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쇼팽의 <영웅 폴로네즈>.

폴로네즈를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볼로네즈 파스타와 헷갈리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파스타를 푸짐하게 삶아 줄 테다. 폴로네즈란 폴란드 무곡을 뜻하는 말인데 곡의 주선율은 과연 무곡풍이다. 서주부터 춤추는 듯한 선율이 이어져 듣는 이를 들뜨게 한다. 하지만 연주하는 입장에서 이 곡은 그야말로 난곡이다. 화음을 이루는 음표가 건반을 폭넓게 넘나들어 손이 작은 연주자가 치기에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 연속되는 왼손 옥타브 때문에 엄지손가락을 거의 중노동 하듯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차라리 파스타를 삶는 게 훨씬 편하다. 실제로 중간부에 접어든 시점에서 내 손가락은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107)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있지. 건반을 힘주어서 정확히 치고 싶은 나머지 손끝에 체중이 실리도록 의자를 높게 조절하거든. 그런데 건반의 무게는 고작 70그램이야. 지압하듯 센 힘이 필요 없어. 앉은 위치를 낮추면 자연히 등허리가 세워지고 근육을 곧게 펴서 잘못된 자세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단다."


(123)

", 음이 연속해서 나면 드디어 연주의 기본 요소가 갖추어진 셈이야. 기본 요소는 세 가지인데 첫째 리듬, 둘째 음, 그리고 셋째 스타일. 리듬은 작품의 짜임새인 만큼 무조건 정확해야 할 것. 또 연속해서 내되 각각의 끝소리가 다음 소리와 붙어 버리면 안 돼. 리듬이 애매해지거든. 따라서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을 가늠할 필요가 있어.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은 오롯이 음절의 울림을 나타내는 셈이니까, 여기서도 너무 강하게 쳐서 울리지 않게 하는 건 마이너스야."


(234)

영롱한 음 하나에 달빛 한 줄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음이 빛이 되어 마음속에 비쳐 든다. 눈꺼풀이 절로 감기더니 이내 정경이 떠올라 또 한 번 놀랐다. 미사키 씨에 따르면 드뷔시는 음과 영상의 관계를 중시했다고 하던데, 정말이었다. 달빛이 호수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교교한 달빛 아래 한 쌍의 남녀가 한가로이 왈츠를 춘다. 시간마저 느릿느릿 흘러가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 위로 퇴락한 고성이 또렷이 떠오른다. 한 음이 끊어지기 전에 다음 음이 이어진다. 곡이 끝나자 나는 무척 후회했다. 왜 이런 곡을 그동안 허투루 들었을까. 선율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지하게 들으면 이토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곡이었건만.


(271)

"아무리 근사한 옷이라도 취향과 체형에 맞지 않으면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그런 걸 오시키세(주인이 고용인에게 철마다 해 입히는 의복을 뜻하는 말)라고 하죠. 제 지인 중에도 실제로 있는데요, 주변의 기대와 착각 때문에 본래 자신과는 다른 존재로 인식되는 건 비극입니다. 인간은 물이 아니라서 준비된 그릇에 강제로 집어넣으면 뼈가 뒤틀리고 피멍도 생기지요. 그런데도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무리를 거듭합니다. 그건 남의 인생을 사는 빈껍데기 같은 삶입니다. 그 괴로움과 허무함을 생각하니 암담한 기분이 드는군요."


(303-304)

"으음. 하긴 수업이나 레슨에서는 음악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거의 없으니. 다만 그러다 보면 신체와 직감, 기술과 정신이 따로 놀게 돼. 마음에 곡의 이미지가 확립된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재현할 때 지금껏 상상도 하지 못한 운지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 반대로 새로운 움직임이 이미지에 새로운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지. 하지만 양쪽이 동떨어지면 연주는 절로 빈곤해지지. 잘 들으렴. 연주의 기본 요소 중 세 번째가 스타일이라는 건 전에 설명했지? 스타일이란 곡의 건축 형태를 가리켜. 연주자가 어떻게 칠 것인지는 곡이 만들어진 시대와 작곡가의 어법을 연주자가 어떻게 인식하느냐로 결정되지. 그리고 그 인식 방법은 직감과 조예를 통해 길러져. 악보에 기록된 이음줄, 악센트, 스타카토, 강약 등의 지시 기호를 존중한 상태에서 자신의 재능과 교양과 감수성이 그 곡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걸 선택하지.


(342)

쇼팽은 1831년 파리로 향하던 길에 고국인 폴란드 바르샤바가 러시아군에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짓밟힌 고향과 남겨 둔 가족. 이 곡(혁명)은 그때의 실망과 분노를 즉흥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곡 전반에 걸쳐 쇼팽의 분노가 가득 차 있다.

곡은 왼손에서 시작해 낮은 음역부터 음계적으로 진행하고 내림나장조로 바뀐다. 도입부의 거친 화음은 몇 번이나 형태를 바꿔 나타나고 그때마다 흥분이 더해진다. 분노는 가라앉을 줄 모른 채 솟구치기만 한다. 선율을 배경으로 전쟁에 쓰러져 가는 민중과 무너져 가는 건물이 보인다. 권총, 파괴음, 그리고 아비규환. 관객은 모두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나도 두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359)

그것이 피아노였다. 피아노와 하나가 되었을 때 나는 목소리보다 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말보다 더 전달력 있는 말로 이야기한다. 나이, 성별, 국경, 언어와 같은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꿈같았던 마법이 지금은 미사키 씨가 가능성을 끌어올려 준 덕분에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유일한 능력, 허락된 유일한 재산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 내게 남은 건 피아노밖에 없다. 피아니스트로 인정받지 못하면 나는 나조차 아니게 된다. 그래서 매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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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사람의 길 - 上 - 맹자 한글역주 특별보급판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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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읽고 싶어하지만, 능력이 안되어 읽지 못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철학이란다. , 다른 분야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은 것은 아니지만... 철학은 좀 심각하단다. 검정색은 글씨요, 흰색은 종이.. 이 정도란다. 그런데도 읽고 싶단다. 특히 동양 철학에 관한 부분은 관심이 많아서 예전에는 가끔씩 강의도 찾아보고, 책도 읽어 보곤 했단다. 이해는 잘 안 가더라도 말이야. 간혹 촌철살인 같은 글을 만나는 경우가 있어서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가끔 책을 읽었어.

어디선 봤는데, <맹자>가 동양 고전 중에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책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맹자>는 꼭 한 번 읽어봐야 한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늘 관심이 있던 책이긴 했어. 오래 전에 <맹자>를 필사하겠다고 마음 먹은 적도 있는데, 거의 작심삼일이었던 기억도 있구나. 도올 김용옥 님께서 동양 여러 고전들에 대한 강의를 하고 책으로 엮은 것을 알고 있단다. 그래서 <맹자>를 읽게 되면 김용옥 님이 쓰신 맹자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이번에 드디어 큰 마음 먹고 읽어보았단다. <맹자>라는 책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맹자의 삶과 철학에 대한 기록이란다. 그 글의 기록은 맹자와 그의 제자들의 노력으로 엮여졌다고 하는구나. 특히 중국 역사에서 가장 전쟁이 한창이라 전국시대로 불렀던 BC 320년에서 BC305년 사이의 맹자를 그리고 있다고 하는구나.

<맹자>에는 많은 교훈들이 실려 있지만, 왕이 어떻게 나라를 다스려야 하느냐에 대한 내용이 가장 많이 실려 있는 것 같았어. 그래서 맹자 하면 왕도정치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아. 하지만 오늘날에는 왕이 없는 나라가 대부분이잖아. 하지만 그 가르침은 여전하단다. 한 나라의 리더들에게 필요하고, 한 회사의 리더들에게 필요하단다. 아빠도 이 책을 읽으면서 회사의 리더들이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뿐만 아니라 책 전체에 넓게 담겨 있는 주제인 인()과 의()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으로도 좋은 교훈인 것 같단다.

책의 구성은 <맹자>를 번역한 부분, <맹자> 원문. 그리고 도올 김용옥 님의 주관적인 견해가 담긴 설명으로 되어 있단다. 번역도 평범한 번역이 아니었어. 그야말로 날 것 그래도 번역을 해 놓으셨단다. 진짜 구어체로 말이야. 그래서 그나마 읽기 쉬웠단다.


1.

그럼 맹자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맹자는 추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가()라고 하더구나. 세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함께 생활을 했다는구나.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듯이 맹자의 엄마가 교육열이 높았나 보구나. 맹자의 전체 인생은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 볼 수 있으니 아빠는 생략할게. 할 이야기들도 많고 말이야. 전국시대가 지나면 진시황이 중국 대륙을 처음으로 통일하여 진나라를 세우는데, 진시황은 세상의 모든 책들을 불 태우라는 무식한 명령을 내리게 된단다. 몇몇 책들은 제외를 시켰는데, <맹자>도 그런 사태에서 살아남았다고 하는구나. 책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인기가 없었고, 더불어 맹자도 인기 없는 사상가였다는구나. 춘추전국시대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상가들이 출현했으니, 맹자도 그 중에 한 사람에 불과했던 것으로 생각했나 봐. 그런데 양송시대에 한유라는 사람에 의해 <맹자>라는 책이 세상에 소개되어, 이후 많은 사람들이 맹자와 <맹자>를 칭송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북송시대에는 맹자에 대한 찬반논란이 있긴 했지만, 맹자의 철학은 공자의 철학과 함께 오랫동안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된단다.

맹자의 첫 번째는 위나라 양혜왕과 만나 나눈 대화로 이루어져 있단다. 맹자는 책 전체가 대화로 이루어져 있단다. 질문과 대답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면 된단다. 양혜왕과 나눈 첫 번째 대화에 <맹자> 전체의 주제가 나온다고 하루 있어.

하필왈리(何必曰利). 하필이면 왜 이로움을 말하는가. 이 문구들 포함한 첫 문장은 아빠의 학창시절 한문 교과서에도 나왔던 기억이 있구나. ()를 말해야지, 왜 리()를 말하냐고, 양혜왕은 공자에게 한 소리를 들은 것이야. 당시 양혜왕의 나이 80세였다고 하는구나. 지나온 삶은 돌이키면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한 것 같은데, 하필이면 첫 번째 질문이 저거였을까 ㅎㅎ


2.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맹자>는 왕도정치의 교훈들이 많이 담겨 있단다. 가장 우선인 것은 민생질서와 도덕질서가 왕도정치의 핵심이라고 했어.

==================

(116)

민생질서와 도덕질서, 이것이 그의 왕도론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논어>에도 <자로>9에 보면, 공자가 위나라에 당도하였을 때 염유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염유가 참 인구가 많기도 하다고 감탄하니까, 공자는 이들을 풍요롭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위에 또 무엇을 해야 할까요?”하고 물으니까, 공자는 이들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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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 이미 나라의 주인은 왕이 아니고 인간이라고 주장을 하였고, 국가의 기본이 되는 것도 인간, 즉 사람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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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국가의 기본은 인간이며, 인간의 기본은 가족윤리에 있다. 가족윤리는 한 가족의 이해만을 중시하는 편협한 패밀리즘의 이기주의가 아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도덕심을 함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minimal moral unit)를 말하는 것이다. 이 기본이 무시되는 사회는 아무리 외관이 훌륭하다 할지라도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맹자의 입장이다. 가족의 윤리를 통하여 국가의 질서와 윤리를 정립하고자 하는 맹자의 도적주의는 매우 아둔하게 보이지만, 결국 우리가 국가의 기본으로서 생각하는 민중”(프롤레타리아라고 불러도 좋다)의 간절한 소망도 민생이며, 민생의 기본은 한 가정의 안락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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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르침을 여러 왕들과 정치인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에 담겨 있단다. 그 이야기를 교훈으로 삼아 나라를 다르셨다면 훌륭한 왕이 되었을 테고, 그렇지 않다면 그저 그런 왕이 되었을 거야. 맹자가 위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갔을 때, 제나라의 젊은 왕인 제선왕과 이야기를 했는데, 이때도 맹자의 왕도의 가르침은 여전했단다. 제선왕이 맹자의 가르침에 말문이 막혀 딴청을 한 것도 그대로 적혀 있다니 재미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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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다면 또 왕의 군대를 통솔하는 참모장격인 장수가 사졸(士卒)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선왕은 말하였다: “나는 그 장수를 해임시키겠습니다.”

말씀하시었더: “그렇다면 또 국내 사경(四境) 전체의 민생고가 가중되고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말문이 꽉 막힌 왕은 좌우를 둘러보며 딴청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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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왕도정치가 혁명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이유는 왕이 잘못되면 백성들이 그 왕을 갈아엎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래. 이런 맹자의 급진적인 성향으로, 일본에서는 예전에 오랫동안 <맹자>가 금서였다고 하는구나.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내용이라면 회피하는 일본의 성향이, 오늘날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오랜 세월 만들어진 그들의 습성이로구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맹자>는 필독서였다고 하는구나. 그러니 조선시대 왕이 쫓겨나는 일들도 생겼지. 그리고 백성들 무서운 줄 알라는 거지. 현대에 들어와서도 많은 민주화 항쟁과 촛불 시위가, 예로부터 <맹자>를 중요시 했던 이유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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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맹자의 담론에 깔린 전체 논리구조는 이와 같은 것이다. 즉 첫째로 인륜에 의하여 처자식은 남편에게 위탁된 것이다. 따라서 남편은 처자식의 안위에 관하여 상황여하를 불문하고 책임이 있다. 둘째도 마찬가지로 군대의 장군에게는 왕권에 의하여 사졸이 위탁된 것이다. 장군은 상황여하를 불문하고 사졸의 안위에 관하여 책임이 있다. 셋째도 마찬가지이다. 나라와 백성의 안위는 천명에 의하여 왕에게 위탁된 것이다. 나라와 백성의 안위와 복지를 지키지 못하면 최고의 지도자는 혁명되어야 한다.

==================


3.

<맹자>에서 유래된 많은 고사성어들이 있단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여기저기 그런 고사성어들을 만날 수 있단다. 대표적인 것 몇 개만 소개해줄게. 먼저 호연지기(浩然之氣)에 대한 내용이야. 호연지기는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 윤리 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는데, 호연지기라는 그 느낌은 알겠는데, 그걸 말로 설명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더구나. 이 책에서 짧게 나와 있어서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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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말한다: “감히 묻겠나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호연지기란 과연 무엇입니까?”

말씀하신다: “정말 그것은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것의 기()됨이 지대하고 지강하여, 정의감에 의하여 배양되고 사악함에 의하여 상해 받지 않는다면 6척 단신의 기라 할지라도 천지지간(天地之間)에 꽉 들어차는 것이다. 그 기()됨이란 항상 의()와 배합되며 도()와 더불어 하는 것이니, 인간에게 이것이 결여되면 그 인간은 활력이 없어지고 시들어버린 쭉쩡이가 되고 만다. 그러기 때문에 호연지기라는 것은 의로움에 의하여 일상적으로 축적되어 인간 내면에서 온양 배양되는 것이지, 어떤 돌발적인 정의감의 우발적 행동에 의하여 취득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이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을 마음에 돌이켜 볼 때 꺼림직하거나 뒤가 켕기는 구멍이 있으면 그 인간은 결국 시들어버리고 만다. 호연지기가 상실되어 활력이 없는 인간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항상 말하기를 고자(告子)라는 분이 의를 미처 알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다. 그 분은 의를 심외(心外)의 어떤 것으로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의는 외재적 존재일 수 없으며, 인간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하는 행동으로부터는 생겨나지 않는다. 반드시 호연지기를 배양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면서도 그 노력의 결과를 예기(豫期)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의를 배양한다고 하는 큰 목적을 잊어서는 아니 되지만, 빨리 효과를 얻기 위해 조장(助長)하는 짓을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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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맹자의 사단(四端)으로 유명한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도 이번 책에 소개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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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다음에 측은지심측은함이라는 감정을 노출시키는 심적현상일 뿐이다. 측은지심이 곧 인()이라는 덕()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내재화되어 있는 덕의 (), tip”일 뿐이다. 따라서 ()”은 인이라는 덕이 표현된 심적인 현상이므로,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감정에 속하는 것이다. “가슴이 덜컹 하는 측은도 감정이다. 따라서 사단(四端)”은 기()가 아니라 ()”라고 말하는 후대의 논설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사단도 칠정의 선한 형태일 뿐이라고 하는 고봉의 논의는 정당한 것이나 고봉은 애석하게도 퇴계의 논박에 대하여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맹자의 논의를 후대의 심통성정(心統性情)”이라고 하는 분별적 카테고리 속에서 논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주자학적 태제를 가지고 맹자의 웅혼한 융통(融通)의 심()을 성()과 정()으로 갈라 말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오류이다. 맹자에게 있어서는 심() 그것이 곧 성선(性善)의 근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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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자답다는 뜻으로 쓰이는 대장부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도 <맹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라 아빠는 이제서야 알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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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맹자는 이러한 당대의 비극적 정황을 고려하면서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국가의 권력을 뛰어넘는 자래야만 대장부라고 말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권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장부! 죽음으로써 천하의 광거, 천하의 정위, 천하의 대도를 지킬지언정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사나이! 그 사나이의 진정한 용기는 실존 내면의 도덕성에서만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공자도 말했다: “신장은 항상 욕심이 앞서는 사람이니 어찌 그를 강하다 하리오?” 사사로운 욕망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인간은 진정한 용기를 발휘할 수 없다. 공자는 또 말한다: “삼군의 거대병력에 맞서 그 장수를 빼앗을 수는 있다. 그러나 초라한 필부에게서도 그 뜻을 빼앗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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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예전에 <맹자>를 필사하려다가 며칠 못하고 그만두었다고 했잖아. 이번 김용옥 님의 <맹자 사람의 길 上>을 읽고, 그 생각이 문득 다시 나더구나. 하루에 조금이라도 괜찮으니 이 책을 필사해보겠다고 말이야. 시간이 한참 걸리긴 해도, 언젠가는 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 말이야. 하지만 책 읽을 시간도 적고, 너희들에게 도서 편지는 잔뜩 밀려 있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지금 당장은 아니고 아빠가 잘하는 나중으로 미루기 리스트에 넣어두어야겠구나. 오늘은 이만하고 조만간 <맹자 사람의 길 下>도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 <맹자>는 고전이 아니다.

책의 끝 문장 : 군자의 3락 중에 왕천하(王天下)”는 들어있지 않다고 말한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리얼리스트들의 균형감각에 비하면 맹자의 아이디얼리즘은 참으로 무모한 것이다. 맹자는 이들의 패도에 대하여 왕도를 주장한다. 왕도라는 것은 인의(仁義)의 실현이다. 풍전등화와 같은 국운의 쇠미기에, 서바이벌을 위해 합종이냐 연횡이냐를 점쳐야 할 긴박한 시기에, 어느 철인이 나타나 인정(仁政)을 외친다고 생각해봐라! 과연 누가 그 말을 듣겠는가? 맹자는 중국의 동키호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동키호테는 픽션이나 신화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만, 맹자가 돌진하는 세계는 완벽한 논픽션이다. 맹자에게는 모든 아이디얼리즘이 리얼한 현실이다. 그가 신봉하는 이상적 가치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이었다. - P37

자하가 공자에게 여쭌다.: "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이오이까?" 공자는 타이른다. : "속히 성과를 내려고 하지 말라. 작은 이익에 구애되지 말라. 속히 성과를 내려고 하면 전체적으로 통달할 수 없고, 작은 이익에 구애되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 - P76

공자가 "상향"의 발돋움을 한 사람이라면 공생애의 맹자는 철저한 "하향"의 사명감이 있다. 맹자에게 있어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당대 민중의 고초에 대한 열렬한 공감이다. 그의 민중의 삶에 대한 묘사는 <맹자>라는 텍스트에 즉하여 보면 너무도 처참하다. 민중은 일상적 삶 속에서도 뙤약볕, 가뭄, 홍수, 한해, 기근에 시달린다. 이들은 이러한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경작, 제초, 관계 등의 노동에 전력을 다한다. 그러나 이렇게 괴롭게 달성하는 작은 평화도 군주의 학정에 항상 무너지고 만다. - P104

그리고는 결론 짓는다:"술이란 극도에 이르면 어지럽게 마련이요, 즐거움이란 극도에 이르면 슬퍼지게 마련이요. 만사가 모두 이와 같소. 사물이란 극도에 이르면 아니 되는 것이며, 극도에 이르면 곧 쇠한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요." 위왕은 이 말을 들은 후로 밤새 술 마시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곤을 제후의 주객으로 삼았다. 그 후 왕실의 주연에는 항상 곤이 위왕을 곁에서 모셨다. 그러니까 순우곤은 위왕을 도덕적 교훈으로 가르친 것이 아니라 골계로써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 P138

맹자의 정전의 구상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약자보호의 사상이며, 평등주의적 분배의 사상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구상은 하부고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육이라는 상부구조의 도덕질서에까지 평등주의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항산과 항심은 동시적 교육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항산도 교육되어야 하며, 항심도 교육되어야 한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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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5 08: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철학에 완전 취약한데 동양철학은 더 취약한거 같아요 ㅜㅜ 북홀릭님 완전 대단하신거 같아요 👍👍

bookholic 2021-07-15 08:53   좋아요 4 | URL
저도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만 있어요...^^
알라딘 서재 보시다 보면 정말 대단한 하신 분들 많고, 저는 대x리만 단단해요~~
오늘도 아침부터 더운데 시원한 하루 되십시오~~
 














(12)

과학을 해석하려면 과학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발견했는가뿐만 아니라 우리는 왜 그것을 알아내려 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째서 오늘날과 같은 방식으로 과학 지식이 인정되거나 거부되는지 알 수 없으며 어떤 것이 과학이 충족시킬 수 있는 약속이고 어떤 것이 의심해봐야 할 주장인지도 구별할 수 없다.

그런 것들을 질문해야만, 우리는 과학을 이해하기 시작할 수 있다.


(18)

히포크라테스는 눈에 보이는 세계, 질서 잡힌 우주에 의지해 질병을 설명하려 했다. 그가 보기에 질병은 신의 분노로 생기는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자애로운 신의 은혜로 치료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악마에 씐 상태이거나 신성에 씐 상태라고 오래도록 여겨져온 간질도 그가 보기에는 다른 질병보다 더 영적이거나 신성하지 않으며, 그것 또한 자연적인 원인으로 생기는 것일 뿐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사람들이 무지해서 질병을 신의 의지 때문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질병이 신성 때문에 생긴다는 개념은 질병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나 갖는 믿음이라는 것이었다.


(29-30)

여기에 더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진화라는 개념을 가능하게 했다. 플라톤의 세계에서는 변화가 부패이고 이데아에서 멀어지는 것이었으며 덜 효과적이고 덜 발달된 상태로 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서는 자연이 더 완전하게 실현된 종착지를 향해 발달하고 있었다. 오늘날의 진화 개념과 꼭 같지는 않다. 오늘날 알려진 생물학적 진화는 정해진 목적도, 전체적인 설계도 없는 과정인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은 목적론이다. 즉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이 의도적으로 완벽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었다.


(42)

아르키메데스는 당시에 널리 받아들여지던 우주 모델 대신 다른 모델을 사용하기로 했다. 태양이 중심에 있는 모델이었다. 고대에는 우주를 상호 연관된 구체들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비교적 작은 체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는 이 자그마한 우주가 그에게로 별로 도전할 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62)

나는 더 합리적인 궤도의 배열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습니다.

-       코페르니쿠스 <주해>


(86)

우리 시대에는 새로운 사건들과 새로운 관찰들이 있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늘날 살았더라면 이 새로운 사건들과 관찰들을 보고 자신의 견해를 바꾸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천동설과 지동설, 두 체계에 대하여>


(107)

이에 더해, 실험은 반복해서 행해져야 했다. 보일은 나중에 이렇게 언급했다. ‘그 실험들을 매우 조심스럽게 한 번 이상 해보아야 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야 이론적으로든 실용적으로든 상위 구조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한 번의 실험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라.’ 조건이나 물질이 달라지면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여러 번 반복해서 얻은 결과만을 이론의 기반으로 삼아야 했다.


(113)

“(진정한 자연 철학은) 손과 눈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기억을 통해 진전되고 이성에 의해 계속 나아간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손과 눈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자연 철학은 하나의 역량과 기관에서 다음의 역량과 기관으로 계속 돌면서 생명과 힘을 얻는다. 혈액이 손, , , 심장, 머리를 돌면서 인체가 힘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방법을 부지런히 집중해서 따르고 나면 인간의 분별력 안에서 이해되지 못할 것은 없다. … 대화, 주장, 논쟁은 곧 노동으로 바뀔 것이다. 모든 현란한 견해들의 꿈, 보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속성, 명석한 뇌가 고안한 이런 사치품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견고한 역사와 실험과 노동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처음에 인류가 금지된 지식의 열매(선악과)’를 맛보고 타락했듯이, 그들(아담과 이브)의 후예인 우리는 동일한 방법에 의해, 즉 그저 보고 사유하는 것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아직 금지된 적이 없는 자연 지식의 열매를 맛봄으로써 구원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구는 더 이상 감각의 확장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훅이 보기에, 이제 도구는 지식의 열매이자 완벽으로 가는 길이었다.


(145)

이렇게 복잡하고 단절된 지층의 과거를 시간 순서대로 정연하게 읽어낸 것은 자연 철학계에서 약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유럽과 영국 모두에서 광물학자들과 지질학자’(여전히 새로운 용어였다.)들이 저마다 자기 지역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지층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튀비에 자신은 이론을 더 넓게 확장했다. 그는 파리 분지의 여섯 지층이 지구의 소우주라고 결론 내리고 파리 분지에서 발견한 것을 지구 전체의 이론으로 확장했다.


(177)

그리고 과학은 재미난 이야기에 약하다. 라이엘이 말한 길고 점진적인 역사는 딱히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재앙적 사건을 다시 도입한 것은 이 분야에 약간의 이야기(와 멜로드라마)를 불러왔다. 1997년에 앨버레즈는 이 가설을 <티나로사우루스 렉스와 멸망의 운석 구덩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책의 대부분은 앨버레즈와 그의 연구팀을 결론으로 이끌어준 과학적 증거들을 꼼꼼하게 제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1장에는 아마겟돈이라는 제목이 달렸고,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구절이 인용됐으며, 재앙의 모습이 어떤 것이었을지에 대한 묘사가 실렸다(전체 숲에 불이 붙고, 대륙 크기만 한 거대한 산불이 땅 전체를 휩쓸었다. … 숲이 불타는 동안 또 다른 공포가 해안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과학 저술가 킴 짐머가 말했듯이, ‘갑자기 생명의 역사가 어떤 공상 과학 영화보도도 더 영화 같아졌다.’


(196-197)

월리스는 이러한 생각을 원래의 유형에서 무한히 멀어지려는 변종들의 경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짧은 글로 작성해서 편지와 함께 다윈에게 보내면서 이 글을 찰스 라이엘이나 그 밖에 관심 가질 만한 자연사학자들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윈은 깜짝 놀랐다. ‘이 글은 내 이론과 정확히 같은 이론을 담고 있다.’ 편지에 적힌 부탁대로 다윈은 이 글을 라이엘로 보냈다. (‘나는 이보다 더 놀라온 우연의 일치를 보지 못했습니다. … 그게 무엇이건 나의 독창성은 깨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윈 자신의 연구에 대한 간단한 초록도 보냈다. 라이엘과 동료인 조지프 후커(왕립 식물원장이자 다윈의 친구)는 두 글 모두를 린네 학회에서 발표했다(린네 학회는 100년 역사를 가진 자연사 학회다). 1858 8월 월리스와 다윈의 이론이 린네 학회 모음집에 나란히 게재됐다.


(245-246)

하지만 뉴턴의 물리학이 승리했다. 너무나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사실 뉴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잘 작동했다. 뉴턴의 중력 법칙과 운동 법칙들은 천체의 움직임을 놀랄 만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뉴턴은 태양계에서 작용하는 온갖 중력의 힘들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각 천체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데, 각자가 움직이므로 그 영향이 계속해서 달라진다) 그대로 두면 무한히 갈 수 없고 가끔 한 번씩 신이 개입해서 천체들을 섬세한 균형 상태로 되돌리는 초기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그는 이렇게 복잡하기 짝이 없는 체계라면 적어도 최초에 출발시킬 때라도 신의 힘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뉴턴은 1690년대 초에 이렇게 언급했다. ‘행성들이 태양 쪽으로 가게 하는 하강 운동은 중력이 일으킬 수 있지만, 각자의 궤도에서 공전을 하게 하는 수평 운동을 일으키는 데는 신의 팔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서신에서도 이렇게 언급했다. ‘중력이 행성들의 운동을 일으켰을 수는 있겠으나 신의 힘이 없었다면 그 운동을 태양 주위를 운동으로 만들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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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김금숙 지음, 정철훈 원작 / 서해문집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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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부터 눈 여겨보던 책 한 권을 이제서야 읽었단다.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란 책이란다. 우리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소개해주는 책들에 아빠는 관심이 많이 가더구나. 이 책도 그런 책들 중에 하나였어. 이름부터 심상치 않아서 책 소개를 읽어 보았어. 조선이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라니어떻게 그럼 삶을 살 수 있었을까? 궁금하더구나.

이 책은 김금숙 님께서 그린 만화라고 생각했는데, 책 소개에는 그래픽 노블로 소개하고 있단다. 이 책은 정철훈 작가의 원작 소설을 그래픽 노블로 바꾼 것이라고 하는구나.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래픽 노블이 우리들이 좀더 접근하기 쉽고, 그림이 들어 있어서 더 읽기 편하지 않을까 싶었단다. 아무튼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후에 정운현 님이 쓰신 <조선의 딸, 총을 들다>라는 책을 읽었어. 그 책에서도 김알렉산드라를 짧게 소개해 주었단다. 짧게 소개되었지만, 그녀의 강렬한 삶을 알 수 있었고, 더욱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를 읽고 싶더구나. 이제서야 읽게 되었구나.


1.

김알렉산드라의 실제 이름은 알렉산드라 페트로보나 스탄케비치라는 무척 길고 외우기 어려운 이름이란다. 줄여서 쑤라라고 불렀다고 하는구나. 김알렉산드라의 아버지는 표트로 김이었고, 그는 함경도 함흥 출신이었어. 원래 이름은 김두서였어. 구한말 조선의 정세가 어지러울 때, 북쪽 국경을 접한 사람들의 간도나 연해주로 많이 이주를 갔는데, 그 때 김두서도 연해주로 이주를 했다고 하는구나. 그때가 1869년이었어.

연해주로 간 조선인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내곤 했는데, 김두서는 중국어와 러시아어 공부를 해서 농사보다 통역일을 하였고 그렇다 보니 조선인과 현지인 사이의 중재를 하곤 했대. 그 연해주 땅에서 1885년 김알렉산드라가 태어났단다. 엄마는 어린 시절에 죽고 아버지가 알락센드라와 동생들을 길렀어. 범상치 않으신 아버지와 생활하다 보니, 알렉산드라도 사회를 보는 눈이 어린 시절부터 남다르지 않을까 싶구나.

1891년 제정 러시아는 시베리아 철도를 건설하게 되는데, 이 철도의 간선이 동청 철도도 건설하였어. 이 도로는 시베리아 철도에서 분기되어 하얼빈, 다롄까지 이어지는 철도였어. 조선인 노동자들과 중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투입되었는데, 이때 통역으로 아버지가 차출되었고, 알렉산드라도 함께 그곳으로 갔단다. 그때 알렉산드라의 나이는 11살이었어.

그곳에서 통역 일만 한 것은 아니었단다. 조선인 노동자와 중국인 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를 맞거나 허망한 죽음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 그것에 대한 항의도 하곤 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어. 그 때 그곳에서 중국의 의화단이라고 하는 단체가 외세 배척을 하자는 운동인 의화단 사건이 일어났어. 의화단 운동이라고도 하고 의화단의 난이라고도 했단다. 의화단 단원들은 경찰에 쫓겼는데, 이때 알렉산드라의 아버지는 그들을 숨겨주기도 했단다. 진정한 의인이셨구나. 알렉산드라의 큰 버팀목이었던 아버지였는데, 1902년 장티푸스에 걸려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그때 고작 알렉산드라는 18살이었는데 말이야. 심정이 어땠을까.


2.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행히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아세허 역장인 스탄케비치 씨가 보살펴 주셔서 학교도 다닐 수 있었어. 그래서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와서 여성사범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단다. 그때 작가 니콜라이 체르니셉스키라의 책에 빠져 살기도 했다는데,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란다.

블라디보스토트에서 스탄케비치 씨의 아들 마르크와 사귀게 되었어. 어렸을 때도 알고 지내긴 했는데, 마르크가 알렉산드라를 좋아해 왔던 거야. 그들은 그렇게 결혼을 했단다. 이 일은 한인 사회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는구나. 그들이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지만 보통 같은 조선인들과 결혼했으니까 말이야. 둘 사이에 드미트리라는 아들도 생겼어. 하지만 결혼 후에는 마르크는 도박과 술에 빠져 살았고, 남편으로써 아빠로써 점수는 빵점이었단다. 알렉산드라에게 폭력까지 휘두르게 되자 알렉산드라는 이혼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단다. 이혼은 하지 않은 채 따로 살 수밖에 없었어


3.

알렉산드라는 야학 교사를 자원하였고, 이 학교에서 만난 이반이라는 사람의 제안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아버지가 하신 일들을 보고 자랐으니 그런 노동운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어. 그 노동 운동으로 인해 차르 헌병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했지만 말이야. 그들을 피해 눈 덮인 겨울 산으로 도망을 갔다가 정신을 잃기도 했구나. , 그냥 어린 아들과 함께 편히 지내지시대는 의로운 생각을 가진 이들을 가만 두지 않았나 보구나.

의식을 잃은 알렉산드라는 다행히 길을 가던 채행길이라는 사람이 구출해 주었어. 채행길은 함경도 출신이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억울하게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었어. 하지만 채행길은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고알렉산드라는 행길에게 블라디보스토크에 가서 일하고 공부하라고 제안했단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면서 말이야. 동상 걸린 발이 다 나은 알렉산드라는 행길을 설득하여 블라디보스토크로 함께 갔단다. 행길의 착하고 성실한 성품을 지켜 본 알렉산드라는 그를 동생 마리아에 소개해 주었고, 서로 호감을 가진 그들은 결혼하게 되었단다.

마리아도 참 착한 동생으로 알렉산드라가 없는 동안 알렉산드라의 아들 드미트리를 잘 보살펴 주었어. 알렉산드라는 이반, 와실리 신부와 함께 볼셰비키 운동을 했단다. 갈수록 포악해지는 러시아 차르는 강경 대응을 했어. 차르 경찰에 도망가던 알렉산드라는 총상을 입었는데, 와실리 신부가 알렉산드라를 숨겨 준 뒤 부상을 치료해 주기도 했어. 그러다가 둘은 사랑하게 되었고 보리스라는 아들을 낳았단다. 보리스는 전투와 혁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구나.

….

시간이 흐르고, 열차사고가 일어났는데, 그 사고로 많은 노동자들이 죽었대. 그 노동자들 중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있었고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소개해 준 사람이 알렉산드라였어. 알렉산드라는 당시 신한촌민회에서 일하고 있었단다. 유족들은 알렉산드라에게 불만의 소리를 냈단다. 알렉산드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데 말이야.

알렉산드라는 우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형편을 알아보기 위해 우랄산맥의 공업도시인 페름으로 갔어. 그곳에서 알렉산드라는 통역일을 했는데, 각 나라의 극빈 최하층이 지내고 있는 바라크에 배치되었단다. 그곳의 생활은 열악했어. 몸이 상한 사람들이 많았고, 자유는 아예 없었어. 차별 대우는 당연했어. 그래서 무리한 노동 강도와 노동 시간.. 환경도 열악해서 병에 걸린 이도 많았어. 탈출도 못하게 철망이 쳐져 있었어. 감옥과 같은 생활이었지. 그들 중에 사관생도 출신인 이인섭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알렉산드라는 이인섭과 함께 그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공장장에서 이야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어느날 현장감독이 중국인 노동자 장가를 구타해서 죽인 사건이 있었고 이 일로 알렉산드라는 파업을 주도했단다. 1916년이었어. 이 파업 시위를 하다가 밀정에 의해 죽을 뻔한 일도 있었어. 이 일로 레닌의 오른팔인 야코프 미하일드비치 스베르드로프를 만나 러시아 볼셰비키의 임무를 맡게 되었단다. 극동인민위원회를 조직하는 일이었어. 그래서 알렉산드라는 옴스크에서 활동을 시작했어. 페름에서 만난 이인섭 등 20여명의 청년들과 함께 시작했어. 활동의 시작은 공산당 선언 낭독으로 시작했단다. 극동인민위원회은 이인섭이 회장, 안경억이 부회장을 맡았어. 1918 3월 하바롭스크에서 한인망명자대회를 열었는데, 이동휘, 이동녕, 홍범도, 안공근 등 유명한 독립운동가들도 참석을 했어. 하지만, 극동인민위원회는 이동녕과 의견 충돌을 끝내 좁히지 못하고 그 대회를 떠났단다. 한인 사회에도 한인사회당이라는 한인 사회주의 정당이 생겨났어. 이동휘가 의장이었고 와실리 신부가 부의장이었어.


4.

러시아의 상황은 점점 좋지 않았어. 볼셰비키 노동자 군대인 적위군과 왕당파 반혁명군인 백위군의 무력 충돌이 연일 일어났어. 백위군이 하바롭스크를 점령하게 되자, 알렉산드라는 피신을 위해 배를 타고 아무르 강을 따라 가고 있었는데, 선장이 도망가는 일까지 일어났어. 그래서 그만 백위군에게 잡히고 말았단다. 알렉산드라는 사회당을 포기하라고 협박을 받았고, 재판에서도 다시 한번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알렉산드라는 끝내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단다.

어린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좀더 굽힐 수 있었는데, 그의 양심은 용납할 수 없었나 봐. 그냥 위장 전향이라도 하시지이 책을 읽는 아빠가 더 안타깝더구나. 결국 알렉산드라는 총살형을 받고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그때가 1918년니었어. 우리나라 나이로 해봐야 고작 서른네 살이었단다. 너무나 뜨거운 피를 가지고 미래를 사셨던 것 같구나. 이런 생각과 행동은 어떤 동기에서 나오는 것일까? 알렉산드라는 존경할만한 분이지만, 너희들이 이런 삶을 산다고 하면 아빠는 말릴 것 같구나. 물론 정의로운 삶을 사는 것은 맞지만, 어린 아이들과 자신의 삶도 조금은 생각했으면 하지 않나 싶구나. 조금만 융통성이 있어서 삶을 연장했다면, 더 많은 일을 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야. 너무 빨리 삶을 마감하셔서 정말 안타깝단다.

알렉산드라가 돌아가시고 난 후,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하구나


PS:

책의 첫 문장 : 탈영이라니.

책의 끝 문장 : 나는 죽음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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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2 15: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러질 지언정 휘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ㅜㅜ 정말 험난한 인생을 산 알렉산드라의 삶이 이렇게 책으로 조명받아서 다행인거 같아요~!!

bookholic 2021-07-12 19:06   좋아요 1 | URL
네, 고귀한 영혼을 가진 분 같아요... 환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서는 행복한 삶이었길...
 
빙글빙글 우주군
배명훈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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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는 우리나라 작가의 SF 소설을 읽었단다. 우리나라 SF 소설이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힘들 것으로 알고 있단다. 최근에 김초엽 님이 유명한 것 정도그래도 SF 소설을 꾸준히 쓰시는 분들이 있단다. 아빠도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SF 소설들을 여럿 읽어 보기도 했어. 얼마 전에 우연히 우리나라 SF 소설을 한 편 알게 되었단다. 책 표지가 유치 찬란한 만화풍으로 되어 있어서 눈에 띈 책이야. 제목도 빙글빙글 우주군제목만 보면 SF라는 것을 딱 알긴 하겠는데, 빙글빙글이라니…. 책표지도 그렇고아이들용으로 나온 책인가? 싶었어.

아무튼 책 표지 디자인이 독특해서 아빠의 시선을 끌어당겼단다. 책 소개를 읽어보고, 먼저 읽은 이들의 평점을 보고, 지은이 배명훈 님에 대한 소개를 보고 한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읽었단다. 지은이 배명훈 님은 꾸준하게 SF 소설을 쓰시는 분이더구나. 그 동안 몰라 뵈어서 죄송아빠가 읽은 책들 중에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면서 여러 작가들이 옴니버스식으로 쓴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책이 있는데, 배명훈 님도 그 책에 같이 참여했더구나. 아빠는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아무튼 배명훈 님의 글을 읽어 본적은 있다는 것.


1.

SF 소설을 읽다 보면 디스토피아를 다뤄 우울하고 암울한 사회를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소설은 제목과 겉표지에서 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우울할 수가 없는 이야기란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 현황이나 우리나라 회사에 일어날 수 있는 일상들도 함께 그려지고 있어서, 공감이 갔단다.

가까운 미래인지 먼 미래인지 모르겠지만, 지구에는 나라를 초월하여 만든 조직 연합 우주군이란 것이 있었단다. 우리나라에서 그 연합 우주군 산하 한국 우주군이라는 것이 있었고그 한국 우주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였단다. 책장을 열면 그 한국 우주군의 조직도에 대해서 나오고, 소설의 중요 인물에 대한 소개가 나온단다. 소설을 읽다가 어떤 인물에 대해 궁금하면 이 앞부분의 조직도와 인물소개를 읽어보면 도움이 된단다.

지구에 난데없이 두 번째 태양이 나타났단다. 분명 하늘에 떠 있고, 빛을 내고 있었어. 그런데 그 모양이 둥근 모양이 아니라, 어렸을 적 전자 오락에서 볼 수 있는 팩맨의 모양이었어. 팩맨을 모르는 너희들은 팩맨보다는 피자에서 한 조각을 떼어낸 나머지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왜 그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그 태양을 누군가 쏘아 올려 부채처럼 활짝 폈는데, 그 중에 한 부분이 고장이 나서, 다 안 펴진 것으로 추측했어.

그런데 누가? ? 저런 태양을 하늘에 올렸을까? 새로 생긴 태양 때문인지 지구는 더 더웠단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더위가 태양 때문이 아니라 그 동안 계속 문제가 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어. 한국 우주군의 참모총장 구예민은 정보처 소속 엄종현 대위를 불렀어. 그 자리에는 청와대에서도 사람이 나와 있었는데, 그들이 엄종현 대위를 부른 이유는 두 번째 태양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려는 것이었어. 엄종현 대위도 몰랐지누가 알겠는가. 그런데 이상한 지시가 내려왔어. 그 두 번째 태양 팩맨을 향해 무엇이든 쏘아 올리라고 했어.. 그것이 팩맨까지 도착하지 않는 것을 알고, 그것의 비합리성을 알고 있었지만, 그야말로 쏘라면 쏴야지전형적인 우리나라 회사의 특징이었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쏘라고 해서 쏘긴 했는데, 여전히 하늘에는 태양이 두 개. 그 팩맨이 그대로 떠 있었어.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2.

우주군 내부에 친한 사람들이 있었어. , 그건 어느 조직에서도 마찬가지겠지. 끼리끼리 모인다고 해야 하나? 우주군에도 그런 끼리끼리가 있었어. 감찰실장은 박수진 소령이라는 사람이 있고, 우주군의 에이스라는 별명이 붙은 한섬민 중사. 파견 나온 임정규 대위우주군의 기상대 예보관으로 유쾌발랄한 아가씨 서가은.. 우주관 본부의 행성관리단 소속의 서기관 김은경. 아이들 그룹 출신으로 자신이 자원해서 우주군에서 군 복무 중인 이자운.

임정규 대위에게 황선이라는 사람이 귀순하려고 한다는 정보가 입수가 되었어. 황선이라는 사람은 화성에서 반란 혐의로 쫓기고 있던 사람이란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하는 화성은 지구 다음 행성, 그 화성 맞아. 아무래서 SF 소설이다 보니, 그 정도 스케일은 있어야겠지. 화성에서 반란 도모하는 사건이 얼마 전에 있었고, 그것을 이종로 화성정무관이 진압을 했다고 했어. 그는 냉정하면서도 잔인한 사람으로 유명했어. 화성 반란을 도모한 사람들을 모두 처형에 처했거든. 그런 일들로 인해 그는 화성총독이라고 불렀어.

그런데 그 이종로가 화성에서 지구로 귀환했단다. 화성에서 일인자로 군림하던 사람이 굳이 지구로…. 그리고 그가 온 곳은 우주군이었어. 그를 반기는 이도 별로 없었어. 그가 우주군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성격이 냉정하고 잔인한 만큼, 그가 온 우주군의 공기가 차갑게 바뀌어갔고 우주군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어. 한 가지 사실은 좋은 의도로 온 것은 아니라는 것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가 이 소설의 거의 유일한 빌런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남아 있단다. 아빠가 그 뒷이야기를 자세히 쓰지 못하는 것은, 이 책을 읽은 지 시간이 좀 지났더니, 자세한 내용이 생각이 나질 않아섣불리 썼다가 잘못된 스토리로 이야기해줄 것 같아. 다시 읽기도 그렇고, 그냥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걸로ㅜㅜ 핵심은 이종로 그 사람이 나쁜 음모를 꾸미고 있었는데, 아빠가 이야기했던 위의 중요 인물들이 합심해서 그 음모를 밝혀냈다는 것

….

이 소설은 참 유쾌했단다. 큰 줄기의 스토리 라인이 있지만, 그 이외에 작은 에피소드들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이 많았어. 연애사실발생 보고서라든가, 김은경이 15년 전 애인이 준 집채만한 큰 곰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던가, 김은경과 박수진이 건물 옥상에 자주 마주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던가 말이야. 아참, 김은경이 15년 전 사랑했었던 이가 이종로였다는 것이 아주 약간은 충격적이었지만 말이야. 그런 남자와 헤어졌던 것은 다행이었던 걸로

아무튼,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유쾌하면서 티격태격하는 SF 소설 한 편 잘 읽었다. 배명훈 님의 다른 소설들도 관심 가져봐야겠구나. 이상.


PS:

책의 첫 문장 : 한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지만, 그해 여름 하늘에는 태양이 두 개였다.

책의 끝 문장 : 빙글빙글 돌아가는 인류의 최선전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한결같이 굳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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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0 1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표지 부터 호기심이 화악!

한국 우주군과 관련된 일이니
진정 한국産 SF이네요
앞으로 미래세대는 우주군복무를 하게 될지 ^ㅎ^

bookholic 2021-07-11 09:27   좋아요 1 | URL
표지 디자인을 잘 한 것 같아요~~^^
우주군 복무할 수 있는 미래까지 올 수 있도록 지구가 버텨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