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 그리하지요. 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을음입니다. 소나무를 태워 생긴 그을음으로 만든 먹을 송연묵(松煙墨)이라 하고, 참기름, 비자기름, 오동기름 등을 태워 생긴 그을음으로 만든 먹을 유연묵(油煙墨)이라 합니다. 아궁이에 소나무를 태우게 되면 굴뚝에 그을음이 붙게 되는데 위쪽에 모이는 것일수록 좋은 먹이 될 수 있습니다. 소나무의 송진 그을음으로 만든 송연묵은 먹색이 맑고 깊습니다. 예로부터 중국 황산에서 나는 소나무로 만든 먹을 최상품으로 칩니다. 그 이유는 다른 지역보다 송진이 진하고 많아 가늘고 고운 그을음 입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탁하지 않고 맑은 먹을 얻어야 먹색이 깊어집니다.

(154)

내가 보고 싶었던 그림들이 바로 이것이다. 놀라는 얼굴 표정을 곁에서 보는 듯하고 밥 한술과 한 사발 탁주에 만족해하는 너털웃음 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것 같구나. 길거리에서 송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어떤 판결이 내려지는지 한번 참견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처럼 서로 부대끼며 백성들과 함께 살아가는 수령이 있으니 과인이 바라던 바다.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이토록 자세히 읽어내고 그려내다니, 마치 백성들이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 같구나. 더욱이 표암이 유려한 필치로 느낌까지 적었으니 그 강평이 날카롭게 풍자되어 읽어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기만 하다.

(174~175)

김홍도는 지극히 평범한 서민들의 모습에서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쉬운 표정을 잡아내 익살스러우면서도 해학적이고 감칠맛 나는 그림을 그렸다. 얼굴 표정 표정마다 이유가 있어 따뜻한 정도 묻어났다. 문무대관들이 아무리 설명을 한들, 아무리 서책으로 상세히 편찬해낸들 이 그림만 할까. 김홍도 그림 한 장이면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으니 무엇에 비견한단 말인가! 더욱이 그 속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숨겨져 있으니 느끼는 생동감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248)

정조가 원대한 계획을 펼쳐나가는 데 의지하고자 했던 인물은 채제공과 정약용, 그리고 김홍도였다. 외형적으로 붕당을 없애고 고루 인재를 등용하면서 노비제도를 철폐하여 위아래 없이 모두 잘사는 평등사회를 건설하면서 조선의 발전을 가로막는 관행과 제도를 개혁하고 그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출판 사업을 실현하고자 하였다. 후대의 모범으로 남기를 바라며 문화 부흥의 꽃을 피워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또한 노년에 이르러서는 화성 행궁으로 물러나 여생을 예술과 더불어 노닐고자 하는 이상을 꿈꾸고 있었다.

(313)

예리한 지적을 해주셨사옵니다. 인물뿐 아니라 의습선 또한 품위 있게 받쳐주어야만 그림에서 정기를 느낄 수 있사옵니다. 우리 초상화의 경우 중국과 달리 터럭 한 올 한 올 정확하고 섬세하게 그리면서도 생생한 생명을 불어넣듯 그리는 준엄성을 요구하옵니다. 채색 작업에서는 문무백관의 지위를 나타내는 흉배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 은은한 색조를 넣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색조가 들떠 보이거나 경박스럽지 않아야 화원의 진중함이 따라야만 비로소 완성의 미를 이룰 수 있사옵니다.

(318)

군주와 신하가 초상화 초본 석 점을 걸어놓고 자유로이 의견을 나누고 어느 초본이 마땅한지 정하는 과정이 참으로 민주적이다. 그리고 어진 작업을 일일이 살폈을 정조는 화원 이명기가 자신의 의도와 의중을 바로 살펴 어진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인가 염려하면서도 복식보다는 눈동자가 주는 정채로움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처음부터 서편 유지본이 마음에 든다고 피력하였고 좌의정 채제공까지 동의하였는데도 신하들이 뜻을 굽히지 않자 결국 중앙 원유복 초본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신하들의 의견을 존중해 준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홍도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동편 유지본을 선택하였다. 대략 그려진 초본이기에 세밀하게 묘사되지 못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무언가 시선을 당기는 강한 기운을 느꼈고 주상의 어진 동참 화사로서 명주 올리고 채색을 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고려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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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원자 - 필멸의 물리학자가 좇는 불멸의 꿈
이강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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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부터 너희들이 원자가 뭐냐고 자주 물어봤잖아. 아빠가 알고 있는 지식 범위 안에서 설명을 해주긴 했는데, 아빠도 그리 많이 알고 있지 않아. 그래서 원자에 대해 재미있는 책이 뭐 없을까 생각하던 중에, <김상욱의 양자공부>를 읽었잖아. 그런데 그 책에서 양자역학과 원자물리학에 대한 많은 책을 추천해 주었단다. 그 중에 이강영님의 책들도 있었어. 이강영님의 책들 중에서 확 끌리는 제목의 책불멸의 원자. 너희들이 궁금해하는 원자에 대해 공부할 수 있겠다 싶었어. 검색을 해보니 평도 좋았단다.

이강영님은 물리학을 공부하셨고, 지금은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란다. 그분이 과학문화웹진 <크로스로드>에 실었던 칼럼을 모은 책이래. <크로스로드>에 실었을 때는 글 길이의 제약이 있어서 생략했던 내용들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보충도 했다고 했어. 아빠는 과학문화웹진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 이 책을 읽고 <크로스로드>를 한번 들어가보았단다. , 건전하면서도 좋은 정보를 알려주고, 호기심도 채워주는 그런 곳이더구나. 자주 들러봐야겠구나.

1.

책제목이 <불멸의 원자>라고 해서 책 전체가 원자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1부는 주로 원자에 관한 이야기이고, 2부는 그런 원자를 연구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였어. 아빠는 2부가 특히 좋았단다. 모르고 있던 과학자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숨겨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만날 수 있었어. 3부에서는 새로운 입자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원자는 변하지 않아. 단지 형태를 바꾸면서 다른 화합물로 들어가는 것이지. 사람이 죽어 오랜 시간이 지나면 흙으로 변한다고 하잖아. 그러면 사람을 구성하고 있던 원자들은 모두 사라지는 거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변할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생물체는 불멸의 존재라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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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그렇게 원자는 변하지 않는다. 형태를 바꿔 가며 상태를 바꿔 가며 이런저런 화합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올 뿐이다. 누군가의 몸속에 있었던 원자든지 인간이 나고 자라고 죽고 문명이 성하고 쇠하고 꽃이 피고 지고 숲이 우거지고 새가 울다가 날아가 버리는 동안 언제나 같은 원자인 채로 남아서 세상을 떠돈다. 원자는 불멸의 존재다.

불멸의 원자라는 개념은 놀라울 만큼 일찍 인간의 문명 속에 나타났다. 2,400년 전 아브데라 출신의 데모크리토스는 우리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근본적인 물질인 원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세계관을 펼쳤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는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으며 사라지지도 않는 불멸의 존재였고 데모크리토스에게 이 세상은 빈 공간과 원자로 이루어진 물리적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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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원자들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우주의 탄생부터 원자들이 생겨났고, 이 우주에 가능 많은 원자는 수소로 우주 전체 원자의 90%를 차지한대. 그 다음이 헬륨인데 거의 10%를 차지한대세 번째가 산소인데 0.06%밖에 안돼. 그러니, 우주의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무방하겠구나. 그렇게 수소와 헬륨이 많은 이유는 별의 대부분을 수소와 헬륨이 차지하고 있어서 그래.

별이라는 것의 정체가 무엇일까? 별은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하는 핵융합의 과정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빛을 내는 것이고 말이야. 그리고 헬륨은 양성자가 하나 더해져서 다른 원소들을 만들어낸대. 그리고 그렇게 원자들은 별에서 생겨난 것이고, 그렇게 생긴 원자들이 흘러 지구로 와서 아빠와 너희들의 몸이 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의 고향은 우주 저 멀리 어떤 별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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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수십억 년 전 어느 별 안에서 만들어져서 초신성의 폭발과 함께 우주 공간에 흩어지거나 적색 거성의 표면에서 흩날려서 떠다니다가 서로 만났다. 우리는 언젠가 우주 어디선가 일어났던 초신성의 흔적이며 수많은 별들의 죽음 속에서 태어난 존재다. 우리가 언젠가 죽겠지만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언제까지나 남아서 지구 어느 곳인가, 혹은 우주 어느 곳인가에서 또 무엇인가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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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자의 존재를 알게 되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아주 작은 원자핵과 그것보다 더 작은 전자가 원자핵에서 한창 떨어져서 원자의 주변을 어디서 모를 경로로 돌고 있는 것그것이 바로 원자의 모양이란다. 집념의 과학자들은 또 연구를 해서 원자핵 안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게 된단다. 그것이 끝이 아니야. 양성자 안에는 또 쿼크들이 있고, 글루온이라는 접착제 같은 물질로 뭉쳐 있는 모양이라는 것까지 밝혀내었단다. 원자라는 것 자체도 너무나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그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과학자들은 정말 대단해 보이는구나.

반물질이라는 신기한 물질이 있단다. 이런 호기심에서 출발한단다. 원자라는 것이 전기적으로 중성을 띤단다. 원자핵의 양성자는 전기적으로 양극, 전자는 음극을 띠고 그것이 서로 상쇄되어 중성을 띠는 거야. 그런데 서로 짝이라고 하기에는 질량 차이가 너무 난다는 거야. 전자의 짝은 따로 있지 않을까그러던 중 디랙이라는 과학자가 양자역학을 연구하다가 전자와 질량은 같고 극성이 다른 입자가 있음을 밝혀낸단다. 그것을 양전자로 이름 지었지만, 발견하지는 못했어. 그 일이 있고 얼마 뒤 미국에서 우주에서 온 물질을 관측하다가 양전자를 실제로 발견했단다. 그렇게 디랙의 예상은 실제가 된 거야. 그리고 전자와 질량은 같고 극성이 반대인 양전자가 있듯이 양성자와 질량은 같고 극성이 반대인 반양성자도 있는 거야. 그리고 반양성자와 양전자가 하나씩 있는 반수소도 있는 것이지. 이렇듯 모든 입자는 그것의 진정한 짝인 반입자가 있단다. 그런데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모든 물리적 성질이 상쇄되어 0이 되어 두 입자는 소멸한단다. 그리고 소멸된 질량만큼 복사에너지, 즉 빛을 남기게 돼반입자가 있으면 우리 몸도 사라지는 것이냐고? 그것은 맞는데, 너무 걱정하지마....  우리 지구에는 그냥 입자만 있으니까 말이야.

우주 탄생의 빅뱅의 순간 수많은 입자와 반입자가 생겨났고, 반입자들은 우주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현재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반입자 짝을 찾지 못하고 남은 입자들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 혹시 모르지지구와 똑같이 생긴 반지구가 우주 어딘 먼 곳에 있을 수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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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7)

반입자는 입자와 질량은 똑같고, 전하뿐 아니라 모든 물리적 성질이 정반대인 상태다. 그래서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모든 물리적 성질이 서로 상쇄되어 0이 되고 두 입자는 소멸한다. 다만 입자와 반입자의 질량만은 상쇄되지 않고 남아서, 그 질량만큼의 복사 에너지가 된다. 한마디로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빛을 남기고 살져 버리는 것이다. 우리 세상은 그냥 물질로 되어 있으므로, 반물질이 나타나면 물질과 만나서 금방 소멸해 버린다. 그러니까 반물질을 보관하려면 보통 물질로 만들어진 용기에 그냥 담을 수 없고 항상 진공 속에 두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언가로 반물질을 붙잡아서 공중에 떠 있게 만들어야 한다. 양전자나 반양성자라면 전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전자기장으로 조종해서 일정한 위치에 잡아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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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부에서는 원자물리학을 연구했던 물리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단다. 대부분 아빠가 모르는 과학자들이었어.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남자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2부에서 궁금증이 풀렸단다. 엔리코 페르미라는 사람이야. 페르미라는 이름이 좀 익숙하다는 생각을 했는데그 사람의 이름을 딴 페르미온, 페르뮴, 페르미 준위라는 용어들이 있었고, 1000조분의 1을 의미하는 페르미라는 말도 엔리코 페르미라는 이름에서 따왔대. 이 사람은 물리학에 있어 대단한 이론가이면서도 대단한 실험가였다는구나. 자신이 할 실험에 필요한 장비들을 직접 만들고 실험들도 직접 다 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책을 한번 읽으면 다 외워버리는 지구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능력이 있대. 그가 한 업적이 이 책에는 많이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원자 물리학자이며 핵폭탄을 만드는 맨하튼 프로젝트에도 참가했었대.

아빠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2부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가장 좋았어. 그 중에 상반된 두 천재 이야기를 다룬 두 천재 이야기가 특히 좋았어. 오늘날 전자제품의 혁신을 이끌어온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존 바딘과 윌리엄 쇼클리에 관한 이야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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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947 12 23, 바딘과 브래튼은 저마늄 표면에 0.05밀리미터 간격으로 놓인 텅스텐 침을 통해 진공관처럼 전류를 증폭시킬 수 있는 소자를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했다. 이 소자의 이름은 트랜지스터로 명명되었고, 특히 이들의 발명품은 점-접촉 트랜지스터라고 부른다. 특허권자의 이름에 쇼클리는 없었다. 쇼클리는 이 발명은 자신의 이론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시금 충격을 받은 쇼클리는 호텔 방과 집에 틀어박혀서 몰래 새로운 방식의 소자를 연구했다. 두 종류의 반도체를 접합한 쇼클리의 트랜지스터는 1948년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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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쇼클리는 독선적이고 다른 사람을 예의 없이 대해서 그의 주변을 모두 떠난 반면에 존 바딘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업적도 같이 나눌 줄 아는 그런 천재였대. 역사가 그들을 평가할 때 존 바딘은 진정한 천재, 윌리엄 쇼클리는 망가진 천재로 했다는구나. 아무리 천재라도 이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다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했음을 그는 왜 몰랐을까.

4.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것은 물리학의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 이야기란다. 이 책이 칼럼을 모은 글이라고 했잖아. 그래서인지 칼럼을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글들로 시작한단다. 그런 글들을 과학과 관련 없는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끌어와서 이야기를 시작했어. 그 중에 하나엄마가 좋아하는 영화 <카사블랑카>와 그 영화 속에 나오는 노래 <As time goes by>가 소개되었어. 아빠도 <As time goes by>라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이 노래는 원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위해 만든 곡이었대. 영화에 나오지 않은 노래와 가사에 아인슈타인이 나온대그 가사 내용이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이제 지쳤다는 가사래.. 하하, 참 재미있구나

==============================

(304~305)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속도와 4차원 같은 새로운 발명으로

걱정거리를 만들죠.

미스터 아인슈타인의 이론에는

이제 조금 지쳤어요.

그래서 가끔은 땅에 내려와서

긴장을 풀고 쉬어야 해요.

무슨 진보가 있건

무엇이 더 증명되든

인생의 단순한 사실은

사라질 수 없다는 것.

험프리 보거트와 잉그리드 버그먼이 주연한 1942년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제곡 <시간이 흐르면서( As time goes by)>는 원래 1931년에 허먼 후펠드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위해 만든 곡이다. 영화에 나오면서 이 곡은 대히트를 거둬, 1931년에 취입한 루디 발레의 곡이 10년도 더 지나서 뒤늦게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곡의 앞부분 가사는 사실 앞에 보인 내용이다. 이 가사를 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당대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충격을 미쳤는지를 느낄 수 있다.

==============================

….

이 책에 좀더 너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데, 아빠가 메모를 게을리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책을 읽었지만, 이제 원자에 대해서 확실히 알 것 같구나이렇게 말은 못하겠구나. 나중에 너희들도 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책의 끝 문장 : 우리 삶도 결국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한 가지 현상이니까.


지구에 가장 많은 원자는 지구 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이고 그 다음은 산소, 그리고 규소다. 그러나 우주 전체에 가장 많은 원자는 소소다. 수소는 우주 전체에 있는 원자 개수의 약 90퍼센트에 달한다. 그리고 나머지 10퍼센트는 거의 헬륨이다. 세 번째로 많은 원자인 산도도 0.06퍼센트에 불과하다. 태양을 비롯해서 우리가 보는 별은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으로 되어 있다. 수소는 별들이 타오르는 연료다. 중력에 의해서 성간 물질이 뭉쳐져서 별을 만들고, 내부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서 약 1000만 도에 이르면 별이 점화된다. - P23

오늘날 우리는 우주에서 원자핵을 합성하는 모든 과정을 알고 있다. 밤하늘의 많은 별들 속에서는 지금도 계속 수소가 헬륨이 되는 핵융합이 일어나고 있고, 헬륨은 다시 탄소와 산소를 만든다. 더 무거운 별들 속에서는 네온과 마그네슘, 규소 등 점점 무거운 원자가 생겨나서 마침내 철과 니켈까지 만들어진다. 그보다 더 무거운 원자들은 중성자를 천천히 흡수해서 만들어지거나, 초신성이 폭발할 때와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 중성자나 양성자를 급격히 흡수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 P26

맥스웰의 고전 전기 역학에 양자 역학의 원리를 적용한 이론을 양자 전기 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라고 부른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전자기적인 상호 작용이므로, 양자 전기 역학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습을 대부분 설명해 주는 근본적인 이론이다. 그래서 양자 전기 역학 이론을 확립하고 전기장의 양자 역학적 효과를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1920년대 후반부터 이론 물리학의 주요 과제가 되었다. - P48

페르미가 즐겨 그렇게 했듯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적절한 가정을 통해 단순화시켜서 자세한 계산 없이 정량적인 값을 어림해 내는 것을 페르미 해답(Fermi Solution)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페르미 해답을 구하도록 문제를 페르미 문제(Fermi Question)라고 한다. - P119

오늘날 입자 물리학의 실험적 연구는 가속기 없이는 생각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입자는 시간이 지나면 보다 안정된 상태로 붕괴해 버린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물질은 모두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전자가 안정된 상태로 결합된 원자로 만들어져 있다. 다른 입자를 보고 싶으면 특별히 높은 에너지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지구에서 그런 높은 에너지 상태는 초신성 폭발 등을 통해서 만들어진 입자인 우주선이 우주를 날아오다 지구에 부딪힐 때만 생긴다. 그래서 1940년대까지 입자 물리학 실험은 하늘 높이 띄운 기구에 설치된 검출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1933년 미국의 어니스트 로런스가 원형 입자 가속기 사이클로트론을 발명하면서, 가속기로 입자를 직접 만들어서 연구할 수 있게 되었고, 입자 물리학 연구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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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간혹 비행기를 타고 조국의 강토를 하늘에서 굽어보면 그림같이 신기한 밭이랑 논이랑의 무늬진 아름다움과 순한 버섯처럼 산기슭에 오종종 돋아난 의좋은 초가지붕의 정다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해줄 때가 있다. 그리 험하지도 연약하지도 않은 산과 산들이 그다지 메마르지도 기름지지도 못한 들을 가슴에 안고, 그리 슬플 것도 복될 것도 없는 덤덤한 살림살이를 이어가는 하늘이 맑은 고장.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 강산에서 먼 조상 때부터 내내 조국의 흙이 되어가면서 순박하게 살아왔다.

(37)

뒷동산의 잘 생긴 바위 한 덩어리, 등 넘어가는 오솔길 한 갈래, 축동의 노목 한 그루에도 정령과 생명이 스며 있다는 생각, 즉 자연도 인간 못지않은 존귀한 생명을 지니고 있다고 우리 민족은 믿고 있었다. 이것은 충분히 수긍이 가는 사고이다. 어떤 의미로는 현대의 뛰어난 경륜을 지닌 지성보다도 한 걸음 앞선, 자연 보존의 존귀한 가치관과 신념을 지녔던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49)

또 어떤 일본인 학자가 서울에 다녀와서 교토에서 저희들끼리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옆에서 들은 일이 있다.

서울 박물관에 가서 나는 일본의 고대 문물이 얼마나 초라한 것이고 또 시골뜨기인지를 실감했다. 신라 장신구들이 보여주는 찬란한 황금빛의 황홀함이나 비취곡옥들이 지니고 있는 신비롭고도 지체 높은 아름다움에 우선 양적으로 압도되었고, 질적으로 과연 큰집이라는 느낌이 깊었다. 여러분들도 서울에 한번 다녀오면 종래의 생각을 고치게 될 것이다.”

(54-55)

옛날 안동 하회마을에는 고려 중엽까지는 허씨 문중이 모여 살았고 그 후에는 안씨가 모여 살았으며 조선 초부터는 유씨 문중이 모여 살아왔다고 한다. 그때 허씨 문중에서 허 도령이라는 멋진 청년이 있었는데 어느 날 꿈속에서 하회탈을 만들라는 신탁을 받았다. 허 도령은 목욕재계하고 별실에 금줄을 쳐놓은 다음 탈을 만들기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 허 도령에게는 그를 사모하는 고운 마을 처녀가 있었다. 날이 가고 달이 감에 이 처녀는 허 도령의 안부와 그리운 정을 참지 못해서 금기를 어기고 창구멍을 뚫어서 그의 모습을 엿보았다. 가면의 완성을 서두르던 허 도령은 마지막 이매탈의 턱을 맞추지 못한 채 바로 그 순간에 피를 토하고 죽어갔다. 처녀의 연정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그 연인을 죽였고 열두 개 하회탈 중의 마지막 이매탈은 오늘날에도 턱이 없는 채로 전해온다고 한다.

(71)

조선 5백 년의 도자사상에는 이 분청사기와 아울러 백자, 청화백자가 또 하나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쌓고 있었다. 원래 중국 명나라에서 유행하던 청화백자의 풍조에서 자극된 것이지만 한국 민족은 흰빛을 그리도 좋아했다. 흰빛으로 빚어진 어수룩하게 둥근 뭇 항아리의 군상들, 때때로 목화송이 같이 따스하고 때로는 백옥같이 갓맑은 살결의 감촉. 조선시대 백자의 흰빛은 그 아름다움에 참으로 변화가 많다. 우리의 미술 중에서 무엇이 가장 한국적이냐 할 때 나는 서슴지 않고 조선시대 박자기를 들고 싶다. 세계 어느 민족의 사기그릇 가운데 이렇게 스스롭지 않은 애정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그릇이 또 있을까. 세상에는 조선백자 취미를 흔히 병적 취미라고 흉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조선자기의 아름다움은 어디까지나 건강하고 또 착실한 아름다움이다. 민중이 실용하는 그릇이요, 기교나 허식을 멀리 벗어난 숫보기의 아름다움이다. 젊을 때는 애틋한 애인같이 그리고 나이 들어서는 잘생긴 며느리처럼 순박한 아름다움에 바치는 마음의 즐거움, 이것은 병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낭만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까.

(79-80)

추한 것이 진정 아름다운 것들을 짓밟는 행패 속에 얼마 안 남은 우리 주택 건축사의 결정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하나 그 아름다운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물론 세계의 각 지역 간에 문화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오늘날 현대 한국인의 생활에서 오로지 주택문화만은 고격을 고수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판 없이 남의 것만을 새롭고 곱게 보려는 풍조는 우리 민족처럼 틀이 잡힌 문화전통을 가진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97)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은 청자 비색의 아름다움과 곡선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위에 또 하나 상감의 아름다움이 곁들여진다. 이 청자 상감의 기법은 오로지 고려 도공들만이 보인 창의였다. 벽옥같이 푸르고 갓맑은 살갗 위에 검고 희게 수놓인 상감의 아롱진 무늬들이 마치 흘러간 고려 문화의 꽃 그림자처럼 차가운 청자 살갗 위에서 파시시 숨을 쉬고 있다. 얼마나 많은 백학이, 그리고 얼마나 많은 흰 구름장이 고려 도공들의 망막을 스치고 지나갔을까. , 그리고 또 학, 학은 고려 사람들의 마음속 하늘을 나는 하나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165)

그림을 감상하는 데 너무 관념적인 태도는 금물인 줄 알지만 동양의 산수화란 항상 작가 자신을 그 풍경 속에 집어넣고 그 속에서 거닐면서 그려지는 것인 까닭에, 멀리서 바라보는 경치로서 그려지는 서양 풍경화의 감상법과 그 처지가 매우 다름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말하자면 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작가 정신 자신이 바로 긴 지팡이를 끌고 이 창해를 뒤돌아보며 유연하게 그림 속에서 소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바로 이 그림을 그릴 때 정선의 마음 자세가 그러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173-174)

한국의 미라고도 부를 수 있고 또 한국의 멋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미묘한 단원 그림의 흥겨움은 어찌 보면 대범하고 어찌 보면 거친 것 같으며, 또 때로는 싱거운 데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싱거움은 마치 맑고 담담한 샘물 맛처럼 못 잊을 한국미의 한 토막이 된다고 믿는다. 또 거칠고 대범한 맛은 잔재주를 못 부리는 때 벗은 마음씨의 발로이며, 말하자면 벗은 한국 멋의 한 토막이 아닌가 한다.

(178-180)

세상에는 단원을 단지 퐁속화가의 한 사람으로, 또는 신선화를 잘하는 화원의 한 사람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단원의 숨은 산수화 대작들을 많이 보고 또 그가 지녔던 18~19세기 화단사적인 위치를 훑어보면 그러한 인식은 대개 고쳐질 것이 아닌가 한다. 그는 중국 산수화의 본보기를 되그리는 것을 일삼던 당시의 화단 풍조 속에서 산수화를 뚜렷하게 국풍화하여 비로소 풍토 감각이 짙은 한국 산수화의 한 정형을 세웠던 사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풍속화 작품의 주제는 거의 서민사회 전반에 걸치는 민생을 다룬 작품들이 많았으며, 이것은 같은 시대 혜원의 풍속화와 더불어 매우 주목할 만한 사회사적인 의의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186-187)

한국미가 지니느 장점의 하나는 구수함이요 또 은근스러움이며 때로는 익살스러움일 수도 있다는 것은, 이러한 서민적인 대상 속에서 숨김도 과장도 없이 풍겨나는 일종의 흥겨움을 지칭하는 것이다. 고려자기나 조선자기 또는 불상조각이나 건축 등 각 분야의 작품에서 이러한 아름다움의 요소를 느낄 수 있는 대상이 발견된다면, 이것은 대부분이 서민 자신들을 위하여 자신들의 손으로 이루어진 작품에서 농후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왕실의 권위나 종교의 권위를 돋우기 위한 작품 같은 것에는 그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위엄과 기교가 앞서야 되고, 따라서 한국 사람들의 본바탕 생활문화나 생활감정을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서민감정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 못했던 것이다.

(203)

혜원은 원래 산수화에 조촐한 솜씨를 보인 작가였다. 말하자면 그 풍속화는 산수화가로 하나의 여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간송미술관에 있는 산추병풍채나 일품산수들을 보면 한층 그러한 실감을 느끼게 될뿐더러 우리가 혜원 대접을 올바로 못하고 있었구나 싶어지기도 한다. 혜원이 풍속화에서 보여준 작가적인 역량, 즉 인물 풍속의 배경처리라든가 화면 포치의 원숙함이라든가 만만치 않은 필력 등은 이미 그러한 산수화의 기량에서 보여준 격조의 높이를 반영했음이 분명하다. 말하자면 화가 혜원은 뛰어난 풍속화가로서도 고금에 없는 외벌 인물일뿐더러 산수화가로서도 격이 높은 사람이었다.

(267)

한국의 고찰 특히 산지 가람의 아름다움은 이렇게 융성했던 고대, 중세 불교의 여운이 중건된 근세의 석조 건물들 사이에 혼재되어서 주위의 자연 속에 조화된 일종의 스산하고도 안온한, 한국 특유의 정서와 장관을 이루어주는 동()에 있다. 이것은 언뜻 보면 잡연스러운 듯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높은 격조를 지닌 질서 아닌 은근한 질서의 아름다움 같은 것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268)

건축의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멀리서 바라보는 운치의 멋이요, 하나는 그 속에 몸을 담고 느끼는 즐거움이다. 한국 건축, 특히 정자 건축의 경우 한국 사람들처럼 자연 속에 건물이 들어설 제자리를 멋있게 잡을 줄 아는 민족은 드물다고들 말한다. 즉 어떤 자연의 일각에 딱 세워서 자연 풍광을 한층 빛나게 하고 자연과 건축을 일심동체로 만들어 마치 자연 속에 점정하는 신기한 효과를 낼 줄 안다고 말이다. 평양 대동강의 을밀대나 부벽루가 그것이요, 의주의 통군정이나 창덕궁의 부용정, 수원의 방화수류정이나 화홍문 같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322)

이러한 고려시대의 기록을 뒷받침해주는 뛰어난 고려의 자개상자, 자개함들이 지금 일본의 국립박물관, 도쿠가와미술관, 다이마데라, 미국의 보스턴미술관, 독일의 쾰른동양박물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동양박물과 등 외국에만 남겨져 있다는 사실은 한국 사람 누구에게나 야릇한 심경을 금할 수가 없게 한다. 고려시대에 중상서라는 국영 국예품제작소, 또는 세함조성도감 같은 나전칠기의 대량 생산기구까지 두고 만들어낸 고려의 많은 자개그릇들이 오히려 국내에는 하나도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뜻있는 한국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씩 생각해보아야만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404)

명상적인 조용한 빛깔과 은은하고도 지체 있는 청자의 질감이 고려시대 상형청자의 아름다움에 고요와 신비의 생명감을 불어넣어주었다고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대개 공예 조각이란 예술의 경지에까지 미치지 어려운 경우가 많고, 따라서 지나친 잔재주와 아첨이 깃들인 속물이 되기 쉬운 법이다. 그러나 고려의 상형청자 작품들을 보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모두 늣늣하게 때를 벗었다는 느낌을 깊게 받게 된다. 더구나 다루기 어려운 청자연적이나 문진 같은 작은 문방구들의 경우만 보더라도 조형이 자칫 복잡해질 듯싶지만 도리어 간명하고 순진하며 물체가 지닌 습성과 아름다움의 기미를 너무나 잘 살렸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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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65호 - 2019년 3월~4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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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165, 2019 3~4월호를 읽었단다. 시작부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글로 시작해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아빠를 좀 불편하게 했단다. 경제 살린다고 하는 사업들이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진행하는 토건사업들이라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란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고 내놓을 것이 그렇게 없던 것인지, 아니면 급히 할 수 있는 것이 토건사업 밖에 없는 것인지……

아빠는 이것이 자본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단다. , 문재인 정부도 자본주의를 버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해. 국민 대다수가 자본주의에 젖어 있고, 경제성장이 이라고 생각하는 마당에, 그걸 포기한다면, 아마 다음에는 집권을 하지 못하고 악마 같은 정당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우리 국민들은 또다시 지옥의 맛을 볼지 모르는 일이란다.

해결 방법은 끊임없이 국민들을 계몽시켜야 하는 것이란다. 이제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이야. 자본주의는 더 이상 답이 아니고, 경쟁에 의한 경제 성장은 지구를 망쳐서 결국 인류를 망하게 한다고 말이야. 국민들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난 다음에, 이 책에서 제안하고 있는 시민의회 등의 정책 결정 기관도 더 잘 기능하지 않을까 싶단다. 핵발전소의 중단여부를 국민들이 모인 공론화를 했음에도 중단이 아닌 작업 재개를 선택한 이들에게 경제성장을 포기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아빠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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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경제성장이 멈춘 세상에서 우리의 인간다운 삶은 자급적 삶의 공간을 최대한 넓히고, 상부상조의 생활방식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데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런 각도에서 보더라도, 피폐일로에 있는 농민과 농촌을 살리고,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의 분산적 방법으로 에너지 자급능력을 획기적으로 증대하는 것이야말로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종래의 상투적인 정책과는 전혀 다른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하려면, 직업 정치가들이나 소위 전문가들의 판단과 결정에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정신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활발하게 논의하여 공정하고 숙고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진실로 민주적인 정치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도, 우리는 대한민국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진정한애국심을 발휘하여 이 나라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자신의 소임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고 만일 계속해서 지금과 같이 국회 그 자체가 백해무익한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면, 우리는 국회의 존재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고려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운명을 자주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틀, 예컨대시민의회를 제도화하기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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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녹색평론에서 여러 꼭지를 통해서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방향 제시를 하고 있단다. 그에 앞서 국민들을 설득시킬 것에 대한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 자본주의는 이제 더 이상 오래갈 수 없으니, 이제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아마 그렇게 할지라도 어려움은 많을 거야. 수구 정당은 그게 무슨 소리냐면서 펄펄 뛰며 릴레이 단식을 할지도 몰라. 그걸 이용해서 정권을 잡으려 할지도 모르고..

선거가 거의 2년에 한번씩은 꼭 있는 마당에, 자본주의를 버리고 옛날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거야. 한 번 만들어진 잘못된 시스템은 그것이 완전히 망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정말 답답하고 가슴 아프구나. 그런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미세먼지 때문에 답답한 봄날이 되어 버린 요즘, 아직도 자본주의와 경제 성장을 외침을 들어야 하다니

 

1.

한반도를 위성에 찍은 유명한 사진이 하나 있단다. 한밤에 찍은 사진. 그 사진을 보면 북한 지역은 불빛이 거의 꺼져 있고, 남한만 대낮처럼 밝게 빛나는 사진. 마치 남한이 섬나라처럼 보이는 그런 위성 사진. 그 사진을 보면서 남한 사람들은 뿌듯해 하는 이도 있고, 남한에서 태어나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북한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어떤 분은 시각을 달리 보고 있더구나. 재한 미국인 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라는 분이 그 분이야. 남한이 에너지 낭비는 앞으로 침몰을 몰고 올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그래서 오히려 남한은 북한의 검소함과 소박함을 배워야 한다고 했어. 아니지, 남한도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그렇게 살았으니, 그때의 검소함과 소박함의 전통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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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그러면 남한은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답은 명확하다. 남한은 에너지 소비와 검약한 생활방식이라는 면에서 북한을 닮을 필요가 있다. 남한은 에너지 낭비를 멈추고 밤중에는, 지난 수천 년 동안 그래왔듯이, 어둠에 잠겨 있어야 한다. 남한의 모든 아파트 건물에는 쓸데없는 빛이 사라져야 하고, 상업건축물의 네온사인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과잉 난방을 극적으로 줄이고, 대부분의 건물에서 보이는 높은 천정과 콘크리트와 유리와 강철 외장으로 구성된 낭비적인 디자인을 끝장내야 한다. 남한은 한반도의 역사 대부분을 통해서 특징적인 삶의 형태였던 검소함과 소박함의 전통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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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북한 사람들이 지금처럼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란다. 그들도 문명의 혜택을 받으면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누리고, 맛있는 음식도 더 많이 먹어야 해. 하지만, 얼마 전 녹색평론에서 경고 비슷하게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나라와 같은 무조건 경제 성장과 계획 없는 개발은 안 했으면 한단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잘 보존되어 오던 북한의 환경도 금방 황폐화가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남한은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미세먼지 습격을 받게 되어 세계 최강 미세먼지 대국이 될 지도 몰라. 이 꼭지를 쓴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의 글에 많은 공감을 느꼈단다. 그는 책도 여러 권 출간했던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보고 싶더구나. 그의 먹을 것에 대한 내용과 지나친 소비에 대한 질책에도 많은 공감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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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나는 북한 사람들이 오늘날보다 더 자유롭게 살고, 좀더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오늘날 남한 전역을 뒤덮고 있는그리하여 한때 시민들의 경제적 독립을 보장하던 가족 소유 가게들을 파괴하고 있는편의점에는 자양분이 풍부한 식품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남한 사람들도 날이 갈수록 더 많이 정신없이 소비하도록 강요하는 보이지 않는 사슬들에서 풀려나기를 바란다. 소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끝없는 경쟁이라는 야만적인 문화 때문에 친구들과 가족으로부터 점점 더 깊이 소외되는 결과만을 낳을 뿐인 사슬들로부터 말이다.

=================================

2.

녹색평론에서 자주 다루는 것 중에 하나가 석유 종말에 관한 이야기란다. 석유가 없으면 이제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어. 그야말로, 석유가 없으면 인류가 모두 죽일 지도 모른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단다. 어벤져스의 타노스의 핑거 스냅도 필요 없어. 석유가 없으면 비행기를 못 타고, 차를 못하고 그런 문제가 있지만, 죽기까지야 하겠어?

이런 생각을 갖기 쉽지만,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농업도 모두 산업화가 되어 석유가 없으면 생산량은 급강하하게 된단다. 그러니 죽을 수 밖에배고파서 죽고, 식량을 빼앗으려 전쟁해서 죽고이런 농업의 산업화가 미국만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미국의 석유기업이 가만히 있을 이들이 아니잖니. 전세계 각국에 미국의 석유기업이 진출하여 대부분의 나라가 석유가 없으면 농업은 망하는 세상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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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전세계적인 농사에 대한 통제는 미국 자본주의의 지정학적 전략의 핵심이 되어왔다. ‘녹색혁명은 석유기업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되어 세계 각처로 확대되었다. 그리하여 가난한 나라들은 농업자본이 만들어낸 화학물질 의존적 농사 모델을 채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그러한 농사에 드는 재료와 인프라 개발을 위해 빚을 얻지 않으면 안되었다. ‘녹색혁명때문에 가난한 나라들은 예속적인 부채와 불리한 무역을 강요하는 글로벌 시스템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리하여 그들의 민족적 및 지역적 경제는 파괴되고 말았다. 실제로 우리는 세계 각처에서 지역 중심생산시스템들이 다국적기업들의 압력 밑에서 상업화되고, 뿌리로부터 흔들리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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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먹거리를 대부분을 수입해서 먹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석유가 없으면 직격탄을 받게 된단다. 그래서 농업을 하더라도 석유가 원동력인 대규모 산업화된 농업이 아니라 소규모 지속 가능한 농업이 되어야 해. 어떻게 할 수 있냐고? 그저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면 된단다. 이미 농업의 올바른 방법들을 알고 있었던 것이야. 하지만, 석유 산업에 침식당하면서, 그 방법을 다 버리고, 다시 돌아가기 쉽지 않은 길까지 와버린 것이지. 그 동안 경제 성장의 길을 걸었던 역사의 방향은 이제 환경 성장의 길로 방향을 틀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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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석유가 없으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오늘날 중국이나 인도가 추구하고, 오랫동안 서구 세계가 추구해온성장을 포기해야만 우리의 계속적인 생존이 가능하다. 또한 지속가능한 건강한 농사 없이는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다. 농사를 파괴하거나, 혹은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식량의 지속적 생산을 위한 원천적 조건(기후, 깨끗한 물, 토종 씨앗,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온 전통적 농사법과 관습, 비옥한 흙 등등)을 파괴한다면실제로 우리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데우리는 커다란 재앙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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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이번 녹색평론의 여러 이야기들 중에 몇 개만 뽑아서 이야기 해보았단다.

그럼, 안녕.

PS:

책의 첫 문장 : 문재인 정부가 왜 이럴까. 아무리 다급하다라고 하더라도, 양심적인 정부라면 결코 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책의 끝 문장 : 앞으로 어떤 청구서가 날아올지 한번 살펴보길 바란다.


그렇다면 공유경제 모델은 꼭 나쁘기만 한가. 그 역시 복잡하다. 인류가 도시를 구성한 이유 중 하나는 효율이다. 모여 살면서 정보를 주고받으면,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대낮에도 비어 있는 사무실, 하루 종일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인류가 도시를 구성했음에도 낭비되는 자원, 그래서 느끼는 답답함이 공유경제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았다. 아울러 도시생활은 신뢰의 축적을 어렵게 한다.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런데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은 도시에서도 신뢰를 쌓는 길을 열었다. 요컨대 공유경제는 도시의 낭비를 줄이고 도시에 신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 P73

농민기본소득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 그리고 사회적 약자인 농민에 대한 기본권 보장이다. 그러나 최근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농민수당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 측면으로 기울어 있다. 왜 기본소득을 개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가?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자유와 평등,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할 계획인 농가수당은 농가 내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다. 농가주(대부분 남성인)의 권리를 강화할 뿐 그 권리를 나누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가 내 구성원의 평등과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개별 농민에게 지급되는 농민수당이 필요하다. - P88

미국의 범지구적 헤게모니는 워싱턴이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은 오일달러를 순환시키고 국채를 발행함으로써 ‘초제국주의’를 추구해왔고, (석유의 뒷받침을 받은) 지폐(달러)를 담보로 하여 방대한 적자를 메워왔다. 그리고 좀더 일반적으로는, 세계은행, 국제통과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것과 더불어 미국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서 국제무역과 금융시스템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미국 자본주의는 자신의 세계적 지배력과 달러의 지위가 도전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P99

석유가 없으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오늘날 중국이나 인도가 추구하고, 오랫동안 서구 세계가 추구해온 ‘성장’을 포기해야만 우리의 계속적인 생존이 가능하다. 또한 지속가능한 건강한 농사 없이는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다. 농사를 파괴하거나, 혹은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식량의 지속적 생산을 위한 원천적 조건(기후, 깨끗한 물, 토종 씨앗,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온 전통적 농사법과 관습, 비옥한 흙 등등)을 파괴한다면 – 실제로 우리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데 – 우리는 커다란 재앙에 직면할 것이다. - P101

후치탄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활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돈을 번다. 잉여분의 돈은 집단을 위해서 혹은 축제를 위해서 사용한다. 이런 유형의 경제는 매우 유연하다. 설령 경제적 위기상황이 오더라도 쉽게 극복할 수 있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들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인 삶을 가능하게 한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시장을 독점하려 하고, 이익을 내고, 투자하고, 확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안정적일 수가 없다. - P180

책을 한 권도 가지지 않고 살고 싶다. 아무리 덜어내도 쌓이는 책. 나무에게 미안할 일이다.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나는 책을 모른 채, 아니, 문자를 해득하지 못하는 삶을 살다가 죽고 싶다. 그렇게 되면 지구생명에게 빚지는 삶을 살지 않을 테니. 함께 사는 모든 생명은 물론 우주의 모든 것들의 숨소리와 감정들을 이해하고 느끼고 소통하는 삶을 살 테니… 얼마나 단순하고 소박할까! 단순해서 그윽해지고 소박해서 넉넉한 삶을, 제발 한번 살아보았으면…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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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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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김언수님의 대표작 <설계자들>을 이제서야 읽었단다. 지난 부산 여행 때 들렀던 부산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김언수님의 <설계자들>. 너희들도 이 책을 보고 재미있냐고 물어봤잖아. 그럼, 이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미국에서도 억대 돈을 주고 판권을 사갔대. 그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너희들은 이 책만 보면 1억 원 책이라고 이야기 하는구나.

소문대로 재미있더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의 최근작 <뜨거운 피>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제목 설계자들도대체 무엇을 설계하는 것일까. 무섭게도 살인을 설계하는 것이란다. 주인공 래생은 청부살인업자야. 킬러라고도 하지. 그는 배후의 설계자들에 의해 설계된 암살 시나리오대로 타겟을 죽이는 일을 해. 쓸데없는 감정이 개입되면 할 수 없는 냉혹한 일이란다. , 그럼 지금부터 얼마나 재미있길래 억대 판권에 팔렸는지 이야기해줄게. 아참, 아직 어린 너희들이 보기에는 무서운 장면도 많이 있어.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이 편지를 읽는다고 생각하고 쓸게.

1.

래생은 서른두 살.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라는 것은 사람 죽이는 일뿐이었단다. 그가 갓난아기일 때 수녀원의 쓰레기통에 버려져서 수녀원에서 자라다가 개들의 도서관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도서관을 운영하는 너구리 영감에게 맡겨졌어.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읽으면서 글자도 혼자 배운 래생. 혼자 공부해서 유명한 학자가 된다는 이야기였으면 좋았겠지만, 도서관장 너구리 영감은 사실 설계자였단다. 도서관은 그의 본업을 숨기기 위한 위장술이었어. 너구리 영감은 유명한 설계자로서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설계하고 있어. 너구리 영감이 래생을 데리고 온 이유도 래생을 킬러로 키우려고 했던 거야. 다른 이유 없었지.

래생은 열일곱 살 때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어. 그들의 세상은 규칙이 있었고, 그 규칙을 어기면 그 자신이 타겟이 된단다. 래생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도 단 한번 감정에 흔들려서 타겟이었던 어떤 여자를 살려주고 나서 자신이 죽음을 당했어. 래생도 스물두 살 때인가 고의는 아니지만 설계가 어긋난 적이 있었어. 너구리 영감의 손을 써서 잠시 이 일에 손을 떼고 숨어 지내며 공장에서 일한 적도 있었어. 그러면서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어떤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되어 난생 처음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너구리영감으로부터 복귀 연락을 받은 순간, 래생은 공장과 행복의 인연을 끊고 다시 청부 살인업자의 길에 들어섰단다….

2.

서른두 살. 어느덧 이 일을 한 지 십오 년이 되었어. 이번에 그에게 주어진 일은 전원주택에 혼자 살고 있는 어떤 노인을 멀리서 총으로 저격하는 것이었어. 산에 숨어 있다가 타겟인 노인이 산에 산책 나왔다가 발견되어 노인의 집에 초대되어 밥도 얻어먹고, 하룻밤 잠도 자게 되는, 그런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되었지만, 래생은 냉철했어. 다음날 다시 산에 와서 노인에 총을 겨눴어. 이 정도의 냉철함을 가져야 진정한 킬러지. 래생이 그렇게 사람을 죽이면 보통 시신은 털보아저씨네로 옮겨져. 털보아저씨는 애완동물들을 화장해주는 일을 하는데, 실제 수입은 설계자들의 희생자들을 처리해주는 것에서 생겼단다. 래생이 이번에 죽인 노인도 털보아저씨네를 거쳐 한줌 뼛가루가 되었단다.…

그런데 이런 일상의 일이 설계자의 의도와 다르게 처리된 것이었어. 이번 타겟인 노인을 죽인 다음 화장하지 말고 시신을 원래 그의 집에 그대로 두었어야 했대. 래생은 시킨 대로 한 것인데, 이 일을 시킨 너구리 영감이 잘못 시킨 것인가. 이 일로 설계자 중에 한 명인 한자가 크게 화를 내며 너구리 영감을 찾아왔어. 한자는 최근에 크게 성공한 설계자란다. 그는 외국 유학파 출신으로 겉으로는 보안회사를 차리고 있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설계자 일을 크게 하고 있는 것이고, 이를 기업화했어. 청부살인을 기업식으로 운영하다니… 30년 이상 이 바닥의 일인자였던 너구리 영감을 밀어내고 한자는 새로운 일인자가 되어가고 있었어. 그래서 많은 설계자들과 킬러들이 그의 밑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지. 너구리 영감 밑에 있는 이는 래생과 몇 안 되었어. 시나리오에 맞지 않게 일이 끝났으니 너구리 영감과 래생도 언제 한자의 리스트에 오를지 몰랐어.

3.

래생은 집에서 혼자 지냈어. 도서관과 스탠드라 부르는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그런데 어느날 변기에 숨겨진 작은 폭탄을 발견하게 되었단다. 도대체 이 폭탄이 왜 여기에…. 자신을 노린 것이 분명했지. 친구이자 트래커를 하고 있는 정안에게 폭탄의 추적해달라고 했어. 트래커는 말 그대로 뒷조사를 하는 거야. 정안도 너구리 영감 밑에서 일하는 전문 트래커였단다. 며칠 뒤 정안은 그 폭탄은 어떤 편의점 알바생이 만든 것 같다고 했어. , 편의점 알바생? 거기에 의대 출신의 여자라고? 이름은 미토. 부모가 어렸을 때 설계자들에 의해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죽은 것 같다고 했어. 그리고 여동생은 그 교통사고로 불구가 되어 휠체어 타고 생활해야 했대. 멀리서 지켜본 바로는 미토는 활발한 성격같았어. 래생이 불쑥 편의점에 들어섰을 때 전혀 알아보지 못한 미토를 보고 래생은 잘못된 추적인가 싶어 잠시 물러났단다.

자신의 변기에 폭탄을 설치한 자가 누가 되었든, 그것의 배후에는 한자가 있을 거라 확신한 래생. 한자와 한판 뜰 생각을 하고 있었어. 너구리 영감은 래생의 계획에 반대했지. 래생은 한자를 직접 찾아갔어. 폭탄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래생과 정안에게 경고를 했단다.….

래생은 정안의 정보로 미토의 동생 미사가 운영하는 뜨개질 가게를 찾아갔어. 그런데 첫만남인데 미사가 래생을 알아보았어. 자신의 언니 미토의 애인으로 말이야.. , 이것 봐라,, 래생은 속으로 생각했겠지. 래생은 미토의 애인인 척 미사와 이야기도 나누고, 틈을 타서 그곳의 비밀 다락방가 갔다가 자신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는 벽을 보았어. …. 잠시 후 뜨개질 가게에 미토와 또 다른 여자가 들어왔어. 그런데 또 다른 여자도 래생이 알고 있는 여자가 들어왔어. 다들 놀랬지미토와 함께 들어온 여자는 너구리 영감의 도서관에서 5년째 일하던 사서였어. 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뜨개질만 뜨던 수민…. 그녀도 사실 미토와 한패였던 거야. 래생은 계속 꺼려했지만, 미토가 래생만 따로 데리고 가서 이야기를 했어.

미토는 자신도 설계자라고 했어.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복수를 알아보다가 설계자가 되었다고 했어. 그리고 래생에서 협조를 요청했어. 한자와 너구리 영감이 구축한 이 시스템을 없애려고 한다. 도와달라. 그 일환으로 래생을 죽이려고 했던 것 맞다래생은 한칼에 거절하고 미토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어….

4.

얼마 후 래생의 친구 정안의 시체가 도서관에 도착했어. 한자가 계획하고 이발사가 솜씨를 부린 것이 확실했어. 래생은 이발사를 찾아갔어. 결투를 했지. 래생은 치명상을 입고 죽기 직전 이발사의 아내가 나타나서 이발사를 말려서 구상일생으로 살았어. 미토가 정신 잃은 래생을 데리고 왔으며, 이후 미토의 작은 별장에서 한달 넘게 치료를 받으며 요양을 했어. 그곳에 있으면서 미토와 미사와 정이 들고 왠지 모를 작은 행복마저그곳에서 미토의 계획을 다시 듣게 되었어. 한자의 장부와 영감의 책자를 빼와 달라는 것이었어. 래생은 미토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지. 래생은 한자의 본거지에 잠입하여 장부를 빼와 미토에게 건네주었어. 그리고 래생은 다시 친구 정안의 복수를 위해 이발사를 찾아갔어. 다시 처절한 결투이발사를 끝내 죽였지만, 자신도 중상을 입었지

한편 미토의 최종 목표는 한자를 죽이는 것이었어. 자신의 죽음까지 각오한 계획이었지. 그러면서 자신의 동생을 일본으로 안전하게 빼돌리기까지 하고 래생에게 동생을 부탁하기도 했어. 하지만, 래생의 자존심으로 한자는 자신이 처치하고 싶었어. 미토를 기절시키고, 한자를 찾아갔어. 래생의 작전도 좋았어. 한자를 거의 다 제압할 뻔했는데,,, 한자는 한자였지한자의 부하의 총에 그만래생이 이왕 마음 먹은 거 준비도 좀 했으면 좋았을 텐데예를 들어 방탄복이라도 입고 가든지무슨 멋이라고….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소설은 끝을 맺었단다.

….

이 소설은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질 것 같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 소설에 호평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김언수님의 장편소설은 이제 모두 다 읽은 것 같구나. 데뷔하신 지는 꽤 되는데, 작품수는 그리 많지가 않아신중에 신중을 기해 완벽을 추구하는 분이시라서 작품수가 적으신가 신작으로 원양어선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구나.…

얼마 전에 신문 기사를 통해서 김언수님의 <뜨거운 피>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했단다. 신기하게도 감독은 소설가 천명관님이라고 했어. 주인공은 정우라는 배우이고.. 정말 기대되는구나. 김언수+천명관+정우과연 결과가 나올는지

PS:

책의 첫 문장 : 노인이 마당에 나왔다.

책의 끝 문장 : 래생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의 오랜 전매특허처럼 허공을 향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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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4-15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출판 기념해서 밤새도록 작가분과
홍대 인근에서 술 푸던 기억이 새롭네요.

제가 가장 먼저 리뷰 쓴 사람이라고 자랑
하던 일도... 핫하

bookholic 2019-04-15 23:25   좋아요 0 | URL
김언수님과 좋은(?) 추억을 갖고 계시네요~~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