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혼란 - 지성 세계를 향한 열망, 제어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서정일 옮김 / 녹색광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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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읽었단다. 평론가로 많은 활동을 했던 슈테판 츠바이크는 소설도 많이 썼더구나. 아빠가 즐겨 찾는 북플이라는 알라딘 책 관련 SNS에 슈테판 츠바이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소개해 준 책들 중에 하나 <감정의 혼란>이란 소설을 읽었단다. 나중에 그의 다른 소설들도 좀 찾아봐서 읽어봐야겠구나. 그 동안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는데, 이번 <감정의 혼란>에 지은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어. 아내와 함께 자살을 하셨더구나. 왜 그랬을까. 이 책에 그의 유서가 실려 있는데, 유서를 봐도 그 이유를 아빠는 잘 이해를 못하고, 그의 작품들이 그의 유서와 함께 중단되었다는 사실에 안타깝더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더 많은 작품들을 남겨주셨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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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나의 자유로운 의지와 명료한 정신으로 삶으로부터 이별하기 전에, 나의 마지막 의무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나와 나의 창작 활동에 이렇게 훌륭하고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 준 아름다운 나라, 브라질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나는 매일 이 나라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언어의 세계가 몰락했고 나의 정신적 고향인 유럽이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걸은 이후, 나의 삶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데 이 나라 이외에 다른 곳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60년이 넘는 삶을 살다보니 다시 한 번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정신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고향을 잃고 떠돌다보니 나의 정신력은 완전히 소진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적절한 때에 그리고 당당한 자세로 삶을 마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나의 삶에서 정신적인 활동은 언제나 가장 순수한 기쁨이었으며 개인의 자유야말로 이 땅에서 가장 고귀한 재산이었습니다.

나의 모든 친구들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바라건대 그대들은 이 긴 밤이 지나면 떠오를 아침노을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너무 성급한 이 사람은 여러분보다 먼저 떠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

페트로폴리스, 브라질 1942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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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럼, 소설 <감정의 혼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꾸나. 롤란트란 노학자가 가족들에도 숨기고 있던, 오늘날 자신의 위치에 오게 하는데 큰 영향을 준 젊은 시절의 한 교수와 인연을 이야기해주는 그런 소설이란다.

롤란트가 19살일 때 베를린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 나이 때 대부분 그렇듯이 롤란트도 방탕하고 게으른 생활을 하고 학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어. 어느 날, 자취방으로 들이닥친 아버지. 아버지는 화를 참고, 롤란트에게 독일 중부 지방의 다른 학교를 추천해 주었어. 롤란트는 베를린에 미련이 없어서 그러겠다고 하고 독일 중부 지방의 작은 대학으로 전학을 갔단다. 도착해서 처음 우연히 들은 영문학 수업. 어떤 교수의 열정 넘치는 셰익스피어 강의에 롤란트는 영혼이 빨려 드는 듯했어. 그야말로 감동을 제대로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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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5)

우리는 언제나 모든 현상, 모든 인간을 그 불꽃의 형태로만, 정열을 통해서만 인식할 뿐입니다. 모든 정신은 피 속에서 끓어오르고, 모든 사상은 정열에서, 모든 정열은 영적인 감동에서 솟아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셰익스피어와 그 시대 사람들에게 먼저 눈길을 돌려야 합니다. 여러분들을 진실로 젊게 만들어 줄 셰익스피어를 말입니다! 먼저 감동하고, 그 다음에 공부하시오! 언어를 공부하기 전에 먼저, 가장 찬란한 세계의 교과서인 그 사람, 그 고귀한 그 사람, 최고의 인물인 셰익스피어에 대해 연구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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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그 교수님을 찾아갔단다. 그 교수님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되어 그냥 교수님이라고 할게. 롤란트 교수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하였고, 그런 롤란트를 잘 본 교수님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주택의 하숙집까지 소개해 주었어. 그렇게 롤란트와 교수님은 인연이 시작되었단다. 첫 인상에 감동을 준 교수님이었지만, 그 교수님은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어. 음성학 강의를 할 때는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수업을 하셔서 같은 사람인가 싶다가도 다시 영문학 강의를 하게 되면 그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단다. 그리고 다른 교수님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고 주로 혼자 공부를 했어. 아름답고 젊은 아내가 있었지만, 아내와 사이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어. 괴짜다운 모습도 보였는데, 기분의 기복이 엄청 심했고, 어느 날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한참 후에 나타나기도 했어.

롤란트는 교수님과 만난 이후에는 저녁 6시마다 매일 같이 교수와 만나 공부를 하고 토론을 했단다. 2주 동안 주말도 없이 쉬지 않고 공부를 하고 나서 교수님의 제안으로 하루 쉬기로 했어. 롤란트는 주변에 호수인가 강가인지 수영하러 갔다가 한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되어 수작을 부렸는데, 알고 보니 교수님의 아내분이어서 무척 당황하고 창피하고 이젠 교수님을 어떻게 보나, 이런 생각을 했단다. 그런데 교수님의 아내분은 교수님한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오히려 그 만남 이후 롤란트가 힘든 일이 있으면 위로해 주고 보살펴 주시고 했단다.


2.

교수님은 글이 안 써질 때는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분의 기복이 장난 아니었거든. 그럴 때 롤란트가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해 주었는데, 그게 마음에 들었나봐. 다시 글이 잘 써지게 되었어. 그래서 글쓰기 작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단다. 하지만, 교수님의 기분이 좋았나 나빴다 하다 보니, 롤란트는 힘들어했어. 교수님의 아내분은 그런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했고, 롤란트를 공감해주면서 위로해 주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교수님이 또 연락도 없이 사라졌단다. 한 번 사라지면 언제 돌아올지도 몰랐어. 기분 전환이라도 한다면 롤란트는 교수님의 아내분과 소풍을 갔어. 수영도 즐기고그런데 결국 롤란트와 교수님의 아내분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단다. 순간의 분위기와 감정에 이끌린 행동이었지만, 그 이후 롤란트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그 집을 떠나려고 했단다. 그런데 그때 교수님이 예고도 없이 돌아왔어. 이를 어쩌나. 안 계실 때 몰래 떠나려고 했는데교수님은 떠나려는 롤란트를 잡고, 떠나더라도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라며 저녁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단다.

그리고 그날 저녁, 교수님은 자신의 아내와 썸씽이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 챘어. 하지만 상관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어. 그러면서 자신도 롤란트를 사랑한다는 폭탄발언을 했단다. 교수님은 동성애자였던 거야동성애자라고 하면 오늘날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옛날에는 얼마나 심했겠니.. 자신은 그런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그런 감정을 숨기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교수님은 홀란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었어. 그 교수님은 어렸을 때부터 이중생활을 했어. 낮에는 평범한 학자로 살았고, 밤에는 어둠 진 클럽을 찾아 다니면서 욕구를 해결한 거야. 교수님이 되어서도 낮에는 학생들과 열정적인 수업을 하고, 밤에는 클럽에 가고그런데 그런 학생들 중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학생들이 있을 때는 참아내야 했어다행인지 불행인지 친척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했고, 그 결혼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데 좋은 장치였지.

그러던 어느날 롤란트가 자신을 찾아왔고, 교수님은 롤란트에게 푹 빠져 버린 것이란다. 곁에 있으면서 마음껏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했어. 그러니 그렇게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것이고, 그 괴로움을 잊고자 가끔씩 집을 떠나기도 한 것이었어. 이 모든 것을 롤란트에게 이야기했단다. 롤란트는 이 이야기를 모두 듣고, 매몰차게 내칠 수만은 없었던 것 같아. 그때 휘몰아치는 감정의 혼란을 롤란트도 느꼈을 테고교수님이 원하는 작별 키스를 해주었단다. 그 순간에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

그 때 헤어진 이후로 교수님과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어. 하지만 당시 교수님과 만남은 자신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교수님의 학자로서의 열정은 자신의 삶의 등대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지.. 롤란트는 평범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아왔지만, 젊은 날 한때 자신을 사랑했던 교수님과 추억이 늘 한 켠에 자리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나의 학생들과 동료 교수님들, 여러분께서 내게 호의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책의 끝 문장: 그를 알기 전의 내 부모님과 그를 알고 난 후의 내 아내와 아이들, 그 누구에 대해서도 그보다 더 고마워하지도, 더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 도시와 충동적 젊은이였던 나, 이 두 존재, 즉 우리는 흡사 불안과 초초함의 동력 발전기처럼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때처럼 그렇게 베를린을 이해하고 사랑한 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 도시는 높이 웅비하면서도 따사롭기 그지없는, 인간을 위한 달콤한 안식처와 같아서 내 몸 속에 있는 모든 세포가 갑작스럽게 확장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초조한 청춘들의 강렬함은 뜨겁고 풍만한 여인의 떨리는 품속과도 같은 베를린, 힘이 솟구쳐 오르는 이 도시 속에서 비로소 격렬하게 터져 나왔습니다. - P23

조용히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들어온 그는 그저 지치고 나이든 남자일 뿐이었습니다. 반짝반짝 비치던 눈의 초점은 사라지고, 맨 첫 줄 의자에 앉아 있던 내 눈에 비친 그는 푹 패인 주름살과 얼굴에 퍼진 상처들로 거의 환자처럼 생기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상처 자국이 있는 그의 얼굴은 움푹 파였고, 푸르스름한 그늘이 늘어진 회색 뺨에 흘러내리는 듯 했습니다. 책을 읽어 내려가던 그의 눈 위로 눈꺼풀 그림자가 드리웠으며, 창백하고 얇은 입술에서도 청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청아함, 저절로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 넘치는 활력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낯설게 느껴지는 목소리는 흡사 재미없는 문법 강의처럼 단조로웠고, 피로에 지친 발걸음으로 바짝 말라 딱딱해진 모래를 지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불안이 엄습했습니다. - P55

고귀한 남성의 우울은 늘 젊은이의 정신을 강하게 붙드는 법입니다. 자신의 심연 아래를 응시하는 미켈란젤로의 사상과 처절하게 내면을 향해 꾹 다문 베토벤의 입, 이렇듯 세계 고뇌를 가린 비극적인 가면들은 모차르트의 은빛 멜로디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물 주위에 밝게 퍼지는 빛보다 더 강력하게 청년을 감동시킵니다. 사실, 청춘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아름다움을 꾸밀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청춘의 힘은 활력이 지나치게 넘쳐흘러서 비극적인 것으로 치닫기도 하고,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피를 달콤하게 흠뻑 빨아들이기까지 합니다. 또, 그런 이유로 정신적 고뇌 속에서도 청춘은 위험을 받아들이고 형제 같은 마음으로 내민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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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8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드디어 이 책 읽으셨군요. 곧 <초조한 마음>도 읽으시겠네요. 다른 분들하고 다르게 저는 초조한 마음 보다는 이책 <감정의 혼란>이 더 좋더라구요^^

북홀릭님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책도 많이 읽으세요 😄

bookholic 2021-09-18 18:59   좋아요 3 | URL
초조한 마음은 제가 좀 초조해지면 읽어보겠습니다~~^^
새파랑 님도 책과 미소와 음식과 여유와 음악이 함께하는 한가위 되시길...

mini74 2021-09-18 10: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교수와 교수아내 등 감정이입돼서 무지 함들게 읽은 기억이 ㅠㅠ 참 좋지요 *^^*

bookholic 2021-09-18 19:00   좋아요 3 | URL
저는 주로 주인공의 감정이입을 하는데요.. 롤란트 입장도 계속 불편했어요.^^

청아 2021-09-18 1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차대전으로 유럽이 무너지자 충격때문에 우울증이 심하게 왔었나봐요. 전쟁이 끝난걸 봤으면 좋았을텐데..츠바이크의 아버지도 유대인이셨다고 하고요. 츠바이크는 1.2차대전을 다 겪으며 이곳저곳 망명하다가 독일이 승승장구하던 때에 유럽 상황을 절망적으로 본 듯 합니다.
다시는 고향땅을 밟지 못할거라 생각했을것도 같고요.ㅠㅇㅠ

bookholic 2021-09-18 19:01   좋아요 2 | URL
아, 그랬군요... 아무튼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없어져야 할 1순위입니다..
2순위는 코로나...ㅠㅠ
 
다산의 마지막 습관 -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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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도 아빠가 몇 번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위인 중에 한 명이 정약용이란다. 가끔씩 정약용이 쓴 책이나 정약용을 쓴 책을 읽곤 하지. 이 책은 출간 당시에 엄마가 아빠한테 알려 준 책이야. 정약용에 관한 책이 새로 출간되어 알려준 것 같은데, 지은이도 처음 보는 분이고 해서, 크게 관심은 갖지 않았어. 그러다가 얼마 전에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이 책이 있어서 그냥정약용이니까, 집어 들었단다.

이 책은 조윤제라는 분의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두 번째 책이더구나. 예전에 <다산의 마지막 공부>란 책이 출간되었고, 그리고 두 번째 출간한 책이 아빠가 이번에 읽은 <다산의 마지막 습관>이란다. 책의 부제로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라고 책 앞 표지에 적혀 있었어. 가끔 책의 제목이 절반을 먹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도 이미 부제로 주제를 다 정해 놓은 것 같구나. 정약용이 남긴 글들 중에서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내용과 관련된 글들을 발췌하고, 그것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이 남겨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단다.

책을 읽고 난 아빠의 생각은 새로운 것이 없었다라고 할 것 같아. 아빠가 정약용이 쓴 책들과 정약용을 쓴 책들을 예전부터 여럿 읽어 왔지만, 기억력이 좋질 않아서 그의 글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은 별로 없어서, 이 책에서 발췌한 정약용의 글들도 새롭게 읽어지면서 역시 정약용이네, 이러면서 책을 읽었단다. 그리고 아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글들도 있어서, 다시 한번 마음에 더 새길 수 있었어 좋았어. 하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감흥을 줄 수 있는 글들이 없었어. 물론 지은이 조윤제 님이 발췌한 정약용의 글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들이 많았지만, 정작 지은이 조윤제 님이 생각을 글로 적은 것 중에는 무릎을 딱 치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한 글들은 보이지 않더구나. 약간은 무미건조한 듯 하면서, 전형적인 설명이 이어졌단다. 조리 있게 잘 말하면서 잘 실천하라는 듯한 글들이었어. 인문학으로 시작해서, 자기계발서로 끝나는 듯한 느낌. 물론 사람마다 읽는 책의 취향이 달라.

아빠는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자기계발서는 거의 읽지를 않아. 아빠한테 잔소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어차피 아빠가 실천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계발서는 예전부터 별로더라구. 그런데 이 책이 딱 그런 스타일의 문장들로 이어졌어. 그래서 아빠한테는 별로였단다.

챕터 하나하나 끝날 때에는 굵고 큰 글씨로 두어줄 요약해서 적어 두었는데, 굳이 그렇게 한 이유도 잘 모르겠더라.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그것들만 쭉 읽으라는 친절하게 적어 주신 것인가, 싶기도 하고그리고 한 가지만 더책 중간 중간에 사진들이 페이지 전체에 걸쳐 삽입되어 있어. 사진이 주로 자연 풍경들 담은 사진들이 대부분인데, 아빠의 감각이 떨어져서 그런지 그 사진들이 왜 거기에 삽입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그 사진들 앞뒤의 글들을 봐도, 그 사진들과 어울리는 글들인지 잘 모르겠고 말이야.

, 뭐랄까. 잘 편집된 고전 발췌록이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덮었단다.


1.

아참, 이 책에 실린, 정약용의 글들 중에서, 아빠가 처음 보거나 처음 보는 것 같은 글들을 몇 편 발췌했는데, 그 중에 몇 문장 소개하는 것으로 짧게 독서 편지를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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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개인의 수양은 물론 세상의 화평을 위해서도 음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덧붙여 음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다산은 또 이렇게 말했다.

음악이 사라지니 형벌이 가중되고, 전쟁이 자주 일어났으며, 원망이 일어났고, 사기(詐欺)가 성행하게 되었다. 일곱 가지 감정(희로애락애오욕) 가운데 그 일어나기 쉬워도 제어하기 어려운 것이 분노다. 답답하고 우울한 사람은 마음이 화평하지 못하고, 분노와 원한이 있는 사람은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형벌을 써서 기분을 통쾌하게 하면 일시적으로 풀릴 수 있겠지만, 음악을 듣고 화평해지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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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다산은 책을 접할 때 단순히 많이만 읽는 다독이 아닌 초서(抄書)를 강조했다. ‘초서란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직접 기록하며 책을 읽는 것이다. 당연히 느릴 수밖에 없다. 아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다산은 초서를 이렇게 설명하며 권했다.

학문의 요령에 대해 전에 말했거늘, 네가 필시 이를 잊는 게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초서의 효과를 의심해 이 같은 질문을 한다는 말이야? 한 권의 책을 얻더라도 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뽑아 기록해 모으고, 그렇지 않은 것은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비록 백 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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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오늘날 지식 공부만 강조하는 세태에서 반드시 새겨야 할 지점이다. <악기>에 실려 있는 글이 상세하게 그 이유를 밝혀준다.

예와 악은 잠시라도 몸에서 떠날 수 없다. 음악을 이뤄서 마음을 다스리면 조화롭고 곧고 자애롭고 신실한 마음이 솟아난다. 조화롭고 곧고 자애롭고 신실한 마음이 생겨나면 즐겁고, 즐거우면 편안하고, 편안하면 오래가고, 오래가면 그것이 곧 하늘이고, 하늘이면 신령스럽다. 하늘은 말을 하지 않아도 신실하고, 신실하면 노하지 않아도 위엄이 있다. 음악을 이룸으로써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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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점차 하던 일을 거둬들여 마음 다스림(치심 治心) 공부에 힘을 쏟고자 합니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음으로 몸을 다스리지만 반대로 몸을 바로잡음으로써 마음을 잡을 수도 있다. 다산은 이것을 분명히 알았다. 다산은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몸을 바로잡았고, 몸이 흐트러질 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며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 일생의 꿈을 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마음을 다잡고 몸을 바로잡는 수신을 이룰 때 꾸준하게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도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간다면 이윽고 품었던 꿈도 이룰 수 있다. - P28

또 한 가지 다산의 가르침은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공부를 쉬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역시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산은 이렇게 가르쳤다. "이제 너희들은 폐족(무거운 죄를 지어 출셋길이 막힌 집안)이다. 그러므로 더욱 잘 처신해 본래보다 훌륭하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기특하고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폐족으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밖에 없다. 독서는 사람에게 가장 깨끗하고 중요한 일일뿐더러, 호사스러운 집안 자체는 그 맛을 알 수 없고, 시골에 자제들은 그 오묘한 이치를 알 수 없다. 반드시 어려서부터 듣고 본 바가 있고, 너희들처럼 중간에 재난을 겪어본 젊은이들이 진정한 독서를 할 수 있다. 그들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뜻도 모르면서 그냥 글자만 읽어 내려가는 것은 진정한 독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38

다산은 이렇게 가르친다.
"문장이란 무엇일까? 학식이 안으로 쌓여 그 아름다움과 멋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몸에 윤기가 흐르고, 술을 마시면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 어찌 갑자기 이룰 수 있겠는가? 중화의 덕으로 마음을 기르고, 효우의 행실로 성품을 닦어, 공경함으로 지니고, 성실로 일관하되, 변함없이 노력해야 한다. 사서(四書)로 몸을 채우고, 육경(六經)으로 식견을 넓히며, 사서(史書)로 고금의 변화에 통달해야 한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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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5 07: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이 가장 좋아하는 위인이시군요~!! 책의 구성과 내용이 다소 아쉬우셨나 봅니다 ㅜㅜ
저도 자기개발서는 아예 안읽는데 😅

bookholic 2021-09-16 08:19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도 자기개발서를 싫어하실 줄 알았어요~~^^
우리에겐 읽을 흥미진진한 소설책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ㅎㅎ

scott 2021-09-15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산 정약용을 가장 좋아해서 관련된 저서 학술서 열독 했지만
다산의 문장은 읽어도 읽어도 배움의 깊이가 우물 같아서
진정한 지식인, 방대한 인간 백과 사전이라고 생각 합니다 ^ㅅ^

bookholic 2021-09-16 08:21   좋아요 2 | URL
정약용에 관한 저서 학술서를 열독하셨다니, 제가 좋아하는 정도의 깊이가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정약용을 좋아하지만, 정약용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 하겠습니다..^^

서니데이 2021-09-17 2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bookholic 2021-09-18 02:4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늘 인사 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넉넉하고 행복한 한가위 명절 되세요~~
 
0시를 향하여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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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올 여름은 정말 더웠지. 에어컨이 없다면 이 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 싶구나. 그런데 그 더위를 견디기 위해 켜 놓은 에어컨이 내년 여름을 더 덥게 만들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하구나. 이 악순환. 아빠가 어렸을 때는 에어컨이 없었어. 여름방학 한창 더울 때(그래 봐야 지금보다는 덜 덥고, 기간도 짧았지만…) 집이 만든 그늘 아래 의자나 돗자리 깔아 놓고 불어오는 바람에 친구들과 장기도 두고, 혼자 있을 때는 책도 보고 그런 때가 생각이 나는구나.

여름에는 추리소설이 어울린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사촌 형 집에서 빌려온 코난 도일 문고판을 읽곤 했어. 아빠가 어렸을 때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는데, 그 코난 도일 문고판들을 읽고 책이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 그러면서 추리 소설에 매력에 빠졌지. 중딩 때인가 학교 도서관에서 애거사 크리스티의 책을 처음 보고 또 한번 재미에 빠졌었어. 학교 도서관 시설이 좋지 않아 책이 많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주인공 포와로의 활약어른이 되어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이후에도 아빠는 추리 소설을 즐겨 읽었단다. 주로 최근에 출간된 소설들이고, 옛 고전 추리 소설은 많이 읽지는 않았어. 작년에 오랜만에 애거사 크리스티의 책을 읽고 앞으로도 가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지난 여름 한참 더울 때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책장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빼 들었단다. 그래, 더운 여름에는 추리 소설이지라는 근거 없는 생각과 함께 말이야. 아빠가 게을러서 무더위가 다 지나가고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면서 너희들에게 이제서야 이야기를 해주는구나.

1.

제목은 <0시를 향하여>. 이 책의 주인공도 당연히 포와로인줄 알았어. 그런데 책 중반을 넘어서도 포와로가 나오지 않았어. 아빠는 등장인물 중에 짜잔 하면서 다른 사람으로 변장한 포와로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런 반전은 없더구나. 수사를 맡은 총경이 포와로라면 이렇게 했을 거야 라는 식으로 등장한 것이 전부였단다. 포와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소설은 무척 재미있었단다. 역시 애거사 크리스티로구나.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가 전에 몇몇 인물들에 대한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굳이 너희들한테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나중에 등장할 때 도움이 될까 싶어 그냥 이야기해줄게. 트레브스는 여든을 앞둔 은퇴한 변호사란다. 가끔씩 법조인들과 모여서 어떤 사건에 대한 심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 앵거스 맥휘터는 좌절감에 빠진 젊은이로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어. 배틀 총경은 열여섯 살 막내 딸 실비아가 학교에서 도난 사건의 범인이라고 해서 학교에 불려갔어. 그런데 실비아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없고, 학교 교장 선생님이 심리 검사를 통해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배틀 총경은 자신의 딸을 믿었어.

..

, 이제 본격적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네빌. 유명한 테니스 선수. 오랫동안 같이 했던 오드리와 이혼하고, 케이라는 여자와 결혼했어. 케이는 젊고 부자였단다. 그런데 케이는 의심 많고 질투 많은 그런 여자였어. 네빌이 오드리와 이혼했지만 여전히 둘의 관계를 의심하고 그랬어. 그럴 거면 왜 네빌과 결혼을 했을까. 네빌과 케이는 여름 휴가로 먼 친척인 트레실리안 부인의 집에서 머물기로 했단다. 네빌이 오랫동안 트레실리안 부인으로부터 후원을 받아서 트레실리안의 초대에 응하기로 했어. 아내 케이에게도 물론 동의를 얻었지. 그런데 거기에 오드리도 같은 기간에 머물기로 했다는 거야. 오드리도 트레실리안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였거든. 그리고 트레실리안의 집에 오드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트레실리안의 친척들과 지인들 등 많은 사람들이 머물렀어. 속 좁게 오드리 때문에 못 간다고 하기 그래서 네빌과 케이도 가기로 했어. 하지만 그곳에 온 사람들이 네빌과 케이와 오드리의 관계를 다 알고 있으니 앞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뒤에서는 이러쿵저러쿵. 그런데 네빌과 케이와 오드리 셋 관계도 불안불안했어.

오드리는 이젠 네빌 부부와 친구로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네빌은 케이와 결혼을 후회하는 듯하며 다시 오드리와 재결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이런 분위기를 알아챈 케이는 불쾌해했고 말이야. 네빌은 그럴 거면 왜 이혼한 거야.

2.

트레실리안에 초대되었다가 자신이 묵던 호텔로 돌아간 트레브스가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은퇴한 나이 많은 그 변호사처음에는 그저 돌연사인 줄 알았는데, 호텔의 엘리베이터는 고장도 나지 않았는데, 고장 팻말이 세워져 있었고, 그로 인해 심장병이 있는 트레브스가 계단을 오르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그가 심장마비가 걸리지 않고 계단을 잘 오를 수도 있었겠지만, 누군가가 일부러 심장마비가 걸릴 확률을 높이게 했다는 것그가 다음 일어나는 사건들에서 진범을 찾아낼 수 있어 미리 죽였다는 것이 후에 밝혀진단다.

그가 죽고 나서 얼마 뒤 트레실리안 부인이 무엇인가에 맞아서 머리 왼쪽이 함몰되는 상처를 입고 죽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어. 그곳에서는 피 묻은 골프채가 놓여있었어. 보통 트레실리안 부인은 하녀 배레트의 보살핌을 받는데 하필 그날 하녀 배레트는 잠에 빠져 있었어. 배레트가 먹는 차에 누군가 수면제를 넣어 타 놓았던 거야.

초반부에 이야기했던 배틀 총경과 그의 조카이자 총감인 짐 리치가 함께 수사를 하기 시작했어.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단순한 사건이었어. 옆에 떨어진 골프채에는 네빌의 지문이 묻어 있었고, 네빌의 방에서 발견된 감색 양복에는 피가 묻어 있었어. 누가 봐도 네빌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전날 네빌과 트레실리안이 말다툼까지 있었거든. 그러나 네빌은 완벽해 보이는 알리바이가 있었어. 네빌은 트레실리안 부인과 말다툼을 하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서 테드라는 사람과 술 먹고 당구 치고 새벽 2 30분이 되어서야 돌아왔어. 사건 추정 시간은 네빌이 호텔에 머물고 있던 11시에서 12시 정도였고그리고 자신이 죽였다면 증거물들을 너무 어설프게 그냥 두었다는 것도 이상하고누군가 네빌이 죽인 것처럼 꾸미려고 한 것 같았어. 그럼, 누가?

수사를 하면서 새로운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증거들은 범인을 오드리로 몰고 있었단다. 오드리의 피 묻은 손장갑이 발견되고, 감색 양복에 오드리의 머리카락과 화장품이 발견되었어. 누가 봐도 오드리가 범인처럼 보였어. 네빌과 케이의 결혼에 대한 일종의 복수라고 할까. 트레실리안 부인에 대한 원한은 직접적으로 없지만, 네빌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한 작전모든 증거들도 이런 시나리오에 딱 들어 맞았단다.

잠깐, 네빌과 오드리가 왜 헤어졌는지 잠시 이야기해야겠구나. 대외적으로 네빌이 오드리를 가멸차게 차 버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정은 좀 달랐다고 하는구나. 오드리가 에이드리언이라는 사람과 사랑에 빠져서 헤어진 거야. 그러니까 오드리가 네빌을 찬 것으로 볼 수 있지. 하지만, 네빌은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서, 자신이 오드리를 찼다고 이야기하고 다닌 거였어. 그런데 오드리와 에이드리언의 사랑은 오래 가지 않았단다. 에이드리언이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거든.

3.

다시 사건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지금부터는 완벽한 스포일러가 있단다. 하지만 추리 소설을 많이 읽은 이들이라면 추리 가능한 반전. 오드리는 궁지에 몰렸어. 결국 오드리는 절벽에서 자살을 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그때 오드리를 보고 있던 맥휘터가 말렸단다. 아빠가 편지 앞 부분에서 이야기했던 그 맥휘터. 자살하려다가 실패했던 그 맥휘터자신도 자살 시도의 경험이 있어서였는지 오드리의 자살을 막아냈단다. 그리고 오드리가 죽으려는 이유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오드리가 누명을 쓴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자신이 사건 당일에 본 것이 있다면서 같이 배틀 총경을 만나러 가자고 했어.

맥휘터는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했단다. 사건이 있던 날 밤 우연히 트레실리안 부인의 집을 보았는데, 누군가 담을 오르고 있었다는 거야남자였다고 했어그리고 그때 담을 오를 때 사용했던 젖은 밧줄이 창고에서 발견되면서 사건은 급반전이 이루어졌단다. 그 담을 오르고 있던 이는 네빌이었어. 그러니까 호텔에 갔던 네빌은 호수를 가로질러 다시 트레실리안 부인의 집에 와서 그녀를 죽이고 다시 호텔로 돌아갔던 거야. 다시 궁지에 몰린 네빌은 엉겁결에 자신의 죄를 자백하고 말았어. 사실 증거가 부족해서, 배틀 총경이 자백을 유도했던 것이란다.

그렇다면 네빌이 왜 그런 짓을 한 것일까? 그는 오드리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을 오래 전부터 마음에 두고 복수를 계획했던 것이란다. 아주 치밀한 계획과 함께네빌이 겉으로는 잘 나가고 사교성 좋은 테니스 선수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콱 틀어 막히고 무서운 사람이었어. 어렸을 때 실수를 친구를 죽인 경험이 있는데,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도 계획했던 것이라고 했었거든..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살기를 몸에 품고 있었고, 비상한 머리로 살인 사건을 설계했던 것인데, 그만 들통이 나고 말았던 것이란다. 오드리도 그런 네빌의 본 모습을 결혼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고, 그와 결혼 생활이 자신을 숨막히게 하자,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일탈을 했었던 것이란다.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무더위에 걸 맞는 재미있는 추리 소설 한 편 잘 읽었다이런 생각과 함께 말이야. 이 소설을 읽을 때만 해도 도대체 무더위는 언제 끝나나,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세월은 또 빠르게 흘러 잡고 싶은 계절이 왔구나. 이 시원한 가을에도 추리 소설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

PS:

책의 첫 문장: 난로 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변호사이거나 법조계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책의 끝 문장: “저는 결코 도망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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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1 0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음주 까지 8월의 더위가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북홀릭님 주말 가족과 행복하게 ^ㅅ^

bookholic 2021-09-11 23:03   좋아요 2 | URL
그러네요... 아직 더위가 다 안 가셨나 봅니다. 오늘은 좀 덥더라구요...
scott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
 















(23)

상당한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 후,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타이탄 전공자가 되어 대학원을 졸업했다. 물론 모든 박사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남의 연구를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에게 주는 학위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유일무이하다고 감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타이탄에 관심을, 학위논문 주제로 삼을 만큼의 관심을 갖는 자가 나 이후로는 아직까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내 연구가 그렇게 지루해 보였나. 하하, 난 괜찮으니 혹시 지금 안쓰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면 거두길 바란다. 국내 천문학계는 대단히 좁은데, 천문학의 범위는 천문학적으로 넓어서 관심을 줄 대상이 너무 많다. 그리고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는 것은 외롭지만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50)

76년마다 돌아오는 핼리혜성도 우리나라 사료에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989년 고려 성종 때의 기록을 시작으로, 조선시대 말인 1835년까지 매번 핼리혜성을 관측하고 기록했다. , 성실한 공무원들이요. 우리 세대도 선조들 못지않게 훌륭하다.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 데이터베이스에는 <조선왕조실록>을 위시하여 수많은 사료가 인터넷으로 무상 제공되고 있다. 본래의 기록은 한자로 된 것이었지만 아주 많은 부분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주제별로 열람할 수도 있고 검색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숙제로 내기 딱 좋다.


(55)

학생들은 대학에 학문을 배우러 오지 않는다. 초등학교 다음 중학교 다음 고등학교에 간 것과 같이 고등학교를 마쳤으니 대학에 진학할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학비보다 열 배는 비싼 등록금이요, 모두가 입어야 하는 교복 대신 모두가 가져야 하는 스펙을 등에 업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젊음은 싸구려 술과 술값보다 비싼 커피와 크고 작은 성추행과 미필자조차 향유하는 선배들의 군대식 갑질, 전공과목 들을 시간을 뺏는 교양 강의와 대학생다운 교양을 쌓을 틈을 주지 않는 전공 강의, 토익 시험과 한국사 시험과 각종 컴퓨터 자격증과 크고 작은 기업의 공모전과 인턴 경력에 소모된다. 과제로 수많은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제대로 된 글쓰기를 연습할 기회는 별로 없다. 대신 비문으로 A4 용지 다섯 장을 채워내는 끈기, 남의 것을 베끼되 표절 여부를 자동으로 검사하는 프로그램에 걸리지 않게 몇몇 표현을 바꿔치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 비용과 시간과 어처구니없는 문화와 그 젊음은 대체 무엇을 위한 제물인가.


(59).

학자들은 교류를 통해 지식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자신을 기록을 발표한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만 학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있는 학자들과도 교류하기 위해서 편지 형식을 취했던 것이 오늘날 논문의 전신이다. 논문에서는 과거 다른 사람이 발견하고 연구하고 논했던 내용을 정확히 밝히며 인용한다. 남의 업적을 내 것인 양하는 태도는 국가나 가족에 대한 긍지를 느낄 때나 쓰는 것이요, 남의 글 베끼기는 타자 연습할 때나 하는 일이다.


(107)

부모 중 누군가가 본인의 일을 잠시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 것은 양육자로서의 의무다. 아이가 아플 때 엄마가 일을 포기하고 달려가는 건 누군가는 가야 하는데 남편이 안 혹은 못 달려가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런 걸 누가 비난할 수 있겠나. 비난의 대상은 아픈 아이도, 달려가는 엄마도, 못 달려가는 아빠도 아니다. 갈 수 있으면서 안 달려가는 아빠가 있다면 그를 비난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런 경우엔 그게 아빠가 아니라 엄마라도 비난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남의 가정 일에 비난할 자격과 기회가 있다면 말이다.


(131)

요즘은 우주탐사선 자료를 쓰고, 직접 관측하더라도 CCTV를 보며 원격으로 망원경에 명령을 보내기 때문에 그렇게 온몸으로 관측하는 일이 드물다. 심지어 망원경을 미국에 설치해놓았더니 시차 덕을 본다. 대낮에 내 연구실에 앉아 미국의 밤에 뜬 달을 관측하니까 밤을 지새울 필요도 없다. 그래도 하늘이 유난히 맑은 날이면, 노을도 차분히 지고 공기가 신선한 날이면 나는 관측하기 딱 좋은 날이네하고 중얼거린다. 그러고는 관측자의 일과를 상상한다.


(143-144)

촌극은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주 뒤 인터뷰가 실린 호가 출판되자 국내 여러 언론과 매체에서 연락을 해왔다. 내가 <네이처>가 선정한 젊은 달 과학자 다섯 명에 들었다나.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니 흥미로웠다. <네이처>에서 무슨 엄청난 심사나 평가를 거친 것도 아니고 그저 기자가 여기저기 묻고 물어 몇몇 나라의 연구자들과 인터뷰를 했을 뿐인데, 그리고 기사를 읽어보았다면 엄청난 실력자를 골라내려는 목적의 인터뷰가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 대단한 침소봉대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당시 나는 대학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이 직급의 이름 풀이를 해보자면 호봉이 높은 박사후연구원이요, 연차나 경험은 조금 더 많지만 비정규 계약직 연구전담 인력이기는 매한가지라는 뜻인데 그걸 언론에서 약칭해 교수로 부르자 갑자기 설국열차의 꼬리 칸에서 앞칸으로 옮겨 탄 효과가 났다. 어이쿠야.


(180)

우주 탐사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당장 상업적으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이 돈을 대는 일은 드물다.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정부에 우주 탐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그것이 국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비전을 제시해주는 자문단이 필요하다. 그 조언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드는 전문가, 이를 승인하는 최고결정권자와 국회, 그리고 그 실무를 담당하는 수많은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하고, 공문서를 작성하고 낸 세금을 기꺼이 우주 탐사에 쓰도록 허락하고, 공감하고, 지지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주는 국민이 필요하다. 당신이 꼭 필요하다. 천문학자가 아니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탐사에 힘을 보낼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는 데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244-245)

뉴호라이즌스의 책임연구자 앨런 스턴 박사는 요즘도 명왕성을 행성이라 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가 명왕성을 행성이라 부르든 왜소행성이라 부르든 134340이라 부르든,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따돌림받고 소외당하며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자의 심정을 명왕성에 이입시켜려 하든 말든 명왕성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 멀고 어둡고 추운 곳에서, 하트 무늬처럼 보여 지구인에게만큼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얼음평원 스푸트니크를 소중히 품은 채 태양으로 연결된 보이지 않는 중력의 끈을 잡고 있을 뿐이다. 그 곁에 오랫동안 지켜온 위성 카론은 명왕성의 위성으로 보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서 위성이 아니라 명왕성과 이중행성계를 이루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카론 역시 자신을 무엇이라 부르든 개의치 않는다. 명왕성, 그리고 자신보다 더 작은 여러 위성 친구들과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며 아주 오랫동안 멈추지 않을 자신들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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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그럼 오늘은 <파친코> 2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2권은 1953년부터 1989년까지 한 세대가 넘는 기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만큼 속도감 있게 전개된단다. 그러나 그로 인해 좀 다 자세히 다뤄졌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것이 이 소설의 조금 아쉬운 점이었단다. 책의 앞 표지에는 이 책의 부제가 적혀 있지 않아 눈 여겨 보지 않았는데, 책 차례에 보니 부제가 적혀 있더구나. 2권의 부제는 조국(motherland)’더구나. , 1권의 부제는 뭐였지? 1권의 차례를 열어보니 1권의 부제는 고향(hometown)’으로 되어 있더구나. 고향과 조국. 모두 그리움의 대표적인 말인 것 같구나.

<파친코> 2권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조국의 의미는 서로 달랐을 것 같구나.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 와서 정착한 이들. 일본에서 태어난 그들의 아이들.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이제 완전히 일본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아빠는 생각했어. 하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그들은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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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일본은 절대 변하지 않아. 외국인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내 사랑, 넌 언제나 외국인으로 살아야 할 거라고. 절대 일본인이 되지 못해. 알겠어? 자이니치(조선인)는 여행을 떠날 수 없는 거 알지? 하지만 너만 그런 게 아냐. 일본은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도 다시 받아주지 않아. 나 같은 사람들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지. 우리는 일본인인데도 말이야! 난 병에 걸렸어. 오래된 무역회사를 운용하는 어떤 일본이 남자한테서 옮은 병이야. 그 남자는 죽었어.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 여기 의사들도 내가 떠나버리기를 바라고 있어. 잘 들어, 솔로면, 넌 여기 머물러야 해.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안 돼. 네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야 해. 부자가 되면 무엇이든 원하는 걸 할 수 있어. 하지만 아름다운 솔로몬, 저들은 우리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나가 솔로몬을 노려보았다. “내가 말한 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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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습성상 외국인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을 보고, 지난 올림픽에서 일본인들이 외국인을 대할 때, 배려하지 않는 장면들을 영상으로 보고 이상했던 느낌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들에게 올림픽을 위해 자신의 나라에 온 외국인 선수들이, 손님이 아니라 그냥 잠시 방문한, 조금은 귀찮은 외국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 그러니 올림픽 선수촌 시설이 그 모양이지


1.

, 그럼 <파친코> 2권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꾸나. 1953년 오사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노아는 성실한 청년으로 자랐어. 열심히 일하면서도 자신이 목표로 한 와세다 대학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와 반해 노아의 동생 모자수는 전형적인 문제아가 되었어. 십대 중반이었던 모자수는 사고도 여러 번 치고 결국 학교도 그만두었어. 그리고는 파친코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적성에 맞았는지 모자수는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단다.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파친코 사장도 그를 신임하고, 모자수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파친코의 한 지점을 운영하게 했어. 모자수는 같은 동포 유미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도 했단다. 어렸을 때 방황하고 사고만 치던 모자수였는데, 파친코라는, 남들이 보기에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업이지만, 잘 정착해서 다행인 것 같구나.

노아는 결국 와세다 대학에 합격을 했어. 식구들 모두 큰 기쁨이었고, 고한수도 무척 기뻐했어. 사실 노아가 고한수의 아들이었잖아. 그 내막은 1권에서 이야기 해주었으니 오늘은 생략. 고한수는 자신이 노아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했어. 와세다 대학에서 노아는 행복했단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키코라는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어. 고한수와는 한 달에 한번씩 만나 같이 식사도 했단다. 자신을 지원해주는 고마운, 돈 많은 동포라고 생각하면서 나중에 그 은혜를 갚겠다고 생각했지, 그가 자신의 아버지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어느날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만 한데 노아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당황했어. 엄마와 가족들에게도 모두 속았다고 생각했어. 결국 노아는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그렇게 좋아했던 와세다 대학교도 그만두고, 잠적을 했단다. 어디에 정착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엄마인 선자와 고한수에게 돈을 보냈어. 고한수에게 보낸 돈은 자신이 지금까지 받은 돈을 갚은 것이라며 했어. 노아는 어디로 갔냐고? 노아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나가노라는 곳에 갔고, 그곳에서 노아도 파친코 게임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단다.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 노아가 조금만 마음을 열었어도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망가뜨리려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말이야. 좀 안타깝더구나.

….

노아와 모자수의 큰아버지인 백요셉 생각나지? 나카사키로 갔다가 불구가 되어 돌아온 백요셉. 불구로 돌아온 백요셉은 10년 넘게 병마와 싸우고 있었고, 그를 위한 치료비가 무척 많이 들어가고 있었단다. 인생사 쉽지 않구나.


2.

1965년 유미는 몇 번 유산을 하고 나서 드디어 첫 아들을 낳았단다. 아들의 이름은 솔로몬으로 기었어. 모자수의 아버지 백이삭이 목사였고 다들 신실한 기독교도였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름은 성경에 나오는 이름에서 따와서 지은 것이란다. 노아, 모자수, 솔로몬모자수는 행복했어. 사랑하는 아내 유미가 있고, 아이도 생겼고…. 그리고 파친코 게임장도 잘 되고 있었어. 그런데 그의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단다. 솔로몬이 세 살 남짓 되었을 때, 유미가 그만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어. 지은이께서는 너무 슬픈 에피소드로만 이야기를 만드는 것 같구나. 꼭 유미를 그렇게 죽게 만들었어야 했나.

솔로몬은 그 이후 할머니 선자가 키웠단다. 선자는 여전히 고한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어. 수십 년 전 자신에게 배신감을 준 것이 아직 마음의 앙금으로 남아 있었거든. 그런 고한수의 나이도 어느덧 일흔. 전립선암도 생겨서 고생하고 있었지. 선자는 완전히 마음을 열어 준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만나고는 했단다. 그리고 사라진 노아를 찾는데 고한수에게 도움을 많이 부탁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끔씩 노아로부터 편지가 온다는 사실. 노아는 자신의 과거를 모두 버리고 일본인 행세를 하면서 나가노에 정착을 했단다. 결혼도 하이고 아이도 생겼어. 그러던 어느날 한수와 엄마 선자가 찾아왔어. 이제 세월이 어느 정도 흘렀으니 마음의 짐을 덜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수와 엄마가 자신을 찾아온 날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부분은 다 받아들 수 있지만, 노아의 계속된 극단적인 선택들은 공감을 할 수 없더구나. 지은이가 노아에 대한 캐릭터 설정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화해와 사랑의 아이콘으로 설정해도 괜찮을 법 한데 말이야.

….

유미를 교통사고로 잃은 모자수. 여전히 파친코 사업도 번창했어. 모자수는 세금도 잘 내고, 모범적으로 사업을 운영했단다. 그것이 어쩌면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일본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은 다행히 올곧게 잘 자랐단다. 공부도 잘 해서 뉴욕으로 유학을 갔고, 공부를 마치고는 일본 지사의 미국계 은행에 취업을 했어. 미국에서 만난 한국계 여자 친구 피비도 함께 왔어.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사는 듯 했지만, 사소한 실수, 그것도 솔로몬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그는 해고당하고 말았단다.도쿄에 있는 은행이긴 했지만, 이 은행은 미국계 은행인데 일본의 다른 기업처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있었던 거야. 솔로몬은 일본에서 태어났는데도 말이야. 솔로몬은 현실을 받아 드리려고 했지만, 친구 에쓰코는 일본의 이런 차별을 비난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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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328)

솔리, 솔리. 그러지 마. 변명할 필요 없어. 조선인들에게는 일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너희 아버지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파친코를 선택한 게 분명해. 아마 훌륭한 사업가겠지. 네 포커 기술이 무에서 나왔다고 생각해? 네 아버지는 후지나 소니에서 일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회사에서는 조선인을 고용하지 않잖아. 알지? 어이, 컬럼비아 대학생 청년, 사실 너도 고용해줄지도 의심스러워. 일본의 많은 곳에서는 아직도 조선들을 교사와 경찰, 간호사로 고용하지 않아. 넌 돈을 많이 버는 데도 도쿄에서 방을 빌릴 수도 없잖아. 빌어먹을 1989! , 네가 그 모든 것을 공순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잘못된 거야. 난 일본인이지만 멍청하지 않아. 미국과 유럽에서 오랫동안 살았어. 일본인들이 이 땅에서 태어난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에게 하는 짓은 미친 짓이야.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야. 너희들은 혁명을 일으켜야 해. 그런데 그다지 항의를 하지 않잖아. 너와 네 아버지는 이 나라에서 태어났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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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미국에서 온 피비의 눈에도 이상하게 비쳐졌어. 피비도 어떻게 보면 솔로면과 비슷한 입장이었거든. 부모님이 미국으로 건너왔고, 피비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인으로 모든 권리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솔로몬은 일본인으로 살지 못하고 한국인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고 심지어 남한 여권을 가지고 다닌다고 말이야. , 누군가는 그것이 문화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일본의 그릇이지 않을까 싶구나. 그런데 문득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속이 불편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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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15)

미국에서는 강꼬꾸징(韓國人)이니 조센징(朝鮮人)이라는 게 없었어. 왜 내가 남한 사람 아니면 북한 사람이 돼야 하는 거야? 이건 말도 안 돼! 난 시애틀에서 태어났어. 우리 부모님은 조선이 분단되지 않았을 때 미국으로 갔고.” 피비가 그날 하루 동안 편협한 대우를 받았던 일들 가운데 하나를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왜 일본은 아직도 조선인 거주자들의 국적을 구분하려고 드는 거야? 자기 나라에서 4대째 살고 있는 조선인들을 말이야. 넌 여기서 태어났어. 외국인이 아니라고! 이건 완전 미친 짓이야. 네 아버지도 여기서 태어났는데 왜 너희 두 사람은 아직도 남한 여권을 가지고 다니는 거야? 정말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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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솔로몬은 은행에서 해고 당한 이후 그는 아버지를 도와 파친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단다. 모자수와 솔로몬의 가족은 그런 속에서 가족끼리 의지하면서 행복과 희망을 찾으면서, 소설은 줌 아웃 하듯 끝을 맺게 된단다. 이 책은 1989년에서 끝이 났고, 그로부터 또 30년의 시간이 흘렀구나. 그 사이에 일본은 많이 변했을까?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내는 것을 보니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더구나. 그런데, 그 기사들에서 아빠는 일본의 열등감마저 보이더구나. 아이처럼 떼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안쓰럽기까지 하더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는 군자처럼 그런 떼쓰기를 받아주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하더구나.

….

1권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야기했지만, 또 하나의 아픈 우리 역사이자 현실을 본 것 같구나. 슬픔을 더 크게 하려고 몇몇 소설의 설정들이 아쉽긴 했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미국에 있는 재미 교포 이민진 님이 영어로 쓴 소설.. 미국 사람들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이상.


PS:

책의 첫 문장: 돈 걱정에 잠을 못 이루던 선자는 내다 팔 설탕과자를 만들려고 한밤중에 일어났다.

책의 끝 문장: 경희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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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07 0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이렇게 마지막이 1989년에서 끝나는 군요
이 시기면 일본 거품 경제로 폭삭 하던 시절인데,,,,

작가가 후반부로 갈 수록 급하게 마무리 한것 같은,,,
그럼에도 미국에서 많이 팔려서 드라마로 제작 된 다고 하니
드라마는 좀 다르게(각 인물들의 모습) 보여 줬으면 좋겠네요. ^.^

bookholic 2021-09-07 07:45   좋아요 3 | URL
소설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드라마에서 해주기를..^^

mini74 2021-09-07 09: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윤여정배우님도 나온다던데 ㅠㅠ 읽고싶은데 도서관 예약이 가득이더라고요. 확 사버려하며 벼르고 있습니다 *^^*

bookholic 2021-09-07 23:25   좋아요 0 | URL
ㅎㅎ 깨끗한 중고로 자주 보이던데요~~^^