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기묘한 양자 - 과학이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가장 기묘한 6가지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강형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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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그렉 이건의 <쿼런틴>이라는 소설을 읽었잖아. 그 책을 읽긴 했는데, 이해 안가는 부분들이 있어 유튜브를 좀 찾아봤단다. 그 중에 한 북튜버가 <쿼런틴>을 설명해주면서 도움이 된다면서 책 한 권을 추천해 주었는데 그 책이 바로 아빠가 이번에 읽은 존 그리빈의 <이토록 기묘한 양자>라는 책이란다. 아빠가 양자역학에 대한 책들을 여럿 읽었는데, 이번에 읽은 <이토록 기묘한 양자>가 가장 얇은 책이 아닐까 싶구나. 그래서 그 동안 읽었던 양자역학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려나, 하고 책을 펼쳤단다.

이 책은 양자역학의 여섯 가지 해석을 정리해 놓았단다. 아빠가 그 동안 읽은 양자역학의 책들은 주로 코펜하겐 해석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양자역학의 해석이 여섯 가지나 된다고? 이 책을 읽어보니 코펜하겐 해석을 제외한 나머지 해석들도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이었고, 그것을 주장한 사람들도 익숙했단다. 다만 이 책에서 짧게 정리한 내용을 읽고서는 이해하기가 정말 어려웠단다. 이 책을 소개해준 북튜브는 양자역학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인가보구나. 이렇게 짧게 정리한 내용은 다 이해를 한 것인가? , 아빠는 솔직히 쉽지 않았단다. 그 동안 양자역학 책들을 여럿 읽으면서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좌절을 맛보게 한 책이란다.


1.

여섯 가지 양자역학의 해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간단히 설명해볼게.

해석1. 코펜하겐 해석. 가장 유명한 양자역학 해석으로 닐스 보어를 중심으로 코펜하겐 연구소에서 내 놓은 해석으로 전자 같은 아주 작은 물질들을 우리가 입자를 찾으려고 하면 입자처럼 행동하고, 우리가 파동을 찾으려고 하면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것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파동 상태로 있고 관찰한 후에야 비로소 입자로 존재한다는 해석이란다. 코펜하겐 해석은 다른 책들 이야기할 때 여러 번 해서 좀 익숙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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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그저 당신이 입자를 찾을 때 전자가 마치 입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당신이 파동을 찾을 때 전자는 마치 파동인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전자가 입자 또는 파동이거나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이 보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고,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무엇을 볼지에 대해 내린 선택에 의존한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전자와 원자 같은 양자적 개체들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는 이 개체들이 그 누구도 이들을 측정하지 않을 때-혹은 누구도 이들을 바라보지 않을 때-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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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파일럿 파동 해석. 프랑스의 대표적인 양자역학 물리학자인 루이 드 브로이가 제시한 해석으로 파동과 입자 모두 실재하고 입자는 보이지 않는 파동의 안내의 의해 움직인다고 한 해석이란다. 파동이 입자를 이동시킨다고 하였단다. , 파동의 속성은 측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것은 입자의 행동으로부터 파동의 존재를 추측할 수 있고, 입자는 관찰하기 전까지는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단다. 이것을 숨은 변수 이론이라고 했단다. 코펜하겐 해석은 파동과 입자가 양립할 수 없는데, 파일럿 파동 해석에서는 파동과 입자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이 두 해석간의 차이라고 이해했는데, 아빠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단다. 나중에 시간 나면 쉽게 설명한 유튜브를 좀 찾아봐야겠구나.

세 번째, 다세계 해석. 이건 좀 익숙한 해석이란다. 휴 에버렛이라는 사람이 처음 제시했지만, 지은이 존 그리빈은 슈뢰딩거가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했어. 양자약학이란 것이 물질들이 파동에 의해 확률로 존재하고 있다가 관찰하는 순간 존재하게 된다고 했는데, 그 존재하는 순간 나머지 경우의 수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해석이란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관찰하기 전, 살아 있을 확률 50%, 죽어 있을 확률 50%에서 관찰하게 되어 만약 고양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또 다른 세계의 나는 죽어 있는 고양이를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란다. 다세계 해석이라고도 하고 평행우주라고도 하고 다중우주라고 하는데, 이 해석이 실재한다면 무수히 많은 너희들이 다른 우주에 존재하고 있을 거란다.

네 번째, 결어긋남 해석. 양자역학에서 결어긋남이라는 용어는 중요한 용어인데 아빠는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단다. 앤서니 레깃이라는 사람이 주장했는데, 결어긋남을 알기 위해서는 결맞음을 알아야 한단다. 운동장에서 파도파기 응원을 할 때 모든 사람들이 팔을 올렸다 내렸다를 잘 맞추면 멋진 파도파기 응원이 되는데 이때를 결맞음이라고 할 수 있고, 그와 달리 제각각 팔을 올렸다 내렸다를 못 맞추면 어지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때를 결어긋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란다. 전자 같은 작은 물질을 관찰하기 전에는 결맞음을 유지하여 파동 형태를 띠는데 관찰하게 되면 결어긋남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파동함수의 붕괴가 되고 입자가 된다는 것이 이 해석의 주된 내용으로 아빠는 이해했단다. 얼핏 보면 코펜하겐 해석과 비슷하지?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는구나.

다섯 번째, 앙상블 해석. 소설 <쿼런틴>에서 나왔던 앙상블. 리 스몰린에 의해 정리된 이 앙상블 해석은 통계적으로 양자역학을 해석했다고 해서 통계적 해석이라고도 한대. 코펜하겐 해석을 그렇게 반대했던 아인슈타인은 이 앙상블 해석을 선호했다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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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양상블 해석은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최초이자 가장 단순한 대안이며 아인슈타인이 선호했던 해석이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양자이론적인 기술을 개별적인 계들에 대한 완전한 기술로서 생각하고자 하는 시도는 부자연스러운 이론적 해석으로 귀결된다. 만약 우리가 양자이론적인 기술을 개별적인 계들이 아니라 계들의 앙상블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해석을 수용할 경우, 앞서 언급했던 해석은 곧장 불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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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거래 해석. 리처드 파인만이 추론한 해석으로, 전자가 전기를 띤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을 할 때 파동의 절반으로 미래로 이동하고, 나머지 절반은 과거로 이동한단다 내용이란다. 물질이 파동 형태를 띠고 있다 보니, 반사파가 발생할 수 있고, 그것이 과거로 이동한다는 생각독창적인 해석인 것 같구나. 그럼 과거로 이동한 파동은 과거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인가? 이 생각을 발전시키면 SF 소설도 하나 등장할 것 같지 않니? ㅎㅎ 그런데 이 거래 해석도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오늘 독서 편지는 툭 하면 모르겠다고 해서 읽는 너희들도 답답해 할 수도 있겠구나. 그냥 저희가 그 책을 읽어볼게요.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듯 ㅎㅎ 앞서도 이 책이 너무 짧게 짧게 정리를 하다 보니 각 해석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단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여섯 가지 해석을 짧게 정리한 부분이 있는데 그거라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오늘 편지는 마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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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1 우리가 보지 않는 이상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 2 입자들은 보이지 않는 파동의 안내를 받아 움직이지만, 입자들은 파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석 3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평행한 실재들의 배열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다.

해석 4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실제로 이미 일어났고 우리는 오직 그 일부만 알아차린다.

해석 5 모든 것은 마치 공간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다른 모든 것들에 순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해석 6 미래는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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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양자물리학은 이상하다.

책의 끝 문장: 그 누구도 어떻게 세계가 그렇게 돌아갈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양자역학의 방정식들을 이용해서 원자가 공간에 전자를 방출하는 실험(이는 실제 실험으로 베타 붕괴라고 불린다)를 기술할 수 있다. 이상적인 실험에서 전자는 명확한 스핀을 갖는다. 스핀은 위 방향이거나 아래 방향이다. 그러나 스핀의 값이 무엇이 될지 사전에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각각의 확률의 50 대 50이다. 만약 당신이 실험을 1000번 하거나 동시에 원자 1000개로 실험할 경우, 당신은 전자 500개(여기서 몇 개를 더하거나 뺀 값일 수 있다)의 스핀이 위 방향이고 나머지 전자 500개의 스핀이 아래 방향임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전자 하나를 골라 스핀을 측정한다면, 당신은 전자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그 전자의 스핀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다. - P36

반쪽 상자는 당신의 실험실에 그대로 두고, 나머지 반쪽 상자는 화성으로 가는 로켓에 실어 보내자. 보어에 따르면 전자가 연구실에 있는 상자나 화성에 있는 상자에서 발견될 확률은 50 대 50이다. 이제 당신의 실험실에서 상자를 열어보자. 당신은 전자를 발견하고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둘 중 어떤 경우에도 파동함수는 붕괴한다. 만약 열어본 상자에 전자가 없다면 전자는 화성에 있다. 이는 전자가 이 반쪽 상자 또는 저 반쪽 상자에 ‘항상 있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코펜하겐 해석은 실험실에서 상자 안의 내용물을 검토하는 경우에만 파동함수의 붕괴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EPR ‘역설’과 슈뢰딩거의 유명한 죽어 있으면서 살아 있는 고양이에 관한 퍼즐의 근저에 있는 핵심 개념이다. - P62

각각의 스위치는 비트(bit)로 알려져 있고, 비트가 많을수록 컴퓨터는 더 강력해진다. 8개 비트는 1바이트가 되고, 오늘날 컴퓨터 메모리는 수십억 개의 바이트 즉 기가바이트(GB)를 통해 측정된다. 우리가 이진법을 다루고 있으므로 엄격하게 말하면 1기가바이트는 2^30바이트이지만, 대개 그대로 받아들이다. 그러나 양자컴퓨터 속에 있는 각각의 스위치는 중첩된 상태들로 있을 수 있는 개체다. 대개 이들은 원자들이지만 당신은 이들이 스핀 값을 위 방향 또는 아래 방향으로 가질 수 있는 전자들이라 생각할 수 있다. 차이는 바로 중첩 상태로서 전자들의 스핀은 위 방향이자 동시에 아래 방향이라는 것, 즉 0이고 1이라는 것이다. 각각의 스위치는 큐비트(qubit)라고 불린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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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4)

1940년의 뉴욕이란!

그런 뉴욕은 다시 없을 것이다. 그 이전이나 이후의 뉴욕을 폄하할 생각은 물론 없다. 언제라고 뉴욕이 중요하지 않았겠니. 하지만 그때의 뉴욕은 그 도시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그 도시, 오직 내 눈에만 새롭게 창조된 뉴욕은 다시 존재하지 못하겠지. 그 뉴욕은 책 사이에 끼워 말린 나뭇잎 책갈피처럼, 나만의 완벽한 뉴욕으로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단다. 너에게 너만의 완벽한 뉴욕이 있겠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때의 뉴욕은 언제나 나만의 뉴욕이란다.


(357)

네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하나 있어. 비비안. 너는 절대 흥미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그래, 물론 예쁘긴 하지. 하지만 그건 오직 젊기 때문이란다. 아름다움은 곧 사라져. 하지만 넌 결코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없어. 내가 이 말을 해주는 이유는, 네가 스스로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 네 삶도 중요하다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넌 전혀 흥미롭지도 않고, 네 삶도 전혀 중요하지 않아. 한때는 나도 네가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틀렸어. 네 고모 페그가 바로 흥미로운 사람이야. 올리브 톰슨도 흥미로운 사람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야. 하지만 넌 전혀 흥미롭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겠니?”


(498)

아무나 쉽게 어른이 되지 못해.” 올리브는 페그의 말을 못 들은 것처럼 다시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아빠가 해주신 말씀이지. 어른의 세상은 어린이의 세상과 다르다고. 너도 알다시피 아이들은 고통을 견딜 필요가 없지. 그런 기대를 받지도 않고.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어른이 되려면 어른의 자리에 서야 해. 당연히 그런 기대도 받게 되고. 자기만의 원칙과 신념도 지켜야 하고. 희생도 필요하단다. 사람들은 널 판단하겠지. 실수를 하면 해결해야 하고. 어름이 되지 못한 사람보다 충동을 자제하고 더 고상한 입장을 취해야 할 때가 있을 거야. 물론 많이 아프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른의 자리가 힘든 거란다. 이해하겠니?”


(529)

나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아본 적은 없었다. 내 경험을 말로 표현해본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내가 말한 어둠이 나 사악함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내 마음속 깊고 깊은 곳에 세상의 빛이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이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오직 섹스만 그곳에 가닿을 수 있었다. 태곳적부터 내 안에 존재하는 곳, 문명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곳, 말이 가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우정으로도 불가능했다. 창의적 노력으로도, 경외와 기쁨으로도 건드릴 수 없는 곳이었다. 내 안의 그 어둠은 오직 섹스를 통해서만 가닿을 수 있었다. 남자들이 그 어둡고 은밀한 공간에 도달하면 나는 마침내 나라는 인간의 기원에 내려섰다고 느꼈다.


(548)

잘 들어요, 프랭크 그레코. 당신이 겁쟁이라면 그래요, 당신 말대로 그렇다고 쳐요. 그래도 그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내 고모 페그는 알코올 중독이에요. 고모는 술을 절제하지 못해요. 그래서 인생이 엉망진창 꼬였죠. 그게 무슨 뜻일까요? 아무 뜻도 없어요. 그렇다고 고모가 나쁜 사람일까요? 술을 조절하지 못한다고 실패한 사람일까요? 당연히 아니에요. 고모는 그저 그런 사람인 거예요. 어쩌다 알코올 중독이 된 것뿐이에요, 프랭크. 누구나 그런 일을 겪을 수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우리예요. 그 사실을 바꿀 수 있는 건 없어요. 빌리 삼촌은 약속을 밥 먹듯 어기고, 여자에게 충실하지 못해요. 그것 역시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에요. 빌리는 멋진 사람이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삼촌은 그저 그런 사람인 거예요. 그뿐이지 아무 뜻도 없어요. 그래도 우린 그를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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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 23일 스티븐스(일본 통감부 외교고문)는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역 구내에서 장인환, 전명운 두 애국지사의 총격을 받았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같이 행동한 게 아니라 서로 모른 채 각각 거사에 나섰다. 먼저 전명운이 권총을 쏘았으나 불발되자, 장인환이 다시 3발을 쏘아 2발은 스티븐스의 가슴과 허리를 관통했고 나머지 한 발은 전명운의 어깨에 맞았다. 스티븐스는 병원에 옮겨진 후 사망했다. 그는 보호조약을 강제로 맺게 함으로써 나의 강토를 빼앗았고, 나의 종족을 학살했기에 이를 통분히 여기어 그를 쏜 것이다라고 말했다.


(42-43)

(베델)는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나는 죽더라도 신보는 앵생케 해 한국 민족을 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베델의 그런 한국 사랑은 그가 강한 민족주의 정서를 갖고 있는 웨일스 출신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는 걸까? 베델의 한국 사랑과 반일정신은 매우 투철해 한때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대한매일신보>의 통감부에 대한 공격을 중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란 베델을 암살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베델의 장례식은 동대문 밖 영도사에서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히 거행되었으며 그의 시신은 양화진(서울 합정동) 외국인 묘지에 묻혔고 그의 공적을 기리는 사람들의 성금에 의해 1910년 묘비가 세워졌다.


(132-133)

1910 2 7일 오전 9시 뤼순 법정. 당시 15만 부를 발간하던 영국 최대의 주간지 <그래픽>의 기자 찰스 모리머는 재판 참관기를 통해 세기적인 재판의 승리자는 안중근이었다. 그는 영웅의 월계관을 거머쥔 채 자랑스레 법정을 떠났다. 그의 입을 통해 이토 히로부미는 한낱 파렴치한 독재자로 전락했다고 썼다. 모리머는 재판을 참관하던 많은 일본인들조차 안중근에게 지극한 존경심을 가졌으며 그들에게서는 살해된 정치인의 추억보다 안중근의 명성이 더럽혀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안중근에 대해 그는 삶의 포기를 열렬히 염원했다이 사건으로 인해 재판에 오른 건 다음 아닌 일본의 현대문명이었다고 말했다.


(184-185)

한국은 종교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활기찬 나라이나 어떤 단일 종교도 한국인들의 종교생활을 지배하고 있지 않고 있는 다종교 국가이다. 종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많은 동구,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기독교(개신교), 천주교, 불교, 유교, 천도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종교적 다원주의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종교적 평화의 모델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은 유교의 문화적 전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나라이면서도 아시아적 가치를 변용하여 서구의 자유주의, 합리주의를 수용하는 데 가장 개방적인 나라이다. 한국은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의 가치가 화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한국은 새무얼 헌팅턴이 역설한 문명의 충돌에 대한 해답까지 제공해줄 수 있는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이는 한국의 극단주의는 신바람특성과 맞물린 것으로 늘 잠재돼 있긴 하지만 오래 지속되긴 어렵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정리해볼 수도 있겠다. 한국인은 단기적으로 극단주의적이지만, 장기적으론 중용 지향적이다.


(189)

<독립신문> 1898 2 8일자 논설에 따르면, “사람이 시계를 살 때마다 기계 속을 모른즉 시계 좋고 아니 좋은 것을 아는 도리는 다만 전면에 비늘 둘이 시간과 분과 각을 옳게 가리키는지 아니 가리키는지 하는 것을 가지고 아는지라. 그것과 같이 사람을 옳고 그른 것을 아는 것은 그 사람의 하는 행사를 가지고 알기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라. 설령 시계가 보기에 훌륭하고 금과 보석으로 꾸민 시계나 그 시계가 시를 맞추지 아니 할 것 같으면 그것은 시계가 아니라 일개 값진 물건이라. 금과 보석을 팔면 돈은 생길지언정 시계로 쓸 것은 못 되지 그것과 같이 사람도 외양이 좋고 의복을 잘 입어 보기에는 좋은 사람 같이 보이나 자기 맡은 직무를 못 할 지경이면 무용지안이라. 그러하기에 시계 살 때에 외양과 모양은 어떠하였든지 시만 잘 맞추면 그 물건이 쓸데 있는 물건이요 사람도 지체가 없고 오양도 준수치 않더라도 맡은 직무만 착락 없이 할 것 같으면 그 사람이 보배로운 사람이라.”


(288)

조선은 당파싸움 때문에 망했다는 일본인들의 주장이 많은 한국인들에게도 먹혀 들어갔다면, 그건 조선이 망해 일본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는 명백한 사실의 힘 때문일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왜 조선이 망했는가? 이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을 우리 스스로 내놓지 못한 채 당파싸움 때문에 망한 건 아니댜라고 주장하는 건 매우 옹색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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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2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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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소설 <누운 배>를 재미있게 읽고 나서, 그 소설을 쓴 이혁진 님의 다른 책들을 찾아 보았단다. 그렇게 알게 된 책이 이번에 읽은 <관리자들>이라는 책이란다. 지난 번에 읽은 <누운 배>라는 책은 조선업 회사의 리얼한 현장감이 돋보이는 책이었다면, 이번 <관리자들>이라는 책은 토목건설의 공사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욕심과 야욕도 볼 수 있고, 반대로 따뜻한 인간애도 볼 수 있었단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 같은 시원한 복수극도 볼 수 있었단다.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전해주려는 주제가 뚜렷하고 짜임새도 좋은 소설이라서 재미있게 읽었단다.

소설가 이혁진 님의 소설은 이번에 두 번째였는데 두 권 모두 좋았단다. 그의 또 다른 소설을 찾아보게 만들었고, 그의 신간을 기다리게 되었구나. , 그럼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1.

주인공은 굴착기 기사를 직업으로 하는 서현경이라는 사람이란다. 현경이라고 하면 보통 여자 이름이라서, 여자 이름을 가진 남자라고 생각했어. 굴착기 기사라고 하니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하는 아빠의 못된 선입견. 읽다 보니 여자 굴착기 기사더구나. 현경은 도로 건설을 하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어.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을 위한 숙소는 근처에 있는 모텔을 통째로 빌렸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었어. 경력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쪽 일과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어. 그 중에 선길이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선길은 7살이 된 어린 아들이 있는데, 그 어린 아들이 뇌종양으로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고, 세 번째 수술을 준비 중이라고 했어. 아들의 병 때문에 병원을 자주 가야 했고, 그러다 보니 직장을 제대로 갖지 못했어. 원래 하던 일은 회계 업무였는데, 아들의 병 때문에 그 전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어야 했어. 돈을 벌어야겠으니 이런 막노동 현장까지 오게 된 것이지. 이곳에 와서도 막일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어. 적성에 안 맞는 것보다 여전히 아들 때문에 자주 자리를 비워야 했기 때문이었어.

...

현장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곳을 함바식당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 속 근로자들도 함바식당을 이용해. 그런데 그 함바식당 근처에 멧돼지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었어. 어느날 식자재를 보관하는 비닐하우스가 다 찢어지고 그랬거든... 나중에 알려졌지만 현장소장의 짓이긴 했지만, 처음에는 다들 멧돼지의 소행이라고 했어. 그래서 멧돼지를 감시하자고 했어. 그것도 밤에... 그런데 그 일을 선길에게 시키려고 했어. 그가 현장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니까 멧돼지라도 지키라는 것이었어. 옆에서 보고 있던 현경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관리자 중에 직급이 낮아 현장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한대리에게 이야기했어. 굴착기로 비닐하우스 주변을 깊게 파서 해자처럼 만들면 멧돼지가 접근하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선길은 야밤에 혼자 숲 속에서 보초를 서기 시작했어.

산 속에서 오는 온갖 짐승의 소리도 무서울 텐데, 한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사무실에게 근무를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원래는 밤에 멧돼지를 감시하면서 전에 했던 회계사 공부를 다시 하려고 했지만, 그럴 환경이 아니었어. 고통과 추위와 두려움과 싸우다 보니 몸은 점점 초췌해졌어. 현경과 동료인 목 씨는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꼈단다. 그들만 그렇지, 다른 인부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니 나 몰라라 했단다.

현경은 현장소장을 직접 찾아가서 선길에게 멧돼지 감시일을 그만하게 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거절 당했단다. 한 달 넘게 오지도 않는 멧돼지 감시를 한 선길은 거의 폐인이 되었어. 그 중에 아들의 세 번째 뇌종양 수술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단다. 현경은 다시 한번 굴착기로 해자를 만들자는 제안을 현장소장을 찾아가서 이야기했어. 현장소장도 돈 드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 제안에 오케이를 했단다. 생각보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현경은 굴착지로 비닐하우스 주변을 다 파내었단다. 이제 선길이 돌아와도 멧돼지 감시를 안해도 될 것 같았어.

.....

어느날 깐깐하기로 소문난 소장이 돼지 두 마리를 잡아와서 회식 자리를 마련해주었어. 인부들은 다들 즐겁게 참여했지만, 목 씨는 이 일이 의심스러워 조사를 해보니, 인근 지역에 돼지열병 때문에 살처분된 돼지를 두 마리 싸게 사가지고 큰 덕 쓰는 것처럼 회식 자리를 만든 거였어. 목 씨는 이를 현경에게 미리 이야기하고 먹지 말라고 했단다.


2.

선길에 예상날짜보다 늦게 돌아왔단다. 선길은 얼굴이 밝았어. 아들의 수술이 잘 끝났다고 했어. 그리고 선길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왔단다. 그 개들로 하여금 멧돼지를 감시하게 하려고 말이야. 현경이 해자를 만들어 놓은 것을 몰랐던 것이지.

...

선길은 이제 다시 현장에 투입했어. 이제 아들 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자, 선길은 일을 제대로 배우기로 마음 먹었단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더니 선길은 업무 능력은 금방 쭉 올라갔단다. 회계사 경험이 있다 보니 현장에서 수치 계산하는 것도 금방 하고, 다른 일들도 똑 부러지게 해서 다른 인부들에게 인정을 받았어. 선길이 있는 조는 실적도 좋아서 십장들은 선길과 함께 일하려고도 했어.

현장소장은 다른 업체의 일까지 가지고 왔단다. 그 다른 업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서 짤렸다고 했거든. 현장소장은 일을 할 때 불도저 같은 스타일이었어. 일정 단축을 위해서 현장 인력들을 쥐어짰어.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작업절차도 무시하고 흙막이 같은 안전장치도 미설치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 겨울철에 눈이 오면 공치니까 눈이 오지 않는다면 주말에도 일을 하라고 했고, 눈이 오면 쉬라고 했어. 하지만 그해 겨울은 춥기만 하고 눈은 오지 않았어. 쉬지도 못하면서 일하게 되자 인부들은 하나둘 공사현장에서 몰래 술자리를 벌이기도 했어. 목 씨, 선길, 현경은 술자리에 참여하지 않았고, 한대리는 모른 척 했단다.

....

이렇게 엉망이 된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안 난다면 천운이겠지만, 결국 안전사고가 터졌단다. 그것도 착하고 성실하고 불쌍한 선길이 그만 안전 사고로 현장에서 즉사하고 말았어. 안전장치만 제대로 설치했어도 죽을 사고는 아니었으니 이것은 명백한 인재였단다. 이 일의 충격으로 현경도 며칠 동안 일을 나가지 못했어.

....

며칠 뒤 현경은 선길의 유품을 챙기러 모텔에 온 선길의 아내를 만났어. 선길의 아내가 이야기하기를, 선길이 술 먹고 작업장 분위기를 흐트러뜨리고, 다른 이들에게 술도 권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반장이 된다고 떠들고 다녔다는 거야. 그러다가 술 취한 상태에서 안전사고를 당했다니... 그래도 현장소장이 적지 않은 보상금을 주었다고 했어.

현경은 분노가 치솟았어. 이것은 소장의 각본이었던 거야. 그런 잔머리를 세계최고니까.... 현경은 선길의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있던 굴착기의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가지러 갔어. 그런데 이미 그 메모리 카드는 사라지고 없었단다. 이미 소장의 측근들이 처리를 한 것 같았어. 하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던 것이 있었지. 액션캠으로도 녹화를 하고 있었는데, 굴착기 운전석 바닥에 떨어진 액션캠은 가져가지 못했단다.

현경이 그 액션캠을 확인해 보니... 거기에는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었어. 소장이 일을 조작하는 것까지 말이야. 이것을 선길의 아내에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단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길고 긴, 힘든 재판을 해야 하니까 말이야. 돈도 많이 들어갈 테고 말이야. 하지만 진실을 그렇게 묻어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편지와 메모리 카드를 선길의 아내에게 보냈단다.

....


3.

사고 발생 후 현장 인부들의 쳐진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현장소장은 또 회식을 한다고 했어. 이번에도 돼지 두 마리.. 이번 역시 그 돼지열병에 살처분된 돼지들... 그리고 거기에 추가된 것이 개고기..... 선길이 데리고 왔던 개를 잡은 거야.. 두 마리 중에 한 마리를 도망가고 한 마리를 잡았다고 했어. 그 개들을 보살피고 정을 주었던 한대리는 울면서 현경에게 전화를 했어. 현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 죽은 동료의 개를 잡아 먹는 인간들.... 현경은 굴착기를 가지고 가서 인부들이 먹고 마시고 떠들고 있는 함바식당을 부셔버렸단다.

대경실색을 한 사람들은 도망가기 정신 없고.... 그 곳에 목 씨가 나타나 너희들이 먹은 돼지 고기는 돼지열병으로 살처분한 돼지라고 일갈했어. 당황한 현장소장에게 현경은 굴착기로 묵은 짬통을 들어 부어주었단다. 그리고 나서 굴착기를 몰고 그곳을 떠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마지막 장면은 영화 <불도저를 타는 소녀>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했단다. 중장비를 몰고 가셔 건물을 통째로 부셔버리는 복수 씬.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약자가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사회란다. 법이라는 것도 약자와 강자에게 공평한지 모르겠고 말이야. 온갖 불법을 저지르면서 법을 피해가는 관리자들도 많고... 책임지려고 관리자들은 적고... 그렇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들이 많이 발생하고 말이야. 소설 속 일들이 실재에서도 일어나고 있어서 더욱 답답함을 느끼는구나.

...

이 책에는 아빠가 이야기한 내용 이외에 좋은 글들도 많이 담겨 있단다. 그런 내용을 찾으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구나. , 그럼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현경의 굴착기가 어둑한 현장 식당 옆에 멈춰 섰다.

책의 끝 문장: 얇은 보드라운 살갗이 따스했다.


"봐라, 너부터 당장 그러고 있잖냐. 책임은 지는 게 아니야. 지우는 거지. 세상에 책임질 수 있는 일은 없거든.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멍청한 것들이나 어설프게 책임을 지네 마네, 그런 소릴 하는 거야. 그러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자기 짐까지 떠넘기고 책임지라고 대가리부터 치켜들기나 하거든. 텔레비전에서 정치인들이 하는 게 다 그거야.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지우는 거, 자기 책임이라는 걸 아예 안 만드는 거. 걔들도 관리자거든. 뭘 좀 아는." - P46

역시나 관리자에게 필요한 것은 갈라 세우고 갈라 세우고 오로지 어떻게든 갈라 세우는 일이었다. 줄을 세우고 편을 갈라서 저희끼리 알아서 치고받도록. 그러느라 뭐가 중요하고 누가 이득을 보는지 생각도 못 하도록. 인간이란 고작 그런 것이다. 서로 믿지 못하고 지기 싫어한다. 그 속성마저 남들만 그렇고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그래서 싸우고, 그렇게 싸우기 때문에 싸울수록 더 편향되고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그 불신을 극복하지도, 서로 이기거나 져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진흙탕 밑바닥까지 서로 끌고 들어가기만 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들을 끄집어 올려 줄 관리자를 찾게 되는 것이다. 싸움은 끝나야 하고 누군가는 개처럼 물불 못 가리게 된, 자신들이 아니라 저것들을 따로 가둬야 하니까. - P94

그것이 중요했다. 이거 먹고 제발 입 좀 다물어 달라는 식이면 나중에 더 내놓으랄 수도, 또 어느 순간 죄책감에 혼자 미쳐 날뛸 수도 있다. 하지만 믿음의 힘은 늘 위대하다.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믿음은 모든 믿음 중에서 가장 위대하다. 세상에서 제일 참혹한 일을 벌였던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이 바로 자신은 착하고 항상 착하다는 믿음이었다. 그 사람들은 양면을 칼로 총으로 베고 쏴 죽이면서도 생각했다. 해방시켜 주는 것이라고, 오로지 선행을 베푸는 것뿐이라고. 오, 세상에 정말!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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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빅뱅 역시 하나의 거대한 폭발이었다. 따라서 에너지 외에도 수많은 것이 만들어져 주위로 퍼져나갔다. 물리학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여러 미립자의 이에 해당한다. 글루온과 쿼크, 입자와 반입자, 뮤온과 타우, 그리고 2013년 공식적으로 발표된 힉스 입자 같은 미립자들 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몇몇 미립자가 자연계의 힘으로 뭉치면서 가장 작고 가벼우며 간단한 최초의 원소와 원자가 탄생했다. 원자번호 1이라는 숫자 자체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수소가 그 주인공이다.


(66)

이후 시간이 흘러 히타이트와 힌두 지방에서 탄소가 함유된 철광석으로 강(steel)을 만들어내면서 진정한 철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철강은 청동과 마찬가지로 합금으로 구분되는데, 철이 대부분이고 다른 금속이나 비금속 원소가 소량 혼합된다. 이 시대를 우리는 철기시대라고 칭한다. 그러나 잠시 성행했다 사라진 구리 시대(BC 4000~BC 3000, 일명 동기 시대)보다 청동기를 더 중요한 시대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엄밀하게는 철강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이 화학과 물질 측면에서 더 정확하다.


(69)

이런 관점에서 현대 사회를 2의 석기 시대라고 부르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반도체다. 전자 기기를 기반으로 사회 전체 시스템과 고성능 정치들이 운영되고 있고 즉각적으로 효율적인 정보 교환과 습득도 이루어지는 만큼, 그것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지금 당장 반도체 기반의 모든 전자 기기가 사라진다면 인류는 농경 생활이나 목축 생활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집을 지어 생활하는 것 외에는 현대 삶의 이기와 관련 있는 차별화된 모든 체재를 잃고 철기 시대와 다를 바 없이 생활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반도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규소이며, 규소는 모래로부터 얻는다. 그래서 지금을 제2의 석기 시대라고 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122-123)

수많은 수도관을 통해 분수대와 공중목욕탕은 물론, 로마 제국 전역에 물 공급을 가능하게 한 우수한 상수도 시설을 현재까지도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수도 시설은 현재까지도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수도 시설을 기다란 관 형태로 만들기 위해 금속으로 납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납은 소금처럼 빠르게 용해되는 염은 아니어서 매우 서서히, 적은 양만 상수를 통해 유출되었을 테고, 물이나 공기와 닿은 납에 산화 납으로 이루어진 막이 형성되어 추가 유출 도한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인체에 유입되어 쌓인 납이 중독 문제를 전혀 유발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131)

일반적으로 연금술이 발생하는 데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바로 기후와 금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신화와 토속신앙이 성행한 핀란드나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지역에서는 연금술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나중에 유입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북유럽 지역은 혹독한 추위와 가혹한 기후 탓에 식재료 확보가 언제나 우선순위였으며, 그만큼 사색과 연구에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철학이 성행한 고대 그리스의 연금술이 발달한 이집트의 경우 노예가 노동 인력을 대체하고 작업에도 숙달되어 시민들이 여가 시간을 충분히 누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유럽 지역에서 연금술이 발달하지 않은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136)

진시황은 수은으로 된 연못을 만들어 놓았고, 수은을 먹거나 몸에 바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은을 몸에 바르면 피부에 일부 흡수되는데, 이것이 근육을 경직시켜 모세혈관의 혈류를 저해한다. 그러면 낯빛이 창백해지고 피부 주름이 부분적으로 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중금속의 체내 축적 원리를 알지 못한 채 단순히 현상만 본다면 변색되고 주름진 피부가 밝고 탄력 있게 바뀌는 느낌이 든다. 서양에서도 납과 수은이 함유된 화장품이 피부 미백에 흔히 사용되었으며,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처럼 납과 수은에 중독되어 여러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진시황 또한 이런 단편적 변화에 만족해 수은에 중독되고 만 것이다. 진시황릉 주변 토양에서 높은 수치의 수은이 검출된 것도 수은에 대한 진시황의 병적인 집착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186-187)

과학혁명을 이끈 인물로는 프랑스 근대 철학자이자 수학자이며 과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와 영국 근대 철학자이자 정치인 프랜시스 베이컨이 대표적이다. 베이컨은 화학을 직접 연구하지는 않았지만 경험주의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근대 교육과 학습체계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저서 <노붐 오르가눔>(1620)에서 과학이 다른 분야들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과학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근본 원리를 찾아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서술했다. 책 제목 노붐 오르가눔은 아리스토켈레스의 오르가논의 다음으로 넘어가고자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험과 분석을 도구 삼아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새로운 토대를 마련한 베이컨이 남긴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은 그의 사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컨이 강조한 과학적 방법론과 실험 철학에 대한 그의 기여는 18세기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미쳤다.


(214)

블랙은 이 기체가 판 헬몬트 등이 연소나 호흡, 발효를 통해 얻은 기체와 동일한 종류가 분명하며 연소반응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무거운 기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를 고정된 공기(fixed air)’라고 명명했다.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의 이산화 탄소를 발견한 셈이다. 이와 같이 블랙이 생명 반응이나 연소가 아닌 화학반응으로 생성되는 이산화 탄소를 분리해냄으로써 후대 화학자들이 화학반응과 기체의 관계에 주목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216-217)

러더퍼드는 고정된 공기에 관한 실험과 마찬가지로, 확보한 질소가 담긴 용기에 쥐를 넣은 뒤 생존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질소 역시 해로운 기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질소의 영어 명칭 나이트로젠(nitrogen)탄산 소듐을 의미하는 그리어서 니트론(nitron)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접미어 제네스(-genes)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질소가 초석을 비롯한 질소 함유 물질의 주성분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말 명칭인 질소(窒素)호흡에 사용할 수 없다는 러더퍼드의 결론에서 유래해 질식(窒息)과 같이 숨이 막힌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228)

당시 연구에 필요한 산화 수은 등을 구입하고자 유럽을 방문한 프리스틀리는 라부아지에에게 새롭게 발견한 탈플로지스톤화 공기의 특징을 알려주고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이후 라부아지에는 탈플로지스톤화 공기를 금속 등 여러 물질과 반응시키면 나중에 밝혀질 산화반응을 통해 각각 무게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연구 논문으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화학 혁명의 큰 시작과 도전이 이루어졌다. 바로 당시 학계의 주류 이론이던 플로지스톤설을 전혀 인용하지 않은 채 반응을 거친 물질은 무게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논한 것이다. 탈플로지스톤화 공기와 비금속 원소의 반응을 통해 형성된 물질들은 모두 무게가 증가한다는 점 외에도, 물에 용해되어 산성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플로지스톤을 기반으로 명명이 이루어진 기체는 이제 (oxy)을 만든다(genes)’는 의미에서 산소(oxygen)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249)

전기(electricity)라는 단어는 나무 수지(樹脂)가 굳어서 된 보석의 일종인 호박(amber)’을 뜻하는 그리스어 일렉트론(elektron)에서 유래했다. 탈레스가 장식용 호박에 붙은 먼지를 양모로 털어내는 과정에서 정전기가 발생했고, 더 많은 먼지가 달라붙는 현상을 통해 전기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의 실질적인 첫 포집은 1752년 미국 과학자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비 오는 날 하늘에 연을 말려 라이덴병(하전된 입자를 축적해 방전 실험을 하는 장치)에 전기를 모음으로써 성공했다. 이로부터 전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271)

(패러데이)는 또한 용액 속에서 이동하며 전기를 옮기는 물질을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어로 방랑자를 뜻하는 이온(ion)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냈으며, 마찬가지로 양과 음의 전하를 갖는 이온을 구분해 각각 양이온(anion)과 음이온(cation)이라고 지칭했다.


(330)

켈빈은 1848년 여러 종류의 기체를 일정한 양으로 고정한 후 온도에 따라 변하는 거동을 분석해 그래프로 그렸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관측된 값으로 한계점 이상의 값을 추정하는 외삽을 했을 때 모두 동일한 온도에서 압력이 0으로 수렴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는 이 온도를 절대 영(0)도로 간주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모든 온도를 양수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1851년 그는 열 엔진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열역학(Thermodynamics)’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열과 일을 포함한 에너지 전환에 대해 설명할 때 이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343)

물리화학은 물리학 이론과 실험 결과를 활용해 물질의 화학적 성질 및 반응을 연구하는 분야다. 돌턴의 원자론과 맥스웰의 통계적 분자 에너지 분포, 기브스의 자유 에너지 개념이 맞물리면서 탄생했다. 초기 물리화학 형성 과정에서 누구보다 물리화학의 가치를 기대하고 확신한 인물은 독일 물리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오스트발트(1853~1932). 학창 시절 그는 곤충 채집이나 목공예 등 잡다한 취미 활동에 시간을 보내느라 학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경고를 받은 이후 학업에 전념했으며, 화학교수가 되어 열역학과 상변화 등을 주 관심사로 삼아 물리화학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1880년대 후반 물리화학 분야의 첫 번째 저널인 <독일 물리화학 저널>을 만들기도 했다.


(396-397)

그런데 그가 노벨상과 노벨재단 설립을 추진한 이유는 형 루드비그 임마누엘 노벨의 사망에서 비롯된 해프닝 때문이었다. 사망 소식을 접한 신문사들은 알프레드 노벨이 죽은 것으로 오해하고 부고 기사를 서둘러 인쇄해 발행했다. 거기에는 산업 분야에서 거둔 성공과 기여는 무시한 채 전쟁용 폭발물을 만든 죽음의 상인이라는 모욕적인 기사만 가득했다. 이 기사들은 본 노벨을 자신이 죽은 후 모두가 자신을 부정적으로 기억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산의 94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3,100만 크로나(스웨덴 화폐 단위)를 노벨재단 자금으로 할당했다. 이는 현시점으로 약 17 200만 크로나( 2,244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매년 노벨상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상금과 메달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491-492)

화학은 실체가 있는 물질을 중점적으로 탐구하면서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그 발전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반복된 부분이 기능과 특징, 가치의 재발견이다. 탄소의 아주 일부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이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선사 시대에 탄소는 주로 불을 피우는 재료나 벽, 바닥, 몸에 그림을 그리는 검은색 안료로 쓰였다. 화학반응인 연소가 규명되고 화학이 형성된 후에는 숯 또는 석탄 형태로 산업 전반에 활용되었다. 이후 분석화학 기술이 진보하고 질량 분석 기술이 도입되면서 1985년 육각형과 오각형 형태로 배열된 탄소들이 축구공 모양의 입체 분자 구조를 이루는 풀러렌이 발견되었다. 곧이어 1991년에는 더욱 특징적인 튜브 형태의 탄소가 확인됨으로써 전도성과 강도가 높은 탄소 나노튜브 시대가 열렸다. 2004년 흑연의 판상 구조를 얇은 한 겹 단위로 분리 혹은 생성한 탄소 구조체인 그래핀이 확보되면서 탄소는 이제 단순한 연료나 필기도구가 아닌,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 신소재들은 플레서블 디스플레이나 스마트 기기, 태양관 발전, 촉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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