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

음식에는 가족이라는 공동운명체의 기질과 취향과 풍습이 반영되어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매우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위일 뿐이다. 하지만 함께 밥을 먹었던 기억은 가족을 단단히 결합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음식의 공유는 기억의 공유로 곧잘 이어진다. 사소한 것을 통해 조선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게 백석의 시라면 백석에게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먹을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백석의 시를 지배하는 음식이 거의 모든 시에 등장한다는 것은 그가 음식을 감각의 총화로 파악하고 의도적으로 시에 배치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음식은 놀라운 친화력을 발휘해 독자를 시의 자장 안으로 강하게 끌어들인다.


(62)

당시 <조선일보> 사옥은 태평로 1가에 있던 2층짜리 조그마한 건물이었다. 백석은 광화문을 지나 세종로를 걸어 신문사로 출근했다. 멀리서 봐도 그는 남들의 눈에 금방 들어올 만큼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숱이 많은 새까만 곱슬머리에 선명한 눈썹에다 얼굴 한가운데에는 서양 사람처럼 콧날이 깎아놓은 듯 우뚝 자리 잡고 있었다. 균형 잡힌 어깨와 다리를 가진 훤칠한 키의 백석이 세종로를 겅중겅중 걸어가면 누구나 다시 한 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목이 유난히 긴 이 청년은 늘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었다. 길 가던 여성들이 이런 모던보이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며 곁눈질을 하기 일쑤였다.


(99)

1930년애 중반은 식민지 조선의 현실과 가치체계가 파국을 향해 가고 있었을 때였다.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백석은 일본 제국주의가 드리운 그늘에서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상상하였다. 그것은 과거의 재생을 통해 현실의 몰락을 타개해나가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백석은 주관적 감상주의와 계몽주의를 넘어선 그 무엇을 찾고자 했다. ‘그 무엇은 새로운 미적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시를 구체화시키는 것이었다. 당시 시단을 휩쓸었던 카프 계열의 사회주의 문학론은 지나치게 계몽성이 강해 백석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소통이 불가능한 이상의 실험주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백석은 식민지로 오염되고 왜곡되기 이전의 고향, 즉 시원의 순결성을 가지고 있는 고향과 고향의 방언에 착안했다. 고향의 말인 방언이야말로 몰락의 길을 치닫고 있는 조선의 현실을 지켜낼 수 있는 하나의 시적인 역설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고 그는 판단했다. 그러니까 백석의 평안도 방언 사용은 향토주의에 매몰된 결과물이 아니라 준비된 창작방법론이며 의도된 기획에서 나온 것이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가장 새로운 것이지.’


(160)

하지만 그는 1933년 일제의 기관총 구입비용 1,600만원을 헌납한 것을 시작으로 중일전쟁을 전후해 친일의 길로 들어섰다. 1937 1 1일자 <조선일보> 1면에 일왕 부부 사진을 크게 실어 충성을 표시하는가 하면, 전쟁 발발 직후 8 2일자 사설에서는 출정 장병을 향하여 위로 고무 격려의 편지 한 장 보내는 것도 총후의 임무라고 썼다. 그 후에는 국방헌금을 모은다는 사고를 내고 전쟁자금 모금에 앞장섰다. <동아일보>의 김성수 사장도 군사헌금 1,000만원을 헌납하는 등 중일전쟁을 전후에 친일신문의 대열에 뛰어들었다.


(161)

백석은 혼란스러워 머리를 흔들었다. 백석은 일본에 유학을 할 때나 귀국한 뒤에 단 한 편도 일본어로 작품을 쓰지 않았다. 수업을 하거나 사적인 편지를 쓸 때에도 일본어를 섞는 일을 극도로 자제했다. 의사전달도 문학적인 표현도 조선어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고향 평안도의 방언은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백석만의 특허상표였다. 그의 몸은 함경도에 머물고 있었지만 백석은 시시때때로 머리에 떠오르는 고향의 방언 때문에 외로움을 누를 수 있었다.


(218-219)

일제는 황국 신민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비국민이라는 굴레를 씌워 분리하는 정책을 폈다. 식민지를 철저하게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통치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그것은 백석이 보기에 굴종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백석은 내선일체를 강요하고 빠르게 미쳐가는 조선에서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조선과 일본은, 엄연히 민족과 언어가 다른데도 그 둘을 하나로 여기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경성에 계속 남아 있다가는 내선일체의 수렁으로 빠져들 게 뻔했다.


(337)

백석은 ‘1956년도 <아동문학>에 발표된 시인 및 서클 작품들에 대하여라는 총평 형식의 글에서 시와 동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매우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피력했다. 시의 요건은 생활에서 우러난 감정, 사색의 중요성, 언어를 부리를 법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이 자신감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북한문학의 주류가 항일혁명문학에 이은 김일성 유일사상을 바탕으로 한 주체문학으로 변화하면서 북한문학에서 자율성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게 되었다.


(413)

<조국의 바다여>는 백석이 북한에서 발표한 마지막 시였다. 아니, 그가 이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시였다. 평양에서 삼수군으로 쫓겨날 즈음 백석에게 시는 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시인으로 살아남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 인간으로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백석에게는 더 시급했다. 해방 이후 백석의 북한에서의 작품 활동을 단순히 예술성을 망각하고 시를 정치도구화한 파렴치한 행위로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백석이 북한에서 아동문학논쟁을 통해 문학의 자율성과 미학주의를 주장한 마지막 시인 중 한 사람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의 지도 아래 놓인 북한의 문학을 조금이라도 더 보편적인 미학의 논리로 되돌려놓겠다는 그의 문학주의는 결국 꺾일 수밖에 없었다.


(420)

백석의 연인이었던 자야 김영한은 서울 성북동에 대원각이라는 큰 요정을 경영했다. 1970년대 후반까지 거물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이 요정을 드나들었다. 1996년 대원각이 들어선 7,000여 평의 땅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했고, 1년 뒤에 사찰 길상사가 완공되었다. 1997년 김영한은 백석 연구자 이동순의 주선으로 창작과비평사에서 백석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1999년 자야 여사는 여든세 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백석의 연인답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한겨울 눈이 제일 많이 내린 날 내 뼛가루를 길상사 마당에 뿌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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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77호 - 2021년 3월~4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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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177호(2021년 3~4월)를 읽었단다. 지난 176호 읽고 이야기해준 것처럼 올해 녹색평론은 30주년 기념으로 각 호마다 하나의 집중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단다. 이번 177호에는, 새로 시작하는 봄 특집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인 농업에 대한 이야기란다. 종말로 치닫고 있는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농본주의. 이미 녹색평론에서는 오랫동안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단다. 이번 호에 다시 한번 많은 꼭지들을 할애해서 농업과 농촌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농업과 농촌이 나아갈 길에 커다란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단다. 그것은 바로 기후위기란다. 이제 지구촌 기후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었단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 기후를 넘어선 기후재앙이 몰아 닥치고 있단다. 최근의 사례인 북미 지역의 기록적인 강추위, 호주에의 홍수 등 세계곳곳에서 기후재앙으로 많은 사람들과 생명체들이 아파하고 있단다. 이제 이 기후재앙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었고, 지구인의 행동지침은 재앙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도 미국 등 선진국에서 하고 있는, 산업농이라는 대규모 농업은 답이 아니란다. 미국 등에서는 농사를 지을 때 그렇게 많은 땅에 농사를 지으면서, 농부가 땅을 거의 밟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고도 하는구나. 이건 공장에서 옥수수를, 콩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진정한 농업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기후위기에 적합한 농업의 형태는 지역 단위의 소농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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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의 주체는 지역의 소농이다. 땅심을 북돋고, 논밭 농사와 상호 순환하는 축산을 유지하고, 지역사회 먹을거리체계를 지탱하는 원천은 소농이다. 미국 농무부가 지원하는 다국적 농기업은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통상은 소농의 자치를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힘은 무역이 아니라 소농이 중심이 된 지역사회 자치에 있다. 특히 새 농업통상은 여성 농민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한다. 지구의 보편적 규범으로, 여성이 생산과 유통의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 속에서 식량보장계획을 주도하도록 지지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여성 농민에게 농업 공동경영주의 법칙 지위를 보장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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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렇게 소농으로 농업을 하면, 생계 유지가 될까?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특히 우리나라처럼 농민들의 수익이 현저히 낮은 나라에서 말이야. 지금도 농민의 숫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소농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리고 농민의 숫자를 늘리고 농민에 대한 처우가 중요하단다. 그래서 녹색평론에서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농민기본소득이란다. 아빠도 이 농민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절대 찬성이란다.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기본소득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는 기본소득의 정의를 만족하기 위한 만큼의 양은 되지 않는다. 더욱 확대해야 농업을 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지금 농사짓는 분들의 경제적인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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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이제 도시로의 집중과 개발은 한계에 달했다. 코로나19, 기후위기, 환경위기, 농업위기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먼저 농어촌을 돌봐야 한다. 농어촌 주민에게 기본소득은 이러한 문영의 전환을 위한 소중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가지 않았던 길을 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농촌기본소득은 그 길의 나침반이자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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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연히 유튜브에서 EBS <건축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어. 다양한 형태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인데, 대부분 직접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이야기이고, 그렇다 보니 단독주택을 많이 소개해주고, 은퇴 후 시골에서 집을 짓거나 고쳐 사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그걸 몇 개 보았더니, 유튜브 AI가 관련 동영상을 띄워 주었는데, 시골의 빈 집들에 대한 동영상도 소개되었단다. 그 동영상들은 부동산 측면에서 빈 집들을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아빠는 약간 충격이었단다. 물론 요즘 시골에 빈집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는데, 빈집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더구나. 그 빈집들의 주인들은 주로 전부 외지에 있고, 현재 값어치가 많지 않다 보니 사려는 사람이 있어도 팔지 않고 오랫동안 빈집으로 남아 있게 된다고 하는구나.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시골은 점점 빈집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 같구나.

점점 농촌이 줄어드는 나라.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외국에서 먹을 것을 수입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자급률이 떨어지면 버틸 수 있을까? 더욱이 앞으로 기후위기로 농업 환경은 더욱 안 좋아질 텐데, 재앙 등이 닥치면 가장 먼저 먹을 거리 수출을 통제할 텐데이미 작년에 코로나 팬더믹 때 경험을 했잖아.

======================

(58)

농촌 없는 사회란 상상할 수도 없다. 농촌이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이 되면, 그 사회는 망할 것이다. 농민이 있어야 농촌이 살지만, 농촌이 살 만한 곳이 되지 못하면 농민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농촌, 농민, 농업은 서로 떼래야 뗄 수 없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농촌-농민-농업의 가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한반도에서 식량위기로 나타날 것이다. 곡물자급률이 20%대에 머무르는 사회에서 정치와 언론이 이렇게 농촌-농민-농업을 홀대한다는 것은 사회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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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없는 사회는 있을 수 없단다. 이러한 사실을 정치인들도 알고 있을 텐데… (혹시 격투에만 관심 있지, 농업에 대해서는 정말 무지한가?) 정치인들이 정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사정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농촌을 살리겠다고 내놓는 정책들이 아빠가 앞서 말했던 미국의 산업농을 따라 하는 그런 정책들이거든미래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농업 정책이 아니라, 다른 산업들과 함께 지구를 죽이고 기후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그런 산업농 정책이라는 거야. 그리고 2차 수익을 생각한다고 아이디를 낸 영농형 태양광 산업 같은 것도, 현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벌인 사업이라고 하는구나.

우리나라에 진정한 농업 전문가는 없는 것인가, 참 안타깝구나. 아래 글을 보면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농부들이 상당히 전문가들이었고,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답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

(114-115)

20세기 초에 미국 농무성 토양관리국장으로 있던 프랭클린 H.킹이라는 사람이 조선, 일본, 중국, 만주를 둘러보고 난 뒤에 돌아가서 <4,000년의 농부>라는 책을 썼어요. 동양에 가보고 탄복했다, 동양 사람들이 굉장히 지혜롭게 토양을 관리하더라는 거예요. 이 사람이 깜짝 놀란 게 뭐냐면 인분을 거름으로 쓰는 거였어요. 서양 사람들은 가축분뇨를 퇴비로 쓴다는 것까지는 알지만 임분을 쓴다는 개념이 없었어요. 그런데 인구가 많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인분을 농사에 쓰지 않고 강이나 바다에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강물, 바다 다 오염됩니다. 동양 사람들은 과학적 지식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랜 옛날부터 이것을 삭혀서 발효시켜가지고 도로 농토로 넣어줬어요. 그렇게 해서 농토가 지력이 고갈되지 않았던 것이죠. 우리가 작물을 키워서 먹으면 그만큼 땅에 있던 양분이 뺏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다시 땅으로 돌려주는 거예요. 이 순환을 4,000, 아니 만 년 동안 계속하니까 땅이 보호가 되는 거죠. 게다가 논농사는 수전(水田)입니다. 표토가 날아갈 일이 없어요. 그리고 논은 기후도 조절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대형 댐 한 10개 이상의 물 저장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논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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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번 177호에서는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그 외에 이야기로는 탈핵 전문가 김익중 님의 원전사고 은폐에 관한 이야기, 한 때 정치인기도 했던 이부영 님의 뒤쳐진 우리나라 안보의 안타까운 이야기, 꾸리찌바 도시를 소개를 해주었던 박용남 님의 자동차만 다닐 없는 축제, 콜롬비아의 시클로비아 의 대한 이야기가 읽을 만했단다.

그리고 연재되는 소설가의 김남일 님의 글이번 호의 제목은 길을 걸으며 책을 읽지 마라!”인데, 이 제목을 보는 순간 얼마 전에 아빠가 읽은 <밀크맨>이라는 소설이 생각나더구나. 그 소설의 주인공이 걸으면서 책을 읽거든김남일 님의 이번 호에서 다룬 이야기는 바로 그 <밀크맨>에 관한 이야기더구나. 꼭지의 제목을 보고 아빠가 그 소설이 떠오르긴 했지만, 김남일 님께서 그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실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더욱이 <밀크맨>의 핵심 키워드는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역시 글 쓰시는 분들은 다르구나. 아빠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않게 읽고, 평가도 좋지 않았는데, 김남일 님은 <밀크맨>에 대해 극찬을 하면서, 배경이 되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독립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여 주었단다.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아빠에게 좋은 길잡이 같은 글이었어. 관련된 영화로, <마이클 콜린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아버지의 이름으로>, <블러디 선데이> 등이 있다고 알려 주었단다.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오래 전에 아빠도 본 영화인데, 그 영화가 북아일랜드 독립투쟁을 다룬 영화였구나

….

마지막으로 농업이 소중함을 알고 우리가 평상시에도 가끔은 그 소중함을 알았으면 하는구나.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가 삼시세끼 밥을 먹을 때 잠시 농업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생각하는 어떨까 싶구나. 무위당 장일순 님께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락 한알 속의 우주가 들어 있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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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저는 밥에 대해서 우리가 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밥이 어디서 나오는가. 이 밥을 지키기 위해서 농민들이 어떻게 고생하는가. 하늘과 별과 바람과 비가 땀과 결합해서 종합 예술품으로서 쌀이 나오는 거잖아요. 일찍이 해월 최시형 선생님이 밥 한 그릇을 제대로 알면 만사를 안다 그랬는데, 하나도 과장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걸 압축하고 있는 말이 공양인 거예요. , 하늘과 농부와 별과 바람과 비가 결합해서 하나의 제물이 되어서 나를 모시는구나. 그걸 깨닫는 순간 밥 먹는 시간이 한없이 거룩해집니다. 쌀 한 알 한 알 씹으면 희열이 생깁니다. 나한테 희생되겠다고 온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뭐 쌀 아껴라, 밥풀 함부로 버리지 마라,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겠죠. 자연히 경건해지니까요. 해월 선생은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고 그랬습니다. 만물의 관계는 이천식천이다. 하늘이 하늘을 먹여 살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그분이 말한 하늘은 모든 생명을 말하는 거예요. 하늘의 도움 없이, 하늘의 정기 없이는 어떤 생명도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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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이번 겨울에도 살처분의 칼바람이 농촌에 휘몰아쳤다.

책의 끝 문장 : 더 나은 인간으로 또 인류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정말 옹호한다면, 자신이 서 있는 자리부터 돌아봐야 한다. 지배엘리트의 관점에서 농촌, 산촌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숲과 환경을 지배 대상으로만 보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농촌의 관점, 농민의 관점, 숲의 관점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바라보고, 다시 한번 "자기 지역 에너지는 자기 지역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에너지전환을 앞당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래야 도시와 공장 곳곳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려고 애쓰게 될 것이고, 전기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전환을 앞당기는 방법이다. - P56

농사를 대규모로 짓고 농사짓지 않고 착취하는 수탈계급이 생기면서 인간 문명은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농사를 바라보는 저의 관점은 이중적이 되었습니다. 농업문명은 지주-소작인 계급문명으로 변질되더니 약탈과 전쟁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자급 중신의 ‘농사’문명이 교환 중심의 ‘농업’문명으로 바뀐 건 동력 기계와 자본주의가 출현하면서 결국에는 농업이 산업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서구 제국주의 지식인들과 아류들이 말하는 직선적 역사발전 단계설이란 결국 탐욕과 착취를 무한 추구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쌓아올린 바벨벨탑입니다. 자본주의 근대문명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역사가 종식된 지상천국이 아니라 지옥이지요. 그러니 이제 우리 모두는 모래성을 허물고 흙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 P102

2015년 여름 인권사회학자 조효제 교수는 칼럼 ‘기후변화, 절체절명의 인권’(<한겨레>, 2015년 8월 19일)에서 기후변화를 "가장 심각한 구조적 폭력"이며 "21세기 인권침해의 주범 중 주범이라 확신"한다며, 기후변화가 "인권에 주는 끔찍한 함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불면의 밤을 뒤척여야 정상이 아닐까"라고 물었다. 인권침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설정되는 관계만을 인권문제로 파악하는 기존의 인권담론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시스템적, 구조화된 인권문제는 배제된다는 진단이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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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4-06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에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bookholic 2021-04-07 07:51   좋아요 2 | URL
읽어주셔서 저도 감사드려요~~^^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새파랑 2021-04-06 2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저는 평소에 농업에 대해 잘 몰랐는데 북홀릭님 글보니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bookholic 2021-04-07 07:53   좋아요 3 | URL
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나랏일 하는 분들이...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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