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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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먼저 읽은 이들의 끊임없는 극찬의 평가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이 책은 최은영이라는 작가의 중단편 소설을 모은 책이야. 아빠가 단편소설은 잘 안 읽는 편이라서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좋은 평으로 인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집어 들었단다. 지은이 최은영. 1984년생. 젊은 작가로구나. 아빠가 최은영의 소설을 읽은 것이 딱 한 편인데, 2018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소설이란다. 이력을 보니 2014년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는구나. 나름 탄탄하게 자신의 입지를 키워오고 있는 소설가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빠는 이 책의 좋은 평들을 최근에 많이 봐서 올해 출가된 책인 줄 알았는데, 작년에 출간된 책이로구나. , 그럼 많은 사람들이 왜 그를 좋게 평가했는지 책을 펴보자꾸나.

 

1.

첫 번째 작품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쇼코의 미소>. 자매 결혼을 맺은 한국 학교로 견학 온 일본인 학생 쇼코. 한국인 학생 소유의 집에서 일주일 간 머물기로 했어. 소유는 엄마와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어. 쇼코가 집에 왔을 때 엄마와 할아버지는 과도한 환영을 했어. 특히, 할아버지는 평상시 무뚝뚝한 분이었는데, 쇼코가 집에 방문하자, 일제시대 때 배웠던 일본어로 계속 수다를 떨었어. 소유가 지금껏 봐왔던 할아버지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 일주일 내내 그렇게 쇼코에게 환대를 해주었고, 할아버지는 쇼코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쇼코와 소유는 서툰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의사 소통에는 어려움은 없었어. 쇼코는 일본에서 고모와 할아버지와 시골 해변 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했어. 그런 가족 구성에 쇼코는 불만이 많았고, 외로움을 많이 느꼈대. 할아버지에 대한 증오심도 컸다고 하는구나. 쇼코는 일주일 간 소유의 집에서 머물다가 일본으로 돌아갔어.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편지는 소유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와도 주고 받았단다. 쇼코의 꿈은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서 집을 떠나는 것이었어. 그런데 대입 시험을 망치고 도쿄를 떠날 수 없다는 편지와 함께 소식이 끊겠어.

소유도 대학에 진학해서 쇼코를 거의 잊고 지냈어. 시간이 한참 흐르고 캐나다 유학을 갔다가 뉴욕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고등학교 때 쇼코와 함께 견학을 왔던 쇼코의 친구를 만났어. 그 친구로부터 쇼코의 소식을 들었는데, 도쿄 와세다 대학을 붙었으나, 할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포기했다는 소식이었어. 그렇게 다시 소유의 삶에 쇼코가 들어왔지. 소유는 대학 4학년 때 무작정 쇼코의 집을 찾아갔어. 그곳에는 할아버지를 증오하면서 할아버지의 병간호 때문에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쇼코가 있었어. 쇼코와 소유는 처음에는 반가워했지만, 쇼코가 할아버지를 막 대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을 하고 바로 귀국했어. 그리고 다시 쇼코를 잊었어. 아니 잊기로 했어. 소유는 영화감독의 꿈이었기 때문에 노력했지만, 재능은 없었어. 시간은 흘러 이십 대 끝자락에도 여전히 작은 원룸에서 꿈을 쫓고 있는 신세였어. 어느날 불쑥 찾아온 할아버지의 방문. 쇼코로부터 편지 왔다가 편지를 전달해주었어. 소유는 물리치료사가 되었다고, 소유가 방문했을 때 쇼코는 아팠었다고 했어. 우울증에 자살시도도 하던 시절이었대. 도쿄에 안 간 이유도 사실 자신이 혼자 있으면 자살할 것 같아서였대. 자신이 자살하지 않은 것도 할아버지가 지켜주셨던 것이라고 했어. 지금은 다 나았다고 했어. 그 소식을 전해주려 할아버지가 오셨고, 소식을 전해주고 다시 집으로 가셨어.

그리고 다음날 엄마로부터 전화. 화가 잔뜩 난 목소리. 아프신 할아버지를 빗속에 그냥 보냈다고.. 전화기 멀리서 할아버지가 괜찮다고 하시는 목소리가 들렸어. 할아버지가 불치병으로 2년간 투병 중이셨는데, 소유는 그것조차 모르고 있었던 거야. 그날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갔어. 그때부터 엄마와 할아버지와 생활하면서 할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 소유가 고향에 온지 두 달 만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어. 할아버지는 40년 동안 혼자 사시고, 엄마는 결혼한 지 4년 만에 남편이 죽고 혼자 소유를 키웠던 거야. 소유는 쇼코에게 편지를 보냈어. 할아버지의 부음 소식과 함께얼마 지나 쇼코가 찾아왔어. 쇼코는 할아버지가 보낸 편지 수백 통을 건네주면서, 다 번역해 주었어. 그들은 다시 화해를 안 할 수 없었지. 함께 할아버지의 납골당에 갔단다. 집안 환경이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의 두 젊은 여인의 우정 이야기. 그들의 앞으로 이어질 우정도 기대가 되지만,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었어.

 

2.

신짜오, 신짜오

1995년 주인공은 십대 초반 어렸을 때 부모님들의 일 때문에 독일에서 생활했어. 주인공의 이름이 안 나왔던 것 같아. 일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거든. 그냥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할게. 주인공은 같은 반 친구 투이라는 베트남 친구가 있었는데, 같은 아시아계라서 그랬는지 투이의 집안과 함께 무척 친하게 지냈어. 특히 투이의 어머니 응웬 아줌마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초대를 하고 초대를 받고 하면서 식사도 같이 했어. 주인공도 그런 투이네 식구와 함께 하는 걸 좋아했어. 왜냐하면 엄마와 아빠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투이네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 좀 좋아지는 것 같았거든. 그런데 어느날 아이들이 이야기하다가 베트남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식탁 위에 올라왔어. 투이의 할아버지, 고모, 삼촌 등 많은 가족들이 한국군에 의해 죽었다고 했어. 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형님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죽었다고 했어. 두 가족 모두 상대방 국가의 군인으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이 어색해진 분위기. 그 날 이후 두 가족은 멀어지게 되었단다. 몇 달 뒤 주인공은 귀국해야 했어. 그때 엄마는 털실로 뜬 모자, 장갑, 목도리를 투이네 식구들에게 선물로 남겼어.

20여 년이 흐르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회사원이 된 주인공은 다시 독일에 가게 되었어. 그리고 용기를 내어 응웬 아줌마를 만나게 되었단다. 그리고 응웬 아줌마는 반갑게 주인공을 맞아주었단다. 그 동안의 세월이 그 어색함을 모두 지워버렸지. 전쟁이 낳은 상처를 안고 가는 사람들그들의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야 아직 이 세상에 전쟁이 남아 있는데, 그 전쟁조차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이 소설의 제목신짜오는 베트남어인데,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3.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화자의 엄마의 이야기란다. 엄마의 이름은 해옥. 엄마가 어렸을 때 먼 친척언니 순애이모가 집에 와서 집안일을 도와주면서 지냈어. 엄마와 순애 이모는 정말 친하게 지냈어. 순애 이모가 결혼해서 분가를 해서도 친하게 지냈어. 그런데 어느날 순애 이모의 집에 갔더니 순애 이모의 온몸이 멍 투성이에 집은 난장판이었어. 아빠는 순간 이모부한테 맞은 줄 알았어.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었어. 순애 이모부는 경찰에 잡혀간 거야.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잡혀갔는데, 모두 간첩이라는 이유였어. 그 경찰들에게 순애 이모도 맞았고, 그 경찰들이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 ,, 아빠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가 보다 했단다.

혹시 인혁당 사건을 다룬 소설인가 싶었는데,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니 그 사건을 다룬 소설 맞더구나. 엄마는 그 이후에도 순애 이모 집을 찾아갔지만, 순애 이모는 외면을 했고, 심지어 아무 소식 없이 떠났어. 그것은 아마 간첩 가족이라는 굴레로 동생에게도 피해가 갈까 해서였을 거야. 엄마는 형부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 목요기도회에 나가고, 정의사제구현단과 함께 구명활동을 했어. 그때가 엄마의 나이 20대였어.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법은 그들에게 사형과 무기징역, 유기징역이 내려졌어. 형부는 그나마 다행으로 유기징역이었어. 소설에서는 당시 사법살인의 현장을 가슴 아프게 그리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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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사형은 대법원 판결 열여덟 시간 만에 집행되었다.

사형이 이미 집행된 줄도 모르고, 사형 판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길을 가던 가족들은 그 소식을 듣고 주저앉았다. 내 남편, 내 아빠, 내 아들의 얼굴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안녕, 잘 가, 한마디도 해보지 못하고, 걱정 말라고,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해보지도 못하고, 눈이라도 한번 마음껏 맞춰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잃었다. 나라에서는 유족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사형수들의 시신을 강제로 화장해서 가족에게 보냈다. 죽은 몸이라도 만져보고 싶었어요. 기진한 사형수의 부인이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엄마는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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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결혼을 했어. 어느날 순애 이모한테 연락이 왔어. 그런데 엄마와 순애 이모는 서로 배려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어. 또 세월이 흐르고 형부가 출소했다는 소식도 와서 순애 이모의 집에 찾아갔어. 단칸방에 순애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어린 조카가 살고 있었어. 형부는 감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 폐인이 되었어. 자신의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한쪽에 멍한 눈은 초점조차 잡지 못했어. 그런 남편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순애 이모. 그 방문 이후 엄마는 순애 이모와 연락을 끊고 살았어. 세월이 또 흐르고 엄마도 늙어 병이 생기고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어. 그 병실에 날개를 단 16살짜리 순애이모가 찾아왔었대.

엄마는 분명히 봤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엄마는 순애이모와 화해한 것이었어. 앞선 작품에는 전쟁의 아픔을이번 작품에서는 독재시대에 국가폭력에 쓰러진 힘없는 국민의 아픔을지은이는 시대를 이야기할 줄 아는구나. 그래서 지은이 최은영이 점점 마음에 들게 되더구나.

 

4.

한지와 영주

영주는 스물일곱 살에 다니던 대학원을 중퇴하고 프랑스 한 수도원에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어. 사실은 일주일만 하려고 갔는데, 그곳이 왜 끌리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대학원까지 중퇴를 하고 그곳에 머물게 되었어. 그곳에서 케냐에서 봉사활동을 온 한지라는 남자를 알게 되었어. 영주와 한지는 같은 일을 하다가 친해져서 저녁마다 이야기 꽃을 피웠어. 영주의 일기장에는 한지의 이야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어. 한지는 케냐에서 수의사 일을 하다가 왔고, 참 착했어.

하지만, 사람들과 가까이 하지는 않고 거리감을 두는 그런 사람이었어. 또 하지만, 영주와는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보면 그건 사랑인 것 같았어. 그런데 한지가 떠나기 2주 전부터 갑자기 영주를 외면하기 시작했어. 영주도 그 이유를 몰랐어. 다른 친구들과 주변인들은 그들이 싸운 줄로만 알고 있었어. 영주는 한지가 떠나기 전에 이유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다행히 만날 기회가 있어 자신의 생각을 쭉 이야기했는데, 한지는 아무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예정된 시간에 케냐로 돌아갔단다. 끝내 이유는 알지 못한 채아빠도 답답하더구나. 아빠가 읽다가 무엇인가 빼먹은 줄 알고 페이지를 앞으로 넘겨 찾아봤는데특별한 것이 없었어. 인터넷으로한지와 영주 결말이라는 검색어를 넣고 찾아봤는데, 한지가 갑자기 외면한 이유를 아빠만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더구나. 지은이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으려나 아니면 그냥 이런 의도를 가지고 쓴 것일까?

 

5.

먼 곳에서 온 노래

소은은 페테크부르크에 폴란드인 율랴를 만나러 갔어. 율라는 미진 선배와 3년 동안 함께 살았던 사람이야. 소은과 미진은 대학 때 노래패 동아리 선후배 사이였고.. 당시 노래패 동아리는 경직되고 보수적이고 권위적이고 상하구분이 뚜렷한 그런 동아리였는데, 선배에게 부당하게 혼나고 있는 신입생 소은을 변호하며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던 미진 선배. 그런 일로 소은은 미진 선배를 좋아하고 따랐어.. 졸업 후 러시아로 공부하러 떠난 미진 선배. 그런데, 그곳에서 그만 심장마비로 죽고 만 거야. 소은은 큰 슬픔에 빠지고그때 율랴와 메일을 주고 받기 시작한 거야. 그러면서 조금씩 그 슬픔을 치유하게 된 것이고 결국 율랴를 만나기 위해 러시하행 비행기까지 탔던 것이란다.

 

6.

미카엘라.

수진의 세례명은 미카엘라야.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엄마. 수진의 아빠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갔고, 감옥에서 나왔지만 그 후유증 때문인지 일찍 돌아가셨어. 엄마는 혼자 미용실을 하면서 수진을 키웠어.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어린 수진을 데리고 여의도 미사에 참석하기도 했어. 그리고 2014 8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한번 한국에 방문했어. 아빠도 그때 기억나는구나. 세월호 사건이 있고 얼마 안 있어 교황의 우리나라 방문은 큰 이슈가 되었지.

수진의 엄마는 이 교황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어. 서울에 와서 딸 수진의 집에서 잘 생각이었는데딸 수진에게 신세지지 않으려고 먼저 전화는 안 했어. 수진도 엄마의 전화만 기다리다가 안 와서 그냥 내려가셨나 했어. 엄마는 좁은 찜질방에서 하룻밤 잘 자려고 했어. 그 찜질방에서 어떤 할머니를 만났어. 그 할머니는 친구를 찾는다고 했어. 할머니의 친구의 손녀가 세월호 사건 때 죽었다고 했어. 그 사건 이후 할머니의 친구가 사라져서 그 할머니를 찾는다는 거야. 그 죽은 손녀의 세례명도 다름 아닌 미카엘라라는 거야. 수진의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어서, 다음날 찜질방에서 만난 할머니를 돕겠다고 같이 광화문으로 갔어.

수진은 다음날 엄마한테 전화하니 전원은 꺼져 있고, 엄마의 친구분한테 전화하니 엄마는 딸 집에서 자고 간다고 했대. 그때부터 걱정이 되는 수진우연히 TV 화면 속 광화문에서 엄마를 봤어. 수진을 그 길로 광화문으로 달려가 엄마를 만났단다. 엄마들의 내리사랑은 어떨 때는 미련하기까지 보이는 법이란다. 너희들도 커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거야. 하지만, 그것은 엄마가 미련한 것도, 몰라서 그런 것도 아니야. 그건 그냥 엄마이기 때문인 거야. 그것은 너희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구나.

 

7.

비밀

말자 할머니는 딸이 하나 있어. 영숙이라고그리고 영숙과 사위 박서방 사이에는 외동딸 지민이 있어. 말자 할머니는 손녀 지민과 참 각별한 사이였단다. 말자 할머니는 손녀가 어렸을 때 키워주었고, 지민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글자를 모르는 자신에게 지민이가 한글을 가르쳐 주었어. 그렇게 말자 할머니는 글을 깨우쳤어. 한참 전에 말자 할머니가 말기암 판정을 받았는데,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운동하고 식이요법을 열심히 했어. 말자 할머니에게는 암과 싸워 이겨야 할 이유가 있었거든. 지민이. 그렇게 5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어. 그 때 가장 많이 울어준 사람이 바로 손녀 지민이야. 그런데 6개월 뒤 다시 전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지민은 학교 선생님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면서, 기간제 선생님으로 일했어. 그래도 말자 할머니는 무척 기뻐했어.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지민이가 공부하려고 중국에 갔다는 거야. 중국에 간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연락도 없고, 오지도 않고. 지민의 생일날 영숙의 집에 찾아갔는데, 영숙과 박서방은 산 사람 같지 않았어. 넋이 빠진 사람들처럼그들 사이에서는 지민이가 중국에 간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말자 할머니도 지민이가 이미 하늘나라에 간 것을 알고 있었어. 지민이는 안산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단원고 기간제 선생님이었던 거야. 말자 할머니도 알고 있었지만, 굳이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어. 달라지는 것은 없잖아.

말자 할머니는 암이 재발되었을 때, 이제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서 오히려 마음조차 편했어. 이제 지민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 이 소설은 어찌나 슬프던지

.

지은이 최은영.

이 분은 시대를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소설가라고 생각했어. 그의 이름을 잘 기억했다가 신작이 나오면 관심을 가져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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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3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3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 - 영어 앞에서 당당한 아이를 만드는 새벽달의
새벽달 지음 / 청림Life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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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1년 전쯤 엄마가 산 책이란다. 책제목에 떡 하니엄마표라고 써 있으니, 아빠가 볼 책은 아니겠다 싶었어.. 몇 달 전에 MBC 김민식 PD가 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영어 공부에 대한 급관심이 생겼어. 그래, 맞아. 실제 공부는 안하고 관심만 생긴 거 맞아. 그러다가 북플이라는 책 관련 SNS에 이 책의 리뷰를 읽어보았어. 아참, 이 책이 우리 집에 있었지. 깨닫고서, 엄마한테 이 책 좀 빌려달라고 했어. 비록 책제목에엄마표라고 붙어 있지만, 아빠가 감히 읽어보았단다.

지은이 자신이 17년 동안 스스로 영어를 공부하면서, 아이들의 영어를 가르친 과정을 이야기해주는 것인데, ,, 이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 이의 이야기가 아닌가. 지은이 새벽달님은 즐기면서 하면 된다고 했지만, 즐기지 않고 억지로 해보겠다는 다짐하고 책을 편 이들도 있을 텐데. 그런 이들에게 좌절을 줄 만큼의 대단한 노력이 있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 같구나. 지은이 자신은 기대치가 엄청 낮다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걱정보다 행동을 먼저 한다고그래서 세상에서 엄마표 영어가 제일 쉽다고 이야기하는 사람그 엄마표 영어의 핵심은 자신이 먼저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란다. 지은이는 중국어 통역번역자격증이 있을 정도로 중국어에 능통해. 영어는 썩 잘하지 않은 편이라고 하면서 엄마표 영어를 하기 위해 먼저 스스로 엄청 영어공부를 했다고 하는구나. 영어회화 책을 달달 외우고, 필사를 하고,, 이런 꾸준함을 어떻게 따라 한단 말인가. 그것뿐만 아니라, 아이를 관찰하면서 적은 육아일기도 엄청난 분량이더구나. 더욱 놀란 일은 회사를 다니는 워킹맘이었다는 거야. 둘째 아이가 유치원 들어가기 전까지 말이야. 그리고 출퇴근 길에는 언제나 영어 공부를 했고, 퇴근 후에는 직접 교구를 만들기도 해서 늦게까지 아이를 돌보았대. 즐겁게만 생각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타고난 체력이

 

1.

이 책은 영어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야. 17년 동안 아이를 키웠던 육아의 달인의 모습도 보여주었단다. 그렇게 육아를 잘 해야만, 엄마표 영어의 효과가 난다고 이야기하더구나. 그래, 맞는 말이지. 그리고 육아가 힘든 것도 맞는 말이고그것은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아이 때문이 아니라 자신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구나. 가끔 너희들과 놀 때, 아빠의 체력이 받혀주지 않아 힘든 경우가 있어. 그러네, 결국 힘든 것은 아빠의 체력.. 즉 아빠 때문이네.. 체력을 키워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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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엄마표 영어가 힘들고 육아가 힘들다면 그건 아이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때문에 힘든 것이다. 나 자신이 못마땅하고, 내가 처한 상황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육아고 엄마표 영어고 뭐고 다 지겹다. 나와 친정 엄마 사이에서 무의식 중에 쌓인 상처가 만든 어떤 강박, 트라우마가 불행의 이유로 작용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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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우리 아이가 이러저러하다면서 친구들한테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있어. 물론 다른 친구들도 아빠한테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말이야. 그런데 육아 문제는 친구한테 물어봐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 육아문제는 아이와 부모 사이의 일이니까. 그냥 아이에게 물어보면 된다는 거야. , 그렇구나. 아이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모라면, 엄마표는 저절로 될 거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엄마표 영어를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들 사이의 유대관계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빠도 너희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만, 아빠의 저질체력으로 쉬 피곤해지다 보니 놀아주지 못할 때도 많잖아. 이해해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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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이게 정답이다. 육아 문제는 자기 아이에게 물어보면 된다. 옆집 아줌마 말고 아이와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와 엄마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하려면 평소 아이가 엄마한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관계가 좋아야 할 것이다. 아이와 평소에 이야기를 자주 나눠서 적어도 대화가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 대화가 어색하면 엄마가 먼저 물꼬를 터야 한다. 엄마가 먼저 엄마의 힘든 점, 걱정거리들을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대화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이에게 실수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엄마라면, 즉 대화가 통하는 엄마라면 아이는 솔직하게 속마음을 툭 털어놓을 수 있다. “엄마, 나 이거 안 하면 안 돼? 정말 못하겠어.” 그래도 대화가 시작된다. 엄마와 정말툭 까놓고이야기 나누는 것이 익숙한 아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엄마 밑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라면 이게 쉽다. ‘이게 뭐지? 왜 짜증이 나지? 이 억울한 느낌은 뭐지? 이 무기력은 뭐지?’하며 자신의 감정, 상황을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말로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 내 아이를 이런 아이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대화가 되는 아들과 엄마의 관계라면 엄마표는 저절로 올바르게 굴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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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소통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번 말해도 지나치질 않구나. 지은이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아이들과 소통에 대해 강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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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두 아들의 엄마표 영어 17년 후에 알았다. 아이와 엄마를 성장하게 하는 건대화였고, 대화가 어렵고 어설펐던 나를 키워준 것은이었다. 대화의 소재가 꼭 책일 필요는 없다. 어떤 엄마에게는 그것이 TV 드라마일 수도 있고, 코미디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혹은 여행, 게임, 웹툰, 요리, 운동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나는 손을 뻗으면 잡히는 그림책과 소설책,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이 아이와의 대화 소재였다. 아이랑 대화 하는 거 쉽지 않다. 내가 무슨 토크쇼 진행자도 아니고,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늘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눴던 부부는 밤마다 마주 앉아도 또 이야기가 많다. 어제 이야기한 에피소드 후속편이 날마다 이어지기 때문에 보충설명을 해줘야 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그렇다. 대화를 많이 하는 집은 언제나 대화가 넘친다. 반면, 대화가 없는 부부, 대화가 없는 부모와 자식은 도대체 무슨 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감당이 안 되어 입을 닫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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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지은이가 한 엄마표 영어를 따라 하기에는 고 난이도란다. 그 정도는 안되더라도 한번 따라는 가보자꾸나. 먼저 엄마 먼저, 아빠 먼저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거야. 전에 작심삼일로 하다 중단했던 영어회화 책 외우기를 다시 시작해야겠구나. 그리고 하루를 마감하기 전에 필사 한번 하고엄마표 영어는 크게 두 시기로 나눈대. 상반기 10년과 하반기 10. 상반기 10년에는 엄마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시간이야. 엄마가 애써서 아이가 좋은 습관을 만들도록 엄마의 희생이 따르게 되는 시간이야. 10년은 엄마의 희생과 노력이 뒤따르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대. 즐기면서 하라는데, 즐기면서 하는 이를 이길 수는 없지. 하반기 10, 즉 아이 10살 이후에는엄마는 아이 뒤에 물러서서 기다리고 지켜봐 주는 10년이래. 상반기 10년을 잘 보내면, 하반기 10년은 그냥 따라 온다고 하는구나.

..

, 상반기 10년이 무척 중요하다고 해. 특히 3세까지 무척 중요한 시기라고 하는구나.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이야기하면서 이 시기에 2가지 언어를 모두 접하면 둘 다 잘하게 된다고 이야기를 하더구나. 영어에 대한 노출을 위해서 팟캐스트, 유튜브 활용도 하라고 했어.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은 영어 관련 유튜브도 많이 정리해 주었어. 전자기파가 나오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은 최대한 늦게 접하게 해야 한다는 아빠의 생각과 상반되는 의견이구나. 그런 것처럼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모두 동의할 수는 없었어. 지은이의 생각이 모두 옳다고도 생각은 안 해. 지은이는 그렇게 했더니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거지. 정말 노력을 해서, 지은이처럼 하더라도 결과는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지은이와 전혀 다른 방법을 했는데,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말이야. 아빠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무조건 따라 하기에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무리가 따를 테고.. 참고용으로는 참 좋은 책인 것 같구나. 강도를 약하게 해서 아빠가 시도해 볼 수도 있고. 말이야.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었다는 점이야.

, 지은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딴 거 필요 없고 행동이 중요한 거야. 다시 영어책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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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이쯤 되면 답이 나왔죠? 복습할 시간을 확보하려면 학원에 보내지 말아야 하는 겁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기 학습을 관리하는 능력을 초등학교 때 어느 정도라도 길러줘야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가정에서 복습 지도를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선행학습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선행학습이 필요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세 번째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65)

운전은 습관에 따라 해도 되지만, 수학은 하나하나 머리를 회전시키면서 사고를 해야 합니다. 똑같은 작업을 단순하고 지루하게 반복하는 식의 연산 학습은 머리를 나쁘게 할 뿐입니다. 한마디로 시간낭비입니다. 더욱이 이로 인해 아이들은 수학을 아주 지루한 과목, 쓸데없는 과목으로 여기게 됩니다. 이래서야 연산 훈련이 아이에게 득이 될 게 없겠죠.

 

(79)

이처럼 초등학교 때 배운 개념은 중*고등학교 때 다 쓰이게 돼 있습니다. 하찮아 보이는 구구단은 물론이고, , 비율, 넓이 같은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테면 비율 개념은 미분으로 연결되죠. 하지만 아이들은 미분을 비율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비율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데다 중학교 과정 내내 비율 개념이 계속 나왔는데도 미분은 미분일 뿐 이를 비율 개념과 연결시킬 줄 몰라요. 그저 공식으로만 외우려 들죠. 그러면서 교사가 이를 이적하고 들면 짜증부터 냅니다. ‘문제만 잘 풀면 되지 왜 자꾸 개념을 물어?’ 싶은 거죠.

 

(103)

우리나라 같은 영어 환경에서는 조기 교육이 아닌 적기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영어사교육포럼이 내린 결론입니다. 영어를 무조건 일찍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모국어가 어느 정도 됐을 때, 이해력이 어느 정도 발달하고 동기 부여도 어느 정도 됐을 때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게 좋다는 거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 교육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적절한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요. 영어사교육포럼이 몇 년째 적기 교육을 주장했더니 조금씩 변화하는 것들도 보입니다. 영어 학습지로 유명한 한 사교육 업체도 요즘에는 영어는 조기 교육이 아니라 적기 교육입니다.”라고 광고하고 있더라고요(청중 웃음).

 

(155)

예전에 한국을 방문한 핀란드인 교장과 한국 교사들이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가 한국 교사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한 마디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선생님들은 굉장히 헌신적이다. 아이들을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수고한다. 부모님들도 대단히 헌신적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그 사교육비를 다 대고 있더라. 그런데 여러분이 심리학을 공부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마음을 살폈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욕심은 많은데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강의 앞부분에서도 얘기했지만, 아이들을 교육시키려면 근본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는 겁니다.

 

(166)

미국이 빠른 속도로 강대국이 된 데는 건국 초기부터 도서관을 중요하게 여긴 힘이 컸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국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작성한 제퍼슨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더군요. “우리가 민주국가를 선포하고 건립했는데, 플라톤의 말처럼 민주정치라 중우(衆愚)정치로 빠지면 안 된다. 민주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분별력이 있어야 하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배움이 있어야 한다. 배우기에 가장 좋은 곳은 도서관이다.”

 

(183)

저는 존 F. 케네디의 이 말을 참 좋아해요. “배움이 없는 자유는 굉장히 위험하고 자유가 없는 배움은 헛되다(Liberty without learning is always in peril and learning without liberty is always in vain.” 배움이 없는 자유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배움이 없는데 자유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위험한 짓을 너무 많이 하죠. 반면에 자유가 없는 배움은 헛됩니다. 오히려 사람을 망가뜨리기도 하죠.

 

(264)

자존감 못지않게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자기효능감입니다. ‘나는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어라는 자세를 갖게 하는 게 바로 자기효능감이죠. 이런 자기효능감을 키워주려면 집안일을 돕게 하는 등 어려서부터 가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앞으로 나아갈 때 불안해하지 않도록,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않는 것도 필요하죠.

이렇게 보면 아이가 초등학교 시기 부모라는 존재는 정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은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고요. 필요할 때는 조언을 하면서, 아이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줄여야 하겠죠.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아이를 내팽개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고요. 아이가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을 충분히 기를 수 있게끔 의미 있는 인생 경험도 많이 하게 해줘야 할 것입니다. 물론 초등 시기뿐 아니라 다른 모든 시기에도 이런 부모 역할이 필요하겠습니다만……. 한 가지, 여기서 많은 부모님들이 놓치곤 하는 게 아이에게 내면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주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줬다 뺏었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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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6)

그런 날 말구 내 말을 듣소. 물론 상대적이긴 하지만 그건 자본론도, 과학적공산주의 건설 이론도 아닌 바로 프롤레타리아독재 이론이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무기가 자본이라면 우리가 사는 사회주의의 무기는 프롤레타리아독재이기 때문이오. 프롤레타리아독재! 그게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이 도시 사람들은 누구나가 토영삼굴을 따르며 살고 있는 거요. 그런데 당신은 피살자 유가족이라는 그 밑자리 하나만을 믿구 너무도 천진스레 살고 있소. 일단 그 독재에 걸리는 날엔 피살자 유가족이 다 뭐겠소. 당신은 전설 속의 어비는 알아도 현실 속의 어비는 너무도 모르며 살고 있단 말이오.”

 

(76)

면상이 온통 털 속에 묻힌 마르크스와 매섭게 입을 다문 김일성의 초상화였다. 그 두 붉은 유령은 지금 한경희에게 분명 이렇게 호령하고 있었다.

나가라믄 찍소리 말구 나갈 거지 무슨 허튼 생각이야. 이게 내 도시지 네 도신 줄 아니?”

 

(76~77)

한경희는 돌연 우들우들 온몸이 떨려왔다. 9월의 밤 냉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땅에서 삶을 부지하자면 벌써부터 알고 있어야 했을 무섭고도 무서운 그것이 불시에 가슴에 콱 실려와서였다. 도시에 널려 있던 100만의 인원을 사십오 분 안에 광장으로 끌어들였던 그것이 무엇이었던지도 이제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만약 남편이 지금 또 당신은 저기 저 마르크스의 모든 이론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이론이 뭔지 아오?”하고 물어준다면 한경희는 보다 학술적으로, 그리고 보다 진지하고도 뼈저리게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줄 것이었다.

 

(108)

전영일의 새끼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걸며 ---!” 외쳐댔던 그 신념, 그 기대가 한갓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 실망과 회오의 괴로움을 이 세상 무엇에 비길 수 있었으랴! 하여 누구를 탓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는 뼈저린 상실의 아픔을 안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혼자 부대껴야 했을 설용수가 아닌가! 그러고 보면 결국 도끼산장이라는 말은 안전부 선로공들이나 느티나무에 가해진 폭언인 것이 아니라 자가당착에 빠진 설용수라는 인간의 자기규탄의 부르짖음이었던 것이다.

 

(144)

당신이 놔주고 간 이튿날 아침에 보니 저것들이 다시 날아오지 않았겠어요. 그래 조롱을 다시 달아주었더니 저렇게…”

길들었구나!... 불쌍한 것들!”

명철은 한마디 한마디 씹어 뱉듯 중얼거렸다.

삐쫑삐쫑 삐쪼르릉…” 종달새가 다시 우짖었다. 마치 명철에게 당신도 길들었기에 그렇게 그냥 돌아왔죠하고 반박이라도 하듯이

그래, 나 역시 지척도 천리 밖으로 살아야 하는 조롱 속의 짐승인가보다! 조롱 속의 짐승!’

 

(178)

옛날 어느 곳에 열 길 울타리를 빽빽이 둘러친 한 동산이 있었다우. 거기선 늙은 마귀가 수천의 종들을 거느리구 있었구요. 한데 놀라운 건 그 동산의 열 길 울타리 안에선 언제나 웃음소리밖에 들려나오는 것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사시절 하하호호 하고 말이지요. 그건 바로 늙은 마귀가 자기의 종들한테 다 온통 웃는 마술을 걸어놓았기 때문이었다나요. 왜 그런 마술을 걸어놓았냐구요? 그야 물론 종들을 학대하는 자기 죄행을 가리우구 우리 동산 사람들은 이렇게 행복합니다 하는 속임수를 쓰기 위해서였지요. 그러자고 다른 동산 사람들이 넘볼 수도, 드나들 수도 없게 열 길 울타리두 쳤던 거구요. 그러니 글쎄 생각 좀 해보시우. 그 동산 사람들의 입에서는 어디가 아프거나 슬퍼서 엉엉 울어도 그것이 하하호호 하는 웃음소리만 되어 나왔으니 세상에 그처럼 악한 마술이 어디 있고 그처럼 무시무시한 동산이 또 어디 있겠수.”

 

(197-198)

조희 첫 시기는 몰랐으나 하루이틀 지나면서부터 사람들은 자기들의 조문회가 은밀히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하루에 한 번 조문은 누구나 지키는 철칙으로 되었을뿐더러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조문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내 인구 50여만 명이 시당으로부터 인민학교에 이르기까지 단위별로 꾸려진 수백 개의 조의장들에게 그렇게 꽃을 꺾어 들이다 보니 꽃밭의 꽃이 남아날 리 만무했다. 학교와 직장들에서는 인원을 뽑아 야생화 채취를 내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자기 단위에 하루 동안 필요한 만큼의 꽃을 따들여야 하는 것이 꽃 채취에 동원된 사람들의 하루 책임량이었다. 아이 어른들이 산과 들판을 헤매고 다녔다. 그런데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사고가 빈번했다. 아내의 근심이 공연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홍영표의 입에서는 그냥 모진 말만 튀어나왔다.

 

(207)

글쎄 제가 부모님 앞에서 다짐했으니 그와 결혼할 생각까지는 안 합니다. 그러나 이성 간이 아닌 인간적인 사랑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 솔직히 말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처녀인 그가 기를 못 펴고 사는 데 대한 동정심을 금할 수가 없어요. 그의 아버지의 죄라는 게 뭡니까. 김정일이 후처를 한 사실을 말했다는 그 하나뿐이 아닙니까.”

 

(209)
이런 쓰레기나 가지고 물어들이고 받아들이며 사람들을 억압, 통제하려 드는 자들이 말입니다. 진실한 생활이란 자유로운 곳에만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억압, 통제하는 곳일수록 연극이 많아지기 마련이구요. 얼마나 처참해요. 지금 저 조의장에선 벌써 석 달째나 배급을 못 타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애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꽃을 꺾으려고 헤매다 독사에게 물려 죽은 어린아이의 어머니가 애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단 말입니다. 그래 그들의 눈물이 진실이란 말입니까. ? 백성들을 이렇게 지어낸 눈물까지 흘릴 줄 아는 명배우들로 만들어버린 이 현실이 무섭지도 않은가 말입니다.”

 

(201)

그게 아버지의 정 소원이라면! 하지만 백 번을 쏘아도 죽이지 못할 겁니다. 인간다운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은 저의 욕망만은!”

 

(261)

왜 자진해서 벽돌집 시녀가 됐던가 말야!”

간판에 속아서였지, 나처럼. 속엔 독재의 칼을 품고도 겉으로만 평등이요, 민주주의요, 역사의 주인이요, 지상낙원 건설이요 하는 허울 좋은 그 간판에 속아서 말야.”

 

(270)

북한식 사회주의 경제제도의 문제점, 출신 성분으로 구분되는 인류 최악의 연좌제로 신음하는 북한 주민의 대변자로 자신의 역할을 설정한 반디는, 북한 주민들이 실제 겪고 있는 고통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아픈 사연들을 하나하나 수집하여 자신의 작품 속에 녹여두었습니다. 각종 사연들이 담긴 소문들과 실제 벌어졌던 사실들을 기초하여 모든 것을 자신의 작품들에 담기 시작하였습니다. - <출간의 부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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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3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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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권을 읽었어. 3권도 그 전과 마찬가지로 책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로 금방 읽었단다.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는 이미 1권과 2권 이야기할 때 했었으니까 따로 안할게.

2권의 이야기 때부터 시오리코의 엄마가 이야기로만 등장하잖아. 시오리코 엄마는 10년 전에 가족을 버리고 사랑을 찾아 떠난 것으로 보이고 그 이후 연락이 끊겼고 말이야. 정확하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시오리코는 그런 엄마를 싫어해서 결혼까지 안 하려고 마음을 먹었지. 3권에 각 에피소드에 조금씩 시오리코의 엄마의 존재감이 보였단다. , 그럼 3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시오리코는 자신의 서점에 절판된 문고판이 적어서, 다이스케와 함께 고서회관에 갔어. 고서회관은 중고서점 주인들끼리 낙찰식으로 책을 사고 파는 곳이었어. 그곳에서 그 전부터 알고 지낸 히토리서방의 사장 이노우에를 만났는데, 적대적인 눈초리로 시오리코를 보는 것을 다이스케는 이상하게 생각했어. 이노우에는 사실 시오리코의 어머니가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해. 그래서 그 딸을 보는 시선도 그렇게 적대적이었던 거야.

그날 비블리아에서는 책을 내놓지 않고 구입만 하려고 갔었던 것인데, 비블리아의 이름으로 책들이 나왔고, 낙찰에 실패했으니 다시 가져가라는 안내를 받았어. 이 무슨 해괴한 일이누구의 짓이지? 비블리아의 이름을 사칭해서 책을 내놓았다니일단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는 그 책들을 비블리아 서점으로 가지고 왔어. 이번 고서회관에서 하나도 낙찰을 받지 못한 시오리코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민들레 소녀>를 비롯한 문고판 몇 권을 새로 책방 판매대에 내놓았단다. 아빠는 처음 들어본 책인데, 미국의 로버트 F. 영이라는 작가가 쓴 SF 단편 소설이라는구나.

그런데 시오리코가 <민들레 소녀> 문고판을 내놓자마자 고서회관에서 만났던 다키노 렌조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어. 이노우에가 낙찰 받아 산 책들 중에서 <민들레 소녀>라는 책을 잃어버렸다는 거야. 그리고 그 범인을 시오리코로 의심하고 있어서 이노우에가 아마 비블리아를 찾아올 거라고 미리 이야기해주었어. 그 전화가 끊자마자 이노우에가 비블리아 고서당의 문을 열었어, 마침 전시되어 있는 <민들레 소녀>를 보고 자신의 책인 양 집어 들었고, 책을 돌려받고 싶다면 범인을 찾아내라며 이야기하고 돌아갔어. 이런 황당한 일이….

시오리코는 다이스케에게 비밀 하나를 알려주었어. 어머니가 <민들레 소녀>라는 책을 좋아했었다고어머니가 집을 나간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시오리코의 아버지는 <민들레 소녀>를 수 차례 읽었다고 했어. 그리고 그 책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시오리코의 것이 되었어. 물론 팔려고 내놓은 책은 다른 <민들레 소녀>였던 거야. 히토리 사장의 그런 행동을 보고서도 시오리코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범인이 스스로 책을 들고 찾아올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인가. 정말 며칠이 안되어 어떤 사람이 왔어. 정확히 이야기하면 고서회관에 가기 전 며칠 전에 왔었던 손님. 그날 왔다가 왜 이렇게 문고판이 적냐면서 불만을 표시하고 그냥 간 손님. 그날 왔던 손님과 나누었던 대화 속에서 단서를 찾아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이미 시오리코는 알고 있었던 거야.

그 남자는 이혼남이었는데, 이혼한 전처에게 선물했던 것 중 하나가 <민들레 소녀>라는 책이었대. 자신을 버린 여인에 화가 나서, 이혼하고 나서 그 책을 팔았는데, 다시 찾으려고 했대. 혹시 그녀가 자신을 버린 이유가 그 책에 써 있나 싶어서그랬다가 고서 시장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전처의 책이 그곳에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몰래 비블리아의 새로운 직원인 적하고 들어갔던 거래. 고서시장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래서 비블리아 고서당 이름으로 책을 내놓은 것도 그였고, 몰래 들어가서 이노우에의 <민들레 소녀>를 훔친 것도 그였대. 시오리코가 이런 것을 추리해서 그에게 미리 전화해서 책을 갖다 달라고 이야기했던 거야. 그 사람도 훔치고 보니 책에 대해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해서 시오리코의 전화에 순순히 응하고 책을 가져다 준 것이라고 하는구나.

다음날 다이스케가 <민들레 소녀>를 히토리 사장에게 가져다 주었어. 이노우에는 다이스케에게 시오리코를 믿지 말라고 했어. 시오리코는 최근까지도 그녀의 엄마와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했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다이스케는 생각했어. 이노우에는 최근에 시오리코의 엄마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여주었어. 그 안에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최근 사정이 모두 적혀 있었어. 심지어 다이스케 자신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것부터 자신의 책에 대한 취향까지 모두 알고 있었던 거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시오리코가 다이스케에게도 숨겼던 것인가?

 

1.

다이스케가 우연히 길에서 시노부 씨를 만났어. 시노부 씨는 1권에서도 등장했던 아줌마이거든. 그녀에 대해 알고 싶다면 1권의 독서편지를 참고해보렴.. 시노부 씨는 책을 찾고 있었어. 어린 시절에 읽은 책인데 제목도 모르고 지은이도 모르고, 출판사도 모르고, 내용만 대략적으로 기억하고 있었어. 너구리가 나오고, 악어가 나오고 개가 나온다고 했어. 어렸을 때 읽은 책이니 친정 부모님들은 알고 있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시노부 씨는 친정 부모님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어. 부모님들이 반대하는 결혼을 했거든. 그래서 혼자 가기 꺼림칙해서, 다이스케와 시오리코에게 같이 가자고 부탁을 했어. 다음날 다이스케는 시노부 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시오리코에게 했어. 시오리코는 책의 내용은 들어봤는데, 자신도 책제목은 잘 모르겠다고 했어. 시노부 씨의 남편 사카구치 마사시 씨가 찾아왔어. 그 또한 1권에서 나왔던 사람이야. 사카구치 씨는 집안 사정을 대략 이야기해주면서, 아내와 장모님이 다투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어. 그러면서 아내는 겉으로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내심 엄마와 화해를 위해 친정에 가려고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

친정 집에 가자 시노부 씨는 옛추억이 떠올랐어. 그녀가 키웠던 개 이름을 그 동화 속의 개의 이름인 토비크라고 지었다고 했어. 시오리코와 다이스케가 함께 갔음에도 불구하고 시노부씨와 그녀의 엄마는 심하게 말다툼을 해서 별다른 성과도 없이 돌아오고 말았단다.

고서당으로 돌아온 시오리코와 다이스케. 시오리코의 여동생 아야카가 우연히 최근에 본 만화 영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영화에 나오는 개의 이름이 토비크라는 거야. 그렇게 그 책의 정체를 알게 되었어. 시노부 씨가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 너구리는.. 사실 너구리가 아니고 너구리를 닮은 곰이었어. 곰의 이름은 체브라시카. 바로 그렇게 우연히 시노부 씨가 찾던 책의 정체가 밝혀진 거야.

<체브라시카와 친구들>… 일주일 뒤, 시노부 씨와 사마쿠치 씨가 고서당에 찾아왔어. 시노부 씨의 무뚝뚝한 아버지도 미리 와 계셨어. 시노부 씨에게 책 이야기를 했더니 그 책이 맞다고 했어. 시오리코는 대뜸 시노부 씨에게 축하한다고 이야기하며, 책은 축한 선물로 주겠다고 했어. 시노부 씨는 알고 있었냐며 물어봤어.. 시오리코는 시노부 씨가 최근에 술도 끊는 등 행동을 조심하고 그가 하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거야. 그리고 그 책을 찾는 이유도 자신의 아이에게 주기 위함이었던 것이고그제서야 시노부 씨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렸어. 시노부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하고, 엄마도 바로 고서당으로 들어왔어. 시노부 씨의 엄마는 주차되어 있는 차 안에 있었던 거야. 시노부 씨의 엄마는 여전히 날이 선 말을 했지만, 마지막으로 나가면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위와 함께 집에 들르라고 이야기했어. 참 훈훈한 마무리구나.

이번 이야기에 소개되었던 <체브라시카와 친구들>이라는 책을 한번 찾아보았어. 우리나라에서 서점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더구나. 참 귀여운 캐릭터더구나. 원작은 예두아르트 우스펜스키라는 러시아 사람의 작품이고, 만화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몇 년에 했었더구나. 기회가 되면 같이 보자꾸나.

 

2.

어느날 시오리코의 어머니의 친구라는 분한테 연락이 왔어. 자신의 서재에서 도둑맞은 책이 있는데 있는 찾아달라는 부탁이었어. 미야자와 겐지라는 시인이자 동화작가의 <봄과 아수라>라는 시집인데, 집에 두 권이 있었는데, 한 권이 사라졌다는 거야. 미야자와 겐지는 유명한 사람인가 보구나. 아빠가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에 그의 전집을 비롯하여 많은 책들이 번역 출간되어 있었어. 동화작가 답게 너희들을 위한 책들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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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분이 말하길, 범인은 오빠 아니면 올케라고 했어. 며칠 전 오빠와 올케가 다녀간 이후에 책이 사라졌다고 했어. 어떤 사연이 있었냐면…. 그 친구분이 말씀하시길,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을 남기시길아버지의 장서들의 절반을 기부하라고 하셨대. 그래서 그 친구분은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기부를 하려고 했는데, 오빠 부부는 자신들의 사업 사정이 좋지 않아서, 기부를 거부하고 책을 팔자고 했던 거야. 아버지의 장서에는 값이 많이 나가는 책들도 많았거든. 사라진 <봄과 아수라>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였어. 오빠 부부와 친구분은 그 일로 사이가 틀어지고, 얼마 전에도 그 일로 오빠 부부가 찾아왔었는데, 그들이 다녀간 이후로 책이 사라진 거야.

시오리코와 다이스케는 친구분의 오빠와 올케를 차례로 만났어. 그리고 그들로부터 특별히 책을 훔쳐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소설이라는 것은 원래 반전이 있어야 재미있는 거잖아. 시오리코는 뜻밖의 한 인물을 의심하게 되는데, 그 사람은 다름아닌 오빠의 아들 시바루라는 학생이야. 이야기하자면 장서를 남기고 죽은 친구분 아버지의 손자이지.. 시바루가 책을 훔친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었어. 그 책을 무척 좋아했을 뿐이었어. 친구분 아버지는 손자인 시바루와 사이가 각별했었대. 할아버지와 자신의 추억이 깃든 책을 계속 보길 원했던 거야. 사건을 조사하던 시오리코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 사실은 <봄과 아수라>라는 시집을 시바루에게 물려주려고 했었던 거야. 그리고 그 친구분에게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 책을 언제든지 시바루가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을 했어. 그렇지 않으면 그 책의 원래 주인은 시바루였다는 것을 이야기하겠다고 했어.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친구분이라는 사람이 좀 잘못했다고 생각해.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버지도 아들이 그렇게 사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면 생각을 바꾸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아버지의 뜻을 깨달았다면 어려운 가족을 돕기 위해 아버지의 유지를 어기는 것 또한 아버지가 이해하리라 생각하고 오빠를 도와주는 것이 좀더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는 대처가 아닐까 생각하는구나.

아빠가 오늘은 짧게 이야기만 한다고 곁들어진 이야기들을 많이 안 했는데, 이번 에피소드에도 시오리코의 어머니가 엮여 있었단다. 의뢰를 했던 사람이 시오리코의 어머니의 친구분이었고, 친구분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옛날부터 비블리아 고서당의 단골이었으니까 말이야. 이제 시오리코의 어머니가 등장할 만도 한데, 4권에서 기대를 해보자꾸나. 아참, 히토리서방 사장 이노우에가 시오리코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카드 있었잖아. 시오리코의 어머니가 고서당의 사정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그것의 정체는 바로시오리코의 동생 아야키였어. 시오리코가 찾고 있는 엄마의 책 <크라크라 일기>를 아야키가 갖고 있었고 그 책에는 엄마의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단다. 아야키는 그 책을 언니에게 전해주지 못하고, 자신이 보관하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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