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플러스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예전부터 눈 여겨 보고 있던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라는 책을 읽었단다. 이 책은 EBS에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석 교수가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단다. 그런데, 지은이 장하석이라는 이름을 보고, 아빠가 알고 있는 장하준님, 장하성님하고 이름이 비슷하네. 이런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장하석이라는 분이 어떤 분인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단다. 오호장하준님이 바로 장하석님의 친형이고, 장하성님은 장하석님의 사촌형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아빠는 잘 모르는 분 중에 1대 여성가족부 장관 장하진님이라는 분이 있는데, 그분은 장하석님의 사촌누나라고 하는구나. 뭐냐, 이 집안의 정체는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장하석님의 아버지는 국민의 정부 시절 산자부 장관을 했었고, 장하석님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셨다고 하는구나. 정말 대단한 집안이로구나.

장하준님과 장하석님은 케임브리지 대학 역사상 한국인 형제가 교수를 지내는 건 처음이라고 하는구나. 장하석님은 처음에는 물리학을 전공을 했고, 나중에 철학을 공부하고 박사는 철학으로 학위를 받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도 과학철학이라고 하는구나. <온도계의 철학>이라는 책을 썼는데 영국에서 이반 슬레이드상러커토시상을 받았대. 아빠는 전부 모르는 상인데, 러커토시상은 지난 6년간 영어로 저술된 최고의 과학저작물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하는구나. 대단한 사람이긴 하나 보네.

지은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 그만 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게. 아빠가 시간이 넉넉하면 EBS에서 진행되었던 장하석님의 강연을 찾아보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안되니, 틈틈이 그의 책을 읽는 것으로 대신 하자라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단다.


1.

철학이라는 것은 늘 본질을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단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들 말이야. 그러면 과학철학에서는 어떤 질문을 던질까? 그래 과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야. 과학이란 무엇일까? 어떤 것들을 과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의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꼭 짚어 말하기 쉽지 않겠구나. 과학이란 무엇인가? 라고 질문에 답을 찾는 이들 중에 유명한 사람들이 있단다. 칼 포퍼와 토마스 쿤.

이 두 사람은 예전에 아빠가 즐겨 듣던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 들어본 기억이 있지만,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잘 몰라. 포퍼와 쿤은 과학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서 서로를 비판했단다. 포퍼는 추측과 반증을 통해 과학이 진보된다고 했어. 그러면서 지금까지 잘 맞는 이론도 틀릴 수 있기 때문에 비판 정신을 가지고 가져야 한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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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지금까지는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고 해도, 앞으로 나올 관측이나 실험 결과도 만족시킨다는 보장이 없지요. 그래서 포퍼는 확실한 것은 반증밖에 없다고 했고, 또 반증을 통해 잘못된 이론을 버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학이 진보하는 기본형식이라고 했습니다. 과학은 끝없는 추측과 반증의 과정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추측이란 확실하지 않은 가설을 제의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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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은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퍼트린 사람으로 유명하단다. 패러다임이란 말은 이제 많이 사용하는데 지금의 개념으로 처음 사용한 사람이 바로 토마스 쿤이란다. 쿤은 패러다임이라는 틀이 먼저 생겨나고, 과학이 그 패러다임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야기했어. 그런 과학을 정상과학이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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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쿤은 이미 이런 충격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정상과학은 패러다임이 미리 만들어놓은 비교적 경직된 상자 안에 자연을 처넣으려는 노력이다.” 포퍼가 보고 화가 났을만도 한 말이지요. 자연을 인간의 선입견에 맞게 처넣다니! 자연이 보여주는 대로 따라가며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포퍼 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고 과학적 태도인데, 쿤의 주장은 정반대였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에서 먼저 틀을 잡고 자연을 어떻게 하면 그 틀에 더 잘 집어넣을 수 있는가를 연구라는 것이 정상과학입니다. 그리고 쿤은 그런 독단적이면서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정상과학은 정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빠르게 확실한 발전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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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쿤은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 변칙적인 사례들이 계속 등장을 하게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진다고 했고, 그것이 바로 과학혁명이라고 했단다.

과학은 얼마나 믿을 만 한가? 얼마나 객관적인가? 과학 이론은 세월이 지나면서 잘못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단다. 그런 이론들이 맞는다는 하는 것은 인간의 경험 또는 관측을 바탕으로 한단다. 그러다가 그 이론에 맞지 않는 경험이나 관측을 하게 되면 그 이론은 잘못되었다고 하지. 과학은 아니지만, 예전에 백조는 흰색이라고 했어. 변할 수 없는 진리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그 진리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과학도 이런 것과 비슷해어쩌면 이런 것이 과학계의 한계가 아닐까 싶구나.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수량화하는 것이야. 수량화를 하기 위해서는 측정을 해야 하는데, 측정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니? 사실 아빠도 회사에서 하는 일 중에 간혹 측정을 하고 하는데 측정 장비의 오류, 측정하는 사람의 오류 등으로 측정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또 하곤 한단다. 그런 검증을 해도 100%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측정하는 것 중에 길이나 온도가 있는데, 이런 것들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1미터라는 길이를 알려줄 수 있는 미터원기를 만들었는데 오늘날에는 변하지 않는 빛의 속도로 정의를 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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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현대물리학에서는 빛의 속도를 일정한 숫자로 정의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길이를 정의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광속을 초속 299,792,458미터라고 하면, 1미터는 빛이 1초 동안 가는 거리를 299,792,482로 나눈 것이 된다. 그렇다면 1초는 어떻게 정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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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의 진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포퍼와 쿤뿐만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의 비판과 의견을 이야기해주고, 예를 들어 설명해주면서 설명했단다.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는데,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다시 해주려고 하니 쉽지 않구나. 많은 과학자들이 이야기한 것들을 설명해주고, 지은이의 생각하는 과학을 정리해 주었단다. 지은이는 진보적 정합주의라고 했는데, 좀 쉽게 이야기하면 과학은 확실하지 않는 토대를 기반으로 시작하여 연구를 통해서 점점 지식의 체계를 크게 늘려가는 것이라고 했단다.


2.

2부에서는 과학사에서 재미있던 사례를 들어서 과학의 진보와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단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산소와 플로지스톤이었어. 연소, 산화, 호흡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니? 모두 산소와 결합하는 거야.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연소라는 것을 물체가 가지고 있던 플로지스톤이라는 것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설명했단다. 어떤 물체가 불에 타고 나면 질량이 줄어드니까 연소라는 것은 뭔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뭔가 빠져나간다고 생각했지. 불에 잘 붙는 물질들을 플로지스톤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불에 잘 붙지 않는 물질들은 플로지스톤이 적게 들어있거나 없다고 했고플로지스톤은 연소라는 것을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설득력도 있었단다.

그런데, 18세기 후반 라봐지에(지은이는 이렇게 썼지만, 아빠는 라부아지에라고 배웠단다.)는 연소라는 것은 산소라는 기체가 더해지는 것으로 설명했단다. 라봐지에가 그 기체의 이름을 산소라고 이름 지었어. 라봐지에의 이 산소 개념이 결국 맞는 이론이 되면서, 플로지스톤이라는 패러다임은 사라지고 말았단다. 아빠도 이번에 플로지스톤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 연소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구나 다 믿는 이론을 생각을 바꿔 진실을 밝혀낸 라봐지에도 대단한 것 같구나. 그런데 라봐지에가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고 하는구나.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과학계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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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화학혁명은 여러 가지 면에서 비극이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공포정치가 극에 달했던 1794, 라봐지에는 자신의 장인과 함께 단두대에서 처형당했습니다. 그들은 세금징수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혁명 전 프랑스 정부는 세금징수를 사영업체에 하청했었는데 그 회사가 왕과 계약을 맺어서 징수액 목표를 정했고, 그 이상의 징수액은 이익으로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혁명가들이 라봐지에를 민중의 적으로 규정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고 살려두었다면 국가를 위해서도 유익한 일을 계속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느끼는 아이러니는, 그가 그렇게도 집요하게 죽였던 플로지스톤에 대해서도 똑 같은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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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례는 물이야너희들도 조금만 더 지나면 학교에서 물이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로 이루어진 분자라는 것을 배울 거야. 그래서 물을 H2O라고 해. 그런데 옛날에 물이라는 것은 어떤 원소들이 모여서 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순수한 원소라고 생각했었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단다. 그러다가 수소와 산소가 만나서 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돌튼이라는 과학자는 물을 HO라고 표현을 했고, 아보가드로는 별 근거 없이 H2O라고 분자식을 제안했다고 했어. 당시에는 아보가드로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았지만, 후대에 H2O가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어. 이렇듯 과학지식이 제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단다.

그러면 그 물이라는 것이 100도에서 끓는다고 했는데, 그것은 얼마나 정확한 것인가? 아빠도 학창시절 과학 시간이 이런저런 실험을 했는데, 온도 측정을 하면서 물을 끓이는 실험을 한 적이 있어. 수업 시간에 배운 바에 의하면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고 배웠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그렇지 않았어. 온도계의 위치는 어디에 넣을 것이며, 우리가 사용한 물은 100% 순수한 물이었을 것이며, 기압이 1기압이 맞았을 것이며... 등등.

그럼 100도에서 끓는 물은 어떻게 확인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잘못 배운 것이야. 물은 늘 100도에서 끓는다는 배운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거지물을 끓이는 그릇의 재질, 열 공급원의 온도, 물에 녹아 있는 기체의 양 등에 따라서도 끓는 온도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란다. 과학은 역시 깊이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 같구나.


3.

과학의 큰 패러다임들을 생각하면 고전역학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뉴튼역학이 있고, 현대물리학에서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있단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자주 사용하는 장치 중에 이 세가지 이론 뉴튼 역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이론이 모두 담긴 장치가 있단다. 그것은 바로 운전할 때 길을 안내해주는 네비게이션. 그냥 쓸 때는 몰랐는데, 네비게이션이 20세기 현대물리학의 상징이라고 해도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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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요즘 길 찾는 네비게이션을 많이들 쓰지요. 그것은 정말 20세기 말기 과학의 기가 막힌 업적입니다. ‘전 지구 측위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GPS)’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지구 주위에 많은 인공위성을 띄우고 거기서 원자시계를 돌리는 것이 기본구조입니다. 그런데 위성을 발사하고 조정하는 원리는 위에서 말했듯이, 아직도 뉴튼역학입니다. 그 반면 원자시계의 작동원리를 양자역학입니다. 게다가 그 원자시계는 상대성이론을 써서 수정해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구의 중력장 내에서의 그 시계 위치와 또 시계가 실려 있는 위성의 운동속도에 따라 시계가 가는 속도가 달라지는데, 그것을 수정하려면 일반상대성이론과 특수상대성이론을 둘 다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복잡하게 융합된 이론적 기반을 가지고 운영되는 시스템으로부터 지구상 우리에게 현 위치를 가르쳐주는 신호가 내려옵니다. 그러면 우리는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뉴튼역학도 모르던 사람들처럼 지구는 평평한 것으로 생각하며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걷습니다. 그러니까 이는 전근대적인 관념부터 고전역학과 몇 가지의 20세기 첨단 물리학 이론까지 전부 잘 뭉뚱그려서 융합한 훌륭한 실천체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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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무리는 과학의 다원주의에 대해 이야기했단다. 다원주의하고 하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은 존중하겠다는 뜻이야. 과학에 있어서 한가지 이론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여러 의견들을 듣고, 또 다양한 분야와 접목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란다. 지은이는 과학의 독재라는 표현을 썼는데, 우리나라도 과학자가 이야기하면 무조건 옳고 객관성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좀더 다원화되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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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과학의 독재도 독재입니다. 물론 과학보다 더 못한 것이 지배하는 독재보다는 낫겠지요. 하지만 과학에서부터 남들이 그렇다면 그렇고 특히 전문가나 높은 사람이 하는 말이면 무조건 신봉하는 태도를 키운다면, 우리의 일상생활과 정치행태에 아직도 팽배해 있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더욱 권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반면, 시민들이 진정한 독립적 과학탐구를 배우는 것은 권위주의와 이데올로기에의 맹종을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것입니다. 그러한 교육적 효과를 이루고자 한다면 과학을 다원주의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이 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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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현대사회에서 과학이 갖는 중요성은 아마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책의 끝 문장 : 상투적인 사고에 도전함으로써 사회의 경직화를 막고 사회의 다양화를 촉진하는 것이 철학과 철학자가 가진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라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과학에서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 중에 영국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물리학자 켈빈 경이 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늘 말하지만, 우리가 논의하는 내용을 측정해서 숫자로 표시할 수 있다면, 뭔가를 아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의 지식은 변변치 못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다. 어떤 주제이건 간에 측정하지 못하고 논하는 것은 지식의 시작은 될지 몰라도, 과학적이 되려면 아직 한참 먼 것이다." - P87

과학의 발전과정은 단순한 진보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의 융합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준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보수적 의무감과, 그러나 옛날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진보적 의무감을 동시에 소화해내야 합니다. 과학뿐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도, 정치적, 사회적 발전도 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자식은 부모보다 더 잘나고 싶어합니다. 부모도 자식이 자신보다 더 잘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자식은 자신의 시작점을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물려받은 것을 존중하며 시작하되, 더 잘해서 원점보다 훌륭하게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 P117

물론 쿤도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해서 자연 자체가 변한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자연은 자연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패러다임은 우리 머릿속에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세상’이라는 것은 패러다임을 통해서 걸러져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진짜 ‘자연’ 그 자체를 인간은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은 관측을 통해 자연을 알게 되는데 그 관측은 특정한 패러다임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있는 자연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바뀐다는 것이지요. - P141

제 생각을 단순히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창조교육, 탐구교육을 시도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잘 압니다. 그 뒤에 정답이 다 버티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결국 물이 H2O라는 등의 정답으로 가야 한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정말 독립적으로 뭔가를 생각해 볼 동기를 갖기란 힘들다고 봅니다. 또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창조적으로 탐구를 시킨다고 하면서도, 그 과정을 통해 학생이 정답을 알아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조바심을 느낍니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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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중종반정은 명분은 있었으나, 준비는 부족했던 사건이었다. 연산군을 몰아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준비된 왕이 없었고, 중종 스스로도 왕이 될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왕이 되었기 때문에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존재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69)

결국 중종은 왕이죠. 허약해 보이지만 본인은 왕이고 조광조는 신하예요. 그런데 조광조가 추구하는 성리학 이념에 입각한 도덕 정치라는 게 기본적으로 신권을 강화하는 거거든요. 신하가 중심이 되어서 성리학적 질서를 바로 세우고, 그 과정에서 왕은 도적 정치, 왕도 정치를 하면서 철인이 되어야 한다고 하거든요. ‘왕은 항상 몸과 마음을 닦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경연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신하들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조광조가 자꾸 이런 식으로 하니까 결국 중종은 도대체 누가 왕이야?’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131)

우리가 흔히 16세기를 사람의 시대라고 하죠. 사림파가 등장해서 훈구파와 대립하다가 결국 4대 사화가 일어나잖아요. 그런데 궁극적으로 4대 사화 이후에 사림파가 승리를 해요. 훈구 세력을 몰아낸 사림파가 권력을 잡으면서 사림 내부에서 의견 다툼이 일어납니다. 이때 가장 큰 이슈는 기존의 훈구 세력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거예요. 이 중에서 훈구, 특히 외척을 확실하게 내치자는 쪽이 동인이 되고, 일부 양심 있는 외척과는 함께 갈 수도 있다는 쪽이 서인이에요. 지역적으로는 동인의 영수였던 김효원이 서울의 동쪽, 예전 동대문운동장 근처인 건천동에 살아서 동인이고, 서인의 영수 심의겸은 서쪽의 정릉에 살아서 서인이 되는 겁니다.


(174)

연도의 끝자리 수 쉽게 외우는 법

10

연도

4

5

6

7

8

9

0

1

2

3

*10간의 ()’으로 시작되는 해는 갑신정변(1884), 갑오개혁(1894)처럼 끝자리 수가 4이다. ‘’,  도 이렇게 외우면 쉽다.


(190)

헌종 10(1844), 한양

전국 8도에서 몰려든 선비들이 과거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시제가 발표되고 긴장 속에서 치러진 시험

마침내 합격자가 발표됐다.

그런데 합격자 명부의 조수삼이라는 이름 석 자가

장안의 화제가 됐다.

조수삼은 학식이 깊고 글재주가 뛰어나

당대의 문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선비.

그가 오랜 공부 끝에 과거에 합격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사람들을 감탄하게 한 것은

당시 그의 나이가 무려 83세라는 것이었다.


(193)

단순 명쾌하게 조선의 과거 시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문과는 크게 대과와 소과로 나뉩니다. 소과는 다시 진사시와 생원시로 나뉘는데요. 진사시와 생원시에는 초시와 복시가 있고, 합격자는 진사시, 생원시 각각 100명씩 총 200명입니다. 이렇게 소과에 합격하고 나면 대과를 볼 수 있습니다. 대과에는 초시, 복시, 전시 3단계가 있는데요. 초시와 복시는 각각 초장과 중장, 종장 3단계의 시험을 보게 됩니다. 초시에서 240명을 선발을 하고, 그중 33명을 복시에서 뽑습니다. 여기서 뽑힌 33명은 마지막 절차인 전시, 즉 왕 앞에서 보는 시험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 모든 단계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관직에 나갈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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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1-10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종이라는 군주가 조광조라는 시대의
인물을 담을 만한 그릇이 아니었나
봅니다.

준비 안된 군주는 공신들에게 휩싸
여 결국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
하고 휘둘린 모양입니다.

83세의 과거 합격자라... 현대로 치면
이제는 사라진 사시 장수생 정도로
보면 될까요.

bookholic 2021-01-10 23:30   좋아요 0 | URL
네, 레삭매냐님의 의견에 동감입니다.
한편으로는 조광조가 너무 중종을 믿은 것 같기도 하고요...
좀 윗사람 눈치를 보면서 일하지... 윗사람이 왕인데...^^
즐거운 한주 되십시오~~~^^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 - 2019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미래주니어노블 3
메그 메디나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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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너희들에게 책을 추천해 주고 싶은데, 사실 어떤 걸 추천해주어야 할 지 잘 모르겠더구나. 아빠가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커서는 너희들 또래가 읽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가끔 책 관련 SNS에서 본 책들 중에 너희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싶어서 너희들에게 추천해 주는 경우는 있지. 그렇게 너희들에게 책 추천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특히 오랫동안 알려진 고전 동화가 아닌 창작의 동화의 경우는 아무래도 문학상 수상작에 눈이 가게 되더구나.

외국 아동 문학상 중에 유명한 상 중에 하나인 뉴베리 상이 책은 그 상을 탄 책이라고 해서 관심을 가졌던 책이란다. 파스텔 톤의 책 표지도 예쁜 이 책의 제목은 <머시 수아레즈, 기어를 바꾸다>라는 책이란다.

너희들이 읽어보면 좋겠다고 샀는데,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주인공이 중학생이니까, 너희들은 지금 읽지 말고, 이 책의 주인공과 나이가 비슷할 때 읽어보면 공감도 더 할 수 있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책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쿠바계 미국인 대가족이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일화를 통해서 가족 간의 사랑을 느끼고 작은 듯 큰 행복을 가꾸어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1.

막상 아빠가 한 마디로 이 소설을 이야기하고 나니, 뭘 더 이야기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아빠의 기억력이 좋지 않아 더 잊혀지기 전에 줄거리라도 짧게 이야기를 해줄게. 머시의 식구들은 1980년에 쿠바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정착했어. 머시 수아레즈 식구들은 식구들끼리 세 집이 붙어 있었단다. 머시네 집,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집, 머시 고모네 집. 각자 집이 있지만, 한 가족이었지. 세 지붕 한 가족. 머시는 중학교 1학년이고, 오빠 롤리는 고등학교 1학년인데, 공부를 무척 잘 했단다. 이혼한 고모 이네스는 유치원을 다시는 쌍둥이와 함께 지내고 있었어. 고모가 일을 다니다 보니, 쌍둥이를 돌보는 일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그리고 머시. 머시도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 자라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무척 친했단다.

머시는 엄마의 강요에 의해 햇살친구 동호회라는 봉사활동을 했단다. 햇살 친구 동호회는 새로 전학 온 친구의 친구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작년에 머시가 이 학교로 왔을 때 머시도 햇살 친구가 있었어. 머시가 이번에 맡게 될 전학 온 친구는 마이클이라는 남자 아이였어. 그런데 마이클은 굳이 햇살 친구를 둘 필요도 없어 보였어. 왜냐하면 친구들에게 금방 인기를 끌었거든.. 특히, 여자 친구들한테 말이지. 잘 생겼다는 소리지. 더욱이 머시는 햇살 친구 활동을 무척 싫어했단다. 엄마 강요에 의해서 어쩔 수 하는 거지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씩 보고서를 써서 내야 하기 때문에 마이클을 아주 무시할 수도 없었어.

머시는 여자 아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부를 들고 싶었지만, 사촌 동생들을 봐주어야 하고 집안일도 도와야 하기 때문에 엄마가 허락해주지 않았단다. 불쌍한 머시. 이런 생활들이 머시의 일상이었단다. 중학생 특유의 불만이 있어 보이지만, 가난하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니?


2.

머시의 친구 중에 에드나라고 하는 부잣집 딸이 있단다. 에드나가 마이클을 무척 좋아했어. 하지만 이런 소설에서 언제나 그렇듯 마이클의 반응은 시큰둥. 이런 소설에서 언제나 그렇듯 마이클의 마음은 머시로 향하고 있었어. 하지만, 그들 사이 안 좋은 사건도 일어났어. 야구 경기에서 머시가 친 공이 그대로 마이클의 얼굴에 맞아 입술이 터졌거든. ,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런 일을 겪으면서 더 친하게 되겠지. 머시는 미안하다면서 마이클에게 햇살 친구 역할을 더 잘 하려고 하고, 마이클을 집에 초대했어. 할머니에게 부탁을 해서, 할로윈 축제 때 마이클이 입을 옷을 수선해주기까지 했단다. 머시와 마이클이 친해지면서, 이런 소설에서 언제나 그렇듯 시기하는 이가 있겠지. 머시가 수선된 마이클의 옷을 교실에 갖다 놓았는데, 에드나가 질투에 몰래 마이클의 옷을 망가뜨려 놓았단다. 물론 나중에는 에드나와 화해하고 친한 친구 사이가 되지. 약간은 뻔한(소설 속에서 나올 법한) 일들이 일어나는구나.

그리고 집에서는 늘 행복만 있을 줄 알았지만, 불행도 함께 찾아왔어. 얼마 전부터 할아버지가 이상한 행동을 하시곤 했는데, 이제는 가끔 머시를 못 알아보시기까지 했어. 그래, 노인들에게 찾아오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린 것이란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은 뇌가 점점 작아지면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뇌의 능력을 상실하는 무서운 병이란다. 그 병은 완전히 고칠 수 없고,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선인데, 그것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가족들의 사랑이 아닐까 싶구나. 할아버지께서 아프시지만, 식구들의 사랑은 더욱 커져간단다.

박진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소설은 아니지만, 잔잔하고 따뜻한 소설 한 편이었단다.


PS:

책의 첫 문장 : 생각해 보니 어제만 해도 나는 샌들을 신고 레모네이드를 홀짝이며, 마당에 앉아 쌍둥이 사촌 동생들이 스프링클러 사이로 뛰노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난 그저 크게 숨 한번 쉬고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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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288)

대한제국 마지막 무관생도들의 대표적 존재인 이응준과 김석원은 우쓰노미야의 회유책에 그렇게 발목을 잡혀버렸다.

두 장교는 그렇게 우쓰노미야의 선한 면만 바라보았지만 그 자는 제암리 학살의 책임자였다. 그리고 그 무렵 조선민족을 절망으로 몰고 갈 무서운 일을 꾸미고 있었다. 홍범도의 독립군을 도운 만주 조선인들을 응징하기 위한 출병을 본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만주 출병은 그가 조선군사령관직을 떠난 직후 실현되었다. 일본은 훈춘사건을 조작해 대규모로 출병했다. 그러나 독립군을 뒤쫓다가 챵산리(청산리) 등지에서 대패해 오히려 3천여 명이 전사했다. 악에 받친 일본군은 만주의 조선인 3만여 명을 보복적으로 학살했다. 그것이 경신참변이다.


(290)

이응준은 권총 분실 사건과 우쓰노미야에 접근한 일로 인생의 길을 180도 바꿀 수도 있었다. 우선 임시정부 밀사인 최성수와 더불어 만주로 탈출할 수 있었다. 3.1운동 무력탄압의 원흉 우쓰노미야를 여러 차례 만나면서, 지석규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를 저격할 기회가 있었으나, 그런 생각은 털끝만큼도 하지 않았다. 우쓰노미야에게 인간적 배신을 할 수 없었다면 그가 떠난 뒤 독립운동 전선으로 갈 수도 있었다.


(338)

염창섭은 일본영사관에 소속되어, 랴오닝성과 지린성 일대를 순회하며 동포들에게 만주국 건설을 찬성하게 지도하고 취약지구에 집단부락을 만드는 등 친일 행위를 하고 있었다. 원용국은 지린성 판스현에서 동포들을 회유해 항일무장세력이 발을 못 붙이도록 자위단을 조직하는 공작을 전개하고 있었다. 후배 학년 중 우등생이었던 윤상필은 관동군 참모부 조선반에 속해 있었다. 재만동포들을 만주국과 일본군 쪽으로 끌어당겨 항일세력을 와해시키는 온갖 공작을 기획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393)

마지막 무관생도들은 이제 천명을 안다는 오십 줄 나이에 이르렀고 절반 이상이 퇴역했다. 현역장관들은 대부분 고국에 돌아와 청년들을 일본군으로 뽑아내는 병사(兵事) 업무를 맡거나 전문학교와 중학교의 교련 교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퇴역한 사람들도 대개는 교련 교관 등 육사 출신에 걸맞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다. 독립투쟁을 하고 민족혼 교육에 매달렸던 조철호가 세상을 떠나 그런 역할을 할 위인은 이제 없었다. 아오야마 묘지에서 뒷날 조국 독립을 위해 한 몸을 던지자고 한 맹세는 대부분이 추억으로만 생각할 뿐 몸도 정신도 이제 일본의 통치에 젖어 있었다.


(502)

김광서는 최후가 불행했다.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사범대학 교수로 일하던 그는 1936년 간첩죄 누명을 쓰고 체포되어 2년 반의 금고형을 받고 복역했다. 1939 2월 석방되어 카자흐스탄에 있는 가족에게 돌아갔으나 그해 12월 다시 체포되어 8년의 강제수형령을 받고 카라간다 감옥으로 수용됐다가 거기서 북부 시베리아 코미 자치공화국으로 이송되었다. 철도 노역을 했고 1942 1 26일 철도수용소 부설병원에서 영양부족에 따른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1956년 유족의 탄원을 받은 소련 군사법원은 재심을 열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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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쓰고, 함께 살다 - 조정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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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달 전에 조정래 선생님께서 등단 하신지 50주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50주년 기념하여 책도 출간했다는 소식도 들었어. 가끔씩 조정래 선생님께서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생각을 책으로 출간을 하셔서 아빠도 읽어보곤 했는데, 그의 소설만큼 산문집도 묵직하면서도 삶의 지표로 삼을 만한 글들이 많아서, 빼놓지 않고 읽곤 했단다.

이번 50주년 기념으로 출간한 산문집은 독자들의 질문들을 미리 받아서 답변을 하는 형식이었어. 아빠도 사서 읽어보려고 했는데, 뜻밖에 선물을 받았단다. 오랜만에 받는 책선물이라서 너무 기뻤단다. 조정래 선생님의 등단 50주년을 축하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홀로 쓰고, 함께 살다>라는 책을 읽었단다.


1.

독자들의 질문들을 분류해서 문학과 인생, 대하소설 3부작의 세계, 문학과 사회... 이렇게 세 개의 주제로 나누어 정리했단다. 첫 번째 문학과 인생에서는 문학을 꿈꾸는 청년들의 질문이 많았고, 그런 문학을 꿈꾸는 청년들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조정래 선생님께서 평생 문학을 하면서 지켜온 철학과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였단다.

예전부터 조정래 선생님께서 매체를 통해 말씀하시는 것이 소설가는 시대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그 시대의 산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그리고 문학은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하셨어. 언젠가부터 시대를 이야기하는 하는 문학을 참여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것에 조정래 선생님은 거부감을 가지고 계셨단다. 문학이라고 하면 당연히 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거기에 참여 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그렇지 않은 문학을 순수문학이라고 해놓았으니 말이야.

===============================

(39)

군부독재는 강화되고, 그에 따라 분단은 고착되고, 그런 상황 속에서 야기되는 현실의 모순과 시대적 갈등을 형상화하고자 하는 작가들이 많아지면서 작품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상황 변화에 대해 순수문학 쪽에서 참여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고발문학은 문학성이 빈약하고 예술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공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이른바 수십 년에 걸친 순수, 참여 논쟁입니다. 그 와중에 저는 작가가 되었고, 첫 작품집 <황토>의 작가의 말에 한정된 시간을 사는 동안 내가 해득할 수 있는 역사, 내가 처한 사회와 상황, 그리고 그 속의 삶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34년이 지나 태백산맥문학관 벽면에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새겼습니다. 이것이 저의 변함없는 문학관입니다.

순수와 참여라는 이분법은 시대착오적인 유치함입니다. 이제 그런 소모적인 논쟁 아닌 논쟁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오직 좋은 소설, 감동적인 작품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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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작가는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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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작가란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야 하고, 불의에 저항하면서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고 세계적으로 정의되고, 동의되어 왔습니다. 그건 바로 작가란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를 양쪽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함을 기본 조건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지 않느냐고요? 그건 그들의 사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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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유명한 이들이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들 했단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가장 어려운 질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누군가 아빠에게도 그런 질문을 던지면, 인생이 뭐 있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의 꿈을 가꿔 가는 거지이 정도의 식상한 답변을 했을 거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본 질문도 아니고 말이야.

조정래 선생님은 작가이시다 보니, 직접 수 많은 인생들을 직접 만드신단다. 그렇다 보니 더욱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렇게 생각하신 인생에서 대한 명언이 이 책에 몇 문장 실려 있어 적어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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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제가 어느 땐가 이런 메모를 남겨둔 게 있습니다.

인생이란 때때로 더듬거리고 멈칫거리고 두리번거리고 비틀거리고 허둥거리며 홀로 걸어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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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인생이란 자기 스스로를 말로 삼아 끝없이 채찍질을 가해가며 달려가는 노정이다.’

인생이란 두 개의 돌덩이를 바꿔 놓아가며 건너는 징검다리다.’

인생이란 극본도, 연출도, 출연도 자기 혼자 도맡아 하는, 연습도 재공연도 할 수 없는 단 1회의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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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소설 3부작을 쓰시면서 수 많은 인물들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세계를 만드시기도 했지만, 실제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이 다른 이름으로 소설 속에 다시 살게 된 분들도 많았어. 특히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억울한 누명을 쓰신 분들이 소설을 통해 대신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것 또한 조정래 선생님의 대하 소설 3부작의 역할이었단다. 독자들은 조정래 선생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잘못된 내용을 바르게 이해하고 되고, 당사자들이나 당사자들의 가족들은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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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5)

이러한 객관적인 결론이 나오기 훨씬 전에, <태백산맥> 1분가 출간되고 나서 저는 얼굴 모르는 사람들의 전화를 줄줄이 받아야 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희 아버지를 사람 대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책을 읽고 난 제 얘기를 들으시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얼마나 우셨는지 모릅니다. 아버지가 총살당하고 처음으로 사람 대접받은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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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10권짜리 대하 소설을 독자가 필사하는 열풍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단다. 작가로써 이런 일을 경험하는 것은 영광일 것 같지만, 그 필사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정말 해 볼 만한 것이라고들 한단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정하고 조금씩 필사를 해 나가다 보면 마음도 경건해지면서 힐링이 되고, 해냈다는 뿌듯한 느끼고그리고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도 들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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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그 또렷또렷한 글씨 한 자, 한 자에서 필사자들이 바친 정성과 노고가 얼마나 진하고 컸는지를 절절히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정성과 노고 앞에서 저는 그저 감사하고, 감동하고, 감탄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글 쓰기 잘했다는 큰 보람과 함께 삶의 가장 큰 행복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이 베풀어주는 사랑과 신뢰 중에 이보다 더 크고 무거운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100번 읽는 것보다 더 크고 더 깊은 애정이 한 번의 필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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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은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었는데, 간단 명료하게 네 가지를 이야기를 해주셨단다. 그 중에 특히 네 번째 답변스마트폰에 빠지지 말라는 말씀이 아빠를 각성하게 하는구나. 정말, 이 스마트폰이라는 것에 중독이 안 될 수가 없더구나. 물론 그것을 통해 도움을 많이 받는 거도 있지만, 스마트폰은 분명 아빠의 독서 생활에 방해 요소란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책 읽는 것도 좀 준 것 같고, 너희들에게 쓰는 독서 편지가 계속 밀린 것도 스마트 폰 탓을 해보는구나. 그런 것을 알면서도 영상물을 보다 보면 또 시간이 휙 지나가버리고완전히 끊을 수는 없지만, 좀 줄여보도록 노력을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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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으면 그거 불평불만만 하지 말고,

첫째, 90퍼센트 이상 투표하라.

둘째, 시민단체 활동을 전개하라.

셋째, 하루 10페이지씩이라도 날마다 책을 읽어라.

넷째, 스마트폰에 빠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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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선생님은 앞으로도 어떤 소설을 쓰실 지 계획을 다 잡아 놓으셨다고 하는구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겨 주시길 기대하면서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 저는 선생님의 소설을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다 읽은 문학지망생입니다.

책의 끝 문장 : 넷째, 스마트폰에 빠지지 마라.


한 가지 명기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재능이란 예술의 세계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의 세계에는 헤아릴 수 없도록 수많은 직종들이 있습니다. 그 직종들은 전부 다 우리 인간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다양한 직종들에 어울리는 온갖 재능들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 다채로운 재능의 향연이 우리 인간사회의 약동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그 여러 재능들도 성공적 열매를 맺으려면 소설 쓰기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가 더 보태져야 합니다. - P24

그 인물의 중요성에 대해서 일찍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그 고전적 정의는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불변입니다.
‘한 작가의 능력은 그가 얼마나 많은 작품을 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개성적이고 전형적인 인물들을 창조했느냐로 판가름난다.’
- P130

작가란 무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어 깨워 그 가슴을 감동으로 채워야 하는 예술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업보를 지고 사는 존재들입니다. 학대하듯 스스로를 닦달하며 평생 긴장하고 최선을 다한 노력을 바치지 않고서는 그 업보는 풀리지 않습니다. 그걸 좋은 습관이라 할 수 있을까요? - P133

제가 보기에 우리 사회는 결코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제아무리 발전한 나라에서도 유토피아란 없습니다. 유토피아란 미래 희망을 위해 만들어진 환상적 언어이지 현실적 실현성을 갖는 언어는 아닙니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은 만족이 없이 끝없이 팽창되는 것이기에 유토피아를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합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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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1-06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님께서 등단하신지가 50년이 되셨군요~~
대학때 읽었던 태백산맥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년전 벌교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에도 다녀왔는데, 어디론가 훌쩍 떠나지 못하는 세월이 벌써 1년이 되었어요**

bookholic 2021-01-07 00:30   좋아요 1 | URL
정말 열정이 대단한 분이신 것 같아요...
이번 강추위에 코로나가 다 얼어죽어서, 봄에는 멀리 여행도 가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즐겁고 따뜻한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