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이러한 리얼리스트들의 균형감각에 비하면 맹자의 아이디얼리즘은 참으로 무모한 것이다. 맹자는 이들의 패도에 대하여 왕도를 주장한다. 왕도라는 것은 인의(仁義)의 실현이다. 풍전등화와 같은 국운의 쇠미기에, 서바이벌을 위해 합종이냐 연횡이냐를 점쳐야 할 긴박한 시기에, 어느 철인이 나타나 인정(仁政)을 외친다고 생각해봐라! 과연 누가 그 말을 듣겠는가? 맹자는 중국의 동키호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동키호테는 픽션이나 신화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만, 맹자가 돌진하는 세계는 완벽한 논픽션이다. 맹자에게는 모든 아이디얼리즘이 리얼한 현실이다. 그가 신봉하는 이상적 가치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이었다.


(76)

자하가 공자에게 여쭌다.: “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이오이까?” 공자는 타이른다. : “속히 성과를 내려고 하지 말라. 작은 이익에 구애되지 말라. 속히 성과를 내려고 하면 전체적으로 통달할 수 없고, 작은 이익에 구애되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


(90)

법은 도덕이라는 인간의 내면에 기초하기보다는 행위의 결과를 더 중시한다. 상앙에게 있어서 법이란 상과 벌, 그 두 개의 칼자루일 뿐이다. 법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심리에 기초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 정감은 벌을 싫어하고 상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법은 반드시 쉬워야 하며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백성이 법의 저촉을 회피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형벌을 통해서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국가는 강성해질 수 있다. 형벌을 통하여 겁약한 백성들을 용감하게 만들고, 형벌을 통하여 가난한 백성들을 부유한 백성들로 변모시킨다. 그리고 부유한 백성들은 마냥 부유해지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상을 통하여 그 부를 흡수하여(작위를 주어 부를 빼앗는 등의 여러 방법 동원) 가난하게 만들어야 한다. 상앙의 원칙은 세마디의 말로 집약된다:”빈자부(貧者富), 부자빈(富者貧), 국강(國强)” 가난한 자가 부유해지고 부유한 자가 가난해지면 국가는 강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104)

공자가 상향의 발돋움을 한 사람이라면 공생애의 맹자는 철저한 하향의 사명감이 있다. 맹자에게 있어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당대 민중의 고초에 대한 열렬한 공감이다. 그의 민중의 삶에 대한 묘사는 <맹자>라는 텍스트에 즉하여 보면 너무도 처참하다. 민중은 일상적 삶 속에서도 뙤약볕, 가뭄, 홍수, 한해, 기근에 시달린다. 이들은 이러한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경작, 제초, 관계 등의 노동에 전력을 다한다. 그러나 이렇게 괴롭게 달성하는 작은 평화도 군주의 학정에 항상 무너지고 만다.


(116)

민생질서와 도덕질서, 이것이 그의 왕도론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논어>에도 <자로>9에 보면, 공자가 위나라에 당도하였을 때 염유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염유가 참 인구가 많기도 하다고 감탄하니까, 공자는 이들을 풍요롭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위에 또 무엇을 해야 할까요?”하고 물으니까, 공자는 이들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138)

그리고는 결론 짓는다:”술이란 극도에 이르면 어지럽게 마련이요, 즐거움이란 극도에 이르면 슬퍼지게 마련이요. 만사가 모두 이와 같소. 사물이란 극도에 이르면 아니 되는 것이며, 극도에 이르면 곧 쇠한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요.” 위왕은 이 말을 들은 후로 밤새 술 마시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곤을 제후의 주객으로 삼았다. 그 후 왕실의 주연에는 항상 곤이 위왕을 곁에서 모셨다. 그러니까 순우곤은 위왕을 도덕적 교훈으로 가르친 것이 아니라 골계로써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153)

타인이 나에 대하여 좋게 말할지라도 그 말을 듣지 말지어다. 타인이 나에 대하여 나쁘게 말할지라도 그 말을 듣지 말지어다. 자신의 신념을 견지하면서 그것이 스스로 평가될 때까지 기다려라! 마음을 텅 빈 채로 남겨두어라. 그것을 두 쪽으로 갈라 판단하려 하지 말라! 맑은 채로 스스로 깨끗해지도록 내버려두어라! 타인의 무책임한 언론에 귀를 기울여 실제로 사태가 그렇게 된 것처럼 착각하지 말라! 사태를 살펴 중험할 뿐, 타인의 변론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만물이 나의 신념과 일치하는 그런 때가 오면 아름다움과 추함은 스스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169)

국가의 기본은 인간이며, 인간의 기본은 가족윤리에 있다. 가족윤리는 한 가족의 이해만을 중시하는 편협한 패밀리즘의 이기주의가 아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도덕심을 함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minimal moral unit)를 말하는 것이다. 이 기본이 무시되는 사회는 아무리 외관이 훌륭하다 할지라도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맹자의 입장이다. 가족의 윤리를 통하여 국가의 질서와 윤리를 정립하고자 하는 맹자의 도적주의는 매우 아둔하게 보이지만, 결국 우리가 국가의 기본으로서 생각하는 민중”(프롤레타리아라고 불러도 좋다)의 간절한 소망도 민생이며, 민생의 기본은 한 가정의 안락한 삶이다.


(19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다면 또 왕의 군대를 통솔하는 참모장격인 장수가 사졸(士卒)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선왕은 말하였다: “나는 그 장수를 해임시키겠습니다.”

말씀하시었더: “그렇다면 또 국내 사경(四境) 전체의 민생고가 가중되고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말문이 꽉 막힌 왕은 좌우를 둘러보며 딴청을 하였다.


(194)

맹자의 담론에 깔린 전체 논리구조는 이와 같은 것이다. 즉 첫째로 인륜에 의하여 처자식은 남편에게 위탁된 것이다. 따라서 남편은 처자식의 안위에 관하여 상황여하를 불문하고 책임이 있다. 둘째도 마찬가지로 군대의 장군에게는 왕권에 의하여 사졸이 위탁된 것이다. 장군은 상황여하를 불문하고 사졸의 안위에 관하여 책임이 있다. 셋째도 마찬가지이다. 나라와 백성의 안위는 천명에 의하여 왕에게 위탁된 것이다. 나라와 백성의 안위와 복지를 지키지 못하면 최고의 지도자는 혁명되어야 한다.


(239)

말한다: “감히 묻겠나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호연지기란 과연 무엇입니까?”

말씀하신다: “정말 그것은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것의 기()됨이 지대하고 지강하여, 정의감에 의하여 배양되고 사악함에 의하여 상해 받지 않는다면 6척 단신의 기라 할지라도 천지지간(天地之間)에 꽉 들어차는 것이다. 그 기()됨이란 항상 의()와 배합되며 도()와 더불어 하는 것이니, 인간에게 이것이 결여되면 그 인간은 활력이 없어지고 시들어버린 쭉쩡이가 되고 만다. 그러기 때문에 호연지기라는 것은 의로움에 의하여 일상적으로 축적되어 인간 내면에서 온양 배양되는 것이지, 어떤 돌발적인 정의감의 우발적 행동에 의하여 취득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이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을 마음에 돌이켜 볼 때 꺼림직하거나 뒤가 켕기는 구멍이 있으면 그 인간은 결국 시들어버리고 만다. 호연지기가 상실되어 활력이 없는 인간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항상 말하기를 고자(告子)라는 분이 의를 미처 알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다. 그 분은 의를 심외(心外)의 어떤 것으로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의는 외재적 존재일 수 없으며, 인간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하는 행동으로부터는 생겨나지 않는다. 반드시 호연지기를 배양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면서도 그 노력의 결과를 예기(豫期)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의를 배양한다고 하는 큰 목적을 잊어서는 아니 되지만, 빨리 효과를 얻기 위해 조장(助長)하는 짓을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254)

이로 미루어 생각해본다면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요, 사양지심(辭讓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요,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측은지심은 인()의 단(, 단서, 실마리.)이요, 수오지심은 의()의 단이요, 사양지심은 예()의 단이요, 시비지심은 지()의 단이다.


(257)

다음에 측은지심측은함이라는 감정을 노출시키는 심적현상일 뿐이다. 측은지심이 곧 인()이라는 덕()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내재화되어 있는 덕의 (), tip”일 뿐이다. 따라서 ()”은 인이라는 덕이 표현된 심적인 현상이므로,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감정에 속하는 것이다. “가슴이 덜컹 하는 측은도 감정이다. 따라서 사단(四端)”은 기()가 아니라 ()”라고 말하는 후대의 논설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사단도 칠정의 선한 형태일 뿐이라고 하는 고봉의 논의는 정당한 것이나 고봉은 애석하게도 퇴계의 논박에 대하여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맹자의 논의를 후대의 심통성정(心統性情)”이라고 하는 분별적 카테고리 속에서 논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주자학적 태제를 가지고 맹자의 웅혼한 융통(融通)의 심()을 성()과 정()으로 갈라 말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오류이다. 맹자에게 있어서는 심() 그것이 곧 성선(性善)의 근거일 뿐이다.


(320)

맹자의 정전의 구상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약자보호의 사상이며, 평등주의적 분배의 사상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구상은 하부고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육이라는 상부구조의 도덕질서에까지 평등주의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항산과 항심은 동시적 교육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항산도 교육되어야 하며, 항심도 교육되어야 한다.


(348)

맹자는 이러한 당대의 비극적 정황을 고려하면서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국가의 권력을 뛰어넘는 자래야만 대장부라고 말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권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장부! 죽음으로써 천하의 광거, 천하의 정위, 천하의 대도를 지킬지언정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사나이! 그 사나이의 진정한 용기는 실존 내면의 도덕성에서만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공자도 말했다: “신장은 항상 욕심이 앞서는 사람이니 어찌 그를 강하다 하리오?” 사사로운 욕망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인간은 진정한 용기를 발휘할 수 없다. 공자는 또 말한다: “삼군의 거대병력에 맞서 그 장수를 빼앗을 수는 있다. 그러나 초라한 필부에게서도 그 뜻을 빼앗을 수는 없다.”


(39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남이 그토록 사랑했는데, 사랑해준 그가 나를 친하게 생각치 아니 하면 나의 인()을 반성하라! 내가 사람을 다스렸는데 다스려지지 아니 한다면 나의 지()를 반성하라! 내가 남에게 예()를 다했는데, 그가 나에게 응당한 보답을 하지 않으면 나의 경()을 반성하라! 행하여 내가 기대한 것이 얻어지지 않을 때는 항상 그 원인을 나에게 구하라. 나의 몸이 바르게 되면 천하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로 돌아온다. <>(대아 <문왕(文王)>)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지 아니 하뇨!: ‘길이 길이 네 속의 천명에 배합될지니, 그것만이 결국 너의 복을 구하는 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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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6-05 17: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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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봄이면 찾아오는 책이 하나 있단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란다. 아빠도 몇 해 전부터 꼬박꼬박 챙겨 보고 있단다. 젊은 작가들과 봄이 어울리는 계절이라서, 젊은 작가상은 봄에 봄에 주는 것 같구나. 지구온난화로 봄이 자꾸 짧아져서 걱정인데, 젊음은 더욱 길어졌으면 좋겠구나. 올해도 출간 소식을 듣고 책을 읽었단다. 작년에 수상작 중에 한 작품이 잡음을 내기도 했지만, 올해는 별 탈이 없길

해마다 나오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젊은 작가들을 새로 알게 되는 좋은 기회라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책을 고를 때 아빠가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의 책을 읽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수상작품집의 경우, 때론 아빠와 성향이 전혀 다른 소설들을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단다. 그런 소설들 중에 대표적인 경우가 퀴어 문학이란다. 모든 사람들이 똑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모든 사랑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솔직히 보수적이란다. 그렇다 보니 퀴어 문학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닌데,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는 몇 편씩 퀴어 문학이 있어서 읽어보게 되는구나.

젊은작가상에는 대상 작품이 있긴 한데, 상금은 모두 동일하게 준다고 들었어. 심사위원들이 뽑은 대상이 있긴 하겠지만, 아빠가 심사위원이라면 어떤 작품에 대상을 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어보기도 한단다. 그리고 아빠는 심사위원들과 달리 다른 작품에 대상을 주고 싶었단다. 그 작품은 조금 있다가 이야기해줄게.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일곱 명의 젊은 작가들이 수상을 했단다. 그런데 모두 여성 작가들이더구나. 젊은 작가상에 남녀 구별을 두는 것이 옳지 않지만, 남성 작가들도 힘 좀 내주길, 혼자 속으로 바랬단다..^^


1.

대상은 전하영 님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는 작품인데, 제목이 길어서 아빠는 기억하지 못하겠구나. 나중에 전하영 님이 자신의 단편들을 묶어 책으로 낼 때도, 이 작품이 비록 대상이지만, 책제목으로 뽑히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전하영 님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았단다. 소설의 내용은지금 회사에 잘 나가는 연구원이 있는데, 별거중인 유부남이 있었어. 그런 그가 20대 대학생을 만나는 것을 보고, 주인공은 옛 기억을 떠올렸어. 주인공이 대학생일 때 강사 초임으로 왔던 장 피에르라고 하는 교수. 장 피에르는 본명은 아니었고, 별명이었어. 강사 초임이다 보니 열정은 뛰어나나 조금은 서툰 그런 교수였어. 장 피에르는 학창 시절 소위 말하는 운동권 출신이었지. 그런 그가 제자이자 주인공의 친구인 연수에게 치근덕거렸어. 그리고 나중에 정교수가 된 다음에도 계속 들려오는 그의 성추문 소식. 하지만, 그의 명성으로 그를 오히려 옹호하는 말들이 그의 성추문을 덮곤 했단다. 미투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 같았으며, 얼마 전에 읽은 <밀크맨>도 떠오른 그런 소설이었단다.

마찬가지로 처음 알게 된 김멜라 님의 <나뭇잎이 흐르고>란 작품은 편견에 대한 소설로 이해했단다. 일부 사람들이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는 장애와 동성애를 모두 가진 이가 주인공이란다. 대학 시절 체 게베라를 좋아해서 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 바로 그런 사람이란다. 체와 함께 마음씨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앙헬. 앙헬은 스페인어로 천사라는 뜻이래. 둘 모두 여자란다. 체는 어렸을 때부터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말도 어눌하고, 몸도 불편한 사람이었어. 둘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하게 지냈어. 다른 이들은 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앙헬은 체의 말을 모두 이해했어. 체가 앙헬을 사랑했지만, 앙헬은 체를 우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대학 시절부터 이어져 온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 속에서, 장애와 동성애에 대해 아빠는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단다.

김지연 님의 <사랑하는 일> 이 분도 처음 들어보는 분이란다. 아빠가 아는 젊은 작가들이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알고 있었구나. 한편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작가들이 있는가 보구나, 이런 생각도 같이 들었단다. 주인공 은호는 어린 시절부터 화목한 가정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단다. 그런데 그런 은호가 어느날 커밍아웃을 했단다. 그렇게 사랑해주시던 할머니로부터 미친년이라는 소리를 들었어. 그리고 가족들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게 되었단다. 그나마 은호의 엄마가 은호를 이해해 주는 듯 했지만, 동성 애인과 결혼은 하지 말고 친구처럼 같이 살면 안 되겠냐고 이야기하셨어. 그 정도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지. 은호의 아빠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고, 예전에 많이 친했다는 이야기를 하는구나. 커밍아웃을 한 여인이 가족들과 겪는 이야기를 잘 그려낸 것 같았어.

김혜진 님의 <목화맨션> 이 분은 그래도 이름은 알고 있는 분이로구나. 아빠만의 대상이 있다고 했잖아. 김혜진 님의 <목화맨션>은 아주 간만의 차이로 아빠의 대상이 안된 작품이란다. 주인공 만옥은 재건축이 된다고 소문이 자자한 작은 아파트 하나를 영혼까지 긁어 모아서 샀단다. 하지만, 들어가 살 형편은 안되고, 세를 주었어. 그 집에 세를 들어온 사람이 마흔다섯 살 독신 순미였어. 혼자 이사하는 순미의 이삿짐을 도와주다가 만옥은 친분을 쌓게 되었어. 집주인과 세입자로 만났지만,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어. 드문 관계이구나. 곧 재건축이 결정될 것 같은 아파트는 몇 해가 지나도 소식이 없구나. 그 사이 순미는 가난하지만, 착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만옥은 남편이 중병이 들어 계속 큰 돈 들어가는 일만 생겼단다. 돈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이 없는 만옥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집을 팔게 되고, 순미도 이사 갈 수밖에 없었단다. 순미는 만옥에게 실망을 했지만, 만옥의 입장도 이해를 해야겠구나. 예상했듯이 만옥이 집을 팔자마자 얼마 안 있어, 그 아파트는 재건축 소식이 날아왔단다. 인생이 뭐, 그런 거지

박서련 님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이 작품이 아빠가 선정한 대상이란다. 대상의 기준이 뭐냐고? 아빠의 1번 기준은 무조건 재미란다. 이 소설은 일단 재미 있단다. 박서련 님은 <체공녀 강주룡>을 읽고 눈여겨(?) 보던 작가였는데, 이번 단편에서도 실망을 주지 않았단다.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어.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하는 지승 엄마.. 공부를 잘하기 위한 방법뿐만 아니라 키 커지라고 호르몬 주사까지하지만, 지승이 불만인 것이 하나 있었단다. 바로 반 친구 경헌이보다 게임을 못하는 거야. 지승 엄마는 그런 게임 조차도 과외를 시키면 되겠다는 생각에 선생님을 집으로 초대하는데, 첫 번째 온 선생님은 대학생 남자였는데, 이 녀석이 몹쓸 손을 가지고 있어서 바로 퇴짜를 놓고, 두 번째는 여자 과외 선생님이 왔는데, 지승이가 아닌 지승 엄마가 그 게임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생기는 에피소드들을 유쾌하게 잘 그려냈단다. 지승 엄마가 지승인 척하고 지승의 경쟁자인 경헌을 눌러버리는 장면은 아빠마저 통쾌함이 느껴지더구나. 아빠도 젊었을 때 컴퓨터 게임을 열심히 하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게임을 멀리하게 되었구나. 나중에 너희들과 한판 겨루려면 다시 손목 좀 풀어봐야 하나?^^

서이제 님의 <0%를 향하여>라는 작품은 독립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자신이 하고픈 것과 돈이 하고픈 것 사이에서 갈등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풀어나갔다고 아빠는 기억하고 있단다. 읽은 지 꽤 지났더니 자세한 줄거리가 생각이 나질 않아.. 밀린 독서편지를 빨리 써서, 읽고 나면 바로 독서편지를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빠의 게으름은 지병인지라

한정현 님의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이라는 작품 역시 줄거리가 잘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일제 시대와 오늘날 두 개의 시간 공간에서 각기 다른 두 쌍의 동성애자들에 관한 이야기로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구나. 그러면서 우리나라 가부장제도에 대한 비판을 한 것처럼 느껴졌어. 앞서 <0%를 향하여>의 서이제 님과 한정현 님은 아빠가 처음 알게 된 작가들이란다.

이렇게 수상작품집 일곱 작품을 간단히 이야기해보았단다. 내년에는 남자 작가들도 수상작품집에서 만났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정오가 가까워지면 세상은 자명하게 반으로 나뉜다.

책의 끝 문장 : ‘지금 여기가 아닌 세계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또한 사라져서도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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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4 08: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한분도 모르겠네요 ㅜㅜ 요새 국내작가 책을 잘 안읽어서 그런가보네요. 반성합니다. 이 책도 읽어봐야 겠어요.

bookholic 2021-06-04 18:24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그리고 그런 새로운 작가들이 계속 나와서 다행이에요~~ 미래의 먹거리, 아니 읽을거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죠?^^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라고요~~^^

페크pek0501 2021-06-04 14: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2019년 것과 2020년 것을 가지고 있어요. 전자는 다 읽었고 후자는 아직...ㅋ
한 편씩 읽는 재미가 있지요.

bookholic 2021-06-04 18:25   좋아요 2 | URL
제가 2020년 것 읽고 쓴 리뷰를 보니, 저는 2020년 것이 더 낫다고 써 있네요..^^
2020년 것 읽으시고.. 2021년 것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

초딩 2021-06-04 17: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언제부턴가 젊은 작가 상에 여성 작가분들 위주로 선정된 것 같아요. 잘 보지는 않지만. 그런데 정말 올해는 다 여성 작가분이군요...
정말 남성 작가분은 한 분도 뽑을 분이 없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 네 1위의 선정 조건은 재미에 저도 동의합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맛있어야 먹는다에 동의하듯이요.
좋은 하루 되세요~
서간체 속 아빠는 언제나 정겹고 그립고 훈훈합니다~

bookholic 2021-06-04 18:29   좋아요 3 | URL
혹시 십대 남자 애들이 게임이 열중하다 보니 문학적 소양이 점점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닐까요?^^
그런 애들이 책에 관심을 가지려면 책이 더더욱 재미있어져야겠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분리 수거도 잘 하시고요~~^^

scott 2021-06-09 12:02   좋아요 1 | URL
오 ! 저도 북홀릭님 말씀에 공감 합니다 ㅎㅎ
게임으로 가버려서 ㅎㅎ
문자 읽기ㄴ는
웹툰으로!

mini74 2021-06-04 1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젊음 충전 ㅎㅎㅎ 저도 충전을 해야하는데 너무 오래 안했나봐요. 정말 새파랑님처럼 저도 아는 분이 ㅠㅠ 앗 한분 박서련님 ! 아 다행입니다 ㅎ

bookholic 2021-06-05 05:31   좋아요 1 | URL
내년 수상작에는 아는 작가들이 많도록, 올 한 해 젊은 작가들 책도 틈틈이 읽으면서 젊음도 충전해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라고요~~~

scott 2021-06-09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모르는 작가님들이여서
선뜻 읽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북홀릭님 리뷰 읽으니 급 관심이 ㅎㅎ
한국작가들 작품보다 해외 작가위주로 읽고 있는 1人
반성합니다 ^ㅅ^

bookholic 2021-06-10 08:22   좋아요 1 | URL
ㅎㅎ 재미있다면 국적을 가릴 필요가 있나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싼 가격에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는 기대감으로 매년 읽어봅니다~~
시원한 하루 되십시오~~^^
 
화성 연대기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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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레이 브래드버리. 그런 작가가 있는 줄도 몰랐단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중에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소행성도 있다고 하는구나. 그 정도로 유명한 사람인가 보구나. SF로 유명한 사람이래. 사실 지은이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지만, 그의 책들은 심심치 않게 들어봤단다. 아빠가 이번에 읽은 <화성 연대기>뿐만 아니라 <화씨 451>도 알고 있는 책제목이었단다. 이 책들은 괜찮다는 평이 있어서 언젠가는 읽어보려고 했던 책들이거든. 그런데 지은이를 관심 있게 보지 않아서, 지은이 레이 브래드버리라는 사람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던 거야.

이 책은 1950년 작품으로 화성의 정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시기의 작품이란다. 작가의 상상 속에서 화성에는 문명을 이룬 화성인들이 살고 있었어. 읽고 나니 왜 그가 대단한 작가인지 알겠더구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인들은지구인들보다 좀더 감성적이고, 예술이 발달한 사람들. 영적인 것을 중요시 하고, 텔레파시 능력도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단다. 어느날 지구 원정대가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엮은 것이 바로 <화성연대기>라는 책이란다. 처음에는 각각의 단편들로 출간을 했는데, 시대순으로 엮었다는구나. 단순히 지구인의 화성 탐험기가 아니고, 새로운 곳을 개척한다는 말로 그곳을 망쳐놓는 지구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그런 짓 좀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그런 책으로 아빠는 이해했단다.

이 책이 나온 지 70년이 지난 오늘날, 지구인들은 화성 탐험까지는 아직 못했어. 어딘가 부서야 직성이 풀리는 지구인들은 자신들의 아름다운 행성을 부수고 있단다.

아빠가 예전부터 이 책을 읽고 싶어했는데, 작년에 깔끔하게 개정판이 나와서 반가웠단다.


1.

1999년 화성에 살고 있는 부부, 일르와 일라. 일라는 이상한 꿈을 꾸곤 했단다. 지구에서 화성에 온 지구인들을 만나는 꿈이야. 하지만, 그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꿈이었단다. 그들이 알기로는, 세 번째 행성에서는 생명체가 없거든

하지만, 있었다. 그리고 일라의 꿈처럼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원정대가 있었단다. 첫 번째 원정대의 소식이 끊어져 두 번째 원정대가 화성을 향했단다. 4 명으로 이루어진 원정대는 성공적으로 화성에 도착을 했단다. 하지만 화성인들은 그들이 자신들을 지구인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믿지 않고 정신병자 취급을 했단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한테 보냈어. 정신과 의사의 진료 결과는 이랬어. 대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자신의 망상을 실제로 구현한 것이라고 했어. 화성인들은 텔리파시 능력이 뛰어나서, 자신이 생각한 것을 실제처럼 구현할 수 있고, 다른 이들도 그것을 볼 수 있었거든. 정신과 의사는 그렇게 생각했어 그를 치료하려고 했으나 잘 들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그를 안락사를 시키게 된단다. 원래 죽고 나면 만들어낸 망상은 사라져야 하는데,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단다. 의사는 자신도 오염이 되었다고 하면서 자살을 선택했단다.

두 번째 원정대의 허망한 죽음. 지구에서는 그 소식을 모르고 있으니 세 번째 원정대를 보낸단다. 이번에는 17명이나 보냈어. 그들이 도착한 화성은 마치 죽은 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 천국과 같은 곳이었어. 오래 전에 죽은 가족들, 친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단다. 그리고 집도 자신이 어렸을 때 살던 그 집 그대로였어이번 원정대를 이끈 대장 존 블랙도 옛 가족들을 다시 만났어. 본격적인 탐험을 시작하기 전에 하루 정도 옛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화성인들은 생각을 실제로 구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잖아. 자신의 생각뿐만 아니라, 남의 생각까지 실제로 구현할 수 있었던 거야. 원정대들이 만나고 보고 있던 것은 모두 화성인들이 만들어낸 가상이었어. 뒤늦게 속임수를 알게 된 원정대장 존 블랙.. 이미 늦었어. 그들은 모두 화성인에게 죽음을 당했단다.

네 번째 원정대 도착.. 때는 2001 6. 20. 그들이 도착한 화성은 폐허가 되어 있었단다. 화성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어. 이유를 알게 되었어. 이전 원정대들이 와서 자신들은 죽었지만, 함께 온 수두 바이러스를 본의 아니게 화성에 퍼뜨린 거야. 백신과 치료법이 없던 화성인들은 수두에 전염이 되어 거의 전멸한 것이야. 원정대로 함께 온 고고학자 스펜더는 이 현실을 보고, 지구인들이 화성을 이렇게 만들었다면서, 더 많은 지구인들이 오지 못하게 막을 작전을 세웠어. 자신과 함께 온 원정대원들을 죽이는 것이야. 그리고 자신이 화성을 지키겠다고 말이야. 하지만 역부족이었어. 원정대장 와일더에게 죽음을 당하고 만단다. 스펜더는 죽기 전 와일더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에게 화성을 지켜 달라고 부탁을 했고, 와일더는 약속을 했단다. 스펜더가 죽기 전 와일더에게 부르짖는 외침은 이 책을 읽는 지구인들을 뜨끔하게 만들었단다. 이 책이 처음 출간한 것이 1950년인데, 그 후 반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지구인은 하나도 안 변하고 그 동안 아름다운 것들을 정말 많이도 망쳐 놓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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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못 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우리 지구인은 크고 아름다운 것들을 망치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집트 카르나크 신전 한복판에 핫도그 가판대를 세우지 않은 이유는, 그저 너무 외딴곳이라 대규모 상업단지 조성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집트는 지구에서도 작은 지역에 지나지 않지요. 그러나 이 행성은 모든 곳이 오래되었고 색다릅니다. 당연히도 이곳 어딘가에 정착해서 오염시키는 작업을 시작해야겠지요. 우리는 저 운하를 록펠러 운하라고 부르고, 저 산을 킹 조지산이라 부르고, 저 바를 듀폰해라 부를 겁니다. 그리고 루스벨트와 링컨과 쿨리지시키가 탄생하고 올바른 이름으로는 영영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겁니다. 제각기 적절한 이름이 있는 곳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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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더가 지구인들을 못 오게 하려고 그래서 동료들을 죽이려고 했던 이유는 분명했던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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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지구의 비뚤어지고 끝도 없이 계속되는 탐욕스러운 계획에 저 홀로 맞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들은 그 지저분한 원자폭탄을 이리고 싣고 와서, 전쟁 기지를 확보하려고 싸움을 벌일 겁니다. 행성 하나를 이미 망쳤는데도 다른 행성까지 망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거지요. 다른 이들의 여물통에까지 오물을 쏟을 필요가 있습니까? 단순무식한 떠버리들 같으니. 여기까지 올라오니 놈들의 소위 문화라는 것뿐 아니라, 놈들의 도덕과 관습에서도 해방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놈들의 준거 규범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당신들을 전부 죽이고 홀로 살아가는 것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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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지만, 화성은 지구인들 차지가 되었단다. 40명으로 시작한 이민자들은 이내 화성에 이민자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어. 선교사들도 찾아왔어. 얼마 남지 않은 화성인들에게 선교하려고 말이야. 그들이 생각하기에 화성인들은 죄악이 많다고 생각했어. 선교사들은 푸른 구체의 화성 생명체를 만나게 되는데, 그 화성 생명체가 아주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단다. 그 화성 생명체가 신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했어.

이후 다양한 이민자들의 대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단다. 인종 차별을 피해 돈을 모아 로켓을 장만하여 화성으로 길을 떠난 흑인들의 이야기, 화성으로 이주를 오는 노인들의 이야기 등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어. 그 중에 몇 개를 이야기 해줄게. 아직 생존해 있는 몇몇 화성인들이 있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화성인들은 텔레파시 능력이 있고, 생각을 실제로 드러나게 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고 했단다. 한 화성인이 어떤 노부부에게 그들의 아들, 죽은 아들의 모습으로 나타났어. 노부부는 그가 화성인이란 걸 눈치채고도 죽은 아들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같이 살고자 했어하지만 그 화성인은 또 다른 지구인에게는 그 지구인이 그리워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어. 화성인 자신도 제어를 할 수 없었어. 여러 지구인들에 의해 그는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가 되어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 화성에 이주 온 이들은 어느날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된단다. 지구 표면이 커다란 불꽃에 휩싸이는 것을 본 거야. 지구에서 핵전쟁이 벌어진 거야. 지구에 가족을 두고 온 이주민들은 모두 지구로 향하기로 했어. 지구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이제 화성은 다시 텅텅 빈 상태가 되었단다.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미처 지구로 가지 못한 월터 그립이라는 사람은 화성에 아무도 없음을 알게 되었어. 혼자 이 넓은 화성에 있으려니 무척 외로웠어. 그는 화성의 전화번호부를 보고 하나씩 전화를 걸어본단다. 그러다가 제네비브라는 여자가 전화를 받았어…. 아담과 이브를 기대했을까?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제네비브를 만나러 간 월터. 그녀를 보는 순간 자신이 원하던 여자가 아니었단다. 그러나 제네비브는 월터를 마음에 들어 했고, 결혼하자고 했어. 월터는 도망가듯 다시 자신의 집으로 와서 혼자만의 생활을 했단다. 다시는 전화를 걸지도, 오는 전화도 받지 않고 말이야.. ㅎㅎ

4차 원정대 대장이었던 와일더 생각하니? 그거 태양계의 외행성들을 탐험하다가 다시 화성에 돌아왔어. 옛 동료인 해서웨이와 그의 가족들을 만났어. 반갑게 맞아 주어 그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알고 보니 해서웨이의 가족들은 모두 로봇이었어. 해서웨이의 가족들은 병에 걸려 오래 전에 죽었는데, 해서웨이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만든 것이었어. 그런데 이번에는 해서웨이가 심장마비로 그만 죽고 말았단다. 와일더는 그 로봇들의 전원을 꺼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만두고 길을 떠났단다.

….


3.

지구에서는 핵전쟁의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화성으로 올 수 있는 로켓들도 거의 다 사라졌단다. 하지만 한 일가가 몰래 빼돌린 로켓을 타고 다시 화성으로 도망을 왔단다. 그곳에서 다시 삶을 만들어가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마지막으로 화성으로 이가 식구들에게 던진 한 마디가, 이시대 지구를 살고 있는 지구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 하더구나. 지구의 인류가 이 소설에서처럼 핵전쟁으로 사라질 확률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지구인들의 욕심으로 지구가 망가지고 폐허가 되어 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라디오 소리가 나지 않는 지구가 될 것 같구나. 과학이 우리 모두를 너무 빨리 앞질러갔고, 인간들은 욕심도 너무 빨리 앞질러가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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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나의 삶의 방식을 태우고 있는 거다. 바로 그 삶의 방식이 지금 지구를 깨끗이 태우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정치인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해해다오. 어쨌든 나는 과거에 주지사였고, 정직하다는 이유로 저들의 증오를 샀던 사람이니까. 지구의 삶은 결국 최선의 결과를 내놓지 못했단다. 과학은 우리 모두를 너무 빨리 앞질러 달려갔고, 인간은 기계의 황무지에서 길을 잃고 아이들처럼 온갖 소도구며 헬리콥터며 로켓 따위 예쁘장한 물건들에 사로잡혀 버렸지. 잘못된 요소에 심취했어.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라, 기계 자체를 본질로 여기게 된 거다. 전쟁은 갈수록 커지다가 마침내 지구를 죽여 버렸지. 아무 소리도 안 나는 라디오는 그런 의미란다. 우리는 그런 모든 것에서 도망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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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기원후 2세기의 풍자시인인 사모사타의 루키아노스는 <진실한 이야기>라는 작품을 남겼다.

책의 끝 문장 : 일렁이는 물결 속의 화성인들도 그들을 마주 바라봤다.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천만에, 그럴 리가. 그저 하나의 세계일 뿐이고, 우리는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것뿐이지. 이유를 일러 준 사람은 없다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구에 존재했던 이유를 일러 준 사람도 없지 않나. 그러니까, 다른 지구 말이야. 자네들이 온 지구. 그런 이제 그 지구 이전에도 다른 지구가 있었는지 알 도리가 있겠나?" - P99

평범한 미국인은 어딘가 이상한 존재는 쓸모없는 것으로 여깁니다. 시카고식 하수도 갖춰져 있지 않으면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여기는 겁니다. 이해가 되나요! 아, 신이시여,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그뿐 아니라 전쟁도 있지요. 우리가 떠나기 전에 한 의회 연설은 들으셨겠지요. 저들은 일이 잘 풀리면 화성에 원자력 연구 시설 겸 핵무기 보관소를 세 곳이나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이 지어지면 화성은 끝장입니다. 이 모든 눈부신 것들이 사라질 겁니다. 화성인이 찾아와서 백악관 바닥에 술 냄새 풍기는 토사물을 쏟아 낸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습니까? - P141

우리는 신앙을 잃고 삶의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술이란 것이 좌절 속에서 욕망을 분출하는 행위일 뿐이라면, 종교가 자기기만일 뿐이라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신앙은 언제나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제공했지요. 그러나 프로이트와 다윈 덕분에 이제는 전부 배수구로 쓸려 내려갔습니다. 우리는 과거에도 지금도 길 잃은 종족일 뿐입니다. - P144

제 생각에는 모든 행성마다 저마다의 진실이 존재할 듯합니다. 언젠가 특별한 날이 찾아오면 그 모든 진실이 퍼즐의 조각처럼 짜맞춰질지도 모르지요. 참으로 영혼을 뒤흔드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페러그린 신부님. 이곳의 진리도 지구의 진리만큼이나 진실되며, 서로가 대등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계속 다른 행성으로 걸음을 옮기며 진실의 조각을 그 총합에 더해 나가야 합니다. 언젠가 새로운 날의 광명 앞에 온전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말입니다. - P216

근원을 살펴보면 과학이란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기적에 대한 탐구에 지나지 않으며, 예술이란 그 기적의 해석이기 때문입니다. 저들은 과학이 미학을, 그리고 아름다운 존재를 파괴하도록 방치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단순히 정도의 문제입니다. 지구인이라면 이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저 그림에는 사실 색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거야. 색채는 특정 물질의 입자가 특정 방식으로 배열되어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사실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으니까. 따라서 색채란 내가 목격하는 실체의 일부분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거지.’ 하지만 훨씬 똑똑한 화성인은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훌륭한 그림이군. 영감을 받은 인간의 손과 정신에서 창조된 거야. 저 착상과 색채는 생명 그 자체에서 온 거지. 이건 훌륭한 작품이야.’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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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1 2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의 독서 범위가 정말 광범위하신거 같아요. 전 SF는 잘 안읽어봐서 너무 어럽던데 ㅎㅎ 언제나 부러운 딸과 아들 입니다~!

bookholic 2021-06-02 18:42   좋아요 2 | URL
제가 읽는 대부분의 책들은 북플러님들께서 재미있다고 하는 책들 중에서 제가 읽을 수준들의 책이랍니다~~^^ 북플러님들의 독서 범위가 광범위하신 거예요 ㅎ

scott 2021-06-02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이브레드버리는 sf장르 문학계에 보석 같은 단편을 많이 남겼죠.
화성연대기 마지막 문장
[일렁이는 물결 속의 화성인들도 그들을 마주 바라봤다.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여운이 담겨 있습니다.

bookholic 2021-06-02 18:48   좋아요 1 | URL
네, 어떤 SF는 너무 우울하고, 어떤 SF는 좀 유치하고 그랬는데...
이번에 읽은 <화성연대기>는 유머도 있고, 생각거리도 있고... 좋았습니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다른 책들도 기웃거려 보겠습니다.^^

바람돌이 2021-06-02 1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관심있었는데 북홀릭님 글 읽으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드네요. ^^

bookholic 2021-06-02 18:5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도 마음에 드시길 바랍니다~~^^
늘 즐독하시고요~~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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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책 읽는 것에 대해 계획을 잘 안 잡고 그때그때 눈에 걸리는 책을 읽곤 하는데, 이번에 연속해서 읽은 <백석 평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일곱 해의 마지막>은 약간 계획해서 읽은 것이란다. 백석에 관련된 책 몰아읽기. 백석 특집이라고나 할까?^^ 그 백석 특집의 마지막, 김연수 님의 <일곱 해의 마지막>을 읽었단다.

아빠가 김연수의 책은 <꾿빠이 이상>이라는 책, 한 권만 읽었단다. 소설가 이상과 그의 시집에 관한 이야기를 김연수 님의 상상력이 더해진 소설인데 재미있게 읽은 기억 있구나. 이번에 읽은 <일곱 해의 마지막>이 아빠가 읽은 김연수 님의 두 번째 소설이란다. 처음에는 이 책이 백석에 관한 책인 줄 몰랐어. 그런데 우연히 다른 분의 북플을 통해서 이 책이 백석에 관한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구해서 읽게 된 것이란다.

일곱 해의 마지막. 지난 번에 이야기한 것처럼 그는 1962년을 끝으로 더 이상 시나 글을 쓰지 않았고 북한의 삼수군이라는 시골에서 조용히 지내다가 1996년에 돌아가셨다고 했잖아. 그러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일곱 해의 마지막은 언제일까. 예상했듯이 1962년 이전 일곱 해에 관한 이야기란다. 북한에서 비주류 인사로 분류되어, 그와 친했던 이들, 특히 남쪽에서 온 이들은 숙청되어 죽던 시절이었지. 백석은 삶의 목적으로 체제에 순응하면 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글을 못쓰게 되는 지경까지그 시절의 이야기를 소설가 김연수 님에 의해 복원된 것이 이번에 읽은 <일곱 해의 마지막>이란다.

 

1.

백석의 어릴 적 이름은 백기행인데, 이 책에서는 백석이 아닌 백기행으로 부르고 있단다. 그의 청춘을 함께 했고 삶의 전성기 때 부르던 백석이 시절 암울하게 살 수 밖에 없고, 우울하게 살 수밖에 없던 시절이라서 지은이 김연수 님은 그래서 백석의 이름이 아닌 백기행이라는 이름으로 하셨나 싶구나. 이 소설은 백석의 화려했던 시절은 나오지 않는단다. 자신의 글을 숨기고,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당이 원하는 글을 쓰고, 당이 원하는 생각을 하는 그 시절에 관한 이야기란다.

백석 시인에게 감정 이입을 해 보았단다. 모던 보이로 살았던 젊은 시절을 뒤로 하고, 사랑에 관한 서정시와 향토색 풍기는 시를 마음 놓고 쓰던 이가 그런 것을 억제 당하면서 당이 원하는 시와 글을 써야 할 때의 좌절감어떻게 견뎌냈을까. 집에 와서 몰래 원하던 글을 마음 놓고 썼을까. 그것도 쉽지 않을 거야. 조금만 당의 노선과 어긋나면 자아비판을 해야 하니, 잘못하면 집 수색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백시행은 동시 <기린>을 쓴 적이 있는데, 조선의 동물이 아닌 기린으로 시를 썼냐고 비판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아프리카의 동물에 붉은 깃발을 단 시를 썼다는 것은 주체성이 떨어진다면서 사상 비판을 받았으니 말이야.

 

2.

순수 북한의 혈통들만 중시를 했던 시기였어. 무서운 시절이구나. 남한에서 온 인사들이 모두 숙청 당하고, 소련에서 온 인사들도 숙청 당했어. 특히 소련에서 온 인사들은 국빈급으로 모셔왔던 이들인데 말이야. 백기행과 번역 일을 함께 하던 옥심이라는 이의 아버지도 소련에서 온 사람이었던데 좌천 당했단다. 북한은 편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스스로 무너진 것이 아닌가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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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91)

수령이 문학에서 낡은 사상 잔재를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라고 교시를 내린 뒤, 전국의 도서관과 도서실은 물론이거니와 개인이 소장중인 책들 가운데 반당 반혁명 작가의 책들을 회수해 공개적으로 불태우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거기서 불타는 한 권 한 권은 저마다 하나의 세계였다. 당연히 서로의 주장은 엇갈리고, 지향점은 다르고, 문체는 제각각이다. 그렇게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고, 현실은 그 무수한 세계가 결합된 곳이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세계가 있고, 또 추악한 세계가 있다. 협잡이 판치는 세계가 있고, 단아하고 성실한 세계가 있다. 어떤 세계는 지옥에, 또 어떤 세계는 천국에 가깝다. 이 모든 세계가 모여 다채롭고도 영롱하게 반짝이는 빛을 발하면 그것이 바로 완전한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 한 권이 불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현실 전체가 몰락하는 것이다. 당과 수령, 그리고 그들의 충실한 대리인인 병도는 자신들이 조립한 언어의 세계만이 리얼하다고 말하지만, 수많은 세계를 불태우고 남은 단 하나의 세계라는 점에서 그들의 현실은 한없이 쪼그라들다가 스스로 멸망하리라. 언어와 문자는 언어와 문자 자신의 것이다. 그것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리얼리즘이란, 그런 언어와 문자가 스스로 실현되는 현실을 말한다. 거기에는 당과 수령은 물론이거니와 기행의 자리마저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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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서 온 벨라라는 작가가 조선작가동맹이라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에 온 적이 있었어. 그리고 이 때 그를 통역해준 사람이 백기행이었어. 백기행은 그 전에 벨라의 시를 번역해서 북한에 소개하고 했었어. 행사를 마치고 백기행은 자신의 시집을 벨라에게 선물해 주었단다. 북한에서 출간할 수 없는 그의 시집그리고 조선의 단어들이 죽어간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북한의 체계에서 더 이상 시를 쓸 수 없는 시인은 말이 죽었다고 할 수밖에 없던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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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165)

전쟁은 인류가 행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일이지만, 그 대가는 절대로 멍청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나요?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평화를, 상처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회복을 노래할 수 있나요? 전 죽음에, 전쟁에, 상처에 책임감을 느껴요. 당신 안에서 조선어 단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그 죽음에 대해 당신도 책임감을 느껴야만 해요. 날마다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아침저녁으로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에요. 매일매일 죽어가는 단어들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게 시인의 일이에요. 매일매일 세수를 하듯이. 꼬박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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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백기행은 당이 원하는 것, 수령이 원하는 글만 쓰게 된단다. 삶을 위한 선택이지..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봄이 올 것을 기다렸는지 몰라그렇게 모진 겨울을 지내고 나면 다시 자신의 시를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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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229)

아무리 준비해도 모자란 겨울나기에 비하자면, 봄 준비는 마냥 기다리는 게 일이었다. 봄은 아기 걸음이고, 먼빛이고, 올동말동이니까. 4월 초,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사흘이 지나면 강에서는 쩍쩍 소리 내며 버그러지는 얼음장 위로 흙탕물이 넘실거렸다. 새벽이면 골짜기 안으로 안개가 부잇하게 감돌아 돈사(豚舍) 네모 등의 가스불빛이 까물거렸고 아침햇살이 빗살처럼 번져나면 새들의 노랫소리가 흥겨웠다. 겨우내 얼어 있던 흙으로 틈이 생겨 봄볕이 스며들면 오랑캐꽃과 살구꽃과 진달래가 피어나 단조롭던 흑백의 구릉을 환한 빛으로 물들였다. 마을에 물레방아가 내걸리고 소달구지가 지나갈 즈음이면 개울가로는 처녀들이 바구니를 들고 둥글레며 쑥 따위를 캐러 다녔다. 그렇게 삶은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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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런 시절은 오지 않았단다. 지난 <백석 평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독서 편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는 1962년을 끝으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어. 그가 죽은 것으로 알려진 1996년까지 말이야. 시인이 시를 쓰지 못하고 글을 쓰지 못한 시절이 30년이 넘는구나. 그렇게 평생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는 심정이 어땠을까. 감정이입을 할수록 울컥하게 되는구나. 환생이 있어 그가 다시 태어났다면, 자유로운 나라에 다시 태어나서 원 없이 시를 쓰는 이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벨라와 빅토르는 시인이다.

책의 끝 문장 : 그때까지도 기행은 어디에서도 오지 않고,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는 천불에 휩싸여 선 채로 타오르는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깝다면 가까운 곳에 운석이 떨어졌는데 십 년이 지나서도 기행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연해주의 시골 마을에 불덩어리 같은 운석이 떨어질 무렵, 그는 평양에서 조선민주당을 이끌던 고당 선생을 모시고 있었다. 고당 선생과는 인연이 깊었다. 선생은 오산학교에 재직하던 시절 기행의 집에서 하숙을 했고, 몇 년 뒤 그가 오산고보에 입학했을 때는 교장을 맡고 있었다. 해방이 되어 소련인들을 상대할 일이 많아지자 고당 선생은 고향 정주에 머물던 기행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통역 겸 비서로 삼았다. 그때만 해도 기행은 고당 선생이 곧 남쪽의 인사들과 함께 민주공화국을 만들면 소련군과 미군이 철수하리라고 생각했다. 이제 돌이켜보면 순진한 생각이었지만, 그땐 다들 그랬다. 모두가 모두의 선의를 믿었다. - P40

시대의 눈보라 앞에 시는 그저 나약한 촛불에 지나지 않는다. 눈보라는 산문이며, 산문은 교시하는 것이다. 당과 수령의 말은 눈보라처럼 휘몰아치는 산문이다. 준엄하고 매섭고 치밀하다. 하지만 시는 말하지 않는다. 시의 할일은 눈보라 속에서도 그 불꽃을 피워 올리는 데까지다. 잠시나마 타오르는 불꽃을 통해 시의 언어는 먼 미래의 독자에게 옮겨붙는다. - P81

그 때에도 보름이면 이 세상은 달빛으로 가득차지 않겠나? 달이야 거기 사람이 있든 없든 찼다가 이지러지는 그 자연의 법칙을 반복하겠지. 그런 무심한 것이 자연이라는 것도 모르고 인간들은 거기게 정을 둔단 말이지. 마치 해와 달이 자기 인생을 구원해주기라도 하듯이 말이야. 오로, 우리의 태양이시여, 영원한 달님이시여, 라고 찬양하면서. 하지만 해와 달은 그 누구의 인생도 구원하지 않아. 우리도 그런 자연을 닮아 노래는 들리는 대로 들으면 되고, 춤은 보이는 대로 보면 되는 거지, 좋으니 나쁘니 마음을 쏟았다 뺏었다 할 필요는 없었던 거야. - P85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있는 것, 어떤 시를 쓰지 않을 수 있는 것, 무엇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사람이 누를 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능력은 무엇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었다. - P85

사전에서 ‘세상’의 뜻풀이는 이렇게 고쳐야 해요. 영원한 것은 없는 곳이라고.

숲이 비어 있는 것을 보는 사람도 시인이고, 폐허가 꽉 차 있는 것을 보는 사람도 시인이지요. 저는 모든 폐허에서 한때의 사랑을 발견하기 위해 시를 씁니다. 괴링이 이끄는 독일 폭격기가 육백 대나 날아와 포탄을 쏟아부었을 때, 스탈린그라드는 영원히 불타는 줄 알았어요.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죠. 밤은 낮처럼, 낮은 밤처럼. 물은 불처럼, 불은 물처럼. 악은 선이 되고, 선은 악이 됐죠. 그게 바로 전쟁, 지옥의 풍경이에요. 그렇게 몇 달 뒤 꺼지지 않을 것 같았던 불이 꺼졌을 때, 도시는 완전한 폐허가 됐죠. 그 폐허를 응시하는 일이 시인의 일이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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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5-29 12: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백석 시 좋아해서
길상사에도 가봤죠^^
김연수의 소설이 백석과 관련된 것이었군요
감사합니다~

bookholic 2021-05-29 15:17   좋아요 4 | URL
저는 법정스님을 좋아해서, 오래 전에 길상사를 가 본 적이 있는데, 백석 시인과도 이렇게 인연이 이어져 있었군요~~^^

청아 2021-05-29 11: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석 시집과 함께 읽어야겠어요! *^^* 몇몇 인용문도 담아갑니다.

bookholic 2021-05-29 17:58   좋아요 3 | URL
백석 관련된 책들을 함께 읽었더니,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즐독하시길...^^

mini74 2021-05-29 16: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고 싶어지는 리뷰입니다. *^^*

bookholic 2021-05-29 18:00   좋아요 4 | URL
^^ 고맙습니다~~
읽어야할 책들은 많지만, 두번씩 봐도 좋은 책들은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나탈리 2021-05-29 21: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석에 관한 작품인지 모르고 읽었다가, 알고나서 더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에요! ㅎㅎ
김연수 작가님은 문장과 구절을 참 아릅답게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백석시인과 묘하게 더 잘어울리는거 같다는 기억이 남았던 책이네요!

bookholic 2021-05-30 07:00   좋아요 1 | URL
저는 김연수 님의 작품은 <꾿빠이 이상>과 <일곱 해의 마지막>만 읽어보아서 잘 모르겠지만, 두 작품 모두 말씀하신 것 것처럼 한 문장 한 문장 정성이 담긴 듯했습니다.
김연수 님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어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지음, 백시나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지난번 안도현 님의 <백석 평전>을 이야기해 주면서, 백석의 시집도 같이 읽었다고 했잖아. 오늘은 그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책 표지는 백석 인생의 전성기 시절일 것 같은 시기의 사진으로 꾸몄단다. 잘 차려 입은 양복에, 개성 넘치는 헤어 스타일, 뒤에는 칠판에 직접 쓴 것 같은 필기체 영어함흥 영생고보에서 선생님 시절의 사진이란다. 신문 기사에도 실린 사진으로 알고 있는데, 흑백 사진임에도 싱싱한 젊음이 느껴지는구나. 백석 시인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번 <백석 평전>에서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생략하고 바로 그의 시 이야기를 해 보자꾸나.


1.

젊은 시절은 모던 보이로 살았던 백석하지만 그의 시는 우리 고유의 언어들과 고유의 감정들이 가득 담겨 있었단다. 현대적인 감성은 옷과 외모에만 있었고, 그의 영혼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우리나라 시골에 있었단다. 일제 시대 핍박 받고 힘든 시간을 잠시 잊을 정도의 아름다운 서정시들이었단다. 일제에 저항하기 위한 저항시로 자신의 뜻을 이야기하는 시인도 있지만, 백석처럼 엉망인 세상을 외면하고 순수했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시를 통해 아픈 세상을 달래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가 사용하는 말들이 아빠가 몰랐던 순수한 우리말인지 그의 고향 사투리인지 모르겠지만, 읽어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말들도 많았단다. 책 밑에 어려운 단어의 뜻들을 적어 주었어. 그런데 뜻도 잘 모르는 우리말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감칠맛이 난다고 할까, 만들어지는 소리들이 재미있단다. 다음의 시를 한번 보자꾸나.

 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니라는 시의 일부야. 제목부터 무슨 말인가 싶지? 넘언집은 산 너머, 고개 너무의 집이라는 뜻이고, 노큰머니는 노() 할머니라는 뜻으로 늙은 할머니라는 뜻이란다. 그러니까 산 고개 너머에 계신 범 같은 늙은 할머니가 시의 제목이 되는 거야. 노큰마니라는 말도 아빠도 처음 보는 말인 것 같구나. 이 시의 첫 부분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단다.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렴. 얼럭궁, 덜럭궁, 뜯개조박, 뵈짜배기, 끼애리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왠지 정겨운 말들의 연속이고, 입에서 나오는 소리도 재미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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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황토 마루 수무나무에 얼럭궁 덜럭궁 색동헝겊 뜯개조박 뵈짜배기 걸리고 오쟁이 끼애리 달리고 소삼은 엄신 같은 딥세기도 열린 국수당고개를 몇 번이고 튀튀 춤을 뱉고 넘어가면 골안에 아늑히 묵은 영동이 무겁기도 할 집이 한 채 안기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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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무나무는 누릅 나무과의 속하는 활엽수이고, 뜯개조박은 뜯어진 헝겊조각이란 뜻이고, 뵈짜배기는 베쪼가리, 즉 천조각이란 뜻이고, 오쟁이는 짚으로 작게 엮어 만든 섬, 끼애리는 짚으로 길게 묶어 동인 것, 꾸러미라는 뜻이고, ‘소삼은성글게 엮거나 짠이라는 뜻이고, 엄신은 엎집신이라고 하는데 상제가 초상 때부터 졸곡(卒哭) 때까지 신는 짚신을 말하여, 딥세기는 짚신이고, 국수당은 마을의 본향 당신을 모신 집, 그러니까 서낭당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영동(楹棟)은 기둥과 서까래라는 뜻이란다. 얼럭궁 덜럭궁의 뜻한 책에 적혀있지 않았지만, 얼룩덜룩이라는 뜻을 것 같구나.

아빠가 이 책에서 읽은 시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를 고르라면 수라(修羅)’라는 시란다. 수라(修羅)는 아수라(阿修羅)의 준말로 불교에서 나오는 악귀 중에 하나란다. 여기서 수라는 누구일까. 읽어보면 누가 수라인지 바로 알 수 있단다. 이 시는 한 편의 짧은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데, 그 상황이 재미있으면서도 안타깝더구나. 그 때 백석이 쓸어 보낸 거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미 가족들이 다시 만났을까? 이런 생각이 한 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단다. 이 시가 너무 재미있어서 너희들에게도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다시 한번 같이 읽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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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修羅)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가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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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힘든 시절을 살았지만, 용기만은 잃지 않은 생활을 이야기한 것 같은 아래 시도 좋았단다. 오늘날 그의 시를 읽는 이들도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는 시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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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은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 <선우사(膳友辭)>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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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 쓰기 좋아하는 이가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시를 못 쓰고 지냈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니. 아빠가 <백석 평전> 이야기할 때 한 것처럼, 그의 미발표 시들이 어딘가 잔뜩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오늘은 짧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책의 끝 문장 : 짐짓 그의 등뒤에 심지를 불끈 도두고 화미한 여심을 산 너머로 훔처보는 태양의 연정을 나는 동정해도 좋다


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갓집은
초저녁이면 안팎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 보득지근한 북쪽재비들이 씨굴씨굴 모여서는 쨩쨩쨩쨩 쇳스럽게 울어대고
밤이면 무엇이 기화골에 무리돌을 던지고 뒤우란 배나무에 쩨듯하니 줄등을 헤여달고 부뚜막의 큰솥 적은솥을 모조리 뽑아놓고 재통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 눌러선 잿다리 아래로 처박고
그리고 새벽녘이면 고방 시렁에 채국채국 얹어둔 모랭이 목판 시루며 함지가 땅바닥에 넘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외갓집>
- P33

황토 마루 수무나무에 얼럭웅 덜럭궁 색동헝겊 뜯개조박 뵈짜배기 걸리고 오쟁이 끼애리 달리고 소삼은 엄신 같은 딥세기도 열린 국수당고개를 몇 번이고 튀튀 춤을 뱉고 넘어가면 골안에 아늑히 묵은 영동이 무겁기도 할 집이 한 채 안기었는데
--<넘언집 범 같은 노큰머니> 中에서…
- P38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없이 떠도는데

아, 나의 조상은 현재는 일가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 <북방(北方)에서> 中에서…
- P59

빨간 물 짙게 얼굴이 아름답지 않으뇨
빨간 정(情) 무르녹은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줄댄다. 어데 청춘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노사(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시월(十月) 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실찐 띠몸이 불탄다
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 한다
시월(十月) 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깨웃듬이 외로히 서서 한들거리는 것이 기로다
시월 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빨간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 <단풍>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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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29 1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석의 시는 언제 읽어도 좋습니다.
[북쪽재비들이 씨굴씨굴 모여서는 쨩쨩쨩쨩 쇳스럽게 울어대고]
한국어의 이렇게 토속적인 의성어가 있다니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한국어를 잊고 살고 있을까요
북홀릭님 주말 가족 모두 멋지게 보내세요 ^ㅅ^

bookholic 2021-05-29 18:02   좋아요 1 | URL
불과 백년도 안 된 시절의 시들인데, 모르는 말들이 너무 많아요..
그만큼 한글의 아름다운 말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백 년 후에는 또 어떤 말들이 사라져 있을까요?
좋은 우리말들 많이 써야겠어요..
고맙습니다~~ scott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