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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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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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예전에 <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렸던 김초엽 님의 두 편의 단편은 아빠 취향이 아니라고 했다가 얼마 전에 김초엽 님의 첫 번째 장편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읽고, 장편을 읽고 급호감으로 바뀌었다고 했잖아. 그래서 김초엽 님의 다른 책도 살펴 보았단다. 두 번째 단편집 <방금 떠나온 세계>가 눈에 들어왔단다. <지구 끝의 온실>의 감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단편과 장편의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줄까, 생각하면서 책을 폈는데, 오호,,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모두 좋았단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김초엽 님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더구나.

이 책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 SF라는 것은 우리 현실과는 좀 다른 세계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창의성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단다. 각각의 단편에서 설정된 새로운 세계는 너무 터무니없는 그런 세계가 아닌, 우리 현실 세계와 비슷하면서 살짝 다른 세계라서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단다. 그런 것이 김초엽 님 작품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1.

, 그럼 아빠가 이 책에 실린 소설들 중에서 몇 편을 소개해줄게.

<최후의 라이오니>

주인공 는 죽은 행성들을 정리하는 일을 한단다. 일종의 행성 유품정리사라고나 할까. ‘는 행성 3420ED라는 죽은 행성을 탐사하게 되었어. 읽다 보면 이 3420ED라는 행성은 지구라는 것을 알게 된단다. 3420ED에 온 ’. 죽은 행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깔끔한 거주지. 하지만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었어.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들만 있었고, 그 기계들만 생활한지는 아주 오래되어서 그들은 자주 고장이 났는데, 서로 수리해 주면서 생활하고 있었단다.

그 기계들의 리더는 이라는 기계였는데, 셀은 를 라이오니로 착각했단다. 라이오니가 누구냐고? 그 이야기를 셀이 해주었어. 이 행성에는 복제 인간을 만들고 그 복제 인간에게 자신의 의식이나 정신을 그대로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어. 그래서 몸만 바꾸고 영생하는 불멸의 삶을 살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식을 제대로 안되게 하는 바이러스가 생겨났어. 이식이 제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육체가 죽으면 자신도 죽는다는 의미였어. 이 바이러스로 인해 이 행성에서는 수백만 년 만에 죽는 사람이 생겼어. 이후 그들은 서로 혼란의 시기를 겪으면서 전쟁까지 일어나고, 일부는 다른 행성으로 도망갔단다.

이 혼란의 시기 중에 복제 인간으로 만들어졌다가 불량 판정 받은 복제 불량 인간들이 폐기되지 않고 있었단다. 원래는 폐기되어야 했지만, 세상이 혼란스러우니 그들에게까지 신경쓰기 어려웠지. 그런 복제 불량 인간들 중에 라이오니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라이오니는 인조 기계들을 수리해주고 따뜻하게 대해 주었어. 이 행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폐허가 되었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어.

이 행성의 생명체들은 터널을 통해 다른 행성으로 탈출했단다. ‘터널은 행성 간 이동을 쉽게 만든 장치였단다. 라이오니도 끝까지 버티디가 결국 이 행성을 떠났고, 떠나기 전에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터널을 이용하려면 보호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기계들은 그것이 없어서 터널을 이용하지 못했어. 그래서 이 행성에는 이 기계들만 남아 있는 거야. 서로 수리를 하면서 지내왔지만, 이제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단다. 그래서 이 행성의 마지막 존재인 기계들도 삶을 마감하게 되었단다.

..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으며, 작은 균열에 의해서도 인간은 망하는 그런 존재라는 것에 공감이 갔던 작품이었단다. 미래에 인류가 멸종하면 정말 기계들만 고장 날 때까지 돌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마리의 춤>

해양 오염이 점점 심해지면서 해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약품을 개발하여 사용했는데, 그 약품이 일부 아이들에게 부작용을 일으켜 시지각 이상증을 일으켰단다. 아이들에게만 생기고 전체 아이들의 약 7% 정도 된다고 했어. 시지각 이상증은 시각을 뇌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무서운 병이었어. 그런 병에 걸린 아이들을 모그라고 했어. 다행히 플루이드나 칩을 머리에 심으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지각 이상증을 증상을 완화시켜 줄 수 있었어.

모그들은 여전히 시지각에 장애가 있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단다. 마리라는 소녀가 있었는데, 마리는 모그들에 대한 불평등한 사회 시선에 불만이 많았어. 마리는 온 세계 사람들을 모두 모그로 만들어버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으나. 실패하고 말았단다. 그리고 사라져 버렸어. 오늘날 약자나 장애인에게 불평등한 제도와 불편한 시선들을 SF에 잘 버무려서 이야기해 준 것 같았단다.

<로라>

교통사고로 인해 다리나 팔을 잘린 환자들이 여전히 없는 다리나 팔을 뇌에서 인식하여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로라>라는 소설은 그 반대 현상에 관한 소설이었단다. 지은이의 발상이 뛰어나구나. 그러니까, 뇌의 지도가 잘못되어 자신의 팔이 세 개라고 인식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어. 진은 뇌의 지도가 잘못되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못된 지도>라는 책으로 엮은 작가란다.

진은 그 책을 쓰면서 옛 애인 로라를 생각했어. 로라가 바로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자신의 팔이 세 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그로 그 세 번째 팔에 아픔을 느끼기도 했어. 아예 없는 팔인데 말이야. 로라는 뇌에서 잘못 인식을 해서 뇌 진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고 결국 진짜 세 번째 팔을 인식하는 수술을 받았단다. 기계로 만들어진 세 번째 팔. 우리 몸과 정상적으로 이식되기 쉽지 않았지.

로라는 이 수술을 하고 나서 심한 후유증을 겪었단다. 하지만 세 번째 팔을 포기하지 않았어. 그리고 팔이 세 개가 있다고 상상해 봐.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거부감이 들 거야. 그래서 결국 진은 로라와 헤어지게 된단다. 하지만 진은 나중에 다시 깨닫는단다.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

<숨그림자>

인류는 지구가 더 이상 살지 못하는 행성이 되자, 지구를 떠나 어떤 행성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곳 환경은 지상에서 살 수 없었고, 지하에서만 살 수 있었단다. 지하에서 오래 살게 되면서 인류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음성언어가 아닌 입자를 서로 주고 받으면 대화하게 되었단다. 서로 다른 입자들을 보내면서 의사 소통을 할 수 있었지.

어느날 오래 전 극지방에 불시착한 우주선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우주선 캐빈 안에서 온전하게 냉동되어 있어 조안이라는 사람을 발견했어. 그들은 조안을 되살렸어. 물론 조안과 그들 사이의 말은 통하지 않았어. 조안은 음성 언어를 사용했지만, 그들은 입자 언어를 사용했으니까 말이야. 단희는 조안을 보살펴 주었고, 조안은 그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였지만 쉽지 않았단다. 조안은 그 별에 있는 것보다 우주로 탐사를 가는 것에 낫겠다 싶어 우주 탐사에 지원을 해서 우주로 날아갔단다.

단희는 그것이 조안과 끝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 조안이 돌아왔어. 그리고 조안이 단희에게 선물을 주었단다. 그들의 추억이 깃든 그리운 냄새였단다. 그 선물을 받고 단희가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구나. 의사 소통을 꼭 말로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준 소설. 입자를 주고 받으면 의사 소통을 한다는 생각을 해낸 지은이에 다시 한번 찬사를..

<오래된 협박>

지구에서 벨라타라는 행성에 탐사를 갔단다. 탐사대원이었던 지구인 이정은 벨라타인 노아와 우정을 쌓았어. 벨라타인들은 평균수명이 적었는데, 이정은 벨라타에 널려 있는 오브라는 생명체를 먹으면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그 사실을 노아에게 알려주었지. 하지만, 노아는 그러지 않았어.

이정이 다시 벨라타를 떠나고, 노아는 이정에게 편지를 썼단다. 그들이 이 행성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살려준 것은 오브였고, 그때 오브와 맺은 협약이 있다고그것이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하다고지구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우주의 다른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같을 수가 없을 거야. 그렇겠지? 지구인이 중에도 노아처럼 내 삶보다 저 중요한 약속,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테고 말이야.

….

위 작품들 이외에 어른이 되면 인지 공간에 들어가게 된다는 <인지공간>과 특정 공간에서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발상이 뛰어난 <캐빈 방정식>이 있단다. 이 두 작품도 무척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정확한 내용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구나. 사실 위에 이야기해준 다섯 개의 작품들도 메모를 조금씩 써 놓은 것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잘못 기억하고 적은 내용도 있을 수 있으니 내용이 잘못되어도 이해 바란다.

Jiny의 친구 중에 김초엽 님의 팬이 있다면서 너도 읽어보겠다면서 전에 <지구 끝의 온실>을 읽었잖아. 아빠가 생각하기에 <방금 떠나온 세계>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구나. 그래서 아빠가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못한 <인지공간> <>캐빈 방정식> Jiny가 이야기해주는 걸로~~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나는 혼자 이곳에 왔고,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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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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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마지막 열 번째 작품인 하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을 읽었단다. 시간 여행을 하는 기계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타임머신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이라는구나. 그 만큼 시간 여행을 하는 소설, 영화 등 모든 장르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지은이는 하버트 조지 웰스라는 사람인데, <타임머신>을 비롯하여 <투명인간>, <우주 전쟁> 등 유명한 소설을 쓰셨더구나. 다른 책들도 한번 읽어보고 싶구나.

이 책 <타임머신> 1895년에 나온 책이란다. 백 년도 넘은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이질감 없이 재미있게 잘 읽어지더구나. 그런데 정말 시간 여행은 할 수 없는 것일까? 이 광활한 우주에서, 그렇게 유구한 역사를 가진 이 우주에서, 시간 여행을 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이가 정말 한 명도 없단 말인가. 그렇지 않을 거야. 분명 시간 여행을 하는 기계가 있을 거야. 누군가는 그런 기계가 있다면 우리 앞에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 나타나야 한다고 하지만, 그 여행을 하는 사람은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말하면 안 된다는 무서운 법이 있을 거야. 그런 사실을 말하게 되거나, 과거의 나 자신을 우연이라도 만나게 되었다면 과거의 사람의 기억을 없애는 기술도 있을 거야. 시간 여행도 했는데, 그런 기술이 없을라고.. 그렇겠지? ^^


1.

시간 여행을 하는 하는 소설이나 영화가 워낙 많아서 이 소설의 줄거리가 조금은 뻔하겠지, 하고 책을 펼쳐 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줄거리에 깜짝 놀랐단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시간여행자의 초대로 그의 집에 갔단다. 시간여행자의 이름은 끝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냥 시간여행자라고 이야기할게. 시간여행자는 여러 사람들을 초대하고, 자신이 발명한 타임머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래서 그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겠다고 했단다. 그리고 일주일 뒤 그는 자신이 다녀온 시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정말 기묘한 이야기들이었단다.

시간여행자는 80만년 후 미래를 다녀왔다고 했어. 그곳에서는 엘로이라는 인종이 살고 있었는데, 엘로이는 작은 몸집과 부드러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어. 그들은 풍요로운 자연 환경에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 마치 천국처럼 말이야. 그런데 아름다운 육체로 진화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도 그렇게 아름답게 진화하다 보니 지성은 오히려 퇴화하여 어린이의 수준의 순수한 또한 순진한 마음을 갖게 되었어. 엘로이들은 노동도 하지 않고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었어. 그런데 사건이 일어났어. 그가 타고 왔던 타임머신이 사라진 거야. 큰일 났구나.

타임머신을 찾으러 사방으로 돌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어. 그곳에서 당분간 사랑을 해야 하는데, 엘로이 사람 중 위나와 친해지기도 했어. 그리고 엘로이 사람들이 밤에 사라지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엘로이 말고 또다른 인종들이 있었어. 지하 세계에만 살고 있는 몰록이라는 종족인데, 몰록이 엘로이들을 사냥해서 먹었던 거야. 그 몰록 종족이 타임머신도 훔쳐간 것이었어.

그럼 왜 몰록이라는 인간은 지하 세계에 살고 있을까. 지구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엘로이와 몰록이라는 두 인종으로 진화한 것이었어. 처음에는 단순한 빈부 격차의 문제점이었지. 그런데 그 빈부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두 계층 간은 분리되어 가난한 하층 계급은 지하에서 생활하게 되고 오랜 세월 지하에서 생활하면서 진화하다 보니 빛을 두려워하는 몰록이라는 종족으로 진화를 한 것이란다.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로구나. 빈부격차라는 사회 문제를 이렇게 창조해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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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

또한 부유한 사람들은 좋은 교육을 받아서 점점 세련되고 우아해지는 한편, 가난한 사람들의 상스럽고 난폭한 태도와 부자들의 간격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배타적 경향을 갖게 된 부자들은 이미 자신들을 위해 지표면의 상당 부분을 울타리로 싸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런던 일대에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의 절반 정도는 침입을 막기 위해 폐쇄되어 있습니다. 이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은, 부자들의 경우 오랫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고등 교육을 받기 때문이고, 세련된 습관에 대한 유혹과 거기에 필요한 시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계층 간 결혼이 사회 계층을 구분하는 경계를 따라 우리 인류가 쪼개지는 것을 저지하고 있지만, 빈부격차가 이렇게 벌어지면 계층 간 결혼이 촉진하는 계층 간 교류가 점점 뜸해질 겁니다. 그래서 결국 지상에는 쾌적함과 안락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가진 자>들이 살고, 지하에는 <못 가진 자>, 즉 자신들의 노동 조건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노동자들이 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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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시간 여행을 하는데, 이번에는 3천만 년 후의 지구로 이동했단다. 그 때의 지구에서는 인류는 멸종한 듯 했고(사실 80만년 후 미래에서도 멸종하지 않았다는 것이 어려울 것 같음) 거대한 나비와 느리게 이동하는 게 비슷한 생명체가 있었어. 태양은 엄청 커져서 지구와 가까이 있었지.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돌아왔단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으니, 사람들이 믿겠니. 다들 믿지 않았지. 그래서 그는 다시 시간 여행을 하고 점심 전에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3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빈부 격차로 인해 인류가 둘 종족으로 진화하고 두 종족간의 싸움으로 멸망의 길을 가게 된다는 이야기가 지은이가 그냥 단순히 흥미로운 소재로만 이 소설을 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마치 영화 <기생충>처럼 사회성과 작품성, 그리고 상업성을 모두 갖춘 그런 작품이었단다. 시간 여행의 시작을 알린 작품인데 그 작품이 엄청난 작품이었구나. 너무 늦게 만난 작품이지만 이제라도 읽게 되어 너무 좋았단다.

주말마다 한 권씩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NOON 세트와 MIDNIGHT 세트를 읽겠다고 시작할 때만 해도 언제 끝나나 했는데,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구나. 시간이 너무 빨라서 시간 여행을 하는 듯 하구나. 시간을 천천히 가게 하는 기계도 있었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시간 여행자>(편의상 그를 이렇게 부르기로 하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우리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조용히 멈춘 다음, 타임머신에 앉은 채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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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25 0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 추카합니다
이제 이 책들은
아들과 딸에게🤗

bookholic 2022-07-25 18:36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책들은 잘 보관했다가 애들 좀 더 크면 인수인계하겠습니닷!!!

mini74 2022-07-25 1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독 축하드려요. ㅎㅎ 빅뱅이론이란 미드에서 쉘든이랑 친구들이 타임머신 사서 거실에 놔두곤 좋아하던거 생각나요 ㅎㅎ 그러고보면 공상과학책 쓰시는 분들은 예언자같은 느낌도 들어요. *^^*

bookholic 2022-07-25 18:3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네, sf 작가들은 또 하나의 세계를 머릿 속에 갖고 계신 것 같아요~~^^
 














(19)

누구나 한번 들어서 파악할 정도로 쉬우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클래식의 주요 소비자였던 18~19세기 유럽 사람들은 남들에게 스스로가 얼마나 고상한지 보여주려고 예술을 활용했습니다. 최근까지도 유럽의 상류층은 음악 취향을 교양의 척도라고 여겼어요. 교육 받지 않은 사람은 듣기 힘들도록 의도적으로 진입 장벽을 높인 거죠.


(23)

관점에 따라 클래식 문화 자체에 그런 예의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귀족들이 음악회에 참석하는 데에는 옷을 자랑하려는 목적도 있었거든요. 성년식 파티에 입고 가기 위해 값비싼 드레스를 하나 장만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런데 그 드레스를 성년식 외에 입을 없다면 너무 아깝지 않겠어요? 새로 장만한 연미복을 입고 칵테일 한잔 기울일 곳도 있었으면 했을 테고요. 음악회, 그중에서도 특히 오페라 공연은 멋진 옷을 입은 상류층의 사교 무대였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런 식으로 음악회를 대하는 분위기가 남아있죠. 우리에겐 다소 뜬금없을 수 있겠지만요.


(43)

내가 아는 세상의 모든 마법 중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은 음악이다.”

<해리 포터>에서 덤블도어 교수가 한 말입니다. 멋있지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사라 강의 때마다 소개하고 있답니다.


(54-55)

하지만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아직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진화론의 기초를 마련했던 찰스 다윈은 150여 년 전 이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죠. 음악을 하는 사람이 상대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 유전자가 음악에 반응하는 거라고요. 이 설명은 지금에 와서는 크게 주목받고 있진 않지만, 경험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나요? 가끔은 말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보다 사랑 노래를 부르는 게 효과적일 때가 있잖아요. 음악만이 전달할 수 있는 진정성이 있으니까요.


(89)

. 피아노를 잘 친다는 건 신체적인 테크닉과 관련이 있습니다. 빨리 칠 수 있는 능력이야 당연하고 음량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하죠. 이게 어려운 이유는 열 손가락에 능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엄지는 힘이 세지만 민첩하지 못하고, 넷째와 다섯째 손가락은 특히 힘이 약하죠.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모든 손가락으로 비슷하게 건반을 누를 수 있어야 합니다.


(199-200)

교향곡에서는 D장조와 C장조를 많이 사용했어요. 흔히 D장조는 즐겁고 유쾌하며 호전적이고, 그와 비슷하게 C장조는 밝고 화려하며 진취적인 조라고 얘기합니다. 모차르트 스스로 g단조를 숭고하고 감동적인 죽음을 준비하고 죽음에 체념하게 하는 조성이라며 특별하게 여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50여 개의 모차르트 교향곡 중에서 g단조로 된 교향곡은 다 두 곡밖에 없지만요. 영화 <아마데우스> 도입부에 나온 <교향곡 25>이 바로 g단조이다.


(218)

여기서 말하는 바리톤은 가수가 아니에요. 보통 바리톤이라고 하면 남성 성악가의 포지션 이름이라고 여기지만, 같은 이름의 금관악기도 있고, 현악기도 있습니다. 하이든이 많이 작곡해야 했던 곡은 현악기 바리톤을 활용한 곡이지요. 첼로처럼 활로 켜는 중심 현들이 있고 옆에 별도로 하프처럼 뜯을 수 있는 현이 부착된 악기인데 아마 본 적 없을 겁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인기가 없어서 잘 연주하지 않거든요. 비슷하게 낮은 음역을 담당하는 현악기로 첼로라는 우수한 악기가 있는데 굳이 바리톤을 사용할 이유가 없죠.


(239-240)

피아노라는 악기는 그전까지 유행한 악기들과 달리 엄청나게 무거웠어요. 바이올린이나 첼로, 플루트 같은 악기는 가지고 다니면서 연주할 수 있었지만 피아노는 한번 집에 들여놓으면 다른 데로 옮기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주로 바깥 활동을 하던 남성보다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던 여성이 자연스럽게 피아노와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피아노가 여성의 악기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연주 자세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피아노는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과 어울리는 얌전한 자세로 연주할 수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바이올린을 켜려면 팔을 높이 들어 휘저어야 해요. 첼로는 두 다리를 벌려야 합니다. 관악기는 숨을 거칠게 몰아쉴 수밖에 없고요. 그에 비해 다소곳한 자세로 앉아서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는 여성들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피아노 연주는 점점 프랑스어나 바느질처럼 고상한 여성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신부 수업의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296)

오페라 부파는 일종의 코미디극으로, 오페라 세리아와 함께 18세기 중반에 큰 인기를 누린 오페라의 장르입니다. 오페라 세리아가 영웅의 이야기나 신화에 나오는 진지한 주제를 다룬다면 그와 반대로 오페라 부파는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내용을 풀어냅니다. 나폴리에서 시작된 오페라 부파에는 우스꽝스러운 재밋거리를 즐기는 나폴리 지역 하층민의 취향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본에 나폴리 방언이 많이 나오고 음악은 언제나 가볍고 흥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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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러나 눈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감각기관이어서 사람에 따라 똑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바로 그 똑 같은 뜨거운 땅이 데이비드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개, 해면동물, 해초들로 반짝거리며 환영의 손짓을 보냈다. 학생들이 안면을 트고, 서로 추파를 던지고, 길게 늘어선 침대 중 자기 자리를 고르는 동안, 데이비드는 슬그머니 해변으로 내려가 평생 처음으로 소금기 밴 바닷물에 손가락을 담갔다. 까맣고 부드러운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이어서 녹색을 띤 돌을 집어 들었다가 하는 사이, 그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평생 그를 따라다닐 다급한 마음이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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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 무는 모든 것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아버지는 수년 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시고, 물에 들어가는 게 가능할 때마다 큰 배로 풍덩 수면을 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 한계를 설정하는 자기만의 도덕률을 세우고 또 지키고자 자신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만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76)

그건 그렇고, 데이비드는 다윈이 신을 없애버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추구는 여전히 고귀한 일이라 여겼다. 그는 자연의 사다리의 형태, 그러니까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지위가 정해져 있는지를 드러내줄 가장 높은 청사진에 대한 추적을 계속 이어갔다. 다만 이제는 그 질서를 만드는 것이 신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믿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그 청사진은 여전히 가장 결정적이고 많은 것을 알려줄 비밀들을 품고 있을 터였다. 데이비드는 물고기의 해부학적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의 진짜 창조 이야기, 인간을 만드는 데 어떤 생명의 실험들이 필요한지를 알아내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가 하는 일은 다른 생물들의 우연한 실수와 성공들 속에 쓰여 있는, 잠재적으로 인류가 더욱더 진보하도록 도와줄 실마리들을 찾는 것이었다. 이는 키를 잡고 있는 창조주의 존재가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아가시의 사명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93)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이 사상은 정의, 향수, 무한, 사랑, 죄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천상의 에테르적 차원에 머물면서 인간이 발견해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그것들의 이름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개념은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실재가 된다. 우리는 전쟁, 휴전, 파산, 사랑, 순수, 죄책감을 선언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이렇듯 아이디어를 상상의 영역에서 세상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운송 수단인 이름 자체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사상에 따르면, 이름이 존재하기 전까지 개념들은 대체로 불활성 상태에 있다고 한다.


(132-133)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그 지진과 화재가 준 교훈이다. 그가 지은 집은 무너지기 쉬운 카드로 지은 집이지만, 그는 집 밖에서 서 있고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다. 위대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그보다 더 경이로운 일은 도시가 되는 것이다. 도시란 사람들로 이루어지며, 사람은 영원히 자신이 창조한 것들보다 높이 올라가야 한다. 사람의 내면에 있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보다 더 위대하다.


(181)

우생학은 1883년 유명한 박식가이자 찰스 다윈의 고종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영국의 과학자가 만든 단어이다. <종의 기원>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골턴은 사촌의 책을 읽고 깊은 영감을 받아, 그 책을 내 정신 발달 과정의 신기원이라고 불렀다. 지구에서 생물의 배열을 결정하는 자연석택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자마자, 그는 인류의 지배자 인종을 선별할 수 있도록 그 힘을 조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요컨대 가난, 범죄, 문맹, “정신박약”, 방탕함 등 그가 피와 관련된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특징들을 교배함으로써 말이다. 그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살시키는 이 기술을 우생학이라고 불렀다. “좋은출생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그리고 그는 자기-다윈의 사촌인!-말을 들어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얼핏 과학적으로 들리는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계획에 관해 이야기했다.


(195)

스턴은 한 연구팀과 함께 수년간 그 기록들을 분석했고, “부적합자란 말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그 범주 안에서 살아갔는지에 관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스턴의 글에서 알 수 있듯 부적합하다고 여겨진 사람들은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판단된 젊은 여자들, 멕시코와 이탈리아, 일본 이민자의 아들과 딸들그리고 성적인 전형에서 벗어난 남녀들이었다. 다른 연구들은 과도하게 치우친 비율로 많은 유색인 여성들이 불임화의 표적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 정부는 1970년대 초에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2500명 이상을 강제로 불임화했음을 인정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우생학위원회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수백 명의 흑인 여성들을 찾아내 불임화했다. 그리고 당혹스럽게도 1933년과 1968년 사이 푸에르토리코 출신 여성 중 약 3분의 1이 미국 정부에 의해 불임화되었다.


(226-227)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 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228)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242)

, 만약 당신이 아직도 물고기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을 과학적으로 타당한 한 집단에 몰아넣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바늘이 있는 폐어들과 실러캔스를 당신 생각에 그들이 당연히 소속된 곳인 물속에 송어와 금붕어와 함께 밀어 넣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범주를 어류라고 부를 수도 있다! ,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공통 조상을 지닌 모든 후손이 함께 포함될 수 있도록 몇몇 다른 생물들도 어류라는 집단에 집어넣어야 한다.

물가에 걸터앉아 있는 개구리들은 어떨까? 그 개구리들도 발로 차서 같은 물속에 집어넣어라.

저 하늘 높이 나는 새들은? 그 새들도 물에 빠뜨려라.

소들은? 물론 소들도 들어간다.

당신의 엄마는? 당연히 어류다.

어떤가? 그럴듯한가? 그렇지 않다면, 과학적으로 좀 더 논리적인 일은 어류란 내낸 우리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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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아홉 번째 안톤 체호프의 <6호 병동>을 읽었단다. 안톤 체호프는 주로 단편 소설을 많이 쓴 러시아 작가로만 알고 있었지,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었단다. 이번에 읽은 것이 처음이야. 아빠가 이번에 읽은 책에는 중편이라고 해야 할 <6호 병동><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이렇게 두 작품이 실려 있었단다. 단 두 편이었지만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구나.


1.

먼저 <6호 병동>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줄게. 6호 병동은 정신 병동이었어. 다섯 명의 환자와 문지기 니끼따가 6호 병동의 주요 인물들이었어. 환자 중에는 이반 드미뜨리치라는 자가 있었어. 이반은 법원의 집행관을 하다가 서른세 살에 피해망상이 심해져서 병원에 들어왔어. 그는 어렸을 때 부유한 집안에서 책도 좋아해서 엄청 많이 읽었어. 그런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가세는 급격히 기울어졌어. 어느 날 갑자기 경찰에 체포될 것 같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가 그것이 심해져서 6호 병동에 들어오게 되었대. 이곳이 병동이긴 하지만, 한동안 아무 의사도 오지 않았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어떤 한 의사가 자주 이곳을 방문한다는 소문이 돌았어. 그 소문의 내막은 이랬단다.

안드레이 에피미치 라긴이라는 의사가 있었어. 안드레이는 의사로써 성실한 적은 거의 없고, 의료 진료에 늘 회의를 느끼고 있었고, 언젠가부터는 거의 진료를 하지 않았어. 그의 보조 의사가 주로 진료를 했지. 그의 유일한 행복은 책 사는 것이었어. 월급의 절반을 책 사는 데 썼단다. 어느 날 6로 병동에 우연히 갔다가 이반 드미뜨리치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그 동안 이곳에서 느껴보지 못한 지적 희열을 느끼게 되었어. 이반의 해박한 지식으로 지적이면서 철학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 얼마나 그 동안 이런 대화를 원했던가.

그 날 이후 안드레이는 이반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자주 6호 병동에 찾았단다. 6호 병동을 자주 가서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안드레이의 동료의사와 친구들은 안드레이가 미쳤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이런 소문으로 인해 그는 의사 자리에서도 쫓겨나게 되었지. 그를 돕겠다고 어떤 동료의사는 그에게 약을 주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그를 자주 찾아와 말을 걸고 여행을 함께 데려가기도 했어. 하지만 안드레이에 필요한 것은 지적인 대화인데, 그것을 할 수 있는 이는 주변에서 이반뿐이었던 거지. 그를 이해하지 못한 동료 의사들과 친구들에게 화까지 냈단다. 결국 동료 의사 중 한 명이 그를 속이고 6호 병동에 데려갔는데, 이번에는 의사로써가 아니라 환자로써 데리고 간 것이란다. 안드레이는 입원, 아니 6호 병동에 감금되었단다. 그는 자신이 감금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동료나 친구들은 모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그가 잘 치료 받으면 다시 정상인이 될 것이라고 말이야. 병원에 감금된 이후 안드레이는 분노하고 화를 냈단다. 그도 그곳 상황을 잘 알고 있었어. 이곳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죽음뿐이라는 것을그가 6호 병동에 온지 얼마 뒤 그는 뇌일혈로 그만 죽고 말았단다.

간혹 실제에서도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취급하여 정신병원에 가둬두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단다. 특히 정신병원의 의사가 이 속임수에 관여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에서는 그런 속임수가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안드레이가 미쳤다고 믿고 있어서 선의의 차원에서 안드레이를 입원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야. 이럴 때 어떻게 내가 정상이라고 설득을 시킬까. 전문 의사가 이 사람은 정신질환이 있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 아니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 같구나.

이 이야기는 안드레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안드레이의 말은 다 진실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안드레이는 억울하게 병원에 감금된 상황으로 말이야. 그런데 혹시, 안드레이가 진짜 정신질환이 걸렸고, 그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정신 질환 환자는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2.

두 번째 작품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이 소설은 제목이 독특해서 익숙한 작품이란다. 이 소설은 실제 지은이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주인공 드미뜨리 드미뜨리치 구로프는 얄타라는 섬에서 2주간 휴가 중이었어. 드미뜨리는 유부남이지만, 바람도 많이 피우는 사람인데 이번에 그의 눈에 들어온 여자는 개를 데리고 해변가를 산책하는 부인이었어. 그 부인은 늘 비슷한 시간에 개를 데리고 해변가를 산책했기 때문에 작업꾼 드미뜨리가 접근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 그 부인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 얄타에는 혼자 와서 한 달 간 휴가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 물론 이름도 알아냈어. 안나 세르게예브나.

이후 자주 같이 산책을 하게 되었고, 안나를 알게 된 지 일주일 만에 드미뜨리는 안나에게 기습 키스를 했단다. 당황하는 안나. 안나는 윤리를 중시하고 착실하고 순진한 사람이었어. 안나도 드미뜨리가 맘에 들었지만,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어. 생각은 그렇지만,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이 윤리에게 질 수 있는 감정이 아니지. 안나와 드미뜨리는 자주 데이트를 했단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눈병이 심하게 나서 돌아오라는 전갈을 받았어. 안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이 일로 그만 만나자고 했어.

그렇게 안나는 돌아갔고, 드미뜨리도 모스크바로 돌아왔단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드미뜨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안나 생각만 떠올랐어. 드미뜨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안나가 살고 있는 S시로 무작정 갔단다. 그리고 안나의 집까지 찾았어. 엄청난 부잣집이었지. 드미뜨리는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하려고 엄청 노력을 했단다. 안나가 뮤지컬을 간다는 것을 알게 되고, 뮤지컬 극장에 가서 결국 안나를 만나게 되었단다. 안나는 깜짝 놀라면서 자신이 모스크바로 가겠다면서 헤어졌어.

그 만남 이후 안나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모스크바에 와서 드미뜨리와 밀회를 나누었단다. 드미뜨리는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어. 안나도 마찬가지였어. 하지만, 그들의 밀회는 행복했지만 늘 불안했단다. 어떻게 하면 밀회가 아니고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을까. 그들은 이 어려운 문제를 안고 사랑을 시작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되었을까? 읽는 이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할까? 아빠로서는 그래도 소설 속 주인공이니까, 진정으로 만난 사랑이니 어떤 식으로든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문득 드미뜨리가 그 전에도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떠올라, 안나가 상처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안톤 체호프의 두 개의 작품을 맛보기로 읽었다고 했는데, 두 작품 모두 괜찮았단다. 나중에 기회 되면 체호프의 다른 작품들도 함 읽어봐야겠구나. 아빠의 구매 이력을 조회해 보니 안톤 체호프의 책을 두 권 구매했었구나. 언제 샀었지? ㅠㅠ 그 책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먼저 찾아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병원의 마당에 그리 크지 않은 별채가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렇지만 두 사람은 그 끝이 아직 멀고 멀어, 이제야 겨우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시작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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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22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단편은 체호프죠~!! 이제 거의 다 읽으셨네요. <타임 머신> 한편 남으신거 아닌가요? ^^

bookholic 2022-07-23 23:35   좋아요 1 | URL
ㅎㅎ 네 맞습니다... 한 편 남았습니다.
이번 주말이 가기 전에 리뷰 남기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