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나의 선택 1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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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콜린 매컬로님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3 <포르투나의 선택> 1권을 읽었단다. 1부와 2부를 읽은 시간이 꽤 되어 줄거리가 가물가물해서 적어 둔 줄거리를 읽으려고 했는데, <포르투나의 선택> 1권 맨 앞에 1부와 2부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가 실려 있었단다. 지은이가 1부와 2부의 줄거리를 직접 적으셨어. 아빠와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하고 적으신 것 같은데 배려심도 많으신 분인 것 같구나.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신 것이 안타까울 뿐이구나.

1부와 2부의 줄거리는 전에 너희들에게 쓴 독서편지를 참고하시고, 바로 3 <포르투나의 선택>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책제목을 보면서 포르투나가 누구일까? 이런 생각을 했단다. 포르투나는 운명의 여신이란다. 고대 로마를 사는 사람들은 운명을 많이들 믿었고, 그 운명의 여신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대해서도 많이들 생각했나 봐. 그리고 다들 운명의 여신 포트투나로부터 선택을 받고 싶어했고 말이야. <포트투나의 선택> 1권은 기원전 83 4월부터 기원전 81 5월까지의 이야기를 실려있단다.


1.

2 <풀잎관>의 끝부분은 좀 이야기해야겠구나.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일곱 번째 집정관이 된 이후 폭정을 휘둘렀잖아. 그때 술라는 로마에서 떠나 동방에 있었고. 그리고 마리우스의 죽음과 함께 그의 폭정이 끝이 났고 말이야. 그렇게 2부가 끝이 났지.

당시 동방에 있던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그가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향하는 것부터 3 <포르투나의 선택>은 시작된단다. 당시 로마의 집정관은 마리우스 진영의 카르보였어. 그 이야기는 술라의 반대파라는 이야기였어. 술라가 로마로 진군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 대비를 해야 했지. 그런데 원로원 의원들 중에는 다수가 술라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어서, 그런 사람들은 술라에게 가거나 가지 않더라도 원로원 자리를 비우면서 의사 표시를 했단다. 로마는 이제 내분에 휩싸일 위기였고, 카르보와 술라 중에 한편을 골라야 했어. 그것은 원로원 의원만이 아니고 새로운 부각을 보이는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였어. 야심이 철철 넘치는 폼페이우스는  술라 진영에 합류하기 위해,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끌던 퇴역병 군대를 다시 끌어 모아 동방으로 떠났단다.

한편 술라는 뛰어난 지도력으로 군대를 이끌고 급하지 않게 천천히 로마로 진군했단다. 그런데 술라가 심한 피부병에 걸려 가려움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어. 그렇다 보니 잠도 제대로 못하고 해서 몰골은 말이 아니었단다. 피부는 심하게 상하고 말이야. 피부 때문에 햇볕도 제대로 보지 못했단다. 그렇게 컨디션이 안 좋아도 로마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점령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단다. 천천히 주변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었지그래서 적군인 스키피오와 잠시 휴전을 하였는데, 그 휴전을 하면서 스키피오의 부하들을 잘 포섭을 해서, 다시 전쟁을 재개할 때는 스키피오의 대부분의 부하들이 술라의 진영으로 넘어와 버렸어. 술라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겠지?

그런 술라에게 폼페이우스가 군대를 이끌고 찾아온 거지. 폼페이우스는 몰골이 엉망인 술라를 보고 깜짝 놀랐어. 그래도 그를 믿었기 때문에 자신이 온 목적을 이야기했고, 술라는 폼페이우스를 반겼단다. 당시 술라의 측들 중에 대표적인 사람들은 크라수스와 똥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메텔루스 피우스가 있었어.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엄마인 아우렐리아. 2년 전에 남편이 죽고 혼자가 되었어. 한때 술라가 맘에 잠깐 둔 적도 있었고, 약간 썸씽도 있었는데 현재 둘의 관계는 우정. 아우렐리아가 딸을 만나러 가다가 길을 잃었는데, 술라의 부대를 만나게 되어 오랜만에 술라와 재회를 하기도 했단다. 술라의 도움으로 다행히 길을 다시 찾고 딸에게 갈 수 있었어.


2.

, 이제 잘생긴 젊은이로 성장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야겠구나. 어린 카이사르의 특출함에 열등감 또는 질투를 느낀 마리우스는 죽기 전에 카이사르가 정치판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유피테르 대제관에 임명했단다. 종신직이었어. 그때 카이사르 나이가 열 세 살이었고, 마리우스의 측근 킨나 어린 딸 킨닐라를 여사제로 임명하고 둘을 결혼시켰단다.

잠깐 카이사르의 집안 이야기를 다시 할게. 카이사르의 아버지는 2년 전에 죽었다고 했잖아. 카이사르의 고모들, 그러니까 아버지의 여동생 둘이 있었는데, 첫째 여동생 율리아가 마리우스의 아내였고, 둘째 여동생 율릴아는 술라의 첫 번째 아내였어. 그러니까 마리우스와 술라는 모두 카이사르의 고모부였던 거야. 그렇게 보니 대단한 집안이구나.

죽은 마리우스의 아들 마리우스 2세도 어느덧 스물여섯 살이 되었고, 그의 아내는 무키아라는 사람이야. 대제관이었던 카이사르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하긴 했지만, 카이사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어. 이제 열여덟 살이 된 카이사르는 군인이 되고 싶어 했어.

집정관 카르보는 동방에서 전진하는 술라를 막기 위해 사람을 끌어 모았단다. 마리우스 2세에게 집정관을 제안하면서 합류를 요청했어. 마리우스 2세를 끌어들이면 마리우스를 따르던 이들도 함께할 것이라는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전쟁 경험이 전혀 없는 마리우스 2. 마리우스 2세의 엄마 율리아를 비롯하여 모든 가족들이 반대를 했단다. 술라와 대적할 실력이 안 된다고 했어. 하지만, 마리우스 2세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정관이 되어 군대를 이끌고 동쪽으로 향했단다. 마리우스 2세는 아버지의 옛 부하들과 함께 했어. 하지만 가족들의 말대로 술라의 적수가 될 수 없었어. 전투에서 지고 군단들은 마리우스 2세를 배신하여 술라 진영으로 들어갔어. 마리우스 2세는 간신히 로마로 후퇴를 했단다. 한창 전쟁이던 와중에 집정관 카르보는 몰래 황금을 갖고 아프리카로 도망을 갔단다. 집정관이라는 사람이 이러니 전쟁에서 승리를 할 수 있겠니.

..


3.

승기를 잡은 술라는 폼페이우스에게 특별한 명령을 주었어. 시칠리아, 아프리카를 정복하라고 명령 내렸고, 도망간 카르보를 찾아내어 몰래 죽이라는 명령도 내렸어. 폼페이우스는 금방 임무를 완수했단다. 카르보를 몰래 죽이라고 했는데, 어디선가 금방 찾아내어 머리를 보내왔어. ‘몰래라는 임무는 저버리고정말 야심 많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로구나.

전쟁에서 승리한 술라는 로마에 입성을 했고, 반대 진영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잔인한 숙청이 시작되었어. 마리우스 2세도 이때 죽었단다. 술라는 로마 정상화를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 강력한 권한 가진 엘리트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 지도자는 자신이고 말이야. 그래서 그는 로마를 정상화할 때까지 독재관이 되겠다고 했어. 임기도 정해지지 않았으니 어쩌면 종신 독재관이 될 수도 있었어. 원로원 의원 중에는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술라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지.

술라의 숙청은 계속 되었는데, 아주 조용히 이루어졌어. 원로원 의원들과 기사 계급의 사람들이 조용히 사라지는 거야. 그들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아무도 모르고 누구의 짓인지 몰랐지만, 술라가 꾸민 일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지. 남아 있는 원로원 의원들도 겁에 질렸어. 언제 자신의 차례가 될지 모르니까 말이야. 술라의 측근에 있었던 메틸루스가 술라에게 질문을 했어. 제거되는 사람들의 명단이 있느냐고 말이야. 술라가 있다면서 궁금들 할 테니 그 명단을 벽에 붙이겠다고 했어. 그리고 그 명단에 적힌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합법적인 것이며, 돈으로 보상도 하겠다고 했어. 이제 시끄러운 숙청이 시작된 것이로구나. 술라, 이 사람 참 무서운 사람이구나. 이제 돈을 벌기 위해서 명단에 오른 이를 제거하는 사람들도 나타났어.

독재관의 권한이 얼마나 강력했냐면, 그 동안 선거로 뽑았던 집정관, 법무관, 정무관 등 모든 직책을 술라 혼자 지정을 하겠다고 했어. 종교계에 몸 담고 있는 이들도 술라가 모두 지명을 했어. 우리나라 현대사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지. 탱크로 대통령이 되고 나서 국회의원의 1/3을 자신이 임명했던 사람.

카이사르가 전에 고모부였던 술라를 찾아왔어. 술라는 카이사르의 아내 킨닐라의 아버지가 반역자였기 때문에 로마 시민 지위를 박탈했고, 그러면 킨닐라도 로마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여사제가 될 수 없다고 했어. 그러므로 카이사르에 이혼을 하라고 지시했단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이혼은 안 하겠다고 했고, 오히려 그 전에 마음에 담고 있었던 말, 대제관을 하기 싫다고 이야기했어. 술라는 계속해서 킨닐라와 이혼하라고 했고 그렇지 않다면 카이사르를 죽일 수밖에 없다고 했어. 그러자 카이사르는 동방으로 도망을 갔어. 대제관은 하기 싫고 불쌍한 어린 아내를 내칠 수도 없었으니까 말이야. 아우렐리아는 술라를 찾아가 아들의 사정을 봐달라고 부탁을 했고, 여전히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아우렐리아의 말을 냉정하고 거절할 수 없었어. 술라는 카이사르를 죽이지 말고 반드시 생포하라는 방을 붙이고 현상금을 걸었단다.

한편 카이사르는 동방으로 가는 길에 학질에 심하게 걸려 거의 죽을 뻔하다가 돌아왔단다. 술라는 카이사르를 만났어. 카이사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시원하게 카이사르의 족쇄를 풀어주었어. 대제관을 그만 두어도 좋다고 했어. 그 이유는 마리우스가 했던 것과는 무조건 반대로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거든. 마리우스가 카이사르를 대제관을 만들었으니, 마리우스를 극도로 미워한 술라는 카이사르가 대제관이 안 되게 해야지. 술라는 카이사르를 하급군관의 직책으로 아시아로 보내기로 했단다.

여기까지가 대충 1권의이야기란다. 아빠의 기억력이 사라지기 전에 2권과 3권의 이야기도 해줄게. 로마의 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한 것 같구나.


PS:

책의 첫 문장 : 기원전 110, 로마 공화정은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을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낡은 제도에 갈수록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일어났다.

책의 끝 문장 : 그제야 카이사르는 그의 예사롭기 그지없는 노새에 올라타 길을 떠날 수 있었다.


술라는 이제 자기 손아귀에 들어온 로마를 좋아하지도, 이상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가가 너무 컸다. 또한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대한 기대도 없었다. 그가 가장 갈망한 것은 평화와 여유, 온갖 성적 환상의 충족과 머리가 빙빙 도는 폭음, 관리와 책임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는 이런 것들을 누릴 수 없었는가? 로마 때문에, 의무 때문에, 그토록 많은 임무들을 마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내려놓는 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술라가 말을 타고 텅 빈 대경기장을 따라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이유는 오직 하나, 해야만 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일을 해야만 했다. 그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이지 아무도 없었다. - P284

저장 선반과 헛간, 저장고와 저장실에 스민, 그곳들이 가득차 있기를 바라는 페나테스라는 신들이 있었다. 항해중인 배들과 교차로들을 모으고 무생물 물체들의 목표의식을 유지시키는 힘들은 라레스였다. 나무들이 바르게 생각하도록 하는, 가지와 잎은 위쪽으로, 뿌리는 아래쪽으로 뻗도록 하는 힘들이 있었다. 물을 달콤하게 하고 강이 높은 곳에서 저멀리 바다까지 아래로 흐르게 하는 힘들이 있었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행운과 복을 주고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보다 덜 주며, 또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 힘은 포르투나였다. 그리고 유피테르 옵티무스 막시무스라 불리는 힘은 다른 모든 힘들의 총합이자, 사람들에게는 불가사의하나 힘들에게는 논리적인 방식으로 그 힘들을 한데 묶는 결합조직이었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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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그 전문성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된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전문가를 뽑는 게 아니라 어떤 전문적 의견이 나한테 좋은가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시장에 가면 구두 장인들이 여럿 있지만 내 발에 맞는 구두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거예요.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정책 중에 내가 선택해야 된다, 최종적으로는 탁월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이 결정해야 된다는 것이요. 우리가 말입니다. 법률이든 정책이든 결국 내가 혜택을 입고 내가 피해를 입으니 내가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접근해서 설명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30-31)

숙의민주주의나 시민의회를 가장 싫어하는 건 제가 보기에 관료집단인 것 같아요. 그로 인해 권력이 가장 줄어드는 것이 관료이니까요. 행정관료는 물론이고 판사, 검사도 결국 관료입니다. 물론 선출직 정치인들도 자기 권한이 침해 당한다고 생각하지만 관료집단보다는 덜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넘어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시민들에게 권력을 진정으로 돌려주는 것입니다. “대신해서 잘 결정해주겠다가 아니라요. 그런 측면에선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몹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32)

민주주의 이야기할 때 흔히 자유민주주의라고 그러잖아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것이죠. 그런데 불완전하게 결합되어 있어요. 실은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를 반대했습니다. 자유주의자들이 소위 부르주아혁명 이후 권력을 잡은 부르주아들인데, 이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권한을 갖는 것을 거부했어요. 영국에서는 1830년대 이후 100년 동안 투쟁한 후에야 노동자들이 보통선거권을 쟁취합니다.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를 마지못해서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극우세력 증오정치가 활성화되면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다시 분리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즉 자유 없는 민주주의가 될 수 있어요. 포퓰리즘으로 분명히 사람들 표를 받기는 했는데 결과가 사람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경우가 있잖습니까? 미국의 트럼프가 그렇고, 유럽에서도 그런 사례들이 있습니다. 스위스에서도 주민투표로 이슬람식 첨탑을 가진 사원을 못 짓게 했습니다. 민주주의 방식이기는 하지만, 이슬람교 사람들의 기본권을 박탈한 사례입니다. 이게 자유 없는 민주주의입니다. 또하나는 자유는 있는데 민주주의는 없는 경우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때죠. 민주주의는 없는데 대신 경제활동의 자유는 있었죠. 말하자면 부르주아 자유주의 같은 것입니다.


(37)

대의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으니까. 정치체계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정당이 하나의 이익집단이 되어버렸어요. 자기들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어요. 스포츠로 치면 링 위에 복서 두 명이 엉켜서 서로 껴안거나 반칙만 하고 있는 거예요. 심판이 나와서 떼어놓고 경기를 제대로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에서 선거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어요. 시민들이 나서서 떨어져라, 공정하게 경기를 하라고 명령해야 합니다.


(40)

1958 3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세계 최초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313pp이었다. 1992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평균은 357pp,.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략 280ppm. 산업화의 엔진에 발동이 걸리고 200여 년 동안 33pm이 높아졌는데, 관측이 시작되고 리우회의까지 34년 만에 44ppm이 증가했다. 2013 5월 마침내 마우나로아 이산화탄소 측정값은 400ppm을 넘어섰다. 리우회의로부터 20여 년간 43ppm이 증가한 것이다. 마우나로아 관측소가 발표한 2020 11월 평균 이산화탄소 측정값은 412.89ppm, 2019 11 410.25ppm이었다.


(46)

새로운 기후 신세계는 아마도 독재와 풀뿌리 민주주의 두 갈래 길이 가장 유력할 것이다. 현명한 독재자가 강력한 권력을 휘둘러 온실가스 배출 넷제로의 국가로 급속하게 전환할 수도 있다. 이런 기후독재정치를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플라톤이 주장하는 철인정치는 말이 좋아 철학자 정치지 왕이나 절대자가 하루아침에 마음을 바꾸는 일은 역사상 부지기수이다. 젊을 때 근본 사회주의였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정반대 태극기 부대원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70)

그러므로 생태주의가 오늘날의 환경운동을 넘어서서 혁명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카스토리아디스에 따르면,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심리사회적 태도에서 심원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삶의 목적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고방식-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모멸적인-은 기각되어야 한다. ‘합리적이라고 하는 자본주의적 가정들, 무한한 확장이라는 개념은 폐기되어야 한다. 특히 그런 심오한 변화는 풀뿌리 수준에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개별적 개인이나 단체들은 기껏해야 가능한 방향을 그려 보여주고 사회가 변화하도록 자극을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생태주의적, 즉 본질적으로 혁명적인 운동은 사회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이다.


(74)

그저 정말로 문제가 되는 사안들에 대해서 민중이 모여 진정한 토론을 하는 세상-바로 이것이 시민의회가 약속하는 것이고, 이것은 세계 전역에서 가속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들 의회는 투표가 이니라 추첨을 통해서 구성된다. 이들은 미디어 앞에서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비열한 비판을 일삼고, 로비스트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대신, 진정한 숙의기구로서 기능한다. 이 아이디어는 엉뚱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서구문명 그 자체만큼 역사가 긴 정치제도이다. 그리고 이것이 시행된다면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시대가 열릴 것이다.


(87)

지금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을 그려보자. 우편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우리 공동체에 봉사하도록 선택되었습니다.”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운 좋게도 우리는 추측할 필요가 없다. 시민의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그 경험이 긍정적이었다고 말한다. 배심원 의무와 마찬가지로 압도적 다수의 시민들이 사안의 무게를 인식하고 자신의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어느 집단에나 가끔 있기 마련인 미치광이도 잘 제어한다. ‘평민들에게 의사결정을 맡기는 일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주장들(민중의 무지하다, 민중은 비이성적이다, 민중은 쉽게 조종당한다!)은 과거에 흑인, 여성, 무산자 백인 남성들에게 투표권을 주어선 안된다고 했던 이유와 정확히 같다. 그런 주장은 그때에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사람은 어름으로 취급하면 어른처럼 행동한다.


(100-101)

요컨대,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처음에는 권력이 통합되어 있었지만 정치적 영역과 경제적 영역으로 나뉘게 되었고, 그리고 1970년대에 브레턴우즈체제가 종식된 이후에는 경제영역도 산업영역과 긍융영역으로 나뉘고 또 증식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권력은 금융역역의 손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제가 했던 질문 기억하세요? 왜 정치인들이 20, 30, 40년 전보다 무능해 보이는 것일까요? 그 답은 정치영역이 완전히 힘을 잃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제 힘을 갖고 있는 영역은 경제영역이고, 특히 금융영역입니다. 젊고 유능하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라면 (이념이나 역사관은 그다지 없다고 한다면) 어떤 길을 밟을까요? 미국 대통령이 되려고 할까요, 골드만삭스 CEO가 되려고 할까요? 후자이겠죠.


(119)

<역사 정치 교육 및 학교 교육의 목표, 목적 및 실천으로서의 민주주의> 권고안을 살펴보면 독일 학교는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장소로서 서로의 존엄성을 자원으로 하여,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이 행해지고, 시민적 용기가 강화되고, 민주적 절차와 규칙이 지켜지고, 갈등이 비폭력적으로 해결되는 곳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독일의 학교에서는 지식도 민주적으로 배워야 하며, 학교에서 겪는 다양한 경함 역시 민주주의를 익히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긴다. 그래서 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은 독일 기본법에 근거하여 경쟁과 성취에 따른 비교보다는 민주주의의 장점과 혜택을 경험하고 자유, 정의, 연대 및 관용과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가치가 경시되거나 무시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체험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자유와 의견을 존중함에 있어 무조건적인 중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46)

패전국 일본의 처지는 전혀 달랐다. 유럽과는 달리 동아시아의 전후처리는 미국이 독주했다. 전승국들이 대등하게 분할해서 점령한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일본은 미국이 사실상 단독으로 점령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도 독일처럼 분할 지배하자던 소련의 요구를 물리쳤고, 대신 민주 쪽으로 남하해 오던 소련군에게 한반도 38도선 이북을 마음대로 떼어주며 무마했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남북 분단이 거기서 시작됐고, 일본 패전의 짐을 엉뚱하게 일제의 피해자인 한반도와 오키나와가 뒤집어쓴 형국이 됐다. 한반도 주변에는 영국도 프랑스도 없었다. 장제스 국민당의 중국도 연합국 대접을 받긴 했으나 아무런 힘이 없었고, 그마저 국공내전에서 밀리면서 공산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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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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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는 시를 멀리 했단다. 시집을 읽고 나서 독서 편지를 쓸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구나. 지금도 사실은 아빠가 직접 시집을 고르라고 하면 쉽지 않아. 하지만 좋은 시들만 엮어서 소개하는 책들을 가끔 읽어 보면 시라는 것이 마음을 달래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그렇게 직접 좋은 시를 엮은 책들 중에 아빠가 늘 좋게 읽은 시집은 류시화님이 엮은 시집들과,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장영희 교수님이 엮은 시집들이란다. 그분들이 엮어 주신 시집들은 좋은 시를 고르는 고생을 대신 해 주신 것뿐만 아니라, 그분들 아니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아주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단다.

이번에 류시화 시인이 오랜 시간 동안 골라 모은 시들을 엮은 책, <마음 챙김의 시>를 읽었단다. 작년 2020.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평생 잊지 못한 한 해가 되었을 거야. 코로나라는 듣도보도 못한 못된 손님이 찾아와 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우리들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었잖아.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또 많은 사람들이 죽고우리도 코로나 때문에 마음 놓고 여행도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활동을 참은 것이 벌써 일 년이 되었구나. 코로나 블루라고,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말이야. 다행히 너희들은 집에서도 즐겁게 잘 노니 다행이구나. 아빠도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지면서, 밀린 책 읽기도 할 수 있으니 말이야.

이렇듯 저마다 코로나19로 생각들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 소중함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뀌고 말이야. 이 책에서도 읽는 순간 코로나 시대를 그린 시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시가 있었단다. 코로나와 함께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도 늘었는데, 코로나가 끝이 나면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구나. 사람들이 지구를 더 사랑하고, 자연을 싫어하고, 경쟁보다는 서로 도와주기를 바라고 말이야. 이젠 우리 생각할 만큼 많이 하고 앞으로 잘 하겠다고 다짐도 할 만큼 했으니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코로나19가 어느 날 갑자기 싹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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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했으며,

운동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놀이를 하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더 깊이 귀 기울여 들었다.

어떤 이는 명상을 하고, 어떤 이는 기도를 하고

어떤 이는 춤을 추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치유되었다.

무지하고 위험하고 생각 없고 가슴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지구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리하고 위험이 지나갔을 때

사람들은 다시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잃은 것을 애도하고,

새로운 선택을 했으며

새로운 모습을 꿈꾸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치유받은 것처럼

지구를 완전히 치유해 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키티 오메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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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시집의 이름은 <마음 챙김의 시>. 여러 시들 중에 특히 마음에 위로가 되는 시들이 많이 실려 있었단다. 아빠가 책 내용 중에 좋은 내용이 있으면, 책의 앞 면지에 조그맣게 페이지를 적어둔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 책은 시작부터 계속 연달아 페이지를 적게 되더구나. 이 책은 굳이 페이지를 적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어. 책도 그리 두껍게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지만, 모든 시를 가슴에 담고 싶더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모험과 도전에 담을 쌓게 하는 아빠에게, 모험이란 기쁨이라고 알려주는 시도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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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헙을 걸자.’

<눈풀꽃 루이스 글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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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쉬지 않고 뜀박질을 하고 있는 심장의 고마움을 일깨워진 시도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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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고마워, 내 심장

나를 다시 잠에서 깨어나게 해 주어서.

비록 오늘을 일요일.

안식을 위해 만들어진 날이지만

내 갈비뼈 바로 아래에서는

영원한 휴식 전의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

<일요일에 심장에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중에서

============================

그리고 우리의 몸은 나무처럼 평생 자라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과 영혼은 평생 자랄 수 있음을 알게 해준 시도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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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당신의 나무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잘라 버리는 게 두려워

당신 스스로

꼭대기를 자르는 일을

멈추기만 한다면.

<무제 타일러 노트 그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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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시도 고마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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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세상 어느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으면서

새는 왜 항상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새와 나 하룬 야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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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밖에 모든 시가 좋았고, 그런 시들을 잘 모아서 소개해준 류시화님께 고맙구나.


2.

시 한 권을 읽어 보니, 시를 한 번 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 없으니, 내 마음대로 시를 지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너희들이 가끔씩 독후감을 시로 쓰는 것도 문득 생각이 났단다. 아빠도 독후감을 시로 써볼까?

마음을 챙겨주는 책 한 권

얇다고 탓하지 말라.

두꺼운 백과사전에 없는

사랑이 있고,

울컥함이 있고

휴식이 있고,

따뜻함이 있느니라.


PS:

책의 첫 문장 : 꽃피워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책의 끝 문장 : 비록 여기 이러한 삶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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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열여덟살 때 나는 개인공간 침해라는 게 뭔지 몰랐고 누군가가 접근하는 것을 꺼리거나 거부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때는 누가 친절과 애정을 베푼답시고 다가오면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빨리 가버리기를 속으로 빌거나 가능한 순간이 오면 내가 얼른 예의 바르게 자리를 뜨는 게 최선이었다.


(102)

그렇지만 한편으로 깨어 있고 귀를 세우고 루머건 현실이건 전부 주시한다고 해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이미 일어난 일에 개입하거나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도 없다. 아는 것은 힘이 아니고 안전이나 안도감도 아니고, 어떤 사람에는 힘, 안전, 안도감의 정반대 것일 수도 있다. 예민하게 깨어 있다보면 자극이 계속 쌓여 고조되기 마련인데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할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걸으면서 책을 읽는 것은 알지 않으려고 일부러 하는 행동이다. 경계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것이다.


(129-130)

누구나 사는 게 힘들다는 거. 자기만 힘든 게 아닌데 왜 특별 대접을 해줘야 하니? 힘든 일도 기쁜 일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자기를 추슬러 존중을 받을 것이지. 그런 사람도 있단다, 딸아. 고통을 한껏 누리는 사람보다도 오히려 더 정신병을 일으킬 이유가 많은 사람, 고통스러운 이유가 더 많은 사람도 있어. 그런데도 어둠에 굴복하거나 한탄에 빠지지 않고 용기 있게 자기 갈 길을 가고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야.”


(137)

그러니까 빛나는 것은 나쁘고, ‘너무 슬픈것도 나쁘고 너무 기쁜것도 나쁘니 따라서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살아야 했다. 또 생각도 하지 말아야 했다. 적어도 생각이 겉으로 드러나게 하면 안되므로 다들 자기 생각을 저 아래 깊이 안전하게 감추었다. 엄마와 아빠로 말할 것 같으면 아빠는 너무 우울한 얼굴쪽으로 갔고 엄마는 너무 강력하게 위를 바라보는쪽으로 가서 아빠는 주기적으로 신경쇠약을 일으켜 병원에 가야 했고 그 결과 엄마는 위를 바라보는것을 잊어버리고 아빠가 또 자기를 여기에 버려두고 가버렸다고 화를 냈다. 여러해 동안 나나 동생들은 아빠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 그것도 그냥 병원이 아니라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140)

고양이는 개처럼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 사람한테 관심이 없다. 사람의 자존감을 북돋워주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고양이는 제 갈 길을 가고 제 할 일을 하고 사람에게 굴종하지 않고 사람에게 미안해하는 일도 없다. 고양이가 사과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설령 고양이가 사과를 한다고 하더라도 틀림없이 진심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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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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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07년 영미작가들한테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하는구나. 가장 좋아하는 소설에 대해서그 순위에서 1위를 한 소설이 바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3위라고 하는구나. 영미작가들한테 물어봤는데, 러시아 작가, 그것도 한 사람의 작품이 1위와 3위를 했다니톨스토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겠구나. 그런데, 다른 순위도 궁금해서 아빠가 찾아봤단다. 그야말로 명작들로 순위가 꽉 채워져 있더구나. 아빠가 본 책들도 있지만 안 본 책들이 더 많더구나. 안 읽은 책들은 적어두고 하나하나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몇몇 너무 어렵다는 책들도 보이는데, 뺄까? 그 순위는 아래와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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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2. 구스타프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3.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4.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5.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6. 셰익스피어 <햄릿>

7. 스콧 F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8. 마르셀 푸르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안톤 체홉 <체홉 단편선>

10.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11. 세르반테스 <돈 키호테>

12. 허먼 멜빌 <백경>

13.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14.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

15. 호머 <오디세이>

16.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17.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18. 셰익스피어 <리어왕>

19. 제인 오스틴 <엠마>

20. 가브리엘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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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빈결혼에 환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고 아빠가 이야기했었잖아.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몸소 경험하면서 성숙해가는 것 같아 보였어. 아내 키티와도 사이가 좋아졌단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생각도 많고 의심도 많은 사람이라서,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 중에 낯선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을 불쾌하게 생각하기도 했어. 나중에는 급기야 그 사람에게 대놓고 집에서 쫓아내기까지 해서, 파티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기도 했단다. 그 사람을 데리고 온 스티바조차도 레빈에게 너무한 처사라고 나무랐단다. 그래도 레빈은 키티와 안정된 결혼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아무튼 레빈은 점점 결혼 생활에 잘 적응해갔고, 누가 봐도 모범적인 남편으로 점점 변해갔단다. 하하, 역시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져야 행복해지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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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사람이 익숙해질 수 없는 환경은 없다. 특히 주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갈아가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석 달 전만 해도 레빈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다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생활, 그것도 자신의 수입을 넘어선 생활을 하면서, 술에 취해(그로서는 클럽에서 있었던 일을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한때 아내가 사랑한 남자와 꼴사나운 우정을 나누고, 더욱더 꼴사납게도 타락한 여자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고, 그 여자에게 마음을 뺏겨 아내를 슬프게 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친 데다 밤에 잠도 못 자고 술까지 마신 탓으로 깊고 편안하게 잤다.

=====================


2.

한편, 안나와 브론스키는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둘이 같이 지냈단다. 안나의 남편인 카레닌이 이혼을 안 해 주니 어쩔 수 없었지. 사랑의 힘으로 버티는 수밖에안나의 새언니인 돌리가 찾아와 왔어. 예전에는 안나가 돌리를 위로해 주러 모스크바에 갔는데, 이제 돌리가 안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 찾아왔어. 주변에는 안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밖에 없었는데, 돌리는 안나를 진심으로 대했어. 그러면서 진정한 사랑을 위한 안나의 용기를 부러워하기도 했어.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

(126-127)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걸까? 그녀는 살고 싶은 거야. 어쩌면 나도 그녀와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몰라. 그녀가 모스크바로 날 찾아온 그 끔찍한 시절에 내가 그녀의 말을 들은 것이 과연 잘한 것인지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어. 난 그때 남편을 버리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했어야 했어. 어쩌면 난 정말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도 과연 지금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난 그를 존경하지 않아. 그가 필요할 뿐이야.’ 그녀는 남편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난 그를 견디고 있지. 과연 이것이 더 나은 걸까? 그때 난 아직 사랑을 받을 수 있었어. 내게도 아직은 아름다움이 남아 있었으니까.’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계속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손가방에는 작은 손거울이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꺼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부와 덜컹덜컹 흔들리는 사무원의 등을 보면서, 그녀는 만약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뒤를 돌아보면 자신이 부끄러울 것 같다고 느껴 거울을 꺼내지 않았다.

=====================

..

하지만 영원한 것이 있는가? 영원한 사랑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흔치 않을 거야. 그리고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하는 다른 남자와 함께 지내는 것이 해피 엔딩이 되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브론스키의 사랑도 예전만 못한 것 같아 보이고사랑하는 아들 세르게이도 만날 수 없고이 난국을 타계하는 방법은 많아 보이지 않았어. 1권에서의 당돌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해 보였던 안나의 마음은 점점 황폐해갔지.

=====================

(452)

그래, 난 몹시 불안해. 그리고 이성이 인간에게 부여된 것은 인간을 불안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야. 그러니 난 벗어나야 해. 더 이상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저 모든 것을 보는 게 끔찍하기만 한데, 촛불을 꺼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어떻게 끄는 거지? 저 차장은 왜 승강용 발판을 뛰어다니는 걸까? 저 객실에 있는 젊은 사람들은 왜 소리를 지르지? 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말하고 무엇 때문에 웃는 걸까? 모든 게 진실이 아냐. 모든 게 거짓이고, 모든 게 기만이고, 모든 게 악이야!’

=====================

이 소설이 워낙 유명해서 아빠도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 있었지만, 아빠가 알고 있는 내용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바라며, 해피 엔딩을 기대해보았지만, 안나는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한 용기보다 더 크고 무서운 용기를 내고 말았단다.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진 것이었어. 그렇게 슬픈 용기를 냈지만, 마지막 순간 후회를 하는 모습이 비춰졌고, 다시 돌이킬 수 없었음에 더욱 안타까웠단다.

=====================

(455-456)

그녀는 성호를 그었다. 십자가를 긋는 친숙한 동작이 그녀의 마음속에 처녀 시절과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의 모든 것을 뒤덮고 있던 암흑이 찍어지고, 일순간 과거의 모든 눈부신 기쁨과 함께 삶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녀는 다가오는 두 번째 객차의 바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바퀴와 바퀴 사이의 중간 지점이 그녀와 나란히 온 바로 그 순간, 그녀는 빨간 손가방을 내던지고는 어깨 사이에 머리를 푹 숙인 채 객차 밑으로 몸을 던져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러고는 마치 곧 일어날 자세를 취하려는 듯 경쾌한 동작으로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시가 한 짓에 몸서리를 쳤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무엇 때문에?’ 그녀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뒤로 젖히려 했다. 하지만 거대하고 가차 없는 무언가가 그녀의 머리를 떠밀고 그녀를 질질 잡아끌고 갔다.’ 하느님, 나의 모든 것을 용서하소서!’ 그녀는 어떤 저항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왜소한 농부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철로 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불안과 허위와 슬픔과 악으로 가득 찬 책을 읽을 때 그 옆에서 빛을 비추던 촛불 하나가 어느 때보다 밝은 빛으로 확 타오르더니, 이전에 암흑 속에 잠겨 있던 모든 것을 그녀 앞에 비춰 보이고는 탁탁 소리를 내며 점점 흐릿해지다가 영원히 꺼지고 말았다.

=====================


3.

안나의 이런 비극적인 죽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단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아무래도 브론스키였겠지. 죄책감과 함께 삶의 의미를 잃은 듯했어. 외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용병으로 나가기로 했어. 죽든 살든 상관 없다면서 말이야.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일상을 찾아가는 듯 했단다. 마지막 장은 레빈의 시선과 생각이 담긴 글들로 채워져 있단다. 안나의 죽음, 자신의 신에 대한 생각의 변화, 당시 러시아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그리고 키티와 결혼생활에 관한 단상들이 이어지면서, 대단원의 소설은 끝이 났단다. 마지막 문장도 멋지네.

..

이 책을 덥고 <안나 카레니나>를 설명해주는 유튜브를 두어 편 보았단다. 좀더 이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1권 이야기를 하면서 김영하 작가님이 무인도가 가져갈 소설로 <안나 카레니나>를 뽑았다고 했는데, 아빠는 그 정도는 아닌 듯 하더구나. 하지만, 누군가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 물어본다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더구나.

아빠도 두께에 처음에는 놀랬지만,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는이제 아빠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은 사람이 되었구나. ㅎㅎ. 러시아 소설은 추운 겨울에 읽어야 제 맛인데, 내년 겨울에는 톨스토이의 또 다른 대작 <전쟁과 평화>를 읽어볼까?^^ <전쟁과 평화>를 읽을 때쯤이면 코로나는 사라지고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아이들과 함께 포크로프스코예에 있는 여동생 레비나의 집에서 여름을 보냈다.

책의 끝 문장 : 나에게는 그것을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


"그런 거야, 친구. 둘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거지. 현재의 사회구조가 정당하다고 인정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든가, 나처럼 자신이 부당한 우위를 누리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기꺼이 누리든가 말이야."
"아니, 만일 그것이 정당하지 않다면, 자네는 그 혜택을 기꺼이 누릴 수 없을걸. 적어도 난 그렇게 못할 거야.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잘못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니까."
- P89

그는 그녀에게 전보다 더 싸늘했다. 마치 그녀에게 굴복한 것을 후회하기라도 하는 듯. 그래서 자기에게 승리를 안겨 준 그 말, 바로 ‘내가 얼마나 절실하게 끔찍한 불행을 느끼는지,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라는 그 말을 떠올리며, 그것이 위험한 무기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 두 번 다시 그것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그들 사이에 그들을 묶는 사랑과 더불어 모종의 투쟁을 일으키는 사악한 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가 그의 마음에서 몰아낼 수 없는,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서는 더더욱 몰아낼 수 없는 사악한 영이…… - P328

사람이 익숙해질 수 없는 환경은 없다. 특히 주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갈아가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석 달 전만 해도 레빈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다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생활, 그것도 자신의 수입을 넘어선 생활을 하면서, 술에 취해(그로서는 클럽에서 있었던 일을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한때 아내가 사랑한 남자와 꼴사나운 우정을 나누고, 더욱더 꼴사납게도 타락한 여자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고, 그 여자에게 마음을 뺏겨 아내를 슬프게 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친 데다 밤에 잠도 못 자고 술까지 마신 탓으로 깊고 편안하게 잤다. - P329

그때는 진리를 알았는데 지금은 잘못 알고 있다니, 그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그 문제를 차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자마자 모든 것이 산산조각으로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그때 착각을 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때의 정신 상태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데다, 그것을 약점 탓이라고 인정해 버리면 그 순간을 더럽히는 셈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과 고통스러운 갈등을 겪으며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정신을 팽팽히 긴장시켰다. - P500

"그 ‘민중’이란 말이 너무 애매해서 말이야." 레빈이 말했다.
"읍 서기들, 교사들, 어쩌면 1000명의 농민 가운데 한 명은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알지도 몰라. 하지만 미하일리치 같은 나머지 8000만 명은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표명해야 않을 뿐 아니라 무엇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표명해야 하는지 최소한의 개념도 갖고 있지 않아. 그렇다면 우리가 무슨 권리로 그것을 민중의 의지라고 말할 수 있지?"
- P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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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1-20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1-01-21 00:20   좋아요 2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