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치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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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9-17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위일체가 바로 이거였군요! ^^

bookholic 2017-09-19 00:48   좋아요 1 | URL
책보기에는 ‘치‘는 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냥 ‘책맥‘이 집중이 잘 되어요!!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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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아빠도 주진우를 알게 된 것은 수 년 전에 즐겨 들었던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를 통해서란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요즘도 팟캐스트의 전설로 부르고 있는 나는 꼼수다”.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번 나는 꼼수다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단다. 그렇게 아빠가 주진우를 알게 된 이후, 주진우 기자의 기사들을 줄곧 보았단다. 그는 처음부터 권력의 비리를 추적하는데 전문가였어. 부정을 일으킨 권력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기자. 그런데 그가 10년 넘게 한 사람만 쫓고 있단다. 전직 대통령이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사람. 그리고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심지어 대통령도 돈을 부풀리기 위해 했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 돈의 신. 한 때 그의 이름을 인터넷에 언급하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했던 사람. 이명박.

주진우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만큼 아빠도 그를 정말 싫어한단다. 솔직히 박근혜와 이명박..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아빠는 이명박이 수십 배, 수백 배는 더 싫어. 주진우의 말대로 박근혜는 해야 할 일을 너무 안하고, 이명박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너무 많이 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노무현 대통령님과 지금의 새로운 시대를 함께 하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요즘도 하고 있단다. 심지어 당시 민주 계열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고 박근혜가 이명박 대신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렇게 억울하게 삶을 마감하시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드니까 말이야. 그래서 아빠는 이명박이 대한민국 사람 중에서 최고로 싫어하는 사람이야. 그런 이명박의 비리를 쫓고 있는 주진우 기자. 아빠가 그런 그를 존경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지.

이번에 나온 그의 책. 제목도 찬란한 이명박 추격기. 그 동안의 이명박의 돈을 쫓는 취재기를 적은 책이란다. 이 책은 주진우 기자가 이야기했듯이 실패담이라고 한다. 그의 돈을 쫓다 보면 기자로서의 한계를 느끼면서 결국 마지막 결정적 단서를 잡지 못한다고 해. 비록 실패담이지만, 이명박을 이렇게까지 쫓고 있는 주진우 기자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구나. 이명박을 쫓는 일은 실제로 목숨까지 위협 받는 위험을 감수해야 해. 그의 비자금의 실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구나. 이 책에도 자원외교 관련된 어떤 과장의 죽음을 소개했단다. 자원외교의 실무자였던 그가 책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녀 둘을 둔 마흔 한 살의 가장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자살을 할 수 있을까 싶구나.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주진우는 오늘도 이명박을 쫓고 있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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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을 발표한 지 4년이 지난 2011 6, 석유공사 배 아무개 과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라크 쿠르드 사업의 석유공사측 실무 책임자였다. 취재해보니 배 과장은 평소 실패한 쿠르드 사업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윗사람들은 나거거나 좋은 자리로 떠났다. 배 과장은 나중에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죽을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배 과장이 영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면서 홀가분해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숨진 배 과장은 마흔 살로, 자녀 둘을 둔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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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도 매체를 통해 자신도 두렵다고 하더구나. 얼마 전에 주진우 기자의 가족들에게 트럭이 돌진해서 큰일날 뻔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어. 이렇듯 이명박의 뒤를 캐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야. 정권이 바뀌어도 말이야. 정권만 바뀌었지. 아직 우리는 더 큰 불의의 권력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란다.

 

1.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영화 이야기도 해야겠구나.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 대한 것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개봉했단다. 아빠도 지난 주말 그 영화를 보고 왔어. 책과 영화는 상호 보완적인 것 같았어. 책도 읽기 쉽게 잘 쓰여지긴 했지만, 영화는 시각적인 영상이다 보니 아무래도 더욱 잘 이해가 되더구나. 둘 다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단다. 주진우 기자와 영화 제작자 김어준의 말처럼 이 영화와 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들이 들고 뛰던 바통을 검찰에서 받아서 이어 달렸으면 좋겠어. 그래서 이명박, 그가 잘못한 것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하면 결국 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그렇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언젠가 제 2의 이명박을 만날 수도 있어.

이번이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구나.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주진우의 영화를 보고, 주진우의 책을 사주어야 한단다. 책은 출간된 이래 계속해서 베스트셀러 상위에 머무르고 있는데 영화는 성적이 어떤지 모르겠구나. 아빠도 주변사람들한테 적극 홍보를 해야겠구나.

 

2.

이번에는 노래 이야기를 해볼까?^^ 주진우의 절친 중에 가수 이승환이 있어. 아빠도 이승환을 좋아하긴 하는데, 너희들의 고모가 이승환 광팬이잖아. 그래서 너희들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가수 중에 한 명이 바로 이승환이잖아. 그가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책 출간을 맞춰서 Book OST로 노래 한 곡을 선보였단다. 노래를 들어보니, 이승환이 절친을 위해서 노래에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겠더구나. 그리고 노래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돈의 신. 이명박 하면 돈에 환장한 사람이 떠오른다는 주진우 기자의 말에 백배공감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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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는 이명박 하면, 돈에 환장한 사람이 떠오른다. 그를 꿰뚫는 단어는 돈이다. 그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사랑도 믿지 않는다. 돈을 믿는다. 모든 생각이 돈으로 통하고 모든 행동은 돈에 좌우된다. 대통령이 되기 직전 교회에 간 이명박은예수 믿고 우리 집안 다 부자가 됐다라고 간증했다. 이 말에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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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함의 대가이자 돈에 미친 이 사람.. 그 사람의 돈을 추적하다 보면 케이맨 제도에서 그 꼬리가 사라진다고 하는구나. 이 책에서도 그렇고, 영화 <저수지 게임>에서도 그렇고 케이맨 제도는 이명박 돈이 모여든 저수지인 것은 확실하다고 하는구나. 케이맨 제도는 쿠바 옆에 있는데, 영국 영토인데, 비자금의 천국으로 유명하대. 우리나라와 그 전까지는 거래가 없었대. 그런데 2007년부터 한국와 케이맨의 직접 교역액이 급증하는데, 이명박 재임기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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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저수지는 케이맨에 있다.

이명박의 것으로 의심되는 돈은 캐나다를 거쳐 케이맨제도로 갔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케이맨으로 갔다. 가야만 했다.

케이맨제도는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 영토이다.

쿠바 옆에 있다. 미국 뉴욕에서 남쪽으로 4시간을 날아가면 케이맨의 수도 조지타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케이맨은 제주도만 한 크기로 인구는 5 5천 명. 충북 영동군 인구가 5만 명 정도다. 이곳은 스쿠버들에게는 최고의 휴양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비자금의 천국으로 더 유명하다.(중략) 지난 8년간 우리나라에서 조세회피처로 나간 돈이 190조인데 그 중 홍콩을 제외하고는 케이맨이 제일 많다. (중략) 2007년부터 한국과 케이맨의 직접교역액은 급상승한다. 매년 2배 이상 성장. 이명박 재임기하고 정확하게 일치한다. 우연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석연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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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명박은 그럼 누구의 돈을 가지고 간 것인가? 이명박은 누구의 돈을 사기친 것인가? 이명박이 돈을 해 드시는 패턴이 있다고 하는구나.

1단계. 회사를 하나 만들거나 인수한다. 그런데 이 회사대표는 경력이 없는 바지사장이다. 그리고 회사에 이유 없이 돈벼락이 떨어지고, 그 액수는 천문학적 액수다.

2단계. 돈벼락 맞은 회사의 돈이 돌고, 돌고 돈다. 회사를 여러 개 만들고, 돈이 사라지고 돈 받은 회사도 사라진다. 관련된 사람들도 사라지고..

3단계. 그 회사에 투자했던 국가기관이나 은행은 그 돈을 찾지 않는다. 진실을 묻는 사람도 없고, 진실도 사라진다.

이 책과 영화 <저수지 게임>에서 비중 있게 다룬 농협의 캐나다 노스욕 사기 대출 사건은 이런 패턴을 가진 대표적인 사건이란다. 그 뿐만 아니라 자원외교에서 날린 돈, 해외 금융 비리, 투자 사기.. 그가 손 댄 것들이 이렇게 돈이 사라진다는 거야. 그렇게 국가기관과 금융기관이 손해를 본 돈은 수조 원, 어쩌면 수십 조원이 된다고 하는구나. 그 돈들은 어디서 났겠어. 모두 아빠를 포함한 국민들이 낸 세금이잖아. 결국 주진우가 쫓고 있는 돈은 잃어버린 우리의 돈인 것이야. 그러니 더욱 그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하는 거야.

이명박이 돈을 해 드신 것 중에 사실 농협의 캐나다 노스욕 사기 대출 사건은 금액으로 봐서는 그렇게 크지는 않은 거래. 하지만, 이 사기 사건은 증거가 명백하고 피해자도 명백하다는 거지. 이 사건만 제대로 파헤치면, 저수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고, 그 저수지에 얼마나 많은 돈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거야. 그런데, 농협이 210억의 손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를 하지 않는다는 거야. 된장농민들을 위한 협동조합이 왜 이명박을 위해 회사로 전락했는지

책을 출간하고, 영화를 만든 후에도 주진우는 계속해서 이명박에 대한 새로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단다. 그리도 그 전보다 팟캐스트에 더 자주 출현하는 것 같아. 마친 결정적인 골찬스를 잡은 스트라이커가 돌진하는 것처럼 말이야.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책과 영화를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일밖에 없지만, 그런 것들이 모이면 여론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홍보하고 있단다. 우리는 작년 겨울에 여론이 얼마나 무서운지 스스로 깨우쳤잖아. 부디 이번에는 골로 이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구나. 제발

 

(5)
박근혜는 해야 할 일을 너무 안 했지만, 이명박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너무 많이 했다. 이명박이 원로랍시고 인사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참을 수가 없다. 이명박이 국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저지른 폭력과 사기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명박이 정치라는 탈을 쓰고 사익을 추구한 것을 떠올리면 슬프고 분하다.

(50)
그는 보험사 내 담당자였다. 오래전부터 나를 응원하는 지지자라고 했다. 목소리를 들으니 괜한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닌 듯했다. 약속을 잡고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내 보험이 이상하다고 했다. 보험은 보통 사고나 질병을 대비하는데 내 보험 약관은 온통 사망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했다. 사고로 죽거나 해외에서 죽어야 보험금을 가장 많이 타는 구조란다. 전쟁 나가는 사람이 드는 보험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건넸다.
"이런 식으로 보험을 들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죠. 가끔 뉴스에 나오는 보험금을 타려고 남편을 죽인 사건 말이지요. 기자님은 워낙 위험한 상황이어서 이렇게 보험을 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94)
대통령 자리도 돈을 해 먹기 위해 차지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명박이 국회의원이 되고, 서울시장이 되고, 대통령까지 된 목적은 단 하나다. 돈이었다. 결국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후 이명박 패밀리는 국가적으로, 참, 많이도, 해 먹었다. 담대한 사기다.

(128)
나에겐 꿈이 있다.
비자금 저수지를 찾는 꿈. 우선, 비자금을 찾아서 터뜨린다. 물론 ‘내가’ 터뜨리는 게 중요하다.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확실한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수사가 시작되고 이명박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운다. 이명박은 구속되고 부정 축재한 돈을 다 빼앗는다. 그 돈을 국민들에게 나누어준다. 그 돈을 찾으면 우리나라 복지 수준을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 돈이면 성인 한 명당 통장에 1천만 원씩 넣어줄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이명박의 공약을 내가 실현시켜주주는 것이다. 국민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것. 이명박 비자금 찾기 프로젝트는 우리 국민 모두가 부자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267)
다스는 이명박 정부 들어 폭풍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 2000년 1,787억 원이던 매출액은 이명박 취임 첫해인 2008년 4,540억 원으로 증가한다. 이명박 재임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3배 이상 성장해 무려 1조 3천7백억 원을 기록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박근혜 집권 첫해인 2013년 다스는 1조 7천9백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6년에는 2조 3천8백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다스는 해외로도 뻗어 나가고 있는데 중국에 8곳, 인도에 2곳, 미국, 체코, 브라질, 터키에도 해외 법인을 세웠다. 현대, 기아차가 진출한 곳에는 거의 다 공장을 지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후 진행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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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자유가 없다면 인문정신은 숨을 쉴 수도 없고, 창조적인 수많은 작품도 존재할 수 없다. 내게 가끔 생기는 장난기가 강연장에서 또다시 도졌다. 아니, 지금 자유로워 보이는 젊은 대학생들이 진정으로 자유로운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한 편의 시를 읽었다.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어서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21)

우리에 갇힌 동물보다 자연공원에 방목된 동물이 더 자유로운가.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하나도 없다. 허용된 자유는 언제든 허락한 측에서 철회할 수도 있는 불완전한 자유, 아니 정확히 말해 자유를 표방한 기묘한 억압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자연공원의 동물들은 자신을 가두는 사방의 벽 쪽으로 가기보다는 본능적으로 가운데로 모인다. 하긴 벽에 직면하는 순간,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 테니 얼마나 불쾌한 일이겠는가. “한계를 넘지 않는다면, 너희들 마음대로 해도 좋다.” 이것이 바로 허용된 자유의 논리이다. 허용된 자유를 자유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검열하게 된다. 체제가 우리를 핍박하려고 할 때, 우리는 나약하게 외칠 것이다. “저는 한계를 지켰는데, 왜 그러세요?” 너무나 어리석고 나약한 한탄을 토해 내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허용된 자유를 거부하고 자신의 자유를 찾아야 한다.

 

(23)

시는 소설이나 희곡처럼 단순히 문학 일반에 속하는 하나의 장르가 아니다. 시는 문학의 가능성이다. 형식도 모방하지 않고 내용도 모방하지 않아야 시가 된다. 혹은 형식도 강요되지 않고 내용도 강요되지 않아야 시가 된다. 그렇다. 시는 글로 표현된 자유정신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는 난해하다는 인상이 든다. 형식이든 내용이든 일체 외적인 것으로부터 단절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니까 느끼고 욕망하고 생각하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시이기 때문이다. 김수영은 시라는 것은 그것이 새로운 자유를 행사하는 진정한 시인 경우에는 어디엔가 힘이 맺혀있어야만 한다는 역설한다. 그의 말대로 진정한 시에는 반드시 시인의 자유정신이라는 보석이 박혀 있기 마련이다. 시인 자신이니까 살아 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새로운 자유가 없다면 시를 썼다고 해도 쓰지 않는 것과 진배없으니까.

 

(45)

그가 쓰고 싶었던 자신에게 철저한 글, 즉 시가 어떻게 친절할 수 있겠는가. 다른 장르의 글과 달리 시는 자신이니까 쓸 수 있는 글, 가장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글이다. 시를 읽는 것은 당연히 나와는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타인의 속내와 그 삶을 읽는 것이다. 어떻게 타인의 속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시 읽기의 어려움은 수학이나 철학의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46)

이제 더욱더 궁금해진다. 김수영은 가슴에 어떤 이상을 품고 살았던 것일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김수영은 시인이 되려고 했고, 시인으로 살고자 했다. 다시 말해 김수영의 이상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시인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인이란 어떤 사람인지 숙고해 보도록 하자. 무엇보다도 먼저 시인은 평범한 일반 사람과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다. 일반 사람은 관습이나 교육에 따라 사물이나 자신을 이해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들이 세계와 불화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미 세계가 조율한 대로 소리를 내니, 타인이나 사회와 불화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려면, 시인은 투철한 자기 이해에 이르러야만 한다. 오직 그럴 때에만 관습의 목소리나 타인의 목소리를 자신의 목소리에서 추방할 수 있고, 나아가 잃어버린 자신만의 목소리를 되찾아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55)

그래서 그는 사태와 자기가 하나로 붙어서 생긴 타성을 이라고 부르며 경계했다.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을 보면 된다. ‘이란 한계점이다. 고치려야 고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다. 숙명이다. 에 한두 번이나 열 번 스무 번이 아니라 수없이 부닥치는 동안에 내 딴에는 인간 전체에 대한 체념이랄까-그런 것이 생긴다. 그래서 나도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본의 아닌 철학자가 된 셈이다.”

 

(123)

바로 이것이다. 김수영이 추구했던 새로움은 단독성의 발견에서 오는 새로움이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지금 독자들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단독성을 발견했기 때문에 새로울 수 있었고, 단독성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행을 넘어서는 보편성을 얻었다. 반면 김춘수와 같은 모더니스트들은 새로운 시적 테크닉은 시도했지만 단독성을 포착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당연히 그들의 시는 그만큼 시적 보편성도 상실했다. 김수영이 동시대 모더니스트들과 자신이 다르다고 확신하도록 한 중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흥미롭지 않은가. 머리로만 쓰는 시와 온몸으로 쓰는 시가 이토록 확연히 다른 운명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144)

그가 시인은 영원 배반자라고 말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인은 영원한 배반자다. 촌초(寸秒)의 배반자다. 그 자신을 배반하고, 그 자신을 배반한 그 자신을 배반하고, 그 자신을 배반한 그 자신을 배반한 그 자신을 배반하고…… 이렇게 무한히 배반하는 배반자. 배반을 배반하는 배반자…… 이렇게 무한히 배반하는 배반자다. (…) 시인은 모든 면에서 백치가 될 수 있지만, 단 하나 시인을 발견하는 일에서만은 백치가 아니다. 시인을 발견하는 것은 시인이다. 시인의 자격은 시인을 발견하는 데 있다. 그밖의 모든 책임을 시인으로부터 경감하라!” - <시인의 정신은 미지>(1964.9)

 

(153)

불행히도 모든 교육은 단독성을 개화시키기보다는 기성세대가 신봉하는 가치를 주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단독성을 회복하려는 순간, 당연히 가정이든 학교든 군대든 회사든 권력을 쥔 자들로부터 탄압받기 마련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생긴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로부터 스스로 단독성을 부정하는 개인들이 탄생한다. 외적인 탄압과 억압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과 똑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불쾌하게 느끼는 사람들과 달리, 이런 불행한 개인들은 오히려 타인이 자신과 같은 옷을 입고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기 쉽다. 그들이 유니폼, 즉 동일한 형식을 즐기는 것은 이런 이유인지 모른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제스처를 버리고 권력이 허용하는 제스처를 취해서 자신의 단독성을 은폐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싫어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는 자신들이 애써 은폐하려던 단독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들은 조금씩 자신이니까 살 수 있는 삶, 자신이니까 느낄 수 있는 감성, 자신이니까 생각할 수 있는 사유를 영위할 것이다.

 

(159-160)

시는 나니까 쓸 수 있는 글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삶을 살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시인과 시인 아닌 사람의 구분도 사라질 것이며, 서로가 자기 삶의 형식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 즉 김수영이 말한 모든 사람들이 착한 시인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동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만약 그가 원하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현재의 시는 무효가 될 것이다. 현재의 시에는 단독적인 삶을 영위하는 모습보다는 그것을 꿈꾸는 이의 설움이 묻어나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순간, 그들의 말과 행동은 서러운 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히 긍정적인 시가 될 것이다. 이런 낙원을 꿈꾸면서 당분간 시인은 타인의 제스처가 아니라 자신의 제스처를 만들어 삶을 살아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단독성을 회복할 때까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줄 필요가 있으니까 말이다.

 

(173)

눈이 시인의 정신을 상징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눈은 하늘이란 지고한 권좌로부터 스스로를 추방하여 구체적인 곳으로 내려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은 순수하고 고결하다. 신처럼 모든 것을 관조하지 않고, 스스로 더러워질 것을 감내하면서도 기꺼이 모든 것과 함께 하려고 한ㄷ. 눈은 더러운 진창도, 썩어 가는 시체도, 악취를 풍기를 오물도 가리지 않고 그들을 덮어 고결하게 승화시킨다. 눈 내리는 날 세상의 모든 존재는 빈부, 미추, 선악, 강약을 넘어서 동등하게 변한다. 부자의 집도 빈자의 집도 똑같이 흰 지붕이 되고, 대학 교수의 머리에도 구걸하는 아이의 머리에도 똑같이 흰 눈이 쌓이니까 말이다. 하늘과 땅이 지배와 피지배를 상징한다면, 눈은 지배 의지를 극복하고 구체로의 비약을 도모하는 시인 정신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185-186)

모든 돌고 있는 팽이는 자시만의 중심을 가지고 돈다. 그런데 두 팽이가 마주친다는 것은, 어느 하나가 다른 팽이의 회전 스타일을 수용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허망하게도 팽이는 쓰러지고 만다. 팽이만 그런가.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자기만의 스타일로 살지 못하고 남의 스타일을 답습하는 순간,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 내지 못한다. 김수영의 말대로 생각하면 서러운일이다. 보통은 인간이 고독하기 때문에 누군가와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거나 완성되기 위해 지혜로운 사람이 교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통찰이 옳ㄴ다면, 이게 우리는 누구에게 기대서도 안 되고, 누가 기대는 것을 용납해서도 안 된다. 오직 철저하게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삶을 마무리해야만 한다.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

 

(197)

김수영은 시의 다양성과 문화적 실험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시의 다양성은 시인들의 삶이 각기 다른 만큼 불가피한 것이고, 시의 실험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려는 시인들의 투철한 의지가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의 제스처도 흉내 내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자신의 제스처로 살아가겠다는 사상은 진정한 시인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사활을 건 문제다. 이런 사상이 부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시적 형식과 테크닉의 모색은 단지 원숭이의 장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시에서 거짓말이 없다는 것은 현대성보다 사상보다도 백배나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남의 말을 자기 말인 것처럼 지껄이는 순간, 우리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화려하고 현란한 말로 남을 속일 수 있다고 할지라도, 거짓말쟁이는 결국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를 완성할 수도 없을 것이다.

 

(238)
어느 개인이 공동체가 각인시킨 시선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 순간 그는 더 이상 공동체의 노예가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불온한 주체가 된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불온한 주체에 직면했을 때 공동체가 어떻게 몸을 도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적 인식에 이른 주체의 행동과 말은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릴 것이고, 그것은 마침내 무서운 전염병처럼 공동체를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킬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이 있다면 어떤 모양의 새로운 것이냐는 김수영의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그는 어떤 새로움도 좋다는 식의 새로움 강박증자는 아니었다. 물론 그가 기존의 낡은 시적 표현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진정으로 거부한 것은 기존의 것을 답습하고 자신만의 삶과 표현을 억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김수영에 따르면 이런 억압을 뚫고 새로운 것을 모색할 때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것, 혹은 시적 인식이 가능한 법이다.

 

(267)

자유의 방종은 그 척도가 기준이 사랑에 있다는 것만을 말해 두고 싶습니다. 사랑의 마음에서 나온 자유는 여하한 행동도 방종이라고 볼 수 없지만, 사랑이 아닌 자유는 방종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호흡입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에도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사회환경에서는 여간 조심해서 보지 않으면 분간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사랑이 순결하면 순결할수록 더 그렇습니다. 기도가 눈에 보이지 않듯이 사랑도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유의 방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사회에서는 백이면 백이 거의 다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의 자유가 사랑을 가진 사람들의 자유를 방종이라고 탓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는 자유가 없습니다.” -<요즈음 느끼는 일>(1963.2)

 

(330)

어쨌든 시인은 자유를 노래하는 자유로운 존재여야만 한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시인이라고 자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예술과 시인들이 현실적 자유를 회피하고 관념적인 자유로 후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그들은 시를 적당한 감각적인 현대어를 삽입한 언어의 조탁이나 세련되어 보이는 이미지의 나열과 구성으로 썼다. 몽상과 상상의 자유라고나 할까? 그들은 시인으로서의 자유로움을 현란하고 낯선 이미지의 시나 아름답고 예쁜 시를 만들어서 증명하려고 했다. 김수영에게는 “7할의 고민과 3할의 시의 총화가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예술파 시인들에게는 현실과 자신에 대한 “7할의 고민”, 즉 사상이 부재했다. 그러니 그들은 현실에 무기력하기만 한 시만을 쓸 수밖에 없었다.

 

(334)

시인이 가야 할 길은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지도자라는 형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인문주의나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자기 삶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이념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표자와 피대표자라는 이분법 때문에, “작가는 달리지 않고 군중만 달리게 하는아이러니한 권력 현상이 발생한다. 어쩌면 참여파 시인은 자신이 왜 현실을 극복하려고 했는지 망각한 불행한 사람이다. 그들은 자유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극복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

 

(339)

오늘날의 시가 골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의 회복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인간의 상실이라는 가장 큰 비극으로 통일되어 있고, 이 비참의 통일을 영광의 통일로 이끌고 나가야 하는 것이 시인의 임무다. 그는 언어를 통해서 자유를 읊고, 또 자유를 산다. 여기에 시의 새로움이 있고, 또 그 새로움이 문제되어야 한다. 시의 언어의 서술이나 시의 언어의 작용은 이 새로움이라는 면에서 같은 감동의 차원을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생활현실이 담겨 있느냐 아니냐의 기준도, 진정도 난해시냐 가짜 난해시냐의 기준도 이 새로움이 있느냐 없느냐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새로움은 자유다, 자유는 새로움이다. - <생활현실과 시>(1964,10)

 

(344)

시는 온몬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 <시여, 침을 뱉어라>(1968.4)

 

(370)

무서운 것은 문화를 정치사회의 이데올로기와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단 하나의 이데올로기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의 문화의 위험의 소재(所在)도 다름 아닌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나치스가 뭉크의 회화까지도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그 전위성을 인정하지 않았듯이, 하나의 정치사회의 이데올로기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문예시평자가 역설하는 응전력과 창조력-나는 이것을 문학과 예술의 전위성 내지 실험성이라는 부르고 싶다-은 제대로 정당한 순환작용을 갖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1968.2)

 

(377)

인간은 정당한 목적, 바로 자유다. 그리고 새로움이다. 한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그는 과거에 살던 누구와도 닮지 않고 앞으로 태어날 누구와도 닮지 않을 바로 그 자신으로 태어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움과 자유의 존재론적 근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그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에 걸맞게 새로운 삶의 스타일로 살아야 한다. 이것이 위기에 빠질 때 작가는 사람들에게 경고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의 경고는 자유가 부정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것일 수도, 아니면 스스로 온몸으로 자유를 구가하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듦으로써 자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간접적인 것일 수도 있다. 진정한 작가의 작품들이 인간의 자유를 가로막는 벽과의 충돌을 기술하거나, 동시대 사람들의 통념을 조롱하는 전혀 새로운 삶의 전망을 보여 주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인지 모른다. 카프카가 그랬고, 바이런이 그랬고, 그리고 우리 시인 김수영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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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트랙 발란데르 시리즈
헨닝 망켈 지음, 김현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북유럽 스릴러. 북유럽의 국가들이라고 하면 사회민주주의가 잘 정착이 되어 복지도 좋고, 국민들이 스스로 느끼는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단다. 그런데 북유럽 국가들에 유명한 스릴러 작가들이 꽤 있더구나. 그 나라들에 실제로도 이런 무시무시한 범죄들이 많이 일어나는가? 싶을 정도로 말이야. 생각나는 작가만 해도 밀레니엄 시리즈로 유명한 스티그 라르손. 해리 시리즈로 유명한 요 네스뵈. 등등 그리고 이번에 또 한 명의 북유럽 스릴러의 대가 헨닝 망켈의 소설을 읽었단다. 스티그 라르손은 덴마크 사람이고, 요 네스뵈는 노르웨이 사람이고, 헨닝 망켈은 스웨덴 사람이야. 그도 사회범죄스릴러 소설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안타깝게 지금은 고인이 되었대. 요 네스뵈는 해리시리즈로 유명하다고 했잖아. 헨닝 망켈은 발렌데르 형사가 활약하는 발렌데르 시리즈가 유명하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이번에 읽은 헨닝 망켈의 소설은 그런 발렌데르 시리즈 중에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출간된 <사이드 트랙>이라는 소설이란다.

북유럽 스럴러답게 이 소설도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단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북유럽은 이런 스릴러 소설 말고, 다른 장르의 소설은 어떤 소설이 있을까 하고 말이야국내에 소개된 책이 있으면 한번 찾아서 읽어봐야겠구나. 인터넷 서점에서 확인해 보니 북유럽소설 코너가 있구나. , 아빠가 읽은 책들도 꽤 있구나. <오베라는 남자>의 프레드릭 베크만도 스웨덴 사람이었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요나스 요나손도 스웨덴 사람이고그 밖에 많은 작가들이 있더구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다른 장르의 북유럽 소설에도 관심을 가져봐야겠구나.

 

1.

, 그럼 이제 이 소설의 이야기를 해줄게. 1978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이야기를 시작된단다. 페드로 산타나와 돌로레스는 결혼 8년 만에 딸을 낳았지만, 아내 돌로레스는 병에 걸려 그만 죽고 말았단다. 페드로는 딸을 데리고 자신의 마을 떠나 길을 떠난단다. 그리고 어린 딸에게 아내의 이름을 딴 돌로레스 마리아 산타나라는 이름을 주었단다.

, 이제 1994년 스웨덴의 스코네라는 지방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 25년 전에 법무부장관을 했던 은퇴한 정치인이란다. 나이는 일흔이 넘었고, 혼자 지내고 있었어. 그러나 도덕적인 사람은 아니었단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권력과 그 권력을 이용하여 벌어들인 더러운 돈. (스웨덴도 이런 사람이 있단 말이지.. 사회민주주의가 잘 정착되어 그쪽 정치인들인 청렴할 줄만 알았는데 말이야. 소설이긴 하지만 현실을 대신하는 소설이니까…) 그는 그 더러운 돈으로 어린 창녀들을 집으로 끌어들이기도 했어. 평상시에는 덕망 받는 정치인 행세를 하곤 했어. 가끔 집 근처 해변을 산책이나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렇게 해변을 산책하다가 그는 짐승으로 분장한 괴한으로부터 기습을 받았단다. 어떤 괴한의 도끼 공격으로 죽고 말았어. 그 괴한은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의 머리가죽을 벗겨갔단다. 그런 장면은 상상하기 싫구나.

...

쿠르트 발란데르. 그는 스코네 지방의 경찰이란다. 그는 이혼하여 혼자 살고 있고, 다 큰 딸이 하나 있어. 가끔 그의 집에 와서 지내기도 하지만, 독립해서 지내고 있어. 발란데르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아버지가 있었고,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서로 바쁘다 보니 가끔 전화만 하는 그런 사이야. 여자친구가 있긴 한데 외국에 있어서 자주 보지는 못한단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발란데르는 일중독 절반, 책임감 절반의 경찰이라고 보면 될 것 같구나.

어느날 이상한 신고를 하나 받는단다. 밭에 하루 종일 이상한 여자가 서 있다는 늙은 농부의 신고. 별일 아니다 싶어 현장에 갔고, 그 여자를 조사하려고 다가갔더니, 그 여자는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쏟고 불을 붙였단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발란데르는 막지 못했고, 여자의 죽음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어. 나중에 다른 일행들과 과학수사단에서도 왔어. 죽은 여자는 신분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었고, 키는 163cm정도 이고, 나이는 15~17살로 추정되는 아주 어린 소녀였대. 그리고 D.M.S라고 새겨져 있고, 성모 마리아 상이 있는 목걸이를 가지고 있었어. D.M.S? 소설의 첫 부분에 나왔던 산타나의 딸이름이 돌로레스 마리아 산타나였잖아. 그 이름의 약자인가 싶더구나. 첫 부분에서 돌로레스 마리아의 부모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때문에 그 죽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길 바랬단다. 그 목걸이를 우연히 갖고 있었기를하지만,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 소녀는 돌로레스 마리아 산타나 맞았단다. 그가 왜 밭에서 그런 고통스런 선택을 했는지는 나중에 밝혀져.

그런데 또 하나의 신고가 들어왔어.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 전 법무부 장관이 해변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는 거야. 유력 인사가 피살되었다? 그것도 도끼로 살해되었고, 머리가죽이 벗겨졌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될 테고, 발란데르에게는 골치 아픈 사건이 될 거라 생각했어. 경찰들이 모두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의 집으로 갔어. 그의 집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어. 그는 혼자 살고 있었고, 집을 드나드는 사람은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청소부가 전부였어. 청소부와 이야기를 해봐도 특별한 것은 없었어. 있다면 청소부가 한번은 날짜를 잘못 알고 다음날 왔더니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가 엄청 화를 냈다는 거야. 그리고 그날 다른 때는 볼 수 없었던 검은색 차를 하나를 봤다는 것 정도였어. 발란데르는 수사를 위해 전직 기자 망구손을 찾아갔어. 그가 예전에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의 스캔들을 쫓은 적이 있거든. 그것 때문에 회사에서 짤렸나, 아빠의 기억이 가물하지만 그랬던 것 같아. 망구손이 이야기하는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의 스캔들은 그가 겉보기와는 다르게 어린 창녀를 좋아하고 미술품 절도에도 연루되어 있었다는 거야. 그런 그의 더러운 면은 권력으로 모두 감추었던 것이란다.

 

2.

스테판. 그가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을 죽은 범인이었어. 범인의 실체가 먼저 들어나서 독자가 누가 범인일까 맞추는 묘미는 없었지만, 그가 왜 그런 범행을 벌였느냐는 것을 알아내려는 애를 쓰며 읽었단다. 그는 두번째 범행을 계획하고 있었단다. 그가 살인을 벌이는 이유는 병원에 있는 그의 누나와 관련된 사람들이었어. 그 병원이 나중에 가면 정신병원이란 것을 알게 된단다. 스테판의 누나의 일기에는 누나를 그렇게 만든 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어. 스테판은 누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그들을 모두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 목록에는 그들의 아버지도 있었단다. 도끼를 들고 사람을 죽일 정도라면 당연히 성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스테판은 놀랍게도 나이가 불과 열네 살이었단다. 그의 우상은 제로니모와 후버였어. 제로니모는 인디안 아파치족의 지도자였고, 후버는 유명한 FBI 국장이었다고 하는구나. 스테판은 제로니모를 우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를 때 그를 흉내 내어 얼굴을 분장하곤 한단다.

그의 두 번째 표적은 미술상 아르네 킬만이라는 사람이야. 자신의 농장에서 여러 지인들을 초대하여 하지를 기념하는 하지 축제를 벌이고 있었어. (스웨덴은 낮이 가장 긴 하지를 기념하는 축제가 있나보구나.) 자정 즈음 정원에서 그는 어떤 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단다. 이번에도 도끼의 공격이었고, 머리가죽이 또 사라졌어. 스테판은 왜 죽인 이의 머리가죽을 가져가는 것일까? 그것은 그에게 믿음이 있었어. 누나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죽인 이들의 머리가죽을 병원 창가 밑 땅 속에 묻어야 한다는 믿음. 그래서 그는 머리가죽을 챙겨가는 것이었단다.

발란데르는 곧바로 이 살인사건에 대한 신고를 받게 된단다. 그리고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를 죽인 범인이 저지른 두 번째 살인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희생된 두 사람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와 아르네 킬만그들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애써. 하지만 쉽지는 않았단다.

..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와 아르네 칼만그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이내 찾게 되지만, 너무 오래 전 일이었단다. 1969년 칼만이 교도소에 있을 때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가 법무부 장관이었다는 거야. 이후 칼만이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에게 편지를 써서 만난 적이 있다는 것.. 최근까지 만남이 이어졌는지는 모른다고 했어.

..

 

3.

스테판이 원래 계획했던 세 번째 타겟이 외국에 가는 바람에, 순서를 조정했단다. 바로 그의 아버지. 스테판의 아버지 비에른 프레드만은 장물아비 출신이야. 스테판은 아버지를 몰래 빼돌린 장물이 있다면서 불러내어 그 전과 마찬가지로 도끼로 살해했단다. 물론 머리가죽도 챙기고스테판은 아버지가 시신이 발견되기 쉬운 곳에 버려두어 금방 발견되었단다. 발렌데르도 그 소식을 금방 접하고 피해자 프레드만을 조사해봤어. 스테판의 아버지 프레드만은 폭행으로 가주 경찰서를 들락거렸던 이력이 있었어. 그리고 발란데르는 프레드만의 전처의 집에 갔어. 그 전처는 놀라운 이야기를 했단다. 프레드만은 엄청 나쁜 사람이라면서 자신이라도 죽이고 싶었고, 이제 죽어서 오히려 안심이라고 했어. 프레드만.. 그는 가정 폭력을 거침없이 휘둘렀던 사람이고, 이혼을 해서도 자주 전처의 집에 와서 폭행을 휘둘러 왔던 거야. 그들의 아이들도 아버지를 무서워했어. 아이들 중에 첫째 딸은 집에 없다고 했고, 열네 살 스테판와 네살 막내는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었어. 스테판은 열네살이라고 하지만 성숙해 보였고, 그 또한 아버지를 정말 혐오했어. 그들에게서는 프레드만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었어.

..

, 이제 스테판의 타겟은 한 명 남았는데, 그가 외국에 있고, 그를 쫓고 있는 경찰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네 번째 타겟을 다시 조정하려고 한단다. 발란데르를 죽이기로 했어. 그는 발란데르가 자신의 집에 왔을 때 발란데르의 집열쇠를 슬쩍 하기도 했어. 그리고 발란데르가 자고 있을 때 몰라 그의 집에 들어가기도 했어. 그러면서 계획을 세웠지….

 

4.

그런데 외국에 갔던 원래 세 번째였던 타겟이 돌아왔어. 그는 다시 순서를 조정했어. 릴리에그렌이라는 사람인데 금융사기업으로 엄청 유명한 사기꾼이었어. 그는 헬싱보리에 살고 있었어. 스테판은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다시 한번 도끼로 그를 살해했어. 발란데르는 뜻밖의 장소에서 네 번째 살인사건 소식을 받았어. 곧바로 동료경찰들과 헬싱보리로 갔어. 그곳에서는 예전에 알고 지내선 셰르텐이라는 경찰이 있었어. 이젠 헬싱보리의 경찰들과 협력을 했어. 릴리에그렌이라는 사람을 조사하다 보니 그가 매춘부들과 파티를 벌이곤 했대. .. 그러면 첫번째 희생자 구스타프 베테르스테트와 릴리에그렌의 연관성이 하나 생긴 거야. 릴리에그렌을 조사하다 보니 남미의 소녀들을 인신매매한 이력도 있었어. 그리고 그가 가둬둔 남미 소녀들을 구출하기에 이르렀단다. 그 소녀들을 보면서 발란데르는 밭에서 분신 자살한 돌로레스 마리아를 그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단다. 돌로레스 마리아는 헬싱보리에서 히치하이킹했던 것이 밝혀졌거든.. 돌로레스 마리아는 오랜 감금과 폭행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니었던 거야. 그러다가 도망을 나왔지만, 두려움과 공포로 판단력이 흐리진 그녀가 선택한 것은 자살이었던 거지. 그런데 정말 이런 잔인한 일들이 스웨덴에서 일어났었나 싶구나.

, 이제 소설은 끝으로 치닫게 된단다. 스테판은 자신을 추격하고 있는 발란데르를 죽이기로 한단다. 발란데르는 수사를 하다 보니 증거와 정황이 예상치 못했던 인물인 스테판을 가리키고 있었어. 서로를 타겟으로 하는 그들의 결론은 어떻게 될까? , 이런 소설의 결론은 권선징악이 대부분이니 너희들도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을 거야

아직 영혼이 다 자라지 않은 열네 살의 소년. 어른들로부터, 특히 자신을 보호해주어야 할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버림을 받은 누나를 지켜봐야 하는 동생. 그 누나는 결국 병에 걸려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그 동생은 복수를 하기 위해 기다렸을 거야. 자신의 힘이 그들보다 세어질 때까지 말이야. 그렇다고 그의 범행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란다. 하지만 스테판이 왜 그런 흉악범이 되었는지는 고민해봐야겠구나. 우리나라도 온갖 흉악한 사건사고들이 많이 일어난단다. 흉악한 범행을 죄를 지은 사람들에 대해 엄중하고 무거운 처벌도 필요하지만, 왜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들을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희생자들을 보호할 수는 있는 방법은 없는지,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단다. 지은이가 이런 잔인한 소설을 쓴 이유에는 그런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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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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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즐겨보는 팟캐스트 중에 <김어준의 파파이스>란 것이 있어. 얼마 전에 초대 손님으로 김민식이라는 사람이 나왔어. MBC 방송국 PD로써 예능과 드라마를 연출했던 사람이야. 그런데 그가 최근 몇 년 동안 연출을 하지 못하고, 뉴스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는구나. 그 이유가 MBC 사장에게 밉보였기 때문이래. 그리고 최근에는 그 일마저 하지 못하고 대기발령에 놓여 있다고 했어. 회사 안에서 자기 회사 사장 물러나라고 큰소리를 치고, 그 장면을 녹화해서 페이스북에 생중계를 했다는구나. MBC 사장 이름이 김장겸인데, 그는 회사 복도에서 큰 소리로김장겸은 물러나라외쳤다고 하는구나.

그가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나와서 하는 이야기가 공감이 갔어. 예전에는 MBC하면 가장 공정한 방송으로 손꼽는 방송사였는데, 요즘은 엠빙신이라고 불리면서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거야. 그리고 예전에는 파업투쟁 같은 것을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어 힘이 되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대체 언론이 많다 보니까 그냥 안보면 되지.. 이러면서 아예 외면을 한다는 거지. 사실 아빠도 MB 정권 들어선 이후 공중파 뉴스를 안 봤거든. 그리고 그렇게 MBC가 망해가도 관심을 끊어버렸지. 죽든 말든어차피 JTBC도 있고, 팟캐스트들도 많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김민식 PD에 따르면 그래도 공중파 방송이 살아야 하고, 그 중에 MBC의 명성을 되찾아야 우리나라의 진정한 방송이 산다고 했어. 그래서 아빠도 MBC 노조의 투쟁에 관한 뉴스를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단다.

그리고 최근에 아빠가 영화 한편을 봤어. 언론이 엉망이 된 이유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든 <공범자들>이라는 영화야. 그 영화 속에서도 김민석 PD의 우렁찬 목소리로,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하는 장면이 또 나왔어. 그의 그런 모습이 약간은 익살스럽기도 했고,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단다. 최근에 MBC 구성원들의 대대적인 파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들의 이런 투쟁이 MBC의 정상화를 되찾는데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단다. 그들의 투쟁으로 MBC가 정상화가 된다면, 이렇게 방송을 엉망으로 만든 이들에 대한 추적방송 등 방송계 적폐청산을 하는데 앞장섰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옛 MBC의 명성도 되찾으면 하는 바람이 있단다.

아빠가 그 김민석 PD 이야기를 시작부터 잔뜩 한 이유는 이번에 읽은 책이 그가 쓴 책이거든. 그가 하는 일과 쫌 어울리지 않는, 쌩뚱 맞는 책 제목이었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이 책의 존재는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의 지은이가 이런 훌륭한 PD인줄은 몰랐어. 그가 쓴 책이라고 하니 이 책도 관심을 갖게 되더구나. 놀랍게도 김민식PD는 통역사 자격증도 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는 놀랍게도 공과대학 출신이야. 물론 나중에 통역대학원을 다니긴 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또 놀랍게도 외국에서 공부한 것도 아니고 순수 국내에서 거의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했다고 하는구나. 그런 그가 영어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적은 책이 바로 이 책이란다. 아빠는 영어는 잘 못하지만 늘 영어에 관심이 있다 보니더욱 읽어보고 싶어지더구나.

 

1.

결론은 뭐, 책 제목에 다 있다고 볼 수 있어. 영어 잘 하고 싶어? 근데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당연히 아니지그런데 영어책 한 권을 다 외울 수는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게 되지. 이런 의문에 지은이가 답변을 하는 듯하구나.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냐고 말이야. 일단 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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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는 하루 쉬자는 쪽과 비가 내려도 무조건 가자는 쪽이 설전을 벌였습니다. ‘온종일 비가 오면 어쩌려고!’ ‘우비 입고 다니지?’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그럼 그때 가서 쉬지?’ 고민 끝에 결국 가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어요.

폭포에 도착해서 잠시 우산 쓰고 걷다 보니 날이 개었습니다. 포기하자는 유혹에 졌다면 숙소에서 맑게 갠 하늘 보며 땅을 칠 뻔했어요. 역시 인생은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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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될까? 지은이 김민식이라는 사람은 머리가 워낙 좋다 보니 잘 외우는 게 아닐까? 그리고 영어책 한 권을 외우는데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언어는 머리가 좋다고 잘 하는 게 아니래.. 왜냐하면 언어는 누구나 다 터득한다는 것이지. 머리가 나쁘든 좋든 말이야.

, 영어책 한 권 외우기를 외울까 말까 망설이다가 시작을 했다면이제 버티는 것뿐이란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지 말고, 힘들어도 끝까지 버텨보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이건 아빠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버티는 거 말이야. 그럼 아빠도 자격은 갖추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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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 이제 때려치울 거야!” 하고 물러나면 나의 한계가 거기까지라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버티는 자에게는 한계가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그날까지 버텨야겠어요. 팝가수 켈리 클락슨도 노래하잖아요.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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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래서 아빠가 김민식PD가 이 책을 통해서 추천한 영어회화 책 한 권을 샀단다. 그리고 시작해봤어. 사실 큰 기대는 안 할 거란다. 먼저 이 책을 다 외울 거라는 기대를 안 할 거야. 그래도 김민식PD가 이야기한 것처럼 시작은 해봐야지. 두 번째 만약, 정말 만약에 말이야. 아빠가 이 영어회화 책 한 권을 다 외웠다고 치자.. 그렇다고 영어 실력이 부쩍 늘어날 거라고 기대도 안 할 거야. 김민식 PD는 영어책 한 권 외우고 나면 미드의 영어 대사가 들린다고 하는데 그런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영어책 한 권 외웠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 그래서 다른 영어책에 또 도전하는 아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단다. 그래서 도전해 보는 거야.

그리고 시작한지 이십일 남짓이 지났단다. 오호,,, 아직까지는 할만하구나. 김민석 PD가 추천한 영어회화 책은 하루에 여섯 문장을 외울 수 있게 되어 있고, 그 여섯 문장은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흐름만 알고 있으면 외우는데 도움이 되더구나. 하루 여섯 문장씩 외우기…  사실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단다. 하지만, 지나간 날의 외운 것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래서 틈틈이 지나간 날짜의 영어도 틈틈이 중얼거려본단다. 출퇴근할 때, 회사에서도 틈나는 대로 속으로 중얼거려본단다. 핸드폰 카메라로 책 내용을 찍어서 가끔씩 보기도 해. 그리고 너희들이 아빠가 외운 것을 검사해주잖아. 날마다 할 수 있는 여건은 되지 않지만, 아빠가 숙제를 하고 너희들한테 검사 받는 기분도 들더구나. 그래서 아빠도 더욱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 너희들도 아빠한테 파이팅 해주렴

예전에 책에서 읽은 수식을 소개합니다.
"1.01의 365승은 37.8
0.99의 365승은 0.026
향상심이 강한 사람이 전날보다 매일 1퍼센트씩 자신의 행동을 개선하여 그것을 1년 365일 지속해간다. 그리고 그것을 1.01의 365승이라고 생각하면 1이 약 38이 된다. 한편, 어찌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전날보다 매일 1 퍼센트씩 행동이 절하된 상태로 1년 365일을 이어나가면 0.026이 된다. 20년, 30년이라는 시간 간격으로 샐러리맨을 보고 있으며, 이 수식이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와다 이치로 지음)"

(177)
결국 세상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소설 <왕좌의 게임>에서 읽은 영어 대사를 노트에 적어놓고 다시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Never forget what you are, for surely the world will not. Make it your strength. Then it can never be your weakness. Armor yourself in it, and it will never be used to hurt you."
영어 공부를 겸해 원서를 읽는다면 좋은 문장을 수첩에 모아보세요. 나만의 영어 명언집이 완성됩니다. 배낭여행을 갔을 때 미국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얘기가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때 "나는 말이야, 타이리온 라니스터의 그 대사가 참 좋아"하고 소리 내어 외워보는 겁니다. 영어 공부도 되고, 인생 공부도 되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좋은 길이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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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09-05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onderf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