레누는 여전히 육아와 집안일로 그냥 그런 결혼 생활을 했고, 일을 좋아하는 남편과 다른 부부들처럼 사이가 좋았다 안 좋았다를 반복했어. 릴라가 바쁘다면서 자신의 아니 젠나로를 맡겨서 자신의 아이까지 셋을 맡아 돌보다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어.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젠나로를 다시 릴라에게 돌려보내기도 했어.

당시 이탈리아 사회는 극좌와 극우의 잦은 충돌로 문제를 일으켰다고 하는구나. 그 좌우의 극심한 충돌은 레누의 고향 나폴리에서도 일어났고, 이 일로 고향 친구 지노가 살해당하기도 했고, 그에 따른 복수극도 벌어지는 등 고향 나폴리 사회는 불안감에 휩싸였단다. 한편, 릴라는 원수라고 생각했던 미켈레가 새로 지은 데이터 프로세스 센터의 센터장을 맡게 되었다고 했어. 릴라가 솔라라 형제의 일을 맡게 되다니예전 같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레누는 릴라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전화를 해서 심하게 말다툼도 했어.

솔라라 집안의 두 형제, 미켈레와 마르첼로.. 이 인간들은 고리대금으로 돈을 벌었고, 온갖 부정적인 일들을 많이 해서 레누는 그들을 엄청 싫어했거든. 미켈레 솔라라.. 그 녀석도 사실은 속으로 릴라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른 친구를 통해서도 레누도 알게 되었어. 릴라의 모난 성격과 말을 사납게 하는데도, 릴라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면이 있었어. 릴라를 아는 남자들은 모두 릴라를 좋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레누가 릴라에게 미켈레와 엮였다고 뭐라고 하니까. 릴라는 레누에게 여동생이나 잘 챙기라고 날 선 말을 던졌어. 레누의 여동생 엘리사가 마르첼로 솔라라와 약혼을 하고 동거를 하고 있다는 거야.

화가 난 레누는 바로 고향집으로 왔어. 엄마에게 엘리스가 마르첼로와 약혼을 했는데 가만히 있었냐며 화를 내니 엄마는 오히려, 집에 무관심한 레누를 비난했단다. 엘레사의 저녁 초대에 어쩔 수 없이 레누도 갔었는데, 그곳에서는 마르첼로의 엄마의 60세 생일 잔치였어. 솔라라 집안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모였어. 심지어 릴라까지레누는 그 자리가 불편했어. 릴라와 만남도 반갑기보다 화가 나서 말다툼도 했어. 레누는 다시 피렌체로 돌아왔어. 친정집하고도 멀어졌고 릴라와도 멀어진 레누. 시누이 마리아로사와 친분을 쌓았어. 마리아로사는 예술가이면서 여성 운동도 했어. 예전에 레누가 대학 때 잠시 사귀었던 프랑코 남자가 극좌 극우의 충돌로 부상을 당했는데 마리아로사가 보살펴주고 있었어.

 

 

4.

어느날 남편 피에트로가 새로 알게 된 사람이라며 한 명 데리고 왔는데 다름 아닌 니노였어. 안보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 니노를 보니 레누는 옛감정이 살아났고 자신이 여전히 니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사람 사귀는데 까다로웠던 피에트로가 니노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니노를 자신의 집에서 지내라고도 했어. 이 즈음에 레누는 다시 책을 썼는데, 이번에는 시어머니도 꽤 좋은 글이라고 했고, 니노에게도 글을 보여주니 무척 좋은 글이라고 칭찬을 해주었어. 그러나 레누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니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했어.

그런데 니노는 시간이 지나면서 피에트로를 멸시하고 조롱하고는 했어. 레누는 그런 니노 때문에 오히려 집안 분위기가 안좋아져서 니노에게 충고를 하기 위해 그의 방에 갔다가 니노의 유혹에 넘어가 그만 사랑을 하게 되었단다. 그 이후 빠져나올 수 없는 사랑의 늪에 빠진 레누와 니노. 특히 니노는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원했어. 당시 니노도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이었는데,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어. 니노는 자신도 헤어질 테니 레누에게도 이혼하라고 했어.

레누는 결국 피에트로에게 이야기하고 이혼하자고 했어. 레누는 피에트로가 지성인이니 때문에 이 일을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잘 협의할 줄 알았으나, 피에트로는 예상과 달리 격렬한 반응으로 반대를 했어. 협박까지 하게 되어 레누는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어. 이혼을 해주지 않는 남편에게 편지를 하나 남기고 니노와 함께 니노의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떠났단다. 레누는 그동안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왔는데, 어떻게 그렇게 한번에 니노에게 넘어갈 수가 있는지사랑의 힘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그것도 니노가 지금까지 해온 짓을 보면, 금방 배신을 할 것 같은데레누가 과연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사랑에 눈이 멀었다지만, 너무 니노를 믿는 것 같구나.

여기까지 3권의 이야기야..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탈리아 가정 생활과 우리나라의 가정 생활이 오묘하게 비슷한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탈리아와 우리나라가 둘 다 반도라는 지리적 환경 때문에 두 민족들의 문화와 습성이 비슷하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더구나. ,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나폴리4부작 마지막 이야기만 남았는데, 이미 다 읽었으니, 조만간에 이야기해주마~~

 

PS:

책의 첫 문장 : 내가 마지막으로 릴라를 만난 것은 5년 전 2005년 겨울이었다..

책의 끝 문장 : 드높은 창공에서 두 발을 디딜 수 있는 유일한 표면인 비행기 바닥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도 같았다.


(22)
나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나는 그때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은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리가 커지는 사실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 동네는 나폴리와, 나폴리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는 유럽과, 유럽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야 하는 생각한다. 병든 것은 우리 고향 동네가 아니라, 나폴리가 아니라 지구 전체다. 유일한 우주 또는 무수히 많은 우주가 모두 병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조차 사물의 본질을 숨길 줄 아는 능력이다.

(60)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내 감정에 형태를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에 집중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었고 그 안에는 내가 있었다. 책장에 꽂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나 자신을 보니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비단 내 책뿐만 아니라 소설에는 나를 흥분시키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소설에는 날 것 그대로 요동치는 심장이 있었다. 아주 먼 옛날 릴라가 내게 함께 이야기를 지어보자고 했을 때도 그런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느꼈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그런 일을 하게 된 것이다.

(506)
나는 성숙이란 결국 삶의 굴곡을 호들갑 떨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상적인 삶과 이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변화를 기다리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507)
여성의 고독은 슬픈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름의 문화나 전통을 만들어낼 기회도 없이 그런 식으로 자기 인생에서 상대방을 쫓아내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때면 생각이 중간에서 멈추는 것 같았다. 그 생각은 매력적이지만 결함이 많아서 당장 확인이 필요하고 더 발전시켜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내 생각에 자신감도 믿음도 없었다. 그럴 때면 다시 릴라에게 전화해서 내 생각을 말하고 싶다는 욕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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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듣는다 - 정재찬의 시 에세이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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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은 시() 에세이가 하나 있어. 한양대 정재찬 교수가 쓴 <시를 잊은 그대에게>란 책이었어. 그 책은 정재찬 교수님이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보강한 책이었어. 시와 시인들의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들그리고 좋은 시를 알려주었고, 아빠의 메마른 감성에 촉촉히 적셔 주는 글들감동의 도가니였다고 해도 과장은 아닌 그런 책이었어. 그 책을 읽고 나서 선물할 일이 있거나 누군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한동안 이 책을 선물하거나 추천을 해 주었는데 이 책을 이들을 읽은 이들은 모두 너무 좋았다는 회신을 주었단다.

그야말로 시를 잊는 아빠에게 시에 관심을 갖게 해주었던 책이야. 최근에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드라마도 하더구나. 아빠가 그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과 연관이 있겠지. 그런 정재찬 교수님의 그 다음 책 <그대를 듣는다>라는 책을 이번에 읽었단다. 첫 번째 책 <시를 잊은 그대에게>가 너무 좋아서, 두 번째 책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서 그 기대치까지는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아빠의 영혼에 촉촉한 비를 내렸단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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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사랑이란 두 개의 심장을 가까이 포개는 거다. 두근거리며 안았을 때, 안긴 그의 두근거리는 심장이 느껴질 대 우리의 심장은 더 두근거리게 된다. 둘의 가슴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엄청난 파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파동은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블랙홀 한 쌍이 합쳐져 생겨난 중력파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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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소재는 무한하다는 것이 맞겠지. 그래도 그 중에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은 사랑이 아닐까 싶구나. 사랑을 하게 되면 먼저 몸에 변화가 온단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몸의 변화그 중에 가슴이 두근두근…. 이 책의 시작의 첫 번째 꼭지의 제목은두근두근”.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장 표현한 단어 두근두근이 단어만으로 참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시는구나. 너희들도 앞으로 이제 이런저런 일로 가슴 설레고 두근두근 거리는 일들이 많이 생길 텐데, 그 두근거림이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래.

 

 

2.

정재찬 교수님의 책은 분명 시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시뿐만 아니라 노래이야기도 있고 영화이야기도 있고, 소설 이야기도 있단다. 그래서 더욱 그의 글이 친근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서 소개한 노래들을 찾아서 들으면서 책을 읽기도 했어. 생각나는 노래만 적어보아도, ‘나의 기타 이야기’, ‘서른 즈음에’, ‘사랑한 후에’, ‘서울 그곳은’, ‘시인의 마을’, ‘사노라면’…. 그 밖에도 많은 곡들을 소개해주었어. 소개해준 노래들의 공통점은 가사가 좋은 노래들이었어. 노래 없이 그냥 가사만 적어놓으면 한 편의 시가 되는 그런 노래들이었어.

그 중에 아빠도 좋아하는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 그 노래 가사 중에 그런 말이 있어.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니라는 가사그 노래를 들을 때는 그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가사인데, 정재찬 교수의 글을 보니,,, 청춘이라는 것이 나빴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나를 떠나갔냐청춘아그것도 언제 떠나갔는지도 모르게 떠나간 청춘떠나간 것은 떠나간 것이고, 이제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가사정채찬 교수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는 서른에 들어도, 마흔에 들어도,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쉰이 되어도 또 같은 생각이 들겠지?

그런데, 아빠에게서 정말 정춘이 모두 떠나버린 걸까? 어디, 조금은 묻어 있지 않을까? 그래, 노래처럼 인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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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떠나간 사랑을 한탄하는 듯하지만, 청춘의 세월이야말로 내가 잘못해 떠나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 억울함으로 어디선가 볼멘소리가 들릴 법도 한데, 잠시 흥분하는가 싶더니 이내 담담해진다. 그래서 더 애절하다. 가는 세월, 가는 청춘과 더불어 조금씩 잊혀 가는 것이 인생임을 받아들이려는 듯, 화자는 깨달음처럼 정의를 내린다. 산다는 건 매일 이별하는 거라고. 매일 하루하루와 이별하는 거라고. 이제 진짜 서른을 맞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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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같은 영화 이야기도 소개를 많이 해주었단다. ‘마이 페어 레이디’, ‘두근두근 내인생’, ‘사운드 오브 뮤직’, ‘클래식’, ‘인 타임’, ‘우아한 세계’, ‘죽은 시인의 사회’…

이 책이 시에 관한 책이다 보니 죽은 시인의 사회는 자세히 이야기해주었어. 아빠도 고등학교 때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그 이후에도 서너 번은 더 본 것 같아. 참 재미있는 영화였거든.. 너희들도 조금 더 크면 같이 이 영화를 한번 더 보자꾸나. 이 영화에는 명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이제는 조금 식상하기까지 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라틴어란다.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빼먹을 수 없는 말이야. 얼마 전에 읽은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에서도 이 영화화 이 말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잖아. 정채찬 교수님은카르페 디엠(Carpe Diem)’에 대하 해석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그 말의 어원을 설명해 주시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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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그에 이어지는 장면에서 바로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라틴어가 나온다. 중세 기독교 시대를 지배했던 언어가 지상의 명령처럼, 하나의 성스러운 주문처럼 학생들에게 던져진다. 영화 속 한글 자막은 한결같이 이 구절을현재를 즐겨라또는오늘을 즐겨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번역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원래 영화에서는 카르페 디엠에 대해 이야기하기 직전, 키팅이 한 학생에게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바로 지금이니 언제나 시간은 쉼 없이 흐르고, 오늘 이렇게 활짝 핀 꽃송이도 내일이면 시들고 말지어다라는 로버트 헤릭의 시 <To the Virgins, Make Much of Time>을 읽힌다. 그러나 나서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바로 지금이니의 정서를 가리키는 라틴어가 곧 카르페 디엠이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는때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함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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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디지털 세계가 되고, 스마트폰이 세상을 점령하면서 점점 문학하는 사람들의 밥그릇이 작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중에 시인은 더욱 그렇다는구나. 책을 읽더라도 시집보다는 소설을 선호하잖아. , 아빠도 그러니까 말이야. 그렇다 보니 시 짓는 것은 가난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 시에 관한 이야기를 써서 많은 돈을 번 정재찬 교수님이 시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그래서 이 책에서 그런 시인들의 이야기도 해준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좀더 시를 사랑해주고, 시인들을 사랑해 달라고 말이야. 아래와 같은 시를 읽으면 짠해지면서, 시에 더욱 관심 좀 가져야겠구나 싶더구나. 좋아하는 시 한두 편은 늘 외울 수 있는 그럼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싶었어. 시인들이 대접을 많이 받아서, 좋은 시들을 많이 써서, 메마른 디지털 세계를 촉촉히 적셔주는 단비 같은 역할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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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순산하려고 온몸 비틀다가

깜박 잊어 삶던 빨래를 까맣게 태워버렸네요

남편의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을

내 시 한 편과 바꿔버렸네요

어떤 시인은 시 한 편으로 문학상을 받고

어떤 시인은 꽤 많은 원고료를 받았다는데

나는 시 써서 벌기는커녕

어림잡아 오만 원 이상을 날려버렸네요

태워버린 것은 빨래뿐만이 아니라

빨래 삶는 대야까지 새까맣게 태워 버려

그걸 닦을 생각에 머릿속이 더 새까맣게 타네요

원고료는 잡지구독으로 대체되는

시인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시의 경제는 언제나 마이너스

오늘은 빨래를 태워버렸지만

다음엔 무얼 태워버릴지

속은 속대로 타는데요

혹시 이 시 수록해주고 원고료 대신

남편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 보내줄

착한 사마리언 어디 없나요

                      - 정다혜, <시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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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누구에게나 상처 주고 상처받은 나날들이 있을 겁니다.

책의 끝 문장 : 의외로 시는, 소망은 힘이 쎄다.

(58)

무릇 욕망의 과잉은 예술적 성취에 오히려 해가 되는 법, 그러기에 대체로 아마추어가 전문 작가보다 더 감정이 풍부하고 진실하고 의욕적인 편이지만, 예술적 결과는 그에 비례하지 않는 것. 하지만 철없고 순수했던 그 시절, 열정으로만 가득 차고 미숙했던 그 시절이 그래서 아름답고 그리운 것 아니겠는가.

(70)

이야기보다 목소리를, 목소리만이 아니라 침묵까지 듣는 것이 진짜 경청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도 퍽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궁극적인 전언(傳言), 곧 메시지가 아닐 때가 많다. 어떨 땐 그냥 말하는 것 자체가 그의 목적일 수도 있다. 진짜 말하고픈 전언이 표면의 전언과 반대일 때도 있다. 그러기에 고생한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행복해하는 목소리가 들린다면 진실은 목소리에 있지, 이야기에 있지 않다는 것 아니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은, 차마 말할 수 없는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112)

이제는 유행어처럼 즐겨 쓰게 된 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문제는 이 말을 고난의 시절에만 쓴다는 것이다. 원래 이는 구약 성서의 인물 다윗이 기쁠 때 교만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절망에 빠지고 시련에 처했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말로 반지에 새긴 글귀가 아니었던가. 기쁜 오늘 하루도, 힘든 오늘 하루도, 이 또한 모두 지나가리라. 그러기에 전인권은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에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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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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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독서 편지가 너무 늦어져서 미안하구나~~ 나폴리 4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를 이야기해줄게. 1부에 이어지는 레누와 릴라의 이야기… 1권을 아주 짧게 요약을 하면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같이 놀고 공부를 했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릴라는 가정형편상 학업을 중단하고, 레누는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길을 걸었지. 그러면서 둘 사이는 점점 거리가 생겨나게 되었고, 그 정점은 릴라가 십대의 이른 나이에 결혼하는 것이었잖아.

1권의 마지막 부분이 릴라가 결혼하는 장면으로 끝이 났었잖아. 조금 자세히 이야기하면 결혼식에서 릴라는 남편 스테파노에게 배신감을 느꼈었지. 릴라가 그렇게 증오하던 마르첼로를 비롯한 솔라라 집안의 형제들을 결혼식에 초대했기 때문에

 

 

1.

, 그럼 2권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책 표지처럼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단다. 왜냐하면 이미 1권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한 성격하는 성격들이었거든. 서로 조금이라도 조심들 안 하면 서로 송곳 같은 말들을 쏟아냈었거든. 심지어 레누와 릴라 사이에서도 말이야.

릴라는 결혼식에서 신랑 스테파노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마르첼로 때문에릴라는 마르첼로는 아주 싫어 했거든. 스테파노는 사업상 마르첼로와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고 했어. 그러니 어떻게 결혼식에 초대를 안 할 수 있냐고.. 릴라와 스테파노의 신혼여행은 최악이었어. 릴라는 마르첼로 때문에 스테파노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고, 스테파노도 결혼식 마친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 동안 온순하고 순진한 양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릴라에게 화를 내고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얼굴을 주먹으로…. 릴라의 얼굴에는 커다란 멍이 들었어.

신혼여행을 다녀온 릴리가 한동안 레누를 찾지 않아서 레누가 섭섭해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릴라가 자신의 멍든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던 거야. 릴라의 결혼이 시작부터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그저 부잣집에 앉아서 부잣집 안주인 역할만 남아 있을 뿐이야. 사랑과 배려와 행복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 릴라는 레누에게 자신의 집에 와서 공부하라고 했어. 당시 레누는 마음이 복잡했단다. 레누가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하던 니노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니노는 레누를 마음에 두지 않았어. 릴라가 결혼한다고 해서 경쟁심에 그냥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 안토니오와 사귀었는데 아무리 안토니오와 만나도 자신의 속마음은 니노를 향했어. 그래, 사랑이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어떨 때는 자신을 망가뜨리기도 한단다. 레누는 이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릴라의 제안을 받고, 릴라의 집에 와서 공부도 하고 수다도 떨다가 스테파노가 퇴근하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어. 결혼 생활을 포기한 듯한 릴라에게도 레누의 방문은 활력소가 되었어.

한편, 레누의 남자친구 안토니오는 군대 갈 걱정을 심하게 했어. 스테파노, 마르첼로는 돈으로 군대 면제를 해서 걱정이 없었대. 돈 많은 이들이 돈을 찔러주고 군대 안 가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구나. 안토니오가 군대 걱정을 너무 심하게 해서 레누는 릴라에게 도움을 청했고, 릴라는 마르첼로에게 도움을 달라고 했어. 이 소식을 들은 안토니오는 실망했다고 했어. 자신의 일을 자신이 경멸하는 솔라라 형제들에게 부탁을 했다고 말이야. 헤어지자고 했어. 사실 레누도 안토니오에 대한 사랑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라서 그냥 담담히 받아들였어. 그리고 안토니오가 자신이 없으면 못살거라 생각했는데 잘 살아갔단다.

스테파노는 솔라라 집안의 미르첼로와 미켈레 형제들과 구두 사업을 같이 했어. 스테파노는 구두 사업 때문에 식료품점은 릴라에게 맡겼지. 솔라라 형제는 구두 가게에 릴라의 결혼식 사진을 말도 없이 걸어놓았다가 스테파노와 티격태격했어. 릴라의 미모는 점점 뛰어나서 결혼식 사진은 그 어떤 모델 사진에 뒤지지 않았거든. 홍보용으로 걸어 두었던 거지. 릴라도 자신의 사진을 버젓이 걸어 두는 것을 싫어했어. 그러면서 레누에게 도움달라고 하면서, 가위로 뚝딱뚝딱 여기저기 자르더니 현대예술 작품 같은 분위기로 만들었어. 아무튼 릴라는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

릴라는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즈음에 임신을 했는데, 10주 만에 유산을 했단다. 이 일도 스테파노 가족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거리가 되었어. 시작부터 틀어진 결혼 생활, 다시 제 자리로 돌이키기에는 릴라의 자존심은 무척 쎘고릴라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2.

릴라에게 행복과 사랑은 없었지만, 돈은 있었어. 고향 친구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많이 주었고, 레누에게도 새학기 교과서를 사주기도 했어. 레누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공부를 잘 해서 선생님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어. 특히 갈리아니 선생님이 레누를 좋아하셨단다. 갈리아니 선생님은 이례적으로 자신의 개인적인 파티에 레누를 초대했어. 레누는 갈리아니 선생님이 여는 축제는 지성인들이 모이는 품격 높은 파티라고 생각했어. 혼자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즈음, 릴라가 같이 가자고 했어. 레누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있었어. 파티에서 릴라의 행동이 너무 튀거나 아니면 자신보다 릴라가 더 관심을 받을까 하는 두려움이었지.

그런데 그 파티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어. 레누가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을 해왔던 니노. 그런데 반가움도 잠시.. 니노가 갈리니아 선생님의 딸 나디아와 연인관계였던 거야. 그날 파티에서 레누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그들과 이런 저런 토론도 잘했지만 릴라는 전혀 그렇지 못했어. 릴라도 사실은 지루하고 흥미 잃은 결혼생활에서 돌파구가 있을까 하고 같이 갔던 것인데, 그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다른 세상 사람들이었던 거야. 그 파티에 다녀온 이후 레누와 릴라는 한 동안 연락을 안하고 지냈단다. 릴라가 삐쳐 있었던 거야.

릴라의 오빠 리노와 스테파노의 여동생 파누차의 결혼식이 있었어. 레누도 초대되어 갔지만 여전히 릴라와 관계가 좋지 않아서 아는 척은 안 했어. 결혼도 하기 전에 피누차는 임신을 했는데, 결혼한 지 한참이 된 릴라는 여전히 임신을 하지 않았어. 그것이 스테파노와 릴라 집안의 걱정거리였어. 정작 릴라는 전혀 걱정을 안하고 있는데 말이야. 피누차는 레누에게 부탁해서 릴라를 산부인과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어. 피누차의 간곡한 부탁으로 레누는 다시 릴라의 세상에 들어왔단다. 레누와 릴라는 서로 화해를 했고, 레누의 설득으로 릴라가 산부인과 병원을 다녀왔고, 의사는 릴라의 건강을 위해 휴가를 떠나라고 권고를 했고, 릴라는 올케인 피누차, 엄마 그리고 레누와 함께 이스키아 섬으로 휴가를 떠났어.

레누가 함께 했던 이유는 이스키아 섬에 가면 니노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어. 니노는 이스키아 섬의 근처에 친구인 브루노의 집에 있다고 들었거든. 이스키아 섬에서 레누의 예상대로 니노와 그의 친구 브루노를 만났어. 릴라와 피누차도 같이그들은 매일 해변에서 만나면서 친하게 되었고, 오묘한 관계가 만들어졌단다. 그들은 모두 한창 젊은 때가 맞긴 했지만, 릴라와 피누차는 결혼한 몸이었으니까그런데도 사랑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이잖아. 브루노와 피누차는 서로 사랑의 감정이 생겨났는데, 피누차는 자신이 그런 감정이 일어나는 것에 두려워 이스키아 섬을 떠났어. 그리고 레누는 니노와 썸씽을 만들고 싶었지만, 니노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였어. 니노의 관심은 속상하게도 오직 릴라를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유부녀라는 것을 알았는데도 말이야.

어느날 릴라가 레누에게 말하길 니노가 자신에게 키스를 하려고 했다는 거야. 릴라는 결혼한 유부녀이기 때문에 거부를 했다는 거야. 하지만 그들은 이내 곧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어. 처음에는 몰래 애정 표현을 했지만, 얼마 안가 대놓고 애정 행각을 벌였어. 레누는 심한 배신감으로 괴로워했지만, 릴라가 그들의 사랑을 위해 도움을 청할 때는 거절할 수 없었어.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이스키아 섬에 놀러 왔던 동네 친구들에 의해 릴라와 니노의 다정한 모습이 들키게 되었고, 곧 남편 스테파노의 귀에까지 들어갔어. 릴라는 스테파노에게 온갖 거짓말로 변명을 해했어. 스테파노는 릴라의 변명을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휴가를 중단하고 나폴리로 데리고 갔어. 휴가에서 다녀온 이후 레누와 릴라는 또다시 일년 넘게 연락을 하지 않았단다.

레누는 공부에만 몰두했어. 고등학교 졸업시험도 우수한 성적으로 패스를 했지. 학교 선생님이 대학 진학을 적극 추천했고, 레누는 부모님을 설득해서 피사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하게 되었단다. 레누는 나폴리는 떠나 피사로 가야했지. 태어나서 줄곧 지냈던 나폴리를 떠나면서 고향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했어. 결국 이때 릴라에게 인사차 릴라가 운영하고 있는 구두 가게에 갔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니노를 보았어. 이스키아 섬에서의 휴가 이후 릴라와 니노는 계속 위험한 밀애를 하고 있었던 거야. 니노는 릴라를 위해 여자친구 나디아와 헤어지고 대학 공부마저 포기했다고 했어. 릴라는 니노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읽기도 하면서 지식을 쌓았고릴라는 머리도 똑똑했잖아. 그러던 중 릴라는 임신을 했어. 니노의 아이였지. 릴라는 스테파노에게 모든 진실을 이야기하고 스테파노를 떠났어. 릴라는 불행한 부자를 버리고 행복한 가난을 선택한 거야.

니노와 허름한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했어. 하지만 그들의 동거 생활은 23일만에 끝이 났단다. 릴라의 잘못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니노의 갑작스런 배신이었어. 니노는 그냥 그들의 아파트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 나쁜 놈.

 

 

3.

릴라는 혼자 아파트에서 생활하다가 고향 친구 엔초가 와서 다시 나폴리로 데리고 왔어. 엔초도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는데, 초등학교 때 릴라와 수학경합을 한 이후부터 쭉 릴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 릴라는 돌아와서 니노의 아이를 낳았고 아이의 이름을 젠나로라고 지었어. 스테파노는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해서 젠나로를 잘 대해주었지만, 릴라에 대한 사랑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어. 오히려 스테파노가 이번에는 대놓고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어. 안토니오의 동생 아다였어. 아다는 임신까지 하게 되었고, 스테파노에게 릴라와 이혼을 하라고 했지만, 스테파노는 그냥 그 상태로 지냈단다.

자존심 쎈 릴라가 그냥 있을 리 없었지. 그냥 혼자 돈 벌며 살고 싶어했어. 그런 마음을 알았던 엔초가 제안을 했어. 같이 지내자고릴라는 엔초의 제안에 따라 같이 지내기로 했지만, 사랑은 아니었어. 아예 대놓고 신체적 접촉은 없을 거라고 엔초에게 이야기했고, 엔초도 알겠다고 했어. 그렇게 해서 릴라는 아들 젠나로와 함께 엔초와 지내게 되었고, 브루노의 집안에서 운영하는 햄 공장에 취직을 해서 막일을 하게 되었단다.

한편 대학에 들어간 레누는 시골출신이라는 콤플렉스를 벗어내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했어. 그러다가 명문가의 아들 피에트로와 사귀게 되었지. 대학 생활은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금방 휙 지나갔어. 졸업 즈음에 레누는 심심풀이로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공책에 긁적였어. 그걸 피에트로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학구파 피에트로는 그 소설을 거들떠 보지 않았으나, 피에트로의 엄마가 그것을 읽고 너무 좋다고 책으로 내자고 했어. 피에트로의 엄마는 연줄을 통해 후다닥 책으로 출간을 했어. 레누의 소설은 이내 큰 성공을 거두었어. 그리고 여러 매체를 통해 인터뷰 요청도 들어왔고그런 작가의 대담 같은 행사에서 다시 니노를 만나게 되었단다. 여기까지가 2권의 이야기란다.

레누의 삶과 릴라의 삶. 그들은 순간순간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들이 늘 옳은 것만 아닌 것 같아. 그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하게 돼. 그 선택들이 자신의 삶의 길은 전혀 다른 곳으로 가기도 해.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고 깨닫는 순간, 돌이키기에는 너무 많이 와버린 것을 아는 경우도 있어. 그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레누와 릴라도 그런 상황에 닥쳤을 때 현명한 방법을 찾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어. 그래서 상대방에게 아픈 소리도 내뱉고 그러는 것 같아. 그런 것이 젊음이야. 그때는 몰랐지. 그렇다고 지났다고 해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어. 나이를 먹고도 잘못된 선택의 결과에 대해 돌이킬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몰라. 그저 순응하는 법을 배우게 될 뿐이지

, 이제 레누와 릴라… 3권에서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PS:

책의 첫 문장 : 1966년 봄, 릴라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내게 금속으로 만든 상자를 하나 맡겼다.

책의 끝 문장 : 그는 다름 아닌 니노 사라토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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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8-30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세바시 강의를 몇개 들었는데 그중에 한 강사가 자기 아버지가 죽기전까지 항상 편지를 일주일에 한번씩 딸에게 줬는데 거기보면 독서에 대한 명언과 글이 많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후 매일 아침 아버지의 편지중에 하나씩 꺼내서 읽고 아버지는 떠났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살아계신다고 하던 그 이야길 들으면서 북홀릭님 생각이 났습니다! 너무 멋지세요 전 늘 생각만합니다

bookholic 2018-08-31 10:45   좋아요 1 | URL
저는 큰 의미없이 리뷰를 편지 형식을 빌린 것 뿐이라..^^ 그런데 애들과 편지 노트를 하나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요.. 자주 안쓰게 되더라구요.. 카알벨루치님 말씀을 보니 그 편지노트를 자주 써야겠네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