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그때의 심정을 이봉창은 <상신서>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때부터 나도 직장일이나 생활이 점점 타락으로 치달아 남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게 되었고, 따라서 사상도 저절로 변해 어떤 사상 운동에 몸과 마음을 던지기로 마음먹고 기회를 엿봤으나 좋은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때의 사상은 특별히 정한 사상은 없었다. 무엇이든 좋다. 누군가 끌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갈 기분이었다. 그후 다시금 생각하게 돼 나는 조선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선독립운동에 몸을 던져 우리 2천만 동포를 위해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마음먹었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다.”

 

(109)

이봉창은 자신이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는 조선인임을 깨닫게 되었다. 조선인임을 깨닫는 그 순간 이봉창은 일본인이 되어 어떻게 하든지 식민지 백성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나는 조선인이라는 것이 남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노력하며 조선에는 편지도 보내지 않았으며 또한 본명도 밝히지 않고 언제나 항상 일본이름을 쓰면서 어디에 가든 진짜 일본인 행세를 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본명을 사용해서는 이 세상을 편안하고 태평스럽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언짢은 마음 참을 길이 없었고, 당당하게 본명을 쓰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129)

그날 저녁 김구는 이봉창이 묵고 있는 여관을 찾아와서 속마음을 털어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봉창은 김구에게 자신의 포부를 털어놓았다.

제 나이 서른하나입니다. 앞으로 다시 31년을 더 산다 하여도 과거 반생 동안 방랑생활에서 맛본 것에 비한다면 늙은 생활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31년 동안 육신의 쾌락은 대강 맛보았으니,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꿈꾸며 우리 독립사업에 헌신할 목적으로 상해로 왔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최근에 문학동네 세계문학 시리즈를 여러 권 읽는 것 같구나. 아빠가 재미있는 것들만 우연찮게 고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재미있었어. 그래서 또 기대를 갖고 책을 펴는 것 같아. 이번에 읽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도 괜찮았단다. 앞표지의 하이힐 신은 발이 다소 자극적이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어. 무슨 내용이길래, 이런 디자인을 표지로 했을까. 책을 읽고 나서야 왜 이런 디자인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갔단다. 그리고 읽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앞표지의 디자인 속 다른 것도 보였단다. 군인 모양의 작은 인형들이 있었어. 군인들과 하이힐. 이 소설들과 모두 관련이 있단다..

지은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라는 분은 아빠 입에 달라붙지 않아서, 누군가 <판탈레온 특별봉사대>소설을 지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이야기할 것 같구나. 그냥 페루 사람이야.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구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아빠는 이분의 소설을 처음 읽어봤는데, 1960, 1970년대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하는구나. 이 소설도 1975년 출간한 책이었어. 나중에는 정치에도 참여하여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떨어졌대. 각종 문학상들을 섭렵하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2010년 드디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문학동네에서 이 책을 출간한 것이 2009. 2010년에 이 책이 좀 많이 팔렸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예측을 하고 출간할 것일까?^^ 아빠가 페루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아무래도 처음이 아닌가 싶구나.

1.

이 소설은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구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바꾸었고 말이야. 이 소설은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어찌하다 보니 지은이가 직접 감독까지 했다가 망했다고, 자학 개그를 하듯 서문에서 스스로 이야기했어. 원작 소설을 읽고 나면 그 원작소설로 만든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려나?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군인인데, 그야말로 완전 모범 장교였어. 그는 명령과 군법이라고 하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하는 사람이야. 아내 포치타와 어머니 레오노르 부인과 함께 리마에 살고 있었어.

어느날 특수임무를 받게 된단다. 아마존 밀림 지역인 이키토스에 가서 특수 비밀 임무를 해야 했어. 그 업무는 군인 신분을 숨기고 특별봉사대를 조직해서 운영하는 것이란다. 그가 비밀업무를 맡게 된 배경이 있단다. 그 아마존 밀림지역의 수천 명의 병사들이 지내고 있었는데, 인근 마을에서 강간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었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별봉사대를 만드는 거야. 그러니까 군인들을 위한 성접대를 하는 부대인 거야. 예전에 우리나라에 있었던 기지촌과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

모범생인 판탈레온은 그런 명령을 받아도 한마디 토를 달지 않고 그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어. 식구들도 그가 하는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몰랐단다. 군복도 입지 않고 하는 업무이니까 무척 중요한 업무라고만 생각했어. 그렇게 수국초특이 만들어졌단다. 수국초특은 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의 줄인 말이었어. 판탈레온이 일하는 방식은 한 치 오차도 없었어. 그가 사전에 이렇게 조사하는 것을 보면 통계의 미학을 보는 것 같았어. 특별봉사대 이용 가능자수와 개인당 월평균 희망 횟수, 개인당 평균 희망 소요 시간을 조사하고, 필요한 봉사대원의 수를 산정했어.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다 집어 넣고 말이야.

그렇다고 그가 원하는 봉사대원을 모두 한꺼번에 구할 수도 없는 노릇. 우선 4명으로 시작했단다. 이키토스의 포주들의 도움을 받았어. 밀림이다 보니 그들이 이동하는 방법도 쉽지 않았어. 군인들이 사용하던 군대에서 사용하다가 이제는 쓰지 않는 선박과 비행기를 구해서 개조해서 사용하기로 했어. 그렇게 첫 수국초특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단다. 반응이 좋았어. 그리고 수국초특에서 일하는 여자들도 정기적인 수입과 휴식이 보장되고, 손님들이 매너가 좋다 보니 그 전에 길거리에서 일하는 것보다 만족도가 좋았단다.

수국초특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도 생기기 시작했어. 판탈레온은 수국초특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성접대하는 창녀로 보지 않았어. 그는 그들도 군대의 한 멤버로서 다루었단다. 처음에 4명으로 시작했던 수국초특은 8, 10, 15, 20명으로 점점 불어났어. 그렇게 수가 늘어나도 수천 명의 군인들을 상대하기는 그 수가 부족하다 보니 멀리 있는 곳에서 근무를 하는 군인들은 불만이 많았어. 심지어 예전에는 강간 때문에 민원을 넣었던 인근 마을에서 이번에는 자신들도 수국초특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는 민원을 넣는 등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일어났단다.

..

아참, 아빠가 그 이야기를 안 한 것 같은데, 지은이의 유머 감각이 뛰어난단다. 사실 군대를 위한 성접대가 그리 유쾌한 주제가 아니고, 어찌 생각하면 가슴 아픈 이야기인데, 지은이는 블랙 코미디 같은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단다.

2.

가끔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도 있었어. 어떤 특별봉사대원이 군인과 사랑에 빠져 몰려 결혼을 하고 둘이 탈영한 것이었어. 봉사대원은 수국초특에서 쫓겨나게 되어 다시 거리의 여인이 되었어. 수국초특에서의 안정된 수입을 받다가 거리로 내쫓겼으니 얼마니 힘이 들겠니. 그 여인은 판탈레온의 아내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어. 남편에게 잘 이야기해서 다시 수국초특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말이야. , 이게 무슨 날벼락. 판팔레온의 아내는 판탈레온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잖아. 판탈레온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아내 포치타는 이혼을 선언하고 얼마 전에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리마로 돌아갔단다.

그리고 이키토스 지방의 최고의 라디오 방송 <신치의 소리>가 있었어. 그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판탈레온과 수국초특에 대해 맹비난을 했단다. 그런 시련들이 있었어. 나중에는 <신치의 소리>가 판탈레온에게 우호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판탈레온이 아무리 모범적인 장교이긴 하지만 매일 그런 여성들과 함께 있는데 감정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겠지. 브라질에 잠깐 갔다 온 경험이 있어 미스브라질이라는 별명을 가진 대원이 있는데, 판탈레온은 미스브라질을 사랑하게 되었어. 그런데 있잖아. 어느날 미스브라질이 광신교도들에게 죽음을 당한 사고가 발생했단다. 그들은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어. 우발적인 사고로 그렇게 되었다고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미스브라질이 살아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이었어. 미스브라질의 장례식은 군대식으로 엄숙하게 진행되었단다. 수국초특을 맡은 이후 처음으로 판탈레온은 군복을 입었어. 사람들은 깜짝 놀랬어. 심지어 같이 일하던 수국초특 대원들도 처음 알게 된 거야. 그가 육군 대위였다는 사실을 말이야. 판탈레온은 장례식 때 미스브라질을 추모하면서 읽은 송덕문은 그가 봉사 대원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알려주고 있었단다. 그 중 일부를 읽어줄게.

==============================

저는 지상에서 당신의 마지막 안식처가 될 이곳에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 페루 육군 장교의 숭고한 정복을 입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떳떳이 책임감을 가지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우리 조국 페루를 위해 봉사한 용감한 병사 자격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공포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아니 자랑스럽게 당신의 친구이며 상관이었고, 운명이 우리에게 지시한 임무를 당신과 함께 수행한 것이 영광스러웠다는 사실을 보여주어 이곳에 왔습니다. 그 임무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와 우리 병사들에게 봉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은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온갖 어려움과 희생으로 점철된 일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당신은 그 일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당신은 의무를 수행하다 세상을 떠난 불행한 순교자이며, 몇몇 남자들의 비열하고 천한 행동의 희생자입니다. 술이라는 악마와 음탕함이라는 가장 천한 본능과 가장 악마적인 광신의 사주를 받아, 그 비겁한 자들은 나우타 근교에 위치한 코카마족장협곡에 자리를 잡고서 야비한 속임수와 비열한 거짓말로 우리의 수송선 이브호에 해적처럼 승선했습니다. 그런 다음 짐승처럼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무자비한 욕망을 채웠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르며 탈취한 당신의 아름다움이 페루의 용감한 병사들에게만 관대하게 바쳐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

이 사건 이 후 결국 수국초특은 정체가 온 세상에 알려지고 해체하게 되었단다. 판탈레온 대위는 장군에게 호출을 받고 찾아갔어. 판탈레온 대위는 봉사대원을 위해 나라에서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어. 그들은 나라를 위해서 임무를 다했으니까 말이야. 그들이 고통을 받는다면 그들의 고통을 제대로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고 했어. 하지만 장군의 생각은 달랐지. 장군에게 보기에 그들은 한낱 몸 파는 여자였던 거야. 판탈레온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단다.

….

세상인 약자인 여성에 관한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자세는 세상 어디나 비슷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구나. 그들의 필요에 의해 희생했던 여성들유머 넘치는 글들로 가득 찬 소설이지만, 읽고 나면 가슴 한 켠 아픔을 느끼는괜찮은 소설 한편 읽었구나. 아직도 이름을 외우지 못한 지은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일어나요, 판타.” 포치타가 말한다. “벌써 여덟시예요. 판타, 판티타.”

책의 끝 문장 : 밤에는 좀 빼놓는 게 어때요? 벌써 다섯시라고 했잖아요. 판타, 어서 일어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관내분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 마지막 로그 + 라디오 장례식 + 독립의 오단계
김초엽 외 지음 / 허블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가끔 문학상 수상작들을 읽곤 하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문학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단다. 과학문학,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SF 소설에 대한 문학상이 우리나라에 있다니처음에는 책표지에 커다랗게 써 있는 관내분실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싶어 책을 살펴 보았단다. 그리고 그 옆에 써있는 이 책의 정체. 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우리나라에 이런 문학상도 있구나, 이 상을 만든 사람들에게 우선 박수를 보내고 싶구나. 과학문학의 신예작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의 상이라고 하는구나.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빠가 우리나라 작가가 쓴 정통 SF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는 것 같더구나. 김영탁님의 <곰탕> SF 소설이라고 할 수 있나? 아무튼, 정통 한국 SF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구나. 외국 작가의 SF 소설들은 몇몇 읽은 것 같은데.,. 그래서 한번 읽어보자고 생각했어. 한국 SF 소설을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말이야. 그리고 신예 작가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었단다. 가끔 매끄럽지 않은 이야기 전개도 있었고, 약간 억지가 느껴지기도 한 작품도 있었지만 읽을 만 했단다. 한국 문학의 불모지를 개척하려는 의지도 살짝 엿보이기도 했단다.


1.

대상 수상작은 김초엽님의 <관내분실>이라는 작품이란다. 김초엽님은 대상뿐만 아니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작품으로 가작도 동시 수상했단다. 김초엽님은 최근에 자신의 작품을 모은 단편집도 출간했어. 아빠의 이목을 끌었던 관내분실이라는 제목좀 자세히 풀어 이야기하면 도서관 안에서 분실했다는 뜻이었단다. 가까운 미래의 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곳이 아니었어. 죽은 이의 마인드를 보관하는 곳이었단다. 죽은 이의 마인드를 업로딩하여 보관을 하고, 유가족들은 도서관에 와서 죽은 이의 마인드를 꺼내어 만날(?) 수 있었단다. 그러면 실제 죽은 이를 만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단다.

주인공 송지민은 최근에 임신을 하고, 3년 전 돌아가신 엄마를 처음 만나려고 도서관에 왔어. 그런데, 송지민의 어머니 김은하는 사라졌어. 누군가 엄마의 index를 제거했다는 거야. 그렇게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가족 밖에 없다고 했어. 그래서 송지민은 동생 유민에게 연락을 해보니 자신은 아니라고 했어. 그렇다면 남은 이는 연락 끊고 지낸 아버지뿐이었어. 연락을 해보니 역시 아버지였어. 그런데 어머니의 유언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랬다고아버지와 짧은 만남을 통해 지민이 모르고 있던 젊은 시절 엄마의 열정과 꿈을 들을 수 있었어.

도서관에서 index를 잃어 버린 경우를 대비해서 새로운 검색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어. 우여곡절 끝에 잃어버린 어머니의 index를 찾아서 만나게 된단다. 어머니와 생전에 하지 못했던 말은 전하고 소설은 끝을 맺었어.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어. 인간 본연의 모습은 과학 발전으로 변화시킬 수 없을 거야.

김초엽의 가작 작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제목이 이야기를 반쯤 먹고 들어가는 듯 했단다. 주인공 안나는 딥프리징을 개발하는 과학자였어. 딥프리징은 영어로 deep freezing겠지. 우주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생명의 시간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 필요했어. 그래서 개발한 것인 딥프리징이야. 그래야 멀고 먼 우주 여행을 할 수 있으니까. 안나는 연구를 마치고 가족들과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이주해서 살기로 했어. 남편과 아들은 먼저 출발하고, 안나는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끝나면 뒤따르려고 했어. 그런데 연구가 좀 길어지게 되었고, 그 사이에 말로만 듣던 웜홀통로가 발견되었어. 이 웜홀로 우주여행을 하면 그동안 우주여행의 방법이었던 와프항법이 필요 없었어. 와프 공법은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었지만, 웜홀은 그렇지 않았거든. 우주의 웜홀에 그냥 몸을 실으면 우주 저편에 도착할 수 있었거든. 웜홀은 단점은 웜홀을 발견한 지점으로만 갈 수 있다는 것이야. 그런데 안나가 가고자 하는 슬렌포니아에는 아직 웜홀이 발견되지 않았어. 그런데 웜홀이 발견된 이후에 더 이상 와프 항법도 운행하지 않았어. 너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지. 그러니까 안나는 가족들이 있는 슬렌포니아에 갈 수 없었어. 결국 슬렌포니아에 다시 갈 수 있는 날까지 죽지 않고 기다려 했어. 딥 프리징을 하고 말이야. 그렇게 170살이 되었어과연 안나는 슬렌포니아를 갈 수 있을까? 그런데, 진짜 웜홀을 통하면 공간 이동이 가능할까?


2.

아빠는 대상 수상작보다는 김혜진님의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라는 작품이 가장 좋았단다. 인공지능을 갖춘 간병로봇에 관한 이야기였어. 성한은 10년째 뇌경색으로 쓰러진 엄마를 돌보고 있었고, 7년 전부터는 간병로봇 TRS가 도와주고 있었어. TRS는 엄마뿐만 아니라, 성한도 체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어. TRS는 성한이 엄마 치료에 힘들어하는 것을 걱정하곤 했어. 오랫동안 가족을 돌보다가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성한이 바로 그런 우울증에 걸려 있었어. 성한이 한동안 병원에 오지 않았어. TRS는 성한이 위험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성한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엄마가 죽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성한의 우울증의 원인은 바로 오랜 엄마의 병이었으니까.

인공 지능을 가진 TRS에게 병든 엄마와 젊은 성한 중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젊은 성한을 선택하는 것이 그의 답이었지. TRS는 성한을 살리기 위해 엄마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냈어. 자살을 하려던 성한은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향했어. 인공 지능을 갖춘 TRS는 몸만 기계이지, 거의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추고 있었고, 자아를 인식하는 단계에 이르고, 나중에는 자살까지 원했어.

앞으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AI가 그 직업을 대신한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이미 그렇게 된 직업도 많고 말이야. 인공지능의 발전은 한계가 있을까? 결국 인간의 감정까지 구현한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

그 밖에 수상작으로는 미래의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오정연님의 <마지막 로그>, 종말 이후의 세상을 이야기한 김선호님의 <라디오 장례식>, 인간 지능과 인간이 혼합된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이루카님의 <독립의 오단계>가 있었단다.

….

전체적으로 확 끌리는 작품은 없었지만, 이런 SF 문학이 좀더 활성화되어 우리나라에도 아이작 아시모프나 필립 K. 딕과 같은 SF 작가들이 출현하기를 바라면서 오늘 독서 편지를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관내 분실인 것 같습니다.”

책의 끝 문장 : 그렇게 나는 나에게 오단계라는 이름을 주었고, 나는 내 이름이 매우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프로야구에는 2년차 징크스라는 것이 있단다. 잘 나가던 신인이 2년차에는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경우를 이야기하는 거야. 그런 2년차 징크스 비슷한 것이 작가들에게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 책을 읽었단다. 김혼비님의 <아무튼, >. 김혼비님의 첫 번째 책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읽고 아빠가 얼마나 극찬을 했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구나. 지인들에게도 선물을 했던 책. 그런 김혼비님이 두 번째로 내 놓은 책이니 얼마나 기대를 했겠니? 책의 이야깃거리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 술에 대한 이야기였어. 평범한 축구 이야기도 그렇게 환상적인 양념을 곁들여 이야기해 주었으니, 이미 많은 작가들이 술에 관한 책을 썼지만, 김혼비님은 어떻게 술에 환상적인 양념을 곁들일까 기대를 했단다.

아빠가 너무 기대를 했나? 아니면 술에 대해 아빠가 공감을 잘 못할 정도로 멀리해서일까. 실망을 했단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에 책의 편집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어. 마치 약속한 출간일을 맞추기 위해 작가와 편집자가 급하게 책을 만들어낸 듯한 기분마저 들었단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아빠의 높은 기준에 의한 평가라는 점을 감안해 주길 바래. 많은 이들이 여전히 이 책에 주고 높은 평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책에 대한 아빠의 박한 평가가 아빠의 편견에 의한 평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프로야구 선수의 2년차 징크스로 인해 그 선수를 미워하지 않는 것처럼 아빠 또한 두 번째 책에 아빠가 실망을 했다고 해서 김혼비님의 책을 외면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다음 책들을 기대해 봐야지.


1.

술 없이는 못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단다. 아빠도 유리와 같은 20대에는 고주망태가 될 정도를 마신 적도 있어.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그런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언젠가부터 술을 먹고 난 다음날 술병으로 고생을 하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게 되어 술을 줄였단다. 특히 소주는 조금만 먹어도 다음날 두통으로 하루 종일 고생을 해서, 아예 입을 대지 않게 되었고, 시원함으로 마시던 맥주도 요즘에는 평일에는 거의 먹질 않는단다. 물론 회사 회식 때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게 되면 한 잔 가볍게 걸치긴 하지.

책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아빠의 술 이야기를 했구나.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다 보면, 다들 자신의 술에 관한 이야기를 쓰지 않을까 싶구나. 그만큼 술이라는 것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이 없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비록 책 한 권을 쓸 정도는 아니더라도 말이야. 아빠도 사실 찬찬히 술에 관한 에피소드를 기억해 내서 다 이야기하자면, 꽤 한참을 이야기하겠지만, 썩 좋은 기억만 있은 것은 아니라서…. 그리고 또 하다 보면 영웅담처럼 미화될 수도 있으니

지은이 김혼비님이 이 책에 쓴 내용이 모두 자신의 경험담이라면, 건강에 걱정이 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더구나. 그리고 약간은 영웅담 이야기하듯이 술 마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직 성인이 안된 독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음주가 약간은 미화된 듯한 느낌도 들었거든. 과음이 내는 사고는 정말 무서운 사건 사고들이 많은데 말이야.

김혼비님의 첫 번째 책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읽고 나서 다른 이들에게 선물도 하곤 했는데, 이 책은 위와 같은 이유로 선물이나 추천은 하지 못하겠더구나. 부디 세 번째 책은 다른 이들에게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책을 써주길 바란다. 비록 비주류 책이라도 말이야.

책의 두께가 얇은 만큼 독서편지도 짧게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대체 어디서 듣고 입에 딱 붙여왔는지 언젠가부터 엄마가 마이너-메이저’, ‘비주류-주류같은 말을 쓰기 시작했다.

책의 끝 문장: , 이제 술 마시러 나가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0-01-24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새해복많이받으세요.

bookholic 2020-01-24 19:3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행복하고 여유롭고 즐거운 설 명절 되십시오.
늘 때마다 인사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시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22)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그 길에 이르는 과정을 섣부른 충고나 설익은 지혜로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경험하지 않고 얻은 해답은 펼쳐지지 않은 날개와 같다. 삶의 문제는 삶으로 풀어야 한다.


(24-25)

삶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경험은 우리 안의 불순물을 태워 버린다. 만약 그 친구가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면 랑탕 트레킹은 내 혼에 그토록 깊이 각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때 그 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믿는다. 경험자들의 조언에 내달려 살아가려는 나를 직접 불확실성과 껴안게 하려고. 미지의 영역에 들어설 때 안내가 아니라 눈앞의 실체와 만나게 하려고. 결국 삶은 답을 알려줄 것이므로. ‘새는 날아서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도 나는 법을 배운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30)

지금 내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생각의 눈송이들이 소리 없이 쌓이고 있는가. 생각만큼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없다. 마음은 한 개의 해답을 찾으면 금방 천 개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작가이다. 마음이 자기와 전쟁을 벌이지 않을 때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31)

행복한 일이든 불행한 일이든 이것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그것을 그렇게 큰일로 만들지 말라.’

물론 이런 조언은 함부로 흉내 내선 안 된다. 만약 큰 성공으로 행복해하거나 불의의 상실로 고통받거나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이에게 그것을 그렇게 큰일로 만들지 말라고 조언했다간 당신은 당장 쫓겨나거나 절교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 조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적용할 때 의미가 있다.


(36)

마음속에서 하는 말을 조심하라는 격언이 있다.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해도 자기 자신이 듣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는 무의식 속에서 정신을 부패시키고, 어떤 단어는 기도처럼 마음의 이랑에 떨어져 희망과 의지를 발효시킨다. 부패와 발효는 똑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어떤 미생물이 작용하는가에 따라 해로운 변질과 이로운 변화로 나뉜다.


(40-41)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에 대해 페라이어는 가슴 시린 해석을 내린다.

많은 학자들이 <월광 소나타>는 달빛과는 상관없다고,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경매에서 이 곡을 작곡하기 직전 베토벤이 쓴 에올리언 하프를 사야겠다는 메모가 발견되었다. 바람이 하프의 현에 닿아 소리를 만들면, 바람의 신 아이올리스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에올리언 하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젊은 연인이 세상을 떠나면 달빛만 있는 행성에 간다는 전설이 있다. 이들이 사는 고독한 섬과 같은 슬픔이 에올리언 하프를 울려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을 베토벤은 <월광 소나타>에 담은 것이다.’


(47)

영적 교사 페마 초드론은 말한다.

안전하고 확실한 것에만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행성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59)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다. 어떤 파도는 축복이다. 머리로는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니 가슴은 안다.


(97)

다만 매장

의 차이는 있다고 나는 믿는다. 생의 한때에 자신이 캄캄한 암흑 속에 매장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둠 속을 전력질주해도 빛이 보이지 않을 때가. 그러나 사실 그때 우리는 어둠의 층에 매장된 것이 아니라 파종된 것이다. 청각과 후각을 키우고 저 밑바닥으로 뿌리를 내려 계절이 되었을 때 꽃을 피우고 삶에 열릴 수 있도록. 세상이 자신을 매장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파종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매장이 아닌 파종을 받아들인다면 불행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105)

미국 시인 마야 안젤루는 썼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과 당신이 한 행동을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잊지 않는다.”

나 자신이 실제로 누구인가는 감추거나 꾸미는 것이 불가능하다. 나는 부지불식간에 그것을 드러내며, 내가 주장하는 사상이나 철학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행동이 나에 대해 가장 잘 말해 준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인가? 그것이 가장 진실된 나의 모습에 가깝다.


(116)

고정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명칭은 역할에 따른 약속 명사일 뿐이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할 때만 의사이며,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만 교수이다. 밖에 나오면 그 역시 승객이고, 길 가는 행인이며, 관광객이고, 손님일 뿐이다. 만약 그가 의사, 교수라는 명사로 자신을 고정시킨다면 그는 자기 규정에 갇혀 존재가 가진 수많은 가능성과 역동성을 잃는다.


(121)

에게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면 허무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의 역동성에 눈뜨게 된다. 그때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열심히 놀이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다른 놀이로 옮겨 간다.


(124-125)

, 이 나무는 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입니다. 일하면서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 문제들을 집 안의 아내와 아이들에게까지 데리고 들어갈 순 없습니다. 그래서 저녁때 집에 오면 이 나무에 문제들을 걸어 두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그 문제들을 가지고 일터로 갑니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문제들이 밤사이 바람에 날아갔는지 많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176)

모든 일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이유가 있어서 만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모든 만남에는 의미가 있으며, 누구도 우리의 삶에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 삶에 왔다가 금방 떠나고 누군가는 오래 곁에 머물지만, 그들 모두 내 가슴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 나는 어느덧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179-180)

소설가 보르헤스는 썼다.

우리 삶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은 각각 특별한 존재이다. 누구든 항상 그의 무언가를 남기고, 또 우리의 무언가를 가져간다. 많은 것을 남긴 사람도 적은 것을 남긴 사람도 있지만, 무엇도 남기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누구든 단순한 우연에 의해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이다.”


(205)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구덩이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그것이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일이다. 티베트 속담은 말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209)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얼마만큼 아는 것을 의미할까? ‘안다처럼 정반대의 말과 같은 의미인 단어가 또 있을까? 가까운 관계라 해도 어떤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에 가깝다. 섣부른 판단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잃어 간다. 관계가 공허해지는 것은 서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이 향하는 방향만 볼 뿐, 그가 어떤 지하수를 길어 올리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 진실한 관계를 맞는다는 것은 자신의 편견을 깨고 그와 함께 계단 끝까지 내려가는 숙제를 안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