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이전 세대들이 평화를 일시적인 전쟁 부재 상태로 생각했다면, 지금 우리는 평화를 전쟁을 생각하지 않는 상태로 여긴다. 1913년에 사람들이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평화가 존재한다고 말한 것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현재는 전쟁이 없지만 내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평화가 존재한다고 말하면, 그것은 현재의 정황상 그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런 평화가 프랑스와 독일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에(모두는 아니지만) 퍼져 있다. 내년에 독일과 폴란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또는 브라질과 우루과이 사이에 심각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56)

1985년에 한국은 비교적 가난한 나라였고, 전통에 얽매여 있었으며, 독재체제하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은 경제강국이고,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교육받은 사람들이며, 안정된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민주정권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1985년에 10만 명 당 아홉 명 정도의 한국인이 자살한 반면, 현재 한국의 연간 자살률은 10만 명당 서른여섯 명이다.

 

(92)

역사 공부의 목표는 과거라는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돌려, 조상들이 상상할 수 없었거나 우리가 상상하기를 원치 않았던 가능성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를 지금 여기로 이끈 우연한 사건들의 연속을 관찰함으로써 우리는 생각과 꿈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깨닫고, 다른 생각과 다른 꿈을 품을 수 있다. 역사 공부는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하라고 알려주지 않지만, 적어도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제공한다.

 

(212)

역사는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사람들은 의미의 그물망을 짜고 그것을 진심으로 믿는다. 하지만 그 그물은 곧 풀리고, 되돌아보는 우리는 그런 헛소리를 어떻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천국에 가기를 바라며 십자군 원정에 나선다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으로 보인다. 어째서 30년 전 사람들은 공산주의 낙원에 대한 믿음 때문에 핵 대학살을 불사할 생각까지 했을까? 그러므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우리의 믿음도 백 년 뒤 우리 후손들에게는 똑같이 이해할 수 없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236)

정기적으로 엄밀한 평점을 매기기 시작한 것은 산업시대의 대중교육제도이다. 공장과 정부 부처가 숫자언어로 사고하는 데 익숙해지자 학교가 그 뒤를 따랐다. 학교는 숫자언어로 사고하는 데 익숙해지자 학교가 그 뒤를 따랐다. 학교는 평균점수에 따라 학생 개개인의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했고, 교사와 교장의 가치는 그 학교의 전체 평균에 따라 평가되었다. 그리고 관료들이 이런 척도를 채택하자마자 실제가 변했다.

 

(261)

일부 과학적 발견들이 종교적 교의를 뿌리째 뒤흔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논리적 필연이 아니다. 예컨대 이슬람 교의는 7세기 아라비아에서 선지자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풍부한 과학적 증거들이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과학이 잘 동작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종교의 도움이 항상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과학적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은 우리에게 인간이 산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범죄자들을 질식시켜 처형해도 괜찮은가?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과학은 알지 못한다. 종교만이 이런 질문들에 필요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아.

 

(283)

중세 사람들은 역병이 발생하면 하늘을 쳐다보며 신에게 자신들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오늘날 치명적인 새 유행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사람들은 휴대폰을 붙들고 주식 중개인과 통화한다. 주식거래에는 유행병조차 호재이다.

 

(294)

하지만 실은 세 종류의 자원이 존재한다. 원재료, 에너지 그리고 지식이다. 원재료와 에너지는 고갈된다. 사용하면 할수록 줄어든다. 반면 지식은 성장하는 자원이다. 사용하면 할수록 늘어난다. 실제로 당신이 지식의 총량을 늘리면 그 지식은 당신에게 더 많은 원재료와 에너지를 준다.

 

(314-315)

감정은 우리의 사적인 삶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절차에도 의미를 제공한다. 누가 국가를 통치해야 하는지, 어떤 외교정책이 채택되어야 하고 어떤 경제조치가 취해져야 하는지 알고 싶을 때 우리는 성경에서 답을 찾지 않는다. 교황의 명령이나 노벨상 수상자 협회의 결정에 복종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민주적인 투표를 통해 국민들에게 당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 우리는 유권자가 가장 잘 알고, 개개인의 자유선택에서 정치권력이 나온다고 믿는다.

 

(323)

의미와 권위의 원천이 하늘에서 인간의 감정으로 옮겨오면서 우주 전체의 성질이 변했다. , 뮤즈, 요정, 악귀 들로 바글거리던 외부 우주는 텅 빈 공간이 되었다. 반면 지금까지는 날것의 감정들을 처박아두던 별 볼일 없는 공간이던 내부세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깊고 풍부해졌다. 천사와 악마는 세상의 숲과 사막을 떠도는 실제하는 실체에서 우리 심리 안의 내적 힘으로 탈바꿈했다. 천국과 지옥도 구름 위 어딘가에 있고 화산 및 어딘가에 있는 실제 장조에서 마음의 내적 상태로 해석이 달라졌다. 우리는 가슴 안에 분노와 증오가 불붙을 때마다 지옥을 경험하고, 적을 용서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가난한 사람들과 가진 것을 나눌 때마다 천상의 기쁨을 누린다.

 

(331)

인본주의적 삶의 최종 목표는 광범위한 지적, 정서적, 육체적 경험을 통해 지식을 온전히 발현시키는 것이다. 19세기 초 근대 교육제도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빌헬름 폰 훔볼트는 존재의 목표는 가능한 한 가장 폭넓은 인생 경험을 증류해 지혜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생에는 오직 하나의 정점이 있는데, 그것은 느낌으로 인간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경지라고 말했다. 인본주의의 모토로 삼기에 딱 알맞은 말이다.

 

(380)

스스로 자문해보라.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발견, 발명, 창조가 무엇이었나? 이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항생제 같은 과학적 발견, 컴퓨터 같은 기술적 발명, 페미니즘 같은 사상적 창조를 포함해 후보 목록이 많아 고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자문해보라. 20세기에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 같은 전통 종교들이 이뤄낸 가장 영향력 있는 발견, 발명, 창조는 무엇인가? 이것 역시 어려운 질문인데, 고를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410)

사실을 말하면, 경험하는 자아와 이야기하는 자아는 별개의 실체가 아니라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이야기하는 자아는 경험을 이야기를 구성하는 중요한 (하지만 유일하지는 않은) 원재료로 이용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다시 경험하는 자아가 실제로 느끼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라마단 때의 금식과 건강검진을 위한 금식, 돈이 없어서 먹지 못하는 배고픔을 다르게 경험한다. 이야기하는 자아가 배고픔에 부여하는 각기 다른 의미들은 매우 다른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462)

그러면 구글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는 네가 태어난 날부터 너를 알고 있었어. 네 이메일을 모두 읽었고, 네 통화를 모두 기록했고, 네가 좋아하는 영화들, 네 유전자 정보, 네 심장 기록도 모두 갖고 있어. 네가 데이트한 정확한 날짜도 보관하고 있으니, 존이나 폴과 만날 때마다 네 심장박동, 혈압, 혈당수치를 초 단위로 기록한 그래프를 원한다면 보여줄 수 있어. 필요하다면 네가 그들과 가진 모든 성관계의 정확한 순위도 제공할 수 있어. 그리고 당연히 나는 너를 아는 것만 큼 그들도 잘 알아. 이 모든 정보, 내 뛰어난 알고리즘, 수많은 관계에 대한 수십 년에 걸친 통계자료를 토대로, 나는 너에게 존을 선택하라고 권해. 장기적으로 그와 함께할 때 더 만족스러울 확률이 87퍼센트야.”

 

(474)

자유주의가 직면한 세 번째 위협은, 일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어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소규모 특권집단을 이룰 거라는 점이다. 이런 초인간들은 전대미문의 능력과 전례 없는 창의성을 지닐 것이고, 그런 힘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중요한 대다수의 결정들을 계속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시스템의 유지보수를 담당할 것이고, 시스템은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컴퓨터 알고리즘과 새로운 초인간 양쪽의 지배를 받는 열등한 계급이 될 것이다.

 

(497)

마음을 조작하는 기술과 마음의 스펙트럼에 대한 우리의 무지 그리고 정부, 군대, 기업의 편협한 관심이 합쳐질 때, 우리는 틀림없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우리는 몸과 뇌를 업그레이드하는데는 성공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마음을 잃게 될 것이다. 사실 기술 인본주의는 결국 인간을 다운그레이드할 것이다. 시스템은 다운그레이드된 사람들을 선호할 텐데 그것은 그런 사람들이 가지게 될 초인간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은 시스템을 방해하고 속도를 떨어뜨리는 성가신 성질을 갖고 있지 않아서이다. 모든 농부들이 알고 있듯이, 염소 무리에서 가장 골치 아픈 존재는 대개 가장 똑똑한 염소이다. 농업혁명 과정에서 동물의 마음 능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가 이것이다. 기술 인본주의자들이 꿈꾸는 두 번째 인지혁명은 똑 같은 일을 우리에게 할 것이다. 즉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전달하고 처리할 수 있지만, 집중하고 꿈꾸고 의심하지 못하는 인간 톱니를 생산할 것이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는 성능이 향상된 침팬지로 살았다. 그리고 미래에는 특대형 개미가 될지도 모른다.

 

 

(503)

데이터교는 우주가 데이터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현상이나 실체의 가치는 데이터 처리에 기여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색적인 비주류 개념 같다는 인상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개념은 이미 과학계의 대부분을 정복했다. 데이터교는 두 과학 조류의 격정적 합류에서 탄생했다.

 

(505)

이렇게 보면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국가가 통제하는 공산주의는 서로 경쟁하는 이념, 윤리적 신조, 정치제도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둘은 경쟁하는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다. 자본주의는 데이터를 나누어 처리하는 반면, 공산주의는 중앙에서 모두 처리한다. 자본주의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그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유시장에서 빵 가격은 어떻게 정할까? 우선 모든 빵집이 원하는 만큼 빵을 생산하고, 원하는 만큼 가격을 매길 것이다. 소비자들이 여력이 되는 한 얼마든지 많은 빵을 살 수 있고, 경쟁관계인 빵집에 가서 빵을 사도 된다. 바게트 한 개에 천 달러를 매겨도 불법이 아니지만 아무도 그 빵을 사지 않을 것이다.

 

(513)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우리는 기술이 정치보다 한발 앞서 우위를 점하는, 인터넷 같은 혁명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은 곧 우리 사회와 경제 그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까지 앞지를 텐데도, 우리의 정치적 레이더망에는 좀처럼 포착되지 않는다. 현재의 민주적 구조들은 관련 데이터를 충분히 빨리 수집해서 처리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적절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을 만큼 생물학과 사이버네틱스에 대해 잘 모른다. 따라서 전통적인 민주정치는 중요한 사건들을 제어할 수 없고, 미래에 대한 유의미한 비전들을 우리에게 제공하지 못한다.

 

(537)

21세기에는 더 이상 감정이 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알고리즘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전례 없는 연산력과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우월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알고리즘들은 당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정확히 알 뿐 아니라, 당신에 대해 당신은 짐작도 하지 못하는 백만 가지 다른 점들을 알고 있다. 따라서 당신은 이제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것을 그만두고, 이런 외부 알고리즘에 귀 기울이기 시작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투표하는 반면 다른 유권자는 공화당에 투표하는 정확한 신경학적 이유까지 안다면, 무엇하러 투표를 하는가? 인본주의의 계명이 네 감정에 귀 기울여라!”였다면, 데이터교의 계명은 알고리즘에 귀 기울여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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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자서전 -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지음, 양은모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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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매년 시월이면 언론에서는 그 해 노벨 수장자의 후보들에 대해 기사를 내놓곤 한단다. 노벨상과 우리나라는 인연이 없는 것이라 관심 밖일 수도 있는데, 몇 년 전부터 고은 시은이 유력 후보 중에 한 명으로 거론되면서, 매년 노벨 문학상의 후보군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 같구나. 하지만, 예상하던 후보군 밖에서 수상자가 나오기 일쑤이고특히 작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이후 출판사들은 멘붕이 되었다는 소문도 있었어. 왜냐하면 노벨 문학상 수상자 특수를 누릴 수 없는 사람이 수상자가 되었거든.. 수상자가 다름 아닌 음유시인으로 부르는 가수 밥 딜런이었어.. 한참 동안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고 하는데, 미국 음악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낸 공로를 인정하였다고 하는구나. 아빠도 의외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유가 있으니 수상을 했겠지, 이정도 생각만 했단다. 작년에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을 때 밥 딜런의 책을 조회해봤을 때 그가 쓴 자서전 한 권만 조회되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책들이 더 출간된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작년에는 노벨 문학상 특수는 없었어.

아빠도 밥 딜런에 대해서 잘 몰라. 그가 음유시인으로 부른다는 것은 알지만, 아빠가 좋아하는 음악가도 아니기 때문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어. 학창시절에 팝송을 즐겨 듣던 시기도 있었지만, 밥 딜런의 노래를 좋아하지는 않았으니까. 그의 노래 중에 아는 것도 "Knocking on a heaven's door" 하나 뿐이었어. 그래도 그가 노벨 문학상을 탔다고 하니 궁금하긴 하더구나.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말이야. 2004년에 쓴 그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 그의 히트곡을 제목으로 딴 우리나라 번역서. 원서의 제목은 <Chronicles>이라고 하는구나. 번역서의 제목을 더 멋있게 잘 지은 듯 하구나.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휙휙 지나서 일년이 흘렀구나. 이 책에 대해 잊고 있다가 너희들과 함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아 이, .. 읽기로 했었지.. 하면서 구매한 것이란다.

....

 

1.

미국 사람, 다른 시대, 다른 삶,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글을 읽는 건 쉽지 않았어. 자서전이라기 보다, 그의 일기장을 쭉 보는 듯했어. 오랜 전 일들도 자세히 적혀 있는 것 봐서는 분명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썼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했어. 정말 솔직하고 자세하게 적혀 있었어. 이야기도 시간적인 순서도 아니고, 마음 가는 대로 쓴 듯했어.

1941년생의 로버트 짐머만이 이름이 밥 딜런의 본명이란다.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하면서, 예명을 지은 것인 밥 딜런이었고 그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도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단다... 그는 덜루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고, 히빙이라는 곳에서 자랐대. 1959, 음악을 하고 싶어서 무작정 고향을 떠나 미니애폴리스에 도착을 하였고, 그곳에 살고 있던 사촌이랑 같이 지내면서, 포크 음악을 하려고 했지. 그곳에서 다른 포크 음악을 하는 이들을 만나 같이 연주도 하고, 많은 음악도 들었다고 하는구나. 그는 많지는 않지만 연주를 해서 돈도 벌었대. 거기서 만난 사람으로부터 우연히 우스 거스리의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밥 딜런은 우스 거스리의 음악을 듣고 신이 출현하는 것 같다고 했어. 이후 우스 거스리를 우상으로 생각하게 되고, 우스 거스리의 책과 음악에 흠뻑 빠져들었어. 그리고 우스 거스리의 노래만 불렀어. 팬 케이크라는 사람을 알게 되는데, 그가 충고하기를 우스 거스리의 노래만 부른다고 우스 거스리가 될 수 없다고 했어. 이미 많은 뮤지션들이 우스 거스리의 노래를 부르지만, 그를 넘어설 수 없다고 했어. 하지만 밥 딜런은 여전히 우스 거스리를 존경하였고, 그를 만나고 싶어했어.

1961, 무작정 뉴욕으로 왔어. 클럽 <개스라이트>에서 연주를 하고, 그의 명성도 점점 커져갔어. 라디오 포크 음악 쇼에도 출현하고, 사랑도 하게 되었어.. 그가 뉴욕에 있는 민속학 센터에 머무르기도 했는데, 그곳에는 포크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많아서 그들과 교류하였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많은 책들을 읽을 수 있었어. 밥 딜런은 이때 읽은 많은 책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서전에 싣고 있는데, 내용들이 자세한 것으로 보아 독후감을 썼던 것 같더구나. 이 때 뿐만 아니라 그는 늘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이런 것들이 그를 음악가를 뛰어 넘어 시인이 될 수 있었던 밑바탕이 아니었나 싶구나. 이 자서전에는 그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가 읽은 많은 책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2.

그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직접 만들게 되었는데, 세상 세태를 노래의 소재로 했어. 그가 음악적으로 성장하는데 많은 만남이 있었겠지만, 아빠가 생각하기에 아치볼드 맥클리쉬라는 연극 연출가의 만남이 중요한 만남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아치볼드와 음악적 견해가 커서 논쟁도 많이 했지만, 그들은 만나면 음악 이야기뿐만 아니라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 아치볼드는 이미 밥 딜런을 시인으로 여겼대.

세상은 그를 음악만 하게 두지 않았어. 1968년을 전후로 미국은 혼란의 시기였고, 전국이 불타는 듯했어. 여기저기 소요도 많았고 말이야. 케네디 대통령, 킹 목사, 말콤 X가 암살당한 것도 모두 1960년대였어. 그래서 그는 그런 세상 세태에 대해 노래를 했지. 그로 인해 세상을 그를 저항시인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기자들이 그의 집을 찾아왔어. 그런데 정작 밥 딜런은 그것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라고 했어. 그런 평가에 대해 늘 부담을 갖고 있었어. 어떤 때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언론이 자신의 작품을 평가하는 것도 부담이었지. 언론은 그를 예언자, 메시아, 구세주라는 명칭까지 주었대.

================================

(128)

내게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을 지키고 먹여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잘난 체하는 인간들이 나를 대변자라느니 심지어 시대의 양심이라느니 하면서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다. 웃기는 일이었다. 내가 한 일이라곤 새로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강하게 표현하는 노래를 부른 것뿐이었다. 나는 내가 대변하게 되어 있다는 세대와 공통적인 것이 별로 없고 잘 알지도 못했다. 불과 10년 전에 고향을 떠났고 누구에게도 큰 소리로 내 의견을 외친 일이 없었다. 앞날의 내 운명은 삶이 인도하는 대로 가게 되어 있었고, 무슨 문명을 대표하는 일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었다. 나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보다는 목동에 가까웠다.

================================

그는 자신을 과대 평가는 언론들에 대해 맹렬히 비난했단다. 어딜 가나 언론이 문제구나. 그래도 그가 많은 젊은이들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해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 아닐까 싶구나.

 

3.

1987년 밥 딜런은 이제 자신의 전성기가 지났다고 생각을 했대. 새로운 것은 없다 후배 음악가들이 자신을 뛰어 넘었다고 생각하던 그 시기.. 그런데 그 즈음, 그는 새로운 영감을 받게 되었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음악을 해야 한다는 영감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느꼈다고 했어.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건 그런 것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그는 그것을 느꼈다고 했어.

====================================

(167)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고 다차원으로 돌아왔다. 나도 놀랄 지경이었다. 몸이 약간 흔들렸지만 즉시 높이 날고 있었다. 이 새로운 일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일어났다. 에너지의 차이가 감지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뿐이었다. 변화가 일어난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에너지는 수많은 각도로부터 왔고, 그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나는 새로운 능력을 가졌고 그것은 모든 다른 인간의 필요조건을 능가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그것도 얻었을 것이다. 새로운 연주자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30년 이상 공연을 해왔지만 그 단계에 가 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었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누군가가 나를 새로 만들었어야 했다.

====================================

지금까지의 음악은 자신의 음악을 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다른 사람들이 했던 음악을 따라 했을 뿐일지도 몰라. 그것이 음악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그것은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일 거야. 틀에 잡힌 생각들.. 우리는 대부분 그런 틀 안에 갇혀서 살고 있잖아. 그런데 그 틀이 있다는 존재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살고 있잖아. 밥 딜런이 새로운 영감을 얻고 새로운 음악을 하려는 새로운 열정이 생긴 것은 그런 틀을 깨고 더욱 성장한 것이 아닐까 싶구나. 너희들도 나중에 너희들이 좋아서 하는 것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슬럼프가 오고,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을 거야. 그럴 때는 혹시 일정한 틀 안에서만 즐긴 것은 아니었나 한번 고개를 들어보렴.. 그럼 저 멀리 틀이 보이고, 그 틀 밖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야.. 밥 딜런은 다시 한번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음악을 할 수 있었어.

그렇게 새로 깨닫게 된 밥 딜런에게 노래는 무엇이었을까? 그에게 노래는 꿈이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야. 그리고 그는 이 책을 쓴 2004년까지도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아마 그 이후에도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음악을 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4.

책 뒤쪽에 밥 딜런의 노래 몇 곡을 해석과 함께 실어놓았단다. 우리나라 번역서의 제목으로 뽑은 <바람만이 아는 대답>도 있었어. 원제는 <blowing in the wind>였어. 아빠는 이 노래를 알지 못했어. 그래서 유튜브에서 찾아서 들어보았단다. 책에 있는 가사와 해석을 보면서 들었는데, ()와 같은 노랫말인 것 같구나. 그는 역시 시인이었어.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봐야

Before you call him a man?

진정한 인생을 깨닫게 될까?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이 바다 위를 날아봐야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백사장에 편안히 쉴 수 있을까?

 

Yes, and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 balls fly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영원한 평화가 찾아오게 될까?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How many years can a mountain exist

산은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야

Before it is washed to the sea?

씻겨서 바다로 가게 될까?

 

How many years can some people exist

사람은 얼마나 긴 세월이 흘러야

Before they're allowed to be free?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는 걸까?

 

How many times can a man turn his head

And pretend that he just doesn't see?

언제까지 고개를 돌리고 모르는 척 할 수 있을까?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How many times must a man look up

얼마나 많이 올려다 보아야

Before he can see the sky?

진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How many ears must one man have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Before he can hear people cry?

타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How many deaths will it take 'til he knows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That too many people have died?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을 알게 될까?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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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아주 예전에는 일본소설을 잘 안 읽었어. 베스트셀러에 있는 몇몇 일본소설을 읽었다가 아, 뭐 이런 소설이 베스트셀러에이런 생각을 했었거든.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그 유명한,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였어. 사람마다 좋고 싫음이 다를 수 있잖아. 아빠한테 맞지 않는 작가인가 보다 했어. 그리고 다른 몇몇 작가의 소설들을 읽었는데 다 아빠랑 맞지 않았어. 그래서 아빠는 일본소설은 맞지 않나 보다 해서 관심 밖이었단다. 그러다가 일본 추리 소설들을 읽다가 일본의 추리 소설은 읽을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조금씩 다른 소설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추리소설이 아닌 소설 중에서도 괜찮은 소설들을 만나면서, 일본 소설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씩 벗겨졌어. 그러면서 누군가 추천한 책이면 관심이 가게 되었어. 예전에는 누군가 일본소설을 추천해도, ~~” 그러면서 찾아보지도 않았거든.

이번에 읽은 책도 아빠의 지인이 추천해준 책이야. 아빠가 요즘 일본소설에도 이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니, 추천해 주더구나. 일본소설이긴 한데, 작가가 재일교포라고 하는구나. 그렇다 보니 더 읽고 싶어졌어. 작가 이름은 가네시로 가즈키라고 처음 들어봤는데, 그의 소설 제목들을 들어보니 대부분 들어본 소설들이었어. 그렇게 해서 읽은 책이 바로 “GO”라는 책이란다.

주인공이 재일교포로 나오는데, 지은이가 재일교포다 보니 자전적인 내용인가 싶기도 했어. 아무래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쓰지 않았을까 싶구나. 이 책은 일본에서도 유명한 나오키 문학상도 수상하였대. 이제 아빠도 일본소설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도 다시 읽어보려고 해. 아빠가 즐겨 듣던 <지대넓얕> 팟캐스트의 패널 중에 김도인이라는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광팬으로 그의 책들을 이야기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도 나쁘지 않았거든.. 그런데 그의 책은 유명한 책들이 많아서 무엇부터 읽어야 할까?

 

1.

, 이제 그럼 이번에 읽은 <GO>라는 소설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줄게. 스기하라. 주인공 이름이란다. 어머니는 한국 사람이고,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태생의 일본인이었단다. 제주도에서 태어났는데 왜 일본인이었냐고? 왜냐하면 스기하라의 아버지가 태어났을 때는 일제시대였기 때문이야. 할아버지가 징역으로 일본에 오면서, 아버지도 같이 일본에 왔다가 일본에 정착하게 되었어. 광복 후 아버지는 국적을 선택해야 했어. 대한민국(남한)과 조선(북한)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당시 일본에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준 것은 조선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국적으로 조선을 선택했고, 그렇게 재일조선인이 되었단다. 그리고 아버지는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였어. 아버지의 동생, 그러니까 스기하라의 삼촌은 1950년대 말 아예 조선으로 가버렸단다. 재일 동포를 북조선으로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아빠도 학교에서 배웠어. 그것을 주도적으로 하는 단체가 조총련이라는 단체가 있었고...

....

그렇게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으로 사시던 아버지는 54살 되던 해, 갑자기 하와이에 가고 싶다면서, 국적을 조선에서 한국으로 바꾸었어.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 조총련과 같은 성격의 단체가 한국 쪽에도 있었는데, 민단이라는 단체였어. 그 민단의 간부에게 뇌물을 엄청 주고 국적을 바뀌었는데, 그때 스기하라도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었어. 그때 스기하라는 중학생이었어. 중학교 때까지 조선학교에 다시던 스기하라. 고등학교는 일본학교에 입학했어. 일본학교에서 한국인이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 왕따라는 뜻의 일본어 이지메를 당했어. 아마 아빠가 알기로는 이지메가 우리나라에 와서 왕따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어. 상당히 안 좋은 것이란다.

스기하라의 아버지는 전직 국가대표 복싱 선수였고, 스기하라도 초등학교 때 아버지로부터 복싱을 한때 배워서 싸움에는 소질이 있었어. 자신에게 싸움 걸어오는 이들에게 스물네 번이나 싸워서 모두 이겼어. 그에게 첫 번째로 싸움을 걸었던 가토는 그의 절친이 되었지. 가토의 생일잔치가 있어서 갔다가 스기하라는 사쿠라이라는 여학생을 만나게 되었어. 처음 만난 날, 입맞춤까지 했어. 사쿠라이가 먼저 일요일에 만나자고 했지만, 스기하라는 그날 중요한 약속이 있었어.

...

 

2.

그 중요한 약속은 친구 정일이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날이었어. 스기하라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있어. 민족학교에서 알게 된 정일이라는 모범생. 민족학교는 재일 조선인들만 갈 수 있는데, 그곳에서는 김일성 주체사상도 배웠어. 스기하라는 그것에 싫증을 내고 학교에 자주 결석을 하기도 했고, 부모님도 크게 상관하지 않았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중학교 2학년 때 한국인으로 국적을 바꾸었다고 했잖아. 명목은 아버지가 하와이를 가고 싶어서였지만, 아버지의 속마음은 아들 스기하라의 국적을 한국으로 바꿔 주고 싶었던 이유가 더 컸을 거야. 스기하라의 미래를 위해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 그 이후 민족학교에서도 이지메를 당하기도 했어. 그 와중에 정일이와 계속 친하게 지냈고, 고등학교 가서도 한 달에 한번씩 만나서 책 이야기를 하고 서로 책을 교환해서 보기도 했어. 스기하라가 싸움도 잘하고 학교도 빠지고 그래서 문제아 같기도 하지만, 스기하라도 책을 많이 보는 소년이었어. 그것도 철학, 과학, 인문학 책을 많이 봤어. 정일이는 늘 소설만 봤는데, 정일이는 소설을 읽는 이가 늘어나면 세상이 더 좋아질 거라고 하는데, 아빠도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인데, 그가 그렇게 평가하니 위안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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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넌 맨날 소설만 읽는구나.”

나는 소설의 힘을 믿지 않았다. 소설은 그저 재미있기만 할 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책을 펼치고 덮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용 도구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정일이는 늘 이렇게 말한다.

“혼자서 묵묵히 소설을 읽는 인간은 집회에 모인 백 명의 인간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소리였다.

“그런 인간이 늘어나면 세상은 좀 더 좋아질 거야.”

정일이는 그렇게 말을 이으며 다정하게 미소를 띤다. 그러면 나는 왠지 이해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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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기하라에 예전에 한국에 간 적이 있었어.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도를 거쳐 서울에 갔었지. 서울에서 택시운전사가 자신의 돈을 삥땅 치려는 것을 알고 대들었다가 싸움이 붙었고, 아버지가와 어머지가 그것을 보고 자신만 엄청 맞은 기억이 있는데, 이후 한국을 엄청 싫어했어.

 

3.

사쿠라이와 데이트... 그림 전시관에 갔어. 사쿠라이는 첫 만남 때도 그랬지만,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어. 그래서 스기하라가 당황하기도 했지. 그들은 음악이야기, 영화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고, 사쿠라이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어. 사쿠라이의 아버지는 회사원인데, 일본 체계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서 선거조차 안 하셨대. 상당히 개방적이라서, 사쿠라이가 남자친구를 집에 데리고 오는 것도 대환영이었어. 스기하라와 사쿠라이는 사쿠라이 집에 있는 AV룸에서 같이 음악을 들었는데, 주로 클래식이었어. 모차르트, 브람스... 미술관에, 클래식 음악에, 책 이야기에보통 아이들과는 좀 다르네. 그래서 둘이 잘 맞는가 보네. 하지만 둘이 한창 끌리는 사이인데 둘만 있는 방안에서 음악만 들었다면 비현실적이었겠지.. 그들은 서로 껴안고, 키스도 하고 그랬어. 그들은 여행을 계획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도 했어.

그런데 어느날 스기하라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고가 일어났어. 정일의 죽음. 정일은 어떤 남자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선배 누나를 우연히 보고 도와주려고 갔는데, 그 남자와 싸움이 붙었고, 당황한 남자에게 휘두른 칼에 그만 죽고 말았어. 그 남자도 사실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려는 소심한 남학생에 불과했고, 그 남학생의 친구가 용기를 가지라고 잭나이프를 주머니에 쥐고 있으라고 준 칼이었던 거야. 정일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 남학생도 그만 자살을 하고 말았단다.

...

정일이가 죽고 난 후 스기하라는 심한 후유증을 앓았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사쿠라이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었어. 그들의 사랑이 무르익어,, 그들은 사랑을 나누기로 마음먹고 호텔로 향했어. 그리고 사랑을 나누기 전에 스기하라는 숨기고 있던 사실, 자신의 국적이 한국이라고 이야기했어. 그러자 사쿠라이는 갑자기 방어자세를 보이며, 아버지가 한국사람이나 중국사람과 절대 사귀지 말라고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했다는 거야. 사쿠라이 아버지가 상당히 개방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했고, 사쿠라이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런 행동변화에.. 스가하라는 속으로 너도 다 똑같은 일본사람이야.. 라고 생각했을 거야. 스기하라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호텔을 혼자 떠났어.

집에 걸어가는 길에 경찰이랑 시비가 붙어 경찰을 때려눕혔는데, 그만 경찰이 정신을 잃어서 경찰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어.. 스기하라 심성은 원래 착하잖아. 깨어난 경찰은 스기하라를 질책하거나 체포하겠다는 소리는 없이, 학생과 싸워서도 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경찰을 그만둬야겠다는 이야기까지 했어. 오히려 스기하라가 경찰을 위로해 주는 상황이었어.

...

 

4.

사쿠라이와 헤어진 스기하라는... 정일의 유언이나 지키자면서 공부를 시작했어. 그것도 아주 열심히... 어느날, 스기하라의 아버지가 술값이 없다면서 전화해서 스기하라는 술값을 갖고 아빠한테 갔어. 아버지가 술을 먹다니.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택시를 타고 오면서 아버지는 술 먹은 이유를 이야기해주었어. 북한에 간 스기하라 삼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대. 그래서 술을 먹었다고... 그러다가 아버지와 세대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아버지가 복싱으로 승부하자고 해서... 공원 잔디밭에서 부자간에 복싱이 벌어졌고, 아버지의 승리로 끝나고 다시 부자지간이 같이 집에 왔는데, 집 나갔던 엄마가 돌아와 있었어. 엄마가 아버지와 아들의 꼴을 보고 빗자루로 대응을 했지....

....

크리스마스 이브.. 오랜만에 사쿠라이의 전화가 왔어. 다시 만났어. 사실 사쿠라이는 1년 전 농구시합 때 스기하라를 봤고, 그 때 반해서 스기하라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사토의 생일잔치에 왔었다는 거야.. 그리고 지난번 일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둘은 화해를 했단다. 그리고 스기하라와 사쿠라이는 국적을 팽개치고, 함께 행복한 미래로 달려갔단다. 소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란다.

...

이 소설은 스기하라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읽은 이들은 이 소설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다들 알 거야. 재일한국인의 정체성.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까. 일본인으로부터 받는 한국인에 대한 곱지 못한 일반적인 시선을 받고,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편히 산다고 곱지 못한 일반적인 시선을 받고... 그들 또한 정체성 혼란으로 쉽지 않은 삶을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소설에서는 그런 재일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준 것 같았어. 무겁지 않게개성 있는 주인공과 함께.. 하지만, 지은이가 이야기하려는 묵직함도 함께.. 스기하라가 분노하면서,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많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재일동포에 대해 이해를 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국적이라는 것이 어찌 생각하면 그냥 허상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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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상관없어. 너희들이 나를 재일이라고 부르든 말든, 부르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불러. 너희들, 내가 무섭지? 어떻게든 분류를 하고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되지? 하지만 나는 인정 못해. 나는 말이지, ‘사자하고 비슷해. 사자는 자기를 사자라고 생각하지 않지. 너희들이 멋대로 이름을 붙여놓고 사자에 대해서는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을 뿐이야. 그렇다고 흥에 겨워서 이름 불러가며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봐. 너희들의 경동맥에 달겨들어 콱 깨물어 죽일 테니까. 알아, 너희들이 우리를 재일이라고 부르는 한, 언제든 물려죽어야 하는 쪽이라구. 분하지 않냐구. 내 말해두는데, 나는 재일도 한국인도 몽골로이드도 아냐.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좁은 곳에다 처박지 마. 나는 나야. 아니, 난 내가 나라는 것이 싫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을 잊게 해주는 것을 찾아서 어디든 갈 거야. 이 나라에 그런 게 없으면, 너희들이 바라는 바대로 이 나라를 떠날 것이고, 너희들은 그렇게 할 수 없지? 너희들은 국가니 토지니 직함이니 인습이니 전통이니 문화니, 그런 것들에 평생을 얽매여 살다가 죽는 거야. 제길. 나는 처음부터 그런 것 갖고 있지 않으니까 어디든 갈 수 있어. 언제든 갈 수 있다구. 분하지? 안 분해……? 빌어먹을, 내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빌어먹을,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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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2-04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재일동포의 정체성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정일이가 했던 ˝우리에게는 나라라는 것이 없습니다.˝라는 말이 가슴에 남더군요.^^..

bookholic 2017-12-05 00: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어요.^^
 














(4)

하기는 절대다수의 시민이 일방적인 선전과 프로파간다에 오랫동안 노출돼온 사회에서 핵에 대한 시민적 상식이 선진적 탈핵국가들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다 더욱이 척박한 여건에서 자기희생적으로 활동해온 소수의 탈핵운동가들의 노력만으로 사회 전체의 해묵은 사고습관을 깨트리는 것은 애당초 그 한계가 명백했다. 또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사회의 핵에 관한 상식이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왜곡된 교육과 사이비 언론 때문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끊임없이 인간의 이기심과 물질적 욕망을 자극하는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의 압력 밑에서 우리 자신이 보다 지혜로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박탈당해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26)

한미동맹과 관련해서 트럼프의 등장 이후, 미국은 한국에 삼중의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첫 번째는 북한에 대한 미국 단독의 예방전쟁 위협에서 한미FTA 재협상 요구까지, 기존의 동맹의 규범을 완전히 해체, 파괴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이다. 두 번째는 기존의 한미동맹을 관리해온 워싱턴의 관료적, 패권적 요구로, 그 내용은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되어 있다는 빅터 차의 4월 상원 군사위원회 증언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진보적인 문재인 정부의 출현이 미국에 도전이기는 하지만 (1)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북한이 도발할 것이 확실하고, 그에 따른 한미동맹의 강화 필요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으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킬 가능성은 적고, (2)중국이 사드보복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사드배치를 강행하면 이를 계기를 아예 한국의 대중국 경제의존이 줄어 한중 간에 경제적 이격이 발행할 긍정적인 전망도 가능하다고 증언했다. , 북한의 도발을 배경으로 한국을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키신저 등이 미국 패권의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보존을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빅딜을 추진하는 것으로, 이 경우에는 주한미군 철수 등 현재 한미동맹의 근간이 전면적으로 해체될 수도 있다.

 

(53)

여기에는 의도적으로 아시아의 위기와 긴장을 조성하려는 의사가 국제관계 속에 존재했다고 생각하는 것 말고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동안 많은 나라들의 관련 분야 기업들은 합법/불법적으로 무기시스템, 부품, 관련 기기, 소재-말하자면 창을 수출해서 거대한 이익을 얻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지스 시스템, 사드 등, 차례차례로 거액의 요격 미사일들과 여러 종류의 통상무기-방패를 이 지역 국가들의 정부에 떠넘기고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후에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국가를 초월한 국제 군산정복합체라고 해야 할 세력이 대두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64)

피어슨과 튜더는 이 같은 변화가 북한사회 내부의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는 현상들도 포착한다. “도시 외곽에서는 농부들이 여전히 소를 끌고 밭을 간다. 병사들은 묽은 죽으로 연명한다. 심지어 평양시내의 보다 일반적인 주거지역에서도 수십만 시민이 빈곤 속에서 살아간다. 평균적인 북한의 생활수준은 어림잡아 1970년대보다 더 나빠진 상태다.” 그러나 사적 거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신흥 상업 계급이 떠오르는 것 등은 분명히 이전에 없었던 변화다. 출신성분에 따라 사회적인 지위가 결정되는 등의 전통은 여전하긴 하지만, 과거에 견줘 그 힘을 크게 잃었다. 이제 북한을 움직이는 주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이다. “북한의 새로운 시스템은 불공정하며, 다윈의 적자생존 방식이다. 하지만 적어도 평균적인 시민에게 삶의 주체라는 느낌과, 미미하기는 하나 스스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과연 이것을 자본주의가 아니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153)

작가 반디1900년대 초 북한의 경제난과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민중의 노력이 배반당하는 현실을 목도했다. 1900년대 초는 구소련의 해체로 인한 사회주의체제의 위기, 연이은 자연재해, 미국이 주도한 경제봉쇄로 북한이 극심한 체제위기를 맞이했던 때였다. ‘반디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북한이 직면했던 경제위기가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민중을 배제하는 억압적 신분질서, 민중생활을 억압하는 과도한 통제에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반디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1990년대 초, 중분 북한의 상황을 그려냈다. 그는 민중의 성실한 노력이 배반당하는 북한의 현실에 절망했고, 아래로부터의 세계관으로 북한 체제의 변화와 민주주의를 열망했다. <고발>은 북한에서 보내온 문학적 탄원서이다. 북한 민중의 고통에 대한 증언이며, 그 고통의 발화점이 민중을 배반하는 정치체제에 있음을 보여준다.

 

(204)

물론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든 체계적인 신화 서술의 욕망을 숨기지 않아. 특히 여러 부족을 통일했을 때라든가 나라가 외침을 받아 존망이 위태로울 때, 이런 체계화의 욕망은 자연스레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때 문자와 기록이 구전을 압도하는 현상도 나타나지. 한번 문자로 기록된 것은 신화든 역사든 이제 물리기도 쉽지 않아. 그 경우, 구체적인 역사 현실과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해. 가령 <고사기>의 경우 새로 정권을 잡은 야마토의 신화는 정사로 우뚝 서지만, 그렇지 못한 씨족은 자신들의 신화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지. 문제는 신화가 체계적이면 체계적일수록 무언가 더 어두운 그늘을 감추고 있기 십상이라는 거야. ‘국사의 기원으로서 건국신화는 가령 동아시아의 경우에도 일반적이지만, 거칠게 말하자면 일본만큼은 신화가 신화로 머물지 않고 아예 역사 시기 전체를 관통하려는 욕망을 지닌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이게 무슨 뜻일지 생각해봐. ‘신화=역사가 되고, 그것도 만세일계의 신화=역사가 된다면?

 

(207)

일본의 힘은 바로 이렇게 모든 것을 바꾸는 힘에 있다는 거야. 이 점은 어쩌면 네가 이미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나보다 더 많이 실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자도, 철학도, 종교도 마찬가지야. 예컨대 일본의 도시에서는 시내 어디서나 을 볼 수 있지. 처음에는 그래서 어, 이상하다, 일본은 불교 대신 신도의 나라라지 않았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 나 또한 그랬고, 일본의 불교를 말할 때에는 반드시 신불습합이라는 관점을 전제하지 않으면 안 돼. 어떤 학자는 두 개의 이질적인 종교가 천여 년간이나 공존하면서 새로운 신 관념을 만들어낸 건 세계 종교사에 유례를 찾지 어려운 현상이라고도 하지. 그걸 일본인의 관용성 때문이라고 보는 데에는 조금 주저하게 되지만, 아무튼 우리가 돌아다닐 때 교토에서도 절 같은 신사, 신사 같은 절은 얼마든지 볼 수 있었잖아. 거기서 본지수적을 굳이 구분하는 건 의미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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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해학과 재치가 어루러진 생생한 과학이야기
최무영 지음 / 책갈피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끔 읽고 싶은 책인데 절판이라고 읽지 못하는 책이 있단다. 이번에 읽은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란 책도 그런 책이었어. 먼저 읽은 사람들의 평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이 책을 계속 기웃하게 만들더구나. 그렇게 평이 좋다 보면 개정판이 나올 만도 한데, 그렇게 기웃거리고, 개정판 출간 알람을 설정한 지도 꽤 지났는데, 소식이 없구나. 그 사이에 이 책이 얼마나 좋길래,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하는 호기심만 무럭무럭 자라나게 되었어. 결국 헌책방을 두리번두리번 거였어. 그렇게 헌책방에서 구입을 했단다. 다행히 책 상태도 괜찮더구나. 아빠는 책 상태를 중요하게 생각하잖아.

, 드디어 만난 책책을 휘리릭 펴봤어. 물리학 책이라고 하는데, 수식은 별로 없고, 글씨만 잔뜩 있구나. 사진도 있고그런데 사진이 물리학과 관계없는 미술작품의 그림도 있고, 소설가의 사진들도 있고.. ,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더욱 궁금해지더구나.

이 책은 최무영 교수가 서울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고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물리학 강의에서 가르쳤던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었단다. 이 한 권을 읽고 나면 한 학기 교양 물리학 강의를 들은 거나 진배없는 거야. 그것도 소문난 유명한 강의를 말이야. 책의 문체도 강의체로 되어 있어서 실제로 소리 내어 읽으면 마치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기도 해. 이런 책은 옆에 노트 한 권 놓고 정리하면서 천천히 읽어야 하는데, 아빠의 책읽기 환경은 그렇지 않아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어. 그리고 대학 강의였다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리포트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을 하면서 수업을 들었다면 더욱 깊이가 있었을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최무영 교수님이 이 과목을 가르치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어떤 문제를 냈었는지 책에 참고로 실어 주었어도 재미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한 한기 수업을 듣다 보면, 가끔씩 자체 휴강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런 수업이라면 일이 있어도 꼭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도 대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이 지나서, 가끔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다시 강의를 듣고 싶을 때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그런 바램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준 것 같구나.

 

1.

,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너희들에게 어떻게 전달해 주어야 할지 걱정이 앞서는구나. 한 한기 강의 내용을, 그것도 아빠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과학의 생명은 정확성인데 말이야섣불리 이론에 대해 설명했다가 잘못된 지식을 전달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것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이 책을 다시 한번 정독을 한 다음에또는 너희들이 직접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직접 읽음으로써 얻었으면 좋겠구나.. 이 책은 과학책이지만, 다른 과학책과 다른 점이 몇몇 있어. 인문학과 철학, 예술 등에 관한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이야. 이 책을 추천한 장대익 교수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은 두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주었어. 두 문화는 물리학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과학 문화와 문인들을 주축으로 하는 인문 문화가 그것이야. 우리나라 책들 중에 이렇게 과학과 인문을 접목한 책이 있나 싶더구나.

그리고 과학 용어를 순수한 우리말로 적고 있는 것 또한 독특했단다. 아빠가 알고 있는 용어와 다르게 부르게 있어 익숙지 않았지만, 그런 과학 용어들에 대한 순수한 우리말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어. 블랙홀은 검정구멍으로, 중력장은 중력마당으로, 단백질은 흰자질로, 백색왜성은 하양잔별로…. 그 밖에 상당히 많았는데, 이 편지를 쓰다가 생각이 나면 또 이야기를 해줄게.

 

2.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첫 강의는 오리엔테이션이잖아. 한 학기 공부할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시간. 자연과학이란 무엇일까? 자연과학의 범위부터 생각해볼까? 나중에 다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과학이 탐구하는 것은 이 세상을 넘어 우주 전체까지니까 그 범위가 대단하구나. 그뿐이겠니? 아주 작은 세계까지도 탐구를 하니, 과학의 범위는 무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구나. 그리고 이 강의에서는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도 배운단다. 과학적 사고 방식이라는 것이 있고, 과학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추구하고, 현실세계에서도 적용을 할 수 있는데, 과학지식을 이용하여 풍요로운 삶을 가져올 수 있어. 지금까지 역사를 봐도 그것은 진실이지. 그런데 과학이 그런 풍요로운 삶만 준 것은 아니고, 엄청난 재앙도 함께 주어서 늘 문제였단다. 그리고 과학은 결국 인간활동의 산물이고, 인간 자체도 과학활동의 탐구 대상이 된다. 인간의 존재가 멸망하기 전까지 과학과 인간은 뗄 수 없는 관계인 거야. 지은이는 교양으로써 과학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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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물론 교양이 없어도생물학적삶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이해가 없이는 현대인과 현대사회를 이해할 수 없고 주체적 삶을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교양이란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소양이고 능력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미래를 건설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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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과학적 사고라고 하면 어떤 것을 이야기할까? 첫 번째 기존 지식에 대해 의식적으로 반성하는 사고방식이야. 옛날부터 내려오는 지식은 무조건 맞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거지. 뛰어난 과학자들은 모두 이런 의심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싶구나. 두 번째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정량화하여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하고, 세 번째로는 지식의 반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해. 과학 이론이라는 것이 한번만 예외적인 상황이 나와도 그냥 거짓이 되어버리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네 번째로 단편 지식들을 하나의 합리적 체계로 만들고 있어야 해. 특정 지식들을 모아서 보편적 지식, 즉 이론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을 과학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단다. 그렇게 만들어낸 이론들 중에 좋은 이론은 무엇일까? 좋은 이론은 넓은 범위에서 관측 결과가 설명될 수 있는 이론이 좋은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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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유명한 책을 쓴 쿤이라는 과학자가 있대. 그가 처음으로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하는데, 과학의 역사는 그런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진행되었다고 설명을 한다는구나. 그는 기존의 패러다임이나 규범 안에서 활동을 하는 것은 정상과학이라고 정의했고,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과학혁명이라고 했어. 예를 들어 뉴턴의 고전역학에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과학혁명이라고 했어. 그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준으로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고전물리학은 뉴턴의 고전역학과 맥스웰의 전자기이론이 여기에 해당하고, 현대물리학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해당한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혼돈과 질서가 물리학에 적용되었대. 대충 한 학기를 공부하면 이런 내용들을 배우게 된다.

 

3.

, 이제 본격적인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아빠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전달을 잘못할 수도 있는 과학 이론에 대한 내용은 배제하고, 하더라도 아빠가 메모를 해 놓은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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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 다루는 범위를 크기로 나타내볼게. 인간이 다루고 있는 최소 크기는 플랑크 길이란 것이 있는데, 그 크기는 10 -35제곱 미터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인간이 다루는 최대 크기는 인간이 알고 있는 가장 먼 천체인 퀘이사까지 거리인데, 그 거리는 10 26제곱 미터라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물리학이 다루는 크기는 10 -35제곱부터 10 26제곱 미터까지.. 도대체 0을 얼마나 많이 써야 하는 거야.. 그리고 시간으로 보자면. 인간이 이해하는 가장 짧은 시간은 플랑크 시간으로 부르는 10 -43제곱 초이고, (감도 안오는구나.) 가장 긴 시간은 우주의 나이인 137억년에 해당하는 10 20제곱 초라고 하는구나.

그럼 작은 세계부터 살펴보자꾸나. 물질을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한 연구는 언제부터였을까. 학창시절에도 배웠던 고대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대해 이야기하더구나. 그리고 근대시대에 와서 원자에 대한 생각을 다시 꺼내든 이가 갈릴레이이고, 실제 돌턴이 화학실험을 통해 원자 가설을 주장했다고 하는구나. 볼츠만이 통계역학을 이용하여 엄밀한 의미에서 원자를 정립하였고, 20세기 들어서면 원자보다 작은 알갱이를 있다는 것들을 알게 되었어. 톰슨이 원자에는 음전기를 띤 물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전자를 발견하게 되었고, 전자는 수소원자의 1836분의 1정도 밖에 안 되는 질량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밝혔어. 전자가 음전기를 띠고 있지만, 원자 자체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양전기를 띠는 물질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톰슨은 원자를 건포도빵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커다란 양전기를 띤 물체와 음전기를 띤 전자가 건포도처럼 박혀있다고 말이야. 그런데 톰슨의 제자 러더퍼드는 알파선 시험을 통해 전자는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이 아니고, 양전기와 음전기라 따로 떨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양전기를 띠는 물질을 원자핵이라고 불렀어. 그런데 양전기를 띤 원자핵과 음전기를 띤 전자는 왜 안 붙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었어. 양전기와 음전기는 서로 끌어당기는 성질이 자연스러운 거니까. 그렇게 붙지 않기 위해서는 전자가 원운동을 할거라고 생각했어. 태양과 지구가 중력에 의해 끌어당기지 않는 이유가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어 원심력과 중력이 같은 원리와 마찬가지로 생각한 것이야. 작은 물질의 발견은 계속 이어졌어. 채드윅이라는 사람은 원자 내에 중성자를 발견했고, 원자핵은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어.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탐구하는 것만큼 빛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사람들도 많았어. 이 부분은 아빠가 예전에 읽은 <빛의 물리학>이라는 내용과 많이 겹치더구나. 호이겐스는 빛의 에돌이(회절) 현상을 발견하고, 영은 빛이 간섭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빛이 파동일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 파동이라면 파동을 전달하는 매질이 있어야 했어. 그리고 빛이 파동이라면 무엇이 진동하는 것일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어. 맥스웰은 빛의 실체는 전자기파라는 것을 밝혔대. 그리고 헤르츠라는 사람이 실험으로 증명을 했대. ! 어떻게 했냐고는 묻지 말아줘다시 책을 꺼내 들어야 한단다. 빛이 파길이(파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들을 넘빨강살(적외선), 넘보라살(자외선)이라 불렀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익숙한 용어들의 순우리말을 쓴다고 했잖아. 적외선과 자외선을 넘빨강살과 넘보라살이라는 순수한 우리말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단다.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20세기에 오면서 빛에 대한 연구는 빛전자(광전)효과로 이어진단다. 빛전자 효과는 빛을 쪼이면 전자가 나온다는 것이야. 그리고 컴프턴 효과란 것도 있는데, 그것은 빛과 전자가 당구공처럼 부딪히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어.. 이런 실험 결과는 빛이 파동이 아닌 입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지.

태초에 빛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이 세상의 모든 물질들은 대칭성을 이루고 있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원자를 이루고 있는 양성자와 전자 사이에는 대칭성이 없대. 이걸 과학자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 모든 물질은 반대입자가 존재한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입자와 반대입자가 만나게 되면 빛알이 생기게 되고, 그 입자들은 사라진다고 했어. 그렇게 빛이 탄생한 것이고그러면 우리들이 반대입자를 만나면 우리 몸이 사라지는 거냐고? 다행히 지구에는 반대입자는 없고, 그냥 입자만 있다는구나. 우주 건너편 어딘가에 반대입자만 있는 지구와 비슷한 떠돌이별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게 되는구나

 

4.

입자의 크기를 다시 이야기 보자꾸나. 원자핵에는 양성자들이 모여 있어. 양성자들은 모두 양전기를 띠고 있단다. 과학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야 해. 양전기를 띠고 양성자들이 원자핵에 모여 있으면 전자기력에 의해 서로 밀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이야. 그런데 그 힘을 누르고 양성자들이 같이 모여 있게 만든 힘.. 그것을 핵력이라고 한단다. 이건 참고로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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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입자를 분류해 볼게. 입자를 분류할 때 무게에 따라 무거운 입자로 분류되는 바리온이 있는데, 양성자와 중성자가 여기에 속해. 가벼운 입자로 부르는 렙톤에는 전자, 중성미자가 있고, 그 중간에 중간자라는 하는 파이온이라는 것이 있고, 세 종류가 있대. 이 중간자는 일본사람들이 발견하였다고 하는구나. (일본은 기초과학에 많은 투자를 하다 보니, 이런 성과도 내고, 노벨상도 많이 타고.. 부럽구나.) 그리고 빛알(광자)가 있대

과학자들은 그 외에 많은 기본입자를 계속 발견하게 된대. 자연계를 구성하는 원자의 종류는 지금까지 92개가 발견되었대. 그런데 그런 원자들을 구성하게 되는 기본입자는 수백 개가 발견되었대. 어떻게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입자가 원자의 개수보다 많을 수가 있을까? 과학자들은 또 의심을 하게 되었고, 수백 개의 기본입자를 이루고 있는 더 기본적인 요소가 있지 않을까 연구하기 시작했어. 그 가설을 세우고 그 입자들의 이름을 그 유명한 쿼크라고 이름 지었대. 그리고 실제 쿼크의 존재를 발견하는데, (u), 아래(d), 매혹(c), 야릇함(s), 꼭대기(t), 바닥(b)라고 이름 지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이들의 조합으로 기본입자들이 만들어진다고 했어. 그렇게 쿼크의 존재를 발견하긴 했지만, 각각의 쿼크 하나를 본 사람은 없다고 하는구나. 왜냐하면 전기량이 정수가 아닌 분수이기 때문에 혼자 존재할 수 없대.. (이 내용은 불확실함. 나중에 구글에서 한번 찾아보자꾸나.) 쿼크들끼리 상호작용을 다루는 이론이 있는데, 그것을 양자빛깔역학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QCD 라고 한대. 수백 개의 기본입자들이 있다고 했었잖아. 그것을 다시 간단하게 구분을 하게 되면 쿼크 가족 6가지와 렙톤 가족 6가지와 게이지 입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게이지 입자는 기본입자들의 상호작용을 전해주는 입자로 빛알, 붙임알, 중력알 등이 있다고 하는구나. 이 기본입자들은 기본상호작용을 하는데 4가지가 있단다. 아빠가 학창시절에 4가지 힘으로 배웠던 기억이 있단다.

4가지의 상호작용을 크기가 작은 순으로 나열을 해보면, 중력상호작용<약상호작용<전자기상호작용<강상호작용 순이란다. 앞서 아빠가 이야기했던 핵력은 강상호작용이야. 4가지 상호작용 중에 약상호작용과 강상호작용은 아주 짧은 거리에서만 작용을 하기 때문에 우리 일상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상호작용이 되겠다. 이 네 가지 상호작용을 하나의 이론으로 정리하려고 하는 노력들을 과학자들이 했어.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과학자들은 보편성을 찾으려고 하고, 좋은 이론은 아주 범위가 넓은 곳에 다 만족하는 것을 이야기하니까, 좋은 이론을 만들려고 하는 거지. 그렇게 해서 생긴 이론이 초끈이론이라고 하는구나.

앞서도 한번 이야기했던 물리학의 특징 중에 하나가 대칭성. 자리 옮김 대칭, 거울 대칭(이것은 돌림 또는 방향 대칭이라고도 해.), 시간 지남 대칭. 이런 대칭성이 의미하는 것은 물리 법칙이 자리를 옮겨도 방향을 바꾸어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야. 그래서 아름답다는 거지. 그런데, 조금씩 대칭성이 깨진다는 것을 발견했대. 그 이유는 반대물질의 수가 물질의 수에 비해 적어졌기 때문이래... -솔직히 아빠가 책을 보면서 이런 메모를 적어놓기는 했는데, 그 상관관계를 잘 모르겠구나.

그럼 계속 이야기해볼게. 아주 옛날에 우주가 처음 생길 때 전자와 양성자가 붕괴되면서 쿼크와 반대쿼크가 생겨났고, 대칭성 깨짐으로 붕괴속도가 달라서 그 숫자가 달라지고.. 쿼크와 반대쿼크가 만나 사라져서 빛이 생겨나고, 남은 쿼크들에 의해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하는구나. 그런 우주의 탄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지은이는 물리학의 대칭성과 그 대칭성의 깨짐을 발견한 것을 이야기하는 거야.

...

 

5.

앞서 고전역학을 이야기하면서 현대에 와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생겨났다고 했잖아. 현대에 와서 빠르고 큰 세계와 아주 작은 세계의 현상을 설명하다 보니 고전역학이 맞지 않아서 그랬던 거래. , 고전역학은 느리고 큰 세계, 즉 우리 일상에서는 잘 맞아. 그런데 그 밖에 빠르고 큰 세계, 작고 느린 세계, 작고 빠른 세계는 맞지 않았어. 상대론이 접목한 상대론적 고전역학이 빠르고 큰 세계, 느리고 큰 세계를 설명할 수 있고, 양자역학은 느리고 큰 세계, 느리고 작은 세계를 설명할 수 있대. 그리고 느리고 큰 세계, 빠르고 큰 세계, 느리고 작은 세계, 빠르고 작은 세계.. 이 모든 세계에 맞아 들어가는 것은 상대론적 양자역학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중요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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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고전역학을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볼게. 사실 이 고전역학은 너희들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만 들어가도 엄청 괴롭힐 거야... 시험에 자주 나오니까 말이야. 고전역학의 핵심은 a=(1/m)F 라는 단순한 수식이란다. 가속도는 주어진 힘에 비례하고 무게에 반비례한다는 의미를 식으로 써 넣은 거지... 그럼, 에너지는 뭐냐.. 교과서에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이것은 애매모호한 정의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하더구나.

역학에너지라는 것은 운동에너지와 잠재에너지(또는 위치에너지)의 함을 이야기한대... 그런데 공이 위에서 떨어져서 공이 지면에 닿는 순간을 보면, 속도도 0이라서 운동에너지 0, 높이도 0이라고 위치에너지 0. 순간적으로 역학에너지가 0이 되어 에너지 보존을 하지 않는 건가? 하는 의심을 과학자들은 한다고 하는구나 뇌테르라는 사람이 이런 의심을 하고, 뇌테르의 정리로 설명하기를, 에너지는 열, 소리 등 다른 에너지로 전환된다고 했어. 결국 에너지는 보존된다는 거야.

고전역학의 또 하나의 축인 전자기학을 살펴보자꾸나. 전기학의 효시는 쿨롱이고, 전자기이론은 멕스웰 방정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어려운 미적분 방정식의 향연으로 되어 있는데... 이걸 풀게 되면 자기 마당(자기장)과 전기 마당(전기장)은 서로 변화를 하게 된대. 이 두 가지는 서로 변하고 얽혀 있고, 이때 전자기파가 나오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란다.

...

, 이제 현대물리학에 들어서면... 아인슈타인이라는 걸출한 과학자가 등장하잖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생각했어.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했어. 당시 과학자들은 빛이 파동이기 때문에 매질이 있어야 하고, 그 매질을 에테르로 이름 붙이고, 열심히 그 에테르라는 물질을 찾으려고 했대. 그런데 사람들은 에테르는 찾지 못하고, 에테르의 모순만 자꾸 만나게 되었대.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이 에테르를 아예 무시를 했대. 빛이라는 것은 다른 물질들과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빛의 속도는 관측자의 속도에 관계없이 속도가 일정하다는 거야. 자세한 것은 아빠가 전에 <빛의 물리학>이라는 책을 읽고 쓴 독서편지를 참고하거나, 그 책을 보거나.... 그래서 특수 상대성 이론을 짧게 정리하면... 움직이는 물체는... 길이는 짧아지고,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질량은 무거워지게 된다는 거야. 그리고 질량이 곧 에너지가 되는데 E=mc^2 이라는 유명한 수식도 여기서 나오게 된단다.

상대성 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있어. 특수상대성이론은 등속도 운동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것이고, 일반상대성이론은 실환경인 속도가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것이야. 일반상대성이론은 고전역학에서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시간과 공간이 중력장에 의해 변한다는 것이 바로 핵심이지.. 아빠가 전에 다른 책을 통해서 상대성이론에 대해 읽어서 이 부분은 그래도 이해할만 하더구나. 그리고 너희들에게는 초간단으로 쓰다 보니,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말이 절로 나올 듯 싶구나. 여기서는 간단히 그렇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보자꾸나.,

아빠의 편지가 슬프게도 점점 길어지고 있구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한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넘어갈게.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력장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고 했는데, 그로 인해 빛도 휘어진다는 것이야. 페르마의 원리에 따르면 빛은 최단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택한다고 하는데, 중력장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휘어져서... 빛이 최단시간으로 가기 위해서는 휘어진 공간에 맞춰 빛도 휘어져야 한다는 것이야. 이걸 아인슈타인은 어려운 수식을 이용해서 주장한 것이란다. 그리고 실제고 에딩턴이 그것을 증명하였다고 하는구나. 그것도 전에 <빛의 물리학>이라는 책이야기를 할 때 해주었으니, 자세한 내용은 패스.

, 이번에는 양자역학.. 아빠가 관심이 많은 양자역학.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양자역학. 그래도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었더니, -이해는 가지 않지만- 어떤 내용이라는 것은 대충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주 작은 세계, 미시적 세계라고도 부르는, 그곳에서는 고전역학은 맞지 않고, 양자역학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 빛의 이중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입자들이 확률로 존재한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인데, 그것이 잘 이해가 가질 않아. 빛이라는 것이 쳐다보고 있으면 입자처럼 움직이고, 안 보고 있으면 파동처럼 움직인다고 하는데

빛이라는 것은 혹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아닌가? 싶구나. 그러니까 페르마의 원리처럼 최단 시간을 계산해서 이동을 할 수 있고, 우리가 보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다르게 움직이지양자역학하면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빠질 수 없는데, 이것도 예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어서 오늘은 패스. 그리고 아빠가 양자역학에 대한 책을 또 한 권 사두었는데, 그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해도 될 것 같구나.

 

6.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혼돈과 질서가 물리학에 들어오게 되었대.. 고대 그리스에서는 세계가 혼돈의 세계라고 생각했으나, 근대에 와서 우주는 질서가 아주 잘 잡혀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질서라는 영어 뜻이 코스모스가 우주라는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어. 혼돈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면초기 조건이 아주 조금만 바뀌어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이야기한대. 그래서 예측이 불가한 거야. 주사위의 숫자가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것도 혼돈의 예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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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게. 이 책에 나온 이야기인데예전에 스웨덴에 오스카 2세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왕은 걱정이 많아서,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대. 그래서 하늘이 무너지지 않음을 증명하라는 문제에 많은 상금을 걸었대. 푸앵카레라는 과학자가 이걸 증명했다고 하는구나. 그가 증명한 것은 후대에 확인해보니 완벽한 것은 아니었대. 그래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것을 증명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일까? 그런데, 1960년 콜모고로프와 아놀드 로저라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완벽하게 풀었다고 하는구나. 과학자들은 정말 이 세상의 모든 현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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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혼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우리 일상에서도 볼 수 있는데, 심박수, 뇌파, 주식시세도 다 혼돈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예측하기 어려운 거야. 그런데 그 혼돈을 제어를 할 수 있다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학문을 혼돈공학이라고 이름 붙였대. 질서가 없다고 해서 혼돈이 나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 때론 질서가 좋지 않을 때도 있었대. 우리나라 유신 시대 때 사회는 아주 질서 정연했지만, 그것은 자유를 잃어버린 세상이었다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어. 아빠는 과학자 중에 이런 진보 좌파 성향의 과학자는 처음 보는 것 같구나. 맘에 들어.

아직 책의 내용으로는 많이 남았고, 아빠는 글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서 책읽기를 못하고 있고.. 이제 그만 쓰려고 하다가그래도 메모에 긁적여 놓은 것은 마저 적어보겠다고 다시 키보드를 두들긴다. 통계역학이란 것이 있어. 그것이 필요한 이유는 거시적 세계, 그러니까 아주 큰 세계를 이해하기 필요하다고 했어.

엔트로피라고 하면 아빠는 아직도 열역학 제 2법칙이 떠오른단다. 열효율 100%인 열기관을 만들 수 없다는 의미로도 설명되는 것. 그 이유는 엔트로피는 늘어나는 방향으로 모든 자연현상은 일어나기 때문이야. 하지만 우리가 거실이나 방을 청소하면 마치 엔트로피는 줄어든 것처럼 보여여기서 이야기하는 엔트로피는 전체 엔트로피를 합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 엔트로피는 늘어났다는 하는구나.. 하지만, 여전히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대.

과학자는 의심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 올베르스라는 사람은 밤은 왜 어두운가?에 대한 의심을 가졌대. 수많은 별들이 빛을 쏟아내고 있는데, 왜 밤하늘은 어둡냐는 의심이지. 그 이유는 우주가 점점 불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가설을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이 다름아닌 유명한 소설가 포였다고 하는구나.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 음…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을 아니더라도 이야기할 기회가 많을 것 같아서, 오늘은 패스할게. 아빠가 게으른 점도 있고, 인내력도 떨어졌고.. 등등짧게 쓴다고 했는데, 참 길어졌다. 혹시 읽다가 잠이 든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시간만 넉넉하다면 천천히 공부하면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다면 정말 3학점 짜리 교양물리학을 들은 기분이 들었을 거야. 아빠가 읽고 싶은 책은 많고, 회사일로 늦게 퇴근하고.. 그리고 너희들과 놀고.. 그리고 책 읽는 속도도 느리고그러다 보니 책 읽는 시간이 넉넉지가 않아.. 그래서 이런 책도 그냥 소설책 읽듯이 읽다 보니, 금방 잊혀지는구나. 그렇다고 나중까지 기다리기에는 책 내용이 궁금하고.. 이번에는 초벌구이 식으로 읽었다고 생각하고, 언젠가는 넉넉한 시간이 허락하게 되어 중벌구이 식으로 한번 더 읽을 수 있겠지? 하면서 책을 덮었단다. 아참, 그래도 인상적인 페이지는 엄청 많아서, 발췌한 것을 따로 적어 놓았으니, 이 책의 맛보기를 하고 싶다면 그 글을 먼저 읽어봐도 좋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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