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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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조완선 작가의 책이 이번에 세 번째란다. 처음에 읽은 책이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이란 책이었는데, 재미있게 읽어서 그의 다른 책들도 찾아 보았어. 그래서 읽었던 것이 <천년을 훔치다>라는 책이었단다. 역사 미스터리라는 장르라는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천년을 훔치다>는 좀 실망을 했었단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비취록>이란 책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책을 들었단다.

결과는… 음, 아쉽게도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더구나. 비취록이라는 예언서를 둘러싼 이야기인데, 실존하는 책은 아닌 것 같고, “정감록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는구나. “정감록”은 조선시대에 실존했던 예언서로 홍경래의 난의 토대를 마련했던 예언서로 유명한 책이었단다. “정감록”으로 검색해보면 관련된 많은 책들이 조회가 된단다. 이 소설에서 비취록은 홍경래의 난 이후 여러 예언서들을 엮은 신비의 예언서라면서 비취록을 소개했단다.

 

 

1.

그럼 이야기를 해줄게. 강명준이라는 역사학과 교수가 있는데, 어느날 그에게 중절모의 중년 사내가 찾아왔는데 고서 진위를 문의하려고 왔다면서 비취록이라는 책을 보여주었어. 진짜 같았어. 그 사나이는 복사본 10여 장만 두고 사라졌단다. 한번 정밀하게 검토해 보라고 했어. 그 복사본을 통해 비취록에서 예언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고 그 책 또한 진짜 같았어. 그렇다면 소문으로만 들었던 비취록의 실체를 보게 된 것이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단다. 연락처를 받아 놓지 않아서 전화를 못하고 있는데, 또다른 사람이 중절모의 사내가 전화했었냐고 물어보는 전화를 걸어왔어. 일단 모르겠다고 했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중절모의 사나이로부터 전화가 와서 이틀 뒤에 찾아오겠다고 했어.

그런데 그가 온 것이 아니고 형사 둘이 찾아 왔어. 오재덕 반장과 조두호 형사. 최용만 씨가 실종되었다고.. 최용만 씨가 바로 그 중절모의 사내였단다. 강명준 교수는 최용만씨를 찾아 대전 고서점으로 향했단다. 그리고 최용만과 오랫동안 거래를 했던 안기룡씨도 찾아갔어. 안기룡이 바로 강명준 교수한테 전화해서 최용만을 찾던 사람이란다. 그런데 그 사람도 보름 전부터 집에 없었어. 얼마 뒤, 최용만씨, 안기룡씨는 연이어 살해되어 발견되었어. 그들이 죽기 전에 쌍백사에 자주 들렀다는 점, 어떤 예언서를 찾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그래서 형사 오재덕 반장과 조두호 형사는 쌍백사에 가 보았단다.

계룡산 쌍백사. 쌍백사라는 절은 실제 있는 절은 아니고 소설 속에서 지은이가 만들어낸 절이란다. 계룡산 쌍백사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소문이 있었어. 그래서 중허 스님은 그 절로 젊은 해광 스님을 보내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어. 해광 스님도 그곳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편지를 몇 통 보냈는데, 갑자기 입적했다는 편지를 받게 된 거야. 그래서 해광 스님의 입적과 죽기 전 그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유정 스님을 다시 쌍백사에 보냈단다. 유정 스님은 여러 정황상 해광 스님이 자연사한 것 같지 않다는 결론을 냈단다. 하지만 이미 화장까지 해서 어떤 이의 진술이 아니면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어. 이때 나타난 스님이 경운 스님이라는 스님인데, 해광의 죽음에 의문점이 있다면서 따로 만나자고 했어.

 

 

2.

그 즈음에 오재덕 반장과 조두호 형사가 쌍백사에 온 거야. 그들이 와 있을 때 한 스님이 실족사로 죽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경운 스님이 실족사로 죽고 말았어. 이것 또한 의문사였단다. 경찰이 와 있을 때 죽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부검을 하기로 했어. 경운 스님의 식도에 삼족오가 그려진 천 조각이 발견되었단다. 유정 스님은 오재덕 반장에게 따라 만나자고 했어. 그리고 해광 스님과 경운 스님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쌍백사에 온 이유도 이야기했어.해광 스님이 남긴 수첩 등을 경찰에게 넘겼지. 오재덕 반장은 그 수첩을 들고 강명준 교수를 찾아갔고, 이후부터 강명준 교수는 오재덕 반장의 수사를 본격적으로 돕게 되었단다.

..

도대체 쌍백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일까. 쌍백사의 주지는 형암 스님으로 오래 전 다른 절에서 파계한 스님이었는데, 쌍백사에 와서 쌍백사를 다시 재건한 스님이야. 그런데 예언서를 지나치게 믿고 있고 예언도 잘 한다는 소문이 있어. 그에게 최측근은 어렸을 때부터 보살펴준 백공 스님이었단다. 그들은 백화원이라는 건물에서 몰래 보천교 의식을 벌이고 있었어. 보천교는 일제시대 민족종교로 비취록을 받들어 모시는 종교였어. 일제의 패망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그런 종교였단다. 해방 이후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암암리에 그 종교가 맥을 이어가고 있었던 거야.

그 맥을 이어가는 곳이 쌍백사와 쌍백사 근처에 터를 잡은 사하촌이었어. 최용만, 안기룡 모두 사하촌에서 4년 동안 생활을 했는데, 아마 그때 비취록의 존재를 알았던 것 같았어. 뒤늦게 조사를 하다 보니 몇 년 전에 사하촌에서도 3건의 의문사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어. 점점 의문의 사건들의 범인들은 쌍백사의 스님들로 향하고 있었어.

간간히 뉴스를 통해서 일왕 방한 소식이 전해졌단다. 그것이 너무 큰 힌트가 되더구나. 갑자기 약간은 뜬금없는 일왕 방한 소식이 나온다는 것은 그것이 이 소설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어. 그것도 일왕이 계룡산 근처인 국립현충원과 독립기념관에 방문한다는 거야. 쌍백사의 스님이 받들고 있다는 비취록의 예언 중에 아직 실행되지 않은 것 중에 하나는 분명 일왕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읽은 이들이 눈치를 챌 것이야. 그런 것들이 아빠가 이 소설에 대해 실망을 느낀 것이란다. 결말이 좀 뻔히 보였거든. 그리고 그 일왕 타겟으로 삼았던 장소도 국립현충원으로 관심을 끌고 있지만, 분명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일 것이라는 것도 너무 쉽게 눈치챌 수 있었어. 그렇다 보니 미스터리의 중요 요소 중에 하나인 반전에 대한 재미가 없었단다. 쌍백사 스님들의 일왕 기습으로 많은 피해만 남기고 실패로 끝이 났단다.

쌍백사 주지인 형암 스님은 살아 남았고, 이번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았어. 다만 때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또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여전히 비취록의 예언을 굳게 믿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쉬웠던 작품이란다. 독자로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이 옳지는 않지만, 좀더 소설을 다듬었다면 좀더 좋은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PS:

책의 첫 문장 : 내가 <비취록>을 처음 본 것은 1984년 겨울이었다.

책의 끝 문장 : 천운이란, 결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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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중독 - 새것보다 짜릿한 한국 고전영화 이야기
조선희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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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지난 봄에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세 여자>라는 소설이 있단다. 그 소설을 쓴 지은이는 조선희라는 사람이야. 그래서 그 분께서 쓰신 다른 책들을 검색해 보았단다. 처음부터 소설을 쓰셨던 분이 아니고 기자 생활을 하다가 소설을 쓰기 위해서 기자 생활을 그만두었다고 했어. 기자 시절에 <씨네 21>이라는 영화 관련 잡지 회사의 편집장으로도 일했대. 그런 이력 때문인지 그의 책 중에 영화에 관련된 책이 있더구나.

클래식 중독. 처음에는 이 책이 영화가 아니고 음악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어. 보통 클래식이라고 하면 고전 음악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야. 아빠도 그런 고전 음악에 관련된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또 다른 고전 음악의 책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겠구나 하고 생각했어.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서 그 책의 소개를 읽어 보았는데, 음악이 아니라 영화에 관련된 책이더구나. 그것도 우리나라 고전 영화에 관한 이야기였어.

아빠가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우리나라 고전 영화는 거의 본 것이 없었어. 서양의 고전 영화는 명작이라고 소문이 난 영화들을 찾아 본 적이 있는데 한국 고전 영화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본 것이 생각이 나질 않더구나. 아빠가 20대 들어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하던 시절 이후의 한국 영화는 좀 봤지만 말이야. 한국 고전 영화라고 하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지고 촌스러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거의 찾아보지 않았던 것 같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예전에 성행을 했던 비디오 가게에서도 한국 고전 영화 코너는 못 봤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구나. 그만큼 보려고 했던 사람도 적었고, 보기도 쉽지 않았던 것 같아. 아무튼 그런 한국고전영화의 이야기야…. 아빠가 영화에 관련된 책을 읽는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어.

 

 

1.

지은이 조선희는 <씨네21> 편집장 경력으로 한국영상자료원장을 맡게 되었고, 3년 임기를 마치던 시기에 이 책을 출간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우리나라 고전 영화에 대한 소개를 한 가장 좋은 책이 아닐까 싶구나. 물론 아빠가 이와 관련된 책들을 알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말이야.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나라 고전 영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도대체 무엇을 봐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나침반 역할을 할 것 같아.

그리고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영화와 영화인들 사이에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읽는 것만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는 책이었어. 다만 아쉬운 것은 세대차이에 따라 이 책에 대한 공감도가 많이 차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빠도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 중에 본 영화가 몇 편 안되어 많은 공감을 하지는 못했단다. 옛날에 이런 영화가 있었구나 하는 정도..

최근까지 활동을 하는 임권택 감독에 관한 이야기 정도가 그나마 아빠가 알고 있는 감독이었어. 임권택 감독이 <춘향전>이라는 영화를 찍었던 것은 알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춘향전>이라는 소재로 찍은 영화가 무려 16편이라고 하는구나. 이 통계는 이 책이 출간된 2009년 기준이니까 그 이후에 더 늘어났을 수도 있고 말이야. 다른 고전에 비해 춘향전이 왜 이렇게 많이 영화로 만들어졌을까? 그것은 서사의 탁월함을 받침으로 사랑, 반전, 코믹 등 영화의 성공 요소를 다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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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우선은 서사의 탁월함이다. <춘향전>은 한 청춘남녀의 러브스토리다. 다만 이 사랑의 행로에 온갖 사회, 정치, 문화적 난관들이 겹겹이 치고 들어오면서 러브스토리가 전투를 방불케 하는 모험의 여정이 된다. 여주인공이 애정다툼으로 인해 투옥되고 고문당하고 살해 위협에 놓이는 이런 살벌한 러브스토리가 어디 흔한가. 이 같은 치명적인 삼각관계가 <춘향전>의 극적 긴장을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이다. 여기에 이별과 재회, 원한과 복수, 억압과 저항, 고난과 극복, 출세와 영락 등 명암이 뚜렷한 이야기의 원형들이 드라마를 종횡으로 얽어나간다. 그러니 이야기 구조가 입체적이고 디테일이 풍부할 수밖에. 강력한 코미디의 매력 또한 <춘향전>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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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검열에 관한 이야기였단다. 요즘에도 검열을 하긴 하지만, 옛날에는 검열이 엄청 심했다고 하는구나.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잘려나갔대. 음악이나 소설 등은 다 만든 다음에 검열을 하지만 영화의 경우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한번, 다 만든 다음에 한번 더 검열을 한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어떤 영화는 3분의 1 이상이 잘려 나가는 경우도 있고, 원작 소설과는 전혀 다른 영화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대.

예전에 아빠도 괜찮게 읽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소설이 있어. 그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경우도 검열을 피해갈 수 없었다고 하는구나. 원작 소설이 철거민의 약자의 시선에서 다룬 영화로 공권력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어. 이 영화는 시나리오부터 제재를 받기 시작해서 몇 번의 수정을 통해 간신히 통과를 하게 되었는데, 배경도 바뀌는 등 원작과는 전혀 다른 영화로 변질되었으며, 포스터를 보면 에로영화인줄 알 정도로 다른 영화가 되었단다. 원작 소설을 본 사람이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다면 잘못된 포스터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원작 소설을 보지 않은 사람이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다면, 야한 영화로 생각하고 영화를 보러 왔다가 실망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구나. 원작 소설의 지은이 조세희님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지금이라도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제대로 영화로 다시 만들어서 원작 소설의 명예를 회복했으면 좋겠구나.

 

 

2.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옛날 고전 영화는 보기가 참 힘들단다. 그런데 요즘에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대부분 VOD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는구나. 그래서 아빠도 한번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어. , 그런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는 안되더구나. 아빠는 당연히 VOD라서 스트리밍 서비스인줄 알았는데, 오프라인으로 직접 영상자료원에 가서 봐야 하는 것이더구나. 관심 있는 사람이야 발품 팔아서 가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좀더 접근하기 쉽게 인터넷에서 스트리밍 등으로 제공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PS:

책의 첫 문장 : 한국영상자료원에 와서 3년 동안 정말이지 한국영화 실컷 보았다.

책의 끝 문장 : 앞으로 내가 문학상 같은 데 응모하게 될 일이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혹여 그런 날이 올 때 김연수 씨가 심사를 맡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88)
그것은 당시 청년문화의 한 아이콘이었다. 그것은 젊은이들의 꿈이되 이룰 수 없는 꿈을 의미했다. 일탈에의 꿈, 현실 저 너머 어떤 곳,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사회로부터 멀리멀리 떠난 곳, 탁 트인 대양과 무한의 자유, 권위적인 아버지를 뛰어넘은 젊은 세대의 미래, 그 모든 것을 통칭했다. 또한, 난숙한 풍요의 후기산업사회로 접어든 서구사회가 달라이라마나 라즈니쉬, 참선 등 동양적 패러다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듯, 과학문명과 경제개발의 중심인 서울에서 바라보는 동쪽 끝, 바다와 고래가 갖고 있는 어떤 근원의, 원시의 이미지에 대한 동경이었다. 하지만 해외이민이나 입산수도라면 몰라도 ‘동해바다의 고래’는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투지가 안 보이는 이루기를 진즉에 포기한 꿈이다. 청년기의 잠재울 수 없는 갈증과 허기와 객기, 군사정권 아래 숨죽인 병영사회 속에서 폭발할 듯한 대학사회의 스트레스가 거기 담겨 있었다. 그것은 희망인 동시에 좌절의 부호였다. 하시 말해, ‘허공에의 질주’였다.

(114)
일본이 항복하고 조선이 해방됐을 때 부푼 꿈이 깨져 허탈해 하는 지식인들이 있었다는 것은, 믿기 싫지만 진실에 가깝다. 총독부가 손목을 비틀어서 이광수가 <전망>이나 <조선의 학도여> 같은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글들의 저류에 깔리는 필자의 정서는 억압과 굴종이 아니라 낙관과 투지에 들뜬 비상한 흥분 상태다. 다만, 당대 최고의 지식인 이광수가 어찌해서 이처럼 믿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는지, 그리고 멀쩡한 조선의 영화인들이 어찌어찌해서 마친내 ‘민족의 죄인’이 되고 말았는지는 연구 대상이다. 그것을 ‘시대적 조울증’과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237)
‘꿈’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잠 속의 환각도 꿈이고, 미래의 소망도 꿈이다. 두 가지는 성질도 다르고 차원도 다른, 전혀 동떨어진 영역에 속해 있는 어떤 것이다. 하지만 놀라운 유사성을 갖고 있다. 모두 마음의 작용이며, 물리적 실체가 없고, 지금 현실과의 관계란 그저 가느다란 끈 정도다. 나는 문득, 그 꿈도 꿈이라 부르고 저 꿈도 꿈이라고 부른 최초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우리말뿐 아니라 다른 언어를 만든 사람들도 똑 같은 발상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영어의 ‘dream’ 역시 두 가지 꿈이다. 중국어의 ‘夢’도 그렇다. 프랑스어의 ‘reve’(레브)나 스페인어의 ‘sueno’(스에뇨)도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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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10-11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음산책 ㅡ 이었네요!^^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태인 2018-10-14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영상원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유튜브에서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회원들한테 문자 보내더라고요.유튜브에도 올리니 보러오라고...

bookholic 2018-10-15 08:1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일단 회원 가입이 우선이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강병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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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한 사람 밖에 떠오르지 않았단다. 책 앞표지의 간략하게 그린 초상화만 봐도 떠오르는 사람, 책제목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라는 말만 들어도 떠오르는 사람. 하지만 영원히 떠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아빠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된 이후, 아빠는 텔레비전 뉴스를 완전히 끊었단다.

아빠는 그가 나라를 말아먹을 줄 알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거덜내면서 말아먹을 줄은 사실 몰랐단다. 그 동안 구축해 놓은 국가 시스템이 그의 권력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오랜 편법과 불법으로 똘똘 뭉친 장사꾼 출신인 그가 대통령의 권력을 잡았는데, 그깟 법이 눈에 보이겠니..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자기 주머니 채우느라 정신 없었지. 정말 싫었단다. 그런 그가 대선 후보 때 했던 말.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세상 최고의 거짓말쟁이가 한 이 말은 짜증 가득 품어내는 말이었단다.

그런데 그것을 제목으로 소설을 만들었다? 소설이 재미없더라도 그냥 읽고 싶었단다. 이 책은 강병융이라는 사람이 쓴 단편소설집이란다. 도대체 강병융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어떤 강심장을 가진 사람인데 이런 소설을 썼을까? 범접할 수 없는 인물을 대놓고 쥐로 의인화한 그림을 책 앞표지에 딱 갖다 놓는 대담함. 작가 프로필을 보았단다. 1975년생 현재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하는구나. 물론 소설가로도 소설들을 냈고 말이야. 남다른 경력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어. 책날개에 있는 그의 사진을 보아하니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처럼 보이는구나.

 

 

1.

읽으면 속이 시원한 소설이 있을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아빠는 이 책에 나온 소설들 중에 2편을 읽고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았단다. 그 두 소설은 바로 <우라까이>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라는 소설이란다. <우라까이>라는 소설은 쓴 소설이 아니라 만든 소설이라고 해야 옳겠구나. 우라까이라는 말은 원래 기자 세계에서의 은어로기사의 내용이나 핵심을 살짝 돌려쓰는 관행을 이르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그냥기사 베끼기를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이 단편 소설은 신문 기사들을 짜깁기해서 만든 소설이란다. 그가 창작해낸 말은 하나도 없고, 여기저기 신문 기사를 오리고 붙여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란다. 소설 만들어내느라 고생을 한 것 같구나. 아래 내용을 보면 너무 자연스러운데 사실은 여러 기사들을 짜깁기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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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보도를 따르면 이 거대 쥐는 예배를 마친 후에는 조용히 찬양을 부르며 활짝 웃었다. 얼굴 표정은 전에 없이 환하고, 웃는 모습은 마치 모든 근심을 털어버린 듯 천진난만하기까지 하고 학생들과 함께 하트를 함께 그리며 다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성공하고 있는 징표라는 자신감을 보이는 듯한 표정, 자족감이 묻어났다.

(65)

미국 뉴욕주에는 애완동물로 쥐를 기르는 사람이 있다고 미국 매체 뉴욕데일리뉴스가 소개했다. 그녀의 집 거실에는 약 173센티미터의 쥐 조각상이 있으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MB의 추억>.

“다른 동물들이 할 수 없을 정도로 날 정말 행복하게 해준다, “사람들은 내게 왜 개나 고양이를 기르지 않으냐고 묻지만, 난 그냥 쥐가 좋다고 말했다. 괴물 쥐와 자신이부적절한 관계였다고 주장한 내용을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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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 제목과 같은 단편 소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그가 대통령이던 시절.. 우리나라는 거짓말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선량한 사람들이 많이 죽고 다쳤단다. 그 거짓말 같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이 가슴 아프구나. 광화문의 평화시위. 그것도 광우병 소고기 반대라는 먹거리와 관련된 평화 시위였는데.. 그 시위에서 물대포를 맞고 실명을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고, 용산에서 자신의 집과 가게를 지키려다 죽은 사람이 있었어.. 이런 일들로 가족이 풍비박산이 된 어떤 아줌마의 복수극.

힘이 없어서 그 대상에게 복수는 못하고, 얼마 전부터 눈에 나타나서 약올리는 듯 왔다갔다 하는 쥐를 잡아 죽인다는 이야기란다. 읽으면서 아빠는 지은이가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단다. 민주 정권이 들어서고 그가 감옥에 가 있는 세상이지만, 그가 이 소설의 존재를 알게 되면 혹시 지은이에게 나쁜 짓은 아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야. 그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보면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이거든 말이야.

.

이 책에는 이렇게 그에게 헌정하는 소설도 있었지만, 다른 소설도 있었단다. 그리지 못해 쓴 이야기 시리즈도 기발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낼만 했고, 동성애자들이 모여 사는 충청북도의 좆도라는 가상의 섬 이야기를 쓴 <귀뚜라미 보일러가 온다>는 솔직히 약간은 읽기 불편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알퐁스 도데의 <>을 패러디한 <빙글빙글 돌고>라는 소설도 신선했단다. <빙글빙글 돌고>라는 소설은 참신한 시도 같았어. 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유명한 소설을 살짝 비틀어서 패러디 소설을 써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오늘은 이렇게 간단히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메시아가 왔다는 2000년래의 구라가 있습니다.

책의 끝 문장 : 세상은 좋아질 겁니다. 저는 긍정적인 사람이니까요! 희망을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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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그때 제가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은 몇 명인지,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은 몇 명인지 세보았습니다. 몇 명입니까? 4명입니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그런데 4명 중에 2명은 갔다 왔고, 2명은 가 있고그러니까 지금 다른 나라 대통령은 5명 모두 무대 위해 올라가서 국민들에게 우리가 뭉쳐야 한다고 호소하는 아주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우리나라는 생각하기도 좀 불편한 그런 처지에 전직 대통령들이 놓여 있는 것입니다.

(39-40)

지금은 촛불 이후 시대입니다. 촛불이 세상을 바꾸었고, 촛불이 변화의 첫 단추를 끼워놓은 상황이지요. 그래서 촛불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무엇을 해야 촛불의 정신이 구현되고, 역사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룰 새로운 시대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한 것들을 바탕으로 저는 촛불시대의 과제를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바로 불평등을 평등으로, 불공정으로 공정으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평화의 정착으로, 이 세가지가 우리에게 떨어진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47)

대한민국은 공정합니까? 죄가 있으면 처벌을 받고, 능력을 열심히 갈고닦으면 취직이 되고, 일을 잘하면 상을 받고, 이렇게 공정합니까? 답은 뻔합니다. 전혀 공정하지 않습니다. 강원랜드는 우리 사회에 있는 불공정의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일 뿐입니다. 그외에도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재벌의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등 많은 예가 있지요. 지금이 촛불 후 시대라지만 여전히 함께 살려고 하기보다 우월한 지위와 강한 힘을 이용해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습니다.

(49-50)

사법부의 이러한 문제는 국민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2015 OECD가 회원국 국민들이 자국의 사법 시스템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꼴찌였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27퍼센트였습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54퍼센트였지요. 우리나라보다 사법부 신뢰도가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뿐이었습니다. 사법부라는 건 일종의 저울입니다. 잘못을 많이 하면 벌을 엄하게 주고, 죄가 없으면 석방해주는 저울과 같은 곳이지요. 쉽게 비유해볼까요. 시장에 갔는데 그곳에 있는 저울 중 27퍼센트는 진짜지만 73퍼센트는 가짜입니다. 500그램을 달아도 저울에는 800그램으로 표시됩니다. 그렇다면 그 시장에 가겠습니까?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법부를 그런 시장이나 마찬가지인 곳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58)

불평등은 다른 말로 기회의 불균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결과의 불균등과는 다릅니다. 어차피 사람은 다 다르기 마련이고, 모든 일의 결과도 같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똑 같은 기회를 받아야 합니다. 조선시대처럼 양반만 과거시험을 치를 수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그렇게 대놓고 차별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균등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회는 균등해야 약자와 강자가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66)

경제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강자가 독식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세금으로 복지를 늘린들 사회적 분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격차를 메꿀 수는 없습니다. 불평등의 해소란 바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는 것, 일자리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한 만큼 제대로 받는 것, 그래서 모두가 스스로 노동해서 먹고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78)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누가 결정해야 합니까? 국민이 결정해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도 국민이고, 세금을 내는 사람도 국민이고, 나누는 주체도 국민이라면, 우리나라 복지를 어느 수준으로 하고 어떻게 나눌지는 국민이 결정해야 합니다.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요. 28퍼센트에 머물 것인가, 매년 1퍼센트씩 높여서 10년 후 38퍼센트로 나아갈 것인가. 우리는 이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습니다. 어떤 대통령 후보가 28퍼센트를 유지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28퍼센트가 유지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102-103)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국민과 지방에 나눠주는 일, 이것은 정치개혁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민의 권한이 커질수록 정치인들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에게 힘이 있는데, 정쟁이나 정계 구도만 신경쓰고 있을 수는 없지요.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과 지방의 권한이 더욱 커지는 방향이어야 한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108)

민주주의란 시스템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생업 또는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해도 시스템이 잘 작동하면 나라가 문제없이 운영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없을 때 시민들은 뉴스에 댓글을 쓰고 청원에 지지하는 정도로 자기 의사를 표현합니다. 촛불이 일어난 것은, 사람들이 생업과 학업을 내팽개치고 주말을 반납하면서 광장에 나온 것은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잘못했고, 비선실세가 부정하게 사욕을 채웠는데, 검찰도 경찰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국정원은 뒤에서 댓글만 쓰는 것 같고, 재판부는 죄다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국회는 손만 놓고 있고, 시스템이 전부 망가진 듯했기에 촛불을 들고 모인 것입니다. 모여서 무엇을 했습니까? 경찰과 충돌하고 청와대 담을 넘었나요? 아니지요. 계속 외쳤습니다. 시스템을 복구하라고 말입니다.

(110-111)

그렇다면 가장 역동적이며 직접적인 참여는 무엇일까요? 정당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당에 가입하는 사람을 권력지향적이거나 권력에 매수당한 사람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렇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다릅니다. 달라지기 시작했지요. 어느 당이 좋을지 고민이라면, 일단 지금 가장 자신과 뜻이 맞는 곳에 가입하십시오. 정당에 가입해서 당비를 내고 당원 투표에도 참여하면서 다른 당도 바라보면 됩니다. 그러다 다른 당이 더 낫겠다 싶으면 옮겨도 괜찮습니다.

(137-138)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한가지 일만 하기에도 짧습니다. 그렇기에 한가지라도 제대로 해낸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클 것입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떤 직업이든 심혈을 기울여서 일하고 가치를 창출한다면, 세상에서 내리는 평가 이상의 거룩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더 훌륭하고 좋은 일들이 많지요. 하지만 직업에 귀천이 없듯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다른 일을 할 생각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로써 우리나라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저의 꿈이기에 앞으로도 계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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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 세상을 바꾼 다섯 개의 수
EBS <넘버스> 제작팀 지음, 김홍종 감수, EBS MEDIA / 민음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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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했단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재수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어. 그런데 너희들이니까 솔직히 이야기하는 거야. 아무래도 깔끔하게 답이 나오고,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이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기도 하고, 추리를 해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그래서 좋아했던 것 같아. 예전에 회사 일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고등학교 수학 문제집을 풀면서 스트레스를 풀 때도 아주 가끔 있었단다. 수학 문제에 집중을 하다 보면 회사 일을 잠시 잊기도 했거든그래서 수학에 관련된 책들을 만나면 은근히 반갑더구나.

지금 와서 수학에 관해 어려운 전공책을 읽는 것은 좀 그렇고,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책들이면 대환영이란다. 그런 책들에서 읽은 이야기를 너희들에게도 해주면 좋고 말이야. 정말 오랜만에 수학에 관한 책을 읽었단다. EBS 다큐프라임으로 방영이 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넘버스>라는 책이야. EBS 다큐프라임은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질 높은 다큐멘터리로 본 것 중에는 실망한 것이 없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바쁘다는 이유로 많이 보지는 못하는구나. 가끔 다큐프라임을 책으로 엮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 읽은 <넘버스>도 텔레비전으로는 보지 못하고, 이렇게 책으로 만나는구나.

세상을 바꾼 다섯 개의 수.. π, ∞, x, 0, i

수라고 하면서 너희들이 알고 있는 숫자처럼 보이는 것은 영(0) 하나뿐이구나. 그런데 나머지들도 다 숫자란다. 너희들이 앞으로 학교에서 하나씩 배우게 될 숫자들이지

 

 

1.

π. 원주율이라고 하는 π. 원둘레와 원의 지름의 비율. 좀 쉽게 이야기하면 원지름이 1일 때 원둘레의 길이.. 파이. 3.14. 그래서 3 14일을 파이데이라고도 한단다. 누군가에게는 화이트데이이지만

π를 하늘의 수라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간단히 3.14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뒤로 숫자가 계속 이어진단다. π는 그리스로 원둘레라는 단어의 앞글자를 따서 표기한 것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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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π는 그리스어로 둘레를 뜻하는 단어인 περιμετροζ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앞서 살펴본 원적문제와 관련이 깊다. 아낙사고라스가 처음 문제를 낸 이후 원적문제는 여전히 인기가 좋았다. 아르키메데스는 여기에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원과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을 자와 컴퍼스만으로 작도하는 데 매달리지 않고 원의 넓이를 구하는 일에 집중한 것이다. 그리스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선지 그에게는 깐깐한 본토들이 보여 주는 자와 컴퍼스에 대한 강박이 없었다. 그는 연구 끝에 다음과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원의 넓이는, 밑변이 원둘레와 같고 높이가 반지름과 같은 직각삼각형의 넓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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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대에서는 측정장치는 자와 컴퍼스뿐이었는데, 자와 컴퍼스를 이용해서 원의 면적을 재려고 애를 썼지만 정확히 잴 수 없었대. 아무래도 땅의 면적이 중요하니까 말이야. 네모 모양의 면적은 금방 계산이 되는데 원의 면적은 어려웠던 거야. 그러다가 아르키메데스라는 사람이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냈단다. 원의 넓이는 밑변이 원둘레와 같고 높이가 반지름인 직각삼각형의 넓이와 같다고 했어. 이것은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금방 이해가 된단다. 그림은 책에서 참고하렴.

, 이제 원의 둘레만 잴 수 있으면 돼원의 둘레를 재는 방법도 알아낼 수 있었어. 원에 내접하는 다각형과 외접하는 다각형의 면적을 재는 거야. 그러면 원의 면적은 내접하는 다각형의 면적보다 크고, 외접하는 다각형의 면적보다 작게 돼. 그리고 다각형의 꼭지점을 점점 키우면 원의 면적의 범위는 점점 작아지게 되는 거야. 그렇게 해서 아르키메데스는 원에 내접하는 96각형과 외접하는 96각형의 면적을 구해서 원둘레와 원의 지름의 비율이 3.1408 3.1429 사이의 숫자라는 것을 밝혀냈어. 지금도 이 방법으로 원주율을 구하는데, 슈퍼컴퓨터로 1 2000억대자리까지 구했다고 하는구나. 특별히 좀더 쉽게 구하는 방법이 딱히 없어. 하지만 여전히 그 숫자는 반복되지 않는 숫자로 남아있대. 참 신기하구나..

아주 심플해 보이는데 지름과 원둘레의 비율이 무리수라니….  원주율은 왜 무리수일까? 갑자기 이걸 증명한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구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요란 람베르트라는 사람이 18세기에 처음으로 증명했다는구나.

 

 

2.

8자를 눕혀 놓은 모양의 수.. 끝이 없는 수를 표현하는 무한대를 나타내는 수란다. 갈릴레이는 무한을 생각할 때 유한과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어. 예를 들어 자연수가 홀수와 짝수가 있다고 해서 자연수의 개수가 짝수의 개수보다 많다고 할 수 없다는 거야. 자연수도 무한 개, 짝수도 무한 개그러므로 자연수에 매칭되는 짝수는 반드시 있기 때문에.. 그래서 짝수가 자연수보다 더 적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어.

===================================

(88)

짝수는 자연수의 부분일 뿐이라 자연수가 훨씬 더 많을 것 같지만, 자연수 집합 안에서 어떤 큰 수를 가져와도 거기에 대응하는 짝수의 원소가 있다. 다시 말해 일대일 대응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무한을 볼 때는 유한의 세계와 같은 시선으로 보지 말라는 얘기가 바로 이것이다.

살비아티는 말한다.

“어떤 것들의 개수가같다’, ‘많다’, ‘적다고 하는 것은 개수가 유한한 경우에만 할 수 있는 말일세. 무한한 경우에는 이런 말이 성립하지 않네. 유한한 개념들을 가지고 무한에 대해 토론하려니 이런 어려움들이 생기는 것이지.”

===================================

게오르크 칸토어라는 사람은 무한급수를 생각해냈다고 하는구나.. 무한히 많은 수를 더한 값을 찾을 수 있다고 했어. 무한한 수를 더하면 무한한 수가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발산이라고 했고, 무한한 수를 더해서 특정한 값을 구할 수 있는 경우는 수렴이라고 했단다. 고등학교 때 무한급수 단원이 괴롭히기도 했는데, 그때는 그냥 별 생각 없이 공식을 외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무한급수를 생각해 낸 칸토어라는 사람 또한 천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런데 칸토어는 다른 수학자들로부터 무한의 수를 세었다고 무시당하고 압박을 받다가 신경쇠약으로 일찍 세상을 등졌다고 하는구나. 참 안타까운 일이구나.

 

 

3.

그런데 더 안타까운 사람이 있더구나. 갈루아라는 천재 수학자였는데 젊은 시절 사랑을 둔 치정극의 결투로 사망하고 말았단다. 그의 나이 21살이었대. 21살이 무엇을 했길래 천재수학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 그는 자신이 죽을 것을 예감하고 3통의 편지를 남겼는데, 그 중에 한 통이 수학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하는구나. 그가 남긴 것은 5차 방정식은 근의 공식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내용이었어.

x. 미지수를 나타내는 x. 이것도 숫자로 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구나. 어떤 숫자인지 모르는 숫자를 편의상 대체한 것인데 말이야. 그래도 미지수라고 칭하니 숫자라고 해야 하는지어떤 수도 될 수 있어서 그런지 이 책에서는 x를 상상의 수라고 했단다.

갈루아 이전에 수학자들은 이런저런 노력으로 2차 방정식, 3차 방정식, 4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구했단다. 3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세상에 출현하는 과정도 재미있는 과정을 거쳤지만 그 이야기는 갈루아의 이야기에 비하면 별로니까 생략할게. 4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발견하고 나서 오랫동안 수학자들은 5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푸는데 온 힘을 쏟아 부었단다. 그런데 21살의 젊은 수학자 갈루아가 5차 방정식은 근의 공식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야. 안타깝게 사랑을 둔 결투에서 죽고 말았지만 말이야. 그가 젊은 나이에 죽지 않았다면 수학에 많은 업적을 세웠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하는구나.

 

 

4.

숫자 0은 생각보다 상당히 늦게 태어났다고 하는구나.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0은 사실 숫자일 필요가 없던 거야. 인도에서는 옛날에 학문이라는 것은 말로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대. 그렇다 보니 간략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어. 숫자도 마찬가지였단다. 로마자의 경우 십의 자리는 다른 문자로 표기를 했는데, 인도에서는 자릿수의 개념을 생각해 냈다는구나. 그렇게 자릿수를 생각하다 보니 중간에 빈 수를 표현해야만 했어.

예를 들어 천의 자리는 9, 백의 자리는 없고, 십의 자리는 4, 일의 자리는 9라는 숫자를 표현할 경우, 백의 자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생긴 것이란다. 띄어쓰기를 해서 9 49라고 해도 헛갈릴 것 같았어. 그래서 0이 생겨난 것이란다. 9049. 얼마나 편하니이렇게 생겨난 0은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에 전파가 된 것이란다. 피보나치 수열로 유명한 피보나치는 0의 존재를 접하고 너무 편리해서 0을 전파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는구나. 0의 발견은 아주 큰 숫자도 아주 간단하게 쓸 수 있게 한 것으로, 인류문화사의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손꼽힌다고 하는구나. 음… 그런 재미있는 역사를 가지고 있구나.

 

 

5.

두 수를 더하면 10, 곱하면 40인 수를 구해 보시오. 이런 문제를 누군가 냈다고 해보자꾸나. 간단한 연립방정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하지만, 이 방정식을 풀려고 해보면 x^2=-15라는 수식을 만나게 된단다. 어떤 수를 제곱해서 음수가 나오는 수라니…. 그런 수가 어찌 있을 수 있는가. 이 연립방정식의 답은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수학자들은 그런 수를 만들어내게 된단다.

알파벳 i로 표현하는 허수라는 수… i의 제곱은 -1이 된단다. 그러면 아까 위의 방정식 x^2=15의 답도 구할 수 있단다. 숫자는 설명하기 쉽게 하려고 수직선상에 표현하기도 한단다. , 그러면 이 허수는 수직선상에 어디에 놓아야 하는가 고민이 생겼어. 이미 수직선상에는 정수, 유리수, 무리수 등 실수로 가득 차 있었거든

유명한 수학자 가우스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좌표평면이었단다. 수직선은 좌우로만 길어지는데, 가우스의 좌표평면은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로도 뻗어나가고, 허수의 위치는 바로 그 상하 쪽에 위치하게 했단다. 익숙하게 이야기하면 x축은 실수 축, y축은 허수 축이 되는 거야. 처음에 허수를 발견했을 때는 쓸모 없는 숫자라고 생각들 했어.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양자역학, 현대수학, 물리학, 우주를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수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숫자도 언제 어떻게 운명이 바뀔 지 모를 일이로구나.

.

지금까지 아빠가 이해한 수준에서 간단히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HTML 문서로 수식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고, 아빠가 게을러서 그림들을 갖다 붙이기 하지 않아서 아빠의 글이 쉽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나중에 너희들이 좀더 커서 학교에서 이런 숫자들을 접하게 되면 이 책의 원작인 EBS 다큐프라임 <넘버스>를 찾아 같이 보자꾸나. 오랜만에 수학에 관련된 책을 읽고 나니 수학에 관련된 책들을 더 찾아 읽어보고 싶구나. 우선 집에 있는 책들부터 뒤져 봐야겠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련다. 안녕.

 

                                                                     

PS:

책의 첫 문장 :.자연을 커다란 책에 비유한다면, 그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거기에 쓰인 언어를 알아야 할 것이다.

책의 끝 문장 : 사실, 보물이 있는 자리는 P=1, Q=1이라는 가정을 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같은 자리다. 교수대의 위치와 상관없이.


(103)
"내가 유일하게 옳다고 생각하는 이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쩌면 내가 역사상 맨 처음으로 모든 타당한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그런 입장을 분명히 취한 사람일 것이다. 한편 나는 알거니와 내가 이런 논의를 하는 마지막 사람은 분명 아니다."

(215)
사람들은 방정식을 들여다보고 각의 3등분 문제와 아폴론 제단 문제도 모두 자와 컴퍼스만으로는 작도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왜냐면 둘 다 3차식으로 표현되기는 하나 x3-1=0의 경우처럼 1차와 2차식으로 인수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2000여 년이 지나서야 참으로 오랜 난제들이 해결됐다.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은, x3-1=0에서 구한 해 중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문제가 괴물 같은 수인 ‘허수’를 드러냈다는 데 있다.
"허수를 상상의 수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마법의 수라고 불렀습니다. 없는 것을 만들었죠. 그러나 사람들은 이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수학에 유용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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