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대조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에는 공산주의 계획졍제 시스템에 전혀 불필요한 문자 그대로의 순수한 유통 부문이 필요합니다. 상품이 화폐로 교환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열심히 만들었는데 판매가 안 되면 말짱 헛일이니까요. 이 때문에 생산과정처럼 가치를 창조하지 않더라도 가치가 실현되는(화폐로 교환되는) 영역에서는 유통 부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르크스가 얘기한 유통 부문은 바로 이런 순전한 형태를 뜻합니다.


(98)

임직원 10만 명이 일하는 대기업이 있다고 합시다. 이런 방식으로 직원 1명당 1시간씩 빼앗을 수 있다면 하루에 총 몇 시간을 빼앗나요? 임직원이 10만 명이니 무려 10만 시간입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서 하루에 10만 시간씩 일을 해준다면 내가 부자가 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물론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 잘 팔린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따지고 보면 노예 주인도 노예한테 시간을 빼앗았고, 봉건영주도 농노에게 시간을 빼앗았죠. 마찬가지로 <자본론>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자본가가 노동자의 시간을 빼앗고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107)

아무튼 이번 시간에는 이윤의 정체를 밝혔습니다. 이윤은 빼앗긴, 착취당한 노동(잉여가치)’에서 나온다는 중요한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잉여가치론입니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노동력의 대가라는 것도 알았죠. 오늘 다룬 내용은 마르크스 <자본론>의 핵심이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필히 복습하세요.


(188-189)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물신주의(物神主義)를 얘기했습니다. 물질이 신이 됐다는 말이죠.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잖아요? 중세 서양에서는 신의 뜻이라면 아무리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일들도, 예컨대 마녀사냥이나 십자군 전쟁도 정당하다는 명분을 얻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전지전능한 신의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모든 것의 꼭대기에 돈이 군림하고, 돈만 된다면 상식 밖의 일도 정당성을 획득합니다. 돈이면 어비어미도 없습니다.


(190)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경제가 어렵더라도 꾸준히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실시했다고 해요. 그런데 남한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병원이 운영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 토지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다고 하더군요. 땅은 자연의 선물인데, 보이지 않는 금을 그어놓고 내 것과 네 것을 가리니 이해할 수 없었다며, 토지는 공공재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해야 하지 않겠냐면서요. 돈이 있어야 병원에 갈 수 있고 개인이 땅을 소유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식입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비상식으로 보일 수 있는 거죠.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특수한 현상을 보편적 현상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212)

마르크스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생산수단의 소유권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동자가 임금노예로 착취당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생산 활동의 주체로서 존중받고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죠.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죠.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가가 독점 소유하고 있는 생산수단을 공동체의 소유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소수의 이익을 위해 사회의 자원과 재원을 낭비하지 않고, 공동체의 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윤이 나지 않는다고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생산을 멈출 일도 없겠죠. 필요한 만큼 일하면 될 테니 쓸데없이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산업재해도 크게 감소할 테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이윤 창출이 생산의 목적이 아니라면, 이윤을 계산하는 일조차 없어지지 않을까요?


(233)

분노라는 감정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사람이 로봇은 아니잖아요? 만약 사람에게 감정이 없다면 잘못된 현실에 분노할 수 없겠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조차 생기지 않을 겁니다. 불의에 대한 분노는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에요. ‘이성만큼이나 감성도 중요합니다. 이성이 우리에게 방향타 역할을 한다면 감성은 추진력과 같은 것이니까요.


(294)

제국주의의 배후에는 독점자본의 이윤 추구 욕망이 존재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점 자본의 출현이 필연적이듯, 국가마다 자본주의가 불균등하게 발전하면서 제국주의 국가가 생겨나는 것도 어쩌면 필연적일지 모르겠군요. 이런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다면 그리고 제국주의에 맞서서 약소국들이 함께 대응하지 않는다면, 강대국들의 제국주의 횡포는 끊이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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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고고한 연예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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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달문이라는 조선 시대 한 광대이자, 거지 왕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김탁환님의 소설을 읽었단다. 김탁환님께서 다양한 소설을 쓰시긴 하지만,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이 조선시대를 배경을 한 소설인데, 이번에 읽은 <이토록 고고한 연예>도 조선시대 한 광대의 이야기란다. 달문이라는 사람이 지은이가 상상 속에 만들어낸 사람인줄 알았는데, 조선시대 실존했던 인물이더구나.

특히, 연암 박지원의 <광문자전>의 주인공 광문의 또 다른 이름이 달문이었대.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빠가 오래 전에 박지원의 단편소설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 <광문자전>이 있었던 것 같았어. 그래서 옛기록을 뒤져봤더니, 역시 아빠가 <광문자전>을 읽었더구나. 아빠의 기억력이 뭐, 그렇지그래도 이번 김탁환님의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읽으면서 왜 낯설지가 않지?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게 아주 오래 전 읽은 박지원의 <광문자전>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럼, 김탁환님에 의해 재탄생한 달문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려줄게.

 

1.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는 매설가, 즉 소설가를 꿈꾸는 모독이라는 사람이란다. 모독은 본명은 아니고, 자신이 글을 쓸 때 내세울 필명이었어. 하지만, 현실은 인삼가게를 물려받을 처지였단다. 아버지가 동대문의 유명의 인삼가게 사장인데, 아버지는 그 가게를 물려받기를 바랬고, 아들 모독에게도 별도 가게를 하나 차려주었어. 아버지는 물론 아들이 소설을 쓰는 것을 극구 반대를 했지. 아버지 몰래 소설을 쓰다가 걸려서 다 불에 타버리기도 했단다.

숙부가 한 분 계셨는데, 아버지와 달리 숙부는 모독을 지지해 주셨어. 모독은 우연히 수표교 아래 살고 있는 거치왕초이자 광대인 달문과 친분을 쌓게 되었어. 달문은 입이 귀까지 찢어지고, 귀는 어깨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있고, 눈썹도 없는 등 추한 외모를 갖고 있다고 했어. 달문은 거지왕초로 밑바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인간적이고 예의를 지키는 그런 사람이었어. 자기 밑에 같이 있던 어린 거지가 죽자, 자신의 책임이라면서 왕초 자리를 관두고 그곳을 떠났어.

모독의 도움을 받아 달문은 인삼가게의 점원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달문이 적성에 딱 맞았어. 인삼들에 이야기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서 손님들에게 들려주었더니, 그것에 손님들이 몰렸어. 물론 매출도 많이 올랐단다. 인삼가게에 관심이 없던 모독이 시샘을 낼 정도였어. 숙부도 달문을 신뢰하여 달문에게 중요한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어. 많은 사람들이 달문을 좋아해서 달문을 찾아오기도 했는데, 어느날은 멀리 밀양에서 운심이라는 여자가 찾아오기도 했어. 한 눈에 봐도 기품 있는 기생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모독은 한 눈에 반해버렸단다. 운심이 달문을 찾아온 이유는 산대놀이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때 달문도 참가해달라고 부탁하러 온 거야.

산대놀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자 무용을 이야기한단다. 달문이 했던 광대놀이도 포함해서 말이야. 아참, 아빠가 이 소설의 배경이 조선시대라고는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때인지 이야기를 하지 않았구나. 이 소설은 조선 후기 영조가 왕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즈음이란다.

 

2.

이번에 열리는 산대놀이는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경연으로 열리는데, 각각 그들을 후원해주는 뒷배들이 있었단다. 우익 쪽에서 먼저 달문에게 부탁을 해서 우익 편에 서기로 했는데, 나중에 좌익 쪽에서 달문에게 또 자신에 합류하라고 왔어. 좌익은 의금부가 후원을 하고 있었어. 막강한 돈과 권력이 후원을 하고 있다는 소리야. 달문이 예전에 광대로써 화려한 경력이 있어서, 그를 반드시 끌어들이려고 한 거야. 하지만, 달문은 이미 우익과 약속을 했다고 거절을 했어. 좌익 쪽에서 돈으로 회유하고 협박도 했지만, 달문은 모두 거절했어.

우익에 달문이 있지만, 돈이 넉넉지 못해 좌익의 화려함을 이길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산대놀이는 우익의 승리로 끝이 났단다. 우익에 무대 장치도 만만치 않은 것이 누군가의 지원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어. 동대문 인삼가게도 그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단다. 그깟 산대놀이가 뭐라고?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좌익을 후원했던 의금부의 자존심을 심히 상하게 한 것 같았어. 어느날 아버지와 숙부 그리고 모독이 운영하는 인삼가게 모두 테러를 당했어. 아버지와 숙부는 사라져버렸어. 모독은 도움을 받기 위해 달문을 찾아갔단다. 나중에 숙부를 만나게 되는데, 괴한들에게 아버지는 화살을 맞고 돌아가셨다고 했어. 정말 의금부의 짓이라고 하면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싶더구나.

..

이 일로 모독은 인삼가게에 진저리를 치게 되었고, 인삼가게를 운영하지 않고 세를 주기로 했어. 자신은 소설 쓰는 일에 전념하기로 했어. 하지만, 아버지를 죽인 이에 대한 분노로 소설은 복수로 일관되었단다. 세책방 쥐영감을 찾아가 자신의 소설을 보여주었는데, 바로 퇴짜를 받았단다. 소설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어.

 

3.

달문이 어느날 찾아와서 조방꾸니를 동업하자고 했어. 조방꾸니는 기생들을 관리하는 사람을 이야기해. 예상 밖의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달문은 기생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 그리고 돈을 잘 관리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모독이 제격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하자고 한 거야. 그리고 달문과 오랜 친구이지만, 욱하는 성격도 있는 검객 표망둥이도 같이 합류했어. 모독은 처음에는 거절했어. 하지만 운심도 같이 한다는 소리를 듣고 하겠다고 했단다. 한동안 잘 운영되었어. 돈도 많이 벌게 되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달문이 그만하자고 했어. 시작도 갑자기, 그만두는 것도 갑자기달문 스타일이었지. 돈벌이가 솔솔했던 표망둥이가 반대했지만, 결국 달문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

모독은 다시 인삼가게를 열었어. 그리고 달문이 어떤 일을 도모하는지 모르겠지만, 통신사를 따라 일본에 간다고 했어. 그런데 대마도에서 화재사고가 나서 화상을 심하게 입고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달문은 박문수 어영대장과도 친분이 있었는데, 박문수 대장이 직접 모독을 찾아왔어. 통신사의 화재사고 때 가지고 가던 특등 인삼도 같이 불탔다는 거야. 그 특등인삼들을 대체할 수 있는 인삼을 조달해 달라는 부탁이야. 모독은 재빨리 수소문해서 그 인삼들을 구해주었단다. 다행히 화재사고에 대한 대처를 빨리 할 수 있었단다.

달문은 일본을 다녀온 이후 사라졌어. 소식도 없이 어디론가 말이야. 모독은 달문이 궁금하고 보고 싶었단다. 달문을 찾아 삼도를 돌아다녔어. 소문에 의하면 달문은 유랑단을 만들어 고을을 돌아다니면서 어려운 백성들에게 먹을 곡식을 나눠주기도 한다고 했어. 공짜로 말이야. 그를 찾아 달문의 행적을 쫓다가 우연히 숙부를 만났는데, 활빈당과 연루되어 되어 있었단다. 활빈당은 잘못된 나라를 뒤엎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모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돼. 홍길동이 이끈 것이 활빈당이라면 대충 이해할 것 같구나.

아무튼 달문의 행적을 쫓아다니다가 정작 달문을 만난 것은 함경도였단다. 달문으로 그곳에서도 두만강을 건너가려고 했어. 달문의 뜻을 막을 수 없었어. 모독은 달문과 헤어지고 한양에 돌아왔단다. 인삼을 팔면서 틈틈이 소설을 썼어. 달문에 관한 소설. 소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잖아. 모독의 경험이나 주변 인물 중 가장 극적인 것은 달문 아니겠니. 그런데 어느날 의금부에서 모독을 잡아갔어. 달문이 역적 모의를 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달문과 친분이 있는 모독도 잡혀 들어간 것이야.

모독은 아는 바가 없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의 말의 진실임을 누가 믿어주겠어. 나중에 달문을 비롯하여 여럿이 잡혀 들어왔어. 몇몇은 능지처참을 당했지만, 달문은 귀양가는 것으로 죄값을 치르게 되었어. 다행히 모독은 무죄방면 되었고 말이야. 그리고 모독은 달문을 소재로 한 소설을 끝맺음 하였단다.

달문이 꿈꾸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는 평생 자신의 삶의 기준은자유처럼 보였고, 더불어 사는 사회도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구나. 비록 자신은 자유로운 삶을 선택했지만,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았으니 말이야. 그도 활빈당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활빈당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을 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던 달문의 삶이었어.

.

소설에 다소 우연이 잦긴 했지만, 소설이니까…. 그런데 지은이 김탁환님은 제목을 왜 <이토록 고고한 연예>라고 지으셨을까? 궁금하네. 그리고 소설이 들어가지 전에 도스토옙스키의 <백치>의 구절은 왜 인용하셨을까? 알 듯 모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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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백치!

앞으로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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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언제부터 달문이라는 이름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책의 끝 문장 : 강이 끝난 자리에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미쳤습니까? 처음으로 돌아간다고요? 그딴 일은 일어나질 않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지나 다시 봄이 와도 그 봄은 작년의 봄이 아닙죠. 마음에 품은 정인을 10년이 지난 뒤 다시 만나더라도, 그건 첫 만남과 완전히 다른 겁니다. 성진은 성진이고 양소유는 양소윱니다. 성진이 양소유의 삶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권한이 없어요. 그렇게 양소유의 삶이 마음에 안 들면, 성진과 양소유가 수표교에서라도 만나 맞짱을 뜨든가 해야죠. 양소유 입장에선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두 눈 시퍼렇게 뜬 채 코 베인 꼴입니다. <구운몽>이라 했던가요? 그 소설에서 가장 시시한 대목이 바로 거깁니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렸네요. 이걸 쓴 매설가가 누굽니까?"

"서포 김만중 선생이시네." - P49

"제목이 ‘구운몽’이니까, 꿈을 꿨다가 깨어나는 것으로 소설을 마무리 짓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어?"

"아, 정말, 몽몽 몽몽몽거리는 말씀만 하십니다. 깨어나긴 뭘 깨어납니까. 현실이 낮에 꾸는 꿈같고 꿈이 밤에 찾아드는 현실 같으니, 밤이든 낮이든 현실이든 꿈이든 어디서나 행복하면 그만입지요. 뒤늦게 깨어나면 뭘 하겠습니까? 욕심입니다 그건, 지금 누리는 행복보다 더 나은 행복이 있을 거라는 황당한 욕심!" - P50

"평범한 날들이 쌓여 오늘 이 모양이 된 거니까요. 사람이 사람이 되고 삼이 삼이 되려면 특별함이라곤 전혀 없는 하루하루가 필요한 법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 P88

"그렇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저는 다릅니다. 책임 없이 사랑하는 게 훨씬 더 깊고 넓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랑할 땐 사랑만 해야 합니다. 사랑에 책임이든 뭐든 딴 걸 덧붙이면 안됩니다. 그래야 사랑이 변하거나 사라질 때, 엉뚱한 걸 사랑이라 붙들고 세월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 P315

"충격은 받겠지만 돈을 위해 각자의 삶을 헛되이 쓰는 것보단 훨씬 낫습니다. 도성에 사는 대부분의 백성이 돈 없인 하루도 못살겠다고 하지만, 상평통보가 없던 시절에도 그들은 잘만 살았습니다. 그게 세상에 나온 지 아직 70년도 되지 않았잖습니까?"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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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는 거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39)

엄마의 끈질긴 노력과 매일같이 행해지던 습관적이고 의무적인 훈련 덕에 나는 차츰 학교에서 별문제 없이 지내는 법을 대강 익혔다. 초등학교 4학년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적당히 무리 안에 섞여 있는 것도 가능했으니, 튀지 말라는 엄마의 소망도 이루어진 셈이다. 대부분은 그저 잠자코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화내야 할 때 침묵하면 참을성이 많은 거고, 웃어야 할 때 침묵하면 진중한 거고, 울어야 할 때 침묵하면 강한 거다. 침묵은 과연 금이었다. 대신 고마워.’미안해.’는 습관처럼 입에 달고 있어야 했다. 그 두 가지 말은 곤란한 많은 상황들을 넘겨 주는 마법의 단어였다. 여기까진 쉬웠다. 상대방이 내게 천 원을 내면 거스름돈을  이삼백 원 내주는 것과 비슷했다.


(51-52)

- 뭐든 여러 번 반복하면 의미가 없어지는 거야. 처음엔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고 조금 더 지난 뒤엔 변하거나 퇴색되는 것처럼 보이지. 그러다 결국 의미 사라져 버린단다. 하얗게.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 사아아라아아앙. 사랑. 사랑사. 랑사. 랑사.

영원. 영원. 영원. .. 여어엉.워어어언.

, 이제 의미가 사라졌다. 처음부터 백지였던 내 머릿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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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 주술사부타 AI 의사까지, 세계사의 지형을 바꾼 의학의 결정적 장면들!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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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서민 교수의 책 중에 아빠가 가장 먼저 읽은 것은 <기생충 열전>이라는 책이란다. 신선한 충격의 도가니였어.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주위에 선물도 하고 그랬지. 그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그 이후에 서민 교수의 책들을 몇 권 더 찾아서 읽고, 신간이 나오면 관심 있게 살펴 보았단다. 그런데 <기생충 열전>만한 책을 만나지 못했어. 첫 번째 책이 너무 좋아서 그 이후 기대치가 너무 상승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서민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기생충 관련된 책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의 책들을 많이 쓰신단다. 이번에 아빠가 읽은 책은 서민 교수 자신의 전공 분야와 가까운 주제를 다룬 책이란다.

<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그러니까 의학 관련된 역사를 다루는 책이야. 서민 교수가 아니고 다른 의학 교수가 의학세계사를 썼다면, 읽어볼 마음이나 가졌겠니. 서민 교수가 썼다고 하니 쉽고 재미있게 썼겠지, 하고 책을 들었단다. 의학세계사라고 하는 다소 쉽지 않은 주제였지만, 서민 교수답게 글을 쓴 것 같구나. 일단 읽기 편해서 좋았단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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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991년 알프스 산을 오르던 독일인 부부가 얼음 속에서 엎드려 있던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냉동된 덕분에 시체는 잘 보존되어 있었다. 처음에 경찰은 이 사람이 혹시 실종됐다던 학교 선생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이상한 점이 많았다. 시체에 도끼며 화살 같은 것들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학자들은 그가 기원전 3400년경에 죽은 신석기시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발견된 곳이 외치계곡이어서 이름을 외치라고 했다. 얼음에 갇혀 있었는지라 아이스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5000년 전 인간이 원형 그대로 보존됐다니, 한바탕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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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얼음 속에서 발견된 5000년 전의 인간 외치. 얼음 속에 있는 외치의 시신은 온전치 보전되어 있었단다. 그의 몸에 여러 곳에 문신이 새겨져 있었어. 그런데 문신이 있던 곳을 보니 그가 병을 앓고 있던 부분과 같았대. 그래서 그 시절에는 문신이 치료의 한 방법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는구나. 이 책은 이 외치라는 신석기시대의 인물이 시간을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심장병을 고칠 수 있는 의료기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단다.

그러면서 의학에 있어서 굵직굵직한 사건과 위대한 발견들, 유명한 의사나 의학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세계를 뒤흔든 병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단다. 유명한 의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히포크라테스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아직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있잖니. 그를 의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처음으로 의학을 과학으로 만든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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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2)

그를 의학의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가 선서 때문만은 아니다. 히포크라테스 이전의 의학은 주술적인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질병=신이 내린 징벌로 여기던 시대였으니, 마법사가 병을 치료한다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기원전 377?)는 모든 질병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환자의 소변을 맛보기도 하고, 폐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보기도 했으며, 환자가 호흡하는 모습과 안색 등을 살피기도 했다.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제거해야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점에서, 히포크라테스야말로 의학을 과학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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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히포크라테스가 있다면 로마에서는 갈레노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지만, 의사들한테는 아주 유명한 사람으로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인용된 의사라고 하는구나. 이븐 시나를 비롯하여 이슬람 지역의 오래 전 의사들도 소개해 주었어.

기독교가 장악한 중세시대에는 의학도 많이 발전하지 못했고, 중세를 거쳐 천연두 백신을 만들어낸 제너에 관한 이야기도 주었단다. 소젖을 짜는 여인들이 우연이 우두에 걸린 소와 접촉을 했는데, 그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제너가 우두를 이용하여 천연두를 걸리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대. 그래서 만든 것이 천연두 백신이었어. 인류 역사 최초의 백신이었어. 이후 천연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병에 대한 백신 연구가 이루어졌고, 오늘날까지 이어졌단다. 옛날에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가들이 죽는 경우가 많았는데, 백신이 발명된 이후에는 백신으로 예상접종을 하게 되어 영아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영국의 채드웍과 존 스노라는 사람이 있었어. 전염병이 물을 통해서 전파된다는 것을 깨닫고 물 관리를 국가에서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공중보건의 중요성을 각성하게 한 사람들로 인류 건강에 기여를 한 사람들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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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169)

콜레라뿐 아니라 나쁜 대장균, 장티푸스, A형 간염, 소아마비 등 수많은 질병이 물을 통해 전파된다. 가난한 나라들에서 이런 질병들이 쉽게 유행하고, 사망자도 많이 나오는 이유도 상하수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이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늘 안전한 건 아니다. 1993년 미국 밀워키에서 발생한 와포자충이라는 기생충 질환은 40만 명의 감염자를 낳았고, 그중 69명이 죽었다. 이 사태의 원인은 밀워키에 물을 공급하던 물탱크 둘 중 하나가 오염된 탓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물 관리야말로 국가가 신경 써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법적 토대를 마련한 채드웍도 큰일을 했지만, 집집마다 다니면서 콜레라 역학조사를 했던 존 스노가 아니었다면 인류는 훨씬 더 큰 희생을 치렀어야 했으리라. 그가 공중보건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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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사람만 더 소개해 주어야겠구나. X선을 발견한 뢴트겐이라는 사람이야. 그가 1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사람으로 이름은 알고 있었어. 어렸을 때 어린이 백과사전 같은 데서 처음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구나. 그런데 그의 인성이 그리 훌륭했던 사람인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구나. 너희들에게 그의 그의 인성을 배웠음 하구나. 노벨 물리학상으로 받은 상금을 과학발전과 장학금을 위해 기부했을 뿐만 아니라, X선에 대한 특허 소유도 거절을 했다는구나. 자신은 자연에 있는 X선을 발견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이야. 참 멋진 사람이로구나. 너희들을 위한 뢴트겐에 관한 학습 만화나 위인전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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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1901년 뢴트겐은 엑스선의 발견으로 제1회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상금을 뷔르츠부르크대에 과학 발전과 장학금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했다. 이후에도 뢴트겐에게 엑스선으로 특허를 내자는 독일 기업의 제안도 거절했다. 엑스선은 자신이 발명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이니 모든 인류가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허라는 제약이 사라지자 누구나 자유롭게 엑스선에 관해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엑스선 관련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이 2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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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계를 뒤흔든 질병들도 많단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흑사병이구나. 이 책에서 흑사병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아주 무서운 병이야. 세계 인구의 1/3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병. 중세시대 이 흑사병이 널리 퍼졌을 때, 약을 써도 잘 듣지 않으니까, 가톨릭 사제들의 기도로 병을 낫게 하려고 했지만, 사제들의 사망률이 일반 사람들보다 더 높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이 흑사병으로 인해 가톨릭을 비롯한의 신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대. 흑사병에 대처를 하면서 인류는 의학에 발전도 이루였다고 하는구나. 방역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고, 전염병에 퍼지지 않도록 사람들을 일정기간 격리시키는 검역도 시작하기 시작했다는구나.

인류의 역사가 이어지면서, 난치병과 불치병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게 되었어. 그렇게 오늘날 일부 국가에서는 기대수명이 90살이 넘기도 했대. 하지만,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병이 있으니 암이라는 병이란다. 우리 몸 어디서든 암세포는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암은 아직 정복하지 못했대. 어떤 썰에 의하면 암 진료가 의사들의 가장 큰 돈벌이라서, 일부러 암을 정복하지 않았다는 음모론도 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했겠냐. 아무튼 미국 정부가 몇 십 년 동안 돈을 쏟아 부었지만 암에 대한 큰 성과는 없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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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루니의 예상과 달리 과학자들은 암과의 전쟁에서 참패했다. 1971년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미국 정부는 220조 원을 쏟아부으며 암 연구를 독려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에서 암으로 죽은 사람은 56만 명으로, 1971년보다 오히려 23만 명이 늘었다. 암과 싸우던 과학자들이 패배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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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푸른곰팡이로부터 얻은 페니실린이라는 최초의 항생제. 아빠는 이것이 얼마나 위대한 발견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잘 몰랐단다. 영국 문화원에서 전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 80년간 세계를 바꾼 사건을 조사했는데, 거기서 페니실린이 2등을 했다는구나. . 아빠는 페니실린이 지난 80년 안에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었고, 그것이 세계를 바꿀만한 대단한 발견이라는 것도 잘 모르는데, 온 세상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더욱 놀랍더구나. 설문 조사를 한 전세계 1만 명이 아빠처럼 평범한 보통 사람 맞나? 혹시 의사들을 상대로 한 조사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아무튼 페니실린은 그렇게 위대한 발견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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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페니실린의 등장과 함께 인류의 평균수명은 1950년대 50대에서 현재 80대 이상으로 늘었다. 혹자는 페니실린이 없었다면 현재 인구 수가 절반 이하일 거라고도 말한다. 페니실린의 위력은 다음에서 알 수 있다. 영국문화원이 전 세계 1만 명을 대상으로 최근 80년간 세계를 바꾼 사건을 뽑아달라고 요청했는데, 1위는 ‘www’, 2위가 바로 페니실린 대량생산이었다. PC 보급, 원폭 투하, 소련 붕괴보다도 앞선 순위라니,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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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위대한 발견이 여러 개의 우연들이 만났다는 점이야. 누구간의 실수, 우연히 서늘한 여름 날씨 등 여러 개의 우연이 만나 발견된 페니실린. 페니실린이 발견된 이야기도 재미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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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곰팡이에 의해 성장이 억제된 그 세균은 상처만 났다면 잽싸게 달려와 인명을 살상하던 포도상구균이었으니, 그 물질이 분리돼 약으로 만들어진다면 당시 40대 언저리에 머물던 인류의 평균수명을 20년쯤 늘려줄 터였다. 그러니 플레밍은 인류의 운명을 뒤바꿀 엄청난 발견을 한 셈이었다. 여기에는 운도 따랐다. 푸른곰팡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곰팡이가 아니다. 그런데 아래층에 있던 동료 과학자가 푸른곰팡이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창문을 통해 날아와 플레밍이 키우던 세균의 배양접시로 들어간 것이다. 여기엔 배양접시를 배양기에 넣어두지 않고 휴가를 가버린 플레밍의 부주의도 한몫을 했다. 또다른 행운은 푸른곰팡이는 원래 낮은 온도에서 자라는데, 그해 여름 런던의 날씨가 그다지 덥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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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미래의 의학은 또 어떤 역사를 써나갈까? 인간 평균 수명 100세 시대는 정말 올 것인가? 암도 정복할 수 있을까? 요즘 AI가 여기저기 많이 활용되고 미래에는 여러 직업군을 대체한다고들 하는데, 의사도 AI로 대체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병을 진단하는데 있어 컴퓨터보다 사람이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고 하는구나. AI의 진단이 좀더 정확해지고, 인간적인 기능 그러니까 친절함 같은 것까지 탑재하게 된다면, 불친절한 의사들은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친절한 의사들도 많지만, 불친절한 의사와 간호사들도 있으니까 말이야. 병원에 갔다가 불친절한 의사와 간호사로 인해 기분이 확 상해서 병원문을 나설 때, 빨리 AI로 대체되어야 해.. 이런 생각을 하곤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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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중국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계가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일 확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새로운 병이 생겨나는구나. 이 새로운 병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부디 빨리 치료제가 만들어져서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어느 분이 묻습니다. “왜 역사를 배워야 하죠?”

책의 끝 문장 :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1930년대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기 전까지, 인간은 장미 가시에 찔리기만 해도 일가친척을 불러 유언을 전해야 했습니다. 사소한 상처로 인해 감염이 발생하면 사망으로 이어졌던 것이죠. 페니실린으로 시작해 각종 항생제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근교 지역에서 흔히 열리는 장미축제에 가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유명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사인이 바로 장미 가시에 찔려서 발생한 감염이었으니까요. - P6

이븐 시나는 뛰어난 의학자이기도 했지만, 그의 지식은 철학과 논리학, 종교학, 형이상학까지 뻗어 있었다. 때문에 그를 아리스토텔레스와 비교하기도 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가 이슬람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 P96

신항록 개척시대 이후 인류의 기호품으로 소비되어온 담배와 건강의 상관관계가 밝혀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다국적 담배회사는 과학자들과 비밀리에 계약을 맺었고, 과학자들은 담배가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숨겼다. 1963년에 이미 흡연이 암을 유발하고 니코틴이 중독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면, 담배회사는 1990년대까지도 이를 부인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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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우리가 살고 있는 하나의 우주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과학자들이 우리의 피 같은 세금을 써가며 당장 써먹을 수도 없는 수많은 우주를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중 우주론이 오늘날의 과학이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문턱을 넘을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중 우주론은 막다른 길에 봉착한 현대 물리학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통합 문제, 우주상수와 미세 조정의 문제, 양자 얽힘의 문제, 인플레이션 문제, 끈이론과 M이론 등 인간의 이성 안에서 모순을 일으키는 문제들을 설명하기 위한 큰 그림을 제공해준다.

(75)

0차원. 이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좌표축의 개수가 0인 세계. 여기에는 가로, 세로, 높이가 없고 시간의 차원도 없다. 이 세계는 시간과 무관한 그저 의 세계다. 점의 수학적 정의는 크기를 갖지 않는 최소의 단위. 이 모순되어 보이는 정의처럼, 0차원은 공간을 점유하지 않고 크기도 갖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계다. 시간, 공간과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만약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는 어떤 존재일까? 그는 아마도 세계 그 자체일 것이고, 그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세계는 나다. 나는 세계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는 세계이고, 나는 나다.’ 그는 세계와 자신을 분리하는 것에 무척이나 어색함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 존재와 부재는 구분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78-79)

만약 지금의 수치와 달리 아주 작은 차이만 있었더라도 우리 우주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그 질량이 이미 정확하게 밝혀져 있는데,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조금 더 무겁다. 하지만, 그 차이는 매우 미세해서 고작 전자 2개 정도의 질량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차이는 사실 너무도 미미하다. 그런데 이 미세한 차이가 결과적으로는 거대한 차이를 만들었다. 더 무거운 중성자가 붕괴하며 양성자가 되는 방식으로 우리 우주의 모든 물질을 구성한 것이다. 만약 반대였다면 양성자가 약간 더 무거웠다면 양성자가 붕괴하여 중성자가 되는 방식으로 원자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종류의 물질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은하계와 태양계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며, 우주의 구조도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생명과 인간의 탄생이 불가능한 건 말할 것도 없다.

(103)

0부터 10^-43. 10^-43이라는 숫자가 친숙하지 않으니 분수로 표현하면 위와 같다. 1 뒤에 0 43개 붙는다. 왜 하필 이 시간을 우주의 첫 번째 시기로 말하는지 궁금할 수 있겠다. 이 시간은 플랑크 시간이라고 하는데, 물리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최소의 시간 단위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극단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우주가 탄생한 이후 플랑크 시대라고 한다. 사실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이 시기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우주의 네 가지 임인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이 모두 통합되어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인류가 언제가 모든 것의 이론을 갖게 된다면, 아마도 이 시기에 대해 기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의 우주 크기는 10^-33cm 정도였다. 모든 것이 이 한 점에 뜨겁게 압축되어 있었다. 여기에 당신도, 나도, 이 책도, 의자도, 나무도, 그랜드캐니언도, 우주정거장도, 인간의 사유와 언어와 문화와 역사도 모두 함께 뭉쳐 있었따.

(111)

우주의 크기를 들여다볼 때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지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초월적 거대함 앞에서 내 일상의 사소함은 너무도 하찮게 느껴진다. 현대의 이르러서도 인류가 을 놓지 못하는 철학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인간의 가치 때문이다. 이 거대한 세계를 창조한 신이 인간의 기원일 것이라는 상상의 나의 존재론적 하찮음을 해소해준다.

(229)

그렇다면 신이란 무엇인가? 크리슈나는 신의 본성에 대해 설명한다.

나는 그대에게 자아의 신성(神聖)에 대해 설명하겠다. 나라는 존재는 고정된 틀을 갖지 않는다. 자아는 모든 것의 시작이고 중간이며 끝이다. 자아는 모든 존재의 탄생이고 시작이며, 끝이자 죽음이다. 자아는 영원하니 결코 태어난 적이 없고 결코 죽은 적이 없다. 자아는 모든 곳과 모든 사물 속에 존재하고 자기 속에 모든 만물이 존재한다. 자아 없는 존재할 수 있는 것이란 움직이는 것이나 움직이지 않는 것이나 그 어떤 것도 없다.”

(274)

노자는 이렇게 정리한다. 덕이 없는 사회에서는 인이 강조되고, 인이 없는 사회에서는 의가 강조되며, 의마저도 없는 사회에서는 예만 강조된다. 쉽게 말하면, 자기 내면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 사회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인자함이 중요시되고, 인자함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의리가 중요해지며, 의리가 사라진 사회에는 예절이 강요된다는 것이다.

(383)

불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무아설에 있다. 자아의 실체를 부정하는 세계관은 지금까지의 다른 사상이나 종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개념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를 포함하는 아브라함 계열의 종교는 영원히 존재하는 영혼을 상정하고, 고대 그리스부터 근대 합리주의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도 사유하는 존재로서 자아의 자기동일성을 강조하며, 특정 종교나 사상을 떠나서도 보통의 사람들에게 매우 상징적이고 친숙한 사고방식이 내가 있다는 전제이니 말이다.

(430)

플라톤은 우리의 머릿속에 혹은 영혼 속에 절대적이고 완벽한 이성적 개념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우리의 내면에 이렇게 이데아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의 영혼은 원래 이데아의 세계에 있었지만 육체를 갖고 이를 망각한 상태로 지상에 태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상기론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지식은 현실의 경험에서 얻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면에 남아 있는 기억을 떠올림으로써 얻게 된다.

(479)

흔히 서양 사상은 두 가지 토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다. 헬레니즘은 그리스*로마의 정신을, 헤브라이즘은 <구약>성서의 세계관을 말한다. 헬레니즘은 서양 철학의 기원이 되었고, 헤브라이즘은 기독교의 기원이 되었다. 이것은 언뜻 대립하는 사상처럼 보인다.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인본주의적 철학과 절대자에 대한 순종을 강조하는 신본주의적 종교, 하지만 대립하는 두 사상은 근원에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것은 이원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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