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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소맥을 말 때 숟가락으로 유리잔의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는 유난스워러서 싫지만, 젓가락으로 아랫술을 윗술 쪽으로 휘젓는 소리는 좋다. 샴페인 뚜껑이 펑 하고 날아가는 소리는 무서워서 싫지만, 잔에 따라진 샴페인에서 기포가 보글대며 힘차게 움직이는 소리는 좋다. 축구를 하고 난 후 목이 탄 축구팀 언니들이 여기저기서 다급하게 맥주 캔 따는 소리는 그렇게 경쾌할 수가 없고, 단숨에 들이켜지는 맥주가 목울대를 넘어가는 소리는 그렇게 호쾌할 수가 없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소주병을 따로 첫 잔을 따를 때 나는 소리다. 똘똘똘똘과 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 초미니 서브 우퍼로 약간의 울림을 더한 것 같은 이 청아한 소리는 들을 때마다 마음까지 맑아진다.

(60)

나는 어려서부터 힘내라는 말을 싫어했다. 힘내라는 말은 대개 도저히 힘을 낼 수도, 힘도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서야 다정하지만 너무 느지막하거나 무심해서 잔인하게 건네지곤 했고, 나를 힘없게 만드는 주범인 바로 그 사람이 건넬 때도 많았다. 나는 너에게 병도 줬지만 약도 줬으니, 힘내. 힘들겠지만 어쨌든 알아서, 힘내. 세상에 힘내라는 말처럼 힘없는 말이 또 있을까. 하지만 이때만큼은 힘내라는 말이 내 혀끝에서 만들어지는 순간, 매일매일 술이나 마시고 다니던 그 시간들 속에서 사실 나는 이 말이 듣고 싶었다는 걸,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다는 걸 깨달았다. 누가 무슨 의도로 말했든 상관없이. 그냥 그 말 그대로,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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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참 이상한 소설을 한편 읽었단다. 솔직히 말하면 읽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한글로 번역되어 있으니, 분명 활자를 따라 읽긴 했는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소설이니 줄거리라도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도통 모르겠구나. 분명이 소설이라고 전해 듣고 책을 펼쳤는데, 앞부분 수십 페이지를 읽어나가면서, 소설이 맞나? 아빠가 장르를 잘못 봤나 싶어서 책의 앞면을 다시 보기도 했단다. 그곳에는 분명 “W.G 제발트 장편소설이라고 적혀 있었단다. 하지만 앞부분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여행 에세이 같았고, 읽으면서 점점 인문서적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현 사회의 비판적인 글을 만나 사회서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단다.

도대체 이 책의 정체를 아빠는 잘 모르겠더구나. 소설이라고 하니 소설이구나. 하고 읽어 나갔단다. 그렇다고 이게 다 허구인 것 같지는 않고, 사실과 허구가 경계 없이 섞여 있는 글들의 향연이라고 이야기해 볼 수 있겠더구나. 가뜩이나 집중력 레벨에 낮은 아빠가 읽기는 쉽지 않았어.

1.

책 제목이 토성의 고리다 보니 과학 관련 소설이나 SF 소설인가 싶었단다. 토성의 고리의 진실을 캐는 소설.. 토성의 고리가 생긴 유래를 밝히는 소설. 토성의 고리에 사실은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소설이런 류의 줄거리를 예상하고 책을 폈건만, 토성의 도 보이지 않더구나. 나왔는데, 아빠가 놓쳤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토성에 대한 이야기도, 토성의 고리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었단다. 책을 읽다가 하도 토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질 않아서, 책 제목에 써 있는 토성이 아빠가 생각하고 있는, ‘수금지화목토천해의 그 토성이 아니고, 동음이의어의 다른 토성’, 예를 들어 흙으로 만든 성이라는 뜻인가 싶어서, 원제를 들여다 보니 낯선 독일어로 된 제목에 Saturn이라는 단어가 보이더구나. ‘수금지와목토천해’(명왕성 빼도 말하려니 아직 낯설구나.)의 토성이 맞긴 하더구나.

도대체 제목은 왜 토성의 고리인가? 끝까지 읽다 보면 나오는가? 하지만 끝까지 나오지 않는단다. 소설의 배경은 끝내 지구를 벗어나지 못했단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영국을 벗어나지 못했단다. 잠깐, 원제가 독일어로 쓰여 있으면 지은이는 독일 사람인가? W.G. 제발트. 아빠가 이 분의 책은 처음 읽는데,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이름이 왠지 멋져 보인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이렇게 난해한 소설을 쓰신 분은 도대체 누구인가 한번 뒷조사를 해보았단다.

독일 사람 맞다. 1944년생인 그는 2001년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구나. 그의 작품들만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단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단다. 알라딘 인터넷 서점의 지은이 소개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장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독일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되어 있단다. 아빠는 그의 책을 한 권만 읽었지만(책 마지막까지 읽긴 읽었으니 읽었다고 치자) 그의 소개에 쓰인 깊은 반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감이 올 것 같구나.

책 뒷면에는 추천사가 있단다. 소설가 배수아님은 제발트 이전과 제발트 이후가 있다는 말로 극찬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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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발트를 처음으로 알게 된 날의 풍경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날 나는 한 명의 제발디언(Sebaldian)으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여전히 구름층이 두텁고 무겁게 드리워진 11월의 하늘 아래 응급환자수송차는 여느날과 다름없이 무섭게 귀를 찢는 싸이렌을 울리며 베를린 중심가를 빠른 속도로 질주했으며, 사각형의 건물들은 모르는 사람처럼 차갑게 우울하고, 애타게 기다리는 소식은 그 어느 방향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정처없이 앉아 있는 까페테라스. 십년 전에도, 그리고 십년 후에도. 불안을 유발하는, 혹은 문학을 유발하는 어떤 장소들 중의 하나에 내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홀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도중 나는 은밀하고 남모르는 개인적인 위안이 현기증처럼 엄습했다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설명할 수 없는 위안. 그런데 나는 오늘, 무엇을 만났던/읽었던 것일까! 그리고 점차 번갯불처럼 명료하게 형체를 드러내는 사실: 나는 제발트를 읽었다, 그 이후에도 하루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변한 것은 단 한 가지, 제발트 이전과 제발트 이후가 있을 뿐. –배수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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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것보다 공감이 가는 추천사가 하나 있었단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학사에 대한 놀라운 문서 월스트리트 저널

그래 아빠가 줄거리를 너희들에게 이야기는 못해주지만, 이 소설에는 분명 자연도 있었고, 인간도 있었고, 문학사도 있었단다. 그 외 역사도 담고 있고,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했단다. 그래,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씩 책의 내용이 생각나기도 하는구나. 받은 느낌은 진보 성향의 작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영국 동부 써퍽 지역을 여행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 떠오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적고, 그곳과 연관성 있는 역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그렇게 화자의 생각이 쭉 나열되어 있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란다.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들도 첨부해 있는데, 이런 사진들 때문에 더더욱 소설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소설의 전형적인 형식을 깬 여러 소설들을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 소설은 그런 형식을 깬 소설의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

2.

어떤 사람들은 가끔 어려운 책들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단다. 그리고 읽다 보면 고귀한 문구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어. 또 어떤 사람들은 읽다가 내용이 어렵다면, 읽기를 중단하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아빠는 읽기 어려운 책도 일단 집어 들었으면 끝까지 읽으려고 한단다. 중단한 책은 트라우마로 나중에도 다시 집어 들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세상에 읽을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읽다 만 책을 다시 집어 들겠냐 말이야.

아빠가 이 책을 너무 읽기 어렵다고만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도 공감 가는 문단들은 있었어. 특히 그 환경에 대한 그의 인식이 마치 <녹색평론>을 읽는 느낌이었단다. 1990년대 이미 지구 환경을 걱정하며 책을 통해서 경고를 했지만, 세계의 권력자들은 환경보다 권력이니까그가 비료와 농약의 경고한 글을 한번 읽어보자꾸나. 환경학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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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매년 수천톤의 수은, 카드뮴, 납과 산더미처럼 많은 비료와 농약이 강을 거쳐 독일의 바다로 흘러든다. 대부분의 중금속과 여타의 독성 물질이 도거뱅크(영국 동북쪽 앞바다의 해역)의 얕은 수역에 침전되는데, 여기에 사는 물고기의 3분의 1은 이미 이상발육과 기형을 안고 태어난다. 면적이 수십 제곱마일에 이르고 깊이가 삼십 피트에 달하는 해안 가까이에 독성 해초무리가 자주 형성되는데, 바다 동물들은 여기서 떼로 고통스런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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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분별한 산업 사회에 대한 잔혹성도 이야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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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13)

그런데도 사람은 지구 표면의 어디에나 존재하며, 매시간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높게 치솟은 탑으로 이루어진 벌집 사이를 움직이며, 모든 개인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복잡한 네트워크에 점점 얽혀 들어가고 있다. 수천의 케이블과 권양기로 얽혀 있던 과거 남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산에서도, 쉴 새 없이 지구 위를 몰려다니는 정보의 흐름에 휩싸인 증권거래소와 중개업소 사무실에서도 그러하다. 비행기가 해변을 지나 녹색 젤리처럼 펼쳐진 바다로 접어들 무렵, 나는 이런 고도에서 우리 자신을 내려다보면 우리가 우리의 목적과 결말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지가 끔찍하리만큼 분명해진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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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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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이른바 퇴근 뒤에도 멈출 줄 모르고 머릿속을 맴도는 끝없는 생각, 잘못된 실을 붙잡았다는, 꿈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 사람을 막다른 골목과 낭떠러지로 몰아가는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이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직조공들이 그렇게 정신병을 앓았던 반면,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직전의 몇십년 동안 노리치의 제조공장에서 생산된 많은 비단들은비단 브로케이드와 물결무늬의 태비넷, 쌔틴과 쌔티넷, 캠블릿과 채버렛, 프루넬라와 플로렌틴, 디아망테와 그레나딘, 블론딘, 봄바진, 베르아일과 마르띠니끄 등실로 환상적인 다양성과 말로는 거의 묘사할 수 없고 빛깔이 연신 아른거리며 변하는, 새의 깃털처럼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 같은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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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오늘 편지를 마치려고 해. W.G. 제발트의 다른 책들을 더 읽어봐야 하나 고민이 생기더구나. 고생을 또 해가며 읽어야 하나 싶어서

.

PS:

책의 첫 문장: 한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던 1992 8, 다소 방대한 작업을 끝낸 뒤 나는 내 안에 번져가던 공허감에서 벗어나고자 영국 동부의 써퍽 카운티로 도보여행을 떠났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비단 상인의 아들이었으니 비단을 보는 안목이 있었을 토머스 브라운은 <널리 진실로 오인되는 견해들>의 내가 다시 찾아내지는 못한 어느 부분에서 당대의 네덜란드 습속에 대해 적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당시 그곳에서는 망자의 집에 있는 모든 거울과 풍경이나 사람 혹은 들판의 열매가 그려진 모든 그림들을 슬픔을 표현하는, 비단으로 만든 검은 베일로 덮는 습속이 있었고, 이는 육신을 떠나는 영혼이 마지막 길을 가면서 자기 자신을 보거나 다시는 보지 못할 고향을 보고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저택을 둘러본 뒤 다시 바깥으로 나왔을 때, 대부분의 문이 열려 있는 큰 새장 안에 외로이 남은 중국 메추라기 한 마리가 새장 오른쪽 측면의 창살을 따라 연신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치매에 걸린 것이 분명한 그 새는 뒤돌아설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자신이 이런 암담한 상황에 빠지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곤 했다. 서서히 어둠 속으로 침잠해가는 저택과 달리 주위의 녹지는 쏘머레이톤의 영예롭던 시절이 끝나고 나서 한 세기가 지난 지금, 바야흐로 그 진화의 정점에 도달해 있었다. 물론 그 시절에 화단과 묘상들은 더 화려하고 손질이 잘돼 있었겠지만, 모든 폐토가 심어놓은 나무들은 이제 녹지 위의 하늘까지 가득 채우고 있었으며, 더러 4분의 1모르겐(약 이천오백 평에 해당하는 과거 땅넓이의 단위)에 이를 만큼 넓게 몇몇 가지를 뻗어 당시에 이미 방문객들을 놀라게 한 삼나무들은 이제 저마다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 P49

상상하기도 어려운 이런 막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자연사학자들은 인간이 생명의 순환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파괴의 작은 일부에만 책임이 있으며, 독특한 생리학적 조직 덕택에 청어는 고등동물이 죽을 때 느끼는 몸과 영혼이 두려움과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실은 우리는 청어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청어의 골격이 이백 개가 넘는 다양하고 지극히 복잡하게 구성된 연골과 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뿐이다. - P73

때로는 우리는 이 지구에서 사는 데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들이고, 삶이란 끝없이 진행되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실수라는 생각이 듭니다.(It seems to me sometimes that we never got used to being on this earth and life is just one great, ongoing incomprehensible blunder)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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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리커버 특별판)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찬별.노은아 옮김 / 비즈니스맵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프로야구가 있는 나라라면 겨울철을 제외하고 일년 내내 야구를 한단다. 어떤 팀을 응원한다면 일년 내내 그 팀의 성적에 웃고 울고들 하지아빠는 그렇게 열성적으로 야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관심을 갖고는 있단다. 아빠 주변에는 특정팀을 열렬히 좋아하는 이들이 꽤 있단다. 그리고 직접 야구 동호회에도 나가서 야구를 즐기는 이들도 많아. 아빠도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 야구를 하기도 했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해 본 적이 거의 없구나.

올해도 일년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이 끝나고 각 나라의 올해의 우승팀이 다 가려지고, 다들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겠구나. 왜 아빠가 갑자기 야구 이야기를 하냐면 이번에 읽은 책이 야구에 관한 <머니볼>이라는 책이라서 그래. 이 책은 책뿐만 아니라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단다. 아마 영화가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구나.

이 영화 덕분에 아빠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대략 어떤 이야기인지는 알고 있었어. 비록 영화도 보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미국 메이저리그의 가난한 야구 구단인 오클랜트 애슬레틱스가 즐비한 부자구단들을 꺽고 정규 시즌 1위를 하게 된 이야기. 철저한 통계 야구 그 이후에 다른 구단들도 오클랜드가 추구했던 데이터 야구를 하면서, 그들의 장점이 더 이상 발하지 않게 되었다는 뒷이야기도 알고 있었어. 그리고 이제서야 뒤늦게 그 책을 읽어보게 되었구나.

.

1.

이 책은 2002년의 이야기가 주 무대란다. 2001년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성적은 좋았어. 당시 오클랜드의 에이스였던 지암비를 비롯하여, 주축선수 3명이 부자구단으로 팔려갔어. 그들을 다시 메워야 하는 것이 단장 빌리 빈의 역할이었어. 주어진 적은 돈으로 주축 선수 대신할 이들을 찾아야 했지. 당시 빌리는 사십 대 초반의 젊은 단장이었단다. 빌리는 고등학교 때까지 유능한 운동선수였단다. 여러 운동을 다 잘했지만, 빌리는 야구를 선택했고, 야구에서도 발굴의 실력을 보였어. 처음에는 대학에 진학을 하려고 했지만, 메이저리그 팀이 그의 집을 찾아왔어. 고민 끝에 빌리는 메이저리그를 선택했어.

빌리는 야구에 천부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어. 멘탈이 문제였어. 긴장을 많이 하고, 쉽게 흔들리곤 했어. 많은 스포츠가 그렇지만, 야구도 심리적인 면이 실력에 많이 좌우하는 경기란다. 멘탈이 약했던 빌리는 기대와 달리 실패한 선수가 되었어. 여러 팀에 전전하다 마지막 팀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였어.

빌리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았어. 자신의 멘탈로는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십 대 젊은 나이에 은퇴를 했단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것이, 선수 출신은 거의 선택하지 않는, 전력분석원이었단다. 그렇게 오클랜트 애슬레틱스 전력분석원으로 출발하였고, 빌리 빈은 1998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이 된단다.

1990년대 이후 재정이 좋지 않아 약체팀으로 분류되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빌리 빈이 맡은 이후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연속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단다. 특히 이 책에서 주로 그리고 있는 2002년은 역사적인 20연승의 기록을 세우는 등,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게 된 거야.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이런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는가.

.

2.

야구는 통계의 스포츠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다양한 통계로 분석하고 평가하고 있단다. 하지만, 2002년 당시만 해도 스카우터들은 선수의 단편적인 면을 보고, 스카우터의 오랜 경험적인 으로 선수들의 순위를 매겼어. 하지만 빌리 빈은 통계로 선수들을 평가했어.. 그런 빌리 빈의 오른팔이 있었으니, 야구와는 관련도 없는 경영학을 전공한 폴 디포데스타라는 사람이야. 다른 사카우터들이 볼펜과 노트를 들고 다닐 때, 폴은 마우스와 노트북을 다녔단다.

폴의 분석은 명확했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승수를 알고 있었고, 그 승수를 채우기 위해 필요한 선수는 홈런을 잘 치는 선수가 아니고, 출루율이 좋은 선수라는 것을 통계적으로 알고 있었어. 그리고 투수를 지치게 만드는 공을 잘 골라낼 줄 아는 선수. 그런 선수들의 리스트를 뽑아서 빌리에게 주었지. 그런 선수들의 공통점은 경험 많은 스카우터들이 말도 안 된다고 퇴짜를 놓는 선수들이었어. 그래서 드래프트를 뽑을 때 빌리는 팀의 스카우터들과 심한 갈등이 있었지만, 구단장인 자신의 선택권을 우선시 했어.

그렇게 뽑은 선수들이 다른 구단들에서는 거들떠 보지는 않은 제레미 브라운, 스캇 해티버그 등이었어. 사실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야구 선수들인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다들 유명한 선수들이더구나. 감독도 바꿨어.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사람으로 말이야.

하지만 출발은 좋지 않았어. 올스타 시즌이 왔는데도, 승률이 5할도 되지 않았어. 하지만, 빌리 빈과 폴은 그들의 계산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단다. 올스타전이 끝나고 후반기가 되면 포스트 진출의 희망이 없어진 팀은 내년을 기약하며 선수를 내놓게 된단다. 그런 선수들 중에서 빌리 빈은 스카우트를 해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 물론 그런 선수를 노리는 많은 팀들이 있단다. 이때 빌리 빈의 협상 실력이 발휘가 된단다. 다른 구단주들과 계속 협상하고 전화하고, 결국 그가 원하는 선수들을 가지고 올 수 있었어. 그가 원하는 선수들도 모두 폴의 노트북에서 뽑아낸 통계의 선수들이었단다.

그렇게 만들어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전혀 다른 팀이 된단다. 연승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어. 10연승을 해도 그들의 연승은 멈추지 않았어. 옛 전설들의 연승 기록들을 소환하며 그들은 지는 법을 잊고, 19연승까지 내달렸단다. 이제 20승을 하면 아메리카 리그 최고 신기록을 하는 것이란다. 경기는 쉽게 풀렸어. 팀도 약체팀이었지. 11:0. 쉽게 20연승을 할 것 같았어. 하지만,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단다. 한 점 한 점 따라오던 상대팀은 9회초 결국 11:11 동점을 만들었단다. 정말 20연승은 꿈의 일인가.

홈 경기였는데, 20연승에 기대는 한풀 꺾인 것뿐만 아니라, 여기서 지면 팀 분위기가 얼마나 가라앉을지 몰랐어. 그런데, 9회말 대타로 들어온 스캇 해티버그. 영화 시나리오로 써도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단다. 끝내기 홈런. 그렇게 만들어진 20연승의 대기록. 인터넷을 뒤져보았단다. 유튜브로 그때 끝내기 홈런을 찾아보았어. 열광의 도가니가 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홈구장을 볼 수 있었단다.

그렇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시즌 시작 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1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단다. 이런 성과를 낸 것은 빌리 빈과 폴 디포데스타의 통계 야구 덕이었어. 선수들을 철저하게 분석을 해서 요소요소에 기용하는 능력. 협상으로 필요한 선수를 데리고 올 수 있는 능력. 이 책이 스포츠 분야보다 경영 분야로 분류되는 이유도 이해가 되더구나.

.

3.

하지만 그들의 포스트 시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어. 2002년뿐만 아니란다. 빌리 빈이 단장으로 있으면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연속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이내 고배를 마셨단다. 그래서 당시 빌리 빈의 방식이 정규 시즌에서는 통하지만, 포스트 시즌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들도 있었대. 하지만, 그의 업적을 내리깔아서는 안 된단다. 그의 이런 방식이 이후 다른 팀들도 다들 따라 했으니 말이야.

빌리 빈은 이후 부자 구단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지만, 그는 영원한 오클랜드 맨으로 남기로 했단다. 돈이 전부는 아니잖아. 그리고 그가 그것을 증명했고 말이야.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그는 부사장으로 승진을 해서 여전히 오클랜트 애슬레틱스에 남아 있더구나. 올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와일드 카드 진출전에 성공했지만, 단판 승부에서 패하며 포스트 시즌에서 일찍 짐을 싸고 말았단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월드시리즈를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1989년이란다. 빌리 빈이 오클랜드에 온 이후에 한번도 월드시리즈를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야. 그가 오클랜드에 몸 담고 있는 동안 한번쯤은 월드시리즈를 우승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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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메이저리그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퇴짜 맞은 프로야구 선수와 운영진이 모인 팀이 있다.

책의 끝 문장: 이것이 바로 가난한 팀이 실제 경기에서 그처럼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적응력이랴말로 타자의 성공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다. 볼넷 수는 그 타자가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방식을 알고 있음을 증명하는 최고의 지표였다. 폴의 분석에 따르면 대학야구의 타석에서 날카로운 눈을 가진 선수는 프로야구에서도 날카로운 눈을 보여줄 수 있다. 타석에서 보이는 절제력은 타고난 재능에 가까우므로 제멋대로 방망이를 휘두를 아마추어가 프로 무대에서 훈련을 거친다고 해서 바뀌기는 어렵다. 또한 폴은 타자의 팀 공헌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통계를 분석하고, 그 함의를 깊이 이해했다. 예를 들어 타석당 투구 수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출루율이 얼마만큼 중요한 지표인지 하는 것이다. 그는 소수의 증거가 아닌 방대한 양의 통계 데이터에서 일반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무한테도 설명하지 않았다. 빌리가 선수 출신에게 통계와 확률 이론을 설명해봐야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누누이 말했기 때문이다. - P61

그제야 사람들은 빌리가 결코 성공하지 못했지만 한때는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선수였음을 떠올렸다. 라조이가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나는 그가 아직 선수로서 발전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라조이 단장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빌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경기 도중 타석에서 빌리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일 수 없었다. 그는 항상 움직여야 하는 성격을 타고났지만, 타석에 서면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야 했다. 그는 일종의 폐쇄공포증에 시달렸다. 그에게 타석은 그의 영혼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새장이나 다름없었다. - P85

보라스는 다른 어떤 에이전트보다 아마추어 선수의 몸값을 많이 우려내는 것으로 악명 높은 사람이었다. 만약 구단에서 자신이 요구한 금액을 내놓지 않으면 고객인 선수에게 1년간 야구를 쉬었다가 다시 드래프트에 참가해 그 돈을 줄 수 있는 구단에 들어가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 P162

내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폴이 대답했다. "우린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려는 겁니다. 세상에는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 보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의 미트에 꽂히는 경로가 조금 미묘하기는 해도 역시 결과에 해당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폴은 이렇게 대답했다. "다시 말해 이미 벌어진 일을 보지 말고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겠다는 겁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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