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여담이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작가의 성별에 따른 표현 차이가 조금씩 보이는데요. <프랑켄슈타인>은 여성 작가 특유의 휘몰아치는 감정 표현을 극대화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표현은 특히 피폐한 분위기의 장르문학에서 빛을 발하죠.


(115-117)

저는 책벌레오서 평소에 독서가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읽은 책 중 쥘 베른 작품만큼 철저하게 독자와 함께 거니는 책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현실을 살아가야 합니다. 언제나 생업에 매달려야 하고, 잡다한 현실을 신경 써야 하죠. 여러분도 그렇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쥘 베른의 책을 펼칠 때 우리는 꿈을 꿉니다. 육지를 등진 괴짜 선장에게 이끌려, 기이한 돌멩이를 사랑하는 교수에게 이끌려, 도박을 좋아하는 부자 신사에게 이끌려, 인생에 다시없을 여정을 떠나는 꿈을요. 


(118)

<해저 2만리>만 읽었을 때 저는 쥘 베른을 단순히 재미난 캐릭터성, 흥미진진한 서사를 잘 챙기는 작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생각이 듭니다. 그의 작품은 픽션이 지녀야 할 미덕을 너무도 순순하게 보여줍니다. 독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장 명랑한 방식으로 풍요롭게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저는 쥘 베른을 사랑합니다. 그의 솔직한 매력을, 거침없는 열정의 서사를 사랑합니다.


(220-222)

내 타임머신은 시간선을 살해하는 도구나 마찬가지야. 한번 가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쳐서 본래 있던 세계는 사라져버리지. 언젠가 나는 반드시 이 기계를 파괴해야 할 거야.

단순히 새로운 시간선을 만들어내는 도구일 수 있고. 하나의 세계가 복도라고 하면 시간 여행은 수많은 복도를 만들어내는 거요.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항상 불완전해서 언젠가 그 복도 사이를 넘어갈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오.

나는 너무 많은 걸 알게 돼서이 기억이 있는 한 절대 시간 여행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나는 1891년의 그날로 돌아가서 평범하게 인생을 마치지는 않을 거야. 설령 기회가 생긴다 해도.

나는 기회가 생긴다면 더 높은 층위를 탐구할 거요.

그게 끝나면 어쩌게? 휴식을 취하는 건가?

휴식은 없소. 한계 또한 없소.

생명과 정신이 도전하여 뚫지 못하는 경계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329-330)

이봐요, 로봇 공학의 3원칙부터 시작해보자고요. 로봇의 두뇌 깊숙이 심어놓은 세 가지 원칙이요.

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2원칙.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원칙. 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394-395)

<아이 로봇> <파운데이션>을 읽어본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리자면요. 아시모프의 작품들은 낡았기에, 레트로이기에, 다시 말해 올곧고 전형적이기에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수많은 고전 작가를 사랑합니다. <고전 리뷰툰>에 실은 작품의 작가들은 모두 제가 가슴으로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아시모프만큼은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사랑합니다. 작품으로 보여준 그의 이성과 통찰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긴 리뷰의 마지막을 빌려 젼호하려 합니다. 온갖 혼란이 밀어닥쳐 무엇이 올바른 가치인지조차 모르게 된 이 시대에, 우리에게는 아시모프의 낢음이 필요합니다. 거미줄처럼 흩어진 역사의 앞날에 가장 알맞은 방향을 찾고자 한 그의 고전적 지성이 필요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터넷 서점에서 서핑하다가 알게 된 소설 <레슨 인 케미스트리> 1권을 읽었단다. 책 표지를 보면 원색들로 뒤덮여 있고,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오래된 텔레비전을 들고 있는 독특한 표지였단다. 그런데 이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은이 때문이란다. 지은이는 보니 가머스라는 사람인데, 육십이 넘은 나이에 이 소설로 데뷔를 했다는 구나.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 늘 창작은 하셨겠지만, 육십대에 소설가 데뷔라니, 대단하시구나. 그리고 이 데뷔작은 2020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큰 화제를 몰고 왔고 판권이 25억에 계약되었고, 너희들도 좋아하는 캡틴 마블 브리 라슨이 주인공인 드라마도 찍고 있다는구나.

소설의 내용이 엄청 궁금했단다. 그래서 책을 구입하자마자 읽었단다. 아빠는 책을 사면 보통 몇 달은 묵혀두었다가 읽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 소설은 도착하마자 펼쳐 보았어. 소설은 1950~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주인공은 여성 화학자란다. 1950~60년대 미국은 여성 차별이 아직 심하던 시기였고, 특히 과학계에서의 여성 차별은 더욱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단다. 그래서 같이 연구한 여성연구자들만 쏙 빼고 노벨상을 수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알고 있어.

그런 과학계의 여성 화학자 이야기. 제목도 <레슨 인 케이스트리>면 대충 화학 수업이라고 해석하면 되나? 소설 속 주인공이 시종일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통통 튀는 듯한 전개였단다. 지은이가 카피라이터 출신이라서 그런지, 참신한 대화체도 좋았단다. 예를 들어 자신의 딸의 점심을 빼앗아 먹은 딸의 친구의 아버지한테 던지는 말. 멋지지 않니?

======================

(20)                       

파인 씨, 유감스럽지만 당신 따님의 점심 도시락까지 싸줄 시간과 여유가 내겐 없군요. 우리의 뇌를 일깨우고 가족을 단합시키고 미래를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촉매제가 음식이라는 점은 모두가 아는 바죠. 그런데……”

======================


1.

,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의 이야기를 해줄게. 캘빈 에번스라는 젊은 천재 화학자가 있었단다. 캘빈은 어렸을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고아가 되어 보육원에서 자랐어. 캘빈은 조정 매니아였고 대학도 조정을 많이 할 수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들어갔고, 졸업 후 화학 연구를 하면서도 조정을 많이 할 수 있는 동네를 선택했어. 돈을 많이 주는 곳이 아니고 말이야. 그렇게 헤이스팅스 연구소에 오게 되었단다.

캘빈은 늘 혼자 연구를 했고 한마디로 천재 괴짜 화학자였어. 동료들로부터 시기를 받기도 했단다. 캘빈은 젊은 화학자임에도 노벨상 후보에도 여러 번 오르는 등 대단한 성과를 냈어. 그리고 캘빈이 다니는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동료 화학자인 엘리자베스 조트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는 사이코 목사였다가 지금은 감방에 갇혀 있고, 엄마는 바람둥이로 지금은 딴 남자랑 살림을 차려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오빠는 어렸을 때 동성연애자였는데 아빠 때문에 십대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이런 가족사를 가지고 있는 엘리자베스는 절대로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 가족사만 불행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학원 시절에는 담담 교수도 못된 대학 교수를 만났단다. 박사 과정 중에 담당 교수가 엘리자베스를 강제로 성폭행을 했고, 이 일로 엘리자베스는 박사 과정을 중단해야 했단다. 그 담당교수는 제대로 된 처벌도 받지 않고 말이야. 그 시절이 그렇게 콱 틀어 막힌 시절이었나 보구나.

엘리자베스가 화학자로써는 자존심 세고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으려고 했어. 혼자 힘으로 성공을 하려는 열렬 화학자였단다. 하지만 1950년대 여성 과학자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단다. 여성 차별이 심해서 연구소 월급도 남자 연구원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았고, 업적을 세워도 남자 연구원의 업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단다. 그런 엘리자베스가 캘빈과 우연한 두 번의 만남 이후 사귀게 되었어. 사귀어도 엘리자베스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캘빈은 화학만큼 좋아하는 것이 있으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조정이란다. 캘빈은 엘리자베스에게 조정을 같이 하자고 했어. 당시 여자가 조정 같은 운동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것인데, 캘빈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엘리자베스의 역할이 있다고 해서 함께 했단다. 지은이 가니 보거스의 이력을 보니, 조정 선수이기도 했다고 하는데 자신의 경험을 소설에 잘 녹여낸 것 같구나.

그렇게 캘빈과 엘리자베스는 사랑도 하고 연구도 하고 조정도 하면서 잘 지냈단다. 그런 그들에게 유기견 한 마리가 찾아왔는데, 그들은 그 개에게 여섯시 삼십분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주었단다. 여섯시 삼십분은 엄청 똑똑한 개였단다. 그들의 행복한 시간이 오래갔으면 좋았겠지만, 캘빈은 여섯시삼십분과 아침 조깅을 하다가 차에 치여 그만 죽고 말았단다. 엘리자베스는 심한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되었단다.


2.

캘빈이 그렇게 갑자기 가버렸는데, 그냥 가버린 것이 아니고 엄청난 걸 하나 주고 갔단다. 캘빈이 죽었다는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비혼주의자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는 그 아이를 낳기로 했단다. 그런데 엘리자베스가 다니고 있던 헤이스팅스 연구소는 임신한 미혼모는 해고를 시킨다면서 엘리자베스는 해고당했단다. 엘리자베스는 남자가 결혼 전에도 임신을 시키면 해고당하냐면서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단다.

엘리자베스는 돈을 못 버는 것보다 더 억울한 것은 화학 연구를 못하는 것이었어. 그래서 집의 부엌을 개조해서 연구실로 만들었단다. 집에 그렇게 머무르고 있었는데, 연구소 사람들이 찾아와서 엘리자베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러 왔어. 엘리자베스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는데, 나중에는 수고비조로 돈을 받게 되어 그것으로 생활하게 되었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 딸을 낳게 되었고 이름을 매들린으로 했단다.

원치 않던 임신에 준비 없는 출산으로 갑작스러운 육아 전쟁으로 엄청 고생을 하게 된단다. 여자 혼자서 아기를 돌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이웃집 아주머니 헤리엇 슬로운이 찾아와서 엘리자베스를 공감해주면서 육아에 대한 이런 조언을 해주었단다. 나중에는 헤리엇이 아기를 직접 돌봐주기도 했단다. 헤리엇에게도 매들린을 돌보는 것은 무료한 삶에 새로운 삶의 원동력이 되었단다. 헤리엇이 매들린을 돌봐주게 되자, 캘빈이 죽고 나서 그만두었던 조정도 가끔 다시 하게 되었어. 매들린은 아빠와 엄마를 닮아 엄청 똑똑해서 다섯 살에 <모비 딕> 같은 어려운 책들도 읽었어. 아빠가 읽는 책들에 <모비 딕>은 참 여러 번 등장하는구나. 아빠도 꼭 읽어봐야겠구나. 이 책에서는 <모비 딕>을 간단 명료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누구랑 혹시, 그럴 일은 없을 확률이 훨씬 높지만, <모비 딕>에 대해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이 책에서 소개한 한 문장을 써먹어보면 좋겠더구나.

======================

(226)

좀 이따가 메이슨 박사님 진료 예약이 있어. 그 전에 이 책을 반납하려고. 네가 <모비 딕>을 좋아할 것 같아. 인간이 어떻게 다른 생명체를 계속해서 과소평가하는지 알려주는 이야기거든. 위험을 무릅써가면서 말이야.”

======================


3.

엘리자베스가 헤이스팅스 연구소에 복직을 하게 되었단다. 화학진화 분야에 거금을 투자하려는 익명의 투자자가 있었는데, 화학진화가 엘리자베스가 전문이었거든. 그리고 그 익명의 투자자는 엘리자베스의 논문을 보고 화학진화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고, 늘 그 논문의 저자에 대해 안부를 헤이스팅스 연구소에 물어보았단다. 헤이스팅스의 도나티 과장은 엘리자베스를 엄청나게 싫어하는 사람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돈을 받지 위해서는 엘리자베스를 다시 고용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런데 도나티 과장은 엘리자베스를 엄청 싫어하니까 엘리자베스를 연구원이 아닌 보조연구원으로 복직시켰단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화를 내면서 자신을 화학연구원으로 대우해 달라고 했어. 물론 엘리자베스는 자신에게 투자하고 있다는 익명의 투자자가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지. 중간에서 도나티 과장이 돈을 잘 빼돌리고 있는 거지. 그것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의 논문도 도나티 과장이 훔쳐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어.

그 즈음 매들린의 점심을 빼앗아 먹는 매들린의 친구의 아버지에게 항의하러 갔는데, 매들린의 친구의 아버지에게 캐스팅을 당했단다. 매들린의 친구의 아버지는 파인 월터라는 사람인데, 방송국 PD였는데, 당당한 여성 화학자이고 미모도 갖춘 엘리자베스는 신선한 캐릭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프로그램은 오후 시간대에 진행하는 요리 프로그램이었어. 과학과 요리를 접목한 프로그림으로 오후 4 30  나른한 오후 시간대 일명 오후의 저기압대가 끝날 즈음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해보자고 했어.

======================

(341-342)

저녁 식사를 만드는 거죠. 바로 거기서 당신이 필요한 겁니다. 당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4 30분에 시작해요. 시청자들이 오후의 저기압대에서 슬슬 나오기 시작할 때죠.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의 가정주부가 이 시간대에 가장 심한 압박을 느낀다더라구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걸 해내야 하거든요. 저녁도 짓고 상도 차리고 애들도 데려오고 등 일은 끝이 없다고요. 하지만 여전히 기진맥진하고 우울한 시간이죠. 그래서 이 특정 시간대의 책임이 막중한 거랍니다. 누가 나와서 무슨 말을 하든 반드시 기운을 북돋워줘야 해요. 당신이 시청자를 즐겁게 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사람들을 다시 일상으로 끌어내줘요. 엘리자베스. 다시 정신을 차리게 해줘요.”

======================

돈이 궁하고 연구소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던 엘리자베스는 파인의 제안에 오케이를 했단다. 그런데 프로그램 포맷에 있어 엘리자베스와 파인은 서로 의견 충돌이 있었어. 요리에 초점을 맞추자는 파인에 반해, 엘리자베스는 과학에 더 초점을 맞추자고 했고, 그래서 실험 가운을 입고 방송을 하겠다고 했단다. 중재 끝에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하고 방송이 시작되었단다.

1권의 이야기는 대충 여기까지란다. 2권에서는 엘리자베스가 방송을 하면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된단다. 그 이야기는 조만간에 또 해줄게. 오늘은 그럼 이상.


PS:

책의 첫 문장: 그 옛날 1961년은 여자들이 오후마다 셔츠웨이스트 원피스 차림으로 이웃집 정원에 모여 수다를 떨던 때였다.

책의 끝 문장: 뒤에 덧붙인 이 말이 사실로 밝혀지리라는 걸, 그는 꿈에도 몰랐다.


엘리자베스가 앞치마를 두르고 촬영장에 들어간 첫날부터 그녀에겐 ‘뭔가’가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그 ‘뭔가’는 뭐라 말하기 어려우면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자질이었다. 또한 그녀는 아주 실용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고, 헛소리라고는 절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다들 이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다른 요리 프로그램에서는 사람 좋아 보이는 요리사들이 셰리주를 꿀꺽꿀꺽 마시며 방송을 유쾌하게 진행했지만, 엘리자베스 조트는 진지했다. 좀처럼 미소도 짓지 않았다. 농담하는 법도 결코 없었다. 그녀의 요리는 그녀만큼이나 있는 그대로였고, 아주 현실적이었다. - P21

"캘빈, 내가 배운 게 하나 있어.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복잡한 문제를 풀 때 언제나 간단한 해결책을 간절히 바란다는 점이야.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설명할 수 없고, 변할 수 없는 걸 믿는 편이 훨씬 쉽거든. 실제로 보이고 만져지고 설명할 수 있는 걸 믿기는 오히려 어려워. 말하자면 실재하는 자기 자신을 믿기가 어렵다는 말이지." - P75

물론 화학자이니만큼 캘빈은 징크스에 집착하는 행위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미신일 뿐이다. 음, 그렇다면 좋겠지. 하지만 인생이란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험할 수 있는 가설이 아니었다. 무언가는 반드시 폭발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캘빈은 엘리자베스에게 위협이 될 만한 게 뭔지 항상 경계해왔다. 오늘 아침에도 그녀는 조정을 하다가 죽을 뻔했다. - P137

"하지만 우리는 대개 일 때문에 낮잠을 생략하죠. 그러니까 제 말은 미국인이 그렇다는 뜻이에요. 멕시코 사람들은 이런 문제가 없어요. 프랑스나 이탈리아나 다른 어느 나라를 가도 점심시간에 우리보다 술을 훨씬 많이 마시고요. 인간의 생산성이 자연적으로 오후에 떨어진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에요. TV 업계에서는 이걸 가리켜 ‘오후의 저기압대’라고 부르죠. 뭔가 의미 있는 걸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인데, 그렇다고 집에 가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에요. 주부나 4학년 어린애나 벽돌공이나 사업가나 전부 마찬가지죠. 나른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오후 1시 31분부터 4시 45분까지는 소위 말해 생산적인 삶이라는 게 사라져버려요. 이 시간은 사실상 죽음의 시간대란 말입니다." - P3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1)

<순수 이성 비판>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봤어요. <순수 이성 비파>이란 게 정확히 뭡니까?

[답변] 이성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논증해보겠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신은 이성적으로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이성의 범위란 직관적인 것, 직관을 통해서 서로 공유하는 것이고, 지성을 통해서, 수학적이라든지 과학적 지식의 범위 내에서 소통이 가능해야 됩니다. 그런데 그 한계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우리는 부득불 하고 싶어 해요. 한계를 넘어서고 싶은 게 인간의 가장 큰 저주라 하거든요. 인간은 말할 수 없는 걸 말해보고 싶어하죠.


(23-24)

르네상스는 문화적으로 그렇게 한 거고, 그걸 철학으로 논증하기는 어렵잖아요. 이탈리아가 르네상스를 예술적으로 했고, 프랑스가 사회적으로 했다면 독일은 철학적으로 한 거예요. 칸트는 르네상스와 프랑스 혁명을 정리한 철학자다. 어준 씨가 칸트와 잘 통하는 이유는 경계에 많이 서봤기 때문이죠. 배낭여행을 많이 가셨잖아요.


(46)

자유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유를 잃으면 불편해요. 불편하지만 자유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자유를 누릴 수 있죠.


(62)

헤겔이 칸트를 좋아하지만 나중에는 비판하거든요. 헤겔이 이렇게 말합니다. 칸트는 수영장에 가기 전에 수영이 가능하게 하는 조건만 계속 가르친다. “너 수영이 뭔지 아니? 수영인 것과 수영이 아닌 것의 차이가 뭔지 아니?” 칸트는 이런 얘기만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헤겔의 말은 뭐냐? “수영하고 싶으면 물속에 들어가라.” 현실 속으로 들어가라는 겁니다. 현실에서 움직이는 걸 받아 적으라는 거예요.


(86)

자기 말로는 200년 뛰어넘은 거죠. 하하하하하하 실제로 포스트모던 계열의 모든 철학자들이 니체를 추앙해요. “세상에 중심은 없다. 모든 게 중심이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이거든요.

니체에 의하면, 영원회귀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인이 되어야 해요. 우리는 지금 말종 인간, 즉 마지막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린 아직 종교에, 허무주의에, 평등사상에, 쓸데없는 도덕에, 혹은 자본주의에 빠져 있거나 하는 헛짓거리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을 뛰어넘는 사람, 그게 초인입니다. 위버멘슈. 영어로 번역하면 오버맨(Overman.)


(114)

해마로 들어갈 땐 이것들이 다 결합니다. 청각 이미지, 시각 이미지, 촉각 이미지가 결합하면 하나의 대상이 출현합니다. 그 대상이 낮 동안에 해마에 일시 저장됐다가 잠잘 때, 그 경험과 기억이 대뇌피질로 이동합니다.


(123)

20만 년 전 출현한 언어적 사고와 수백만 년 전부터 진화돼 온 이미지 사고가 항상 동시에 작동하고 있어요. 낮 동안에는 언어적 사고가 압도적으로 많이 작동해요. 그런데 잘 때는 더 오래된 이미지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정신작용은 이미지 사고 계열과 언어 상징 계열, 두 계열로 나뉩니다. 상상, 기억, 창의성은 이미지 기반 사고입니다. 우리가 공부할 때 도형을 그려서 하면 빨리 기억하잖아요. 기억이 원래 이미지적 사고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50)

그래서 포유동물도 가장 초기 단공류는 알을 낳습니다. 알을 낳는데 왜 포유동물로 분류하느냐 하면 오리와 바늘두더지는 새끼가 알에서 깨 어미 가슴이나 털을 붙잡고 올라가 젖샘, 젖꼭지는 없는데 피부에서 접을 핥아 먹습니다.

젖을 먹는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젖을 먹으면 포유동물로 분류합니다. 고래도 젖을 먹이고 박쥐도 젖을 먹입니다. 새끼를 낳아 새끼한테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동물은 포유동물밖에 없습니다. 알을 낳는 건 그 기준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161)

그런데 포유동물은 밤으로 들어갔잖아요. 청각이 예민해졌죠. 밤에 안 보이잖아요. 돌을, 자갈을, 바위를 넘어야 되잖아요. 균형감각이 발달합니다. 게다가 천적이 어디서 올지 모르잖아요. 항상 예의 주시해야 되죠. 이게 전부 다 브레인의 진화를 가져오는 거예요.

선조와 비교했을 때 브레인의 크기가 두 배로 커지면서 포유동물은 공룡이 없는 신생대에 주인이 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신경 시스템을 중심으로 진화하게 돼요. 환경이 바뀌어도 신경이 적응해 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포유동물은 땅뿐만 아니라 하늘과 수중 형태에도 적응했고, 전 지구에 확산되는 거죠. 그걸 방산 확산이라고 합니다. 진화의 원동력인 중추신경 시스템, 브레인이 진화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63)

오늘 굉장히 중요한 말을 했는데, 원초적 기본 감정이 어미와 새끼의 정서적 유대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다음에 언어를 쓰게 되잖아요. 언어를 통한 기억의 폭발이 일어나요. 감정의 핵심은 우리가 감정을 일으켰을 때 자아와 의식이 항상 함께 동작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화를 낼 때 스스로 분명히 알잖아요.


(195)

레오나르도는 호라티우스가 말했던 시와 회화 사이의 갑을 관계를 거꾸로 뒤집습니다. “시는 앞을 못 보는 회화, 회화는 밝은 눈을 가진 시다.”


(293)

그런데 지금 한국의 클래식 문화가 어느 정도까지 왔냐면요, 몇 년 전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러시아의 유명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왔어요. <비창> 교향곡을 마지막으로 하는데, 3악장까지 엄청 화려하게 하고 딱 끝냈어요. 당연히 박수 칠 줄 알았을 거예요. 어디 가더라도 치니까요. 그런데 세상에, 3천 명이 아무도 안 치는 겁니다.


(295)

오케스트라를 보러 갔을 때 뒤에 서 있는 더블베이스가 몇 대가 뒤냐에 따라서 규모를 알 수가 있어요. 바이올린 숫자는 많아져도 티가 잘 안 나잖아요. 딱 봐서 더블베이스가 두 대 정도 된다. 그러면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옛날 음악을 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4대 정도 된다 그러면 멘델스존, 슈만 같은 낭만음악을 하겠구나.’ 6~7대 있잖아요? ‘차이콥스키 하나?’ 이럴 수 있는 거예요.


(329)

그런데 육관이 말한 건, “너는 네가 꿈을 꿔서 양소유가 됐다고 생각하지? 너는 지금 누군가의 꿈에 있는 너일 수도 있는 거야. 너의 본질이 뭔데? 넌 성진도 아니고 양소유도 아니야.”라고 말한 거예요. 그게 바로 <금강경>의 핵심인 공 사상이에요. 불생불멸할 도를 닦겠다는 그 생각 자체도 헛되다는 겁니다. 그걸 공으로 꿰뚫어봐야 된다는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가끔씩 어려운 책읽기 도전을 한단다. 그리고 어려운 책이라고 하면 인문고전만한 것이 없지. 그리하여 이번에 집어 든 책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라는 책이란다. 자유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것에 대해 이렇게 장문까지 썼을까? 라고 할 수 있지만, 자유라는 것이 조금만 생각하면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것이란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고, 그렇다 보니 나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자유와 행복을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자유라는 것은 어느 정도 범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그 범위는 누가 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단다. 그렇게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면 자유라는 것이 어려운 개념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존 스튜어트 밀은 그런 자유에 대해 거대한 논문을 하나 쓰셨는데, 바로 <자유론>이란다. 원제목은 <On Liberty>이란다. <자유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이라는 사람이란다. 이 사람은 꽤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철학자로 나중에 교과서에서도 보게 될 거야. 아빠도 사실 이 분은 이름만 알지, 뭐했던 사람은 잘 모른단다. 이 책의 앞부분에 옮긴이가 지은이 존 스튜어트 밀에 대해 설명해 주어 존 스튜어트 밀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게 되었단다. 1806년에 태어나 1873년에 죽었다고 하더구나. 아버지에 의해 어려서부터 영재조기교육을 받았다고 했어. 20살 즈음에는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대. 존 스튜어트 밀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버지 연배의 학자들과 교류를 했다고 하는데, 제레미 벤담, 오귀스트 콩트 등 당대 유명한 사상가들과도 교류를 했대. 그러다가 24살에 급진정치사상을 가진 여성 해리엇 테일러를 알게 되어 교제를 했대. 그런데 해리엇 테일러는 유부녀였지. 아주 나중에 해리엇 테일러가 남편이 죽고 난 후, 존 스튜어트 밀은 해리엇과 교제한 21년만에 드디어 결혼을 했다는구나. 존 스튜어트 밀은 해리엇의 영향으로 여성 운동에서 앞장섰으며, 특히 여성참정권 운동에 힘썼다고 하는구나.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당 하원으로 정치인으로써 활동도 했다는구나.

그의 사상을 정리해서 설명하자면, 첫째 공리주의를 주장하였어. 공리주의라고 하면 제레미 벤담을 떠오르게 되는데, 존 스튜어트 밀은 제레미 벤담과 달리 도덕적 형태의 쾌락을 중시했다고 하는구나. 배부른 돼지가 아닌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추구했다고 보면 된단다. 아무래도 해리엇 테일러와 오랫동안 정신적 교제를 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싶구나. 둘째 경제적 민주주의를 주장하여 자유 시장 원리를 옹호했다고 하는구나. 셋째 정치적 민주주의를 주장하여 시민들이 정치에 광범위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했고, 유능한 통치자가 필요하다고 했단다. 넷째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성 해방을 주장했다고 하는구나.


1.

<자유론>은 존 스튜어트 밀의 정신적 지주이나 아내였던, 해리엇 테일러에게 헌정하는 글로 시작한단다. 그도 그럴 것이 <자유론>은 아내 해리엇과 거의 같이 쓴 글이라고 했어. 이 책이 거의 완성된 즈음인 1858년 여행 중에 해리엇이 갑자기 죽었다고 하는구나.

=================================

(29)

나의 글들 속에 담겨 있는 가장 훌륭한 모든 것들에 영감을 주고 부분적으로는 그것들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 진리와 정의에 대한 높은 식견으로 내게 늘 아주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주었고, 그의 칭찬이 내게 최고의 보상이 되었던 나의 친구이자 아내였던 나의 사랑하는 그녀를 기억하고 비통해하며 이 책을 그녀에게 헌정한다.

=================================

<자유론>은 한 마디로 국가가 시민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하고, 어디까지 간섭을 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단다. 그리도 그의 대답은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란다. , 개인의 자유가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면 말이다. 개인의 자유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경우에만 국가가 간섭을 해야 한다는 것이란다. 하지만 오늘날 국가도 존 스튜어트 밀이 이야기한 수준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단다. 그래서 이 책은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주고 있단다. 그런데 존 스튜어트 밀이 이야기하는 자유의 범위가 정말 옳은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자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에도 자신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거야. 아빠도 이 책을 읽다 보니 왠지 나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앞서 이야기했지만,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역사에서 국가 권력이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단다. 그러면 국가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가. 권력을 바꿔주면 된단다. 그래서 생긴 것이 민주주의의 선거제도란다. 선거는 국가가 함부로 국민에게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란다. 공권력과 독재를 막는 것은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시작인 것이란다.

=====================

(38)

따라서 공권력의 폭정을 막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배적인 여론이나 정서의 폭정도 막아야 한다. 또한 사회가 공적인 처벌 이외의 다른 수단들을 사용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념들과 실천들을 그들의 행위규범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함으로써, 자신의 방식과 부합하지 않은 개성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능하면 형성되는 것조차 차단하고,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의 인격을 사회가 정한 방식으로 만들어나가도록 강제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집단의 의사가 개개인의 독립성에 합법적으로 간섭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규정해서 넘어서지 못하게 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독재를 막는 것만큼이나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적절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


2.

존 스튜어트 밀이 중요시하는 자유 중에 하나는 사상과 토론의 자유라는 것이야. 누구나 자기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어.

=====================

(59)

하지만 한 개인의 의견의 표현을 침묵시키는 것이 심각한 해악이 되는 이유는 그런 행위는 현재의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의 세대들까지, 그리고 그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찬성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인류 전체에게서 중요한 것을 빼앗아버리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 견해서 옳은 경우에는, 인류는 오류를 진리로 대체할 기회를 빼앗긴 것이다. 그 견해가 틀린 경우에는, 오류와의 충돌을 통해서 진리를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고 더욱 생생하게 드러낼 수 있는 아주 유익한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

...

토론을 통해서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단다. 그렇게 개개인이 성장함에 따라 사회도 덩달아 성장하게 되는 것이지.

=====================

(65)

인간은 토론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 경험만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반드시 토론이 있어야 한다. 토론은 경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틀린 의견들과 실천들은 사실과 근거에 의해 점차 밀려난다. 하지만 사실들과 근거들이 인간의 지성에 어떤 효과를 미치기 위해서는 지성 앞에 호출되어야 한다. 사실들이 자신의 의미를 스스로 말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실들이 지난 의미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이 필요하다.

=====================

이렇게 토론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많은 예시들을 들어 설명해주고 있단다.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던 시대와 장소에 살던 지은이답게 기독교 관련된 사례를 많이 들어주었단다. 그리고 책 후반에는 지은이의 주장을 다시 한번 정리를 하면서 마무리를 하고 있단다. 국가나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이야.

=====================

(231-232)

모든 사람에게는 오직 자신과만 관련된 일들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행할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일이 곧 자기 일이라는 미명 아래 다른 사람을 위해서 행동할 때에 자기 마음대로 행할 자유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오직 한 개인에게만 관련이 있는 일들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소유하고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여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행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람의 다른 모든 관계들을 다 합한 것보다 더 중요한 가족 관계에서는 국가의 그러한 의무가 거의 완전히 방기되어 있다.

=====================

=====================

(252-253)

정부가 개인의 노력과 발전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고 촉진시키는 활동이라고 해도, 그 정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 정부가 개개인과 집단들의 활동과 역량을 이끌어내는 대신에, 그들이 해야 할 활동들을 정부 자신이 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해주며 때로는 경고를 하면서 그들이 스스로 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대신에, 그들에게 족쇄를 채워서 그런 상태에서 일하게 하거나, 그들을 옆에 세워두고서 그들의 일을 직접 나서서 할 때, 폐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

...

이 책을 읽다 보면 국민들이 누릴 자유라는 것은 국가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그러니까 나의 자유를 위해서는 국가권력을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 물론 자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을 잘 생각해서 국가권력을 잘 선택해야겠지. 너희들도 나중에 국가권력을 뽑는 투표권을 갖게 된다면 이 점을 잘 고려해서 뽑기 바란다. 특히 잘못된 언론 조심하고...

....

어려운 책을 읽으면 곧바로 리뷰를 써야 그나마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을 기반으로 긁적이는데 책 읽은 지 두어 주가 지난 다음에 쓰려니 더욱 쉽지 않구나. 이를 위해서 게으름의 자유를 좀 제한해야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철학적 필연론으로 잘못 명명된 것과 반대되는 것으로 여겨져 온 이른바 의지의 자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시민적 자유 또는 사회적 자유, 즉 사회가 개인에 대해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본질과 그 한계에 대한 것이다.

책의 끝 문장: 그런 국가는 모든 것을 희생해서 국민을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하는 완벽한 기계로 만들어놓았지만, 그렇게 부드럽게 잘 돌아가는 기계로 만들기 위해서 국민에게서 활력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런 국민이 전혀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만이 아니라 하지 않음으로써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둘 중의 어느 경우이든 자신이 깨친 해악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하지만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함에 있어서는 후자의 경우에는 전자보다 훨씬 더 큰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친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해악을 미연에 끼친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해악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가 아니라 예외적으로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방지를 못한 책임이 너무나 중대해서 예외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충분히 명백한 경우가 많이 있다. - P50

어떤 결론이 도출될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지성이 이끄는 길을 끝까지 따라가는 것이 사상가의 첫 번째 의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위대한 사상가가 될 없다. 진리와 관련해서 인류가 점점 더 발전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은, 독자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이미 옳다는 것이 증명된 의견들을 늘 좋아가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적절한 연구와 준비를 갖춘 후에 스스로 사고해 나가다가 많은 시행착오와 오류들을 범하는 사람들이다. - P91

기독교가 1800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에 있어서 그 세력을 더 이상 확장해 나가지를 못하고서, 여전히 거의 유럽인들과 유럽인들의 후손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주된 이유는 초기 기독교인들이 보여주었던 그런 모습을 상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기독교의 교리들을 일반 신자들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믿고, 그 교리들 중 많은 것들에 상당히 큰 의미를 부여하여 엄격하게 신앙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그들의 지성 속에서 그런 식으로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여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교설은 칼뱅이나 녹스, 또는 그들 자신의 품성이나 성향과 비슷한 점이 많은 어떤 인물에 의해서 만들어진 교설일 뿐이다. 반면에, 그리스도의 교훈들은 그들의 지성 속에 수동적으로 공존해서, 아주 기분좋고 상쾌한 말들을 들었을 때 같은 효과만을 낼 뿐이고, 그 이상의 효과를 그들에게서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 P108

기독교인들이 기독교가 불신자들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게 하고자 한다면, 그들 스스로 불신자들을 정당하게 대해 약간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덕적으로 가장 고귀하고 가장 소중한 가르침을 설파하는 상당수의 저작들이 기독교 신앙을 알지 못했거나, 또는 알면서도 배척했던 사람들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에 눈을 감아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진실과 진리를 추구한다고 할 수 없다. - P126

이런 일들에서 정부의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들 중에서 세 번째이자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정부의 권력을 불필요하게 키워주는 것은 큰 해악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미 하고 있는 기능들에 또 하나의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시민들의 희망과 두려움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은 점점 더 확대되고, 시민 중에서 적극적이고 야심이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정부나 집권여당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당에 목을 매는 자들로 변질되어갈 수밖에 없다. - P2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맏물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미미 여사의 책을 읽었단다. 예전에 미미 여사, 그러니까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몇 권을 더 사두었는데 책장에 먼지만 쌓이게 했구나. 그런 책들 중에 <맏물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단다. 미야베 미유키가 현대물도 많이 쓰셨지만,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도 많이 썼는데, 그 시리즈를 <미야베 월드 제2>이라고 부른대. 아빠가 그동안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은 <벚꽃 다시 벚꽃>을 제외하면 모두 현대추리물이란다.

이번에 읽은 <맏물 이야기> <미야베 월드 제2> 시리즈 중에는 아빠가 읽는 첫 작품이구나. 미야베 미유키의 <미야베 월드 제2> 시리즈는 분량이 꽤 많아서 그 책들을 모두 다 읽겠다고 장담을 못하겠다. 이번에 읽은 <맏물 이야기>에서 맏물이라는 말은, 한 해의 맨 처음에 나는 과일, 푸성귀, 해산물 따위를 일컫는 말로, 이것을 먹으면 수명이 늘어난다고 하여 길하게 여겼다고 하는구나.

이 책의 주인공은 모시치라는 사람으로 도쿄 안 혼조 후카가라는 지역의 치안 담당으로 범인 수색이나 체포를 맡았던 직책인 오캇피키였단다. 그가 겪은 여러 가지 사건들을 엮은 것이 바로 <맏물 이야기>라는 책이란다.


1.

첫 번째 사건은 오세이 살해 사건인데, 모시치의 부하들인 곤조와 이토키치가 알려준 사건이란다. 오세이라는 서른 두 살 먹은 여인으로, 옷이 벗겨져서 익사한 상태로 발견되었단다. 오세이는 간장을 파는 행상인으로 일했고, 오토지로라는 연인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단다.  모시치가 보기에 아무리 봐도 사건의 단서가 될 만 것이 없었고, 혼자 집에 있을 때 당한 것 같은데 외부인의 출입 흔적은 전혀 없었단다. 고민하던 모시치는 바람도 쐴 겸, 새로 생긴 노점 식당에 갔단다.

이곳은 생긴지 얼마 안된 식당이지만, 모시치의 입맛에 딱 맞았단다. 그리고 그 노점 식당의 주인이 수수께끼의 인물이어서 궁금해서 가기도 했어.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모시치는 그 주인의 행세를 보면서 그의 정체를 밝혀보려고도 했단다. 이 사람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사람이 사건들에 대한 단서를 알게 모르게 많이 주었기 때문이야. 그가 전직 무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심성은 그리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단다. 특히 모시치에게는 잘 대해주었어. 그리고 그가 이 동네에 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고, 그 이유가 그 지역의 불한당 우두머리인 가지야의 가쓰조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어.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책의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았단다.

앞서 이야기를 한 것처럼 이 책은 <미야베 월드 제2> 중 한 권이니까, 아마 다른 책에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을까 싶구나. 아무튼, 오세이 살인 사건도 노점 식당에서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힌트를 얻게 되어 범인을 잡게 되었단다.

….

각 사건들은 짤막짤막해서 단편 추리 소설을 보는 기분도 들었단다. 집 없는 길거리 아이들이 신사에 공물로 바친 유부초밥을 먹고 죽은 사건, 값싼 가다랑어를 천냥이나 주고 사는 사람의 정체를 알아내는 이야기, 10살짜리 아이를 니치도(기도사)로 만들어 돈 벌이를 하는 이야기 등 모든 에피소드들이 재미있더구나.

앞서 이번에 읽은 <맏물 이야기> <미야베 월드 제2> 시리즈 중에 하나라고 했잖아. 혹시 책 읽는 순서가 있나 찾아보니 개별적인 이야기들이라서 순서 없이 읽어도 괜찮지만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다고 하더구나. <맏물 이야기>의 주인공 모시치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에서도 등장하는데,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라는 책이 더 먼저 나온 책이라는구나. 에이, 모르겠다. 나중에 읽더라도 그냥 집에 있는 <미야베 월드 제2> 시리즈를 먼저 읽어보고 더 읽을지 말지 생각해봐야겠구나. 오늘은 짧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후카가와 도미오카바시 다리 기슭에 기묘한 노점이 나와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은 마침 야부이리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자네에게도 그 이야기를 가르쳐 주고, 한잔하고 싶어서 그러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