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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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반디의 <고발>이라는 책은 책의 사연부터가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책이었단다. 실제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쓴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 이야기. 그의 원고가 다른 탈북자에 의해 북한 밖으로 빼돌려 출간한 책. 그래서 실명을 숨기고반디라는 필명으로 출간된 책. 작가의 이름만 들어보면 순정만화의 작가처럼 보이지만, 그가 쓴 이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묵직하였고, 읽는 이를 저절로 숙연하게 만들었단다. 이 책은 이미 세계 20개국 18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다고 하는구나. 영국에는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 번역상을 받기도 했대. 이런 사연에 아빠도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적어두었다가 이번에 읽었단다.

얼마 전에 읽은 <녹색평론 157>에 이 책에 관해 실려서 읽는데 더 도움이 되기도 했어. 이 책은 단편 7편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럼 그 이야기들에 대해 하나씩 짧게 이야기해줄게. 이 소설은 대부분 1990년대에 쓴 소설들이란다. 오늘날 권력자들은 바뀌었지만 북한 사회는 변한 것이 별로 없어. 소설이 쓰여진 연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읽어도 될 것 같더구나.

 

1.

첫 번째 소설은 <탈출기>라는 소설이야. 일철이라는 사람이 탈북을 하면서 친구 상기에게 남긴, 긴 편지 형식의 소설이란다. 일철은 결혼 2년 차. 아직 아이는 없었어. 그래서인지 아내 명옥은 조카 민혁을 끔찍이 잘 대해주었어.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아내 명옥의 피임약을 발견하게 되고, 이후로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게 되었어. 그래서 출근했다가도 뭔가 빠뜨렸다면서 집에 다시 오기도 했는데 그때 명옥은 개죽을 끓이고 있었고, 아무 의심 가는 행동을 하지 않았어. 그도 의심을 접었는데, 어느날 일찍 집에 퇴근한 적이 있는데 그때 검은 그림자가 급히 빠져나가는 걸 보고, 그의 의심이 맞다고 생각하고 피임약을 가져와 다그쳤어.

그리고 명옥의 일기장을 보게 되는데…. 그 안에는 명옥이 왜 피임약을 먹었는지, 조카 민혁을 그렇게 잘 대해주었는지 다 적혀 있었어. 명옥의 출신성분은 좋은데 반해 일철은 좋지 못했어. 일철은 아버지가 반동으로 처단되어 아들들과 손자까지 차별 받고 있었거든. 명옥은 자신의 아이들도 태어나면 차별 받을 것을 생각하여 몰래 피임약을 먹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남편이 당원이 된 다음에 아이를 낳을 생각이었던 것이고, 남편이 당원이 될 수 있도록 자신도 여기저기 알아보았어. 그러던 중 당원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부문장비서가 명옥에게 접근을 한 거야. 접근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추행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런데도 남편의 당원을 위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자주 조카를 불러와 집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조카를 방패 삼았던 거야. 사실 명옥이 끓였다고 했던 개죽도 사실 명옥 자신이 먹기 위함이었어.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남편이 마음상할까 봐 개죽이라고 이야기했던 거야. 일철은 명옥을 의심했던 것을 크게 후회하고, 탈북 계획을 세웠단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형네 가족과 자기 부부, 모두 다섯 명이 탈북을 하기로 했단다. 소설은 여기서 끝이 났어. 과연 일철의 일행은 성공적으로 탈북에 성공을 했을까?

 

2.

<유령의 도시>

한경희의 집은 평양의 광장이 보이는 곳에 있어. 광장에는 국경절을 맞이하여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어. 한경희의 어린 아들 명식이 마르크스의 사진을 보고 경기를 일으키면서 울었어. 그것은 단지 일회성이 아니라 볼 때마다 그렇게 울었어. 어쩔 수 없이 한경희는 그 사진이 보이지 않게 커튼을 칠 수 밖에 없었어. 그러자 신고가 들어왔다며 위에서 찾아왔어. 한경희는 이유를 설명했어. 그런데 왜 커튼이 마르크스 쪽뿐만 아니라 김일성 쪽도 쳐져 있냐고 물어보자, 한경희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지 않겠냐고 이야기했어. 그런데 이 말은 김일성을 솥뚜껑에 비유했다고 또 문제가 되었어. 결국 한경희의 남편도 이 일로 회사에서 짤리고, 그들은 추방을 당하게 되었어. 한경희는 반항을 할 수조차 없었어. 이 도시는 한경희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니까 말이야. 그들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 어쩌겠어. 그들이 평상시 인민의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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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면상이 온통 털 속에 묻힌 마르크스와 매섭게 입을 다문 김일성의 초상화였다. 그 두 붉은유령은 지금 한경희에게 분명 이렇게 호령하고 있었다.

“나가라믄 찍소리 말구 나갈 거지 무슨 허튼 생각이야. 이게 내 도시지 네 도신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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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북한의 어떤 행사에 많은 일반사람들이 군집해 모습을 보는 경우가 있어. 그 장면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세뇌를 당할 수 있을까? 하곤 했어. 그런데 그것은 그저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어. 도시는 그들 것이니까, 그들 도시에 살고 싶으면 그들의 말을 따라야 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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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7)

한경희는 돌연 우들우들 온몸이 떨려왔다. 9월의 밤 냉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땅에서 삶을 부지하자면 벌써부터 알고 있어야 했을 무섭고도 무서운 그것이 불시에 가슴에 콱 실려와서였다. 도시에 널려 있던 100만의 인원을 사십오 분 안에 광장으로 끌어들였던 그것이 무엇이었던지도 이제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만약 남편이 지금 또당신은 저기 저 마르크스의 모든 이론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이론이 뭔지 아오?”하고 물어준다면 한경희는 보다 학술적으로, 그리고 보다 진지하고도 뼈저리게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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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준마의 일생>

설용수는 평생 당에 충성을 하고, 나라에 충성을 한 사람이란다. 전쟁과 노동 현장에서 어디든 그는 최선을 다했고, 훈장 14개를 받기도 했어. 설용수는 이미 저 제상 사람이 된 전영일의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사이였어. 그래서 전영일도 설용수를 큰아버지로 모셨어. 그런데 어느날 전영일은 통신감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설용수가 통신선로를 방해하고 있으니, 이야기 좀 해달라고 했어. 설용수의 집에 느티나무가 있는데, 통신선로에 방해되어 베려고 하니 베지 못하고 했고, 그 과정에 도끼까지 들고 설쳤다고전영일이 설용수를 찾아갔어. 훈장 14개나 받은 인민의 영웅인 설용수가 배급이 안되어 땔감이 없어 냉방에서 지내고 있었어. 사실 도끼까지 들 생각은 없었대. 그런데 그들이 오기 전에 아내와 말다툼을 하여 화가 난 상태였는데, 그들이 와서 느티나무를 베겠다고 하자.. 홧김에 그렇게 된 거라고

설용수에게 그 느티나무는 사연 깊은 나무였어. 전영일의 아버지와 함께 젊은 시절을 입당을 할 때 기념으로 심은 나무였거든. 그리고 좋은 일을 있을 때마다 그 나무에 고맙다고 했대. 그런데 그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설용수의 마음속에 담아주었던 생각들을 전영일에게 했어. 전영일이 생각하기에 반동이라고 느껴지는 말들도 있었지만, 설용수의 그런 말들은 틀린 말들이 아니었어. 전영일은 설용수의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설용수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되었단다. 심장마비라고 하지만설용수는 도끼로 손수 느티나무를 다 찍어서 쓰러뜨리고 난 후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하는구나. 설용수도 결국 느티나무를 지키지 못할 것을 알았을 거야. 그리고 그럴 바에야 자신이 직접 느티나무를 자르려고 했고.. 그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베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숙연해지는구나.

 

4.

<지척만리>

명철은 엄마가 위급하다는 전보를 세 번이나 받았어. 그래서 집에 다녀오려고 여행증 신청을 했으나, 세 번 모두 부결 판정을 받았어. 외아들이 자신이 꼭 가야 한다고 사정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명철이 지금 광부로 일하고 있지만, 그것도 그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었어. 군대 제대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내고 싶었지만, 그는 그것도 허락 받지 못하고, 광부로 차출된 것이었어. 명철은 여행증을 받지 못하고, 우연히 만난 친구와 술을 먹고, 술김에 무작정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했어. 간신히 검열을 수차례 피해서 고향땅에 도착을 했지만, 마지막 검열에서 그만 걸려서 집을 코 앞에 두고 노동단련 20일 벌을 받아야 했어. 집에 와서 새장에 갇혀 있는 종달새가 자신의 처지라고 생각했어. 종달새라도 자유를 주려고 풀어주었는데, 그 종달새는 다시 돌아왔어. 종달새도 바깥 세상에 대한 두려움, 새장 안의 익숙함에 길들여져 있던 거야.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명철.. 며칠 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았단다. 슬픈 소설들의 연속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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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당신이 놔주고 간 이튿날 아침에 보니 저것들이 다시 날아오지 않았겠어요. 그래 조롱을 다시 달아주었더니 저렇게…”

“길들었구나!... 불쌍한 것들!”

명철은 한마디 한마디 씹어 뱉듯 중얼거렸다.

“삐쫑삐쫑 삐쪼르릉…” 종달새가 다시 우짖었다. 마치 명철에게당신도 길들었기에 그렇게 그냥 돌아왔죠하고 반박이라도 하듯이

‘그래, 나 역시 지척도 천리 밖으로 살아야 하는 조롱 속의 짐승인가보다! 조롱 속의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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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복마전>

오씨 부부는 북한에서 그래도 상위층이고, 지식인이었어. 지금은 은퇴했지만, 오씨는 력사 선생님이었고, 영감은 수학 선생님이었거든. 오씨 부부는 딸이 둘째를 임신하고 만삭이라서 딸 집에 갔다가 첫째 아이는 자신들의 보살피는 것이 딸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첫째 아이 영순을 데리고 오다가 1호 행사 때문에 역에서 발이 묶였어. 1호 행사 때문에 열차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끊겼거든. 1호 행사라고 함은 최고 권력자에 관한 행사인데, 그가 주변을 지나가기 때문에 모든 교통수단이 중단된 거야. 역에서 32시간이나 있었어. 먹을 것도 구하기 힘들었어.

오씨는 딸이 걱정되어 영감과 영순이를 역에 두고 다시 걸어서 딸 집에 가기로 했어. 가다가 수령동지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김일성 수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씨는 얼마 전까지 1호 행사에 대한 불만은 접어두고, 침에 발린 찬양을 했고, 차까지 얻어 타게 되었어. 오씨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어. 그런 일이 있을 때 역에서는 기차가 개시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 영감과 손녀도 그 인파에 휩쓸려 다치고 말았단다. 영감은 허리를 다치고, 손녀 영순은 다리가 부러진 중상을 입었어. 병원을 거쳐 집에 머물고 있는데, 오씨가 그 둘을 보살펴야 했어.

오씨는 이 일에 크게 죄책감을 느꼈어. 손녀 영순은 날마다 울면서 엄마만 찾고한편, 그날 김일성 수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얻은 탄 일로 방송까지 타게 된 오씨. 그 일은 수령을 찬양하는 용도로 연일 방송에 나왔어. 하지만, 역에서 많은 인민들이 고통을 받은 일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지. 오씨의 속마음이 어땠을까? 우는 영순을 달려주면서 들려준복마전이라는 이야기가 그들의 사회를 대변해주는 듯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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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옛날 어느 곳에 열 길 울타리를 빽빽이 둘러친 한 동산이 있었다우. 거기선 늙은 마귀가 수천의 종들을 거느리구 있었구요. 한데 놀라운 건 그 동산의 열 길 울타리 안에선 언제나 웃음소리밖에 들려나오는 것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사시절 하하호호 하고 말이지요. 그건 바로 늙은 마귀가 자기의 종들한테 다 온통 웃는 마술을 걸어놓았기 때문이었다나요. 왜 그런 마술을 걸어놓았냐구요? 그야 물론 종들을 학대하는 자기 죄행을 가리우구 우리 동산 사람들은 이렇게 행복합니다 하는 속임수를 쓰기 위해서였지요. 그러자고 다른 동산 사람들이 넘볼 수도, 드나들 수도 없게 열 길 울타리두 쳤던 거구요. 그러니 글쎄 생각 좀 해보시우. 그 동산 사람들의 입에서는 어디가 아프거나 슬퍼서 엉엉 울어도 그것이 하하호호 하는 웃음소리만 되어 나왔으니 세상에 그처럼 악한 마술이 어디 있고 그처럼 무시무시한 동산이 또 어디 있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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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대>

보위지도원 홍영표. 그는 보위부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어. 홍영표의 아들 홍경훈이 김일성 장례식 추도기간에 술 먹고 김숙이라는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고 말이야. 특히 김숙은 반동분자의 딸로 이미 전에도 만났다가 반동분자의 딸이라고 해서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아들 홍경훈은 예전에 군복무 중에도 불순한 사상으로 자아비판을 받기도 했었어. 홍영표는 나중에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홍경훈도 억지로 산에 가서 꽃을 땄대. 장례식에 꽃을 바쳐야 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뱀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 몸에 메틸알코올을 뿌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에게 술을 먹었다고 한 것이라고 했어. 그리고 김숙이 반동분자의 딸이라고 하는데, 김숙의 아버지는 그저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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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글쎄 제가 부모님 앞에서 다짐했으니 그와 결혼할 생각까지는 안 합니다. 그러나 이성 간이 아닌 인간적인 사랑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 솔직히 말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처녀인 그가 기를 못 펴고 사는 데 대한 동정심을 금할 수가 없어요. 그의 아버지의 죄라는 게 뭡니까. 김정일이 후처를 한 사실을 말했다는 그 하나뿐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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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홍경훈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어. 홍경훈의 이야기는 반동 수준이 점점 심해지고, 아버지 홍영표도 아들의 말에 격분을 하게 되어 아들에 총까지 겨누게 되었어. 그 순간 정전이 되었어.. 정전 같은 돌발적인 일이 없었다면 정말 죽였을까? 홍영표는 나중에 아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어. 아들의 말대로 사람들은 전부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어. 모두 연극 배우처럼그리고 생각해보니 자신도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총으로 스스로 자신의 연극을 끝냈단다.

 

7.

<빨간 버섯>

기자인 허윤모에게는 죽마고우 절친인 송명근이 있어. 송명근은 시병원 진료과 의사인데, 송명근의 오촌이모부 고인식이라는 사람이 있어. 고인식은 평생 장을 만들어온 장인이야. 여기서 이야기하는 장은 간장, 된장.. 이런 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고인식은 장공장 기사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고, 허윤모는 예전에 고인식의 열정에 대해 취재를 하기도 했어. 고인식이 얼마나 장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냐면아내가 죽고 나서 어린 오누이만 집에 두고, 장을 만드는 일에 모든 열과 성을 다했을 정도로 진정한 장인이었어그런데 그런 고인식이 직무태반으로 묶여갔다는 거야. 된장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로 말이야. 그것은 원료 배급이 줄고 그 해 날씨로 인해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인데 말이야. 그러나 시당청사인 빨간벽돌집에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면 그런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었어.

그 뿐만 아니야. 의사인 송명근은 사당청사의 부인이 왕진 요청을 해서 갔더니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니고 송명근을 유혹하려고 왕진을 불렀던 것이래. 송명근은 간신히 뿌리치고 나왔는데.. 그것이 혹시 고인식이 잡혀간 것과 연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고인식은 공개재판을 했는데, 며칠 갇혀 있으면서 실성한 듯했어. 그도 더 이상 연기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는 울부짖었어. 다른 사람들이 마음 속에 두고 있던 말을 밖으로 울부짖었지. 빨간 벽돌집을 사람들이 빨간 버섯이라고 불렀는데, 고인식은 빨간 버섯을 뽑아버리라고 외쳤어. 그의 말을 들은 이들은 겉으로는 연기하고 있지만, 속으로 통쾌해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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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으스러지게 주먹을 들어 쥐고 벽돌집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허윤모의 가슴속에서는 고인식의 다 외치고 가지 못한 그 절규가 피타게 울려오고 있었다.

“저 빨간 버섯, 저 독버섯을 뽑아버려라. 이 땅에서, 아니 지구에서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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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의 삶이라는 것은… <무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극인 것 같구나. 그들은 그저 생존을 위해 주어진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연기자. 그렇게 연기를 잘 함에도 불구하고, 억울함을 당할 때 <준마의 일생>의 설용수나 <빨간 버섯>의 고인식처럼.. 연극 무대에 내려와 실제가 되는 것 같구나. 그렇게 연기를 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 그런 그들은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은 더욱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구나. 언젠가는 우리나라와 북한이 통일을 하게 될 텐데. 그 전에 모든 면에서 벌어진 격차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구나. 언제 북녘 땅에도 따뜻한 햇살이 내리쬘까.

...

이 책에는 북한에서 쓰는 순수한 우리말이 많이 소개되었단다. 주석으로 뜻을 모두 적어 주어 읽는 것은 문제없었어. 그런 말들을 보면서, 말과 글도 많은 격차가 생겼구나 싶었단다. 잘못하면 이 상태로 더 가다가는 서로 말도 통하지 않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 그 전에 하나가 되어야 할 텐데하나가 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으니휴…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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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3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4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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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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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사피엔스>로 바람을 일으켰던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다음으로 출간된 <호모 데우스>. 이 책 또한 출간된 이후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이슈를 만들고 있단다. 아빠도 이번에 읽게 되었어. <사피엔스>가 인류의 과거를 이야기했다면,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책소개가 딱 맞는 내용이었단다. <호모 데우스>라는 책제목 밑에미래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단다. ‘데우스’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호모 데우스. , 신이 되려고 하는 인간…. 유발 하라리. 그는 미래를 예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구나. 그저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것일 뿐. 책이 630페이지나 되는데 그것을 정리하려고 하니 아찔해지는구나. 아빠가 이해한 핵심만 간단히 적는 것으로 독서편지를 대신해야겠구나. 아빠는 <사피엔스>가 좀 더 읽기 편했단다. 이번에 읽은 <호모 데우스>는 집중을 하지 않으면 맥락을 놓치곤 했어.

 

1.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인간의 의제라고 하면 기아, 역병, 전쟁 등으로 할 수 있었어.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제어하기 어려운 것인데 이런 것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니까.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 모든 것들이 대부분 통제가 가능해졌어. 아직 기아로 죽는 이가 100만 명이 된다고 하지만, 비만으로 죽는 이가 300만 명이라고 하니기아도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어. 역병도 대부분 극복했다고 볼 수 있어. 어떤 나라에서 역병이 돌게 되면, 그것은 정부의 잘못, 통치자의 무능함을 탓하게 되지. 전쟁도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 있어. 현재 전쟁 중인 곳도 중동 등 물질 기반을 둔 지역이야. 지식 기반의 세계가 되면서 전쟁은 무의미해졌다는 거야. 전쟁을 했다고 해서, 이득이 될 것이 별로 없다는 거야. 오랫동안 난제였던, 이런 기아, 역병, 전쟁이 모두 해결되면서, 인류는 이제 어떤 문제점을 탁상 위에 올려야 할까?

그 새로운 의제를 지은이 유발 하라리는 불멸, 행복, 신성(神性)을 뽑은 거야. 첫 번째,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제 죽음은 해결 가능한 기술 문제로 보게 되었어. 실제로 구글은 이미 죽음을 해결하기 위한 회사를 설립했다고 하더구나. 앞으로 인류는 죽지 않는 방법, 불멸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을 할 것이라는 거야.. 아마 미래에는 인체 구조 과정을 재설계하고, 기관과 조직도 재생할 수 있을 거라고 해.

...

두 번째 행복... 건강이 최고라고 하지만, 불멸을 기술적으로 극복하고, 자신의 몸이 건강을 하다고 하면 분명 행복해지고 싶어할 거야. 그렇게 때문에 인류는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할 거야. 행복의 조건은 심리적 조건과 생물학적 조건이 있을 수 있어. 행복 확보를 위해 쾌락이 영원히 지속하도록 호모 사피엔스가 재설계 되어야 하겠지. 어쩌면 행복을 주는 기술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어. 어떤 이들은 행복을 위해 약을 먹기도 하잖아. 불법적인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야. 의학기술은 불행한 사람을 치유해주기도 하잖아.

세 번째 신이 되기를 바라는 것. 신이 되는 방법은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체 합성하게 될 거야. 그것은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업그레이드 하려고 하는 것이지. 이런 업그레이드는 한방에 되는 것은 아니고, 조금씩 업그레이드 될 거야. 그래서 수십 년이 지나면, 인류의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가 보면 인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말도 안 된다고? 이미 오십 년 전의 사람들도 오늘날 인류를 보면, 자신들과 다르다고 생각할 거라는 거지. 그만큼 우리 인류는 짧은 시간에 많이 변했잖아. 이런 새로운 의제는 그리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 것 같구나. 그렇다고, 이런 의제의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지은이는 이런 흐름을 막을 수 있는 브레이크는 없다고 이야기 해. 결국 인류는 호모데우스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

오늘날 고작 수십 년 뒤를 예측하는 것도 어렵다고 했어. 지식은 아주 빨리 쌓이고, 빠른 경제 변화, 빠른 정치 변화는 예측을 어렵게 하지. 역사를 배우는 것을 미래를 예측하지 위해서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해. 과거에서 해방하여 다른 운명을 상상하기 위해 역사를 배운다고 하는구나.

 

2.

300년 전부터 인본주의가 세계가 지배를 하고 있다고 했어. 인간 중심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거야. 인본주의라는 단어 자체를 보면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어 좋은 뜻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범위를 생태계 전체로 넓혀 보면, 인간만 중요하다는 인간 이기주의의 뜻이 되기도 하는 거야. 다른 동물에 비해 우리 종이 왜 특별한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 어떻게 다른가? 지은이는 지금의 시대를인류세라고 정의했어. 여기서 ''는 시기 또는 시대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40억년 전 생명이 출현되었고, 단일종이 생태계를 변화시킨 첫 번째 종. 사피엔스가 출현하면서 거대동물들 대부분을 멸종시켰으며, 현재 사피엔스와 사피엔스가 길들인 가축이 지구상 대형동물의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구나. 동물세계에 있어서 인간은 이미 과 같은 존재인 거야. 인간 덕에 가축들이 많이 번성하였지만, 그들은 전례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단다. 감정은 모든 포유류의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생화학적 알고리즘이야. 그래서 어미와 새끼의 유대감은 포유류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지. 하지만, 인간은 가축에게서 그런 유대감을 빼앗아버렸어.

인간은 종교를 이용하여 인간, 즉 사피엔스가 특별한지를 설명해주었어. 농업혁명이 나타난 이후 동식물을 침묵시켰어. 신을 내세워 농업을 정당화 시켰지. 그리고 과학혁명이 나타난 이후, 신을 침묵시켰단다. 오늘날 과학의 신뢰도가 가장 높지 않을까 싶단다. 과학혁명 이후 인간을 내세워 공장식 축산 농장을 정당화하였어. 신의 섭리라고 알았던 많은 영역들은 물리, 화학, 생물의 법칙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단다. 인본주의 종교들이 나타나 자유주의, 공산주의, 나치즘 등의 이름으로 출현했어. 지은이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알아본 이유는그것이 가까운 미래 초인간과 인간의 관계와 비슷해질 거라는 이유에서야. 이제 인간과 동물은 같은 편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어. 무서운 미래로구나. 동물들에게 잘해주어야겠구나.

....

현재 호모 사피엔스가 막강한 존재인 것은 맞아. 그 위대함의 증거는 무엇일까? 사피엔스만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신은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고그리고 다윈의 진화론으로도 영혼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진화론이 나온 다음부터, 신을 부정하게 되었어. 신을 부정하게 되니 신이 이야기한 영혼의 존재로 우월함을 이야기하기 어려워지자, 인간의 우월성을 마음으로 설명을 해보려고 했어. 하지만, 역시 과학으로 마음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 뇌의 반응은 알지만, 생화학적 반응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의식이 탄생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은 하지만, 마음 상태는 설명이 어렵다는 하는구나.

...

마음은 설명할 수도 없고, 가능한지도 모른다면 폐기하면 되지 않을까? 과학에서 에테르라는 개념을 버렸듯이, 신이라는 존재도 점점 취급하지 않듯이 이제 영혼이나 마음도 버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위험한 생각하지 하게 되었단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점점 발전 또는 진화하게 될텐데, 그런 인공지능 중에 자신이 의식이 있다고 한다면 믿어야 할까? 마음이란 무엇인지? 영혼이란 무엇인지? 의식은 무엇인지? 인간은 아직 인간 본연의 모습 중에 밝혀내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단다.

, 그럼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에 비해 우월한 점은 도대체 무엇일까? 지은이는 소통하는 능력,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유연히 협력할 수 있는 지구상 유일한 종이라고그런 점으로 인해 지구라는 행성을 지배할 수 있었다고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뒤돌아봐도 누가 더 효율적으로 협력했느냐에 따라 세상을 지배를 하게 되었다고 했어. 로마의 그리스 점령이 그렇고, 그 많은 혁명들이 그렇다고 그랬어. 이 부분을 읽다 보니 문득 작년 겨울 주말마다 밝혔단 촛불 혁명이 생각나더구나. 그 촛불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유연한 협력이 아니었나 싶구나. .

아무튼 인본주의는 세상을 바꾸었어. 그래서 지은이는 인본주의혁명이라고까지 이야기했어.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변한 것무의미한 세계에 의미를 창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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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15)

감정은 우리의 사적인 삶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절차에도 의미를 제공한다. 누가 국가를 통치해야 하는지, 어떤 외교정책이 채택되어야 하고 어떤 경제조치가 취해져야 하는지 알고 싶을 때 우리는 성경에서 답을 찾지 않는다. 교황의 명령이나 노벨상 수상자 협회의 결정에 복종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민주적인 투표를 통해 국민들에게 당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 우리는 유권자가 가장 잘 알고, 개개인의 자유선택에서 정치권력이 나온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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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본주의 혁명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단다. 미학의 기준도 바뀌었어. 중세만 해도 미의 기준을 따질 때 인간의 감정은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후에는 미의 기준은 곧 인간의 기준이었잖아. 인본주의에서는 약간 다른 관점이 있기도 해. 인본주의가 사람을 중시하는 것이잖아. 그 사람을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나의 독자성을 중시하는 사람을 자유주의자로 하고, 타인을 고려하고 세계 평화를 더 중시하는 사람은 사회주의자라고 살 수 있대. 오늘날 세상을 조면 자유주의자가 승리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구나. 지은이의 이런 생각에 아빠도 동의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자신의 행복을 다들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거든. 아빠도 마찬가지이고그런 자유주의의 승리가 앞서 이야기한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하는 존재로 만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3.

현대는 글자와 문서기록에 대한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단다. 아빠는 별 생각 없이 살아가는데, 지은이는 그런 점을 꼭 짚어서 이야기하는구나. 글자와 문서 기록의 힘이라….

오늘날에는 실체가 없는 것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단다. , 아빠의 이야기를 잘 들어봐. 중국이 댐을 건설한다.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만든다. 이상한 점 없지? 그런데, 중국과 구글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 호모 사피엔스가 의미를 부여한 국가와 브랜드라는 허상의 존재야. , 그러면 이건 어떠니? 신이 세상을 만든다. 파라오가 저수지를 만든다. , 어때? 예전에 신과 파라오 등이 오늘날 브랜드와 국가, 연예인 등과 비슷했던 거야.

이런 실체 없음의 힘은 문서의 힘으로 이어지는데, 호모 사피엔스들, 그것도 권력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들의 문서나 기록은 막강한 힘을 갖게 돼. 옛날에 유럽이 아프리카 지도를 보고 대충 선을 그어서 나눠가졌대. 그리고 그 선들이 나중에 그대로 국경선이 된 것이고아프리카 지도를 보면 국경선이 직선으로 되어 있는 이유가 그런 이유야. 그 국경선들은 실제 종족들이 살고 있는 영역과 다르대.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에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거야. 그런 문서의 힘은 교육에 들어와서 교육의 목표가 마치 테스트에 있는 것처럼 변해버렸어. 돈도 종이, 학위증서도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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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정기적으로 엄밀한 평점을 매기기 시작한 것은 산업시대의 대중교육제도이다. 공장과 정부 부처가 숫자언어로 사고하는 데 익숙해지자 학교가 그 뒤를 따랐다. 학교는 숫자언어로 사고하는 데 익숙해지자 학교가 그 뒤를 따랐다. 학교는 평균점수에 따라 학생 개개인의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했고, 교사와 교장의 가치는 그 학교의 전체 평균에 따라 평가되었다. 그리고 관료들이 이런 척도를 채택하자마자 실제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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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앞서 아빠는 자유주의가 승리를 했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 자유주의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하는구나. 우리 세상은 이제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로 이루어진 세상이라고 볼 수 있어. 빅데이터라는 말이 있는데, 그 빅데이터는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을 해결해줄 수도 있다는 거야. 이미 우리는 맛집이나 여행지를 고를 때 많이 활용하곤 하지. 앞으로는 두 남자 사이에서 배우자를 고르는 고민도 구글이 대신해줄 수 있다고 했어.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선택하는 것보다 나의 데이터들, 내가 고를 남자들의 데이터들을 알고 있다면 구글의 인공지능이 분석하여 최적의 남자를 골라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래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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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그러면 구글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는 네가 태어난 날부터 너를 알고 있었어. 네 이메일을 모두 읽었고, 네 통화를 모두 기록했고, 네가 좋아하는 영화들, 네 유전자 정보, 네 심장 기록도 모두 갖고 있어. 네가 데이트한 정확한 날짜도 보관하고 있으니, 존이나 폴과 만날 때마다 네 심장박동, 혈압, 혈당수치를 초 단위로 기록한 그래프를 원한다면 보여줄 수 있어. 필요하다면 네가 그들과 가진 모든 성관계의 정확한 순위도 제공할 수 있어. 그리고 당연히 나는 너를 아는 것만 큼 그들도 잘 알아. 이 모든 정보, 내 뛰어난 알고리즘, 수많은 관계에 대한 수십 년에 걸친 통계자료를 토대로, 나는 너에게 존을 선택하라고 권해. 장기적으로 그와 함께할 때 더 만족스러울 확률이 87퍼센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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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오늘 독서편지는 마쳐야겠구나. 아빠가 정리를 제대로 하질 않아 기억으로만 적기에는 내용이 너무 방대해아빠의 기억에 남은 것은 앞으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거야. 그런 내용에 대해 아빠가 일부 발췌한 것이 있는데, 그것으로 나머지 독서편지를 대신하마. 이해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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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

자유주의가 직면한 세 번째 위협은, 일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어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소규모 특권집단을 이룰 거라는 점이다. 이런 초인간들은 전대미문의 능력과 전례 없는 창의성을 지닐 것이고, 그런 힘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중요한 대다수의 결정들을 계속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시스템의 유지보수를 담당할 것이고, 시스템은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컴퓨터 알고리즘과 새로운 초인간 양쪽의 지배를 받는 열등한 계급이 될 것이다.

(497)

마음을 조작하는 기술과 마음의 스펙트럼에 대한 우리의 무지 그리고 정부, 군대, 기업의 편협한 관심이 합쳐질 때, 우리는 틀림없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우리는 몸과 뇌를 업그레이드하는데는 성공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마음을 잃게 될 것이다. 사실 기술 인본주의는 결국 인간을 다운그레이드할 것이다. 시스템은 다운그레이드된 사람들을 선호할 텐데 그것은 그런 사람들이 가지게 될 초인간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은 시스템을 방해하고 속도를 떨어뜨리는 성가신 성질을 갖고 있지 않아서이다. 모든 농부들이 알고 있듯이, 염소 무리에서 가장 골치 아픈 존재는 대개 가장 똑똑한 염소이다. 농업혁명 과정에서 동물의 마음 능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가 이것이다. 기술 인본주의자들이 꿈꾸는 두 번째 인지혁명은 똑 같은 일을 우리에게 할 것이다. 즉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전달하고 처리할 수 있지만, 집중하고 꿈꾸고 의심하지 못하는 인간 톱니를 생산할 것이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는 성능이 향상된 침팬지로 살았다. 그리고 미래에는 특대형 개미가 될지도 모른다.

(503)

데이터교는 우주가 데이터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현상이나 실체의 가치는 데이터 처리에 기여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색적인 비주류 개념 같다는 인상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개념은 이미 과학계의 대부분을 정복했다. 데이터교는 두 과학 조류의 격정적 합류에서 탄생했다.

(505)

이렇게 보면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국가가 통제하는 공산주의는 서로 경쟁하는 이념, 윤리적 신조, 정치제도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둘은 경쟁하는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다. 자본주의는 데이터를 나누어 처리하는 반면, 공산주의는 중앙에서 모두 처리한다. 자본주의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그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유시장에서 빵 가격은 어떻게 정할까? 우선 모든 빵집이 원하는 만큼 빵을 생산하고, 원하는 만큼 가격을 매길 것이다. 소비자들이 여력이 되는 한 얼마든지 많은 빵을 살 수 있고, 경쟁관계인 빵집에 가서 빵을 사도 된다. 바게트 한 개에 천 달러를 매겨도 불법이 아니지만 아무도 그 빵을 사지 않을 것이다.

(513)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우리는 기술이 정치보다 한발 앞서 우위를 점하는, 인터넷 같은 혁명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은 곧 우리 사회와 경제 그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까지 앞지를 텐데도, 우리의 정치적 레이더망에는 좀처럼 포착되지 않는다. 현재의 민주적 구조들은 관련 데이터를 충분히 빨리 수집해서 처리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적절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을 만큼 생물학과 사이버네틱스에 대해 잘 모른다. 따라서 전통적인 민주정치는 중요한 사건들을 제어할 수 없고, 미래에 대한 유의미한 비전들을 우리에게 제공하지 못한다.

(537)

21세기에는 더 이상 감정이 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알고리즘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전례 없는 연산력과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우월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알고리즘들은 당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정확히 알 뿐 아니라, 당신에 대해 당신은 짐작도 하지 못하는 백만 가지 다른 점들을 알고 있다. 따라서 당신은 이제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것을 그만두고, 이런 외부 알고리즘에 귀 기울이기 시작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투표하는 반면 다른 유권자는 공화당에 투표하는 정확한 신경학적 이유까지 안다면, 무엇하러 투표를 하는가? 인본주의의 계명이네 감정에 귀 기울여라!”였다면, 데이터교의 계명은알고리즘에 귀 기울여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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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2-31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어느새 2017년 마지막 날입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며, 새해 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17-12-31 17:4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저야말로 겨울호랑이님 덕분에 지난 일년 좋은 책들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깊이가 있는 책들이라 감히 읽을 엄두는 안나지만요..^^ 예쁜 따님을 포함하여 온가족 모두 행복 가득한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88)

출판이나 회화 분야의 특정 예술가들은 태아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활약한다. 그들의 제한된 주제는 사람들에게 당혹감이나 실망감을 줄 수도 있다. 18세기 신사 계급의 연애, 돛 아래서의 삶, 말하는 토끼, 조각된 토끼, 뚱뚱한 사람을 그린 유화, 개 초상화, 말 초상화, 귀족 초상화, 비스듬히 누운 누드, 백만 점쯤 되는 예수 탄생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성모승천, 과일 그릇, 화병 옆에 나이프가 놓여 있거나 놓여 있지 않은 네덜란드 빵과 치즈. 어떤 이들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산문을 쓰는 일에 헌신한다. 과학 분야에서도 누구는 알바니아 달팽이에, 누구는 바이러스에 인생을 바친다. 다윈은 따개비에 팔 년을 바쳤다. 그리고 현명한 만년에는 지렁이에 헌신했다. 힉스 입자라는, 어쩌면 하나의 사물이라고조차 할 수 없을 그 미세한 것의 연구에 수천 명이 생애를 바쳤다. 호두껍데기에 갇혀 5센티미터 크기의 상아판 속, 모래 한 알 속 세상을 보라. 가능한 것들의 우주에서 모든 문학, 모든 예술, 인간 노력이 점 하나에 불과한데 그게 왜 안되겠는가. 게다가 이 우주조차 무수히 실재하는 가능한 우주들 중에서 점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96)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어. 사랑이 식고 결혼이 무너지면, 그 첫 희생자는 정직한 기억이지. 과거에 대한 온당하고 공정한 회상. 그건 너무 불편하고, 현재를 지나치게 비난하니까. 실패와 슬픔의 연회장을 떠도는 옛 행복의 유령이지. 그래서, 난 망각의 바람에 맞서 진실의 작은 촛불을 켜고 그 빛이 얼마나 멀리까지 닿는지 보고 싶어.

 

(223)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면 내가 얻는 건 무엇일지 나는 다시 자문한다. 그들은 파멸할 수도 있다. 그럼 난 트루디를 갖게 될 것이다. 나는 그녀가 감옥에서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고 말하는 걸 들어왔다. 하지만 감옥에 가면 나는 내 생득권이자 모든 인간의 꿈인 자유를 잃을 것이다. 반면 클로드와 어머니가 팀워크를 발휘한다면 간신히 위기는 모면할 것이다. 그럼 그들은 나를 버릴 것이다. 어머니는 없지만, 나는 자유로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편이 나을까? 전에도 몇 번 해본 고민이고, 늘 같은 신성한 지점에, 원칙에 입각한 유일한 결론에 이른다. 나는 물질적 안락을 포기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동안 너무 오래 갇혀 있었으니까, 나는 자유를 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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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12-30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즐친 이어가길 바라며, 복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17-12-31 01:0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munsun09님 덕분에 좋은 책도 많이 알게된 것 같아요.. 2018년에도 부탁드리고요... munsun09님도 행복한 2018년 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녹색평론 통권 157호 - 2017년 11월~1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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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 녹색평론 157호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빠는 다른 것보다 신고리 5, 6호 핵발전소 재개로 결정 난 공론화에 대해 녹색평론이 어떤 의견을 있는지 읽어보았단다. 공론화에 의한 핵발전소 재개 결정이 10월에 있어서 많은 지면에 싣지 못하고, 앞에 몇 페이지에 짧게 의견을 놓았더구나. 핵발전소 공사 재개여부를 공론화로 결정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어. 하지만, 아빠는 사실 이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단다. 공론화를 한다면 당연히 핵발전소의 해악을 충분히 이해하여 당연히 중단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대만의 경우는 완공 직전의 핵발전소도 공론화로 중단했다고 하던데 말이야. 공론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핵발전소 중단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큰 좌절감이었단다. 이런 결정이 난 것에 대해 녹색평론 편집인 김종철님은 우리나라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에 너무 빠져 있었고, 핵에 관한 상식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평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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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기는 절대다수의 시민이 일방적인 선전과 프로파간다에 오랫동안 노출돼온 사회에서 핵에 대한 시민적 상식이 선진적 탈핵국가들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다 더욱이 척박한 여건에서 자기희생적으로 활동해온 소수의 탈핵운동가들의 노력만으로 사회 전체의 해묵은 사고습관을 깨트리는 것은 애당초 그 한계가 명백했다. 또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사회의 핵에 관한 상식이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왜곡된 교육과 사이비 언론 때문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끊임없이 인간의 이기심과 물질적 욕망을 자극하는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의 압력 밑에서 우리 자신이 보다 지혜로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박탈당해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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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공론화에 대한 긍정적인 면도 평가를 했단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을 할 때, 이론 공론화를 통해서 결정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어. 나라다운 나라가 되어 가는 것 같았어. 아빠도 이런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단다.

 

1.

얼마 전에 북한이 또 미사일을 쏘았다는 소식을 들었어. 이젠 이런 소식이 일상이 된 것처럼 느낄 정도로 올 한 해 정말 많은 북핵의 위기가 있었구나. 이번 녹색평론의 권제로 뽑은 것은 <북핵 문제, 해법은 무엇인가>란다. 누군가 정말 해법을 알고 있다면 좋겠는데, 그것을 풀겠다고 나서는 국가들을 보면, 북핵 문제를 풀고 싶어하지 않다는 느낌이었어. 그들은 모두 북핵을 이용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았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가 미국인데, 북핵의 대한 미국의 선택지가 모두 쉽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어.

먼저, 북한의 핵무기를 무시하는 방법이 있어. 숫적으로 보면 미국의 핵무기 보유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미국의 입장에서는 무시해도 상관이 없어. 그런데, 미국이 북핵을 무시하면, 그것을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정당성을 주게 되어 있고, 그렇다 보면 한국과 일본의 자주성이 높아지니 이것이 미국에 부담이 된다는 거야. 두 번째 방법으로는 북한을 봉쇄하고, 제재하여 붕괴시키는 거야. 이것은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단다. 아무래도 순망치한처럼 북한이 입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중국은 오히려 쌍중단, 쌍궤병행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북한은 핵을 중단하고, 미국은 한미군사훈련을 중단을 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이것은 미국에서 반대를 하지. 세 번째 방법은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하고 침공하는 방법인데, 이것은 한국, 중국, 러시아 모두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어 쉽지 않아. 그러면 평화적 협정이 남는데, 이는 정전 협정을 이야기하는 거야.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이게 가장 나을 것 같은데, 이것은평화를 지킨다고 외치는미국이 반대를 하고 있단다. 왜냐하면 무기 장사에 불리하거든.. 그리고 중국 견제하는 것에도 불리하고, 주한 미군도 철수해야 하고…. 이놈의 세상. 죄다 겉으로만 평화를 외치지. 전부 자기 나라가 돈 벌 생각들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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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어떻게 핵기술을 갖게 되었는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 네덜란드 헹크 슬레브스라는 사람의 행적을 알아보았단다. 칸 박사와 헹크 슬레브스는 파키스탄이 핵기술을 갖게 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고 하는구나. 칸 박사는 파키스탄 국적이었는데, 1974년 인도가 핵실험이 성공한 이후, 서베를린에 머물고 있던 칸 박사는 파키스탄에 도움을 주겠다고 수상에게 편지까지 썼대. 이후, 핵 스파이로 핵기술 핵심인 초원분리기술을 빼돌려 파키스탄에 가지고 갔대. 그렇게 개발한 핵무기에 관련된 기기와 부품을 헹크 슬레브스를 통해 얻어왔다는 거야. 그리고 그 칸박사와 헹크 슬레브스는 북한과 연결고리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북한에 핵기술을 갖게 되었다고 해.. , 많은 것들이 꼬여 있고, 얽혀 있는 것이 북핵인가 싶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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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시아의 위기와 긴장은 미국도 원하는 바란다. 그것이 미국은 무기 장사를 하는데 도움이 되거든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보수우익 정당에게도 안보 장사를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단다. 북한의 북핵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표출하는 행동일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가장 증오한다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란다. 농담으로 김정은과 트럼프가 핫라인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이야기하는데, 가끔은 그것은 농담이 아니고 진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트럼프의 존재 이유를 북한에서 제공하고 있는 형세니까 말이야.

전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라는 사람은 완전 골 때리는 사람이구나. 부시 행정부 당시 북한에 대한 자세로 강경파였던 그는 부시 행정부에 들어가기 전에 북한 경수로 매각 업체의 비상근 이사로 수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북핵으로 돈을 억수로 벌었던 그가 미국 국방장관이 되었을 때는 북핵을 비난하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니, 두 얼굴도 이런 두 얼굴이 없구나. 결국 북핵위기로 돈 버는 것은 미국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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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여기에는 의도적으로 아시아의 위기와 긴장을 조성하려는 의사가 국제관계 속에 존재했다고 생각하는 것 말고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동안 많은 나라들의 관련 분야 기업들은 합법/불법적으로 무기시스템, 부품, 관련 기기, 소재-말하자면 창을 수출해서 거대한 이익을 얻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지스 시스템, 사드 등, 차례차례로 거액의 요격 미사일들과 여러 종류의 통상무기-방패를 이 지역 국가들의 정부에 떠넘기고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후에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국가를 초월한 국제 군산정복합체라고 해야 할 세력이 대두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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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래 녹색평론에서는 매번 서너 편의 서평을 통해 책을 추천해준단다. 그 서평 이외에도 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 이번 호의 권제가 <북핵 문제, 해법은 무엇인가>여서인지 북한에 관련된 책들도 소개를 해주었어. 그 중에 흥미를 끄는 책들도 있었단다. 외국 사람들이 북한을 취재하고 쓴 책들인데, 그 두 책의 내용이 서로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하는구나. 그 책들의 제목은 <장마당과 선군정치>라는 책과 <조선자본주의 공화국>이라는 책이야. 이 책들의 핵심은 북한 사회가 자본주의가 스며들고 있다는 거야.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아래계층으로 부르는 사람들 사이로부터 말이야. 이 두 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아빠도 이 책들을 읽고 싶은 책목록에 추가해 두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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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피어슨과 튜더는 이 같은 변화가 북한사회 내부의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는 현상들도 포착한다. “도시 외곽에서는 농부들이 여전히 소를 끌고 밭을 간다. 병사들은 묽은 죽으로 연명한다. 심지어 평양시내의 보다 일반적인 주거지역에서도 수십만 시민이 빈곤 속에서 살아간다. 평균적인 북한의 생활수준은 어림잡아 1970년대보다 더 나빠진 상태다.” 그러나 사적 거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신흥 상업 계급이 떠오르는 것 등은 분명히 이전에 없었던 변화다. 출신성분에 따라 사회적인 지위가 결정되는 등의 전통은 여전하긴 하지만, 과거에 견줘 그 힘을 크게 잃었다. 이제 북한을 움직이는 주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이다. “북한의 새로운 시스템은 불공정하며, 다윈의 적자생존 방식이다. 하지만 적어도 평균적인 시민에게 삶의 주체라는 느낌과, 미미하기는 하나 스스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과연 이것을 자본주의가 아니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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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빠가 읽으려고 사둔 책도 소개가 되었단다. 그 책은 다름 아닌 반디라는 필명을 쓰는 북한 작가의 <고발>이라는 소설이야. 이 책은 탈북자에 의해 몰래 북한 밖으로 빼돌려 출간한 책으로 북한의 전체주의에 대한 현실을 꼬집는 책으로 많은 나라에서 번역출간되어 센세이션을 일으킨 책이란다. 아빠도 전부터 알고 있어서 읽으려고 사둔 책인데, 이번 녹색평론에서 이 책을 소개해 주어 반가웠단다. 녹색평론 157호를 읽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발>이라는 읽었단다. 왜 이 책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는지 알겠더구나. <고발> 책에 관한 이야기는 그 책에 대한 독서편지를 쓸 때 이야기해줄게. 녹색평론 157호에 지은이 반디와 책에 관한 간단히 소개한 글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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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작가반디 1900년대 초 북한의 경제난과 1990년대 중반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민중의 노력이 배반당하는 현실을 목도했다. 1900년대 초는 구소련의 해체로 인한 사회주의체제의 위기, 연이은 자연재해, 미국이 주도한 경제봉쇄로 북한이 극심한 체제위기를 맞이했던 때였다. ‘반디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북한이 직면했던 경제위기가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민중을 배제하는 억압적 신분질서, 민중생활을 억압하는 과도한 통제에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반디’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1990년대 초, 중분 북한의 상황을 그려냈다. 그는 민중의 성실한 노력이 배반당하는 북한의 현실에 절망했고, 아래로부터의 세계관으로 북한 체제의 변화와 민주주의를 열망했다. <고발>은 북한에서 보내온 문학적 탄원서이다. 북한 민중의 고통에 대한 증언이며, 그 고통의 발화점이 민중을 배반하는 정치체제에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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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소설을 좋아하는데, 소설도 한 편 소개해주었어. 이규정이라는 분의 장편소설 <사할린>이라는 소설이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제시대 때 사할린으로 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책도 꼭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의 저자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글도 실려 있었어. 아빠도 그 분의 책 중에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 녹색평론에 실린 글은 바로 체르노빌 핵발전소에 관한 이야기였단다.

 

3.

녹색평론에서 최근 연재하는 것 중에 <스승과 제자>가 있어. 이번호에서는 순자와 이사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이 두 사람이 스승과 제자 사이인 줄도 몰랐고, 이사라는 사람이 그렇게 흉악한 사랑인지도 몰랐어. 순자의 제자 중 유명한 사람이 둘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은 한비자였고, 나머지 한 명이 바로 이사였어. 한비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권모술수를 최고의 가치라고 여긴 것에 비해, 이사는 인의 길을 버리고 폭력의 힘이 국가를 지킨다고 했어. 이사는 스승을 버리고 진나라로 떠났고, 여불위의 식객이 되었어. 그리고 진왕에 눈에 들어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고, 나중에 시황제가 위세를 떨칠 때 이사는 진나라의 이인자 자리까지 오르게 돼. 당시 유학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죽인 분서갱유 사건도 이사가 주도했다는구나. 한비가 진나라에 왔을 때 자신보다 똑똑하기 때문에 그를 중용할까 싶어. 이사는 모략을 부려 한비를 죽이고 말았대. 어찌 스승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순자와 이사가 스승이 맞기는 한단 말인가. 글을 쓰신 전호근 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단다. 시황제가 죽고 나서, 이사의 권력도 추풍낙엽. 뿐만 아니라 대역죄로 몰려서 삼족을 멸하는 벌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거 참.. 권력이 무어라고.. 그것에 왜 그렇게 집착을 했단 말인가. 그런 것을 보면 이사는 참 무능한 사람이었던가 싶구나. 그리고 그런 무능한 사람이 권력이 잡으면 세상이 엉망이 되고, 무섭게 된다는 것을 역사에서도 배우게 되는구나. 다른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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