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바로 이곳이다. 나는 아직 돌아갈 수 있다. 나는 아직 적법성을, 합법성을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단할 것 없는 강을 건너는 순간, 나는 조국의 종에서 조국의 침략자로 바뀐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2년 내내 알고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을 고려하고 기획하고 계획하며 몹시도 애써왔다. 스스로 엄청난 양보를 결심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리리쿰과 1개 군단만으로 만족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러는 매 순간, 나는 그들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이 내게 침을 뱉고, 내 열굴을 진흙탕에 문대고,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 작정임을 알고 있었다. 절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닌 나를. 절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전락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나를. 이건 네가 바라던 상황이다, 카토. 이젠 넌 그걸 보게 될 것이다. 넌 내가 조국을 향해 진군하도록 만들었고, 내가 합법적인 대응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폼페이우스, 당신은 막강한 적과 맞서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발부리의 발이 강물에 젖는 순간 나는 반역자가 된다. 반역자의 오명을 벗기 위해 나는 전쟁을 개시하고 내 동포들과 싸울 것이다. 그리고 이길 것이다.

(54)

나는 원로원 의원이요, 정무관이요, 집정관까지 지낸 몸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보니라고, ‘선량한 사람들이라고 일컫는 옹졸라고 편협하고 앙심만 많은 파벌의 일원이었던 적은 없다! 보니파는 정부에 대한 인민의 발언권을 없애고, 원로원을 로마의 유일한 통치기관으로 만들려는 작업에 나섰다. 그건 그들의 원로원이다. 제군들, 내 원로원이 아니라! 내 원로원은 너희들의 종이다. 그들의 원로원은 너희들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그 원로원은 너희가 급여로 얼마를 받아야 할지, 나 같은 장군 밑에서의 복무를 언제 마쳐야 할지, 너희가 은퇴 후에 조그마한 땅을 받아야 할지 말지를 전부 정해주려고 한다. 너희가 받을 상여금 액수와 전리품 분배 비율과 개선행진에 참여할 병사의 숫자를 정해주려고 한다. 심지어 너희에게 시민권을 획득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로마를 위해 싸우느라 굽어진 너희의 등을 채찍으로 후려쳐야 할지 말지까지 정해주려고 한다. 그 원로원은 로마의 병사인 너희로부터 주인 대접을 받으려 한다. 너희가 시리아 길거리의 가장 가난한 거지처럼 겁먹고 찡얼거리기를 바란다.

(55)

생각해봐라, 제군들! 우리고 고달프게 걸었던 먼길,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던 시간들, 칼에 베이고 화살에 맞고 창에 찔린 상처들, 너무도 고결하고 용감했던 최전선에서의 죽음! 모두 떠올려봐라!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그 고생, , 궁핍, 외로움까지! 우리가 로마에 가져다준 거대한 영광을 생각해봐라! 그런데 그 대가는 어떤가? 우리의 호민관들은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했고, 우리의 업적은 비웃음당하고 잊히고 파트리키 귀족을 꿈꾸는 그 대단하신 소규모 파벌이 오줌이나 갈기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변변찮은 군인에다 덜떨어진 장군들이다! 카토가 장군이란 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있나? 아레노바르부스가 정복자란 소리를 들어봤나?

(56)

내 존엄은 내 삶의 중심이요,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을 의미한다! 나는 가만히 앉아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또한 너희의 존엄이 짓밟히는 꼴을 보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나에게 적용되는 건 뭐든 너희에게도 적용된다! 우리는 함께 진군하며 케르베로스의 머리 세 개를 모두 베었다. 눈과 얼음, 우박과 폭우를 함께 견뎠다! 대양을 건너고 산을 오르고 거대한 강을 헤엄쳤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민족들을 무릎 꿇게 했다! 그들이 로마에 항복하도록 만들었다! 그에 대한 늙고 한물간 나이우스 폼페이우스는 뭐라고 말했지? 아무 말도 안 했다. 제군들, 아무 말도! 그러면 그는 어떤 선택을 했나?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했다, 제군들. 명예, 명성, 영광, 우리가 한데 아울러 존엄이라고 침하는 그 모든 것을!

(59-60)

그런데 말입니다.” 폴리오는 웃으면서 물었다. “ 그 신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누구죠? 폼페이우스? 카토? 말도 안 되는 소리! 잊지 마세요. 카일리우스.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행운을 스스로 만들어낸답니다. 행운은 모든 사람의 손이 닿는 곳에 있어요. 하지만 우린 대부분 기회를 놓쳐버리죠. 우리의 행운을 알아보지 못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항상 그 순간의 기회를 알아보기 때문에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아요. 그게 바로 그가 신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신들은 똑똑한 인간들을 좋아하니까요.”

(106)

그러나 폼페이우스를 가장 낙담하게 한 소식은 카이사르가 코르피니움에서 충격적일 정도로 관대함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이었다. 카이사르는 집단 처형이 아닌 집단 사면을 실시했다. 아헤노바르부스, 아티우스 바루스, 루킬리우스 히루스, 렌툴루스 스핀테르, 비불리우스 루푸스와 원로원 의원 50명은 이탈리아를 지켜낸 용기에 대해 정중한 찬사를 들은 뒤 무탈하게 풀려났다. 카이사르가 요구한 것은 단 하나, 다시는 그에 대항하여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뿐이었다. 카이사르는 경고했다. 또다시 무기를 든다면 자비는 없을 거라고.

(156-157)

맞아, 데키무스. 나는 술라처럼 괴물이라고 불리지 않을 걸세. 우리 쪽에도 그쪽에도 반역자는 없어. 그저 서로 로마의 미래를 다르게 보고 있을 뿐이야. 난 내가 사면한 사람들이 사람들이 로마에서 직책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는 내게 도전하길 바라. 술라는 틀렸어. 반대 없이 최고의 일이 해내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네. 난 정말이지 아첨꾼들한테 둘러싸이고 싶지 않거든! 난 제대로, 즉 끊임없이 분투하면서 로마의 일인자가 될 거라네.”

(393)

루비콘 강을 건널 때 카이사르가 실제로 한 말에 대해서는 수에토니우스보다 플루타르코스 쪽이 증거 면에서 더 우세하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폴리오는 카이사르가 시인이자 신() 희극 작가인 메난드로스의 2행 연구(聯句)를 인용해, 라틴어가 아닌 그리스로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고 말했다고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가 아니다. 나는 폴리오의 말에 신뢰가 간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우울하고 숙명론적이다. 반면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과 같은,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다. 카이사르는 숙명론자가 아니었다. 그는 모험가였다.  - <작가의 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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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4 - 중세 문명과 미술 : 지상에 천국을 훔쳐오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4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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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지은이 양정무 님이 시대순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그 네 번째는, 암흑의 시대라고 이야기하는 중세 가운데의 미술 이야기란다. 하지만, 늘 반전은 뒤따르는 법. 지은이 양정무 님도 중세가 암흑 시대라고 하는 것은 오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단다. 아무래도 그래야 독자들이 눈이 확 뜨이고 관심을 집중하겠지? 그런데 무덤덤한 아빠는 그런가? 싶었단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지은이의 말에 조금은 인정하련다. , 건축 분야라는 단서를 달고 말이야. 분명 미술 이야기에 관한 책인데, 건축 이야기가 책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든. 물론 건축물 안에 건축을 장식하기 위한 스테인글라스나 조각들이 미술 작품이긴 하지만

중세라고 하면 신분 사회가 명확한 봉건제 사회였어. 왕 밑에 영주, 영주 밑에 기사, 기사 밑에 농노. 왕과 교황은 서로 견제하는 사이였고중세 시대 유럽의 마을 풍경은 영주가 있는 성이 있고, 한 켠에는 교회가 있었고, 나머지 농노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 있었단다. 이것이 대략적인 중세의 모습이란다. , 이제부터 지은이가 중세를 암흑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오해라고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줄게.


1.

중세 시대 기독교가 널리 퍼지면서, 성지 순례가 유행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성지라고 하면, 보통 기적이 일어난 곳, 성인의 유해나 성물이 있는 곳을 말하는데, 가장 대표적이고 절대적인 곳은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성지라고 하는 예루살렘이란다. 오늘날은 늘 전쟁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말이야. 특히 최근에는 또 엄청난 사람들이 죽는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봤단다.

중세 시대에도 유럽에서 예루살렘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함 길이었단다. 그러나, 그 성지를 이슬람에게 빼앗긴 것은 참을 수 없던 일이었지. 유럽의 기독교 세력은 예루살렘을 되찾으려는 십자군 원정을 하기도 했단다. 200여년 동안 여러 차례 진행된 십자군은 숱은 희생자들만 남기고 실패로 돌아갔단다. 이렇듯 예루살렘은 멀기도 멀고 이슬람 세력이 차지하고 있어 쉽게 갈 수 없었어. 그래서 유럽 내의 성지들로 순례를 가는 것이 유행이 되었어.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곳이란다. 아빠가 알기로 산티아고 순례길은 오늘날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순례길로 알고 있어. 그냥 동네 이름인줄 알았는데 기독교인들에게 상징적인 뜻이 담겨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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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아직 도시 이름이 좀 낯설죠? 그렇지만 뜻을 알면 금방 이해가 될 겁니다. 산티아고는 야고보 성인이라는 뜻인데요, 성인을 뜻하는 세인트(Saint)’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의 스페인식 표현 야고(Yago)’가 합쳐진 말이에요. 콤포스텔라는 별의 들판이라는 뜻입니다. 합치면 야고보 성인의 별이 빛나는 들판이라는 의미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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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순례 유행에 따라 순례객을 위한 성당이 필요하다 보니 성당이 많이 세워졌단다. 아빠는 잘 모르지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등 많은 성당들이 지어졌대. 이때도 건축 양식에 유행이 있었는데, 이때는 아치를 많이 활용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많이 지었다고 하는구나. 성당의 호칭을 보다 보면 그냥 성당이 있고 대성당이 있는데 둘 간의 차이가 무얼까? 아빠는 그냥 큰 성당을 대성당이라고 부르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건 아니고 주교가 자리한 지역의 주교좌 성당을 이야기한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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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대성당은 규모가 큰 성당이라는 뜻이 아니라 주교가 자리한 지역에 있는 주교좌 성당을 가리킵니다. 참고로 주교는 기독교 사제 중 고위 성직자에 해당합니다. 주교가 맡은 지역이 크거나 중요할 경우 대주교로 격상시켜 부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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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럽 역사를 이야기할 때 바이킹을 빼먹으면 안되지. 그들의 역사의 주무대로 서서히 부각이 되는 것도 중세였단다. 유럽 대륙을 휩쓸면서 세력을 확장하던 바이킹은 노르망디에 정착을 했단다. 그러면서 당시 유럽의 문화와 종교를 받아들였지. 그리고 그들도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는데, 보르군 목조 교회, 생 미셸 수도원 등이 대표적인 바이킹인 노르만족들이 지은 건축물이라고 하는구나.

노르망디에 정착을 한 이후에는 바다 건너 영국을 정복한단다. 정복왕 윌리엄이 그 공을 세운 사람인데, 영국에 노르만 족 양식의 건물을 세우게 된단다. 노르만족이 영국을 점령한 것이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는데, 그 이유는 유럽의 변방이었던 영국을 유럽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사건이기 때문이래. 그들이 영국을 차지하고 기념으로 만든 태피스트리가 있는데, 그 길이가 70미터이고 높이가 50센티미터인데, 일일이 수를 놓아 그림을 그려놓았다고 하는구나. 여러 사람들이 투입했겠지만, 70미터에 50센티미터에 수를 놓다니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구나.

앞서 이야기를 잠깐 했던 십자군의 이야기를 좀더 할게. 너희들이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를 읽고 이야기해 준 적이 있긴 해사실, 아빠도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 때 쓴 독서 편지를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십자군 전쟁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슬람 세력에게 빼앗긴 성지 예루살렘을 되찾고자 시작되었단다. 여러 차례 십자군이 이동하다 보니 그들이 가는 경로로 도시가 발전했단다. 그리고 그들은 알게 모르게 동방 문화를 접하게 되었어. 이런 것들이 접목되면서 십자군 경로로 해서 대성당들이 지어졌다고 하는구나.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 대성당도 이때 만들어졌고, 내부가 화려한 모자이크화가 있는 산 마르코 대성당도 이때 만들어졌다고 하는구나. 이 시절은 성당과 미술이 혼연일체가 될 수밖에 없는 시대인 것 같구나.

….


3.

중세 성당의 특징이라고 하면 고딕 양식을 띠었다는 것인데, 그 웅장함과 화려함이 사진으로 봐도 느껴지더구나. 그 고딕 양식으로 성당으로 지은 이유는 천국처럼 만들기 위함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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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248)

그래서 중세인들은 교회를 천상의 공간처럼 건축하기에 이릅니다. 지상에서 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천국과 좀 더 가까운 공간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죠. 그곳이 바로 고딕 성당입니다. 고딕은 건축적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세인들은 그 힘을 이용하여 천상의 세계로 한 걸음 다가가려고 했죠. 직접 고딕 성당의 내부로 들어가보면 이 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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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딕 양식이 뭐지? 우리에게 익숙한 고딕은 고딕체라고 하는 글씨체가 아닌가 싶구나. 그래서 고딕 양식이라고 하면 고딕체처럼 굵고 직선이 강조된 것을 생각했는데, 고딕 양식의 사진들을 보니 그런 것만 아닌 것 같구나. 색색의 유리 조각으로 된 창으로 인해 빛이 이 창을 통해 들어오면 실내는 화려함이 뽐을 낸단다. 그런 고딕 성당의 대표적인 성당으로 생드니 대성당이 있다고 하는구나. 높은 천장, 화려한 유리 조각, 웅장한 울림을 나오게 만든 구조이 성당 이후 노트르담 대성당, 생트 사펠 등이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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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사실 고딕이라는 표현은 후대 이탈리아 사람들이 만든 말입니다. 원래 중세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죠. 쉬제르 자신은 라틴어로 오푸스 모데르눔이라고 일컬었는데, 스스로도 이 건축법이 새롭다고 생각했는지 현대적 양식이라고 불렀던 겁니다. 그리고 프랑스 밖에서는 이 양식을 오푸스 프란키제눔’, 프렌치 스타일이라고 불렀어요. 프랑스풍이라는 이야기인데 지금이야 메이드 인 프랑스하면 패션이나 음식 같은 것을 떠올리지만 이때는 고딕 성당을 떠올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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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사실 고딕이라는 용어는 고트족의 양식을 뜻합니다. 별로 좋은 뜻은 아니죠. 고트족은 로마를 멸망시킨 야만족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고딕은 야만적이라는 단어와 동의어로 볼 수 있거든요. 중세 건축을 지칭하는 말로 고딕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바자리라는 16세기 이탈리아의 비평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르네상스 이후 시기 이탈리아 사람의 눈에는 알프스 산맥 너무 유럽에서 유행했던 중세 성당이 야만적으로 느껴졌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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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성당이 발달하면서 경쟁이 붙었단다. 고딕 성당이 천국을 재현한 것이라고 했잖아. 그렇다 보니 더 천국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점점 높아지고 점점 화려해졌다고 하는구나. 그런 고딕 성당을 만들기 위해, 몇 가지 특징이 있었대. 뾰족한 아치를 이용하여 내부를 높고 넓게 보이도록 하였고, 공중 부벽이라고 하는 플라잉 버트레스라는 것도 있었대. 그것은 성당 외부에 덧댄 벽인데, 공중에 둥 떠 있는 모양이라고 했어. 이것을 만든 이유는 고딕 성당의 크고 높은 벽을 지탱하기 위함이라고 했어. 그리고 천장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갈비뼈 구조인 늑골 공륭 구조의 천장이 있었대.

..

고딕 성당의 특징 중에 하나가 화려한 유리 조각으로 된 창이라고 했는데, 이것을 스테인글라스라고 부르는데, 고딕 양식 특성당 길고 커다란 창을 많이 낼 수 있었어. 그 창을 어디에 쓰면 좋을까 고민하던 이들은, 색유리 조각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지. 그리고 그 이야기는 성당과 어울리는 성경 이야기였어. 많은 창의 그림들은 성경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단다. 성경을 보기 어려운 당대 사람들이 성당에만 오면 그림, 그것도 화려한 칼라로 된 그림 성경을 볼 수 있었던 거야.

이때 유행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은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고, 오늘날까지 이어졌단다. 너희들이 좋아하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촬영 장소 중에 하나였던 영국 옥스퍼드 대학도 대표적인 고딕 양식이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만들어진 고딕 성당의 안과 겉을 꾸미는 데 있어 많은 조각 작품들이 함께 했단다. 성당에 만들어진 조각이다 보니, 성경 속의 인물들로 꾸몄는데, 이때의 조각 양식도 고딕 조각이라고 불렀어.

중세 시대 조각은 이런 성당의 장식으로 발전했단다. 이런 것들이 다음 시대에 이러지는 르네상스 시대의 밑거름이지 않았을까 싶구나. 이 정도로 짧게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4권의 이야기를 마치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4권은 성당으로 시작해서 성당으로 끝난 것 싶구나.

코로나 시대가 끝이 나면 유럽 여행을 한번 가자고 약속했는데, 실제 그런 날이 오게 되면 이 책에 나온 성당을 다 가보지는 못하겠지만, 한 두 개는 꼭 가보자꾸나. 고딕 양식을 직접 눈으로 보자꾸나 그런 날이 빨리 오길코로나여, 이게 그만 사라질 때도 되지 않았냐. 제발.


PS:

책의 첫 문장 : 이번 강의에서 우리는 흔히 유럽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모습이 서서히 만들어지는 시기로 여행하게 될 겁니다.

책의 끝 문장 : 이 새로운 시대에 어떤 놀라운 미술이 우리를 맞아줄지, 소개하는 저로서도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천 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면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문명 세계는 유럽이 아니라 콘스탄티노플을 수도로 삼았던 비잔티움 제국이었습니다. 1000년경 콘스탄티노플의 인구는 50만 명에 육박했던 반면 유럽 내에는 인구가 만 명이 넘는 도시조차 없었거든요. 도시 규모가 문명 발달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그 규모를 통해 사회 조직의 체계나 운영 능력을 엿볼 수는 있죠. 아무튼 도시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이 시기 유럽과 비잔티움 제국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 P16

어쨌든 영국이 다채로운 고딕 천장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중세 초기에 상당한 건축적 역량을 축적해두었던 덕분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정복왕 윌리엄에 의해 노르만 왕조가 세워지면서 영국에서 수많은 교회가 지어지고 엄청난 건축 붐이 일어났습니다. 영국 곳곳에 크고 웅장한 노르만 양식의 로마네스크 교회들이 들어섰던 모습을 기억할 겁니다. 당시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최첨단 건축을 이끌던 노르만왕조가 11세기 후반부터 영국에서도 새로운 건축을 시도하면서 유럽 건축사에서 선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잘 훈련받은 영국의 건축 장인들이 점차 대범한 시도를 했죠. - P308

초고층 건물을 지으면 경제가 안 좋아진다는 징크스를 말합니다.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지어지면서 대공황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인데 최근에는 아랍 에미리트 공화국이 부르즈 칼리파라는 엄청난 초고층 건물을 짓다가 국가 부도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초고층 건물의 저주’가 계속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요. -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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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잘했지만, 충분히 잘하진 않았다.” 카이사르는 집합한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불리한 지형이었고 너희 모두 그것을 알고 있었다. 너희는 카이사르의 군대다. 다시 말해서 용기와 대담성만이 너희에게 기대하는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 물론 성벽의 높이나 까다로운 진지 방비 작업이나 끔찍한 산악 지형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내가 너희들을 전투에 내보낼 때는 목숨을 잃으라고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고작 내 군대가 영웅들로 이루어졌다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 내 소중한 병사들과 심지어 더 소중한 백인대장들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죽은 영운은 아무 소용이 없다. 죽은 영웅은 화장되고 기려지고 잊힌다. 용맹과 열정은 칭찬할 만하지만, 군인의 삶에서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카이사르의 군대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다. 카이사르의 군대에서는 규율과 자제가 다른 어떤 미덕 못지않게 높이 평가된다. 내 병사들은 생각을 해야 한다. 내 병사들은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정열이 제아무리 격렬해도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용기보다는 차가운 머리와 명확한 사고가 전투에서 더 많은 승리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나를 슬프게 만들지 마라! 카이사르에게 눈물 흘릴 이유를 주지 마라!”


(149)

잠시 뒤 그는 한 손으로 눈물을 닦고 고개를 저었다. “너희 잘못이 아니었다, 제군들. 난 너희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다. 단지 슬픈 것뿐이다. 나는 대오로 들어갔을 때 같은 얼굴들을 보고 싶지, 더 이상 거기 없는 얼굴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너희는 내 사람들이다. 나는 너희 중 누구도 잃을 수 없다. 병사들을 잃느니 전쟁에 지는 편이 낫다. 그러나 우리는 어제 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도 지지 않을 것이다. 어제 우리가 이긴 부분이 있다. 어제 베르킹게토릭스가 이긴 부분도 있다. 우리는 그의 진영을 흩어지게 만들었다. 그는 우리를 게르고비아 성벽에서 쫓아버렸다. 우리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갈리아인들의 탁월한 용기 때문이 아니라 지독한 지형과 메아리 때문이었다. 나는 언제나 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왔고, 이건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이 일로 바뀌는 건 없을 것이다. 내 군대에서 사라진 얼굴들이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그러니 어제 일을 생각할 때면 메아리를 탓해라. 그리고 내일에 대해 생각할 때는 어제의 교훈을 기억해라.”


(260)

, 절대 쉽지 않았죠.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저를…… 저를…… 그러니까,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이사르. 저한테 고함치고 싶을 때도 있으셨을 텐데, 단 한 번도 고함치지 않으셨어요. 수감브리족과의 일이 있었을 때조차 말입니다. 게다가 제 부족함을 들추지도 않으셨고요.”

친애하는 퀸투스,” 카이사르는 최대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고함칠 일이 뭐가 있었겠소? 당신은 한결같이 출중한 보좌관이었고, 난 당신이 끝까지 함께해줬으면 하고 바랐소.” 미소가 옅어졌고 시선이 갑자기 먼 곳을 향했다. “그 끝이 어찌됐든 말이오.”


(263)

오히려 덜 두려워하는 것 같소.” 옅은 파란색 눈에 갑자기 고통, 슬픔, 격정이 어렸다. “어째서 인간이 현생 이상의 삶을 바라야 한단 말이오?” 카이사르가 물었다. “삶은 눈물의 계곡이자 끔찍한 힘겨루기 무대요. 우리는 일 보 전진할 때마다 만 보씩 밀려나는 꼴이오. 인생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오, 카트바드. 하지만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대가 말이오! 그 누구도 날 이기지 못할 것이오.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테니. 나는 나 자신을 믿고, 내 인생의 방향을 그렇게 정했오.”


(297)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찡그리며 뒷짐을 졌다. “나는 이 전쟁이 올해 안에 끝나기를 바라네. 내가 원하는 건 적대행위의 일시적 중단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일세. 이 회의소에 모인 사람들의 목숨보다 오래갈 평화, 그들의 자녀나 그 자녀의 자녀보다 더 오래갈 평화 말이야. 거기에 실패하면 게르만족이 득세할 것이고 갈리아의 역사는 완전히 달라질 걸세. 게르만족은 갈리아 정복만으로 만족하지 않을 테니, 우리가 사랑하는 이탈리아의 역사도 달라질 거야. 지난번 그들이 침략했을 때 로마는 가이우스 마리우스라는 인물을 내놓았네. 그리고 로마가 이번에, 이 장소에, 나를 내놓은 것은 게르만족이 다시는 침략을 꿈꾸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라고 믿고 있네. 우리의 자연적인 경계는 알프스 산맥이 아니라 장발의 갈리아일세. 우리의 세계가, 그리고 갈리아인의 세계가 번영하려면 게르만족이 절대 레누스 강을 넘어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해.”


(474)

하지만 이런저런 다툼에 휘말려 우리가 중요한 걸 놓친 게 아닐까? 이 모든 일은 카이사르가 집정관 선거에 부재중 후보로 출마하는 걸 반대하면서 시작되지 않았나? 그는 부재중 후보 출마를 통해 임페리움을 유지하고 반역죄로 기소되는 걸 피하려 한 거 아닌가? 그렇다면 그가 그렇게 하도록 놔두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일리리쿰을 제외한 모든 속주를 빼앗는 걸세. 그가 가진 군단들도 전부 빼앗고! 그저 임페리움만 갖고 있게 해주고, 집정관 선거에 부재중 후보로 출하하게만 해주는 걸세!”

아무것도 양보해줄 수 없어!” 폼페이우스는 으르렁거렸다.

어떤 점에 있어선 카이사르의 하수인들이 하는 말이 맞네, 마그누스. 자네는 이제까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받아왔어. 그런데 왜 카이사르는 안 된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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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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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올가 토카르추크. 인터넷 서점에서 최근에 그의 책들이 많이 소개가 되어, 어떤 작가인가 찾아보았단다. 몇 년 전에 노벨문학상을 탄 것은 알고 있어서,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 외에 아는 것이 없었거든. 폴란드 출신 작가라고 하는구나. 아빠가 폴란드 작가의 책을 본 적이 있던가. 인터넷에서 폴란드 작가로 검색을 해보니 작가들이 쭉 나오는데, 아는 사람은 올가 토카르추크 한 사람뿐인 것 같더구나. 그럼, 폴란드 작가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하고

그의 책들 소개를 읽어 보니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는 범죄 스릴러라고 하더구나. ,,, 노벨문학상을 탄 분이 범죄 스릴러도 쓰시는구나책 소개를 읽어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구나. 다 읽고 난 소감은 우리가 아는 그런 평범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는 것. 인간의 탐욕에 경종을 울리는 글. 범죄 스릴러를 쓰더라도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노벨문학상을 탈 만 하구나이런 생각도 들었단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만들기도 했대.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아빠가 발췌한 글만 네댓 쪽이 될 만큼, 좋은 문구들도 많았단다. 범죄스릴러에 발췌할 글들이 뭐 그리 많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랬단다. 제목이 좀 길고 외우기 어려워서, (작가의 이름도 낯설어서 정확히 외우기 어려운데….) 누군가에서 추천하려고 하면 쉽지 않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 작가 후기를 보니 소설의 제목을 두고 작가와 출판사의 의견 차이가 많았다고 하는구나. 결국은 작가의 승.^^ 소설의 제목은 윌리엄 블레이크라는 시인의 시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하는데, (물론 아빠는 모르는 시인임) 그의 시는 책 곳곳에 많이 등장한단다. 옮긴이의 글에 윌리엄 블레이크라는 시인을 짧게 소개해 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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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

윌리엄 블레이크는 창조적이고 전복적인 작품을 남긴 시인이면서 급진적인 사상가였고, 산업 혁명 이후 영국의 물질적 타락을 개탄한 아나키스트였다. 또한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에 얽힌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독특한 예언자적 전망을 피력하면서 이를 예술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상징체계를 통해 재창조한 선지자이기도 했다. 기계에 의한 대량 생산 시대에 블레이크는 고독하게 동판화를 새기며 시를 썼고, 유작인 <예루살렘>(1804~1820)의 시구처럼 죽음의 세계로부터 생명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노력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지향했고, 자연에 대한 통합적 사고와 전체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생태주의 예술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인간을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 보고,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해 온 토카르추크가 블레이크의 시를 작품의 모토로 설정한 것은 필연적인 선택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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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 야니나 두셰이코는 체코와 접경 근처인 폴란드의 한 고원에 살고 있단다. 이 지역은 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이 북적거리지만, 겨울철이면 모두들 떠나고 조용한 곳이 된단다. 야니나의 이웃은 야니나 말고 두 집만 더 거주고 있단다. 모두 1인 주택이야. 그 중에 괴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시비에르 시친스키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한밤중에 야니나를 찾아왔어. 여기서 잠깐, 주인공 야니나는 주변 사람들을 이름이 아닌, 그 사람의 특징으로 자신이 붙인 별명으로 떠올린단다. 부를 때는 이름을 부르지만, 자신이 혼자 생각할 때는 별명으로 말이야. 마치 인디언들이 이름을 붙이듯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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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공식적인 이름과 성이라…… 이 얼마나 빈곤한 상상력인가. 그런 식의 이름은 기억하기 어렵고 개별적인 특성과는 너무 동떨어져서 해당 인물을 떠올리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뿐만 아니라 세대별로 유행하는 이름이 따로 있어서 갑자기 모든 사람이 마우고자타나 파트리크, 그리고…… 맘소사, 정말 듣기 싫은 이름이지만, 야니나라 불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는 타인을 지칭할 때 이름과 성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보다는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볼 때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표현이나 느낌을 호칭으로 사용하는 편을 선호한다. 의미를 상실한 단어를 아무렇게나 내뱉기보다는 이것이 언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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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이웃인 괴짜가 한밤중에 찾아왔어. 또 다른 이웃 왕발이 죽었다고이웃이긴 하지만, 야니나는 왕발을 무척 싫어했어. 동물들 학대하고 밀렵도 많이 하고 말이야. 한때 그가 밀렵을 한다고 경찰에 신고를 한 적도 있는데, 경찰은 그녀의 신고를 무시했단다. 왕발을 싫어하긴 했지만, 그래도 죽었다고 하니, 그리고 괴짜가 같이 가자고 하니 갈 수밖에 없었어. 집에 가보니 목에 동물 뼈 같은 것이 걸려 질식사한 것처럼 보였어. 집 안을 들러보던 야니나, 목 잘린 사슴의 머리와 잘린 사슴의 네 다리를 보았어. 어찌나 잔인하던지그리고 그의 집에서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보았는데, 그 사진을 보고 기겁을 하게 된 야니나무슨 사진이었을까.

야니나. 나이가 육십 대이지만, 젊었을 때 무슨 던지기 육상 선수였던 것 같은데,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났더니 기억이 안 난다. 요지는 나이는 좀 있지만 건강하시다는 것. 점성술에 관심이 많아 점성술 공부를 많이 했어. 우리의 삶은 모두 별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어. 그러면서 자신이 언제 죽은 지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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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별과 행성에 대한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 ‘우주의 영향력에 관한 채널.’ 이런 유의 방송 또한 화면이 지도들로 구성될 것이며, 우주의 영향력을 선으로 표시하고, 행성의 충돌을 구역별로 보여줄 것이다. “화성이 황도(黃道) 위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 저녁에는 명왕성의 영향력이 구역을 넘어설 것입니다. 그러니 차를 차고나 실내 주차장에 두십시오. 칼은 치우고, 지하실로 내려갈 때는 조심하실 것을 당부합니다. 이 행성이 게자리를 통과할 때는 목욕을 피하시고, 가족 간의 다툼도 삼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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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학교 선생님으로 일했고, 지금도 파트 파임으로 선생님 일을 하고 있었어.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 디오니시오스라는 제자 있는데, 금요일마다 찾아와서 같이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번역하는 일을 하곤 했단다.

..

괴짜. 전형적인 과묵한 중년 남자. 정리벽이 있다고 하는구나. 아들이 경찰이라서, 왕발이 죽었을 때 조사하러 오기도 했어. 과묵한 남자를 이야기하면서, 테스토스테론 자폐증이란 이야기를 했는데, 혹시 아빠도 테스토스테론 자폐증인가? 이런 생각을 했단다. 그런데 소설을 읽는 능력이 거의 사라진다는 증세가 있다는 것을 보고, 아빠는 아니구나, 이런 생각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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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2)

평소 유독 대화를 나누기 힘든 상대가 있는데 대부분은 남자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나름의 이론을 갖고 있다.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많은 남자들이 테스토스테론 자폐증을 경험한다. 사회적 지능과 의사소통 능력이 점차 감소되고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약해지는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은 점차 말이 없어지고, 수많은 생각의 갈림길에서 길을 잃은 듯한 혼돈에 빠지게 된다. 또한 다양한 도구와 기계류에 관심이 집중되고, 2차 세계 대전이나 정치인 또는 악당과 같은 유명 인사의 이력에 흥미를 느낀다. 반면 소설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거의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 테스토스테론 자폐증은 인물에 대한 심리적인 이해를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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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왕발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을 위해 신부님과 왕발의 친구들이 왔어. 그들은 대부분 왕발의 사냥 친구였단다. 그들의 떼로 다니면서 사냥을 하는데, 한번은 야니나가 그들이 사냥하는 것을 보고 말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단다.

제자 디오니시오스, 앞으로는 짧게 디지오라고 부를게. 디지오가 집에 왔다가 가면서 숲속에서 이상한 불빛이 있다면서 가보자고 했어. 그 곳에 가보았더니 경찰서장이 폐우물에 떨어져 죽어 있었던 거야.. 이상한 점은 주변에 사슴들의 발자국들이 잔뜩 있었다고 있었어. 전에 왕발의 집 근처에도 사슴들의 발자국들이 많이 있었는데 말이야. 야니나은 이 사건들이 모두 사슴들의 복수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어. 처음에는 혼자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확신에 차게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그녀를 이상한 사람 보듯 했단다. 당연히 그랬을 것 같구나. 그런데 이번에는 실종 사고가 일어났어. 여우 농장을 하던 브렝트샥이라는 사람이 사라진 거야. 아무도 그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몰랐어. 그도 얼마 후 죽은 채 발견이 되었단다. 야니나는 이것도 동물들의 복수라고 생각했단다.

어느날 외지 사람 한 명 찾아왔어. 보로스라는 곤충학자인데 야니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말도 잘 통하고 그래서, 보로스는 야니나의 집에 머물면서 주변의 곤충을 연구할 수 있었어. 그 외 몇몇 야니나처럼 동물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소수였단다. 심지어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성당 신부님도 사냥꾼을 옹호하고 사냥꾼들이 오히려 동물에 도움을 준다는 설교까지 한 거야. 성당에서 그의 설교를 듣던 야니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바탕 난리를 피기도 했단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뒤 그 신부가 머물고 있던 사제관에 화재가 나서 죽고 말았단다.

그 전부터 사실 야니나가 용의선상에 오르내리고 있었단다. 신부님이 죽고 나서 야니나는 더 강력한 용의자가 되었단다. 맞아, 이 일에는 야니나가 연루되어 있었어.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제자 디지오도 야니나를 의심하고 있었는데, 신부님이 죽고 나서 이제 확신이 서게 되었단다. 그리고 야니나의 차에 싣고 다닌 장비들이 그 증거들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다면 왜 야니나가 그런 짓을 벌였을까. 단지 그들이 동물들을 죽여서 그랬을까.

앞서 아빠가 이야기한 것 중에 단서가 하나 있단다. 첫 번째로 죽은 왕발의 집에서 본 사진그 사진은 사냥꾼들이 자신들의 포획물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었어. 그런데 그 사진 속에 야니나가 키우던 개 두 마리의 시신도 있었어. 어디서 길을 잃은 줄 알고 야니나가 계속 찾던 개들. 그들을 어린 두 딸이라고 생각했던 야니나. 가끔씩 그들의 헛것이 보일 정도로 사랑했던 개들인데, 그 개들이 사냥꾼들의 사진에 죽은 채 있었던 거야. 야니나에게 그 사진은 자신의 자식들을 죽이고 즐거워하는 살인마들의 사진이었던 거야. 그 사진을 보고 그 사진 속에 웃고 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 거야. 경찰서장, 브렝트샥, 신부님 모두 그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어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괴짜와 디지오에게 해주었어. 그들은 야니나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어. 그들은 야니나를 경찰서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야니나를 도망갈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단다. 그렇게 야니나는 국경을 넘어 체코에 있는 고원으로 도망을 갔단다. 그렇게 소설이 끝이 났단다. 어땠어?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평범한 범죄스릴러는 아니었지? 반려 동물들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 자신의 반려동물을 죽인 사람들을 알게 되면 어떨까. 야니나는 경찰에 신고를 해도 중죄를 받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더욱이 경찰서장도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자신이 직접 복수하겠다는 것


3.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지은이의 생각이 주인공 야니나의 생각에 많이 반영되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은이 올가 토카르추크는 아마 채식주의자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주인공 야니나의 동물을 소중히 하고, 나아가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고기를 먹는 이는 쓸 수 없는 글이라고 생각이 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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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사실 인간은 동물이 그들의 고유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책무를 갖고 있습니다. 가축들은 그들이 우리에게서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주기 때문에 그들에게 애정을 돌려주는 건 인간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빚을 청산하고, 현생의 모든 업보를 명부에 기록하고 갚아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나는 동물로 태어나 살았고, 먹었고, 녹색 초원에서 풀을 뜯었고, 새끼를 낳았고, 내 체온으로 자식들을 따뜻하게 덥혀 주었고, 둥지를 지었고, 내게 주어진 의무를 모두 완수했노라고 말이죠. 인간이 그들을 죽일 때 그들은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죽음을 맞습니다. 어제 내 눈앞에 쓰러져 있었고, 아직도 거기에 있는 그 야생 멧돼지처럼 업신여김을 당하고, 진흙탕에 더럽혀지고, 피투성이가 된 채, 썩은 고깃덩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인간이 동물을 지옥으로 내모는 순간, 온 세상이 지옥으로 변합니다. 왜 다들 그 사실을 모르는 걸까요? 어때서 인간의 이성이 사소하고 이기적인 쾌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사람들은 다음 생에서 동물들이 해방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구속으로 자유로, 틀에 박힌 관습에서 자유로운 선택의 단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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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하지만 왜 우리는 꼭 유용한 존재여야만 하는가, 대체 누군가에게, 또 무엇에 유용해야 하는가? 세상을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나누는 것은 과연 누구의 생각이며, 대체 무슨 권리로 그렇게 하는가? 엉겅퀴에게는 생명권이 없는가? 창고의 곡식을 훔쳐 먹는 쥐는 또 어떤가? 꿀벌과 말벌, 잡초와 장미는? 무엇이 더 낫고 무엇이 더 못한지 과연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구멍이 많고 휘어진 거목은 사람에게 베이지 않고 수세기 동안 살아남는다. 왜냐하면 그 나무로는 어떤 것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보기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유묭한 것으로부터 얻어 낼 수 있는 이익은 누구나 알지만, 쓸모없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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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 권 만으로 지은이 올가 토카르추크의 팬이 될 것 같구나. 그래서 그의 책들을 더 주문했는데 조만간에 또 읽어봐야겠구나. 앞서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했잖아. <흔적>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2017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은곰상도 탔다고 하는구나. 이 영화도 한번 보고 싶구나. 보고 싶은 영화도 많고, 보고 싶은 책도 많고, 너희들도 함께 놀고도 싶고, 빌린 책 리뷰도 써야 하고, 영어 공부도 하고 싶고, 산도 가고 싶고ㅎㅎ 하고 싶은 것만 엄청 많고 제대로 못하고 있구나.


PS:

책의 첫 문장 : 한때 유순했던 의인(義人)은 험난한 길을 헤치며 나아갔다.

책의 끝 문장 : 모든 건 이렇게 작동하는 거야, 디지오. 하지만 난 알고 있어, 아직 내게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다는 걸.


발이야말로 우리 몸의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부위라고 늘 생각해 왔었다. 성기도, 심장이나 뇌도 아니고, 그리 대단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과대평가를 받아 온 장기(臟器)도 아닌, 발 말이다. 발에는 인간에 대한 모든 지식이 숨겨져 있다. 우리가 실제로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대지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관해 몸이 보내는 묵직한 신호가 바로 발에서 흘러나온다. 땅을 디딤으로써 우리 몸과 땅을 접촉시키는 바로 그 지점에 모든 비밀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물질의 원소들로 이루어진 존재이지만, 동시에 물질로부터 분리된 이질적인 존재라는 비밀, 발은 소켓에 꽂는 우리의 플러그나 마찬가지다. - P22

사람이 가끔 분노를 실감하게 되면 모든 게 단순 명료해진다. 분노는 질서를 만들고, 세상을 간략히 요약해서 인식하게 만든다. 또한 분노는 다른 감정 상태로는 얻기 힘든 ‘선명한 시야’를 우리에게 확보해 준다. - P50

밤이 되면, 나는 금성을 관찰하면서 아름다운 처녀자리의 이행과정을 상세히 추적해 본다. 나는 이 처녀자리가 ‘이브닝 스타’처럼, 아니면 마술처럼 난데없이 나타났다가 태양 뒤편으로 저무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영원한 빛의 불꽃, 땅거미가 질 무렵이야말로 가장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시점이다. 이 무렵에는 단순한 차이점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나는 영원한 땅거미 속에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 P69

하지만 오늘날에는 새로운 무언가를 고안해 낼 용기를 가진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서만 쉬지 않고 떠든다. 똑같이 낡은 생각들을 그저 계속해서 쏟아내고만 있는 것이다. 현실은 쇠잔해졌다.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가 노화하듯이 현실에게도 똑 같은 법칙이 적용되어 나이를 먹는 것이다. 몸의 세포와 마찬가지로 현실의 가장 작은 구성 요소인 감각 또한 아폽토시스(apoptosis), 그러니까 세포 자멸에 굴복하고 만다. 아폽토시스란 물질이 피로와 탈진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찾아오는 일종의 세포 자멸사다. 그리스어로 이 단어는 ‘꽃잎의 떨어짐’을 의미한다. 세상은 꽃잎을 떨어뜨렸다. - P88

나쁜 꿈을 처리하는 오래된 방법은 화장실 변기에 대고 그 꿈을 큰 소리로 말한 다음, 변기의 물을 내리는 것이다. - P161

봄은 단지 짧은 막간일 뿐이고, 그 뒤에는 강력한 죽음의 군대가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이미 도시의 성벽을 포위하고 있다. 우리는 포위된 상태로 살고 있다. 인생의 한순간을 잘게 쪼개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포에 질려 숨이 막혀 버릴지도 모른다. 몸 안에서 끊임없는 분열이 일어나면서 우리는 머지않아 병을 앓고, 죽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떠날 것이며, 그들에 대한 기억은 극심한 혼란 속에서 점점 사라질 것이고, 결국엔 옷장 속의 옷 몇 벌, 이미 알아볼 수 없게 된 누간가의 사진들만 남을 것이다. 그렇게 가장 소중한 추억은 흩어져 버리고,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자취를 감추겠지. - P179

불꽃은 빛의 근원에서 흘러나오고 가장 순수한 밝기에서 만들어진다고, 가장 오래된 전설은 이야기한다. 인간이 태어나려고 하면 먼저 불꽃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우주 공간의 암흑을 뚫고, 그 뒤에는 은하수를 통과하여 날아가다 마지막으로 여기, 지구로 떨어지기 직전에 그 가여운 불꽃은 행성의 궤도에 부딪힌다. 각각의 부딪힘으로 인해 불꽃은 특정한 속성에 물들고, 그렇게 점차 어두워지고 희미해진다. - P301

그는 또한 신문을 갖고 와서 읽어 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내게 혐오감을 일으킬 뿐이다. 신문은 우리를 언제나 불안한 상태로 만들어서 우리가 진짜 느껴야 할 감정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만든다. 무엇 때문에 내가 언론의 권력에 굴복하고, 그들의 지시에 내 생각을 맞춰야 한단 말인가?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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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19 17: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반가운 책이네요!! 저도 많은 대목을 발췌하고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 반납 후 바로 구매했어요. 시인 블레이크에 대해 알게된 작품!

bookholic 2021-06-19 17:24   좋아요 4 | URL
작가와 책에 대해서 잘 모른 상태에서 읽어서 더 좋았습니다..
때마침 후배 생일이라서, 이 책을 선물했어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그레이스 2021-06-19 17: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한 책으로 보면 각자가 밑줄 그어 놓은 부분에서 서로의 생각을 알게 되어 좋을듯 하네요^^

bookholic 2021-06-19 17:27   좋아요 5 | URL
그러면 좋겠지만....
집사람과 저랑 독서 취향이 달라서, 같은 책을 읽는 일이 드물어요~~^^
소설에 빠지면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신다나...

그레이스 2021-06-19 17:33   좋아요 5 | URL
ㅎㅎ
제가 착각했네요
여자분이신줄... 사진이...ㅋㅋ
‘아빠가 발췌해놓은‘에서 남편얘기 하시는 줄!
암튼 제가 아직도 북플에 적응하는 기간인가봐요.
플친님들의 수수께끼같은 정체 때문에 오해를 많이 하네요
하나 확실한건 다독과 책취향^^ ㅋ

그레이스 2021-06-19 17:36   좋아요 4 | URL
다시 읽어보니 보이네요
여러 줄에서.
선입견을 버리고 읽어야 보이는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교훈을 얻습니다.ㅋ

bookholic 2021-06-19 17:43   좋아요 4 | URL
ㅎㅎ
그레이스 님뿐만 아니라, 전에도 몇 분께서 그렇게 댓글을 남기셨어요...
프로필 때문에 엄마인줄 알았다고...
프로필 사진을 바꿔야할지 고민이...^^

새파랑 2021-06-19 18: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거 볼까 고민했었는데 북홀릭님 리뷰보니까 완전 추천 작이군요~! 저도 하고싶은건 많은데 제대로 하는건 없네요 ㅜㅜ
(독서대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청아 2021-06-19 20:56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이 책이랑 브라이턴록도 꼭꼭 보세요!(생각난김에 강추ㅋ)제 생각에 두 작품 모두 별7개 이상🤭

새파랑 2021-06-19 21:47   좋아요 2 | URL
브라이턴록도 사야되는데....보관함 터질거 같지만 별 7개 이상이라는데 읽어야죠~!!

bookholic 2021-06-20 14:49   좋아요 2 | URL
ㅎ 제 기준으로 새파랑님의 걷기, 책읽기는 제대로 하는 것 이상이십니다^^
미미님이 추천하신 <브라이톤록>도 리스트에 추가해야겠네요~~
 















(82-83)

하지만 율리아를 잃은 고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터였다. 카이사르는 크라수스와 달랐다. 돈은 카이사르의 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존엄을 드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정무관 직의 사다리를 오르며 끊임없이 빚에 시달렸던 끔찍한 몇 년 동안 카이사르가 배운 교훈은 어느 일에서나 무형의 자산인 존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그의 존엄을 드높이는 것은 전부 그의 죽은 딸의 존엄을 드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카이사르는 위안을 느꼈다. 카이사르의 노력 덕분에, 그리고 타고난 본능에 따라 세상에 사랑을 불어넣은 율리아 자신의 선행 덕분에 세상은 율리아를 기억하게 되리라. 율리아가 카이사르의 딸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위대한 폼페이우스의 아내였기 때문도 아니다. 그리고 그는 개선장군이 되어 로마로 돌아갈 때 원로원이 율리아에게 허락해주지 않은 장례 경기대회를 직접 개최하리라. 앞서 다른 이유로 원로원에서 당당히 단언했듯이, 카이사르는 그네들의 고환을 군홧발로 전부 밟아 으깨버려서라도 반드시 자신의 뜻을 관철할 터였다.


(123)

카트바드, 로마는 정책상 이민족의 신들이나 종교 관행을 무시하지 않소. 당신도 당신이 믿는 종교도 나나 로마에 아무 위협이 되지 않소. 하지만 한 가지는 제외요. 인신공양 관행만큼은 폐지되어야 하오.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일은 세상 어디에서나 또 어느 민족 사이에서나 벌어지오. 하지만 우리 지중해 주변의 민족들은 절대로 신들을 기쁘게 하려고 사람을 죽여선 안 되오. 성별은 상관없소. 신들은 인신공양을 요구하지 않소. 만일 그렇게 믿는 신관이 있다면 그는 단단히 잘못 생각하는 거요.”


(174-175)

리안논, 로마는 왕을 세우지 않소! 나 역시 로마에 왕이 서는 걸 동의하지 않고! 로마는 공화국이고 그 역사가 500년에 이르오! 나는 로마의 일인자가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로마의 왕이 되겠다는 뜻은 아니오. 왕정은 구시대의 유물이오. 심지어 당신네 갈리아인들도 깨닫고 있는 사실 아니오. 나라는 선거 제도를 통해 바뀌는 사람들이 운영해야 더욱 번영하는 거요.” 그가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최고의 인물이 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선거요. 때로는 최악의 인물이 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185-186)

카이사르가 단상의 맨 앞으로 걸어 나왔다. “무엇보다도 먼저, 베르킹게토릭스, 당신네 갈리안들은 외세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오. 세계가 좁아지고 있소. 그리스인들과 페니키아인들이 지금 로마가 우리의 바다라고 부르는 지중해 주변에 흩어져 살던 때 이래로 줄곧 그래왔소. 그리고 그 자리에 로마가 나타났소. 사실 그리스는 단 한 번도 단일국가였던 적이 없소. 작은 도시국가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당신네 갈리아인처럼 계속 싸웠소. 나라가 결국 망할 때까지. 우리 로마도 처음에는 도시국가였지만, 우린 서서히 이탈리아 전체를 단일 국가의 일부로 받아들였소. 따라서 로마는 곧 이탈리아요. 하지만 로마의 이탈리아 지배는 왕의 1인 통치에 기대지 않소. 이탈리아가 로마의 정무관 선거에 참여하오. 전 이탈리아가 로마의 일에 참여하는 것이오. 또한 이탈리아는 로마에 군사를 제공하오. 로마가 곧 이탈리아니까. 그렇게 로마의 국력은 커지고 있소. 파두스 강 이남의 이탈리아 갈리아 역시 이제 이탈리아의 일부로서 로마의 정무관 선거에 참여하오. 파두스 강 이북의 이탈리아 갈리아도 곧 로마의 일부가 될 것이오.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고 맹세했소. 나는 통일의 힘을 믿소. 나는 우리가 하나가 될 때 더욱 강성해진다고 믿소. 나는 장발의 갈리아를 우리 진정한 통일 국가의 일부로 만들겠소. 이것은 로마가 주는 선물이오. 게르만족은 당신들이 받고 싶은 선물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오. 장발의 갈리아가 게르만 족의 소유가 되면 모든 것이 거꾸로 될 거요. 게르만족은 통치 체계나 상업 체계, 그리고 당신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단일한 중앙 정부를 갖추지 못했으니까.”


(189)

머릿수는 상관없소.” 카이사르는 이제 이 대화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로마에는 켈트족이나 벨가이족에게 없는 세 가지가 있소. 조직, 기술, 그리고 가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200-201)

아니.” 카이사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아니오. 로마라는 거대한 행렬의 한 부분일 뿐이오. 중요한 부분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소. 훗날 사람들이 가장 위대한 부분으로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전체의 일부일 뿐이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죽었을 때 마케도니아는 죽었소. 그의 나라는 그와 함께 사라졌소. 그는 스스로를 왕으로 생각했기에 그리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제국의 중심을 다른 곳으로 옮겼소.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나라가 위대했던 것은 오르기 알렉산드로스 대왕 때문이었소.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했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갔소. 그는 왕이었으니까, 베르킹게토릭스! 그는 자기 자신을 목적으로 착각했소. 그 목적이 결실을 거두려면 그는 영원히 살아야 했을 거요. 반면 나는 내 나라의 종복이오. 로마는 로마가 낳은 그 누구보다도 훨씬 위대하오. 내각 죽더라도 로마는 계속 다른 위대한 인물들을 낳을 것이오. 내가 떠날 때 로마는 내가 오기 전보다 더 세고 더 부유하고 더 강력해져 있을 것이오. 내 뒤에 올 자들은 내가 남김 업적을 활용하고 향상시킬 것이오. 민주주의에서는 바보와 현자가 늘 공전하지만, 전반적으로 왕가의 계보보다는 낫소. 위대한 왕이 하나 나오려면 보잘것없는 왕을 열 명은 거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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